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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변호사 수임비리 이번엔 근절하라

    검찰이 이달 초부터 3개월간 변호사 수임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다고 한다.전국 55개 지검·지청의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압수수색과 함께 계좌추적도 병행한다고 하니 기대가 자못 크다.변호사 수임료 문제로 진저리 나는 일들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공감을 느낄 것이다.실제로 정식 계약을 맺은 뒤 인사치레나 각종 알선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기는 경우가 많다.절박한 사건의뢰인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그렇다고 하소연할 데도 없지 않은가. 변호사 수임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개업 변호사가 6000여명에 이르면서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사건 브로커 고용은 구식이 됐다.특별면회 전문 변호사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무엇보다 검찰·법원·경찰·구치소 직원과 결탁해 저지르는 범죄를 뿌리뽑지 않으면 안 된다.알선료의 과다와 알선 횟수에 관계없이 모두 구속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그러지 않고서는 이같은 ‘커넥션’을 깰 수 없다.검찰이 유독 제식구만 감싸서도 안 될 것이다.폐해가 적지 않은 전관예우 역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시민이다.이는 변호사 업계의 탈세로 이어져 국가세수도 타격을 입게 된다.수입을 몽땅 신고하는 변호사가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니 말이다.이로 말미암아 법조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짐은 당연하다.수임료 산정을 투명화하는 장치를 제도화하지 않고서는 이를 근절하기 어렵다.변협도 자체 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어찌할꼬.”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도록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집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박기철의 플레이볼] ML의 세가지 현안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돔에서 뉴욕 양키스-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경기로 막을 올린데 이어 5일부터 본격적인 페넌트 레이스에 들어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현안은 세 가지다. 야구 월드컵,약물 복용,그리고 양키스의 선수 싹쓸이다.배리 본즈 등 7명이 관련된 약물 문제는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지 이전보다는 훨씬 강화된 규정을 채택하는데 선수노조가 동의할 수밖에 없다.지금까지는 마이너리그 선수만 약물 검사를 의무화했다.그러나 본즈 등 유명 선수들이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이용해 근력을 강화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연방 정부까지 나서서 약물 검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야구 월드컵은 내년 3월 스프링캠프 때 약 2주간에 걸쳐 미국에서 열리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월드컵도 약물과 관계가 있다.월드컵을 주관할 국제야구연맹(IBF)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아마추어 단체다.IBF는 당연히 올림픽에 준하는 약물 기준을 참가 선수들에게 지키도록 할 것이고 여기에 대해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이견이 있다.메이저리그 자체의 약물 규정이 강화된다면 선수노조도 월드컵에서의 약물 검사에 반대할 이유가 없으므로 월드컵 개최에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양키스의 선수 싹쓸이는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다.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데려오면서 총 연봉이 1억 8500만 달러를 넘어섰다.2위인 보스턴 레드삭스보다 6000만 달러가 더 많으며,최하위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네배나 된다.양키스는 이런 연봉을 주는 대가로 금년에는 8000만 달러의 사치세를 다른 구단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데 사치세만 해도 웬만한 구단의 총 연봉보다 많다. ESPN은 다음 주 양키스의 연봉이 야구에 유익한지를 놓고 가상 법정을 열 예정이다.현재 대체적인 여론은 부정적이다.구단간의 전력 차가 너무 벌어져 야구를 재미없게 만든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양키스도 나름대로 변명거리가 있다.지난 1985년부터 92년까지 같은 도시의 라이벌 뉴욕 메츠에 성적이나 관중 등,모든 면에서 뒤졌다.그러나 케이블 방송국과 12년이라는 장기 중계권 계약을 맺고 벌어들인 수입을 구단 재건에 몽땅 쏟아 부었고,그 결과 96년부터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적 향상을 이루어냈다.성적이 좋아지자 입장수입이나 중계권 수입이 많아졌고,그 돈을 다시 구단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양키스의 주장이다. 뉴욕보다 큰 시장을 갖고도 96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LA 다저스 팬들에게는 배 아픈 얘기다. ‘스포츠투아이’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싸게싸게 귀족처럼 놀자

    매스티지(Masstige),‘대중’을 의미하는 매스(mass)와 ‘명품’을 뜻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의 조어다. 미국 경제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들이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명품과 같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소비 스타일을 매스티지로 표현했다. 명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중간 형태인 매스티지 제품및 브랜드가 많이 등장했고,이제는 매스티지 개념이 서비스에도 도입됐다. 요즘 찜질방,DVD방,카페,노래방 등은 저렴한 가격에 일반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첨단 기능,분위기,서비스를 자랑하며 매스티지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김민국(23·학생)씨는 “이런 곳을 찾으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로 ‘대접’받는 느낌이 좋다.가격도 여럿이 가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며 매스티지 서비스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홍익대 앞을 즐겨 찾는다는 김수연(28·회사원)씨는 “홍대 앞은 온통 앤티크 가구로 치장된 노래방이나 공주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의 카페가 많다.”며 “귀족이 된 듯,약간의 사치를 느끼는 것도 즐겁다.”고 어깨를 으쓱댄다.물론 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드는 것도 기쁘다. 매스티지 서비스 광팬들이 추천하는 저렴하면서도 분위기·서비스 끝내주는 장소,한번쯤은 경험해도 좋을,경험해볼 만한 ‘이곳’을 공개한다. ● 공주카페 공주의 침대를 장식하는,청순한 하얀 캐노피(커튼 장식)가 드리워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난 어느새 평화로운 나라의 공주가 돼 있다. 번잡한 신촌 거리에서 이화여대쪽으로 올라가는 길목 오른편에 있는 ‘공주의 향기나는 카페’.단정한 복장으로 손님을 공손하게 맞는 종업원들의 안내로 실내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녹아 마음이 편안해진다.벽,천장,소파,테이블 등 하얀색 바탕과 소품에 은은한 백열등이 비춰져 포근하고 아늑한 베이지톤 분위기를 연출한다.‘공주’라는 컨셉트에 맞게 곳곳에는 화려한 장식의 화장대,향기로운 꽃장식 등이 놓여 있다. 8개 테이블 중 커튼이 있는 5개 테이블은 경쟁이 치열하다.커튼 안에서 가끔은 낯뜨거운 연출을 하는 연인들이 있어 고영미 사장은 가급적이면 커튼을 젖혀놓도록 한다.하지만 손님이 원하면 어쩔 수 없다고. 허브티와 홍차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차의 온기를 유지시키는 워머(warmer)와 함께 서빙된다.커피,차,병맥주 등 대부분의 메뉴가 4500∼6000원.아이스크림과 바삭한 과자는 공짜. 우아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은밀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들러야 할 곳이다.(02)312-9952. 이밖에 공주 카페의 원조이자 공주가 쓰는 침실 같은 카페로 더 잘 알려진 홍익대 앞 ‘프린세스’(02-335-6703),커피가 특히 맛있는 세련된 유럽풍 카페 청담동 ‘74’(02-542-7412),분위기가 좋아 방송이나 CF 촬영장소로 유명한 대학로 ‘가비아노 피우’(02-765-9662)도 좋다. ● 노블레스 노래방 독특한 클럽,유명한 카페 등이 즐비한 홍익대 앞에서도 ‘수 노래방’의 인지도는 독보적이다.초기 모습인 ‘빼어날 수’는 좁고 담배연기가 찌든 일반적인 노래방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고 ‘노래방도 이렇게 쾌적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이후 신을 벗고 들어가는 따뜻한 온돌방에 방석 깔고 앉아 노래를 부르게한 ‘럭셔리 수’를 만들더니 최근에는 최고급 노래방 ‘노블레스 수’까지 소개했다. 노블레스 수의 한 시간 이용료는 오후 6시 이전엔 1만∼1만 3000원,이후에는 2만∼2만 5000원으로 일반 노래방보다 3000∼5000원 정도 비쌀 뿐이다. 분위기는 호텔급.들어서면 “최고로 모시겠습니다.”라는 직원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처음 놀라고,전체적으로 흐르는 앤틱 분위기에 두번 놀란다.노래방이기보다는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 가까울 정도.삼성 파브 벽걸이 TV,독일제 제나이져사의 무선마이크,다이나코드 스피커와 우퍼로 빵빵한 시설을 자랑한다.화장실? 물론 훌륭하다.비데가 설치된 변기,마룻바닥,종이 휴지 대신 깨끗하게 세탁한 개인 손수건을 비치해놓은 쾌적한 화장실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 정도다.대기실에 있는 아이스크림과 각 방에 놓여진 과자는 서비스.(02)322-3111. 이밖에 노블레스 수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강력한 라이벌이 들어섰다.3개층이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노래방 ‘질러존’은 SBS ‘최수종쇼’의 자아도취 노래방 촬영장소로 유명하다.(02)338-3531. ● 궁전같은 모텔 ‘값 비싼 특급호텔 저리 가라.우리는 호텔급 모텔로 간다!’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때,시험기간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우리 끼리만의 공간을 갖고 싶을 때 ‘잘 나가는’ 모텔로 달려가 보자.왠지 음침하고 쾨쾨한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요즘 ‘뜨고 있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건너편 ‘캐슬론호텔’은 호텔급 모텔이다.캐슬론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로비에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은은한 향기,분위기 있는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고급카페에 온 착각에 빠진다. 정장을 입은 직원이 숙박계를 내밀며 다양한 회원혜택을 설명한다.아니 웬 모텔에 회원마일리지카드? 도대체 여기의 정체가 뭐야.9층 방에 들어선 순간,“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캐노피를 예쁘게 드리운 커다란 침대,깔끔하게 정리된 침구류,고급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원목마루,깜찍하고 예쁜 소파…. 48인치TV,공기청정기,커피메이커,PC,산소발생기,기타 등등 모든 것이 놀랍다.천연에센스를 재료로 한 수제비누(원래 모텔에는 노란 다이얼비누가 기본이다.),고급 보디샴푸·클렌징 폼과 클렌징 로션 등 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역삼동에 사는 김주용씨는 “일반 모텔보다 돈 조금 더 내고 VIP대접을 받으며 편하게 쉴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월풀욕조에 누워서 TV를 시청하고,인터넷·DVD 등도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원스톱 문화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여기 누워 있으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집보다 편하고 예쁘잖아요.친한 친구의 생일날에도 여기를 찾아 케이크와 와인을 먹고 실컷 수다를 떨면 피로가 확 풀리죠.” 영미(28)씨의 말이다. 5시간 정도 사용하는데 3만∼4만원선.숙박은 보통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로 7만원선이다.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02)3471-0321. 이밖에 다음카페 ‘모텔투어’ 회원들의 추천 장소는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베리6’(02-508-3002),스페인·일본 등 이국적 인테리어로 유명한 ‘상봉테마’(02-439-6233),한옥의 전통미를 살린 ‘썬비’(02-730-3451),테라스·노천탕이 유명한 ‘조아텔’(031-236-7112),최강의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을 자랑하는 ‘시네마’(016-249-3326) 등. ● 빵빵한 DVD방 비디오방 대신 DVD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기존 비디오방이 갖고 있는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버렸기 때문.하지만 사람들은 무엇보다 수준 높은 화질과 음질을 즐기기 위해 DVD방을 찾는다.분위기 그리고 영상·소리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대학로 대명거리에 있는 ‘dts DVD 영화관’을 찾아보자.드라마 ‘나는 달린다’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그 전부터 이미 좋은 시설로 알려진 곳이다.방 규모는 소극장,음향은 대극장 수준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6개 채널 방식의 dts 시설에 방마다 흡입판이 설치돼 있다.음향에 따라 진동하는 의자 역시 갖추고 있다.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민우(28·회사원)씨는 “여기에 오면 화면·사운드가 좋아 영화에 집중이 잘 된다.”며 적극 추천했다.대표 조태연씨는 “비디오방이나 DVD방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몇몇 인기 영화만을 즐길 수 있는 대다수의 DVD방과 달리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약 1000여 개의 타이틀을 갖추고 있다.이용 요금은 2명 기준 1만 2000원.(02)765-1116.이밖에 서울대 입구역 3번 출구 근처 ‘시네 캠퍼스’(02-886-5957),성남의 ‘DVD 천국’(031-754-1329)역시 영화 감상의 최적의 시설을 갖춘 소문난 DVD방이다 ● 럭셔리 찜질방 목욕탕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동네목욕탕이나 사우나보다 입장료가 두배인 최첨단,최고급 찜질방이 성업이다.찜질방은 단순히 때를 밀거나 땀을 내는 것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가족 나들이,연인 데이트,각종 친목모임 등….찜질방을 찾는 목적도 다양하다. 거대한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찜질방은 보통 3000∼5000평 규모로 한번 돌아보는 데도 20분은 족히 걸린다.고궁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계곡 같은 대규모 해수탕 등 자랑거리도 각각이다. 요즘 TV에도 자주 나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랜드’는 발렛파킹(주차대행 서비스)을 해준다.소형차라도! 남대문처럼 만들어진 거대한 입구부터 생활한복을 입은 직원들과 전통 한옥 인테리어가 잘 어울려 왠지 ‘이리 오너라.’ 외쳐야 할 듯하다. 보통 찜질방에는 현금이 있어야 음료수를 먹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열쇠에 달린 바코드로 모든 편의시설을 사용하고 나갈 때 정산을 하면 된다. 1층은 미용실,2층은 남녀 사우나,3층은 노래방·헬스클럽·네일아트·마사지숍, 5층은 DVD영화관·PC방 등이 있다.만화책은 권당 500원,보드게임은 3000원 정도에 빌릴 수 있다.과연 종합놀이공간이다. 각종 모임과 가족을 위한 방(13개)은 4층.미리 예약을 하는 편이 좋고 빌리는데 보통 2만원선이다. 마포에서 온 박성준씨는 “동네 찜질방보다는 비싸지만 부인과 영화,식사,게임을 해결하는 값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박진주씨는 “이렇게 깨끗하고 쾌적한 곳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죠.좋은 찜질방을 찾아다니며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날려보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에너지를 충전해요.”라며 웃는다. 가족과 나들이 삼아 왔다는 박찬규씨는 “아이들이 게임하고 영화보고 노는 중에 저는 혼자서 쉴 수 있고,가족들에게는 가장 역할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단 음식물 반입은 안되고,입장 후 12시간이 지나면 시간당 2000원을 더 받는다는 게 애써 찾은 흠이랄까.(02)749-5115. 이밖에 다음카페 ‘사조사(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서울레저’(02-909-6270),‘센트럴 스파’(02-6282-3400),‘영진테마파크’(031-332-3100) 등을 추천한다. ● 웰빙 삼겹살 ‘돼지고기 냄새와 연기는 가라.우리는 상쾌한∼ 삽겹살 집으로 간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장 많이 찾는 삽겹살.그런데 보통 테이블 위에 끈적끈적한 돼지기름,자욱한 연기,구수한(?) 냄새가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이제는 조금 더 쓰고 품격 있는 삼겹살집으로 가보자. 카페를 연상시키는 아늑한 인테리어,3마력의 무소음 환풍기,숯을 흡착시켜 기름이 흐르지 않는 특수 불판,고객들의 옷장,숲에 온 것 같이 미송나무로 치장된 가게.하드웨어가 말끔히 변했다. 소프트웨어는 어떤가.오겹살은 기본이고 대추 삼겹살,솔잎 삼겹살,된장박이 삼겹살,마늘 삼겹살 등 퓨전 삼겹살이 눈에 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근처에 위치한 ‘돈씨네’는 나무 인테리어와 웰빙 삼겹살로 유명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유석원씨는 “처음에는 간판만 보고 스파게티 집인 줄 알았어요.냄새나고 지저분해 삼겹살 집을 잘 가지 않았는데 깔끔한 실내와 맛에 반해 요즘은 주 데이트 코스가 됐죠.”라고 이야기한다. 가족과 함께 찾은 신성철씨는 “1인분에 2000원 정도 비싸지만 가족끼리는 항상 이 집을 찾는다.”면서 “특히 대추삼겹살은 맛이 달달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에 추천할 만한 고급 삼겹살 집은 일산 주엽동 ‘불판’(031-924-3651),서울 종로 ‘신씨화로’(02-725-5314) 등이다. 글 한준규 최여경 나길회기자 hihi@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 ˝
  • 청산도에 살으리랏다

