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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책을 말한다] 절대군주 이미지 속 숨은 전략

    프랑스의 루이 14세(1638~1715)는 흔히 절대군주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5세에 즉위한 그는 72년이라는 유례없이 긴 기간 동안 왕위를 지켰다. 조선 왕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긴 영조보다 20년이나 더 정치적 지속성을 유지한 셈이다. 이 기나긴 치세에 그는 봉건귀족 세력을 제압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고 65만명의 상비군을 갖춘 거대한 중앙집권 체제를 기반으로 유럽의 패권 장악에 성공했다. 살아 생전에 그는 ‘대왕’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우리에게 알려진 루이 14세는 오만한 독재자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신념과 탁월한 통치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그와 측근이 남긴 수많은 회고록과 공문서, 법령집은 오랫동안 그 증거 역할을 했다. 전 세계에서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베르사유는 지금도 절대군주 루이 14세의 존재를 웅변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되는 증거도 많다. 베르사유에 거주하며 루이 14세와 그의 치세를 목격하고 경험한 궁정귀족, 외교사절의 회고록과 편지는 그가 보여주고 남기고 싶어 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의 기록에 의하면 루이 14세는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이상에 불타오른 인물이 아니었다. 백성의 고통을 배려하는 자상한 군주도 아니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절대군주로서의 영광을 과시하는 데 있었다. 치세 내내 전쟁을 계속한 것도, 궁전 건축에 집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백성의 대다수인 농민들은 잔혹한 전쟁과 무거운 세금에 짓눌린 희생양이었을 뿐이다. 수취 구조와 재정 제도의 모순은 여전하고, 귀족의 횡포와 비리도 근절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루이 14세의 치적으로 일컬어지는 중앙집권화는 불완전한 것이었으며,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절대군주의 모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루이 14세는 중앙집권화의 한계와 귀족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전력을 기울인 것은 정치선전 문화이다. 파리의 광장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베르사유를 건설하고 엄격한 궁정예절을 체계화한 것은 군주권을 강변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서였다. 왕과 궁정을 사회 지배의 모델로 선전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동원되고 귀족들도 적극 동참했다. 대신 그들에게는 사회적 지위와 특권, 막대한 부가 보장되었다. 루이 14세의 신화는 거대한 사회적 타협과 치밀한 정치선전 문화의 결과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굳어져온 절대군주 ‘루이 14세는 없다’(푸른 역사 펴냄). 루이 14세의 신화를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은 다양하고 상반된 증언과 증거를 길잡이 삼아 베르사유 깊숙이 들어간다. 그곳에서 벌어진 왕과 주변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엿보고, 궁전의 공간 배치와 실내장식 뒤에 숨은 의도를 분석한다. 루이 14세 시대의 관료제와 상비군 조직, 수치보다는 그 제도를 만들어내고 운영한 인간의 권력 다툼에, 화려한 궁전의 겉모습과 근엄한 군주의 이미지 자체보다 그 이미지를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전략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책을 썼다. 이영림 수원대 사학과 교수
  • [문화마당]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우리사회 화두가 ‘소통’이라는 것은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일치된 견해다. 미국산 쇠고기수입 전면개방부터 시작해서 한반도 대운하건설, 비정규직법 개정안, 미디어법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가 추진한 주요정책 중 어느 하나 소통장애를 일으키지 않은 것이 없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청와대에 국민소통비서관을 두고 당내에는 국민소통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불통정부’라고 비난한다. 이렇게 우리사회 소통부재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정파와 이념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소통불능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소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만 만들어 줬다. 왜 그랬을까? 양쪽 말을 들으라고 두 귀를 주고, 두 말을 하지 말라고 하나의 입을 열어준 것은 아닐까. 서로가 말하고 있으면 들을 수 없고, 듣지 못하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우리사회에 말 잘하는 정치가는 많지만 잘 듣는 정치가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소통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정치가가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19세기 후반 영국을 이끈 위대한 두 정치가가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이다. 디즈레일리는 33세에 의회 의원이 되어 64세에 총리가 됐다. 유명한 연설가인 그의 라이벌 글래드스턴은 자유당 총재를 네 번이나 역임했다. 이 두 사람은 여러모로 대조가 된다. 한 젊은 여인이 어느 날 저녁 글래드스턴과 함께 식사를 했고, 그 다음날 저녁에는 디즈레일리와 식사를 했다. 나중에 누가 이 두 사람에게 받은 인상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래드스턴과 식사를 나눈 후에 나는 그분이 영국에서 제일 총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디즈레일리와 식사한 후에는 영국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글래드스턴은 자기 말을 많이 했다면, 디즈레일리는 주로 그녀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적어도 소통의 측면에서는 디즈레일리가 글래드스턴보다 한 수 위다. 나중에 그 여인이 누구의 정당에 투표했을까는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다. 