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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크셔해서웨이 90억弗 회사채 발행 성공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90억 달러(약 10조 93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철도 자회사인 벌링턴노던산타페를 인수하기 위해 2010년 발행했던 80억 달러를 뛰어넘는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1월 미 항공기 부품 공급업체인 프리시전캐스트파트 인수 건으로 은행권에서 빌린 100억 달러를 갚는 데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시전캐스트파트를 버크셔 사상 최대 규모인 372억 달러에 인수했다. 회사채 발행의 주간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이며, 채권 종목은 2019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5억 달러 규모의 변동금리채권과 2026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25억 달러 규모의 고정금리채권 등 모두 7종이다. 특히 10년 만기 채권에만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리는 등 입찰 규모가 모두 300억 달러에 달해 인기를 끌었다. 금리는 2026년 만기 물량의 경우 미국 국채보다 1.3% 포인트, 2023년 만기 물량은 미국 국채보다 1.15% 포인트 높은 가격으로 각각 결정됐다. 버크셔해서웨이가 기존에 발행한 2022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미국 국채보다 1.15%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버크셔해서웨이와 같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버크셔해서웨이는 다국적 지주회사로 주력 사업은 보험업이다. GEICO와 같은 보험 회사들을 비롯해 보석·가구·식품 제조업체 등을 소유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18년만에… 기업 신용등급 하락도 최악

    18년만에… 기업 신용등급 하락도 최악

    등급 오른 업체 384곳 중 9곳뿐 “부정적”도 16곳… 긍정의 2.6배 ‘자금 조달’ 회사채 시장도 위축 지난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국내 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째 이어지는 신용등급 하락 행진에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처 중 하나인 회사채 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1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2015년도 회사채 신용등급 변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국내 기업은 56곳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의 61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하향업체 수는 2011년(18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5년째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오른 업체는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을 매기는 384개 업체 중 SK하이닉스, LG이노텍, 한일시멘트 등 9개 업체만이 전년 대비 오른 신용등급을 받았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26개와 15개 업체의 등급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숫자다. 특히 투자등급(BBB- 이상)과 투기등급(BB+ 이하) 사이의 변화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활력을 잃은 우리 경제의 모습이 더욱 뚜렷해진다. 2008년 이후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상향된 업체는 고작 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회사는 매년 3~7건씩 발생했다. 대부분 조선·해운·건설·철강 업종이었다. 문제는 올해 역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전망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업체 수는 모두 16곳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업체 수의 2.6배에 달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12년만 해도 긍정적 전망이 부정적 전망을 앞섰지만 2013년부터 역전돼 3년째 부정적 평가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유효등급을 받은 업체 수는 2004~11년 연평균 5.7%씩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 5.0%, 2013년 4.5%, 2014년 2.9%로 증가율이 둔화하더니 지난해에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39개 업체가 신용등급 시장에 신규 진입했지만 부도와 시장 이탈 등으로 51개 업체가 회사채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규모도 2014년 42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 9000억원으로 3.3% 축소됐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저금리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회사채 발행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이지만 정작 떨어진 신용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부정적인 등급을 받은 업체 수가 늘고 수출 부진 등 악재가 겹쳐 자금조달을 고민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새달 3일 50주년 맞는 국세청

    새달 3일 50주년 맞는 국세청

    #1. 국세청 세무조사는 정치적 논란이 항상 뒤따랐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1982년 장영자씨가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인 남편 이철희씨와 함께 사채시장을 통해 7000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국세청은 조세 포탈 조사 이후 이씨 부부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 19명에게 소득세 탈루액 142억원, 장씨 부부와 거래한 법인에 탈루액 82억원을 추징했다. 이듬해에는 콘도미니엄과 골프장 등을 경영하며 신흥 종합레저그룹으로 떠오르던 명성그룹이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로 순식간에 공중 분해됐다. #2. 지난해 국회와 학계에서 부가가치세율(현행 최고세율 10%) 인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가세 도입에 따른 후폭풍을 호되게 경험해서다. 1977년 처음 부과된 부가세는 유신 체제를 무너뜨린 ‘부마항쟁’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였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부가세를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을 정도였다, ●정권 입맛 맞춘 세무조사 문제 굵직한 정치적, 경제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국세청이 다음달 3일로 개청 50주년을 맞는다. 국세청의 출발은 미약했다. 경제고문단으로 우리나라에 2개월간 머물렀던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 하버드대 교수의 제안으로 1966년 급하게 조직이 신설됐다. 본청을 구할 시간도 없어 훗날 결혼식장으로 쓰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건물에 임시 청사를 열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개청 첫해 세수 700억원을 달성하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군인 출신인 이낙선 초대 청장은 자신의 관용차 번호판을 ‘관 1-700’으로 달고 다닐 정도로 굳은 의지를 보였고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1975년에는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시행과 법인세 신고납부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세정 토대를 마련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졌다. 2001년에는 홈택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2005년 현금영수증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세무서비스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수 관리 방식이 강압적인 세무조사나 사후 검증에서 벗어나 세금을 더 편하게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대로 내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신고서를 미리 알아서 채워 주는 ‘미리 채워주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납세자가 일일이 자료를 갖춘 후 신고서를 작성했다면 지금은 국세청이 보유한 자료로 신고서를 최대한 채워 주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신고할 수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지난해 국세 수입은 사상 처음으로 208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휴대전화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종 증명 발급 신청이나 사업자 등록 정정, 휴업·폐업 신고도 휴대전화로 할 수 있다. ●청장 구속 악순환 흑역사도 조세 서비스는 발전을 거듭한 반면 세무조사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한때 재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율산그룹과 국제그룹이 정치 권력의 미움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 대표적이다. 이들의 몰락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세청 수장이 구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도 부끄러운 역사다. 국세청 관계자는 28일 “앞으로의 50년은 국민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서는 국세청이 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국세 행정으로 철저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울산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확대 요청

    울산시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시는 24일 시청 회의실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인사채용 부서장 간담회’를 갖고,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석유공사 등 울산 이전 7개 공공기관 인사업무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시는 간담회에서 지난해 29명보다 많은 지역인재 채용을 요청했다. 이전 공공기관 7곳은 지난해 신규 채용 295명 중 29명을 지역인재로 뽑아 평균 9.8%의 채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평균 12.8%에 못 미치고, 27%의 채용률을 보인 부산 등에 크게 뒤지는 수치다. 올해 평균 채용률을 2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이전 공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신규 채용 142명 중 12명(8.4%)을 지역에서 뽑을 계획이다. 반면 저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석유공사 등은 올해도 신규 채용을 확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공공기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등으로 신규 채용이 소폭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울산지역 내 대학 수가 적어 무조건 지역인재 채용률을 높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비즈 in 비즈] ‘뒷북’ 신평사 … 기업과 ‘검은 거래’ 있나

