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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훈 장편 개작 ‘화두’

    최인훈(66·서울예대 명예교수)이 그의 장편 소설 ‘화두’를 8년 만에 고쳐서 펴냈다. 1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문이재에서 두 권으로 출간했다. 저자 스스로 ‘21세기 판’이라고 할 정도로 지난 8년 동안 저자가 900여 군데를 손질하는 등 치밀한 정련을 거쳤다. ‘화두’는 지난 94년 작가가 20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발표해 화제가 됐던 장편소설.작가의 분신인 ‘나’가 서술하는 이 책은 광복 이후 북한의 초기 공산 정권 아래서보냈던 사춘기 시절,전쟁 후 제3국을 선택한 전쟁포로처럼 남북한에 모두 비판적이었던 지식인으로서의 작가의 자화상 등을 담고 있다. 출판사 측은 “개정판은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바꾸고 논리적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문장을 다듬었다.”면서 “또 호흡을 고려해 2개의 장을 신설하고최근에 지은 시 1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문학평론가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정리한 ‘최인훈,문학적 연대기’와 6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최인훈 문학 연구현황’을 부록으로 달고 있다.각권 1만 5000원.
  • 性조숙증 ‘작은 키’ 부른다

    회사원 J(42)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를 앞세우고 병원을 찾아 검진끝에 의사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반에서 월등하게 컸던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맨 앞자리에 앉게 돼 의아해하던 중 의외의 ‘성 조숙증’이란 진단을 받은 것이다. 요즘 조기 유방 발육이나 이른 초경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감추는 일은 거의 없다.오히려 이를 축하하고 기뻐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하지만 전문의들은 일찍 시작된 2차 성징의 발현은 기뻐하고 축하할 것만이 아니라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J씨의 딸처럼 성조숙증 징후가 있을 경우 부모의 키와 아이의 성장 속도,2차 성징(유방 발달,고환의크기 증가,음모의 발달,초경)의 출현시기를 추적하면 대부분 2차 성징이 남보다 빨리 나타났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우리 나라 소녀의 경우 유방이 발달하는 평균 연령은 만11±1세로 초등학교 5학년을 전후해 나타나며 초경은 평균 12.8±1세로 중학교 1학년을 전후해 나타난다.이에 따라여아에서 8세 이전에,남아에서 9세 이전에 2차 성징인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본다. 을지대학병원 소아과 정지영 교수는 “유방발육이나 초경이 또래보다 빨리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하여 뼈 나이와 성호르몬의 분비 여부를 검사받을 필요가 있다.”며 “만약성호르몬이 조기에 분비되고 있다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치료를 받아서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인이 되었을 때 신장이 작아지는 결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조숙증은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나뉜다.진성은 뇌에서 사춘기 발현 신호가 발생하여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며,가성은 부신 고환 난소조직 등 성호르몬의 분비가 일시적 또는 병적인 증가로 인하여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구분한다. 진성의 경우 여아는 특별한 이유없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남아는 뇌종양이나 뇌의 감염 등으로 발생한다.특히남아의 경우 20% 정도에서 뇌종양이 관찰되며 뇌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뇌 손상을 받았던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성조숙증에 걸리면 대개 아이들이 자기 나이 또래보다 키가 크며 성장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르다.2차 성징이 전부 또는 일부 나타나며,뼈나 이가 실제 자기 나이보다 증가되어 있다.치료하지 않을 경우 뼈의 급속한 성장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혀 자기가 클 수 있는 키보다 작은 어른 키를 갖게 된다. ◆치료=원인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진성 성조숙증인 경우 원인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이에 따라 성선(性腺)에서 성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과도한 뼈의 성숙을 막아야 한다. 약제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성선자극호르몬 방출 유도체를근육주사 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치료 후 여아에서는 유방이 작아지고 음모가 없어지며 월경도 사라질 수 있다.남아에서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고 음모가 없어지며 음경 발기나 자위 행위,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든다.뇌,고환,난소 혹은 부신 등에 종양이 있을 경우 일단 제거한다.치료는 일반적으로 뼈 나이와 실제 나이가 같아지거나,만 14세가 되면 약을 끊게 된다. 치료가 돼 약 복용을 끊는대로 성장이 다시 시작된다. 김성호기자 kimus@
  • 남자! 문명의 덫에 걸린 존재

    ♠남자(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들녘 펴냄) ‘남성,그들은 과연 강한 존재인가.’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지속적으로 허점 투성이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남녀들.인간의 성별에 대한 의식이 점차 성숙돼 가고 있긴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개인적인,혹은 사회적인 시행착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남자’(인성기 옮김)는 ‘남녀는 평등해야 하지만 동등할 수는 없다.’는 전제아래 남성의 모든 것을 파헤친 책이다.‘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이란 부제가 암시하듯,강하고 지배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남자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극히 양면적인 남자를 해부한다.남녀가 모두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구성이 흥미롭다. 저자는 우선 서문에서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개와 고양이의 경우와 비교한다.즉 남성과 여성은 개와 고양이처럼 태생적으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쓰고 있는만큼 갈등은 이해관계의 상충보다는 오해에 기인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남자는 인위적이고 여자는자연적’이라고 해석하는 저자는 특히 “남자라는 존재는 아주 불안한 생활감정을 지닌 특별한 종족으로서 그 구성원들은 늘 자기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곤경에 처해 있으며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다.”고 해부한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서 여성들에게 ‘불쌍한 야만종 남자들’을 잘 이해해 줄 것을 주문한다.여성들에 둘러싸여 성장해 가던 사내아이는 사춘기를 전후해 ‘성년식’이라는혹독한 극기 테스트를 통해 그때까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고독과 고립무원의 감정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양면성의 부담을 갖게 된다. 여자와 함께 사는 곳,즉 가정에서는 여자가 요구하는 문명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지만 남자들끼리 어울릴 때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같은 남성을 ‘문명의 덫에 걸린 존재’로 표현한다.적들에 대해서는 강한 투사이고 야만적이지만 내부세계,즉 그가 원하는 여자에게는 야만성에 고삐를 채워 유순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둔갑해야만 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남자는 내면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환경·사회적인 요인들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그 양면의 어느 쪽도 온전하지 못한 불행한 숙명을 안고 있다.”면서 “남자는 여자와 대칭적 관계를 찾고 여자는 남자의 이중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때평등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62세의 남자인 저자는 양질의 베스트셀러 ‘교양’의 저자이다.1만9000원 김성호기자 kimus@
  • 이 주일의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19일까지 오후7시) 두 딸을 둔 정찬선·정애현 부부는 시각장애인이다.하지만 이들의 교육관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전문가적이다.두 딸의 손을 잡고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보고 그림 전시를 감상한다.보고 난 후엔 반드시 토론을 하고,두 딸을 위해 컴퓨터 게임을 직접 설치해 주기도 한다.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이상의 사랑을나누며 동화같은 삶을 그려나가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유쾌한 교육일기를 함께한다. ●21세기 여성특강-박혜란의 일상의 페미니즘(EBS 16일 오전10시) 과거 스스로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던 전업주부들이 이제는 당당히 ‘내 직업은 가정주부’라고 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평가해보고사회참여를 원하는 주부들에게 이 사회가 내어주는 몫을점검한다.주부의 재취업문제와 시간제 근무자에 대한 부당한 처후 등 개선되어야할 문제들을 짚어보고 자원봉사 차원의 사회진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와!e멋진 세상(MBC 17일 오후7시20분) 주당들을 성불의길로 인도하기 위해 술집 경영에 뛰어든 별난 스님의 사연을 ‘신 비법을 찾아라!’에서 만난다.뒤이어 탤런트 이잎새가 ‘신체험 멋진도전!’을 통해 벨기에서 펼쳐지는 계란축제에 참가하고 ‘신 인류를 찾아라’에서는 영국의 한 신부가 하나님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광대모습을 한 현장을 공개한다. ●베스트극장-4월 이야기(MBC 19일 오후9시55분) 단짝인 윤경의 오빠와 결혼한 춘녀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과부가 된다.대학생인 춘녀는 그후에도 시어머니인 황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윤경과 자매처럼 살아간다.어느 날 숨겨둔애인이 있는 윤경은 어머니가 맞선자리를 주선하자 춘녀를 대신 내보낸다.캐주얼 복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진우는 당찬 춘녀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데…. ●아스테릭스(KBS1 명화극장 21일 오후 11시20분) 1959년처음 발표돼 꾸준히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동명의인기 만화 시리즈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때는 기원전 50년.