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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복 불티…몇년만이야”

    “아동복 불티…몇년만이야”

    설 대목이 확 살아났다. 설을 1주일 앞둔 지난 주말 ‘밑바닥 경기’를 대변하는 재래시장과 백화점·할인점에는 설 선물과 제수용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처럼 유통계에 훈풍이 불면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때이른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택배회사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밀려드는 설 선물 배송물량에 즐거운 비명이다. 서민들이 오랜만에 지갑을 여는 현장을 서울신문이 둘러봤다. ●“올 설이 좀 낫긴 낫나 보네요.”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요 몇해 동안 장사가 정말 안 되더니만, 올해는 좀 낫긴 낫소.”꼬깃꼬깃 구겨진 1000원짜리 지폐를 챙기는 생선장수 아주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설 연휴 마지막 주말이어선지 경동시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지난 연말부터 들려오는 소비심리 회복 소식에 상인들도 목청을 돋우며 행인들을 붙잡았다. 경동시장 한쪽의 포장마차에 다가갔다. 주변은 뜨거운 어묵 국물로 추위를 쫓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순대를 써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요즘 경기를 물었다. 그녀는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 잘 된다고 하는 것 봤소. 죽겠다고 우는 소리 안 하면 괜찮단 얘기요. 올 설이 좀 낫긴 낫나 보네요.” 같은 시각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베스트 아동복’ 김명호(44)씨는 “작년 설에 비하면 매상이 40%가량은 늘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의 상인들도 한껏 들뜬 분위기다. 평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는 데다 ‘주부 팔씨름 대회’ 등 각종 설맞이 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방앗간 주인 허율부(67)씨는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악으로 떨어졌던 매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면서 “올 설엔 ‘대목’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산인해 백화점 설 세일에 들어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명동 신세계 본점 주변은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로 하루종일 정체를 빚었다. 롯데백화점 주차장 안내 직원은 “지난 연말 세일 때보다 차량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8일까지 설날 판촉행사를 하는 롯데백화점은 올해 신장률이 지난해 9.7%의 2배 이상인 20∼3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들어 지난 21일까지의 신장세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 이상이다. 또 설날 행사기간에는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현대백화점 바이어 김석주(39)씨는 “설날을 위한 여성 캐주얼 의류의 경우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아우성”이라며 “작년보다 2배는 잘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 관계자는 “작년의 선물이 중저가였다면 올해는 10만원대의 중가 선물세트인 정육·송이버섯·청과·수산물 등 1차식품이 많이 나간다.”며 “선물세트 주문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택배회사, 즐거운 비명 선물세트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특배회사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웬만한 회사들은 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의 경우 배달 의뢰 물건이 지난해 설의 경우 35만개였으나 올해는 50만개로 40%가량 증가했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며칠째 밤을 새우다시피하면서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며 “본사 사무직원까지 배달에 나서야 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한진택배는 올해 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 등 할인점의 배달 주문이 지난해의 14만박스보다 71%가 늘어난 24만박스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가 15만건, 롯데마트도 8만건의 주문을 해왔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역시 배달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택배직원 김성환(31)씨는 “물건을 배달하느라 점심을 건너뛰기가 일쑤”라며 “경기가 살아나긴 살아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서재희기자 chuli@seoul.co.kr
  • 儒林(523)-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3)

    儒林(523)-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3)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3) 그 연유야 어떻든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서든, 마음의 영혼불멸성을 깨닫기 위해서든, 가정의 불화에서 초연하기 위해서든, 죽은 어머니의 천도를 위해서든, 율곡은 마침내 19세 되던 해 3월, 그 누구에게도 다 알리지 않고 홀연히 금강산으로 출가를 단행한다. 이때 지은 출가시 하나가 오늘날 남아 전하고 있다.‘동문을 나서면서(出東門)’라는 제목의 이 출가시에서 율곡은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하늘과 땅은 누가 열었으며, 해와 달은 또 누가 갈고 씻었는가. 산과 냇물은 이미 무르녹아 어우러져 있고 추위와 더위는 다시 서로 또 엇갈리는구나. 우리 인간은 만물 가운데 있어 지식이 제일 많도다. 어찌 조롱박 같은 신세가 되어 쓸쓸히 한 곳에만 매어 있겠는가. 온 나라와 지방 사이에 어디가 막혀 마음껏 놀지 못할까. 봄빛 무르익은 삼천리 밖으로 지팡이 짚고 나 장차 떠나려 한다. 나를 따를 자 누구일까. 저녁나절을 부질없이 서서 기다리네.” 시 속에 나오는 ‘어찌 조롱박과 같은 신세가 되어 쓸쓸히 한곳에만 매어 있겠는가.(胡爲類匏瓜 戚戚迷處所)’란 구절은 바로 공자가 말하였던 ‘내 어찌 조롱박인가. 한 곳에만 매어있어 먹히지 아니하는 그러한 식물과 같을 수 있겠는가.’라는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 포과, 즉 조롱박은 별로 쓸모없는 물건이므로 율곡 자신은 쓸쓸히 한 곳에만 매어달린 포과처럼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암시하고 있음인 것이다. 율곡이 1년 반 동안의 금강산 운수행각 중 무엇을 하였는가 하는 기록은 오늘날 그 어디에도 남아 전하지 않고 있다. 율곡이 훗날 이때의 기록을 부끄럽게 여겨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으므로 자연 공백기간으로 남아있을 뿐인데, 다행히 이때 율곡이 지은 시들이 20여 편 정도 남아 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충 율곡의 ‘산중일기(山中日記)’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음인 것이다.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에도 율곡은 또 다른 시를 한 수 더 짓는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밥 짓는 연기 나고 한낮의 닭은 우는데,/유인이 지팡이 짚고 시냇물에 다다랐다. 산 집이라 사월에도 봄이 다 가지 않아/울타리 둘러싼 나물꽃이 한창 푸르고 붉다. 사이 길엔 뽕 따는 여인 때로 있고,/남쪽 들엔 들밥 나오는 걸 자주 보겠네. 석양의 부슬비에 외진 마을 찾아들자,/목동 피리 나무꾼 노래가 장단 맞춰 일어나네. 사립문 두드려 주인을 불러내니,/늙은이 나를 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듯, 소나무 평상 대자리가 너무나 말끔해서,/비단 따위 인간 사치 알 바 아니었네.” 시에 나오는 ‘유인(幽人)’이란 말은 세상과 인연을 끊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기서는 바로 율곡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인 것이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전통 살아숨쉬는 일본 새해 풍경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전통 살아숨쉬는 일본 새해 풍경

    새해 첫 참배(하쓰모우데), 장식나무 세우기(카도마쓰), 설 전통 음식(오세치 요리), 각종 축제(마쓰리), 연하장 보내기 등 일본의 새해는 전통적인 세시풍속으로 분위기가 고조된다. 여러 신사나 절을 돌며,7가지 복을 비는 순례도 널리 행해진다. 백화점이나 가전제품 할인점 등 대형 매장들은 일본인 특유의 상술로, 복주머니(후쿠부쿠로)를 팔아 돈도 챙기고 재고도 처리한다. 손님에게 복전 주기 등 새해 상술도 다양하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새해는 세시풍속으로 분위기가 떠들썩하다. 동구지역 한 외교관은 “일본의 고유한 세시풍속에 놀랐다. 산업화속에서도 이처럼 많은 세시풍속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부럽다.”고 말했다. ●신사·절에서 소원 빌기 일본 사람들은 원단인 지난 1일을 전후해 도쿄시내 주택가 대부분의 집 대문앞에 소나무·대나무 등을 이용한 ‘카도마쓰’라는 장식을 했다. 조상신을 부르고 건강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다. 가족·친지들이 모여 신사를 찾기도 했다. 신사참배는 이웃들과 새해 인사를 교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본 전국의 주요 신사와 절에서 하쓰모우데를 한 사람은 9373만명. 신사 가운데 가장 큰 메이지 신궁에만 305만명이 참배했을 정도였다. 회사원 마쓰무라(지바시)는 세자녀, 부인과 함께 1일 0시 인근 절에 가 백팔번뇌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의 타종식에 1인당 3만엔(약 2만 5000원)씩을 내고 참여하기도 했다. 미혼인 20대의 아들, 딸이 있는 다카하시(55·여)는 1월에 영험하다는 신사나 절 7곳을 돌아다니며 이른바 ‘7복’을 빌고 있다. 정직·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신, 재물의 신, 지혜의 신, 장수의 신 등이 모셔진 신사·사찰을 순례하는 것이다. ●기발한 상술로 새해를 달군다 지난 2일 오전 10시.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게이오·다카시마야 등 대형 백화점 앞에는 수백∼수천명의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일부 백화점은 고객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개점 시간을 20분 정도 앞당기기도 했다. 이날 게이오 백화점에서 첫 판매된 복주머니는 투명하거나 불투명한 두 가지 부류다. 상품내역이 안 보이는 복주머니로는 운수를 점치는데, 판매가격 보다 3배정도의 재고 상품들을 넣어 땡처리를 한다. 내용물에 따라 운수를 점친다는 것이다. 잠깐 사이에 매진되는 상품도 적지 않았다. 백화점입구에서는 청주를 고객들에게 대접하는 행사도 벌였다.50여명의 손님에게는 특별히 제작한 고급 나무잔으로 마시게 한 뒤 이를 선물로 줬다. 상당수 신사들은 효험을 부각시키며 1년수입을 좌우하는 하쓰모우데 광고를 했다. 고급식당이나 서점 등에서는 고보센(御寶錢)이라는 5엔짜리 새동전이 들어있는 복돈을 고객에게 선물도 했다. 나카자와 준코는 “어른은 세뱃돈이 없기 때문에 세뱃돈을 주는 의미와,5엔은 인연을 나타내는 ‘고엔’으로 발음돼, 인연을 소중하게 하고 싶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급속한 서구화로 세시풍속 잠식 하지만 일본의 새해맞이 문화도 잠식되고 있다. 전직 기자 이시즈카는 “오세치 요리는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많이 산다. 일본은 서양 문화를 빨리 흡수했기 때문에 개인주의 등으로 전통 문화가 많이 약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온가족이 따로따로 새해를 보내는 가족도 늘었다. 교사 사치코는 지난 연말부터 이달초까지 호주여행을 했다. 지방에서 근무중인 미혼인 오빠도 개인행동을 했다. 할머니 역시 친구들과 온천여행을 했다. 해외여행, 온천여행이 성해지면서 전통적인 새해맞이 문화가 시나브로 약화되고 있다. 도쿄의 관문 나리타공항에 따르면 연말연시 나리타공항을 통한 출입국 여객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난 143만 1000여명이었다고 한다. taein@seoul.co.kr ■ 설날음식 ‘오세치 요리’ 숨은 뜻 |도쿄 이춘규특파원| 일본인들은 1월1일 허리가 휠 때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소망을 담은 새우, 앞날을 밝게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해달라는 소망의 연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흑콩, 자손번영을 비는 소망의 토란 등으로 설음식인 오세치 요리를 만들어 부러지기 어려운 버드나무로 만든 새해젓가락으로 식사한다. 찰떡(모치)을 먹는 문화도 번성하고 있다.12월 말 가족이나 동네사람들이 힘을 모아 찰떡을 만든다. 이때문에 해마다 찰떡이 목에 걸려 숨지는 사고도 많다. 지난 1일 간토지역에서만 노인이 4명이나 숨졌다. 일본인들은 음식을 눈으로 보면서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양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지난 14일 도쿄시내의 죠시에이요대학에서는 외국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전통 신춘 음식 만들기 교실이 열렸다. 가가와 요시코 대학장은 “일본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유학생도 더 많이 유치, 세계에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시메야 홍보부장은 “일본음식은 애니메이션과 함께 세계에 유행중인 지적재산”이라고 자랑했다.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해 노인들의 의료비를 줄이는 것도 일본 전통음식 만들기가 추구하는 목표라고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장미 모양과 나비 모양의 ‘말이 스시’를 만드는 시범과 실습이 4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우리의 김밥과 유사하지만 일본식으로 변형된, 화려한 장미 모양의 말이 스시였다. 음력설에 주로 지바 지역에서 먹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음력설이나 춘분 전날 제대로 먹으면 “1년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민중 사이에서 유행했었다고 한다. 강사 도야마 이사무(56)는 “음식은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좋은 음식이 되지만, 짜증스러운 상태로는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일본인의 음식관을 설명했다. taein@seoul.co.kr ■ 연하장 37억장 팔려…100통 쓰는 일 예사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인들의 연하장 쓰기는 유별나다. 새해에 100통 정도의 연하장을 쓰는 경우도 흔하다.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쓰는 층도 다양하다. 일정기간내에 보내면 복권식의 번호가 주어지며,1월 중순 추첨해 하와이 여행권 등 상품도 푸짐하게 준다. 일본우정공사에 따르면 올 1월1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배달된 연하우편물은 20억 5200만통(1인당 약16통)으로, 지난해에 비해 173만통이 줄었다. 이후 배달된 연하장은 오히려 예년보다 늘었다고 한다. 자영업을 하는 50대 쓰보는 “예전에는 1월1일날 꼭 배달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늦어도 성의있게 쓰는 추세”라며 “과거엔 50장 정도 썼지만 지금은 20∼30장이다. 대신 1년간의 안부를 꼼꼼히 전해 내용을 충실히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연하장 쓰기는 여전히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해마다 일본우정공사의 판매량이 줄고 있다.1999년 42억통정도를 정점으로, 줄어드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2006년 판매매수는 전년비 2∼3% 정도 준 37억통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본도 전자메일에 의한 새해인사 풍조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자메일이 빠르게 늘어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50%정도 늘었다.NTT도코모의 경우 2004년에는 전년대비 1.6배, 지난해는 1.4배로 증가했고, 최대의 경우 시간당 무려 1억통 전후의 양이라고 한다.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것도 연하장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정치인이나 회사 상·하간에 주소를 파악, 의례적으로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 주소 등 개인정보의 엄격한 관리 전환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하장 감소 경향에 일본우정공사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우정공사는 연간 연하장으로 1조 7000억원 정도의 판매수익을 올려왔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중이다. 올해는 ‘○○시,○○정’ 등이라고 주소를 지정하면, 그 지역의 전원에게 연하장이 보내지는 신상품을 개발, 실험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연하장 배달사고도 새해의 단골메뉴다. 유난스럽게 많은 눈이 내렸던 올 겨울, 동북부 야마가타현에서는 우편배달 아르바이트 남자 고교생(18)이 연말연시 5일간 연하장 437통을 포함한 627통의 우편물을 “힘들다.”며 눈속에 묻어버린 것이 발각돼 징계면직됐다. taein@seoul.co.kr
  • 보험료 클릭하는 만큼 싸~게 든다

