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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책]

    어쩌다, 우호 씨가 마주친 세상(이우호 지음, 시간여행 펴냄) 파란의 시대를 지나온 한 남자의 곡절 많은 여정, 34년간 방송기자로 일하면서 겪은 세상사를 씨줄로 삼았다. 노래와 영화 속 이야기를 키워드로 엮은 성찰을 기록했다.2억 빚을 진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소~오름 돋는 우주의 법칙(고이케 히로시 지음,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 펴냄) 저자는 의류점 사업을 하다가 대출과 사채로 파산 직전까지 간 주인공이다. 부정적으로 여기며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담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금융상품] 신한금융투자 ‘신한BNPP글로벌밸런스EMP펀드’

    [금융상품] 신한금융투자 ‘신한BNPP글로벌밸런스EMP펀드’

    신한금융투자는 변동성을 낮추고 꾸준히 자산을 관리하려는 소비자에게 미국 상장 ETF에 투자하는 ‘신한BNPP글로벌밸런스EMP펀드’를 추천한다. 이 펀드는 신한금융투자의 자문을 받아 신한BNPP자산운용이 운용한다. 신한BNPP글로벌밸런스EMP펀드는 무역분쟁, 중동 갈등, 민족주의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시장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 경기방어자산 분산투자와 상승대응자산 선별 투자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장기 성과와 방어력이 검증된 6개의 글로벌 핵심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경기 침체기에도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한다. 6개의 핵심 자산은 미국채, 투자등급회사채, 미 달러, 금, 저변동성 주식과 퀄리티(기업의 질적지표가 우수한) 주식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마윈 “돈 좀 꿔달라는 전화 하루에 5통 받았다”

    마윈 “돈 좀 꿔달라는 전화 하루에 5통 받았다”

    “이제 연말인데, 친구들로부터 돈을 좀 빌려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어제 그런 전화를 하루에 다섯 통이나 받았다. 지난 1주일새 자신의 빌딩을 내다팔려는 친구들이 10명이나 됐다. 확실히 어려운 연말이다.” 중국 민영기업가의 상징이자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55) 후베이(湖北)성 경제고문이 털어놓은 세밑의 우울한 중국 경제 풍경이다. 중국 관영 인터넷 경제매체 중국경제망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마윈 고문은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세계저장(浙江)상인 상하이포럼 및 상하이저장상회 송년모임’에 참석해 강연했다. 그는 강연에서 “2019년은 매우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전에는 일부가 어려웠다면 올해는 대부분 기업들이 어려웠다”고 밝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알리바바의 모든 직책을 넘기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간 마 고문은 저장성 항저우(杭州) 출신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본사도 항저우에 있다. 마 고문의 말처럼 저장의 여러 유명 상인들이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모조 장신구 업체로 유명한 신광(新光)그룹 저우샤오광(周曉光·57) 회장이 올해 파산 신청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모터사이클 왕’으로 불렸던 역범(力帆)그룹의 인밍산(尹明善·81) 회장은 전기자동차 사업 부진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금난에 허덕이고, 2년 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15억 달러(약 1조 7000억원)를 쾌척했던 허챠오뉘(何巧女·53) 동방원림(東方圓林)투자그룹 회장은 빚을 갚지 못해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기업인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마 고문은 중국 경제의 어려운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의 연설은 경제성장 둔화와 부채 증가, 중국의 대외관계 악화와 같은 사안에 대한 민간 기업인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을 반영했다고 SCMP는 설명했다. 마 고문은 앞서 20일엔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후베이상회 행사에도 참석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룰 것이란 소식에 안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다. 이번 합의는 과거를 지키는 게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의 전통적인 무역 모델이 새로운 규칙과 틀로 전환되고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는 국제 무역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1단계 합의는 중미뿐 아니라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마 고문은 말했다. 그는 “세계가 격변의 시대에 들어가고 중국 경제는 거대한 구조 조정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인은 자신감을 갖고 전면적인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바꿔야 적응할 수 있고 그럴 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이런 만큼 기업인들은 자신감을 갖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와 중국 경제에 적응하라고 마 고문은 촉구했다. 그는 “(세계는) 변화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엄청난 적응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적응을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난 이게 새로운 기회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마 고문은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소비지출형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에 100년에 한번 있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사람은 중국의 진정한 소비자를 1억~2억, 또는 3억의 중산층으로 보는데 나는 10억이 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 시장으로 변하면서 무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가운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유기업보다 중국 민영기업들에 특히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 10.6%로 정점을 찍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8%까지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6%를 겨우 턱걸이할 전망이다.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적자 기업이 늘어나면서 부채 비율이 높은 민영 기업들을 중심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바람에 올해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1394억 위안(약 23조 1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英중앙은행 기자회견 해킹, 5~8초 먼저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제공

