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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사학재단 비리 부실수사” 노조 ‘대검서 직접조사’ 진정서

    경기 파주시 A학교법인 노동조합은 13일 “검찰이 지난 2월 임원승인이 취소된 전 이사장 등의 비리 혐의에 대해 20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며 대검의 직접 수사를 촉구하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해 5월 이 학교법인 노조의 도움을 받아 전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20억원이 입금된 3개의 차명예금통장을 발견했다. 10억원은 전 이사장의 친구이자 고교 행정실장 명의의 예금통장에 예치돼 있었고, 나머지는 행정실장의 친구 등 2명 명의로 돼 있었다. 이 통장에서 발견된 20억원은 2009~2010년 중학교 교실 신축 때 늘어난 공사금액 13억~14억원과 급식소 신축 때 증액된 6억원을 합한 금액과 비슷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 이사장 측은 압수수색이 있은 후 고양지청 간부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국내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30일 내사종결했다. 검찰은 노조가 이에 반발해 올 2월 고양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관할 경찰서에 대규모 집회신고를 하자 “집회를 철회하고 정식 고소장을 제출하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식 고소장 제출후에도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20억원의 출처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 이사장 동생인 법인 사무국장이 학교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 등을 드나든 혐의도 입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감사를 벌인 경기도교육청은 노조 측이 주장한 시설공사 과다설계 및 부당 시공 등에 대한 의혹을 상당부분 밝혀내고, 지난 2월 이사장 등에 대한 임원승인을 전원 취소하고 관선 이사들을 파견했다. 이에 노조는 “고양지청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보고 최근 대검에 직접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낸 데 이어, 14일 오후에는 고양지청 앞에서 100여명이 참석하는 검찰 규탄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양지청 측은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20억원은 고소장에 빠져 있고, 지난해 내사 당시 10억원씩 뭉칫돈이 들어온 게 아니라 여러 계좌에서 오랫동안 복잡하게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 더 이상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를 다녔다고 돼 있으나 누구를 접대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검찰이 밝혀내야 하는데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법원에서 무죄가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비리 백화점’ 안양대 총장 구속

    ‘비리 백화점’ 안양대 총장 구속

    경기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은 10일 폐광 부지를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이 감정가보다 3배 이상 비싸게 매입하도록 한 뒤 거액을 받은 혐의로 안양대 김승태(54)총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신문 4월 13일자 16면> 또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김 총장에 금품을 건넨 무등록 건설업체 대표 27명 등 모두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해 1월 구체적인 활용 계획 없이 연수원 부지 용도로 강원 태백시 소재 임야 2만 7000여㎡를 감정가(15억 9000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54억원에 교비로 매입하고, 매도자로부터 7억 8000만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총장은 또 2009년 10월 납품대금이 20억 4000만원인 대학 홍보 인쇄물 구매를 L업체로 변경하도록 교직원에게 지시하고 이 업체 대표로부터 1억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0년 1월에는 대학 건축물 증축 공사를 나씨 소개로 만난 ㈜S건설이 낙찰받도록 입찰서를 미리 뜯어 보고 가격을 변경시켜 대학의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7월에는 공사 대금이 11억 1000만원인 행정실 및 화장실 공사를 대학 동창 부인이 대표로 있는 ㈜H디자인이 경쟁입찰 없이 수주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모(53)씨 등 무등록 건설업체 대표 27명은 200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이 학교로부터 46건(20억원 상당)의 시설물 증축 및 보수 공사를 수주해 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총장은 연수원 부지 고가 매입 대가로 받은 7억 8000만원 중 일부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사학 비리가 대학의 재정부실과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수사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해 관련 제도가 개선되도록 할 예정이다.한편 교과부는 지난 7월 안양대학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연수원 부지 고가 매입 사실 등을 밝혀내고 김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와 관련 교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시론]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2년 3개월에 걸쳐 마무리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태를 돌아보면 어떤 사람들은 교육을 실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상 급식, 학생인권조례 제정, 혁신학교 등 곽 전 교육감의 정책에는 어느 하나 잡음이 없었던 것이 없었다. 일선 초·중·고에는 방과후 학교 운영, 수학여행 방식, 교복 및 두발 자율화, 체벌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지침이 내려왔다. 학교운영에 대한 간섭은 학교 현장에서 많은 반발과 불만만 낳았다. 여기에 시·도 교육청을 설득하고 협의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고집스럽게 원리원칙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부채질하기만 했다. 그중에서도 학생인권조례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 간의 핵심 논쟁거리였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학교의 면학 분위기가 훼손된 가운데 오히려 학교 폭력은 심해졌다고 불만이다. 학생들에게도 조례는 마치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학교의 생활지도에 대한 항의를 교육청이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는 학생들까지 있었다. 학생 지도와 교육활동에 대한 회의를 호소하며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퇴임한 어떤 교사는 “혼돈의 교단이지만 그래도 학교는 희망이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고언(苦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과부는 법적·행정적 대응으로만 일관했을 뿐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서울 교육의 난맥상은 학교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이념을 구현하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지방교육자치라는 도입 명분과 법적 근거가 분명한 시스템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옹고집도 결국 시교육청을 더욱 막다른 길로 몰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의 몫이다. 비리 척결을 내세우면서 교단에서 청춘을 바쳐 교육에 헌신해 온 교원들을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과도한 처벌을 하는가 하면 사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급격한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학교현장은 물론 학부모, 시민단체의 반발을 가져온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개혁이란 미명 아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데 따른 대립과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였고 교육 운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새로운 교육감 선출을 앞두고 교육이 이념이나 정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숱한 논란으로 점철된 그릇된 실험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려면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학교 현장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의 핵심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비전과 구상이 요청된다. 좌우 이념대결 양상을 보이거나 편향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서울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청과 국가적 필요를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할 수 있는 교육 전문가로서 역량과 자질을 구비한 훌륭한 교육 수장(首長)을 선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생, 교사, 학교장을 비롯한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수용하고 반영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통합적인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하여 정책의 목표 달성에 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행정의 대가인 세르지오바니(Sergiovanni)가 강조한 것처럼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좋은’, ‘착한’ 교육감이 깨끗하고 순수한 도덕적 권위 위에 서울의 교육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교육을 모르고 학교현장을 소홀히 한 채 썩어빠진 정신으로 서울시 7만여 교원들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모범이 되지 않고서는 교육 지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운용되는 교육감 선출 방식의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 과열을 방지하는 동시에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유능한 교육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보다 보완된 완전 공영제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사립학교 친인척 교직원 1년새 26%↑