민주사회에서 의사결정은 여론의 시장인 공론의 장(public sphere)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론의 장이란 나의 진리를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진리를 합의해 나가는 장소다. 정부와 여당이 우리는 진리를 아는데 국민들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소통은 절대로 안 된다. 반대로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가 아직도 좌파적 거대담론에 빠져서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것 또한 소통의 장애요인이다. 홍보란 원래 ‘public relation’의 번역어다. 이 번역어는 정보 송신자의 의지만이 반영되어 있을 뿐 수신자의 역할이 누락돼 있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이 같은 일방적인 홍보는 정부와 국민이 쌍방향적인 공적 관계(public relation)를 맺는 것을 지향하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왜곡해서 내려보내는 선전(advertising)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 대통령이든 정당의 지도자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바탕으로 ‘이성의 사적인 사용’을 하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소통은 개인이 이성의 ‘사적인 사용’이 아닌 ‘공적인 사용’을 하기 위해 공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이뤄진다. 다른 의견을 가진 타자는 나의 적이 아니라 나를 공적인 존재로 만드는 내가 모르는 나이기에, 이런 테제가 성립한다.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 모차르트 미공개 작품 2곡 공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작곡한 피아노곡 2개가 2일(현지시간) 처음 공개됐다. 이번 곡은 모차르트가 7~8살이던 1763~1764년 쓴 것으로 추정된다.새로 발굴된 곡은 이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에서 초연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곡은 각각 4분짜리 협주곡과 1분짜리 전주곡이다.국제모차르트재단의 율리히 라이징거 회장은 이날 연주회 직후 "이번 발견은 젊은 작곡가로서 모차르트의 발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의의를 밝혔다. 또 “아들 모차르트가 건반으로 연주한 곡을 아버지 레오폴드가 악보에 받아쓰고 나중에 수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필체가 아버지의 것이다. 당시 모차르트는 악보 표기가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곡은 재단이 100년 넘게 소장해온 누나 난레를의 음악노트에 포함돼 있었다.크리스토프 울프 하버드대 음악사학과 교수는 “이번 발굴은 모차르트의 초기 업적에 의미심장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재단 측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작곡 경험이 부족한 것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1756년 태어나 1791년 35살로 요절한 모차르트는 5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해 600개가 넘는 명작을 발표했다. 이 곡을 감상하려면 내년 1월22~31일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모차르트 탄생 주간 축제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날 녹음된 곡은 모차르트재단 홈페이지(www.mozarteum.at)에서 들을 수 있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혁명과 우상(김경재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박사월이란 가명으로 김경재 전 국회의원이 썼던 김형욱 회고록을 재간행했다. 원래 4권이던 것을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을 추가해 5권으로 늘렸다. 각권 1만 2000원. ●미술의 불복종(김정락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양의 명화들이 아름다운 자연이나 풍광, 인간들을 그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림 이면에는 권력에 대한 저항, 주류 철학에 대한 반항, 통속에 대한 거부 등이 코드로 숨어 있다. 철학박사가 된 미술학도가 예술로 표현된 세상의 갈등을 보여준다. 1만 2900원. ●너는 꽃이 되어라 나는 흙이 되리라(박종록 지음, 굿북 펴냄) 신정아 · 황우석씨의 변호를 맡았던 저자의 자서전. 신정아씨나 황우석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의뢰인’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언론이 선정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만 2000원.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차유진 지음, 모요사 펴냄) 전문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동서양 고전은 물론 다양한 현대 작품 속에서 사건 전개나 주인공의 삶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 갖가지 음식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와 함께 버무려 맛있게 이야기한다. 1만 4500원.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100(이무열 지음, 가람기획 펴냄) 20세기 초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상을 나눴고, 혁명으로 이룬 장벽을 무너뜨리며 세상을 다시 봉합한 러시아 격변의 역사 가운데 핵심적인 사건 100가지를 골라 알기 쉽게 간추렸다. 1만 5000원. ●중국을 낳은 뽕나무(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펴냄) ‘차이나’의 유래를 뽕나무에서 찾는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 문명을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비단’에 집중한다. 비단은 단순히 의복 소재가 아니라 중국의 이미지이자 동서무역의 기폭제, 문화의 중심이었다. 1만 9800원. ●지방의 역습(이케다 히로무 지음, 반광식 옮김, 강형기 감수, 한국행정DB센타 펴냄) 일본이 작은 도시 니가타가 경제 효과 1억엔을 일궈낸 기적의 원동력은? 니가타를 통해 도시와 지방간 지역격차를 없애는 방법과 사회와 정부, 개인과 사업가 등의 태도를 폭넓게 짚으며 한국 사회에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9800원. ●마지막 일기(헨리 나웬 지음, 성찬성 옮김, 바오로딸 펴냄) 심리학자이자 대표적 영성가인 헨리 나웬 신부가 선종 전 1년간 가족과 친구들을 방문하며 쓴 일기. 나웬 신부는 자기 성찰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 있는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친밀함과 애정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1만 2000원.
  • 서울대 명교수가 주민의 과외교사로

