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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갚아라” 믿었던 그라민 은행이 집을 부쉈다

    “돈 갚아라” 믿었던 그라민 은행이 집을 부쉈다

    가난을 팝니다/라미아 카림 지음/박소현 옮김/오월의봄/384쪽/1만 7000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여성이 억압적인 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사회에서 해방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2006년 노벨위원회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남긴 말이다. 1976년 치타공대 경제학과 유누스 교수가 빈민 42명에게 개인적으로 27달러를 빌려주면서 시작된 그라민 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성지(聖地)’로 숭앙된다. 빈곤층, 저소득층 대상의 소액 대출을 뜻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지금은 마이크로파이낸스)는 빈곤 문제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혁명적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착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과 실천 운동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이 처음 시작된 마을의 사람들은 유누스를 자신들의 상황을 팔아 노벨상을 받은 ‘사채업자 유누스’라 부르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미국 오리건대 교수가 치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가난을 팝니다’는 지금 지구촌에서 ‘혁명적 대안’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상을 폭로해 눈에 띈다. 그라민 은행이 빈곤층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농방, 가게 운영을 통해 곤궁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와는 달리 빈민을 상대로 자본주의의 이윤을 확대하고 가난의 악순환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숙모, 오늘 그라민 은행에서 돈 받은 거 알고 있습니다. 사업할 돈이 필요한 조카에게 돈을 내놓는 게 숙모의 도리가 아닙니까.”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 집으로 가던 노파가 저자에게 전한 조카의 협박이다. 돈을 내놓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들이 돈을 내놓을 때까지 압박할 게 뻔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신입회원을 받는 그라민 은행 사무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출금을 주기 전에 먼저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자선기관이 아니라 기업이에요.” 일반적인 찬사와는 너무 다른 현실이다. 괴리의 모순은 ‘대출금 회수율 98%’에서 정점을 이룬다. ‘인구의 36%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떻게 대출금 회수율이 98%나 될까.’ 저자가 파헤친 비밀은 충격적이다. “대출 담당자들은 이 회수율을 유지하라는 상부의 압박을 받고, 채무자들은 빚 상환을 위해 다른 기관에서 또 다른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은행은 친족 관계로 연결된 공동체를 악용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예를 자극하고 수치심을 이용해 연대해 빚을 갚게 만든다. 갚지 못하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이것 말고도 책에는 놀라운 사실이 수두룩하다. 대출을 받는 건 여성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농촌 여성은 남성이 자본에 접근하는 도구로 구성될 뿐 자본의 소유자가 아닌 셈이다. 은행이 여성에게 대출금 책임을 지운 건 여성의 지위의 취약성 때문이지 사업가적 능력 때문이 아닌 것이다. 수치심을 이용한 이윤 중심의 정책이 가족과 공동체 연대 개념에 깊은 균열을 만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은 대출 말고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연금, 교육 대출, 건강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추세다. 비정부기구(NGO)들이 허약한 국가를 대신해 빈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 제공자이자 중산층에 일자리를 주는 고용주로 변신해 ‘그림자 국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라민 은행과 조직화된 NGO들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대출에 상품을 끼워 팔거나 양계업자로 만들거나 대출자 공동체에서 NGO 정책을 강변하게 하는 등 수혜자층에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다고 한다. 저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이런 모순과 파행에 대한 연구와 지적이 일고 있지만 서구 등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지 못한 채 ‘혁명적 대안’이란 찬사에 묻혀 버리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결국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에 희생된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집단행동을 위한 시민집단을 조직화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공기업 사람들 (5) LH] 행복주택·뉴스테이 등 국책사업 선도… 사업비 조기 집행으로 경제 회복 지원

    [공기업 사람들 (5) LH] 행복주택·뉴스테이 등 국책사업 선도… 사업비 조기 집행으로 경제 회복 지원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탄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통합 초기 연 20조원가량의 부채 증가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LH는 출범 이후 금융부채가 매년 평균 7조 6000억원씩 증가해 2013년에는 105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466%, 하루 이자 100억원으로 ‘부채 공룡 부처’라는 오명이 따랐다. 공기업 부채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의 대표적인 타깃이 된 기관이다. 하지만 통합 출범 6년 만에 놀랄 만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임대주택 건설 및 관리 등 손실 발생 사업과 국책사업을 무리 없이 추진하면서 일궈 낸 성과는 더욱 값져 보인다. LH의 혁신은 진행형이다. 이재영 사장 취임 이후 금융부채를 14조원이나 줄였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연간 이자 비용만 4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부채 감축뿐만 아니라 방만경영으로 불리는 제도를 과감히 개선했다. 구조조정 시 노동조합 사전 동의 폐지, 퇴직금 평균 1200만원 감소,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이뤄 냈다. 결과는 판매 증가와 역대 최고 국제신용등급(AA) 획득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신용평가 전문기관인 S&P가 LH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시키면서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가 LH의 신용등급을 ‘AA’로 올렸다.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등급으로 공사 창립 이래 획득한 최고 등급이다. 이달 초 채권시장의 평가기관들은 LH 채권금리를 가장 안전한 공사채(AAA) 금리로 산정, 채권 발행 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공적 역할도 완수하고 있다. 행복주택, 뉴스테이, 주거급여 등 굵직한 정부정책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으며 7월부터 개편된 주거급여사업에서도 주택조사 전담 기관으로 1년 넘는 기간을 투입해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또 위축된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56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투자 확대 및 기존에 계획된 사업비도 조기 집행했다. 전통시장 상품권 구입, 본사 진주 이전에 따른 지역특화형 사회공헌 활동 등 전 직원이 참여하는 내수 진작 프로그램을 발굴·시행하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 100개 국민임대주택단지 맞벌이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급식 및 한자교육 등 문화교육을 제공하는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을 실시해 단기적으로 일자리 200여개를 창출하기도 했다. LH는 본사 진주 이전이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차원을 넘어 ‘천년의 희망 진주시대’를 열어 나갈 계기가 될 것임을 천명하면서 진주혁신도시를 국가균형발전 상징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진주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증권특집] BNK투자증권 - 공모주 10% 우선 배정받는 상품 1~2년내 상장 장외 株에도 투자

