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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파괴 살인범죄 공소시효 폐지추진”

    “생명파괴 살인범죄 공소시효 폐지추진”

    아동과 장애인 성폭행 범죄에 이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강도범에게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장치도 마련된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17일 강력범죄 차단망 구축 차원에서 “살인·강도살인·강간살인·인질살해 등 생명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5년이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는 미제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개구리 소년 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 등과 같이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또 아동과 장애인 성폭행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면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그대로 두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만만찮았다. 정부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생명파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법정형이 사형인 범죄는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고, 독일은 고의적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법무부는 또 위험성이 크고 재범률이 높은 강도죄를 전자발찌 부착 대상 범죄에 추가하는 내용의 ‘특정범죄자 위치추적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했다. 현재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죄는 성범죄, 살인, 미성년자 유괴로 국한돼 있다. 권 장관은 “강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면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는 생명파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가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여야 8명 “일방 처리·물리적 저지 안된다”… 막판 타결 가능성

    여야 8명 “일방 처리·물리적 저지 안된다”… 막판 타결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또다시 미뤄졌다. 지난 3일 본회의가 무산된 데 이어 10일 본회의도 여야 합의로 취소됐다. 다음 본회의는 24일로 잡혀 있다. 그 전이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본회의를 열 수 있다. 이날 본회의 취소는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보다는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한 시간 벌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감안할때 어떤 형태로든 합의해 새로운 국회상을 보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여야 지도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어떤 경우든 극한 대립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여야 의원 8명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준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각 당이 일방적 처리 및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을 것을 공동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의회 민주주의를 살립시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에는 한나라당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홍정욱 의원, 민주당 박상천 강봉균 김성곤 신낙균 의원 등 총 8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절충안’이 성사될 경우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준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을 것을, 한나라당에는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했다. 홍정욱 의원은 “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하게 되면 이는 국회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나라당에 (성명) 동참 의원들이 실제로는 더 많이 계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도 “동참 인원을 모아 나가겠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 김동철 의원도 같이하고 있고,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심정적으로 같이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다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아직도 강경한 입장이어서 쉽지 않은 것 같다. 11일 의원총회에서 비밀투표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원내대표가 익명으로 일대일로 의견을 물어 본인이 결단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화 흐름을 타고 여야 원내 지도부도 10일 저녁 다각도의 비공개 접촉을 갖고 마지막 접점 찾기에 부심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ISD 절충안에 대해 논의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측이 제시한 절충안은 ‘한·미 양국 정부가 FTA 발효와 동시에 ISD 유지 여부 및 제도개선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약속을 정부가 내놓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 절충안과 관련, 민주당에다 이를 당론으로 명확히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 절충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때까지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물밑 대화 기류와 별개로 강경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경우에도 절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면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해서라도 조속히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역시 강봉균·김성곤·최인기·김동철 의원 등 온건파가 전체 의원 87명 가운데 과반인 45명으로부터 절충안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지만 손학규 대표 등 강경파의 반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강온 기류가 혼재된 가운데 결국 관건은 11일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ISD 등에 대한 당론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와 이를 한나라당이 수용하느냐, 그리고 이후 정부가 최종적으로 여야 간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느냐로 판가름될 전망이다. 여야 간 협상 못지않게 한나라당과 정부의 조율이 중요해진 상황인 것이다. 앞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 “ISD 조항 자체를 없애자는 존폐 여부에 관해서는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 등 정부 측이 민주당의 절충안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여당이 힘을 실어 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온건파를 주도하고 있는 강봉균 의원도 “우리가 대안을 찾지 않고 반대만 한다면 국가를 위한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간 온건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기류 또한 전날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10일 밤에도 청와대 정무라인과 통상교섭본부 핵심 인사들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민주당 측이 거론하고 있는 절충안의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용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이현정기자 hisam@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9) 강릉 40대 여인 살인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9) 강릉 40대 여인 살인사건

