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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틱코미디 외화 보면 트렌드 보인다

    로맨틱코미디 외화 보면 트렌드 보인다

    쿠거족, 소심남녀족, 싱글맘·싱글대디족…. 올봄 극장가를 수놓을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다양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봄바람을 타고 ‘화이트데이’ 특수를 노린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것. 당당히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그들의 연애담이 관객과 얼마만큼 소통을 이룰지 관심을 모은다. ● 쿠거족 - 연하의 남자랑 사귀어 볼까? 쿠거족’(couger)은 나이 어린 남자와 데이트하거나 결혼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로 경제력을 갖춘 싱글녀들을 가리킨다.‘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13일 개봉)의 여주인공 주디스(카렝 비야)는 쿠거족의 전형. 파리의 유명 출판사 편집장인 그녀는 높은 연봉과 명성은 물론 20대 못지 않은 피부와 S라인 몸매를 지닌 골드미스다. 연하의 청년백수인 작가지망생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지만 나이가 많다고 주눅이 들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4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미(이미숙)도 쿠거족의 행태를 보였다. 그녀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하남과의 사랑은 물론 일에도 열정적이다. 새달 10일 개봉하는 ‘경축! 우리 사랑’은 하숙집에서 한솥밥을 먹다 눈이 맞은 봉순(김해숙)씨와 무려 21살 연하와의 발칙한 로맨스를 코믹하게 그릴 예정이다. ● 소심남녀족 - 내게 사랑은 너무 어려워 우리 주변에는 겉보기엔 멀쩡하고 사회에서도 당당하지만 연애사에서는 어려움을 소심남녀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6일 개봉한 ‘27번의 결혼리허설’에 등장하는 제인(캐서린 헤이글)은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걸린 소심녀의 전형. 제인은 결혼식 들러리를 27번이나 설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과 행복에는 소극적이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남자초자 자신의 친동생에게 빼앗길 정도다. 같은 날 개봉한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의 촉망받는 광고회사 직원 그레이(헤더 그레이엄)도 멋진 외모에 쿨한 성격까지 갖췄지만, 몇년째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봤다. 주변에서 친오빠를 남자친구로 오해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그녀는 심리치료사까지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일 개봉)에 등장하는 라스(라이언 고슬링)에 비하면 앞의 두 여인은 그나마 괜찮다. 라스는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관심을 보이는 여자 동료의 호의도 모른척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어느날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다름 아닌 ‘리얼 돌´(인형)이었던 것. ● 싱글맘·싱글대디족 - 이제 더이상 우울하지 않아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싱글맘과 싱글대디족들의 연애담은 가족애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남편이 젊은 비서와 바람나 도망가는 바람에 어느날 갑자기 싱글맘이 된 ‘미스언더스탠드’(27일 개봉)의 테리(조안 알렌). 가족을 버리고 타국으로 떠난 남편때문에 네딸들에게 까칠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웃 사촌’ 데니(케빈 코스트너)에겐 마음을 연다. 같은 날 개봉하는 한국 영화 ‘동거, 동락’의 싱글맘 정임(김청)도 미대생 딸 유진(조윤희)과 단둘이 사는 싱글맘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임은 대학시절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적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댄인러브’(27일 개봉)의 주인공 댄(스티브 카렐)의 러브스토리는 더욱 복잡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세딸을 키우는 싱글대디인 그에게 4년만에 운명같은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는 부성애와 사랑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로맨틱코미디는 특히 사회트렌드에 민감하고, 진보된 의식을 빠르게 반영해 관객들의 동조의식이나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회는 이런 영화들을 통해 하나의 담론 혹은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거나 다가올 사회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심야(深夜)「프로」 DJ 테이블 엽서더미 사연들은 희한도 한데

    심야(深夜)「프로」 DJ 테이블 엽서더미 사연들은 희한도 한데

    한밤의 전파를 타고 번지는「라디오」의 심야 「팝송」「프로」는 젊은층의 독점「프로」처럼 그 인기는 놀랍다. 그런 탓인지 심야「프로」의 주역인 DJ「테이블」엔 청취자들로부터 신청곡과 함께 별의별 사연이 담긴 엽서가 매일 낙엽처럼 날아들어 쌓이고 쌓인다.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DJ 이종환(李鍾煥)) TBC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DJ 최동욱(崔東旭)), DBS 『0시의 다이얼』(DJ 윤형주(尹亨柱))등 심야 「골든·프로」에 날아든 엽서가운데 「코믹」하고 특이한 내용의 엽서를 골라 살짝 공개해 보면-. -「퀴즈」문제 신혼여행가는 두쌍의 부부가 「하와이」행 배를 탔대요. 그런데 고놈의 배가 고래와 부딪쳐서 파산당했대요. (에고 불쌍해라) 휴대용 「튜브」를 펴서 간신히 어느 무인도에 상륙하게 되었대요. (준비성이 심하죠) 어느덧 세월이 흘러 두 부부사이에는 17세된 딸들을 슬하에 두게 됐는데 두집 엄마가 동시에 죽어버렸대요. 하루 아침에 고아 둘과 홀아비들이 생겼어요. 생각다 못해 상대편딸을 재취로 맞아들였대요. 양 집에서 동시에 아들을 낳았대요. 이 두아들들은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답」= ○○아, 나는 너의 외삼촌이야, 아냐 내가 너의 외삼촌이야. 생각이 안나면 도표로 그려 보셔요. -「퀴즈」문제 달밝은 밤, 마루 밑에서 쥐한마리가 뭐를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그 쥐는 무엇을 씹고 있었을까? ▶「답」= 「검」좋아하네. 고독을 씹고 있었지. 쥐라고 어디 고독을 못씹나. -「퀴즈」문제 흰 양복이랄까,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알루미늄」으로된 「복스」를 들고 흰건물의 3층에있는 맨 끝방 앞에 아주 정중히 가선 말예요. 「노크」를 똑똑하면서 한말이 뭔지 아시겠어요. ▶「답」= 자장면 가져왔읍니다. 문제의 흰 「가운」의 사나이는 바로 중국집 「보이」였어요. 그럼 안녕.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참 기분이 그럴수 없어요.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와 둘이서 강의를 빼먹고 하숙방에서 뒹굴며 미래의 애인생각에 마냥 젖어 있었읍니다. 이렇게 하숙방에서 지내려면 「라디오」란 존재가 굉장한 위치를 차지한답니다. 오늘은 「퀴즈」문제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희도 한번 「퀴즈」문제 하나 내어 볼까요. 세계각국대표 30명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어요. 그런데 배가 파산이 되려고해서 SOS를 쳤는데 정원27명인 배가 왔어요. 결국 3명은 죽어야된다는 얘기죠. 그러자 미국사람 영국사람이 만세를 부르며 바다에 뛰어들어갔어요. 조금 있다가 한국사람이 대한민국만세를 부르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요. ▶「답」= 옆에있는 일본인을 번쩍들어 물속으로 던졌다는 거예요. -「퀴즈」문제 나무에 새 세 마리가 가지런히 앉아있었읍니다. 사냥꾼이 총을 겨누니까 두 마리는 재빨리 날아갔는데 한 마리는 그대로 버티고 있었읍니다. 왜 그랬을까요? ▶「답」= 순 깡이죠 뭐-. -「퀴즈」문제 전선주에 새 50마리가 앉아 있었는데요. 포수가 오자 모두 다 날아 가버리고 한 마리만 계속 버티고 있었죠. 포수가 한방 갈겨 그 새를 떨어뜨렸는데요. 그 새는 떨어지면서 무어라고 말했을까요. ▶「답」= 야, 그 친구 참 명 포수로군-. 재미있는 「퀴즈」문제들을 많이 보내오기도하지만 그보다 엽서들은 그들 나름대로 읊은 시나 유명인의 시를 옮긴 것들이 대부분. 다음은 여고생인 탓인지 내용이 꽤 감상적. 시가 있고 협박이 있고 시사논설까지도 -제목= 생각하면 임을 생각하면/임은 멀어지고/그리움을 생각하면/임은 다가온다. 청춘을 생각하면/청춘은 멀어지고/아름다움을 생각하면/청춘은 다가온다. 꿈을 그리워하면/꿈은 멀어지고/재회를 그리워하면/꿈은 꾸어지니라. -그렇게/홀로 태어나/열여덟 계단을 뛰어오른/숨 가쁜 의식속에서/온통 가슴을 꿈으로 채우고는/그 꿈을 현실인양/ 지껄이며 살아가는/모순 투성이 도시 계집아이. 자기만을 알며/자기만을 사랑하고/자기만을 위해 살자는/「에고이스트」그 이름…. -밤이 깊었읍니다. 친구와 종일 방황했읍니다. 다방, 빵집, 극장도 기웃거려보고 명동에도 나가 보았읍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수로 가슴을 채우고 피곤으로 맥을 잃었읍니다. 이제 남은건 공허한 마음뿐이군요. 사춘기탓일까요. 이런 여심(女心)이 부탁하는 노래한곡….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내 마음은 울고있다.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그녀의 얼굴. 바람센 오늘은 더욱더 그리워. 내마음은 온종일 울고있으니, 오오! 숙이 너는 어디서 지조없게 바람을 피우고있는지. 엽서중엔 괴상한 사진을 붙여서 보내온것도. -그림(여자가 한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어요. 난 이런 여자가 되면 어떻게 할까. 만일 내가 담배를 피운다면 나머지 한손에는 담배피우는 죄로 책을 들고 있겠어요-. 한편에서는 신청곡 틀어 주지않는다고 DJ에게 은근한 협박조도 수두룩. -「별밤」에 보낸 엽서로 하숙비가 축날정도요. 꼭 좀 신청곡들려주쇼. 이번에도 안틀어주면 소각해도 좋지만, 그러나 사나이는 엉엉울거요. 그런가하면 슬쩍 전파를 통해 사연을 전하기도. -밤에 「멜로디」를 들으면 고향생각, 집생각, 무척나죠. 햇병아리 육군 ○○○씨, 집생각 애인생각, 막걸리 생각말고 40일의 훈련을 열심히 받고 씩씩한 군인이 되길 빌며 한 곡조-. 이런것들과는 달리, 엽서가운데는 시사성이 있는것도 적지않다. 「마나슬루」를 오르던 김기섭 선배의 비보에 접했읍니다. 비록 만나 본일도, 대화를 나눠본일도 없는 그였건만 우리 백만산악인을 대표하여, 억겁의 신비에 싸인 「히말라야」에 도전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무척 친근미를 느꼈읍니다. 천길의 암벽에서 한「자일」에 서로의 몸을 묶은채 호흡하고 미소짓는 나의 동료 이상으로 말입니다. 산을 사랑해서 산에서 살다 산에묻힌 김기섭 선배의 영전에 삼가명복을. [선데이서울 71년 6월 20일호 제4권 24호 통권 제 141호]
  • 비밀에 싸인 아이/ 이상권 지음