    서울대 명교수가 주민의 과외교사로

    폭우가 다시 몰아친 17일 저녁 7시쯤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305호실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저마다 서울대 교표가 찍힌 이수증을 손에 든 채 환담에 여념이 없었다. 이 자리는 ‘제1회 시민교양강좌’의 이수식. 서울대가 지난달 22일부터 지역주민과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교양강좌가 막을 내리는 날이다. 수강생들은 ‘생명체와 생명공학’을 강의한 우희종(수의학과) 교수를 최고 명강사로 선정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내로라하는 교수진 총출동 ‘아름다운 공동체건설을 위한 기본교양과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에는 임현진(사회학과), 최갑수(서양사학과), 장달중(정치학과) 등 문·사·철 분야의 내로라하는 교수진이 총출동해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 측은 “이번 강좌는 서울대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공헌책 중 하나”라며 엘리트 의식을 벗고 시민들 품으로 파고들어간 최초의 강좌라고 소개했다. 수강료는 교재 포함해 11만원. 대학들의 사회교육 강좌가 대개 비싼 수강료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문턱도 낮췄다. 강좌를 주관한 사회과학원 김세균 원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시간씩 4주간 열린 강행군이지만 수강생 232명 중 79%인 184명이 개근해 성황을 이뤘다.”고 자랑했다. 수강생은 주부, 50대 직장인,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맛보기 수준인 여타 사회교육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명교수진의 명강연이었다고 수강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수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주부 정선진(53)씨는 “현대정치, 외교관계 등 평소에 관심 있었던 시사 이슈에 대해 밀도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신림9동에 사는 정씨는 지척에 서울대가 있지만 늘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로 서울대가 이웃처럼 느껴졌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수업 형태도 교수들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수와 시민들이 ‘교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최고령자인 권경행(73·여)씨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며 좋아했다. ●교수·시민 교감… 2기 강좌 10월에 ‘자연생태환경보호와 경제활동’ 강의에 나선 이지순(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 규모가 500달러에서 200만달러로 도약했다.”는 강의가 식상하다는 수강생들의 제안에 즉석에서 강의 주제를 바꾸기도 했다. 시민들의 난상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진 적도 많았다. 수강생들은 “40, 50대가 재교육을 제대로 받을 만한 프로그램이 전무한 데다 먹고살기 바빠 그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것조차 사치였다.”면서 “강좌가 끝나도 심화학습반을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대 측은 수강생들의 호응이 높아 오는 10월 제2기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자식·고부 갈등 老끼리는 다 통해 뭐든 들어드려요”☞거짓없고 솔깃한 공약… 금배지들 ‘空約’ 꼬집다☞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스타벅스의 변신 “와인도 맥주도 팔아요” ☞“커피는 진하게” “주스는 연하게” ☞임금님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던 맛 ‘신안 민어회’
  • ‘세계문화유산’ 화성 융·건릉 택지개발 논란 재점화

    ‘세계문화유산’ 화성 융·건릉 택지개발 논란 재점화

    경기 화성시 융·건릉 옆에 8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태안 3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조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화·시민단체 등은 사업지구에서 발견된 재실터(정조의 제사를 위한 건물)와 정자각 등 왕릉 일원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 주최측인 대한주택공사는 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택지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16일 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화성 태안 3지구 택지개발사업은 화성시 태안읍 송산·안녕리 일원 118만 8000㎡를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2003년 개발계획 승인이 났다. 이후 왕릉터 등 문화재 보호를 요구하는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택지개발 북쪽에 ‘효테마공원’을 건설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공사 재개 분위기가 조성됐다. ●“초장지 등 유적 파괴·주변 경관 훼손될 것” 그러나 지난달 말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조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정조대왕 왕릉터 유적을 파괴하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문화·시민단체들이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정조의 초장지(정조가 처음 묻힌 곳)와 재실터, 정자각 터가 발견되면서 왕릉터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해 택지개발 대상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효운동총연합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경기지역 사학과 교수연합회 등 46개 시민·종교·학술단체를 구성된 ‘정조대왕 효행유적지보존 범국민연합’은 “정조의 효행 유적들이 아파트 건설이라는 정책으로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학술단체도 “택지개발 사업으로 왕릉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업 예정지에서 발굴된 정조 대왕의 초장지 관련 유적까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8일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재실터와 정자각 등을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았다. 대신 융·건릉에서 재실터까지 연결녹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용지→공원녹지로 변경… 더는 안돼” 이와 관련, 대한주택공사측은 “재실터 등을 사적지로 지정할 경우 택지개발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효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단독주택 용지를 공원녹지로 변경하는 등 그동안 종교계와 문화단체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며 더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공 택지개발팀 유창호 차장은 “유네스코 실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양해가 이뤄져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문화연대 진선관 사무국장은 “재실터가 사적지로 지정되지 않는 바람에 왕릉 터 바로 앞에 1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세계가 조선왕조 왕릉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문화연대측은 재실터가 사적지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 문화재청을 상대로 당시 회의 자료와 문서, 녹취록 등을 정보공개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화성 융·건릉 택지개발 논란 재점화

