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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기업 자금흐름의 동맥경화증/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대기업 자금흐름의 동맥경화증/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의 요주의 여신 규모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 221조원 가운데 비상환위험이 있는 잠재위험 여신 규모가 48조원(21.7%)에 이른다. 대기업들의 여신 불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달 들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 13조 2000억원인데 여신 형태별로 보면 대출이 5조 3000억원, 선박·공사 수주에 대한 보증이 7조 1000억원, 회사채 등 투자가 7710억원이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STX그룹은 현재 STX조선해양, (주)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이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또한 STX팬오션은 공개매각 실패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하게 되고,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STX그룹의 채권비중은 산업은행(29.5%), 수출입은행(17.3%), 농협(17.0%), 우리은행(11.6%), 기타은행(10.6%), 정책금융공사(8.6%), 비은행계(5.4%) 순이라고 한다. 이들 은행권은 채권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최소적립비율 7%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은행권의 STX그룹 여신규모가 12조원이 넘으므로 최소 84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2010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신규지원 대출액은 2조원이다. 성동조선해양 자산(2조 4000억원)의 10배나 되는 STX그룹의 자산총액(23조원)을 감안하면 채권단의 신규지원 필요액이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STX그룹 이외에도 4~5개의 대기업집단이 연내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액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2011년 말 0.3%였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2012년 말에는 1.1%로 급등했다.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업종별 예상부도확률(EOF)은 건설 9.1%, 해운 8.5%, 조선이 5.9%나 된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단기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71%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5.6%에 비해 2012년 5.1%로 떨어졌는데 대기업은 0.4% 포인트, 중소기업은 0.6% 포인트가 떨어졌다. 한은은 외환위기 절반 정도의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우리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14.4%에서 13.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한편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국내 10대 재벌그룹계열 상장회사들의 2012년도 현금유보율이 140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올라 2004년 말 600%에서 2009년 말 1000%를 넘어섰다. 현금유보율은 기업의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으로,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유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2012년 그룹별 현금유보율을 보면 롯데(1만 4208%), SK(5925%), 포스코(2410%), 삼성(2276%), 현대중공업(2178%), 현대차(2084%) 순이었다. 이 같은 30대 대기업집단에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명암은 신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하위 기업집단들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기업 내부유보자금이 중하위 기업집단들의 회생자금으로 환류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이러한 환류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거시적인 자금의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회생자금으로의 환류가 대기업 전체의 기업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정책과제는 이 같은 대기업 자금의 동맥경화증을 어떻게 풀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때만 일자리 창출이나 창조경제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 국민행복기금 시행 1개월… 빛과 그늘

    #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살며 집 수리일을 하던 A(62)씨.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병원비를 댔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서 병원비를 막아야 했다.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병 간호와 고령 탓에 일하는 날이 적어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얹혀 살던 동생네마저 보증을 잘못 서 집이 넘어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A씨는 여관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국민행복기금을 알게 돼 찾아갔다. 은행 빚 870만원 중 70%가량이 면제됐고 나머지 260여만원의 채무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 자포자기했던 A씨에게 삶의 희망이 생겼다. # 신용불량자인 B씨는 지난달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상이 아니다”란 말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대부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던 탓이다. 은행과 사채업자 등의 빚을 두루 지고 있는 C씨는 최근 은행 채무에 대해서만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은행 빚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이 요즘 한층 심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2일 접수를 시작한 지 1개월가량 지났다. 이달 15일까지 기금을 신청한 사람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채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 법원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 측은 “모든 금융기관을 다 가입시키기 힘들지만 점차 기금 대상자와 협약 금융기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STX채권단 자율협약 극적 타결

    ㈜STX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채권단은 3000억원을 STX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STX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제출했다. STX는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000억원을 상환했다. 채권단은 회사채 2000억원과 긴급운영자금 1000억원을 포함해 총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5개 채권은행이 보유한 여신액은 총 1조 1643억원이다. 산업은행이 5226억원(44.9%)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991억원(25.7%)과 1951억원(16.8%)이다. 신한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각각 1030억원(8.9%)과 445억원(3.8%)이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STX에 대한 자산·부채 정밀실사를 두 달 동안 벌인다. 실사가 끝난 뒤에는 채무 재조정, 자산매각, 구조조정, 유동성 공급 등의 내용이 담긴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고 정식으로 자율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STX는 7월과 12월에도 각각 800억원과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위기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산은 관계자는 “STX는 앞으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STX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진통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이 진통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에 지난 10일까지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직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농협·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STX 채권단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보내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늦어도 13일까지 보내달라고 재통보했지만 채권 은행은 묵묵부답이다. 대부분 은행은 14일 여신위원회 등을 열어 STX 회사채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정책금융공사 등은 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내일 최종 회의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이다. 그중에서도 채권액이 산은 다음으로 많은 우리은행이 회사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이나 기관이 이자를 더 받으려고 투자한 회사채를 은행이 대신 갚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산은은 14일에는 동의서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열린 STX 채권단 회의에서 ‘채권단이 STX 회사채를 막지 못할 경우 회사채 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율협약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2000억원을 먼저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개시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끝내 회사채 지원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STX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STX 회사채는 2000억원이다. STX가 신용등급 ‘A-’이던 2010년 5월 14일 발행한 것으로 표면금리는 연 6.8%다. 7월 20일과 12월 3일에도 각각 800억원, 2000억원이 돌아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구리월드디자인시티 3중고 출발부터 ‘삐끗’