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정복군을 앞세워 끝까지 저항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삼키려고 갖은 책략을 꾀한다.그러나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라는 두 영웅의 지략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줄거리.제라르 드 파르디유가힘센 뚱보 오벨릭스,파르디유의 단골 파트너이자 인기 코미디언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작고 영리한 아스테릭스를 맡았다.‘이탈리아의 채플린’이라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로마 정복군 대장 역.코믹 만화를 원작으로 과장된 상상력이 넘실대지만 ‘유럽 간판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준다. ●랜덤 하트(MBC 주말의 명화 20일 오후 11시10분) 시드니 폴락 감독이 15년 동안이나 ‘눈독’들이다 만들었을 만큼 애착이 유별났던 작품.집착력 강하고 거친 성격의 수사관 더치(해리슨 포드)와 하원의원인 케이(크리스틴 스콧토마스)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 부딪힌다.사고 수습과정에서 더치의 부인과 케이의 남편이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상이한 성장환경과 성격의 더치와 케이는 배신의 상처를 함께 달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하지만 둘 사이엔 갈등이 있다.더이상의 진실에 대해알고 싶지 않은 케이와는 달리 더치는 경찰의 도박 매수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내부비리와 아내의 불륜을 점점 깊이 조사하려 든다.연출에 제작까지 겸한 폴락 감독은 중년 남녀의 사랑만들기를 주제로 액션과 로맨스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다.하지만 통쾌한 액션을 기대하기엔 해리슨 포드가 너무 늙어버린 느낌이다. ●이유없는 반항(EBS 일요시네마 21일 오후 2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 1955년 제임스 딘과 나탈리 우드를 내세워만든,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할리우드 화제작.사회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로,단 세편의 작품을 찍고 요절한 제임스 딘의 두번째 작품이다.이사온 첫 날부터 술을 마시다 경찰서에 잡혀간 짐(제임스 딘)은 그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디(나탈리 우드)와 플라토(살 미네오)를 만난다.주디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 짐은 주디의 남자친구 버디와 자동차 경주게임을 벌이다 버디의 죽음을 목격하고 죄책감으로 방황한다.
  • ‘좋은교사운동본부’ 손은정교사 방문 르포/ 가정방문으로 교육불신 허문다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학부모들은 학교를불신하고,교사들은 가르칠 의욕을 잃은채 겉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오래 전 사라진 ‘교사 가정방문’ 캠페인을 주도하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기독교사연합의 전국 16개 회원단체 로 구성된 ‘좋은교사 운동본부’가 주인공이다.좋은교사 운동본부는 회원 교사 3000여명을 주축으로가정방문을 실시,교사와 학생·학부모 간의 대화통로를 잇고 있다. “엄마,선생님 오셨어요.” 올해 고교에 입학한 최창혁(16·인천 인평자동차정보고)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벨을 눌렀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인천 가좌 1동 삼영아파트 창혁군의 집에 담임 교사인 손은정(孫恩貞·38)씨가 찾아왔다.올해 첫 가정방문이었다.창혁군은 카센터를 하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특성화고교로 진로를 결정했다. 창혁군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수줍은 미소만 지을 뿐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영 내키기 않은 표정이었다. “어서 오세요,선생님.” 창혁군의 어머니인 김정남(金貞男·43)씨는 며칠 전부터 연락을 받고 있었지만 막상 담임 교사가 찾아오자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꿀차 한 잔을 놓고 마주앉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흐른 것도 잠시,손 교사가 창혁군의 학교 생활을 꺼내자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창혁이가 요즘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누나는 말썽없이 사춘기를 보냈는데 남자 애라 더욱 걱정이 되네요.공부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나쁜 친구를 사귀지나 않나 걱정도 되고….” 김씨는 창혁군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남학생은 여학생과 달라요.학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겠지만 집에서도 신경을 써주세요.여자친구를 사귄다고무조건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교제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집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이가장 좋은 방법입니다.학교 생활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손 교사는 창혁이 어머니의 고민을 훤히 꿰뚫고 있는듯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김씨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아들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고 있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되는 듯 김씨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배어나왔다. 그는 창혁군의 방과 후 생활을 손 교사에게 의논했다.“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날이 많아 걱정이예요.시간을 정해 하도록 하지만 말처럼 되지 않습니다.” 손교사는 “아침에 눈이 충혈돼있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다.”면서 “학교에서도 이에 대해 지도하겠다”고약속했다. 오후 6시20분.다음 학생 집을 방문할 차례다.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났지만 김씨는 얘기를 더 나누지 못하는것이 못내 아쉬운듯 손 교사의 손을 놓지 못했다.집안 형편과 평소 약한 체질의 창혁군의 건강과 진로 문제 등 의논하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김씨에게는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학교에 자주 연락도 하고 찾아주세요.창혁이를 조금 더 알게 된 만큼 더 관심 갖고 지도하겠습니다.” “선생님만 믿겠습니다.정말감사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둘의 가슴 속에는 이미 깊은 믿음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정병오 상임총무 인터뷰.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뀝니다.” 가정방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좋은교사운동본부 정병오(鄭丙午·37) 공동 상임 총무는 가정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주장했다.아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교육을 살리는 밑거름이라는 설명이다. 가정방문 캠페인은 94년 그가 한 학생의 집을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서울 청운중 3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교사로서 첫 부임지였습니다.결석과 지각을 밥먹듯이하는 한 남학생이 있었지요.큰 문제는 없었지만 말 수 적은 아이였습니다.하지만 어느날 손목에 칼로 벤 상처를 발견하고 가정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들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형이 함께 사는 그 아이의 집은 그야말로 ‘돼지우리’였다.그나마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허다했다. “손목에 난 상처는 사는게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그아이의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지도 않고 ‘지각하지 마라’‘공부해라’라는 등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교사 생활을 헛되게 보내고 있구나.’하는 괴로움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가정방문이었습니다.그 때 그 아이의 집을 찾지 않았더라면 한 아이의 삶은 영원히 불행해졌을 것입니다.” 그는 이후 그 아이와 꾸준히 연락하면서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도록 도왔다. 현재 모 기업에 취업해 성실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그 아이는 지금도 그와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가정방문에 부담을 갖기도 하고‘봉투’를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미리 학부모들에게 취지를 알리고 촌지를 거절하다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나 자연스럽게서로 믿는 분위기가 생기더군요.” 그는 “아이를 이해하지 않은 교육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희망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좋은교사운동본부는…95년 기독교계 교사단체들모여 출범. 좋은교사운동본부(www.goodteacher.org)가 펼치고 있는’가정방문’ 캠페인은 9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사 모임과 교사선교회,기독교사회 등 기독교 계열의 교사 단체들이 모여 시작됐다. 2000년 8월 16개 회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좋은교사 운동본부를 만든 뒤 3년째 가정방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아이를 이해해야 제대로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사들의 ‘가정방문’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와가정을 엮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촌지’ 등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대도시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교사 스스로 자제하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운동본부측은 “아직도 가정방문이 불법이라고 생각해 주저하는 교사들이 많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출장으로처리할 수 있는 등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효과적인 가정방문을 위해 방문의 취지를 미리 알려 가정에서 촌지나 음식 등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학생 자기소개서와 가족사진등을 상담에 활용할것 등 지침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가정방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안양고 이병주 교사는 “한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을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성의를 보이면 교사를 신뢰한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올해 가정방문이 끝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학생 1명을 선정해 가족처럼 도와주는 ‘1대1 결연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 ‘작은 키’ 후천성도 많다