    2003년 3월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의 한 연립주택. 4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에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문안에서 잠긴 집안은 연기와 화기로 가득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소방관들은 20여 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시작된 곳을 찾으려고 방을 하나씩 뒤지던 신입 소방관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는 급히 선배를 불렀다. “여, 여기···. 칼 맞은 시체가 있어요.” 사건은 경찰로 이관됐다. 희생자는 집주인 A(여·당시 49세)씨. 시신은 침대방 한쪽 이불더미 밑에 숨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불을 태워 시신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를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듯했다. 불에 탄 시신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마지막 저항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법의학에서 말하는 투사형 자세(Pugilistic Attitude)였다.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된 시신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열강직 현상이다. 보통 사람의 몸은 펴는 근육(신근)보다는 당기는 근육(굴근)이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열강직 현상도 당기는 근육에 많이 나타난다. 불에 탄 시신은 손목과 팔꿈치를 오므리는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찔린 상처). 범인은 A씨의 등과 왼쪽 팔 등을 무려 35군데나 찔렀다. 매우 당황했거나 복수심에 불탄 자의 소행으로 보였다. 칼의 방향을 봐서 범인은 오른손잡이였다. 범인은 안방과 작은방, 거실과 드레스 룸 등 4군데에 동시에 불을 놨다. 이상한 점은 화재 현장 여기저기서 화장품 향이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거실 바닥에 뚜껑이 열린 채 어지럽게 널려 있는 스킨로션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화 지점에서 발견된 에틸알코올과 같은 성분임이 드러났다. 영악하게도 범인은 에틸알코올이 들어간 화장품을 집안 곳곳에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이다. 범행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들은 화재와 함께 증거가 될 만한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문이나 족적은 물론이고, 범행 시각이나 도주로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산이다. 방화든 실화든 화재 현장에 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알코올이나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도 바닥이나 벽틈에 모두 연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화재 잔류물 역시 남기 마련이고 그 속에선 증거물이 고스란히 나온다. 오히려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은 범인에게 방화범이라는 꼬리표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식범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집주인을 알거나 집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불을 놓은 뒤 열쇠로 문을 잠그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고 봤다. 이런 추리 뒤에는 현관 외에는 나갈 다른 길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범행 장소가 연립주택의 맨 꼭대기 층이어서 창문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옥상 지붕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길이었다. 귀금속을 챙기지 않은 것도 원한에 의한 범행을 의심케 했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수사는 겉돌았다. 의심할 만한 용의자들은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 방화 현장을 다시 뒤지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관 안전핀이 눌러져 있다.”는 보고였다. 일반적으로 보조 잠금장치인 안전핀은 집 안에서만 누룰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밖에서 열쇠로 잠궈도 안전핀은 눌러지지 않는다. 아파트 현관의 안전핀이 눌린 상태라는 것은 즉, 범인이 현관이 아닌 제3의 통로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확인한 옥상에는 뜯겨진 방충망과 범인이 버린 장갑이 보였다. 면식범만을 쫒던 경찰은 수사 방향을 재설정해야 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수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활기를 띠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훔쳐간 범인은 대담하게도 범행 후 사흘 동안 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다가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 버렸다. 휴대전화 사용명세서를 뽑아본 경찰은 황당했다. 전체 20여 통의 전화 중 대부분이 속칭 폰팅으로 불리는 음란성 유료전화를 거는 데 이용됐다. 마치 규칙이라도 정한 듯 폰팅은 짝수날에만 이어졌다. 범인은 그렇게 죽은 여인을 끝까지 이용했다. “사람을 죽인 날, 그것도 죽은 사람 전화로 폰팅하는 걸 보면 이거 완전 중독인데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루 10통씩 폰팅하던 놈이 홀수날엔 왜 한 건도 전화를 안 했을까…. 황 형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이나 공익근무요원 중에서 동종 전과자부터 뽑아봐.” 폰팅업계 특성상 경찰이 협조를 받아내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건 한 통의 114 안내전화에 주목했다. 범인이 안내받은 곳은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한 세탁소였다. 경찰은 한 20대 남자가 여관에서 “세탁물을 가져가라.”는 전화를 한 것을 확인했다. 남자가 맡긴 무스탕 점퍼 소매에는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죽은 A씨의 피였다. 경찰은 잠복 끝에 K(21)씨를 검거했다. 예상대로 K씨는 격일로 근무하는 시청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그는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카드 빚에 시달리던 K씨는 혼자 귀가하는 A씨를 보고 집을 털 생각을 했다. 처음엔 배달원을 가장해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속아 넘어가지 않자 옥상을 통해 집으로 침입했고, 범행이 발각되자 엉겁결에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형사들을 기막히게 한 것은 범행 후 그의 행적. 피 묻은 20만원을 들고 그가 간 곳은 PC방이었다. K씨는 말을 이었다. “형사 아저씨. 그날 저 죽는 줄 알았어요. 불은 놨지. 연기는 나지. 근데 현관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소년의 티를 갓 벗은 20대 초반의 살인자는 그래도 제 목숨 귀한지는 알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오바마정부 첫 관타나모 재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군사재판이 열린다. 미 국방부가 7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 최고지도자를 지낸 아브드 알라힘 알나시리(46)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생의 알나시리는 2000년 10월 12일 급유를 위해 예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함정 USS콜호에 대한 폭탄 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테러로 미군 1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알나시리는 2002년 미 중앙정보국(CIA)에 체포돼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으며 9년 만에 처음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군 검찰은 사형을 구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알나시리가 군 조사관의 고문 탓에 거짓 자백했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군사법정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실제로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2008년 2월 알나시리를 물 고문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번 재판은 또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관타나모 군사법정에서 열리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뒤 이곳에서의 군사재판을 중단시켰으나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올해 초 재판 동결 조치를 해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살인자가 남긴 화장품 향기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살인자가 남긴 화장품 향기

     2003년 3월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의 한 연립주택. 4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에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문안에서 잠긴 집안은 연기와 화기로 가득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소방관들은 20여 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시작된 곳을 찾으려고 방을 하나씩 뒤지던 신입 소방관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는 급히 선배를 불렀다. “여, 여기···. 칼 맞은 시체가 있어요.”  사건은 경찰로 이관됐다. 희생자는 집주인 A(여·당시 49세)씨. 시신은 침대방 한쪽 이불더미 밑에 숨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불을 태워 시신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를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듯했다. 불에 탄 시신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마지막 저항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법의학에서 말하는 투사형 자세(Pugilistic Attitude)였다.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된 시신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열강직 현상이다. 보통 사람의 몸은 펴는 근육(신근·伸筋)보다는 당기는 근육(굴근·屈筋)이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열강직 현상도 당기는 근육에 많이 나타난다. 불에 탄 시신은 손목과 팔목을 오므리는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수사는 산으로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찔린 상처). 범인은 A씨의 등과 왼쪽 팔 등을 무려 35군데나 찔렀다. 매우 당황했거나 복수심에 불탄 자의 소행으로 보였다. 칼의 방향을 봐서 범인은 오른손잡이였다. 범인은 안방과 작은방, 거실과 드레스 룸 등 4군데에 동시에 불을 놨다. 이상한 점은 화재 현장 여기저기서 화장품 향이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거실 바닥에 뚜껑이 열린 채 어지럽게 널려 있는 스킨로션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화 지점에서 발견된 에틸알코올(ethyl alcohol)과 같은 성분임이 드러났다. 영악하게도 범인은 에틸알코올이 들어간 화장품을 집안 곳곳에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이다.  범행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들은 화재와 함께 증거가 될만한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문이나 족적은 물론이고, 범행 시각이나 도주로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산이다. 방화든 실화든 화재 현장에 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알코올이나 휘발류 등 인화성 물질도 바닥이나 벽틈에 모두 연소되지 않은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화재 잔류물 역시 남기 마련이고 그 속엔 증거물이 고스란히 나온다. 오히려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은 범인에게 방화범이라는 꼬리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식범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집주인을 알거나 집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불을 놓은 뒤 열쇠로 문을 잠그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고 봤다. 이런 추리 뒤에는 현관 외에는 나갈 다른 길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범행 장소가 연립주택의 맨 꼭대기 층이어서 창문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옥상 지붕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길이었다. 귀금속을 챙기지 않은 것도 원한에 의한 범행을 의심케 했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수사는 겉돌았다. 의심할만한 용의자들은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 방화 현장을 다시 뒤지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관 안전핀이 눌려져 있다.”는 보고였다. 일반적으로 보조 시건장치인 안전핀은 집 안에서만 누룰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밖에서 열쇠로 잠궈도 안전핀은 눌러지지 않는다. 아파트 현관의 안전핀이 눌린 상태라는 것은 즉, 범인이 현관이 아닌 제3의 통로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확인한 옥상에는 뜯겨진 방충망과 범인이 버린 장갑이 보였다. 면식범만을 쫒던 경찰은 수사 방향을 재설정해야 했다.  ●폰팅에 중독된 20대 살인자  막막하기만 했던 수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활기를 띠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훔쳐간 범인은 대담하게도 범행 후 사흘 동안 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다가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 버렸다. 휴대전화 사용명세서를 뽑아본 경찰은 황당했다. 전체 20여 통의 전화 중 대부분이 속칭 폰팅으로 불리는 음란성 유료전화를 거는 데 이용됐다. 마치 규칙이라도 정한 듯 폰팅은 짝수날에만 이어졌다. 범인은 그렇게 죽은 여인을 끝까지 이용했다.  “사람을 죽인 날, 그것도 죽은 사람 전화로 폰팅하는 걸 보면 이거 완전 중독인데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루 10통씩 폰팅하던 놈이 홀수날엔 왜 한 건도 전화를 안했을까. 황 형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이나 공익근무요원 중에서 동종 전과자부터 뽑아봐.”  폰팅업계 특성상 경찰이 협조를 받아내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건 한 통의 114 안내전화에 주목했다. 범인이 안내받은 곳은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한 세탁소였다. 경찰은 한 20대 남자가 여관에서 “세탁물을 가져가라.”는 전화를 한 것을 확인했다. 남자가 맡긴 무스탕 점퍼 소매에는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죽은 A씨의 피였다. 경찰은 잠복 끝에 K(21)씨를 검거했다. 예상대로 K씨는 격일로 근무하는 시청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그는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카드 빚에 시달리던 K씨는 혼자 귀가하는 A씨를 보고 집을 털 생각을 했다. 처음엔 배달원을 가장해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속아 넘어가지 않자 옥상을 통해 집으로 침입했고, 범행이 발각되자 엉겁결에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형사들을 기막히게 한 것은 범행 후의 행적. 피묻은 20만원을 들고 그가 간 곳은 PC방이었다.  K씨는 말을 이었다. “형사 아저씨. 그날 저 죽는 줄 알았어요. 불은 놨지. 연기는 나지. 근데 현관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소년의 티를 갓 벗은 20대 초반의 살인자는 그래도 제 목숨 귀한 지는 알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시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사회 첫발 20대女 살해한 택시기사, 흙탕물이…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DNA는 남자라고 말하는데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 22개 의학전문대학원 8일부터 심층면접… 대비 이렇게 하세요