    [비즈 in 비즈] ‘뒷북’ 신평사 … 기업과 ‘검은 거래’ 있나

    최근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정기평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데요. 직전 분기 실적이 악화됐거나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신평사는 해당 기업의 등급을 내리기도 합니다. 지난 4일 두산인프라코어가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영업손실을 발표하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12일 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린 게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는 신평사가 뒤늦게 경고등을 울렸다고 불만을 표합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신흥국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과다한 재무부담을 겪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적이 나온 뒤에야 신용등급을 내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비판입니다. 사실 신평사의 ‘뒷북’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것은 신평사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등급을 매기는 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줄’을 기업이 쥐고 있으니 신평사가 소신 있게 나서서 경고 사이렌을 울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용평가 약정서에도 기업은 ‘갑’, 신평사는 ‘을’로 표기돼 있습니다. 매년 정기 평가의 대가로 신평사가 받는 금액은 기본수수료(1000만~3000만원)의 30% 수준입니다. 회사채를 새로 발행할 때 받는 수수료(건당 최대 5000만원)는 별도입니다. 거래 과정에서 유착 관계가 생기기도 합니다. 장기 거래 조건으로 사실상 ‘봐주기’가 허용되는 것이죠. A기업 자금 담당자는 “(자금 조달을 위해) 실적 발표 전까지 신용등급 하락을 유보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도 빠르면 다음달 신평사 개편 작업에 나선다고 합니다. 3곳의 신평사 중 2곳에서 평가를 받는 복수평가제도를 폐지하거나 제4 신평사 인가를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이 신평사를 선정할 때 제3의 기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강경훈 동국대 교수)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옥 별관 팔고 코코본드 발행…은행들 “위기 선제 대응” 잰걸음

    금감원은 은행 외화 유동성 점검 제3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사옥을 팔고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위기 대비에 나서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옛 외환은행의 지방 합숙소 2곳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전북 익산시 남중동 직원 아파트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지상 3층 건물이다. 지역 연고가 없는 직원을 위해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매각은 자산관리공사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며 오는 18일 결과가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앞서 보람은행 합병 후 17년간 소유해온 서울 을지로2가 별관 건물(지하 3층~지상 16층, 연면적 1만 3244㎡)도 팔기로 했다. 예상 매각가는 1500억~2000억원이다. 유럽은행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코코본드(CoCo bond·후순위 전환사채) 발행에도 가세했다. 코코본드란 평소에는 채권으로 분류돼 이자가 나오지만 발행사가 주식으로 바꾸면 이자 지급이 안 된다. 그만큼 고수익 고위험이다. 최근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은행이 이 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초 각각 이사회를 열어 6000억원과 3000억원어치의 코코본드 발행을 결의했다. 광주은행도 75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측은 “은행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위기에 대비해 미리 몸을 만들려는 의도”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유럽계 은행과 관련해 국내 금융회사가 가진 위험노출액(대출·유가증권·지급보증 합계) 규모는 총 74억 달러(약 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대외 외험노출액의 5.5% 수준에 불과하고 건전성도 양호한 편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진단했다. 이날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외화 유동성 실태를 점검한 금감원은 “다만 유럽계 은행 건전성이 최근 위험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위험노출액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비율(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수치)은 올 1월 말 현재 108.1%다. 통상 85%를 넘으면 합격선으로 간주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증시 휘청·화폐가치 쑥… 日·유럽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증시 휘청·화폐가치 쑥… 日·유럽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엔화가치는 되레 상승 ‘초강세’ “마이너스 금리, 毒 있는 비상약…세계경제 패닉으로 이끌어” 비판 유럽과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풀려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지만 일본과 유럽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기준금리(-0.1%) 도입을 발표하자 닛케이225지수는 이틀에 걸쳐 4.1% 상승하며 화답했다. 엔·달러 환율은 120엔대로 오르며 연초부터 지속된 엔화 강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의 가치가 다시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일 120.99엔에서 11일 112.42엔으로 열흘 만에 7% 이상 하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9~10일 7.7%나 폭락한 데 이어 12일에도 4.84%나 빠져 1만 5000선이 무너졌다.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1%까지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은행 등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 UFJ와 스미토모 미쓰이의 주가는 이달 25%나 빠졌고 신세이은행과 노무라홀딩스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위안화 약세가 지난해부터 지속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밀려오는 엔화 절상 압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마이너스 금리는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독성이 있는 비상약을 쓰는 것과 같다”며 “지금 일본은 금융권 부실 위험이 있더라도 더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6월부터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0.2%에서 -0.3% 포인트로 0.1% 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98% 상승했고 유럽 12개국 우량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20% 가까이 빠졌다. 특히 독일 도이체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은행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9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도이체방크는 내년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이하 코코본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이체방크가 2200억 유로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부도 위험은 낮지만 그간 양적완화로 부실해진 유로존 은행의 건전성이 부각되는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글로벌은행 수익 악화 ·환율전쟁… ‘퍼펙트 스톰’ 현실화되나

    글로벌은행 수익 악화 ·환율전쟁… ‘퍼펙트 스톰’ 현실화되나

    수익성 감소 유럽 대형銀 부실 우려 반영 獨 최대 도이체방크 등 주가 일제히 급락 설 연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닷새 만에 개장한 코스피와 홍콩 증시도 폭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글로벌 은행 수익 악화, 각국 중앙은행의 환율전쟁 확대 가능성, 미국 경기 회복 둔화,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공포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휴 기간 세계 증시는 유럽 대형 은행의 수익성 감소에 따른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파랗게 질렸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내년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지난 8일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불신을 받았다. 도이체방크의 부실 우려는 프랑스 BNP파리바, 영국 바클레이즈 등 다른 대형 은행의 주가도 일제히 끌어내렸다. 도이체방크가 과거 발행한 은행채를 되사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면서 11일 유럽 주요 은행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저금리 지속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사의 수익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세계 경제성장 전망 불확실성과 양적 완화 실패의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사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환율전쟁 전운에 일본이 가세한 점도 시장 불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 가치가 달러 약세와 맞물려 오히려 절상되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2엔대로 내려앉는 등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9~10일 8% 가까이 급락해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제로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던 미국조차 최근 각종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협회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4개월 연속 기준치 50에 못 미쳤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을 들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을 인정한 것에 주목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침몰 사건이 겹쳤을 때 국내 금융시장 충격은 오랜 기간 지속됐다”며 “이번에도 글로벌 악재와 (개성공단 폐쇄) 대북 리스크가 겹친 만큼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메시지를 정부가 명확히 보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퍼펙트 스톰 발생 가능성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최근 대외 환경을 볼 때 국내 증시가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현대상선 회생’ 현정은 300억 사재 출연

