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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질 사태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갑질 사태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무리한 조건에 협력사 자살 의혹 “투자 거절하자 계약 갱신 안 했다” 기내식업체 변경 과정도 도마에 사측 “기내식 품질 탓 교체” 해명아시아나항공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기내식 공급사의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더해지면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갑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국제선 14편이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운항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으나 기내식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는 지난 1일부터 3개월간 기내식 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비행기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아 이륙하지 못하는 ‘노밀’ 사태가 빚어졌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1만원 상당의 식사권 또는 30∼50달러 상당의 면세상품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이날 아시아나는 김수천 사장 명의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빠른 시일 내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는 “샤프도앤코코리아는 하루 2만~3만식에 달하는 기내식을 공급하기에 생산설비는 충분하지만 경험이 없어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면서 “업체 측이 인력을 확충하고 업무 절차를 숙지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진통이 계속되면서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맡아 왔으나, 지난해 LSG가 아시아나의 금호홀딩스에 대한 1600억원 규모의 투자 요구를 거절하자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LSG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하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LSG는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업체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일 오전 9시 34분쯤 기내식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 대표 A(57)씨가 인천 시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A씨 업체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약정을 맺은 샤프도앤코코리아가 거래하는 4~5개 협력업체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씨가 아시아나의 무리한 요구 조건에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은 30분 이상 공급이 지연될 경우 음식값의 절반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15분 지연되면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시아항공 측은 “LSG에 지속적으로 기내식 원가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내식 품질에도 불만이 있어 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 조건은 해당 업계가 맺은 다른 계약들과 비교할 때 관대한 수준이며 초기 혼란을 고려해 8일 동안은 더 업체를 고려한 조건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월드 Zoom in] 10년간 ‘제로 금리’에 흥청망청 대출… 美기업 총부채 7056조원 사상 최대

    [월드 Zoom in] 10년간 ‘제로 금리’에 흥청망청 대출… 美기업 총부채 7056조원 사상 최대

    연내 두 차례 더 금리 인상 전망… 회사채 만기 앞두고 부담 커져‘제로(0) 금리’를 만끽하던 미국 기업들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0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미 기업들의 총부채(금융기관 제외)가 현재 6조 3000억 달러(약 7056조원)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CNN머니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머니는 미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하며 자사주 매입, 배당금 등 주주환원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매체 포천도 미 매출 상위 1000개 기업의 평균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0년 전 35%에서 54%로 급등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기업 부채는 지난 5년간 39%, 10년간 85% 폭증세를 보였다. 10년간 부채 증가 속도가 연 8.5%였지만 매출 상승세는 4.6%에 머문 탓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불확실한 시기에 많은 빚을 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시중 금리도 오르고 있다. 연준은 3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를 인상했고 연말까지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할 때 부담이 더 커진다. 더욱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과도한 빚을 지고 있다며 5년 동안 기업 채무가 2조 7000억 달러가량 늘었다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경고했다. 미 기업들은 높은 경제성장과 감세정책에 힘입어 갚을 여력은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신용평가를 매기는 1900개의 미국 기업들이 2017년 말 기준 2조 1000억 달러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늘었고 2009년보다는 100% 이상 폭증한 것이다. 하지만 현금자산은 상위 1% 기업이 절반 이상을 보유해 편중 현상이 극심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0월 기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제너널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존슨&존슨, 암젠 등 8개 기업이 80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자산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저금리와 세제 혜택, 활황세를 타는 주식시장 덕분에 곳간이 넘쳐나고 있지만 기업 부채는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 애플처럼 현금이 많은 회사들까지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다. 해외 현금자산을 들여오기보다 빚을 얻어 쓰는 방법이 훨씬 저렴한 까닭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금융소득 과세 9만명서 40만명 ‘껑충’

    금융소득 과세 9만명서 40만명 ‘껑충’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발표한 금융소득종합과세안은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원이 넘지만 2000만원이 안 되는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은 14%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금융소득이란 은행 예·적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과 주식 보유 등에 따른 배당소득을 합친 개념이다. 가입 상품과 이율에 따라 다르지만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연 2.78%를 기준으로 하면 금융자산이 약 3억 6000만~7억 2000만원 사이에 있을 때 한해 1000만~2000만원의 금융소득이 가능하다. 과세대상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세수 증대 효과가 크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귀속분을 기준으로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내릴 때 과세 대상은 37만명, 세수는 13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개혁특위가 이날 2016년 기준 금융소득 1000만~2000만원 구간의 인원을 31만명으로 추정한 점을 감안하면 세수 효과는 1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2016년 금융소득종합과세 납세자는 9만 4129명이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는 과거에도 몇 번 시도된 적이 있다. 현행 기준금액 2000만원 이하에서는 금융소득에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세율이 매겨져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비금융소득이 10억원인 사람과 8000만원인 사람의 소득 격차와 관계없이 원천징수세율이 14%로 고정된 탓이다.예컨대 과세표준 3억원에 해당하는 납세자가 연간 2000만원 금융소득을 올렸다면 현재는 금융소득에 대해 308만원(지방세 포함)의 세금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날 과세안대로 입법이 이뤄질 경우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돼 세금이 572만원으로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소비자들의 투자 패턴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고 있다. 당장 투자 시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코스닥벤처펀드와 대표적인 비과세 혜택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절세 상품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김현식 PB팀장은 “저금리 기조 탓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세금 혜택을 받으려는 상품들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청약저축도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직접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홍은미 KB증권 PB팀장도 “이미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다만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평소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투자자가 당장 주식시장에 나설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세부담을 지더라도 증여를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면서 “과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었을 때에도 증여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이성재, 균열 가득한 부부의 행보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이성재, 균열 가득한 부부의 행보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와 이성재가 ‘밀수’라는 어마어마한 사건 앞에서 ‘폭풍 오열’과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 안방극장을 ‘짠함’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채시라와 이성재에게 ‘밀수 발각’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닥치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극중 서영희(채시라 분)는 혼전 임신해 오갈 데 없는 예비 며느리 정효(조보아 분)를 보살피는 가운데, 한상진(이성재 분)과 이혼을 시키겠다며 무작정 집으로 쳐들어온 김세영(정혜영)의 엄마 김옥자(양희경 분)까지 합세한 아슬아슬한 ‘3인 동거’를 시작한 상황. 영희는 옥자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식탁 앞에서 따뜻한 연대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정효의 태교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을 보냈다. 그런가 하면 한상진은 영희의 아픔도, 세영의 생활고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터. 이에 암암리에 행해지던 항공사 일가의 ‘밀수’를 도맡아 하기로 결정, 영희에게는 해외 비행을 하느라 수당이 더 들어온다고 거짓말을 해서, 가외로 챙길 수 있는 ‘밀수 비용’으로 세영과 딸 한유연(신비 분)을 챙겨주고자 했다. 하지만 상진의 밀수는 덜미가 잡혔고,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발각되고 말았다. 결국 상진은 이 일로 2년 치 연봉을 줄 테니 쉬었다 오라는, ‘강제 휴가’ 권고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그 시각 영희는 또 다시 ‘상진과 이혼하라’며 우기는 옥자에게 경제권을 쥐기 위해서 끝까지 상진을 놓지 않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일촉즉발의 육탄전 직전까지 갔던 것. 그런데 그 때 뉴스에 밀수가 발각돼 연행되고 있는 상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뛰쳐나갔다. 영희는 수소문한 끝에 상진이 후배 문종원(김산호 분)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거침없이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절망해 있던 상진이 겨우 문을 열어준 순간, 영희는 상진의 가슴을 퍽퍽 치며 들어와 “버티란 말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다 오열했다. 그리고는 상진이 입은 파일럿 제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제복이 바로 나였단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엔딩, 안방극장의 몰입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밀린 대금을 받으러 갔다가 오해를 사 경찰서에 수감된 정수철(정웅인 분)에게 딸 정효가 찾아와 ‘아빠가 사채업자였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고백을 해 안방극장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MBC ‘이별이 떠났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콜옵션