    英중앙은행 기자회견 해킹, 5~8초 먼저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제공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올해 초부터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해킹을 당해 일반 투자자보다 5~8초 앞서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중요 정보가 제공됐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18일(이하 현지시간) 폭로했다. BOE는 매월 금리에 대한 결정 사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여는데 총재가 성명을 읽은 뒤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는데 블룸버그가 이를 동영상으로 담아 다른 매체들에 공유한다. 그런데 오디오 중계선은 동영상과 별도로 한 업체가 제작해 일종의 백업 자료로 여러 매체들에 공유한다. 그런데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납품 업체가 먼저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 업체는 기자회견 한 번에 ,고객 한 명에 2500~5000파운드씩 받고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또 BOE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 뱅크 오브 캐나다 등의 회견도 이런 식으로 팔 수 있다고 고객들을 꼬드겼다. BOE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영상 중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만 사용해야 하는 오디오 백업 자료를 외부 납품업체가 해킹해 제3자에 넘겼다며 “이런 일이 올해 초부터 있었음을 확인했다. 해킹으로 인해 몇몇 거래자들이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자회견 내용을 먼저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BOE는 “백업 자료를 제3자에 넘긴 것은 명백한 오용이며 은행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졌다”며 “현재 계속 더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BOE는 이에 따라 백업 자료를 유출한 납품업체에 대해 더 이상 기자회견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문제의 정보를 제공받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일반 투자자보다 5~8초 정도 더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에게 있어선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마크 카니 BOE 총재를 비롯한 은행 고위층의 발언은 환율과 금값 등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경제 예측이나 은행의 재정 건전성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단 몇 초로도 외환 딜러들은 수백만 파운드의 이익이나 손실을 맛볼 수도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즈 마틴스는 기자회견 정보는 아주 가치있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다음에 뭘 할 것인지다. 이자율을 높이고 싶은 건지, 낮추고 싶은 건지 등등 말이다. 중앙은행이 하려고 하는 일을 알 수 있는 단서를 갖고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다. 파운드 시세가 어떻게 될지 알면 채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OE는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보안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문제는 기자회견 방송에만 국한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BOE는 19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아홉 위원 가운데 일곱이 금리 동결, 둘이 인하에 표를 던졌다. MPC는 기준금리와 함께 국채(4350억 파운드)와 비금융회사채(100억 파운드) 등 보유채권 잔액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국내 기업 역성장… 매출 갈수록 줄고 수익성도 악화

    국내 기업 역성장… 매출 갈수록 줄고 수익성도 악화

    제조업 영업이익률 1년 만에 반토막반도체 부진과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 매출이 올 들어 3분기째 연속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자체가 줄어든 것뿐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급감해 수익성도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외부감사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기업경영분석은 2018년 말 기준 외부 감사를 받는 국내 1만 9884개 기업 중 3764개 표본 기업의 재무제표와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뤄진다. 올해 기업 매출은 ‘역성장’하고 있다. 특히 3분기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하락 폭은 올 1분기(-2.4%)와 2분기(-1.1%) 때보다 컸다. 반도체 부진 외에도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업(-6.5%), 기계·전기전자(-8.7%)에서 매출액이 줄면서 외형이 축소됐다. 3분기 총자산도 지난해 말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0.2%)보다 높지만 지난해 3분기(2.0%)에는 미치지 못한다. 수익성을 보여 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8%로 지난해 같은 기간(7.6%)보다 나빠졌다. 올 2분기(5.2%)와 비교해서도 0.4%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기업이 100원어치를 팔아 남은 이익이 1년 전에는 7.6원이었지만 올 3분기에는 4.8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9.7%에서 올해는 4.5%로 반토막이 났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15년 1분기 이후 최저치”라면서 “반도체 부진과 함께 기계·전기전자 분야의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제조업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4.4%에서 5.1%로 상승했다. 의약품 수출 증가와 유류 판매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다만 기업 안정성과 관련된 부채비율은 83.5%로 지난 2분기와 같았다. 또 총자산에서 차입금과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차입금 의존도는 24.2%로 2분기(24.1%)와 차이가 없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흥행 공식 모두 갖췄는데 많은 서사에 시동 꺼질라

