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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기업에 가산점

    롯데·SK 등 도입 기업 40여곳 휴직 뒤 복직률 상승등 긍정 효과 정부가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가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동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3개월 후 곧바로 1년간 육아휴직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조달청 입찰 시 가산점 부여, 일정 기간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5월 25~31일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에 차별 없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고용환경 구축에 노력한 기업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 포상한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이번 기업 선정에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2015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581개 사업장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제든지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응답이 53.4%, 신청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거나 여건상 신청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40.8%로 나타났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이른바 ‘사내눈치법’ 때문에 마음 편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동 육아휴직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롯데·SK 계열사와 KT&G, 현대백화점 등 40여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육아휴직자 복직률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롯데닷컴은 2012년부터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육아휴직률이 2012년 4%에서 지난해 7%로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복직률은 같은 기간 62%에서 88%로 급증했다. 서울 강남구의 베스티안병원은 근로자 본인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의사표명을 하지 않으면 부서장이 출산휴가 기안을 올릴 때 반드시 육아휴직기간을 포함하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고용부는 자동 육아휴직제 신청서식 표준안도 마련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전환형 시간선택제도 양식에 포함시켜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500인 이상 기업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단체에 배포하고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와 일가양득 홈페이지(www.worklife.kr)에도 게시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 개관 5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 개관 5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

    롯데콘서트홀 김의준(66) 대표가 개관을 5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고 오는 15일자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8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영진이 원하는 걸 충족시킬 능력이 안 됐다. 서로 궁합이 안 맞으니 5개월 더 붙어 있는 것도 구차하고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한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사퇴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공연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롯데콘서트홀 운영 방침을 두고 롯데그룹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간 롯데콘서트홀이 기업 메세나 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그룹 측은 공연장 운영에 있어 적자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 일로 그네들(그룹 측)도 다른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더라”는 말로 이를 시사했다. 차기 대표는 롯데그룹 내부 인사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예술경영인으로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 국장, LG아트센터 대표, 국립오페라단장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5월 롯데콘서트홀 대표로 취임했다. 오는 8월 18일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은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1500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점 8~11층에 지은 클래식 전용홀(2036석)이다. 예술의전당 이후 28년 만에 생긴 국내 두 번째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인 데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롯데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아 기업 메세나의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퇴로 롯데콘서트홀이 클래식홀의 정체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기업의 순수예술문화 메세나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화에 대한 성숙한 인식을 갖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음악 전용홀을 지어놓고 제대로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면 기업 측에서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총선 예비후보 ‘거물’ 후원회장 모시기

    남호균, 배우 박상원 영입…문성근, 조한기·백무현 지원 20대 총선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의 후원회장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후원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예비후보자의 이미지는 물론 후원금 총액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회는 1억 5000만원을 모금할 수 있고, 후원액은 하나의 후원회를 상대로 1인당 최고 500만원까지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서울 기준) 356명 중 190여명이 후원회장을 두고 있다. 상당수 후원회는 장관, 국무총리 등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해 후광효과를 노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대구 달성)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던 시절의 인연으로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위촉했다.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을 함께했던 윤상직(부산 기장군)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충북 제천·단양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예비후보와 경기 수원을에 도전장을 던진 백혜련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후보와 강 전 장관은 참여정부 평가포럼과 노무현재단에서 함께 일했다. 연예인 후원회장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구 달서병에 출사표를 던진 남호균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은 배우 박상원씨다. 박씨는 지난달까지 시청률 30%를 돌파한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열연을 펼쳤다. 배우 문성근씨는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조한기 더민주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진보 예술인 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전남 여수을에 출마한 백무현 더민주 예비후보의 후원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이미 유명세가 있는 예비후보들은 ‘실무형’을 택하기도 한다. 대구 수성갑에서 여야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 평소 친분이 두터운 고등학교 동기를 각각 영입했다. 김 전 지사는 경북고 51회 동기인 이균발 대경회계법인 대표를 후원회장으로 발탁했고, 김 전 의원은 경북고 56회 동기생인 이영동씨(전 증권회사 상무)를 후원회장으로 정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홍준표 경남지사, 측근의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연루 사과

    홍준표 경남지사, 측근의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연루 사과

    홍준표 경남지사가 측근들이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 지시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7일 사과를 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이학석 경남도공보관이 발표한 ‘주민소환 관련 도지사 입장 표명’이란 제목의 사과문에서 “교육감 주민소환과 관련한 도 산하기관 임직원의 일탈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차후에는 여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하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하겠다”며 “경남개발공사 사장의 사표는 조속히 수리하고 상임이사가 사장직무를 대행하도록 해 당면 현안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기 경남개발공사 사장은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2일 창원 서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사표를 냈다. 경찰은 박 사장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창원 서부경찰서는 앞서 지난달 26일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 작성 지시 등의 혐의(주민소환법 위반 및 사문서 위조)로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 박치근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박 사장과 박 대표이사는 홍 지사 측근으로 도지사 선거를 도왔다. 박 사장은 홍 지사가 국회의원을 하던 때부터 인연을 맺어 도지사가 된 뒤 중소기업특보를 거쳐 2014년 7월 경남개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경남FC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구속 직전 사직서를 냈다. 이학석 공보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홍 지사가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산하기관 관리·감독 등 도정에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에 산하 기관장이 연루된 데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창원시 북면에 있는 박 대표이사 소유의 조립식 건물 사무실에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을 하던 현장을 적발하고 같은 달 28일 경찰에 고발했다. 적발 당시 현장에서 여성 4명이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주소록을 이용해 진주시·김해시·합천군 주민 2507명의 서명을 허위로 작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사에서 박 대표이사와 박 사장 등이 직원들에게 허위서명을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이슈&이슈] 대구시 부지 비용 2000억 부담 덜어… 창조경제·문화 복합타운 ‘청사진’