    ‘세계문화유산’ 화성 융·건릉 택지개발 논란 재점화

    경기 화성시 융·건릉 옆에 8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태안 3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조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화·시민단체 등은 사업지구에서 발견된 재실터(정조의 제사를 위한 건물)와 정자각 등 왕릉 일원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 주최측인 대한주택공사는 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택지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16일 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화성 태안 3지구 택지개발사업은 화성시 태안읍 송산·안녕리 일원 118만 8000㎡를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2003년 개발계획 승인이 났다. 이후 왕릉터 등 문화재 보호를 요구하는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택지개발지 북쪽에 ‘효테마공원’을 건설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공사 재개 분위기가 조성됐다. ●“초장지 등 유적 파괴·주변 경관 훼손될 것” 그러나 지난달 말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조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정조대왕 왕릉터 유적을 파괴하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문화·시민단체들이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정조의 초장지(정조가 처음 묻힌 곳)와 재실터, 정자각 터가 발견되면서 왕릉터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해 택지개발 대상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효운동총연합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경기지역 사학과 교수연합회 등 46개 시민·종교·학술단체를 구성된 ‘정조대왕 효행유적지보존 범국민연합’은 “정조의 효행 유적들이 아파트 건설이라는 정책으로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학술단체도 “택지개발 사업으로 왕릉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업 예정지에서 발굴된 정조 대왕의 초장지 관련 유적까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8일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재실터와 정자각 등을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았다. 대신 융·건릉에서 재실터까지 연결녹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용지→공원녹지로 변경… 더는 안돼” 이와 관련, 대한주택공사측은 “재실터 등을 사적지로 지정할 경우 택지개발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효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단독주택 용지를 공원녹지로 변경하는 등 그동안 종교계와 문화단체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며 더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공 택지개발팀 유창호 차장은 “유네스코 실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양해가 이뤄져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문화연대 진선관 사무국장은 “재실터가 사적지로 지정되지 않는 바람에 왕릉 터 바로 앞에 1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세계가 조선왕조 왕릉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문화연대측은 재실터가 사적지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 문화재청을 상대로 당시 회의 자료와 문서, 녹취록 등을 정보공개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대 멘토 덕에 과외비 걱정 끝

    서울대 멘토 덕에 과외비 걱정 끝

    2013년 관악구에 사는 고3 수험생 김서울(가명)군은 서울대생 형, 누나들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시로 만나 학습도움을 받고 있다. 고가의 사설학원이나 ‘족집게 과외’가 따로 필요없다. 또 지난해 퇴직한 아버지도 요즘 관악구에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유럽의 역사를 심도 있게 연구해 책을 내겠다며 서울대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서양사 강좌에 빠지지 않고 참석, 사학과 교수들과 논쟁을 벌이다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오곤 한다. 관악구와 서울대가 협력해 새로운 교육혁신 모델을 만들어 낸 덕분이다. ●영어마을·국제고 신설 동시 추진 관악구가 2006년부터 서울대와 함께 ‘에듀밸리 2020’ 사업을 계기로 교육특구 지정에 발벗고 나섰다. 이를 위해 영어마을 관악캠프, 제2서울사대부고 및 국제고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교육특구로 지정되면 자치단체의 특화 발전 사업을 지원받기 위해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출입국관리법에 관한 특례를 적용받아 정식 원어민 영어교사를 채용할 수 있으며, 학교설립에 관한 특례, 초·중등교육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특례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관악구는 민간 투자를 유치해 질 높은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교육특구 지정이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판단,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9일 교육특구 지정을 위한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악구는 지역 실정에 적합한 전략적 교육모델을 개발, 2013년까지는 교육특구 지정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서울대와의 연계가 가장 큰 힘 관악구의 교육특구 지정 노력에는 2006년부터 서울대와 함께해 온 ‘에듀밸리 2020’ 사업의 성공적 추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사교육 없이도 대학진학률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역 주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민대학, 대학생 멘토링 사업, 영재교육원 등 14개의 중·장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구는 서울대와의 연계가 구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의 지역발전 아이디어를 구정에 반영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실제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생이 서울대 안팎에 친환경 모노레일을 설치해 서울대생들의 자가용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자는 제안은 구의 장기발전 계획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교육특구가 서울대와의 학·관 연계로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구는 내다본다. 박용래 구청장 권한대행은 “오는 10월 지식경제부에 교육특구 지정을 신청해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제주발전硏 원장 후보에 유덕상씨