    [증권특집] BNK투자증권 - 공모주 10% 우선 배정받는 상품 1~2년내 상장 장외 株에도 투자

    최근 유망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돈이 몰리고 있다.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뚫지 못해서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은 높은 경쟁률 탓에 개인 투자자는 투자 규모와 노력에 비해 적은 수량을 배정받고 수익을 계속 올리기도 어렵다. 올해 초 BNK투자증권이 출시한 ‘BNK IPO 메짜닌+랩’은 일반 공모 청약보다 공모주를 10% 우선 배정받는 하이일드(고수익 고위험) 상품이다.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다. 공모주 외에 1~2년 안에 상장을 목표로 하는 장외 주식에도 적극 투자한다. 최근 기존에 투자했던 장외 주식이 상장돼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저금리 시대의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채권의 안전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전환사채 등 메자닌 증권도 편입해 꾸준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소 가입액은 3000만원, 수수료는 연 1.8%다. 채권과 주식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고 1인당 5000만원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1년 만기지만 중도 해지가 자유롭고 수수료도 없다.
  • [사설] 글로벌 디플레, 과감한 선제 대응 급하다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내 경제의 여건 악화,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미국의 ‘나홀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린 데 따른 불안감이다.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빅이슈로 등장해 회사채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반면 저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부동자금이 900조원을 넘는다. 시장에서 보는 불안감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기업들의 상황 인식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세계 경기의 대이변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당장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게 미 금리 인상 후폭풍이다. 세계 7위 수준의 외환보유고(2014년 말 기준 3636억 달러),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서의 경제신뢰도 등을 고려하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한 자금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미 금리 인상은 세계 경기와 자금 순환에 큰 파장을 몰고 온다. 우리 경제는 물론 중국, 일본, 신흥국 등에 적잖은 충격을 미칠 게 뻔하다. 특히 금리를 더 내려도 시원찮을 판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에 엄습할 디플레 공포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소비자는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지갑을 닫는다. 기업은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생산을 줄인다. 생산과 소비가 급감하면서 저물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 이런 징후는 이미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고, 중국·일본에 이어 우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대 성장을 포기한 중국은 경착륙 우려와 함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 일본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2011년 이후 2~3%대 성장률에 그쳤던 우리 경제도 올해와 내년에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디플레의 덫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간 0.6~0.7%에 그쳐 1958년 이후 5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단적인 예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가계부채·기업부채 등의 내부 악재를 털어 내려면 경제 체질 개선이 답이다. 그나마 기업별로 빅딜과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정부와 채권단이 한계기업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다행이다. 삼성그룹이 지난 1년간 50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한 게 무엇을 말해 주겠나.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저성장 디플레라는 쓰나미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업종·산업별 고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하고, 각종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같은 노동시장의 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필요하다면 미국·일본 등이 막대한 양적완화를 통해 일시적인 소비 진작에 나서 성공했듯이 우리도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한 과감한 금리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한다. 위기 인식에 따른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만이 살길이다.
  • “대법 판결문은 사회변화 풍향계”

    “대법 판결문은 사회변화 풍향계”