    [이슈&이슈] 대구시 부지 비용 2000억 부담 덜어… 창조경제·문화 복합타운 ‘청사진’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 통과…활용 방안 3차 연구용역 진행 안동시로 경북도청이 이전 하면서 옛 부지 개발이 탄력을 받는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이전 부지는 14만 2000㎡에 이른다. 지난달 20일 경북도청과 경북교육청 등이 안동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이 일대는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그동안 국회에 제출된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대구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난 3일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구시가 주도하는 ‘부지 활용’의 길이 열렸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의원 발의한 지 7개월여 만에,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지 3개월여 만에 통과된 것이다. 기존 법은 도청 이전에 따른 옛 도청사와 부지를 국가가 매입하도록 했으나 활용 주체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고, 활용 주체는 그 소재지를 담당하는 지자체로 이원화돼 있었다. 대구시가 이 터를 활용하려면 경북도가 국가에 팔고 받은 만큼의 돈을 다시 국가에 주고 사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비용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개정 법안은 도 청사와 부지 매입은 국가가 하고 활용은 관할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양여 또는 대부받아 개발할 수 있게 규정했다. 정부는 부지 활용에 따른 운영비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담당 지자체는 지역 실정에 맞는 활용 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구시는 도청 이전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이미 2차례 연구용역을 했다. 2011년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는 세 가지 안이 제시됐다. 국립인류학박물관 유치, 산업기술문화공간 조성,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국립문화공간 조성 등 지식산업과 문화산업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1만 4000명의 인구 유입이 예상되고, 3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대구시청 등 행정타운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지지를 얻지 못했다. 2차 용역은 2014년 국토연구원에 의뢰했다. 용역 결과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창의인재양성, 주력산업 R&BD 연구 지원, ICT 융합 문화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삼성창조경제단지와 기능이 중복돼 수정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현재 3차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한다. 대구시는 경북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반영한 창조경제·문화 복합타운을 조성한다는 별도의 구상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원탁회의와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용역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청 이전 부지 활용을 위한 후속 조치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경북, 대전, 충남 등과 함께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7년 정부 예산에 경북도청 이전 부지 매입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할 방침이다. 이런 장기적인 활용 대책과는 별도로 대구시는 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지난 2일 발표했다. 주변 상권이 침체됐고, 우범지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오는 8월까지 총 37억원을 들여 이곳에 시청 별관 이전을 완료한다. 이전 대상은 경제부시장 집무실을 비롯해 현재 동화빌딩, 호수빌딩 등에 흩어져 있는 창조경제본부, 미래산업추진본부, 녹색환경국 등 경제부서와 건설교통국, 도시재창조국, 공무원교육원 등 2본부 4국 1원이다. 근무 인원은 시 전체 직원의 46%인 739명이다. 이전이 완료된 경북교육청 건물에는 글로벌헬스케어센터, 스마트드론기술센터, 3D프린터종합지원센터 등 국책사업 관련 연구기관 3곳을 배치한다. 또 지난 1일부터 청사경비, 청소 등을 민간 전문기간에 위탁해 이전 터를 관리하고 있다. 홍성주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오는 5월까지 시설물 안전점검과 사무실 정비공사를 마무리하고 6월까지 경제부서 이전을 완료할 방침”이라며 “공무원교육원 이전은 오는 8월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별관 이전과 함께 옛 경북도청 주변 상권 침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도 실시한다. 우선 산하 부서 및 공사·공단 등 직원들이 회식 등을 옛 도청 주변 식당에서 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식당에 대해서는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 납부기한을 유예할 계획이다. 식품진흥기금 및 경영안정자금 융자 지원, 불법 주정차 단속 유예 등에도 나선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청 별관 이전에 따른 민원인과 직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셔틀버스 운행, 화상회의 일상화, 원스톱 민원 처리 등을 추진하겠다”며 “도청이전특별법과 연계한 이전 터 활용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청 이전 부지 활용 방안은 4·13총선 이슈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구인 ‘대구 북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8명의 후보는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ICT 산업공간 조성 공약은 공통이다. 새누리당 권은희(56·현 의원)·양명모(56·전 대구시의원)·이명규(60·전 북구청장)·정태옥(54·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예비후보와 무소속 최석민(55·회사원) 예비후보는 대구시청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하춘수(62·전 대구은행장) 예비후보는 ‘금융전문가’라는 자신의 특색을 살려 첨단산업과 금융이 연계된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벤처기업과 벤처투자자문회사 등이 함께 입주하는 선진국형 창조밸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법원·검찰청 유치’ 등이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새누리 1차 공천 발표] 핵심 중진들 탈락 현실화… TK·강남 현역 물갈이 탄력받을 듯

