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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유럽 일제히 환영

    |워싱턴 이도운·도쿄 이춘규·파리 함혜리특파원 외신|세계 각국은 중국의 고정환율제 폐기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말레이시아도 고정환율제를 포기, 관리변동환율제를 선택하면서 중국의 뒤를 이었다.유럽 외환시장은 런던테러 소식까지 겹쳐 개장 직후 엔화가 급등하는 등 충격에 휩싸였으나 테러 규모가 소폭이라는 소식에 곧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던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21일 발표된 성명서에서 “중국의 발표를 환영하며 새로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좋은 출발”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노 장관은 “중국의 환율체제 개편은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외환 전략가들은 특히 일본 엔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상당한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인상할 것이며 이날의 조치는 첫 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의 대니얼 테넨고저 선임 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외환 시장은 위안화 절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엔화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21일 성명을 내고 자유로운 시장에 반응할 수 있도록 환율을 유연하게 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다.BOJ는 “우리는 이번 결정이 보다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중국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중국의 페그제 포기가 완전변동환율제를 향한 먼 길의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이 전격적으로 페그제 포기와 통화바스켓제 도입을 발표한 뒤 외환시장에서 엔과 달러 등 주요 통화들의 요동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측과 맥이 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외환시장의 관심은 중국의 추가 조치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콩 소재 JP모건의 프랭크 공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연내 위안화를 추가로 5%가량 평가절상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말레이시아도 이날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시킨다고 밝혔다.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고정환율제를 도입한 말레이시아의 중앙은행 제티 아키타르 아지즈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환율에 경제체력을 반영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도 일단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유익한 조치라며 적극 환영했다. 독일 재무부는 성명을 발표,“중국의 이번 조치는 보다 균형된 중국 경제의 성장은 물론 독일 경제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엔화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엔화는 이날 오후 런던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1.33엔에 거래돼 전날의 113엔대에서 2엔 이상 환율이 하락했다. 위안화 절상으로 일본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엔화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금융시장은 위안화 절상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구매력이 늘어 각종 사치품을 포함, 더 많은 유럽 상품을 구매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런던 증권시장의 우량주들로 구성된 FTSE 100 지수는 위안화 절상 소식에 5256으로 치솟았다가 런던 추가 연쇄폭발 소식에 5180.2로 떨어졌다. 하지만 폭발이 소규모로 알려지자 다시 상승, 추가 연쇄 폭발 충격을 순식간에 극복했다.dawn@seoul.co.kr
  •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신축중인 용인시 청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용궁’ 또는 ‘용인궁’으로 표현하며 사치의 표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연일 공격성 보도와 지적에 시달린 용인시는 “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원색적 입장을 문서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청사규모는 이미 오래전 확정됐다. 지난 1996년 기본계획에 착수해 이듬해인 97년 주민설명회를 거쳐 토지보상을 실시한 뒤 2001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용인시 도시기본계획안을 기초로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완성했다. 새청사는 2001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이달중 입주를 앞두고 있다. 용인시 삼가동 산 1번지 일대 7만 9420평에 들어서는 행정타운은 연면적 2만 4070평으로 이 가운데 시청사 본관건물은 연면적 9917평에 지하 2층, 지상 16층으로 건립된다. 행정타운에는 시청사외에 보건소와 복지센터, 문화예술원, 야외공연장, 용인경찰서, 교육청, 우체국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620억원이 소요됐다. 얼마전 모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몇몇 언론사는 용인시 새청사를 용궁으로까지 표현하며 호화청사로 평가했다. 대부분 행정타운내 경찰서와 문예회관, 교육청 등 타 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면적과 크기를 타자치단체의 시청사와 단순 비교했다. 그러니까 클 수밖에 없다. 용인시 행정타운에는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1671평 규모의 문화예술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0만명을 예상했을 때 결국 다시지어야 할 운명에 놓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소규모다. 성남시 문화예술회관(성남아트센터)은 지난 2000년 5월 869억원(국비 200억원, 도비 60억원)의 예산으로 분당구 야탑동 1만 200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착공됐다. 회관내에는 1778석 규모의 대극장과 1000석짜리 중극장,424석의 소극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비해 용인시는 300석 규모 공연장 하나가 전부다. 성남시에 비하면 판자촌(?) 수준이라는 자평이다.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좁아 경기도내 1인당 치안수요가 가장 많았던 용인경찰서는 더 이상 좁아터진 사무실을 참지 못하고 행정타운에 이미 입주했다. 당장 인구 70만명을 돌보아야 하는 행정타운내 보건소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506평으로,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 규모다. 사정이 이러니 용인시가 발끈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용인시의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창 공사중인 동백지구까지 입주하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눈치밥 먹으며 인구 100만명의 안목을 가지고 지었지만 오히려 작다는 지적이 나올까 걱정이다 행정자치부의 청사규모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행자부는 지난 2002년 8월 ‘지방청사 설계표준면적 선정기준 시달’이란 공문을 자치단체로 발송했다. 이 문서에는 지방청사의 경우 행정수요기구 인력의 증감 등 장래수요를 감안한 적정규모로 지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구아래 청사규모를 측정하는 ‘표’가 문제다. 이 표는 자치단체가 새 청사를 지을 경우 기준을 삼도록 하는 공무원 수와 직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표기상 현재를 기준으로 삼고, 자치단체가 청사를 지을 경우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러니 일선 시·군이 인구증가율을 감안해 제출한 설계규모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용인시의 경우도 지난 2001년 융자신청을 냈다가 행자부가 ‘규모가 너무 크다’며 대출규모를 줄였다. 또한 2003년에는 ‘적정규모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부청사기금융자를 거부했다. 결국 시는 예산을 털어 공사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인구 12만여명때 두배가 넘는 30만명을 예상해 지은 하남시청. 당시 호화청사로 지목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이상적인 청사로 평가받고 있다. 풍산지구와 덕풍지구 등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청사는 단순 행정기구가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널찍한 잔디밭과 주차장, 운동시설 등은 시청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았고, 저녁때면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청사도 크지 않았다. 지나치게 넓은 지하주차장이 예산낭비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차량도 출입이 제한돼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차량이용이 늘고 있어 추가로 주차장 확보에 나섰다. 만약을 위해 농구대 등을 설치해 청사 인근에 남겨 두었던 부지에는 조만간 지하주차장 공사가 시작된다. 시는 만약에 대비해 청사 앞 덕풍천을 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해 인구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987년 수원시청을 완공하면서 청사뒤편에 부지를 남겨놓았다. 이 부지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영통지구 등 굵직한 아파트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증가로 자칫 새청사로 이전해야 할 판이었지만 얼마전 청사 본관 뒤편에 제2청사 신축공사에 들어가 금년 말 완공한다. 당초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공간이 워낙 협소해 공기를 앞당겼다. 수원시는 2년여전부터 사무실 공간부족으로 8개과가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989년 당시 인구 40만명에 50만명 기준으로 신축된 의정부시청도 당시 잘 지은 청사와 널찍한 주차장, 테니스장 등 여유공간으로 인근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교통행정과와 차량등록사업소가 남의집 신세를 지고 있다. 직원들은 일찌감치 복개천 임시주차장 신세를 지고 있다. 세간의 지적과는 달리 성남 등 기초자치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인시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청사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 것이 화근이지만 조직이 세분화되면서 공무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직업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청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83년 인구 20만 기준으로 지은 청사를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성남시도 수년전부터 새청사를 지을 예정에 있지만 여의치 않다. 청사내 위치한 예술회관을 제외하면 분당구청보다 작은 규모로, 상당수 부서가 인근 건물을 임대 사용하고 있다. 이러니 용인시 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은 최근 중앙부처나 언론이 새청사 건립비용을 거론하며 자신들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따지면 정부가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용인인구 10년만에 3배로 2010년엔 100만 넘어설듯 용인시 새청사의 덩치시비는 지나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택지면적의 기하급수적인 확대에서 비롯된다. 인구폭발로까지 일컬어지는 용인의 인구증가는 수지에 아파트단지가 처음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4년 12월 수지택지개발 1지구 아파트단지에 첫 입주가 시작되면서 용인시의 인구는 용틀임을 시작했고, 같은달 31일 처음으로 인구 20만을 돌파했다. 이듬해부터 인구증가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94년부터 95년까지 수지지구와 구갈지구에는 모두 4만여명이 입주, 인구는 24만명이 넘어섰다. 이어 96년 3월에 시로 승격된 후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무려 18개소에 이르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준공됐거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인구는 10년 동안 매년 2만에서 많게는 6만명가량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9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무려 3배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단지가 많다. 신갈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 죽전·동백·보라·구성·서천·흥덕지구 등이 올해 말부터 오는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이 가운데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만 무려 10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들 택지개발지구에다 인구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오는 2010년에는 102만명,2015년에는 123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율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용인시는 2005년 12월31일 기준으로 인구가 68만 4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 6월31일 현재 이미 68만 5000명을 넘어섰다. 택지면적도 지난 1995년 1589만㎡에서 지난 2003년에는 2배 가까운 2818만㎡를 기록했다. 여기다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감안한다면 인구수로는 원만한 광역시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화난 이정문 용인시장 이정문 용인 시장이 잔뜩 화가 났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심정이라고 한다.‘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이시장의 하소연을 담은 글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최근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을 비난하며 호화청사, 한국에서 제일 좋은 시청사라고 수식하고 있다. 말그대로 시골의 조그만 시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시청 건물을 호화스럽고 너무 크게 지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청사로서 크다는 지적이라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단순 시청사가 아닌 행정타운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많이 서운하다. 전국 최초의 복합 행정건물이니 겉으로 보기에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사가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과거 인구 20여만명에 맞춘 열악한 행정편의시설이 새로 입주한다. 여기다 문화예술회관과 복지센터, 경찰서, 교육청 등까지 입주한다. 복지센터에는 시민들이 혐오시설로 옆에도 못오게 하는 노인치매시설이 들어온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불과 300석규모의 소극장과 200석 규모의 도서관 등이 입주한다. 이게 용궁인가? 일제시대인 1926년 지어진 서울시 본청사나 중앙 정부청사보다 크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나 중앙부처 등은 민원인이 항상 붐비는 기초단체의 청사와는 달리 거의 공무원만 상대로 근무해 청사가 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여건을 간과하고 있다. 행정청사만을 비교해도 인구가 훨씬 작은 서울 도봉구청이나 천안시, 강릉시보다 비슷하거나 작으며, 시세가 비슷한 부천시는 오히려 우리보다 4600여평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가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시를 여전히 과거의 자그마한 촌으로 생각하며, 없는 집이 갑자기 살림이 늘어 집을 크게 지은 것을 보아넘기지 못하겠다는 심산이다. 본인이 처음 행정타운을 계획하였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타운내 장례식장 등 혐오시설을 넣었을 것이고, 공연장도 최소 1000석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취임전 이미 공사에 들어간 바람에 변경이 불가능해 미련이 남는다. 이제 지방청사는 휴식과 문화, 교육, 행정이 복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주말에 가족나들이 코스로,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마니아] 노원구청 탁구동아리 ‘훨훨’