    현대증권 매각 등 1000억 투입… 비협약채권 채무 조정도 추진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 현대증권 매각, 용선료(배 빌리는 비용) 인하 등의 자구안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자구안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7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은 별도로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에 1000억원을 긴급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 3사의 공개 매각도 즉시 추진한다. 벌크전용선사업부·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수익성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용선료 협상도 시작한다.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3조 3000억원)에 대한 채무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비협약채권 비중이 높아 자율협약이나 추가 자금지원보다는 채권 만기를 연장하거나 출자전환하는 쪽으로 채권단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알짜 현대증권 다시 매물로

    현대증권이 올해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해 알짜 계열사 현대증권을 팔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매각 무산 ‘상처’가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과 함께 이번에는 ‘진성 매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달 29일 채권단에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 현대증권 즉시·공개매각 방안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전격 수용할 경우 이르면 설 연휴 직후부터 현대증권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상반기 내에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4월과 7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증권은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에 팔릴 뻔했으나 ‘파킹딜’(일정 기간 후에 경영권을 되사오는 계약) 의혹이 불거지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현대상선은 오릭스에 현대증권 지분(22.43%)을 넘기는 대가로 6475억원을 받기로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2013년 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 발표를 했을 때 시가인 주당 약 57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공교롭게도 1일 현재 종가도 5720원이란 점에서 매각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채권단 관계자도 “현대증권 장부가가 6300억원이란 점에서 그 이상 받아야 자구안으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각 과정에서 인수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경우 매각대금이 8000억~1조원 사이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 잠재 인수 후보로는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 계열의 HMC투자증권 등이 거론된다. KB와 한국투자는 “매물로 나올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내부에서는 “지난해 현대차 측이 ‘한전 사옥에 (현대증권)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는 식으로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현대차 인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매각 원점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 SC PE(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와의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결국 두산은 SC PE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MBK파트너스 등 다른 후보군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31일 “1월 내에 매각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공작기계 부문 자체만 보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파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매각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사모펀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두산은 당초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대금으로 최대 1조 8000억원을 예상했다. 연간 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사업부라는 점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대금, 5조원대의 순차입금 규모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모펀드의 인수 희망가 1조 3000억원대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협상 과정에서 가격 조율이 예상되지만 ‘제값 받기’만을 고수할 경우 매각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5일 매각 무산설이 제기된 이후 18일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매각 장기 지연·무산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보름도 안 돼 협상 지연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1일 두산 계열사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 측은 “공작기계 사업부가 설사 안 팔리더라도 올해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4000억원대)는 밥캣 등 자회사의 현금성 자산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추사와 예산 화암사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추사와 예산 화암사

    추사 김정희(1786~1856)를 만나러 충남 예산에 가는 사람들은 일단 추사 고택을 목적지로 삼게 마련이다. 추사를 비롯한 일가의 무덤이 주변에 몰려 있고 추사기념관도 자리잡고 있다. 주차장은 널찍한 것을 넘어 광활한 수준이니 예술가의 옛집을 이만큼 가꾸어 놓은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고택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나타나는 사랑채에서 정작 추사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줄줄이 걸려 있는 추사체의 기둥글(柱聯)은 오히려 번다하다. ●별사전 받은 증조부 화암사 중건… 집안 원찰 삼아 추사의 체취는 오히려 화암사(華巖寺)에서 짙다. 화암사는 고택 뒷산인 오석사(烏石山) 서남쪽 자락이다. 고택과 화암사는 산길로 이어지지만 자동차를 타고 돌아가면 같은 산자락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오석산은 97m에 불과하니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주변이 야트막한 구릉지대이다 보니 조금만 올라도 눈이 시원해진다. 추사가 소봉래(小蓬萊)라고 써서 뒷산 바위에 새겨 놓은 것도 과장이 아니다. 봉래란 금강산의 다른 이름이다. ●절집 정면 요사채가 가로막아 사대부 가옥 분위기 추사의 증조할아버지 김한신(1720~1758)은 영조의 둘째 딸이자 사도세자의 누이동생인 화순옹주와 혼인했다. 두 사람은 왕실로부터 추사고택 일대 토지를 별사전으로 받았다. 그 땅에 화암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월성위(月城尉)에 책봉된 김한신은 화암사를 중건해 집안의 원찰(願札)로 삼는다. 그러니 화암사는 한마디로 경주 김씨의 집안 절이었다. 그래선지 절집 배치도 다른 사찰과 조금 다르다. 정면은 안채와 사랑채의 기능이 합쳐진 듯한 요사채가 가로 막고 있다. 사대부 가옥의 분위기를 풍긴다. 오른쪽에 붙인 누각에는 추수루(秋水樓)라는 추사 필적의 현판이 걸렸다. 추사를 포함해 이 집안의 바깥주인들이 공부도 하고 손님도 맞는 기능을 하던 공간이었을 것이다. 중간에는 원통보전(圓通寶殿) 편액이 달렸다. 관음보살을 모셨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비구니 절 요사채 문을 무작정 열어 볼 수는 없다. ●유배 때 절 다시 중건… 무량수각 등 현판 전래 요사채 왼쪽으로 난 대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석축 위에 지은 큰법당이 보인다. 대웅전(大雄殿)이라는 편액을 달고 있는 것은 조금 의아하다. 추사가 제주 대정에 유배되어 있던 1846년 화암사는 다시 한번 중건됐다. 이때 추사가 써서 보낸 ‘오석산 화암사 상량문’과 무량수각(無量壽閣), 그리고 시경루(詩境樓) 현판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화암사에 무량수각과 시경루는 간데없고 대웅전과 추수루만 남아 있다. 큰법당의 편액인데도 무량수전이 아니라 무량수각이라고 쓴 것을 보면 온전한 절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유교 국가의 사대부 집안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날의 화암사는 수덕사 말사의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두 현판은 수덕사 근역성보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천축고선생댁 표현 화암사를 정통 사찰로 안 본 듯 화암사에서 추사의 흔적이 가장 진한 곳은 대웅전 뒷마당이다. 뒤편으로 돌아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 이쪽저쪽에 ‘시경’(詩境), ‘천축고선생댁’(天竺古先生宅)이라고 각각 새겨 놓았다. ‘천축고선생댁’은 ‘천축 옛 선생의 집’이라는 뜻이다. ‘인도의 옛 선생’이란 곧 석가모니를 가리킨다. 재치가 넘치지만 본격적인 절집이라고 생각했다면 뒷마당에 이런 글을 새기지는 않았을 듯싶다. 불교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만 신앙은 아니라고 구태여 변명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10년 뒤에는 와병 중에도 서울 봉은사에 판전(板殿) 현판을 쓰는 추사다. 하지만 환갑 언저리까지만 해도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 걸음쯤은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시경’을 새긴 배경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추사는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청나라에 갔다가 78세의 대학자 옹방강을 만난다. 그에게서 받은 것이 남송 시인 육방옹의 ‘시경’의 탁본이었다. ‘시경’ 각자(刻字)나 ‘시경루’ 편액은 모두 옹방강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도 할 수 있다. 병풍 바위를 바라보면서 글씨에 얽힌 고사(故事)를 되새기고 있으면 마치 추사가 옆에서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추사고택이 그 집안의 기념물이라면 화암사는 추사 개인의 기념물이라는 느낌이다. 추사는 화암사를 ‘정신적 놀이터’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 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15년 묵은 구조조정 틀 확 바꾼다”