    옵션 거래에서 주식·사채 등 기초 자산을 만기일이나 그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풋옵션과 상반된 개념. 선물 거래가 미래 상품 가격 상승(하락)을 놓고 상품 자체를 미리 사고판다면, 옵션은 미래 일정 시점에 살 수 있는 권리 자체다.
  • [오늘의 경제 Talk 톡] 컨소시엄

    공통의 목적을 위한 협회나 조합을 말한다. 증권업계와 관련해 사용할 때는 공사채나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발행액이 지나치게 커 증권 인수업자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울 때 이를 매수하기 위해 다수의 업자들이 공동으로 창설하는 인수조합을 일컫는다.
  • 우리銀, 혁신성장 기업 직접 투자

    우리은행이 혁신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0억원씩 직접 투자한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대상기업을 공모한다고 25일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은행이 직접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모집 대상은 창업 7년 이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 중소법인이다. 투자 대상 기업은 기술성·사업성 평가 등 내부 심사를 거쳐 오는 9월 초까지 선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주식,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방식으로 각 기업에 10억원 이내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선정된 기업에 컨설팅, 예금·대출 금리 우대, 후속 투자 유치, 신사업 파트너 우선 검토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부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연곡사, ‘연기조사’ 창건설·조선 의병 본거지… 왜적과 악연 깊어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연곡사, ‘연기조사’ 창건설·조선 의병 본거지… 왜적과 악연 깊어

    ‘고지마 중대는 칠불사, 연곡사, 문수암을 남북 양 방향에서 포위 공격했다. 1소대는 하동 방향에서 전진했다.…소대는 오전 7시 반 예정대로 연곡사를 공격, 100명 남짓한 의병대를 오전 10시 반야봉 쪽으로 격퇴시켰다. 의병장을 포함해 22명 사살, 부상 30명, 노획품은 소총 5, 나팔 3 등. 연곡사 14동을 소각함.’ 일본 조선주차군수비대 제18연대의 ‘진중일지’는 1907년 10월 17일 연곡사 전투의 상황을 23일 이렇게 보고했다. 21일자 일지에는 ‘키노 대위의 부대는 진해만요새포병과 함께 연곡사 일대에서 고광순이 이끄는 의병과 충돌, 고광순 이하 약 40명을 쓰러뜨림’이라고 적었다.구례 연곡사는 통일신라시대 연기조사(緣起祖師) 창건설이 전하는 사찰이다.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 대표적 수선도량(修禪道場)으로 이름 높았다. 이런 유서 깊은 절을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불을 질러 철저하게 파괴했다. 그런데 300년 남짓 시간이 흐른 뒤 또다시 일본군의 방화로 전소된 것이다.이날 연곡사에서 일본군과 맞서다 순절한 의병장 고광순(1848~1907)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서 왜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의병장 고경명(1533∼1592)의 후손이다. 고광순은 문집 ‘녹천유고’(鹿川遺稿)에서도 12대조인 고경명의 뜻을 이어 항일 의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음을 밝혔다고 한다. ‘녹천유고’에 담긴 고광순의 ‘열읍(列邑)에 보내는 격문’에는 ‘난신적자는 모두 처단할 것, 내정에 간섭하는 왜적을 몰아낼 것, 민비 시해의 원수를 갚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 때, 을사늑약 이후 또 한 차례 일본군의 방화로 파괴된 연곡사와 두 시기 각각 전사한 고경명과 고광순의 운명은 닮아 있다. 일본은 1904년 3월 보병 제24연대 병력 4272명을 서울과 부산, 원산에 배치했다. 러일전쟁이 마무리된 1905년 10월에는 보병 제13사단과 제15사단 병력 1만 8398명으로 증강한다. 이렇게 2개 사단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11월 17일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할 수 있었다. 일본은 1907년 3월 제15사단을 철수시켰지만, 다시 8월 보병 제14연대를 포함한 여단 병력을 증파한다. 고종을 강제 퇴위시킨 이후 그들이 말하는 ‘소요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영호남 의병 탄압이 목적이었던 보병 제14연대가 연곡사를 중심으로 의병을 훈련하고 기습작전을 벌이던 고광순 의병을 공격한 것이다. 연곡사에 가려면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대로를 따라 달리다 외곡삼거리에서 지리산 피아골 방향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제는 좌우에 펜션이 가득 들어선 계곡을 따라 오르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보이고 조금만 더 달리면 오른쪽에 절이 나타난다. ‘지리산 연곡사’(智異山 燕谷寺)라 편액한 일주문은 1995년 세웠다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천왕문은 아직 단청도 되지 않았다. 연곡사는 1942년 일부 전각을 중건했지만 6·25전쟁 때 피아골 전투로 다시 폐사됐고, 1965년에야 요사채를 겸한 작은 대웅전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큰법당인 대적광전을 비롯한 전각들이 제법 규모 있게 들어서고 있지만 전성기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만행에도 석물(石物)들이 일부가 훼손은 됐을지언정 그런대로 살아남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연곡사에는 흔히 부도(浮屠)라 부르는 승탑(僧塔)의 역사가 집약되어 있다. 대적광전 오른쪽으로 돌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면 동 승탑과 탑비가 나타난다. 통일신라시대 말 승탑은 가장 아름다운 부도의 하나로 꼽힌다. 동 승탑과 짝을 이루는 왼쪽의 탑비는 머릿돌과 받침돌만 남았다. 몸돌은 임진왜란 때 파괴됐다고 한다. 받침돌을 가만히 보면 용의 얼굴을 한 거북이 모양이되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상상 속의 동물인 연을 형상화한 것이라는데, 이런 동 승탑비의 모습을 본떠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동 승탑과 탑비에서 대적광전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북 승탑이 있다. 고려 초기에 동 승탑을 모범으로 삼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적광전 서쪽에 떨어져 있는 현각선사탑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고려시대 승려 현각선사를 기리고자 979년 세운 것이다. 역시 임진왜란 때 비신은 사라졌다.북 승탑에서 서쪽으로 산을 내려가다 보면 소요대사탑이 보인다. 문의 모습을 조각한 안쪽에 ‘소요대사지탑’(逍遙大師之塔)과 ‘순치육년경인’(順治六年庚寅)이라는 두 줄의 오목새김이 있다. 순치 6년은 1649년이다. 탑비를 따로 세우지 않고 승탑에 글자를 새겨 내력을 알리는 조선시대 부도의 전통이라고 한다.소요대사 태능은 임진왜란 때 의승군에 가담했고,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의 서성 수축을 주도하기도 했다. 왜란 당시 의승군을 이끈 서산대사 휴정의 4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임진왜란 때 불탄 연곡사를 중창한 당사자다. 휴정의 다른 세 제자는 사명대사 유정, 편양 언기, 정관 일선이다.소요대사탑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현각선사탑비 왼쪽 동백숲 아래 작은 비석이 보인다.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다. 고광순 의병이 일본군의 집중공격을 받은 곳이 대적광전 서쪽이라고 했으니 이곳일 것이다. 순절비는 1958년 세워졌다. 이렇듯 연곡사 곳곳에는 왜적과의 악연이 짙게 배어 있다. 연곡사에서 토지면사무소 쪽으로 가는 길 중간의 섬진강변 석주관성(石柱關城)은 정유재란 당시 구례 지역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경계로 고려 말기에 왜구를 막고자 성벽을 쌓고 진을 설치했다고 한다. 하동에서 남원으로 가는 길목인 만큼 정유재란 때는 왜군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건너편 언덕에는 의병으로 나서 왜군과 치열하게 싸우다 순절한 석주관칠의사(石柱關七義士)의 무덤도 있다. 석주관전투에는 화엄사 의승군이 대거 참전했다. 구례 화엄사라면 연곡사에서 멀지 않다. 화엄사도 연곡사와 같은 544년 연기 조사설이 전한다. 화엄사 의승군이란 곧 연곡사를 비롯한 지리산 일대 승군의 연합군이었을 것이다. 연곡사의 전각이 모두 불타고 탑비 일부가 훼손된 것도 이때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불원복 태극기(不遠復 太極旗)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의병장 고광순이 만들어 항일 의병 활동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는 태극기다. 위쪽에 붉은색 실로 ‘불원복’(不遠復)이라 수를 놓았다.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금투업계 ‘불완전판매·신용등급 산정’ 논란 또 거세져