    흥행 공식 모두 갖췄는데 많은 서사에 시동 꺼질라

    충무로의 블루칩, 박정민·정해인과 뭘 해도 다 되는 마동석이 만났다. ‘극한직업’, ‘엑시트’ 등 연초부터 이어진 가벼운 코미디도 대세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시동’은 이처럼 흥행 공식 모두들 갖췄다. 그런데 뭔가 부족해 보인다. 이유가 뭘까. 영화는 2014년 연재를 시작해 평점 9.8을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토대로 했다. 학교도 싫고 집도 싫고 공부는 더더욱 싫다며 배구선수 출신 엄마(염정아 분)에게 ‘1일 1강스파이크’를 버는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은 무작정 집을 뛰쳐나간 뒤 우연히 찾은 장풍반점에서 남다른 포스의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과 마주한다. “(마동석) 선배님이 가발 쓰신 거 보고 영화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는 배우 윤경호의 말처럼 단발 퇴치병을 부르는 마동석의 비주얼은 강력하다. 집채만 한 덩치에 엉덩이를 흔들어 가며 트와이스의 ‘노크 노크’(knock knock) 춤을 추고, 살벌하게 눈을 부릅뜨고 자는 거석이 형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다만 비주얼 폭격에 따른 웃음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거석이 형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후반부에 드러나는 형의 정체는 짐작 가능하다. ‘동주’의 독립투사 송몽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피아노 천재 역을 열연했던 박정민의 연기는 여기서도 빛난다. 반항아의 노란 머리 클리셰가 유치하지만 그의 디테일 연기 덕에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 잘나가던 영화는 택일이 엄마의 가게에 추심하러 온 사채업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다큐로 바뀐다. 동네 형 동화(윤경호 분)의 이끌림에 지하경제에 발 들이는 상필(정해인 분)은 청춘물보다는 ‘멜로’에 더 어울려 보인다. 유약한 눈빛 속 그 시절 겪는 치기나 지독한 불안은 실종됐다. 화려한 캐릭터에 미성년자 성매매, 조폭의 아귀 다툼, 사채, 재개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얽은 영화는 결국 갈 길을 잃는다. 원작 웹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무인도에 가고 싶은 택일의 소망이나 등장인물들이 반복하는 ‘어울리는 일’이라는 말도 영화를 겉돈다. 최정열 감독은 지난 10일 언론 시사에서 “어울리는 일을 아직 찾지 못한 캐릭터, 어울리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게 된 캐릭터, 하다 보니 어울리는 일이 된 캐릭터가 나온다”며 “무엇이든 간에 괜찮다, 다시 돌아가서 시동을 켜도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각자가 다 ‘부릉부릉’ 시동을 걸다 보니, 관객들은 주의 집중해야 할 시동을 잃었다. 102분, 15세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목부터 강렬 ‘2월 개봉’ [공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목부터 강렬 ‘2월 개봉’ [공식]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2020년 2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16일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측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오는 2020년 2월 개봉을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하드보일드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배우들의 강렬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이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게 되는 연희 역을 마았다. 그는 날카롭고 강렬한 모습부터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대체불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으로 분한다. 그는 지금까지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탈피,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또한 배성우는 가족의 생계를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을 맡아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윤여정은 기억을 잃어버린 순자 역을 맡아 작품의 신뢰를 더한다. 여기에 정만식이 돈 앞에서 인정 사정 없는 고리대금업자 박사장 역을 맡아 긴장감을 높이며, 진경은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 역을 맡아 깊이감을 더한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신현빈은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역을 맡아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캐릭터를 폭넓은 연기를 소화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주목을 받은 정가람은 목적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으로 분해 지금까지 보여준 순수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을 소화해 캐릭터 변신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는 역사가 있다. 이 법원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법정인 이곳에서 전직 대통령 4명이 피고인석에 섰다. 5·18과 12·12 사태로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나란히 서서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모두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이 지나간 417호 대법정의 피고인석에 지난 5월 27일부터 매주 수요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앉아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50회 재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의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부장판사는 371일간 결심공판까지 100회에 이른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기 위해 매주 4일씩 이 법정의 재판장석에 앉았다. 지난해 4월 6일 1심에 선고를 갖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50번째 재판에 김 부장판사는 재판장과 바로 마주한 증인석에 앉았다.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등 재판장, ‘사법농단’ 재판 증인으로 417호 법정에 김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 직속으로 법관의 비위 의혹이 포착되면 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 등에게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조사 및 감사를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선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의혹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김 부장판사가 관여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라고도 여겨진 ‘물의야기 법관’ 현황 등을 파악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차장 직속 기구인 김 부장판사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임 전 차장과 만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비위 의혹이 포착된 법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때 임 전 차장과 상의해서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2015년 9월 7일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검 고위인사에게 받았다”며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문건을 전달받았다. 문 전 판사(현 변호사)의 비위 의혹 첩보 문건이었다. 