    동물, 나무, 풀꽃 등 푸릇푸릇 생명력 넘치는 소재들을 작품 속에 즐겨 써온 인기 동화작가 이상권씨가 새 성장동화를 냈다.‘비밀에 싸인 아이’(신지수 그림, 산하 펴냄)는 대도시 변두리 동네를 배경으로 두 소년이 마음을 나누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어 나가는 줄거리의 장편 창작물이다. 시골에서 살다 도시의 산동네 연립주택으로 이사온 열한 살의 ‘나’는 심심하기 짝이 없다. 또래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버렸기 때문이다. 누나 콧등에 앉은 파리나 쫓으며 빈둥대던 나에게도 왠지 첫눈에 끌리는 친구가 생겼다. 왼쪽 다리를 좀 절룩거리는 열두살 영재라는 아이다. 그런데 영재는 의문투성이다. 말투와 행동이 적잖이 거친 데다 학교는 다니지 않고 가족 얘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닫아 버리는 묘한 구석이 많다. 대체 영재는 어떤 아이일까. 사춘기로 막 접어드는 두 소년의 관계를 중심얼개 삼아 이야기의 살을 붙여 간다. 해피엔딩의 강박을 털어내고 에피소드들의 속도와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한 대목들이 돋보이는 책이다. 영재의 ‘그늘’이 무엇 때문인지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베일이 벗겨진다. 하지만 영재는 끝내 세상을 떠난다. 사춘기 주인공 ‘나’의 생활 속 소소한 호기심들이 사이사이 끼어들어 독자들과 공감대를 나누기도 한다. 행복한 결말이 아니어도 신기하게 책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나팔꽃 풍경 등 성장을 은유하는 싱그러운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진 덕분이다. 작가는 책머리에 “성장이란 단순히 몸만 자라는 게 아니라 슬픔과 외로움을 알아가면서 자기만의 꿈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초등 3년 이상.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팬티 100개 모으기 운동

    『피의자는 사춘기 소년으로 춘정이 발동하여 여자의「팬티」만 훔치고 반나체로 잠자는 여자의 모습을 훔쳐보는 괴벽성을 가진자이며…』 이는 때묻은 여자의「팬티」만 전문으로 훔쳐온 김(金)모군(17)에 대한 부산(釜山)경찰의 구속영장신청서의 한 토막. 모 방직공장에 직공으로 있는 김군은 여자의「팬티」를 만지는 게 유일한 취미. 그것도 때가 묻은 것으로『가슴에 품으면 말할 수 없는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고. 이 별난취미는 우연히 반나체로 잠을 자고 있는 다방「아가씨」들의 방을 들여다보고서 부터인데. 그날 창문밖에서「레지」아가씨들이 잠자는 것을 보면서 꼬박 밤샘을 하고 새벽엔 그냥 돌아오기 섭섭해서「팬티」한개를 슬쩍해가지고 돌아왔는데, 훔쳐온「팬티」를 감추어 둘 곳이 없어 가슴에 품었다는 것. 종일 일을 하면서 코밑으로 스며드는 야릇한 냄새에 이상한 쾌감을 느낀 김군은 여자「팬티」1백개 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로 작정. 그러나 쉽게「팬티」를 구할 수 없어서 직장근처 A다방을 몇차례 지형조사 한 후 드디어 1일밤 10시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종업원아가씨방에 들어가 무난히「팬티」하나를 들고 나오다 운수사납게 이웃 양장점에 근무하는 정(鄭)모군(18)에게 덜미를 잡힌 것. -「콜렉터」치곤 냄새나는「콜렉터」. [선데이서울 71년 6월 20일호 제4권 24호 통권 제 141호]
  • [여성&남성]‘양성성’에 대한 단상