    구리월드디자인시티 3중고 출발부터 ‘삐끗’

    연간 7조원 이상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경기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구리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된 이 사업은 시와 구리도시공사가 2조 1000억원을 투자해 한강변인 토평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72만 1000㎡를 수용해 도로·공원 설치 등 기초공사를 한 뒤 2016년까지 월드디자인센터, 인테리어 관련 외국기업, 호텔, 외국인 전용 주거시설, 국제학교 유치 용도로 토지를 분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용 2조 1000억원은 시와 구리도시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하고 외자를 유치해 조달할 예정이다. 현재 사업부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 중이며,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각종 중첩 규제로 낙후한 경기동부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업비 마련과 그린벨트 해제, 친수구역 지정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2조 1000억원의 총사업비가 일시에 필요하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기초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인 구리도시공사가 공사채를 얼마나 발행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부터, 부동산 및 건설 경기침체로 목적 용지 분양에 큰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는 게 경기도의 관측이다. 특히 환경부와 인접한 서울시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사업부지가 암사취수장과 1.5㎞, 구의취수장으로부터는 3.9㎞, 잠실상수원보호구역과는 550m 거리에 불과해 수질보전 측면에서 사업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상수원인 잠실수중보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데다, 물이용 부담금 지원 취지에도 배치된다”며 난색을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30일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친수구역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취수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서울시와 사전 협의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우량 농지가 대규모로 편입된다며 주거용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발이 만만치 않자 도는 “세부 개발계획이 확정될 경우 마이스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에 반영해 행정적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재원 및 분양계획, 유치시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구리시는 “서울SH공사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개발면적과 비슷한 168만㎡ 규모의 고덕강일보금자리지구 개발사업을 상수원보호구역과 연접해 개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54만여㎡ 규모의 하남미사보금자리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구리시 사업만은 안 된다는 논리는 불합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인테리어 관련 외국기업들이 아시아권으로 이전하려 하기 때문에 기업유치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개발 후에는 지금보다도 한강수질을 더 친환경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부산시 어린이집 CCTV 확대

    부산시는 10일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아동학대사건이 잇따르자 안심 어린이집 운영 방안을 마련,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채용 절차 강화 등 보육교사 자질 향상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활성화 ▲부모 모니터링단 운영 ▲보육 장학관제 도입 ▲보육인 윤리헌장 제정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통한 사기 진작 등의 내용을 담았다. 우선 시는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위해 채용할 때 전문가,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등과 함께 ‘3인 면접관’을 구성하는 등 심사체계를 강화한다. 현재 1853곳의 어린이집 중 386곳에 설치된 CCTV도 확대 설치한다. 보육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의 피해와 심각성에 대한 교육도 실시된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보육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처우 개선비와 보육교직원 연구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소규모 어린이집에는 간호조무사로 구성된 ‘영아 전문 보육 도우미’를 파견키로 했다. 이 밖에 지난 3월부터 구·군별로 구성된 ‘아이 사랑 부모 모니터링단’ 운영도 강화한다. 연말까지 500곳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고 매년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부모 참여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시는 다음 달 말까지 보육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고 이후 19개 시·구·군 합동 지도점검반을 편성해 일제 점검을 벌여 아동학대 등 위법 사항 발생 시 관련 법률에 따라 처분할 방침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건설·조선·해운업종 수시 신용평가… 신속 구조조정 유도

    건설·조선·해운업종 수시 신용평가… 신속 구조조정 유도

    건설·조선·해운 등 3대 취약 업종에 대한 금융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정기 신용위험 평가 외에 수시로 평가를 진행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유도할 방침이다. 제2의 STX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채권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하면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퇴직연금, 방카슈랑스, 불법대출 모집 등 민원 소지가 많은 부문은 테마검사가 이뤄진다. 일정 요건 이상의 유한회사, 상호금융조합 등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상당수의 법무법인(로펌), 회계법인, 종교·복지단체 등 비영리단체,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 루이비통코리아 등 해외명품 취급 회사들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금융감독 방향’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할 때 업종별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해 세부평가 대상기업 선정기준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영업현금흐름 등 세부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지표가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됐다. 최근 STX그룹 사례에서 보듯 취약업종의 부실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데다 적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부실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어서다. 올해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 13조 1910억원이다. 채권은행들은 STX그룹의 자율협약이 성사되더라도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만 최소 8400억원(7% 기준)을 쌓아야 할 처지다. 신규 운영자금도 지원해야 한다. STX그룹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10년 4월 자율협약 체결 이후 해마다 7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들어갔다.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STX그룹의 회사채는 9800억원이다. 결국 STX그룹을 살리기 위해 은행들이 올해 쏟아부어야 할 돈만 3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STX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기면 충당금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넘게 돼 더 부담스럽다. ‘울며 겨자먹기’로 자율협약을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거꾸로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인데도 채권단이 서로의 이해관계 등을 앞세워 워크아웃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도 견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사후 관리, 중단 사유의 적정성 등을 살펴 (워크아웃 중단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채권은행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독립성과 기능도 강화된다.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미리 감지하는 ‘민원 사전 인지시스템’과 인터넷으로 민원처리 현황을 확인하는 ‘실시간 민원처리확인제’를 도입한다. 분쟁조정위의 판결 사례가 있는데도 동일 사안을 놓고 금융사가 소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원발생평가 때 벌점을 부과한다. 민원 발생이 많은 금융사는 임직원이 ‘교육 워크숍’에 참석해야 한다. 보험사별 실손보험료도 비교 공시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 독립되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전북도, 개발공사에 ‘꼼수 출자’ 논란

