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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찐한’ 팔도 사투리 다모였네/ 퓨전역사코미디 부여 ‘황산벌’ 촬영현장을 가다

    지난 20일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감독 이준익)의 촬영이 한창인 충남 부여군 규암면 세트장.병풍 같은 산으로 에워싸인 목조성곽 세트가 2만여평에 달하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안에 세워져 있다.성문 입구 광장,위풍당당하게 말등에 올라 앉은 장군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중훈씨,말을 좀 더 앞으로 몰고 나와요.조금 더 앞으로요!” 주인공 계백장군 역의 박중훈이 취재진 앞에서 극중의 모습 그대로 포즈를 잡아보인다.건들건들 코믹한 이미지로 익숙한 그가,투구에 갑옷으로 중무장한 모습은 그 자체가 코미디다. ●계백·김유신장군 ‘사투리 전투’ 영화에 제작사가 특별히 이름붙인 장르는 퓨전역사코미디.지금으로부터 1343년 전,백제의 계백 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정진영)이 ‘찐한’ 사투리로 황산벌 전투를 벌였으면 어땠을까.실소부터 터질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다.늦봄 오후의 따가운 햇볕.세트장 건너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부소산성은 천년의 꿈결 속에서 몽롱한데,정작 세트장내 풍경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정없이 두드려 깬다. 감독의 ‘큐’사인을 받고 연출되는 신라·백제 병사들의 대치장면.신라병사들의 영남사투리,백제병사들의 호남사투리에 나중엔 강원도사투리까지(제주도만 빼고 팔도 사투리가 다 나온다.),온갖 욕설들이 속사포처럼 터져 뒤엉킨다. “스크린 연기에 대한 권태가 한동안 무척 심했어요.뭔가 똑같은 것을 답습하는 듯해서요.할리우드로 나갔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한참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었는데,때마침 이 시나리오가 들어온 겁니다.갑옷에 수염을 다 달아보고….(웃음)” ●박중훈 “충무로사랑 뼈저리게 그리웠다” 박중훈이 충무로에 돌아온 건 ‘세이 예스’ 이후 꼭 2년 만이다.물론 그 사이 할리우드 진출(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이라는 큼지막한 이력을 쌓았다.하지만 “충무로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리웠다.”고 고백한다. 모처럼 돌아온 ‘친정집’에서 요즘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최근작들이 모두 흥행에 쓴맛을 봤는데도,새 작품에 대한 흥행부담이라곤 여전히 눈곱만큼도 없다. “감독의 특별주문이 애써 웃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거였어요.계백장군의 역할을 코미디가 아니라,오히려 정극에서처럼 집중해 연기해달라는 주문이죠.한때 코미디로 날렸던 배우 박중훈이 말탄 장군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웃기니까 제발 오버하지 말라,그 뜻을 제가 왜 모릅니까.” 하회탈처럼 또 한번 오만상을 구기며 호탕하게 웃어젖힌다. 사실 이번 영화의 매력포인트는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사투리에 있다.그가 “말이 장군이지 칼 한번 제대로 잡는 장면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입심’하나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다.촬영초반인데도 호남사투리가 혀끝에 착착 감긴다.‘본토 발음’을 CD로까지 녹음해 달달 외운 결과다.스크린의 주인공이 아니라 ‘중고참’ 영화인으로 돌아오면 그는 대번에 진지해진다.할리우드 첫 진출작으로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세상에 헛된 일이란 없다.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번 작품의 출연계약서를 할리우드 방식으로 체계화해서 썼다.할리우드 경험의 결실이다.“하루 12시간 이상은 찍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작사와 합의했다.”는 그는 “현장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제작비 50억… 10월 개봉 예정 그는 스스로를 “억세게 운이 좋은 인간”이라고 말한다.할리우드 쪽으로 꾸준히 행동반경을 넓히기로 마음을 다잡는 건 그런 믿음 덕분이다.올 하반기엔 조너선 드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재도전한다.시나리오 초고는 이미 나왔다.‘황산벌’의 전체 제작비는 50억원.멀리 강원도에서 300t이 넘는 나무를 공수해 지은 성곽세트 비용만도 5억원이나 들였다.오는 8월 말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부여세트에서 찍을 영화는 10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부여 황수정기자 sjh@
  • 한국인 아내·프랑스인 남편 함께 노래한 ‘아리랑’

    최근 대하소설 ‘아리랑’이 프랑스어로 완역된 것은 두가지 면에서 뜻깊다.유럽에서 한국 대하소설이 완역된 것이 처음이란 것과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한·일 관계의 진실을 알릴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7년 동안 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번역에 매달린 전 파리7대학 교수 조르주 지겔메이어(65)와 한국인 부인 변정원(53)씨.작가 조정래도 “방대한 분량에다 사투리도 많아 아주 힘든 작업을 꼼꼼히 마쳐 원작을 쓰는 것 못지않은 중요한 일을 했다.”며 사의를 표했다.그들이 묵고 있는 서울 플라자 호텔을 찾아 ‘아리랑’ 번역에 얽힌 얘기와 그들의 삶을 들어보았다. “24년 전 외국인과의 결혼을 고심 끝에 허락하신 어머니가 ‘한국과 프랑스를 위해 좋은 다리가 되라.’고 당부하셨는데 ‘아리랑’ 완역으로 보답한 심정입니다.” 외국인과의 결혼을 마뜩찮게 바라보던 시절,오빠들을 비롯한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할 때 지겔메이어를 만나보고 ‘사람이 진국’이라며 결혼을 허락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恨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말이 유창한 지겔메이어는 “이 번역으로 36년 동안 나치 탄압 못지않은 수탈을 당했던 한국인의 생활상과 ‘한(恨)’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선물로 받은 ‘아리랑’을 보고 감동한 변씨가 번역에 착수한 것은 96년.그해에 조정래씨,해냄출판사와 논의한 뒤 프랑스의 아르마탕 출판사와 계약까지 마쳤다.부인이 1차로 번역하고,남편이 재번역하는 등 부창부수(夫唱婦隨)하면서 7년을 내리 ‘아리랑 곡조’에 젖어 살았다. 이들의 결혼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7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길에 오른 변씨는 생면부지의 땅에 도착한 뒤 지겔메이어에게 편지를 보냈다.고교 시절 그에게 불어 그룹과외를 받은 기억을 더듬어 이름만으로 수소문해 주소를 알아낸 것.그러나 지겔메이어는 2년 뒤에야 그 편지를 받았다.편지를 받은 부모가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는 아들에게 깜빡 잊고 전해주지 못한 것이다. ●과외교사와 학생… 결혼도 극적으로 2년 뒤 서랍에서 편지를 발견한 지겔메이어는 ‘한번 만나자.’고 아주 늦은 답장을 보냈다.이후 1년 정도 연정을 키워오다 지겔메이어의 청혼으로 79년 10월 결혼했다. “66년부터 73년까지 경북 문경에서 사제로 활동하며 받은 한국 이미지가 너무 좋아 프랑스 여성과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정원은 호기심 많고 매사에 열심이어서 한 여성이 아니라 ‘한국 이미지’와 겹쳐 보였습니다.”(지겔메이어) “서양이 오히려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었어요.특히 ‘한국은 가톨릭의 가르침 없어도 인간답게 잘 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겸손하고 순박한 모습에 감동받았죠.”(변정원) 지겔메이어의 한국 생활 7년은 삶의 전환기였다.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모습은 신에 귀의한 자신의 선택을 흔들었다.그는 귀국한 뒤 사제생활을 접고 속세로 돌아왔다.한국을 더 배우고자 파리7대학에서 ‘일본 강점기 시대의 한국 경제사’를 주제로 박사과정(DEA) 학위를 받고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그는 당시 경험한 인상적인 일화를 들려주었다. “수업시간에 백제시대 과학자·기술자가 일본에 건너가 문물을 전했다고 강의하자 일본인 학생 몇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요.일본이 침략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그들이 받은 교육과 정반대여서 그랬나봐요.” 이런 기억이 있는 그에게 ‘아리랑’은 한·일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깨달음을 주었다.“신라시대 불교부터 6·25까지 공부한 그였지만 일제 강점기는 빠져 있었다.”는 그는 “작품을 읽은 뒤 일본의 만행이 나치보다 더 심했다는 걸 알았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먼저 사과하고 한국이 받아들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아리랑’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잊어서는 안될 민족의 상처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는 ‘아리랑’의 또 하나의 미덕은 한민족의 특성과 개성을 잘 그려냈다는 것이다.“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동화되어 사는 모습,비록 못살더라도 이웃과 궂은 일을 함께하는 정겨움 등은 서양인이 배울 점”이라고 평가했다.소나무를 이용하는 세시풍속에 대한 것만 2쪽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농경문화를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인들 소중한 전통 쉽게 잊는 듯 이래저래 이들 부부의 ‘한국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지난 2000년 2월 영화감독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가 파리의 ‘시테 유니베르시테르(국제대학생기숙사촌)’ 등에서 상영될 때는 프랑스어 자막을 무료로 번역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30여년 전 한국의 모습을 잘 아는 벽안의 이방인이 현대의 한국에 던진 메시지는 얼굴을 확 달아오르게 했다.“한국 문화가 너무 빨리 바뀐다.바뀌는 건 좋은데 머리에 물들이기 등 서양문화의 겉모습만 흉내내는 것 같다.그러면서 소중한 전통문화를 너무 쉽게 망각하는 건 아닌지….또 하나의 의문은 친일파 문제다.한국은,프랑스에서 나치 협력자에게 ‘반인류범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한 것처럼 왜 친일파를 응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글·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냉소적 표현 비주류때 습관 탓”언론사 논설위원 초청 오찬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언론사 외교·안보·통일 분야 논설·해설위원 26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자신의 언론관과 언어습관 등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며 주변환경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 얘기에 수긍이 간다.”면서 “언론은 칭찬은 잘 안 하고,꾸중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비판받을 때는 우리가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있구나,관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내가 생각하는 게 짧았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과 오해나 불편한 점도 많아서 오늘 오신 분들이라도 서먹함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최근 계속된 언론에 대한 ‘적대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표현이다.노 대통령은 자신이 비교적 ‘다변(多辯)’인 데 대해 “까다로운 질문이 나오면 클리어하고(분명히 하고) 싶은 내 성격에 다 얘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또 “스스로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을 쓸 때가 더러 있다.”면서 “정치적 비주류의 길을 걸어오면서 길러진 습관”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금방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걱정하지 않도록 당당하게 한국 대통령으로서 일하고 오겠다.”면서 “‘자가 얼어뿌렀다.’(‘저 아이가 얼어버렸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얘기 안 듣도록 한국 대통령으로서 적절히 처신하고 오겠다.”고 방미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배우는 물… 그릇엔 신경 안써요”/ 16일 개봉 와일드카드 고참형사役 정 진 영