    [마니아] 노원구청 탁구동아리 ‘훨훨’

    ‘탁구도 즐기고, 국제 교류에도 앞장.’ 서울 노원구청 탁구 동아리가 직원들의 호응 속에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10명의 탁구 동호인들이 만든 노원구청 탁구 동아리는 현재 40여명이 활동하는 팀으로 성장,2002년부터 시작된 일본 도쿄시 탁구팀과 교류도 이어와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 ●아마추어 10명으로 출발, 구청배대회 1위팀으로 성장 동아리가 처음 창단된 것은 1991년. 탁구를 좋아하는 10명의 직원이 모여 동아리를 꾸렸다.5년 전 구청 옥상에 탁구대가 마련되면서 퇴근 후 ‘핑퐁’을 즐기러 오는 사람은 40명까지 늘었다. 연습 횟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었고, 지난 6월에는 노원구청장배 탁구 대회에서 직장팀 1위를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동아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용식(53) 재산관리계장은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체육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직원들의 의지가 대단하다.”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레슨을 받는 직원도 14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노원구청 탁구 동아리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2002년도 일본의 도쿄시에서 교류전을 제안해 왔다. 이후 노원구와 도쿄시의 탁구 교류전은 상호 교차 방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2002년에는 도쿄시에서 노원구를,2004년도에는 노원구에서 도쿄시를 방문했다. 지난 9일에는 도쿄시에서 노원구를 다시 찾았다. ●핑퐁으로 싹틔우는 한·일 교류 이날 노원구를 찾은 도쿄시 탁구팀의 승부욕은 대단했다. 일본에서 온 10명의 팀원은 24명의 상대와 개인전을 치러 체력적인 면에서 불리했지만 총 36게임 가운데 22승을 거둬 승리했다. 개인전에서 60대답지 않은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준 이노우에 사치코(62)씨에게 아쉽게 진 이 회장은 “워낙 기본기가 탄탄해 상대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주5일제가 이미 정착된 일본에서는 체육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처음 주5일제를 시행해 휴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양 팀은 번외 경기와 ‘장외 행사’를 통해 더욱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노원구 김무형씨는 “사우나를 하고 갈비를 먹고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까지 부르니 금방 친구가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일본팀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노원구청 탁구 동아리도 노원구청배 대회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팀”이라며 “주말을 이용해 열심히 연습, 내년에는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우리 문화 배운 만큼 알려야죠”

    “우리 문화 배운 만큼 알려야죠”

    “우리 문화, 이제 아는 만큼 더 많이 알리겠습니다.” 주말인 지난 9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는 외교통상부 직원 35명이 찾았다. 이들은 해외에 나가 우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취지로 이틀 일정으로 충청남도에 있는 문화유산을 살펴봤다. 문화재청과 충남도청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특별 강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부처님 미소가 우리 딸내미처럼 귀엽네” 감탄 연발 정부 부처를 통틀어 처음으로 열린 이번 탐사는 외교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우리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세계에 알려야 할 외교부 직원들이 다른 업무에 바빠 문화재를 제대로 본 적도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행사는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열린 유 청장의 강연으로 시작됐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유 청장은 ‘문화유산을 보는 눈’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문화에도 굴곡의 역사가 있는 법인데 항상 정치·외교사만 전면에 드러나고 문화사는 분리해서 다뤄지는 바람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좋은 문화와 예술은 공급자가 아니라 이를 보고 즐기는 소비자가 만드는 것이니만큼 고려 문신 김부식의 말처럼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우리 문화를 마음껏 느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을 출발한 직원들은 가장 먼저 충남의 가야산 끝자락에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상을 찾았다. 커다란 화강암 재질의 암벽을 파내 부드러운 선을 부조(浮彫)로 표현한 불상을 본 직원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마애불이라는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일출과 일몰의 자연광을 대신 표현한 조명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본존불의 오묘한 미소를 보고서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귀엽다.”“이런 자애로운 표정은 처음 본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염라대왕 등 저승의 신들을 모셔 놓은 명부전으로 유명한 개심사와 천주교 순교성지인 해미읍성을 둘러본 직원들은 수덕사에서 선체조와 예불 등 산사체험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부처 요청 봇물 “탐사 규모 확대할 것” 이번 탐사는 충남 서북부 서산·예산·홍성·태안·당진·아산·보령 등을 아우르는 ‘내포(內浦)문화권’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높은 수준의 민중문화가 발달했는데도 양반문화 중심의 문화사에 가려 있었다. 외국 손님을 안내하거나 우리 문화를 해외에 소개할 때 기존 명소들보다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참신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답사지로 선택됐다. 외교부 김재범 본부대사는 “그동안 외국에 나가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은 욕심이 나도 별로 아는 것이 없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많은 것을 공부하고 익혀서, 외국에서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교류과 엄승용 과장은 “부처를 상대로 문화유산 탐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국무조정실 등 7개 부처에서 탐사 신청이 들어와 있다.”면서 “앞으로 좀더 규모를 확대해 더 알찬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낮은소리] “장애인 눈높이로 세상보기 나섰죠”

    [낮은소리] “장애인 눈높이로 세상보기 나섰죠”