    22개 의학전문대학원 8일부터 심층면접… 대비 이렇게 하세요

    의학전문대학원 정시모집 심층면접이 8일~다음 달 10일 학교별로 실시된다. 주요 대학의 면접 일정은 고려대 8일, 가톨릭대·한양대 12일, 서울대 19일, 건국대 다음 달 3일 등이다. 수험 전문가들은 “면접시험 전까지 남은 기간 최근 이슈와 연관된 의학 상식·지식을 정리해 놓고,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기출문제를 꼼꼼하게 점검해 미리 대답을 정리해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얼마 전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의대생의 경쟁 위주 입시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인성교육은 부족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지원자들의 인성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된다고 지적된다.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준비만큼이나 인성 평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2일 서울신문이 웅진패스원과 함께 대학별로 최대 50%까지 반영되는 심층면접의 대비법을 알아봤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인성면접 자기소개서 바탕으로 질문 의학 전문대학원 심층면접은 인성면접과 지성면접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인성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문제들이 주어진다. ▲지원 동기 ▲학습 계획 ▲가정환경 ▲학부 생활 등 지원자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묻는다. 지성면접은 수학 능력과 지적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이다. 생물학 및 의학지식·상식 및 노벨의학상 등 최근 이슈 사항에 대한 질문이 예상된다. 이때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학별 면접 예시문항, 모범답안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왜 우리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했는가.’ ‘안락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하시오.’ ‘사형제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가.’ 등은 인성면접의 단골 질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와 있는 면접 후기와 각종 예상 질문들도 살펴 출제 범위와 유형을 정확히 파악해둬야 한다. 또 각종 예상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물론 상반되는 다른 의견도 정리해둬야 한다. 박창주 웅진패스원 본부장은 “인성면접 질문은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살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성면접에서는 MEET를 준비하며 습득한 생물학적 지식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 이슈와 관련된 심화 내용이 출제될 수 있다. 올해에는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 ▲일본 대지진 발생 ▲태국의 홍수 등을 소재로 활용해 질병 발생 여부에 대해 물을 확률이 높다. 지난해 기출문제를 보면, 고려대 면접에서는 ‘한 여성이 살을 빼려고 3일간 단식하고 있다. 혈당을 중심으로 한 체내의 변화를 면접관과 토의하시오.’ ‘근육에서 포도당을 이끌어 내는 기작에 대해 설명하시오.’ 등의 질문이, 이화여대에서는 ‘골다공증의 위험요인에 대해 설명하시오.’, 한양대에서는 하품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반응에 관한 지문을 제시하며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 곡선을 보고 하품이 발생한 이후 곡선의 이동 방향에 대해 예측해 보시오.’ 등의 질문이 출제됐다. ●총 6024명 지원… 평균 경쟁률 7.3대1 한편, 지난달 13일까지 진행된 22개 대학 정시모집의 원서 접수 결과, 모두 6024명이 지원해 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제주대학이 22대1로 가장 높았다.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서울대 4.79대1, 가톨릭대 2.14대1, 고려대 10.5대1, 한양대 3.35대1로 나타났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한양대 25일, 가톨릭대 12월 1일, 서울대·고려대 12월 9일, 건국대 12월 12일 등이다. 대부분 의 대학에서 MEET 성적과 학부 평점평균, 공인영어성적(TOEIC, TEPS, TOEFL), 서류 평가 등으로 1단계 합격자를 발표한 후 1단계 점수와 심층면접 점수의 합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웅진패스원
  • 구청장님의 남다른 ‘영화사랑’

    구청장님의 남다른 ‘영화사랑’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유년 때 영화에 미쳐 살았다.”고 말한다. 사형제도에 저항하는 ‘암흑가의 두사람’을 보고 프랑스 누아르에 빠졌다. 장 가뱅(1904~1976)과 알랭 들롱(76) 주연이었다. ‘태양은 가득히’, ‘사형대의 멜로디’ ‘네멋대로 해라’ 등을 보기 위해 동네 동시영화관과 재개봉관을 순례했다고 문 구청장은 덧붙였다. ●“여성영화제도 함께 열 계획” 문 구청장은 “어린 시절 엄앵란이란 배우를 너무 좋아해 나중에 커서 결혼하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며 “그땐 왜 그렇게 영화에 빠져 살았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초등학교 때 유일한 낙인 영화 때문에 1년 늦게 졸업했을 정도다.”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구청장이 되고서도 ‘영화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어린 시절의 향수 탓인지,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미련 탓인지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4~5일 서대문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개막되는 독립민주영화제도 그가 기획한 것이다. 문 구청장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과 얘기를 하다가 독립민주페스티벌에 즈음해 독립민주영화제를 열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 독립민주영화제와 더불어 여성영화제도 함께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독립영화제는 주민과 함께 일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시대상을 반영한 화제작과 다양한 게스트가 관객을 찾아간다. 4일 문 구청장은 이혜경 위원장과 함께 독립·민주지사를 기리는 주먹밥 함께 나누기 행사를 벌인다. 이어 광주의 5월을 담아낸 영화 ‘오월愛(애)’를 상영한 뒤 광주 시민활동가 윤청자씨와 관객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한국사회 가족의 굴레를 신랄하게 다룬 ‘쇼킹 패밀리’의 경순 감독도 초대돼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새로운 가족형태의 가능성도 점쳐본다. 5일 오후 2시에는 스위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속옷가게를 열려는 할머니들과 보수적인 마을남자의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스위스 영화 ‘할머니와 란제리’, 오후 5시에는 교육부터 직장생활,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시대상을 담은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이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사회문제 가장 쉽게 이해하는 길” 문 구청장은 “최근 장애인인권을 다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도가니’를 봤다. 영화만큼 사회문제를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매체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주말 묻지마 흉기 난동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30일 길 가던 여자 어린이를 흉기로 찌른 주모(45)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주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파주시 금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 밖에서 어머니와 교회에 가던 A(8)양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주씨는 “계속되는 환청에 시달려 아무나 찌른 뒤 사형을 받아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 경찰서는 도서관에서 흉기로 직원을 찌르고 난동을 부린 혐의로 서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씨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서초구 반포동 국립디지털도서관 지하 로비에서 도서관 직원이 자신을 무시했다며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고 출동한 경찰의 왼팔을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서씨는 이전에도 도서관에서 여러 차례 소란을 피워 지난 28일부터 도서관 출입이 제한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마땅한 직업 없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던 서씨가 출입이 제한되자 이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시민 박원순’ 택했다] 잔정 많지만 일할 땐 엄격… ‘꼼꼼 원순씨’