    [새누리 1차 공천 발표] 핵심 중진들 탈락 현실화… TK·강남 현역 물갈이 탄력받을 듯

    예비후보 53명 탈락… 파장 확산될 듯 4일 새누리당 1차 경선, 단수·우선추천지역 발표의 최대 이변은 친박근혜계 핵심인 3선 김태환(구미을) 의원의 탈락이다. TK(대구·경북) 지역 친박계 핵심 중진의 공천 탈락이 현실화되면서 여당 텃밭인 TK, 서울 강남벨트 등의 현역 물갈이도 탄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친박계 현역 컷오프’를 고리로 친박계가 TK 친유승민계와 수도권 비박계를 쳐내는, 이른바 ‘논개 작전’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이날 탈락된 예비후보는 총 53명이다. 1차 발표부터 충격파가 일면서 향후 이어질 공천자 발표는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12명의 불출마가 확정된 가운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공천탈락한 현역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김 의원 탈락의 여진은 컸다. 아버지 김동석 전 의원(초선), 형 김윤환 전 의원(5선) 등 영남의 대표적 정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서청원 최고위원 등과 함께 ‘신7인회’ 소속 핵심 중진으로 분류됐던 탓이다. 청와대 비공개 만찬에 초청되고,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꾸준히 1위를 달리는 등 ‘공천 전선 이상무’로 여겨졌었다. 탈락이 확정된 이날 김 의원은 언론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가야 승복을 하겠는데 무슨 이유로 (공천탈락) 됐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탈당 후 출마 여부를 묻자 “그때 가서 시민들이 하라고 하면 하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경선지역은 서울 8, 부산 2, 세종 1, 경기 6, 강원 2, 경북 2, 경남 2개 등 23개 지역이다. 후보는 최대 3명까지만 허용했다. 이 중 서울 8곳 전부와 세종, 경기 4곳이 야당 지역구로, 수도권은 주로 험지를 경선에 부쳤다. 강원 원주갑·을도 현재는 여당 소속이나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했던 ‘스윙보트’ 지역이다.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1차 경선지역에 포함시켜 본선 흥행몰이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인봉 당협위원장을 모두 앞세우며, ‘험지 차출론’으로 과열됐던 경쟁도 미리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반면 이혜훈 전 의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맞붙은 또 다른 관심 지역인 서초갑은 이번 발표에선 제외됐다. 광진갑·을 경선 승자는 각각 야당 중진인 국민의당 김한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맞붙어야 한다. 광진갑은 각각 당협위원장·19대 총선 후보 출신인 전지명·정송학 예비후보가 맞수 대결을 펼친다. 동대문을은 재선 민병두 더민주 의원의 대항마로 박준선 전 의원, 김형진 전 당협위원장이 겨룬다. 중랑을은 윤상일 전 의원, 성북갑은 정태근 전 의원이 각각 경선에 나선다. 강동을은 이재영 비례의원과 18대 이 지역 출신 윤석용 전 의원이 맞붙는다. 경기 6곳 중 2곳은 현역의원이 경선에 나서게 됐다. 하남은 이현재 의원이, 유승우 의원의 탈당으로 무주공산이 된 이천은 윤명희 비례의원, 김경희 전 이천부시장, 송석준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의 3파전이 됐다. 부산·경북·경남은 모두 여당 텃밭이다. 부산은 진갑 나성린 의원이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허원제 전 의원, 정근 예비후보와 19대에 이어 3각 리턴매치를 벌인다.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김희정 의원도 친이명박계 진성호 전 의원, 이주환 전 부산시의회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 경북 김천 이철우, 경남 창원의창 박성호, 창원진해 김성찬 의원도 경선 대상에 포함됐다. 9곳의 단수추천지역은 사실상 ‘공천 확정’이다. 부산 3, 대전 1, 경기 2, 충남 1, 경북 1, 경남 1곳이다. 대체로 여당 강세 지역으로 20대 총선 승리가 무난히 점쳐지는 지역이다. 구미을 장석춘 예비후보를 제외한 8명이 현역의원이고, 이 중 더민주에서 입당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을 제외하면 7명 모두 신친박계다. 조 의원은 부산권에서 새누리당 전석 석권에 기대를 더한 만큼 단수추천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태환 의원을 제친 장석춘 예비후보는 경북 청암고를 졸업한 후 1981년 옛 금성사에 입사한 뒤 노동운동의 길을 걸었다.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출신인 그는 역시 한국노총 출신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연결고리가 주목된다. 4선 원유철(경기 평택갑) 원내대표를 비롯해 3선 김정훈(부산 남갑) 정책위의장, 유의동(경기 평택을) 원내대변인,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대표적 신친박이다. 4선인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 역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두지휘하며 명실상부한 신친박계로 거듭났다. 김용환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태흠 의원은 19대 국회 입성 이후 줄곧 여당 내 보기 드문 야당 저격수인 동시에 비박계 공격의 최전선에 서 왔다. 유 원내대변인도 각종 대야 협상을 매끄럽게 보좌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용교(부산 남을)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이지만 사실상 지역 내 경쟁자가 없는 편이다. 대전 대덕의 정용기 의원도 2014년 7·30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민심이 오락가락하는 충청권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우선추천 4개 지역은 모두 야당이 현역인 험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청년·여성 예비후보를 앞세우면 겨뤄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버틴 서울 노원병엔 이준석(31)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출격시켰다. 관악갑은 유기홍 더민주 의원, 국민의당 소속인 김성식 전 의원 등 야당세가 공고하다. 여기에 서울대 출신 변호사인 원영섭 당 법률지원단 위원을 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여성 우선지역인 경기 안산단원을에서는 박순자 전 의원, 이혜숙 전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경쟁 중이어서 최종 공천자가 주목된다. 경기 부천원미갑 이음재 예비후보는 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김경협 더민주 의원에게 도전하게 됐다. 그러나 단수추천지역 탈락자들의 반발과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여진의 가능성도 있다. 부산 사하을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을 다져 왔던 친박계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등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2~3일간 어떻게 대응할지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번에는 누구? 총선 낙천·낙선명단 1차 공개