    보험료 클릭하는 만큼 싸~게 든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지급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모든 보험사들이 2월중 자동차 보험료를 올릴 예정이다. 따라서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 운전자라면 이달 안에 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보험료는 곧 오르지만 요일제 차량 특약, 특별연령층 특약 등이 새로 등장하기 때문에 자신의 조건에 맞는 보험상품을 잘 고른다면 오히려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보험사마다 기본보험료 계산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인터넷 보험비교사이트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슈넷(www.insunet.co.kr)에서 차량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넣고 비교해 보거나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에서 근사치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이에 따른 한정특약 많아져 자동차보험 가입경력이 3년 미만인 경우 할증률을 낮춘 보험사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가입기간에 따라 105∼130%의 할증률이 부과됐으나 메리츠·쌍용·제일·LG·동부·대한 등 7개사가 할증률을 내렸다. 첫 가입자에게 적용되던 할증률이 130%에서 120%로 내렸고, 가입경력 2∼3년 미만에 적용되던 할증률이 이젠 적용되지 않는다. 운전자 나이도 따져봐야 한다. 연령에 따른 한정특약을 받으면 보험료가 깎인다. 동부화재는 35세,43세,48세 연령 한정 특약을 신설했다. 대한화재는 만 30∼47세 한정운전특약을 내놨다. 대한화재는 이 연령대에 해당하는 운전자는 보험료가 2.4∼5% 정도 싸진다고 설명했다. 대한화재측은 2월 중순에 보험료가 인상 될 경우 한정운전특약이 유지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3년 동안 교통법규를 잘 지킨 사람은 전보다 보험료를 더 내려주는 보험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일화재가 0.3%의 할인율을 0.6%로 높였다. 반면 3년간 사고를 두 차례 냈거나 한 차례라도 상해 8∼10급의 대인사고를 낸 운전자,200만원 이상의 물적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대한화재는 3%의 할증률을 5%로 높였다. 차량별 보험료도 달라진다. 메리츠는 1401∼1500㏄급과 1901∼2000㏄급의 보험료를 3% 정도 내렸다. 제일화재는 1401∼1500㏄급은 1%,1901∼2000㏄급은 5% 인하했다. 요일제 차량이라면 메리츠화재에서 오는 25일부터 파는 보험을 들 수도 있다.‘자기차량손해’와 ‘자기신체사고’ 담보의 보험료를 각각 2.7%씩 할인한다. 전자태그가 부착된 스티커를 발부받아야 하며, 요일제를 위반한 것이 드러나면 할인된 보험료를 다시 물어야 한다. ●분할납부해야 한다면 신용카드로 자동차보험료를 낼 때 무이자 할부를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험료를 분할납부하면 1회분이 1년 보험료의 70%이며,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관리비용이나 이자 등이 붙는다. 카드사별로 무이자 할부계약을 한 곳이 있는 만큼 선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계약한 뒤 다른 회사 보험금이 더 싼 것을 발견하면 환급을 요청하면 된다. 보험의 보장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보상을 받기 시작된 이후라면 보장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공제하고 돌려받는다. 철회 이후 재가입이 복잡한 만큼 가입 전에 철저히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보험사간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1주일 안에 몇만원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설계사나 대리점이 자신들 몫인 수수료를 돌려주거나, 어느 정도 실적을 올릴 경우 회사에서 나오는 상금을 미리 예상해 소비자들에게 나눠주는 형식이다. 보험계약을 조건으로 현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적발이 어려워 성행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윤정희 “통닭 자시소예”

    윤정희 “통닭 자시소예”

    「스타」윤정희(尹靜姬)가 통닭구이집을 개업했다. 서울 퇴계로4가 대한극장 건너편에 새로 단장한 통닭집 「姬의 집」이 그것. 영화속의 얘기가 아니고 실제로 통닭집 여사장이 된 윤정희. 어려서부터 닭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마침내 그의 이름자를 딴 통닭집 간판을 내걸었다. 정부의 축산정책장려에도 호응하는 뜻으로 『 맛 좋고 영양 많은 통닭 사자시소 예 』 백만원내고 전셋집 얻어 30평홀 테이블 12개놓고 「姬의 집」간판을 올린 게 바로 5월15일. 여사장 윤정희는 자신이 벌인 최초의 사업에 느긋한 희열을 맛본 것 같다. 30평 남짓한 「홀」에 둥그런 「테이블」이 12개.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만큼 아늑한 분위기다. 「테이블」은 한「세트」에 1만5천원짜리 고급품이고 실내장식도 제법 호화판. 단층 고옥의 외형은 조금도 사치스럽지 않다. 전 업종이 철공소라니까 그럴 수 밖에. 이 집을 1백만원에 전세 낸게 지난 4월말. 1백만원에 전세에 월세가 3만원이다. 그래도 이집을 여는데 3백만원이 들었다. 바깥은 볼품 없지만 적어도 실내만은 화려하다. 「스타」사장 윤정희의 「이미지」를 손상치 않게 하려고 가욋돈 30만원은 더 발랐다는게 윤양의 어머니이자 실질적인 경영주 박여사의 말. 박여사는 당초 이 집을 윤정희의 것이라고 밝히지 않으려 했단다. 아무리 닭고기를 좋아 하지만 왜 하필 통닭장수냐고. 그리고 이왕 사업을 벌일양이면 좀 더 큼직한 기업체를 갖는 게 체면상 옳다고. 그런데 주인공 윤정희가 반대였다. 『이왕 하는거뭐가 부끄러워 숨기느냐, 내돈 들여 내가 하는데 떳떳하지 못할 게 뭐냐』그래서 간판까지 『姬의 집』으로 내걸고 사장은 윤정희로 낙착됐다. 「스타」가 부업을 갖는 예는 최근에 하나의 유행처럼 성행한다. 얼마전엔 고은아가 충무로 2가 합동영화사 자리에 2층으로 「로스」구이 집을 낸다고 했다. 은퇴후의 생활대책으로 스타의 부업은 유행처럼 낡은 2층집을 헐어버리고 새로 지을 예정인데 아직 착공도 안했으니까 언제쯤 「빌딩」이 완성되고 「로스」구이집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부업을 가질 생각은 있는 것 같다. 이빈화(李嬪華)가 남산동에 고급요정을 경영하고 김진규(金振奎)가 도염동에 음식점을 갖고 있다는 건 옛 얘기. 최근엔 문희(文姬), 남정임(南貞妊)도 마땅한 사업을 물색중이다. 「스타」가 되어 돈을 벌면 우선 집을 사고 자가용을 굴리고 그 다음은 은퇴후를 대비한 사업체를 잡는 게 공식. 이것은 과거의 「스타」들이 막 벌어 막 쓰다가 비참한 사양을 맞는 예와 좋은 대조가 된다. 그만큼 「스타」도 생활인화 했다고 할까. 66년도 「청춘극장」으로 「스타돔」에 오른 윤정희는 정상극복의 「스피드」에 있어 첫손을 꼽아도 무방하다. 그는 「데뷔」1년이 채 못되는 사이에 그 보다 선배인 고은아, 문희, 남정임의 3파전에 끼어 들었고 2년째는 3파전의 「스크린」판도를 남정임, 문희, 윤정희의 것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출연작품이 『저 눈밭에 사슴이』외 21편. 금년예상이 50편 이상이니까 월수입 1백만원은(세금포함) 너끈하다. 사실 그는 「데뷔」당시 서울 가회(嘉會)동의 전셋집에서 현재 1천만원짜리 석조양옥의 주인이 됐고 2대의 자가용(코로나 와 오스틴)을 굴리고 있다. 그러나 윤정희의 치부가「스타」재벌에 낄만큼 풍성한 건 아니다. 윤양의 어머니 박여사의 말을 빌면 『벌어서 제몸 치닥거리 하고 세금내면 남는 게 없는 상태』. 그래서 조그맣게나마 부업을 벌이게됐다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 윤양이 납부한 세금은 95만원. 겹치기 출연에 시달리는 우리「스타」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건강관리」다. 그런데 윤정희는 다른 여배우와 달리 건강을 자랑한다. 사흘쯤 꼬박 철야촬영을 하고도 끄떡않는 건강체. 지나치게 자신했다가 입원한 일도 있긴 하지만. 동생넷의 학비(學費)를 대주며 기틀잡히면 사업도 확대 그 건강의 비결은 『잘 먹는 것』에 있다고 한다. 우선 윤양의 닭고기 정량은 중간치 2마리. 3백만원 투자의 통닭집을 연 이유가 단순히 「좋아서」가 아닌 건 물론이다. 윤양은 이것을 기반으로 차차 사업을 확대할 계산이다. 배우중 성격이 꼼꼼하고 검소하기로 정평인 윤양이 사업면에서 어떤 솜씨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배우 되기 이전에 국제관광공사등 직장생활도 했고 비교적 규모있는 생활을 영위한 가정. 6남매의 맏이로 그자신 우석대학(右石大學)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동생 둘이 숙대, 서울문리대에 다니고 고교 1, 중학 1명등 학생만도 5명이다. 윤양이 부업을 생각한 건 차라리 이런 소비적인 가정형편을 뒷받침하려는 억척의 소산같다. 15일, 몇몇 측근을 초대한 조촐한 개업 「파티」에서 「스타」사장 윤정희는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물론 그가 이 「姬의 집」에 붙어있을 시간이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점심은 꼭 이 곳에 와서 닭고기를 먹고 한가한 시간은 이 곳에서 보내겠어요」라고. [ 선데이서울 69년 5/25 제2권 21호 통권 제35호 ]
  • 특소세 폐지땐 쏘나타값 322만원 내려