    ■ ’장애인 주권알리기 활동’ 김주영씨 “하고 싶었던 것은 나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 나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만나기로 한 그 날, 하필이면 늘 다녔다는 그 길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약속장소에서 직선거리 10m를 남긴 채 잠시 난감해하던 그는 전동휠체어를 이내 돌렸다. 인터뷰는 그렇게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시작됐다. 지체 1급 장애를 지닌 김주영(26)씨.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 휠체어가 아니면 외출은 꿈도 못 꾼다. 장애가 심한 그가 지난해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고, 내레이션은 물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도맡으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외출 혹은 탈출’.11분 54초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 다큐는 지난 5월 KBS 1TV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을 통해 전국으로 전파를 탔다. 또 최근 각종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덕분에 이제는 유명인. 동네 지하철역 직원에서부터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그를 알아보고 “잘봤다.”며 말을 건넨다. 그럴 때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자기를 알아봐줘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작품을 보고 장애인에게 한발 더 다가오는 비장애인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이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 안에만 있으면 악순환만 계속되는 것 같아요. 장애인이 편하게 나다니기에는 너무도 열악한게 우리 현실이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시각을 바꾸면 안 나오려고 해도 결국 나서게 되더군요.”그가 다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여름.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미디어교육이 광화문 미디액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말 그대로 ‘무작정’ 갔다. 아니 작정은 하나 있었다. 어려서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 달랑 그거 하나였다. 김씨 역시 취직을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수술받아 몸을 추스린 뒤 전문학사를 따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다. 역시나 어느 곳에서도 답신은 오지 않았다. 보통의 장애인처럼 그에게도 ‘밖’이라는 단어는 ‘공포’나 ‘두려움’일 뿐이었다. 어려운 길일수록 이것저것 고민하면 안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아닌가. 그냥 무엇인가 해보자며 나섰다. 그 첫걸음이 그의 삶을 차츰 바꿨다. 말이야 쉽지, 처음에는 광명 집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간다한들 강의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카메라를 만져야 하는데 김씨에게 그나마 자유로운 손은 오직 오른손 한쪽뿐. 처음에는 카메라 만지기조차 무서워 멍하니 쳐다만 봤다. “그만 둘까도 했는데 이럴거면 왜 나왔나 싶은 오기가 생기더군요.”오기는 무서웠다. 촬영을 도와주는 다른 사람의 손길도 뿌리쳤다.“직접 해보고 싶다.”, 정말 그거 하나였다. 아예 6㎜ 비디오카메라를 휠체어에 달았다.“내 눈높이에서 세상을 그대로 담기로 했죠.”한시간짜리 테이프는 어느새 6개나 쌓여갔다. 물론 온전히 혼자의 힘은 아니었다. 저시력장애인 김언식씨와 비장애인 홍승아씨와 함께 작업했다. 처음에는 참 많이 다투기도 다퉜다.“돌이켜 보면 장애와 비장애를 뛰어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지요.” 김씨는 내친 김에 한발 더 나아갔다. 다큐 찍은 인연으로 지난 3월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인턴으로 취직했다. 맡은 업무는 장애인 관련 방송 모니터링. 매주 20시간에 월급은 30만원, 기간은 6개월이다. 그래도 김씨는 즐겁다. 제 힘으로 번 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보처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여기에다 이번 가을 두번째 장애인미디어교육 때는 ‘조교’로 나선다.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지만 장애인의 하루가 마치 48시간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비장애인이 아직도 많아요.‘외출’이 ‘탈출’이 아니라,‘진정한 외출’이 될 때까지 영상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서글프게 웃긴’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김씨가 휠체어를 타고 가면 꼬마들이 엄마를 붙잡고 물어본다.“엄마, 저 누나는 왜 저래?”어머니는 뭐라 대답했을까.“엄마 말 안들어서 그래.”장애인의 진정한 외출을 위해 그가 카메라를 들고 찍고 또 찍어야 할 이유다. 광명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현실의 벽’ 깨는 장애인단체들 김씨는 사실 예외적인 경우다. 현실의 벽은 여전하다. 장애인 4명 가운데 3명은 한 달에 한 번 외출할까 말까다. 여기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실업자다. 당장 생계문제가 급하다. 이런저런 문화행사가 있다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김씨처럼 나 스스로의 힘으로 나 스스로를 표현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극 영화 노래 등 장르도 다양하다. 고생해가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한다. 그들도 표현욕구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제 장애인들도 “문화 즐기기”에서 “문화 만들기”로 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무대에서, 카메라 들고, 마이크 잡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3회대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이 출품됐다. 김씨처럼 장애인 작품이 퍼블릭액세스 채널을 통해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단체들이 서서히 문화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에서는 서서히 미디어교육이나 영상워크숍 등을 꾸리고 있다. 이 가운데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은 연극에서 영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연극을 통해 인정받은 연출력과 연기력이 자산이다.2003년부터 연극팀 ‘춤추는 허리’를 결성해 활동하는 장애여성공감도 있다. 중증 장애인이 중심이되 비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 극단 휠도 단발 공연에서 순회공연으로 슬금슬금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래도 인기다. 2003년 장애인노래패 ‘시선’을 앞세워 공연을 열었던 장애인문화공간은 올 가을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노래 공연을 다시 열 생각이다. ●우리 얘기는 우리 입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의 시선으로 자신들을 얘기한다는데 있다. 기존 문화나 매체들이 장애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문화 매체들이 나빠서라기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시선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왜곡된 모습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잡고 싶다는 욕구, 그것이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최재호 장애인문화공간 대표는 “왜곡을 고치려면 직접 말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장애인 스스로 느껴서 만든 문화를 비장애인과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혹, 먹고 사는 문제와 이동권마저 보장이 안된 상황에서 조금은 사치스러운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정영란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들처럼 문화에 대한 재능과 끼가 있다.”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것이 이제 나타나는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직은 일부 장애인들의 얘기들일 뿐이다. 그래도 희망은 접지 않는다. 누군가 통로를 열어두면 다른 장애인들도 적극적으로 문화 활동에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박성준 장애인문화센터 팀장은 “아직 바깥 세상과 단절된 장애인들이 더 많다.”면서 “이들을 열린 공간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장애인 창작활동 애로점 장애인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산넘어 산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실제 공연 무대도 마련하기 어렵다. 장애인 입맛에 맞는 영상 기자재도 없다. 그 중 으뜸은 역시 재정 문제다. 최근 늘고 있는 장애인 주체 문화 창작 활동은 대부분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회비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들 단체는 사무실 유지 등 기본 운영비를 마련하는데도 헉헉 거리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의욕적인 출발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못한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때문에 이들 단체들은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나 기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서울시 장애복지계정이나 여성발전기금, 사회복지기금 등이 내건 이런저런 사업 공모에 지원서를 내는 것이다. 이것도 거의 각개격파식이다. 각 개별 기관에서 따로 추진하는데다 정례화된 것도 아니고 단일화된 창구조차 없다. 노리고 있다가 재깍 신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기금이, 어떤 예산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이름이 덜 알려진 소규모 단체들은 지원서 한장 내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박성준 장애인문화센터 팀장은 “예산이나 기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를 바라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예산·기금 등을 다루는 곳과 장애인 문화창작단체 사이의 정보를 한꺼번에 공유할 수 있는 센터나 인터넷사이트 등 허브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 정부 예산 가운데 장애인 복지재정은 7393억원. 지자체 소관으로 이전된 부분이 있어 지난해보다 9.5% 줄었다. 내역을 들여다 보면 창작 활동과 관련된 예산을 찾기 힘들다. 최근 정부는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공연 관람을 지원하는 ‘문화바우처’ 제도를 도입했지만, 걸음마 수준. 창작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까지는 범주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올해 문화예술진흥기금 가운데 장애인 문화예술 사업을 위해 약 6억원의 예산이 그나마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 창작 활동으로 연결된 부분은 1억 7500만원(1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는 ‘창의 한국’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발표했다. 그 가운데 장애인 창작 공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센터 건립 등 관련 내용이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 대 1천 7백만원 짜리 자동차

    한 대 1천 7백만원 짜리 자동차

    벤츠 300SE가 1위, 캐딜락68도 천 5백만원 고급 승용차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 한국「배니티·페어」의 총아는 고급 승용차인 것 같은 기변(奇變). 과연 그 중에서 누구의 차가 제일 좋고 제일 비싸냐는 문제는 여러 면에서 흥미를 끈다. 「캐딜락」은 자동차 나라인 미국에서도 죽은 다음에야 한번 타본다는 귀족차. (미국에선 영구차가「캐딜락)이다) 그「캐딜락」이 서울 시내에서만도 수십 대가 구르고 있다. 서울 서린동의 고급 승용차 매매「브로커」들 얘기론 고급 승용차「랭킹」제1위는「캐딜락」68년형 - 이효상(李孝祥) 국회의장과 삼환(三煥)기업 최종환(崔鍾煥) 사장이 타고 있다. 시가는 1천 5백만원 정도. 이것과 동률 수위가 되는 것으로「벤츠300SE」형이 있는 소유주는 삼성재벌의 이병철(李秉喆)씨. 문종건(文種健) 조흥은행장과 국쾌남(鞠快男) 대한극장 사장도「벤츠300」을 타고 있으며 동명목재(東明木材)에는 2대나 있다는 소문이 있다. 김종필(金鍾泌)씨는「벤츠250」파. 정일권(丁一權) 국무총리의 승용차는 67년형「캐딜락」이며 한국생사 김지태(金智泰) 사장, 대한양회 이정임(李庭林) 사장, 현대건설 정주영(鄭周永) 사장, 대성산업 조영일(趙榮一) 사장 등도「캐딜락」67년형을 즐겨 타고 있다. 「캐딜락」다음이「링컨」. 삼호무역 대표인 정재호(鄭載頀)씨와 선경(鮮京)직물의 최종건(崔鍾建) 사장이 67년형을 갖고 있으며 시가는「캐딜락」67년형과 같은 1천 2, 3백만원. 한일은행장인 하진수(河震壽)씨와 석공(石公)총재 이상규(李祥圭)씨는「비크」파로 67년형의 시가는 1천만원대. 신흥재벌인 한진(韓進)의 조중훈(趙重勳) 사장은「클라이슬러」67년형을 즐겨 타고 있으며 육인수(陸寅修) 국회문공위장(文公委長)은「올스모빌」을 애용하고 있다. 스타 고은아(高銀兒)양도 벤츠 61년형 타고 연예인 계통에서는「스타」고은아양이 타고 다니는「벤츠」61년형이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값은 3백 50만원 정도. 윤정희(尹靜姬)양은「오스틴」62년형을 얼마 전 1백 50만원에 구입했으며, 김지미(金芝美) 최무룡(崔戊龍) 부부는 2대의「크라운」을 갖고 있다. 가수 최희준(崔喜準)씨는 한 달 전「크라운」을 구입했으며, 김진규(金振奎)씨는 형이 분명치 않은「다지」를, 그리고 신영균(申榮均)씨도「크라운」을 갖고 있다. 고급 승용차의 구입「루트」는 현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수입하는「케이스」이며 다른 하나는 주한 외교사절, 외국인 등이 사용하던 것을 불하 맡는「케이스」. 수입은 수출실적 2백만「달러」에 대해 승용차 수입「쿼터」하나를 주도록 되어 있다. 고급 승용차는 구입 경로가 워낙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치품과 같이 국제 시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비싼 값.「캐딜락」의 원가가 고작 6천「달러」안팎인데 비해 우리나라 시장 가격이 5만「달러」정도니까 그 거래가 얼마나 황당무계하게 이루어지고 있나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서린동「브로커」들 얘기론 재벌들은 마치「플레이·보이」의 여성편력처럼 고급 승용차에의 편력을 좋아한다. 조금 타다가 싫증이 나면 감쪽같이 바꿔 버리기 때문에 앞서 든 몇몇 예가 1백% 적중할 지는 의문이라고-. [ 선데이서울 68년 11/10 제1권 제8호 ]
  • [2005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특별상·본상 46개 선정