    전북도가 전북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한 전북운전면허시험장 부지와 건물을 출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전북운전면허시험장 부지 3만 1663㎡와 건물 4동 2481㎡를 개발공사에 출자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달 열리는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을 낮춰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도가 운전면허시험장을 개발공사에 현물로 출자하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행정’이란 지적이 있다. 운전면허시험장은 도민들이 사용하는 공익용 자산이기 때문에 매각이 불가능해 명목상 고정자산만 늘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운전면허시험장은 도로교통공단, 경찰공제회와 2017년 12월 말까지 임대계약이 맺어져 있고 계약기간이 끝나도 연장이 불가피해 매각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개발공사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 출자받은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부채비율을 낮춰 공사채를 발생할 경우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개발공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가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출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현물 출자 추진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게 아니고 또 다른 재원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면허시험장은 현재 현물이지만 앞으로 매각도 가능해 현금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STX 채권단회의 자율협약 수용 가닥

    STX그룹 주요 계열사가 조만간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STX그룹 주요 계열사가 신청한 자율협약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채권단 소속 주요 은행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잇따라 회의를 열고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한 지원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채권은행들은 각자 내부 회의를 열어 늦어도 오는 12일까지 자율협약 동의 여부를 알리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STX 회사채 지원을 두고 일부 채권단의 이견도 제기됐다. 채권은행 임원은 “STX그룹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협약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STX “조선만 살리고 모두 매각”… 사실상 해체 수순

    STX “조선만 살리고 모두 매각”… 사실상 해체 수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STX그룹의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추가로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여 추가 지원에 나서는 대신 인력 감축,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사업인 조선업만 살리고 나머지 사업은 매각할 방침이다. 사실상 STX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강덕수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좌초하게 됐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이 ‘자율협약에 의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채권단 자율협약)를 신청해 왔다고 밝혔다. STX 계열사인 포스텍도 이날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산은은 채권단 동의절차를 거쳐 추가 자율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재계 서열 13위인 STX그룹이 무너질 경우 경제적·정치적 파장이 큰 데다 주요 채권단이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정부의 입김이 통하는 곳들이어서 동의절차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류희경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6일 채권단 회의에서 3개사의 자율협약 요청을 설명한 뒤 다음 주 안에 서면동의 방식으로 (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TX의 2000억원 회사채 만기가 이달 안에 도래해 채권단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도 논의할 예정이다. STX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대출액은 총 3조 5000억원이다. 추가 협약을 맺는 대로 산은은 이들 3개사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 방안을 만들 방침이다. STX에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STX그룹은 ㈜STX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 43.15% 전량을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STX에너지는 일본 오릭스가 50.1%, ㈜STX가 43.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강덕수 회장이 6.95% 보유 지분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면서 국가 기간사업인 에너지 기업이 일본 측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강 회장은 6.95%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한앤컴퍼니에 위임했다. 해운 자회사인 STX팬오션은 산은이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STX조선해양의 중국 계열사인 STX다롄조선은 중국 정부와 현지 다롄시를 통해 중국에 사실상 경영권을 넘긴 상태다. 유럽 계열사인 STX핀란드와 STX프랑스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채권금융기관끼리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구속력이 부여되는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약정)보다는 강도가 낮다. 강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미 지분을 포기한 만큼 STX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류 부행장은 “자율협약 과정에서 오너(강 회장)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해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실사 결과 잠재부실 등이 드러나면 오히려 추가 사재 출연 등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채권단, 구조조정 통한 회생 ‘가닥’

    채권단, 구조조정 통한 회생 ‘가닥’

    박근혜 정부가 부실 대기업의 정리 방침을 밝힌 가운데 최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STX그룹에 대해서는 금융권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재계 순위 13위(자산 기준) 그룹의 붕괴 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되 팔 것은 팔고 출자전환이나 감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생에 성공한다고 해도 주요 계열사는 STX그룹의 품을 떠나고 빈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의 부채 총액이 17조여원에 달하는 데다가 자금 지원을 한다 해도 조선·해운·건설 경기가 당장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 부담이다. 1일 채권단 및 ㈜STX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7개 주요 채권은행(기관)은 자율협약에 따라 다음 달 중순까지 STX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실사를 마치고 회생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6월 말 중 감자 후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올해 안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STX(4800억원), STX해양조선(4000억원), STX팬오션(2000억원) 등 1조 8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회생 처방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의 직접 인수를 기다리고 있다. 또 구조조정 차원에서 STX메탈을 흡수통합한 STX중공업과 STX엔진, 지주회사인 ㈜STX도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STX에너지와 STX-OSV는 각각 일본과 이탈리아 기업에 지분의 일부 또는 전량을 이미 매각했다. STX건설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 그룹과 분리 절차를 밟고 있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이 분리되면 그룹의 총 자산은 24조 5340억원에서 16조 8700억원으로 준다. 강덕수 회장은 지분은 모두 내놓되, 경영권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TX조선해양은 재기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자신이 맡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신화를 이어오던 STX그룹이 총체적 경영 위기에 빠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STX를 고속 성장으로 이끌었던 확장이다. STX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퇴출 위기에 놓인 선박용 엔진회사 쌍용중공업(현 STX중공업)을 강덕수 회장이 사재 20억원을 털어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이어 강 회장은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산업단지관리공단 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때 인수자금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한 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달됐다. 이어 인수한 기업에서 나온 수익금은 다른 기업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인수자금이 됐다. 이런 성장 방식은 2008년까지 매끄럽게 통했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해운이 호황을 누리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엔진과 주요 부품 등을 계열사로부터 조달, 배를 만든 뒤 해운사를 통해 운영하고 선박 유류도 함께 조달하는 방식의 수직계열화가 그룹의 몸집을 급속히 부풀릴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조선 수요가 많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해운 물동량이 급감했고 덩달아 선박 수주도 줄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대기업 구조조정 ‘속도’… 7월 퇴출 윤곽 드러난다