    좋은 배우는 ‘물’이어야 하는지 모른다.마음 먹은 대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한 속성.그런 배우에겐 담길 그릇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괘념할 일이 못 된다.16일 개봉하는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유진E&C)에서 직업의식 투철하고 동료애 넘치는 형사로 나오는 정진영(39)에게도 그 이치는 들어맞는다. ●감독과 2년전 술자리서 출연 약속 “김 감독,제가 밥먹게 해준 사람이에요.물론 술도 먹게 해줬고(웃음).” ‘달마야 놀자’ 이후 1년만의 선택이 왜 ‘와일드 카드’였냐는 물음에 대답이 싱겁다.그런데 사실이다.‘약속’으로 배우대접을 받게 해준 김유진 감독이 2년전 술자리에서 “형사 이야긴데 같이 찍자.”고 한마디 건넸고,그냥 받아들였다.덮어놓고 감독을 신뢰해서였다.또 한가지.어디에든 담길 수 있는 스스로의 근성을 믿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계약이기도 했다.“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뭐 필요합니까.어차피 연기는 책(시나리오)을 받는 순간부터 (배우가) 만들어가는 건데.” 양동근과 투톱으로 끌어가는 형사이야기에서 그는허구한 날 잠복근무를 하는 강력반 고참형사 오영달 역이다.다혈질의 후배형사를 다독이는 품새에선 진짜 맏형같은 여유가 엿보인다.“영화는 속임수”라는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거짓말꾼이다.이력을 따져보면 더 분명해진다.무슨 역할이었건 그 바닥에서 족히 10년은 굴러먹었을 법한 노련한 캐릭터를 맡아왔다.보스에게 충성을 바치는 의리파 깡패(‘약속’),오합지졸의 죄수세계에 질서를 만드는 사형수 ‘빵장’(‘교도소 월드컵’),절을 지키려 조폭단에 맞서는 겁없는 스님(‘달마야 놀자’)이 그랬다. 정박자 연기의 이미지를 확 뒤집는 파격을 시도해본 적은 없냐고 물었다.“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은 배우는 못 됩니다,제가.이번 영화가 흥행한다고 해도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건 한석규나 송강호,설경구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죠.” 겸사가 많다.인터뷰가 아주 더디게 가열되는 건 이런 신중 일변도의 답변 방식 때문이다. ●서울대 졸업… 조감독에서 배우로 서울대 국문학과(그는 이 간판을 끔찍이도 부담스러워 한다.)를 졸업하고 연극무대를 거쳐 발을 들인 영화판.97년 ‘초록물고기’의 조감독이었다가 촬영현장에서 배우로 데뷔했다.“한석규의 극중 형으로 연기 한번 해보라.”고 등떼민 건 이창동 감독이었다. 느린 호흡의 일이라면 뭐든 자신있다.“워낙 순발력이 떨어져 TV드라마는 맞지 않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방송물로는 SBS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만 진행하는 것도 그래서다.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편안하다.하나뿐인 딸아이의 자는 얼굴만 들여다볼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현장’의 거친 형사를 연기하면서도 특별히 사전공부는 하지 않았다.자기확신 때문이었다.“시나리오를 열심히 읽다보면 감독의 의도를 꿰뚫어볼 수 있고 그 의도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조만간 ‘황산벌' 김유신 장군으로 주인공을 맡았다고 해서 흥행부담 같은 건 없다.시위를 떠난 화살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딴 생각할 겨를도 없다.조만간 시대코믹극 ‘황산벌’(감독 이준익)에서 신라의 김유신 장군으로 지방을 누벼야 한다.사투리 때문에 백제와 전투를 벌이는 설정이라,경상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하는 웃기는 장군이다. “인생의 목표를 정한다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고 그는 말한다.배우가 된 것도 생의 한 과정이지 목표는 아니었다.다만 꿈은 있다.이번엔 정색을 한다.“꿈은 누구나 꿔도 되는 것 아닌가?” 그의 먼 꿈은 감독이다.“그렇지만 이룰 수 있다고는 안 본다.” 정색한 얼굴에서 순식간에 긴장을 걷고 느물느물 웃는다.어느 쪽이 진짜인지 모를,배우의 얼굴이다. 황수정기자 sjh@ ■‘와일드 카드' 어떤 영화 ‘와일드 카드’는 적어도 두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영화다.‘아직도 형사를 소재로 할 이야기가 남았나?’ 이건 부정적인 편견이다.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재료(형사물)만으로 걱정할 일이 아니었네.’ 닳고 닳은 소재로 신통하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영화에서 중견감독의 범상찮은 관록이 느껴진다.김유진(54) 감독은 전작 ‘약속’에서 호흡을 맞춘 이만희(50) 작가에게 다시 시나리오를 맡겼다. 격무에 시달리면서 위험에 노출된 형사세계를 축으로 한 영화는,‘한물 간’ 조폭이야기도 양념으로 섞었다.베테랑 형사인 오영달(정진영)과 행동이 앞서 늘 위태로운 신참형사 방제수(양동근)가 주인공.퍽치기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두 형사가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전체 분위기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다.‘투캅스’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요령껏 섞은,적당히 익숙한 맛의 칵테일이라고 할까.영화의 묘미는,주인공은 물론이고 주변인물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양하고 생생하게 살아 씨줄날줄을 엮는다는 것.인정많은 김 반장,무조건 몸싸움을 피하는 소극적인 장 형사,골칫덩어리 전과범이지만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 등이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펼치되 어느 한 지점에서 절묘하게 고리를 건다. 카메라가 앵글을 맞춘 건 형사들의 애환이다.범인에게 총을 쏴 과잉수사 혐의로 감찰반의 추궁을 받는 오영달,젊은 시절 국경일에만 집에 들어가 ‘국경일’이라 불리는 김 반장 등을 통해 그려지는 형사에는 사람냄새가 진하게 풍긴다.과장된 액션이나 대사없이 진지한 것도,한국형 형사액션의 편견을 뛰어넘는다.컴퓨터그래픽도 일절 쓰지 않았다. 실제 형사들을 모델로 시나리오가 쓰여진 덕분에 생생한 현장의 용어들이 많다.그 예 하나,퍽치기와 아리랑치기의 차이.술취한 사람의 주머니를 터는 좀도둑이 아리랑치기라면,퍽치기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강도다. 황수정기자
  • 꼬부라진 등줄기… 푹 파인 주름…‘깡촌’ 할머니들의 삶