    중국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부도로 인해 금융투자업계에서 불완전판매와 신용등급 산정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3일 만에 상환이 어려워져, 현대차투자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가 최대 115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펀드를 통해 260억원어치가 팔렸다. 금융당국은 “일단 CERCG와 금융사들의 면담 결과를 들어볼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가 지급보증한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회사채 3억 5000만 달러(약 3800억원)가 지난달 11일 상환되지 않자 CERCG가 지급보증한 ABCP도 지난달 28일 ‘크로스 디폴트’(동반 채무 불이행)됐다. 앞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8일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ABCP 16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ABCP는 채권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손실이 불가피한 증권사들은 주선사와 신용평가사에 일차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2등급을 매겼다가 크로스디폴트가 난 지난달 28일 상환능력이 불투명한 C로 낮췄다. 해당 ABCP의 금리는 약 3%대다. 신용평가사는 평가 절차를 지켰고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주선사는 불완전판매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일 “중국 공기업의 차이와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서 “또 A2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았더라도 부도는 얼마든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차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 중 한 곳에서 수요 요청을 해 ABCP 발행을 진행한 데다 기관에만 팔아 불완전판매는 있을 수 없다”며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3월 실사한 자료가 있어서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A2 등급은 단기(3개월) 현금 상환에 문제가 없었어야 하는 정도인데 3일 만에 크로스 디폴트가 터졌다”며 “몇백억원짜리 편입자산을 모두 평가할 수 없어 신용평가사 등급을 참고하는데 앞으로 신용평가사를 믿고 투자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스마트단기’, ‘골든브릿지으뜸단기’로 팔렸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 기대 수익이 높지 않지만,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해 시장에서 관심이 컸다. 기존 펀드 가입자들은 ABCP가 지난달 8일 추가됐는지 알 수 없었다. 펀드 자산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아 이후 가입자에게도 ABCP가 펀드 자산에 편입됐는지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펀드를 판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는 운용사의 운용에 대해 관여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펀드 자산을 알 수 없다”며 “펀드 운용사의 설명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부터 이틀간 금융 주선사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신용평가사와 일부 채권단이 중국 CERCG 본사 등을 방문해 상환 계획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이슈] 스탁론 수수료 폐지 예고에 RMS 업계 ‘한숨’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스탁론 수수료에 대한 폐지 의사를 전달했다. 스탁론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증권사 고객에게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주식 연계신용대출이다. 사채시장 등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레버리지 투자 시장을 제도권 시장으로 양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수수료가 폐지되면 증권사와 여신기관뿐만 아니라 RMS(위험관리시스템) 업계에 가장 큰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탁론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선 투자자의 위험종목 투자를 예방하고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손절매 기능의 위험관리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이 RMS 회사들이기 때문. RMS 수수료에는 시스템 제공에 따른 각종 인적·물적 비용이 포함된 만큼 규제가 공식화하면 관련 업계의 운영난이 불가피해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과 증권사, 여신기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MS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스탁론 수수료를 금리에 포함하는 형태로 규제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장기 투자자는 현행보다 인상된 금리로 피해를 본다”면서 “초기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작전세력의 주요 자금원으로도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정식 인가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정식 인가

    NH투자증권이 30일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안을 의결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가 10영업일(2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6월 말쯤 판매될 예정이다. 이로써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양분하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이 폭이 넓어진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초대형 IB로 지정된 지 6개월 만에 발행어음 사업권을 확보했다. NH투자증권이 후발 주자지만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쉽지 않은 경쟁 상대다. 1분기(1~3월) 기준 자기자본을 보면 NH투자증권이 4조 7811억원으로 4조 2157억원의 한국투자증권보다 5000억원 이상 많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보다 자금 조달 능력이 1조원가량 많은 셈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NH투자증권이 어느 정도의 금리를 제시할지에 쏠린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운용 중인 1년 만기 기준 연 2.30% 상품과 유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7~1.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말까지 2조 2000억원의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NH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A+인 점과 동일한 등급의 회사채 1년물 금리(2.1%)를 감안해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1조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발행어음이 고객에게는 안정적인 고수익 단기 자금 운용 수단이 될 뿐 아니라 기업에는 기업금융 자금으로, 회사에는 새로운 수익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예금과 달리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은 게 흠이다. 우량 증권사에만 사업이 허용돼 가능성이 적긴 해도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 돌려받을 수 없다. 또 최소 가입 금액도 100만원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예금금리까지 덩달아 오를 경우 어음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금융사·기업 절반 신용등급에 ‘거품’ 있다