    사립 중·고등학교의 재단 이사진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교직원이 지난 1년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유기홍(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사립 중·고교 학교법인 고용실태’에 따르면 사립학교 재단 이사진(감사 포함)과 6촌 이내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교직원은 7월 말 기준 913명으로 지난해 725명보다 188명(25.9%) 늘었다. 친인척 교직원은 교사가 404명으로 가장 많았고 행정실장·과장(184명), 직원(157명), 교장(138명), 교감(30명) 순이었다. 학교법인 이사장과 6촌 이내의 친인척 중 법인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도 490명에 달했다. 이사장과의 관계자는 자녀가 131명, 배우자가 88명이었다. 형제자매(54명), 모친(19명), 사위(12명), 처남(10명) 등도 여럿이었다. 사립학교법은 개방이사제 도입, 족벌사학 규제 등을 골자로 2005년 말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주도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사립학교 자율성 보장 등을 이유로 무효화를 추진해 개정 사립학교법은 시행도 되지 못하고 다시 개정돼 대부분 조항들이 사라졌다. 유 의원은 “사학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사립학교의 친인척 독점체제 때문인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사장·이사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회계직원 임명 제한, 법인 회계직원의 학교 회계직원 겸직 금지 등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현병철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 野, 비리의혹 파상공세

    현병철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 野, 비리의혹 파상공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16일 인사청문회에서는 현 후보자의 연임을 막으려는 민주통합당과 이에 맞선 현 후보자 사이에 치열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청문회 전부터 ‘논문 표절’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며 현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펼쳤던 민주당은 이날 현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설명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자료 등을 제시하며 작심한 듯 맹공격을 퍼부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현 후보자가 한양대 교수 퇴임 1년 전에 발표한 논문이 한양대 대학원 법학과 학생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게다가 현 후보자는 논문을 제출한 2008년 이전인 2001년에 이 논문을 명목으로 연구비를 수령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학생의 논문을 표절해 학교 측으로부터 연구비를 수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현 후보자는 “2001년도에 연구비를 수령한 것은 맞지만 표절했다는 논문을 쓴 학생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현 후보자가 업무추진비 1억 6000여만원을 술값, 밥값으로 썼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현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직원들 행사 외에는 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서 의원은 “업무로 주말에 만났다는 관계자들에게 전화해 보니 그쪽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 위증이고 거짓말이면 사퇴하겠느냐.”고 몰아세웠고 현 후보자는 재차 “업무상 외에는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0년 12월 인권위원회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농성했을 때 현 후보가 난방기 사용 금지,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조치를 했다.”는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의 의혹에 대해 현 후보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자 현장에 있던 장애인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 후보가 용산 참사 진상조사 문제를 인권위 심의 안건에 상정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해 왔던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청문회 정회 때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현 후보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이날 한 언론사에 “인권위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현병철 위원장 스스로 떠나야 한다.”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덕성여대·경기대 정상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학 파행 운영 등으로 관선이사·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덕성여대와 경기대에 대해 이사 선임을 승인, 정상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덕성여대는 1997년 당시 교육부 감사에서 대학자율권 침해, 부당한 학사 관여 등으로 임원승인이 취소된 이후 15년 만, 경기대는 2004년 손종국 전 총장의 교수 채용 비리로 정부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후 8년 만이다. 사분위는 경기대 재단인 학교법인 경기학원에는 정이사 6명과 임시이사 1명의 선임을 의결했다. 또 학교법인 덕성학원에는 7명의 정이사를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교육청 사학담당 간부 정교사 임용 청탁 금품수수

    서울시교육청에서 사학 업무를 담당했던 고위 간부가 사학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태형)는 인사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 D교육지원청 김모 행정지원국장을 지난달 27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김 국장은 청원고 교장 겸 사무국장 윤모(71)씨에게 “재단 산하 학교의 기간제 교사 1명을 정식 교사로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해 주고 해당 교사의 부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국장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한 직후인 2010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사학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몰락한 前국회의원, 컨테이너 박스 전전 충격

    몰락한 前국회의원, 컨테이너 박스 전전 충격

    ‘단 하루 재직한 국회의원이나 9선 의원이나 똑같이 한 달에 120만원씩 지급.’ 흔히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연로회원지원금은 ‘묻지 마 연금’이나 다름없다. 2007년 1월 헌정회가 의원 재직 기간 1년 이상으로 돼 있던 지급 조건을 없애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0년에 개정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65세 이상 전직 의원은 평생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물론 재원은 국고로 충당된다. 지난해에만 112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더 늘어나 12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행 의원연금의 문제점은 재직 기간은 물론 비리 전력이나 개인 재산에 관계없이 ‘평생 특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금고 이상 확정 판결을 받아도 형 집행이 종료, 면제되면 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다른 연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한 점도 국민연금 등과 비교하면 특권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모두 가입자가 내는 기여분이 있는 데 반해 의원연금은 100%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점도 모순이다. 한마디로 ‘특혜로 똘똘 뭉친’ 연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연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우선 검토 중인 대안은 원칙적으로 19대 의원부터 연금 지급을 폐지하되 이전 의원에 대해선 의원직 유지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지급하는 방안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은 모두 780명으로 이 가운데 의원직 1년 미만자는 40여명에 달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서 규정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헌정회 정관에서 규정한 생계 곤란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지원하거나 재임 기간,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생계가 어려운 일반 국민 입장에선 여전히 의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임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 역시 특혜가 여전히 존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연금제도 개선 TF팀장인 이철우 의원은 21일 “묻지 마 연금이라는 비판이 높은 현 제도를 갈아엎기 위해선 1~18대 수급 대상 의원들도 포기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정회 측에서도 현행 연로회원지원금 제도의 전면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헌정회 관계자는 “자산 50억원 이상 소유자나 타 직역 연금 수령자 등에 대해선 지원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생활이 지극히 어려운 고령의 전직 의원들에 대해선 국가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정회 이윤수 전 사무총장은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 중 70% 이상이 컨테이너 박스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면서 “90세 이상 37명, 80세 이상 201명 등 상당수가 고령층”이라고 생활고를 전했다. 이 전 총장은 “국가에 헌신한 뒤 생계 곤란을 겪는 전직 의원들에겐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헌정회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거나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미국 연방의원은 5년 이상 재직하고 급여의 8%를 기여금으로 납부했을 때에만 연금이 지급된다. 영국은 의원연금기금이 설치돼 있지만 의원 기여율을 2002년부터 6%에서 9%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의원연금에 대한 국고 부담률이 70%로 일반국민연금 30%에 비해 높아 특혜 비판이 일자 2006년 의원연금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에 통합시켰다.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을 수행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재연·최지숙기자 oscal@seoul.co.kr
  • 몰락한 前국회의원, 컨테이너 박스 전전 충격