    키 138㎝로 반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 6학년생 안모양. 안양은 3살때 감기를 앓고난 뒤 자주 중이염을 앓았다.부모들은 언제나 남들처럼 클까 걱정하다가 6살때 병원을 찾았다.검사 결과 터너증후군으로 진단되었고 신장기형도 발견됐다. 성장호르몬을 꾸준히 투여했으나 1년에 3∼4㎝ 밖에 자라지않았다.골격 사진을 찍어본 의사는 “더 이상 자라지 않을것같다.”며 성장호르몬 주사를 중지했다.염색체에 이상이있는 질환이었고 치료 시기도 늦었기에 효과가 비교적 적었다. 부모의 키가 정상인데도 중학생 때까지 반에서 가장 작았던 대학1년생 조모(19)군. 그는 10살 때 124㎝의 키로 병원을 찾았다.의사는 여러 가지 종류의 검사를 하고나서는 뇌종양으로 인한 성장호르몬결핍이라고 진단했다.수술후 1년 후부터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았다.7년 동안 치료하니 키가 165.6㎝로 부쩍 컸고이젠 172㎝의 키로 중간은 된다. 전문의들은 저신장증에 대해 “통계적으로 100명중 3명 이내에 드는 작은 키”라면서 “보통 한 반에서 제일 작거나두번째로 작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김덕희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는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1,2학년 때 ‘땅꼬마’‘숏다리’라는 별명이붙어 기가 죽어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뇌종양이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성장이 되지 않아 주변의 권유를 받고 진찰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비교적 많다.”는 임상 경험을 말했다.“‘키가 늦게 크겠지.’하면서 대학시험을 치르고 병원을 찾아올 때는 실제로 성장이 끝나 대부분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키를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과 환경.연구자마다 차이가 많지만 유전적 요인이 40∼80%로 주된 요인이다.나머지가 환경적 요인이다. 부모 혹은 조부모,외조부모가 작으면 자손들의 키 역시 작은 경향이 있다. 키는 또한 영양,성장호르몬,인슐린,갑상선 호르몬 농도에따라 성장에 영향을 받으며 빈혈이나 심장병같은 만성적 신체질환이 있어도 키가 자라지 않는다. 키가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는 1∼2세.연간 25㎝나 자라며 영양 상태가 키를 좌우한다.이 시기에 분유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설사로 우유를 잘 먹지 못할 경우 성장이 잘 안되며 4,5세 이후 밥과 고기 등을 잘먹어 영양 상태가 좋아지더라도 성장장애가 남는 수가 많다. 또한 부모의 키가 크더라도 임신중 태아 시기에 태반 질환이나 태아 자체의 염색체 이상으로 출생했을 때,체중이 정상아 3.3㎏에 20%쯤 모자라는 2.5㎏ 안팎의 무게로 태어났을때 저신장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한욱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교수는 “태어나서부터 아이의 성장치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춘기 이전 연령에서 한 해 성장이 4㎝ 이하이면 성장호르몬 결핍이거나다른 질환에 의한 병적인 경우이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를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는 “어릴 때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중단시켜 저신장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부모형제 등 가족들로부터 얻어 맞는 아이는 다른 형제들이 정상적 성장을 해도 키가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가족과 분리시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한편 가족성 저신장증이나 터너증후군 등 병이나 유전적 요인과 관련된 저신장증에 대해 김 교수는 “이런 경우에는 의학적 치료를 해도 키가 더 자라지 않느다.”면서 “키가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므로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돌봐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상덕기자 youni@ ■키 크려면…균형잡힌 식사·수면·운동을. 키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잡힌 식사이다.단백질,칼슘,비타민·무기질,당분,지방 등 5대 영양소는 성장에 필수불가결이다. 김덕곤 경희의료원 한방소아과 교수는 “성장기 소아,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양은 보통 성인의 3배 정도이므로 우유와 육류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특히 2세 이전에 소화기 장애가 있으면 평생의 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즉각 고쳐야 한다.또 이때의 영양 상태가 매우 중요하므로 적절한 이유식을 통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수면도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잠자는 동안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며 그것도 깊은 잠을 잘 때 가장잘 분비된다.잠자는 시간도 가능한 10시 이전에 일찍 자고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장호르몬 분비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하루 20분 이상의 규칙적 운동은 뇌하수체를 자극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특히 줄넘기,농구,단거리 달리기,체조,테니스,탁구,배드민턴 등의 운동은 골관절 부위의 성장선을 자극해 발육을촉진시킨다. 당분이나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당분은 골격 형성을 방해하며 축적된 피하지방은 여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장 속도가 늦어진다. 바르지 못한 자세 또한 척추의 만곡을 초래,키를 작게 하고 내장기능의 이상을 불러와 성장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도 영양 불균형을 초래,골격의 성장을 방해한다.양약이든 한약이든 약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게의료전문가들의 충고이다.특히 한약의 경우 부작용이 적다고 생각해서 쉽게 먹이기도 하는데 몸에 맞지 않을 경우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중고생,심지어초등학생이 술,담배를 하면 성장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유상덕기자
  • 새영화/ 여고생들의 천방지축 性호기심 ‘걸스 온 탑’

    “미국에 ‘파이’가 있다면 독일에는 ‘자전거’가 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싶겠다.하지만 세 여고생들의천방지축 성(性)호기심을 담은 영화 ‘걸스 온 탑’(GirlsOn Top·25일 개봉)을 보고나면 단박에 이해가 될 이야기다. 독일산 청춘 코미디인 영화는 ‘총각 딱지’를 떼기 위해백방으로 골몰하는 미국 할리우드 섹스코미디 ‘아메리칸파이’와 똑 닮았다. 주인공이 상큼한 사춘기 여고생들로,섹스 실험도구가 ‘애플파이’에서 ‘자전거’로 달라졌을뿐이다. 단짝 친구인 빅토리아,리나,잉켄은 오르가슴을 한번 느껴보는 게 소원이다.셋 중 가장 ‘숙맥’인 잉켄이 우연히자전거를 타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는 우쭐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실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셋은 다시 인터넷채팅 사이트를 뒤지고 가상연습까지 하는 등 온갖 법석을떤다. 성적 호기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청춘들이 자유분방하게성을 탐닉하려 들다,끝내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되는 내용전개는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독일영화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최신청춘 코미디라는 대목이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섹스를 중심소재로 다뤘으면서도 칙칙하지 않고 경쾌한 리듬을 타는 건 독일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세 여배우들의깜찍한 연기력 덕분이다.감독은 독일의 신예 데니스 간젤. 황수정기자 sjh@
  • NGO/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대표 “”동성애자 성적 정체성 인정해야””

    “동성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각이 바로잡힐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林泰勳·28)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국내 최초의 동성애자 사이트인‘엑스존’(www.exzone.com)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한 뒤부터 몹시 바빠졌다. 동성애자들의 인터넷 공동체에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딱지’를 붙이느니 차라리 사이트를 폐쇄하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로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등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지난 9일에는 엑스존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이를 고시한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임 대표는 “법원이 엑스존에 대한 유해매체물 지정을 철회시킴으로써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규정한 ‘악법’이 폐지되길 바란다”면서 “법정에서 패하면 유엔인권위 등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애자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성에 대해 눈을 뜨듯이,많은 동성애자들도 비슷한 시기에 성적(性的) 정체성을 깨닫습니다.엑스존은 성적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유익하면 유익했지 결코 해가 되지 않습니다.” 임 대표는 2000년 10월 연예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자신도 커밍아웃을 선언했으며 홍씨를 지지하는 모임을 꾸렸다. 성공회대 NGO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임 대표는 “사회가 동성애를 알고 긍정해야 ‘반쪽짜리 인생’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 [분필과 칠판] 가장 겁나는 것은 마음의 단절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두개의 일기장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된다.하나는 학교 제출용,다른 하나는 비밀일기.어린 마음에도 내 비밀을 누군가에게보인다는 것이 참 싫었나 보다. 교사가 된 지금,일기장 검사를 할 때는 읽지 않은 척 하는것이 나의 철칙이다.