    대기업 구조조정 ‘속도’… 7월 퇴출 윤곽 드러난다

    금융 당국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조선·해운 업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들 계열사의 부실이 모(母)기업에 전이됐는지도 집중 점검한다. 오는 7월쯤 ‘퇴출’ 대상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30여곳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신용위험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6월까지 세부평가 대상 기업을 정해 워크아웃 또는 퇴출을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대기업 수익이 좋지 않다”면서 “버틸 여력이 있는지 보고 평가 등급에 따라 워크아웃 등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가등급은 A(정상)-B(일시적 유동성 부족)-C(워크아웃)-D(법정관리·퇴출) 네 등급으로 나뉜다. 지난해에는 15곳이 C등급을, 21곳이 D등급을 받았다. C등급 기업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정상화 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대기업 4~5곳의 자금 압박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자산 기준 재계 13위인 STX그룹은 중대기로에 선 상태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9989억원)을 기록한 현대상선도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만 7000억원 이상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KMV는 올 3월 기준 업종별 부도확률을 건설 9.1%, 해운업 8.5%로 높게 보고 있다. 이 탓에 시장 불안감이 커져 해운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금융권 빚이 5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 위험 평가는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다. 이르면 11월에 구조조정 대상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97개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당했다.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올해 말 시한이 끝남에 따라 대안을 모색 중이다. 법을 연장하거나 상시화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국회의 반대가 거셀 경우 워크아웃 신청 주체를 기업뿐 아니라 주채권은행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막 짓고 뚫다… 지방공기업 빚 급증

    막 짓고 뚫다… 지방공기업 빚 급증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들이 진 빚이 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2009~2011년 3년 동안 부채 규모가 무려 45%나 급증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렇듯 지방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지자체들이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해 앞다퉈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가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자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6일 발간한 ‘지방공기업 재무현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388개 지방공기업의 전체 부채는 2008년 말 47조 8000억원에서 2011년 말 69조 1000억원으로 21조 3000억원(44.6%) 늘어났다. 특히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16개 도시개발공사와 36개 기타공사의 부채가 같은 기간 25조 5000억원에서 42조 8000억원으로 17조 3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부채 증가액의 81.2%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부동산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실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1년 말 기준 15개 도시개발공사의 48개 사업지구에서 미분양이 발생해 전체 사업비 16조 7000억원 중 2조 5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울산도시공사(324.6%)와 강원도개발공사(343.8%), 경남개발공사(314%) 등은 부채비율이 위험 수위인 300%를 넘었다. 기타공사인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이미 자본잠식률이 85%에 달했다. 보고서는 “지방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기초단체는 유동성 위기 등 재정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기타공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공사채 발행 한도를 순자산의 3배 이하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지방공기업 중 주택사업이나 토지개발사업을 하는 공기업은 순자산의 최대 6배까지 지방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하철공사의 부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개 지하철공사는 2007년 이후 5년 동안 해마다 8000억∼92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11년 말 누적 결손이 14조 6000억원, 자본잠식률도 44%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5년 동안 지하철공사에 쏟아부은 지자체 예산만 9조원에 이른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세금탈루 혐의 세무조사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세금탈루 혐의 세무조사

    국세청이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5일 국세청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에 따르면 중부지방국세청은 신 회장이 2004년부터 5년간 강원 춘천의 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사채업자의 자금을 관리하고 수십억원을 받고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최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이는 사채업자를 상대로 탈세 등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에서 올 1월 사이 국세청의 요구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면서 “신 회장은 국세청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총수가 자녀 회사에 광고·SI 일감 몰아주기 줄어들 듯