    속절없는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좋은 세상이 이미 아니다.깊고 쓴 한숨의 결이 제목에 배어나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디새집 펴냄)는 그래서 덜컥 안쓰러운 마음부터 쏠린다. 사진작가인 유동영·허경민씨가 몇년동안 ‘깡촌’을 뒤지고 뒤져 구술(口述)로 이끌어낸,늙은 촌부들의 인생 고백담.이름없이 늙었으며,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만치 신산하고 기막힌 한살이를 살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6명의 ‘여자’들.고통과 인내로 삶의 굳은살이 박힌 할머니들의 이야기는,어느새 묵직한 삶의 위안으로 돌아온다. 강원·충청·경상·전라도를 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회고담은 억척스런 구어체 사투리 원형대로 재생됐다.책을 펼치자마자 영화같고 소설같은 인생유전을 만난다.전라도 고흥 선정마을의 금산댁 할머니(81).열일곱살에 시집온 할머니가 둘째를 가졌을 즈음이었나.일본군에 강제징집된 남편은 8년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웃집의 씨받이가 돼서라도 자식 둘을 건사할 길을 찾아야 했고,그날 이후 50여년을 ‘작은어매’로 불리며 천근만근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다.시어머니는 왜 또 그렇게 자주 매를 들었던지.“잘못한 거이 없어도 잘못했다 그러고.그른 기 시집살이제.일도 마이(많이) 시키고.어떤 때는 눈에서 눈물이 펑펑 받게 해.그라믄 혼자 정지(부엌)에 가서 울제.” 경남 거창 구수마을의 대습댁 할머니(71)의 내력도 소설책 한질로 풀어내고도 남는다.열네살짜리 꼬마신부는 스물세살의 아저씨같은 신랑과 얼굴 한번 못보고 평생가약을 맺었다.“내 등허리는 한번도 안 어(비었어).” 결혼한 이듬해부터 마흔세살이 될 때까지 아들딸을 11명이나 낳았으니 허리가 잘록할 날이 있었을 리 없다. 청무같은 젊은 시절을 못 먹어서 입이 돌아갈 만큼 민망한 가난으로 접었다.시어머니에게 작대기로 두들겨 맞으며 보냈던 모진 시집살이는 또 어땠나.“뭐이가 맘에 안 들었는지.자기 딴엔 뭐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뚜드러 팼제.” 풍상에 찌든 삶을 살아내고도 여전히 원망 한줄 없다. 친정집 입 하나 덜어주자고 ‘시집’이 뭔지도 모르고 민며느리로 팔려오다시피 했던 어린여자,캄캄해지도록 들일을 하고 들어와선 헛간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던 젊은 여자,도망간 며느리 대신 손자에게 젖을 물려야 했던 늙은 여자….이땅의 ‘어미’들의 묵은 이야기들은,참 신기하다.논으로 밭으로 산자락으로 민들레처럼 엎드리다 볼품없이 꼬부라진 등줄기,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손등이 그대로 푸근한 위로가 되는 것은.8500원. 황수정기자 sjh@
  • 김현성 감독 데뷔작 나비 / 80년대 삼청교육대 배경 권력에 짓밟힌 ‘비련 남녀’

    30일 개봉하는 김현성 감독의 데뷔작 ‘나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웃기는 여배우’ 김정은이 순애보에 멍드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주·조연 합해 22편의 영화를 찍었으나 흥행복을 타지 못한 김민종이 비운의 건달로 나오는 액션멜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잡은 영화는 태생적으로 복고풍일 수밖에 없다.시골청년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1년 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 도입부는,중년관객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을 보여준다. 영화는 한참동안 김정은의 주특기인 코믹연기에 기댄 코미디로 진행된다.별 볼 일 없는 건달 민재(김민종)를 죽기살기로 쫓아다니는 시골처녀 혜미(김정은)의 순박한 대사,서울로 간 민재가 깡패로,룸살롱 제비로 갈팡질팡하는 행색에 폭소가 잇따라 터진다. 복고풍의 익숙한 외피를 갖췄으나 영화는 곧 ‘위험한’ 시도에 들어간다.순식간에 권력의 횡포와 활극이 난무하는 비극멜로로 화면이 바뀐다.옛사랑을 찾아 상경했다가 군 고위간부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으로 전락한 혜미는 곡절 끝에 민재를 만나지만,이를 눈치챈 대령은 민재를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린다. 미국에서 촬영공부를 한 감독은 ‘흑수선’‘가문의 영광'의 비주얼 디렉터 출신.화면기법은 누아르 뺨치게 세련됐다.그럼에도 “밑바닥 인생의 숭고한 사랑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근사한 화면 위에서 빙빙 겉돈다.억울하게 인권이 짓밟히는 삼청교육대를 주무대로 잡았으나,시대 활극이 아닌 이상 허점이 많다. 허대령의 심복인 출세지향형의 인물 황대위(이종원)까지 혜미를 좋아하면서 남녀 주인공을 둘러싼 극은 4각 구도의 멜로가 된다.80년대의 왜곡된 권력횡포를 덤으로 고발하려는 시도까진 좋은데,인과 얼개가 치밀하지 못하다.‘람보’류의 대규모 총기 액션을 구사하며 혜미와 민재를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황대령의 처절한 분노는 후반부의 주요설정.그의 갑작스런 광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스크린 밖에서는 의아할 뿐이다.삼엄한 경계를 뚫고 혜미가 삼청교육대의 철조망 앞에 나타나는 상황도 뜨악해진다.시대와 소재에서 과감히 복고를 선택한 영화의 용기가 감정만 출렁이는 신파로 주저앉는 듯해 아쉽다. 복고지향이지만 유행을 의식한 흔적도 역력하다.걸쭉한 사투리에 질펀한 입담을 자랑하는 주변 캐릭터들이 잔재미를 돋구는 데 성공했다. 황수정기자 sjh@
  • 30년대 ‘동백꽃’ 무대 다시 그린다/ ‘김유정 문학제’ 25일부터 춘천 실레마을서