    특소세 폐지땐 쏘나타값 322만원 내려

    새해부터 자동차 특별소비세가 2000㏄ 이하는 공장도가의 4%에서 5%로(경차는 면제),2000㏄ 이상은 8%에서 10%로 환원되면서 3000만원 차량을 기준으로 60만원이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 특소세 환원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지난해 승용차 내수 91만대 가운데 2000㏄ 이상이 72%를 차지했다.2000㏄ 이상이라고 해서 ‘사치품’으로 볼 근거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자동차 특소세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과세 취지에 맞게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 특소세는 얼핏 많아 보이지 않지만 특소세에 따라 교육세, 부가세, 취득·등록세 등 자동차 구입시 내야 하는 세금들이 줄줄이 오른다. 교육세는 특소세의 30%, 부가세는 공급가(공장도가+특소세+교육세)의 10%, 등록세는 공급가의 5%, 취득세는 공급가의 2%다. 또 보유단계에서 자동차세(㏄당 80∼220원), 자동차세교육세(자동차세의 30%)가 추가로 붙는다. 이후에도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유류특소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나머지 세금도 인하돼 세전가격 대비 2000㏄ 미만 차량은 약 8%,2000㏄ 초과 차는 16%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 F24의 경우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차값(출고가)이 294만원 내리고 전체 세 부담은 무려 322만원이나 줄어든다. ●2049만원짜리 등록까지 세 부담 751만원 쏘나타 F24 프리미어 기본형의 경우 공장도가는 2049만원이지만 특소세·교육세·부가세가 496만원이나 된다. 등록세(5%) 115만원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의 경우 개인간 거래에 한해 올해부터 등록세가 1.5%에서 1.0%로 내린다. 여기에 배기량에 따라 공급가의 4∼20%에 달하는 공채매입 부담까지 져야 한다. 재정경제부는 “공채는 만기까지 보유시 원금과 함께 이자가 지급되는 금융상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지역 도시철도 채권의 경우 7년 만기 이자율이 2.5%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5.08%, 회사채 5.55%에 비해 턱없이 이율이 낮아 대부분 소비자들이 채권금액의 15∼20%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공채 구입후 곧바로 매각하는 실정이다. ●요트, 골프채는 괜찮고 자동차는 안된다? 특별소비세법은 사치성 소비품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1977년 제정됐다.2004년 에어컨, 프로젝션TV,PDP TV, 골프용품, 모터보트, 요트, 수상스키 등이 제외돼 현재 승용차, 유류, 보석·귀금속, 녹용·로열젤리, 슬롯머신 등 카지노 기구, 총포류, 고급 시계·모피·가구·융단기, 방향용 화장품(향수) 등 14개 물품과 유흥음식점, 골프장, 경마장, 경륜장, 카지노 등만 남았다. 보급대수가 특소세법 제정 당시 12만 5613대에서 현재 1535만대로 늘어나 가구당 1대꼴로 가지고 있는 자동차가 룸살롱, 골프장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소세가 폐지된 PDP TV는 현재 보급대수가 25만대에 불과하다. 재경부는 “자동차 특소세는 88년 40%에서 2003년 10%로 점차 인하돼 왔으며 현재 개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특소세와 교육세는 2004년 7800억원이었다.‘특소세’라는 이름이 굳이 문제라면 다른 항목으로 바꿔서라도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성익 이사는 “이미 과세 취지가 퇴색한 자동차 특소세를 세수 확보용으로 묶어두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정수입체계(자동차 관련 세금이 전체 세수의 16%)는 자동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시장 위축시 국가재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개팔자가 상팔자

    개팔자가 상팔자

    올 초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개띠해인데, 올해는 초복 중복 말복을 하루로 통일하면 안되겠니?” “욕할 때 왜 내 새끼들 거들먹거리니∼.” 한국인의 개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애완견 문화로 ‘대접’하거나, 보신탕 문화로 존재한다. 정말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키우기 좋은 애완견(pet dog)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 같은 반려견(company dog)이라 부른다. 유별나게 개를 키우든, 조금 다른 뜻으로 개를 좋아하든 상관없다.12년 중 올 한 해만은 개처럼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보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개팔자가 살팔자…금방석 앉았네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80% 이상이 애완견 시장이다. 애견병원, 애견미용실, 애견옷가게, 애견카페 등 곳곳에 개를 위한 장소가 들어섰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애견테마파크 ‘페티앙 캐슬’이다.1500여평 규모에 공원형 애견 시설과 쇼핑몰형 테마 시설을 접목시킨 곳.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열자마자 애견인들의 관심의 대상이자,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됐다. 강아지에 대한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초보라면 꼭 들러 다양한 교육을 받아도 좋다. ●우리 강아지 ‘용’ 된다! 페티앙의 장점은 원스톱 관리다. 강아지 미용, 건강, 음식은 물론 애견 신분증 발급도 가능하다. 애완견의 모습을 더욱 멋지고 예쁘게 찍어주는 전문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애견가로 잘 알려진 재벌가의 자택수의사인 박현종씨가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병원시설도 잘 돼 있다. 120평의 넓은 애견쇼핑몰에는 없는 게 없다. 애견 옷부터 쿠션, 욕조, 사료, 장난감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격대부터 고가의 물건까지 갖춰져 구경할 수 있다. 요즘은 흔해진 애견 옷은 1만원 이하부터 10만원대를 훌쩍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고가의 ‘명품’코너에는 40만원짜리 수입 가죽조끼도 전시해놓았다. 고급스러운 금사 방석, 초극세사 원단으로 멸균·항균기능을 갖춘 방석, 애견 전용 욕조 등은 단지 ‘사치품’으로 넘겨버리기엔 기능이 뛰어나고 욕심이 날 정도로 예쁘다. ●애견과 함께 놀아요 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장에서 뛰어오는 개들은 마냥 신나보인다. 좁은 아파트에서 살던 개들이 한껏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곳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훈련사에게 무료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인기도 높아지는 장소는 단연 애견 수영장. 청정 1급수를 사용하고, 애견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어 개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 싶은 애견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소형견은 2만 5000원, 중·대형견은 4만원. 애견 레스토랑에는 애견 전용 메뉴도 있어 애견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페티앙 캐슬 입장료는 없다. 회원가입을 하면 회원종류에 따라 쇼핑몰 30∼50%, 수영장 10∼50%, 미용실 30% 등 할인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031)335-5830.www.petian.com ■ 우리 해피 건강관리는 웰빙숍에서 애완견과 특별한 무엇인가를 나누고 싶다면 이곳을 참고하자. ●분위기있는 카페에서 친구 사귀고 5∼6년 전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빠른 속도로 번진 애견카페는 이제 정돈 상태다. 애견마니아에게 사랑받는 곳만 남아있다. 경기도 미사리 카페촌에 있는 ‘멍스’(031-792-5573·www.mungs.co.kr)는 여유있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다양한 애견을 볼 수도 있다. 넓직한 카페에 들어서면 이곳 아이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첼로’(그레이트 피레니즈)가 맞는다. 손님이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할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어 ‘첼마담’이라는 애칭도 있다. 배용준과 CF 촬영도 한 유명한 아이. 개를 키우지 않아도 커머, 아지 등 애교가 넘치는 아이들을 보러 오는 손님도 많다. 최근 압구정동으로 이전한 ‘이글루’(02-511-0980), 논현동 ‘독스’(02-517-2202), 홍익대 근처의 ‘바우하우스’(02-334-5152)도 대표적이다. 호텔, 미용, 목욕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크기에 따라 미용은 1만∼7만원선, 호텔은 1박에 1만∼2만원선. ●우린 특별하니까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 편에 있는 애견 제과점 T베이커리(02-511-6750)는 ‘개 전용 웰빙숍’. 웰빙 사료를 비롯해 설탕, 소금, 인공조미료, 색소 등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식와 쿠키,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먹을 것을 가리거나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애견을 위해 이곳을 찾는 단골과 멀리서 수소문해서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최근 경기도 분당점도 열어 영역을 확대했다. 주인과 애견용 커플 패션을 주문제작해 주는 온라인 사이트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애견패션 사이트인 ‘퍼피아(thepuppia.com)와 ‘루쏘볼페(www.lussovolpe.com)’ 등에서 애견과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 옷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가 보통 2만∼6만원선으로 저렴해 품절이기 일쑤다. 이밖에 개의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 사이트나 장례서비스를 돕는 업체도 있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랑을 쏟기도 한다. 강아지옷 직접 만드는 이인숙씨 열살짜리 말티즈 ‘아미’와 네살배기 ‘미르’를 키우는 이인숙(36)씨는 이미 ‘강아지옷 만드는 예쁜엄마’로 애견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강아지 키우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이트(www.lynn.pe.kr)의 회원수는 무려 3만 3000여명. 하루에도 수백명의 방문객이 북적거린다. 인숙씨는 아미와 미르에게 특별한 ‘개인기’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아미와 미르)의 귀여운 모습만 봐도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엄마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고 느낄 때나, 기분 좋은 표정을 읽었을 때, 근사한 간식을 앞에 두고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빙글빙글 돌며 좋아할 때 너무 예뻐요. 옷을 만들어 입혀주면 사진을 찍겠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 행복감마저 느끼죠.” 아이들에게 옷을 만들어 준 것은 4년전. 아미의 털을 밀게 돼 옷을 사 입혔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입지 않는 자신의 옷들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만들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장 기능이 좋지 않던 미르를 위해서는 사료 대신 전공(영양학)을 살려 영양 균형과 칼로리를 맞춘 음식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미에게 맞는 옷을 만들면서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편한 옷을 만들어주고, 미르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면서 다른 애견인에게도 방법을 전수하는 ‘범국민적인 일’로 확대된 것이다. 좀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컵 속에 들어가는 크기의 애완동물인 ‘티컵 사이즈 펫’이라는 말을 들으면 소름이 쫙 끼쳐요. 생명체를 장난감처럼 대하는 풍토가 얼마나 잔인한지…. 함께 살기 시작한 애견은 같이 즐거움을 나누는 대상이예요. 같이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지 인간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애견인이든 아니든 인숙씨의 말을 우선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위해 그의 노하우를 살짝 들춰보자. 내팬티에도 이불에도 푸들이 뛰어놀아요 병술년, 개띠해를 맞아 강아지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친근하고 귀여운 개의 이미지를 살려 커플 제품이나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귀여운 강아지 제품을 입고 덮고 ‘비비안’은 귀여운 강아지가 럭비공을 갖고 뛰노는 모습을 프린트한 커플 트렁크 팬티를 선보였다. 강아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프린트하고, 부분적으로 야광 효과를 넣어 귀여운 스타일을 연출한다.‘임프레션’의 커플 파자마에는 강아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캐주얼하고 발랄한 느낌을 좋아하는 커플에게 좋다. 좋은사람들의 1925세대 감성내의 ‘예스’의 ‘바우와우’ 시리즈는 불테리어종을 캐릭터화한 제품. 쫑긋 선 귀와 한쪽 눈에 크게 찍힌 점 등 특이한 외모에 빨강과 파랑 등을 포인트로 매치해 익살스럽다. 아가방은 귀여운 강아지가 제품 곳곳에 디자인된 ‘에블린 시리즈’를 준비했다. 젖병, 기저귀, 이불, 분유케이스, 욕조, 보행기 등 모든 제품에 강아지 캐릭터가 모티브로 활용돼 아기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속싸보, 속싸개, 방수요, 담요 등 섬유를 이용한 제품들은 은행나무 추출물로 만든 천연섬유 징코 소재를 사용하고, 천연 순황토볼이 들어 있는 건강 베개도 내놓아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잡았다.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개띠해를 맞아 옥션(www.auction.co.kr),G마켓(www.gmarket.co.kr),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는 강아지 모양의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즐비하다. 하얀 말티즈의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표지의 ‘도기다이어리’(1만 5000원)는 강아지 사진들이 가득해 인기있는 상품. 두 마리 강아지가 앙증맞은 ‘강아지 분수대’(9900원)는 장식성과 가습기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인테리어 제품이다. 강아지 캐릭터를 이용한 저금통으로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어떨까. 동전을 올려 놓으면 강아지가 나와 가지고 가는 제품이나 강아지 모양으로 만든 저금통을 이용해 동전을 차곡차곡 모아보자. 올 한 해의 마지막쯤에는 마음도, 지갑도 든든해질 것이다. 강아지 캐릭터 클립(4700원)은 강아지를 본떠 만든 고무 제품. 입속에 물건을 꽂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유리벽에 붙이기만 해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필요에 따라 컴퓨터 책상 거울 등에 붙여놓고 명함 볼펜 메모지 열쇠고리 CD걸이로 이용할 수 있다. 강아지만큼 귀여운 아이들에게 강아지 캐릭터 선물을 주는 것도 좋겠다. 시추 푸들 슈나우저 모양으로 만든 캐릭터 가방(2만원)은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멜 수 있는 제품으로 깜찍하고 실용적이다. 강아지 실내화(6900원)는 그로밋과 바둑이 캐릭터를 이용했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돌기처리가 되어 있어 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실내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신을 수 있다.
  • [열린세상] 압축성장의 그늘을 넘어서/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역사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정직하다. 지난 역사를 만들었던 정치적 결정과 인식체계는 반드시 특정한 현상이나 사건으로 현대사의 현장에 나타난다.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의 시대적 희극, 혹은 비극에 묻어 있는 역사의 흔적은 무엇인가? 왜 황 교수는 그처럼 무모하게 논문을 조작하려 했으며, 한때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국민들이 보여줬던 열광적 환호의 인식적 정체는 무엇인가? 왜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원천기술 운운하며 끝까지 국민들을 자신의 논문조작에 공범으로 만들려 했던가? 새해 벽두의 허탈, 분노, 좌절감 이전에 이 사태의 현재적 성찰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황 교수 파문은 한국 근대화의 그늘이다. 압축성장의 신화에 매몰되었던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과 다름없다. 우리들은 성과 제일주의의 인식에 젖어 있었음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나 도덕, 정의의 문제는 한가로운 사치쯤으로 생각해 왔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급속한 근대화는 물질적 풍요로움의 욕망을 키워왔다. 이른바 ‘대박의 꿈’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확천금의 투기는 재테크의 신기(神技)로 변장하고, 모두들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며 서로에게 대박의 최면을 걸고 있지 않은가. 황 교수의 연구에 국민들 대부분이 열광했던 것도 생명공학 관련 새로운 산업분야가 잭팟(jackpot)을 터트릴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황 교수 사태에서 국익 우선주의가 지나치게 우리들 인식세계를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세계화시대가 도래한다고 외쳐대면서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것은 거의 무비판의 영역이 되어 왔다. 황 교수가 국민들을 후원군으로 삼고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도 그같은 국민정서가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맹목적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한 단면이다. 동시에 우리는 서구 선진사회에 대한 동경과 맹종이 여전히 우리의 의식세계를 포박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외국학술저널에 대한 맹신으로부터 황 교수 사태가 발단되지 않았다고 감히 누가 자신할 수 있으랴?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국 학술저널에 목을 매고 있다. 외국 학술저널 게재 유무가 대학의 연구력 성과를 가늠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다. 황 교수 사태는 ‘자가발전’의 전형이다. 막무가내식의 자가발전을 비평없이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살아 왔다. 아름다웠던 전통인 겸양지덕은 어느 틈엔가 실종된 것 같다. 혼자 잘났다고 떠벌리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가발전이 통한다고 믿고 한층 조바심을 내면서 자신도 같은 패턴을 답습해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구조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심리에 몰두해 있는가를 여실히 방증하는 사건이 황 교수 파문이다.“아무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주문(呪文)처럼 되뇌면서 한국인들은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가기를 요구받아 왔다.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경쟁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참담한 의식에 우리가 너무 압도되어 있다는 말이다. 다투어야 한다는 의식, 남을 제치고 올라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 의식세계를 장악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공동체 의식을 희박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이제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황 교수 사태는 압축성장의 그늘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는 요원한 프로젝트로 남을 뿐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책꽂이]