    총수가 자녀 회사에 광고·SI 일감 몰아주기 줄어들 듯

    1999년 비상장사인 삼성SDS는 긴급자금 조달 명목으로 23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321만 6738주 모두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총수 자녀 등에게 주당 7150원에 배정됐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BW의 정상 가격은 1만 4536원인데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를 매입하게 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58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거래 저해성이 없다며 부당지원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부당지원의 요건으로 ‘현저히 유리한 조건’과 ‘공정거래 저해성’ 두 가지를 만족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총수 일가를 규제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허용하지만 예외적으로 규제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부당지원 금지 조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 ▲정상 가격 산정이 어려운 분야의 일감 몰아주기 ▲사업기회 유용 등을 규제 대상으로 들었다. 내부거래에 따른 지원이 금지되면서 총수 일가가 비상장 회사를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얻는 행태는 앞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 일감 몰아주기의 ‘단골’ 대상인 광고대행이나 시스템통합(SI) 업무 등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노션은 현대·기아차의 광고 물량을 도맡았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손을 대지 못했다. 광고대행 업무의 특성상 정상 가격의 산정이 어려워 일감 몰아주기가 ‘현저히’ 부당한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집단 계열사와 거래가 없는 사업기회 유용 행위 역시 공정위 단속 대상이 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과거 자녀와 배우자가 세운 회사에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을 싼값에 임대해 줬다. 그 결과 가족들은 현금 배당과 주가 상승 등으로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다. 한철수 공정위 사무처장은 “(신설 조항은) 부당한 방법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득이 돌아갔을 때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 지배구조 개혁도 추진된다. 6월까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입법화하고, 올해 말까지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한다.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보험사 포함 금융보험사 3개 이상’, ‘금융보험사 자산규모 20조원 이상’ 등의 조건 때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했다. 금융과 비금융사 간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범위도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등으로 확대한다. 재계는 ‘30%룰’이 백지화된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총수 일가를 규제 대상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 반발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모든 내부거래를 사익편취로 전제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면서 “대통령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라고 했음에도 공정위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朴대통령, 건설업계 금융지원 지시… 후속조치 눈길

    朴대통령, 건설업계 금융지원 지시… 후속조치 눈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례적으로 특정업종을 언급하며 건설업계의 금융 지원을 지시해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대형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보증해 자금에 숨통을 틔워줄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은 신용보증 및 대출 확대로 중견·중소 건설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등 예금 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은 2010년 말 55조원, 2011년 말 49조 9000억원, 2012년 말 44조 2000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건설사들이 경기 침체에 돈줄마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규모가 작은 건설사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대형사 몇 곳만 빼고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회사 신용도가 낮아 단독으로 해외공사 수주에 필요한 보증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11.1포인트 하락한 54.3에 머물렀다. 2010년 8월(50.1) 이후 최저치다. 지난달(60.3)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불안 요소가 더 크다. 금융당국은 일단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인한 도산 방지를 위해 대기업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보증해 주기로 했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해외건설 저가 수주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가 자율조정장치로 해결할 문제”라면서 “해외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문제되지 않도록 프라이머리담보부증권(P-CBO) 확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P-CBO는 여러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묶은 뒤 보증을 붙인 유동화증권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을 돕는 제도다. 그러나 이는 현재 신용보증기금이 지원하는 P-CBO 지원대상을 대기업(재계순위 1~10위 제외)까지 확대하는 것이라 당장 중견 건설업체의 해외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건설공사계약 이행 전 발주자가 요구하는 은행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일종의 신용보증인 ‘이행성 보증’에 2000억원, 중기가 해외에 나가서 제작물을 만들 때 쓰는 비용을 대출해주는 ‘제작금융’에 5000억원 등 중소·중견 건설사 지원 한도를 총 1조원으로 책정했는데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2일부터 가접수… 채권추심 즉시 중단됩니다