맞춤법에 맞게 고쳐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가끔 한마디 참견하고 싶어 좀이 쑤셔도 참는다.다만 열심히 쓴 일기에는 별을 푸짐하게 그려 주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그리고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짧은 편지를 쓴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일기장 검사를 하다가 ‘어머 어머’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여자 아이 세 명이 가수가 되고 싶어 방학동안 오디션을 보았다는 것이다.곡 고르기,안무,연습은 물론 프로덕션을 찾아가 접수,응시까지 모두 스스로 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들 중 선이의 일기 속에서 고민을 읽었다.경험삼아 딱 한번만 하기로 부모님과 약속을 했는데,친구들이 같이 하자고도 하고 자기도 하고 싶으니까 부모님을 속이고 계속했다는 것이다.그리고 내게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망설이다 지켜주겠노라고 답장을 썼다. 그러나 결국 몰래 하다보니 늦은 귀가에 혼도 나고,거짓말도 하게 되고,마음도 불편하고…,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시작했다. 약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선이의 일기 끝에 짧은 편지를썼다. -선아,아직도 오디션 보는 것 부모님께 비밀이니?진짜 하고싶다면 이제는 허락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비밀은 오래 지켜지기 힘들고,몰래 하는 것은 그만큼 더 힘들단다.조리있게 말씀드리고 설득해 보렴. 일주일 후 일기 끝에 짧은편지가 눈에 띄었다. -엄마와 아빠한테는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엄마는 지금은해도 되지만 중학교 때부턴 이런 거란 걸 알았으니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드디어 짧은 경험과 마음 고생으로 해결된 것이다.*^^* 표시를 크게 그려 넣었다.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가장 겁나는 것은 마음의 단절이다.연습이나 정답이 없기에 마음의 문 마저 닫혀 버리면 다음엔 길이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난 언제나 시침을 뚝 떼고아이들의 일기를 읽는다. ▲김계자 서울 서원초등교사
  • 에듀토피아/ 고교생이 볼만한 비디오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짬을 내 오락물 비디오를 빌려다보지만 남는게 없다. 그러나 영화도 책 못지 않게 뛰어난 작품이 많다.이번 겨울방학에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나 비디오 가운데 좋은 작품을 선별해 감상해보자.매년 두번 선정하는 ‘서울 YMCA 건전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건비연)의 추천 목록(www.watchtv.or.kr)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 방학에 볼만한 비디오 중 청소년의 성장을 담은 영화를 소개한다. ◆ 처음 만나는 자유.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아스피린 한통을 삼키고 정신병원에 간 소녀의 이야기.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진지한 질문을던지는 작품이다.세상에 당당하게 맞서는 진정한 용기를 배울 수 있다.성장의 어두운 터널 가운데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권한다. ◆ 스탠 바이 미.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세상에반항하는 12세 소년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연히 목격한 ‘죽음’앞에서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맞는다.진정 어른이 되는 것은 시덥잖은 어른 행세가 아니라 정신의 성장에있다는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꿈을 안고 살아가기엔 현실은 고통스럽고,반항만 하기엔 아직 어린 11세 사춘기 소녀가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영화엔 예쁘고 귀여운 아이나 마약을 일삼는 청소년만 등장하는데,이 영화는 따돌림을 당하는 못생긴 아이의 이야기를다룬다.성장의 힘든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라이드 위드 데블. 미국 남북전쟁 시절 ‘데블’이라 불릴 정도로 잔혹한 남부군 게릴라였던 청년들에 초점을 맞췄다.전쟁에 멋모르고 참가했던 순수한 청년들이 인간 내면의 깊은 악마성을 경험하고 성숙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 강간죄 처벌 강화/ 더이상 “여성위에 남성 없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시행된 것은 94년.98년에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형법의 특별법으로 어렵게 제정됐다.역사 짧은 이 법률 개정을 통한 ‘강간죄 엄단’을 여성계가 원하는 배경에는 사회변화와 범죄유형의 다양화가 깔려 있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이 새롭게 인식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법조계를 중심으로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강간죄 처벌범위를 확대해 엄하게 다루지 않고는 양성평등을 이룩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제한적 부부강간죄 도입 안팎.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온 A씨(42)가 이혼을 서두르는 것은밤늦게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 때문이다.얼굴에 멍이 퍼렇게 들고,흉기로 찢겨지는 육체적 폭력도 참기 어렵지만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치욕적인 성행위 때문에 더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마음이 없다. “‘저 흉칙한 동물과 헤어지지 않으면 내 출생이 저주스러워 엄마와도 살지않겠다’는 사춘기의 딸(15세)과 아들(13세)의 말을 들으며 이혼을 굳게 결심했어요.” 누가 A씨에게‘부부관계는 칼로 물베기’라거나 ‘성행위야말로 가장 좋은 화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원치 않는 성행위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배우자라도 처벌한다’는 법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여성계의 입장이다. 국내 가정폭력실태는 30%선 안팎으로 조사된다.그러나 사적 생활의 노출을 꺼리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발생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률상의 처에 대한 남편의 성행위 강요가 강간죄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근간을 이루는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 심각한 가정폭력 후의 성관계 요구는 문제가 된다. 이혼수속 중이거나 별거 등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아직 남은 아니다’는 억지를 내세운 성관계는 여성에게 강간과 다르지 않다.이에 따라 일부 제한을 둔 ‘부부강간죄’도입이추진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영국,독일,스웨덴은 강간 성립범위를 혼인외 제3자를 기준으로 하는 규정을 없애부부간에도 성(性)적 인권보호를 명문화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yukyung@. ■피해자가 고소 안해도 수사 가능. 친고죄는 피해당사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서 수사는 물론 기소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객관적으로 범죄사실이 인정됨에도 수사에 착수조차 할 수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여성계는 그동안 꾸준히 강간죄의 친고죄 폐지를 주장해 왔다. 사실 형사정책연구원 200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 성폭력 신고율은 불과 1.1∼2.2%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성폭력 피해자들은 우선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로 사회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때문에 강간범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 중 수치심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사건이 친고죄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행실이 좋지 않아서 당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다반사이고 ‘그만한 일로 한 남자의 일생을 망칠작정이냐’라는 협박성 추궁은 지역사회에서 피해자인 여성을 오히려죄인으로 몰아간다. 수사 과정에 응하는 것도 어렵고,처벌도 미약하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혼자 덮고 일생을 정신적으로 불우하게 살아가는 케이스가 많다. 친고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바꾸는 쪽으로 형법 306조를개정하면 즉각적인 성폭력 범죄의 수사가 가능하다. 물론 1심판결 전 피해자가 처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하지 않는다. 친고죄의 완전 폐지를 원하던 여성계는 형법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다는 일부의 반론을 수용,‘반의사불벌죄’라는 중간점을 택했다. ■‘강간 대상’ 확대 배경. 현행 형법 26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강간 피해 대상을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에는 강제추행의 객체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268조를 적용해 다소 가벼운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동일한 행위가 피해자 성별에 따라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7년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남녀의 생리적·육체적차이에 의하여 강간이 남성에 의해 감행됨을…’ ‘피해자인 부녀를 보호하기 위함’ 등으로 객체를 ‘부녀’로 국한하고 있다. ‘부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에게는 강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96년 대법원 판결로 이어져 왔다. 여성계에서는 그러나 이런 시각이 ‘성(性)’을 오직 생물학적 결정론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강간죄란 성적 행동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범죄라는점,강제적 성관계의 강요죄는 반드시 성기의 결합이 아닌 다양한 방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여성에게 불리한 규정은 아니지만 여성계가 이를 문제삼아온 것은 여성에게만 처녀성과 정조를 강요하는 이중기준이남녀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는 측면 때문이다.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사례에서도 확인되듯 피해자가 남자인 경우도 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됐다.성에 대해 중립적인 관련 법규는미국과 스웨덴,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채택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구태여 강간조항을 없애지 말고 형량만똑같이 적용하자’는 저항도 있다.