    “15년 묵은 구조조정 틀 확 바꾼다”

    첫 대상 오리엔탈정공·영광스텐 3~4년 안에 정상화시켜 되팔 것 “지금의 국내 기업 구조조정 매뉴얼은 마치 고생대 화석 같다.” 정부가 시장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자 개편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이성규 사장이 28일 첫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던진 말이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변한 만큼 구조조정의 기준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때 100조원대의 대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해 ‘미스터 구조조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유암코는 오리엔탈정공과 영광스텐을 첫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보면서 상당히 놀랐다”면서 “15년 전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위기 때는 은행권의 협약채권이 3분의2였고, 비협약채권이 5%가 채 안 됐다”면서 “지금은 회사채 등 시장성 채권이 많아진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선박 선수금지급보증(RG) 등이 많아 옛날 방식으로 구조조정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이 사장은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선택해 모델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조선·해운·건설업 등 ‘중후장대한’ 기업 구조조정만이 목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유암코가 첫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오리엔탈정공은 1980년 7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세워진 오리엔탈휘팅이 전신이다. 산업은행 주도로 2012년 2월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다. 국내 데크하우스(선박의 선원 거주공간)의 65% 이상, 전 세계 데크하우스의 10%가량을 생산한다. 스테인리스 코일 전문업체인 영광스텐은 2009년 6월부터 산은 주도로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유암코는 채권단이 보유한 오리엔탈정공과 영광스텐의 채권을 각각 1000억원, 1400억원 사들일 계획이다. 이 사장은 “두 기업을 3~4년 안에 정상화시켜 다른 곳에 되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2차 구조조정 대상도 2~3곳 검토 중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4~7등급 신용자도 ‘年10~15% 중금리’ 대출 받는다

    4~7등급 신용자도 ‘年10~15% 중금리’ 대출 받는다

    올 하반기부터 신용등급이 4~7등급인 사람도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10~15%대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사채를 이용할 정도는 아닌 ‘애매한’ 등급의 고객이 그간 카드론 등을 통해 20%대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만큼 이런 ‘금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금융 당국이 공급 규모까지 정하는 것은 사실상 ‘할당’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1차 금융발전심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투입한다. 은행 상품은 2000만원 한도에서 연 10% 안팎, 저축은행 상품은 1000만원 한도로 연 15% 안팎의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이란 통상 중신용자(4~7등급)를 대상으로 하는 연 10% 전후(7∼15%) 금리의 개인신용대출을 말한다. 하지만 기존 은행권 중금리 상품은 한도가 500만~1000만원에 불과하고 고신용자가 대부분이라 ‘무늬만 중금리’라는 비판이 일었다. 나이스신용정보에 따르면 고신용자(1~3등급) 대출은 2012년 말 106조원에서 지난해 말 147조원으로 늘었지만, 중신용자(4~7등급) 대출은 변함 없이 85조원으로 양극화가 나타났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이 예고되면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됐지만 지난해 말 기준 총 대출잔액은 688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시장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먼저 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상품을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중금리 신용대출을 할 때 서울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서울보증은 금융사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주는 구조다. 은행더러 ‘안심하고’ 돈을 빌려주라는 뜻이다. 또 금융위는 은행에 찾아온 고객이 같은 금융지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신용등급이 덜 떨어지도록(1.7등급 하락→1.1등급 하락) 신용등급 산정 체계도 바꾼다. 금융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은행의 서민금융평가에 이런 ‘연계대출’ 실적도 반영한다. 보증보험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예컨대 채무자가 1000만원을 빌려 간 뒤 못 갚았다고 치자. 서울보증이 금융사에 보험금 1000만원을 줘야 하는데 그간 거둬들인 보험료 수익이 500만원밖에 안 되면 나머지 500만원 중 일정 금액을 금융사가 같이 부담하고 구상권을 통해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출 부실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 대출 담당자는 “신용평가 체계가 세분화돼 있지 않아 연체율 증가와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시장에 자꾸 할당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금리 대출자 신용평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가 연체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를 높게 받는 것”이라면서 “이 정보가 축적돼 정확한 신용평가 체계가 마련되면 보증기관 없이도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금리도 더 낮출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불법사채 피해 청구 못한다

    불법사채 피해 청구 못한다

    불법 사채업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뜯겨도 나중에 돌려 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대부업자와 여신 금융사의 최고 금리 한도(34.9%)를 정한 ‘대부업법’이 올해부터 효력을 잃어서다. 이 한도를 27.9%로 낮춘 개정안은 국회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정부가 고금리 대부업체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법 공백 우려가 커져 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자율 규제는 크게 두 가지 법에 근거한다. 하나가 ‘이자제한법’이다. 개인 간 금전 거래를 할 때 계약상 최고 이자율이 연 25%를 넘길 수 없게 돼 있다. 단, 인허가 등록을 마친 금융업과 대부업은 예외다. 대신 이들은 또 다른 법인 ‘대부업법’에 따라 최고 연 34.9% 안에서 돈을 빌려줘야 한다. 문제는 대부업법 공백으로 이 상한선을 넘겨도 부당 이득을 되돌려 달라고 청구할 길이 없어졌다는 데 있다. 미등록 대부업자(불법 사채업자)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불법인 것은 마찬가지여서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부당 이득 반환 청구의 법적 근거인 대부업법이 사라져 청구 자체가 힘들어진 것이다. 장재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이자제한법이 폐지됐을 당시 민법 103조(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구제된 판례가 있긴 하지만 결국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는 법원 판단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는 금융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감시 아래 놓여 있지만 불법 사금융은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적발돼도 (부당하게 갈취한 고금리를) 토해 낼 일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뒤늦게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소급 적용 여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부업 최고 금리가 27.9%로 인하되면 기존 대출에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개인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잃을 수 있는 사익’을 따지는 비례 원칙을 근거로 최대한 소급 적용을 관철시킬 작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13년 248만 6000명으로 줄었던 대부업 이용자 수는 지난해 6월 261만 4000명으로 다시 불었다. 대출 금액은 12조 3401억원에 이른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정부가 나서 일수나 사채 이용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하고 이를 서민금융에서 받아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부업법이 한시법인 이상 이런 논란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이자제한법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집에서 쫓겨나고 암 걸려” 카톡 채팅男에게 수천만원 뜯어낸 20대女