    몰락한 前국회의원, 컨테이너 박스 전전 충격

    ‘단 하루 재직한 국회의원이나 9선 의원이나 똑같이 한 달에 120만원씩 지급.’ 흔히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연로회원지원금은 ‘묻지 마 연금’이나 다름없다. 2007년 1월 헌정회가 의원 재직 기간 1년 이상으로 돼 있던 지급 조건을 없애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0년에 개정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65세 이상 전직 의원은 평생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물론 재원은 국고로 충당된다. 지난해에만 112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더 늘어나 12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행 의원연금의 문제점은 재직 기간은 물론 비리 전력이나 개인 재산에 관계없이 ‘평생 특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금고 이상 확정 판결을 받아도 형 집행이 종료, 면제되면 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다른 연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한 점도 국민연금 등과 비교하면 특권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모두 가입자가 내는 기여분이 있는 데 반해 의원연금은 100%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점도 모순이다. 한마디로 ‘특혜로 똘똘 뭉친’ 연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연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우선 검토 중인 대안은 원칙적으로 19대 의원부터 연금 지급을 폐지하되 이전 의원에 대해선 의원직 유지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지급하는 방안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은 모두 780명으로 이 가운데 의원직 1년 미만자는 40여명에 달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서 규정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헌정회 정관에서 규정한 생계 곤란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지원하거나 재임 기간,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생계가 어려운 일반 국민 입장에선 여전히 의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임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 역시 특혜가 여전히 존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연금제도 개선 TF팀장인 이철우 의원은 21일 “묻지 마 연금이라는 비판이 높은 현 제도를 갈아엎기 위해선 1~18대 수급 대상 의원들도 포기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정회 측에서도 현행 연로회원지원금 제도의 전면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헌정회 관계자는 “자산 50억원 이상 소유자나 타 직역 연금 수령자 등에 대해선 지원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생활이 지극히 어려운 고령의 전직 의원들에 대해선 국가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정회 이윤수 전 사무총장은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 중 70% 이상이 컨테이너 박스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면서 “90세 이상 37명, 80세 이상 201명 등 상당수가 고령층”이라고 생활고를 전했다. 이 전 총장은 “국가에 헌신한 뒤 생계 곤란을 겪는 전직 의원들에겐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헌정회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거나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미국 연방의원은 5년 이상 재직하고 급여의 8%를 기여금으로 납부했을 때에만 연금이 지급된다. 영국은 의원연금기금이 설치돼 있지만 의원 기여율을 2002년부터 6%에서 9%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의원연금에 대한 국고 부담률이 70%로 일반국민연금 30%에 비해 높아 특혜 비판이 일자 2006년 의원연금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에 통합시켰다.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을 수행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재연·최지숙기자 oscal@seoul.co.kr
  • 기여금 한푼 안내고 수십억 재산가도… ‘묻지마 연금’ 대수술

    기여금 한푼 안내고 수십억 재산가도… ‘묻지마 연금’ 대수술

    ‘단 하루 재직한 국회의원이나 9선 의원이나 똑같이 한 달에 120만원씩 지급.’ 흔히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연로회원지원금은 ‘묻지 마 연금’이나 다름없다. 2007년 1월 헌정회가 의원 재직 기간 1년 이상으로 돼 있던 지급 조건을 없애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0년에 개정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65세 이상 전직 의원은 평생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물론 재원은 국고로 충당된다. 지난해에만 112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더 늘어나 12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행 의원연금의 문제점은 재직 기간은 물론 비리 전력이나 개인 재산에 관계없이 ‘평생 특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금고 이상 확정 판결을 받아도 형 집행이 종료, 면제되면 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다른 연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한 점도 국민연금 등과 비교하면 특권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모두 가입자가 내는 기여분이 있는 데 반해 의원연금은 100%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점도 모순이다. 한마디로 ‘특혜로 똘똘 뭉친’ 연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연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우선 검토 중인 대안은 원칙적으로 19대 의원부터 연금 지급을 폐지하되 이전 의원에 대해선 의원직 유지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지급하는 방안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은 모두 780명으로 이 가운데 의원직 1년 미만자는 40여명에 달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서 규정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헌정회 정관에서 규정한 생계 곤란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지원하거나 재임 기간,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생계가 어려운 일반 국민 입장에선 여전히 의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임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 역시 특혜가 여전히 존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연금제도 개선 TF팀장인 이철우 의원은 21일 “묻지 마 연금이라는 비판이 높은 현 제도를 갈아엎기 위해선 1~18대 수급 대상 의원들도 포기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정회 측에서도 현행 연로회원지원금 제도의 전면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헌정회 관계자는 “자산 50억원 이상 소유자나 타 직역 연금 수령자 등에 대해선 지원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생활이 지극히 어려운 고령의 전직 의원들에 대해선 국가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정회 이윤수 전 사무총장은 “연금을 받는 전직 의원 중 70% 이상이 컨테이너 박스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면서 “90세 이상 37명, 80세 이상 201명 등 상당수가 고령층”이라고 생활고를 전했다. 이 전 총장은 “국가에 헌신한 뒤 생계 곤란을 겪는 전직 의원들에겐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헌정회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거나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미국 연방의원은 5년 이상 재직하고 급여의 8%를 기여금으로 납부했을 때에만 연금이 지급된다. 영국은 의원연금기금이 설치돼 있지만 의원 기여율을 2002년부터 6%에서 9%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의원연금에 대한 국고 부담률이 70%로 일반국민연금 30%에 비해 높아 특혜 비판이 일자 2006년 의원연금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에 통합시켰다.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을 수행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재연·최지숙기자 oscal@seoul.co.kr
  • “종교인도 소득세 내야” “비영리 법인은 비과세”