    금융사·기업 절반 신용등급에 ‘거품’ 있다

    1분기 공시 135개사 중 53%는 자체신용도, 최종 등급보다 낮아 정부·모기업 지원 후광효과 존재 금융사 63곳 중 50곳 등급 떨어져 일반기업, 금융사 보다 거품 적어 금감원 “기업 자금조달 영향 미미”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사와 기업 절반가량은 정부나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나 모기업 후광효과에 기댄 ‘신용 거품’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체신용도를 공시한 135개사(금융사 포함) 중 72개사(53.3%)는 자체신용도가 최종 신용등급보다 낮았다. 자체신용도는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 등의 지원 가능성을 제외한 개별 기업의 자생력(독자적 채무 상환능력)을 말한다. 그동안 자체신용도는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측정되지만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금융사의 자체신용도를 공시토록 한 데 이어 올해는 일반 기업까지 확대했다. 2013년 동양 사태 등을 계기로 신용평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사(63개사)의 경우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보다 낮은 곳이 50개사(79.4%)였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캐피탈, 하나에프앤아이 4곳은 2등급, 나머지는 1등급씩 낮았다. 나머지 13개사(20.6%)는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이 같았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 11개사와 카드 7개사는 모두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을 밑돌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은행은 부실에 빠져도 정부가 공적자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는 대부분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사다. 이런 점이 반영돼 실제 재무 상태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이다. 반면 증권사는 20개사 중 12개사만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에 미치지 못했고, 8개사는 같았다. 상대적으로 ‘빵빵한’ 모기업을 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72개사)은 금융사에 비해 신용등급 거품이 적었다.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이 같은 곳이 48개사(66.7%)였다. 자체신용도가 낮은 곳은 22개사(30.6%)에 그쳤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와 두산은 반대로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보다 1등급 높았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두산그룹의 주력사인 두 기업은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제값’보다 신용등급이 깎인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을 봤을 때 SK(7개사)·LG(6개사)·롯데(3개사)·두산(2개사) 순으로 등급에 차이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자체신용도 공시가 회사채 발행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A-인 한 기업은 자체신용도가 2등급 낮은 BBB에 그쳤다. 민간 채권평가사가 A- 회사채에 매기는 금리는 연 4.045%, BBB는 6.016%인데 이 기업 회사채 금리는 3.759%로 결정됐다. 자체신용도보다는 신용등급에 가깝게 금리가 매겨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신용도 공시가 기업 자금 조달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금리가 결정되는 시장 관행으로 인해 영향이 미미했다”며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 간 차이가 적정한지 여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홍은미 PB의 생활 속 재테크] ‘코코본드’ 발행 러시… 저금리 시대 재테크상품 눈길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국내외 시중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수익률 기대치도 높아졌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달리 고정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채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특히 우량 은행과 지주회사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크게 늘면서 법인과 개인 자산가들 사이에 눈길을 끈다. 손실 우려가 크지 않고 금리 등 조건이 비교적 높아 증권사마다 물량을 더 많이 떼어 오기 위한 각축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최근 자회사 출자와 인수합병으로 은행 지주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2019년 바젤Ⅲ의 전면 시행을 맞아 은행지주가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바젤Ⅱ에서 발행된 코코본드는 매년 10%씩 자기자본에서 제외되는데, 주요 은행지주와 은행은 총자본비율을 14%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코본드는 정확히 무엇일까. 코코본드는 ‘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자본증권)에서 앞 두 글자를 따 코코본드로 통칭한다. BBB등급 이하 위험중립형 고수익 채권 투자는 제약이 있지만 고금리 채권을 찾는다면 은행(지주)코코본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5년 콜(Call)상환을 가정할 때 ‘AA-’등급이지만 ‘A-’등급 회사채와 비슷한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량 은행과 금융지주 회사가 발행하면서도 기존의 다른 채권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투자 전에 따져 볼 특징은 무엇일까. 만기가 무한인 영구채인 코코본드는 후후순위 채권이다. 특정 사유 발생 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고, 발행사의 재무상태에 따라 배당 또는 이자 지급이 멈출 수 있다. 발행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발행은행이 금융감독원장 사전 승인을 받아 콜옵션이 가능하다. 그러나 채권의 중도매도는 장내, 장외시장에서 금액과 시기와 무관하게 시장 금리로 환매가 가능하다. 시장 금리에 따라 매매차익도 얻을 수 있다. 이때 개인이 얻은 양도차익은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행회사마다 다른 원금손실조건, 이자지급정지, 콜옵션 미행사 여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코코본드는 금리가 연 1%대의 정기예금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이자를 1년에 4번 분기별로 지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의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도 개선되고 있어 투자자의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KB증권 명동스타PB센터 WM스타자문단
  •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MBC 시청률 올려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MBC 시청률 올려줘?

    ‘애국가 시청률’ 수준까지 떨어진 MBC 드라마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올 들어 선보이는 드라마마다 1~2%의 시청률로 고전을 겪는 가운데 지난 16일 첫 방송한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가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에다 신예 배우들의 풋풋함과 오랜만에 등장한 중견 배우 허준호의 능숙한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드라마는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아버지로 둔 경찰 채도진(장기용)과 피해자의 딸이자 배우 지망생인 한재이(진기주)가 중학생 시절 처음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릴 적 윤나무(아역 남다름)와 길낙원(아역 류한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두 사람의 비극적 운명은 낙원이 나무가 다니는 시골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1~4회 방송에서는 소년·소녀의 풋풋한 첫사랑과 사이코패스 살인마 윤희재(허준호)의 섬뜩한 분위기가 대비되게 그려졌다. 특히 두 아역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 초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5회부터는 두 사람을 갈라놓은 비극적 사건과 어른이 된 이들의 재회가 그려질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펼쳐질 로맨스의 주인공 장기용, 진기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떠오르는 신예 장기용은 최근 종영한 ‘나의 아저씨’(tvN)에서 아이유를 끊임없이 괴롭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동네 사채업자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훤칠한 키에 선인과 악인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날렵한 생김새가 특징이다. 단숨에 주인공을 꿰찬 진기주 역시 드라마 ‘미스티’(JTBC)에서 김남주의 경쟁 상대이자 당돌한 후배 앵커로 나와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순수한 시골 아가씨로 나와 상반된 매력을 보여 줬다. 데뷔 전 대기업 사원, 지역 방송사 기자 등을 경험한 다채로운 이력이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리와 안아줘’의 시청률은 첫 주 5% 가까이 오르며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연출을 맡은 최준배 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디까지 안아 주면서 인간애를 지킬 수 있는지 여러 형태로 보여 주려고 한다”면서 “두 남녀 주인공 역시 신인이라는 우려를 금방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에게 요구된 여러 가지 모습들을 완벽하게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거지도 QR코드로 동냥…中 ‘개미금융’ 세계1위 진격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거지도 QR코드로 동냥…中 ‘개미금융’ 세계1위 진격

