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방화경쟁’
|파리 함혜리특파원|파리 교외 소요사태가 1968년 학생 혁명 이후 최악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이다. 프랑스 정부는 7일 시급한 질서회복과 범법자에 대한 단호한 대처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불행하게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접 국가에도 모방 범죄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전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호주,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은 프랑스 관광을 자제할 것을 자국민들에게 요청했다. 독일 베를린의 터키계 주민들이 밀집한 베를린 모아비트 구역에서 차량 5대가 7일 새벽에 불탔다. 벨기에 브뤼셀의 이민자 거주지역에서도 폭도들에 의해 차량 5대가 불탔으나, 경찰은 파리를 모방한 범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계 무슬림 청년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이번 소요사태는 발생 11일째 밤을 맞아 파리 교외지역을 비롯, 북부 릴, 북서부 루앙, 서부 낭트와 오를레앙, 남부 니스와 툴루즈, 마르세유 등 지방도시로 번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교회, 탁아소, 경찰서 등도 방화 대상이 됐다. 경찰관 2명이 그리니에서 청소년들의 엽총 공격으로 다치는 등 모두 36명의 경찰이 이번 사태로 부상을 입었다.●정부 “단호함과 정의” 앞세워 강경대응 시라크 대통령은 내무, 국방 등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특별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려는 사람들은 검거돼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일반을 상대로 한 첫 발언이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도 “법 절차를 서둘러 검거된 사람들을 즉시 특별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력행위는 전염병처럼 전국으로 번져 정부의 해결의지를 무색케 했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와 서부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초등학교에 화염병을 던졌고, 서북부 루앙에서는 불이 붙은 자동차가 경찰서로 돌진했다. 남부 툴루즈에서는 젊은이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등 폭력행위가 잇따랐다. 파리 교외 생모리스에서는 탁아소가, 쉬렌에서는 약품창고가 공격 당했다. 남서부의 생테티엔 교외에서는 버스가 방화로 불타면서 2명이 경화상을 입었고 대중교통이 전면 마비됐다. 지난달 27일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의 감전사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지난 3일부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방화가 잇따르며 확산된 데 이어 5일 밤에는 파리 도심에까지 파급됐다.AFP통신은 소요 사태는 빈민가 청소년들의 경쟁 심리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 서쪽 교외 레 뮈로에 사는 아프리카계 청소년은 “다른 애들이 하는 것을 TV로 보고 나선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사태가 시작된 이래 축구 경기를 보듯 매일 밤 TV 앞에 모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르코지의 얼굴이 TV 화면에 나와 우리에게 막말을 하면 모조리 태워버리고 싶어진다.”며 교외 우범지역 소탕에 나섰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사르코지 장관 사퇴압박 거세져 2007년 대권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르코지 장관이 대도시 외곽 검문을 강화하자 감전사 사건이 터졌고, 우범지역의 젊은이들을 ‘불량배’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부 여당에서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며 사르코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야권에서는 그의 책임을 물어 즉각 사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lot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