2015년 5월쯤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와 그의 변호사를 체포영장 발부 무렵 문 전 판사가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게 정씨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문 전 판사는 이들과 음식점, 유흥주점 등에서 만나거나 4년간 16차례에 걸쳐 골프를 쳤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가 수년간 피의자와 골프모임을 가졌고 체포영장이 발부될 무렵 유흥주점에서 피의자와 변호사와 삼자 대면을 한 사실이 실제라면 충분히 윤리감사관실에서 비위 사실로 평가해 검토할 만한 내용인가“ 물은 검찰의 질문에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특히 그 문건은 임 전 차장이 검찰 고위인사에게 전달받았다고 하고 비위 의혹이 확인된 증거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근거가 없는 내용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장님이 보여주신 거라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고, 문건 속 사안이 가볍지도 않은 데다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고도 말했다. ●현직 법관 비위 첩보 전달받고도 ”임종헌, 법원 신뢰 고려해 조사 없이 끝내자고 해“ 보통의 임 전 차장이었다면 그 문건을 김 부장판사에게 건네주면서 대응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고 김 부장판사가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를 했을 텐데 그 사건은 좀 달랐다. 임 전 차장이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 문건을 바로 김 부장판사에게 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김 부장판사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검찰이 문 판사를 입건하지 않은 상태이고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비위 첩보의) 외부 유출 위험도 없는 것 같다. 최민호 판사의 뇌물 사건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문 판사까지 언론에 보도되면 법원에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일명 ‘명동 사채왕’에게 뒷돈 2억 6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1월 20일 긴급체포돼 다음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해 또 다시 문 전 판사의 향응 접대 의혹이 공론화될 것을 임 전 차장은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추가 조사 없이 엄중하게 경고하는 쪽으로 종결하는 게 좋겠다”며 문 전 판사를 ‘구두경고’ 조치하고 마무리짓도록 하자고 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법관의 비위 단서가 포착되면 윤리감사관에게 조사를 해보라는 지시가 따라왔지만 문 전 판사의 사건에서는 예외였던 거다. 차장의 지시가 있지 않으면 김 부장판사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김 부장판사는 당시 첩보 문건을 본 것 외에 문 전 판사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해 “임 전 차장이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외부 유출 위험이 없다 했지만 저는 만일 그런 예상과 달리 외부에 알려지면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걱정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이날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또 “사법행정권과 관련해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법원의 신뢰저하 등 정책적인 부분을 고려해 구두경고로 마친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문 전 판사에게 ‘엄중한 경고’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김 부장판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면경고의 경우 서면을 해당 법관에게 보내고 영수증을 받는 등 확인 절차가 있지만 구두경고는 행정처에서 해당 법관이 소속된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에게 경고를 해달라고 한 뒤 실제로 경고를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 부장판사가 부산고법에 경고 내용을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 문 전 판사가 경고를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비위 의혹 법관 퇴직 때까지 조사·감사 없어… ‘구두경고’ 이뤄졌는지도 몰라 최 전 판사가 구속된 뒤 대법원은 법관의 비위를 엄격하게 감시하겠다며 그해 3월 말 법원 간사위원회를 꾸렸다. 윤리감사관인 김 부장판사도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윤리감사관실 등에서 정식 조사할 경우 감사위원회에 필요적으로 회부해야 하고, 그럴 경우 감사위원회에 소속된 외부 위원들에 의해 문 판사의 비위행위가 외부로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에 착수한 법관은 곧바로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 이어 이날도 “2015년 3월 말 감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해 9월 문 전 판사의 첩보를 알기까지 6개월 밖에 안 지나서 감사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문 전 판사의 의혹이 감사 대상이 됐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9월 7일 임 전 차장이 문건을 보여준 뒤 다시 가져간 뒤 김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는 ‘부산고등법원장이나 행정처에서 정식으로 문 판사 조사에 착수하면 감사위원회의 필요적 심의 대상인 법관의 금품 향응 수수에 대한 감사사건이 됨’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보여준 첩보 보고서 내용과 보고서를 함께 보며 임 전 차장과 나눈 이야기를 기억을 되살려 따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했다. 임 전 차장과의 협의 사항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는 ‘문 판사 보인에게 자중하도록 경고 메시지 보낸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실제로 문 전 판사에게 어떤 연락이나 경고가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에게 “외부 노출로 인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 등으로 조사 착수도 보류하고 문 전 판사가 퇴직할 때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피혐의자와 감사자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 아닌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관계가 아닌 증인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징계권자가 법원 신뢰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해 재량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지적을 부인했다. 검찰이 다시 “법관의 비위에 대한 감사 착수에 있어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적 판단이 허용된다는 근거 규정이 있는가“ 묻자 김 부장판사는 “근거 규정은 없다”면서도 “사법행정 자체의 성질에 비춰 그런 여러 사정이나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 전 차장과 비위 첩보 문건을 살펴본 뒤 이틀 뒤쯤 임 전 차장이 조사 없이 구두경고로 사안을 마무리짓자고 이야기할 때까지 임 전 차장이 처장이나 대법원장 등 윗선에 보고를 했는지, 윗선의 결정으로 조사 없이 종결하기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법관 비위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했지만,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시작된 증인신문은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시간을 거쳐 오후 9시쯤 끝났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으며 매주 네 차례씩 장시간 재판을 이어갔던 김 부장판사는 온화한 성품과 친절하고 배려있는 재판 진행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번 재판을 마칠 땐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하고 인사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등이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자주 있어 당시 재판부는 사건 관계인들과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법정을 비울 때까지 재판부석에 끝까지 남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둘러보던 바로 그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인석에 앉았던 김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법정을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성인 100명 중 1명 “사채 쓴다”...노인·주부 비중 급증