    ●딴 동네 교회(문승용 지음, 평단펴냄) 네 컷 만화속에 개신교의 현 세태에 대한 풍자를 담은 책. 지난 6년간 ‘기독신문’에 ‘문고리’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신앙만화를 엮은 것으로, 사치와 권위에 젖어 있는 목사들과 교회 문밖으로만 나서면 딴 사람으로 변하는 교인들을 비판한다.1만원.●한국사회 어디로 가나?(조대엽·박길성 등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권위의 패러다임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가, 새로운 권위구조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았다.1만 5000원.●아폴로도로스 신화집(아폴로도로스 지음, 강대진 옮김, 민음사 펴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휘기누스의 ‘신화집’과 함께 그리스 원전 3대 신화집으로 꼽히는 책. 티탄들의 반란과 전쟁부터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까지 고대문학 작품들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1만 8000원.●에로스와 타나토스(조용훈 지음, 살림 펴냄) 서양미술에 나타난 사랑의 미학을 표현한 책. 샤갈, 뭉크, 클림트, 모딜리아니, 루벤스, 미켈란젤로 등이 남긴 불멸의 회화들을 통해 사랑과 유혹, 죽음에 새겨진 미의 본질을 들여다본다.1만 5000원.●현대 우주론을 만든 위대한 발견들(찰스 세이프 지음, 안인희 옮김, 소소 펴냄) 신화에서 최근의 빅 스플랫 이론까지, 현대의 우주론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책. 코페르니쿠스 혁명, 허블의 혁명, 초신성 우주론 등 3가지 혁명을 통해 우주의 비밀에 다가간다.1만 2000원.●미래(수전 그린필드 지음, 전대호 옮김, 지호 펴냄) 21세기 과학기술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를 그려본 책. 저자는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의 일상적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사고의 방식, 타인과 관계하는 방식까지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다.1만 5000원.●예수, 선을 말하다(케네스 링 펴냄, 진현종 옮김, 지식의 숲 펴냄) 성공회 신자이자 선사인 저자가 기독교·불교·도교에 대한 탄탄한 지식과 다년간의 선 수행을 바탕으로 기독교와 선불교의 소통과 열린 대화를 시도한다. 또 갈등을 겪고 있는 종교간 공존의 방법도 모색한다.2만 2000원.●바이칼에서 찾는 우리민족의 기원(이홍규 엮음, 정신세계원 펴냄) 우리 민족 형성의 뿌리를 한반도의 북방 시베리아 바이칼호 지역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담았다. 이홍규 박사 등 한국바이칼포럼 학자들이 지난 2002년의 북방 답사와 유전학·언어학·고고학 자료들을 바탕으로 엮었다.2만 5000원.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신개념 ‘하류’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신개념 ‘하류’ 열풍

    일본에 ‘하류사회’ 열풍이 불고 있다. 소비·도시·문화연구 싱크탱크인 ‘컬처스터디스연구소’를 운영중인 미우라 아쓰시(47)가 지난 9월 ‘하류사회’라는 책을 출판하면서부터다. 책은 출간 3개월만에 65만부가 팔리는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은 “하류는 단순히 소득이 낮은 하층과 다르다. 의사소통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울 의욕, 소비의욕 등 총체적으로 의욕이 낮은 사람이다.30대초 남성이 주류”라고 정의했다. 소득도 올라가지 않고, 미혼 확률이 높은 ‘하류’가 일본에서 보통명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하류사회’의 저자 미우라는 책 출판 뒤 유명인사가 됐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기업들에서 마케팅 전략에 대한 강연 요청도 줄을 잇는다. 릿쿄대학에서는 26일부터 3일간 특별강연도 한다. 미우라를 도쿄도 외곽의 사무실에서 만나 하류사회 열풍에 관해 들어보았다. 일반회사와 잡지 편집장, 미쓰비시종합연구소를 거쳐 1999년부터 소비·문화·도시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류’의 정확한 개념은. -1970년대 초반 태어난 제2베이비붐세대(최대 1400만명)가 주류다. 이들이 자랄 때는 일본이 경제대국이 되고, 총중류사회가 됐다. 당시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중류가 됐다. 이들은 신분상승 욕구가 적다.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려는 의욕이 낮다. 경쟁에서 탈락한 반에 가까운(연구소 조사결과 이 세대 남성 48%가 ‘하’라고 대답) 수백만명이 하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류화 경향은 언제 시작됐나. -30년, 짧게는 20년전부터 시작됐다.400만명 정도인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들 다수가 하류다. 이들이 고교·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거품이 붕괴돼 취직이 어려웠고, 정사원 대열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주로 하류다. ▶하류사회는 과도기적 사회현상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 제2베이비붐 세대는 소득차가 20∼30배 이상 나기도 한다. 하류들은 원래의 중류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하류를 프리터, 니트족(無業者), 파라사이트족(부모에 얹혀 호화롭게 사는 젊은이), 하층계급과 구분할 수 있나. -4가지 부류에 다 포함되는 사람도 있다. 의욕과 희망을 가진 프리터도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하류가 아니다. 하류의 중심세력은 30대의 제2베이붐세대 남성이다. 하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욕의 유무다. ▶하류들은 복권을 선호하나.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경향이 상류보다 강하다. 운에 좌우되는 복권과 파친코를 하류들이 선호한다. ▶‘의사소통 능력’이나 ‘의욕의 정도’에 따라 하류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측면도 있다. 다만 내 이론에 아직까지 공식 반론은 없다. ▶하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가. -이들은 세대인구가 많아 수험경쟁도 심했고, 진학률도 낮았다. 취직도 어려웠다. 운이 나쁜 세대다. 취직이 돼 5,6년차가 되어도 후배가 안 들어와 복사나 커피심부름을 했다. 이런 환경들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10∼20년 뒤에 부모와 하류의 자녀가 함께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하류일수록 부모의 소득이 낮다. 정사원이나 프리터는 부모학력과 수입도 높지만 실업자, 니트 등은 부모 수입도 낮다.60세 전후 부모들의 퇴직도 시작됐고, 이중파탄(부모와 하류가 함께 파산하는 것)도 시작되는 단계다. ▶하류들의 ‘37세 위기설’‘사회 불만 폭발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하류는 32세가 가장 많은데 5년뒤가 문제다. 동료 중에 부장급으로 승진해 집도 사고, 연수입도 1000만엔이 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반면 자신은 결혼도 못했는데 흰머리만 늘고, 직장도 없이 초라하다. 질투가 생긴다. 범죄에 빠질 수 있다. 최근 흉악범죄자(나라현 초등생 살해 등)가 37세 남·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류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 기업의 대책은. -부모는 자녀가 정사원이 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일본은 자기책임주의사회다. 국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경제계도 자유방임주의다. 고이즈미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따라서 복지사회가 되긴 어렵다. 실패한 젊은이들이 몇번이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프리터노조 인정, 정사원과 유사한 연금 보장 등이 필요하다. ▶하류들도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조사결과가 있던데. -하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 바람을 바람으로 끝내버리는 게 하류다. ▶하류를 무시하면 기업도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책 속에 있는데. -하류도 무시못할 소비층이다. 하류 분류는 마케팅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류들은 ‘바보의 벽’,‘하류의 벽’에 막혀 ‘벽너머’에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는데. -사회가 모든 걸 제공하니까 젊은이들에게서 의욕을 찾아볼 수 없다. 창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문명 발달의 영향이 크다. ▶하류들은 탈출할 기회가 막혀있나, 아니면 기회는 있는 것인가. -창업을 통해 탈출할 기회를 늘려주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회가 생긴다. 다만 하류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제2베이비붐세대의 문제다.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하류들은 후지TV를 즐겨 보고, 자민당을 지지하며,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는데. -조사결과가 그렇다. 표본이 적지만 결과는 납득할 수 있다. 하류들이 자민당에 투표했는지 뒷받침할 조사결과는 아직 없다. 내년에 조사한다. ▶하류사회 이론을 한국사회에도 적용시킬 수 있나.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을 것이다. 미국의 영향도 많이 받고, 소자화(少子化:저출산)문제도 심각하다.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류 문제를 먼저 체험한 나라는 미국이다. 백인 젊은이중 17∼18%는 의욕부족으로 정사원이 안 된다. ▶왜 하류사회라는 책이 이 시점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보나. -대부분의 책은 최초 구입층이 50∼60대다. 이들이 책판매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하류사회는 최초 구입층이 제2베이비붐 세대였다. 힘든 시대를 보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 절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이한 현상이다.2주에 10만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taein@seoul.co.kr ■ ‘하류’ 겨냥 잡지·레스토랑·호텔까지 ‘하류 마케팅’ 뜬다 |도쿄 이춘규특파원|미우라의 ‘하류사회’ 열풍이 출판시장을 넘어 학계와 산업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류사회 돌풍의 영향은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저자인 미우라가 “1억 총중류 시대가 아닌 상류·중류·하류로 분류되는 시대의 마케팅기법이 필요하다.”고 설파하자 식품회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회사들이 특강을 요청하고 있다. 유명 식품회사인 닛신식품의 안도 고기 사장이 지난해 가을 기존의 대량소비사회에서 벗어나 “저소득층을 겨냥한 상품도 개발한다.”고 선언해 화제를 뿌린 것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앞서 니와 우이치로 이토추상사 회장도 “일본 소비자는 미국처럼 소득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다. 특정소득계층을 무시하면, 지금부터 일본기업은 고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미우라의 실증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른바 ‘하류 마케팅’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출판사인 K사는 하류를 겨냥한 새로운 잡지를 내년 창간할 예정이다. 남성전문지로 주요 독자층은 ‘하류사회’다. 하류들에게 새로운 삶의 자극을 주는 방법론을 개발, 전달하겠다는 것이 잡지사측의 설명이다. 다른 하류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류들을 겨냥한 레스토랑과 호텔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최근 업계관계자들이 “하류대국인 일본에서 하류를 배제하면 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하류가 화제다. 하류사회 관련서적들도 덩달아 인기다. 도쿄가쿠게대학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의 ‘희망격차사회’나 ‘양극화일본’(가와마타 사치히로 저) ‘연수입 300만엔시대를 살아남는 경제학’(모리나카 타쿠로 저) 등이 화제다. 이 책들은 총중류사회가 무너지고 상류·하류로 양극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분석했다. taein@seoul.co.kr
  • 슘페터著 ‘경제발전의 이론’ 완역출간