    [여성&남성]‘양성성’에 대한 단상

    “무슨 여자애가 저렇게 선머슴 같아?”, “남자가 계집애처럼 굴어서 되겠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들은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허무는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성(性)의 경계가 조금씩 느슨해지고 ‘양성성(兩性性)이 유행을 타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도 꽤나 부드러워졌다. 심지어 양성성을 ‘미덕´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동성들이 바라보는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에 대한 여와 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숭없는 그녀’ 멋진Girl ● “남성적인 여자 보면 지레 반감”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일명 ‘여고-여대 라인´이다.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성 공동체에 길들여지면서 온갖 유형의 여성들을 다 만나봤다. 여성성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친구부터 역으로 남자 같은 여자들까지 못본 사람들이 없다. 이 가운데 김씨는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짧은 커트머리에 굵은 목소리, 행동에 터프함이 묻어나는 여자 아이들을 볼 때 왠지 어색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남자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은 대개 레즈비언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남성적인 여자 아이들을 보면 지레 반감이 들더군요. 왜 자신의 여성성을 굳이 죽여 가며 남자인 양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괜히 멋있는 척 구는 면도 있는 것 같고요.” 김씨는 최근 드라마에서 멋있게 비춰지는 ‘양성형 인간´에 대해서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실제는 이와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남자 같은 여자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나온 은찬이(윤은혜 역)와 같다면 또 모르죠. 하지만 은찬이는 드라마 속 미화된 캐릭터일 뿐입니다. 전 정말 남자같이 행동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 돼요. 반감이 드는 게 사실이고요.” ● “여성성 무시하는 태도 이해 못해” 직장인 최모(25·여)씨도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최씨는 이들이 여성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씨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생겨났다. “회사에 남자 같은 여자 동료가 있는데 앙숙이에요. 그 동료는 저를 ‘과도하게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 ´며 비꼬는 투로 대합니다. 치마를 입고 온 날은 치마를 입었다고 비꼬고, 화장을 좀 진하게 한 날은 그럴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장 더 보라고 충고해요.” 이럴 때마다 최씨는 어이가 없다.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왜 사사건건 제게 시비를 걸까요. 자신과 다르다고 매사 지적하는 그 동료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편견일는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남성적인 여자들은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여성스러운 여자들은 생각이 없다든지 우습다든지 약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해요. 저도 그런 여자 동기를 볼 때마다 괜히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상대하기도 싫어요.” 대학원생 박모(24·여)씨도 남성스러운 여성을 볼 때마다 ‘억지스럽다. ´는 느낌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엔 남자 같은 여자를 보면 쿨(Cool)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박씨는 대학생이 된 뒤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같은 과 친구 중 유난히 남자같이 구는 여자 친구의 행동 때문이었다. 가끔 도를 넘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다는 박씨의 친구. 친구의 억지스러운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때가 많았다. “1학년 때 대성리로 MT를 갔었어요. 장을 봐온 짐을 옮기는데 좀 무겁더라고요. 20명 정도 간 MT이니 얼마나 먹을 것이 많았겠어요. 약간 힘든 척을 했더니 대놓고 제게 욕을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그러면서 보란 듯이 무리하게 많은 짐을 들고 몇 걸음 걸어가더군요. 제게 힘을 과시한 거죠. 몇분 뒤 힘이 부쳤는지 들고 있던 짐을 모두 땅에 내동댕이쳤어요. 죄 없는 계란만 다 깨뜨렸지 뭐예요.” ● “내숭女보다 터프女가 더 멋져요.” 직장인 노모(25·여)씨는 남자 같은 여자를 보면 개성 있어 보여 한편으로는 부럽다. 또 그런 그녀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노씨의 경우 보통 여자라고 하면 다소곳하고 머리가 긴 고정관념의 여성성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반면 남성성을 지닌 여성들은 적극적이고 활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미도 있어 보이고 남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남자 같은 여자들이 건강해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활발해 보이고 성격도 화끈해 보여요. 이런 점에서 이들이 무척 긍정적으로 보여요. 모든 여성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긴 생머리에 다소곳한 성격을 지녔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남자 같은 여자. 뭔가 개성 있어 보이고 독특하지 않나요?” 대학생 이모(22·여)씨는 자칭 ‘남성미 넘치는 여성´이다. 남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 말하든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의 내숭이 너무 싫었다. 별거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떨고 힘이 넘치면서도 약한 척하는 여성들의 내숭이 싫었다. 무거운 짐도 일부러 더 들고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사실 남자 같은 제 자신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주위 친구들도 많이 이해해 줘요. 여고를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 가끔 좋아한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외모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이씨는 여성보단 남성 쪽에 가깝다.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스타일이 어떠하냐에 따라 몸가짐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 치마보다는 바지, 긴 머리보다는 짧은 컷 머리를 선호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데 과 특성상 남자들이 많아요. 자연스레 어울려서 지내죠. 선배들에게 형이라고도 부르고요. 전 여성스러운 건 체질적으로 싫어해요. 그냥 털털하고 활발한 게 좋아요.” 직장인 강모(23·여)씨는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미가 나는 여성은 괜히 당당해 보이고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왜소한 몸에 소극적인 성격을 지닌 자신과 대비돼 그저 부러울 뿐이다. 남성미 넘치는 여성들은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 “왠지 그녀들의 남성성이 멋지지 않나요? 요즘은 양성성이 대세잖아요. 여성적인 측면과 남성적인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제 주변에도 남성적인 친구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요. 남성적인 여자에 대해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옳지 않죠.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인가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섬세한 감수성’ 男부럽군 ● “심리적 거부감 어쩔 수 없어” “여자 같은 남자들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민망해요. 아무리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해도 심리적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대학생 김모(26)씨는 여자 같은 남자들을 차마 눈뜨고 지켜보기가 어렵다. 경북 경주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김씨는 이런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비록 대학에서 여성학 수업도 들어보고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도 해 봤지만 아직은 쉽게 다가오지가 않는다. “아직 남자는 남자다워야 보기 좋아요. 남자가 여자처럼 굴면 왠지 뭔가 비정상적인 것 같고 그래서 멀리하게 돼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사실 그런 친구들 있으면 많이 놀려대기도 하잖아요.” 직장인 김모(27)씨도 마찬가지. 김씨도 여성스런 말투와 표정을 쓰고 슬픈 영화에 찔끔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을 보면 ‘쟤 왜 저래. ´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제 아무리 남녀의 역할이 불분명해지고 있다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어머´, ‘웬일이니?´ 같은 여성적인 표현을 쓰는 남자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사회가 변하고는 있지만 상대에게 거부감을 준다면 본인도 노력해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남성들이 많이 모인 집단에서는 ‘여자 같은 남자´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다. 남중(男中)과 남고(男高) 출신에 현역으로 군복무까지 마친 이모(26)씨는 ‘남자들의 소굴´을 경험하며 이들에 대한 적대감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여자 같은 남자애가 한 명 있었는데 모두 그 아이 흉내를 내기도 하고 놀림도 심했어요. ‘게이´라는 소문도 파다했고요. 나중에 그 아이와 진지하게 얘기를 해봤는데 상처를 꽤나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여자처럼 행동하는 구성원에 대한 언어 폭력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한다. ‘이딴 녀석이 어떻게 군대를 들어왔냐. ´는 말부터 심한 욕설, 심지어 성희롱까지 벌어졌다. “군대란 조직이 원래 ‘남성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여자 같은 행동과 감수성을 지닌 남자들이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 양성형 남성이 여자에게 인기가 좋다? 그러나 모든 남성들이 이들을 혐오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갖추지 못한 ‘여성적 섬세함´이나 ‘부드러움´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 권모(27)씨에게는 친한 친구 가운데 ‘여자 같은 남자´가 있다. ‘어머!´라는 말투를 연발해 가끔 닭살(?)이 돋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말투와 섬세한 감수성이 부럽다.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더라고요. 물론 여자들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그 친구의 여성적인 말투와 행동, 그리고 부드러운 감수성을 좋게 보는 여자들이 많아요. 왠지 터프가이가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요즘엔 이런 ‘양성형 인간´의 인기가 부쩍 치솟고 있는 느낌입니다.” 평소 무뚝뚝한 말투로 스스로를 ‘여자에게 인기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권씨는 이런 이유로 이 친구의 ‘여성스러움´을 흉내내고 있다. 보다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하고 해맑은 웃음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자칭 ‘양성성 찬양론자´인 대학원생 김모(27)씨는 ‘남자다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남자답다. ´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외적으로는 근육질 몸매에 큰 키, 내적으로는 통 크고 결단력도 있으며 여자를 휘어잡는 약간의 권위를 가진 사람, 또 윗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할 줄 알는 ‘시원스러움´과 ‘넉살´, 이런 것들로 종합되더군요.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과연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일까요.” 김씨는 사람들이 좋게 보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남자답다. ´라는 개념이 ‘멋있다. ´라는 말과 등식처럼 이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멋있지 않은´ 인간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 사람 정말 남자야. ´라고 말할 때 어떤 사람인지를 관심있게 보면 비민주적이고 가부장적인 인간형인 경우가 많아요. 과거부터 남성스러움에 환호를 보냈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온 듯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권하는 ‘민주적 인간형´과는 충분한 차이가 있습니다. 양성성은 이러한 개념의 한계를 극복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 양성성은 남녀평등의 ‘밑거름´ 본인 스스로 ‘여자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별명이 ‘여자´였다. 놀림도 많이 받았고 이 때문에 상처도 컸다. 김씨는 이때 ‘안 되겠다. ´싶었다고 한다. 민감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졌기 때문이다. ‘남자답게´ 보이기 위해 태권도도 배웠고 욕설도 해대며 서서히 ‘남자다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춘기가 지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이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시대도 많이 변했죠.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양성성´이란 말은 없었으니까요.” 김씨는 과거 왜곡된 남성성에 매몰된 채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려 노력했던 점이 후회스럽다. 남성과 여성의 장점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많이 양성화되고 있습니다. 성역할도 많이 깨지고 있고 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을 규정하는 제약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죠. 그러나 아직도 그 잔재는 남아 있어요. 특히 남성이 많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는 ‘여성적인 남성´은 아직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군대가 대표적이죠.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여성성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고요. 따라서 양성성은 남녀평등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매큐언 소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매큐언 소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어린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이웃 소녀를 살해하고, 벽장 속에 숨어 살고…. 그의 소설은 너무나 비정상적이요 일탈적이다. 섬뜩함과 삭막함, 야릇함과 기이함이 한데 어우러진 기괴한 이야기를 빼어난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소설적 재능은 감탄마저 자아낸다. 영화 ‘어톤먼트’ 원작자로 주목을 받은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60)의 첫 소설집 ‘첫 사랑, 마지막 의식’(박경희 옮김, 미디어 2.0 펴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디. 표제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비롯해 8편의 단편이 실렸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소녀이거나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작가는 치우침 없는 시선으로 그들의 성을 분석하고, 이들의 ‘결함’이 사회 병리현상과 연결돼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호기심과 무료함,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주인공들의 비행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러지고 있어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집이 1975년에 출간됐으니 당시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평론가 마이클 뮤소는 이 소설에 대해 “어둡고 잔인해 보였던 것들이 책을 넘김에 따라 마음에 사무치고 호소력 강한 이야기로 변신한다.”면서 “음란한 요소는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이야기 구조와 정직한 묘사 속에 희석되고 만다.”고 평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네아이라 재판소동/데브라 하멜 지음

    역사책은 흔히 딱딱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웬만한 관심사가 아니면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데브라 하멜이 쓴 ‘네아이라 재판소동’(류가미 옮김, 북북서 펴냄)은 이런 역사책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고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고전학 권위자인 저자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늙은 창녀 네아이라의 재판 과정을 바탕으로 아테네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구성해냈다. 역사 속 법정 풍경에 ‘창녀’라는 자극적인 모티프를 끌어들여 시종 경쾌한 문체로 풀어냈다. 이야기의 주인공 네아이라는 2400여년 전 고대 아테네의 여성. 그녀의 직업은 창녀였다. 어린 시절 유곽에 노예로 팔린 네아이라는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몸을 팔아야 했다. 스무살이 넘어 창녀로서 한계에 이르자 유곽 주인은 그녀를 팔아버린다. 이곳저곳을 떠돌던 네아이라는 자기 몸값을 치른 아테네인 스테파노스에게 정착한다. 그리고 두 남녀의 관계는 30년간 이어진다. 쉰 살이 넘은 네아이라는 어느날 뜬금없이 고발을 당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네아이라의 신변잡사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어 당대 아테네 정치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당시 고급 창녀들은 문화생활의 중심이면서 유력 인사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던 만큼 네아이라의 재판 사건은 당대의 문화와 풍속을 파악하는 데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말한다. 저자는 재판사건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고대 아테네의 사법제도를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책은 판사도, 변호사도 없이 무작위로 뽑힌 수백, 수천명의 배심원단 투표로 결정하는 당시 법정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3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22) 아토피 피부염