    “종교인도 소득세 내야” “비영리 법인은 비과세”

    ‘종교인 납세 더 이상 유보 안 된다.’ ‘종교인 자발적 납부 유도해야’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현실적 적응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NGO센터에서 마련한 워크숍. ‘종교인 과세와 사회적 공공성 실현’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선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대한 주장이 쏟아졌다. ●“사학·의료법인처럼 납세의무” 먼저 발제에 나선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사무처장은 “종교인 비과세는 헌법 제38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하에서도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징수는 정당하다.”며 종교인 비과세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주장했다. 김 처장은 “우리 법은 사립학교법, 의료법, 사회복지법 등을 통해 비영리법인에 각종 세제상 혜택과 함께 최소한의 의무사항도 규정하고 있지만 유독 종교관련 법인만 관련법이 없다.”고 지적한 뒤 그 이유로 미 군정 시절 종교단체법 폐지 후 대체입법이 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특히 “종교인이 소득신고를 할 경우 의료보험 수가 저하, 국민연금 이용, 실업급여 혜택 및 기초생활보장 자격 수여 등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유리해진다며 종교인 소득세 납부와 더불어 건강한 종교, 깨끗한 종교계 실현을 위한 종교법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호윤(회계사) 교회개혁실천 집행위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종교기관은 세법상 상속세 및 증여세 비과세 혜택과 기부금공제 혜택을 부여받은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분류되므로 종교기관이 수령하는 기부금은 모두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기부금엔 증여세 못 매겨” 최 위원은 따라서 “종교기관이 수령하는 기부금에 대해 과세하려면 현행 세법에서 종교기관을 비영리공익법인에서 제외하거나 공익법인 관리체계를 개정해야 하며 특히 실정법상 과세체계를 개정하기 이전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종교기관 기부금 수입에 대한 과세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종교법인법 제정에 대해서도 “종교법인 설립 근거법을 만들어 종교법인의 재정투명화와 소득세 납세를 관리하자는 취지는 현행법상 충분하다.”며 반대했다. ●“종교계 재정부터 파악해야” 한편 토론에 나선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은 “투명하고 물질에 자유로운 종교집단과 종교인이라면 사회의 법률적 강제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종교계 과세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확한 종교계 재정 규모 파악과 ▲종교계의 투명한 재정운용을 위한 자구책 ▲종교계 인사의 금융비리에 대한 가중처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재단 역할 대학육성에 국한…학사 의결은 대학서 맡아야”

    “재단 역할 대학육성에 국한…학사 의결은 대학서 맡아야”

    # 이모(48) 수원여대 총장과 대학 관계자 5명이 뇌물수수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9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 총장은 대학 기획조정실장 재직 당시인 2010년 6~11월 전산장비를 독점으로 납품하게 해주겠다며 업체 대표로부터 1억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대학 스쿨버스 용역회사를 운영하는 총장의 친동생은 버스 기름값 등 운영비를 부풀려 대학으로부터 지급받은 뒤 허위로 등재한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꾸며 6억 2850만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학 설립자의 장남인 총장과 차남이 연루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수원여대는 현재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노조에 맞서 재단 측이 직장폐쇄로 맞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대학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私學)의 비리는 더 이상 생소한 뉴스가 아니다. 불법찬조금, 인건비 횡령, 입시부정 및 인사 비리 등 연이은 사학재단의 부정부패는 교육기관의 본질 위에 ‘비리 백화점’이라는 불명예를 덧씌웠다. 특히 지난 2009년 영남대의 정이사체제 전환 이후 각종 비리나 전횡을 저지르고 퇴출됐던 옛 재단 인사들이 속속 복귀하는 등 사학 비리와 관련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사학비리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학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한국사회 교육 현장 전반에 걸쳐 부패와 비리가 일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감사원 등 관련 당국은 해마다 비리 사학에 대한 감사를 벌이지만 파문이 가라앉으면 곧 이어 재단의 비리 주역들이 그대로 복귀하거나 같은 비리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사학문제의 현황과 원인을 밝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사해연)는 지난 8일 서울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사학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차기 정부 사학 개혁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윤지관 사해연 회장은 “현 정권 들어 비리나 전횡 등으로 퇴출된 구재단이 ‘대학 정상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복귀하는 등 문제 사학이 자본주의적 소유권 논리와 결합해 사학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사학 비리의 유형과 현황’에 대해 발표한 홍성학 주성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립대학의 부정·비리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해 제시했다. 2001~2004년 교과부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난 지적사항은 예산·회계 201건(25.8%), 법인 128건(16.4%), 인사 126건(16.2%), 시설 90건(11.6%) 등이었다. 또 2005~2009년 교과부 감사 결과 적발된 대학 손실금만 해도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을 합쳐 무려 2765억 3300만원이나 됐다. 대학당 평균 61억 45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홍 교수는 “상당수 사립대학 이사장들은 대학을 자신의 사유물로 여겨 사유화하고 있다.”면서 “학교법인이 갖춰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은 미비하고, 법인전입금은 거의 없으면서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립대학 운영과 관련된 인사권, 재정권, 규칙제정권 등의 권한이 모두 법인 이사회와 이사장이 독점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교원의 학문적 자유와 양심적, 비판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양심적인 교수들에 대한 부당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립대의 과도한 비중이 대학개혁의 걸림돌” ‘사학문제가 대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학의 지배구조가 고등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06년 기준 국내 사립대 학생 비중이 77.8%에 달하는 등 사학의 폭발적인 성장이 국가로 하여금 막대한 설립비용을 부담한 사립대학에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고등교육체제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과도한 비중이 대학 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기준 다른 나라의 사립대 학생 비중은 일본이 75.9%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반면, 미국은 71.9%가 국·공립대학생, 프랑스·스웨덴·독일·영국 등 유럽은 90% 이상, 호주는 98%가 국·공립대 학생이다. 조 교수는 또 “2003년 기준 재단전입금이 중등은 평균 2%, 대학은 5.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립학교가 처음부터 학교의 운영목적을 교육보다는 이윤 창출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대학의 퇴출기준에 법인전입금이나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비율 같은 교육투자 열의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립대 친인척 참여비율 5분의 1로 낮춰야” 사학의 공공성 확보와 사학 관련 법의 개정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사립대를 준(準)국·공립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방안으로, 사립대학의 국·공립화와 비슷하면서도 기존 학교법인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임 교수는 “사립대 구조조정은 대학의 재정능력을 기준으로 정부독립형과 정부책임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독립형 사립대에는 행정적 규제를 줄이고, 정부책임형에는 계약을 통해 지원 범위를 설정하되 계획에 따라 ‘반(半)공립 반사립’의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학 비리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해 홍성학 교수는 “법인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법인의 기능을 대학 지원 및 육성기능으로 국한시키고 학사와 관련한 심의·의결사항은 대학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현재 4분의1인 사립대의 친인척 참여비율을 공익법인과 같이 5분의1로 낮추는 방안과, 부정·비리를 방조한 임원들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 사학법에서 삭제된 ‘임원의 부당한 행위를 방조한 임원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조항을 환원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저축은행 퇴출 사태] 임석 솔로몬저축銀 회장 성공과 몰락