  • [세계의 자녀교육] 이스라엘 마노르 부부

    많은 한국인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고 있다.선진국의 교육은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를까.주한 외국대사들의 육아와 교육 방식을 들어보는 기회를마련했다.주한 이스라엘 대사 부부를 시작으로 앞으로 격주로 6회에 걸쳐 ‘외국대사들의 자녀교육법’을 소개한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적한 외인주택가.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 우지 마노르 대사 부부는 “시리즈의첫 주인공으로 맞아주어서 고맙다”며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부부는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이스라엘 교육과 아주흡사하다.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는 보지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마노르 대사와 부인 나오미 여사는 58세 동갑내기.초등학교 동창이자 이스라엘 최고의 명문인 히브리대 동문이다.73년부터 2년간 한국에서 근무한 뒤 지난 9월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이스라엘에서 초중등 의무교육 제도가 시행되기 전 사립초등학교를 나왔다는 마노르 대사는 “대부분의 이스라엘부모들은 좋은 옷 입기나 외국 여행을 포기하는대신 값비싼 돈을 들여 자녀들을 교육한다”며 양국의 교육열은 닮은 꼴 같다고 했다. 현재 큰아들 아리엘(32)과 둘째 요하이(31)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셋째 데이비드(24)는 대학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나오미 여사는 이스라엘의 국어인 히브리어 교사로 30여년간 일해온 ‘커리어 우먼’. 한국에서는 뱃속의 태아에게까지 영어를 가르치는 등 조기교육 붐이 일고 있다고 하자 깜짝 놀라는 듯했다.그녀는 “하지만 유태인의 교육은 아이의 호기심을 키워주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게 핵심”이라면서 “일찍 문자 교육을 시키는 한국식 교육법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이스라엘 유치원에서는 그림을 그리고,레고놀이를 하며 최대한 자유를 준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성의 70∼80%가 직장에 다니는 이스라엘은 작업장이나대학에 탁아소가 설치돼 있는 등 보육시설이 비교적 발달돼 있는 편이다.하지만 애키우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문제다.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번 월급을 몽땅 유모에게 털어주는 한이 있어도 여성들은 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전했다. 이런 희생을 치르면서도 아이를 낳는 건 가족간의 깊은유대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적어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녀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내용”이라면서“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놀아주는 게 오히려 하루 종일함께 있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녀가 아이들과 주로 한 것은 역사책이나 지리책 함께 보기와 그림 그리기. 남편의 도움도 각별했다.휴일에 놀아주기,숙제 돕기는 물론 선생님과의 면담에도 대신 참가한 때도 많았다.마노르대사는 부인이 은퇴 의사를 비치자 “집에서 커피나 마시고 쇼핑이나 다닐거냐”고 극구 반대했다고. 마노르 대사는 우리나라의 대입 경쟁이 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데 대해 “이스라엘 역시 수도인 예루살렘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처럼 운명까지 뒤바뀔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가장 자녀교육에 신경을 쓴 때는 감수성이예민한 사춘기시절.“춤 잘 추는 애,수학 잘 하는 애가각자 적성대로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줘야하는 게 진정한 교육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실수하거나 2,3등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잘 못할 수도 있다.하지만최선을 다했으면 받아들여라’고 자신감을 북돋워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학교에는 체벌이 없다.초등학교 때 교사가 귀를 잡아당긴 것이 고작이라고 했다.하지만 “필요할 때는 매를 아끼지 말라.그건 ‘사랑의 증거’”라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자녀교육의 비법을 물었다.별게 없다고 손을내젓던 부부는 “아이 사랑에 제한을 두지 말라”면서 “너무 사랑하면 아이를 망친다는 격언은 틀리다.아이들을얼마나 사랑하는지,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아낌없이 보여줘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허윤주기자 rara@. ■이스라엘 교육제도. 아랍국가들과 대치중인 이스라엘은 국가 예산을 국방 분야 다음으로 교육 분야에 많이 배정한다.총 예산의 10% 수준. 6세부터 초등 과정 6년,중등 6년간 무상 의무교육을 시킨다.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대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전문인을 키운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르친다.영어 수업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영재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다.아랍 국가들과 경쟁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70년대초부터 교육부에 영재교육과를 설치하고 영재교육을 실시했다. 이스라엘에는 특수학교나 영재교육센터로 불리는 12종류의 다양한 영재교육 기관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 영재들을 가르치고 있다.초등학교 2∼3학년부터 각 반의 상위 3% 안에 드는 학생은 의무적으로 영재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별도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에게도 영재교육을시킨다.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공평하게 실시된다. 영재교육은 지능이 높은 아이 뿐 아니라 스포츠,컴퓨터,예능 등 특정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아이도 대상이 된다. 유치원에서는 문자와 수를 가르치지 않는다.영유아기는심신의 균형 있는 발달과 감각 계발에 중점을 두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대신 논쟁과 토론을 강조하는 이스라엘특유의 교육 방식인 ‘헤브루타식 교육’을 시킨다.또한생활도구와 현장 중심의 체험활동,그룹을 통한 공동체활동,대화와 토론이 중심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부모와 학생이 진지하게 의논한 뒤 기술 과정에 진학할 것인지,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할 것인지 결정한다. 대학 입학을 원할 때에는 남녀 모두 우선 군에 입대해 3년간 복무한 뒤 진학할 수 있다.이스라엘의 대학은 모두국립이고,학부에서는 전문 분야의 학문 연구를 위한 기초를 배운다.이스라엘에서는 대학원 과정에서 비로소 전문적인 학문을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원 교육에 중점을두고 있다.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준비안된 부모가 준비안된 부모 낳는다