    글로벌 최대 유니콘 예약한 마윈의 ‘마이진푸’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마이진푸(蟻金服·Ant Financial)는 지난 3일 머니마켓펀드(MMF·초단기 공사채형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에 자금을 예치해 온 소비자를 대상으로 2개의 MMF를 추가 제안했다.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위어바오의 자산 규모가 너무 방대한 끼닭이다. 2013년 6월 설립돼 불과 5년도 안 돼 세계 최대의 MMF로 발돋움한 위어바오는 3월 말 기준 운용 자산이 무려 2660억 달러(약 288조원)에 이른다. 수탁고가 지난 한 해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와 맞먹는 규모다. 위어바오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계좌의 한도를 지난해 100만 위안(약 1억 6800만원)에서 25만 위안, 10만 위안, 2만 위안 등 3차례나 축소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마이진푸가 세계 최대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주식시장 상장)를 앞두고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정한 투자 유치 목표액 50억 달러의 2배나 되는 규모다. 중국 시장리서치 분석업체인 이방둥리(億邦動力)는 마이진푸가 홍콩 주식시장과 중국 본토 A주 증시 상장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890억 달러 골드만삭스·891억 달러 페이팔 넘을 듯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마이진푸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2016년 4월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45억 달러를 유치했을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몸집을 2.5배나 불린 것이다. 증시에 상장되기만 하면 시가총액 1000억 달러 돌파는 기정사실인 만큼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약 890억 달러·8일 기준)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828억 달러) 등 대형 금융회사의 규모를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인 페이팔(891억 달러),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720억 달러)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진푸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2014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IPO 첫날 거래에서 시총이 2000억 달러를 단숨에 돌파했다. 마이진푸가 세계 최대 유니콘 및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2014년 알리바바에서 독립한 마이진푸의 성공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支付寶·Alipay)가 일등 공신이다. 알리바바는 2004년 쇼핑몰 티몰(Tmall)과 오픈 마켓인 타오바오(淘寶) 등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결제를 도와주기 위해 즈푸바오를 개발했다. 2007년부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즈푸바오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수납도 즈푸바오를 통해 이뤄지면서 마이진푸는 승승장구했다. 특히 마윈(馬雲) 회장은 보안성보다 사용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 단말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QR코드 개발에 집중했다. 신용카드 등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사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마 회장은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용카드 발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즈푸바오의 등장에 중국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선 2016년 이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대형 백화점에서 노점상까지 안 되는 데가 없을 정도다. 가게 주인이나 종업원이 QR코드를 내밀면 손님이 휴대전화로 찍어서 결제한다. 거지들도 QR코드를 목에 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가 추산한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지난해 99조 위안이다. 마이진푸가 공식 출범한 2014년(6조 위안)보다 15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는 167조 위안, 2020년에는 300조 위안(약 5경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광활한 시장 규모에서 즈푸바오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이관(易觀·애널리시스)은 즈푸바오의 시장 점유율을 54%로 추산했다. ●160조 위안 광활한 중국시장의 54% 점유 마이진푸는 위어바오를 출시하며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위어바오는 즈푸바오 계좌의 자투리 돈으로 가입하는 MMF다. 연평균 수익률이 4% 안팎으로 은행 예금이자(약 2%)의 2배에 가까워 자금이 몰려들었다. 마이진푸는 모바일 결제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2015년 제3자 개인신용평가기관 즈마신융(芝麻信用)을 내놓았다. 소비자의 신용을 점수화해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점수에 따라 공유 자전거를 보증금 없이 이용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금 조달·운용에 이어 결제·신용평가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올해 1월부터 허난(河南)성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자동차 즈푸바오 서비스도 시작했다. 즈마신융의 신용점수가 550점을 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즈푸바오 결제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된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자동차 번호판을 기존 QR코드처럼 인식해 요금이 부과된다. 상하이와 항저우(杭州) 등지에선 주차장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이진푸는 은행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 인터넷 은행 마이뱅크를 설립해 국유은행이 주목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농촌 산간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마이뱅크는 소액 대출 서비스를 내세워 1년 만에 100만명이 넘는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3월 말 기준 마이진푸의 개인 대출 규모는 6000억 위안을 웃돈다. 중국 2위 국유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개인 대출액보다 3.7배나 많다. 금융당국이 2017년 이후 P2P 대출(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 등 온라인 대출의 감독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마이진푸의 대출 규모는 1년 새 2배나 증가했다. ●한국 오프라인 상점서도 즈푸바오 결제 가능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25개국 오프라인 상점에서 즈푸바오로 결제가 가능하다. 2015년 인도 전자지갑 업체 페이티엠(PayT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결제를 정착시켰다. 신용카드 단말기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농촌 산간지역을 공략한 경험을 해외에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2월 카카오페이에 2억 달러를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노르웨이 이동통신업체 텔레노르의 파키스탄 자회사인 TMB(Telenor Microfinance Bank)지분 45%를 인수해 파키스탄에도 진출했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파키스탄에 저비용·고효율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마이진푸는 공유자동차 시장도 넘본다. 지난 7일 공유자동차 업체 리커추싱(立刻出行)이 모집한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하면서 공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리커추싱은 지난달 엔젤투자 및 시리즈 A 투자에서 모두 2000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이달 7일 시리즈 B 투자까지 끝마쳤다. 지난해 6월 광저우(廣州)에 설립된 리커추싱은 폭스바겐GM포드 등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대여해 주는 플랫폼이다. 현재 광저우포산(佛山)우한(武漢)청두(成都)난징(南京)창사(長沙) 등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광저우에서만 1000개의 자동차 반납소를 두고 있다. 시내에 거주하는 이용자 중 80%는 반경 500m 내에서 공유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탄탄하다. 현재 광저우의 하루 주문량은 1만 건을 넘어섰다. 마이진푸는 리커추싱이 연내 20~25개 도시에서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궁예가 불 지르고 왕건이 중건한 영월 흥녕사 터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궁예가 불 지르고 왕건이 중건한 영월 흥녕사 터