    최근 소비성향이 솔직하고 대범해졌다. 소비자들은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고가의 제품이라도 구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나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한 달치 급여를 스스럼없이 결제하며 좁은 원룸에 살아도 최고급 홈시어터를 벽에 건다. 이동전화단말기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을 중고 장터에 내놓고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소비문화다. 상품의 선택기준도 달라졌다. 기능이 뛰어나도 시각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쉽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반면, 디자인이 좋아도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가격이 싸도 지갑을 굳게 닫아버린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사치와 합리적인 선택이 현대인의 소비 트렌드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상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 상품의 시장성, 마케팅 효율성 등을 평가해 ‘2005년 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을 뽑았다. 향상된 기능, 감각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두루 갖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상품에 적절히 반영시켰다. 특별상은 5개의 제품이 선정됐다. 하우젠 서라운드 에어컨은 5개의 문에서 나오는 바람이 ‘산들바람 효과´를 발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쿠퍼스도 인기다. 간을 보호하는 유산균이 들어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좋다. 본상은 신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기능·서비스를 사용자측면에서 생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일명 ‘장수상품´은 불가리스, 까스활명수, 참이슬 정도로 이들 부류가 강세였던 과거의 히트상품과는 대조적인 면을 보였다. ‘은나노´를 이용한 웰빙제품들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건강까지 고려해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변덕스럽다.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제품은 쉽게 외면당한다. 지속적인 기업의 제품개발과 소비자의 관심이 경쟁력 있는 히트상품을 만든다. 김태곤 kim@seoul.co.kr
  • [2005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한화건설 ‘꿈에그린’

    ‘한화 꿈에그린´은 한화건설의 기술력을 집약시켜 만든 인간중심·친환경 아파트 브랜드로 ‘꿈에 그리던´의 줄임말이자 ‘꿈(dream)´과 ‘그린(green)´의 합성어다. 2001년을 시작으로 전국 22개 사업장에서 총 9700여가구를 공급해 왔으며 올해는 9개 사업장에서 약 7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인천 논현신도시의 982가구는 계약 5일 만에 분양이 끝났고 4월말엔 대전 대덕 테크노벨리 2차 1358가구가 계약 4일 만에 분양 완료됐다. 지난해 탤런트 김현주를 모델로 ‘누리세요, 건강한 사치´란 슬로건의 TV광고를 했으며 현재는 ‘자연이 그린 아파트´란 새로운 슬로건으로 나비·벚꽃편을 선보이고 있다.
  • 休~ 어디로 뜰까~

    지금 고민에 빠지셨나요? 설레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어디로 떠날까?’는 행복한 고민도 고민이지요. 그래서 주말매거진 WE는 여러분의 고민을 풀어드리기위해 해외 여행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해외로 떠나는 휴가가 부쩍 늘 전망입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47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최근 조사한 결과, 해외로 떠나겠다는 응답자가 지난해보다 두배 많은 21.1%에 달했답니다. 짧은 일정에 저렴하면서도 럭셔리한 휴가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동남아가 적격입니다. 또 나만의 추억은 알래스카나 몽골·칠레·남프랑스 등으로, 결혼 독촉에 시달리는 싱글들은 젊음이 넘치는 싱가포르·상하이·도쿄의 나홀로 여행을 ‘강추’합니다. 해외에서의 여름휴가, 더이상 사치가 아닙니다.
  • 광고「스타」의 얼굴값

    광고「스타」의 얼굴값

      최고 김승호(金勝鎬), 구봉서(具鳳書)의 1백만원 김혜정(金惠貞)의 반라(半裸)는 20만원 연말을 두 달이나 앞두고 내년치「캘린더」가 벌써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모분위기를 돋우며 새해 일정을 안내하는 이「캘린더」는 화려, 사치스런 치장으로 경염(競艶)을 벌이게 마련. 화사한 여배우의 얼굴이 또 한번 분주히 팔려가는「시즌」이다. 「캘린더」에 나오는「스타」는 대개 인기배우 몇 사람, 단골격인 이들「캘린더·스타」들은 여기서도 겹치기에 바쁘다. 그래서 배우「모델」의「캘린더」는 그해 인기「스타」를 결산하는 또 하나의 기록. 인기없는 배우는 하고 싶어도 못하지만 상업사진에 안 나가는「스타」들도 제법 열을 올린다. 4, 5년 전 엄앵란, 최은희, 김지미, 태현실 등이 독점했던「캘린더」판도는 이제 영화계 인기변동을 따라 상당히 수정되었다. 2개월을 1장 단위로 하는 지면에 등장할 수 있는 정원은 고작해서 6명. 이것이 이제 문희, 윤정희, 고은아, 남정임, 김지미, 최은희 등 주연급이 차지하게 됐다. 이번엔 신인배우 여수진(呂秀珍)과 손방원(孫芳園)이 끼이기도 하고. 이들「캘린더·스타」의「모델」료가 작년의 2만원 선에서 4만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당초 왕복 차비 정도의 사례에서 비롯한 것이 이제는 공정가격이 붙었다. 공정가격이란 뜻은 배우가 모두 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인기에 따라 고하(高下)가 정해져 있다. 최고는 7만원에서 10만원, 최저는 3만원에서 2만원, 김지미는 물론 여기서도 최고의「개런티」고 그 다음이 윤정희·문희·남정임. 이들은「포즈」몇 번 취하고 남의 집 안방에 초상화로 장식되는 요금으로 평균 4만원을 받는다. 「캘린더·스타」와는 달리 돈벌이 목적의 광고「모델」로 애용되는「스타」도 상당히 많다. 이른바 광고「스타」. 전에는 3류배우나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 최근엔 이른바「톱·스타」들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얼굴은 TV의 CM,「포스터」, 광고영화, 신문잡지의 광고란을 장식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게 약품광고. 계약기간은 1년으로 대개 계절 따라 4번쯤 사진을 바꾼다. 「광고배우」의 요금도 인기와 정비례한다. 그러나 양측의 친분 여하에 따라 결정되니까「반드시」는 아니다. 인기와 유관하고 세금과 유관하기 때문에 일종의 비밀요금에 속한다.「식욕부진 XX감퇴」에 유효하다는 XX약 광고의 김승호가 1백만원짜리「모델」. 그리고 TV광고로 어떤 상표의 조미료를 선전하는 구봉서가「포스터」인쇄물을 포함하여 1백만원, 전속기간은 1년이다. 광고「모델」, 특히「스타」들이 꺼리는 광고가 약 광고. 그러면서도 사실은 대부분의「톱·스타」가 거의 약 광고에 나가는 것은 그 적지 않은 수입의 매력 때문인 듯하다. 이들의「모델」료는 보통사람의 최소 10배 이상이다. 이들의「모델」료를 들리는 대로 적어 보면 - 신성일 = 50만원, 최남현 = 25만원, 윤정희 = 35만원, 고은아 = 20만원, 남궁원 = 20만원, 신영균 = 50만원. 반라에 가까운 몸으로 풍만한 육체를 과시하면서 신문·잡지 광고란을 장식하는 김혜정도 사실은 2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에 약 광고엔 결코 나가지 않는 것으로 체통을 지키는「스타」도 없지 않다. 김지미, 문희, 남정임이 이「케이스」. 일본만 해도「톱·스타」가 광고에 나갈 경우 엄청난「모델」료가 따르지만 그까짓 몇 십 만원에 이용되기는 싫다는 주장이다. 광고를 즐기는 배우들도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광고영화에만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코 탐탁하게 생각지는 않는 것 같다. 한편 광고「포스터」가「스타」의 개인생활을 공교히 이용하여 그 화제에 편승하는 예도 있다. 한창 한국최초의 70「밀리」영화라고 헛소문을 돌린「춘향(春香)」이 제작될 때「XX·크림」은 신인배우 홍세미(鴻世美)를 기용하여「춘향」탄생을 떠들어댔다. 영화사측에서 보면 영화선전도 되고 배우측에서 보면 배우선전도 되는 1거 3득의 효과. 고은아양을 전속계약한 XX제약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홀몸일 때는「예뻐지고 고와지는-」을 선전하는데 이용하다가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재빨리「임신·출산빈혈에는」하고 품목을 바꿔 내세웠다. 한꺼번에 20편 내외의 영화에 출연하는 신성일은「겹친 피로, 부족한 수면」을 극복케 한다는 약을, 중년「스타」김승호는 중년기 XX제를, 그리고 매혹적인 눈 못브에 입을 헤벌린 김혜정은 XX부족, XX감퇴에 유효하다는「XX·뎁보」를 선전하는 사진으로 이용되고 있다. 색쇄(色刷)로 된「포스터」는 그래도「스타」의 미모에 손상을 끼치지 않아 약간의 품위를 지닐 수 있다. 제모제를 선전하는 태현실, 미용제를 맡은 윤정희, 냉장고의 고은아는「캘린더」만큼의 선전효과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휴지로 버려지는 신문광고보다는 훨씬 고급이다. 서울에는 광고주와「스타」사이에서 이들의 다리를 놓는 상업사진사들이 현재 성업 중에 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 [현대미술의 향수] (1)터너·휘슬러·모네 展

