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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손은 ‘미다스 손’

    민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약손요법’이 미숙아의 성장과 안정에 실제로 탁월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양의 신생아 마사지 요법인 ‘GHT(Gentle Human Touch·부드럽게 만져주기)요법’보다 낫다는 것도 입증됐다. 약손요법이란 어머니가 자녀의 아픈 곳에 손을 얹고 쓸어주거나 주물러주는 것을 말한다.GHT요법은 보온기 등으로 두 손을 따뜻하게 한 뒤 아이의 복부 등에 가만히 손을 얹고 있는 방법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약손요법에서는 GHT에는 없는 어머니의 기(氣)가 전달된다. 약손요법이 아이들의 가벼운 병을 예방하고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정도는 알려져 있었지만 미숙아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처음이다. 이는 최근 심사를 통과한 고려대 간호학과 임혜상씨의 박사논문 ‘약손요법이 미숙아의 성장 및 안정상태와 미숙아 어머니의 애착에 미치는 효과’에서 밝혀졌다. 임씨는 올 1∼5월 서울·경기 지역 4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생후 7일 미만 미숙아 29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15일 동안 15명에게는 약손요법을,14명에게는 GHT요법을 썼다. 실험 결과 약손요법을 받은 미숙아는 수유량이 하루 평균 11.60㏄ 늘었지만 GHT요법의 경우 5.55㏄로 약손요법의 절반이 채 안됐다. 둘 다 도움은 됐지만 약손요법이 훨씬 효과적인 셈이다. 약손요법은 심장 박동수에도 영향을 미쳤다.15일간의 실험 후 약손요법을 받은 미숙아들은 심박수가 평균 분당 151.7회에서 148.2회로 안정됐으나,GHT요법은 155.4회에서 154.0으로 변했다. 임씨는 “GHT 결과는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애착도를 높이는 데도 약손요법이 효과가 컸다. 총 23개 항목으로 이뤄진 ‘모성애착조사표’를 적용한 결과 자녀에게 약손요법이 적용된 어머니들은 실험 전 3.25점에서 실험 후 3.73점으로 애착도가 0.48점 늘어난 반면,GHT요법 어머니들은 3.28점에서 3.50으로 0.22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체중의 경우는 약손요법이 1일 평균 20.1g,GHT요법이 18.3g 늘어 비슷했다. 임씨는 “전통적인 약손요법은 ‘엄마손은 약손’이라는 말처럼 미숙아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기를 심리적으로 이어주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를 활용해 많은 미숙아 부모들이 도움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잠깐이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이 쇳줄을 넘어 몸을 던지면 될 것이여. 눈 깜짝할 사이면 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 아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잉게.” 문화부장관을 지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지은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朴仁天) 일대기인 ‘집념-길위의 길’에는 1923년 당시 23세이던 박씨의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보통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박씨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장사에 손을 댔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본 오사카에 돈을 벌러 갔지만 일주일만에 빈손으로 돌아오며 자살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그의 젊은 시절은 상처투성이였다. 이창동씨는 박씨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박인천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택시 2대로 운수사업 시작 박씨는 나이 30세를 넘어 정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으면서도 독학으로 지금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하는 등 놀랄 만한 집념으로 인생의 반전을 이뤘다. 이런 그의 의지는 해방 이후 당시로선 노인 취급을 받고 은퇴할 만한 나이인 46세에 광주에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로 회사를 차려 광주고속이라는 고속버스 회사를 출범시킨다. 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삼양타이어(현재의 금호타이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현재 재계서열 10위 그룹으로 키워 냈다. 특히 금호그룹은 5공시절 예상을 깨고 제2민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며 대표적인 호남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박씨가 택시 두 대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키워온 대재벌의 창업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뼈아픈 실패들이 밑거름이 되었다. 남달리 고집이 세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오늘날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박씨의 삶은 좌절과 성공을 향한 몸부림, 해방 후 맨주먹으로 출발해 한국 굴지의 재벌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호가 ‘금호’(錦湖)인 박인천 회장은 1901년 7월5일 전남 나주군 죽포면 동산부락 일명 신기(新基)마을에서 태어났다. 빈농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열 살이 될 때까지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당에 다녀야 했다.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한 한학이지만 열다섯살 때 팔현강당에서 개최된 강경(講經)시합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곧 한문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자동차가 신작로 위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시대에 한문 공부를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열일곱살 되던 해 지금의 초등학교격인 나주 공립보통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하지만 신식공부에 대한 열의도 2년을 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에 초등학교를 다니며 ‘애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리고 열아홉살 때부터 면화수집상, 대금업, 싸전업 등의 장사를 했지만 손을 대는 족족 손해만 입었다. 이처럼 실패만 거듭해온 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일본으로 건너간 직후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공장 굴뚝 앞에서 조선 사람으로서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그를 바꿔 놓았다.“일본놈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공장을 짓는지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본 순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뒤 5년 만인 1929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한 이후였다. 그리고 같은 해 이순정 여사를 배필로 맞았다. 박 회장은 8·15 해방을 맞자 택시 두 대를 구입해 운수사업에 뛰어들었다.17만원(圓)의 자본금으로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사들였다. 그때 이 돈은 80㎏들이 쌀 44가마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3남인 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주의 집념, 도전, 개척정신을 본받는다는 취지로 그룹 창업의 모태가 됐던 택시와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사업수완이 있었던 박 회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48년에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6·25전쟁은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50년대에 광주여객을 전라남도 최대의 여객운송업체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이순정 여사의 내조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 올해 95세인 이 여사는 아직도 광주여객을 운영하던 광주시 금남로 212번지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여객을 경영하던 당시 ‘안집’이라고 불렸던 이 집에서 친척, 조카, 버스 차장과 정비공 등 50명의 식솔을 손수 챙길 정도로 남편의 사업을 헌신적으로 도왔다. 1984년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이 여사는 900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매년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불우이웃을 돕고 봉사단체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여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민간부문 최고 권위의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받기도 했다. ●제2민항 선정 ‘제2 도약´ 광주여객을 업계 최고의 반열위에 올려 놓은 박 회장은 이후 방적회사인 전남제사, 고려도자를 비롯해 금호타이어(전 삼양타이어)를 설립,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그러던 박 회장은 1972년 어느 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큰 아들 성용에게서 중대한 제안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 온 아들은 “경영성과를 높이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다. 박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10월 10일 박성용 교수 등 7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해 지주회사인 ‘금호실업’ 설립을 결의했다. 박 회장은 또 박 교수를 금호실업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73년 1월1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초대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출범시켰다. 금호는 그룹체제 출범과 함께 계열사별로 경영관리체제를 정비했다. 금호실업은 장남인 성용, 광주고속은 2남인 정구, 금호타이어는 3남인 삼구, 삼화교통은 첫째 사위인 배영환에게 경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1984년 6월6일 타계한 박인천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성용 부회장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서강대 교수 재직시절부터 자문역으로 그룹경영을 도와온 박 회장은 금호실업 사장과 그룹 부회장을 거쳐 10년 만에 2세 경영시대를 연 것이다. 박성용 회장은 88년 정부로부터 제2민항 설립업체로 선정되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계열사간 합병과 비수익 사업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취임 당시 69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1995년 4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박성용 회장은 1996년 4월 바로 아래 동생인 정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 주었다. 형제간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작금의 경영계에 교훈이 될 ‘형제간 화합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4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인천 회장은 슬하에 5남3녀를 두었다. 성용, 정구, 삼구에 이어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부회장,5남 종구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등이다. 딸은 경애, 강자, 현주씨 등 3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혼맥은 박인천 회장이 생전에 아들딸의 혼사에 매우 신경을 썼기 때문에 정·관·재계 유력 집안과 화려한 혼맥을 맺고 있다. 박 회장은 직접 유력 집안에 줄을 넣어 “사돈을 맺자.”