    “집에서 쫓겨나고 암 걸려” 카톡 채팅男에게 수천만원 뜯어낸 20대女

    20대 여성이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2년 가까이 사귀며 결혼 할 것처럼 속여 수천만원을 뜯어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26·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2년 1월 무작위로 대화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A씨에게 “부산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는데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운 날 갈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자야할 처지”라면서 “찜질방에 가서 잘 돈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 7만원을 계좌로 받았다. 이후 이씨는 카카오톡으로 A씨와 연락하며 점점 더 친밀한 대화를 나눴고 사귀는 사이처럼 이야기했다. A씨에게 결혼까지 언급하며 애인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의 대화 내용은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계모에게 괴롭힘 당해 집에서 쫓겨났고 자신과 친어머니는 암에 걸렸다며 생활비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쓰면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속였다. 생활비와 병원비, 유흥업소 선불금 빚을 갚는 데 쓸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A씨는 그럴 때마다 한 달에 몇 차례씩 돈을 보냈고 액수는 5만원, 10만원, 100만원 많게는 한 번에 700만원까지 보냈다. 이렇게 이씨가 뜯어낸 돈이 1년 10개월간 128회 총 5600여만원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다른 남성과 약혼해 같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임신까지 하고 있던 상태였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암에 걸린 적도 없었다. 김 판사는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피해자에게 혼인을 해줄 것처럼 말하고 1년 6개월 이상 반복적인 거짓말로 돈을 요구해 편취한 행위는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할 처지인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외여행 | 라싸, 돌아서면 그리운