    [현대미술의 향수] (1)터너·휘슬러·모네 展

    현대의 미술은 갈수록 장르가 세분되고 개념 위주로 흐르면서 감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인상이 짙다. 그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기법의 회화는 요즘 미술에선 느낄 수 없는 근원적인 미학과 멋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을 지닌다. 서울신문은 흔히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1900년대 전후의 인상주의 대표 작가들과 클림트등의 유럽 현지 특별전을 중심으로 미술작품 본연의 푸근함과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기획 ‘현대미술의 향수’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국내에서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네, 쇠라, 르누아르, 반 고흐, 클림트의 작품과 삶이 오롯이 전달될 수 있는 기획으로 꾸몄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 교수와 신성림 작가, 본지 문화부 최광숙 차장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 빈·크렘스 등 5개 도시의 전시장을 취재해 차례로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업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19세기 인상주의자 모네의 전시에 매력을 느끼는가. 이른 아침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특별전 ‘터너-휘슬러-모네´를 보기 위해 긴 줄도 마다않는 관람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7년이상 준비 100여점 공개 런던의 템스강은 대체로 늘 회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강 주위의 오래된 건물들이고, 또 예술가들이다. 많은 문학가, 예술가들이 템스를 다뤘 지만 화가들을 빼놓을 수 없다. 템스에 바로 접한 테이트 갤러리(Tate Britain)가 이들을 주제로 다룬 중요 그림들을 모아 ‘터너-휘슬러-모네´전을 개최하였다. 테이트를 향해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젖줄을 따라가게 되는데 한 눈에 들어오는 템스는 모처럼 회푸른 색이었다.5월의 예외적인 날씨 덕분이었다. 전시 개장 20분 전인데도 특별전 매표소 앞에는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늘 감탄하는 것이지만, 긴 줄에 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짜증기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이트 갤러리의 ‘터너-휘슬러-모네´전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여전히 선호되는 인상주의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였다.7년 이상 준비하여 마련한 전시였으니, 구태의연한 방식의 19세기 회고전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특별전의 주제는 모네가 발현한 인상주의의 흐릿한 시각이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는가를, 템스강이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템스의 풍경화로 인해 영국, 미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모인 셈이다. 클로드 모네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온 것은 1870년이었다.30세의 모네는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와서 몇 달간 체류하는 동안, 터너의 작업과 함께 그의 영향을 입은 휘슬러의 추상적인 풍경화와 템스강의 에칭을 발견하였다. 그가 대표하는 인상주의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자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영국의 터너나 런던에서 활동한 미국인 휘슬러의 영향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찍어내는 달력 그림에 제일 선호되는 것만 봐도 인상주의는 대중에게 친숙한 듯 하나, 사실 그 형성과정이나 근본 미학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00여점 이상 공개된 이번 전시는 모네의 인상주의 비전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보인다. 전시 준비는 지난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론토의 온타리오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캐서린 로시난의 전시안에 런던의 테이트갤러리, 파리의 오르세이미술관 등의 큐레이터들이 합세하였다.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스위스 등 5개국 30여개 미술관에 소장된 터너, 휘슬러, 모네 작품들을 모으는 일을 포함, 다국적 연합으로 마련된 셈이다. 전시회는 먼저 토론토의 온타리오미술관을 시작으로, 파리의 그랑 팔레를 거쳐 런던의 테이트갤러리(2005년 2∼5월)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랑스 인상주의 영국 터너의 영향 이 순회전의 주인공은 역시 영국이다.19세기 당시 프랑스에 대해 미적 열등감을 가졌던 영국으로서는 가뜩이나 부러웠던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영국의 국민화가 터너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니 얼마나 환영할 내용인가. 이미 토론토와 파리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시의 명망에, 영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세워줄 주제가 합했으니, 런던 전의 대중적 인기는 처음부터 예견되고도 남았다. 특별전은 근본적으로 물을, 강물 위의 뿌연 안개효과를 그린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국-미국-프랑스의 대가들이 얼마나 안개 낀 템스강의 정경을 사랑했고 이를 그림에 표현하고자 했는가를 강조하였다. 모네는 “안개 속의 런던은 다른 어느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도시인데, 나는 안개 없는 런던을 생각하기도 싫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인상주의’라는 용어를 생기게 한 모네의 ‘해뜨는 인상´(1873년)이 보이는 몽롱하고 시적인 이 회색조의 그림이 사실 깨끗하고 신선한 바닷가 동틀 무렵 풍경에서 온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로 공해안개 자욱한 템스 강에서 비롯되었다면 적잖이 놀랄 일이다. 모네는 터너와 휘슬러의 영향을 입어, 템스와 센강의 ‘안개 효과’를 나타내는 데 전념했다. 그 뿌연 효과는 모네가 그린 템스 강변의 국회의사당, 워털루 다리와 체어링 크로스 다리 등을 포함하는 유명한 템스강의 정경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의 이미지는 실상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심부인 템스의 실상은 공장에서 뿜어대는 구름 연기로 언제나 뿌옇고, 콜레라를 확산시키는 더러운 물이 고이고, 개와 고양이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등 산업 발달로 말미암은 병과 범죄, 그리고 잦은 자살로 얼룩진 장소이기도 했다. 사실 프랑스인인 모네는 공해로 찌든 템스강을 아름답게만 보았다. 정확히 말해, 망막에 맺히는 색채와 빛의 혼합을 캔버스에 생생하게 옮기려는 인상주의 미학을 실천한 것이다. 세잔은 모네를 가르쳐 ‘모네는 단지 하나의 눈(eye)이었다.’라고 하였다. 다른 감각들보다 ‘눈’을 우월하게 구현한 이 인상주의자에게 템스강의 실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른 것일까. 요컨대, 오염된 템스강을 일정한 거리에서 미화시켜 보던 인상주의자 모네의 시각은 현대미술의 향수로 남아 있다. 적어도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강을 아름답게 조망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너무 많이 드러내거나 아예 ‘물에 들어가’ 작업한다. 공해, 안개로 흐릿한 템스강도 아름답게 보았던 모네의 눈은 분명 우리가 상실한 어떤 것이다. 그것이 현실에 속는(?) 순진함이라 할지, 실체를 보지 않는 냉정함이라 할지 단정 짓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여유로운 시각이다. 그 여유 가운데 아름다움을 담았던 것인데, 모네 특별전은 바로 이 잃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온다. 전시장을 나오자 눈에 들어온 템스 강은 모처럼 회색의 베일을 벗은 듯 명확하게 보였다. 모네는 물론 이런 템스를 좋아하지 않았으리라. 전시를 본 후의 템스는 결코 전과 같을 수 없었다. ●세분화된 장르로 대규모 전시회 런던 현대미술의 요체인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요제프 보이스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르크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보이스의 작업은 한마디로 ‘미술, 정치, 개인적 카리스마, 역설, 유토피안적 제안의 혼합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스트린드버그는 19세기말∼20세기초 시인, 화가, 사진가 등을 넘나들던 예술가이다. 이들은 모두 독일인이면서 하나의 매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점에서 공통적이다. 테이트모던에서 본 두 기획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작가 개인을 강조하면서 형식보다는 표현의 장르를 넘나드는 방식의 아방가르드 종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작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작가의 삶을 고려한 작업을 전체적 맥락에서 이해하며, 작품을 삶과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을 세계적인 미술 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사치 갤러리의 전시 기획방식과도 상통하는 것이었다. 사치 갤러리에서는 ‘회화의 승리´라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야심만만한 기획으로 1년 동안 3부에 걸쳐 피터 드와그, 뤼크 튀이만, 마를렌 뒤마 등 56명의 작가들을 선보였다. 현대미술에서 소위 ‘충격가치(shock value)’라는 말을 낳은 사치 갤러리가 회화의 장르에만 국한하여 대규모 전시를 여는 것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사치는 설치 및 조소 작업에서 확연히 눈을 돌린 듯했다.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막론하고, 삶의 실상과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자세보다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작업에 담아 삶의 연장선상에서 작품을 이해한다. 때문에 작품은 정제되지 않은 내용을 그저 던져 놓으며 거칠고 과격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역시 오늘날의 미술이 결여한 것은 모네와 같이 ‘거리를 두고 보는 눈’이다. 거리를 두고 보는 아름다움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때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 [박은영의 DVD레서피] 줬다 뺏느니 차라리 된장찌개