    [저축은행 퇴출 사태] 임석 솔로몬저축銀 회장 성공과 몰락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뉴스의 초점이 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전망해 왔다. 업계 1위에다 정관계에 퍼져 있는 마당발 인맥 때문에 큰 건이 나오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뉴스의 초점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고, 임석 회장의 비리와 불법행위는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1일 “솔로몬의 불법행위는 3건 정도로 파악됐고, 모두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의 불법 행위가 있더라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이 한국·미래·한주 등의 수사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솔로몬은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에 별도로 맡긴 것은 임 회장 수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검찰은 “저축은행 수사를 마무리할 때 임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직원들의 충성도 차이도 있다. 검찰이 저축은행 간부들을 불러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솔로몬 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미래 직원들은 잇단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회장은 37억원이 넘는 직원들의 우리사주 대출금을 예금자 돈으로 모두 갚아 줬지만 김 회장은 ‘200억원 밀항’으로 직원들에게 배신감을 심어 줬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이리공고 야간을 졸업했다. 그는 1988년 허위학력 논란이 일었던 퍼시픽 웨스턴대학을 졸업했다. 솔로몬 측은 미국 대학의 학사학위 취득에 대해 학비가 저렴하고 원격수업으로 학업이수가 가능해서 진학했다고 설명한다. 1987년 그는 평화민주당의 외곽조직인 연청의 기획국장을 맡기도 했다. 1988년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고 옥외광고 붐을 타면서 1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그는 금융업에 진출한다. 1999년 시중은행을 끌어들여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했고 2002년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나선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핵심 측근이었던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는 2003년에 솔로몬저축은행 총괄회장을 맡았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의 업무스타일은 한마디로 완벽주의자”라고 말했다. 경력직 한 사람을 뽑는데 1시간 30분 면접을 보고, 2시간 뒤에 따로 식당에서 만나 떠보는 식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로 알려진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가 된 지난 6일에도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살길을 찾아봐야 한다.”고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그는 11일 전화통화에서 “일일이 해명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솔로몬 신화’의 막은 이제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액 체납 상류층의 부도덕한 탈세행위 백태

    고액 체납 상류층의 부도덕한 탈세행위 백태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킨 전 대기업 사주와 사학재단 이사장 등 우리 사회 상류층들의 반사회적 행태가 8일 백일하에 드러났다. 변칙 증여 상속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고액 체납자들은 가족 명의의 고급 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법적·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국세청이 반사회적 고액 체납자들로부터 체납세금 3938억원을 징수한 것은 6개 지방청 17개 팀 192명으로 구성된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이 거둔 성과다. 김덕중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무한추적팀은 체납자의 호화로운 소비 행태 등의 생활실태를 현장에서 밀착해 파악해 숨긴 재산을 찾아냈다.”고 현장주의를 강조했다. H그룹 C 전 회장으로 알려진 A씨는 대표적인 고액 체납자다. 환매권(정부에 수용당한 재물에 대해 원래의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으로 발생한 수백억원의 시세차액을 빼돌리려다 국세청으로부터 해당 토지의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당했다. 30년간 등기되지 않은 180억원대의 토지도 찾아내 A씨의 수천억원 탈세액 가운데 조세채권 807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배우자 소유의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전 대기업 사주 B씨는 163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서도 외국을 자주 드나들어 국세청 정보망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관련 법인의 주주현황과 정보 수집을 통해 B씨가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한 유령회사 명의로 1000억원 상당의 내국법인 주식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내국 법인의 주식을 압류하고 공매절차를 밟고 있다. 공매가 끝나면 체납액 전액을 현금 징수할 방침이다. 사학재단 이사장으로 16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온 C씨는 자녀 이름으로 개설한 양도성 예금증서(CD)로 국세청 체납 추적을 피한 사례다. C씨는 재단 비리에 연루돼 사학재단 운영권을 넘긴 뒤 그 대가로 수십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후 CD를 이용해 70여 차례에 걸쳐 입출금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이 돈으로 자녀 명의의 고가 아파트를 사기도 했다. 국세청은 C씨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내 조세채권을 확보하고 C씨를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고발했다. 수십억원의 증여세도 부과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공직선거법·증권거래세법·북한인권법… 18대 폐기 법안 6300건