    제주발전연구원은 14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유덕상(59) 전 제주도 환경부지사를 신임 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유 전 부지사는 전주고와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했다. 제18회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 예산기준과장,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 건교부 국토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 [문화마당] 부엉이바위에 누정을 세우자/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부엉이바위에 누정을 세우자/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전라도 담양의 소쇄원(蕭灑園) 답사를 다녀 왔다. 소쇄원은 서울의 비원과 남원의 광한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 대 정원으로 불린다. 경상도가 서원의 중심지라면, 전라도는 누정의 고장이다. 누정(亭)이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일컫는 명칭이다. 담양 일대에는 식영정, 송강정, 환벽당, 독수당 등의 누정이 있는데 그 정점에 소쇄원이 있다. 소쇄원을 조영한 사람은 조선 중기 양산보(1503~1557년)다. 양산보는 개혁정치를 펼치던 조광조 문하에서 공부하다가 스승이 기묘사화 때 화순 능주로 귀양가자 따라갔다. 스승이 사약을 받고 죽자 정치의 무상함을 깨닫고 낙향하여 소쇄원을 짓고 은둔생활을 했다. 누정의 기능은 조성 목적에 따라 다양하다. 궁성·도성·산성의 문루나 다락집은 내외 동정을 살필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에 비해 문인이 조영한 누정은 뛰어난 경치를 완상하기 위한 전망대다. 하지만 누정은 보는 자와 보이는 경치의 분리가 아니라 누정 자체를 경치의 일부로 집어 넣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이 같은 미학의 문학적 표현이 우리 고전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한시와 가사다. 전남대 건축과의 천득염 교수는 누정의 미학적 특징을 “사회적 성향이 강하고 건축적 정서를 간결하게 축약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누정 자체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지만 거기서 품은 뜻은 장대하고 고귀했다. 누정에서 지은 시와 가사는 안빈낙도와 속세를 벗어난 은둔을 노래했다. 하지만 누정에서 그런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저자의 마음 속이 과연 그러했을까? 정철은 한국 고전문학사에서 미학적으로 가장 탁월한 가사를 남긴 문인인 동시에 피비린내 나는 당파싸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누정이란 현실정치의 잔혹함과 비정함을 미학적으로 보상하는 장소이고 거기서 지어진 문학작품은 현실적 삶에서 상처 받은 영혼을 관념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매체였을 것이다. 자연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조영된 누정은 정원이 아니라 원림(園林)이라 불린다. 정원이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곳이라면, 원림이란 무한대 우주자연을 미시 세계로 축소한 것이다. 원림은 성리학 우주론의 핵심인 아주 작은 것도 우주의 본체를 함유하고 있다는 이일분수(理一分殊)의 원리를 담고 있다. 소쇄원의 원림미학은 호중천지(壺中天地)라는 고사성어로 요약된다. 이 말은 입구가 작은 항아리 안에 들어가니 별천지가 열려서 온갖 산해진미와 진기한 것들이 있다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소쇄원이 이 같은 항아리에 해당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항아리에 들어가서 우주만물을 보는 것은 육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같은 심안(心眼)을 여는 것을 공부의 목표로 삼았다. 우리 선조들은 정치적 좌절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가졌다. 우리 가사문학의 두 봉오리인 정철과 윤선도가 그러하다. 가장 높이 올랐다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는 것이 정치권력이다. 실연을 당한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 바다다. 망망대해 앞에 선 그가 보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실제로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누정에서 보는 것은 밖의 경관이 아니라 자기 마음 속의 풍경이다. 자기 마음속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그 사람의 인격이고 자기 삶의 품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그를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부엉이바위를 순례한다. 그 부엉이바위 위에 누정을 세우자. 누정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세속적 패배를 정신적으로 초월할 때, 비로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임을 깨달을 것이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취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6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 강당에서 제14대 김정배 이사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김 이사장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14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 [무슨 영화 볼까]

    ■ 킹콩을 들다(드라마/전체 관람가) 감독 박건용 줄거리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였던 이지봉(이범수). 그는 부상을 입고 운동을 그만둔 후 시골여중 역도부 코치가 된다. 시골 소녀선수들의 실력은 처음부터 가르쳐야할 정도로 형편없다. 하지만 열정에 감복한 이지봉은 본격 훈련을 시작하고 오갈 데 없는 제자 영자(조안)를 위해 합숙소를 짓는다. 마침내 어엿한 역도선수가 된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감상 충무로에 뜬 간만의 100% 대중영화. 하지만 시도때도 없는 눈물 바람에 눈살 찌푸릴 사람도 있겠다. ■ 애니 레보비츠: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다큐멘터리/15세) 감독 바바라 레보비츠 줄거리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애니 레보비츠가 조지 클루니, 커스틴 던스트를 촬영하는 유명한 포토그래퍼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롤링스톤’, ‘베니티 페어’, ‘보그’를 거치며 기념비적 사진을 남겨온 과정,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섰던 인물들 및 가족들의 인터뷰가 생생함을 더한다. 감상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의 성공과 실패, 공적 행보와 사적 기록이 한데 모인 입체적 다큐멘터리. ■ 링스 어드벤처(애니메이션/전체) 감독 라울 가르시아, 마누엘 시실리아 줄거리 실수 잦고 운도 없는 살쾡이 링스(은지원)는 사고를 당해 동물보호소에 갇힌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랑세트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못간다. 랑세트가 사냥꾼 뉴먼에게 납치당하고 만 것이다. 카멜레온 친구 거스(왕석현)가 구출작전을 함께 도와준다. 감상 자연과 동물 보호 메시지를 담은 교훈적 애니메이션. ■ 약탈자들(드라마/15세) 감독 손영성 줄거리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은 ‘상태’라는 선배의 기묘한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상태라는 인물은 역사학과 교수로 강의하던 대학교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아 퇴출당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죄의식으로 역사 공부를 그만둬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동창들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상 뒷담화 속에서 싹트는 진실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한·일병합은 범죄 국제법적으로 무효”