    전남 완도에 다녀왔다.몸살날 정도로 봄빛이 예쁜 청산도,숭어가 펄떡펄떡 뛰노는 소안도의 바다가 보고 싶었다.청산도의 봄빛은 이미 곰삭아 있었다.섬을 파랗게 덮은 보리는 벌써 솜털같은 이삭을 하나씩 피우고 있었고,돌담 너머로는 샛노란 유채꽃 물결이 출렁거렸다.푸른 빛이 한층 짙어진 바다로부터 밀려드는 훈풍은 밀밭을 손질하는 아낙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고 있었다.완도의 섬속의 섬,청산도와 소안도를 다녀왔다. 글 청산도·소안도(완도) 임창용기자 sdragon@ ●청산도(완도군 청산면)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50분 거리인 청산도(靑山島).푸른 숲이 우거진 산이 많아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하지만,이맘때 청산도의 푸른 빛은 실상 보리빛이다.섬 어느 곳을 가도 해안에서 바라보면 산 아래 계단처럼 펼쳐진 다랑논에 어김없이 보리가 자란다. 선착장이 있는 도청항에서 차로 3∼4분쯤 가면 영화 ‘서편제’가 촬영된 당리마을이다. 영화에서 소리꾼인 유봉(김명곤 분)과 그의 딸 송화(오정해 분),동호(김규철 분)가 신명나게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돌담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 촬영후 시멘트로 포장됐다가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걷어냈다고 한다.지금은 길 입구를 중심으로 심어놓은 유채꽃이 만발해 돌담길 주변 색깔이 더 예뻐졌다.오히려 영화속 배경보다 한층 더 화사한 분위기가 난다. 당리마을 한가운데엔 유봉이 툇마루에 앉아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집이 있다.울긋불긋한 슬레이트 지붕을 덮은 집들 가운데 끼어 있는 유일한 초가집이다.사람은 살지 않고 당시 주인공들의 복장을 한 인형을 설치해 영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청산도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는 돌담이다.밭둑,논둑,축대,집 둘레엔 어김 없이 돌담이 쌓여 있다. 완도군청 직원 안봉일씨는 “청산도는 아무데나 파헤쳐도 주먹만한 것부터 집채만한 것까지 온통 돌뿐”이라며 “그래서 예전부터 밭 하나 일구려면 몇 달이 걸렸다.”고 했다. 돌담뿐만 아니라 벽돌 대신 돌을 쌓아서 지은 집도 있다.진흙을 이겨 틈을 메우면서 벽을 쌓은 뒤 지붕을 덮은 집들이다.높다랗게 쌓은 돌담과 돌벽들은 수백년,수십년이 지났음직 하지만,거의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다.돌담 쌓기는 지금도 청산도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요한 건축공법이다. 돌이 많다보니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청산도엔 쌀이 항상 부족했다.오죽하면 ‘청산도 처녀가 뭍으로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만 먹으면 부잣집’이란 말이 있을까. 그래서 쌀을 한 톨이라도 더 얻기 위해 무진 애를 썼는데,그중 가장 특이한 방법이 ‘구들장 논’과 ‘구들장 수로’다.비탈진 산자락에 돌을 쌓은뒤 흙을 덮어 만든 논과,여기에 물을 대기 위한 물길이다. 그 방법이 기발하다.구들장 모양의 넓적한 돌을 기와를 겹쳐 쌓듯이 가운데 방향으로 경사지게 쌓아 맨 아래 중앙에 사람이 기어들어갈 정도의 네모진 구멍을 만들었다.돌을 겹쳐 쌓은 위엔 흙을 두껍게 깔아 보리나 벼를 심었다. 이렇게 하면 비가 내렸을 때 스며든 물이 경사진 돌을 따라 가운데로 모여 구멍을 따라 나오게 되고,구멍아래 있던 논에선 이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돌이 많은 특이한 지질과 한 방울의 물도 버리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빚어낸 첨단 농법이 아닐 수 없다. 섬의 북동쪽 진산리엔 갯돌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아이 손톱만한 것부터 어른 머리 크기까지 갖가지 색깔의 동그란 돌이 해안을 덮고 있다.파도가 밀려왔다가 내려갈 때마다 ‘차르르 차르르’ 돌구르는 소리가 때묻지 않은 어린애 웃음소리처럼 정겹다 ●소안도(완도군 소안면) 소안도는 해안 풍광과 상록수로 이루어진 방풍림이 아름다운 섬이다.특히 일몰 무렵 해안에 가면 숭어떼가 붉은 햇살에 반사돼 반짝이며 펄떡펄떡 뛰노는 모습은 너무 눈부셔 가슴마저 덩달아 뛰게 한다. 숭어가 워낙 많아 이곳에선 ‘개매기’란 특이한 방법으로 어로작업을 한다.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해안 지형이 오목하게 생긴 곳에서 주로 하는데,소안도에선 섬 북쪽 월항리 앞 바다가 적지다. 개매기란 바다(갯)를 막아(매기) 고기를 잡는다는 뜻.밀물 때 해안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수백m 길이에 말뚝을 박아 그물을 매 썰물로 물이 줄어들면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한 주민은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개매기 체험행사를 했는데,워낙 숭어가 많아 커다란 마대자루에 고기를 담아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월항리 주민들은 올해도 7월부터 8월까지 10여회 정도 체험행사를 열 예정.물이 무릎 아래까지 빠지면 일제히 면장갑을 끼고 들어가 물반 고기반인 바다에서 숭어를 잡는 행사다.참가비는 1인당 5000원 정도. 여의도 3배 크기의 소안도는 항일운동의 거점이기도 하다.일제의 침략이 본격화한 1905년 이후 주민들은 당사도 등대 습격사건 등 가열찬 항일운동을 펼쳤다.항일,민족교육의 중심에 서 있었던 비자리의 사립 소안학교 터에 최근 건립한 소안도 항일운동기념관엔 당시 항일운동을 이끈 인물들의 사진과 업적을 담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또 항일운동 모습을 인형이나 홀로그램 등으로 재현한 세트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들러볼 만하다. 이것도 맛보세요 소안도는 톳과 전복양식으로 유명하다.이곳 주민들은 톳 양식 만으로도 한 해에 가구당 평균 3000만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시설비가 많이 드는 전복 양식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부자에 속한다. 소안도 음식점들은 대부분 전복 음식을 낸다.그중 면 소재지가 있는 비자리의 ‘청포도식당’(061-53-7248)은 다양한 전복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곳.주메뉴는 전복회와 전복 구이,전복 내장 볶음을 세트로 내는 ‘소안정식’이다. 전복회는 두툼하게 썰어 한 번 입안에 넣으면 한참 동안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달큰하면서 풋풋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구이는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사실 서울 등 도심에서 전복을 구워먹는다는 건 지나친 사치다.얇게 저며 회로 먹거나,몇 점씩 넣어 죽을 끓여먹을 정도로 전복은 ‘귀하신 몸’이다.그래서 전복을 통째로 구워 군고구마 먹듯 베어먹다 보면 ‘이래도 되나.’하며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복 내장은 젓갈(게우젓)을 담그거나 전복죽을 쑬 때 넣는 줄만 알았는데 이곳에 오니 볶음요리가 있다.약간의 양념을 해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 접시에 담아준다.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참 독특하다. 전복요리 이외의 음식도 다양하고 푸짐하다.몸통만으로도 접시에 가득찰 정도로 큰 삼치 구이·광어회·간재미 찜 등 해산물,톳나물 무침·모자반 무침 등 해초류,성게알젓·게우젓 등 고급 젓갈 등 20여가지가 상을 가득 채운다.음식값은 4인 1상 기준 6만원. 완도읍내에선 항동리 ‘해궁횟집’(554-3729),개포리 공용터미널 뒤의 ‘대도한정식’(554-3537)의 음식이 먹을 만하다.완도읍내는 대체적으로 음식값이 비싼 편.해궁횟집의 경우 참돔회는 1㎏에 9만원,우럭은 6만 5000원. 대도한정식은 4인 1상 기준 12만원으로 지방으로선 상당히 비싸다.참돔,우럭,병어회와 푹 삭힌 홍어가 들어간 삼합,메생이국,날치알,새우찜,키조개 회,톳 냉국,산나물 등 40여가지의 음식이 나온다.이중 회를 뜨고난 뒤 나온 생선뼈를 푹 우려내 끓인 미역국은 진하면서도 시원해 가장 돋보이는 음식이다. ●가는 길 완도까지는 서울에서 열차,항공편으로 광주까지 가서,완도행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광주 버스터미널에서 완도까지 2시간30분 소요.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완도까지 직접 가는 고속버스도 하루 4회 있다.5시간 30분 소요. 청산도는 완도읍에서 19.2㎞ 떨어진 둥근 소라형 모양의 섬.해안선 길이가 98㎞에 달한다.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행 고속페리호가 하루 4회 출발한다.요금은 6050원,승용차는 운전자 1명 포함 2만 3000원.농협에서도 하루 4회 철부선을 띄운다.청산도 내에선 승용차나,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소안도는 완도 화흥포항을 출발해 노화도,소안도를 거쳐 보길도로 가는 배를 타야 한다.1시간마다 배가 출발한다.문의 완도 버스터미널(061-552-1500),여객선터미널(552-0116),화흥포항(555-1010). ●숙박 청산도엔 등대모텔(061-552-8558),청산민박(552-8800),제일민박(552-8807),읍리민박(552-8841),압개민박(552-8703) 등이 있다.소안도엔 제일장(553-7550),현대장(553-7547),소안장(555-0050) 등 여관이 있다.대부분 규모가 작고 건물도 낡아 시설은 깔끔하지 못한 편. 섬에서 꼭 숙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완도읍내에서 소규모 호텔이나 깔끔한 장급 여관을 찾아 묵으면 된다.문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550-5524),관광안내소(550-5152). 글 완도 임창용기자 sdragon@˝
  • 선거특수? “27일도 빈손”