고 청한 적도 있을 만큼 자식들의 혼사를 중요시했다. 특히 호남재벌이면서도 정구, 삼구, 찬구 3형제를 모두 영남 유력 집안에 장가 보냈다. 3세들 결혼도 삼성,LG, 대우그룹과 사돈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이 자식들의 결혼을 직접 챙기는 등 혼사를 중요시 여겼지만 유독 큰아들 성용은 부친의 뜻을 어기며 연애결혼을 강행했다. 큰 아들 성용은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미국인 마거릿 클라크를 만나 열애 끝에 1964년에 결혼했다. 박성용 회장은 클라크 여사와 1남 1녀를 뒀다. 장손녀 미영(39)씨는 아직 미혼으로 캐나다에서 머물며 불교 관련 일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재영(35)씨는 구자훈 LG화재 회장 3녀인 구문정(30)씨와 결혼해 1남을 두고 있다. 창업주의 큰딸인 경애(71)씨는 제헌의원 출신 배태성씨의 장남 배영환(72) 삼화고속 회장에게 시집을 갔다. 슬하에 배정철·승현·동철·홍철 등 4형제를 낳았다. 2남인 정구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김형일(59)씨를 배필로 맞았다. 김익기씨는 해태그룹의 창업주였던 박병규씨와 사돈관계이고, 박병규씨는 민병권 전 교통부 장관과 사돈이기도 하다. 정구 회장은 슬하에 은형·은경·은혜씨 등 세 딸과 외아들인 철완씨를 두고 있다. 세 딸은 모두 시집을 갔는데, 재계 유력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장녀 은형(35)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씨와 결혼했고, 은경(33)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차남인 장세홍(한국특수형강 이사)씨와,3녀 은혜(29)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일진경금속 영업담당겸 누브인터내셔널 대표)씨와 혼인했다. 아들 철완(27)씨는 국내에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금호미술관장으로 있는 2녀 강자(64)씨는 대한전자재료 회장인 강대균(64)씨와 결혼했다. 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LSE대 출신인 아들 재원(25)씨와 지은과 지영 등 두 딸이 슬하에 있다. 3남인 삼구 회장의 부인 이경결씨는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지낸 이정환씨의 둘째 딸이다. 이정환씨는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30)씨는 2003년 3월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29)씨와 결혼했다. 세창씨는 지난 6월 MIT공대 MBA 과정을 졸업한 뒤 미국 회사에 취직했고, 딸 세진씨는 유학 중에 있다.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위창남 전 광주투금 사장 딸인 위진영씨와 결혼했다. 장남 준경(27)씨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동 관련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딸 주형씨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3녀 현주씨 삼성과 사돈 금호가(家)의 화려한 혼맥은 3녀인 현주(52)씨에서 절정을 이뤘다. 현주씨는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현주씨는 1998년 큰딸 세령(28)씨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7)와 결혼시켜 삼성가와 사돈 관계로 맺어졌다. 세령씨와 이 상무가 만나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어머니인 현주씨와 홍라희 여사가 불교신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세령씨는 유학 중 2000년 장남 지호를 얻었고, 이듬해 귀국해 이건희 회장 부부와 함께 살면서 지난해에는 딸 원주를 낳았다. 둘째 딸 상민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유학 중이다. 특히 현주씨는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75%를 갖고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상민씨를 2대 주주(17%)로 편입시켜 눈길을 끈다. 5남 종구(47)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은 ㈜삼흥복장 사장 이명선씨의 장녀 이계옥(47)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건호, 도윤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별정직 2급)으로 공직을 시작했다.2002년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2003년부터 국무조정실 1급인 경제조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을 펼치면서도 유독 종구씨만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점도 재계에 비상한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씨는 막내 아들이지만 경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그룹 일에 뜻을 두기보다는 공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으로 집안 내에서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벽안의 맏며느리’ 클라크 여사 ‘벽안(碧眼)의 재벌 며느리’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는 미국인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재벌가에서 조용히 남편을 도우며 맏며느리로서 시동생과 동서들을 챙기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예일대 수학중 만나 교제 마거릿 클라크 여사는 남편인 박 전 명예회장을 1963년 미국 예일대에서 만났다. 그녀는 대학원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 전 회장을 눈여겨봤다. 동양인이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에 항상 ‘제니스’ 라디오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던 박 전 회장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이종 사촌인 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등 친인척들의 전언이다. 박성용 전 회장도 미국인이지만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조신하게 생긴 클라크 여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커갈수록 고통이 더했다. 당시로선 유교적 전통이 강한 밀양 박씨의 장손으로 외국인을 맏며느리로 들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번민의 세월을 보내던 박 전 회장은 아버지에게 클라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동봉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인천 회장은 그 사진을 둘로 찢어서 봉투에 넣어 아들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것이 박 회장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부모에게 효자로 소문난 박 전 회장은 난생 처음 부모의 뜻을 거역했다.1964년 둘이서 법적 절차만을 갖춘 최소한의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와 사실상 ‘의절’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박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 박 회장은 큰 아들 성용이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때에 둘째딸 강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아들 집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예일대경제학박사를 받은 뒤 클리블랜드시에 있는 케이스 공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박인천 회장은 클리블랜드 공항에 마중나온 파란 눈의 며느리와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장손녀 미영씨를 맞닥뜨린 뒤 얼었던 마음이 녹아 내렸다. 미국인이었지만 수수하면서도 정이 가는 인상을 가진 맏며느리를 보고는 굳게 닫혔던 마음을 2년반 만에 연 것이다. ●자녀들에 한국식 교육 서구 고문은 “성용 형님이 결혼한 뒤 페기(마거릿 클라크의 애칭) 형수에게 집안의 법도 등 예절교육을 많이 시켰다.”면서 “아버님에게 며느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며느리가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 귀가 닳도록 얘기를 했다는 말을 형님으로부터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클라크 여사는 미국인이지만 미영씨와 재영씨를 이화여고와 구정고까지 졸업시킨 뒤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을 정도로 한국식 자녀교육을 고수했다. 그녀의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클라크 여사는 박 전 회장 사후에 미국 친정에 기거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미영씨와 재영씨를 가끔씩 만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미국에서 달려와 직접 챙기는 등 아직도 맏며느리로서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박인천 회장도 한국 집안에 시집온 뒤로 별 탈 없이 큰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미국 며느리에 대해 뒤늦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작한 탄생 100주년 기념 영상물에서 한 지인에게 “우리 큰 자부(며느리)가 미국 여자입니다. 나도 잘 이해를 하고 또 역시나 데리고 있어 보니까 똑같아요. 한국 며느리나 외국 며느리나. 그리고 이해심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좋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창업주 父子 ‘금연 전도사’ ▲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용인 인재개발원에 전시된 ‘1933년형 포드 딜럭스세단 5인승’ 옆에서 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연운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1986년 금연 캠페인을 시작해 1991년부터는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일선 영업장에까지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이런 금연 노력은 창업주와 2세 경영인들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박인천 회장은 1938년 심한 폐병을 앓아 2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이야 폐병이 심한 병이 아니지만 당시 폐병을 앓는 환자는 세 명 중 두 명이 죽어나갔다. 경찰이었던 박 회장은 요양을 위해 순천경찰서에서 보성경찰서로 직장을 옮기고, 몸에 좋다는 각종 약과 치료를 받았지만 별반 차도가 없었다. 결국 경찰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목포에서 개업 중이던 김보형이라는 한의사로부터 1년 동안 녹용을 복용한 이후에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이후 장수를 누려 84세에 별세했다. 박성용 명예회장도 폐가 좋지 않았다.1985년까지 하루에 담배 두갑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여 흡연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했다. 1986년 8월 박 회장을 비롯한 142명의 임직원들이 금연운동에 동참해 매일 담뱃값 대신 푼돈을 모아 만든 ‘금호건강복지기금’을 조성해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던 그룹 본사 사옥인 아시아나 빌딩을 포함한 전 사업장에 완전금연을 실시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런 공로로 1991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박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딱딱한 단화를 신지 못하고 스폰지 단화나 등산화 등을 신고 다녔다. 박정구 회장도 폐병으로 2년여 투병생활을 했다.200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MD앤더슨암센터에서 폐기종 치료를 받아 한때 건강을 되찾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2002년 7월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룹 관계자는 “창업주를 비롯한 2세 경영인들이 공교롭게도 폐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가족병이라기보다는 경영인으로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최종건 SK그룹 선대회장과 최종현 회장,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 등이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토요영화]