    ‘동백꽃’‘봄·봄’ 등 해학미 넘치는 소설을 남긴 토속문학의 대표적 작가 김유정(金裕貞·사진·1908∼1937)이 문학제를 통해 되살아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김유정 문학촌'(촌장 전상국)은 25일부터 사흘 동안 김유정이 태어난 곳이자,그 문학의 산실인 강원도 춘천시 실레마을에서 제1회 김유정 문학제를 연다. 김유정 문학촌장인 소설가 전상국(강원대 교수)은 “향토색을 기가 막히게 그려낸 김유정의 작품은 그 자체가 이 고장 문화의 뿌리”라면서 “이 문학제는 단순히 김유정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전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민속을 맛보게 하여 그 속에 깃든 공동체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학제는 극단 금병의숙이 아동극 ‘아주 먼 옛날’을 공연하는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첫날엔 박세현(상지영서대),이주일(상지대) 교수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김유정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리고,26일은 문학촌에서 백일장과 김유정의 작품 한 대목을 춘천사투리로 낭송하는 대회가 열린다. 문학제의 절정은 마지막날인 27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김유정 작품 속의 30년대 삶의 재현 모습’.김유정의 작품을 낳고 살지게한 당시 농촌의 정경을 다시 그려보는 자리이다. 전문 투계꾼의 시범과 토너먼트식 투계대회로 ‘동백꽃’에 등장하는 닭싸움 장면을 재현하고 ‘만무방’의 빚잔치 장면을 무대로 꾸며 전시한다.이밖에 김유정의 여러 단편에 나오는 나뭇짐지기,떡치기 등의 체험 시간도 마련한다. 문학촌측이 ‘김유정 작품 현장 답사’와 투호놀이·널뛰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준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033)261-4650. 이종수기자 vielee@
  • 새만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만화로 재구성했다.이희재 글·그림.1만5000원.청년사. ●황토빛 이야기 1∼3 주인공 소녀 이화가 여자로 성숙해가는 이야기.여백의 미를 살린 공간처리,맛깔스러운 사투리,토속적인 캐릭터 등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김동화 글·그림,각권 8800원.행복한 만화가게. ●만화로 읽는 공자 1∼3 공자의 철학과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했다.다케가와 고타로 글,모모나리 다카시 그림.장원철 옮김.각권 7500원,황금가지. ●수학마왕 2 고대 시간여행을 통해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리즈 2편.비원 스튜디오 글,김린 그림,김용운 감수.8500원.웅진. ●가루지기 옹녀와 변강쇠 이야기를 고우영 특유의 해학으로 재구성했다.80년대 스포츠 신문에 연재했던 동명 만화의 무삭제 완전판.고우영 글·그림.각권 7000원.자음과모음. ●투란도트의 공주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페르시아 민담을 초등학생 대상으로 재구성한 만화.이규성 글·그림.8000원.가교출판.
  • [시네 드라이브] 사투리 연기가 흥행대박 좌우?

    영화 촬영현장에 때아닌 사투리 열풍이 강하다.경상,전라,강원 등 사투리의 출처도 다양하다.코미디 붐 속에 손쉽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투리를 끌어들이는 추세인데,배우들이 덩달아 바빠졌다. 가을 개봉을 목표로 새달 1일 크랭크인할 ‘황산벌’팀의 사투리 연습은 살벌(?)할 정도다.영화는 백제 계백장군과 신라 김유신 장군의 대결을 그리는 코미디.영화 전체가 영·호남 사투리로 진행되는 터라 주인공들의 사투리 대사는 필수다.계백의 부인을 맡은 김선아의 노력은 눈물겹다.전라도 출신인 매니저의 주선으로 여수 토박이 아줌마에게 시나리오를 보낸 뒤 사투리 육성을 녹음테이프로 공수받아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역사공부에도 한창인 계백 역의 박중훈은 아예 촬영현장에 ‘전담선생’을 모셔갈 계획이다.김유신 역의 정진영도 뒤질세라 경상도 출신의 조연 김인문과 사투리만 쓰는 술자리를 따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 지난달 28일 개봉한 ‘선생 김봉두’는 배경이 강원도 산골.아역배우 5명은 촬영 두달 전부터 영월 출신의 극중 조연에게서 강원도 사투리를 과외수업받았다.장규성 감독이 강원도 시골 출신인 덕도 톡톡히 봤다. 이처럼 감독이 지방출신이면 사투리의 결은 한결 더 생생해진다.차태현과 유동근이 부산사람으로 설정된 코미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부산 출신인 오종록 감독이 일일이 억양과 발음을 교정해주고 있다.‘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이 사투리를 흠없이 구사한 것도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의 공이었다.곽 감독은 번번이 대사를 녹음해 배우들에게 나눠줬다.‘가문의 영광’에서 익살스러운 호남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 유동근은 ‘사투리의 달인’으로 통한다.가깝게 지내던 탤런트 김성한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결과였다.‘선생 김봉두’에서 인정많은 학교 소사로 나온 성지루도 강원도 토박이의 생활용어를 직접 녹음해가며 사투리를 익혔다.요즘 배우들에게 사투리는 액세서리 수준을 넘어섰다.힘껏 공들일 수밖에.‘친구’가 대박터질 때 최고의 유행어는 장동건의 대사 한줄,“고마해라,마이 무따 아이가.”였으니. 황수정기자
  • 충무로 ‘황산벌’ 오디션 현장“고참배우가 떨면 어떡해”

    “시방 목표가 고구려여?백제여? 워메 헷,헷갈려!” 서울 충무로의 한 영화사 사무실에서 열린 영화 ‘황산벌’의 오디션 현장.‘아유 레디?’‘개판’‘와일드 카드’등에 조연으로 출연한 윤모씨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대본을 든 손이 떨리고,대사가 자꾸 씹힌다.“경력도 많은데 너무 떠는 것 아닙니까?”(감독) “8개월 쉬니까 몸이 굳네요.금방 적응합니다.” ‘황산벌’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지금과 같은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하에 대본이 쓰여진 코믹역사극.박중훈·정진영·김선아가 주연을 맡고,‘키드캅’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다.이날 오디션은 조연급 연기자를 뽑기 위한 자리. 감독,촬영감독,제작이사 등 심사위원이 나란히 앉은,5∼6평 남짓한 오디션장은 열기와 긴장감으로 후끈거린다.다음은 한모씨.낯익다 싶더니 다름아닌 임권택 감독의 ‘창’에서 신은경을 따라다니던 그 주인공이다.“대감독님의 주연배우인데 실례는 아닌지요.”(감독) “배우로서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배우) 한씨는 대본가운데 가장 길고 어렵다는 백제장수1역을 선뜻 하겠다고 나선다.큰 숨을 들이쉰 그가 가방에서 꺼내든 종이위엔 그림이 빽빽하게 들어있다.“신라군 쪽수가 많다고 쫄아있는 넘들 잘들어.…5만명에서 뺀다.…군대 안갈려고 내뺀 넘들 700빼고…,남의 마누라 건드리고 숨어든 넘들 80빼고….” 줄줄이 이어지는 인물들을 모두 그림으로 그린 정성에 심사위원들의 감탄사가 터진다. 연극배우 출신 최모씨는 들어오자마자 소품용 칼을 꺼내든다.“자랑스런 백제의 아그들아∼” 조근조근 대사로 승부를 건 한씨에 비해 최씨는 강한 카리스마로 휘어잡는다.칼을 들고 심사위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액션’으로 마무리까지.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노모씨는 역시 백제장수1에 도전장을 내민다.감칠맛나는 사투리를 살려내는 게 또 다른 느낌이다.같은 대사지만 제각각 다르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꽤 재미있다.배우들에게는 ‘피말리는 경험’이겠지만…. 시나리오·기획을 맡은 조철현 타이거픽처스 대표는 “하루 오디션 참여자 20여명 가운데 눈에 띄는 배우가 3∼5명 정도 있다.”고 귀띔했다.지원자수는 모두 2000명.서류심사를 통과한 200여명 가운데 8일간의 오디션을 거친 20여명이 최종낙점된다. 특이한 건 예상과 달리 ‘꽃미남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제작사인 씨네월드의 정승혜 이사는 “3년전 ‘아나키스트’오디션 때만 해도 미남들이 많았다.”면서 “개성파 배우들이 인정받는 때문인지 외모보다는 연기를 내세운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100번 넘게 오디션장을 기웃거린 ‘오디션 중독자’도 있단다.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 편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오디션 수가 늘었다. 오디션장에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지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방아쇠’의 주인공 오디션에는 1500여명이 몰렸고,‘여고괴담’시리즈 ‘여우계단’에는 주연 4명에 3000여명이 지원했다.‘태극기 휘날리며’에는 40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심사를 거친 350명이 6차까지 오디션을 치렀고,90명이 행운을 잡았다. 오디션은 새로운 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의 역할을 한다.‘남자의 향기’의 명세빈,‘장군의 아들’의 김승우·신현준·박상민 등은 모두 오디션을 거쳐 성공한 경우.하지만 오디션이 정착된 뮤지컬에 비해,영화에서 오디션으로 배우를 뽑는 경우는 전체 영화의 20∼30%정도뿐이다.정 이사는 “새 얼굴은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재능있는 신인보다 스타에 의존하는 관행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데스크 시각]밤차로 상경한 실세들