    [한국인의 질병] (22) 아토피 피부염

    과거에는 견디기 힘든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접하면 으레 ‘습진’을 의심했지만 요즘에는 ‘아토피’를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이상한’,‘부적절한’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아토피’(atopy). 말 그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을 뜻한다. 아토피로 인한 심한 가려움증은 정서장애, 학습장애뿐만 아니라 불면증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이사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49) 교수를 만나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과 예방법을 자세히 들어봤다. ●무더운 여름·건조한 겨울에 악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 해에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국민의 10%에 이른다. 특히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가 2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최근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가려움이나 습진, 가족력 등 3가지 기준 가운데 2개 이상에 해당되면 아토피로 진단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대다수는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다. 눈 주위에 습진이 생길 수 있고, 이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눈 아래쪽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유아나 소아는 머리가 가렵고 비듬이 많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보통 관절이 접히는 부분의 피부가 가장 거칠고 손끝과 발끝이 갈라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이론적으로는 겨울철에 증상이 가장 나빠지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여름철에 땀이 많이 나면 습진과 같이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봄에 많이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황사나 꽃가루 알레르기에 의한 것이지 계절적인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인스턴트식품·도시공해 등 멀리해야 아토피 피부염은 이상 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이에 관계없이 외부 물질 등에 의해 혈청면역글로불린(IgE·항체)이 생길 경우 가려움증이나 습진 등의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은 꽃가루부터 달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까지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매연이나 도심 공해가 늘고 식품 첨가물을 섭취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아토피 피부염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 피부염을 완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관련 학계 보고에 따르면 완치할 수 있는 기회는 돌을 전후한 시기, 초등학교 입학 시기, 사춘기 시작 시기 등 일생에 세 차례가 있다. 이 시기에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있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육류나 유제품이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학업 강요 스트레스도 원인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스트레스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청소년기나 그 이전에 생기기 때문에 학업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토피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경우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부모들이 잘 관찰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인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에 생활 속 예방법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땀을 흘리는 운동, 기온이나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은 환경, 지나친 목욕, 피부 건조증, 피부 감염, 옷에 남은 세제, 실내외 오염물질, 집먼지 진드기 등은 모두 이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모유를 먹이면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하는 ‘TGF-베타’와 ‘올리고당류’를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돼 좋은 영향을 준다. “무조건 우유나 계란, 돼지고기를 안 먹인다고 예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쯤 이상을 발견하면 피부 반응검사를 받아보고 피해야 할 물질들을 하나씩 점검해 나가야 합니다. 아이를 너무 심하게 다그치거나 학업에 집중하도록 감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연고 충분히 발라야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오히려 피부를 과도하게 확장시키거나 수축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따라서 환자 임의로 처방을 받아 약을 바르거나 복용하기보다 전문가의 조언을 먼저 듣는 것이 좋다. 대신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연고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들어 처방이 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연고는 충분한 양을 발라야 피부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연고는 보통 독하다는 생각에서 얇게 바르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환부가 빨리 낫지 않습니다.” 보습제는 치료효과가 없다. 단지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 된다. 보습력은 30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치료법만으로 아토피 피부염을 완치했다는 풍문도 흔하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의 완치는 그렇게 쉽지 않다. 꾸준하게 피부 건강을 체크하고 예방법을 생활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인터넷 나도는 입증안된 민간요법 주의 “인터넷 등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단숨에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한다는 말에 현혹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만약 이같은 치료법을 꼭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보여 달라고 하세요.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처법일 것입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섶에서] 아이젠 단상/구본영 논설위원

    설연휴 끝자락에 산을 찾았다. 음력설과는 무관할 외국인들과 조우하자 미국에서 연수하던 시절이 떠올랐다.‘콜럼버스 데이’가 공휴일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기억 때문이다.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기념할 이유가 뭔가 싶었다. 길섶의 잔설(殘雪)에 몇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배낭 속에 넣어둔 아이젠 덕택에 무사히 내려왔다. 하산 후 아내는 곧 고교생이 될 아들에게 줄곧 훈계다. 진학 전에 영어·수학 기초도 다져놓고 고전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이젠도 없이 먼 길을 떠나려는 아들이 걱정스럽다는 투다. 하지만, 사춘기 아들은 그런 간섭이 부담스럽기만 한 눈치다. 별 것 아닌 아이젠 하나가 더없이 요긴한 장비라는 것을 체험한 뒤끝이어서일까. 모자의 실랑이를 지켜보다 새삼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발명이나 발견도 결국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에게나 의미있다는 사실을. 인디안들에게는 늘 심드렁하게 보던 땅이었지만, 고통스럽고 긴 항해 후의 콜럼버스에게는 감격스러운 새 땅이었듯이…. 구본영 논설위원
  • 소피아 로렌과의 짧은 만남, 파바로티와의 긴 이별

    소피아 로렌과의 짧은 만남, 파바로티와의 긴 이별

    2007년은 세기의 테너 파바로티가 71세를 일기로 타계함으로써 우리와 이제 긴 이별을 고하였다. 그리고 소피아 로렌이 72세의 미모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피렐리 달력(www.pirellical.com)에 기네스북이 인정하는 최고령 미인 모델로 등장하여 우리 눈을 즐겁게 하였다. 이 뉴스를 들으며 떠오른 추억과 상념이다. 얘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폴란드 바르샤바 행 비행기 탑승객 대합실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 같은 비행기로 날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슈퍼스타 소피아 로렌이다. 그녀는 당시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도 놀랍게도 늘씬한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소피아 로렌이시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내가 말을 건네자, 그녀는 엷은 미소로 답례를 하였다. “나는 현재 폴란드에 주재하면서 현지법인 사장을 하는 한국의 비즈니스맨입니다.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당신의 영화를 보았어요. 그리고 언젠가 한번은 직접 당신을 만날 날이 있으면 하고 살아 왔어요.” 옆에 집사람이 같이 있어 그 이상 오버할 수는 없었다. 내가 열렬 팬임을 강조하자 그녀는 “저도 폴란드에 행사가 있어 갑니다만 무슨 영화를 봤습니까?”하고 되물어 왔었다. 내가 하녀(La donna del Fiume), 엘시드(El Cid), 해바라기(Girasoli), 흑란(The Black Orchid), 두 여인(La Ciociara) 등을 읊어대자 그제야 그녀의 표정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1959년의 <흑란>으로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여우상을, 1961년의 <두 여인>으로 아카데미상과 칸느영화제 여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90여 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았다. 그녀는 미혼모, 위안부, 생활력이 강한 가정부인, 러시아 백작부인, 아랍계 여인, 레지스탕스 스파이, 로마황제의 공주, 스페인 귀부인, 미국인 미망인, 술집 여인, 그리스 해변의 해녀, 성폭력피해자 등등 다양한 역을 해내었다. 나의 청춘 소피아 로렌, 그녀의 맘보로 포 강은 푸르다 돌이켜 보면 소피아 로렌에 흠뻑 빠진 것은 내 나이 15세의 사춘기에 마주친 그녀의 출세작 <하녀>(河女, Woman of the River)의 스틸 한 장이었다. 하녀는 <강의 여인>으로 풀어서 말할 수 있는데 그 당시 그녀는 1미터 74센티의 키에 38-24-38의 몸매에 21세의 싱싱한 나이로 일약 세계적 관능 미인으로 뜨게 되었다. 이 영화를 접하고서 그녀는 나의 연상의 연인화되었다. 나는 바로 줄리안 듀비비에 감독의 명작 <나의 청춘 마리안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며 환상의 여인 마리안느에 빠져드는 사춘기 청년 뱅상(Vincent Loringer)이 된 것이다. 맘보 리듬을 타고 폭발한 야성적인 에로티시즘 영화에서 소피아 로렌은 그의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이 영화의 무대인 강은 바로 이탈리아의 포 강이다. 처음에는 포 강 하구의 델타 지역에 있는 뱀장어 통조림 공장의 여직공인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으로, 그리고 후반부에는 바람둥이 어부로서 밀수꾼인 남주인공에 버림받고 사탕수수밭의 일군으로 벗어부친 미혼모로서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마을 댄스파티에서 ‘맘보 바캉’이라는 주제가의 선율 속에 치맛자락을 바람결에 들어 올리며 늘씬한 다리를 뽐내는 육감적인 신은 뭇 사나이들을 뇌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 주제가 맘보 바캉을 직접 부른 음반을 내기도 하였다. ‘라라라 라라라라 맘보 맘보, 맘보 바캉.’ 그리하여 이 경쾌한 노래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삶을 일깨워줬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포 강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으로서 전장 652km로 낙동강 길이보다 30%가량 길고 그 유역 면적은 71,000km²로서 북부 이탈리아의 생활과 문화를 지배하는 중요한 강이다. 코티안 알프스의 몬비소에서 발원하여 베니스 근처의 아드리아 해로 유입되는 강이다. 5개의 하구 델타 유역에는 수백 개의 지류와 운하가 거미줄 같이 얽혀 있다. 이 강은 예사로운 강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포 강 유역을 무대로 로케한 이탈리아 대표적 명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말 지주계급과 농부들의 갈등 속에서 시들어 가는 근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린 라투아다 감독의 <포 강의 물방앗간> (The Mill on the Po), 쫓기는 범인이 숨어든 농장에서 쌀 농사꾼인 풍만한 여인(실바나 망가노 분)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데산티스 감독의 <쓴 쌀>(苦米:Bitter Rice), 명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단편영화 <포 강의 사람들>(Gente Del Po)이 그 것이다. 파바로티의 노래와 함께 포 강은 오늘도 흐른다. 그런데 이 강은 최근에 반갑지 않은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강물의 수질 분석 결과 하루에 2만7천명의 젊은이가 투약할 정도의 코카인 마약 성분이 계속 추출되었으며 그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체의 대소변을 통하여 흘러나왔을 것이니 이탈리아 젊은이의 타락상을 보는 것 같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년(2007년) 5월에 강줄기의 여기저기에서 바닥이 들어나도록 물이 부족해 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200년만의 겨울 난동을 겪었고 알프스에 눈이 제대로 오지 않은 결과이다. 인간이 저지른 탄산가스 분출에 따른 업보이다. 이 강의 광활한 유역에는 산업과 문화면에서 유명한 도시들이 포진해 있다. 토리노, 밀라노, 베로나, 모데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모데나는 바로 20세기 말 최고의 테너였던 파바로티의 고향이며 2007년 9월 6일 그가 숨을 거둔 자택이 있는 곳이다. 그는 1935년 모데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그의 가족은 가난했다. 아버지 페르난도는 빵을 굽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담배 공장에서 일했는데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출세 후 파바로티는 2005년 9월 12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 총보는 거의 읽을 수 없으나 피아노 파트의 반주용 악보라면 읽을 수 있다고 고백하였다. 학위 위조사건으로 떠들썩한 한국과 달리 그는 이렇다 할 정규대학교육을 받지 않고도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는 보험 외판사원도 했다. 1961년 고향의 극장에서 라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오페라에 뒤 늦게 데뷔했다. 그런데 출세 후에 더욱 빛을 발한 것은 혼자서 돈을 세면서 호의호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선공연을 통하여 뜨거운 인류애를 보여줌으로써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에 보답해야 하는지를 보여 줬다는 점이다. 그는 고향 모데나에서 각각 보스니아와 이라크 고아와 아프간 난민, 그리고 코소보 난민 등을 위하여 해마다 자선공연을 열었다. 이렇게 해서 적어도 1천 3백만 달러의 모금을 해서 유엔에 협조하였다. 아프간을 돕는다고 몰려가서 돕기는커녕 탈레반 테러범에게 인질이 되어 외신에 의하면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거액의 몸값을 인질범에게 넘겨주고도 귀중한 인명 피해를 보면서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눈총만 키우고 돌아온 우리네 현실에 비해 파바로티에게 배울 점이 많다. 뒤에서 순교운운하면서 이를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데는 더욱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값진 순교를 하려면 뒤에서 남을 시키지 말고 본인들이 가서 몸소 순교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2001년 서울에서 파바로티의 공연을 보면서 소피아 로렌이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바람둥이에게 버림받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나폴리 빈민가에서 자라나 고등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일어서서 15살 때부터 영화계에 몸을 던져 드디어 슈퍼스타가 되고 오늘날에는 여러 사회활동을 하는 소피아 로렌과는 인생역정에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할 것이다. 포 강의 젖 줄기가 있었기에 이탈리아가 낳은 예술문화계의 남녀 톱스타 즉 소피아 로렌과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더 있다. 포강의 상류에 있는 토리노는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피아트본사가 있고 2006년 동계올림픽이 치러진 곳이다. 소피아 로렌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기를 봉송하는 영광스런 역을 해내었다. 이 개막식에서 파바로티는 생애 마지막 공연이 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오랜 기립 박수를 받았다. 결국 이 두 슈퍼스타의 출세는 포 강에서 시작되고 포 강가에서 완성된 느낌이다. 포 강의 쿠르즈 십 ‘리버 클라우드’ 호를 타면 9일 동안 이들 도시의 상당 부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삶과 꿈, 마이 웨이 지금도 나는 비디오로 떠서 소장한 그녀의 영화 <하녀>에서 그녀의 맘보 바캉을 때때로 감상하며 젊은 날의 아린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고 있노라면 소피아 로렌 그녀가 남긴 다음과 같은 어록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그저 어떤 것을 원한다고 하지요. 그러면서도 그걸 이뤄낼 힘인 절제로 단련하는 데는 게을리 하지요. 사람들이 약한 겁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정말 지독히 원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Many people think they want things, but they don’t really have the strength, the discipline. They are weak. I believe that you get what you want if you want it badly enough.)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영화리뷰] 뜨거운 것이 좋아