    법흥사(法興寺)가 있는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武陵桃源)면은 2016년 수주(水周)면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무릉도원이 중국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릉도원면으로 이름을 바꾸자 “이러다 유토피아면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무릉도원면에는 예부터 무릉리와 도원리가 있었다. 나름대로 역사성과 동떨어진 작명(作名)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도화원기’는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려고 강을 따라 계곡 깊숙이 들어가다 복숭아꽃 만발한 살기 좋은 산속 마을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금은보화와 산해진미가 널린 호화로운 천국이 아니라 달콤한 향기가 감돌고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소박한 꿈속의 마을이다. 무릉도원면이 그런 동네다. 많은 사람이 찾아들면서 법흥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름다운 계곡에는 펜션이며 캠프장이 수없이 들어섰다.법흥사는 영월과 평창, 횡성에 걸쳐 있는 해발 1167m의 사자산 아래 자리잡고 있다. 절을 창건할 때 도승(道僧)이 사자를 타고 왔다고 하여 사자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자는 부처를 상징한다. 깨달음을 이룬 이가 앉는 자리가 사자좌(獅子座)이고, 그가 말하는 진리의 가르침이 사자후(獅子吼)다. 법흥사는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의 한 곳으로 꼽히는 성지다. 신라승려 자장(590~658)은 당나라 청량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전수받아 643년 돌아왔다.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자산에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당시 사자산에 창건한 절 이름은 흥녕사(興寧寺)였다.진신사리란 부처의 유골이니 적멸보궁은 곧 부처의 무덤이다. 한국 불교에만 있다는 적멸보궁은 진신사리를 모신 무덤과 그 무덤을 바라보며 배례하는 전각을 가리킨다. 부처의 유골이 묻혔다면 그 산 전체가 적멸보궁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대산, 태백산, 영축산, 설악산이 모두 부처의 무덤이고, 사자산이 또한 그렇다. 흥녕사는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종(禪宗)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던 신라 말 다시 역사에 등장한다. 철감 도윤(797~868)이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사자산문을 개창한 곳은 화순 쌍봉사지만, 그의 제자 징효 절중(826~900)이 흥녕사에 머물며 선맥을 이어 감에 따라 문파의 중심지로 부각된 것이다. 흥녕사는 역사에 기록된 대로 891년(신라 진성여왕 5) 병화로 소실된 것을 944년(고려 혜종 1) 중건했다. 그 뒤 다시 불타서 천년 가까이 소찰(小刹)로 명맥만 이어 오다가 1902년 비구니 대원각(大圓覺)이 몽감(夢感)에 의하여 중건하고 법흥사로 개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은 1912년 다시 소실됐고, 1933년에는 적멸보궁을 지금의 터로 이전 중수했다고 법흥사 측는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그런데 작고한 미술사학자 호불 정영호 선생의 1969년 동국대 석사학위 논문이 ‘신라 사자산 흥녕사지 연구’다. 그는 1955년 절터를 처음 답사한 뒤 1967년과 1968년 신라오악종합학술조사단의 일원으로 현장을 다시 조사했다. 1934년생이니 일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35세가 되어서야 석사학위 논문을 쓴 것이다. 선생은 논문에 ‘현재 절터 일대는 경작지로 변해 지상의 유구마저 파괴되고 광활한 사역에는 주초석 몇 점만 잔존하여 청자 및 기와 조각을 수집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유물은 모두 석조물로 고려 초기에 건립된 징효대사보인탑비를 비롯해 석조부도 2기와 석실, 석관, 석조불대좌 등이 오래된 것으로 잔존한다’고 덧붙였다. 법흥사를 두고는 ‘금세기에 들어와 흥녕사 옛터에 조영된 사찰로 선문과는 직접 관련은 없다’고 적었다.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법흥사를 돌아봤다. 법흥계곡을 따라 난 길이 끝날 때쯤 나타나는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새로 지은 일주문이 보인다. 사실 ‘새로 지은’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약간의 시간차가 있을 뿐 모든 전각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일주문에서 조금 더 차를 달리면 놀이공원을 방불케 할 만큼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법흥사와 적멸보궁을 찾는다는 뜻이다. 차에서 내리면 절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적송숲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이 정도의 노거수(老巨樹)가, 그것도 토종 적송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절 초입에 보이는 2층 전각은 원음루다. 부처의 가르침을 소리로 전하는 법고, 운판, 목어가 있다. 이 세 가지와 더불어 사물(四物)을 이루는 범종은 극락전 앞에 있다. 원음루에 다가가니 1층에 ‘금강문’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성역(聖域)이다. 정면으로 곧바로 난 산길로 10분 남짓 오르면 적멸보궁이다. 전각 안에는 다라니경을 외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밖에도 두 손을 모으고 수없이 전각을 도는 기도객들이 보인다. 전각 너머에 정영호 선생이 언급한 석분이 있다. 입구가 직사각형인 석분은 기도를 위한 돌방으로 안쪽으로는 사리를 모셨던 돌널이 있다고 한다. 다시 산을 내려오면 원음전 서쪽은 극락전 권역, 동쪽은 요사채 권역이다. 요사채 권역에 숙소로 쓰는 듯한 큼지막한 전각에 붙은 ‘흥녕원’(興寧院)이라는 편액이 눈길을 끈다. 구산선문 시절의 흥녕선원 터에서 법등(法燈)을 이어 가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서쪽의 극락전 앞마당은 뭔가 채워지지 않은 듯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극락전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비석이 흥녕사터 징효대사탑비다. 비문에는 징효 절중이 출생해서 입적할 때까지의 행적이 실려 있다. 비석은 대사가 입적하고 44년이 지난 944년(고려 혜종 원년)에 세워졌다. 왼쪽 산비탈에는 그의 부도가 있다. 비문에 새겨진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절중과 후삼국의 관계다. 신라 왕실의 후손으로 알려진 궁예는 오늘날 영월 남면의 세달사에서 머리를 깎았다. 양길도 멀지 않은 원주에서 세력을 키웠다. 흥녕사가 소실된 891년의 병화는 ‘북원의 적수 양길이 그 부장 궁예를 보내 백기(百騎)를 거느리고 북원 동쪽의 부락과 명주 관할인 주천 등 십여 군현을 침습하게 했다’는 ‘삼국사기’ 기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본다. 궁예가 군사를 몰아 험준한 영월 지역으로 들어간 목적은 사자산문의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한편 징효대사탑비의 건립과 흥녕사의 중건은 고려 왕실이 주도했다. 탑비에 적힌 시주자 가운데 왕요군(王堯君)과 왕소군(王昭君)은 훗날 정종과 광종이 되는 태조 왕건의 아들들이다. 또 태조의 제15비 광주원부인과 제16비 소광주원부인, 혜종비 후광주원부인의 아버지인 광주(廣州)의 왕규를 비롯해 왕건의 장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결국 절중과 사자산문이 궁예와는 적대적이었던 반면 왕건과는 우호적이었음을 보여 준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SK하이닉스, 20조원 도시바메모리 품었다