    6개월 이상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는 국민행복기금이 22일부터 사전신청(가접수)을 받는다.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소개한다. →신청 자격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1억원 이하 빚을 6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이다.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 담보대출 이용자 등은 신청할 수 없다. 이미 개인회생이나 파산절차 등이 진행 중인 사람도 안 된다. →혜택은. -채무자 연령, 소득, 연체기간 등을 따져 최대 50%(기초수급자는 70%)까지 원리금을 탕감해 준다. 나머지 빚은 최장 1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조정해 준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도 바꿔 준다는데. -연 20%를 넘는 고금리 신용대출자의 빚을 4000만원 한도 안에서 10%대 저금리로 바꿔 준다(바꿔드림론). →바꿔드림론의 신청 자격은.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4000만원 이하(영세 자영업자는 4500만원 이하) 채무자면 신청할 수 있다. →언제까지 어디로 신청하면 되나. -22일부터 30일까지 가접수를 한 뒤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본접수를 한다. 국민·농협은행 전국 지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지점 18곳, 신용회복위원회 지점 24곳,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청사 등에 있는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등 전국 2400개 창구에서 신청하면 된다. 5월 1일부터는 인터넷(www.happyfund.or.kr) 접수도 가능하다. →가접수와 본접수의 차이는. -가접수 때는 말 그대로 본인 확인과 기초서류 등만 받는다. 구체적인 상담과 지원 여부 등 최종 결정은 본접수 기간에 이뤄진다. →그렇다면 굳이 가접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렇지 않다. 가접수 순간부터 채권 추심이 중단되는 혜택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나중에 알아서 채무조정을 해 준다던데.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라 구제받지 못하는 채무자 등을 위해 7월 이후에는 행복기금에서 일괄적으로 연체 채권을 사들여 채무 재조정을 해 준다. 이 경우 대상 채무자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 신청 의사를 확인하지만 ‘추가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하면 빚 갚을 의지가 높은 것으로 간주해 원리금 탕감 때 10% 추가감면 혜택을 준다. →문의는. -국번 없이 1397번을 누르면 상담받을 수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연봉보다 수입 많아”… 직접 베팅하거나 돈받고 승부조작까지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들에게도 사설 스포츠토토는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일반인보다 경기를 분석하는 안목이 높은 데다 선후배들을 통해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어 별다른 죄책감 없이 사설토토에 빠져든다. 고등학교 축구선수는 “언제 부상당하고 은퇴할지 불안한 데 벌 수 있을 때 왕창 벌어야 하지 않냐”면서 “친한 프로 형들한테 선발 엔트리나 전술 등 경기관련 정보를 받고 베팅한다”고 말했다. 한 구기종목 감독은 “애들이 밤새 사설토토를 하느라 잠을 안 잔다”면서 “실업팀에서 죽어라 운동하면서 받는 연봉보다 토토로 버는 돈이 더 많다는데 뭐라고 혼내기도 답답하고 서글프더라”고 하소연했다. 스포츠토토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직접 승부의 결과를 바꾸기에 이른다. 스스로 베팅한 상태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특정한 경기결과를 내기 위해 뛰는 것. 승부조작 브로커는, 축구로 치면 골키퍼나 최종수비수 등 패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들에게 전주(錢主)에게 받은 돈을 쥐어 준다. 이걸 ‘약을 친다’고 표현한다.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갖은 협박과 회유로 발을 빼지 못하게 한다. ‘파리 지옥’인 셈이다.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가 전부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은퇴한 한 농구선수는 “선수생명이 짧고, 몇몇 스타를 빼고는 연봉도 못 받고, 은퇴 후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 그런 유혹이 오면 당연히 끌릴 수 있다”면서 “특히 첫 파울처럼 승부에 영향도 안 주고 티도 안 나는 거라면 몇 백만원에도 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하게 약을 쳤다면, 합법 스포츠토토(베트맨)로도 충분하다. 배당률이 별로 높지 않지만, 전주나 조직폭력배 등 ‘검은손’들은 사채·대출까지 해 억대의 큰돈을 걸어 잭팟을 터뜨린다. 스스로 경기를 뛰면서 돈벌이 내기를 하는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 대학교 구기종목 코치는 “연습경기를 하는데 선수들끼리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내기(베팅)를 하는 걸 봤다”면서 “최고 50만원까지 통 크게 돈을 걸고 살벌하게 경기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자기팀에 걸면 그나마 다행인데 지는 쪽에 걸고 일부러 태업을 해 기합을 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돈에 눈이 멀어 장난을 치는 거라고 보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지도자의 불안정한 지위·처우 ▲입시·진학·스카우트 비리 ▲학부모의 자녀 이기주의 ▲조직폭력배의 돈놀음 ▲경기단체의 무감각 ▲개개인의 도덕불감증 등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뭉쳐서 폭발한 게 승부조작, 사설 토토라고 규정했다. 선수들은 정상적인 스포츠맨십을 교육받지 못했다. 입시, 진학, 지도자 재계약 등 여러 문제에 따라 져줄 수도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은퇴한 구기종목 선수는 “경기에서 감독님이 100%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걸 느낀 적이 있다”면서 “다른 팀 지도자와 친하다거나, 토너먼트 상대를 감안해서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경우”라고 했다. 그는 “괜히 에이스 선수를 내보냈다가 부상당해서 결승에 못 나가면 어쩌냐고 둘러댄 뒤 약한 멤버를 투입하는 식”이라면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어서 학부모도 선수도 발만 굴렀다”고 회상했다. 매년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계약에 실패하는 지도자들은 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스포츠 토양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사설토토는 영원히 뿌리 뽑을 수 없고, 승부 조작도 반복될 문제라는 얘기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자금줄과 브로커를 색출하지 않고 선수·지도자 개개인 도덕불감증으로만 치부하면 이런 문제는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유명인이라 도마에 올랐지만 사실 불법토토의 구조에서 선수·감독은 하수인, 깃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과 교수는 “입시·진학·지도자끼리의 친분 등에 따라 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승부 조작을 해온 선수들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면서 “도덕성이 낮은 게 아니라 잘못된 줄도 모르는 상태인 건데 체육계 전반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사방이 환했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에 앉은 것 같은데 12시간이 금세 지났다. 