    [영화리뷰] 뜨거운 것이 좋아

    “여자에겐 절대 들켜선 안될 세 가지가 있다. 바람, 주름살 그리고 속마음.”(영화대사중). 하지만 여기 자신들의 본능에 꽤 솔직하려 노력하는 세 여자가 있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10대,20대,40대를 대표하는 세 주인공의 사적인 연애담을 경쾌하게 그린다. 지난 2003년 29세 여성들의 ‘쿨’한 인생관을 담은 영화 ‘싱글즈’로 트렌드를 선도했던 권칠인 감독은 이번엔 ‘뜨거운’ 이야기를 들고 5년 만에 관객 앞에 나섰다. 형식은 옴니버스식이지만, 내용은 성장영화에 가깝다. 모텔에 처박혀 1년째 엔딩만 고민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 일도 안 풀리는데 자기보다 갑갑한 남자친구 원석(김흥수)을 보면 한심하다. 못 이기는 척 나간 선 자리에서 유머만 빼고 모든 게 완벽한 회계사 승원(김성수)을 만나자 아미는 혼란에 빠진다.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미(이미숙)는 불혹의 나이에도 자신의 일과 사랑을 뜨겁게 즐기는 싱글맘이다. 거침없이 덤비는 매력에 끌려 연하남 경수(윤희석)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바로 폐경기라는 불청객이 날아든다.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더웠다가 추웠다를 반복하는 그녀는 이것이 사랑인지 갱년기 증상인지 분간이 힘들다. 공사다망한 엄마 영미와 이모 아미를 챙기느라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는 고등학생 강애(안소희). 그녀의 고민은 3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호재(김범)와의 스킨십이다. 급기야 강애는 브라질에서 온 친구 미란(조은지)과 ‘뽀뽀 연습’을 하기에 이르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발생했다. 호재와 통해야할 전기가 미란과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영화는 지난해 4월 첫 촬영 때는 감독의 유명세로 주목을 받다 개봉즈음에 이르러서는 대중문화 코드로 떠오른 ‘원더걸스’ 안소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독특한 케이스. 세 주인공의 도발적인 연애담은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연상녀-연하남 갈등 구조나 ‘사랑이냐 조건이냐’를 고민하는 20대 여성의 모습은 기존 드라마나 영화의 코드를 답습한 부분도 적지 않다. 사랑과 우정을 혼돈하는 10대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담았다는 강애의 에피소드는 색다르지만 튀는 느낌도 있다. 다만 이 작품에서 한 단계 성장한 배우들을 보는 맛은 쏠쏠하다. 배우로서 여자로서 한결 성숙한 김민희는 방황하는 20대 청춘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이미숙의 30년 연기관록과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딘 ‘새싹´ 안소희의 연기도 신선하다. 이 작품이 새해 벽두 한국 영화의 ‘뜨거운 맛’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15세이상 관람가.17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이의 비뚤어진 턱 사춘기 이전 교정을

    아이의 비뚤어진 턱 사춘기 이전 교정을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민수(42·가명)씨. 방학 중인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모처럼 많아졌다. 그런데 입을 무심코 살피다가 위쪽 앞니가 아래쪽 앞니보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 사실 자녀의 얼굴에 조그마한 흠이 있더라도 천진함에 묻혀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아이가 점차 성장함에 따라 드러나는 턱의 결점은 신체적인 장애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등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겨울 방학을 맞아 내 아이의 턱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성인 무턱·주걱턱 30%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정과가 최근 연세대 학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턱이 아래턱보다 돌출되었거나 아래턱이 깊이 들어간 ‘무턱’ 비율이 12.2%였다. 또 아래턱이 튀어나와 보이는 ‘주걱턱’은 16.7% 수준이었다. 턱은 정상이지만 치열(齒列)만 어긋나는 경우는 61.6%였다. 반면 턱과 치아가 정상인 학생은 9.4%에 불과했다. 성인 가운데 아래턱과 위턱이 딱 맞지 않은 ‘부정교합’ 환자가 많은 것은 어릴 때 생활습관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교정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백형선 교수는 “방학때 아이들의 잘못된 생활 습관만 잘 고쳐주어도 성형 수술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껌, 오징어 씹는 것은 피해야 습관적으로 턱을 괸다든지 위·아래 앞니의 중앙선이 비뚤어지게 물거나 한쪽으로 팔베게를 하는 습관은 턱 관절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원인이다. 한 쪽으로만 음식물을 씹거나 손가락을 빠는 습관 또한 턱관절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은 음식물을 씹도록 턱뼈를 움직여주는 근육에 이상을 초래해 아래턱이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책상앞에서 턱을 괴고 앉지 말고 허리를 가능한 곧게 세워 턱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껌이나 오징어 등의 식품은 턱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백 교수는 “위턱과 아래턱이 균형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주걱턱이나 무턱이 나타나고, 얼굴 좌우가 대칭을 이루지 못해 일그러질 수 있다.”며 “성인은 턱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릴 때 미리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트레스, 턱 관절 장애 유발 작은 스트레스도 자녀들의 턱 관절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긴장을 하게 되면 입을 앙다무는 습관이 생기는데, 이는 잠잘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깨무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생활이나 가정, 친구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도록 주위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다. 서울 역삼동의 미소드림치과 오동진 원장은 “스트레스로 입을 꽉 다무는 습관을 갖게 되면 턱 관절에 통증이 생기거나 소리가 나는 등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식적으로 턱에 힘을 빼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전문가 진단 받고 교정치료를 다양한 부정교합 증상을 간단히 분류해서 치료의 방법이나 시기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위턱과 아래턱의 부조화로 생기는 ‘골격성 부정교합’의 치료는 아이가 다 자라기 전인 7∼8세나 그 이전에 받는 것이 좋다. 치아의 배열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사춘기 이전인 11∼12세 시기에 교정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골격과 관계없는 단순 부정교합일 때 교정을 너무 일찍 시작하게 되면 위생 관리가 어려워 치아를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교정과 주보훈 교수는 “3∼5세에도 턱을 심하게 앞으로 내민다든지 좌·우측으로 아래턱이 심하게 돌아갔을 때는 예방적 차원에서 교정치료를 할 수 있다.”며 “사춘기 이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교정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예비 중1·고1 겨울방학 공부법