    선거특수는 인력시장에도 없다.17대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철만 되면 대목을 누리던 인력시장에는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인력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총선 때는 한달 전부터 식당 일이나 피케팅 등 선거관련 일용직 일거리가 남아돌았지만,이번 총선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금권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선거범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인상으로 출마 예정자나 각 지구당도 잔뜩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위험부담이 높은 인력시장을 통한 구인보다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증된 인맥 중심으로 인력 동원의 형태가 바뀌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직업소개소,“16대 때 하루 50명 이상 동원,지금은 옛말” “‘선거 때라 좋은 날’은 다 갔어요.일자리 없어 허탕치고 가는 아줌마들 봐요.”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근처 S취업센터.좁다란 골목 사이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40,50대 여성 6명이 연탄난로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13년째 이 취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설모(53·여)씨는 “선거 때만 되면 지구당 사무실에서 피켓을 들거나 거리 인사에 동원될 아주머니를 구하는 전화 받기에 바빴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전화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인력시장에 나왔다는 주부 방모(45)씨는 “5만원씩 일당을 받고 봉고차를 대절해 모셔갈 때가 있었지만 이젠 ‘옛날얘기’”라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 K직업소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소장 박모(56·여)씨는 “2000년 총선 때는 일자리가 넘쳐 하루 50명 이상이 선거판에 동원됐다.”면서 “정당마다 4∼5명씩 조를 짜서 지하철역부터 약수터까지 안 다니는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부르는 곳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경기 불황까지 겹쳐 최근 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 통틀어 하루 30∼40명에 불과하다. ●지구당,“검증된 사람만 쓴다” 2000년 총선 당시 경기 광명에서 모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던 A씨는 “마음 먹고 행사 한번 치를 때 400∼500명씩 동원했는데,이 가운데 50% 정도를 인력시장에서 끌어왔고,큰 행사가 없어도 하루 20명 안팎을 인력시장에 의존했다.”면서 “특히 연설회 한번에 인력시장에 뿌린 돈이 1000만원 이상이었으나,이번 선거부터는 이같은 불필요한 지출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구당에서는 인맥을 통한 검증된 선거운동원만 몰래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수도권에서 16대에 이어 두 번째 모 정당의 선거운동을 맡고 있는 장모(53)씨는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을 노린 사람도 있을 수 있어,이번 총선에서는 인력시장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면서 “총선에서는 고정 선거운동원을 100명 정도 활용하는데,이번에는 규모보다는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모 정당의 서울 용산지구당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이 어디 있겠냐.”면서 “인사치레로 밥 한끼 대접한 일이라도 신고를 당하면 큰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김영복 지도계장은 “포상금제도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등으로 종전 선거 때 보였던 대규모 인력동원 등의 부정행위는 많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까지는 각 지구당이 ‘진성당원’ 중심의 ‘소수정예 선거전’을 벌이고 있지만,선거후반으로 갈수록 부정사례가 많이지는 만큼 감시체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 서재희기자 whoami@seoul.co.kr˝
  • “내년 폐지될 세금인데… ” 효과 의문

    정부가 효과가 없다며 한사코 부인하던 특별소비세 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소비심리를 살려보자는 절박함과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표심(票心)을 얻어보자는 계산이 뒤섞인 고육지책이다.그러나 내년에 폐지가 예고된 ‘시한부 세금’의 한시인하가 얼마나 구매로 이어질지 의문이다.차라리 특소세 폐지시한을 앞당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비+총선’ 두마리토끼 잡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곤두박질친 차량 내수판매가 올들어서도 전년동월대비 30%씩 급감하자,자동차업계는 탄력세율 적용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지지난해와 지난해에도 특소세를 내렸으나 별 재미를 못보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업계의 거듭된 읍소에도 “특소세 인하가 판매진작에 효과가 있다는 구체적 자료를 제시해보라.”며 냉랭하게 버텼다.그랬던 재경부가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은 업계의 아우성과 내수부진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재경부 스스로도 “이번 조치로 한 달에 300억원의 세수가 날아가지만 정작 구매자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이다.총선을 겨냥한 또 하나의 선심용 카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특소세 폐지 예고에도 불구하고 구매동결 현상이 심각하지 않다던 골프용품·에어컨·고가사치품 등도 인하대상에 두루 포함시켰다.다른 품목과 달리 자동차 특소세율을 20%만 내린 것은 워낙 특소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25%)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한부세금 인하효과 의문 재경부는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두려워 가만히 있기에는 내수가 너무 엉망”이라고 이번 인하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구매를 망설이거나 미뤄놨던 수요를 흡수하는 데는 반짝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계소득 자체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소비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관련업계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며 반기면서도 속으로는 썩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이르면 내년부터 승용차·유류 등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특소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한 유통업체 직원은 “몇 달만 더 버티면 특소세를 아예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되는데 몇 푼 인하에 지갑을 열 소비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정부가 각종 법령개정 작업을 서두르기로 한 만큼 특소세 폐지도 앞당기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소득을 받쳐 줄 고용창출과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이전 구매자도 ‘반품’하면 혜택 인하된 승용차 특소세율이 적용되는 시점은 ‘주문날짜’가 아닌 ‘출고날짜’다.즉,이미 신차를 주문했어도 23일까지 공장에서 출고되지 않았다면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이미 공장에서 출고돼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진열돼 있는 재고차량을 24일 이후 살 때도 인하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다만 이 경우에는 판매업자가 기존 특소세 가격으로 차량을 인수한 것인 만큼,업자들은 새달 10일까지 관할세무서에서 인하된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그렇다면 최근 며칠새 새 차를 넘겨받은 경우는 구제방법이 없을까.편법이지만 일단 반품을 요청한 뒤 다시 구입하면 된다.에어컨 등 다른 인하품목을 이미 산 사람도 마찬가지다. 안미현기자 hyun@˝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 마음속의 출석부