    해외여행 | 라싸, 돌아서면 그리운

    숨이 막혔다. 비행기는 아직 티베트 고원 위를 선회하고 있는데, 들이마시는 숨이 평소의 절반 수준이었다. 고산증 예방을 위해 하늘이 취하는 조치가 아닐까 싶었다. 하늘에서 느꼈던 호흡 곤란은 망상이 아니었다.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머리가 띵하게 저려 온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에 들어왔다는 증거다.포탈라궁에서 만난 기도하는 티베트 할머니. 이 모습이야말로 티베트의 마음을 설명하는 완벽한 장면이었다고원지대에 위치한 라싸는 처음 찾아가는 여행객에게 가파른 호흡과 작열하는 태양을 선물한다 티베트는 중국어로 시짱西藏이라 불린다. 지리적으로는 중국의 서남부로 분류되며 티베트족이라 불리는 장족의 지역이다. 과거 투르판 혹은 토번吐蕃이라 불리던 민족이 바로 티베트족이다. 일설에 의하면 서구지역에 티베트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영국인들이 투르판을 티베트라 표기했고, 그 후 이 명칭이 공식화됐다고 한다. 티베트 고원지대는 중국 당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의해 자치구로 분류된다. 그래서 티베트 지역을 티베트자치구, 시짱자치구라고 부른다.가파른 호흡, 작열하는 태양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티베트로 들어가는 길은 엄격하다. 이것은 티베트와 중국 사이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가 정치 수반의 역할을 하는 제정일치 사회였지만 1950년 중국에 의해 병합됐다. 이후 티베트 지도부는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했고,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독립과 자치 보장, 두 해법을 둘러싸고 아직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 땅을 밟기 위한 비자를 받고도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별도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도장 세 개가 깊이 새겨진 허가증은 쓰촨성 청두에서 비로소 손에 들어왔다. 청두는 티베트로 향하는 길목이다. 외국인이 티베트자치구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이곳을 거쳐야 한다.라싸는 해발 3,670m의 고지대다. 최고 높이가 8,000m가 넘는다는 히말라야 고원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고도는 아니다. 고도가 높아서 깨닫게 되는 것은 또 있다.땅이 높다는 것은 하늘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더없이 아름답다. 그 하늘빛을 가르고 강렬한 태양이 쏟아진다. 검게 탄 얼굴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멀리서 순례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선글라스와 천으로 얼굴을 몽땅 가렸다. 그들이 손에 들고 뱅뱅 돌리는 최고르(다라니 경전을 통에 넣고 추를 매달아 돌리는 성물. ‘마니차’라고도 부른다. 기도를 통해 손에 잡히지 않는 깨달음의 세계로 더 빨리 다가가기 위한 티베트인들의 물건이다)를 보니 다시 한 번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곳이 라싸라는 사실을.포탈라궁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왕궁이다라싸에서는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포탈라는 왕궁이지만,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강렬한 태양만큼이나 화려한 티베트의 색이 있는 곳이 포탈라궁이다티베트인들은 조캉과 함께 포탈라궁을 순례하기 위해 라싸로 향한다. 그들의 미소는 더없이 순수했다붉은 산 ‘포탈라’라싸의 태양은 게으르다. 일출이 늦다. 8시쯤이나 돼야 푸르스름하게 동이 튼다. 일몰 시간도 늦다. 저녁 8시 반에서 9시쯤 빠르게 저문다. 아마도 이것은 광활한 중국대륙의 동서를 표준시로 묶어둔 탓이리라. 몸으로 체감컨대, 라싸는 중국의 표준시에서 두 시간쯤 늦춰야 비로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얼추 맞아진다.라싸를 대표하는 명소는 역시 포탈라궁이다.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이자 과거 티베트의 정치 중심지이기도 했던 곳이다. 포탈라궁은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도 훨씬 웅장하다. 궁성, 궁전, 뒷산의 조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남북의 길이가 200m, 동서 길이가 320m에 달한다. 가이드로 나선 티베트인 링첸 왕부에 따르면 ‘포탈라’라는 이름은 본디 산의 이름이다. ‘포탈’은 ‘붉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라’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래 투르판 왕국의 전설적인 왕, 송첸캄포가 처음 사원으로 건립했다. 1645년 5대 달라이 라마 때 본격적으로 증축되어 종교·정치의 중심지가 됐다. 포탈라궁의 가운데 붉은색 건물 홍궁이 바로 그때 지어진 부분이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증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94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이른 아침부터 쏟아지는 태양을 뚫고 포탈라 궁전 곁의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모여 있고, 음악에 맞춰 전통 춤을 춘다.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가 즐기기 위한 춤이다. 티베트족, 그들은 본디 이처럼 화사한 민족이었으리라. 강렬한 태양 아래 어울렁더울렁 어울리며 술과 음악과 춤을 사랑하던 민족이었음을, 그들의 아침이 충분히 보여 주고 있었다. 광장을 넘어 포탈라궁 쪽으로 다가가면, 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배어난다. 곳곳에서 입으로 관세음보살의 진언인 “옴 마니 파드메 훔”을 외며 최고르를 돌리는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포탈라궁의 규모는 상당하다. 궁 안에만 1,000여 개의 방들이 있다. 그 방들은 법당, 침궁, 영탑전, 독경실, 요사채 등의 기능을 한다. 한정된 건축공간이 수많은 작은 공간으로 분화했다는 것은 ‘복잡하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내부는 미로와도 같다. 이 많은 공간들 중 관람객이나 순례객에게 허락된 공간은 20여 개소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처럼 폐쇄적인 관람정책이 ‘포탈라궁의 지하에는 샹그리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더라’ 같은 말을 생기게 했는지도 모른다.관람이 허용되는 공간들은 주로 역대 달라이 라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들이다. 포탈라궁의 가장 큰 특징이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왕궁’이라는 공간은 왕위와 함께 후대의 왕들에게 물려 내려간다. 왕마다 별도의 왕궁을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포탈라궁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들이 모두 별도로 마련돼 있다. 5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고 기도하던 공간 그 너머에는 7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다음은 8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이다. 수많은 왕궁들이 포탈라궁 내부에 존재한다.아무리 웅장한 건축물이어도, 그 속에 역대 왕들의 왕궁이 각각 존재하려면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던 공간들은 그리 넓지 않다. 도리어 다른 나라의 왕궁들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고 좁다. 그러나 비록 공간은 작더라도 내부에서 느껴지는 장엄한 기운은 그 어느 나라의 왕궁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포탈라궁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물 내부에 스투파를 지어 놓았다는 점이다. 스투파는 부처님이나 고승들의 사리를 모셔 놓은 사리탑으로 보통 사리탑은 건축물 외부의 특정 공간에 세운다. 그러나 포탈라궁은 궁전 내부에 스투파를 지어 놓았다. 그 양식은 인도나 스리랑카, 동남아권과 다를 바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내부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스투파가 여럿 있지만, 규모 면에서나 화려함에서나 5대 달라이 라마의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5대 달라이 라마의 스투파는 높이만 12m에 너비가 7.65m에 달한다. 황금 3,721kg과 보석 1만여 개로 외부를 치장했으며, 희귀 보석 명주가 이 스투파를 치장하는 데 사용됐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5대 달라이 라마를 향한 티베트인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조캉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사원 입구에 매달린 타르초가 인상적이다오체투지 순례자들의 성지 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가 포탈라궁이라면 티베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조캉이다. 이곳은 티베트 불교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성지가 된다. 무슬림들이 메카를 향해 가듯,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수천 킬로미터의 길을 따라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향하는 이유도 바로 조캉 때문이다.우리는 흔히 동남아로 전해진 남방 불교, 중국으로 전해진 대승 불교라고 배워 왔지만, 실제로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었다. 바로 파드마삼바바가 히말라야 고원을 넘어가며 전한 밀교다. 8세기경, 당시 투르판 왕국의 33대 왕이었던 송첸캄포는 불교를 받아들여 통일왕국을 굳건히 다진다. 그는 군소 유목민들을 투르판이라는 왕국으로 통일한 최초의 군주였으며 히말라야 지역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왕이었다.송첸캄포는 통일왕국의 위업을 달성한 후 당 태종의 조카인 문성공주를 후궁으로 받아들인다. 송첸캄포가 투르판 왕국을 세우고 수도를 라싸로 옮긴 후, 온갖 재앙이 끊이지 않았는데 주역과 천문에 밝았던 문성공주는 이것이 라싸의 지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라싸의 지형이 나찰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송첸캄포는 문성공주의 조언에 따라 만다라의 형상에 맞춰 방사형으로 사찰들을 건립한다. 특히 나찰녀의 심장에 해당하는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사원을 세웠는데, 이 사원이 바로 조캉이다.조캉이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부터 모셔 온 석가모니 불상이 봉안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불상을 티베트인들은 조오jowo라고 불렀다. 조오를 모신 사원캉, khang이기에 이곳을 일컬어 ‘조캉’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쫑카파의 상이 모셔져 있기도 하다. 쫑카파는 14세기에 존재했던,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타락해 가던 티베트 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티베트 불교의 밀교 수행 체계와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해 대중에게 뿌리내리도록 했던 장본인이다. 