    ‘창조적 파괴’ 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저서 ‘경제발전의 이론’(박영률출판사 펴냄)이 완역 출간됐다.한신대 박영호 교수의 4년간 작업의 성과물이다. 슘페터는 마르크스 대항마로서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공황이 터져 자본주의는 결국 망한다는 게 마르크스의 주장이라면, 자본주의는 ‘기업가 혁신(Innovation)’으로 불황을 돌파한다는 게 슘페터의 생각이다. 자본주의를 긍정하는데다, 오너들의 위상까지 드높일 수 있으니 슘페터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런 해석은 사실 슘페터의 진면목과 다르다. 거칠게 말하자면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망해서 사회주의가 들어선다.’고 봤다면, 슘페터는 정반대로 ‘자본주의가 성공해서 사회주의가 들어선다.’고 보는 입장이다. 자본주의 발달로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갈수록 사회적 관리체제 발달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 그 자체를 공격하는 비판이론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렇게 보면 재계가 그렇게 껄끄러워해 마지않는 참여연대 등 재벌개혁세력의 등장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발달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자본가들을 담합이나 일삼는 더러운 장사치로 비판했던 애덤 스미스가 자유시장의 수호자로만 알려진 것만큼이나 슘페터도 오해받고 있는 것이다.‘경제발전의 이론’은 기업가 혁신 개념 정립에 충실한 책이다.2만 3000원.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약 추출물 성장촉진 효과”

    천연 한약성분 추출물이 어린이들의 성장호르몬 분비량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어린이 성장 전문 하이키한의원의 박승만 원장팀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천연 한약성분에서 추출한 성장 촉진물질 ‘KI-180’을 만 9∼14세 어린이 166명에게 먹인 뒤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체내 성장호르몬(IGF-1) 수치가 연간 평균 13.7%나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IGF-1’호르몬은 키가 자라는 데 중요한 지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물질은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연구팀은 이 동물실험 결과를 내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실험생물학연합학회(FASEB)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IGF-1호르몬 수치를 비교한 결과 치료전 평균 586ng/㎖이던 것이 치료 후에는 665ng/㎖로 연간 평균 13.7%가량 증가했으며, 키는 월평균 남자 0.7㎝, 여 0.67㎝씩이 자라 1년 평균 성장률이 8㎝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1년 이상 성장치료를 한 결과 남자는 평균 8.4㎝, 여자는 평균 7.3㎝가 자랐으나, 여자는 초경 후 2년이 지나면 성장판이 거의 닫히기 때문에 1년에 4㎝ 이상 크기는 어려웠다.”며 “자녀에게 매일 우유 1ℓ와 치즈 2장을 꾸준히 먹인다면 방학 동안에 2㎝ 이상 자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시험에서는 성장이 느린 아이들 32%가 단백질이 부족하고,26%는 지방 과다 상태로 나타났다. 박 원장은 “이 조사치는 식욕부진이나 편식·비만 등이 저성장의 주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콤플렉스 남성 사랑만나려면

    콤플렉스 남성 사랑만나려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K(33)씨. 그는 최근 선을 보았다가 상대 여성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맞선 자리에 나온 여성은 K씨를 보자마자 “어머, 황비홍이네.”라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30대 초반에 앞머리가 숭숭 빠진 K씨를 두고 상대 여성은 영화 황비홍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의 머리모양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내뱉은 것.K씨는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결혼도 못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콤플렉스는 스스로 만드는 것” 키가 작다, 차가 없다, 돈이 없다, 집안이 별 볼 일 없다 등 콤플렉스 많은 남자에게 사랑은 어렵기만 하다. 온갖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인간관계마저 매끄럽지 않은 남성들에게 사랑은 사치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콤플렉스 하나 없는 남성이 어디에 있겠는가. 연애 컨설턴트들은 남성들이 이성을 만날 때 콤플렉스라고 느끼는 부분이 스스로 위축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연애 칼럼니스트 임기양(29·여)씨는 콤플렉스가 많은 남성일수록 너무 깊이 생각하고 더디게 행동해서 좋아하는 여성에게 고백 한번 못하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어쩌다가 연애를 시작해도 상대 여성이 해주는 칭찬을 왜곡해서 받아들여 자신의 단점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랑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애를 해도 늘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남성은 콤플렉스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콤플렉스 거들떠보자 데이트 코치 김지나(27·여)씨는 사랑의 방정식을 축구경기에 대입해 설명한다.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이 자기의 콤플렉스에 매몰돼 있으면 절대 골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콤플렉스 진단과 극복의 첫걸음으로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인용했다. 우선 거울 앞에서 자기 생김새와 인상을 조목조목 따져본 뒤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 적는다. 키가 작은지, 얼굴이 못생겼는지, 돈이 없는지, 직장생활에 비전은 있는지 등을 신랄하게 적는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대 여성의 조건도 함께 적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기의 장·단점을 인식한 뒤에 이상형 조건에서 50%는 과감하게 지워버리는 것이다. 김씨는 “양손에 무엇인가를 가득 들고 있으면 아무 것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 누군가를 잡고 싶으면 그 사람을 꼭 잡을 수 있도록 한쪽 손에 쥔 것을 아낌없이 놓으라.”고 충고했다. ●콤플렉스는 뛰어넘어야 할 사랑의 장애물 연애컨설턴트 송창민(28)씨는 단점이 하나 있다면 장점을 아홉가지 살려내 자기만의 매력을 키우려 노력해야만 멋진 사랑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본인의 콤플렉스만 깨달았다고 사랑이 찾아오지는 않는 법. 마음이 끌리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해야 한다. 키가 작아서, 데이트할 차가 없어서, 상대 여성보다 학벌이 떨어져서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본인의 콤플렉스를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대머리이면 가발도 써보고, 키가 작으면 키높이 구두도 신어보고, 상대 여성보다 지적 능력이 부족하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송씨는 “사랑을 얻으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멋있는 남자가 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서 “콤플렉스는 장애가 아니라 육상 경기의 허들과 같아서 열심히 뛰면 누구나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자연으로의 회귀 ‘수목장’ 관심 증폭