    작년 가을에 이웃집에서 복수초를 나누어 받았다.뿌리는 구근이 아니라 흑갈색 잔뿌리와 검은 흙이 한데 엉켜 있고,키는 땅이 닿을 듯이 작은데 잎도 새의 깃털처럼 잘게 갈라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륨이 느껴지지 않아 하찮은 잡초처럼 보였다.그 전에 나는 복수초라는 화초를 사진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본적은 없기 때문에 그게 과연 눈 속에서 핀다는 그 복수초인지 잘 믿기지 않았다.생각해서 나누어준 분 앞이라 당장 양지 바른 곳에 심긴 했지만 곧 가을이 깊어지니 워낙 시원치 않아 보이던 이파리들은 자취도 없어지고 나 역시 그게 있던 자리조차 기억 못하게 되었다. 아마 3월이 되자마자였을 것이다.샛노란 꽃이 두 송이 땅에 닿게 피어 있었다.하도 키가 작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그러나 빛깔은 진한 황금색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마당에 몹시 생뚱스러워 보였다.그리고 곧 큰 눈이 왔다.아무리 눈 속에도 피는 꽃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그 작은 키로 견디기엔 너무 많은 눈이었다.나는 눈으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인 듯이 축 처진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는 그 샛노란 꽃의 속절없음을 생각하고 있었다.대문 밖의 눈은 쳐주었지만 마당의 눈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녹아 없어지는데 며칠 걸렸다. 놀랍게도 제일 먼저 녹은 데가 복수초 언저리였다.고 작은 풀꽃의 머리칼 같은 뿌리가 땅 속 어드메서 따뜻한 지열을 길어 올렸기에 그 두터운 눈을 녹이고 더욱 샛노랗게 더욱 싱싱하게 해를 보고 있었다.온종일 그렇게 피어 있다가 해질 무렵에는 타원형으로 오무라든다.그러다가 아주 시들어버릴 줄 알았는데 다음날 해만 뜨면 다시 활짝 핀다.그러나 마냥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곧 안 깨어나고 져버리는 날이 있겠기에 그게 피어 있는 동안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서 나는 집에 손님만 오면 그걸 구경시킨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것만치 신기해 해주는 이가 별로 없다.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내가 백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이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은방울꽃을 거느린다. 꽃이 제일 먼저 핀 것은 복수초지만 잎이 제일 먼저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이다.수선화는 벚꽃이 필 무렵에나 필 것 같고 상사초는 잎이 시들어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꽃대를 밀어 올릴 것이다.이렇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매기게 되어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할 것이다.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100식구는 대식구다.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준다.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기다린다.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 마음속의 출석부

    작년 가을에 이웃집에서 복수초를 나누어 받았다.뿌리는 구근이 아니라 흑갈색 잔뿌리와 검은 흙이 한데 엉켜 있고,키는 땅이 닿을 듯이 작은데 잎도 새의 깃털처럼 잘게 갈라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륨이 느껴지지 않아 하찮은 잡초처럼 보였다.그 전에 나는 복수초라는 화초를 사진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본적은 없기 때문에 그게 과연 눈 속에서 핀다는 그 복수초인지 잘 믿기지 않았다.생각해서 나누어준 분 앞이라 당장 양지 바른 곳에 심긴 했지만 곧 가을이 깊어지니 워낙 시원치 않아 보이던 이파리들은 자취도 없어지고 나 역시 그게 있던 자리조차 기억 못하게 되었다. 아마 3월이 되자마자였을 것이다.샛노란 꽃이 두 송이 땅에 닿게 피어 있었다.하도 키가 작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그러나 빛깔은 진한 황금색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마당에 몹시 생뚱스러워 보였다.그리고 곧 큰 눈이 왔다.아무리 눈 속에도 피는 꽃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그 작은 키로 견디기엔 너무 많은 눈이었다.나는 눈으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인 듯이 축 처진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는 그 샛노란 꽃의 속절없음을 생각하고 있었다.대문 밖의 눈은 쳐주었지만 마당의 눈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녹아 없어지는데 며칠 걸렸다. 놀랍게도 제일 먼저 녹은 데가 복수초 언저리였다.고 작은 풀꽃의 머리칼 같은 뿌리가 땅 속 어드메서 따뜻한 지열을 길어 올렸기에 그 두터운 눈을 녹이고 더욱 샛노랗게 더욱 싱싱하게 해를 보고 있었다.온종일 그렇게 피어 있다가 해질 무렵에는 타원형으로 오무라든다.그러다가 아주 시들어버릴 줄 알았는데 다음날 해만 뜨면 다시 활짝 핀다.그러나 마냥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곧 안 깨어나고 져버리는 날이 있겠기에 그게 피어 있는 동안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서 나는 집에 손님만 오면 그걸 구경시킨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것만치 신기해 해주는 이가 별로 없다.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내가 백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이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은방울꽃을 거느린다. 꽃이 제일 먼저 핀 것은 복수초지만 잎이 제일 먼저 흙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이다.수선화는 벚꽃이 필 무렵에나 필 것 같고 상사초는 잎이 시들어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꽃대를 밀어 올릴 것이다.이렇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매기게 되어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할 것이다.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100식구는 대식구다.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준다.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그래도 나는 기다린다.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 [우리 결혼해요] 방동옥(30)·박민경(24) 씨

    “토요일,강남역 시티문고 앞 6시.그 때 뵙지요….” 인사치레로라도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흔한 얘기조차 없는 조금은 건조한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서로의 베스트 친구가 선후배 사이라 우리를 엮어준 다리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정말 괜찮은 사람이래~한 번만 만나봐.”라는 친구의 말에 내키지 않는 척 하면서도 내심 잔뜩 기대하며 10분 늦는 것은 귀여운 애교에 속한다는 소개팅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5분 전 미리 대기조로 나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저를 처음에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더군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 그 사람은 저에게 전화를 했고 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는데,마침 바로 옆에서 전화를 하고 있던 매~우 체격 좋고 인상 험악한 한 여자 분을 상대자로 잘못 알고는 그 짧은 순간에도 착잡한 마음이 들더랍니다.당시 저는 왜 남자친구 얼굴에 웃음이 생글생글하며 그토록 반가워하는지 몰랐지요.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늘상 듣는 말이 있어요.“너는 그때 비교 우위로 내가 첫눈에 반했던 거야~만약에 처음부터 제대로 만났더라면 그렇게 예뻐보이지 않았을 걸~”하면서 제 속을 긁어놓고 있죠. 그게 2년 전 3월3일.항상 입학식이나 개강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 우리의 만남도 시작되었고,그로부터 1년이 지난 3월3일은 제가 첫 출근을 하게 된 날이기도 한 묘한 행운이 있는 날입니다. 우리 함께 했던 2년의 시간… 신촌거리를 걷다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그 때,봄이 온 걸 축하하자면서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가 반환점에서 초코파이,바나나,음료수를 너무 많이 먹어 결국 걸어서 결승점에 도착하던 그때,등산가서 정상에서 다리를 후들거리며 함께 “야~호!” 를 외치던 그때,가슴 콩닥거리며 남산에서 첫 키스하던 그때,태어나 처음으로 싸 본 김밥을 맛있다~연발하며 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맛있게 먹어 주던 그때…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아서,그 추억을 모두 담아두기 위해 우리 가슴을 좀 더 깊게,좀 더 넓게 만들려 합니다. 더 많이 깊어지고 넓어진 가슴으로 서로를 껴안아주면서 저희 행복하게 살겠습니다.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 [길섶에서] 파랑새 증후군/우득정 논설위원

    출근길 버스 안.옆에 앉은 20대 청년이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오늘 출근길에 사표를 내겠다는 내용이다.아마도 통화 상대방이 어머니쯤 되는지 설득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요.”“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붙들고 있느니 당분간 백수로 지내면서 마음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볼랍니다.” 문득 얼마 전 지면에서 본 ‘파랑새 증후군’이 떠오른다.젊은이 4명 중 1명이 실업자일 정도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시대.20대 직장인의 절반가량은 수없는 도전 끝에 간신히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이직을 갈망한다고 했다.남의 떡이 더 크게 보여서가 아니라 어쩌면 저 언덕 너머에는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무지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파랑새를 꿈꿀 수 있는 젊음은 행복하다.어느 날 젊음이 내 곁을 떠났다고 느끼는 순간 무기력한 일상의 반복만 남는다.20여분간 버스가 떠날 듯이 큰소리로 통화하고도 한마디 인사치레조차 없이 일어서는 그 청년이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6)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하)