여기에 송첸캄포 왕까지, 조캉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조캉에서는 눈돌리는 모든 것에 티베트인들의 신앙이 깃들어 있다조캉의 이미지는 황금색이다. 그 찬란한 색감에는 여타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황금색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벽 속에 숨겨져 있던 ‘조오’조캉은 라싸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바코르 마켓 뒤편에 위치해 있다. 조캉 정문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인다고 했지만, 그날따라 순례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소문처럼 티베트인들은 사원 앞에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올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너와 나의 구별이 없었다. 티베트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합장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이내 두 팔과 이마, 다리를 땅 위에 길게 눕혔다. 이 모습은 종교를 불문하고 종교인이 몸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경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순례자들이 읊조리는 “옴 마니 파드메 훔” 구절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성스러움은 모두의 입에서 쓸데없는 말을 지웠다.사원 입구에 들어서서 짧은 회랑을 가로지르면 또 다른 문이 자리한다. 그 뒤로 돌아나가야 비로소 조캉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된다. 황금빛 지붕이 찬란한 사원의 모습. 회랑의 벽은 온통 벽화로 치장되어 있고, 야크버터가 황홀하게 타오른다. 사원 내부는 티베트 사원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둑한 실내를 밝히는 촛불과 비릿한 야크버터 냄새, 그리고 매캐한 향냄새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어두운 사원의 내부로 발길을 옮기며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조캉이 티베트 불교 최고의 성지인 만큼 법당에는 라마 승려들이 가득 앉아 경을 읽고 있으리라. 낮고 느린 오묘한 소리가 끊이지 않으리라. 그러나 기대는 적잖게 무너져 내렸다. 승려들이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진보라빛 가사 무더기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조캉의 내부를 돌다 보면 가이드가 하얀 벽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지금의 조캉 사원은 그 벽이 있었기에 최고의 성지가 될 수 있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은 우상숭배를 금지하며 전국의 사원과 불상들을 파괴했다. 당시 조캉의 고승 중 한 명이 문성공주의 석가모니 불상을 지키기 위해 사원의 어딘가에 숨겨 놓고 그 위치를 단 한 명의 승려에게만 전해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불상의 위치를 알고 있던 그 승려는 결국 불상을 다시 꺼내지 못하고 입적해 버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상을 찾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한 승려의 꿈에 벽 안에 숨겨진 불상이 등장한다. 그 다음날 사원 관계자들은 그 꿈대로 벽 뒤에서 꽤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불상을 발견하게 됐다. 티베트 불교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이야기다.사원의 3층은 라싸 최고의 전망대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라싸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에 보이는 포탈라궁의 위용도 함께 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조캉의 모습은 어디를 둘러봐도 황금빛이다. 가히 티베트 최고의 성지다운 화려함이다. 조캉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건물들은 지붕마다 타르초(경전이 쓰여진 오색 깃발)가 휘날리고 있다. 가만히 그 깃발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바람에 깃발이 흔들리는 소리다. 티베트인들은 이를 두고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갔다”고 말했다. 빛바랜 타르초 뒤로 어느덧 해그림자가 길어진 것이 보였다. 이렇게 라싸의 하루도 저물어가고 있었다.라싸 곳곳에서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마치 도시 전체가 순례지인 듯하다라싸의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파랗게 순수로 돌아갈 것만 같다10년의 기다림, 이틀간의 짧은 꿈 티베트를 알게 된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밟고 돌아와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텔레비전과 인쇄매체에서는 수시로 달라이 라마가 등장했으며, 서구에서는 ‘신비한 땅, 티베트’의 이미지를 끝없이 쏟아냈다. 한 번은 그 땅을 밟고 서서 그네들의 이야기를 톺아 보고 싶었지만, 두 발로 그 땅을 디디기까지 정확히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도 그 땅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긴 기다림, 짧은 꿈’이라는 문구가 실감날 수밖에 없었다.기다림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는 괴로움도 함께 찾아왔다. 호흡의 어려움과 편두통이라는 고산증세다. 아침이면 간밤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산증이 심한 사람들은 산소통의 힘을 빌어야 했다. 그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진정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순박한 티베트인들의 미소에는 누구든 감탄이 터졌고, 그래서 견딜 만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으며, 민족의 아픔에 대해서도 오래 전 수많은 피를 불렀던 폭력의 업보라고 받아들인다는 그들. 빠르고 치열한 경쟁의 세상에 익숙한 도시인에게는 경외심마저 들게 하는 곳이 라싸였다.라싸 공항을 다시 찾았을 때는 숨쉬기 편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마치 다시는 그 땅을 찾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그 생각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비행기에 오르자 이내 다시 그 땅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순박한 그 미소 때문일까. 아니면 강렬하게 찔러 오던 태양 때문일까. 딱 부러지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다시 그 땅을 찾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묘한 땅. 그래,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의 바람소리를 그리워하나 보다. 라싸는 그런 땅이었다. 돌아서면 그리워지는.포탈라궁▶travel infoAIRLINE인천에서 쓰촨성 청두까지 2시간, 그리고 다시 라싸까지 3시간 반이 걸린다. 쓰촨성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국제항공, 사천항공, 동방항공 등의 중국 민항기들이 있다. 청두에서 외국인 출입 허가증을 받은 후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 라싸로 들어갈 수 있다.TRANSPORTATION오프로드를 즐겨라 티베트 자치구로 향하는 여러 방법 중 험준한 비포장길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하는 오프로드 여행이 인기다. 이동하는 구간의 자연경관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주로 베이징, 칭하이성, 쓰촨성, 윈난성 등에서 출발하며, 라싸까지 들어가는데에 짧으면 3일, 길게는 5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 크게 세 가지 루트 중 쓰촨성에서 넘어가는 구간이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아름답다. 외국인들은 이동 시 진행 방향이나 동선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운전기사를 별도로 고용하는 것을 권장한다.FOOD당신의 입맛을 저격하다 티베트 음식은 대체로 한국인들에게 아주 잘 맞는다. 그만큼 한국 음식과 간도 비슷하고 맛도 익숙하다. 대표적인 음식은 뚝바, 텐뚝이다. 뚝바는 티베트식 칼국수, 텐뚝은 티베트식 수제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도 초우민, 탈라 누들 같은 음식들도 권할 만하다. 다만 야크 특유의 냄새를 싫어한다면, 사전에 쇠고기나 양고기로 바꿔 달라고 주문할 것. 물론, 고기를 아예 빼고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싸에서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또 있다. 티베트의 술 ‘창chang’이다. 곡주로, 그 맛은 마치 예전 우리가 집집마다 담가 먹었던 가양주와 닮아 있다.INFORMATION티베트의 깃발타르초는 불교경전을 새긴 오색 기도깃발들을 만국기처럼 줄에 매달아 놓은 것이다. 룽다는 하나씩 세워 다는 큰 깃발로 ‘바람의 말’이라고도 불린다. 타르초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양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불, 우주, 땅, 공기, 물을 상징한다. 티베트인들은 타르초를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설치한다.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는 만큼 그들의 불심도 멀리 퍼져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집의 옥상이나 마당에서도 타르초와 룽다를 쉽게 볼 수 있으며, 티베트의 설날인 매년 1월3일 새 타르초와 룽다로 바꿔단다고 한다.마니차PRAYER WHEEL티베트인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기도물품이다. 티베트인들은 ‘최고르’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마니차라고 알려져 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부터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것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원통에 추가 달려 있어 뱅뱅 돌리면서 들고 다니거나, 벽에 설치된 것을 돌리면서 지나간다. 내부에는 ‘다라니’라 불리는 경전이 들어 있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공부와 수행을 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그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쉽게 수행의 공덕을 쌓고자 만들어진 도구다. 마니차를 한 번 돌리면 다라니를 3,000번 읽은 공덕이 쌓인다고 알려져 있다.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밀교 문화권에서 주로 볼 수 있다.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정태겸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 [뉴스 분석] 중국발 ‘5대 리스크’ 쇼크… 한국 경제 직격탄 두렵다