    “대법원의 판결문은 우리 사회의 변화 정도와 향후 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59) 전 대법관이 첫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를 펴냈다. 자신이 재직하던 시기(2004년 8월~2010년 8월)에 사회적 논란이 컸던 대법원 판결 중 가장 뜨겁게 갑론을박이 오갔고, 여전히 현재적 의미를 갖고 있는 판결을 추려서 ‘한국 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이란 부제를 달아 함께 논의하고 사유할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김 전 대법관은 1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결문이 어렵다 보니 대부분 신문 보도 등을 통해 단순하게 결론만 이해하곤 한다”면서 “판결문에 소수 의견 및 그 논리까지 세세히 적는 이유는 법리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향후 더욱 구체적인 토론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은 2008년 김 할머니 존엄사 문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전환사채 발행 문제, 대광고 강의석 학생을 둘러싼 종교의 자유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재임 시절 ‘소수자의 대법관’으로 통했다. 6년 동안 86건의 전원합의 사건 선고에 관여했다. 이 중 34건은 전원일치였고, 나머지 52건 중 다수의견에 속한 사건이 34건, 소수의견에 속한 사건이 18건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판결 중 그가 다수의견으로 가담한 것도 4건이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어느 편이냐고 거듭 묻는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 문화가 개인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의 안정적인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1~2012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입법에 힘쓰기도 했던 그는 2013년부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지역성 훼손”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공방 가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논쟁이 IPTV 사업자의 직접사용채널 운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역단위 방송을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된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사업자의 인수합병을 통해 지역단위 방송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의 지역성 훼손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가세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CJ헬로비전이 전국 23개 권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직접사용채널(직사채널)을 거느리게 된다. CJ헬로비전, 현대HCN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직사채널을 통해 전국 78개 사업 권역에서 지역정보와 공지사항, 보도와 선거방송 등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해 방송할 수 있다. 현행 IPTV법은 IPTV 사업자에게 직접사용채널 운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빅딜’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직사채널을 소유하게 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역성 훼손을 근거로 들며 인수 불가론을 펴고 있다. 박헌용 KT CR협력실장은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IPTV와 지역독점 방송이 가능한 케이블TV는 엄연히 다른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라면서 “직접사용채널은 지역사회에서 보도 기능도 가지고 있어 SK텔레콤이 소유하게 될 경우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른바 ‘재벌방송’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등과 17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연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은 “직사채널은 지역의 보도와 선거방송 기능도 있는데, SK의 자본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번 ‘빅딜’과 케이블TV의 지역성 훼손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의 SO 대부분이 대기업 자회사로, CJ헬로비전의 주인이 CJ에서 SK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면서 ”SO 관련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지역성 훼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O가 방송의 지역성에 미쳤던 영향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인수합병 건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뉴스테이에 ´모자 리츠´ 도입 위한 ´허브리츠´ 설립

     국토교통부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모자(母子) 리츠를 도입하기 위해 모(母) 역할을 할 ‘뉴스테이 허브 위탁관리리츠’가 설립됐다고 15일 밝혔다.  모자리츠는 주택도시기금이 모리츠인 허브리츠를 설립하고 허브리츠가 자(子)리츠인 개별 리츠에 재출자하는 구조다. 허브리츠는 개별 리츠보다 대형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 출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토부는 모자리츠 도입으로 FI의 참여가 확대되면 기금의 출자부담이 줄어들어 기금이 더 많은 뉴스테이에 출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기금의 수익성과 리스크가 개별 사업의 성패가 아닌 허브리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열악한 사업에도 오히려 지금보다 좋은 조건에 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허브리츠 참여가 활발해지도록 국토부는 1단계로 허브리츠가 p-ABS 등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 자리츠에 출자하고 2단계로 주택도시기금과 FI가 허브리츠에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궁극적으로는 허브리츠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허브리츠가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게 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허브리츠의 영업인가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택지에 대한 뉴스테이 사업 2차 공모 대상이었던 동탄2신도시와 충북혁신 뉴스테이 사업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또 허브리츠의 자본금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부터 허브리츠가 회사채를 발행해 FI를 유치할 계획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위기의 현대그룹 영구채로 살길 모색

    위기의 현대그룹 영구채로 살길 모색

    현대상선이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단기 차입을 늘려 4500억원을 확보했다. 오는 12월 지급해야 하는 결제 대금, 선급용선료 약 1129억원을 포함해 6000억원대의 부채 상환액을 어느 정도 막고 갈 수 있는 규모다. 이번 자금 확보로 정부가 한진해운과의 강제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문은 물론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한다는 얘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이어 영구채(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자본 증권)를 발행해 스스로 숨통을 트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11일 현대아산 지분 일부 등을 판 단기차입금으로 산업은행으로 빌린 1986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이 성사된 뒤 갚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에 빌린 대출금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 67.58% 가운데 33.79%를 현대엘앤알 지분 49% 전부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모두 팔았다. 또 현대증권 주식 일부와 현대그룹 연수원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맡겨 1392억원을 빌렸다.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외부기관에서 2500억원을 빌렸다. 현대상선은 2011년 3574억원의 적자를 낸 이래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부채 비율은 2010년 말 240%에서 올 상반기 880%로 치솟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1조 433억원, 회사채가 1조 4768억원에 이른다. 각종 결제 대금과 선급용선료 등이 연체돼 있는 상태에서 현금 수혈 없이는 회사가 존립할 수 없다. 현대그룹은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을 묶어 팔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의 계약해제 통보로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돼 온 현대그룹의 자구 노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그룹은 자구책으로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가운데 벌크전용선부문을 분리한 자회사 현대벌크라인에서 영구전환 사채를 발행해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발상이다. 발행 규모는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여전이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쳐선 안 된다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10분기 누적 적자가 3200억원에 이른다. 2위인 현대상선도 누적 적자가 6700억원이 넘는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물동량이 많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두 회사가 자발적인 합병 권유를 거부하자 정부가 강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일단 ‘강제 빅딜설(說)’을 부인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운업을 비롯해 경영난에 시달리는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5대 업종의 업황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이달 중 만들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주도의 한계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돈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5대 업종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합병이나 과잉설비 매각, 대기업 간 교환 등 기업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 수조원의 적자가 쌓여 있는 조선업계 빅3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 깨졌다.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은 필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만 집중해야 살아남는다. 개별 기업의 재무조정만 하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산업구조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더 쉽지 않다. 어렵다고 구조조정을 미뤘다가는 좀비 기업의 연쇄 부도가 일어난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위기로 번져 화를 키울 수 있다. 관치 논란을 알면서도 정부가 최근 주도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다.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물론 더 바람직하다. 지난달 말 삼성과 롯데가 화학 계열사를 주고받는 빅딜을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구조조정은 더 늘어나야 한다. 기업이 위기 상황을 돌파할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제조업 성장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초저가 상품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장기 불황에 빠지기 직전의 일본과 판박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끌어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빚이 많은 기업이나 가계 모두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반도체 분야까지 뛰어들며 턱밑까지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의 저가 공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계 기업을 정리하고 기업 부채를 관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영학자 10명 중 7명이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앞으로 3년 안에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한국경영학회의 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을 잃은 산업 구조를 새로 짜는 등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 기업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모든 업종 확산