    [토요영화]

    ●킬러들의 수다(KBS2 오후 11시5분) 연극 연출은 물론 영화 각본·감독·연기까지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장진 감독의 2001년 작품. 특이한 캐릭터의 킬러 4명과 이들을 쫓는 검사가 얽혀 벌이는 코미디로,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가 있다. 맏형으로 등장하는 신현준은 처음 도전한 코미디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극중 내레이터까지 맡은 원빈의 매력도 잘 드러난다. 킬러들을 쫓는 과정에서 묘한 교감을 보이는 검사 정진영도 인상적. 조연을 맡은 중견 배우들뿐 아니라 카메오로 출연하는 감독의 모습도 볼거리다. 연극 ‘햄릿’이 공연되는 도중 극의 각 장면과 교차돼 이뤄지는 살인 장면은 기억에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상연(신현준), 정우(신하균), 재영(정재영), 하연(원빈)은 형제처럼 지내는 전문 킬러들. 스타일은 제각각이고 다소 어리숙하기도 하지만 의뢰받은 일을 처리할 때는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완벽한 ‘일꾼’들이다. 건물이 폭파되고 유력한 용의자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바람에 다 잡은 범인을 풀어주게 되자 조 검사(정진영)는 이 사건에 킬러들이 개입했음을 간파하고 이들을 추적한다. 난이도 높은 살인의뢰를 받은 킬러들은 조 검사가 집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불안해 하지만, 이번 의뢰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 결국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난 실력으로 임무를 완수하지만….118분. ●어디선가…홍반장(MBC 밤 12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란 긴 제목으로 눈길을 끈 작품. 김주혁과 엄정화가 연인으로 나와 리얼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병원을 개업한 공주병이 다분한 치과의사(엄정화)와,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홍반장’이란 엉뚱하고 미스터리한 남자(김주혁)가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동네 아줌마들이나 탐낼 만한 직업인 반장을 맡은 남자 홍두식.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30살의 홍 반장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귀신도 울고 간다는 이 남자에게 일생일대의 태클이 들어온다. 협박용으로 내민 사표가 곧바로 수리된 비운의 치과의사 윤혜진. 결국 작은 도시에 정착해 개업하지만 동네 사람들과의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른다. 반면 홍 반장은 천하무적 해결사. 윤혜진이 어디를 가든 틀림없이 나타나고….145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제발 살아만…” 한 엄마의 아들찾아 3만리

    ‘아들 찾아 3만리….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중국 대륙의 한 젊은 여성이 지난달 30일 남편이 팔아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제발 우리 아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안타깝게 호소하고 있다고 중국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가 1일 보도했다. 그 애절한 사연의 주인공은 광둥(廣東)성 허위안(河源)시 룽촨(龍川)현에 사는 왕메이전(王美珍·28·여).지난 2003년 2월 현 남편인 천(陳)모와 결혼,단란한 가정을 꾸렸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서로 다투는 일이 잦아졌으며,심할 때는 천이 왕을 심하게 구타해 왕의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6월 왕은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하지만 남편의 간단없는 ‘가정 폭력’을 이기지 못한 왕은 지난 4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보따리를 싸서 광둥성의 성도(省都)인 광저우(廣州) 인근의 포산(佛山)으로 떠났다. 그런데 왕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3개월 정도가 지난 7월 시아주버니로부터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갔는데,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맥이 탁 풀린 왕은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남편 친구를 비롯해 알만한 사람들 모두에게 달려가 물어봤으나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한달여 뒤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낙담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즈음,남편으로부터 아들을 500 위안(약 6만 5000원)을 받고 팔아버렸다는 전화를 받고는 억장이 무너졌다. 이에 그녀는 곧바로 공장을 사표를 던지고 아들을 찾아 나섰다.왕은 길거리로 나가 아들의 사진과 연락처 등을 담은 전단지를 돌리며 아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그래서 지금은 매일 남편이 아들을 팔아버렸다는 위안강(元崗)공원 등에 나가 곧 나타날 아들을 그리워하며 한숨짓고 있다. 인터넷부
  • LG전자 ‘PDP세계1위’ 눈앞