    [‘시민 박원순’ 택했다] 잔정 많지만 일할 땐 엄격… ‘꼼꼼 원순씨’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의 선거 명함에는 노인과 격없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다.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이지만 한번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두 얼굴의 사나이”란다. 일상생활에서는 한달에 한번 직원들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직접 장을 봐 요리를 해주는 인자하고 잔정 많은 모습이지만 일할 땐 매우 엄격하고 꼼꼼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을 무너뜨리고 무소속 범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자리를 꿰찬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누구인가. 선거 기간 내내 그의 곁을 지키며 ‘입’ 역할을 한 11년지기 송호창(변호사) 대변인은 그를 “천재지만 너무 착한 바보”라고 규정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선택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 줄 아는 ‘아이디어맨’이지만 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찌를 ‘공격 아이템’을 쥐여 줘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건 순전히 그의 성품 탓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별명도 많다. 10년 전에는 ‘불도저’, 지금은 ‘넓적부리도요새’ ‘원순씨’다. ‘불도저’란 별명은 아름다운 재단 출범 초기의 추진력 때문에 붙었고, ‘넓적부리도요새’는 멸종 위기 동물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명함에 적어 다녀 붙은 별명이다. 새말이 ‘작고 멀리 나는 새’로 박 당선자를 지칭한다. 인생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종횡무진하다 붙은 ‘이사’ ‘변호사’ ‘대표’ 등 각종 호칭을 대신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한 ‘원순씨’로 최종 통일했다. 밤샘을 즐긴다는 ‘꼼꼼 원순’ 박 당선자는 화를 내지 않는 대신 준비나 방향 제시가 미흡하면 “준비가 제대로 된 거예요.”라며 한마디만 던진단다. 그 나직한 ‘카리스마’를 본 직원들은 얼어붙는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10대 핵심 공약을 직접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기획부터 발표까지 총지휘한 것은 대표적인 단면이다. 이념·정체성 공격도 많이 받았다. 그는 ‘중도 진보주의자’다. 스스로는 “현장주의자”라고 한다. 보수, 진보의 한계를 넘어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당선자는 유언장에 “내가 살면서 이룬 작은 성취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바른 생각들이 아이들의 유산이 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박 당선자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2남 5녀 가운데 차남(여섯 번째)으로 태어났다. 경기고 3학년 때 결핵성늑막염으로 1년 늦게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1975년 대학 1학년 시절 긴급조치 9호로 서울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박 당선자는 입학 석 달 만인 1975년 6월 유신체제에 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4개월간 투옥됐다가 결국 학교에서 제명됐다.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다. 박 당선자는 이후 1979년 단국대 사학과로 적을 옮겨 사법고시에 매진해 1980년 합격했다. 긴급조치 9호는 뒤늦게 위헌 판결이 났지만 서울대로의 복학은 늦은 상황이었다. 사법연수원 시절 박 당선자는 경기고 선배인 조영래 변호사를 동기로 만난다. 서울대 수석 졸업에 운동권 내 명성이 자자했던 조 변호사는 박 당선자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박 당선자는 연수원 수료 직후 대구지검 검사로 발령 나지만 6개월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박 당선자는 “사형 집행 참관이 싫었다. 1년을 채우라는 부장 검사의 권유에 따라 1년 뒤에 사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1984년 인권 변호사로서 조 변호사와 함께 본격적인 공익 소송에 나선다. 5년 만에 승소로 이끈 망원동 수재(水災) 사건을 비롯해 부천경찰서 권인숙 성고문 사건, ‘말지’ 보도 지침 사건, 부산 미 문화원 점거 사건 등 사회를 들썩인 사건들의 변론을 맡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주도했다. 박 당선자는 “조 변호사는 법률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혼자 힘이 아닌 다양한 세력과 연대해 풀어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온 박 당선자가 조 변호사의 말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조 변호사가 숨진 이듬해인 1991년 박 당선자는 영국과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며 시민단체를 경험하고 1994년 시민단체 ‘참여연대’를 만들었다. 1995~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은 뒤로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을 벌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국세청 앞에서 처음으로 ‘1인 시위’를 벌여 시위 문화로 발전시켰다. 변호사 생활은 1996년 끝이 났다. 2002년 아름다운 가게, 2006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하면서 ‘모금 운동가’를 자처, 이명박 대통령, 대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공을 인정받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여성인권상과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대문형무소 ‘독립민주축제’ 장으로

    서대문형무소 ‘독립민주축제’ 장으로

    ‘나와 나의 동지들은 국민 대다수를 잘 살도록 하기 위한 민주주의 투쟁을 했소. 내게 죄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고루 잘살 수 있는 정치운동을 한 것밖에는 없는 것이오. 다만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이 나라의 민주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 희생물로는 내가 마지막이 되길 바랄 뿐이오.’(조봉암 선생이 1959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되며 남긴 최후진술) 독립·민주운동가들의 수난처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주민들이 소통하는 축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서대문구는 28~29일 역사관과 독립공원에서 서대문 독립민주페스티벌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역사성을 바로 세우려는 취지로 열리는 축제에는 김근태 전 의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소통·평화·상생을 향한 ‘평화물결’ 토크쇼를 펼쳐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독립·민주인사의 풋프린팅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활동을 하다 수감됐던 김영진(84) 선생, 문동환(90) 목사, 한국노동운동의 대모 조화순(77) 목사, 고은(78)·이란(86)·이문영(84) 선생이 참여한다. 28일 전야제에선 구립어린이집 합창단·장애인 합창단 공연, 서라벌극단의 건곤감리 뮤지컬 공연, 고고스타 등 인디밴드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야외광장에선 다이내믹 한국 현대사 전시회가 열린다. 이튿날에는 역사관 개관 13주년을 기념해 서대문형무소를 주제로 심포지엄도 이어진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한국 근현대사 수난의 장소다. 1945년 광복 때까지는 독립운동가들이, 이후 서울구치소로 바뀌어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수감됐다. 1998년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탈바꿈한 뒤 연간 외국인 7만여명을 포함해 6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고난처를 희망의 마당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동두천 성폭행 미군 징역15년 구형