    기업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모든 업종 확산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국가 신용등급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의 잇따른 실적 악화와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은 모두 45개사(부도 1개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56개사, 한국기업평가는 42개사(부도 2개사)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장기간 업황 부진을 겪어 온 조선·해운·건설 업종에서 주로 등급이 내려갔으나 올해는 모든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하향 추세인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수출이 부진한 데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겹쳐 대기업의 신용평가 등급도 뚝뚝 떨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의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두산엔진 등이,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플랜텍·포스코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 강등됐다.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GS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 업체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 등급도 떨어졌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이도 안 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자연히 부실해지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최근 회사채 시장 상황도 심상찮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이달 6일까지 회사채는 6912억원 순상환됐다. 회사채 신규·차환 발행이 위축돼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보다 갚은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회사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추세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6년 전 칠성파와의 ‘그날’… 쇠락의 단초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6년 전 칠성파와의 ‘그날’… 쇠락의 단초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형님, 칠성파 아이들이 단체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뭔 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9년 11월 11일 오후 4시. ‘범서방파’ 두목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김태촌(당시 61세)이 출소하기 6일 전이었다. 범서방파 실세인 나모(당시 43세)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두목급인 정모씨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며 2000년 이후 고문 직책을 맡아 범서방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었다. “빨리 애들 대기시켜.” 나씨의 지시가 떨어지자 정씨를 비롯한 부두목급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긴급 소집된 200여명의 조직원이 강남구의 한 식당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이 타고 온 검은색 차량에는 30㎝ 길이의 회칼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등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같은 시간 강남 인근에서는 칠성파 조직원 80여명이 모여 범서방파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범서방파와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간에 전쟁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 대결로 범서방파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양측의 대치는 다음날 저녁까지 이어졌지만 ‘전쟁’ 직전 경찰이 출동하면서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양측의 상처는 컸다. 경찰은 이때부터 범서방파를 집중적으로 쫓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두목급 김모(48)씨를 비롯한 간부급 조직원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6년 만인 지난 10월 나씨가 범죄단체 구성 등 혐의로 검거되면서 범서방파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김태촌의 양아들로 알려진 김모(42)씨도 나씨보다 앞선 지난 4월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터였다. 조직의 자금줄인 해외 원정도박을 운영·알선하던 조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붙잡히면서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서방파 -칠성파 충돌 피한 후 경찰 타깃… 조직원 줄줄이 잡혀 범서방파의 전신은 전남 광산군(현 광주광역시 광산구) 서방면에서 이름을 딴 서방파다. 또 다른 폭력조직인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65)과 쌍벽을 이루며 80년대 주먹계를 평정했던 김태촌은 1975년 서방파의 행동대장을 시작으로 폭력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1977년 ‘번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종석(당시 34세)을 두목으로 하고 자신은 부두목을 맡으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 세력을 확장했다. 1989년 초여름 서방파의 행동대장 격인 정모씨가 회칼로 난자당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태촌은 정씨의 장례식에 조직원 150여명을 집결시켜 서방파의 위세를 과시했다. 이어 경기 파주시에서 300여명의 조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축복기도 대성회’라는 종교 행사를 가장한 옥외 집회를 열었다. 사실상 범서방파의 결성식이었다. 조직을 정비한 김태촌은 본격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세를 넓혀 가기 시작했다. 주로 서울 강남과 경기 일산 일대를 중심으로 유흥업소 운영 및 도박장 개장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범서방파 김태촌·양은이파 조양은 ‘쌍벽’… 80년대 주먹계 평정 범서방파는 조직 기여도와 나이 등을 고려해 서열을 정했다. 검찰은 이들의 서열을 ‘행동대장급→부두목급→수괴급→고문급’의 순으로 매긴다. 조직 내 예절과 행동강령은 엄격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범서방파 조직원들은 선배를 보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해야 한다. 선배와 대화할 때는 항상 ‘형님’에다 말끝에 ‘요’자를 붙이도록 했다. 선배 앞에서는 절대 담배를 물어서도 안 되고 언제 어디서건 전화를 바로 받아야 한다. 식사를 할 때도 나이 순서대로 일어서서 90도로 먼저 선배에게 인사한 뒤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다른 조직폭력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선배들이 인사를 시켜 주기 전에는 모른 척해야 하고 싸움이 붙었을 때 절대로 물러서면 안 된다. 신규 조직원들은 합숙 생활까지 하며 이런 예절 교육을 받았다. 단합을 강조하기 때문에 조직 ‘식구’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조폭들은 조직원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경조사 당사자 밑의 후배들은 전원 동원돼 손님을 영접한다. 평소 ‘줄빠따’ 등으로 조직원들의 ‘군기’를 잡아 배신과 이탈을 방지했다. ●행동강령 엄격·합숙 생활하며 예절 교육… 선배엔 90도 인사 범서방파를 말할 때 라이벌 양은이파를 빼놓을 수 없다.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과 김태촌의 숙명적인 만남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의 조폭계는 토착 세력인 ‘신상사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신상사파라는 이름은 두목인 신상현(83)이 육군 헌병대 상사 출신인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서울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이 집중되면서 호남 지역의 ‘젊은 피’들이 대거 상경해 신상사파와 맞붙게 됐다. 1975년 1월 당시 범호남파 계열 ‘오종철파’의 행동대장이던 조양은은 조직원 3명과 함께 신상사파 신년회가 열린 명동 사보이호텔 커피숍을 습격했다. 이 사건으로 신상사파는 서울 중심가를 범호남파에 내줬고, 조양은은 범호남파 실세로 부상했다. 이듬해 3월 번개파 행동대장이었던 김태촌은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후문 주차장에서 조양은의 보스 오종철(당시 27세)을 기습해 부상을 입혔다. 조양은과 김태촌은 이때부터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결국 1980년대 서울 지역은 양은이파와 범서방파, 뒤늦게 세력을 구축한 이동재(65)의 ‘OB파’까지 ‘3대 호남 조폭’이 분할 점령했다. 그러나 김태촌의 계속된 수감 생활로 범서방파의 세력은 점차 약화된다. 게다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0년대 기업형 조폭 변신… 2013년 김태촌 사망 후 흔들 범서방파는 2009년 김태촌 출소에 맞춰 ‘함평식구파’를 흡수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유흥업소와 대부업체 운영, 건물 유치권 분쟁 등에 뛰어들어 조직 자금을 마련하며 재기를 노렸다. 2000년대는 조폭들의 범죄 수법이 금융·기업사냥 영역으로 확장된 시기이기도 하다. 범서방파도 기업형 조폭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김태촌의 양아들 김씨는 거액의 사채를 끌어와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수법으로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사를 사들인 뒤 회사 돈 200억원을 빼돌리는 지능적 범죄를 저질렀다. 해외로 진출해 마카오,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손님들을 알선하며 거액의 돈을 챙기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김태촌이 사망하면서 범서방파는 또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태촌의 양아들 김씨와 후계자 나씨마저 올해 연이어 구속 기소됐다. 최근에는 해외 원정도박 일당도 대거 구속되면서 범서방파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 “평소 합법적 사업… 언제든 신종 불법 뛰어들 가능성” 그러나 조직의 ‘뿌리’까지 뽑히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검찰 등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조폭들이 평소에는 합법적인 자기 사업을 하다가 행사나 특정 시기에 집결했다가 다시 사업으로 돌아가는 등 ‘꼬투리’를 최대한 잡히지 않는 식으로 세력을 유지한다”며 “당분간 조직이 약화될 순 있어도 언제든 신종 불법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조폭 우두머리 모인 서울구치소 ‘골머리’