    문제의 이 사발은 공식적으로 조선에 파견되는 당시 일본 외교사절인 ‘왜국국왕사(倭國國王使)’들에 의하여 일본으로 전해졌다.조선시대 일본 외교사절은 승려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는데,이들은 조선과의 국교가 시작되어 임진왜란으로 잠시 국교가 단절되었던 때까지 조선을 방문하여 우수한 조선의 문물을 배웠거나 직접 가지고 돌아갔다. 대표적인 것은 베틀을 이용한 직물의 생산,불경과 대장경,도자기와 그 제작기술 등이었는데,조선 도자기 기술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일본이 매우 탐내는 첨단 문명이었다. ●조선 도자기기술은 세계최고 수준 1423년 삼포에 왜관이 설치된 이후 일본 승려들의 조선 방문은 더욱 활발해져서 조선의 민간 풍물과 사찰 문화를 집중적으로 수입해갔다. 조선에서 배워간 문물을 이용하여 일본의 저급한 문화를 일깨웠는데,가마쿠라막부와 무로마치막부 시대의 혼돈과 무절제,사치와 방종의 폐해가 일본의 존립을 위협할 때 그 대안으로서 조선의 문물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송나라로부터 수입한 문화인 서원차(書院茶) 병폐를 치유시키기 위해 응용한 것이 조선 서민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초가집 살림살이와,깊은 산중에서 은거하는 청빈한 수행자의 토굴 생활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절제와 무소유 철학을 가미하여 일본 특유의 초암차를 만들었다.이 초암차는 뒷날 ‘다도(茶道)’라는 일본 특유의 차문화가 탄생하게 되는 원천이 되었다. 서원차에서 다도까지의 진보 과정은 일본이 혼돈과 야만에서 정화와 문명으로 변화하는 혁명적 승화였다.이 혁명을 완성한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인간의 내면세계를 혁명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차를 담아 마시는 찻그릇이었다.그 찻그릇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도차완이 통도사 봉발을 조형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그릇은 조형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는 모두 중국의 청자와 백자를 조형의 모체로 삼아서 나름의 독창성을 이루어 냈다. 중국의 그릇 또한 인도 불교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발전했다.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이른바 주발(周鉢: 위가 약간 벌어지고 뚜껑이 있는 놋쇠로 만든 밥그릇,식기),바리(놋쇠로 만든 여자 밥그릇.오목주발과 같지만 입이 좀 더 좁고 중배가 나왔으며 뚜껑에 꼭지가 있음),완(梡,碗) 종류들이다. 모두 산스크리트 patra를 음역한 발(鉢: 승려의 식기)의 형태를 모체로 삼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여러 종류의 그릇을 만들어냈다. ●한국적 특성 가장 잘 나타낸 분청사기 흙을 재료로 한 사발(砂鉢),구리를 이용한 동발(銅鉢),쇠를 이용한 철발(鐵鉢),진흙을 이용한 와발(瓦鉢),은을 이용한 은발(銀鉢)등이 크기와 형태에서 매우 다양하게 발전했다.그렇게 발전한 대표적인 성과물이 송나라대의 찻사발들인데,천목(天目)이라 부르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릇이다.천목찻사발의 형태는 고려 청자 찻사발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는 필연적으로 중국 도자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조선시대의 독특한 도자문화로 일컬어지는 분청(粉靑) 사기는 한국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다.청자에서 백자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체험하고 터득해 낸 조선 사기장들의 지혜와 미감(美感)이 응집되어 창출된 한국형 사발이다.이같은 우리나라의 도자사(陶磁史)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이 저 일본인들이 이도(井戶)라 부르는 그릇이다. 이 그릇의 존재가 한국인에게 알려진 것은 일제시대를 통해서였다.따라서 그 이전 우리나라 그릇의 역사에서 이것의 존재는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기만 했을 뿐 400년 넘게 일본에서 자란 그릇이어서 이 그릇의 참된 주인은 일본 차인들이라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른다.그렇다보니 이 그릇의 본래 용도에 관한 연구와 논의도 일본에서만 이루어져 왔다.그러던 중 이도차완에 관한 한국 사기장들의 관심이 표명된 1960년대부터 조금씩 한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주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 국한되어서였다. 그 뒤로 중국,일본의 차문화가 한국인들에게 널리 보급되고 한국에서도 차 마시는 인구가 1000만 명을 헤아리게 되면서 다른 찻사발들과 함께 이도차완의 감상과 미학적 탐구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왔다. 어느새 한국의 현재 찻사발 종류 중에서 이도차완 형태를 본뜬 것들이 찻그릇 문화를 주도해 가는 듯한 인상을 줄 만큼 폭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히 이도차완으로 이름이 붙여져 찻사발로 이용되고 있는 이 그릇의 본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도 생겨났다.무릇 모든 그릇이 그러하듯 그 쓰임새를 알아야만 그릇에 대한 정확한 가치매김을 할 수 있다.이도차완은 본래 찻사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기된 당연한 의문이다.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두 가지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맨 먼저 이 그릇의 용도를 얘기한 것은 야나기 무네요시이다.동양미술사학자인 그는 일제시대를 통하여 조선서민들의 생활용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간 대표적인 사람이며, ‘민예(民藝)’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만큼 조선문화에 대한 전문가였다. ●日선 “雜器” “祭器” 두가지 견해 그는 이도차완을 16세기 조선서민들의 밥그릇,생활 잡기였다는 잡기설(雜器說)을 내놓았다.이 그릇의 투박한 생김새,자유분방한 색깔과 재료의 특성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하면서였다. 두 번째 의견은 동경국립박물관 학예실장을 지내기도 한 하야시 세이죠의 제기설(祭器說)이다.이도차완 중에서 규격이 큰 그릇들의 특징인 높은 굽을 증거로 내놓았다. 이 그릇의 가장 큰 특징이 높은 굽임은 확실하고,이 높은 굽으로하여 청자나 백자 혹은 분청사기와도 현저하게 다른 그릇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도차완의 가장 큰 특징 또한 굽의 형태와 굽 언저리의 신비스러운 문양이어서 높은 굽은 누구에게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잡기설은 일제시대의 산물이며,하야시 세이죠의 제기설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4년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제기설에 동조하는 견해와 잡기설을 지지하는 견해로 나눠져 있다.두 가지 견해를 모두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에서 국보가 된 한국의 그릇은 이도차완뿐이며,청자,백자,분청사기는 전혀 다른 평가의 대상이다.이도차완 중에는 신비와 전설의 대상이 되었을 만큼 놀라운 정치적 흥정물로,천문학적 가격으로,죽기 전에 꼭 한 번 구경하기를 소망하는 그릇이 여러 점이다.이같은 역사가 한국인들에게는 더 관심거리로 작용하고 있는 듯 싶다. 어쨌든 야나기 무네요시의 잡기설은 이 그릇이 지닌 미학적 요소들을 놀라운 미감과 관찰력으로 읽어내어 이 그릇에 관한 평가를 한층 심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조선시대 사기그릇 祭器는 백자가 유일 16세기 조선의 도자사를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고 쓴 그릇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16세기 조선의 도자기 생산 제도는 철저한 관요(官窯)체제여서 모든 생활그릇의 공급을 국가가 전담했다.민간인이 마음대로 그릇을 생산 판매할 수 없었다.일정 직급의 관료와 양반 사대부,소수의 중인 계층들에게만 관요에서 생산된 그릇이 주어졌다. 따라서 농민 등 서민층은 질그릇 외의 그릇을 사용할 수 없었다. 제기설이 이 그릇의 높은 굽에 착안하고 있는 점은 조선의 민속과 제도에 얼마큼 지식을 가졌다고 인정할 수 있지만,조선시대의 제기는 백자가 원칙이었다.놋그릇,목기를 제외한 사기그릇 제기는 백자가 유일하다.이도차완 종류는 백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도차완 형태의 그릇을 제상에 진설할 수 있는 상차림이란 없다. 두 가지 견해 모두 이 그릇의 용도를 전혀 엉뚱하게 추정하는 잘못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인으로서의 견해일 따름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못된다.문제는 한국인들이 앞의 두 견해 중 어느 하나를 지지하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일본 견해를 비판하지 못하고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도차완의 원래 용도는 통도사 봉발대의 봉발을 근원으로 하여 생활화하려 했던 승려들의 발우였던 것으로 보인다.마하승기율,사분율 등 주요 경전에서 규정하고 있는 흙발우의 조건과 통도사의 봉발,그리고 이도차완의 모든 것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도차완 미학의 신비로움은 미륵신앙에 담겨 있는 종교적 염원과 긴 역사가 승화된 것이라고 볼 때 조선 사기장들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도예가들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6)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하)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6)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하)

    문제의 이 사발은 공식적으로 조선에 파견되는 당시 일본 외교사절인 ‘왜국국왕사(倭國國王使)’들에 의하여 일본으로 전해졌다.조선시대 일본 외교사절은 승려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는데,이들은 조선과의 국교가 시작되어 임진왜란으로 잠시 국교가 단절되었던 때까지 조선을 방문하여 우수한 조선의 문물을 배웠거나 직접 가지고 돌아갔다. 대표적인 것은 베틀을 이용한 직물의 생산,불경과 대장경,도자기와 그 제작기술 등이었는데,조선 도자기 기술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일본이 매우 탐내는 첨단 문명이었다. ●조선 도자기기술은 세계최고 수준 1423년 삼포에 왜관이 설치된 이후 일본 승려들의 조선 방문은 더욱 활발해져서 조선의 민간 풍물과 사찰 문화를 집중적으로 수입해갔다. 조선에서 배워간 문물을 이용하여 일본의 저급한 문화를 일깨웠는데,가마쿠라막부와 무로마치막부 시대의 혼돈과 무절제,사치와 방종의 폐해가 일본의 존립을 위협할 때 그 대안으로서 조선의 문물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송나라로부터 수입한 문화인 서원차(書院茶) 병폐를 치유시키기 위해 응용한 것이 조선 서민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초가집 살림살이와,깊은 산중에서 은거하는 청빈한 수행자의 토굴 생활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절제와 무소유 철학을 가미하여 일본 특유의 초암차를 만들었다.이 초암차는 뒷날 ‘다도(茶道)’라는 일본 특유의 차문화가 탄생하게 되는 원천이 되었다. 서원차에서 다도까지의 진보 과정은 일본이 혼돈과 야만에서 정화와 문명으로 변화하는 혁명적 승화였다.이 혁명을 완성한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인간의 내면세계를 혁명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차를 담아 마시는 찻그릇이었다.그 찻그릇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도차완이 통도사 봉발을 조형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그릇은 조형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는 모두 중국의 청자와 백자를 조형의 모체로 삼아서 나름의 독창성을 이루어 냈다. 중국의 그릇 또한 인도 불교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발전했다.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이른바 주발(周鉢: 위가 약간 벌어지고 뚜껑이 있는 놋쇠로 만든 밥그릇,식기),바리(놋쇠로 만든 여자 밥그릇.오목주발과 같지만 입이 좀 더 좁고 중배가 나왔으며 뚜껑에 꼭지가 있음),완(梡,碗) 종류들이다. 모두 산스크리트 patra를 음역한 발(鉢: 승려의 식기)의 형태를 모체로 삼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여러 종류의 그릇을 만들어냈다. ●한국적 특성 가장 잘 나타낸 분청사기 흙을 재료로 한 사발(砂鉢),구리를 이용한 동발(銅鉢),쇠를 이용한 철발(鐵鉢),진흙을 이용한 와발(瓦鉢),은을 이용한 은발(銀鉢)등이 크기와 형태에서 매우 다양하게 발전했다.그렇게 발전한 대표적인 성과물이 송나라대의 찻사발들인데,천목(天目)이라 부르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릇이다.천목찻사발의 형태는 고려 청자 찻사발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는 필연적으로 중국 도자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조선시대의 독특한 도자문화로 일컬어지는 분청(粉靑) 사기는 한국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다.청자에서 백자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체험하고 터득해 낸 조선 사기장들의 지혜와 미감(美感)이 응집되어 창출된 한국형 사발이다.이같은 우리나라의 도자사(陶磁史)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이 저 일본인들이 이도(井戶)라 부르는 그릇이다. 이 그릇의 존재가 한국인에게 알려진 것은 일제시대를 통해서였다.따라서 그 이전 우리나라 그릇의 역사에서 이것의 존재는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기만 했을 뿐 400년 넘게 일본에서 자란 그릇이어서 이 그릇의 참된 주인은 일본 차인들이라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른다.그렇다보니 이 그릇의 본래 용도에 관한 연구와 논의도 일본에서만 이루어져 왔다.그러던 중 이도차완에 관한 한국 사기장들의 관심이 표명된 1960년대부터 조금씩 한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주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 국한되어서였다. 그 뒤로 중국,일본의 차문화가 한국인들에게 널리 보급되고 한국에서도 차 마시는 인구가 1000만 명을 헤아리게 되면서 다른 찻사발들과 함께 이도차완의 감상과 미학적 탐구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왔다. 어느새 한국의 현재 찻사발 종류 중에서 이도차완 형태를 본뜬 것들이 찻그릇 문화를 주도해 가는 듯한 인상을 줄 만큼 폭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히 이도차완으로 이름이 붙여져 찻사발로 이용되고 있는 이 그릇의 본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도 생겨났다.무릇 모든 그릇이 그러하듯 그 쓰임새를 알아야만 그릇에 대한 정확한 가치매김을 할 수 있다.이도차완은 본래 찻사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기된 당연한 의문이다.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두 가지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맨 먼저 이 그릇의 용도를 얘기한 것은 야나기 무네요시이다.동양미술사학자인 그는 일제시대를 통하여 조선서민들의 생활용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간 대표적인 사람이며, ‘민예(民藝)’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만큼 조선문화에 대한 전문가였다. ●日선 “雜器” “祭器” 두가지 견해 그는 이도차완을 16세기 조선서민들의 밥그릇,생활 잡기였다는 잡기설(雜器說)을 내놓았다.이 그릇의 투박한 생김새,자유분방한 색깔과 재료의 특성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하면서였다. 두 번째 의견은 동경국립박물관 학예실장을 지내기도 한 하야시 세이죠의 제기설(祭器說)이다.이도차완 중에서 규격이 큰 그릇들의 특징인 높은 굽을 증거로 내놓았다. 이 그릇의 가장 큰 특징이 높은 굽임은 확실하고,이 높은 굽으로하여 청자나 백자 혹은 분청사기와도 현저하게 다른 그릇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도차완의 가장 큰 특징 또한 굽의 형태와 굽 언저리의 신비스러운 문양이어서 높은 굽은 누구에게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잡기설은 일제시대의 산물이며,하야시 세이죠의 제기설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4년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제기설에 동조하는 견해와 잡기설을 지지하는 견해로 나눠져 있다.두 가지 견해를 모두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에서 국보가 된 한국의 그릇은 이도차완뿐이며,청자,백자,분청사기는 전혀 다른 평가의 대상이다.이도차완 중에는 신비와 전설의 대상이 되었을 만큼 놀라운 정치적 흥정물로,천문학적 가격으로,죽기 전에 꼭 한 번 구경하기를 소망하는 그릇이 여러 점이다.이같은 역사가 한국인들에게는 더 관심거리로 작용하고 있는 듯 싶다. 어쨌든 야나기 무네요시의 잡기설은 이 그릇이 지닌 미학적 요소들을 놀라운 미감과 관찰력으로 읽어내어 이 그릇에 관한 평가를 한층 심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조선시대 사기그릇 祭器는 백자가 유일 16세기 조선의 도자사를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고 쓴 그릇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16세기 조선의 도자기 생산 제도는 철저한 관요(官窯)체제여서 모든 생활그릇의 공급을 국가가 전담했다.민간인이 마음대로 그릇을 생산 판매할 수 없었다.일정 직급의 관료와 양반 사대부,소수의 중인 계층들에게만 관요에서 생산된 그릇이 주어졌다. 따라서 농민 등 서민층은 질그릇 외의 그릇을 사용할 수 없었다. 제기설이 이 그릇의 높은 굽에 착안하고 있는 점은 조선의 민속과 제도에 얼마큼 지식을 가졌다고 인정할 수 있지만,조선시대의 제기는 백자가 원칙이었다.놋그릇,목기를 제외한 사기그릇 제기는 백자가 유일하다.이도차완 종류는 백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도차완 형태의 그릇을 제상에 진설할 수 있는 상차림이란 없다. 두 가지 견해 모두 이 그릇의 용도를 전혀 엉뚱하게 추정하는 잘못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인으로서의 견해일 따름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못된다.문제는 한국인들이 앞의 두 견해 중 어느 하나를 지지하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일본 견해를 비판하지 못하고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도차완의 원래 용도는 통도사 봉발대의 봉발을 근원으로 하여 생활화하려 했던 승려들의 발우였던 것으로 보인다.마하승기율,사분율 등 주요 경전에서 규정하고 있는 흙발우의 조건과 통도사의 봉발,그리고 이도차완의 모든 것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도차완 미학의 신비로움은 미륵신앙에 담겨 있는 종교적 염원과 긴 역사가 승화된 것이라고 볼 때 조선 사기장들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도예가들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해외쇼핑 세금부담 줄어든다