    참여정부의 높고 낮은 관직에 발탁돼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인재들이 행렬을 이룰 정도다.처지는 다르지만 20년전 ‘밤차 타고 서울 온’ 기자로서는 이들의 서울살이가 성공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경남 거창에서의 교사생활을 거쳐 광주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청와대에 입성한 정찬용 인사보좌관.“나는 잘 모릉께….”라며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기자들을 요리(?)하는 모습에서 묘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그래도 정 보좌관은 “좋은 학교를 나왔응께….” 하지만 요즘 정치판에서 ‘쌀속의 뉘’ 정도로 치부돼 온 지방대 출신 인사나 지방대 교수들이 서울로,서울로 줄지어 상경하는 모습은 “촌놈 세상도 오는구나.”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물론 주변부와 중심부를 구분지으며,서슬퍼런 언론의 검증을 보면 “아! 여기가 서울이지.”하는 섬뜩함 속에 “날마다 유명 정치인 한명 정도는 정치적으로 목이 비틀려야 워싱턴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풍자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이장 출신 장관인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등이 서울에 마땅히거처할 곳이 없다는 소식은 서민들에게 “늬들도 한번 느껴봐.”하는 ‘몽니’와 함께 “뭔가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런 기대 가운데 지역을 불문하고 가장 절실한 것은 아마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일 것이다.지방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뤄 자칫 중구난방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사실 지방분권에 대한 지방의 외침은 지난 2000년 5월 영·호남 8개 시도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물론 당시에는 모기소리에 불과 했지만. 참여정부에서 본격 추진할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화가 과연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달 6일 전국 시도의회 의원 200여명은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갖고 지방분권화를 조직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다음 날 대전에서는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지방분권특별추진위원회가 소집되는 등 의미있는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행 지방자치제도를 명실상부하게 해보자는 것.이를 위해서는 재정 자립이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약 71조원으로 국가예산(145조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은 지자체 예산의 57%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지방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그나마 서울은 95%,광역시는 69%지만 일선 시군은 25%에 그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서울로만 몰리고,대한민국에는 지방이 없는 것일까.서울 사람들은 왜 인구가 370만명이나 되는 부산에 가면서도 “시골에 간다.”고 말할까.우스갯말로 서울약대(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 서울법대(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 서울상대(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로 불리는 상당수 지방대학 출신들이 왜 고단한 서울살이를 청산하지 못할까.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이 바로 지방분권화의 당위이자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제비 몇마리가 처마 밑에서 운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닌 것처럼 시골의 인재 몇 사람이 장관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방분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참여정부의 ‘실사구시’적인 공약 실천을 기대해 본다.조 명 환
  • 넷 플라자/“검사스럽다” 신조어 네티즌·검사 공방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회 이후 인터넷상에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다.일부 네티즌의 비아냥 섞인 풍자에 한 검사가 반박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과 검찰간 신경전으로까지 비화됐다. 신경전은 토론회가 끝난뒤 일부 네티즌이 “인신공격이나 일삼는 싸움터에서는 진정한 토론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평검사를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이후 네티즌 사이에는 ‘아버지에게 대들고도 잘못을 모르는 아들 녀석과 같다.’라는 뜻으로 ‘검사스럽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한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생활사투리-평검사 버전’도 네티즌 사이에 확산됐다. 이에 대해 모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검찰을 비판하는 네티즌의 글은 대부분 욕설일 뿐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그는 “대통령을 아버지에 비유한다는 것은 민주적 사고가 미숙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삼는 개그 프로그램도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그는 또 “검사들에겐 건방지다고 비판하면서 ‘아버지’인 대통령 앞에서 내내 다리를 꼬고 앉은 강금실 장관에겐 그런 말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지연기자
  • 문학/다섯번째 소설집 ‘종소리’ 낸 신경숙

    지난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중 한 사람인 신경숙이 다섯번째 소설집 ‘종소리’를 펴냈다.85년 ‘겨울 우화’로 문학동네에 맨 얼굴을 내민 뒤 지금까지 장편소설 4편을 포함,모두 10번째 결실을 내놓았다. 꾸준히 글밭을 일궈온 신경숙을 서울 삼청동 어느 북카페에서 만났다.약속 시간에 늦은 미안함을 씻으려는 듯 “꽃이 피었네.예쁘네요.”라며 말을 늘어놓는 그에게 그의 꽃(종소리)을 피운 심경을 물었다.“자기 작품 평을 어떻게…?”라며 쑥스러워하다가 “주인공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종소리’의 남편이나 ‘물속 사원’의 그 여자 등을 묘사할 때 다른 사람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부각시키려 애썼다.”고 말한다. ●6편의 중˙단편 담아 이번 작품집에는 표제작 ‘종소리’를 비롯해 모두 6편의 중·단편이 들어 있다.으레 그랬듯 이번에도 그의 작중 인물들은 모두 풍요로운 현대 사회의 외진 곳에서 산다. 평생 몸담았던 직장이 구조조정될 즈음 라이벌회사로 스카우트된 자책감과 급작스러운 거식증으로 꼬챙이처럼 시들어가는 남편과 세번의 유산의 아픔을 가진 그의 아내(표제작 ‘종소리’).아이를 낳다 죽은 언니의 그림자에 시달리며 살다 방안에서 유령을 보는 동생(‘우물을 들여다보다’),아이를 낳고도 20년 동안 키우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다방 여자’나 엄마에게 버림받은 ‘그여자’(‘물속의 사원’)등 모두 고만고만한 상처를 갖고 있다. 그 상처를 중심으로 읽다 보면 ‘종소리’가 따로 울리지 않고 개개 작품이 화음을 이뤄 ‘지금,여기’라는 공간에 울려 퍼진다. “18년 지났으면 이제 밝고 안정된 인물에 눈을 돌릴 때도 되지 않았냐?”고 물었다.막힘없이 나온 답은 그가 ‘천생 소설가’임을 보여준다.“세계가 불안정하고 인간도 완전하지 못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겄어요.불안하고 고독하니까 소설을 쓸 수 있지,누구나 행복하다면 이렇게 힘겨운 글쓰기 하겄어요?” 잔잔하게 표준말을 구사하다가 소설의 역할 대목에서 흥분한 듯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새로 태어난 분신들 얘기를 이어 갔다. “문학은 외면당하고 소외받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소설의 역할은 물질적 풍요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내면의 고독과 결핍의 가운데에서 다리를 놓는 영매 같은 것입니다.” ●소외된 이 생채기 보듬기 그의 작품에도 영매 같은 존재들이 자주 나온다.헛것처럼 나타난 유령에서 죽은 언니의 모습을 보고 독경을 들려주는 장면(우물…),버림받은 ‘그여자’를 안고 달래는 ‘다방 여자’(물속…)등.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이를 일컬어 ‘어머니 되기’라 풀이했다.가장으로서 겉늙은 남편에게는 아내가,늙어버린 아버지에겐 딸이 모성애로 생채기를 보듬어 준다. 그러나 신경숙이 꿈꾸는 소설은 더 크고 넓어서 ‘어머니의 어머니’같다.남을 달래주기만 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마저 감싸고 달랠 수 있는 보금자리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소통시키는 소설의 힘”을 강조하는 작가는 6명의 자식을 다시 세상에 내보내며 당부한다.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사람 속에 섞여서 그들의 생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네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거라.”라고. 이종수기자 vielee@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데뷔 임성민 “윤락녀 어울려요?”