    이번에는 누구? 총선 낙천·낙선명단 1차 공개  시민사회단체들이 4·13 총선을 앞두고 낙천·낙선 운동을 벌인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있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은 등은 공천부적격자 발표를 비롯한 낙천·낙선운동 대상자 명단 공개는 합법으로 정리됐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가 3일 공천부적격자 1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20대 총선 유권자운동이 본격 시작한다.   이번에 명단에 오른 이는 황우여, 최경환, 김진태, 이노근, 김석기, 한상률, 박기준, 김용판(새누리당), 김현종(더불어민주당) 등 9명이다. 총선넷은 이들의 명단을 각 정당에 전달하고 부적격 후보자에 대해 낙천을 촉구할 예정이다.   황 의원은 교육부 장관 재직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도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고,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로 있으면서 노동개악을 주도하고 재벌을 위한 규제완화에 앞장섰다는 것이 낙천·낙선 운동의 이유다.   또 김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실에서 추진했으며, 교섭 과정에서 미국이 반대하는 정책을 한국 정부가 추진하지 않도록 싸웠다고 발언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점을 선정사유로 들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용산참사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면직된 박기준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도 공천부적격자 명단에 들었다. 하지만 황 의원과 최 의원, 김 예비후보는 공직에서 추진한 정책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  한편 낙천·낙선 대상자를 기자회견으로 공표하거나 선정한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사표시 수준을 넘어 법적으로 선거운동이 될 때 문제가 된다.  때문에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행위, 집회·캠페인·서명운동 등으로 낙선·낙천운동을 벌이면 공직선거법의 제재를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자치단체장 25시]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언론인 10년, 정치인 20년 경력의 6년차 구청장이다. 빨간색, 보라색 등으로 염색한 머리 색깔과 여름이면 반바지에 잠자리 눈알 같은 파란색 렌즈의 미러 선글라스 차림으로 가끔 주민들을 놀래 주기도 한다. 외양만 파격적일 뿐 아니라 구민들을 위한 정책도 ‘용꿈꾸는 작은도서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도시’ ‘지식도시락 배달서비스’ ‘365 자원봉사도시 관악’ 등 재치와 배려가 넘친다. 억지에 가까운 민원은 “세종대왕이 관악구청장을 해도 그 문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라며 단호하게 대처하지만, 대부분의 민원을 세종대왕처럼 슬기롭게 해결해 낸다. 신문기자 시절 그는 ‘머’로 불렸다. 재치 있는 농담을 잘해서 성과 합하면 ‘유머’가 그의 별명이었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군중을 웃게 하는 농담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대변인으로 활약할 때도 그의 유머 감각은 빛을 발했다.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해 김한길 의원의 속마음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의 답은 이랬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습니다.” 경로당을 자주 찾는 그가 인사말로 꼭 꺼내는 농담이 있다. “저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경로당입니다. 어르신 모시는 일에는 오로지 경로당만 있을 뿐입니다.” 여러 번 들은 말이라도 들을 때마다 어르신들은 박장대소한다.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여러 일을 하다 정치계에 뛰어들고서 낙천, 낙선을 다섯 번이나 겪은 끝에 “겨우” 구청장에 당선됐다. 대기업 사원, 기업 홍보실장, 공공기관장, 편집국장, 방송작가,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국 사장 등 무수한 이력을 쌓는 중간중간 백수로 지낸 적도 많았다. 유 구청장이 던진 사표 숫자만도 7장이다. 감정적으로 던진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인 LG그룹 기획조정실은 ‘혼을 바쳐 일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나왔다. 한국일보 기자 시험에 합격해 3년간 다녔지만, 국민주주의 성금으로 한겨레가 창간되자 과감히 옮겼다. 5년간 일한 한겨레는 고(故) 송건호 전 한겨레 초대회장의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사표를 던지고 엄청 고생이 많았다”며 “젊음은 용기와 배짱이 생명이니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사표를 던지면 더 좋은 길이 나타날 거란 무책임한 충고는 할 수 없다”고 ‘사표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했다. 유 구청장은 서울대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인 관악구의 첫 서울대 출신 민선 구청장이다. 서울대 안에 경전철 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역할도 했다. 현재 역사 건설 비용을 놓고 서울대와 서울시가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대 캠퍼스를 지나는 경전철을 후보노선으로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고, 도시철도법상 2018년에 재검토하도록 법적으로도 조치했다. 삼성전자 연구소도 서울대와 협력해서 유치해 내년 1월 낙성대 주변에 연구원 1000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연구시설이 완공된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50대 후반의 공무원이란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틀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종종 던진다. 선거운동을 하다 구청장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관악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가 “잘난 체하시네!”라는 핀잔을 들었다. ‘잘난 체하시네!’라는 제목으로 펴낸 구청장 선거 일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바라던 국회의원은 못 되고 국회도서관장이 되었을 때, 모두 “한직이지만 책이나 많이 읽다 와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직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서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 50여곳을 탐방해 쓴 ‘세계 도서관 기행’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개정판까지 낸 ‘세계 도서관 기행’으로 아직 전국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오고, 인세 수입도 쏠쏠하다. 해외 도서관을 탐방하며 보고 들은 바를 관악구 정책에 접목시킨 것도 상당하다. 도서관에서 전문 직업 상담사가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취업 관련 세미나도 여는 ‘잡 오아시스’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사례를 적용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에서 첫 직장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뉴욕 도서관의 직업정보센터의 힘이었다. 해외 사례는 물론 가까운 국내 사례의 잘된 정책을 빨리 도입하는 것이 그의 구정 경쟁력이다. 본격적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시 도시농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강동구도 이미 다녀왔다. 유 구청장이 관악구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좋은 것은 따라 하자’는 정신이다. 올해는 옥상텃밭, 상자텃밭, 자투리텃밭 등으로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도시’에 이어 ‘걸어서 1분 거리 텃밭 도시’로 관악구를 만들 계획이다. 처음 도시농업 계획을 내놓았을 때 공무원들은 농사를 지을 땅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유 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했다. 결국 공무원들은 여기저기서 노는 땅을 찾아왔다. 그는 “자치단체장의 역할은 ‘조물주’에 맞먹습니다. 구청장이 말을 하면 공무원들이 이뤄내니까요”라고 ‘구청장 조물주론’도 농담 삼아 곁들였다. 기초단체장으로서의 철학도 확고하다. 아무리 기초단체장이 주민 복지를 챙겨도 국가 안보가 불안하면 ‘지붕 새는 집’이라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집으로 치면 기둥이자 지붕이고, 지방 자치의 복지는 아늑한 이불 덮고 따뜻한 밥상 차리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둥이 기울고 지붕이 새는 문제를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지요. 게다가 안보는 99%를 막아도 1%가 새면 문제입니다.” 지방 자치로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어도 국가 안보는 1%의 빈틈도 메우겠다는 자세로 안정적 운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간 정치계에 몸담은 유 구청장은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치는 짧고 정책은 길다”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정치철학을 소개했다. 별 4개 단 장군도, 시민운동가도, 언론사 사장도, 앵커도 정치권만 가면 멀쩡하던 사람이 ‘건달’이 된다는 것이다. 자기 정책이 없고 누구 따라다닐까만 생각하다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 건달’이 되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무역 폐지를 정치 목표로 삼고 20여년에 걸쳐 결국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유명 정치인 누구를 따라다닐까, 누구 눈치를 볼까에 집중하다 보면 장군도 정치계에서는 졸병이 되어버립니다. 자기 테마와 정책을 갖고 이 제도개선을 꼭 해야겠다, 작은 진보라도 이뤄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뤄야만 정치 건달이 되지 않습니다.” 정치권 20년 경험자의 ‘정치 건달 되지 않기’ 철학이다. 유 구청장이 올해 새롭게 구상 중인 정책은 ‘동물복지’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작되면서 인구 50만명인 관악구에서 4만여 마리의 반려견을 등록했다. 동물복지에 관한 책인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를 ‘관악의 책’으로 선정한 관악구는 반려동물에 관한 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반려동물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1인 가구가 많은 관악구를 포함해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필수적인 사회구성원이란 생각에서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방법부터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예의 등을 가르치고 ‘애견 파크’와 같은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도 늘려 간다는 구상이다. 보건소에서 정육점 민원을 처리하던 수의직 공무원도 반려동물 업무에 배치했다. 정책 구상을 위해 사료업체 대표를 만난 유 구청장은 “15살짜리 개가 동물병원에서 곧 사망한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주인이 정성으로 밥을 해 먹였더니 6년이나 더 살았다고 하더라”며 동물이 행복하면 사람은 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도시농업, 동물복지는 모두 시대의 흐름을 읽은 구청장이 내놓은 정책이다.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그가 세상을 바꿀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금천구,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 발달 돕는다