    성인 100명 중 1명 “사채 쓴다”...노인·주부 비중 급증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1명은 사채업체 등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과 가정주부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불법 사금융 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성인 인구(4100만명)의 1%인 41만명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불법 사금융 이용 잔액은 7조 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1535조원)의 0.46% 수준이다. 이는 금감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성인 5000명을 일대일 심층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이 41.1%로 가장 높았고, 50대(27.5%), 40대(21.7%), 30대(7.1%), 20대 이하(2.6%) 등의 순이었다. 특히 60대 이상의 비중은 2017년(26.8%)과 비교해 14.3% 포인트 증가했다. 직업별로 보면 생산직 29.5%, 자영업 2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주부의 비중은 22.9%로 지난해(12.7%)보다 10.2% 포인트 늘었다. 이용자 비중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51.9%, 여성 48.1%로 나타났다. 여성 비중은 2017년(37.5%)보다 10.6% 포인트 증가했다. 소득별로는 월 200만~300만원 소득자가 2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13.1%를 차지했는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사업자 등으로 추정됐다. 불법 사금융의 평균 연이율은 26.1%로 나타났다. 최고 대출 금리는 60.0%에 이르렀다. 지난해 2월 연 27.9%에서 연 24.0%로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용 비중은 45%로, 절반에 육박했다. 자금 용도로는 가계 생활자금(39.8%), 사업자금(34.4%), 다른 대출금 상환(1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이 근절될 수 있도록 형벌 강화 등 제도적 보완과 단속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11월 외환보유액 4075억 달러…또 사상 최대