    예비 중1·고1 겨울방학 공부법

    자녀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때,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 부모들은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학습 부담이 커지고 상급 학교에 진학한 뒤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초기 적응이 달라진다고 한다. 겨울방학때 학생들이 스스로 실천해볼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소개한다. ●주 단위 공부계획표 세워야 초등학교 6학년은 중학교 생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선행학습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능력이 부진한 학생은 초등학교 학습 마무리부터 시작한다. 공부는 자신이 재미를 느껴야 자발적으로 하게 되고 학습 효과를 볼 수 있다.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배우는 내용에 대한 기본 지식이 바탕이 되어 이해하기 쉬울 때를 의미한다.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선행학습을 강요한다면 흥미를 잃을 위험이 크다. 상위권 학생은 ‘스스로 학습’ 훈련을 통한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이 중학교에서 첫 시험을 치고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량이 많은데 시험 기간에만 공부를 하던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경우다. 중학교의 많은 학습량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시험기간 외에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학교 시간표가 주 단위로 결정되기 때문에 방학시간 동안 주 단위의 공부 계획표를 세워본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집중이 잘 되는지, 어느 장소에서 산만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지 등을 파악하면 좋다. ● 국어는 독서가 기본, 수학은 중1 1학기까지만 선행학습 국어는 폭넓은 독서와 토론, 글쓰기 능력이 기본이다. 중1을 위한 권장도서 목록을 보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수학은 ‘벼락치기형 공부’가 절대 통하지 않는다. 반드시 현재 실력에 대한 꼼꼼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수학의 중요 공식과 수학 지식을 쌓으면서 취약부분을 확실히 보완한 후에 중1-1학기 진도까지 나아가는 게 적당하다. 영어는 중학교 1학년 시기에 공부에 흥미를 잃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려운 문법보다는 중학교 책 수준의 단어를 암기하고, 수준에 맞는 회화 책을 보면서 본문을 익히는 것도 좋다. 과학은 중학교 1학년 1학기 학습목차를 살펴본 후, 그와 관련된 전시회 및 박람회에 부지런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학습내용과 관련된 과학 그림책 등을 통해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도 좋다. ●기초개념부터 꼼꼼히 정리 중3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목표 대학이나 진로에 많은 변화가 올 수 있다. 고1 과정은 12개 교과(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국사, 기술·가정, 체육, 음악, 미술)를 필수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학교 특성에 따라서 1∼2개 교과가 추가된다. 보통 외국어 교과 중 1개 교과와 일반 선택과목 중 1개 교과가 추가된다. 이 중 수학과 영어는 선행학습을 했어도 진도가 나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수학 교과에 대한 학습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어는 교과서 내용에 있는 특정 지문에서만 문제가 출제되는 중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각 단원의 핵심원리 수준의 난이도라고 판단되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다른 문학작품이 지문이나 보기로 출제될 수 있다. 고등학교 학기 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독서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겨울방학 때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어보고 그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에 비해 그 학습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연산이 복잡해지면서 복합적인 사고를 요한다. 기본개념을 익혀둔 뒤 학기 중에 다시 반복 학습하여 완벽하게 개념 정리를 하고 문제 유형의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 외국어 듣기 하루 10분씩 외국어는 어휘가 중등 과정보다 늘어나며 난이도 또한 어려워진다. 문법 습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등 과정이라면 고등 과정은 독해를 중심으로 어휘 암기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수준에 맞는 독해 교재를 보며 장문 독해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어휘를 많이 외워두는 게 좋다. 또한 듣기 문제를 위해 매일 10분씩이라도 듣기 연습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과학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금만 응용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개념을 확실하게 파악해 두면 의외로 빠른 시간에 고난도 문제까지 풀 수 있다. 공식 암기에 연연하지 말고 교과서에 나온 다양한 배경설명과 함께 개념을 우리 주변 상황에 적용해 본다. 사회 고교과정은 수능과 연결되기 때문에 학교 시험에서도 수능형 문제를 적극 출제하게 된다. 따라서 지문해석과 자료해석은 사회학습에 필수 요소다. 즉,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도움말:1318클래스 ■ 중학교 가면 어떤게 달라지나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진학할 때 한 학년을 올라가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2개 학년을 건너뛰는 것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선 수업시간이 40분에서 45분으로 늘어납니다.45분은 중학교 2학년 수준의 발달과정에 맞는 학습 시간이라고 합니다. 불과 5분 늘어나지만, 학생들이 처음에는 지루함을 많이 느끼고 힘들어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학습적 부담도 부쩍 커집니다. 초등학교는 8개 과목을 배우지만 중학교에서는 10개 과목에 컴퓨터나 제2외국어 등 재량활동으로 1∼2개 과목을 더 배웁니다. 교과서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발행하므로 학교별로 채택해서 수업을 진행하므로, 해당 학교가 어떤 교과서를 사용하는지 정보를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언어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이 중학교 이후 보통 ‘부모’라는 표현되는 등 한자어가 많아집니다. 시험은 1년에 4번의 정기시험(각 학기별 중간고사, 기말고사)을 보고 각 과목은 필기와 수행평가로 이루어집니다. 필기시험에서는 OMR카드에 익숙지 않아 처음에 실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문항은 서술형이 늘어나는 게 특징입니다. 성적 산출 방법도 달라지는데, 교과목별로 석차가 나오고 수우미양가로 성취도가 평가됩니다. 요새는 사춘기가 중학교 1학년 때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간섭받는 것을 싫어해도 변화가 큰 시기이므로 부모와의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 석촌중 이흥배 교사 ■ 고등학교 가면 어떤게 달라지나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는 생활상의 변화보다 학습량의 증가와 입시 전쟁의 시작이라는 심적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과목이 대거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과목을 토대로 세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의 경우 하나로 묶여 있었지만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4과목으로 분리됩니다. 방과후 활동도 시간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입시 관련 활동이 활성화되는 게 특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고등학교 학습의 특징은 ‘자기 주도형’이라는 것입니다. 중학교는 기본 교육과정으로 이뤄져 선택의 여지가 적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사회과목도 13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학 입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고민해서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신 성적 표시 방식이 바뀐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그동안 눈에 익은 ‘수·우·미·양·가’로 평가하고 과목별 석차를 나타내는 방식과 달리, 과목별로 석차등급(9등급제)이 성적표에 표시됩니다. 1년에 학교별로 4번 시험보고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모의학력평가가 4번 더 생깁니다. 모든 학생의 초미의 관심사는 3년 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어서 모의고사에 대한 관심이 큰 데다 전국 단위의 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내신 시험에서는 서술형 평가가 권장되고 있는데 논술 시험을 간접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여기에 적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울 구정고 전중식 교사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무슨 일을 하건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렴!”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명대사다. 수염 덥수룩한 알프레도가 도시로 떠나는 젊은 토토에게 애틋하게 건네는 말이다. 이 영화를 가슴 뭉클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추억의 필름을 잠시 맛보기로 돌려보자.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여기에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낡은 영화관이 있다.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돕는다.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마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신부가 검열을 했으며 웬만한 키스신은 모두 삭제가 된다. ●‘드림시네마´서 마지막 상영작업中 영사기를 천직으로 여기는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사기술을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부활절도, 크리스마스도, 휴일도 없이 영사실에 갇혀지내는 영사기사 생활의 고독과 허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다른 영화관과 동시 상영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필름을 운반하는 장면이다. 특히 나중에 ‘시네마 천국’ 극장도 철거되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가 홀로 초현대식 극장에서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감상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가를 흠뻑 적시게 한다. 이 영화는 1989년 칸영화제 등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쯤해서 한국판 ‘시네마 천국’을 한번 떠올려보면 어떨까. 이길웅(68)씨. 영사기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와 알프레도와 닮았다. 또 토토와 비슷하게 어린 나이에 영사기술을 익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뛰쳐나올 법도 한데 오로지 집과 영사실만 오고간 흔치 않은 인생이다.14세 때 영사실에 처음 들어간 이후, 어느덧 53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홀로 영사실에 앉아 ‘촤르르∼’ 관객들의 눈과 귀를 감동시킨다. ●14살부터 목포극장에서 영사일 시작 이씨는 현재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단관극장인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영사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시대에 스크린 하나만을 고집해왔던 ‘드림 시네마’는 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내년이면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그래서 ‘드림 시네마’측에서는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모든 것을 20년 전으로 돌려놨다. 선정된 영화는 ‘더티 댄싱’이다. 사라졌던 대형 붓간판을 다시 내걸었으며 티켓도 20년 전의 모습으로 바꿨다. 또한 오드리 햅번 등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까지 마련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의 중장년층과 20대 젊은층들이 찾아와 단관극장에서 추억의 명화를 감상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이씨가 바로 이들을 위한 마지막 필름을 돌리고 있는 것.‘드림 시네마’가 문을 닫게 되면 마지막 상영작 ‘더티 댄싱’과 함께 자신의 ‘시네마 인생’도 어쩌면 마감해야 할 처지. 또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3일간 심야시간대에 추억의 명화 ‘벤허’를 돌릴 예정이다. 이래저래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이씨를 ‘드림 시네마’ 영사실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뭐 한 일도 없는데 쑥스럽게 인터뷰를 하느냐.”며 손사래다. 그러면서 화면과 영사기를 번갈아 응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1940년 출생이니 다시 해가 바뀌면 칠순이 코 앞이다. 하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영화는 자주 봤지만 영사실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관심을 가졌더니 그는 “필름 갈아끼우느라 진땀을 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하고 입을 연다. 요새는 1만 2000커트 정도가 연결된 필름을 한번 끼우면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돌아간다며 격세지감을 피력했다. 옛날에는 영화 한 편을 상영하면서 필름을 여러번 갈아 끼워야 했고, 또 영사기에 필름이 걸리거나 불이 붙기도 했다는 것. 또 영화관에 정전도 자주 났지만 그때의 관객들은 조용히 다시 상영되기를 기다렸다고 술회했다. 지금은 성인의 키만한 영사기 두 대가 과열방지를 위해 시간대별로 번갈아 사용되니 불이 붙을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필름의 질도 좋아져 상영 도중 끊기는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어찌하여 영사기사가 됐을까.“그냥 영화가 좋아서 그랬고 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고 웃는다.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조건 목포극장으로 찾아가 영사기사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격한 사수 밑에서 바닥 닦고 걸레질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영사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어깨 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을 거른 적이 거의 없었다. 사춘기도 잊고 그렇게 10대를 보냈던 것. 당시 목포극장에서는 진도 등 크고 작은 섬지역에 임시 가설극장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이때 출장을 가기도 했다. 초창기 때 어떤 영화를 주로 상영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목포극장은 하루에 다섯번 상영하고 가끔씩 막간을 이용해 국악공연도 펼쳤다.”고 회고하면서 ‘판도라’ ‘카르멘’ 같은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 상영 전에 인근 식당이며 예식장 등의 광고가 아주 많았다고 했다. ●“자정무렵 들어가서 가족얼굴 못본 게 미안” 그는 1963년 맹호부대 정훈병으로 입대했다. 그의 영사기술은 여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맹호부대 이 하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16㎜ 빅터영사기를 들고 여기저기 전후방 부대를 돌아다녔다. 극적인 장면에서 필름을 갈아끼울 때면 장병들로부터 어김없이 ‘빨리 돌려라.’는 원성을 자주 들었다. 이때마다 괜히 어깨가 우쭐거려지곤 했다. “당시 영사기는 미 대사관에서 빌려준 것이었지요. 육군본부에서 필름을 수령한 뒤 며칠동안 전방 등지에서 상영을 하고 나서 다시 반납하곤 했지요. 덕분에 서울로 외출외박을 자주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군대생활이 가장 재미 있었던 것 같아요.” 군 제대 후에도 계속 목포극장에서 필름을 돌렸다.‘벤허’ ‘로마의 휴일’ ‘노틀담의 꼽추’ ‘외인부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명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러기를 30년. 어느새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이 무렵 서울 서대문 네거리에 ‘화양극장’이 개관됐고 평소 알고 지내던 영화인의 권유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서는 ‘영웅본색’ 등 주로 홍콩영화를 단골로 상영했다. 신형 영사기를 처음 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또 화양극장으로 옮길 무렵에는 떠나는 영사기사들이 많아 늘 혼자서 하루종일 필름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보니 쉴 틈이 더욱 없어졌다. 집안 친척의 경조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정무렵에 퇴근하다보니 가족들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영사기사의 보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1960∼1970년대 극장 앞에서 줄을 쭉 서고 볼 적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멀티플렉스 다관 극장이 생겨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숨 섞인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처럼 직업을 왜 바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속 없어서 그렇지 뭐.”라고 하면서 그게 다 천직이 아니냐고 했다. 시네마 인생 53년을 뒤돌아보면서 “자식들이 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줘 가장 기쁘다.”며 나름대로 보람을 찾는다. 슬하에 4남매를 두었으며 경찰, 스튜어디스, 애니메이션 감독 등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는 서울대를 나와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변변한 재산도 없이 오로지 영사기사 월급으로 자식공부를 시켰다. 경기도 원당 자택에서 부인과 단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글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공선옥 단편집 ‘명랑한 밤길’