    다음달 31일부터 해외 여행객이 귀국할 때 사오는 ‘쇼핑품목’이 총 1000달러(약 116만원)를 넘지 않으면 무조건 20%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지금은 쇼핑총액에 관계없이 각 품목마다 20∼55%의 개별세율을 매기고 있다.단,사치성 소비재인 향수·골프채·녹용은 제외된다.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샀을 경우 관세가 면제되는 구매액 기준도 현행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완화된다. 재정경제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관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3월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외 여행객이 쇼핑품목을 일일이 세관에 신고한 뒤 별도 세율로 계산하지 않아도 돼 통관 대기시간과 세금부담을 덜게 됐다.해외 구매액이 4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지금처럼 계속 전액 비과세된다. 예컨대 신발·옷 등을 합쳐 모두 1000달러어치를 샀다면 비과세대상 400달러를 뺀,나머지 600달러어치에 대해 20%의 세금만 내면 된다.쇼핑총액이 1000달러를 넘을 때는 초과금액에 대해 품목별로 별도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시계기 등 세율이 높은 품목부터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1000달러 항목에 집어넣는 게 유리하다. 안미현기자˝
  • [시론] 장애인 일자리에도 관심을/오길승 한신대 교수· 한국직업재활학회장

    정부가 일반예산 20억원 정도만 투자해 450만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어불성설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의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이고,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 방안”이라며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일자리 창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지난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이런 가운데 취업자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이후 처음으로 3만명이나 줄어들었다.실업자 수는 5년 만에 처음으로 7만명 가까이 늘어나 지난해 말 현재 8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경제와 실업문제가 심각할 때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은 바로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이다.사실 장애인에게 있어서 일자리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어쩌면 일생 동안 직장없이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장애인의 눈으로 볼 때,요즘 일시적인 실업문제로 비장애인들이 울부짖는 아우성은 엄살로 보일 수 있다.또한 막노동조차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시각으로는 신체기능이 멀쩡한 비장애인들의 체념과 상심은 사치로도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실업문제에 진정어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조차 그렇다.지난 연말 20여개의 장애인단체가 노동부의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방침에 반발해 일주일 가까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 이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였다.하지만 이 사실을 제 날짜에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다.장애인 고용문제는 기사조차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올해부터 장애인고용장려금 기준 단가가 경증 남성장애인 기준으로 1인당 월 47만 4000원에서 30만원으로 36.7% 하향 조정됐다.가뜩이나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마당에 장애인을 고용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장려금이 그렇게 대폭 인하된다면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장애인들까지도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그동안 공단은 장애인직업전문학교 증설과 같은 무분별한 자체 규모의 확대와 장애인 고용 실적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증의 국가유공 상이자 및 산재장애인도 의무고용 대상에 추가했다.이는 장애인고용기금 고갈 사태로 이어졌고,노동부가 장려금 축소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됐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데,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대책은 당연히 충분한 재원의 조달이다.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재원은 법률상 정부 또는 정부 이외의 자로부터의 출연금 또는 기부금과 사업주가 납부하는 부담금,가산금 및 연체금,기금운용 수익금과 기타 공단의 수입금,차입금으로 마련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수입 중 정부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해 부담금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통과 이후 정부출연금은 거의 10억원 수준에서 동결돼 왔으며 2003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20억원으로 확대됐다. 물론 20억원이라는 돈이 한 개인이나 조그만 단체 수준에서 볼 때는 적지 않은 돈이다.하지만 장애인 고용 및 직업재활을 위한 재원조성이 원칙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막대한 정부 출연금을 투여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적은 액수다.우리 정부는 장애인 고용 확대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좋은 증거를 제공한다.정부가 일반예산 20억원 정도만 투자해 450만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어불성설이다.성장만 아니라 분배도 주요 정책기조로 내세우는 이번 참여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분명히 뭔가 다름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오길승 한신대 교수· 한국직업재활학회장˝
  • 日 진출 ‘발라드 여왕’ 이수영 “일본서도 최고가수 될게요”

    ‘발라드 여왕’ 이수영의 팬들은 한동안 그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올해에는 무대를 일본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선보일 첫 싱글 앨범 준비차 요즘 현해탄을 한강 건너듯 하고 있다는 그는 “몸을 두 개로 쪼개고 싶은 심정”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가수가 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쉴 수 있나요?” 무리한 강행군을 걱정하니 오히려 이렇게 반문한다. 이수영은 소니뮤직과 손잡고 앞으로 2년간 일본에서 3장의 앨범을 낸다.4월에 이어 7월에 두번째 싱글이 나오고 11월에는 정규 앨범이 예정돼 있다.이에 앞서 새달 중순부터는 동남아 7개국을 돌며 쇼케이스를 펼친다.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거듭 다지는 각오에 자신감이 물씬 풍긴다.소니뮤직이 이수영의 독특한 음색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첫 싱글만으로 300억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당분간 국내활동을 접어야만 하는 이수영은 아쉬워하는 팬들을 달래려 두 가지 선물을 마련했다.먼저 1960년부터 90년대까지의 노래들을 묶은 리메이크 앨범 ‘클래식’을 내놓았다.“40∼5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음반을 내고 싶었어요.” 10대 위주의 편향된 우리 가요계에 대한 근심이 묻어나온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배인순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등 흘러간 히트곡들을 맛깔스럽게 불렀다는 평가다.“예전에는 제 음반을 어른들께 드리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달라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지금까지 15만장 가량이 팔렸는데 침체에 빠진 음반시장에서 이 정도면 이른바 ‘대박’.“원곡을 망쳤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스러웠다.”는 그의 염려는 기우로 끝난 셈이다. 새달 7·8일 열리는 아듀콘서트는 이수영의 마지막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그런데 지난 연말에도 콘서트를 하지 않았던가? 이수영은 떠나기 전 “가수 생활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콘서트의 이름 ‘메이드 인 발라드(Made in Balade)’ 그대로 1∼5집에 실린 애절한 발라드의 향연을 펼친다. 조금 늦었지만 연말 시상 건에 대해 물었다.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았지만 스타성에 있어서는 항상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다가 벼락처럼 주어진 최고가수상으로 ‘만년 2위’의 설움을 떨쳐냈던 그다.“5집을 낼 무렵 온갖 루머 탓에 너무 힘들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상을 받고 나니 모든 게 눈녹듯이 사라졌죠.” 어림짐작은 했지만 무대에서 하염없이 울었던 사연이 확실해졌다.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대기실에 앉아 1시간 남짓 눈물을 쏟았단다. “이튿날 바닥까지 떨어진 몸을 가누고 16시간 녹음 작업을 했어요.” 결국 3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그토록 빡빡한 일정을 버텨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새로운 도전이야말로 그를 지탱하는 ‘포도당’이 아닐까.지금 이수영에겐 ‘병’도 사치로 보인다. 글 박상숙기자 alex@ 사진 조경호기자 ckh@
  • “가진 사람이 나눠야 살맛나는 세상되죠”/‘나눔경영’ 실천 최진순 청풍 회장