    “한·일 병합은 첫째 국제법상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둘째 군사적 압력하에 이뤄져 합의 자체가 무효이며, 셋째 일방이 독립을 상실하는 식민지 협정은 그 자체가 평화와 인도에 반하는 범죄 행위다.” 무사코지 긴히데 일본 오사카경법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22일 동북아역사재단이 내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앞두고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강도높게 주장했다. 무사코지 소장은 그러면서 ‘식민지범죄’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한나라 전체의 식민지화를 통해 평화롭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평화와 인도에 어긋나는 범죄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일병합 100년은 이런 범죄를 연구할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한국병합 효력에 대한 국제법적 재조명’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1910년 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과 역사적 교훈 등을 살폈다. 그러트 파스칼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는 ‘한·일병합의 외교적 과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06년 프랑스 국제법학자 프란시스 레이가 그의 논문 ‘대한민국의 국제법적 지위’에서 증명한 바와 같이 한·일병합은 강박이 사용된 점과 대한제국 황제가 조약의 불법성을 밝히기 위해 항의한 점을 들어 법적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배근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10년 한·일병합당시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진 국제법 개념에 따르면 전권을 위임받지 않은 사람이 체결해 국가원수의 비준을 받지 않은 한·일병합 관련 조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1905년 보호조약의 불법성을 부각시키면서 조약을 강제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에드워드 슐츠 미국 하와이대 교수, 사사가와 노리가쓰 일본 메이지대 법학부 교수 등이 모두 9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현대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삼국유사

    경북 군위군은 오는 17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홀에서 ‘21세기 문화 코드로 바라 보는 삼국유사’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700여년 전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문화상품으로서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되는 이번 세미나에는 중앙 승가대 김상영 교수와 연세대 국학연구원 고운기 교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 천마아트센터 김정학 감독이 각각 삼국유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 삼국유사 문화콘텐츠로서의 재발견, 삼국유사 설화의 스토리텔링 전략, 삼국유사 문화 콘텐츠 활용의 실제라는 타이틀로 주제 발표한다. 이어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의 사회로 동국대 역사학과 황인규 교수와 서울대 국문학과 조현설 교수, 대구교육대학 이강엽 교수가 주제 발표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박영언 군위군수는 “군위 인각사는 고려 말 일연 선사가 말년에 노모를 모시면서 우리 민족의 성서(聖書)인 삼국유사를 집필한 유서 깊은 곳”이라며 “이번 세미나는 삼국유사 속 풍성한 이야기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해 국내 문화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세계 문화 콘텐츠로 육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위군은 올 들어 인각사에 있는 ‘보각국사 일연 기념관’을 리모델링해 개관했으며, 삼국유사 시가집을 발간해 전국 지자체와 공공 도서관, 일선 학교 등에 배부하고 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긴박한 6·10정국…거리로 나선 민주 시민단체도 연대

    긴박한 6·10정국…거리로 나선 민주 시민단체도 연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6월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정부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 방침에 따라 미리 “서울광장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다. 당 지도부는 ‘1박2일’ 장외투쟁을 위해 이날 오후부터 의원단 전체에 소집령을 내렸다. 오후 4시쯤부터 서울광장에 속속 모여든 민주당 의원들은 광장 내부에 천막을 설치해 6·10 범국민대회 불허 관련 의원단 대책회의를 열고 현 시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조별로 돌아가며 철야로 천막을 지켰다. 민주당은 10일 서울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범국민대회를 갖고 이명박 정권의 국정기조 전환과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의 강행처리 포기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정세균 대표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행사 불허 방침 철회와 서울광장 상시개방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소수당이 거대 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던 일도 해야 한다.”면서 “평시라고 생각해 대충 대응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외에서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서울광장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에는 이석현 의원을 비롯해 원내부대표단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승수 국무총리를 항의방문했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대정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발언들이 쏟아졌다. 최영희 의원은 “경찰 버스에 맞서 드러누울 각오로 서울광장 봉쇄를 막자.”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범국민대회 시작 시간인) 10일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에 베이스캠프를 치자.”고 말했다.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야4당 대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 사회 원로들과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국민 화합을 위해서는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가 전환돼야 한다.”는 요지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소통을 위한 연석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참석자들은 “소통부재와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반성하고 바꾸지 않으면 국가적 어려움과 사회 혼란이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적 권리의 회복, 악법 시비로 사회적 논란이 많은 법안들의 강행 처리 포기, 공안탄압과 외면을 반복하는 배제의 정치 청산 등을 요구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과외 끊기니 애인도… ‘취집’이라도 해야하나 여의도 금융가 불안에 떨게 하는 이것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서울대發 시국선언 확산 조짐