    서울구치소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던 조직폭력배의 두목과 후계자 등이 잇따라 수감되면서다. 4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는 이름난 조폭은 1970년대 김태촌의 ‘범서방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3대 조직으로 떠올랐던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65)과 김태촌의 양아들 김모(42)씨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김태촌의 후계자로 알려진 범서방파 고문 나모(49)씨, 최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원정도박 사건과 관련해 마카오 등에서 도박장을 개설·운영한 범서방파 계열 광주 ‘송정리파’ 조직원들까지 더해졌다. 2013년 가짜 선불금 보증서(속칭 ‘마이낑 서류’) 담보 대출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양은은 최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지만, 채무자를 협박·폭행한 사건으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백발의 모습으로 나와 “1심에서 재판다운 재판을 못 받았다”며 무죄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태촌의 양아들 김씨는 사채로 우량 벤처기업을 인수해 거액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과거 범서방파 행동대장으로 활동했다. 범서방파의 나씨는 2009년 11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범서방파와 칠성파의 흉기 대치극을 주도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태촌이 2013년 1월 사망한 이후 나씨가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구치소 측은 같은 시기에 주요 폭력조직원들이 대거 수감됨에 따라 우선 이들이 세력별로 뭉치거나 폭력사태 등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담 인력을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이 세력화하는 움직임이 보이거나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려 하면 분리하거나 다른 구치소로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1억 전셋집 살면 ‘OK’ 빚 빼면 재산 8000만원은 ‘NO’ 왜