    금천구,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 발달 돕는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중국 출신의 결혼 이민자 A씨는 인지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왔다. 신체는 계속 성장하는데 의사표현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자녀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금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의 언어 발달 지도교실을 다니면서다.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는 아이를 보며 A씨는 “그저 감사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금천구는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다문화 언어발달 교실’을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2010년부터 운영해 온 교실로 올해 신규 대상자를 모집한다. 결혼 이민자들 상당수는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자녀의 언어발달에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구는 언어치료를 전공한 언어발달 지도사 2명을 채용,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대상은 생후 30개월에서 만 12세 이하 아동이다. 지도사들은 우선 아동의 언어발달 정도를 평가한 뒤 일주일에 두번씩 6개월간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한다. 어휘·구문 발달, 대화·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읽기와 이야기하기 등 전반적으로 지도한다. 부모와 아동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부모 상담도 한다. 부모도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도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다문화 가족도 지역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라면서 “그들의 안정적 정착과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맞춤형 사업을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오늘의 눈] ‘투박 마케팅’에 속앓이하는 지자체/윤창수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투박 마케팅’에 속앓이하는 지자체/윤창수 사회2부 차장

    선거철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투박 마케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임을 인정했다는 ‘진박 마케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람임을 내세운 ‘박원순 마케팅’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진박 마케팅’은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신통찮은 듯하다.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박원순 마케팅’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박원순의 전(前) 비서실장’ ‘박원순의 전 부시장’ 등을 내세운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치인들은 “어떤 선거도 쉬운 선거는 없다”고 말한다. 표를 얻으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 탓에 몸살을 앓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공직선거법은 광범위한 규제로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직 지자체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이유는 그만큼 그들의 권한이나 기능이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지자체장들은 “우리가 임의 민간단체의 대표냐, 지방정부라 불러 달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21년 역사의 지방자치가 그만큼 힘이 세졌다는 방증이다. 과도한 규제로 총선 2개월 동안 행정의 공백이 생길까 지자체장들은 하소연한다. 선거일 60일 전부터 정치행사 참여를 금지한 탓에 아예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숨짓는다. 대통령의 활동과 달리 선거와 무관한 주민의 삶을 보살피는 행정 행위조차도 공직선거법 때문에 할 수 없어 업무가 중지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1년 365일 나의 모든 일이 선거운동”이라며 공직선거법을 비아냥댔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의 법 해석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지방선관위는 또 아니라고 한단다. 선관위는 허가했는데 사법부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 선관위에 톡톡히 덴(?) 경험이 있는 이 구청장은 모든 선관위와의 업무는 문서로 남기라고 구청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반면 선관위는 전화 통화로 해결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혀를 찼다. 서울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이번 선거에 나서는 이는 없다. 비례대표 출마는 선거 30일 전까지 가능하다. 박 시장의 측근도 비례대표를 못 받는데, 이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당에서 구청장은 국회의원의 3분의1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여야 구청장 여럿이 출사표를 만지작거렸지만, 현직에 불리한 경선 규칙 등으로 포기했다. 선관위도 공직선거법이 국민의 복지업무를 맡은 지자체장을 선거 기간에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옭아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차례 헌법소원도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대체로 ‘예산을 낭비하거나 불공정한 선심 행정을 할 개연성을 막아야 한다’며 선관위 손을 들어 줬다. 지자체장 243명은 이 시기에 서랍에 넣어 둔 해묵은 민원을 해결하거나, 정치꾼들이 몰리지 않게 조용히 현장 행정에 나서는 게 좋겠다. 박 시장이 지난 1월 수행원도 없이 영하 19도의 한파 현장 점검을 했듯이 말이다. geo@seoul.co.kr
  • 2석 줄어든 경북 ‘현역 혈투’…전북선 3선끼리 공천 맞대결