    자연으로의 회귀 ‘수목장’ 관심 증폭

    ‘자연으로 아름다운 회귀(回歸).’장례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사회적,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타계한 고려대 김장수 교수의 첫 수목장이 소개되면서 신선한 충격이 됐다. 지난 23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삼나무·편백숲에서는 평생을 나무와 함께 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이 치러졌다.1987년 전북 순창의 선영에 안장됐던 임씨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고자 산림청과 유가족들이 뜻을 모아 일생 동안 키워온 또 다른 자식(?)의 품으로 모셔온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목장을 제도적으로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수목장에 대한 서약자가 나오고 있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캠페인도 벌일 채비도 갖추고 있다. ●현행법상 수목장은 불법?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해 골분(骨粉)을 나무 밑에 묻는 자연친화적 장묘방식이다. 울타리나 비석 등 인공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기에 이름 석자가 적힌 팻말만 세워질 뿐이다. 그러나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명문규정이 없어 누구나,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7일 “법적 근거는 명확지 않지만 요건을 갖췄을 경우 매장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목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산림청은 산지관리법 개정안과 내년 시행되는 산림자원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수목장림 조성을 명시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수목장을 명문화한 장사법 개정안을 빠르면 연내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수목장은 묘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전체 분묘는 2000여만기로 추산된다. 이를 면적으로 환산했을 때 약 998㎢에 달한다. 이는 국토면적(9만 9600㎢)의 1%, 서울시(605㎢) 면적의 1.6배에 이른다. 더욱이 해마다 18만기의 묘지와 납골묘가 조성돼 여의도 면적(840ha)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장사법은 산지의 잠식과 함께 대형화되고 사치스러워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수목장은 국토 보존과 무리한 장례비용으로 인한 과소비 억제 등 현실적인 성과 외에도 숲가꾸기의 의미 등 다양한 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화장의 확산도 수목장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2003년 현재 화장률은 46.4%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라면 2020년께 75∼8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화장유골 처리는 납골이나 산골(산이나 강에 뿌리는 자연장) 방식이 주로 사용되지만 호화로운 납골당 등이 등장하면서 또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김용한 산지보전협회 사무총장은 “수목장 개념이 설정된 만큼 실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면서 “납골당에서 경험했듯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산림부서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모목은 10년생 소나무 등이 좋아 산림청은 산림·장례·종교·환경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해외 사례를 우리 문화와 환경에 맞춰 재정립한 한국형 수목장 모형을 만들었다. 이를 기준삼아 수목장림 조성 후보지 선정작업을 벌여 현재 10여개의 국유림을 발굴했고 연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수목장 부지는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호화·사치 우려를 없애기 위해 기존 산림에 조성하는 방법(산림형)이 권장되고 있다. 유럽 공원묘지형은 일반인도 사업이 쉬워 호화·대형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소유주 변동이 적고 체계적인 산지관리가 가능한 국·공유림,30∼50㏊가 적정규모로 제시됐다. 추모목은 구입 및 관리 편의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소나무와 느티나무, 은행나무 같은 교목(喬木)으로 고목보다 10년생 정도의 나무가 추천되고 있다. 또한 식재보다 자라고 있는 나무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정착 때까지 개인·수익단체 사업 불허 이외에 부착물은 수목장의 취지를 살리고 님비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일정표지 이외의 시설물을 일절 설치하지 않는 것을 제시했다. 수목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수목장림 사업도 유망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수목장림 조성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벌써부터 부실업체 난립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골분을 집단처리할 경우 환경오염 문제의 불가피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수목장이 정착될 때까지 개인 및 사설·수익단체에 대한 사업승인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나 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시범림을 조성, 운영한 후 모델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합법적인 수목장은 빨라야 2007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광수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수목장이 바람직한 장묘문화로 추천되고 있지만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국민 설득과 이해가 필요하고 초창기 올바른 모델 정립이 요구돼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비용은 얼마나? 수목장 비용은 얼마나 들까? 산림조합중앙회가 수목장림과 다른 장법의 비용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추모목 1그루의 평균 가격은 156만 7000원으로 추산됐다. 추모목 1그루당 5인이 합장되는 것을 기준으로 환산시 1인당 비용은 19만∼39만원 수준이다. 이는 1㏊당 나무 수가 200∼400그루로 산정됐고 초기 조성비와 관리비(25년간)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러나 이윤이 포함되는 사유림 및 산속에 조성되는 수목장림을 이용할 경우, 비용은 좀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과 영국이 500만∼600만원, 독일과 스위스의 450만원과 비교할 때 저렴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용되는 장법별 1인 기준 비용은 매장이 179만∼545만원, 납골묘 52만∼105만원, 납골당 39만∼347만원이다. 이에 따라 수목장림 도입시 타 장법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뿐만 아니라 저렴한 장묘서비스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수목장 예찬론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장묘문화 대안으로 정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외국에선 어떻게 스위스와 독일·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개혁 정책의 하나로 수목장이 활성화돼 있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장묘방식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수목장림 관리 및 운영기술이 특허 등록되기도 한다. 초기 수목장은 새로 나무를 심는 방법으로 치러졌으나 신규 식재의 경우 4월과 11월만 가능하고 나무의 고사가 많아 기존 나무를 활용하는 것으로 개념이 전환됐다. 현재 스위스에는 도입 6년 만에 25개 주에서 55곳의 수목장림이 운영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수목장을 하기 전인 생전에 추모목을 구입한다. 수목장림 형태도 울창한 숲뿐 아니라 정원·동산 등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어떠한 경우든 철저히 자연 상태로 살린다는 원칙을 준수, 어떤 시설물 설치도 허용되지 않고 골분도 그대로 파묻고 있다. 추모목은 99년간 관리되며 이 기간 산주나 지방정부는 추모목을 베거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추모목은 개인부터 가족, 친지, 공동추모목 등으로 다양하다. 2001년 11월 첫 수목장림이 마련된 독일은 장묘와 임업경영 결합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스위스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발전속도는 오히려 스위스를 능가한다. 독일 수목장림은 대규모(50∼100㏊)로 조성되고 정부가 인허가권을 행사한다. 옥수수와 밀을 사용한 분해성 유골함을 사용하는 격식도 갖췄다. 규모가 크다 보니 안내판을 비롯, 휴식의자, 산책로가 조성되고 주차장,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설치돼 있다. 산주는 임야를 제공하고 임대료를 받으며 행정관리는 전문기업, 수목관리는 산림관리소가 맡는다. 조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특히 지역 시민단체의 협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영국의 수목장은 공원묘지 시설 내에서 이뤄진다. 추모목도 교목에서 관목, 초본류(잔디)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유골을 묻거나 뿌리기도 하고 고인을 기리는 묘비석이나 표찰을 지면부에 설치할 수도 있다. 가톨릭 전통으로 매장 위주 장묘문화가 형성된 프랑스는 집단산골 형태로 지정된 구역에 분골을 뿌리는 방식이다. 산골장소는 ‘추억의 정원’으로 불리며 공동묘지내 설치된다. 스웨덴도 프랑스와 비슷한 형태이나 산골은 유족이 아닌 묘지관리소 직원이 담당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부 종교시설 등에서 신도만을 대상으로 수목장이 이뤄진다. 사찰인 경북 영천시 은해사는 일본식, 용미리 추모공원은 스웨덴식 집단산골, 온누리공원은 영·중국식으로 행해지고 잇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재개발 열풍 서러운 달동네

    재개발 열풍 서러운 달동네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만든다.’ 서구 중세시대의 격언입니다. 당시 농노계급이 신분의 자유를 얻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은 도시로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는 왕이나 영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치권을 가지고 있던 덕분이지요. 한국전쟁 직후 다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서울은 서구의 중세 도시와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생존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일푼 ‘촌놈’들이 제 한몸 뉘일 곳은 달동네뿐이었지요.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극중 홍식과 춘섭의 달동네 생활이 팍팍한 우리네 일상과 다를 바 없던 까닭일 것입니다. 그런 달동네가 이젠 서울에서 사라져만 갑니다.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변모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대신 들어서는 ‘아파트숲’에 달동네 사람들이 등 비빌 데는 좁기만 합니다. 갈 곳 없이 남은 이들에게는 이번 겨울도 가혹하기만 합니다. 성북동 고급 빌라와 중계동 학원촌의 그늘에서 연탄 한 장과 김치 한 포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옛 것 없는 새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인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느냐는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라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함께 하지 않는 내일은 우리가 아닌 ‘그들만의 미래’입니다. 새벽 하늘에 진눈깨비가 날린 지난 21일.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는 이미 한겨울 바람이 휘감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주인 없는 집들. 코흘리개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닌다. 구멍가게 난로 주위는 노인들 차지다. 서울에서 얼마 안 남은 달동네 풍경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달동네로 향하는 길만큼이나 가파른 일상의 풍경들이 펼쳐진 곳. 그러나 달동네는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서울 달동네 사람들의 겨울나기를 살펴봤다. 서울의 달동네는 이제 손을 꼽을 정도다. 노원구 상계4동 희망촌과 양지마을, 성북구 성북2동 북정골 등 4∼5곳만 남아있다. 그것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중 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4동 ‘희망촌’은 서울시내에서 달동네의 명맥을 이어가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종점인 당고개역으로 가다 보면 창 밖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희망촌에는 300여가구 1000여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당고개역에서 내려 수락산 자락을 따라 오르는 가파른 계단과 좁은 차도가 세상과 이곳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상계 4동은 거의 전체가 3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돼 있다. 희망촌을 찾은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 이들도 부동산 업소들이다. 쓰러져가는 집마다 업자들의 명함과 전단이 도배돼 있다. 달동네 사람들에게 겨울은 여전히 가혹한 계절이다. 이중창은 고사하고 비닐과 목재문으로 겨우 바람만 막았다. 도시가스는커녕 유지비가 만만찮은 기름보일러도 이 곳에서는 사치다. 최근에는 연탄을 다시 때는 집도 늘었다. 그러나 연탄값도 버겁다. 주민 정상준(55)씨는 “하루 연탄 세 장이면 방 뜨끈하게 데울 수 있지만 돈이 없어서 마음대로 못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동네까지 배달되는 연탄은 장당 380원 정도다. 한겨울을 나려면 500장은 필요하다.20만원도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집세 오를까봐 집 수리도 못해 희망촌 건너편 ‘양지마을’에는 5800여가구 1만 6000여명이 살아간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 서울시민 대부분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도시가스가 이곳에도 들어오지 않아 연탄·기름·전열기 등에 의지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보다 연료비 부담이 더 큰 셈이다. 이날은 마침 한 기업에서 보내온 김치를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날. 상계4동 사회복지사 강수아(32·여)씨와 함께 김치를 들고 나섰다. 이곳에는 유독 독거노인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전달하는 도시락과 안부전화가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김치를 받은 김옥분(가명·70) 할머니는 연신 복지사의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는 연탄 땔 힘도 돈도 없어 작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나마 전기값도 걱정이다. 김 할머니는 청각장애까지 겪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약값 등으로 15만원이나 나가서 보청기도 새로 사지 못했다. “그래도 너희들 때문에 겨우 살아. 따뜻하게 다녀.” 김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 산동네를 오르내리는 복지사를 되레 친딸처럼 걱정한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20만원 안쪽의 월세를 낸다. 그러나 눈·비로 천장이 내려앉거나 담장이 무너져도 집주인들과는 연락이 안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연락을 못 하기는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다. 강씨는 “수리가 되면 집세 오를 걱정에 연락 안 하고 위험하게 사는 게 여기 사람들의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나무도 여전히 훌륭한 땔감 중계본동 산 104번지에는 1670여가구 4000여명이 부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도 개발 열풍이 한창이다. 주택공사와 SH공사가 이곳을 수용한 뒤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여기 주민들은 대개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된 이들이다. 다른 달동네와 달리 젊은 사람들도 눈에 종종 띄는 이유다. 젊은 부부와 중년 부인은 물론 짙은 화장에 세련되게 빼 입은 아가씨들까지 다닌다. 하지만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이들도 많다.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던 박상춘(50)씨는 “공사장 폐목이나 버려진 가구 등을 잘개 쪼개 난로 땔감으로 쓴다.”면서 “나무도 남아도는 데다 연탄값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막에 쌓아둔 나무에 불이라도 나면 동네 전체로 퍼질 것 같아 위험천만해 보였다. ●텃밭서 김장거리 수확 성북구 성북 2동 북정골은 가장 도심에 가까운 달동네다. 북악산 자락 서울성곽 바로 아래에 있다. 이곳은 비교적 다른 곳보다 생활 형편이 낫다.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도 일반 동네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길과 쓰러져가는 집들, 그리고 생활고를 겪는 이웃들이 많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북정골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텃밭이다. 가파른 경사나 집 뒤편 작은 공터에 마련한 밭에 배추나 파 등을 심었다.‘산사태의 원인인 농사를 짓다가 처벌될 수 있다.’는 구청의 경고문도 생활고 앞에서는 효력을 잃었다. 마침 서너평 남짓한 밭고랑의 배춧잎을 줍던 박순자(가명·57·여)씨는 “여기서만 열 포기 넘는 배추를 수확했다.”면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데 이렇게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성북2동 사회복지사 이주안씨는 “자연환경과 함께 사는 북정골 주민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다행히 정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달동네의 ‘대명사’ 하월곡동 산2번지. 한때 2000가구 이상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100가구도 채 안 남았다. 지난 9월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가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밀물 빠지듯 흩어졌다. 이 곳 장위중학교 맞은편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이진배(69)씨는 하월곡동 달동네 토박이다.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40여년 전 상경한 뒤 여기서 쭉 지냈다. 하지만 이씨에게 이제 남은 건 걱정뿐이다. 가게와 조그만 집의 권리금은 8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연립 하나 장만할 돈도 안 된다. 이곳을 떠나는 것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씨는 “청춘을 보낸 하월곡동을 떠나는 게 시원섭섭하다.”면서 “마지막으로 설을 쇤 뒤 지방 쪽으로 거처를 옮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두걸 고금석기자 douzirl@seoul.co.kr ■ 달동네의 유래는 ‘달동네’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정설은 없다.60∼70년대 신문에서 각종 개발 사업의 여파로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달이 잘 보이는 산자락에 천막을 짓고 산다는 의미로 ‘달나라 천막촌’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 말이 1980년 TV 일일연속극 ‘달동네’가 방영된 이후부터 불량·불법 가옥이 몰려있는 산동네를 의미하는 대명사격으로 사용됐다. 당시 이 드라마는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 큰 인기를 누렸다. 사실 60∼70년대 ‘강제이주’된 철거민들에게 허락되는 것은 비바람을 겨우 피할 만한 천막 하나였다. 수도며 하수도, 부엌까지 공동으로 사용하며 어깨 너머로 옆집의 살림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달동네는 ‘주거환경개선’이나 ‘재개발’의 대상이었지만 도시 성장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공급해주는 의미는 부인할 수 없었다. 청계천 주변, 청량리, 사당동, 봉천동, 행당동, 삼양동, 하월곡동, 상계동, 상도동 등 서울 곳곳에 자리잡았던 달동네는 80∼90년대 이후 대부분 높은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달동네의 대표격이었던 난곡도 이제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곧 경전철이 도입되는 ‘신도시’가 된다. 상계4동, 중계본동 등 일부 남은 지역들도 뉴타운이나 공공개발 등 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달동네가 없어지면 원주민들은 어디로 옮겨가느냐는 것이다. 재개발 뒤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은 30% 남짓이다. 다른 대체 주택을 찾아야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달동네가 사라지는 상황이라 이주할 곳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개발이 끝난 난곡의 경우 인근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방이 이전 달동네 주민 대부분을 흡수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도움 인천 수도국산 박물관
  • [이주일의 어린이책] 얌전히 있기엔 세상은 아름다워