    1억 전셋집 살면 ‘OK’ 빚 빼면 재산 8000만원은 ‘NO’ 왜

    #1 고등학생 아들딸을 둔 A씨는 1억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2년 전 간신히 월 100만원짜리 일자리를 구했다. A씨는 자신처럼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신청했다. 자신 앞으로 근로장려금 85만원, 아이들 앞으로 한 아이당 25만원씩 50만원이 나왔다. A씨는 “월수입 100만원인 내게 135만원은 큰 돈”이라며 “너무 좋아 직장 동료 B씨에게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2 A씨의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진 B씨는 부랴부랴 신청 서류를 준비해 관할 세무서를 찾았다. 그런데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B씨는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재산이라고는 6000만원 대출받아 장만한 1억 4000만원짜리 전셋집이 전부인데 왜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재산이 ‘1억 4000만원’을 넘어 안 된다고 했다. “빚을 빼면 실제 재산은 8000만원밖에 안 된다”고 사정했지만 세무서 직원은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근로·자녀장려금 제도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상식적으로 언뜻 이해되지 않는 모순이 생겨난 까닭은 ‘순자산’이 아닌 ‘재산’을 기준으로 한 현행 기준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가족이 갖고 있는 집과 땅, 자동차, 전세금, 금융재산, 현금 등 재산이 총 1억 4000만원 미만인 사람만 근로·자녀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재산에 빚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월급 100만원 받아 다달이 원리금 50만원을 갚는 근로자는 정작 혜택을 못 받고, 빚이 없어 상대적으로 덜 쪼들리는 근로자는 혜택을 받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성진 국세청 소득지원과장은 “이런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사정이 딱해도 현행 세법상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세법을 만든 기획재정부도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점은 시인한다. 하지만 지금의 행정력으로는 악용 사례를 막기 어려워 기준을 고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이용주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재산에서 빚을 빼주게 되면 개인 간의 사채도 인정해 줘야 하는데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장려금 신청 시점에) 은행에서 일시적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바로 되갚는 등의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려금 지급에 필요한 재산 심사는 1년에 한 번(6월 1일 기준)만 한다. 이 과장은 “(B씨처럼) 억울하게 혜택을 못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재산 요건을 올해부터 1억원 미만에서 1억 4000만원 미만으로 상향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녀장려금 제도 취지를 생각한다면 ‘사각지대’를 줄일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 제도의 근본 취지는 저소득층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악용 사례가 우려된다고 해서 현실과 따로 노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찌 보면 정부의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순자산으로 기준을 바꾸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사채는 예외로 한다거나 무작위 전수조사를 벌여 부당 수혜자의 지원금을 몰수하는 식이다. 우리나라가 제도를 본떠 온 미국만 해도 순자산 기준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임대료 수입과 배당금 등 모든 수입을 폭넓게 따져 재산을 산출하되 대출이자 등은 삭감한다. 예컨대 빚을 내 집을 산 뒤 이 집을 월세로 내줬다면 월세 소득에서 대출이자는 빼 준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갈 곳 잃은 투자자금… 파생상품 ‘E 4총사’에 답 있다