    지난주 나는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P.E.T.)을 취재하다가 그 자리에서 2개월 짜리 수강증을 끊었다.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끝낸 ‘아줌마 내공(內攻)프로그램’부터 짚어가야 한다.내공프로는 ‘아줌마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이숙경씨 등이 “여자들이 모여 자기삶을 성찰하고 거기에서 얻은 힘으로 행복을 찾자”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내공’과의 만남은 프로그램 개설을 알리는 팩스 한장이 신문사로 날아오면서 시작됐다.‘대체 뭘 한다는거야’머리를 갸웃대며 이숙경씨에게 인터뷰를 청했다.솔직히 말을 들으면서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다만 당시 ‘헛헛’하고 ‘팍팍’한 내 상황이 내공이란말을 솔깃하게 들리게 했다.만 10년째로 접어든 신문사 생활은 벅찼고,연년생 두 딸들은 약간의 정서불안증까지 보이며 엄마를 ‘고파’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도 낄 수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기자가 아니라 아줌마 자격으로”라는 단서로 받아주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나 말고 8명의 아줌마가 ‘맹숭맹숭’한 얼굴로 와 있었다.애 낳은지 백일도 안된 30대,사춘기큰아들 때문에 맘고생하는 40대,남편의 바람기가 탈인 아줌마 등등…. 1주일에 한번씩 그림으로 마음 그리기,몸짓으로 감정 보여주기,미래 계획 세우기 등을 하며 그것이 일종의 상담프로란 걸 알았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삶의 흙탕물을 가라앉혔다.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다.삶도 들여다보았다.‘아이와 일,무엇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에 내몰리는 나,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두 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옛 모습인 마음 속의 덜 자란 ‘아이’도 찾아냈다.생활에 바빴던 부모의 무관심이 사무친 아이,잘난 남매들과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운 아이,부모님의 불화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그 ‘아이’들은 아줌마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옭아매며,말썽을 부리며 징징대고 울고 있었다. 초겨울로 향하는 어느날,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에 아줌마 아홉이 모였다.팀의 일원이자아파트의 안주인이 졸업식을 겸해 마련한 점심식사였다.아줌마들은 서로 “앞으로 더 잘 살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안된 부모는 또다시 준비안된 부모를낳는다는 것을 알았다.‘부모 훈련'을 통해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허윤주기자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추억속의 ‘양은 도시락’

    “아이구 김치 냄새,도시락 까먹은 놈 나와.자수안해.모두 책상 위로 기어올라가” 2교시,교실 앞문으로 들어서자 ‘훅’스치는 바람결에 국어 선생님이 냅다 교탁을 대뿌리로 쳐대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허사다.도시락 뚜껑에다 밥을 엎어서 밑에서 표 안나게 파먹고 원상복구해 놔 ‘쿡’눌러 보지 않고서는 범인 색출이 불가능했다. 지난 80년대까지 도시락 대표주자는 양은(洋銀)도시락이었다.재질이 별로여서 뚜껑이 뒤틀려 맞질 않았고 바랜 색깔도 엇비슷해 집안에서도 곧잘 바뀌었다.밑바닥은 송곳으로 쑤신 것처럼 ‘송송’ 올라와 녹이 슬기도 했다.겨울에언 밥을 덥히기 위해 난로에 올려놓은 후유증이었다. 이후 양은 도시락이 스텐리스나 앙증맞은 플래스틱이 등장하면서 박물관으로 밀려났지만 30대이상 세대에는 추억이 솔솔 묻어나는 샘터로 자리매김된다.너댓 놈 도시락 챙겨 주시느라 으레 아침을 걸렀던 어머니의 손길,자취시절김치국물 노이로제,학창시절 우정…. 올해로 교단 38년째인 전남대 인문대 영어영문학과 고지문(高祉文·66·영미소설)교수는 “69년 출강 이후 87년까지 18년동안 도시락 밥을 먹었다”며 “당시 포개진 동그란 도시락에는 1층에 밥을 담고 2층에 김치·달걀말이·콩자반 등 서너가지 반찬을 싸가지고 다녔다”고 기억했다. ‘도시락과 김치국물’은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이었다.고무패킹이 든 손바닥만한 반찬통이 나오기 전에는 도시락 왼쪽에 밥을 덜 담고 세로로 뚜껑없는 반찬그릇이 따로 들어갔다.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락을 뚜껑으로 덮어버리니 김치는 밥 열기에 푹 삭으면서 국물 생산을 재촉했다.도시락을 싼 얇은 보자기나 아버지 손수건은 금새 빨갛게 물들었고,진동하는 냄새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짜증냈다. 국물이 밥 칸으로 넘어와 한여름이면 쉰밥되기 일쑤였다. 어머니의 후한이 두려워 꾸역구역 해치웠지만 배탈난 적은없었다. 영화 ‘친구’에서 옆구리에 끼고 뛰었던 두줄 달린 ‘크로바·쓰리세븐표’ 책가방.항상 밑바닥 네 귀퉁이는 김치국물에다 잉크물까지 절고 절어 우중충한 땟국물이 짙게배 있었다. 빡빡머리에 교복입고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시절.새벽 밥먹고 자갈 길을 자전거로 통학했던 친구들은 점심때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곤 기겁하곤 했다.혹시나 했지만 또 ‘김치 비빔밤’이었다.시커먼 깡 보리밥이 창피해 도시락 뚜껑을 반만 열고 그냥 밥만 먹었다.김치국물에 절어 두꺼워진 영어 책갈피를 본 선생님이 ‘너 고시공부 하냐’며 핀잔을 주기도 해 귓볼까지 빨개졌던 기억도 아련하다. 학교가 파한 코흘리개들은 죽어라 집으로 달려왔다.집 안팎에 주전부리가 없나 해서다.달릴 때마다 책보나 가방속에서 반찬통이 딸그락거려 오늘날의 ‘호루라기’를 대신하곤 했다. 지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골은 너무나 가난했다.형제들이 많다 보니 도시락 수도 부족했고 늘상 밥도 아쉬울때 수저를 내려놓아야 했다.그러나 점심때 ‘제사’ 핑계를 대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친구에게 도시락 뚜껑에다밥 절반을 뚝 잘라내 말없이 내밀만큼 순수했었다.함께 운동장 수돗가로 달려가 냉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정을쌓았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연말 동창회가 있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가 그 교실에서 그리운 얼굴을 보고 싶다. 남기창기자 kcnam@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못말렸던 우울한 기억의 선생님들…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여행을 떠난다. 10여년전,강원도 W시의 여자중학교 교실.중년의 사회 선생님이 보인다.알코올 중독으로 빨갛게 코가 부푼 선생님의 손에는 늘 무지막지한 몽둥이가 들려있다.불같은 성격이다.무엇 때문이었을까,또 한차례 매타작이 시작된다.아무도 말릴 수 없다.비명과 함께 아이들의 엉덩이에 피멍이 들고 있다. 무용 선생님도 보인다.30세가 됐을까 안됐을까.그녀의 기분은 날마다 춤을 춘다.어떤 날은 하이톤 목소리에 화사한 웃음,하지만 저기압인 날이면 사소한 일에도 아이들 뺨을 때리고 출석부로 머리를 내리친다.‘춤추는’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아이들은 알 수가 없다. 두 선생님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망각 속에 묻은 줄 알았는데,우울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걸 보면 당시의 학교 풍경은 내게 ‘상처’였나보다. 나와 친구들이 만났던 ‘이상한’ 선생님은 그들 뿐이 아니었다.‘천재 ’라는 별명의 과학 선생님은 자폐적인 성격이었다.늘 과묵한 그는 수업 시간에 공부할 내용을 칠판에 가득 써놓고 “자습하라”며 의자에 앉아 창 밖만 내다보았다.아이들이 마구 떠들어도 “이놈들,조용히 하래두”하실 뿐이었다. ‘수상쩍은’벌칙을 즐겼던 선생님도 있었다.준비물을 안 챙겨왔다고 한사람씩 꼭 끌어안고 꺼칠꺼칠한 수염으로비벼대거나 겨드랑이 살을 꼬집었다. 대다수 선생님들은 우등생을 사랑했고 공부 못하는 애들은 제자 대우를 받지 못했다.부잣집 아이들에게는 눈에 띄게 상냥했다. 그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고,지극히 불행하고도 특수한 경우라고 나무랄지도 모른다.하지만 ‘교원 성과금제’를 둘러싼 근간의 논란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선생님들이 떠올랐다.‘성과금 반납 투쟁’에 나선 교사들은 선생님의 등급을 어떻게 제대로된 잣대도 없이 매길 수 있냐며,교육이란 건 그렇게 가시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거라며 분노했다. 10여년이나 지난 지금,강원도 W시의 그런 선생님들은 모두 사라졌을까.아무도 말리기 어려웠던 그들이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의 새싹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을까.생각만 해도 두렵다. 허윤주기자rara@
  •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애너 퀸들런 지음 / 임옥희 옮김