    작가 공선옥(44)이 5년 만에 신작 소설집 ‘명랑한 밤길’(창비 펴냄)을 내놓았다. 표제작을 비롯,‘꽃 진 자리’‘도넛과 토마토’‘지독한 우정’ 등 12편의 단편이 한데 묶였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한결같이 ‘어딘가 상처 입은’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에 주목한다. ‘명랑한 밤길’은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간호조무사가 병원을 찾은 남자에게 이끌려 꿈 같은 연애를 하지만, 끝내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 받는 팍팍한 삶을 그린 작품.‘꽃 진 자리’는 남편과 이혼한 뒤 무능력한 친정 부모, 사춘기 딸을 부양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여교사가 주인공이다.‘도넛과 토마토’는 단지 포마이카 장롱으로 대변되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알뜰살뜰 신혼 살림을 꾸리지만 남편의 부도로 모든 게 산산조각나고 이혼의 아픔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작가에게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는 “이 소설의 인물들은 사랑의 환상이 사라진 냉엄한 현실을 자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도 생생한 화법으로 전달한다.”며 “‘낯익은 슬픈 풍경’ 속에 숨은 삶의 뜻을 새롭게 건져올렸다.”고 평가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길섶에서] 펜과 잉크/최태환 수석논설위원

    회사 주변에 대형 서점이 3곳이나 된다. 광화문, 종로, 을지로 입구를 지키는 명물이다. 이따금 들른다. 신간 서적·음반·DVD에서 문구류, 액세서리까지 웬만한 것은 다 있다. 내 나름으로 세상을 만나는 충실한 통로다. 어느 문구 코너의 깃털 달린 펜과 잉크 세트가 눈길을 잡는다. 수입품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비커밍 제인’에서 곱게 글을 써 내려가던 주인공이 떠오른다. 나스타샤 킨스키 주연의 동화같은 ‘테스’도 연상된다. 영화속 주인공뿐일까. 누구든 펜을 들면 어쩐지 애상이 넘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도 펜 글씨를 쓰는 이가 얼마나 될까. 최근 만난 문인 가운데 최인호, 김 훈씨가 펜을 고집한다. 국내 최고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이 새삼스럽고, 살갑다. 어느 시인은 “편지를 연필이나 만년필로 쓰는 시간만큼은 지금도 주먹만한 좌심실이 쿵쿵거린다.”고 했다. 가슴 속에 품었던,40도쯤 뜨거워진 봉투를 우체통에 밀어넣던 사춘기 시절이 그립단다. 문득 필통에 잠든 만년필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여드름 치료, 겨울방학을 놓치지 말자!

    여드름 치료, 겨울방학을 놓치지 말자!

    여드름은 ‘청소년들이 겨울방학 때 가장 치료하고 싶은 질환 1위’로 꼽힐 정도로 청소년 대부분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여드름은 보통 유전되거나 세균 감염,정신적인 스트레스,지루성 피부로 인한 증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다. 명옥헌한의원 김진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체의 피부는 오장육부의 거울로 신체 장기에 이상이 생기면 피부색이 변하거나 여러 가지 트러블이 생기게 되는데,폐에 열이 생기면 이마에 여드름이 생기고,위장 경락에 이상이 생기면 볼에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또 신장과 자궁에 이상이 있으면 입과 턱 주변의 색이 거무스름해지거나 뾰루지가 생기고,간 기능이 약해지면 코와 코를 중심으로 왼쪽 뺨에 있는 곳에 뾰루지가 나타난다. 하지만 보통 사춘기가 되면 유전적인 원인이나 신체 장기에 이상이 없더라도 ‘안드로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피지선의 생성 능력이 커지게 되어 누구나 여드름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된다고. 요즘에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때늦은 여드름으로 병원을 찾는 성인들도 많다.대부분 직장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여드름도 다른 질병처럼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을 막고,어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약에,소문난 의사한테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환자 스스로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여드름 치료 시기의 적기로 꼽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드름은 단순한 피부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내장기관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깨끗한 피부로 돌아올 수 있다.여드름치료로 명성을 얻고 있는 명옥헌 한의원은 우선 환자의 체질을 점검하고 환자의 내부 장기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여드름 병변이 어떤 상태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탕약을 처방해준다.또 피부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배독요법을 실시하고 침이나 뜸,부항을 병행해 내부 장기를 치료한다. 한방에서는 여드름을 치료함과 동시에 여드름으로 인해 생긴 흉터까지 함께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피부의 진피층을 자극하여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자국이나 흉터를 치료할 수 있는 ‘형상재생술’이 바로 그것.형상재생술은 부작용이 없는 한방 자연요법으로 피부에 생기는 트러블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모공을 축소시켜 피지 생성을 억제시키는 효과도 있다. 여드름을 치료한 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한방재료를 이용해 피부를 관리해주는 ‘재생관리 프로그램’ 또한 명옥헌 한의원의 특징이다. 명옥헌한의원 김진형 원장
  • 예술공연 티켓값 거품 빠질까