    갈 곳 잃은 투자자금… 파생상품 ‘E 4총사’에 답 있다

    낮아도 너무 낮은 은행 예금금리, 박스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불안한 증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부동산까지… 갈 곳 잃은 투자자금이 늘고 있다. 은행에 넣어놓기만 하면 이자가 이자를 낳던 시대, 부동산 불패의 시대에서 펀드 열풍을 거쳐 지금은 무수히 많은 금융투자상품 중 무엇을 얼마나 잘 고르느냐가 중요한 때가 됐다. 최근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이 아닌 파생상품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은 파생상품이지만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주식처럼 사고팔지만 거래세는 안 내고 대신 양도소득세를 낼 수도 있다.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면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할 수 있다. 이 ‘E 사총사’는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걸까. ELW는 일정 수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을 사고파는 것이다. 파생상품인 옵션처럼 적은 돈으로 몇 배의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살 수 있는 권리(콜)와 팔 수 있는 권리(풋)가 있어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대응할 수 있고, 만기도 있다. 콜 ELW라면 만기일에 사기로 한 가격(행사가)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이득이다. 반면 행사가가 기준가보다 높으면 권리 행사의 의미가 없어져 산 가격만큼 손해를 본다. 적은 돈으로 옵션 투자의 효과를 낼 수 있어 2010년에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그해 10월부터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의 호가 제한 등 규제를 가하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듬해 5월에는 기본예탁금(증거금)을 1500만원 이상 갖고 있어야 거래가 가능해져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현재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900억원가량, 1만개에 육박했던 종목 수는 2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ETF는 펀드와 주식의 혼합형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내면서 환매 요청 시 하루 이상 시차가 생기는 펀드와 달리 바로 팔 수 있다. 일반 펀드처럼 높은 운용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다. 국내주식형 ETF의 경우 매매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파생상품형·채권형·해외주식형 ETF 등은 수익이 나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연금이 ETF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ETF 시장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또 내년에 도입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ETF에 투자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과 합쳐 200만원까지는 비과세다. ETN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상품으로 ETF와 비슷하다. ETF처럼 정해진 기초지수에 연동돼 있지만 ETF와 달리 ‘채권’ 성격이 짙다. ETF는 기초자산에 10종목 이상을 담아야 하지만 ETN은 최소 5종목으로 구성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상품이 가능하다. 단, ETN은 증권사의 신용에 기반해 발행된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외부수탁기관에 자금을 맡기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신용등급이 큰 문제가 없다. 반면 ETN은 발행 증권사의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자본 1조원, 신용등급 AA- 이상인 9개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이 점에서 ELS도 비슷하다. ELS는 증권사가 며칠동안만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상품으로 정해진 시점에 환매할 수 있다.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보통 6개월마다 정해진 요건에 충족하면 환매된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인식되지만 특정 조건을 벗어나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해서 ELS보다 수익률은 낫지만 원금보장형 ELS인 파생결합사채(ELB)도 있다. 최근에는 종목에 기반한 ELS는 크게 줄고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에 기반한 ELS가 늘고 있다. 주식이 아니라 예금에 연동된 주식연계예금(ELD)도 있다. 은행이 증권사의 ELS를 본 따 만든 상품으로 ELS보다 안정성이 높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투자 원금 대비 가능한 이익의 규모 수준을 따져보면 ELS가 가장 낮고 ETF나 ETN이 중간, ELW가 가장 높아 투기적인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상품의 경우 유동성이 부족해 호가가 많이 벌어지면 손해를 보고 파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동성이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균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기초자산에 따라 상품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지므로 상품들의 기초자산이 어떤 건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 한도를 확인해 각자의 위험 성향에 맞는 상품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만 쳐다보고 있는 유럽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만 쳐다보고 있는 유럽

     “중국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드라이브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올들어 지속적으로 독일 분트(국채)를 매각해온 것이 ECB의 양적완화정책 시행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덕분이다. ● ECB 1조1000억 유료 규모 국채 매입 계획... 마땅한 국채 없어 고심 ECB는 지난 3월부터 월간 600억 유로(약 75조 34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를 보는 양적완화 정책를 시행 중이다. 내년 9월까지 모두 1조 1000억 유로 규모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대부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 국채이며, 부동산담보부 채권(MBS)·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일부 다른 채권들도 포함된다. 문제는 ECB가 매입해야 할 자산 가운데 독일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유통 물량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ECB의 양적완화의 하나로 월간 100억 유로 어치의 국채를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이 기본적으로 적은 데다 상당수 국채의 금리는 이미 ECB의 예치금리(-0.2%)를 밑돌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에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탈출 실패와 ECB의 연내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 등이 더해지면서 스위스, 프랑스 등 주요국 국채들의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분데스방크는 SAFE를 비롯해 잠재적으로 자국 국채를 매각해줄 상대를 찾아 나섰고 SAFE가 여기에 화답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환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압력에 직면한 SAFE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독일 국채를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ECB는 독일 국채 매입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중국의 분트 매도는 ECB의 양적완화를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이는 인민은행과 분데스방크 모두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 중국 위안화 안정화에 도움, 유로화 채권 매각에 긍정적 실제로 다음달 미국 금리인상이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 유로화 약세가 예상되고 있고 분트 금리 하락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인민은행의 입장에서는 유로화 표시 채권을 처분하는 것도 손해가 아니다. 지난 1년간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3% 하락했다. 특히 유동화가 쉬운 선진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가치 안정화 노력에도 도움이 된다. 인민은행이 최근 미 국채를 잇따라 내다팔면서 외환보유액을 쓰고 있는 것은 환율 안정의 측면이 크다. FT는 ECB가 성장둔화 우려에 맞서 다음달에 양적완화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AFE의 독일 국채 매각은 ECB가 신흥시장 경기둔화 위협에 대응하고 양적완화 공세 수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말 기준 3조 5141억 달러(약 3999조원)다. 지난해 6월 4조 달러를 육박했으나 15개월 만에 무려 5000억 달러나 쪼그라들었다.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자본유출이 일어난 탓이다. 지난 8월11일 깜짝 위안화 절하 이후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국채를 대거 내다판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 구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왕타오(王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1조 4000억 달러 정도는 미 국채이며 8000억 달러 정도는 유럽과 영국, 일본 국채다. 나머지는 공사채·회사채와 미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름값 못하는 ‘조선 빅3’