눈은 퀭했고, 빨갰다. 재떨이의 담배꽁초는 수북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았다. 간밤에도 그랬다. ‘손해본 것만 만회하면 바로 나와야지’라며 로그인했다. 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려 마련한 돈이었다. 반전을 꿈꾸며 클릭을 거듭했지만, 해가 밝았을 때는 다시 빈털터리였다. 3년째 되풀이 된 불면의 밤. 청년은 “돈과 시간, 꿈과 건강과 인간관계까지 모든 걸 잃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19일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졸업생 김용진(가명·28)씨는 사설토토에 빠져 지낸 지난 3년을 힘겹게 곱씹었다. 시작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설토토를 즐기는 친구를 보고 재미 삼아 시작했다. 2010년 가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때였다. 어차피 학교 수업 끝나면 집에서 매일 야구를 보는 그였다. 딱 5만원 걸었을 뿐인데 짜릿함은 배가 됐다. 투수의 공 하나, 타자의 방망이질 한 번이 달리 보였다. 스포츠의 세계가 무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후 김씨는 종종 사설토토를 했다. 전보다 흥미진진하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중독되기 시작한 건 첫 베팅 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여느 때처럼 푼돈을 걸었는데 대박을 쳤다. 프로농구(KBL)·여자농구(WKBL)·미국프로농구(NBA) 몇 경기의 승패, 언더-오버, 핸디캡 등 12개 결과를 모두 적중시킨 것이다. 베팅한 돈 5000원은 채 1분이 안 돼 현금 120만원으로 통장에 꽂혔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씀씀이는 점점 커졌다. 쉽게 번 돈인 만큼 부담 없이 마구 질렀다. 며칠 뒤에는 농구 언더-오버에 걸었던 100만원이 285만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초반에 그렇게 몇 번 따니까 힘들게 직장생활 할 필요 없이 사설토토로 돈을 벌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행운에만 의존하는 도박이 아니라 공부하면 정복할 수 있는 주식 같았다고 했다. 사전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본인만 잘한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문 돈벌이로 사설토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변수와 이변이 적고 베팅종류도 많지 않은 해외 축구를 집중적으로 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기본이고, 덴마크·핀란드·칠레·크로아티아·파라과이·에스토니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세계 축구까지 닥치는 대로 챙겼다. 경기를 본 게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당률과 씨름했다. 상대전적, 홈·원정 승률, 주요 선수 컨디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경기정보가 빼곡한 분석사이트(베트익스플로어러, 오즈포털)와 외국 베팅업체 사이트(벳365, 188벳, 윌리엄힐),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모든 경기의 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를 분주하게 오갔다. 공책에 베팅업체별 적중률, 배당률의 흐름·변화주기 등을 빼곡하게 적으며 자기만의 비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추려진 통계 정보로 항상 경기시작 1분 전에 베팅했다. 한 경기에 20만~30만원씩, 확신이 있을 땐 최대 베팅금액인 100만원을 걸었다. 평일엔 6~7경기, 주말엔 10경기를 분석해 다양한 조합으로 베팅했다. 최고 1000만원을 딴 적도 있었지만 바로 베팅에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 몇 번의 ‘잭팟’은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환희보다 탄식과 분노, 오기가 일 때가 더 많았다. 사설토토는 ‘돈 먹는 하마’였다. 김씨는 인생에서 열심히 해서 정복하지 못할 건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재수 1년만에 수능점수 120점을 끌어올려 서울대에 입학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분석 결과가 빚나가 돈을 잃을 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호구 같이 돈을 뜯기고 있다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어요. 이기고 싶었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야무지게 부딪혔지만 매번 돈을 잃었다. 평범한 대학생 용돈으로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돈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계좌를 조회하다 부모님이 김씨 이름으로 붓던 적금을 발견했다.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농협에서 100만원씩 야금야금 빼냈다. 대출한도액 1500만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끊을 수 없었다. 저축은행에서 금리 25%짜리 대학생 신용대출로 600만원을 빌렸다. ‘잭팟’ 한 번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갇혔다. 번번이 실패. 결국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려 30% 이자를 내야하는 일본계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 더러는 땄지만, 대부분 돈을 잃었다. 빚은 2500만원까지 늘었다. 김씨는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마시던 소주도 전혀 생각이 안 났고, 연애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때론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생활은 피폐했고, 항상 비참했다. 밤일을 하니까 인간관계가 단절됐고, 결국 고독함의 극치를 맛봤다”고 회상했다. 더러운 기분을 잊으려고 더욱 토토에 매진했다. 악순환이었다. 매일매일 그만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이트 비밀번호는 ‘akwlakr’. 키보드를 한글로 치면 ‘마지막’이란 뜻이다. 굳게 마음먹고 사이트 탈퇴신청을 한 적도 있다. 회원가입된 상태면 자제하기 힘들 것 같아 아이디(ID)를 없애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했지만, 계정은 2주가 지나도 안 없어졌다. 끊임없이 유혹메시지가 왔다. 아침마다 후회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김씨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손을 털게 된 계기는 어머니였다. 적금을 담보로 친동생에게 돈을 빌려주려던 어머니는 김씨가 이미 대출을 받아갔단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월 말의 일이다. 사실이 발각된 뒤 김씨는 일주일간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다시 돌아와 무릎 꿇고 빌며 “주식에 손을 댔다”고 둘러댔다. 빚 2500만원도 있다고 털어놨다. 순간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내내 잊히지 않았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니까 다 되더라”고 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사설토토를 끊었다. 그는 지난 3년을 어떻게 정의할까.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는데, 나는 뭐했나 싶어요. 갈 데까지 갔는데 도박의 마지막은 엄청난 외로움만 남더군요. 공허하고 황폐하고 고독하더군요. 해봤자 별거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론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겁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그 ‘아저씨’ 속 전당포는 없다…명품백 전문·IT 전문으로 화려한 변신!