    그 좋다는 아나운서로도 성에 안 찼다.브라운관에선 행복한 체했지만 아나운서실로 돌아오면 늘 뭔가에 화가 난 듯 뚱했다.연기자로 야무지게 자리매김해가는 임성민은 지난날을 “내림굿을 받고 훨훨 작두 위를 날고 싶은데,‘방송인’이란 이름표에 갇혀 끙끙 신열을 앓던 때”라고 돌이킨다. ●손님에 채찍서비스 아이디어 제안 KBS 아나운서를 깨끗이 포기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쇼 MC,TV드라마 조연 등으로 착착 영역을 넓히던 그가 이젠 스크린까지 차지했다.14일 개봉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작 한맥영화·감독 송경식)가 데뷔작이다.극중 캐릭터는 더 놀랍다.동료 윤락녀를 국회의원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의리파 윤락녀.말이 조연이지 주인공 뺨치게 양감있고 ‘화끈한’역할이다. “제가 카메오 출연쯤 한 줄 알고들 있더라고요.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극중 세영이 뉴스앵커 지망생이란 대목에서 출연을 저울질한 건 그래서였어요.시나리오 설정에 맞춰 얼렁뚱땅 캐스팅됐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첫 시사가 있던 날 해질녘.평소 지나치게 진지해서 우울하게까지 보이던 그는 그때까지도 들떠 있었다.그렇게 원했던 영화를 찍었는데,소감이 오죽할까.“손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떨린다.”더니 “출연결정을 내린 뒤 이틀만에 촬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충분히 준비를 못했고 그래서 아쉬운 연기가 많았다.”고 말꼬리를 흐린다.설렘과 아쉬움이 머릿 속에 얽혀있는 듯했다.데뷔작의 캐릭터가 윤락녀라….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사항임을 잘 알고 있다는 눈치다.“출발이 늦어 이런저런 역할을 다해볼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어요.좀 무모했는진 모르지만(웃음) 앞으로 직업연기자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죠.” ●동생 상대 온갖 욕설 퍼부으며 연습 ‘배우 임성민’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는 일찌감치 촬영현장의 얘깃거리였다.한 장면 한 장면 그가 들인 공은 대단했다.업소를 찾은 남자손님을 상대로 주인공(예지원 분)의 보궐선거 출마 동의서를 받아내는 대목.섹시한 가죽옷 차림에 채찍을 들고 특별서비스(?)를 하는 도발적인 설정은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다.그럴만도하다.출연제의를 받아들인 다음날부터 청량리,용산,용주골을 ‘현장답사’하며 그곳 사람들을 사귄 열성파다.듣기에도 민망한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 연습도 참 많이 했다.“차 안에서 혼자 연습하다 나중엔 동생을 앉혀놓고 온갖 욕을 다 퍼부어봤다니까요.” 옆에 앉은 송경식 감독이 한마디 거든다.“치한들에게 유린당한 동료의 상처를 주인공이 들춰보는 장면이 있었는데,그 연기를 성민씨가 하는 걸로 콘티가 잘못 짜여졌어요.몇초도 안 되는 장면을 위해 밤을 새워 연습하고 왔더라고요.어찌나 미안하던지….” ●“올 봄안에 다른 영화 찍고 싶어요” 대학 1학년이던 1991년 KBS 공채 탤런트에 선발된 건 소문난 이력이다.이병헌과 공채동기였던 그가 아나운서로 선회하지 않고 꾸준히 탤런트로 살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그 저울질이 이제는 무의미하다.“여배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요며칠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는 그는 행복한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시나리오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올 봄안에 다시 싹수있는 영화를 찍어야 하는 게 숙제예요,숙제….” 황수정기자 sjh@ ***‘대한민국…' 어떤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촬영 마지막날 주인공 예지원의 국회 월담 해프닝으로 일간지 사회면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코미디의 외피를 뒤집어 썼을 뿐 실제 영화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외토픽을 연상시키는 소재부터 ‘쇼킹’하다. 여자친구가 억울한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접을 받지 못하자 분을 참지 못한 윤락녀가 내친김에 국회의원이 돼버리는 줄거리.한때 외신을 장식했던 포르노 여배우 출신의 이탈리아 국회의원 치치올리나를 떠올릴지 모르나,정작 영화는 그렇게 요란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몸을 판다고 멸시하면 덮어놓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드센 여자 고은비(예지원).하지만 알고보면 누구보다 정이 많다.성폭행을 당한 친구가 윤락녀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자 직접 밑바닥 인생들의 권리를 챙기겠다며 금배지에 도전한다. 창녀촌을 주무대로 한 영화는 질펀한 성적 농담과 ‘바닥인생 권리 찾기’의 엄숙한 모토를 섞바꿔가며 화면을 채운다.고은비가 국회입성하기까지 비약이 심한 이야기 구도는 현실감이 한참 떨어진다.그러나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엮는 유쾌한 에피소드,보궐선거전을 통해 까발려지는 정치부정 등의 소재가 엎치락뒤치락 드라마의 균형을 잡아낸다. 창녀촌의 정신적 지주인 괴짜신부 역에는 가수 남진.구수한 호남사투리에 말끝마다 욕을 달고 다니는 그의 연기가 기대 이상으로 돋보인다. 송경식 감독은 ‘사방지’ 이후 14년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 힘받는 정찬용인사보좌관 느린 말투와 사투리