    ‘모기 눈알 수프’라는 요리가 있다. 박쥐의 배설물에서 소화되지 않은 모기 눈만 골라서 만드는데 간장 종지만한 그릇 하나에 3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중국 요리의 종합판인 만한전석(滿漢全席)은 원숭이 골, 곰 발바닥, 호랑이 고환, 쥐 발바닥 등 발 달린 짐승을 모두 재료로 쓰는데 사흘 동안 먹는 풀코스가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리 ‘산해진미’라고 해도 살아 있는 원숭이의 뇌를 푸딩처럼 떠먹고 박쥐의 배설물을 추려내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요리들보다 차라리 두부와 청양고추를 숭숭 썰어 넣은 칼칼한 된장찌개가 낫지 뭔가. ‘마파도’와 ‘밀리언즈’는 거액의 돈 대신에 소박한 일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팬터지를 보여 준다.160억짜리 복권을 들고 도망간 다방 여종업원을 찾아 마파도로 간 부패 경찰과 건달은 수십억원을 손에 쥘 욕심에 급급하다가 어느새 순박한 섬과 섬 할매들에게 동화된다. 하느님이 주신 돈 가방을 받은 소년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로화로 전환되기 직전의 10일 동안 써야할 100만파운드는 성자를 추종하는 소년에게는 자선을 위한 것이지만, 이재에 밝은 형에게는 권력과 불신을 조장한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복권과 돈을 태우는 것으로 끝난다.160억짜리 사제담배를 말아 피우고, 돈가방에 불을 지른다. 사치스런 요리의 레서피를 상상하다 결국 소박한 된장찌개를 받았지만 누구도 불행해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들 영화가 귀여운 점이다.●마파도 다섯 명의 할매들이 사는 마파도는 160억의 복권을 대신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물이 빠진 갯벌과 석양, 싱그러운 녹색의 논밭,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길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DVD 화질은 색상이 과하거나 원색적으로 표현되는 대신 물기를 약간 머금은 듯한 초록색의 산촌 풍경으로 담겼다. 부가영상으로 제작과정 전반을 담은 메이킹 다큐와 다섯 할머니들의 유쾌한 촬영현장을 엿볼 수 있는 팁이 수록되었다.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함께한 음성 코멘터리, 마파도의 장소 섭외과정에 대한 프로듀서와 미술 감독의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밀리언즈 대니 보일의 감각적인 면모와 새로운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특히 환상과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색상 표현은 DVD로 볼 때 매력이 한층 더하다.CF 화면을 연상시키는 영상이 흥미로우며 안개와 비로 늘 흐려 있는 영국의 날씨를 불식시킬 정도로 투명하고 밝은 화질이라 청량감을 준다. 특별한 음향효과는 없지만 귀에 익은 스코어들을 중심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이킹 필름과 주요 인터뷰 등 핵심 구성만을 담은 소박한 부가영상에선 대니 보일 감독의 최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총천연색이 안방극장에

    총천연색이 안방극장에

    컬러TV 한국상륙 비밀작전 현대문명의 총아 -「컬러」TV가 대외비의 장막 속에 한국상륙을 서두르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이미 방영「프로」의 50%가「컬러」화 해 있고「멕시코·올림픽」실황중계를 노린「컬러·TV·붐」이 한창이다. 전세계의 통신수단이「컬러」화 해가는 시대의 조류 속에서 유독 우리만 고전적인 흑백시대에 살고 있으란 법은 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 - 이 본능과 시대의 흐름을 타고 한국 해역에까지 밀어닥친 「컬러·TV」상륙작전의 극비지령서를 훔쳐보면 - 두 민족이 맞붙었다 첫 공세는 MBC·TV서 단 10분만이라도「컬러」로 「컬러·TV」상륙작전의 첫 기안자는 문화방송. 올해 안에 시험방송, 내년 7월께 발족의「스케줄」을 갖고 있는 MBC·TV(채널11)가 기존의 KBS, TBC의 두 방송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컬러·TV」의 방영을 시도해 보려는 패기만만한 기획을 세운 데서 얘기는 시작된다. MBC·TV측은 첫째, 새로 개국하는 마당에 단 10분간이라도「컬러」를 방영함으로써 시청자의 관심을 이끌어보고 둘째, 언젠가는 실현되고야 말 TV「컬러」화에 기선을 누르고, 셋째론 어차피 새로운 시설을 할 바에야 아예 장래를 내다 보고「컬러」를 기획·추진해오고 있다. 그래서 개국에 필요한 시설 및 기재는 모두 흑백·「컬러」겸용으로 정부에 그 도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문공부측은 ①「컬러·TV」는 현시점에선 사치품이다. ②체신부측의 허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컬러」전용 기재의 도입을 막아버렸다. 하지만 현재 발주되어있는 시설기재는 모두 흑백「컬러」겸용, MBC·TV측은 이에 굽히지 않고 체신부에「컬러·TV」방영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있어 이에 대해 체신부측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런 MBC·TV쪽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가장 위협을 느낀 것은 같은 민방인 TBC·TV. 유일한 민방으로 그동안 태평성대를 노래해오던 TBC가 MBC의 출현으로 강적을 만난데다「컬러」화 얘기까지 튀어 나오니 금력이나 기술면에서 결코 질 자신(?)이 없는 TBC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TBC서도 5개년 계획 마련 이미 비밀리에「라디오」TV 실무진들을 동원,「방송근대화 5개년 계획」의 시안을 마련, 현재 고위 참모진에 의해 확정되어가고 있다는데 이 5개년 계획 속에「컬러」화 계획도 포함, 최종연도에는 전「프로」의 30% 가량을「컬러」화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국영 KBS·TV쪽은 의외로 잠잠하다. KBS쪽 이야기론 아직「컬러·TV」는 사치품이며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현재론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데 민방측에선 KBS·TV의 자금사정을 그 주요이유로 들고 있다. 어쨌든「컬러·TV」방영을 싸고 MBC와 TBC 두 민방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격전은 시작되었고 극비지령서는 이미 하달,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그럼 문제의「컬러·TV」란 어떤 것일까? 문자 그대로 지금 흑백으로만 나오고 있는 TV화면이 총천연색화 하는 것이다. MBC나 TBC가「컬러」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 일부「프로」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외화『페이톤·플레이스』나『나폴레옹·솔로』,『보난자』등은 모두「컬러·필름」으로 보내온 것을 다시 흑백으로 바꾸어 방영하고 있다. 이들은 원화 그대로「컬러」로 방영하는 데는 몇 개의 부분품을 첨가, 손쉬운 조작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MBC나 TBC가 계획하고 있는「컬러」화란 결국 이 외화「프로」들이고, 근본적으로 흑백과는 다르고 엄청나게 제작비가 먹히는「스튜디오」의「컬러」화는 아직도 좀 요원한 이야기다. 두 사돈 간에 경쟁 벌일 듯 눈치 살피는 수상기 생산업체 먼저 만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방송국측이 아무리「컬러」로 방영한다 해도 그「프로」를 받아볼「컬러」수상기가 없이는 헛일이 되고 만다. 결국「컬러·TV」화는 방송국과 수상기 생산업체들이 공동보조를 맞추기 전엔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등록되어 있는 흑백TV수상기는 약 10만대. 그러나 적당한「루트」를 타고 흘러 들어 온 것까지 합해 전국에 퍼져있는 수상기는 모두 15만대 선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것도 서울 부산 일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값으로 보아 대중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TV생산업자들은 이러한 실정을 들어「컬러·TV」생산을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일본에서 흑백TV가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흑백TV 생산이 시작되었으니까 일본이「컬러·TV」포화상태가 될 내후년, 즉 70년이 우리나라「컬러·TV」생산의「스타트」가 되지 않을까요』 하는게 전자공업협동조합측의 의견이다. 현재 국내생산의「톱·메이커」인 금성사(金星社) 측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 그러나「톱·메이커」이기 때문에「컬러·TV」생산에도 기선을 눌러야 한다는 의식도 상당히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 방영 6개월 내 수상기 생산 MBC·TV가 개국 때부터「컬러」방영을 시도한다는 소문이 떠돌자 금성사측은 즉각「컬러·TV」생산을 위한 실무진을 선정, 만약 생산하게 되는 경우「모델」은 어떤 형, 가격, 그리고 기술제휴 문제 등을 검토시키고 있는데 늦어도 연내론 모든 계획이 확정될 것이란다. 그래서 만약 방영이 시작되는 게 확정되면 6개월 안에 첫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 그러나 한 고위간부의 말로는 ①기업화의 전망이 현재론 보이지 않으며 ②방영에 앞서 수상기 생산에 착수, 사치성향을 높인다는 비난을 받고싶지는 않다고-. 그러나 여기에도 복병이 있다. 바로 악희(樂喜)재벌과 사돈간이 되는 S재벌쪽에서 전자공업에 손대기 시작한 것이다. S측은 전자공업이 장래성 있는 기업이라는 데 착안, 이미 산하업체에서 유수한 기술자들을 뽑아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밖으로 새어 나오는 얘기론 전자계산기「마이크로·웨이브」시설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지만 산하에「라디오」와 TV를 가지고 있으면서 수상기 제작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 이런 경우「컬러·TV」수상기 생산을 에워싼 두 사돈업체의 경쟁도 심상찮은 화젯거리가 될 것 같다. 「D·데이」는 언제냐? 「대망의 70년」엔「컬러」시대 흑백 시한 앞으로 3년뿐 「컬러·TV」를 서두르는 방송국측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생산업계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시청자들은 언제쯤이면 요술상자,「컬러·TV」를 볼 수 있을까? TBC와 MBC측의 이야기론 3년 안에「컬러」시대가 불가피하게 오게 된단다. 그 주요 이유인즉 현재 미국에선 흑백용 부분품을 완전히 중단, 현재의 국내방송시설의 수명이 한계점에 이르면, 부분품을 구입할 길이 막혀있다는 것, 결국 방송국측은 좋든 싫든 70년대의 안방극장은 흑백·「컬러」겸용의, 호화로운 것이 되리라는 것.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전세계의 통신수단이「컬러」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측이「컬러·TV」를 사치품시하고 있고 생산업자들이「컬러·TV」의 구매력에, 의문을 품고있는 현실아래선 방송국측의 의견은 한낱 의견으로 그쳐버리고 만다. 문제는 국민들의 재력에 가장 중요한 것은「컬러·TV」를 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수요자의 주머니 사정이다. 일본의 경우 흑백TV가 70「달러」안팎,「컬러」가 2백「달러」안팎인데 비해 2백「달러」안팎의 비싼값의 한국에선 아직 국민재력이「컬러·TV」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컬러·TV」가 한국에 상륙할 시기가 분명히 언제쯤일지는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방송국측이 70년대에 가면 흑백부분품을 얻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과 업자들도 70년대의 국민생활수준에 기대를 걸고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 그리고 그 70년대가 정부측으로선「대망의 70년대」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70년대에「컬러·TV」를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상당히 호흡이 맞는다. 그러나 이「대망의 70년대」에 앞서 어쩌면 내년 7월께 MBC·TV의 개국과 함께 단 10분간의 맛뵈기로나마「컬러·TV」기습상륙에 기대를 거는 호사가는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 [ 선데이서울 68년 9/22 제1권 제1호 ]
  • [발언대] 의료시장 개방 앞서 공보험 강화해야/김기식 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지사장