    11월 외환보유액 4075억 달러…또 사상 최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74억 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였던 10월보다 11억 4000만달러 증가해 전월에 이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산 운용 수익이 늘면서 외환보유액이 증가했다.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등 유가증권은 3765억 1000만달러로 전월보다 27억 1000만달러 늘었다. 예치금은 15억 2000만달러 줄었다. 지난 10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을 보면 중국이 3조 1052억달러로 1위, 일본이 1조 3245억달러로 2위, 스위스가 8460억달러로 3위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어머니 괴롭힌 동생 살해한 형 구속

    전북 익산경찰서는 동생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오모(40)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오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익산시 신흥동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사채를 갚아 달라고 요구하는 동생(38)과 다투던 중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어머니에게 “사채를 갚게 47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동생과 몸싸움을 벌이다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심사회피절차 없었다면 김포국악대회 지원금 박탈하고 대회 폐지해야”

    “심사회피절차 없었다면 김포국악대회 지원금 박탈하고 대회 폐지해야”

    “최종 심사종합집계표를 보니 심사위원들의 명단과 위원들 개개인이 매긴 점수기록이 하나도 없네요. 300여년 역사를 가진 우리 판소리대회를 이런 식으로 치르는 데는 없어요. 이게 사실이라면 해당 시에서 지원예산을 박탈하고 대회 자체를 폐지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판소리협회장을 역임하며 권위자인 K씨는 한국국악협회 김포지부가 지난 17일 주최한 ‘제8회 김포평화 전국국악대회’ 심사점수표에 대해 “달랑 최종 점수통계만 내는 이런 엉망인 대회는 전국 어디에서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심제라면 심사위원장의 점수표에 사인이 있어야 하는데 서명도 없다”며, “심사회피가 팸플릿에 규정돼 있다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심사회피제’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민요경연 때는 한 심사위원이 참가예정자를 밖으로 불러 대화를 나눈 뒤 그 사람이 경연대회에 참가했다는 등 민요·판소리부문에서 심사를 두고 적지 않은 잡음도 일고 있다. 29일 K씨에 따르면 전국 국악대회에는 심사위원들이 대회 경연자들을 심사할 때 심사회피제도가 있다. 경연자는 직접스승이나 8촌 이내 친인척 등이 심사위원으로 오면 해당 심사위원의 심사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심사회피를 신청하지 않고 수상을 한 후 회피 신청 사유가 발견 될 때에는 대회 집행부에서 수상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대회 수상자는 해당 상장과 상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 규정은 김포대회에서도 적용됐다.심사회피 시에는 본인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 평균점수를 적용한다. 또 해당 경연자가 종합결선에 진출하게 될 경우 스승 심사위원은 종합결선에서 심사를 할 수 없다. 채점집계표로 예를 들어보자. 통상 심사위원란과 경연자란이 가로·세로로 나눠져 있다. 1명의 경연자가 노래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이 각각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경연자의 합계점수를 기록한다. 출연자가 10명이면 10명에 대해 각각 합계·평균 점수를 매긴다. 이때 최고와 최저 점수는 제외한다. 이렇게 경연자마다 평균을 계산해 순위를 정한다. 참가 신청한 사람 중에 불참한 경우는 실격 처리한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경연대회 종료후 공개된 심사표에는 심사위원장의 최종 사인이 없었다. 또 경연자 1명당 각각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도 없다. 또 심사회피를 한 위원의 점수는 반영하지 않고 점수란에 ‘회피’라고 적는다. 그러면 점수는 반영되지 않고 대신 나머지 심사위원들의 평균점수를 회피위원의 점수로 반영한다. 이게 심사회피제다. 뿐만 아니라 어느 심사위원이 몇 점을 줬는지 다같이 확인하고 또 그 점수가 합당한지를 확인한다. 만약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가 부당하다는 게 밝혀지면 차기부터 심사위원에서 배제당할 수 있다. 이는 공개된 심사점수표로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심사회피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따라서 경연대회를 마치면 채점표를 공개해 출연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하고 대회 참가자가 누구인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만일 김포국악대회가 다른 대회처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점수표 공개가 안 돼 있다면 문제다. 심사위원이 회피했다는 확인 증거자료가 있는지 김포지부 측에 연락했으나 사무국장은 “심사회피 절차와 관련해 특별한 자료는 없다”며 “모든 자료는 A지부장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A지부장은 현재까지 심사회피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제시한 적이 없으며 요청하면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또 B심사위원장에게 심사회피와 관련해 확인하려고 여러 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종 심사채점표에는 심사위원장의 사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난 대회에서 경연 당일 공개한 대회 심사표를 보면 개인별 점수용지나 심사위원 서명 등 구체적으로 심사회피 절차를 거쳤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포국악대회는 최근 미숙한 행사진행과 지부장 및 심사위원들의 돌출행동으로 도마에 올라 김포지부장이 언론을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김포문화재단으로부터 수백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대회를 치렀다. 앞으로 김포평화국악대회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공정하며 투명한 전국대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신협,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로 서민에 더 가까이

    신협,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로 서민에 더 가까이

    신협은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지원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저성장 위축경제 시대의 제도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이다. ‘신협 8·15 해방대출’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 1만 4000여명을 고리사채 시장에서 구제했으며, 전국 10개 지역본부 내에 ‘신협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신협 1개 영업점당 10개 소상공인과 결연하는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 활동이다. 노인·유아 등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한 ‘어부바 위치알리미 기기 무료보급사업’을 실시해 위치 알리미 기기 3만 2800대를 무료로 보급했다. 셋째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한 활동이다. ‘고용·산업위기 지역 특별지원사업’을 실시해 최고 1000만원까지 무담보·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대학생 120명에게 총 3억 2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중흥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광보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 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광보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광보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광보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건축의 무한한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개산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적광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적광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적광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적광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 ●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무한 건축의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KB증권, 불황 땐 실물자산 채권에 투자하세요

    KB증권, 불황 땐 실물자산 채권에 투자하세요

    최근 KB증권은 고객들에게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경기 둔화기에 일반 회사채와 비교해 안정성이 높은 전 세계 실물자산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KB증권은 21일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는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에서 나오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기존 회사채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실물자산 분야는 앞으로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이 상품은 점점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물자산 채권이란 부동산과 천연자원, 인프라 등을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이 발행한 투자등급 회사채와 대출채권 등을 말한다. 실물자산 기반이어서 경기를 잘 타지 않아 일반 회사채보다 부도율이 낮고 회수율은 높다. 최근 글로벌 금리와 채권 기대수익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는 지난해 6월 27일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뒤로 수익률(A클래스 기준)이 연 8.03%나 된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수익률은 11.25%로 더 높다.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는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운용한다. 이 회사는 115년의 실물자산 투자 경험을 갖고 있고 부동산과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0조원 이상의 실물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다. 신긍호 KB증권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장은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전통자산보다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대체자산 성격의 실물자산 채권에 투자하는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 역시 향후 우수한 성과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KB 글로벌 리얼에셋 인컴펀드’는 투자 상품이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상품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는 KB증권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전국 영업점과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신한금융투자, 안전하게 꾸준히 ‘글로벌 밸런스 EMP’