    노무현 대통령은 3일 “통치인사에 대한 모든 창구는 인사보좌관으로 일원화해 달라.”고 주문했다.이에 따라 장·차관 등 정무직 인사에 관한 공식라인이 정찬용 인사보좌관으로 단일화되면서,그에게 힘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차관인사 공식창구로 부상 정 보좌관은 이날 차관인사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느린 말투로 전라도 사투리 억양을 써가면서도 거침없이 답변해 나갔다.민정수석과의 역할이 조정됐느냐는 질문에는 “이어달리기 운동처럼 혼신의 힘으로 달려오고,또 앞으로 달려가면서 바통을 주고 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 민정에서 인사를 이양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차관 인사에 재경부·기획예산처 출신이 많은데,나눠먹기식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렇게 잘못된 인사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솔직하게 답변하기도 했다. ●민감한 질문에 “앗따 목마른디…” 독특한 언어습관도 관심거리다.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부총리에 대해 “‘물짠 놈(형편 없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노 대통령이 임기 보장을 약속했던 일부 차관급 인사의 자진사퇴를 원하느냐는 등의 민감한 질문에 “앗따,목마른디….여그는 물도 안갔다주네,이∼.”라며 곤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그는 “얀가에 가보니 그냥 집이고,아무 것도 아닙디다.테니스장도 있어서 공 한번 치자고 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 [길섶에서] ‘고자바리’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학을 하면 그날로 집에서 10리쯤 떨어진 외가로 갔다.위·아래로 한 학년씩 차이 나던 외사촌 형제는 으레 나를 기다렸고,우리는 한데 어울려 온종일 산으로 들로 개울로 쏘다녔다. 특히 겨울철이면 우리는 보금자리인 사랑방 아궁이를 지필 나무를 하러 뒷산에 올랐고,이리저리 헤매며 한나절 ‘고자바리’를 캤다.썩은 그루라는 뜻의 우리말 ‘고자빠기’의 사투리로 내가 아는,경기도 양평지역의 유일한 방언인 고자바리는 바싹 마른 탓에 불쏘시개로 제격이다.줄기가 잘린 밑둥인 고자바리의 옆구리를 도끼나 곡괭이로 치면 ‘딱’하고 부러지는데 그 손맛은 낚시에도 견줄 만하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외사촌 동생이 설 쇠러 외국에서 왔다기에 초대했다.모처럼 늦은 시각까지 술잔을 기울이는데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뒤늦게 인사를 한다.“방학이라는데 왜 이리 늦게 다니냐.”는 진외당숙의 물음에 “학원 다닙니다.”고 한다.오늘따라 아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김인철 논설위원
  • 개그MC김제동 “모르는 사람 앞이 오히려 편해요”

    “4700만 국민이 대중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그 날까지 김제동이 달려갑니다.” 경상도 사투리에 약장수 같은 말투로 요즘 전국을 웃기는 개그MC가 나타나 화제다.주인공은 바로 방송 4개월만에 파죽지세의 인기몰이에 한창인 김제동(29)씨. 지난해 7월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바람잡이(녹화전 방청객을 웃기는 사람) 일을 시작했다 발탁,11월부터는 이 프로와,같은 방송사 ‘폭소클럽’등에서 자기 이름을 내 건 코너를 맡고 있다.이 사이 인터넷 사이트에 4개 팬카페가 생겨나 회원만 5000여명을 확보했다. 그의 본업은 이벤트MC.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게 장기다.단기간에 떴지만 대중앞에 서온 이력은 간단치 않다.1996년 자신의 학과 신입생 환영회 MC를 맡은 솜씨가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이후 대구지역 대학축제 등 각종 행사에 불려다녔다.지난 99년말부터는 주말마다 대구 시내 모 패션몰 앞에서 ‘김제동 쇼’를 열어오고 있다.그 지역에서 열리는 프로야구와 농구의 장외 아나운서로도 활약,이병규(LG),박명환(두산),김승현(동양) 등 선수들과도 절친한 사이가 됐다.이승엽(삼성)과는 의형제를 맺었고,그의 결혼식 사회도 맡았다. “웃기게 생긴데다 군대 훈련소에서 조교 흉내를 잘 내 중대장이 문선대(문화예술인들로 이뤄진 부대)로 보낸 게 계기가 됐죠.대구 사람은 길거리든 행사장에서든 한 번은 저를 만날 운명이었죠.” 그러나 오늘의 그를 만든 데에는 가난도 큰 몫을 했다.1남5녀중 막내로 태어나 생후 100일도 안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가세가 기울어 누나들은 고등학교도 못 가고 공장과 식당일을 하며 그를 키웠다.그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룸살롱 웨이터 등 안 해본 일이 없다.살던 집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통되면서 자기 손으로 자기 집을 허무는 어이없는 일도 겪었다. 계명문화대 92학번인 그는 지난해 2월에 졸업했지만 학생신분으로 2000년부터 그 학교 ‘문화생활’ 교양강좌를 맡아 강의해왔다.주제는 ‘대중앞에 서는 법’.대구지역 4개 대학에 출강할 만큼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 사람중 95%는 남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요.자기가 쓴 리포트도 발표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그런데 그게 정상이죠.저요? 변태라서 모르는 사람 앞에 서는 게 오히려 더 편하죠.하하”. 대중앞에 서려면 먼저 떨지 않고 얘기하기부터 시작한다.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학생 한 명을 단상에 올려놓고 얘기하죠.‘다른 학생들은 모두 눈 감아.(무대에 있는)너만 객석을 봐.괴물 없지.시선을 세명에게만 나눠주되 내 반응만 살펴.내가 들으면 모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내가 웃으면 모두 웃는 거야.어허∼거기 두 세명 딴 짓하는 애들한테는 신경쓰지마.어디가나 산만한 사람이 있어.'” 이렇게 얘기하기가 편해지면 나중엔 졸고 있는 사람에게 농담걸기,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웃기기 등 프로의 단계에까지 진입할 수 있다.그러나 기본은 언제나 준비하는 자세라고. “대중은 사회자가 망가지는 것을 좋아해요.그러나 개그란 웃음을 주되 가볍다는 느낌을 주면 안됩니다.격언,명언도 알아야 하고,외국인 관객이 (무대로)올라오면 영어로 3분은 대화를 끌어야 해요.그밖에 쌍절곤 돌리기,태권도,무술,드럼 같은 잡기에도 능해야 진정한 박수를 받을 수 있죠.” 희망을 물었다.“저는 카메라 렌즈가 가장 무서워요.그저 사람들 눈을 바라보면서 계속 대중 앞에 서서 웃음을 주는 게 저의 꿈입니다.” 주현진기자 jhj@
  •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잊혀져간 4·3사건 판타지 섞어 되살려

    4·3사건에 조명을 맞춰 화제가 된 극단 목화의 신작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작·연출 오태석).하지만 연극은 특정 사건만을 조명하기보다는,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두루 껴안는다. 해방직후,주인공 성춘배(이병선)와 부인 맹구자(황정민)는 이승만 박사의 초상화와 태극기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평범한 민초의 삶에 균열이 생긴 건 1948년 4월3일 토벌대가 제주도에 진입하면서부터.토벌대에 잡힌 성춘배는 용의자를 지목하라는 신문관의 요구를 거부하다 형무소로 이송되고,맹구자는 면회를 틈타 남편과 자리를 바꿔치기 하는데…. 작품은 4·3사건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삽입시켜,한 발자국 떨어져 4·3사건 이후의 현대사를 조망하게 한다.성춘배는 맹구자 대신 여자로 살아가면서 해녀가 되고,성춘배의 자리에 들어간 맹구자는 감옥에서 여전사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하지만 이런 설정은 오히려 근대화라는 명분으로 진실을 묻어버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은유하는 데는 제격이다. 근대화는 해녀파크로 상징된다.“나한텐 꿈이 있어.해녀파크…”라고 외치며 맹구자의 노력마저 무참히 짓밟는 성춘배.“돌덩이(비석) 하나 세운다고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나.해녀파크 세워 개혁하자.”는 성춘배 일당의 논리는 70년대 이후 흔히 통용되던 논리였다.근대화의 꿈에 의해 역사의 비극적 실체는 가려지고,이제 와서는 세상의 빠른 속도에 묻혀 무관심 속에 역사를 방치하는 현실.4·3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다. 역사의식과 더불어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제주도 방언.처음에는 대사의 의미를 알아 듣기도 힘들지만,극이 전개되면서 오히려 더 친근하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역시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언어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하며,온 몸을 던져 좌중을 휘어잡는 황정민의 연기력도 놀랍다. 다만 광복 직후부터 현대사를 쭉 훑으며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보통의 연극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코믹적 요소가 종종 긴장을 이완시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이 무겁기 때문에,제주의 전통놀이 디딤불미로 대화합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조차 흥을 돋우는 데는 역부족이다.새달 23일까지.극장 아룽구지(02)745-3967. 김소연기자
  • 연극판서 잔뼈... 영화판서 비상한 2人