    SK하이닉스, 20조원 도시바메모리 품었다

    中 “반독점 위반 없다” 통보 사실상 매각계약 완료 의미 새달 1일 매입액 지불 예정중국 정부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매각을 승인하면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반도체 회사를 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경영 참여나 기밀정보 접근 등에 제한받는 조건으로 참여했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지 심사를 벌여 온 중국 상무부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승인했다고 17일 보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이날 “한·미·일 연합의 참가 업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 베인캐피털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는 지난해 9월 협상진행 각서 체결한 뒤 매각을 진행하기로 하고, 한국을 비롯해 미·일·유럽연합(EU)·브라질 등 7개국 정부의 매각 승인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수전 과정에서 직접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관련국 중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 정부의 승인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심사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자 일부 주주들이 매각 계약 철회를 주장하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당국이 일부러 승인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까지도 미국 언론에서는 매각 무산을 전망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NHK는 중국 당국이 매각을 승인해 매각 대상자인 한·미·일 연합은 다음달 1일쯤 매입액인 2조엔(약 19조 5000억원)을 도시바 측에 지불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금을 입금하고 공식적인 서명 작업을 끝내면 8개월 만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승인은 결국 ‘딜 클로징’(매각계약 완료)의 의미”라면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약 4조원 규모의 도시바 메모리 투자 안을 의결했다. 투자금 중 1290억엔(약 1조 3000억원)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참여 조건 탓에 가시적 실익이 줄었지만 도시바와의 기술 협력과 제휴가 확대될 수 있고 투자수익도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기름진 멜로’ 정려원, 설렘 세포 깨운 고백 “좋은 남자”

    ‘기름진 멜로’ 정려원, 설렘 세포 깨운 고백 “좋은 남자”

    ‘기름진 멜로’ 정려원이 멜로퀸 활약에 시동을 걸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극본 서숙향, 감독 박선호) 단새우 역할을 맡아 활약 중인 정려원은 재벌 2세에서 하루아침에 온갖 불행을 떠안은 파산녀로 몰락한 단새우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동시에 이준호, 장혁을 “좋은 남자”라 칭하며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긴 것. 지난 14일 방송된 5, 6회에서는 단새우가 서풍(이준호 분), 두칠성(장혁 분)과 본격적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단새우는 죽을 결심을 하고 간 다리 위에서 서풍과 만나 포춘쿠키를 나눠 먹게 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또한, 단새우는 빚을 내러 간 사채 사무실에서 두칠성에게 자신의 빛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심상치 않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두칠성과의 반복적인 우연적 만남은 단새우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이어 구속된 아빠(이기영 분)의 면회를 간 단새우는 자신을 걱정하는 아빠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서풍과 두칠성 두 사람의 도움을 떠올렸다. 포춘쿠키로 점을 봐 준 서풍과 돈을 빌려준 두칠성에 대해 “좋은 남자”라 이야기 하며 미소를 띠었다. 이처럼 단새우와 서풍, 단새우와 두칠성 이들의 각각의 관계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며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대해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정려원은 극 중 위기의 상황 속 계속되는 인연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새우의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디테일한 표정부터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단새우 캐릭터의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사랑스러움을 담아냈다. 이처럼 정려원은 극 중 단새우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리며 매 순간 단새우의 면면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의 구속, 파산, 신랑의 도망, 애마의 말기 암 판정 등 애처로운 단새우지만 그럼에도 정려원이 그리는 단새우의 사랑스러움과 씩씩함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들어 단새우를 응원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단새우와 좋은 두 남자 서풍, 두칠성이 그려갈 케미에도 기대감이 고조된다. 한편, 정려원, 이준호, 장혁이 본격적으로 함께 할 모습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는 SBS 새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 7,8회는 오늘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무법변호사’ 이준기X서예지, 주말 안방극장 지각변동 “몰입도 甲”

    ‘무법변호사’ 이준기X서예지, 주말 안방극장 지각변동 “몰입도 甲”