    LG전자 ‘PDP세계1위’ 눈앞

    LG전자가 세계 PDP시장의 1위 탈환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LG전자는 다음달부터 월 생산능력 최대 16만대 수준인 구미의 A3(4기)라인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A1과 A2라인의 월 생산능력 19만대를 합치면 LG전자는 월 35만대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대의 PDP 공급능력을 확보하게 된다.2002년 이후 세계 PDP시장을 독주해온 삼성 SDI에 세계 1위를 되찾아 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LG전자가 지난해 5월부터 총 6600억원을 투자한 A3라인은 세계 최초로 ‘6면취 공법’(1장 원판에서 6장의 유리기판을 잘라낼 수 있는 공법)을 적용했으며, 특히 8면취 공법도 가능해 향후 생산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다.6면취 기준으로는 월 12만대의 생산능력이 가능하며,8면취 공법을 적용하면 생산능력은 최대 16만대로 늘어난다.LG전자는 연말까지 6면취 기준으로 월 생산량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내년 안으로 8면취 공법을 적용키로 했다. LG전자는 A3라인이 완전 가동되는 오는 11월에 월 31만대 생산이 가능해지며,A3라인이 8면취 공법 체제로 전환되는 내년에는 월 35만대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계 최대의 PDP 생산업체로 떠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 4·4분기에 세계 최대의 PDP모듈 메이커로 올라서는 데 이어 내년에는 세계 PDP모듈뿐 아니라 PDP TV시장까지 모두 석권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1위 업체인 삼성 SDI와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마쓰시타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 SDI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 라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4면취 체제를 6면취로 전환해 월 생산능력을 30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쉽사리 1위 자리를 LG전자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LG전자와 2위 다툼을 벌여온 마쓰시타도 연말까지 생산능력을 30만 5000대 수준으로 확충할 예정이어서 세계 PDP시장 1위를 향한 3파전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PDP시장 점유율은 삼성 SDI와 LG전자가 각각 25%,23%로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2·4분기에는 삼성 SDI가 31.0%, 마쓰시타 24.9%,LG가 24.2%로 LG전자가 마쓰시타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윤광호 LG전자 PDP사업 부사장은 “A3라인은 LG전자가 세계 PDP시장 1위 달성을 위한 신형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 정무부시장 정태근씨 내정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정태근(41) 한나라당 성북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사건과 관련, 구속기소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의 후임에는 장석효(58) 청계천 복원추진본부장이 내정됐다. 양 행정2부시장은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정 내정자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성북갑에 출마했으나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한편 이춘식 전 정무부시장은 이명박 시장의 특보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해고 잘 당하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직장인들이 가장 듣기를 겁내는 말은 바로 ‘정리 해고’일 것이다. 당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 태풍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정리해고가 누구에게나 남의 일 같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해고 잘 당하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기린원 펴냄)는 누가 ‘목이 잘릴’ 가능성이 높은지 등 해고에 대한 모든 것을 회사와 사원 양측의 입장에서 살펴 보고 있다. 일본내 외국계 기업에서 ‘목 자르는’인사부장으로 일하면서 ‘모가지 킬러’로 명성이 자자했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꼽씹어 볼 만한 충고들이 적지 않다. ●성실성도 중요하지만 일의 속도 중요해 업무실적이 나쁜 사원들의 공통적 특징은 요령 부족.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요령 부족형은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일의 우선 순위를 모르기 때문. 성과가 신통치 못한 사원들의 또 다른 특징은 ‘느리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험상 상사는 100%의 완성된 결과물을 다음날 받기보다는 70∼80%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오늘 당장 받기를 원한다. 일을 너무 잘하는 사원도 위험하다. 비싼 인건비의 일 잘하는 사람을 자르고 대신 낮은 급여로 대등하게 일할 인재를 고용, 회사의 비용 절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총대를 매고 해고에 앞장섰던 저자도 결국 정리해고가 끝나자 사표를 써야 했다. 얌전한 사원도 표적이 되기 싶다.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없는 비용절감 차원의 해고는 문제 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해고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외국 기업은 특정한 사람을 ‘작살’로 찔러 퇴직시키지만 일본 기업은 ‘그물’을 쳐서 여러 명을 함께 퇴직시킨다.‘그물’을 치다 보니 퇴직시키고 싶은 사원을 퇴직시키지 못하고, 남기고 싶은 사원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마련. 일본 기업은 목적도 전략도 없이 그저 비용절감을 위해 사원의 목을 자른다. 그 결과 기업도 사회도 점차 활력을 잃어 간다. 해고를 했지만 업무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된 해고였기에 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외국 기업들은 ‘해고와 채용’을 한 묶음으로 생각한다. 이른바 리셔플(reshuffle). 카드를 다시 섞는다는 뜻으로 사람을 교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외국 기업은 보통 해고를 하면 동시에 새 사원을 고용한다. 경영에서는 ‘빼면서 얼마나 더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 예를 들어 3명을 해고하고 급료가 싼 3명을 고용해도 인건비는 절약된다.3명을 자르고 능력이 뛰어난 2명을 고용해도 일의 효율성은 업그레이드된다.9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 포인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역사, 장단점과 연정(연립내각)의 사례를 살펴보고 찬반 논리를 정리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연정 정치협상을 공식 제의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연정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사실상 실현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반대하는 쪽에서는 특히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중심제이기는 하지만 내각제적인 요소가 많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예로 프랑스의 동거정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자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 형태와 내각제 개헌논란 민주국가의 양대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이다.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주로 나타난다. 의원내각제는 집행부가 대통령 또는 군주와, 의회에 의해서 구성되고 의회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내각의 두 기구로 구성되는 이원적 구조다. 내각불신임권과 의회해산권은 상호 견제수단이 되고 입법부와 집행부는 협조관계를 형성한다. 의원내각제는 17세기부터 영국에서 생성, 발전한 것으로 19세기 말에 제도적으로 확립됐다. 영국의 내각제는 총리가 권력의 핵심에 있고 교체 가능한 양당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내각은 다수당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내각체는 내각이 국회에 연대책임을 지므로 책임정치를 할 수 있고 의회와 내각이 대립할 때 불신임결의와 의회해산으로 정치적 대립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군소정당이 난립하거나 연립정권의 수립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 질 수 있다. 대통령제는 집행부가 입법부 및 사법부와 엄격하게 분리된 일원적 구조로 권력 균형이 유지되고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이 안정되게 집정할 수 있다. 대통령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이 입법부에서 독립됨으로써 독재정치가 발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내각제 도입 문제가 심심찮게 정가의 이슈로 등장한다. 우리는 제2공화국 때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의원내각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방안임은 맞지만 그 또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독재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없고 반대로 절대다수당이 없으면 정국이 불안해진다. ●연정이란 무엇인가 연정이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둘 이상의 세력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의원내각제뿐만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시행한 적이 있다.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동거정부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때의 DJP연합을 연정으로 볼 수 있겠다. 서로 정당이 다르면서 DJ는 대통령을,JP는 국무총리를 맡았었다. 의원내각제하의 연립내각은 다당제에서 어느 정당도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때 몇 개 정당이 서로 협력하여 내각을 조직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불안한 다수당이 제2,3,4, 정당과 함께 연합하는 것이다. 다수당에 의한 내각보다 연립내각이 국민들의 이익을 더 잘 대표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다른 소수당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총리직과 장관직을 포함해 의석수대로 나누자는 뜻이다. 연정을 하면 여야가 따로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여야가 협력하여 정책 결정과 처리를 장애물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연정을 하면 정당간의 견제와 비판이 사라지게 된다. 개혁당과 보수당이 연정을 했을 때는 정당과 정치의 색깔이 희석돼 정책적 일관성이 사라지며 개혁당이 추진하던 개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 논란 연정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다. 선거구는 소선거구, 중선거구, 대선거구로 나눌 수 있다. 소선거구는 선거구를 작게 나누어 한 선거구에서 한명만 당선시키는 제도다. 따라서 지역색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영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또는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1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위의 표는 1위와 표차가 적게 나도 사표(死票)가 된다. 그러나 선거구를 넓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를 채택하면 지역구도를 줄이고 전국적으로 명망있는 인사가 당선될 수 있다. 경북의 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2위를 해도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수 정당의 후보도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중선거구는 2∼5명을, 대선거구는 10명 이상을 뽑는 선거구 제도이다.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합쳐 넓은 의미의 대선거구제라고도 한다. 여당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하려 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여기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 같다.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 쉽게 하는 제도의 하나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도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미리 발표해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청와대나 여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연정을 함으로써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여당내에서도 연정을 반대한다. 특히 소장·개혁적인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개혁·진보적인 성향의 정당과 보수 정당이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한다. 당의 정체성 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한나라당에 대해 아무리 연정(戀情)을 품으려 해도 연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어떤 의원은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면서 “예를 들어 대연정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을 교육부장관을 시켰는데, 참여정부의 3불정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려는 목적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또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흑막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한다. 국민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쪽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는 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이 뽑아준 권력을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이양하는 것은 신 3당합당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새영화] 인 굿 컴퍼니