    2권짜리로 나온 ‘고슴도치와 작은 이웃사촌’(니시나 사치코 글·그림, 성승희 옮김, 작은책방 펴냄)은 여러모로 신통한 동화책이다.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새로운 일을 꾸미는 고슴도치와 그의 귀여운 이웃사촌 겨울잠쥐가 주인공. 각각 6편의 짧은 동화가 담긴 두 권의 책에서는 이들이 숲 속에서 펼치는 즐거운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다. 1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에는 자연사랑의 마음이 담뿍 들어있다. 표제작인 첫째편은 특히나 그렇다. 풀밭 위에 드러누워 “오늘 하루만큼은 꼼짝도 하지 않겠다.”는 고슴도치.이웃사촌 겨울잠쥐도 얼떨결에 고슴도치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풀밭에 누워 있기로 한다.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코 끝을 간질이는 바람줄기, 새파란 하늘빛, 재미있게 생긴 구름모양, 지저귀는 새 소리,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엎드려 있던 둘은 산이 온통 보랏빛 노을색으로 물들 무렵 마침내 알아차린다.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순한 소재로 환상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글 전개방식이 놀랍다. 한편한편이 모두 독립된 그림동화가 되어도 좋을 만큼 튼실한 완결구도를 갖췄다. 은은하면서도 밝고 선명한 파스텔풍 그림이 책읽는 마음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준다.2권 ‘생일날의 약속’에도 소담스러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호기심 넘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묶여 있다.6세∼초등 저학년. 각권 8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만이 살길이다/김동률 KDI 연구위원

    More than just news. 뉴스 이상의 뉴스, 뉴욕타임스의 편집지침이다. 우리 신문처럼 거창한 사시가 없는 미국 신문은 편집지침이 곧 해당 신문이 지향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신문이 뉴스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탐사보도다. 탐사보도는 신문이 다른 매체에 비해 자랑스러운 이유를 설명해 주는 보도기법이다. 오늘날 세계 유력신문들은 탐사보도를 통해 자신의 건재를 알리면서 영상, 인터넷매체로 눈 돌리는 젊은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1971년 여름,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의 베트남 관련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데 무려 6페이지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지면을 할애했다. 이른바 펜타곤페이퍼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베트남정책은 방향을 틀어야 했다.2년 뒤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탐사보도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워싱턴DC에서만 영향력을 가졌던 지방신문 포스트는 세계 유명 신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탐사보도는 취재기간을 길게 잡고 코넌 도일의 소설에 나오는 탐정 셜록 홈스처럼 끈질기게 분석해 가는 취재기법을 말한다. 상당한 공을 들인 탐사보도는 경우에 따라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할 의혹조차도 한두 달, 길게는 서너 달 정도를 투자해 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 승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접근은 본질규명에 종종 실패하고 만다. 중앙 일간지 중 본격적인 탐사보도팀을 운영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몇몇 신문에서 ‘기획취재팀’등을 한때 조직했거나 운영하고 있지만 물먹은 자리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은 지난 16일부터 연재한 ‘파산자의 희망찾기’를 통해 파산자들의 곤고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재기에 몸부림치는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했으며 특히 파산담당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파산의 급증은 카드정책 실패의 탓’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시리즈는 파산자의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전형적인 탐사보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는 그저 고통스러웠을 것 정도로만 이해되던 파산자의 삶과 원인을 낱낱이 소개하는 귀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초보적 수준의 탐사보도에 그친 느낌이다. 비록 실증조사의 한 기법인 서베이기법과 천정배 장관과의 심층인터뷰 등을 동원하긴 했지만 비전문가적인 접근이 곳곳에 눈에 띄고, 또 그동안 떠돌던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데 그친 감도 있다. 탐사보도는 보다 깊이 있고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확실하게 던져줘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큰 신문사 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탐사보도로 승부를 건다. 퓰리처상 수상작 가운데 상당수가 탐사보도에서 나왔다.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자질구레한 기사는 인터넷이나 통신을 활용하고 그 시간에 탐사보도에 공을 들인다. 우리 언론의 경우, 특히 신문사들은 지나치게 적은 취재인력으로 지면을 만들다 보니 기획성 탐사보도를 사치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태평양처럼 넓은 지면을 메우기에도 죽어나는 판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반박하면 할말이 없게 된다. 그나마 잦은 인사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탐사보도의 경험이나 사례마저 축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신문은 모든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의 보도로는 생존자체가 불투명한 시대에 와있다. 방송·뉴미디어와 속보경쟁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결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굵직굵직한 탐사보도를 통해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사생활까지 뒷조사하고 흥미 위주로 폭로하는, 거름더미(muck)를 갈고리로 뒤적이는(raking) 먹래이킹 저널리즘 (muckraking journalism)이 되어서는 곤란하겠지만. 김동률 KDI 연구위원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늦가을과 초겨울 하늘은 참으로 투명하고 맑다. 마치 가을걷이를 위해 풍성하게 들어차 있던 들판이 텅비어 버린 것 같이 아름답고 맑아서 눈이 아프도록 시리다. 코발트빛 밤 하늘은 또 얼마나 깊고 청순한지 모른다.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눈썹위 이마에 얹고 쳐다봐야 하는 밤하늘은 마치 술이 술술 익어가는 시골의 마을처럼 우리의 애잔한 삶을 살포시 위로하는 길손같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에 떠있는 별은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천목(天目) 즉 하늘의 눈 같은 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중생들에게 혜안(慧眼)의 살림살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가로등 같은 것이다. 산에 뜨는 달 또한 마찬가지다. 산에 뜨는 달은 등불이 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는 마치 관현악의 장중한 울음 같다. 그림자 가득한 뜰을 지나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홈통을 타고 졸졸 밤새도록 울어대는 유천의 물을 발우에 담는다. 발우에는 달이 담기고 별이 담기고 영원한 적막이 흐른다. 푸른 돌솥에 찻물을 담아 차를 달여 마신다. 차의 살림살이는 차인의 마음에 따라서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다. 자신이 속한 일상속에서 잠깐 마음의 눈을 돌려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고즈넉한 시간을 갖게 한다면 차는 내 삶속에 뜨거운 용광로처럼 피어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웰빙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음료로 기능한다면 그 삶은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도록 메마르고 강파를 것이다. 일본다도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큐 소우준 선사는 주광문답(珠光問答)에서 차의 살림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일미청정(一味淸淨)하고, 법희선열(法喜禪悅)하니 조주선사는 이를 체득했지만, 육우는 이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사람이 다실(茶室)에 들어가면 겉으로는 남과 나의 구별을 떨쳐버리고 , 안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한 덕을 함양하며, 서로 간에 교제함에 있어서는 삼가고(謹), 공경하고(敬), 사념을 품지 않고(淸), 평온해지며(寂) 결국 온 세상이 평안해진다.” 이큐선사의 근, 경, 청, 적은 후일 센리휴에 의해 화(和), 경(敬), 청(淸), 적(寂)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일본다도의 핵심사상이 되고 있다. 이큐선사 이전에 일본에는 ‘다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송나라 때 전해진 음차풍속의 일환인 ‘투차(鬪茶)’가 성행했을 뿐이다. 일본에 맨 처음 말차를 전한 사람은 에이사이스님으로 천태산 만년사에 주석하며 5가7종 가운데 1파인 황룡파의 선을 배우고 귀국하면서부터로 말하나 그같은 것은 현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국으로 많은 스님들이 유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선가에서는 선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음다법이 성행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말차법은 중국에서 귀국한 많은 유학승들에 의해 시작된 문화의 공통분모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12세기 일본 사찰에서는 좌선때 애용된 말차가 단순한 음용의 수준을 떠나 하나의 다례로 정착됐다. 당시 일본의 선종사찰에서는 중국 선종사찰에서와 같이 생활규범으로서의 청규가 있었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사찰에서 대규모의 차회가 열릴 정도로 끽다법이 일반화됐다고 보여진다. 그같은 선종사찰의 말차법은 현재도 행해지고 있는 건인사의 경우에서 보면 확연해진다. 건인사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네머리의식(四頭·요쓰가시라)’을 진행한다. 그 다례를 살펴보면 맨 먼저 향을 피우는 헌향, 다과(茶菓)와 함께 말차가 들어간 천목이 배치되는 행잔(行盞), 그리고 스님이 정병을 가지고 손님이 천목(찻잔이름)에 끓은 물을 붓고 차를 저어 돌리는 행다(行茶)순으로 되어 있다. 일본교토 상국사에도 사두재연이라는 말차법이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선종사찰에서 말차법에 의한 다례가 일상화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마쿠라시대를 거쳐 아시가가 시대에는 송나라로부터 ‘투차’의 풍속이 전해졌다.‘투차’풍속은 일본무사들의 정신적인 성향과 맛물려 당시 사회지배계층의 전형적인 음차문화로 자리잡았다. 무로마치 막부시대에 일본의 다도는 화려한 꽃을 피운다.‘서원차(書院茶)’로 불리는 당시 차문화는 값비싼 차와 다완을 자랑하는 등 외형적인 화려함에 치우쳐 차의 정신이나 형식보다는 차의 품격, 다완의 가격 등 사회적인 부의 수준에 따라 그 차회의 품격이 정해질 정도로 사치스러워졌다. 서원차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너무도 귀족적인 차회였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 서원차를 주도했던 무가(武家)와 막 꽃피기 시작한 상업자본가들의 외형적인 자기과시욕 때문이었다. 사무라이들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취향과 상업자본가들의 자기과시욕의 결합은 심지어 차가 도박으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지배계층 내부의 극단적인 정신적 사치를 불러왔을 정도다. 서원차의 병폐는 사회경제적 균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의 구축을 이루려는 집권막부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갔다. 일본 다도의 창시자랄 수 있는 무라다 주코와 이큐 소우준 선사의 만남은 이때 이루어졌다. 주코의 스승인 이큐선사는 고코마쓰일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린시절 사찰로 보내졌다. 어린시절 여러 가지 고난을 이겨낸 이큐선사는 조주의 끽다거를 갈파해낸 탁월한 선승이었다. 조주의 끽다거의 공안을 깨쳤던 그는 왕실 막부의 투차의 화려함을 대신해서 원오극근선사의 ‘다선일미’를 다도의 근본형식으로 이끌어냈다. 이큐는 그의 나이 60세 때 30살의 주코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나라출신인 주코는 11살에 출가하였으나 그 단조로운 생활을 견디지 못해 환속, 이곳 저곳 떠돌며 ‘투차’나 여러곳의 ‘다사(茶事)’를 보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코는 우연히 이큐선사의 설법을 듣고 그 문하에 다시 입문하게 된다. 주코를 조주차의 깨달음으로 이끌었던 이큐선사 일화 한토막을 소개해본다. 이큐는 주코가 ‘끽다거’의 공안을 깨칠 수 있도록 각고의 수행을 주문했다. 천재였던 주코에게도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이큐선사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선수행중인 주코를 이큐선사가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끽다거”. 그러나 주코는 이큐선사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이큐선사가 차탁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담아 주코에게 건넸다. 주코가 그 찻잔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내밀자 이큐선사는 “끽다거”하며 찻잔을 깨트려버렸다. 공안이 익을 대로 익어 있던 주코는 이큐선사의 벽력같은 소리에 단박에 깨칠 수 있었다. 마침내 조주차의 근원을 알게 된 주코는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았으며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수받았다.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은 주코선사는 당과 송에서 전해진 투차의 차 문화를 대체하는, 즉 차와 선이 하나인 일본화된 품차의 정신을 만들어냈다. 주코를 통해서 차가 선이며, 선이 차이며, 끽다가 참선이고 참선이 끽다인 ‘다선일미’를 구현해냈다. 이같은 주코의 차도는 다케쇼오를 커쳐 센리휴에 의해 완성된다. 부유한 피혁상의 아들이었던 다케쇼오는 주코의 제자로부터 다도를 배웠다.36세 때 사카에로 돌아온 다케쇼오는 20세나 아래인 센리휴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다케쇼오는 일본이 다도를 통해 민족적인 정신을 눈뜨게 했다. 교토에서 와카와 다도를 함께 배운 다케쇼오는 와카를 다도에 접목시켰다. 그는 주코의 다도를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선가의 기풍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와카를 표구해 차실에 걸어놓아 일본다도에 민족적인 정신을 심어냈다. 사카에 상인 가문 출신이었던 센리휴는 주코와 다케쇼오의 차 정신을 완성해냈다. “여름에는 차실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엔 차실을 따뜻하게 하며 연료를 찻물이 잘 끓게 넣고 차는 맛있게 우려내는 것이야말로 차정신의 비결”이라고 말한 센리휴는 다다미 스무장 넓이의 넓고 화려한 서원차의 차실 대신 두세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겨우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이른바 초암차실을 완성했다. 센리휴는 전국시대의 최고의 무장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차 시종을 거쳐 일본을 천하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시종관이 되었다. 센리휴가 일본차계에 그 이름을 떨친 것은 1587년 히데요시가 주관한 천하통일 기념차회와 기타노 신사에서의 차회에서다. 센리휴는 이 차회에서 원나라 때 화가 옥간의 ‘원사만종’을 걸고 최고급 차합과 쌀 4천만섬의 가치가 있다는 ‘송화(松花)’라는 아름다운 다관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서원차의 극치를 보여준 차회였던 것이다.1589년 기타노 신사의 황금차실은 그같은 호화로운 차회의 극점이었다.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황금차실과 8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차인들의 참석은 ‘거처는 비가 새지 않으면 되고 음식은 배가 부르면 충분하다.’는 센리휴의 생각과 정 반대가 되는 것이었다. 센리휴는 일단 작은 차실을 선호했다. 그리고 중국에거 전래한 천목찻잔이나 청자완보다는 조선서민들이 사용했던 막사발(이도다완)을 즐겨 사용했다. 모양이 고르지 않고 검은 빛을 띠며 무늬가 없는 막사발을 센리휴는 최상의 다완으로 쳤다. 이같은 다도를 통해 센리휴는 마침내 주코의 ‘근경청적’의 정신을 ‘화경청적’으로 완성해낸 것이다. 일본차의 정신은 흔히 ‘와비차’로 표현된다.‘와비’란 이른바 ‘한적(閑寂)’하다는 말로 정신성이 강한 차예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차의 첫 번째 목적은 심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차와 선이 상통하는 점은 바로 정신적 경지의 정화와 승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를 마실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맛을 음미한다. 참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참선을 할 때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생각을 끊어야 한다. 다도(茶道)와 깨달음은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주체의 맑고 고요한 근원적인 감각에 치중한다. 연차, 자차, 점차, 음차 등 일련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체를 드러내며 윤회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선다일미라는 것이다. 다도는 또 근원성의 문화라는 점에서 깨달음과 일치한다. 다도의 완성은 일종의 무형의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신이 표현해내는 근원적인 문화양식인 것이다. 다도는 무형의 근원에 도달한 자신의 외재적 표현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또다른 문화양식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위대한 선사들이나, 다도를 완성한 차인들은 이미 또다른 문화를 창조한 문화의 창조인들인 것이다. 센리휴선사는 이렇게 말한다.“물을 긷고, 땔감을 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따르고, 부처께 올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이 마시고, 삽화분향하는 것 모두가 불법을 수행하는 행위인 것이다.” 차와 선의 문화는 그런 점에서 인류 미래문화의 진보를 앞당기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지암 암주 ■ 日 茶界 최고보물 ‘다선일미’ 묵적…中 송나라때 원오극근선사가 전해 일본차계 최고의 보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그것을 ‘이도다완’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송나라때 선승으로 유명한 원오극근선사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묵적이다. 서원차와 투차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차 문화를 선과 결합시켜 내 ‘다선일미’라는 일본의 차도를 창조해낸 주코가 그의 스승인 이큐선사로부터 차도의 인가증서로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해받은 것이다. 이큐선사로부터 묵적을 물려받은 주코는 그것을 다실 안에서 가장 잘 보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위치인 벽감속에 걸어 두고 사람들이 그의 다실을 드나들 때마다 무릎꿇고 예를 행하여 경의를 표하게 했다. 일본 경도 대각사에 소장되어 있는 ‘다선일미’에 대한 일화는 아주 재미있다. 원오극근선사가 어느날 중국 성도에 있는 소각사에서 설법을 하였다. 원오극근선사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일본 제자를 불렀다. 그리고 직접 그 제자에게 ‘다선일미’라는 네자를 써주었다. 그 제자는 그 글씨를 큰 대통에 담아 귀국하는 배를 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한 그 스님이 탄 배가 항구에서 전복되고 만 것이다. 그 대통과 글귀는 이사람 저사람 손을 전전하다 마침내 이큐선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큐선사는 그 대통에 든 글귀를 보고 오랫동안 참문을 하였다. 출중한 선승이었던 이큐선사는 마침내 원오극근선사가 쓴 ‘다선일미’의 오의를 깨쳤다. 그리고 그 정신과 묵적을 자신의 수제자였던 주코에게 차도의 인가증으로 전해준 것이다. 주코는 교토에 주광암을 개원했다. 그리고 선종의 중흥조인 육조혜능선사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선지를 바탕으로 차를 마심으로써 ‘초암다풍’을 형성한 것이다. 주코는 “차실에 들어가면 밖으로는 남과 나의 구분을 모두 잊고 안으로는 유화의 덕을 쌓으며 서로 응대함에 있어서는 근경청적하고 궁극적으로는 천하태평에 이른다.”고 말한다. 주코는 선을 통해 일본의 다도를 철학이자 종교로 승화시켜낸 것이다. 청담스님은 차의 진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차의 맛이 지닌 진수는 어디까지나 술처럼 교만하지 않고, 커피처럼 자만하지 않으며, 코코아처럼 천진한 기취와는 달리 엄절한 청정미에 있다. 그러기에 다도는 미를 발견하고도 오히려 환희를 감추려는데 묘미를 느끼는 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선을 실행하고도 그 공덕을 숨기는 윤리이자 참을 체득하고도 오히려 빛을 묻는 종교이다.”
  • [열린세상] ‘無道’가 길을 잃다/오세훈 변호사