    ▲41년 강화 출생 ▲65년 한양대 섬유과 졸업 ▲68년 임성직물 설립 ▲79년 삼우전자 설립 ▲92년 국제전자 신제품경진대회 우수상 ▲93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발명품대회 환경부문 금상 ▲9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대회 환경부문 금상 ▲94년 미국 LA 국제신기술발명전시회 대상 ▲97년 기네스북 등재 ▲97년 ㈜청풍 회장 취임 ▲2000년 신지식인 선정 ▲2002년 100대 우수특허제품 대상 최우수상 ▲2002년 청풍에너지워터 설립 및 대표이사 취임 ▲2002년 ㈜라이프플러스TV 인수 중풍과 2차례에 걸친 심장수술,부단히 활동을 제약하는 당뇨,그리고 기업가에게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부도와 화재….그의 인생 역정은 시련의 연속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세계 유수의 대기업조차 넘볼 수 없는 첨단기술 기업을 일군 기업가요,한국의 신지식인이자,세계적인 발명왕으로 불린다. 그래서 그에게는 단순히 성공한 기업인이라기보다 ‘오뚝이 인생’이란 평가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세계 최초로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내놓았던 최진순(63) ㈜청풍 회장.몸은 불편하지만 일을 향한 열정은 여전해 보인다. ●아픈 사연있는 사람에겐 공기청정기 무료로 서울 강서구 등촌동 그의 사무실 맞은편에는 4층짜리 아담한 빌딩이 있다.독거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식당과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다.돈을 번 만큼 베풀겠다는 그의 뜻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었지만 주변에서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쇼’를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제 돈은 그냥 열심히 해서 번 게 아닙니다.목숨을 건 대가로 얻은 것입니다.못먹고 고생했던 어린시절 경험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나섰는데….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너무 싫었습니다.이런 몸으로 정치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그러나 주위 시선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느날 암 투병 중인 어린 아들을 위해 말단 공무원이 공기청정기를 사러 왔더군요.어디서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지요.돈 받지 말고 그냥 주라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아픈 사연을 간직한 사람에게는 공기청정기를 무료로준다.이렇게 해서 나눠준 공기청정기가 어떤 달에는 돈 받고 판 것보다 더 많았던 적도 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가진 사람들이 나눠주고 베풀어야지요.그래야 어려운 사람들도 세상사는 맛이 조금이나마 생기지 않겠습니까.내 물건 내가 주니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나도 하고 싶은 일 해서 좋고요.” 최 회장은 골프를 배우지 않았다.매일 연구에 파묻혀 사는 사람에게 골프는 시간 낭비이자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속내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경영인이 골프를 치면 직원들도 골프를 치고 싶을 텐데,자신만 골프를 치고 직원들은 못치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직원들과 거리감을 두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그렇지만 이미 회사 경영을 딸에게 물려준 만큼 건강을 위해 앞으로 골프장에 다닐 작정이다.예순을 넘긴 나이지만 늦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기업인치고는 텔레비전을 즐겨 보는 편이다.밤을 꼬박 세울 때도 있다.“발명가들이 그렇듯이 저도 호기심이 무척 강해요.특히 텔레비전을 보면 자꾸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이렇게 해보고 싶고,저렇게도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그러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세 딸 유학갈 때 돈 한푼 안준 구두쇠? 딸만 셋을 뒀다.시집 보내기 전에는 이들의 귀가 시간을 일일이 챙길 정도로 자식들에게 매우 엄격했다.돈에 대해서도 엄청난 구두쇠(?)였다.딸 혼수 비용은 500만원을 넘지 않았다.세 딸 모두 각자 벌어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유학갔을 때도 돈 한푼 내놓지 않았어요.다들 알아서 해결하더라고요.당시에는 딸들이 서운했지만 지금은 제 결정이 옳았다고 합니다.”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그의 집념과 끈기의 산물이다.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처음 접한 것은 1983년.일본 바이어로부터 음이온이 중풍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당시 음이온이란 것은 일반인들에게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였다.전문가들로부터 귀동냥을 해가며 열심히 배웠지만 개발과정에서 실패를 밥먹듯이 해야 했다.부수고 다시 만들고,그러기를 10여년 동안 반복한 끝에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첫선을 보였다. 최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기계를 분해·조립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잠을 자도 오직 음이온만 생각했고,늘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문제는 판매였다.아무리 음이온의 효과를 말해줘도 누구 하나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그러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전세계 발명품 대회에 나가 마침내 음이온 공기청정기의 우수성을 입증해 냈다.지금의 청풍을 키워낸 발판이 됐다. ●10년 연구 끝 음이온 공기청정기 개발 최 회장은 “발명가는 호기심과 끈기만 있으면 되지만,기업가는 여기에 덧붙여 미래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그는 공기청정기 시장에 불만이 많다.자신이 창출해 낸 시장인데도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중소기업이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 그는 “한때 특허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대기업들의 자금력에 질렸다.”면서 “최종 판결 때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워 이제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도 섭섭함이 적지 않다.말로는 중소기업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각종 규제 탓에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지난해 제품개발에 50억원을 투자했습니다.그 돈을 저축했다면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래도 기업하는 것은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정부가 제발 그런 맛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 회장은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올해 매출액 목표 550억원 가운데 70% 수준인 380억원을 수출에서 달성할 예정이다. ●‘소사장제' 실시… 직원 각자가 사장 마음가짐 최 회장의 기업관은 중소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중소기업일수록 아웃소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뱁새(중소기업)가 황새(대기업)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지는 것은 뱁새뿐”이라며 “모든 것을 갖출 생각을 버리고 회사의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할 때 경쟁력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청풍은 거의 모든 부분을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대신 소수 정예화에 힘을 기울인다.청풍의 연구인력은10여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은 어느 대기업보다 우수하다.특히 비정규직을 포함,130명대의 직원이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또 청풍은 결재라인을 없애고 직원 각자가 사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도록 소사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청풍은 판매를 책임지는 영업 인력이나 대리점 등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렇다고 판매가 대기업에 뒤떨어진다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최 회장은 대신 독특한 판매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대리점을 통해 팔지 않고 대부분 통신판매를 하고 있다. 그는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야 고객이 그만큼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서 “기업도 소비자의 불만과 의견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김영희 이혼클리닉-만남,사랑 그리고 헤어짐]아내의 사치·허영 못참겠어요

    직장 다니는 29세 남자입니다.결혼 6개월째인데 아내의 사치와 허영심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아내는 외식과 명품만 좋아하고,하루도 집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잔소리를 할라치면 ‘이혼하자.’고 대듭니다.아이가 생기기 전,일찌감치 헤어질까요.-정고남 정고남씨.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한다고 합니다.이혼율 세계 2위인 한국은 미국,스웨덴,프랑스를 제치고 멀지 않아 세계 제일의 이혼천국이 될 것 같습니다.이혼이 급증하면 가족해체 현상이 두드러지고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가정에서 문제아가 나오고,사회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지요. 이혼사유 대부분은 배우자의 부정,성격차이,육체적·정신적 학대,경제적 능력부족 등입니다.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이 이기심을 만들고 ‘힘든 결혼생활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충동적으로 결혼하고,충동적으로 이혼하고.만남과 헤어짐을 ‘인터넷 클릭’하듯이 너무 쉽게 결정짓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물론도저히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부부도 많지요.불행한 결혼을 피눈물 흘려가면서까지 참고 살아야 할 이유도,살아서도 안 되겠지요. 고남씨.사랑의 호르몬이 20개월 간다는 의학적 해석도 있던데 고남씨네는 결혼 6개월 만에 위기를 맞고 있군요.연애시절 미처 몰랐던 아내의 지나친 허영심과 낭비벽을 뒤늦게 알게 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배우자의 인간됨됨이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결혼한 절반의 책임이 본인에게도 있습니다.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결혼하려는 미혼남녀가 요즘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아내 될 사람이 예쁘고 날씬하고 세련되고 섹시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배우자는 마음이 따뜻하고 건실한 사고와 책임감이 강한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속담이 있지요.서로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혹은 상대의 단점을 알면서도 ‘살아가면서 고치지 뭐.’하는 들뜬 기분으로 결혼한 사람들 대부분,그 단점이 문제가 되어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들은 하면서도,막상 그 선을 긋지 못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연애는 사랑만 있으면 되겠지만,‘사랑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되는 게 결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또한 연애와 결혼이 엄연히 다른 점은,연애는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결혼은 책임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고남씨.사람은 지니고 있는 성품을 고치기가 어렵습니다.아내가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들이고 외식을 좋아한다는데 고남씨 한달 월급만으론 아내의 낭비벽을 감당키 어려울 것 같습니다.쇼핑을 좋아하는 낭비벽도 중독이 되면 고치기 어려운 병입니다.아기가 생기기 전에 저축도 해야 하고,앞날을 위해 여러 가지 계획도 세워야 할 텐데요.고가의 명품 핸드백 하나 값이 고남씨 한달 월급과 같을 수도 있습니다. 결혼 6개월 된 신부가 집안 살림에는 전혀 관심 없고,사치와 허영만 일삼으며 벌써부터 이혼 운운하고 나온다면 철부지랄 수도 없고 성인으로서 기본자세가 전혀 안돼 있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마지막 시도를 해보시지요.아내를 몰아치지 말고 진지하고 차분한 대화를 해보세요.그럼에도 아내가 전혀 개선할 의사가 없다든지,대화조차도 안 된다면… 1∼2년 살고 헤어질 것도 아니고,아이가 생기게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요. 부부가 함께 가는 40여년 세월 속에는 즐거움도,기쁨도,보람도 있지만 힘들 때도 많답니다.굽이치는 파도를 타고 가는 게 삶인데,살다가 어떤 고난이라도 닥쳐오게 된다면 아내가 당신과 함께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는지요.울고 웃고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잘못된 결혼은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고 너무나 큰 상처를 줍니다. 인생을 웬만큼 살아온 저도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하고,때로는 어리석은 짓을 하여 후회할 때도 많습니다.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반성과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고남씨.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게끔 심사숙고 하십시오.선택은 당신 몫입니다.100점짜리 인생,100점짜리 결혼은 없습니다.하지만 100점을 목표로 뛰어야겠지요?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설 선물 ‘건강검진’ 어때요