    ‘무법변호사’가 1회부터 김진민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윤현호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쫀쫀한 스토리, 이준기-서예지-이혜영-최민수의 최강 연기력을 집대성하며 토일 밤을 호쾌한 무법 액션과 적재적소에 터트리는 유쾌한 웃음으로 수놓으며 ‘거악소탕 법정활극’의 탄생을 알렸다.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몰입도 甲(갑)’의 화려한 볼거리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리모컨을 사수하게 된다’는 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무법변호사’의 폭발적인 반응과 화제성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무법변호사’ 1회 시청률은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합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3%, 최고 6.3%를 기록했다. 특히 tvN 타깃 시청층인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3.0%, 최고 3.5%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주말 안방극장을 평정,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전국 가구 기준 / 유료플랫폼 / 닐슨코리아 제공) 지난 12일 밤 9시 첫 방송된 tvN ‘무법변호사’(김진민 연출/윤현호 극본/tvN, 스튜디오드래곤 기획/로고스필름 제작) 1회는 조폭의 삶을 청산하고 변호사로 전업한 봉상필(이준기 분)이 어릴 적 인권변호사이자 자신의 어머니 최진애(신은정 분)의 죽음과 관련된 거악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고향 기성에 귀향하는 것으로 16부작의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앞서 법과 주먹을 겸비한 무법변호사와 들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꼴통변호사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악에 맞서 싸운다는 소재로 화제몰이를 했던 만큼 이 날 방송은 어린 상필(이로운 분)이 기성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시간이 흐른 뒤 고향에 돌아와 18년을 기다린 한 맺힌 복수를 펼치게 된 과거가 펼쳐졌다. 이와 함께 어시장 깡패에서 그룹 회장으로 올라온 안오주(최민수 분)와 숙명적으로 ‘악연’으로 얽히게 되는 과정은 한 편의 대 서사시처럼 풀렸다. 또한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봉상필과 하재이(서예지 분)의 관계가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 무한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성지법 향판 차문숙(이혜영 분)의 등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그녀가 시민들에게 ‘기성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장면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향후 스토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관심을 높였다. 무엇보다 ‘무법변호사’ 말미 봉상필이 하재이와의 공조 시작과 함께 자신의 첫 재판으로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된 형사 우형만의 변호를 자처하는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휘몰아치는 스토리 속 봉상필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절대 악을 향한 복수의 첫 신호탄을 장전한 가운데 앞으로 봉상필과 하재이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 재판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렇듯 단 1회 동안 봉상필이 법과 주먹을 겸비한 무법변호사가 된 과정과 그 길에서 자신의 고향 기성을 주무르는 절대 악과 악연으로 얽히는 과거사를 폭풍 전개로 풀어낸 ‘무법변호사’. 특히 봉상필에서 안오주까지 각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듯한 이준기-서예지-이혜영-최민수의 미친 열연과 압도적 표현력은 그야말로 비교불가를 외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 감독의 “연출 끝판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처럼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짜임새 있는 연출력을 통해 최강의 몰입도를 선사하며 찬사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카메오로 등장한 비리 경찰(진선규 분)부터 이준기의 간택과 함께 사채업을 버리고 무법 로펌 직원으로 변모하게 된 사채업자 등 적재적소에 파고든 웃음 포인트는 시청자들의 배꼽을 자극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 손색없는 주말 오락물의 진면모까지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준기가 거악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주짓수를 활용한 절제미 넘치는 맨 몸 액션, 한 시도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폭풍 스토리, 누가 진짜 선이고 악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흥미롭게 버무려져 이전에 본 적 없는 화끈한 법정극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한편 tvN ‘무법변호사’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무법(無法) 변호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거악소탕 법정활극. 올 봄 법과 주먹을 겸비한 무법변호사라는 쾌감 넘치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공략할 ‘무법변호사’는 오늘(13일) 밤 9시에 2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최대의 유니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이진푸’(螞蟻金服)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최대의 유니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이진푸’(螞蟻金服)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Ant Financial·‘개미금융서비스’라는 의미)는 지난 3일 머니마켓펀드(MMF·초단기 공사채형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에 자금을 예치해온 소비자를 대상으로 2개의 MMF를 추가 제안했다.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위어바오의 자산 규모가 너무 방대한 까닭이다. 2013년 6월 설립돼 불과 5년도 안돼 세계 최대의 MMF로 자리매김한 위어바오는 3월 말 기준 운용 자산이 무려 2660억 달러(약 288조원)에 이른다. 수탁고가 지난 한해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와 맞먹는 규모다. 위어바오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계좌의 한도를 지난해 100만 위안(약 1억 6800만원)에서 25만 위안, 10만 위안, 2만 위안 등 3차례나 축소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이진푸가 세계 최대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주식시장 상장)를 앞두고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정한 투자 유치 목표액 50억 달러의 2배나 되는 규모다. 중국 시장리서치 분석업체인 이방둥리(億邦動力)는 마이진푸가 홍콩 증시와 중국 본토 A주 증시 상장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자금 조달에서 성공하면 마이진푸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2016년 4월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45억 달러를 유치했을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몸집을 2.5배나 불린 것이다. 증시에 상장되기만 하면 시가총액 1000억 달러 돌파는 기정사실인 만큼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약 890억 달러·8일 기준)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828억 달러) 등 대형 금융회사의 규모를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인 페이팔(891억 달러),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720억 달러)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진푸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2014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IPO 첫날 거래에서 시총이 2000억 달러를 단숨에 돌파했다. 마이진푸가 세계 최대 유니콘 및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2014년 알리바바에서 독립한 마이진푸의 성공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支付寶·Alipay)’가 일등공신이다. 알리바바는 2004년 쇼핑몰 티몰(Tmall)과 오픈 마켓인 타오바오(淘寶) 등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결제를 도와주기 위해 즈푸바오를 개발했다. 2007년부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즈푸바오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수납도 즈푸바오를 통해 이뤄지면서 마이진푸는 승승장구했다. 특히 마윈(馬雲) 회장은 보안성보다 사용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 단말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QR코드에 집중했다. 신용카드 등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사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마 회장은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용카드 발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즈푸바오 등장에 중국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선 2016년 이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대형 백화점에서 노점상까지 안 되는 데가 없을 정도다. 가게 주인이나 종업원이 QR코드를 내밀면 손님이 휴대전화로 찍어서 결제한다. 거지들도 QR코드를 목에 차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가 추산한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지난해 99조 위안이다. 마이진푸가 출범한 2014년(6조 위안)보다 15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는 167조 위안, 2020년에는 300조 위안(약 5경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광활한 시장 규모에서 즈푸바오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조사 업체 애널러시스는 즈푸바오의 시장 점유율은 54%로 추산했다. 마이진푸는 위어바오를 출시하며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위어바오는 즈푸바오 계좌의 자투리 돈으로 가입하는 MMF다. 연평균 수익률이 4% 안팎으로 은행 예금이자(약 2%)의 2배에 가까워 자금이 몰려들었다. 마이진푸는 모바일 결제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2015년 제3자 개인신용평가기관 즈마신융(芝麻信用)을 내놓았다. 소비자의 신용을 점수화해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점수에 따라 공유 자전거를 보증금 없이 이용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금 조달·운용에 이어 결제·신용평가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올해 1월부터 허난성(河南省)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자동차 즈푸바오 서비스도 시작했다. 즈마신융의 신용점수가 550점을 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즈푸바오 결제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된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자동차 번호판을 기존 QR코드처럼 인식해 요금이 부과된다. 상하이와 항저우(杭州) 등지에선 주차장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이진푸는 은행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 인터넷 은행 마이뱅크를 설립해 국유은행이 주목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농촌 산간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마이뱅크는 소액 대출 서비스를 내세워 1년 만에 100만명이 넘는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3월 말 기준 마이진푸의 개인 대출 규모는 6000억 위안을 웃돈다. 중국 2위 국유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개인 대출액보다 3.7배나 많다. 금융당국이 2017년 이후 P2P 대출(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등 온라인 대출의 감독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마이진푸의 대출 규모는 1년새 2배나 증가했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25개국 오프라인 상점에서 즈푸바오로 결제가 가능하다. 2015년 인도 전자지갑 업체 페이티엠(PayT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결제를 정착시켰다. 신용카드 단말기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농촌 산간지역을 공략한 경험을 해외에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2월 카카오페이에 2억 달러를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데 이어 올 3월에는 노르웨이 이동통신업체 텔레노(Telenor)의 파키스탄 자회사인 TMB(Telenor Microfinance Bank)지분 45%를 인수해 파키스탄에도 진출했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파키스탄에 저비용·고효율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마이진푸는 공유자동차 시장도 넘본다. 지난 7일 공유자동차 업체 리커추싱(立刻出行)이 모집한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하면서 공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리커추싱은 지난달 엔젤투자 및 시리즈 A 투자에서 모두 2000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이달 7일 시리즈 B 투자까지 끝마쳤다. 지난해 6월 광저우(廣州)에서 설립된 리커추싱은 폴크스바겐?GM?포드 등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대여해주는 플랫폼이다. 현재 광저우, 포산(佛山), 우한(武漢), 청두(成都), 난징(南京), 창사(長沙)의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광저우에서만 1000개의 자동차 반납소를 두고 있다. 시내에 거주하는 이용자 중 80%는 반경 500m 내에서 공유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탄탄하다. 현재 광저우의 하루 주문량은 1만 건을 넘어섰다. 마이진푸는 리커추싱이 연내 20~25개 도시에서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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