    공직선거법·증권거래세법·북한인권법… 18대 폐기 법안 6300건

    18대 국회가 2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법안 폐기율이 51.9%에 이르면서 사장된 민생법안들도 만만치 않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18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1만 3912건 중 미처리(계류) 법안은 6300건(45.3%)에 이른다. 이미 폐기된 법안 919건까지 합치면 18대 국회 법안 폐기율은 51.9%로 5대 국회(1960~1961년) 폐기율(72.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7대 국회 법안폐기율은 47.7%, 16대는 35.1%였다. 높은 폐기율은 여야 간 합의 실패에도 원인이 있지만, 의원들의 무분별한 법안 발의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해 97건으로 헌정 사상 최고라는 오명을 남겼다. 의장 직권상정은 17대 국회에선 29건, 16대 국회에선 5건에 불과했다. ●법안 폐기율 51.9%… 5대 이후 최고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민주통합당의 반대로 지난달 법안 발의만 해놓은 상태에서 사라지게 됐다. 선거 때마다 지역구 조정을 의원들 마음대로 하는 게리맨더링 관행 때문에 제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역시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 4·11 총선 때도 경남 남해·하동 지역구는 불과 한 달여 전에 사천과 합구가 결정되는 등 막판까지 혼란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개정안은 국회에 임시기구로 두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상시 설치하고 선거구획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그대로 부의, 처리하되 수정의결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해 놓고서도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번 총선에선 여야 모두 조세정의를 내세우며 파생상품 거래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부산 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 막판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거래세 여야합의하고도 좌절 친족관계의 성폭력을 가중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3월 발의된 이후 법사위에서 잠자다 결국 폐기처분됐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와 북한인권재단 설치가 목적인 북한인권법은 2005년 발의된 이후 8년째 입법화가 좌절됐다. 이 밖에 지방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활성화법’, 도심에 있는 군공항 이전을 위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사학비리 근절에 초점을 맞춘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도 폐기됐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김용 세계은행 총재 어머니의 가정교육

    [김병일 사람과 향기] 김용 세계은행 총재 어머니의 가정교육

    화제를 모았던 김용 전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의 세계은행 총재 선임이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지난주에 뉴스를 탔다. 세계은행의 대주주인 미국의 추천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언론들이 예상했지만 그래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은행은 유엔 및 국제통화기금과 함께 통상 3대 국제기구의 하나로 꼽힌다. 이런 중요한 기구의 수장 자리에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기는 하지만 이민 1.5세대인 한국인이 선임되었으니 기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방면의 선배 격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에 이은 또 한번의 경사이다. 김용 총재 선임과정에서 느끼는 ‘신선한 충격’은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식의 애국주의적 감성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김 총재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그가 세계은행 총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또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다. 김 총재는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모교에서 의대 교수로 봉직하면서 동료 교수와 비영리 의료봉사 기구를 조직해 활동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뒤에 세계보건기구와 공동으로 결핵과 에이즈 등 저개발국의 질병 퇴치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왔다. 이런 이력은 김용이라는 한 자연인의 삶이 그동안 어떤 가치를 지향해 왔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다트머스대가 2009년 그를 아시아계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으로 선임하면서 ‘봉사와 헌신’의 정신을 선임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든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저개발국의 질병 퇴치를 위해 펼쳐온 열정적인 봉사활동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김 총재가 세계은행 수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동안 보여준 이런 봉사와 헌신의 열정이 빈곤 퇴치를 통한 세계평화를 목표로 하는 세계은행의 설립 이념에 맞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봉사하는 삶에 대한 김 총재의 열정은 가정교육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늘의 자신을 만든 가치는 부친의 실용성과 모친의 헌신하는 삶에 대한 강조라고 말하였다. 이민 1세로서 치과의사였던 부친은 한국계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기술이 필요함을 조언하면서 의사자격 취득을 권했다. 이에 비하여 철학을 전공한 모친은 항상 자신은 누구이며,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위대한 것에 도전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 총재는 성인이 된 이후 모친이 강조한 삶의 가치를 부친이 권유한 기술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아온 셈이다. 김총재의 모친인 전옥숙 여사는 서울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퇴계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다. 이후 국제퇴계학회 활동을 통해 퇴계학의 가치를 조명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모국을 방문할 때면 틈나는 대로 도산서원과 퇴계종택을 들르곤 했다. 미국 남가주대(UCLA)의 한국학연구소장을 맡아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유교문화를 가르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이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그녀는 김 총재에게 늘 퇴계 선생과 같은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고 전한다.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에서 퇴계 선생의 성학십도를 강의하는 전헌 교수가 김 총재의 외삼촌이며 의지하는 멘토라는 사실도 성장기 김 총재의 가정교육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김 총재의 인격 형성 과정과 삶을 통해 자신을 낮추며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우선하는 우리 선현들의 삶의 자세가 21세기 오늘 세계인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봉사와 헌신의 정신과 다시 만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문제들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도 결국은 이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직한 삶에 대한 기준은 양의 동서와 때의 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 교과부, 안양대 회계·인사비리 의혹 감사 착수