    [뉴스 분석] 중국발 ‘5대 리스크’ 쇼크… 한국 경제 직격탄 두렵다

    “주식, 부동산, 경제 모두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했다.”(후싱더우(胡星斗) 중국 베이징이공대 경제학부 교수) 연초부터 ‘중국 리스크’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그간 시장의 이목이 미국 금리 인상에만 쏠려 있었지만 ‘제1 수출선’이 중국인 우리로서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주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상 흑자와 3685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미국발 금리 리스크’는 그나마 버틸 만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불안한 것은 ‘5대 리스크’(기업 도산, 부동산 더블딥, 금융시장 불안, 성장 둔화, 위안화 절하 가속화) 때문이다. 당장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저리 자금을 끌어다 쓰느라 채권을 찍어 댔지만 성장 둔화로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서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이런 ‘중국판 좀비기업’은 잇따라 쓰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4월에는 전력 변압기를 만드는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가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금융사 제외)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63%로 홍콩(226%)과 함께 18개 신흥국 중 1, 2위를 다툰다. 부동산 거품도 중국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위험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더블딥(침체 뒤 회복됐다가 다시 침체)에 직면할 경우 은행 부실 등으로 파급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주택 거래량 증가율은 지난해 7월 21.3%에서 11월 7.8%로 3분의1 토막 났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5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조사한 결과 2014년 7.4%였던 중국의 성장률 최저치 전망은 올해 5.8%이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0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경착륙’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추락은 중국의 자본 유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3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외환보유액으로 버텼지만 해외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다. 중국이 올해 5% 안팎의 성장에 멈춰 경착륙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현대경제연구원)가 이미 나와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05년 21.8%에서 2015년(11월 기준) 26.0%로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4.5%에서 13.2%로, 일본은 8.4%에서 4.9%로 쪼그라들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중국이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합병과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등 경제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기술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질러 전자, 해운 등 주력 산업이 겹치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려도 주요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돼 (중국은) 잘돼도, 못돼도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승용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부수석 대표는 “창업 기업들이 기존 제조업 투자 부진을 얼마나 보충하느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로 대표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부동산 투자 부진을 만회하느냐가 중국 경제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중국을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기존엔 반제품이나 원료 수출 등 중간재, 가공무역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완제품과 고부가가치 기술로 중국 본토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다변화 수출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단독] 1억 들여 4억 회수… 4년제 대졸자 수익률 7.5%

    [단독] 1억 들여 4억 회수… 4년제 대졸자 수익률 7.5%

    부모가 모두 공장 근로자인 서모(24)씨는 대기업에 입사해 학비 대출을 갚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는 “설령 취업 포기자가 되더라도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그나마 대학이 나 같은 ‘흙수저’에게 가장 안전한 미래 수익을 보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방대 문과대학에 다니는 이모(21·여)씨는 “나중에 취업이 안 돼 대학 학비도 건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막막하다”고 했다. 대학교육에 들인 비용과 평생 얻는 수입을 비교해 수익률로 따져본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대학교육(4년제·전문대)의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8%로 웬만한 금융투자상품보다는 높은 걸로 계산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이런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울한 전망도 곁들여졌다. 4일 고용정보원의 ‘대학교육의 투자 수익률 추정’ 보고서에서 따르면 4년제 대졸자가 투자하는 교육 비용은 평균 1억 3300만원이었고, 대학 졸업 후 65세까지 얻는 수익은 4억 73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통해 계산한 대학교육의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5%였다. 전문대는 8.1%로 4년제보다 다소 수익률이 높았다. 6600만원을 대학교육에 투자해 2억 5000만원의 미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대학교육 비용은 대학 등록금과 기회비용을 합해 계산했다. 여기서 기회비용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포기해야 하는 근로소득, 즉 고졸자의 연봉이다. 이런 수익률은 다른 투자수단인 국고채(1.66%), 회사채(2.11%), CD금리(1.67%) 등과 단선적으로 비교하면 꽤 높은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나 주식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로 아직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공별로 수익률 격차가 컸다. 4년제 기준으로 의약(13.5%), 공학(9.5%), 교육(9.3%) 계열의 수익률은 높았지만 자연(6.6%) 및 인문사회(6.3%) 계열은 평균에 못 미쳤다. 전문대는 공학(10.4%), 의약(8.3%), 인문사회(7.9%), 자연(4.8%) 순이었다. 보고서를 만든 최기성 부연구위원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투입하는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수익률은 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문사회 및 자연계열은 향후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뉴스 분석] 해운업 ‘부채비율 400%’ 논란

    [뉴스 분석] 해운업 ‘부채비율 400%’ 논란

    정부가 위기에 빠진 해운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부채비율 400%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12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채비율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에만 지원하겠다고 단서 조항을 단 게 화근이 된 것이다. 해운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안을 100% 수용해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해 왔는데 난데없이 부채비율 조건을 들고 나왔다”면서 “이미 팔 수 있는 자산은 거의 다 매각해 더 팔고 싶어도 못 판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400%라는 숫자가 대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탁상공론식 정책을 비판했다. ●정부 “회사채 연장으로 정상화 요원… 유상증자 등 추진을” 4일 정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해운업 지원방안은 ‘선(先)자구계획, 후(後)정상화 지원’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구계획 및 노사 동의를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이상 퍼 주기식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다만 해운업계에는 자구계획안 제출에 그치지 않고 부채비율을 400%로 낮추라는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과 차이가 있다. 당장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국적선사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00%대다. 앞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상 끌어내려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013년 두 회사 모두 1000% 넘게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70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만 2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부채비율을 300% 이상 줄이기 위해 알짜 자산 매각, 외자 유치, 유상증자도 했다. 정부가 부채비율 400%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렇다. 회사채 발행 마지노선(부채비율 500%)과 글로벌 선사(머스크, CMA CGM)의 부채비율(200~300%)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인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려면 400%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측은 “회사채 연장만으로는 해운업계의 정상화가 요원하다”며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부채비율 감축은 필수다.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400% 현실적 불가능… 자금 압박 풀어 줘야 ” 그러나 해운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그동안 두 회사가 핵심 영업자산을 내다팔아 약 5조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차입금 상환에 모두 쓰였다”면서 “또다시 자산을 팔거나 증자를 해서 8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며 당장 자금(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올해 두 회사가 갚아야 할 금액(선박금융, 회사채, 은행 차입금 등)만 각각 1조원가량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금리를 4% 이하로 낮춰 주고 원금 상환을 유예시켜 주는 등 자금 압박을 풀어 줘야 해운업계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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