    이름값 못하는 ‘조선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실적이 ‘추풍낙엽’이다. 지난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하반기 반등도 예상됐지만 부실 규모가 워낙 크고 노사 갈등의 악재 등이 겹쳐 경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대중공업은 영업손실 6784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고,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 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감소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전년 동기 1조 9346억원에 비해 손실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매출은 10조 9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부문 반잠수식시추선 계약 취소에 따른 선 손실 반영, 유가하락 등 해양부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예상 손실 충당금 반영 등 구조조정 비용 증가가 영업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3분기 매출 2조 4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가 하락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1조 4372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 3조 751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에도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대우조선해양이 당초 채권단에서 받기로 했던 4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늦어질 경우 당장 11월부터 회사채와 인건비 등 자금흐름 경색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의 올해 총적자 규모가 최대 7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채권단에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우조선 사태가 고비를 넘기게 됐다. 대우조선 노조 현시한 위원장은 이날 밤 긴급발표문을 통해 “노조는 노사확약서 제출 관련 노조간부 동지들의 의견과 조합원 동지들의 의견, 대·내외적인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심사숙고해 상집회의를 통해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재력가 행세하며 다이아몬드 반지 빼돌린 50대 여성 실형

     자신이 재력가인 양 속여 다이아몬드 반지 등 약 5억원의 귀금속을 빼돌린 5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57·여)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배상신청인에게 4억 89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액 합계가 5억원이 넘고 사기 수법이나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범행으로 취득한 귀금속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기존의 대출금을 갚고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금 중 5700만원 정도만 변제됐을 뿐 나머지 대부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이씨는 선고를 앞두고 도주했고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희망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귀금속가게에서 주인을 속여 시가 7500만원 상당의 물방울 다이아몬드 반지 등 5억 4600만원 상당의 귀금속 15개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강남에서 성형외과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외상으로 주면 3개월 내에 대금을 지불해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는 실제로는 성형외과가 아닌 피부샵을 운영하고 사채 등으로 3억여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4조원 실탄 보유’ 유암코 좀비기업 구조조정 한다

    4조원 상당의 재원을 확보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다음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당국이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유암코는 좀비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최대 28조원어치 사들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유암코와 유암코 출자은행들(신한·KEB하나·기업·국민·우리·농협·산업·수출입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유암코 출자은행들은 1조 2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2조원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 기존 자본과 보유 회사채 등을 합해 총 4조 2000억원의 ‘실탄’이 수혈된 셈이다. 유암코는 다음달 중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구조조정 대상을 물색, 선정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PEF에는 유암코가 단독 또는 민간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한다. GP는 부실기업의 채권·주식 등을 사들인 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 재편, 비용 감축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기업의 핵심자산을 팔거나 청산·파산시킨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PEF의 자본 규모는 8조 4000억~14조원이 될 전망이다. 이 PEF가 구조조정 채권·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사들이면 총 12조~28조원 규모의 채권·주식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조조정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우선 소규모 기업 구조조정부터 시작해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업종별·산업별 구조조정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법원 “부인은 남편의 내연녀에게 받은 돈 갚을 의무 없어”

     내연녀에게 받은 돈을 부부 공동생활 목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부인까지 함께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이현복 판사는 “유부남 B씨가 A씨에게 빌린 4000만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B씨의 부인 C씨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2012년 1월 B씨는 내연녀 A씨로부터 4000만원을 빌렸고, 이를 새로 이사할 집의 계약금과 보증금으로 사용했다.  법원은 “B씨가 부인인 C씨를 대리해 A씨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상가사대리에 의한 대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빌린 돈이 부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택 보증금에 쓰여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한다 해도 부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 832조의 일상가사채무 연대책임은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해 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부부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은 “C씨는 A씨와 남편 B씨의 내연관계를 모른 상태에서 대여금 중 일부가 포함된 돈을 주택 임차보증금으로 사용했다”며 “A씨는 사회통념상 내연남에게 돈을 빌려준 상황에서 C씨가 일상가사채무를 공동으로 갚을 것을 기대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상가사채무가 인정되더라도 다른 배우자까지 함께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점을 밝힌 첫 사례인 만큼 당사자간 다툼이 이어질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분식회계 무죄” 강덕수 前회장 석방

    “분식회계 무죄” 강덕수 前회장 석방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65) 전 STX 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14일 “1심에서 유죄로 본 회계 분식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며 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8년쯤 STX조선해양의 과도한 환헤지의 경과에 비춰 보면 강 전 회장이 회계 분식에 공모했다는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에 대해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회사의 존망이 걸린 문제에 대해 강 전 회장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2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와 2조 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9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1조 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다. 강 전 회장에 대한 석방 판결이 나오자 대법정의 150석을 가득 메운 전 STX 그룹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일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STX 그룹 재건에 나서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 전 회장은 STX 그룹 계열사 임직원 4000여명이 자신을 위해 모은 성금 7000여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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