    경기 동두천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속된 잭슨(21·가명) 이병에 대해 징역 15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광진)는 21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박인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중형을 구형했다. 어린 학생을 상대로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러 동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구형 이유였다. 이날 오전 10시 잭슨 이병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손목이 묶인 채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이 술렁였다. 절차에 따라 검찰이 공소 사실을 읽었다. 검찰이 “피고인은 칼과 가위로 어린 여학생을 위협해 4시간가량 수차례 성폭행하고 볼펜, 라이터 등을 이용해 변태 행위를 했다.”고 밝히자 방청석이 다시 술렁거렸다. 검사가 읽은 기소 내용을 통역관을 통해 전해 듣는 잭슨 이병은 고개를 숙인 채 숨조차 쉬지 않는 듯했다. 검찰은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잇따라 제시했다. 증거에는 당시 잔혹했던 사건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피해자의 찢어진 속옷과 사건 당시 사용됐던 칼, 엽기적인 행위에 사용한 볼펜 등의 사진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전후 이용한 고시텔 밖에 설치된 경사가 가파른 철제 계단 사진을 제시하며 “만취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계단을 이용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취약한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가중 처벌의 요소가 된다.”며 15년의 중형을 구형했으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사건 당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며 심신 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잭슨 이병은 최후변론에서 작은 목소리로 “어린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죄하고 싶고 사형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 50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밤새 승리찬가… 카다피 겨눴던 총탄, 축포 되다

    리비아를 42년간 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고향 시르테에서 20일(현지시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이를 축하하는 민간인들과 과도국가위원회(NTC) 소속 군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다피가 2개월 넘게 항전했던 시르테는 이날 승리를 자축하는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병사들은 남은 총알을 모두 다 써버리겠다고 마음먹은 양 허공에 쉴 새 없이 기관총을 쏘아대며 환호했다. 총소리가 요란해 NTC에서 확성기를 들고 자제를 촉구해야 했을 정도다. 시르테 시내의 차량 스피커마다 NTC의 국가와 혁명가들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서로 악수하고, 부둥켜안는가 하면 일부는 땅에 키스를 하고 감사 기도를 했다. 카다피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현지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NTC 간부인 압델 하페즈 고가는 “우리는 세계에 카다피가 혁명의 손에 죽었음을 선언한다.”며 취재진에게 그의 사망을 거듭 확인했다. 카다피가 42년을 거주했던 수도 트리폴리 역시 기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들이 깃발을 흔들며 차량 경적을 울리는 통에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로이터는 카다피와 함께 사망한 넷째 아들 무타심의 시신이 미스라타에 있는 한 민가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면서 현지 주민들이 무타심 시신 옆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승리를 기뻐했다고 전했다. 상반신을 드러낸 시신은 바닥에 놓여 있었고, 가슴과 목 부위에 입은 부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초 ‘아랍의 봄’이 촉발된 튀니지에서도 많은 시민이 수도 튀니스 거리로 몰려나와 카다피 사망을 축하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차량에 탄 시민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경쾌한 음악을 크게 틀고 리비아 국기를 흔들었으며, 수백명은 리비아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승리의 구호를 외쳤다. 기쁨에 넘치기는 외국에 거주하는 리비아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에는 리비아는 물론 각국에 흩어져 있는 리비아인들이 카다피 통치 당시 사용한 녹색 국기가 아니라 초승달과 별이 있는 옛 국기를 높이 들고 흔들거나 함성을 지르는 사진이 올라왔다. 카다피 정권 시절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액을 어린이들에게 수혈했다는 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프랑스의 중재로 2007년 풀려났던 불가리아 간호사들도 새 리비아 정부가 자신들의 무죄를 밝혀 줄 것을 기대하며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고초를 겪었던 발리아 체르베니아카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개’에 비유하며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간호사들 가운데 세자나 디미트로바는 “그가 생포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크리스티안나 발체바도 자신은 비록 적이라도 다른 사람의 죽음에 행복해할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형 앞둔 개 한마리 ‘프리즌 브레이크’

    사형 앞둔 개 한마리 ‘프리즌 브레이크’

    사형을 앞둔 개 한마리가 탈옥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오리건주 알바니경찰은 “작년 아기를 물어 사형선고를 받은 개가 지난 일요일 혹은 월요일 새벽 수감돼 있던 애완동물 호텔에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 개의 이름은 블루. 블루는 작년 9월 유아를 문 것을 비롯 이미 3차례나 사람을 공격한 전과로 현지 법원으로부터 사형판결을 받았다. 현지경찰은 “누군가 애완동물 호텔에 창문을 깨고 들어와 블루가 수용돼 있던 사형견 감방으로 부터 탈출을 도왔다.”고 밝혔다. 블루는 사형 판결 후 현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사람을 문 이유로 개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으로 급기야 블루를 지지하는 서포터즈까지 결성됐다. 또 블루의 주인인 리처드 레이몬드는 사형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블루의 서포터즈인 샤를린 모리슨은 “개가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행복했다. 건강하게 어디선가 잘 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개의 사형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탈출을 도와준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제발 빨리 사형집행 해달라” 미 사형수의 어깃장

    미국의 한 사형수가 자신에 대한 사형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요구하고 나왔다. 얼마전 살인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트로이 데이비스에 대한 사형 집행 이후 사형제 존폐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역설적인 현상이라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28일 오레건 주에서 중복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게리 호겐(49)이라는 재소자가 자신을 빨리 사형집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에게 열려있는 모든 청원기회를 포기하고 오로지 사형집행실로 하루 빨리 들어가기만을 요구중이라는 것이다. 독극물 주입이라는 구체적 집행방식까지 제시하면서다. 텍사스 등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형집행에 신중한 오레건 주에서 호겐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14년만에 첫 사형집행자가 나오게 된다. 호겐은 지난 1981년 옛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성폭행 살해한데 이어 22년후에는 오레건 주 교도소에서 동료 재소자를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현지 신문은 오레건 주 사법당국은 지난 22일 그가 자신의 사형집행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정신상태가 온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호겐을 접견하고 그에 대한 의무기록을 검토한 심리치료 전문가는 “사형집행을 요구하는 호겐의 현재 정신 상태는 이성적”이라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이 그의 요구를 수용할 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조지프 기몬드 판사 등 재판관들은 오는 10월7일 호젠의 변호인과 만나 사형집행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북한 레즈비언 커플, ‘자본주의에 물든 죄’로 공개처형