    사회성과 작품성이 제대로 균형을 이룬 드라마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6일 개봉하는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는 그 희소가치를 만끽하게 해주는 할리우드 드라마이다. 실직 위기에 내몰린 한 가장의 이야기와 달콤한 청춘 로맨스가 절묘하게 손을 잡았다. 잘나가던 스포츠 잡지사의 광고이사 댄(데니스 퀘이드)에게 느닷없이 시련이 닥친다. 기업합병으로 정리해고 위기에 처한 것도 속상한데, 설상가상 자신의 자리를 뺏은 새 이사 듀리아(토퍼 그레이스)는 아들뻘의 20대 청년. 마음 같아서야 당장 사표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아내는 늦둥이를 임신해 들떠 있고, 큰딸 알렉스(스칼렛 요한슨)도 뉴욕대 입학통지서를 받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직문제를 다루고 있으되 영화의 어조는 경직되지 않고, 젊은 등장인물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다. 조직에서 강등되고도 가족 몰래 혼자 속앓이를 하는 댄,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탓에 댄의 화목한 가정을 부러워하는 젊은 상관 듀리아. 듀리아는 가장의 자리를 힘겹게 지켜내는 댄을 이해하면서 갈등이 풀리는 듯하지만, 뜻밖에 듀리아와 알렉스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댄은 착잡한 마음이 된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盧 ‘對野관계 불편한 심기’ 피력

    “고이즈미·슈뢰더, 참 부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이런 언급을 했다. 국회, 특히 야당과의 관계에서 불편했던 심기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자민당 내부 반란표로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좌파 지지자들의 반발에 맞서 의회를 해산하고 재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필요한 개혁이 기득권 구조 때문에 지체돼 이런 사태가 온 것”이라며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도자들이라고 한다면 개혁에 당장 손해보기 때문에 저항하는 쪽이 국민들, 지지자들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슈뢰더 총리의 재신임 요구에 대해 “정권을 바꿔서라도 이 개혁은 해야 되겠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던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추론한다.”며 참모진에게 관련자료 수집을 지시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뭐냐? 당을 걸고 승부를 할 수도 없고, 자리를 걸고 함부로 승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제도화돼 있지 않고,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사표만 낸다고 이(지역구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김상희 법무차관 사표 수리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안기부 X파일’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되자 사의를 표명한 김상희 법무차관의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김 차관 본인의 잘못이나 과오는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이같은 본인의 뜻을 받아들여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고 말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영하의 거리를 맨발로 다니는 철학도