    신한금융투자, 안전하게 꾸준히 ‘글로벌 밸런스 EMP’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신한BNPP 글로벌 밸런스 EMP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변동성을 낮추고 꾸준히 자산을 관리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21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는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신한BNPP 글로벌 밸런스 EMP펀드는 신한금융투자의 조언을 받아 신한BNPP자산운용이 운용한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시장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 경기방어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와 상승대응 자산 선별투자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 국채, 글로벌 우량 회사채, 미국 달러, 금, 저변동성 주식, 우량 주식 등 6개 핵심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상장 ETF 투자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운용 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최적화 기법을 통해 전략적 투자 비중을 산정한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전술적 배분을 거쳐 자산별 최적의 ETF를 선별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투자자들은 한 번의 펀드 가입으로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전문가의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알아서 리밸런싱(편입 비중 재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금자산과 같이 장기로 운용하며 편입자산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상품에 유리하다. 총보수비용은 연 1.055%, 퇴직연금 전용 상품은 연 0.735%이며 환매 수수료는 없다. 펀드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과 환율 등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김중현 신한금투 글로벌자산배분전략부장은 “주식 비중이 크지 않고 안전자산 위주로 편성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고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운용에 적합하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효과적인 자산 관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檢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효성그룹 압수수색

    검찰이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을 받는 효성그룹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승모)는 21일 서울 마포구 효성투자개발과 서울 영등포구 하나금융투자, 인천 데이터센터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하나금투가 효성에 자문한 금융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기 수원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사건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효성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며 효성그룹과 조현준 회장 등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GE를 효성그룹 총수 2세인 조 회장의 사실상 개인 회사라고 판단했다. GE가 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자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효성, GE, 효성투자개발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TRS는 금융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뒤 해당 기업에 실질적으로 투자하려는 곳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수료 등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해 대기업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방식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와 검찰 등에 따르면 효성 재무본부는 2014년 8월 GE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GE는 두 차례에 걸쳐 25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4개 금융회사가 이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은 전환사채의 위험을 부담하는 내용의 TRS 계약을 4개 금융회사가 설립한 SPC와 체결했다. 이를 위해 전환사채 규모보다 큰 300억원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결국 GE는 자본금의 7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中지방정부 2925조원 부채 덫에… 의사·교직원도 ‘대출 앵벌이’

    中지방정부 2925조원 부채 덫에… 의사·교직원도 ‘대출 앵벌이’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루저우(汝州)시 지역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들이 받는 전화가 위급 환자를 빨리 치료해 달라는 의료적인 문제가 아니라 병원장이 거액을 마련해 오라고 대출을 부탁하는 ‘대출 앵벌이’를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병원장은 루저우에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건설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달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료직 종사자 대부분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까닭에 수천 달러를 대출받으면 갚을 길이 없는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지방정부 온라인 게시판에는 “상처를 덧내는 것과 같다. 정부 사업에 왜 서민들의 돈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인구 100만명의 루저우시는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인 부채 과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 도시다.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병원 의사와 간호사, 학교 교직원들이 ‘대출 앵벌이’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공공기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니 대출을 받아 달라고 다그치는 일이 심심찮게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일자리 창출과 공장 가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부채를 늘려 왔지만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돈줄이 말라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30년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눈덩이처럼 불린 대규모의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지방정부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당시 금융위기가 중국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려 4조 위안(약 666조원)을 시중에 내다 풀었다. 이 덕분에 중국 경제는 ‘반짝 효과’를 맛봤다. 2009년 1분기 6.4%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이 곧바로 반전돼 10%대 두 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급한 거액의 돈은 시간이 갈수록 부실화하는 바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중국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가 공급한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별도의 자금 조달 기관, 즉 지방정부융자 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을 만들었다. LGFV는 지방정부의 부동산 담보를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지방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방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LGFV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인프라 사업에 쏟아부었다. 중국 금융 당국 조사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은 담보 가치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오거나 심지어 담보 설정도 하지 않은 채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통해 돈을 벌 최고의 호기라고 생각하고 기업 부실 여부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줬다. 지방정부는 파산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부채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중앙정부가 부채 감축 정책을 완화하면서 다시 LGFV를 통한 자금 조달이 급증했다. LGFV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2조 37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16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인 2조 5600억 위안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중국 정부는 지방부채 총계를 2조 5000억 달러(약 2925조원) 규모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8조 달러 규모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군다나 지방정부가 떠안은 채무 가운데 2021년 말까지 2년 반 사이에 3조 8000억 위안이 상환 만기를 맞는 탓에 중국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듐그룹 주밍치(朱鳴岐)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가 타이태닉호와 같은 배라고 생각하면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의 부채는 갑판에 쌓여 있는 화물 컨테이너와 같다. 이미 화물 컨테이너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루저우와 같은 지방도시 정부의 숨어 있는 부채는 중국 정부에 큰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아직도 ‘흰코끼리’(겉보기에는 좋지만 실속 없다는 뜻) 사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생각에 목을 매고 있다. 중앙정부가 ‘스포츠’를 강조했을 때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건설했다. 1만 54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과 농구장, 컨벤션센터, 베이징 인민대회당과 같이 으리으리한 강당을 지었다. 중앙정부가 ‘기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자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를 빅데이터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센터로 개명하고 스타디움을 내려다보는 이커머스 맨션을 짓기도 했다. NYT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브레이크댄스 팀이 공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반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4년 전에 첫 삽을 뜬 루저우 판자촌 재개발 사업은 자금 부족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지방정부가 이런 대규모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대출만으로는 자금이 많이 부족한 만큼 중앙정부 지원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원 조달에 나서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루저우가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루저우는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LGFV를 설립했다.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루저우는 복합 스포츠센터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장은 “LGFV는 지방정부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도구일 뿐”이라며 “중앙정부가 이 도구를 없애면 지방정부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년 동안 지방정부의 부채를 감축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가 가팔라지면서 루저우가 높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연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행들이 루저우의 병원 세 곳과 공공기관들에 대해 4500만 달러 규모의 빚을 갚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8월에는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등 공공기관과 중의학병원 등이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출이나 다른 사업 거래에 대한 자금 조달이 제한받고 있다. 가오인량(高銀亮) 루저우문화투자발전공사 융자부 주임은 “단순히 대출 보증인으로 연루됐을 뿐 돈을 빌리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돈줄이 마르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병원과 학교, 기타 기관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방정부 관리들이 지역 병원 관리자들에게 지역 투자펀드를 지원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메모에는 “병원 관리자와 직원들은 병원 신설을 위한 전환사채를 매입할 것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일부 병원들은 직원들이 돈을 갹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경영자들은 할당량을 정했다. 중의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1인당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을 내라는 병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루저우 산부인과·소아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6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을 투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방정부는 재빨리 발뺌을 했다. 장위항(張宇航) 루저우 중의학병원장은 “결코 자금 조달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병원들이 정부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모두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중국이 달러화 비중 낮추고 ‘그림자 보유고’ 강화한다