    북한 레즈비언 커플, ‘자본주의에 물든 죄’로 공개처형

     북한에도 동성애자들이 존재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최근 미국 일부 주(州)와 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이 날로 존중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당국이 동성애자를 ‘풍기문란 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죄’로 간주해 사형에 처하고 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얼마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집에서 동성애를 하다 적발된 재일교포 출신 여성 2명이 공개처형을 당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집에 모여 앉아 음란한 행위를 했다.”면서 “일본에서 배워온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상에 젖어 풍기문란한 행위를 한 죄”로 간주해 공개처형했다고 밝혔다.  몇 년전에도 40대 동성애자 남성이 당국의 눈을 피해 탈북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홍콩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지난 2004년 ‘아시아의 동성애자’라는 특집기사에서 동성애자 장용진(당시 44세)씨는 의 탈북 사례를 소개했다. 장씨는 어머니가 골라준 여성과 결혼을 했지만 아내와의 잠자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장씨는 자신이 동성애자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장씨는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은 동성애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생활 9년 만에 당국에 이혼을 신청했지만 거부되자 결국 탈북을 결심했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장씨가 천신만고 끝에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한국행이 여의치 않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비무장지대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하양·노랑·빨강…전북 고창 ‘삼색 초가을’

    하양·노랑·빨강…전북 고창 ‘삼색 초가을’

    초가을 바람에 꽃들이 반짝입니다. 아직은 초록의 기운 엄연한 들녘 위로 빨강, 하양, 노랑 삼색 꽃가루가 휘날립니다. 반짝이는 모양새가 어찌나 선명하던지, 높고 찬 겨울밤의 별들을 빼닮았습니다. 전북 고창의 초가을 풍경입니다. 지금 그곳엔 하얀 메밀꽃과 샛노란 해바라기, 그리고 선홍빛 꽃무릇이 절정의 자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청보리 지고 메밀꽃 필 무렵 두 번은 찾아야… 이른 새벽이다. 부지런한 새 삐중대며 날아가고, 저 멀리 동녘은 붉다. 옅은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메밀꽃 세상이 열린다. 하얀 소금밭이다. 붉은 황토 위로 굵은 소금이 흩뿌려진 듯하다. 이곳은 학원농장. 지난봄, 푸름을 자랑하며 6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 곳이다. 여름내 보리를 수확하고 난 황토 구릉에 메밀을 심어 순백의 세상을 만들었다. 부드럽게 솟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구릉 위로 하얀 메밀꽃들이 흐드러졌다. 메밀밭 사이로 난 길 가운데 곧은 것은 없다. 휘어지고 돌아가는 곡선의 길.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은근하면서도 여인네의 허리께를 연상시키듯 관능적이다. “한 번 와서 고창의 가을을 어떻게 알것소. 가을에만 적어도 두 번은 와야 ‘고창 여행 제대로 했다’ 소리 듣지 않것소?” 걸쭉한 사투리를 내뱉은 초로의 사내는 새벽녘 메밀꽃밭을 촬영하러 왔다고 했다. 고창의 가을은 색으로 말한다. 선운사 꽃무릇이 선홍빛으로 가을을 알리면 학원농장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진다. 여기에 노란 해바라기가 늦여름의 열정을 아낌없이 불태운다. 가을이 본궤도에 오르면 오색의 단풍들이 선운사를 물들이고, 가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 절집 옆 도솔천에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또 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사내의 말은 바로 이 풍경의 윤회에 대한 은유였던 셈이다. 학원농장은 시차를 두고 메밀을 심는다. 관광객들이 좀 더 오래 메밀밭 풍경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텅 빈 황토밭 아래에서는 새로 필 메밀 씨앗들이 지금도 자라고 있다. 학원농장과 주변 농가 메밀밭을 합치면 전체 면적은 100만㎡ 가까이 된다. 광활한 메밀밭에 들면 천천히, 그리고 속속들이 살펴볼 일이다. 마실 가듯 천천히 돌아봐도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소설가 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흐벅진 달빛 아래 굵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고 썼다. 한낮도 좋지만 달빛 쏟아지는 보름밤에 찾아야 제격이란 뜻이겠다. 옅은 안개가 부드럽게 능선을 감싸는 새벽 무렵도 더할 나위 없이 서정적이다. ●아침 햇살 따라 일렁이는 해바라기의 노란 꽃멀미 메밀꽃이 거대한 들판의 위용으로 여행자의 시계를 가득 채운다면, 해바라기는 강렬한 빛깔로 여행자의 눈길을 멈춰 세운다. 메밀꽃밭이 이 계절 학원농장의 ‘메인 디시’, 해바라기꽃밭은 ‘사이드 디시’쯤 되겠다. 해바라기꽃밭은 학원농장의 구릉이 이웃 마을과 맞닿는 자리, 그러니까 농장의 끝자락에 조성돼 있다. ‘사이드 디시’라고는 하나 면적만도 3만 3000㎡(1만평)를 넘는다. 학원농장은 원래 청보리밭으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1980년대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씨가 1960년대 초 호남평야 끝자락의 넓은 구릉지대를 개발해 조성했다. 시골 한 귀퉁이에 불과한 곳인데도 초봄의 파란 청보리밭을 찾아 관광객이 몰려 들었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경관 농업으로 방향을 틀어 메밀과 해바라기 등을 계절에 맞춰 번갈아 심고 있다. 해바라기꽃밭 한가운데에 서면 꽃멀미가 난다. 온통 노란 해바라기꽃들이 바람 불 때마다 일렁이는데, 현기증이 나서 하늘마저 노랗게 보일 지경이다. 누군들 이 현란한 색에 마음 동하지 않으랴.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수녀도, 꽃과 동화되려는 젊은 처자도,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다. 해바라기꽃밭 또한 이른 아침에 찾아야 좋다. 미루나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해바라기들을 하나하나 비추는데, 여간 인상적이지 않다. 꽃밭 주변에 산책로와 쉬어 가기 좋은 원두막 등이 조성돼 있다. ●봄날 동백보다 더 고운 선홍빛 꽃구름 꽃무릇 선운사는 봄날의 동백과 벚꽃이 곱다. 만추의 단풍도 빼어나다. 하지만 초록이 여전한 ‘푸른 가을’에는 단연 꽃무릇이 앞줄에 선다. 단풍보다 먼저 와 가을을 알린다. 선운사는 지금 꽃무릇이 절정이다. ‘꽃폭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사방이 선홍빛 꽃구름에 싸였다. 꽃무릇은 비늘줄기에서 뻗어 나온 꽃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방사형으로 달린다. 붉은 선의 꽃술 여럿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는데 꼭 속눈썹을 매섭게 치켜세운 여인의 눈을 닮았다. 붉은 꽃술에서 가녀린 듯하면서도 도도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지 싶다. 꽃무릇은 선운사로 향하는 도솔천에서부터 자태를 뽐낸다. 선운사에서 도솔암에 이르기까지 계곡 골마다 붉은 비단을 펼친 듯하다. 선운사 꽃무릇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도 물길을 따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번질 때 꽃무릇이 도솔천의 물을 발갛게 물들이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뿐일까. 노거수(巨樹)의 굵은 둥치 아래 꽃무릇 군락이 펼쳐지는 풍경은 선운사 아니면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데 꽃무릇의 수가 너무 많아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래전 절집 안쪽 그늘진 곳에서 조금씩 피던 꽃이 이젠 절집 밖에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사람이 꽃을 찾던 예전에 견줘 꽃이 사람을 찾아 대처로 나선 형국이다. 꽃무릇은 이달 말부터 새달 초까지가 절정이다. 고창을 붉게 물들였던 꽃무릇은 이후 전남 함평으로 건너가 해보면 용천사와 꽃무릇 공원 일대에서 10월 17~18일 꽃무릇 축제로 다시 한번 절정을 이룬다. 글 사진 고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 나들목→좌회전→22번 국도 선운사 방향으로 간다. 학원농장은 서해안고속도로→고창 나들목→15번 지방도→무장면→796번 지방도→학원농장 순으로 간다.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560-2457. 학원농장 www.borinara.co.kr, 564-9897. ▲맛집 선운사 초입에 40여곳의 장어구이집이 몰려 있다. 할매집(562-1542), 용궁회관(562-6464), 신덕식당(562-1533) 등이 갯벌 풍천장어를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식당(508-8381) 한정식도 일품이다. 학원농장에선 보리비빔밥(7000원), 메밀국수(5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잘 곳 숙박 사정은 썩 좋지 않은 편. 선운산관광호텔(561-3377)이 제법 큰 호텔로 꼽힌다. 고창읍 내 모양성모텔(561-5009), 꿈의 궁전(561-6561) 등이 깨끗한 편이다.
  • “안중근 시복시성 추진해야”