    대학평의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수십억원의 빚을 내 땅을 사고, 교수 임용 때 내정된 후보자들을 특채하는 등의 인사 및 회계비리를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안양대학교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대대적인 감사에 나섰다. 교과부는 지난 2일 안양대와 김승태 총장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감사는 회계 부정, 인사·조직 비리 등 전반에 걸친 종합감사 수준이다. 교과부와 안양대 교수협의회 측에 따르면 안양대는 지난 2010년 10월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기금 회계를 이용, 강원 태백시의 폐광부지 2만 7400여㎡를 매입했다. 거래가격은 54억원으로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 6억 7000만원, 시세 16억 9200만원에 비해 비쌌다. 교수협 측은 “학교가 매입자금이 부족하자 학생회관 건물을 담보로 50억원을 빌려 공사비를 충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김 총장이 연수원을 짓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적법하게 사학진흥재단에서 융자를 받아 학생회관을 건립했고 연수원 부지는 기금회계에서 정상적으로 지급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수 채용과 관련된 비리 혐의도 받고 있다. 안양대는 지난 2월 2012학년도 상반기 교수임용 당시 음악학과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자를 탈락시키고 바이올린과 성악 전공자 2명을 전임교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인사위원회는 음악학과에 이들에 대한 서류심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뒤 별다른 추가 심사 없이 채용했다. 음악학과의 한 관계자는 “학교가 내정자를 정해 놓고 학과에 채용공고를 내라는 등 순서가 뒤바뀐 채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현행 사립학교법을 위반, 개인기업에 감사로 취임한 뒤 학교 홍보물 납품계약을 몰아주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의혹도 사고 있다. 2008~2010년 홍보회사 R사의 감사로 재직한 김 총장은 학교 달력 및 머그컵 등 홍보물 납품계약을 R사에 몰아줘 모두 8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은 사립대 총장의 영리업무 및 겸직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교수는 “총장 개인이 설립한 사단법인에 학교 사무실을 내주거나 총장에 대립하는 보직교수를 해임하는 등 독단적인 학교운영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교공사 몰아주고 3억챙긴 사학재단 ‘악취’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일 건축 공사를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돈을 받거나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3억 1000만원을 챙긴 뒤 잠적한 학교법인 인권학원 진모 전 이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수배했다. 또 진 전 이사장에게 금품을 건넨 건설업체 대표 A씨를 입건했다. 인권학원 소속 학교의 건축물 시공 예산을 시의회 승인 심사 때 통과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만~300만원을 받은 전 서울시의원 B씨 등 4명과 브로커 1명 등 5명도 뇌물수수·공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인권학원과는 별도로 인사청탁을 대가로 유명화가 그림 등 500만~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서울에 있는 C사립대 J 총장을 비롯, 재단 이사장 등 3명을 입건했다. 진 전 이사장은 2007년 이사장 재직 때 법인 자금으로 건축한 뒤 일반 분양해 법인 수익금으로 활용하는 ‘법인 수익용 아파트’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건설업자 A씨에게 1억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12월 24억원이 소요되는 이 아파트의 공사비를 7억원으로 올려주며 A씨로부터 1억 8000만원을 추가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974년 설립된 인권학원은 서울에 5개의 중·고교를 갖고 있다. 진 전 이사장은 올해 초 실시된 압수수색 직후 출국, 미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B씨 등 전 시의원 4명은 2009년 3~7월 인권학원 소속 건축물 예산 심의 때 7억원의 서울시 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200만~300만원씩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교육기관이 건물을 신축할 경우,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데다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노려 시의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J총장은 2010년 12월 직원에게 특정부서로의 인사발령을 부탁받고 유명 동양화가 그림(100만원)1점을, 지난 2월 승진 발령을 위한 인사위원회 심의 통과를 이유로 같은 직원에게 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학 이사장도 그림과 현금 등 500만원어치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교수 채용 비위나 법인자금 유용 등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계파안배 배제”… 한명숙 11→15번 막판 변경

    “계파안배 배제”… 한명숙 11→15번 막판 변경

    민주통합당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이 20일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의 갈등 끝에 극적으로 발표됐다. 한명숙 대표는 당초 11번으로 배치됐었다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전 비례대표 후보 11번으로 발표되자 15번으로 급히 변경했다. 사법개혁 일환으로 영입했던 유재만 변호사는 명단에 제외됐다. 안병욱 비례대표 공심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표의 순번 배정과 관련, “마지노선이자 가장 무난한 번호가 11번이라고 (당 지도부와) 합의를 봤지만 양당 대표가 똑같이 11번을 받으면 비본질적인 사안이 화제가 될 것 같아 피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의 탈락에 대해서는 “과연 검찰 개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주변 지지를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이 실패로 끝난 건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론과 시민사회, 법조계 등의 각계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비례대표안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대표 등 노동계 인사들이 대폭 포함됐지만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빠졌다.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용득 최고위원이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 불출마를 선언한 데 따라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핵심 총선공약인 재벌개혁안을 설계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 교수는 “내게 약속하고 기다리라 하더니 당이 사기를 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방송인 김미화씨와 ‘88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현정화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당에서 공을 들였지만 모두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심위는 국내 사학비리 문제로 오래 투쟁해왔던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 앞 번호로 배치했지만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들은 전체 비례대표 30% 이내에서 계파별로 추천한 후보들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안 공심위원장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전에도 긴급 회의를 열어 명단에 대한 재조정을 거듭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당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압박감이 있었다. 계파 안배를 철저히 배제했다.”며 비례대표 안에 대해 “대학 채점 때 과락과 합격의 기준점인 60점 정도로 본다. 스스로는 합격점”이라고 자평했다. 이현정·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4)이승휴와 이제현