    중국이 달러화 비중 낮추고 ‘그림자 보유고’ 강화한다

    중국이 미국 달러화에 심하게 노출되면서 중국 외환당국이 달러화 의존을 조용하게 줄이는 방향으로 외환 보유고를 다양화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여전히 진행되면서 이들 국가 사이에서 ‘금융 탈동조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 경제전문채널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이 중국 기업의 미 주식시장 상장 제한과 같이 미국의 중국 투자 통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보도에 힘입어 중국은 외환 보유고를 달러 이외의 다른 나라 화폐로 다양화와 함께 ‘그림자 보유고’를 강화할 것이라고 ANZ는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이 외환 보유고에서 미 달러화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다른 통화로 다양화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리 진척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6월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 보유고 가운데 미 달러화의 비중이 59% 전후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6월 기준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3조 1000억 달러(약 3607조원) 전후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에서 다른 화폐의 정확한 할당비율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와 유로화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ANZ는 관측했다. 중국은 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 보유도 점차 줄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채 보유에서 일본을 추월한 이래 지난 6월까지 최대 미국채 보유국이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투자자 메모에서 중국이 미 국채 보유액을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4개월 동안 880억 달러를 줄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6월 현재 미국채 1조 11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금 매입에 적극 나서 10월 기준으로 금 보유량이 기록적인 수준인 1957.5t에 달했다. 홍콩계 자산운용사 파인브릿지인베스트먼트 폴 샤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은 달러화 움직임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며 중국 기업의 해외 사채가 5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달러화가 위안화에 대해 심대한 고평가가 발생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기업 부채 상당 부분이 미 달러화이고 그것은 중국 기업에 하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연유로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달러화로 평가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했다. 중국이 외환 리스크를 관리하는 또다른 방법으로 ANZ가 ‘그림자 보유고’로 부르는 다양한 형태의 자산 운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ANZ는 보고서에서 “사실 중국 정부는 대체 투자를 포함한 역외 포트폴리오를 확실히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은 대체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 국영 기업과 은행 뿐아니라 다른 국가와 공동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이런 투자는 특히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따라 주식과 국영 은행을 통한 채권 발행을 포함하고 있다고 ANZ는 설명했다. 외환 보유고를 취급하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4개의 투자기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화신, 런던의 화우, 뉴욕의 화메이, 홍콩의 화안이 그것이다. 이들은 역외투자에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 펀드는 ‘중국-아프리카 개발 펀드’,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을 포함한 ‘중국-LAC 협력 펀드’가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이런 펀드들에 지분율을 높이거나 지역 은행에 자본을 수혈하고 있다. 이런 역외투자를 중국의 ‘그림자 보유고’라고 부르는데 지난 6월 기준 1조 8600억 달러에 이른다고 ANZ는 분석했다. 중국의 6월 기준 외환 보유고는 3조 1000억 달러였다. 자산운용사 AJ캐피털 시라즈 알리 최고운영책임자는 “중국 외환관리국은 3조 1000억 달러 보유고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고, 다양화 전략이 이런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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