    2석 줄어든 경북 ‘현역 혈투’…전북선 3선끼리 공천 맞대결

    28일 4·13총선 선거구 획정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를 잃어버린 의원은 다른 의원의 ‘안방’과도 같은 지역구에 도전장을 들고 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현역 의원 간 배수의 진을 친 ‘공천혈투’가 예상된다. 대부분 여야 텃밭인 영호남에서의 ‘맞대결’ 양상이다. 의석이 15석에서 13석으로 2석 줄어든 경북이 가장 치열하다. 새누리당 장윤석(영주) 의원과 이한성(문경·예천) 의원은 ‘영주·문경·예천’에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됐다. 장 의원은 “4선 의원이 되는 것이 내 팔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의원과 김종태(상주) 의원은 ‘상주·군위·의성·청송’ 한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김재원 의원은 “생활권과 문화권이 전혀 다른 선거구가 붙어 선거에 임하기 참 어려운 입장”이라면서도 “정정당당하고 깨끗하게 심판을 받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김종태 의원은 김재원 의원을 향해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후보자니 대통령의 오른팔이니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니는 것이 안쓰럽다”며 벌써부터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강원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운명이 초미의 관심사다. ‘홍천·횡성’이 공중분해돼 버린 까닭이다. 홍천은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의 ‘철원·화천·양구·인제’에, 횡성은 염동열 의원의 ‘태백·영월·평창·정선’에 각각 팔려갔다. 황 의원은 “항의를 해 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 “획정 결과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불출마할 생각도 했지만 지역 당원들이 재출마를 적극 권유해 다음달 2일 강원도청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홍천이 있는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에 출사표를 던지고 한 의원과 공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진 의원 간의 ‘3선 혈투’가 흥미로운 대결로 떠올랐다. 같은 3선인 김춘진(고창·부안) 의원과 최규성(김제·완주) 의원의 지역구는 모두 찢어지는 운명을 맞았다. 두 사람은 이번에 새로 탄생한 ‘김제·부안’을 전장으로 출사표를 내기로 했다. 김 의원은 “3선끼리 붙는 곳은 이 지역이 유일할 것”이라며 “정책 대결로 이기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일흔 살이 다 돼 가는 3선끼리 붙었다”며 “쿨하게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국민의당 황주홍(장흥·강진·영암) 의원이 같은 당 김승남(고흥·보성) 의원과 ‘고흥·보성·장흥·강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더민주 이윤석 의원의 ‘무안·신안’에 ‘영암’이 붙어 탄생한 ‘영암·무안·신안’에서는 이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 간의 다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19대 총선에서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붙어서 이겼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순천·곡성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순천이 단일 지역구로 독립하고 자신의 고향인 곡성이 ‘광양·곡성·구례’가 돼 버리자 ‘순천’을 출마지로 택했다. 경기 포천·연천의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고향인 포천이 포함된 ‘포천·가평’으로, 부산 해운대·기장을의 하태경 의원은 해운대갑으로, 경산·청도의 최경환 의원은 경산으로 간다. 더민주 진성준 의원은 강서을에서 강서병으로 출마 지역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중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지상욱 중구 당협위원장과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모두 중·성동을로 옮겨간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서울포토] 인사 나누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이정현 의원

    [서울포토] 인사 나누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이정현 의원

    2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공천 면접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전남 순천시 곡성군에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현대증권 누구 품에?… 5∼6곳 의향서 제출

    현대증권 누구 품에?… 5∼6곳 의향서 제출

        현대증권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 2곳에 이어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가세하면서 5∼6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 자문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이날 오후 3시 현대증권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난 12일 의향서를 제출하고 일찌감치 실사에 돌입한 가운데 신생 PEF인 LK투자파트너스도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LK투자파트너스는 외국계 SI(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국내 PEF와 외국계 PEF 등 2∼3곳도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회사 매물에 관심을 보여온 중국 푸싱그룹과 안방보험은 막판까지 의향서 제출을 두고 고민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판까지 고심하는 후보들이 있어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키움증권,메리츠종금증권과 같은 국내 중소형 증권사와 지방 금융 지주사 등도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돼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5천억∼7천억원 규모로 비교적 자금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이번 매각건의 매력을 키운 요인으로 평가된다.  매각의 걸림돌로 평가되던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이 완화된 점도 흥행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EY한영 회계법인과 현대그룹은 빠른 매각 일정 탓에 실사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수 후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사 마감일을 애초 다음 달 11일에서 18일로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0일 전후로 진행될 예정이던 본입찰도 24일 전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다만 자금 조달과 자구안 이행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다음 달 말까지는 현대증권 매각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면접

    [서울포토]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면접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대구 동구갑에 새누리당으로 출사표를 던진 류성걸(왼쪽부터), 손종익, 정종섭 예비후보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16. 02. 26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고마워요, 컷오프” 몰래 웃는 예비후보들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로 주인을 잃은 지역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민주 내에서는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 가운데 당 소속 후보가 없는 곳에 영입 인사를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 사라져 공천장 획득 더 가까이 우선 문희상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의 경우 당내 공천 신청자가 없어 불가피하게 전략공천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5선인 문 의원이 오랫동안 지역구를 관리해 온 만큼 경쟁력 있는 정치 신인에게 텃밭을 넘겨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4선의 신계륜(서울 성북을) 의원과 3선의 유인태(도봉을) 의원 지역구에는 공교롭게도 이미 ‘박원순 키드’들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성북을에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도봉을에는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성북을의 경우 신 의원을 제외하고도 총 13명이 여야 예비후보로 등록해 당내 경선 및 본선 경쟁이 여느 지역보다 치열하다.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의원의 지역구에는 신창현 전 의왕시장, 김진숙 의왕과천민생포럼 대표, 김도헌 전 도의원이 당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여인국 전 과천시장, 박요찬 전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한 뒤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 의원의 지역구엔 비례대표인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전정희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을에서는 조배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민의당 소속으로 뛰고 있다. ●‘박원순 키드’ 기동민·천준호 지역 등 눈독 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마를 준비했던 지역에도 새 인물 배치 가능성이 나온다.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을에는 더민주 영입 인사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전략공천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동안 조 전 비서관은 고향인 대구 지역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의 대항마로 서울 마포갑 출마가 거론됐다. 다만 홍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대구 지역이 워낙 험지인 만큼 앞으로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서울포토]‘초조한’ 새누리당 공천 면접자들

    [서울포토]‘초조한’ 새누리당 공천 면접자들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대구 동구갑에 새누리당으로 출사표를 던진 류성걸(왼쪽부터), 손종익, 정종섭 예비후보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2016. 02. 26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포토]‘초조한’ 새누리당 공천 면접자들