    2001년 말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서비스 분야가 협상의제 7개 중 하나로 선택되었으며, 의료 서비스도 포함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한 공보험의 사회적 변화를 예측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향후 국내의료시장을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내 민간보험시장의 세제 및 행정적 특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할 것이다. 아울러 차별화된 고급의료서비스를 위한 수가인상과 영리추구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이 난립함으로써 비효율화를 극대화시킬 것이며, 필수적 의료 기초분야보다는 영리추구에 영합한 의료분야의 집중투자로 의료자원의 왜곡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가입자에게는 민영보험의 보편적 의료가치 실현보다는 이윤동기 추구로 인한 사치성 의료서비스 증가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며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저소득 계층은 개방화된 의료시장 및 민간보험사에서 제외되어 공적보험으로 남게 되고, 건강계층을 상대로 하는 민간보험사의 선택 역진성에 의해 공보험의 재정악화를 초래하여 보험료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보험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재정립해야만 하겠다. 첫째 건강보험보장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의료비에 대한 공보험의 부담률을 보면 OECD국가에 비해(룩셈부르크의 93%부터 적게는 민간보험의 천국인 미국의 45%) 턱없이 낮은 44%에 불과한데 최소한 전체 진료비의 80% 이상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하겠다. 둘째, 공보험체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국가의 사회적 책임감 또는 사회부담의 기조를 확고히 하고 의료기관 강제지정제의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셋째, 가입자(국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한다. 민원서비스 제고, 홍보강화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선결 과제는 사회 안전망 구축의 획이 될 수 있는 공보험이 경쟁력있고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약계·공단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식 국민건강보험공단 창원지사장
  • [일요영화]

    [일요영화]

    ●비텔로니(EBS 오후 1시40분) 페데리코 펠리니는 전후 이탈리아 영화감독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로 현대 영화계의 거장이다. 이 작품은 그의 초기 대표작이다. 펠리니는 1950년 알베르토 라투아다와 공동 연출한 ‘바리에테의 등불’로 데뷔한 뒤 1989년 ‘달의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 20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네오리얼리즘에서 출발했고,70년대까지 폭넓은 예술 경향들을 대표해 왔다. 발표하는 영화마다 특별한 주제와 양식을 추구하며 새로운 영상언어를 탐색한 작가로 평가된다. 모랄도(프랑코 인테르렝기) 리카르도(리카르도 펠리니) 레오폴도(레오폴도 트리에스테) 파우스토(프랑코 파브리치) 알베르토(알베르토 소르디)는 이탈리아 리미니에 사는 30대 청년들. 매일 할 일 없이 바에 모여 여자에 대한 이야기나 사치스럽게 돈을 쓰는 것 등 소위 ‘농담따먹기’로 시간을 때운다. 어느날 파우스토가 모랄도의 누이가 임신을 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성구(聖句)를 파는 상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모랄도는 자신이 사는 곳이 너무 촌스럽다는 생각에 친구들을 멀리하게 된다. 한편, 파우스토는 사장 부인과 위험한 관계를 맺게 되고, 이를 산드라에게 들키고 만다. 파우스토는 산드라에게 용서를 빌러가는데….1953년작. 약 16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네임리스(SBS 밤 1시25분) 스페인 출신 자움 발라구에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브뤼셀 팬터지 영화제 대상, 판타스포트토 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 전 세계 공포 영화제를 휩쓸었다.2000년에는 부천 국제팬태스틱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영국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램시 캠벨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발라구에로는 2003년 영화 ‘피아노’의 아역배우 출신 안나 파킨이 주연한 공포물 ‘다크니스’로 할리우드에 입성하기도 했다. 5년 전에 딸이 납치된 뒤 살해된 것으로 믿었던 클라우디아는 절박한 목소리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딸의 전화를 받는다. 딸이 말한 장소를 찾아간 클라우디아는 딸이 살아있으리라는 심증을 품게 된다. 그녀는 당시 사건을 맡았던 은퇴한 형사 마세라를 찾아가고, 기자이자 초자연 현상 전문가인 퀴로도 이 진실 찾기에 동참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사건이 나치 대학살과 1960년대 런던의 오컬트 열병을 지나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1999년작. 약 110분.
  • 정면돌파 ‘외통수’