    [주말 인사이드] 그 ‘아저씨’ 속 전당포는 없다…명품백 전문·IT 전문으로 화려한 변신!

    지난 9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 상가 거리.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전당포’ 간판이 간간이 눈에 띈다. 세월을 머금은 탓일까. 색 바랜 전당포 간판은 북적거리는 종로 거리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영화 ‘아저씨’에서 봤음 직한 음침한 계단을 지나 굳게 닫힌 전당포 쇠문을 두드렸다. 돌아오는 대답은 “장사 안 되니 해 줄 말도 없다”일 뿐. 10여곳을 찾아 헤맨 끝에 간신히 J전당포 주인 공모(54)씨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업이 잘돼야 인터뷰할 마음도 생기지…. 언론에 대고 맨날 죽는소리 하면 뭐 하나. 바뀌는 것도 없는데….” 같은 날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 값비싼 수입차와 명품숍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중 유리벽 너머로 구찌, 프라다 등 여러 종류의 명품 백이 가득 진열된 상점이 곳곳에 있었다. 찾고 있던 ‘명품 전당포’였다. 두 블록당 한곳꼴로 위치한 명품 전당포는 로데오 거리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도산공원 옆에 자리한 노블캐시 이성형(37) 대표의 얘기다. “전당포가 캐피털사처럼 금융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캐시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전당포는 5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당포들도 곧 기업화될 것이다.” 노블캐시만 해도 전국에 가맹점을 네 곳이나 둔 기업형 명품 전당포다. 전당포가 진화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본격 등장해 1960~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전당포는 서민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직도 전당포가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급격하게 쇠퇴하는 추세다. 대신 명품 전당포나 정보기술(IT) 전당포 같은 현대식 전당포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IT 전당포는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IT 기기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전당포는 1036개다. 숫자는 급감했지만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전당포의 흥망성쇠는 매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공씨가 종로에 터를 잡고 전당포를 처음 시작했던 2005년에는 수입이 꽤 쏠쏠했다고 한다. 매달 20여명의 고객이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갔다. 공씨는 “지금은 법정최고이율(연 39%)이 정해져 있지만 그게 없던 당시에는 한달에 5부(5%), 6부(6%)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수입은 2005년의 딱 절반이란다. 한달에 10건 물건을 잡으면 ‘선방’한 편이다. 단골 취급 품목인 금의 값이 오른 것도 전당포의 사양길을 부추긴 한 요인이다. 공씨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1돈당 5만원 하던 금값이 최근엔 20만원을 웃돌면서 사람들이 금을 전당포에 맡기기보다는 아예 팔아버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현대식 전당포는 어떨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IT 전당포 ‘아이티캐시’의 직원 김모씨는 “하루 평균 5~6건 물건이 잡힌다”면서 “한달로 치면 150건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고가의 아이패드나 노트북, 카메라 등을 맡기고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이자 수입은 전통 전당포보다 나은 편이다. 방송용 캠코더 등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전자기기도 종종 들어온다. 김씨는 “전자제품 시세의 50~60% 수준에서 전당이 나간다”면서 “이자는 월 3% 수준으로 대출 기간은 한달이 기본이지만 2~4개월 연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 개업한 아이티캐시는 IT 전당포 호황을 타고 2년 만에 지점이 8곳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 고객의 증가다. 엄밀히 말하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김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우니 전당포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30세대도 IT 전당포의 주요 고객이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몰려 있는 매달 25일 전후로 젊은 고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얼마 전엔 한 30대 남성이 아이티캐시에 찾아와 아기 돌 선물을 사야 한다며 노트북을 맡기고 10만원을 빌려 가기도 했단다. 예나 지금이나 전당포의 단골 고객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다. 노블캐시의 이 대표는 “우리 전당포가 서울 강남에 있다고 잘사는 사람들만 대출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가계 빚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주부들이 인터넷으로 상담을 받고 전국에서 명품 백을 보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블캐시의 한달 평균 고객은 70~80명이다. 대출 금액도 평균 300만원 선으로 IT 전당포보다 건당 이자 수입이 높다. 롤렉스 등 고가 시계의 평균 대출 가격은 3000만원대로 월 3%를 적용하면 이자 수입만 건당 90만원이다. 하지만 현대식 전당포도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있다. 노블캐시 측은 “예전에는 1억 5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맡기고 투자금을 빌려 가던 고객도 있었는데 지금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이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면서 “가장 호황이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요즘 매출이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IT 전당포도 전국에 100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위험) 관리는 필수다. 특히 명품 전당포는 ‘열공 모드’다. 새 명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새 명품이 나올 때마다 공부하지 않으면 언제 사기를 당할지 모른다”면서 “가맹점 교육을 위해서라도 진품 구별법 공부는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른바 ‘짝퉁’을 구분해 낼 줄 아는 능력이 리스크 관리의 첫걸음인 셈이다. 문제는 장물이다. 한 동거 커플이 지난해 고가의 카메라(DSLR)를 들고 왔지만 이 대표는 돌려보냈다.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법조차 모르는 게 수상쩍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커플은 카메라 대여점에서 물건을 빌린 뒤 전당포에서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시가 2억원 상당을 빼돌린 사기범이었다. 이 대표는 “대출해 줄 때 본인 소유인지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아예 경찰과 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장물로 확인되면 곧바로 경찰서에 넘기는 식이다. 지난해엔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손님이 두고 간 300만원 상당의 노트북(‘맥북프로 레티나’)을 들고 전당포를 찾았다가 현행범으로 입건된 적도 있다. 김씨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딱 보면 어느 정도는 장물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물을 다룬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사업을 접어야 한다”면서 “누가 그런 물건을 사 가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전당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앞서 공씨의 경우 명함에 ‘전당포’라는 문구를 아예 넣지 않는다. 딸이 자신의 직업을 안 것도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한다. 공씨는 “사람들의 편견도 안타깝지만 불법 사채업자 단속을 게을리하는 정부도 야속하다”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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