    영하의 거리를 맨발로 다니는 철학도

      이 한겨울에 맨발의 청년이 출현했다. 작년 여름에 길다란「오버」를 입고 다닌 김인범(金仁凡)(19·서울문리대 철학과 2년)군. 본인은 입고 싶을 때 입고 벗고 싶을 때 벗는 것이라고 계절과 세상의 공론에 초연하지만 그「초연」의 저변은 궁금하기만 하다.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맨발로 서서 유유히 미술전을 감상 그의 그런 모습은 이미 서울 명물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68년 12월 28일, 더 정확히 말하면 하오 2시 정각. 따뜻한 날씨라지만 바람은 역시 동짓달 바람이다.「오버」는 분명히 입고 있었다. 그런데 벗은 것이 있었다. 신발과 양말. 모든 사람이 옷을 벗을 때 외투까지 입고, 남들이 애써 두텁게 입고 낄 때 맨발이 됐다. 그는 그 차림으로 신문회관화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는 이화여중·고교 학생들의 그림전시회(12월 26~30일)가 열리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여학생이며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이 수군수군 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유히 약 30분간 그림감상에 몰두했다. 옆구리에 대학「노트」한 권과 책 두 권을 끼고 있다.「칸트」의『순수이성비판』의 영어판. 그리고 또 한 권은 조가경(曺街京)교수의『실존철학』. 젊은 낭만의「데먼스트레이션」치고는 괴로운 고역같이 보는 것은 남들의 무책임한 수작이다. 이 인범군이 새해에 진갑을 맞는 아버지 김소운(金素雲·수필가)씨와 서울시내 무교동 S다방에서 우연히 부딪쳤다. 인범군은 여름에 입었던 아버지의 불하품인 그 외투에, 맨발의 천사.「父」와「子」는 오래도록 한 자리에 만나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인범군이 고개를 한번 꾸벅하더니 그 자리에 섰다. 아버지는 아들의 아래위를 한번씩 훑어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거기 앉아라』 아들이 머뭇머뭇 의자에 앉았다. 『너 이놈, 요즘은 맨발로 다닌다지.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지만』 우연히 만난 아버지는 쓴 입맛 다시는데 아들은 말없이 씩 웃고 아버지는 쓴 입맛만 다셨다. 아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묵묵부답.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씩 한번 웃었다. 아버지는 무연(撫然)한 표정으로 외면한 채 줄담배만 피웠다.「가경(佳景)」이었다. 갖은 괴벽과 기행으로 젊음을 얼룩지게 한 수필가도 아들에게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다. 이때 소운선생은 혹시 젊었을 때의 자기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 다방을 나올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엇인가 주의를 주면서 용돈 얼마를 건네는 눈치였다. 부자회견 후 인범군에게 감상을 물었다. - 아버지가 놀랐겠는걸요. 젊은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뭘요, 그 정도로 놀랄 아버님이 아닌 걸요』 기자는 김군과 다른 다방으로 옮겨 마주앉았다. - 미쳤다는 소리를 듣겠군요. 씩 웃는다. 『그런 말을 속삭이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황송스러운 말씀이라고 부득이 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 왜? 『사전을 보면 두 가지 뜻이 있어요.「정신이상」과「도달」. 미치지(狂) 않고 미치기(達)는 쉽지 않은 법입니다. 어느 예술의「장르」나, 학문의 정상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은 대개 거기에「미치게」마련이죠. 그러한 찬사(讚辭)는 제게 과분입니다』 “뜻밖이라 아버지가 놀랐겠는데요”엔 “그 정도론 놀라지 않을 분” - 여름에 외투를 입는다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가 있겠지만 겨울에 신발을 벗으면 동상에 걸리지 않겠어요? 『오늘 정도의 날씨면 까딱 없어요. 선생님도 한번 벗어 보세요. 영하 10도쯤 돼야 동상에 걸려요.』 - 그러면 영하 10도 아래가 돼도 벗고 다니겠어요? 대답 없이 다만 웃었다. 미치기는커녕 누구보다도 똑똑한 청년이다. 키 173cm의 헌칠한 미남. 경기중학을 졸업, 서울문리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68년 10월에 서울문리대에서 각 학과의 학생 4명씩이 선수로 출전해서 주선(酒仙)대회가 열렸을 때 철학과 대표의 한 사람으로 나갔다. 그 때의「인사이드·스토리」로는 국문학교수 전광용(全光鏞)씨가 그를 우승자의 하나인 주선(酒仙)으로 적극 추천했다는 소문이다. 겨울에 신발을 벗고 대로를 활보하는 뜻은 자유스러워지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인범군의 이 색다른「데먼스트레이션」을 그의 아버지 김소운씨는「구린내 나는 자기 현시욕(現示慾)」이라고 타박이지만 죄는 그의「피」에 있을 듯하다. 김소운씨는『젊었을 때는「바이론」의 흉내를 내기 위해 오릿길을 일부러 절룩거리면서 걸었다』고 어떤 책에 썼다. 그뿐 아니다. 김소운씨의 자전적「에세이」『어느 하늘 끝에 살아도』라는 근저(近著)를 보면 아들 인범군 못지 않을 고집과 기행이 드러난다. 아버지 김소운씨는 일본에서 일부러 하얀 바지 저고리를 입고 다녔단다.「父와 子」의 성격의 유전을 느끼게 하니 흥미롭다. 그 책에 의하면 어려서 일본에 건너갔을 때 김소운씨는 일본에서 고의로 하얀 바지 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소년의 객기(客氣)만이 아니었다고. 일부러 눈에 띄는 그런 옷차림으로 나다니면서『여기「조센징」이 있다. 어느 놈이고 한번 덤벼 보아라』그런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 아버지의 상식을 초월한 괴벽 기행(奇行)이 점철되어 흥미롭다. -「데이꼬꾸쯔싱」에 사표를 내고 하숙비가 밀렸던 여관에 이부자리며 행장을 맡긴 채 육로를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다. 열 나흘 걸렸다. 노자를 아껴서 도보로 천릿길을 가자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에는 그래도 부산행 차표 네 다섯 장은 살만한 돈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어디다 부딪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충동이 장거리「하이킹」을 시켰단다. 이 여행으로 김소운씨의 발바닥은 물론 부르텄다. 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인범군이다. 더욱이 가정교사와 장학금으로 당당한 자립생활을 하는 청년이다. 아마도 그 고집은 청출어람(靑出於藍)격인지도 모를 일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1/12 제2권 제2호 통권16호 ]
  • 김윤규부회장 대표직 해임

    김윤규부회장 대표직 해임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개인비리’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16년간 애정을 쏟아온 대북사업에서 한발 물러서게 됐다. 현대그룹은 19일 현대아산 이사회를 열고 최근 경영감사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적발된 김 부회장에 대해 현대아산 대표이사직에서는 해임하되 부회장 직함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김윤규·윤만준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윤만준 사장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 김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사회는 “김 부회장이 기업경영인으로서 갖지 말아야 할 바르지 못한 처신을 함으로써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현대그룹과 남북경협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 부회장직을 유지, 대북사업에 일정한 역할을 맡도록 했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김 부회장이 이날 이사회에 앞서 이사회 불참과 함께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정은 회장과 이사회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남북경협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힘껏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이사회 결정에 반발, 현대측에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자기 무덤을 파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김 부회장이 부회장직 제의를 거절하고 회사를 완전히 떠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 부회장은 이날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현대측은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민적 기업인 현대아산은 그 어느 회사보다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윤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현 회장의 발언으로 미루어 일각에서 제기돼 온 금강산 온정각 시설 분양에 주변인사들이 참여하는 등 적절치 못한 처신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또 “지난 3월부터 대북업무는 김 부회장이, 대내업무는 윤 사장이 맡는 공동대표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이원화된 업무에 혼선이 생기는 등 업무 추진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과 김 부회장의 ‘갈등설’을 간접 시인한 셈이다. 한편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이 최근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현대측은 “대북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사후 김 부회장이 북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현대측 대표를 맡아왔지만 지난 3월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개편된 뒤 김 부회장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1969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마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부회장은 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했을 때 수행을 시작으로 대북사업과 인연을 맺었다.98년에는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단 단장을 맡았고 99년부터 현대아산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고 정몽헌 회장이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은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할 정도로 현대 대북사업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70여명이 숨진 89년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의 항공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김 부회장은 2001년 현대건설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일어섰고,KCC와의 경영권 분쟁때도 사표를 냈지만 전문성을 인정받아 재신임됐다. 올초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힘이 많이 빠지자 지난달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면서 ‘회생’하는 듯했지만 결국 개인비리라는 ‘덫’에 걸려 타격을 입게 됐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열린 ‘X파일’… 추가 공개 가능성