    [선택! 역사를 갈랐다] (4)이승휴와 이제현

    13세기에 고려는 몽골의 침략을 받아 오랜 항전을 벌였다. 세계 최강의 몽골 기마군단을 상대로 한 치열한 싸움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원 세조 쿠빌라이가 고려 태자를 만난 자리에서 “고려는 만 리나 되는 큰 나라이다. 옛날 당 태종이 친정했어도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 그 태자가 내게 왔으니 이는 하늘의 뜻이다.”라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고려의 항전은 고대 동북아의 패자였던 고구려의 기억을 되살릴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역사상 최대의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과의 싸움은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왕과 조정이 강화도로 옮긴 상태에서 육지의 항전을 지휘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 갔고, 국토는 잿더미가 되었다. “강화도 하나를 지킨다 한들 어떻게 나라 구실을 하겠습니까?” 항전을 멈추고 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최씨 정권이었다. 최씨 정권은 몽골과의 강화가 곧 정권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항전을 고집했다. 항전론과 강화론이 대립한 끝에 결국 최씨 정권이 무너졌고, 강화의 조건으로 태자가 몽골에 파견되어 쿠빌라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태자는 쿠빌라이의 기쁨 대가로 앞으로 고려가 몽골 영토에 편입되지 않고 국가로서 유지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 냈다. 1231년부터 1259년까지 계속된 28년 항전의 결말은 이렇게 맺어졌고, 쿠빌라이의 이 약속은 뒷날 ‘세조구제’라고 불리었다. 이승휴(1224~1300)는 이처럼 긴박한 시대에 살았다. 전쟁의 피해를 누군들 피할 수 있었을까마는 이승휴의 경우는 좀 유별난 데가 있었다. 전쟁 중에 29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했으나 그 기쁨도 잠시, 고향인 삼척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몽골군 때문에 길이 막혀 서울로 돌아오지 못하고 10년 동안 발이 묶였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30대를 삼척에서 허송한 뒤 몽골과 강화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겨우 미관말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몇 해 뒤에 강화도에서 삼별초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는 반란군에 사로잡혔다가 탈출하는 극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몽골간섭기 이승휴 ‘제왕운기’ 단군신화 통해 역사의식 고취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관직이었음에도 이승휴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불의에 맞서 싸웠고,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강화 이후 고려에는 몽골의 간섭이 미쳐 오는 가운데 외세와 결탁한 새로운 권력층이 형성되고, 이들에 의해 불법과 비리가 자행되었다. 관리 인사는 청탁으로 얼룩지고, 권세가들이 백성들의 땅을 빼앗아 거대한 농장을 만드는 일이 성행했다. 이승휴는 수차례 간쟁하여 비리를 고발했으나 결국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관직에서 쫓겨났다. 그 뒤 삼척에 은거하면서 국왕에 대한 충정을 담아 ‘제왕운기’를 지었다. 제왕운기에서 이승휴는 고금의 사례를 들어가며 국왕이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와 더불어 이 책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이 실렸는데, 바로 단군신화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우리 역사가 중국의 역사와 시작부터 다르며 따라서 당시 고려가 몽골 영토에 포함되지 않고 국가로서 유지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제왕운기보다 5년 정도 앞선 일연의 삼국유사에도 단군신화가 수록되었으니, 대제국 몽골과 맞서 국가를 보존하고자 했던 당시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국가의 유지와 바른 정치, 이 두 가지가 이승휴의 염원이었고, 이는 곧 당시의 시대적 과제였다. 정치 개혁의 염원은 연소기예한 충선왕의 즉위와 함께 이루어지는 듯했다. 충선왕은 부패한 권력층을 제거하고 정치를 일신하고자 했고, 삼척에 있던 이승휴도 부름을 받고 달려가 동참했다. 그때 그의 나이 75세였다. 그러나 곧 충선왕이 몽골에 의해 퇴위하면서 개혁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승휴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삼척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승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은 그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과제로 남게 되었다. ●문생 이색 “이제현 선생은 법 고치는 것을 싫어하는 성품” “짐이 보건대 지금 천하에 백성과 사직이 있고, 왕위를 누리는 나라는 오직 삼한(고려)뿐이다.” 1310년 몽골 황제 카이샨 카안이 보내온 국서에 나오는 말이다. 몽골제국 중심의 천하에서 유일하게 왕국으로 존재한 나라. 이것이 당시 고려의 국제적 지위였고, 전쟁과 강화를 거치며 고려 사람들이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 지위가 저절로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졌고, 몽골의 위세는 더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고려를 없애고 몽골 영토로 편입해 들어가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를 몽골의 지방기구인 행성으로 만들자는 입성론이었다. 그것은 태조 이래 400년 넘게 이어져온 고려의 왕업을 단절하는 일이었으므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제현(1287~1367)은 당대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입성 반대의 선두에 서 있었다. 이제현은 15세에 과거에 급제한 영재였다. 전도유망했던 이제현의 일생은 충선왕과의 만남을 통해 커다란 전환을 맞게 되었다. 쿠빌라이 카안의 외손자로서 몽골 정치에도 참여한 충선왕은 카이샨 카안을 옹립하는 데 공을 세우고 몽골의 실력자가 되었다. 고려 왕위에 복위했지만 곧 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몽골의 수도인 대도에 머물면서 그곳에 만권당이라는 서재를 짓고 중국의 유명한 성리학자들을 초빙했다. 이제현은 28세 때 충선왕의 부름을 받아 만권당에 가서 공부했는데, 그 때문에 고려후기 성리학 수용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현이 몽골에 있을 때 마침 입성론이 제기되었다. 그는 고려 국가의 유지가 일찍이 쿠빌라이 카안이 약속한 ‘세조구제’에 따른 것이란 점을 역설하여 입성을 막는 데 성공했다. 쿠빌라이의 유훈이 존숭되는 몽골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였다. 이제현은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여 성리학 이념에 충실한 정치 개혁을 주도하였다. 권세가들의 횡포를 막고 민생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제현의 대내외적 지향은 이승휴의 그것을 계승하고 있었으며, 시대의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개혁군주 공민왕의 등장으로 이제현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공민왕은 몽골제국의 멸망을 예견했다. 그의 정책은 ‘세조구제’에 의지하여 국가를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몽골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356년에 공민왕은 기황후의 일족 등 친몽골 세력을 제거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쌍성총관부를 되찾았다. 몽골의 간섭을 받은 지 거의 100년 만에 자주성을 회복한 쾌거였다. 그런데 이제현은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다. 오랜 몽골 생활의 경험과 성리학자로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몽골에 대한 사대를 당연시했던 이제현으로서는 젊은 국왕의 정치적 모험에 동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이제현의 나이 70세였다. 하지만 몽골제국은 생각보다 더 쇠약해 있었고, 공민왕의 모험은 성공으로 끝나고 고려의 새 시대가 열렸다. 국내 정치에서도 공민왕은 급격한 개혁을 추진했다. 몽골 간섭 아래서 왜곡된 사회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공민왕은 이 존경받는 원로대신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이제현은 여기에도 역시 소극적이었다. 몽골 간섭 시기의 오랜 관직생활을 통해 그 자신이 이미 보수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현의 문생인 이색은 이제현에 대해서 “옛 법을 지키는 데 힘썼고, 법을 고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권세가들이 법을 어기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지만,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 이제현의 성품을 잘 표현한 말이었다. 공민왕의 개혁을 위한 선택은 세속적인 연고가 없는 승려 신돈이었다. “유생들은 좌주니 문생이니 하면서 안팎으로 줄지어 서로 청탁하고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하는데, 이제현 같은 사람은 문생들이 문하에서 또 문생을 봄으로써 마침내 나라를 메운 도적이 되었습니다. 유생들의 폐해가 이와 같습니다.” 신돈은 이렇게 이제현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좌주와 문생은 과거에서 시험관과 합격자를 가리키는 말로, 이제현과 그의 문생들이 학연을 매개로 사사로이 당파를 만들고 서로 청탁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보수파 이제현, 공민왕 도움 요청에 소극적 신돈의 개혁은 권세가들이 백성들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억지로 노비가 된 사람을 양인으로 되돌리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돈을 성인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신돈의 개혁이 한창일 때 이제현은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세조구제’의 유지는 이미 낡은 구호가 돼 버렸고, 자신이 오히려 구시대의 인물로서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 기막힌 역전을 이제현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시대의 과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승휴와 이제현은 모두 이 점에 충실했고,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더욱더 중요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시대의 과제 또한 변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 속에서 옳은 방향을 선택하고 역사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현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고, 변화를 모르는 사람을 역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옛날에도 그랬다. 이익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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