    유전개발 의혹과 행담도 개발 의혹 파문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말문을 열었다. 검찰과 감사원 조사를 지켜 보자는 신중론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하며 정면 대응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26일 “진실을 규명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법대로 원칙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문희상 의장,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이 가혹할 정도의 수사와 진실 규명을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로선 당 지도부의 태도 변화가 여권 핵심의 ‘정리된’ 복안이 반영된 것이라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어느 선까지, 혹은 누구까지 정리하고 가자는 식의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무슨 정보를 갖고 지도부가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오히려 지도부의 정면 대응론은 총체적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4·30 재·보선 참패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상국면에서 ‘전략적 고려’를 시도하는 자체가 ‘사치스러운’ 사고방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서울시당 서영교 여성위원장은 “지난 재·보선은 명확한 현실 분석과 철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인식 변화에는 연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문정인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 위원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이 행담도 개발 사업에 연루된 것으로 속속 확인되면서 위기감이 최고조로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유전개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광재 의원은 이날까지 두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지도부급의 한 의원이 관급공사 수주를 둘러싼 건설업자 구속 사건에 연루됐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정체성은 도덕성”이라면서 “도덕성의 훼손은 엄청난 부담과 위기로 작용한다.”고 털어놨다. 오영식 원내대변인은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의원이든, 관계자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사활이 걸린 정치 일정도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보인다. 야당이 현 정권의 ‘레임덕’까지 운운하는 마당에 일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검찰이나 감사원 조사 결과 여권 핵심이 읍참마속의 상황에 직면할 때 지도부의 정면 대응론이 여론의 뭇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면책카드’가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반대의 상황이라도 일그러진 여론을 회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당 지도부의 진정한 위기는 ‘의혹 조사’이후에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中 명품귀족 ‘웨광쭈’ 뜬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치품 소비에 목숨을 거는 ‘웨광쭈(月光族)’들이 출현했다. 광(光)은 ‘다 써버리다.’는 의미로 중국의 웨광쭈들은 자신의 월급을 몽땅 소비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은행 대출금으로 사치품을 사들이는 귀족 소비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월 5000∼1만위안(약 65만∼130만원)의 고소득 화이트칼라 계층으로 대부분 외자기업이나 IT업체에서 근무한다. 웨광쭈들은 서구문화에 탐닉하고 대졸 이상의 학력과 전문 능력을 갖춰 중국을 이끄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가 24일 보도했다. 웨광쭈들이 주축이 된 중국의 사치품 소비계층은 25∼30세로 미국·서구보다 5세 이상 빠르다. 서구의 사치품 소비계층이 30∼40세에 집중된 것과 대비된다. 이는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청년계층의 고소득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체면과 과시를 중시하는 중국의 소비문화와 결합된 측면이 강하다. 중국의 사치품 시장은 연 20억달러 규모로 세계 시장의 3%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1000만위안(약 13억원) 자산가는 24만명 안팎으로 중국의 사치품 소비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베이징천바오가 전했다. 베이징천바오가 소개한 대표적 웨광쭈 장웬(張圓·29)은 광저우(廣州)의 한 외자기업 직원으로 월급으로 받은 5000위안을 지난 5년 동안 명품 구입과 국내외 여행에 소비했다. 최근 결혼을 앞둔 그는 주택 구입을 위한 할부금도 없는 빈털터리가 됐다. 한편 웨광쭈들의 구매 패턴은 주택과 자동차를 선호하는 구미 스타일과 달리 고급 의류와 향수, 시계 등 개인용품에 집중돼 있다. oilman@seoul.co.kr
  • “디스크 수술할 필요 없어요”

    “디스크 수술할 필요 없어요”

    최근들어 비수술적 디스크 치료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무중력 원리를 이용한 디스크 감압치료가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급증하는 척추질환으로 수술치료가 급증, 적지않은 환자들이 근육 및 신경손상과 통증 등의 부작용을 겪는 가운데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수술치료보다 재발률 훨씬 낮아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조은병원 도은식 박사팀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남자 58명 등 총 96명의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부분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기(DRX 3000)’를 이용해 4∼6주간 치료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의 환자들이 ‘매우 만족한다.’거나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치료 효과가 ‘보통’이라거나 ‘효과가 없다.’는 응답자는 각각 8.6%,2.4%였다. 의료팀은 이같은 조사치와 임상 결과를 올 가을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팀이 이들 환자에게 적용한 치료법인 부분무중력 감압치료는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우주인들의 추간판 높이가 증가하면서 요통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착안한 치료법으로, 미국 FDA는 2년여 전에 이같은 치료를 가능하게 한 부분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기 DRX 3000의 시판을 허가했었다. 이 치료법은 최고 -200㎜Hg까지 추간판 병변 부위에 감압 환경을 조성해 밀려난 디스크가 제 자리로 되돌아 오게 하는 원리로, 이 경우 일반적인 수술치료보다 훨씬 낮은 4% 정도만이 재발했다고 의료팀은 덧붙였다. 또 이 치료법은 정상인 다른 디스크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근육 및 신경손상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통증도 거의 없어 환자들이 겪는 불편이나 부담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통증 거의 없고 근육·신경 안 다치게 실제로 미국 정형외과 분야 권위지인 OTR(2003년 12월호)에 게재된 토마스 지오니스 박사의 임상 연구에 따르면 219명의 디스크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치료율이 수술치료보다 높은 86%에 달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도 원장은 “미국에서는 이 치료법의 성과가 좋아 병원들이 치료 성과가 없을 경우 치료비의 일정액을 반환하는 환불보증제(money-back guaranty)까지 도입하고 있다.”며 “디스크 환자들이 갖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유증, 통증은 줄이는 대신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시론] 노동 위기의 본질은?/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시론] 노동 위기의 본질은?/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조의 비리사태는 이전의 ‘위기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왜냐하면 조건없는 이타적 행위로 평범한 조합원들로부터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민주노동운동의 중심지였던 기업별 노조 지도부까지 부패행위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이제 도덕성을 잃은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은 정부나 사측만이 아닌 전 국민이 공감하는 이슈가 되어 가고 있다. 부패와 비리는 실제로 내부 민주주의가 약화된 어떤 조직에서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대화와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노동운동조직은 기회주의와 동원의 악순환을 겪는다는 이론이 있다. 소규모이지만 역동적이었던 노동운동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관료적으로 변화하고, 조직이 추구하던 목적보다 그 조직 내의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우선시하는 기회주의가 승리한다. 이러한 기회주의는 노조 대표성의 위기를 초래해, 노조에 대한 반대세력의 공격으로 노조는 다시 초기의 소규모 동원상태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2007년 사업장 차원의 복수노조시대의 도래를 앞둔 지금, 이러한 소규모 동원은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대표하지 못했던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쉽다. 우리의 노동운동이 사용자들의 회유와 협박, 노조에 대한 매수, 그리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오랜 법적·제도적 제약 속에서 왜곡된 성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비리에 발목을 잡힌 노동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건이기도 했다. 노조 스스로 자신에게 철저히 도덕성 상실의 책임을 묻고 재발 가능성을 막는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사태로 정부가 나서서 노조의 회계를 감사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스로 자정기능을 갖추지 못한 노조는 결국 자멸할 것이고, 정부의 감시를 받는 노조가 설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계 지도부의 비리로 인해 노동운동 전체가 매도당하거나 우리가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들이 묻혀져서는 안 된다. 올해도 주요 산별교섭은 예년의 진통과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건설플랜트 노조의 격렬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총 노동인구의 반 이상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시름에 잠겨 있으나 합리적인 고용관행과 임금구조의 개혁에 대한 합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길이 없고, 노동인구 내의 소득격차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노사관계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 개정작업은 지지부진한 채, 이번 임단협에서도 노사간 뿌리깊은 의견의 차이는 불안한 하투를 예견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핵심에 노동운동이 서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 노동조합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일부 노조 지도부의 비리와 부패가 아니라 총체적 ‘대표성’의 위기이며, 이 위기는 노동조합이 내부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담보하지 못할 때 현실에서 완전한 노동의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노동운동은 올해 초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지금까지 내부적인 의견불일치, 그리고 투쟁에 우선한 정책참여와 대화를 사치품으로 여겨왔다. 이런 방식으로는 전체 노동인구의 10% 남짓만을 대표하는 궁색한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미래의 노동운동에 한 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근거는 이러한 경험이 축적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여, 우리의 노동운동이 맞이할 새로운 변혁의 사이클이 더 진보한 상태에서 시작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물론, 현실과 망각의 벽에 부딪쳐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제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은 목적을 성취하고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강한 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데 집착했으나, 결국 상당부분 그 목적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내부 민주주의와 광범위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역시 불리한 외부의 구조적 조건에 맞서는 것에 못지않게 필요한 작업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발언대] 의료시장 개방 철저히 대비해야/오인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행정지원부장

    현대를 사는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개방이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쌀시장 개방, 금융시장 개방 등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발전의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앞세운 개방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개방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외국 자본의 투자증대라는 명목 하에 의료시장 개방의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른 외국 병원은 내국인을 진료하면서 자금, 세금 등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제특구에 진출하게 돼 국내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영리법인 형식의 외국 병원은 분명히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고급 의료 서비스 상품을 개발, 일부 부유층에 제공할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 수가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고액의 의료비 부담을 유발케 할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의 도입과 함께 사치성 의료쇼핑 문화를 형성해 중산층과의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민간보험 도입이 가져올 공적보험의 위축이다. 그동안 불만족스럽지만 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건강보험의 기반이 허물어져 사회보장제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민간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을 서민층이 받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승적 차원의 시장개방이라면 우리는 생존경쟁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적보험인 건강보험공단의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공단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 국민의 공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단은 내부 혁신을 이루고 보장성 강화 및 고품질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공단이 주변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적 저항과 국민간의 갈등을 해소해야만 개방의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오인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행정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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