    ■검진전 이것만은 꼭 체크 설을 앞두고 노부모 등 가족과 친지들을 위한 선물이 고민되는 때이다.이런저런 선물이 많지만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역시 건강검진이 제격이다.직장인은 물론 자영업 종사자 등 일반인들도 의료보험공단을 통해 얼마든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도 노약자나 전업주부 등 어지간해서는 건강검진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이 많다.최근에는 병원마다 다양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지만,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건강검진,어떤 곳을 찾아 어떻게 받아야 하며,무엇을 살펴야 할지를 살펴보자. ●검진,어디에서 받나 검진센터라고 다 같지는 않다.피검자의 건강상 문제를 잘 찾아내 실질적인 관리 및 치료대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필요한 검사가 가능한가 남녀별,연령별 그리고 개개인의 건강 위험인자에 따라 필요한 항목을 모두 검사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또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추가검사가 가능한 곳이 좋다. ●검진 프로그램은 개별화되어 있는가 남녀별,연령대별로도 필요한 검사항목이 다르다.또 특정 암의 가족력이나 특정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수적이다.이런 점에서 일률적인 검진보다는 필요한 검사를 빠뜨리지 않는 맞춤형 검진프로그램을 가진 곳이면 좋다. ●예진은 가능한가 검진 전에 의사와 상담하는 예진이 필요하다.개인 병력,현재 건강상의 문제와 위험요인을 미리 살펴야 정확한 검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예컨대 녹내장 환자가 위내시경검사를 위해 부스코판주사를 맞을 경우 녹내장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결과를 두고 전문의 상담이 가능한가 결과를 기록지로만 받아보는 검진은 별 의미가 없다.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원인과 대책 등을 전문의와 상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소견에 대해 체계적,지속적 관리가 가능한가 검진의 목적은 몸의 이상을 발견해 체계적,효율적으로 치료받거나 관리하는 데 있다.따라서 나타난 병증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일관되게 이뤄지는 곳을 골라야 한다. ●무슨 검사가 필요한가 개인별 검사항목과 시기는 미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주치의가 없다면 해당 검진센터의 전문 상담간호사와 상의,검진프로그램을 정한 뒤 검진 당일 예진 담당 전문의와 검사 항목을 조율하는 방법도 있다. ●올바른 검진 검진을 받기 전에는 필요한 주의사항이 많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홀히 해 정확한 건강정보를 못 얻는 경우가 있다.예컨대 소변검사와 자궁경부암검사는 월경 때를 피해야 하며,간기능검사를 앞두고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또 고혈압 환자는 당일 혈압약을 먹고가야 되는데 그냥 갈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결과는 반드시 챙겨야 검진 결과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힘들여 검사하고도 정확한 판정을 못 받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똑같은 검사 결과도 당사자의 병력과 의학적 검진에 따라 판정이 달리지므로 본인이 직접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판정을 내려야 정확한 처방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건강검진의 기본 및 선택적 검사항목 각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검사항목은 다음과 같다.▲신체계측: 비만,체지방,복부비만 등 ▲혈압측정 ▲혈액검사: 간기능검사,혈중 지질·당뇨·갑상선기능·간염·염증수치·종양표지자검사 등 ▲소변검사: 혈뇨,단백뇨,요로계 염증 등 ▲대변검사: 대장 감염,대장암,염증성 대장질환 ▲심전도검사: 부정맥,심근비대,심근허혈 등 ▲흉부X선: 폐의 염증과 결절 유무 및 심장의 비대상태 등 ▲청력검사 ▲시력검사 ▲안압 및 안저촬영 녹내장 진단 ▲골밀도검사: 골다공증 ▲복부 초음파검사 간,담낭,비장,신장,췌장 등 복부내 장기검사. 이 가운데 골밀도검사는 폐경후 여성을 대상으로 하며,간염검사는 B형 간염의 면역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1회만 시행한다.최근에는 선택적으로 암을 검사하는 사람도 많은데,암은 남녀별로 검사 종류가 다르고,종류에 따라 검사 기간도 차이가 난다. 남자는 ▲위암: 35∼40세부터 2년마다 ▲대장암: 45세부터 5∼10년마다 ▲간암: 만성 B·C형 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35세 이후 6개월마다,간경변환자는 3개월 마다 ▲폐암: 흡연자의 경우 저용량 흉부CT검사 ▲방광암: 45세 이상으로 혈뇨 있는 경우 방광내시경 ▲전립선암: 50세 이상은 2년마다. 여자는 ▲위암: 남자와 동일 ▲대장암: 〃 ▲간암 ▲폐암 ▲자궁경부암: 20세 이상의 성경험 있은 모든 여성은 1∼2년마다 ▲유방암: 40세부터 1∼2년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도움말 서울대병원 내과학교실 조상헌 교수.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심호식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기내과 김진호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유병철 교수. ■‘이상' 판정 대처 이렇게 검진 결과를 애써 무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소한 이상 소견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도 문제다.검진 결과를 통보받을 때 의문은 그 자리에서 해소하되 결과는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된다.검진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를 살펴 보자. ●혈압 많은 경우 검진 당일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검진에 따른 부담 때문이다.검진에서 이상이 나타나면 재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판정하게 되므로 한번의 검사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혈뇨 의외로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발견되는 사람이 많다.현미경적 혈뇨는 방광암 등의 중요한 소견이지만,실제로 암에 의한 현미경적 혈뇨는 전체의 1%도 안 되며 대부분은 일시적 현상이다.지속적인 현미경적 혈뇨라도 단백뇨 소견이 없고 방광내시경과 복부 CT검사상 이상이 없다면 건강에 해를 미치지 않는다. ●간기능검사 10가지 정도의 항목을 보는 간기능 검사에서는 한가지만 정상치를 벗어나도 판정은 ‘간기능 이상’으로 나온다.하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간질환인 경우는 드물다.흔한 ‘총빌리루빈 증가’의 경우 피검자의 간기능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지방간도 간염 등 다른 소견만 없다면 정상치의 2배 안에서 오르는 것은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 ●류머티즘 양성 피검사로 확인되는 류머티즘인자는 류머티즘관절염의 많은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며,정상인의 5% 이상에서도 양성으로 나온다.또 고령일수록 양성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순한 류머티즘인자 양성 결과는 임상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위염 위염이 있다며 혈압약 등 필요한 약물까지 거부하는 경우가 있으나 의사들은 위가 약간 붉거나 약간 벗겨진 곳이 있는 경우도 표재성 혹은미란성 위염이라고 한다.속쓰림 등 심한 증상이 없다면 특별히 음식이나 약을 가릴 필요는 없다. ●지방간 지방간은 심하지 않다면 그 자체가 큰 질환은 아니며 음주,운동부족,나쁜 식습관,비만 등 나쁜 생활습관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꾸준한 운동과 저지방식,금주만 한다면 약물치료가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의 물혹 초음파상 간이나 신장에 나타나는 물혹이나 낭종은 지방간만큼 흔하다.낭종의 수가 많은 다낭성신질환 등 드문 예를 제외하고는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갑상선 혹 초음파검사를 하면 적게는 전 인구의 18∼67%에서 갑상선 혹이 발견되나 대개는 별 문제가 없다.그러나 5㎜ 이상 되는 결절중 초음파상 모양이 이상하거나 1㎝가 넘는 것은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 심재억기자 ■ 자료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 [서울隨想]아름다운 삶의 모습

    입김이 얼굴에 서리는 차가운 출근길이다. 건널목 넓이에 비해 신호가 짧아 서둘러 건너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섰다. 나는 맨몸으로 건너도 숨이 가쁜데 예순 중반쯤 된 할머니가 인근 농수산물 시장에서 푸성귀며 과일들을 사서 손수레에 가득 싣고 허겁지겁 건너온다.미처 건너기 전에 빨간불이 켜져 달려오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정류장에서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자기가 탈 버스가 오자 이내 다른 사람들 꽁무니에 붙어 짐을 버스에 실으려 한다.용케 마음 좋은 기사를 만나면 할머니가 제대로 오르기까지 기다려주는데 매정한 운전기사는 짐을 버스에 올리기 전에 문을 닫고 휑하니 떠나 버린다. 할머니는 다시 짐을 추슬러 놓고 달려가는 버스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서 있다.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출근시간에 그런 짐을 싣겠다는 자신의 행위가 지당하지 않다는 생각에선지 원망도 서두름도 없이 또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몇 대를 놓쳐도 타지 못하니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부러 버스를 세우고 짐을 들어 실어주기도 한다.나도 어떤 때는 건널목에서 같이 걸으며 수레를 밀어 주기도 하고 그냥 떠나려는 버스를 붙들어 주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도 상기된 얼굴과 흩날리는 반백의 머리카락,재빠른 걸음걸이가 아직 건강해 보이나 손수레에 실린 물건들이 그의 고달픈 생활을 금방 읽을 수 있게 한다.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다 작은 좌판을 내고 매일 아침마다 그렇게 장을 봐다 약간의 이익을 남기며 사는 모양이다. 자가용에 화물차와 오토바이가 넘치는 요즘이지만 그 할머니에겐 그런 것으로 아침 시장길을 잠깐이나마 도와줄 아들이나 영감님도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침 일찍 손수레를 밀고 나와 장을 보고 장사를 하는 그 모습이 딱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어쩌면 고생하며 기른 자식들이 기댈 만하고 제발 그일을 그만두라고 말리는데도 힘있을 때까지 일하겠다는 신념으로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고달픈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용감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아침에 읽은 신문에서 본 가난이 빚은자살이나 범죄자의 비극들이 원망스럽고 사치족과 낭비족들의 행태가 미워지기만 한다.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직장까지 편안히 오갈 수 있고 책상 앞에 편안히 앉아 일을 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도 그것마저 싫어 매일 출근을 부담스러워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세상은 소수자의 희생에 의해 건설되어 가고 셋방살이 지하층에서도 인재들이 크는 것은 그런 할머니나 어머니들의 사랑과 헌신에 의한 것이라 생각할 때 그 할머니의 고된 모습이 생기롭다.바람결에 흩날리는 흰 머리카락은 하나의 삶을 위한 강인한 깃발이다. 추운 날씨에 할머니의 좌판 옆에 피운 난롯불에 얹힌 주전자에서 한결 따뜻한 김이 폴폴 솟아오르고 많은 서민들이 드나들며 날마다 매상이 올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강석호 수필가 문학평론가
  • ‘메이드 인 EU’ 추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독일제’(Made in Germany)라든가 ‘프랑스제’(Made in France) 대신 ‘EU 제품’(Made in EU)이라는 공동 표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FT는 이 계획은 지난해 말 처음 논의됐으며,EU 단일시장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수개월 내 구체안 발표를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공동 표기 도입의 논리로 EU 단일시장 정착 외에도 ▲EU 대외 이미지 제고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 ▲모조품 방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회원국들과 기업들의 반발은 거세다.예컨대 자동차나 향수,의류 등 특정 상품과 관련해 떠오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정적 평가가 제품의 판매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는 것은 제품의 판매 촉진에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랜드 상담업체 ‘사프론 브랜드 컨설턴츠’를 운영하면서 국가 브랜드에 관한 책을펴내기도 한 월리 올린스는 국가별 원산지 표기 대신 EU라는 공동 표기를 도입하려는 EU 집행위원회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그는 “소비자들이 유럽산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고품질·고가품·호화사치품 같은 것들”이라고 전제,”그러나 EU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미지가 적용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EU에 대해 친숙하지도 않고 오히려 너저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제까지 지켜온 국가별 표기를 포기하는 것은 상업적으로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한 반론을 폈다.이 때문인지 지난해 말 이 계획이 처음 논의됐을 때 이를 지지한 나라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두 나라뿐이었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공동 원산지 표기를 도입한다는 EU 집행위의 계획은 아직은 요지부동이다.이 계획이 성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최초의 공동 원산지 표기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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