    요즘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열심히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이 둘 있다.박해일과 성지루.한번 들으면 기억할 만한 독특한 본명을 가진 두 사람에게는 이래저래 한데 엮일 대목이 있다.데뷔 1년만에 주인공을 꿰차고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박해일.연기 이력 15년만에 비로소 최고의 조연으로 각광받는 성지루.둘 모두 ‘친정’인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연기파.폭설에 수은주가 영하 10도 언저리로 곤두박질친 지난 3일,한국영화계의 주연과 조연으로 쾌속질주중인 그들을 만났다. ★박 해 일 데뷔 1년만에 ‘국화꽃 향기' 주역 서울 지하철 성수역의 플랫폼.가만 서 있어도 턱이 덜덜 떨릴 판인데 펑펑 눈까지 쏟아진다.멈춰선 지하철 출입문 앞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장면을 찍고 또 찍는 배우.눈썰미 뛰어난 영화팬이 아니라면 아직은 낯설 이름,박해일(25)이다. 새달 말에 개봉할 예정인 멜로영화 ‘국화꽃 향기’(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감독 이정욱)의 주인공을 맡아,상대역인 장진영과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를 엮는 중이다. 그는요즘 충무로 제작자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계의 차세대 주자’로 첫손에 꼽힌다.지난해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질투는 나의 힘’(4월 개봉예정)을 선보인 뒤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대의 눈빛에 몸둘 바를 몰라 하는 터.인터뷰 요청이 밀려들 수밖에 없지만 그는 번번이 잘라왔다. “별로 할 말이 없는데… 관객들은 아직 제가 누군지도 잘 모르잖아요.영화 몇 편쯤 개봉시키고 나면 그때 평가를 받는 게 순서일 듯해서요.” 데뷔작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영화계에 발을 들인 지 이제 만 1년을 채운 셈이다.데뷔작에서 그는 밴드 리더를 꿈꾸는 주인공 성우의 고교시절을 연기했다.그리고는 곧바로 로맨스 드라마 ‘질투는 나의 힘’의 주인공을 꿰찼다.요즘 한창 찍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형사드라마 ‘살인의 추억’에서는 인기배우 송강호와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살인 용의자.야무진 조연이다. 시행착오 없는 비상(飛翔).제대로 연기수업을 받거나 절절히 연기자를 꿈꿔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그러고 보면 연기력은 타고났다.대학생 시절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 삼아 연극무대를 기웃거리다 연이 닿았다.2000년 그에게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안겨준 연극 ‘청춘예찬’(극단 동숭무대)으로 뜻하지 않은 생의 반전을 맞았다. “임순례·봉준호·박찬옥 감독이 모두 그때 그 연극을 보러 왔어요.다들 그 자리에서 초면인 제게 영화출연을 제의했고요.엄청난 행운아인 셈이죠.그래서 이런 인터뷰 자리가 더 부담스럽습니다.” 말수가 적다.프로 뺨치는 기타 연주실력으로 대학생 밴드를 만들어 리드보컬도 함께 맡았다는 ‘끼’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나 싶다.조심스레 새해 소망을 밝힌다.“관객들이 ‘배우 박해일’을 평가할 수 있는 마당을 착실히 넓혀갔으면 합니다.주인공을 맡은 첫 작품 ‘국화꽃 향기’에 나름대로 거는 기대가 큽니다.첫사랑인 여자와 뜨겁게 사랑해 결혼하지만 운명 앞에서 끝내 헤어지고마는 눈물나는 멜로예요.” 미소년 같은 천진함 뒤로 냉소가 얼핏얼핏 드러나는 묘한 이미지.자신은 스스로의 매력을 어떻게 꼬집어낼까.“저만이 가진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어요.그걸 열심히 찾아내는 게 올해 숙제입니다.” 황수정기자 sjh@kdaily.com ★성 지 루 약속은 꼭 지키겠다며,‘선생 김봉두’의 촬영지인 강원도 영월에서 운전대를 잡고 오전 10시쯤에 출발한 그는 함박눈을 헤치며 오후 6시가 돼서야 나타났다.많이 지친 듯했지만,인터뷰에 들어가자 이내 삶의 여독을 풀어내며 기자의 마음을 울리는 그는 천상 연기자였다. 영화배우 성지루(35).1987년 연기를 시작해 극단 목화에서 활동하다 2년여 전 영화로 발을 돌렸다.‘신라의 달밤’의 포장마차 주인,‘공공의 적’의 마약상,‘라이터를 켜라’의 천안 건달,‘가문의 영광’의 조폭가문 둘째아들,‘휘파람 공주’의 북한요원,‘H’의 형사까지.‘한국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성지루가 나온 영화와 아닌 영화’라는 우스갯소리가 영화계에 떠돌 정도로 이제 그는 주연급 조연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연극을 하고 싶단다.“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는데 가족중 한 명이 계단에서 굴렀죠.영화로 옮긴 데는 경제적인 이유를부인할 수 없죠.” 그의 삶은 정말 고달팠다.공무원인 아버지는 그의 배우 활동을 반대해 한번도 집에 손을 벌린 적이 없다.집 없이 지내느라 극장에서 자기도 했고 안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요즘 연극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험 때문.“촬영 스케줄에 밀려 연습에 빠지는 선배들 모습이 안 좋아 보였어요.후배들이 몇달씩 연습을 하는 도중에 나타나 무임승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새 집을 장만하느라 진 빚을 다 갚으면 다시 연극무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 욕심이 없다.개런티가 많다 싶으면 스스로 낮추고 스태프들에게 더 많이 주라고 요구한다.“연극할 때 망치질부터 힘든 일은 다 제가 하는데 주연배우라고 많은 돈을 가져가면 기운이 빠졌죠.” 그래서 요즘도 현장에서 스태프와 엑스트라를 가장 먼저 챙긴다. 요즘 촬영하는 영화는 ‘선생 김봉두’와 ‘바람난 가족’.‘…김봉두’에서는 돈만 밝히는 차승원에게 ‘안티’를 거는 소박한 마을청년이다.‘바람난…’에서는 임상수 감독이 등장인물 자체를 그를위해 만들어 이름도 ‘지루’다.술만 먹으면 ‘또라이’가 되는 소시민으로,시나리오를 읽고 한없이 슬펐단다. 지루한 일상의 피곤이 배어 있는,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만으로 그가 이처럼 ‘뜨게’ 된 건 순전히 연기력 덕분이다.“제주도 사투리만 빼고는 다 할 수 있어요.사투리 쓰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녹음을 해서 항상 듣고 다녔죠.” 위험한 연기도 마다하지 않아 몸은 상처투성이다.“‘눈물’ 촬영 때 창문을 깨다 손을 다쳐 피가 뿜어져 나오는데도 컷을 부를 때까지 계속 연기했죠.나중에 14 바늘을 꿰맸습니다.” 15년간 자나깨나 연기생각만 했다는 그는 똑부러지는 연기관을 피력했다.“영화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줘야 합니다.저는 한번도 제 연기를 보여주려고 나선 적이 없어요.앞 뒤 신의 연결에서 상황에 맞는 역을 충실히 할 뿐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꼭 써 달라고 부탁했다.“촬영하느라 한달씩 집을 비우곤 하는데 정말 아내에게 미안합니다.사랑한다는 말도 쑥스러워서 못했는데…” 이제는 따뜻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그는,진정 가슴이 따뜻한 남자였다.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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