    [서울포토]‘초조한’ 새누리당 공천 면접자들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대구 동구갑에 새누리당으로 출사표를 던진 류성걸(왼쪽부터), 손종익, 정종섭 예비후보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2016. 02. 26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녹지 않는 전설·쫄지 않는 신예들이 온다

    녹지 않는 전설·쫄지 않는 신예들이 온다

    빙속 단거리 세계 최강자들이 한국에서 자웅을 겨룬다.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27~28일 이틀간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이 열리는 것은 2000년 이후 16년 만이다.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은 500m와 1000m 시합을 각각 2번씩 뛴 결과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단거리 부문의 세계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 세계 정상급 선수 각 3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남자부에서는 러시아의 신성 파벨 쿨리즈니코프(22)와 미국의 베테랑 샤니 데이비스(34)의 불꽃 튀는 신구 대결이 주목된다. 쿨리즈니코프는 이번 시즌 세계종목별선수권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있었던 ISU 2차 월드컵 대회 500m에선 33초98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쿨리즈니코프는 이번에 2연패를 노린다. 1000m 세계신기록(1분6초42)을 보유하고 있는 데이비스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1000m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낸 단거리의 전설이다. 나이가 30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최근에는 전성기 때의 기량을 못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시즌 2차 월드컵 1000m에서 1분7초37로 4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브리트니 보(28·미국)가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보는 이번 시즌 1000m에서 1분12초18로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며 세계 정상의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보와 동갑내기인 장훙(28·중국)도 만만치 않다. 장훙은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500m를 36초56에 주파해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2013년 세운 500m 세계신기록(36초36)에 0.2초 차이로 따라붙을 정도로 물이 오른 상태다. 2012년과 2014년 대회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땄었던 장훙은 이번엔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종합 6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김태윤(22·한국체대)과 2016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김민선(17·서문여고)이 상위권 안착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 여자부의 김현영(22·한국체대)·박승희(24·스포츠토토), 남자부의 김진수(24·의정부시청)의 선전도 기대된다. 관심을 모았던 남자 단거리의 간판 모태범(27·대한항공)은 허리부상으로 최근 출전을 포기했고,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해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권순천(33) 코치는 “선수들이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신인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깡촌 소작농의 아들 누나의 희생으로 진학 철도원으로 살다가 다시 주경야독육사에 붙고도 결핵으로 불합격그래도 내 결론은 도전박운상 선생님 덕에 물리학에 눈떠4년 만에 석·박사 탄소나노튜브 실험과 응용 연구나는 콧수염 학자 애벌레처럼 살 거야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콧수염의 역사를 묻자 이영희(61) 교수는 “사람들이 전공인 탄소나노튜브보다 이 털들을 더 궁금해하니 큰일”이라며 껄껄 웃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연구실(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물리학과)로 그를 만나러 간 지난 15일은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 교수는 7명의 교수, 30명의 박사후연구원 및 연구교수, 80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 등 120명에 이르는 대식구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다”며 약속 시간에 30분 늦은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1974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오늘처럼 추웠다. 기차를 타고 출근하며 메마른 창밖을 내다보는데 문득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철도고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 인천 부평에서 누나 집에 얹혀살며 매일 근무지인 서울역으로 통근을 했다. 갑작스럽게 든 생각처럼 결론도 갑작스럽게 났다. ‘그래, 다시 공부를 하는 거야. 공부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그때 고민만 하고 끝났다면 지금쯤 난 한적한 시골역의 역장이 돼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게 산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중학교 때까지 전북 김제의 깡촌에서 자랐다. 논이 동네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누가 “이 동네에서 가장 못사는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우리 집을 가리켰을 것이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머슴에 가까웠지만.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초등학생 때 가진 꿈은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큰 농장을 갖는 것이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어린 사람에게까지 무시당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동네 형들하고도 주먹질을 할 정도로 괄괄한 ‘이씨네 말썽꾸러기’로 통했다. -원래 집안 사정이 안 좋기는 했지만 애들이 공부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어려워진 것은 ‘딸깍발이’ 할아버지 탓이 컸다. 일제가 쳐들어와 양반들이 몰락하자 “왜놈들 세상에선 아무것도 안 한다”며 평생 돈벌이라곤 하지 않으셨다. 집 안에 먹을 게 다 떨어져 자식들이 굶고 있는데도 할아버지는 소신만 지키셨던 것 같다. 평생 힘들게 사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려서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은 이게 뭐냐”고 대들다가 아버지나 삼촌들한테 맞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난한 집에 먹는 입은 많다고, 나는 3남 2녀 중 장남이었다. 바로 위 누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누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내가 이만큼이나마 된 것도 그렇지만 여동생과 남동생이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을 하고 있는 것도 누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부모님은 “우리 장남 영희는 중학교까지는 나와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뒤집어 보면 중학교 졸업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남의 집 머슴일을 하면서 틈틈이 중학교 등록금을 모아 놓으셨는데, 어느 날 그 돈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중학교에 못 가게 될 상황이 된 거였다. 그때 이웃집 할머니께서 “사내놈이 중학교까지는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기저기 수소문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셨다. 그게 나에겐 약이 됐다. 중학교 들어가서 정말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 한 초등학교 친구가 “영희가 미쳤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꿈은 없었다. 그냥 공부를 잘하는 걸로 만족이었다. -대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는 마치고 싶었다.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인문계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나라에서 세운 철도고에 들어가면 학비 대주고, 나중에 취업까지 시켜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딱 내 학교였다. 그렇게 철도고에 들어갔는데 철도원으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다 보니 별달리 꿈이란 게 생길 턱이 없었다. 머리건 몸이건 좀 더 써 보고 싶은데, 내 몸의 혈액과 호르몬들은 나에게 한계 상황까지 가 보라고 다그치는데 현실은 그저 ‘등교-수업-하교’가 전부였다. 그러다 유도를 시작했다. 먹고 자는 시간과 수업받는 시간을 빼고는 그것만 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멋지게 업어치고 메칠 수 있을까, 관심은 그것뿐이었다. -1974년 1월 5일 토요일에 졸업식을 하고 7일 월요일 서울역으로 첫 출근을 했다. 통신전자과 출신인 나에게는 통신기지국과 열차 간 송수신기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열차 자동 정지장치를 수리하는 일이 부여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달을 지내고 난 어느 날 아침, 불현듯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됐다. 