    서울대 교수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소통과 연대의 정치를 강조하는 등 전면적인 국정기조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에게 소환장이 남발되고 인터넷과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등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교수 124명은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보복적인 성격을 띠었다며 관련자의 사과와 수사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이후 5년여만이다. 이날 중앙대 교수 60여명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중앙대 교수 일동’이라는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폐기할 것과 내각 총사퇴를 주문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성공회대 교수들도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서울대발 시국선언이 교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 정부와 집권당이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를 국정 동반자로 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와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등 민주주의 원칙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을 깊이 염려한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권이 미디어법과 집회와 시위관련법의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촛불집회’ 재판 개입 파문으로 불거진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위험에 빠진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서울대 한정숙(서양사학과) 교수는 “대립 정국이 극명해지고 있는 이때 민주주의와 시민적 기본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라고 시국선언문 발표배경을 밝혔다. 서울대와 중앙대에 이어 다른 대학의 교수들도 동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연세대 최종철 교수는 “이르면 다음주 초 시국성명을 낼 예정이며 100~200명의 교수가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도 “다음 주쯤 뜻이 맞는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교수들은 현재 시국선언 초안을 작성하고 소속 교수들의 동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최근 경찰이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집회를 불허한 것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왕단 “中 근육만 있고 두뇌가 없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20주년을 앞두고 시위 주역들의 목소리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생으로 학생시위를 주도한 왕단(王丹)은 31일 홍콩 명보(明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강대국이지만 근육만 있고, 두뇌가 없다.”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민주화가 뒤처진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날마다 경제발전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중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문명이나 정치문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실패 여부에 대해서는 “민주화를 추진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공민사회(公民社會)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 각종 민간단체의 부상을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왕단은 톈안먼 사태 후 두 차례에 걸쳐 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1998년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석방됐다. 이후 미국으로 망명,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지난해 10월부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는 9월 타이완 국립정치대 조교수로 임명될 예정이다. 한편 17년 만에 홍콩을 방문한 슝옌도 이날 홍콩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슝옌은 옥고를 치른 뒤 1992년 미국으로 망명, 현재 미군 소속 목사로 재직 중이다. stinger@seoul.co.kr[다른 기사 보러가기] ☞꽃게는 잡지만 7년 전 악몽이 ☞핵우산 명문화 추진 왜 ☞장병은 줄어드는데 ★들은 늘어 ☞”소통이 곧 민주주의” 정부가 솔선해야 ☞유족들 대국민 감사글 전문 ☞민속마을 고택 사들여 술판 ☞뽀송뽀송하게 운전하려면 ☞”분양권 뜬다던데” 큰코 안 다치려면  
  •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그리스도는 결코 웃지 않으셨네.” 움베르토 에코를 스타로 만든 ‘장미의 이름’의 한 구절. 결국 모든 살인사건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이른바 ‘희극론’. 호르헤 노수사(修士)는 이 책의 열람·유출을 막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마침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된 순간, 이를 먹어치우기까지 한다. 섬뜩한 광기. 명탐정 윌리엄 수도사도 이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묻는다. “왜 하필 이 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오?” 호르헤의 답변은 묵시적이다. “철학자의 말은 세상을 전복시켰지만, 신의 형상까지를 뒤바꾸지는 못했네. 그러나 이 책이 공개된다면, 우리는 마지막 선을 넘게 되네.” 대체 무슨 말인가. ‘희극론’과 독신(瀆神)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리무중의 윌리엄은 되묻는다. “웃음에 대해 말하는 게 뭐 그리 겁나오? 이 책을 없앤다고 웃음이 없어지겠소?” 호르헤의 대답은 무겁고 냉혹하다. “웃음은 잠시 미천한 자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지. 그러나 율법은 공포, 정확히 말해 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이 책은 악마적인 불똥을 튀겨 세상을 태울 것이고, 웃음은 공포를 없애는, 프로메테우스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로 간주되겠지.” “하지만 진중하신 교부들의 생각은 달랐네. 웃음이 천박한 자들의 낙()이라면, 이 방자함은 엄격한 규율에 의해 질책당하고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미천한 평민들은 웃음을 제어할 수 없네. 오히려 웃음을 목자(牧者)의 진지함에 대항하는 도구로 만들 뿐이지. 배와 엉덩이와 먹을 것과 더러운 욕망으로부터 그들을 이끌어내어 영생으로 인도하는 영적 목자들을 말일세.” 이글거리는 호르헤. 그가 볼 때, 세상은 엄숙해야 했다. 고행과 참회와 눈물로 가득해야 하기에. 하지만 웃음은 이를 전복시킨다. 인간을 타락한 쾌락과 천박한 유혹에 물들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을 이 찰나적인 육체적 현세에 못박기 때문이다. 