    “책이 비행기이며 기차이며 길이다.책은 행선지이며 여정이다.책은 집이다.” 요즘 좀처럼 듣기 어려운,이 행복한 고백의 주인공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애너 퀸들런이다.다수가 “디지털”할 때 “노”라면서 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책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에코 리브르)가 나왔다. 지은이는 황홀했던 어린 시절의 책읽기로 말문을 연다.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회했다”고 토로한다.때로는 ‘소공녀’ 안에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으로 갔다가 어떨 때는 ‘안나 카레니나’와 더불어 차르가 몰락하기 이전의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갔다.한 시인의 표현을 빌면 그녀를키운 것은 구할은 책이었던 셈이다. 이어서 자신의 삶을 책이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독백이 나온다.어머니 친구인 장서가 아줌마의 서재에서 만난 책들로 ‘열병’을 앓던 한 소녀는 대학생이 되어서 소설을 쓰다가 세상에 나와 기자를 거쳐 출판인,작가가 되었다. 나아가 자신의 ‘행복한 책읽기’를 개인의 경험에 가두지 않는다.이른바 책읽기의 쓰임새를 전해준다.전 세계에2,000만부가 팔린 ‘안나 프랭크’의 일기가 ‘사춘기 경험의 보편성과 그녀가 경험한 감옥의 끔찍한 특수성'을 전해주듯 책읽기는 편견의 유리창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지은이의 고백은 “책의 죽음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으로 매듭짓는다.‘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비록 책이 어려운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그렇게 될만한 증거를 찾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인다.8,000원. 이종수기자
  • [씨줄날줄] 수염과 터번

    아프간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점령하자 시민들이 제일 먼저한 일이 수염을 깎는 것이었다. 터번도 벗기 시작했고,라디오에서는 탈레반 정권이 금지했던 음악방송도 흘러나오고있다.여자들도 온 몸을 가리던 부르카를 벗어 던지고 있다고 한다. 수염은 사춘기 이후 ‘2차 성징’으로 남자들의 얼굴에 돋는 털을 일컫는다.시대나 신분,민족에 따라 수염을 다루는방식은 제각각이었다.우리나라나 중국 등에서는 수염이 자라는 대로 두었으나 근대화와 함께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크게 줄었다.아랍족은 고대부터 수염을 잘 가꾸었으나 이웃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르지 않았다.고대 그리스나 로마인들도 거의 기르지 않았다. 지난해 영국 노동당은 런던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에게 수염을 깎으라고 엄명을 내렸다.여론조사결과 유권자들이 말끔하게 면도한 얼굴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온 때문이다.반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고어 전 부통령은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워싱턴 정가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정치인들로서는 레닌,스탈린,히틀러,카스트로,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의 수염이 인상적이다.수염이 마치 독재자의 상징 같지만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수염을 길렀다.여하튼 수염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보다는 ‘권위’를 표상한다. 탈레반정권이 수염을 기르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서울 한남동 이슬람성원의 관계자는 “수염을 기르거나 터번을 두르라고 이슬람 교리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강요는 반이슬람적인 것”이라고 말한다.카불 남성들은 강요된 ‘권위의 상징’보다는 자유가 더 그리웠는지 모른다.1992년부터 96년까지 정권을 쥐고 있는 동안 고문,살인,약탈로 악명이 높았던 북부동맹군의 점령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일부 시민들은 ‘나는 탈레반이 싫어요’라는 말을 면도로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전세계는 아프간에서 수염을 기르든 깎든, 터번을 두르든말든,부르카를 쓰든 벗든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정치체제가 하루빨리 세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과격파와악정을 행한 세력이 횡행하는 한 테러 수출과 마약 수출을막기어렵다.또 아프간 국민들의 뜻을 모은 거족적인 정치체제가 서지 않으면 수염에서 나아가 목을 자르니 마니 운운하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SBS창사 11주년 특집극 2편

    SBS는 창사 11주년을 맞아 특집 드라마 2편을 마련,시청자를 찾아간다. 먼저 안방 문을 두드리는 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한 가정이 겪게 되는 비극을 그린 ‘짧은 만남 긴 이별’(14일 오후8시50분).약 3시간에 걸쳐 방영할 드라마는 ‘가정의 소중함’을 주제로 삼아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큰 회사의 전문경영인인 창렬(한진희)은 슬하에 하버드로스쿨을 졸업한 아들 인호(남성진)를 두고 있다.인호는그동안 사귀어 온 혜림(김민희)과 결혼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다. 한편 형섭(선우재덕)은 1.5톤짜리 트럭으로 개인 용달을하는 운전수.다섯살 배기 딸을 둔 그는 곧 전세집을 벗어나 자기집을 가질 계획으로 기쁨에 차있다.어느날 형섭은술을 마신채 맞은 편에서 운전해오던 창렬의 차와 충돌한다.창렬과 함께 타고 있던 인호는 죽고 형섭 또한 식물인간이 된다.가해자건 피해자건 사고의 아픔은 온전히 남은사람들의 몫이다. 남편과 아들을 함께 잃은 명숙(김해숙)과 식물인간이 된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신애(박지영)는 슬픔의 나락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두번째 드라마는 ‘여름이야기’(16일 오후10시 55분).사춘기 시절 흔히 겪는 이성에 대한 속앓이를 거대한 스케일의 시골 여름 풍경에 녹인 작품이다.지난 5월 ‘SBS TV문학상’에서 최우상을 수상했다. 왈가닥 승민(서지희)은 동네 골목대장.냇가에서 다슬기를잡던 중 군청에서 자연학교로 파견나온 공무원 윤권(오대규)을 보고 첫눈에 반해 윤권의 행동을 주시한다.한편 승민을 좋아하는 동네친구 훈재(서현석)는 번번히 승민이 윤권를 따라다니는 것에 훼방을 놓는다.그러나 앙숙인 훈재와 승민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승민은 훈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름답다.쏟아질 것 같이반짝이는 반딧불,시원한 계곡,미로처럼 아름다운 포도밭배경이 유년으로 안내하는 붉은 카페트처럼 펼쳐진다. 이송하기자
  • 비듬 원인과 대처요령

    30대 멋쟁이 회사원인 D씨.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자 머리가 간질간질하면서 부쩍 비듬이 늘어난 것같이 느껴졌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을 때는 비듬이 떨어질까봐 걱정스럽다. 검은 옷으로 멋을 내고 싶어하는 신사,숙녀들의 적일 뿐만아니라 사람을 지저분하게 보이게하는 ‘머리의 때’비듬이심해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서울 노원구 하계1동 을지병원 피부과 정의창 교수는 “날씨가 차고 건조해지면 두피에서 각질세포가 떨어져나가기때문에 비듬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그는 “비듬이란 두피(頭皮)에서 노화돼 탈락하는 각질(角質)세포들과 두피 표면의 피지(皮脂)산화물이 결합해 생기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라면서 “그러나 눈에 크게 보일만큼 덩어리져 떨어지는 비듬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등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비듬은 대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피지선(皮脂腺)의 활동이 증가하고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피부의 탈락이 증가해 발생하게 된다.20대로 접어들면서 증상이 심해지다가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감소한다. 