    “안중근 시복시성 추진해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숨지게 한 토마스 안중근은 살인자인가 가톨릭의 예비 성인(聖人)인가.’ 28일 오후 1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여는 심포지엄에선 안중근(1879~1910) 의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이 발표된다.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황종렬 박사의 ‘안중근의 시복시성 가능한가’가 화제의 논문. 황 박사는 안중근 의사의 생애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한국천주교가 안중근 의사를 가톨릭 최고의 명예인 복자와 성인의 품에 올릴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 박사의 논문은 최근 ‘안중근’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처음으로 안 의사의 성인 반열을 거론한 만큼 천주교계의 큰 반향을 부를 전망이다. 19세 때인 1897년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가족 친척과 함께 영세를 받은 안 의사는 황해도 일대를 돌며 전교활동을 한 신앙인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직후이며 뤼순 감옥에서 형장으로 나아갈 때도 기도를 잊지 않은 신실한 신자로 기록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천주교에서도 죄악이 아닌가.”라는 일본 검사의 신문에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하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므로 그 죄악을 제거한 것뿐”이라고 응대했던 그다. 이토 저격 사건 당시 조선교구장이었던 뮈텔(1854~1933) 주교는 ‘살인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사형에 앞서 마지막 성사를 원한 안 의사의 요청을 거부했고, 심지어 안 의사에게 성사를 베푼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빌렘(1860~1938) 신부에게는 미사 집전 금지조치를 내렸다. 황 박사는 안중근의 유년기부터 신앙 입문기, 교육 활동기, 의병 항거기, 동양 평화 수인기에서 최후까지를 거론하면서 독실한 신자로서의 신앙적 측면이 간과된 채 그저 ‘이토 살해자’로 부각돼 온 종전의 안 의사에 대한 평가는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황 박사는 “어떤 한 사건을 놓고 그 이전과 이후의 역사와 시공적으로 가능한 한 분리해 의도적으로 고립시켜 판단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안 의사의 평가도 그런 예에 속한다고 말한다. 황 박사는 “안중근은 뤼순을 일본과 청나라, 한국이 형제국으로서 동양의 평화를 이루고 세계의 평화를 구현하는 데 함께 연대할 거점이 되게 할 것을 제안했다.”며 “그가 현대 가톨릭 교회의 모범이자 동아시아와 세계 가톨릭 교회, 전 지구 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고해성사를 통해 정화를 거친 영혼으로 상징되는 갈림 없는 마음으로 이토 저격 이후 일관되게 증거한 그의 믿음과 민중과 조국에 대한 투철한 사랑에 있다.”고 못박았다. 황 박사는 결국 “하느님의 종이나 시복시성 여부는 교회가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안중근의 저격부터 죽음에 이르는 151일간 그의 생애를 다시 한번 믿음의 마음으로 만나자.”고 제안한다. 황 박사가 논문을 발표할 심포지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2차 시복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그 자리 자체가 뮈텔 주교 이후 한국 천주교에서 줄곧 배척당하던 안 의사의 위상 차원에서 큰 변화로 관측된다. 안 의사는 순국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3월에야 정진석 추기경 집전으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추모미사를 통해 천주교 신자임이 공인돼 공식적으로 천주교의 품안으로 들여졌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새달 6일 개막 BIFF 화제작 풍성… 최고의 궁합을 찾아라