    창문으로 흘러드는 늦가을 햇살이 여유롭다. 퇴근 전에 차를 한잔 하고 있자니 홀로 만끽하는 여유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라다. 오늘도 역시 과거 정보기관의 도청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대부분의 국민이 짐작했던 바이므로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소식을 접한 두 분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이다. 한분은 검찰의 구속이 ‘무도(無道)’하다 하시고, 다른 한분은 무도하다고 한 그 분이 ‘무도’하다고 하신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게다가 청와대까지 나서서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다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필부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도리에 어긋난다’는 뜻의 무도하다는 말이 자못 길을 잃은 느낌이다. 대체 도리란 무엇인가? 세상이 다 아는 도청사실을 두 분 전직 대통령께서만 모르셨을 리 없다. 가령 백보를 양보해서 본인이 보고받은 정보보고가 도청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믿음에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인식 있는 과실’도 전혀 없었다고 가정하자. 그것 자체로 무능 내지는 무관심을 입증하는 바이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보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감으로 가슴을 쳐야 할 일 아닌가? 세상에 도리라고 하는 것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문 발표 준비로 분주할 시점이라 할진대, 사실이 아닌 일을 억지로 만들었다 하시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구속영장 발부사유 중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혹시라도 이렇게 도리가 아닌 주장을 하시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설득당하여 진술을 바꿀 가능성 때문에 검찰이 강정구 교수도, 두산 일가도 모두 피해간 구속을 마지못해 한 것은 아닐까? 또 이렇게 도리가 아닌 후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보고 단지 공소시효 덕분으로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피해 계신 전임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해야 도리이실까? 비록 실정법의 형량이 높지 않아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으되 떳떳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일 터인데, 마치 남의 일 말씀하듯 하시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하늘에 떠 있을 수많은 별들을 생각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저 위에 별들이 얼마나 총총할 것인가. 이제 잠시 후 어둠이 내리면 별들은 필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잠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닐진대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하여 일단 없다 하시고, 잠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손가락질하시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개성이 뚜렷한 두 분 전직 대통령이 이끄신 10년의 기간 동안 이 나라가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문득 떠오른다. 세간에는 바람직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주장들이 범람한다. 피터 드러커는 평균 이상의 지성과 고도의 인격이 리더의 조건이라 하고, 짐 콜린스는 먼 훗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주춧돌형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라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리더상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렇게 비범한 리더십을 오히려 경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제 평범한 필부들의 상식적 판단으로 동의할 수 있는 리더를 보고 싶다. 굴절된 역사가 투영된 평탄하지 않은 인생 역정은 그만큼 강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개성은 때때로 상식과 부딪치게 되고, 이럴 때 그 지도자의 개성은 많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는 여러 유형의 개성 있는 지도자를 보아 왔다. 개성으로 말하자면 현직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다. 본인들은 그 개성을 소신이라 부르며 모든 가치에 우선해서 정책에 대입하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그 위대한 소신은 생경할 뿐더러 국리민복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제 탁월한 영도력의 영웅적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독특한 리더도 원치 않는다. 그저 마음을 편안히 해 주는 지도자면 좋겠다. 이제 이 해프닝도 곧 잊혀질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일상은 모든 것을 삼킨 채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오후가 사치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을 누리고 싶다. 오세훈 변호사
  • 결혼 빨리할 생각 없어요 - 5분 데이트 (26)

    결혼 빨리할 생각 없어요 - 5분 데이트 (26)

    보기 드물게 큰 눈이 퍽 인상적이어서 좀처럼 기억에서 떠나질 것 같지가 않다. 앳된 경상도 사투리가 차라리 애교스럽다. 부산이 고향이고 부산여고를 졸업했다. 지금은 이화여대 법정대학 4학년 장경숙양. 48년생. 『결혼은 빨리 안하겠어예』- 결혼은 남들이나 하는 것쯤으로 알만큼 그렇게 자기 생활에 분주하고 자기 자신에 충실하다.「캠퍼스」생활 뿐 아니라 한가한 자기 시간은 없다. 따라서「루스」한 것을 혐오한다. 항상 팽팽하게 보람으로 꽉 찬 생을 노력으로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온갖「콜렉션」을 하고. 이 모든 보람을 위한 노력은 사치를 위한 취미 정도에서 그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림 그리기는 따로 선생님을 모시고 배울 정도. 사진 찍기를 위해서는「라이카」를 골고루 몇 개 가지고 있을 정도. 아직도「하셀브라드」를 탐내고 있다.「콜렉션」은 방안에 가득 인형과「카드」등이 쌓여있을 정도다. 그래도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게 남아 있다. 공예부문. 웬만한「인테리어」와 자기가 달「액세서리」는 자기 손으로 만들어 장식하고 싶어서다. 웬만큼 견학을 끝내고 가장 좋은 선생님을 선택할 단계에 이르렀단다. 결혼이 늦어질 것이라는 자신의 관망이 이래서 어디 하나 비집고 들어가 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벽이 되어 느껴진다.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이 맑은 피부와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일까. 158cm, 50kg. ※ 뽑히기까지 겨울방학 동안이었다. 그 많은 사람 틈에 끼여 있는 장양을 처음 만난 것은. 커다란 눈 때문이었을까, 짙은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그대로 표지를 삼았으면 하는 강렬한 충동. 열심히 권해 보았다. 그러니까「선데이서울」이 뽑은「미스·이대」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미인이 장경숙양인 셈. [ 선데이서울 69년 3/30 제2권 13호 통권 제2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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