    X파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가운데 ‘1호’는 결국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연 격이 됐다.18일 실명이 공개된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내는 등 파장은 당장 가시화하고 있다. 나아가 노 의원의 실명 공개는 제2, 제3의 공개 가능성도 의미하고 있어 향후 그 파괴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일은 파일 공개 여부나 수사 주체 논란으로 구체적 해결방안 논의에 한 걸음의 진전도 보지 못했던 X파일 논의에 가속력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위헌 논란이나 법적 공방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변칙적 방식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파일 공개를 원하는 정치권 한쪽에서 녹취록 일부를 노 의원에게 전달, 공개를 유도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 의원이 지난해 용산기지 협상 문서를 공개했을 때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야간 음모론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로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단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실명 공개는 불법도청 내용 공개를 금지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면책특권 논란도 물론이다. 노 의원이 녹취록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 우선 문제가 된다. 김상희 차관이 이날 그랬듯, 당사자들이 대화록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 실명이 거론된 검사들과 노 의원 간의 법적 소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이 검사들의 실명과 금액을 거론하며 떡값 전달 계획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실제 전달 여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노 의원은 “(당사자 일부는) 형법 제132조 알선수뢰죄와 제133조2항 증뇌물전달죄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면책특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민사책임의 경우 형사책임에 비해 면책특권을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온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법적 공방은 거세게 전개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회나 법정 밖의 공방도 격화될 듯하다.노 의원은 녹취록 공개의 주된 타깃의 하나로 삼성을 삼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삼성그룹이 떡값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검사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검찰이 아닌 특별 검사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을 겨냥한 시민단체의 공세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노회찬 ‘떡값’ 실명공개에 김 법무차관 사퇴

    노회찬 ‘떡값’ 실명공개에 김 법무차관 사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에게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노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이 명절 때마다 떡값 리스트를 작성해 체계적으로 떡값을 제공했으며,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은 J전무대우 고문”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이 공개한 전·현직 검사는 K(대검 수사기획관·이하 당시 직책)·H(서울지검 형사6부장)·C(법무차관)·K(성균관대 이사)·K(서울지검 2차장)·A(서울지검장)·H(서울고검 차장) 등이다. 노 의원이 공개한 도청 테이프 녹취록에는 떡값 수수액이 액수를 밝히지 않은 ‘기본떡값’에 개인에 따라 500만∼3000만원이 보태진 것으로 돼 있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법사위가 열리기 직전 발언록 전문을 홈페이지(www.nanjoong.net)와 보도자료를 통해 미리 공개했다. 노 의원은 “K검사는 명절 때마다 전달되는 ‘기본떡값’말고도,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직접 5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와 있다.”면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으로서,97년 대선 이후 대선자금 수사를 담당하게 될 요직임을 감안한 특별대우”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홍씨의 친동생인 H검사는 검찰내 ‘주니어’(후배검사)들에게 떡값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H검사는 오래 전부터 후배검사를 관리하는 임무를 담당했고,2003년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있으면서 삼성맨을 요직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7명 가운데 현직 2명은 형법상 알선수뢰죄와 뇌물죄 혐의가 짙다.”며 법무부의 즉각적인 감찰 실시와 파면,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 등을 요구했다. 한편 K검사로 거론된 김상희 법무부차관은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관은 “삼성이나 중앙일보 홍석현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공직수행중 이들 회사와 관련된 일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도 “경위야 어떻든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찬구 김효섭기자 ckpark@seoul.co.kr
  • 국정원 1급 NIO 삼성硏전무 임명

    삼성 산하의 경제연구소 출신 인사가 국가정보원의 고위 직책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17일 “공개 모집 절차를 거쳐 최근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출신의 이언오(李彦五·51)씨를 계약직인 1급(차관보급) 국가정보관(NIO)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올해 도입한 NIO제도는 ▲세계적 정보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중장기 정보 전략 개발 ▲국정원의 유연성과 창의성 증대 ▲국정원이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인식분석 등을 위해 유능한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고영구 당시 국정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NIO 도입 방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NIO는 미국 정부가 시행 중인 관련 제도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국정원은 지난 1월 대통령 보고에서 국내·국제·북한 등의 주요 3개 파트에 NIO를 두겠다고 보고했지만, 이번에 알려진 이씨 외에 다른 NIO에 대한 채용계획이나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1일자로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표를 낸 이씨는 지난달부터 국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국정원측은 확인했다. 이씨의 임기는 대부분의 다른 계약직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2년으로 추정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씨는 1986년 삼성경제연구소 설립 때부터 연구소에 몸담았으며, 연구소 내 정책연구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우리도 안방컴백 1년만” 명세빈·이현우 ‘웨딩’서 열애

    “우리도 안방컴백 1년만” 명세빈·이현우 ‘웨딩’서 열애

    KBS2 미니시리즈 ‘웨딩’의 다른 주인공 2명도 오랜만에 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끝으로 1년간 안방극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이현우와 명세빈이 다시 연인으로 만났다. 같이 출연했던 ‘결혼하고’에서 코믹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밀고 당기는 사랑을 펼쳤다면 ‘웨딩’에서는 다소 우울한(?) 삼각관계를 선보인다.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들마다 다소 뻔뻔(?)하면서도 매너 좋은, 그래서 매력있는 캐릭터를 맡아온 이현우는 외교부 10년차 실장인 ‘서진희’로 등장한다. 회사 후배인 ‘한승우’(류시원 분)의 첫사랑을 가로채는, 냉정하고 자신만만한 캐릭터. 모든 일에 자로 잰 듯 하지만 겉으로는 승우보다 친화력이 있고 서글서글하고 농담도 잘하는 세련된 매너의 ‘플레이보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승우의 첫사랑 ‘신윤수’(명세빈 역)를 만나 그녀의 섬세한 따뜻함에 끌린다. 결국 윤수와 결혼을 결심하고 프랑스로 함께 떠나는데…. 두 남자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는 윤수역의 명세빈은 ‘결혼하고’에서 보였던 발랄한 노처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사려깊은 ‘플로리스트’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승우를 좋아했지만 스스로 포기한 뒤 진희를 만나 다시 마음의 문을 연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세나(장나라 분)를 부러워하고 좋아하는,‘천사표’의 면모도 보일 예정.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세이프웨이클래식] 코리아여전사, 후반기도 활짝 웃자