    새달 6일 개막 BIFF 화제작 풍성… 최고의 궁합을 찾아라

    해마다 9월 말이면 영화팬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10월 초면 절로 부산으로 발길이 향한다. 아시아 최대, 최고의 영화잔치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문이다. 새달 6~14일 열리는 제16회 부산영화제는 도약을 꿈꾼다. 정들었던 남포동과는 작별이다. 4000석 규모의 야외극장과 1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4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전당’이 완공됐다. 영화의전당, CGV·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해운대 일대의 5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영문 표기법 변화(Pusan→Busan)를 수용, 올해부터는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BIFF로 바뀌었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 예매 7초 만에 매진 올해에는 송일곤, 이정향, 이와이 슌지, 정지영 등 오랜 기간 팬들을 기다리게 했던 감독들의 복귀작이 눈에 띈다. 개막작의 스포트라이트는 송일곤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한 ‘오직 그대만’이 차지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전직 복서와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명랑한 텔레마케터의 사랑. 스토리만 보면 최루성 멜로다. 게다가 소지섭과 한효주다. 1시간 36분을 한번의 호흡으로 찍어낸 ‘원 테이크 원 컷’ 방식의 ‘마법사들’(2005) 등 실험적인 작품을 찍어온 감독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송일곤답게’ 뻔한 사랑 이야기를 통속적이지 않게, 특유의 절제 미학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다. 26일 예매 시작 7초 만에 매진(현장판매분 제외)됐다. 지난해 기록(18초)을 크게 경신해 송 감독의 바람대로 ‘개막작 징크스’(개막작 흥행 부진)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폐막작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일본 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도 1분 23초 만에 매진됐다.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1998) ‘집으로’(2002)의 이정향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가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을 알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슬픔을 통해 사형 제도와 폭력적 가부장 질서의 이면을 짚어낸다. ‘패티시’(미국) ‘일대종사’(중국) 등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송혜교가 ‘황진이’ 이후 4년 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했다. 1995년 ‘러브레터’로 일본영화 열풍을 몰고 온 이와이 슌지도 5년 만에 단독 작품 ‘뱀파이어’를 내놓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에서 열연했던 아오이 유도 함께했다. 인터넷으로 자살 희망자를 찾은 뒤 온몸의 피를 뽑아내는 살인마 사이먼. 그가 자살을 원하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끝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또 다른 소녀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영화는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대학교수가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테러사건을 극화한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이 ‘까’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60대 중반이지만,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전성기의 문제의식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듯 보인다. 안성기가 교수 역을 맡았다. ●칸과 베니스 화제작, 고스란히 부산에 뤽 베송 감독의 ‘더 레이디’도 흥미롭다. 오락영화 달인인 그가 미얀마의 국민영웅 아웅산 수치의 일대기를 다뤘다. 어느새 쉰 살을 코앞에 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량쯔충(楊紫瓊)이 수치 여사로 열연했다. 천커신(陳可辛) 감독은 정통 무협영화 형식에 현대적인 수사물의 긴장감을 더한 ‘무협’을 내놓았다. 전쯔단(甄子丹), 진청우(金城武), 탕웨이(湯唯) 등 화려한 캐스팅이 기대치를 끌어올린다. 올해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칸·베를린)에서 주목받은 거장들의 신작도 국내 첫 선을 보인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베니스·황금사자상),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칸·여우주연상),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타는 소년’(칸·심사위원대상),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칸·황금종려상), 울리히 쾰러의 ‘수면병’(베를린·감독상), 빔 벤더스의 ‘피나 3D’(베를린·경쟁부문),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칸·주목할 만한 시선), 난니 모레티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칸·경쟁부문) 등이 눈에 띈다. 셀프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칸과 충무로를 뒤집어 놓았던 김기덕 감독이 뚝딱 찍어낸 로드무비 ‘아멘’과 배우와 감독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혜선의 ‘복숭아나무’, 3차원(3D)으로 돌아온 봉준호의 ‘괴물’도 예약전쟁을 일으킬 만한 유력 후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88살 ‘통곡의 쌍둥이 미루나무’ 살려주세요

    88살 ‘통곡의 쌍둥이 미루나무’ 살려주세요

    “그는 오늘 조금이나마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시를 읊어주고, 콘서트를 열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속삭이네요. 그가 이제 길어야 10년도 채 못 산다고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그가 이곳에서 자란 지 88년이나 됩니다.” 쫓아오던 해님이 서쪽 교회당에 걸릴 무렵이던 지난 23일 오후 6시,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선 조촐하지만 뜻깊은 음악회가 열렸다. 디케이 소울(본명 김동규)의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는 멀리서도 처연하게 들렸다. 이곳 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독립·민주화운동 열사들의 넋을 달래려는 진혼제인 듯했지만 뜻밖이었다. 이름도 낯선 ‘스토리텔링 콘서트’의 주인공은 무대 앞 사형장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묵묵히 서 있는 미루나무 두 그루였다. 콘서트에 귀 기울이던 ‘키다리 아저씨’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가슴아픈 전설을 들려줬다. 옥사에 갇혔던 독립·민주열사들이 간수(看守)들에게 불려나가면서 겪은 얘기다. 역사관 앞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면회실이지만 오른쪽으로 꺾으면 사형장이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형수들은 미루나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었다는 사연이었다. 문제는 담벼락 안쪽에 서 있는 나무가 같은 시기에 들어선 바깥 미루나무와 달리 너무 왜소했다는 점이다. 2m가 넘는 담벼락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해서이겠지만, 마치 독립·민주화의 한(恨)을 풀지 못한 채 스러진 억울한 혼들의 아픔을 오롯이 목격한 쓰라림 탓인지 먹어도 먹어도 나무는 초췌해져만 갔다. 무성한 잎새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껴안을 수 있는 사형장 밖 나무와 달리 안에 있는 녀석은 삐쩍 마르고 야윈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미루나무의 수명은 최대 100년이랍니다. 생(生)을 얼마 남기지 않았죠.”라는 문 구청장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문 구청장은 ‘상록수’의 저자 심훈(1901~1936년)이 이곳 옥중에서 쓴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풀 한 포기 없는 마당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주황빛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빈대, 벼룩이 다투어가며 진물을 살살 뜯습니다. 생지옥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콘서트에 온 인근 인창고 학생들도, 관람객들도 모두 숨을 죽였다. 이어 한 사람 겨우 누울 곳에 갇혔던 애국지사들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막는 부채꼴 모양 10칸의 격벽장에서 운동을 했던 이야기 등 형무소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구는 희생정신을 증언하는 이 격벽장을 복원 중이다. 아픈 역사도 기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비극이다. 그래서 온라인에 통곡의 미루나무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800년전 ‘마녀 미라’ 턱에 못 박힌 채 발견

    이탈리아에서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800년 전 미라가 발견돼 고고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6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피옴비노 지역에서 발견된 이 여성 미라 주위에서는 마녀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17 주사위’와 함께 관과 수의가 없는 상태로 매장돼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예로부터 ‘17’을 매우 불길한 숫자로 여겨왔다. 전문가들은 이 여성이 중세시대에 살았으며 사망당시 나이는 25~30세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장 독특한 점은 미라의 턱에 못 7개를 박아 넣은 흔적이 있으며, 머리 주위에도 총 13개의 못이 박혀 있다는 것.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일종의 ‘마녀 사형’에 썼던 수법인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라퀼라 대학교의 고고학자인 알폰소 포르소네는 “당시 사람들은 이 여성이 마녀이거나 또는 악마의 힘을 가졌다고 추측하고, 그녀가 죽음에서 다시는 깨어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려 턱 등에 못을 박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형태로 매장된 시신의 발견사례는 매우 드물다. 희소가치가 있는 발견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이 ‘마녀 미라’는 교회 부지에 매장돼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이 여성의 가족들은 당시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었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교회와 결탁해 교회 부지에 매장할 수 있도록 힘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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