딱히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가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공부가 하고 싶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에 공부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다고나 할까. 실업계 학교를 나왔으니 당연히 대학 입시 기초가 약했다. 서울 종로2가에 있는 종로YMCA에서 대학입시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난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국문학과가 어울릴까? 수학 문제를 풀 때가 제일 신나는데, 그리로 가 볼까?’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학원에서 ‘분석물리’ 과목을 가르치던 박운상 선생님 덕이다. 입시 학원이었음에도 문제 풀이 요령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실험도구를 갖고 물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리학도 문학만큼이나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구나.” 거창하게 말하면 내 인생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1975년 초 기관차 수리 공장이 있는 수색역으로 발령났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곳이라 공부하기엔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체력은 바닥나고 업무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아 대입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결핵이라는, 당시로서는 꽤 중한 병을 얻었다. “고등학교 졸업해 번듯한 직장까지 얻었으면서 몸까지 상해 가면서 대학을 가려고 하느냐.” 아버지는 나를 꾸짖다가 “다 내가 못나서 널 제때 공부를 못 시켜 준 탓”이라며 통곡을 하셨다.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공짜로 공부시켜 주는 곳.’ 내가 가야 할 대학의 최우선 조건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필기·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했지만 결핵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상실감은 아주 컸다. 회사에 2개월 휴직계를 냈다. 머리까지 박박 밀고 고향집에서 2주 동안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부모님께서는 ‘얘가 죽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셨단다. 방 안에 틀어박혀셔 ‘과연 나는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결론은 ‘일단 시작한 것, 원 없이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2개월 휴직 기간이 끝나니 김제에서 가까운 익산역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전북대 물리학과였다. 입학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고 76학번으로 입학했다. 함께 일하는 직장 선배가 눈감아줘 근무 시간에 전공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그러기를 1년. 공부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회사에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냈다. -죽어라고 공부만 했다. 장학금 받기 위해서도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뤄진 공부가 쌓이자 내 평생의 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지도교수님께서 미국 켄트대를 추천해 주셨다. 입학 지원서를 냈는데 놀랍게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다. 1982년 8월 졸업이 예정돼 있었는데 가을 입학을 하라는 통보를 받아 7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학 후 첫 학기를 끝낸 1월 갑자기 온몸이 아파 왔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학교 보건소 의사는 타이레놀 한 알을 주더니 “푹 자라”고 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멀쩡해졌다. 유학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좋아하는 공부를 장학금 받고 해서 그랬을까. 석·박사 과정을 4년 만에 초고속으로 마쳤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고 모교인 전북대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마침 우리 학교에 교수 자리가 하나 났으니 지원하라”고 하셨다. 덜컥 합격했는데 그게 1986년 여름이었다. 7월 켄트대 학위수여식을 한 달 앞두고 모교에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박사 때까지 희한하게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이 순조로웠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나는 졸업식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학위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이 없다. 아들내미와 딸내미가 아빠 학력 위조한 거 아니냐고 말한 적도 있었다. -반도체 물리학이 전공이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1991년 탄소나노튜브가 세상에 처음 소개됐다. 논문들을 읽다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본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기초연구이면서도 실험과 응용연구가 가능했다. 대단한 매력이었다. 물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험 두 분야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내게는 공고 출신이라는 남다른 이력이 있었다. 직장에서 열차 무전기를 고쳤던 경험 등 현장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실험과 응용연구에 두려움이 없었다. -일반 사람들에게 내 연구 분야는 아주 생소하다. 이름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탄소는 뭐고, 나노는 뭐고, 거기에 튜브는 뭐란 말인가. 탄소나노튜브 연구가 잘 이뤄지면 요즘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정도로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까. 탄소나노튜브를 응용하면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전자 소재로 응용될 경우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초고속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다.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각국의 연구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눈에 불을 켜고 책과 논문을 파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기초이론을 보강하고 응용연구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후배들과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막다른 길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은 물론 연구원들에게도 나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 나온 구절을 인용한다.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종 목표’를 묻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 “내 최종 목표는 이거다”라고 정해 버리면 그것을 성취하고 난 다음에는 무슨 재미로 삶을 살겠나. 나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내 인생 최종 목표를 향해 이제 제대로 한 걸음 뗄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우리나라보다 해외 학계에서 더 유명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전 세계 대학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 ‘탄소나노튜브’ 열풍을 일으킨 한국의 대표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단층 탄소나노튜브의 대량 합성과 성장 메커니즘 규명이 그의 성과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론’과 ‘실험’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기 주력 분야를 정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 이론뿐 아니라 수소 저장, 투명전극, 복합체 연구 등 산업화 기술도 함께 개발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누가 “기초과학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 “기초과학은 돈이 안 된다” 같은 말을 하면 질색을 한다. ‘기초과학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가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1955년 전북 김제 출생 ▲1987년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 ▲1989년 미국 에임스국립연구소 방문연구원 ▲1993년 IBM 취리히연구소 방문연구원 ▲2001년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006년 한국물리학회 학술상 수상 ▲2006년 국가석학 선정 ▲2014년 수당상 기초과학분야 수상. 【탄소나노튜브 Carbon nanotube】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 모양이 서로 연결돼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을 이루고 있는 신소재. 1991년 일본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처음 발견한 이 물질은 튜브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에 불과한 나노(10억분의1)급 크기여서 탄소나노튜브로 불린다. 탄소나노튜브는 구리보다 전기 전도율이나 열 전달률이 우수하고 강도도 강철보다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배터리, 초강력 섬유, 생체 센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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