    “승수 사냥은 8월에도 계속된다.” 올시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승을 합작한 ‘코리아 여전사’들이 2주 남짓 방학을 끝내고 한여름 열전에 돌입한다. 무대는 오는 20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에지워터골프장(파72·6307야드)에서 개막하는 세이프웨이클래식(총상금 140만달러).지난 5월 강지민(25·CJ)의 코닝클래식 우승으로 시작, 지난달 말 장정(25)의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르기까지 매달 1승 이상씩을 낚아 상승세가 계속됐다.더욱이 꿀맛 같은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스윙 등의 재정비로 시즌 5승의 기대가 여느 때보다 높다. 최다 승수를 올린 지난 02, 03년(각 8승)의 ‘코리안 전성시대’도 재현해 보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에도 대거 2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한희원(27·휠라코리아)과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작은 거인’ 장정(25), 시즌 2승을 노리는 BMO캐나디언여자오픈 챔프 이미나(24),US여자오픈 ‘여왕’ 김주연(24·KTF) 등이 주목할 거물들. ‘터줏대감’들의 부진 탈출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박세리(28·CJ)는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올시즌 15개 대회를 이번 출전으로 꽉 채우고 부담없이 후반기와 내년을 기약하겠다는 생각.박지은(26·나이키골프)은 한국에서 부상을 치료하기 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도 출전, 샷 감각을 놓지 않았다.2000년 장정을 연장 끝에 물리친 김미현(28·KTF)도 명예회복을 위해 배수진을 친 상태.02∼03년 2연패를 달성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불참은 ‘와신상담’ 중인 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시즌 상금 2위를 달리며 올해 신인왕 굳히기에 들어간 폴라 크리머(미국)가 최대 난적.8월 첫 승의 주인공에 관심이 쏠린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다양한 경력의 힘 보여줄게요”

    “다양한 경력의 힘 보여줄게요”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학력·연령파괴로 참신한 화제를 몰고온 외환은행 공채에 합격한 주부 양미경(39)씨는 16일 “두 아이의 엄마라는 점 때문에 사실 지원을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실업고를 졸업한 뒤 백화점 경리사원으로 일하던 양씨는 결혼후인 1994년 치과의사인 남편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지금 11살,5살인 두딸을 돌보느라 전업주부로만 지내던 그녀는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러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영어를 못 하니까 남편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죠.”서른살이 넘어 하와이 브리검 영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그리고는 지난 2001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로 이주한 뒤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 왔다. 그러다 최근 신문에서 공고를 보고 지난 2월 귀국, 외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 양씨는 이번 신입 여성행원 중 최고령. 그녀는 “50살 넘은 분과도 함께 공부했던 만큼 일하는데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함께 입행한 조기진(28)씨는 사병으로 입대해 지난 2월 대위로 전역한 직업군인 출신.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장교가 된 뒤 강원도 화천, 양구 등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했다. 이공계 출신(서울 시립대 전자전기학)으로 11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김효영(29)씨는 테니스강사, 해충박멸 등의 파트타임 일을 하다 ‘뱅커’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여상과 전문대를 졸업한 고나영(25)씨는 3년반의 증권회사 생활을 접고 전직한 경우. 투자상담사와 세무회계관련 등 무려 6개의 자격증으로 취업의 벽을 뛰어 넘었다. 고씨는 “원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때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각 항공사에서 승무원을 뽑지 않아 꿈을 접었다.”면서 “이번에는 공채에다 학력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격증만 믿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외환은행 홍보모델로 얼굴을 먼저 알린 강민주(25)씨도 이번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양 호계지점에서 기업예금업무를 맡고 있는 강씨는 “홍보모델의 경험을 살려 은행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오은정(26)씨도 외환은행 구로지점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반 동안 일하다 이번에 사표를 내고 신입직원공채를 통해 다시 입행했다. 토익 900점에 중국어에 능통하며, 금융관련 자격증을 3개나 갖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데스크시각] 서울 행정2부시장 유고 너무 길다/ 강동형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이명박 서울시장은 “행정 2부시장이 없는데.”라는 질문에 “행정 2부시장이 없다는 것은 틀린 말이고,‘유고’라고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서울시 행정 2부시장은 유고(有故) 상태다. 양윤재 부시장은 영어의 몸이어서 100일 동안 출근하지 못하고 있을 뿐 부시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6일 구속된 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양 부시장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시의 기술관련 행정을 사실상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 양 부시장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왜 이명박 시장은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을까.’‘왜 양 부시장은 사의표명을 하지 않을까.’로 압축된다.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을 어찌 내칠 수 있느냐.”는 게 서울시의 기본 입장이다. 이 시장도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1심)재판 결과도 나오기 전에 야박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보였다. 양 부시장을 잘 아는 서울시 간부들도 그의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자치단체장이 범죄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고위공직자, 그것도 부시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이유야 어떻든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먼저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도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양 부시장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양 부시장이 구속 초기에는 (구두로)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청계천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양 부시장이 당초 8월까지만 있기로 했다는 얘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혹자는 양 부시장의 이같은 태도를 그가 학자 출신인 점을 꼽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구속되면 결백여부를 떠나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직서부터 내지만 학자들은 자신의 명예 때문에 섣불리 사표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행정 2부시장의 장기유고 사태를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시장과 양 부시장 사이에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의혹도 시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러한 의혹은 점점 부풀려질 것이다. 이 시장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시장은 취임사에서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행정2부시장 장기유고를 보면서 이 시장이 ‘깨끗한 서울만들기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야당출신 서울시장으로서 분한 마음도 읽혀진다.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정 2부시장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에만 있는 직책이다. 서울시보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에도 행정 2부지사는 없다. 서울시 행정 2부시장은 기술직을 총괄하며, 청계천 복원공사, 도시계획위원회 등 서울시의 핵심 정책들을 다룬다. 시 공직협의회에서는 양 부시장이 구속되자마자 후임을 즉각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나아가 “행정 2부시장이 이렇게 불필요한 자리라면 없애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도시계획국장과 뉴타운 보좌관이 행정 2부시장의 빈 자리를 어렵사리 메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시장은 행정 2부시장 인사 시기를 놓쳤다. 그렇다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 상태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나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잘못을 알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다. 몇달전 이 시장은 복원된 청계천의 시작부에 위치한 모전교의 재시공을 지시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실기했지만 이를 바로 세운다면 늦지 않은 게 세상 이치다. 야당 시장으로서 ‘분함’은 개인적인 것이며 서울시민을 위한 시장의 태도는 아니다. 시민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한다. 개인적인 억울함이야 있다 하더라도 양 부시장이 먼저 사의를 밝히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강동형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yunb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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