    예술공연 티켓값 거품 빠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공연 티켓값이 과연 잡힐 수 있을까. 정부가 내년 공연 가격의 거품 빼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공연요금 합리화’를 내년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고가 공연의 원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작 뮤지컬의 티켓값은 대체로 12만∼15만원 선. 클래식 공연 쪽에서는 올해 빈 슈타츠오퍼 내한공연이 45만원(VIP석), 호세 카레라스의 내한공연이 30만원(VIP석)으로 ‘그들만의 잔치’라는 원성을 샀다. 문화부 황성운 공연예술팀장은 “최근 고가 티켓값 논란이 거세지고 있어 가격이 결정되는 여러 가지 요인을 짚어 보고 향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공연 티켓값이 치솟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해외 작품의 경우 국내 업체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로열티 상승 ▲기업 협찬을 감안한 고가 전략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용관 부족 등이다. 미국 브로드웨이를 뺨칠 만큼 편수가 많은 뮤지컬의 경우, 과열 경쟁으로 인한 로열티 상승이 티켓값 상승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 뮤지컬 제작·수입사들이 영·미권의 히트 뮤지컬에 눈 부릅뜨고 달려든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과열 경쟁으로 로열티가 올라간 작품들로는 흔히 ‘빌리 엘리엇’‘사춘기’‘메리 포핀스’‘위키드’ 등이 꼽힌다. 출혈 경쟁의 원인은 무엇보다 공급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영화계의 불황으로 발을 뺀 투자사들이 대거 뮤지컬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신생 제작·수입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났다. 비빌 언덕이 많아진 제작사들은 ‘일단 가져오면 돈 번다.’는 심산에 판권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춘기’는 한때 100만달러까지 치솟았고 이에 못지 않았던 ‘빌리 엘리엇’은 추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3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문화부의 방침에 대한 공연계의 반응은 갈렸다.“시장에 맡기고 순수 예술지원에 보다 신경쓰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정화가 필요하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쪽도 있다. 윤호진 뮤지컬협회 이사장은 “공연예술이 무슨 아파트인가.”라며 “시장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투자사, 기업 협찬만 믿고 무턱대고 비싼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기업 협찬이 차지하는 부분은 공연 전체로 볼 때 미미할 뿐 아니라 작품이 안 좋으면 관객은 돌아서고, 그러면 공급자가 더 다급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국립극장들의 대관 행태(다른 공연에 비해 대관료를 높여 받는 뮤지컬을 선호)의 변화와 대관료에 대한 부가세 면제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제작사들을 ‘손 본다.’는 식의 조치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연계가 영화계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면서 “앞으로 2∼3년간 이같은 광풍이 계속 될 것”이라며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신시뮤지컬 박명성 대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말도 안 되는 작품들도 수입하겠다고 달려드는 경우도 많다.”며 “투명한 제작·수입·투자사만이 활동할 수 있도록 뮤지컬협회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분위기 정화에 나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침에 대한 찬반 반응과 별도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거품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가격을 내리게 할 강제 수단을 강구할 수 없는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문화부 황성운 공연예술팀장은 “공연요금 합리화 정책은 전용관 추가 건립이나 일반 문화 소비층 지원 검토 등 적정 가격 산정을 위한 향후 정책을 수립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면서 “고가 공연의 자세한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여론을 환기시켜 제작사들이 ‘알아서’ 가격을 내리는 바람직한 상황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나를 움직인 한 마디] 데생은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운동도 못했다. 뛰어난 외모나 활달한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친구들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런 아이로 나를 기억할 것이다. 아니, 특징이 없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던 중학교 2학년 미술 시간, 석고 데생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뒤쪽 구석진 곳에 앉는 버릇이 있어 데생할 대상인 아그리파 석고상도 측면으로 그리게 되었다. 미술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을 보며 지나가시다 “자, 주목. 데생은 이렇게 하는 거야” 하시고는 완성이 덜 된 내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셨다. 난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숙여버렸다. 칭찬이 너무나 어색했고 주목받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창피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자 미술 선생님은 나를 교무실로 불러 미술실 열쇠를 주셨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언제든지 미술실에 와서 그림을 그려라, 알겠니?” “네” 대답하며 주섬주섬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지만, 나는 한 번도 미술실에 가지 않았다. 친하지도 않은 선생님의 배려가 싫기도 했지만, 사춘기 시절의 이유 없는 반항심이 내 마음속에 가득했던 탓이다. 그때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을 전업으로 할 생각도, 미래에 대한 꿈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그림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에 진학했고, 공군에 입대했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라”는 후임병의 말 한마디가 내 안에 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을 깨웠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더니 그건 그림과 글이었다. 제대 후 복학하기 전,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직을 했고, 일하는 짬짬이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카툰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훗날 <파페포포>시리즈가 되었다.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장점을 발견해 귀띔해주었던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인생의 갈림길이나 선택의 순간에 나를 움직였던 것 같다. 심승현_ 순수청년 ‘파페’와 착하고 여린 처녀 ‘포포’ 사이의 예쁜 사랑을 그린 <파페포포> 시리즈를 출간하며 카툰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카투니스트입니다. 얼마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월간 샘터 7월호 중
  • 사모님·사장님 불꽃 합주(合奏)

    사모님·사장님 불꽃 합주(合奏)

    3월 초순 어느날 부산 서부서 형사실에는 세련된 한 중년여인이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연방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여인보다 한두살 나이가 적은듯한 중년의 남자가 모든것을 체념한양 자신들의 지난날을 되새기며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이들의 머리위에 씌워진 죄의 굴레는 간통으로 누구나 손가락질하는 사건이었다. 40대의 허전함 메우려고 가게 차린게 불씨 될줄야 긴 인생에 한번쯤의 실수는 없으랴마는 이들의 실수에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랐다. 자신의 죄를 짓씹으며 눈물짓는 강애련(姜愛戀·45·가명·서구 초장동)여인은 부산에서는 누구라하면 알 정도로 잘알려진 모 여학교 교장선생님의 사모님으로 남부러울것 없는 8남매의 어머니이자 아내. 이 여인과 같은 죄를 짓고 나란히 앉은 이진수(李鎭秀·43·가명·부산진구 당감동)씨는 탄탄한 회사의 상무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생의 원숙기에 접어들어 주위로 부터 믿을만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는 처지였다. 이들이 서로 만나기는 지난해 12월이었다. 이때 강여인은 중년여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용돈도 벌겸 학교 맞은편에 조그만 문방구와 담배가게를 차려 놓고있었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잔돈푼의 수입과 담배사러 오는 남자들의 체취에서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그전같지 않은 남편과의 잠자리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생각할때마다 강여인은 담배사러오는 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며 긴 겨울밤을 원망했다. 그러든 어느날-이날은 몹시도 추운날이었다. 자주 담배를 사러오던 이웃 모「피아노」사의 상무인 이진수씨가「오버」깃을 세우며 담배를 사면서『몹시 춥군요』하고 말을 건네왔다. 강여인의 가슴은 어느날 보다 파르르 떨렸다. 날씨탓으로 돌리기에는 강여인의 갱년기 마지막 불꽃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강여인은 서슴없이 자기가 깔고앉아 있던 방석을 내밀며 두 사람이 마주앉으면 꽉 찰 점포안 좁은방으로 이씨를 끌어들였다. 조그만 화로를 사이에 둔 이들 40대 남녀는 스스럼없이 서로의 처지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이야기도중 화로위에 얹은 손들이 서로 부딪칠때엔 이들은 서로가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가까와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8남매의 어머니 답잖게 새로운 세계에 정신잃어 이날 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강여인은 학교일에 매달려 매일처럼 출장을 가고 자기를 돌보지않는 남편을 원망했고 이씨는 경남도내 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다가 수업중에 고혈압으로 졸도, 지금은 반신불수가 되어 누워있는 아내가 있어 가정생활은 극히 삭막한 처지라고 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속에서 비슷한 처지임을 느꼈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이들의 숨결은 가빴지만 밝은 태양아래서는 그 이상 대담해질수 없었다. 그날 저녁 이씨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강여인의 욕망에 들뜬 끈덕진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추위를 달랜다는 핑계로 한잔 술을 걸쳤다. 술에 얼근히 취한 이씨는 용기를 북돋아 강여인의 담배가게문을 두드렸다. 가게를 막 치우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강여인은 반색을 하면서 이씨를 맞았다. 『밖이 추우니 안으로 들어와 좀 몸을 녹였다 가세요』 이심전심의 이들은 곧 어울렸다. 8남매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팽팽한 강여인의 육체는 2년동안 공규를 지켜온 이씨를 사로잡기에 족했다. 서로 맡붙여 가게꾸미고 밤마다 아담과 이브처럼 물불을 가릴수 없게된 이들의 몸을 불태우기에는 담배가게 안방은 너무 작았다. 좀 더 넓은 방이 필요했다. 강여인은 남편인 교장선생님에게 떼를 썼다. 지금의 점포는 너무 적고 규모가 작아 수입이 적으니 아래쪽 새로 생긴 연쇄상가로 옮기겠다고 졸랐다. 강여인은 이곳에 잡화점을 차리고 점포안쪽에 새로운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밖에서는 여간해서 안이 잘 들여다 보이지않을 정도로 어둠침침하게 꾸몄다. 남편과 아내를 속인 이들의 사련은 계속됐다. 하루 한번 안보면 잠이 안올 정도로 이들의 마음은 들떠 마치 사춘기를 새로 맞은 것 같이 불탔다. 이씨는 잡화점에 자주 들르는 것이 남의 눈에 띨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점포도 강여인의 점포옆으로 아주 옮겨버리고 강여인의 방과 마주 붙도록 방을 꾸몄다. 간단한「노크」로 안보고도 서로의 의사가 통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이들이 사련을 불태운지 2개월째 되던 어느날 강여인은 남편이 서울에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마음놓고 이씨와 정사를 벌였다. 거리낄 것 없는 이들은 발가벗은채 이들 정사가 점원에게 발견되고 있는줄도 까맣게 모르고 마음껏 서로를 즐겼다. 이 사실을 안 어린 점원은 여주인의 파렴치에 깜짝놀라 자기가 본 사실을 강여인의 남편에게 귀띔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남편은 은밀히 자기의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했다. 형수의 부정을 전해들은 한교장의 동생은 기가 찼지만 뒷수습을 위해 나셨다. 한교장을 출장핑계로 서울로 보내고 자기는 형수인 강여인을 지켜봤다. 지난 3월1일 새벽 2시 강여인이 남편이 서울로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벌인 이씨와의 정사로 피곤한 몸을 쉬고 있을때 점포문이 벼락치듯 부숴져 나갔다. 시동생 한씨가 들이닥친것이다. 있을수는 있지만 없어야했던 교장사모님의 탈선은 이들 가족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남편인 교장은 얼굴이 뜨거워 사회적 활동을 그만 둘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 다니던 8남매는 부정한 어머니를 둔 죄로 학교문을 들어설수 없게 된 것이다.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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