그가 신의 도구를 자처하며, 그토록 ‘희극론’의 유포를 막으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녕 에코의 창작력은 출중하다. ‘희극론’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를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코가 돋보이는 것은 단연 ‘웃음’ 때문이다. 그는 소설 전체를 짓누르는 종말론과 엄숙주의를 통해, 거꾸로 웃음의 가치를 각인시킨다. “웃음이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지적 전통은 어떠했는가. 호르헤가 토해내듯,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죄인인 우리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독단이 아니었던가. 곧 웃음을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의 방종”이며 “허약함, 타락, 육신의 어리석음”의 증표로 못박음으로써 ‘웃음=무식=쾌락=육체=죄’의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 서양의 식자층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민중문화의 소멸되지 않는 웃음을 입증한 미하일 바흐친에 따르면 “오직 도그마적이며 권위적인 문화만이 일방적인 진지함을 갖는다. 강압은 웃음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진지함은 탈출구 없는 상황을 쌓아가지만, 웃음은 그러한 상황 위로 올라서서 그 상황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웃음은 인간을 구속하지 않는다. 웃음은 인간을 해방시킨다.” 참으로 바흐친이 강조하듯, 분노는 일방적이고 보복적이며 분열을 초래한다. 반면에 웃음은 차단기를 들어올리고 길을 트며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음의 광장을 확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독단적인 진지함을 통해 국민을 분노의 외길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갖가지 엄숙한 명분과 법률을 통해 비판하는 자들을 재갈물리려는 사회. 급기야 전직 대통령마저 스스로 소멸케 만드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호르헤의 저 새까만 광기 앞에서, 대체 누가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정배씨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제14대 이사장에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이사장은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14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승종 현 이사장은 7월6일 임기가 만료된다.
  • [열린세상]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신중해야/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신중해야/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도덕이 개혁되고 건강은 보존되며, 산업이 살아나고 훈령이 확산되며, 대중의 부담은 줄어들고 경제가 반석에 오른다.” 자신의 발명품을 소개하는 제러미 벤담의 첫마디. 벤담은 자신만만했다. 자신의 창조품이 최고의 효율적인 통제 시스템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원형감옥 파놉티콘(panopticon). 이른바 일망(一望) 감시체제의 탄생! 파놉티콘의 기획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는 단 한 사람만으로도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감시·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를 이용한 노출과 은폐다. 곧 중앙의 감시탑은 항상 어두워 그 안이 감춰진 반면에 주변의 감방은 완전히 드러나 있다. 죄수들의 방은 햇빛을 들이는 거대한 실외창과 저녁이면 점등되는 등불로 늘 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중앙의 간수는 밤낮으로 죄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포착할 수 있으나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있기는커녕 간수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간수의 시선 때문에, 죄수는 규율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못할뿐더러 점차 이 규율을 내면화하여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 참으로 ‘완벽한 통제의 유토피아!’ 그러나 비대칭적인 시선을 통해 감시의 극대화와 영구화를 도모한 벤담의 원형감옥은 당시 영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파놉티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미셸 푸코에 따르면 파놉티콘은 감금과 교정은 물론 훈련·노동·교육·치료 등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 장치로 폭넓게 활용되었고, 그럼으로써 이를 본뜬 감옥·군대·공장·학교·병원 등 갖가지 전문기관들이 근대 이후 창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산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규율권력’의 야심 때문이다. 푸코에 따르면 그 성격과 목적 등에서 근대의 규율권력은 전근대적 처벌권력과는 완전히 다르다. 처벌권력은 공개교수형과 같은 구경거리로서의 처벌 행위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공공연히 과시한다. 반면에 규율권력은 감금형과 같은 지속적이고도 밀폐된 교정 행위를 통해 자신의 힘을 은밀하게 행사한다. 이는 권력 행사의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처벌을 통해 복종을 강요하는 처벌권력과는 달리, 규율권력은 훈육을 통해 자발적인 복종을 유도함은 물론 이에서 더 나아가 ‘유용한 생산적인 신체’를 산출코자 애쓰기 때문이다. 곧 ‘쓰임새가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완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순종적인 신체’를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규율권력의 목표인 것이다. 이를 통해 ‘유동적이고 혼란하며 무익한 수많은 신체와 다량의 힘’을 ‘가장 사소한 움직임에서까지도 순종하는 신체’로 뒤바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코가 볼 때 현대 사회는 거대한 파놉티콘과 다름없다. 곧 ‘개인들을 분류하고 공간 안에 고정시키고 배분하며, 등급을 매기고, 최대한의 시간과 최대한의 신체적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인들의 육체를 훈련하고, 그들의 연속적인 행동에 규율을 부과하며, 그들을 빈틈없는 가시성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그들 주위에 온통 관찰·등록·평가의 장치를 조직’해대는 ‘감시 사회’가 오늘날의 실상인 것이다. 최근 여당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모든 전기통신사업자는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고,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 고객의 통화 내역 등을 제공하며, 1년 범위 이내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지능·첨단 범죄를 잡아내고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여당의 변(辨)이다. 그러하기만 바랄 뿐이다. 결코 이 법이 파놉티콘으로의 길이 아니길 정말로 소망할 따름이다.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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