정 교수는 “백인들이 경우 비듬이 있을 확률이 20대 50%,30대 이후가 4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국내에서는건강한 남녀 고교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76%가 비듬이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이상준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 원장은 “젊을 때비듬이 많이 생기는 것은 신진대사가 왕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인] 비듬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피티로스포룸’이라는 곰팡이균 때문이다.이 균은 지질(脂質)을 좋아해 주로피부에서 기름기가 많은 지루성 부위에 살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피티로스포룸이 일반인의 두피에는 46% 나타나지만 비듬이 있는 사람의 두피에서는 74%나발견된다. 정 교수는 “비듬이 악화되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않았으나 곰팡이균이 피부 표면의 지질을 분해하면 피부에자극을 주는 지방산으로 변화,이것이 비듬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듬이 두피의 과증식(過增殖)에 의한 것으로 두피에서 각질생성이 촉진되어 비듬이 심해진다는 설도 있다. 두피의 노화된 각질세포가 끊임없이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 비듬이 심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두피에 염증이 생겨 표피가 증식되는 등 생성되는세포가 많아지면 균형을 이루기 위해 떨어져 나가는 비듬이많아진다는 것이다. 비듬은 정서적 스트레스와 피로,신경이완제의 복용,영양부족,두피의 위생불량 등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 또 샴푸,비누,염색약 등 모발처리 제품들에 대한 알레르기등으로 인해 비듬이 생길 수 있다. 유상덕기자 youni@. ■비듬 어떻게 치료하나. 비듬을 치료하려면 먼저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취하고스트레스를 피하며 자주 머리를 감아주는 생활습관을 길러야한다. 이상준 아름다운 나라 원장은 “두피의 염증이 원인일 경우 비듬을 없앤다고 머리를 매일 감으면 기름기가 빠져나가오히려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대체로 이틀에 한번쯤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사용하고 있는 비누나 샴푸가 맞지 않는지 한번쯤 바꾸어볼 필요도 있다.또 머릿기름이나 머리에 바르는 제품들의사용을 중지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댄트롤 샴푸,노비드 샴푸 등과 같은 비듬용 샴푸로 머리를 주기적으로 감아준다. 이 정도로 비듬이 줄어들지 않거나 가렵고 진물이 나는 등염증이 동반되는 경우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 동반된 피부질환은 없는지 살펴보고 니조랄,단가드,타메드등 약용 비듬샴푸나 스테로이드성 국소제제를 사용하거나드물지만 먹는 약이나 주사까지 사용할 수 있다. 비듬샴푸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약성분이 충분히 두피에 스며들 수 있게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물로 씻어 주는 것이다.또한 너무 자주 샴푸를 쓰면 오히려 두피에 자극을 줘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설명서에 나온대로 사용하고중간에 일반 샴푸를 쓰는 것이 좋다.비듬은 전염되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빗이나 수건을 같이 사용해도 문제가없다. 정의창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듬은 대개 만성적이고재발이 잘되므로 뿌리를 뽑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절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성 비듬일 경우 심해지면 탈모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상덕기자
  • [대한광장] ‘학생’이란 이름에 존경심을

    학생의 날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해마다 국화축제를 여는 것으로 유명했었다.그 축제가처음으로 준비되던 가을,시월유신이 선포된다는 소식은 부산 광안리 바닷가의 한적한 학교에도 전해졌다.그리고 국화꽃 화분의 그늘에 앉아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린 어떤 여선생님께서 나와 친구들에게 소곤소곤 광주학생운동이란 게있었단다,라고 전해주던 학생의 날 이야기는 무슨 전설처럼기억에 남아 있다. 노오란 황국화는 내게는 옥당의 금분도아니고 미당의 누님은 더더욱 아닌,바로 학생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간절한 휘장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국화는 피지만,오래된 기억을 현재진행형의 이상으로 바꾸어 주시던 그런 선생님들은 여전히 계실까? 그리고 그 낮은 속삭임에 핏줄이 뜨거워지면서,우리는 공부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반드시 그분들처럼 차별과 억압에 참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될 테야,하고 주먹부터 꼭 쥐던 어린 소녀들은 여전히 있을까? 광주와 목포를오가는 열차 안에서 시작된 작은 싸움을 일제로부터 강제되던 식민지 교육의 그 모든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바꾸어 낸전국의 소년소녀들의 의기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고 남아있을까? 물론,학생의 날이 희미해진 데는 반드시 이유가 없지만은않을 것이다.한동안 정부에 의해 금지되었던 기념일이란 이유 말고도,광주학생운동의 정신 가운데 ‘학생’의 의의를4·19 정신과 광주항쟁 정신이 발전적으로 계승함으로써 그날의 정신 자체를 바로 그날을 따서 기리는 의미가 약간 퇴색되었다는 점,학생운동의 축이 고보가 아니라 대학으로 옮겨짐으로써 상대적으로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운동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주체가 약화된 점,나아가 이제는 더 이상학생운동이 사회의 발전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는시대가 아니라는 점 등이 학생의 날을 그냥 지나간 어떤 날의 기념일로 잊고 살게 만든다는 사실 자체를 아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란 말의 가치가 하락하고 도구화되는 바로 이 현실이다.기념일을 기념한다는 것이 어떤의미일지는 독재자들이 훨씬 잘 알았던 것 같다. 박정희정권 치하에서 개천절과 국군의 날이 민족의 명절로 성대히치러지는 동안 학생의 날은 금기가 되어버렸다.그 옛날의어린 소녀들은 서서히 학생이라는 이름을 숙제하는 기계,입시공부하는 기계로 바꾸어 달고,마침내 꼭 그또래의 자녀를둔 엄마들로 바뀌어서는 자기 아이에게 행여 황국화 그늘로 이끄는 선생님이 나타날까 두려워 하고,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날의 삶에 지쳐 무언가 의미심장한 생각거리가 주어지는 일 자체를 끔찍해 한다. 새내기 대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이미 미성년의 나이를 벗어난 이 학생들이,지식의 양과 처세의 질에서 충분히 어른인 이 학생들이 타자를 배려하고공동체에 헌신하는 인간의 가슴을 지니기엔 너무나 경험이없다는 사실이다.감수성 풍부한 사춘기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연습하지 못하고 오로지 경쟁에만 내몰린 결과다. 우리는 너무 당연히,너무 마땅히,지금의 학교풍경이 옳지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리고 이미 어떤 아이들은 그 옳지않은 현실에 저항하고 싶어 한다. 두발자유화 운동에 뛰어든 아이들이 있고,부조리한 교칙 개정운동에 나선 아이들이있으며, 간디중학교의 학생들처럼 자신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전면적으로 투쟁하는 아이들도 있다. 자본과 부모들과 국가가 공모하여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반항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이에,학생은 죽고 공부하는 기계들은 남는다.그러니,높은 교육열이 우리나라를 일궈 내었다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생각을 좀 해보자. 학생이란 이름에 존경심을 돌려주자.그들에게 지식기능공으로써의 삶을 강요하지 말자.학생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하여 자신들의 현재를 양보하는 그런 아이들의 이름이 되어야한다. 학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단 하루라도 새로 생각해 보게 만들 학생의 날이 기념되지 않는 오늘의 우리나라가 슬프다. 노혜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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