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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우리에게 별일이란/백가흠 소설가

    [문화마당] 우리에게 별일이란/백가흠 소설가

    몇 년 전 파리 여행을 한 적이 있다. 5주 동안 허름한 아파트를 빌려 살았다. 낯선 도시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때는 겨울이었는데, 우리의 겨울과는 좀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다. 영하의 기온도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뼛속까지 추위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계속됐다. 아침에 산책을 나가선 해질 무렵까지 걷곤 했다. 5주 동안의 무료했던 나날 중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다. 불어를 전혀 모르니 TV 볼 일이 없었는데, 그날은 사람 목소리라도 들어볼 양으로 아침부터 TV를 켜 놓았다.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뉴스가 반복되고 있었는데,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무슨 사고가 난 모양으로, 구급차가 바쁘게 움직이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장면이 뉴스에 반복적으로 나왔다. 테러가 난 것은 아닐까, 인질극이 벌어진 것일까, 상상력은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하루를 참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는 사람이라곤 아파트를 빌려준 집주인뿐이었으므로. 집주인이 뉴스 내용을 말해줬다. 음주운전 사고가 났는데, 안타깝게도 어린아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 아,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별일 아니겠죠? 집주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래,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별일이 진행 중인 나라가 분명하다. 미국에 사는 한 친구와 한동안 같이 지낸 적이 있다. 어느 날 내게 무슨 일이 난 것이냐고 물었다. 우리의 뉴스를 보며 내가 겪었던 비슷한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내용을 말해줬더니, 그가 말했던가, 한국은 정말 다이내믹한 나라 같다고. 오늘의 뉴스를 보면 이렇다. 원세훈 국장을 비롯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가 하면, 서울대생들은 이와 관련해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한다.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은 네 차례나 소환에 불응하여 경찰은 결국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물리치며 국민적 관심을 차지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박지성의 열애설. 오늘 아침은 왠지 박지성이 어떤 희생의 도구로만 느껴지는 참이니, 지난 정권에서 주로 써먹던 물타기 권법의 공격이 도래할 것 같은 예감은 필자의 오버인가. 무엇보다도 주말에 일어난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 하나가 언론의 동업자적인 정신으로 묻히고 있으니, 모 중앙일간지 사측이 용역을 동원하여 편집국을 탈취한 사건이 그것이다. 사측은 기자 130여명을 퇴사처리하고 편집국을 몇몇이 장악하여 문을 걸어잠근 채 신문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기자 없이 신문이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함은 물론 대부분의 기사를 연합뉴스에서 받아다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동업자 정신이라 함은 기자들의 동료애인 줄 알았겠으나, 언론사 사주들의 동업자 정신이 맘껏 발휘된 사건이라 하겠다. 이 와중에 한 보수논객은 언론사 사주와 동업자 정신을 발휘, 자기에게 맡겨주면 3년 내 1등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신문사를 장사꾼 마인드로 바라보는 몰상식의 극치인 셈이다. 사측에 맞선 기자들의 외로운 싸움이 승리하길 기원한다. 필자도 기자들을 지지하며 그 신문에 기고하던 칼럼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별일이 정말 별일이 되는 사회는 정말, 우리의 미래엔 없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신문 가득 묻어나는 아침, 별일도 아니라면 별일도 아닌 아침이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발아래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소(沼)가 기다리고 있어서 실족하면 그대로 강물 속으로 떨어져 소금은 잃어버리고 물먹은 섬거적만 남기 일쑤였다. 지난 몇 해 동안 그 벼룻길에서 굴러떨어져 열명길에 오른 차인꾼도 두 명이나 되었다. 지난겨울에는 강이 얼어 있었으므로 등빙해서 곧장 곧은재로 들어섰지만, 지금은 해토가 되어 나룻배로 건너야 했다. 분천을 건너면 바로 멧재를 넘어 내성 경내로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곧장 검은돌 마을 주막거리와 만나게 된다. 운수가 좋다면, 검은돌 주막거리에서는 오동나무골 약수터 자리를 거쳐 기다리고 있는 강원도 태백이나 영월 행상들과 만나 소금짐을 줄일 수도 있다. 검은돌 마을에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보부상들이 발견한 오동나무골 약수터를 거쳐 태백으로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십리 상거에 있는 내성장 가는 길, 그다음이 곧은재를 넘어 울진의 염전이나 부흥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깊은 계곡에도 잎이 나기 시작하는 4월 하순이라지만, 그동안 비가 푸짐하게 내린 적이 없어 강물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 그러나 나귀를 몰고 대중없이 물길을 건너다가 꾀 많은 나귀들이 물에 풀썩 주저앉기라도 한다면 소금장수 볼장 다 본다는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분천에 당도하면 일행은 등짐을 내려 나귀와 같이 거룻배를 탄다. 사공막에는 세 사람의 사공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오십이 넘은 노인네였고, 나머지 두 사람 삼십대와 이십대의 장정이었다. 소금 상단과는 안면을 트고 지낸 지가 오래여서 지금은 서로 형님 아우로 허교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들 사공에게서 앞서 강을 건너간 길세만의 소식을 들었다. 염탐꾼으로 발행시킨 날짜를 따져보니 이틀 정도 늦게 강을 건넌 것이었다. 그러나 정한조는 소임을 소홀히 한 길세만의 일탈을 사공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반수 권재만이 들려준 이야기를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 말 중에는 장사 때문에 큰돈을 지니고 있을 때는 먼저 안전부터 생각하라. 될 수 있는 한 등짐의 부피를 줄이고 걸음을 재촉하여 신지*에 빨리 도착하라. 장삿길을 나설 적에는 집안의 신실한 아내라 할지라도 행선지를 알려선 안 된다. 집에서 한 걸음만 나오면 귀신같이 신속히 이동하고, 거룻배를 탈 적에는 자신이 장사꾼이란 것을 사공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육로로 갈 경우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하지 말고 무거워 보이는 자루나 상자를 지니지 말라. 배를 타거나 말을 타고 갈 때, 뱃사공이나 마부에게 짐을 맡기지 말라. 아침에 일찍 발행하고, 아직 해가 훤할 때 숙박할 사처를 정하고, 어두워지면 마차나 배 타는 것을 경계하라. 만에 하나 길거리에서 호객하며 아양 떠는 계집 사람이 있더라도 거들떠보지 말 것이며, 우연히 길바닥에서 만난 동업자를 경계하라. 결코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동업자의 안색과 언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크고 작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숙소에서 잠을 청할 때 속옷 벗는 것을 경계하라.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옷을 갈아입을 때, 밥을 먹을 때도 사주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때 정한조가 물었다. “어째서 집을 나설 적에 내자에게 행선지를 발설하지 말라는 것입니까?” “두 가지 때문이겠지. 한 가지는 남편의 행선지를 알면 음탕한 내자가 내왕 행보의 짧고 긴 것을 가늠하여 외간 남자와 부정한 짓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아녀자들이란 입이 가벼워 외간의 행선지를 함부로 말하고 쏘다니면 필경 장삿길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나.” *신지:목적지
  •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한국일보의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주의 배임 의혹과 인사권 갈등으로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가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16일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측 인사 15명이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편집국에 진입해 일하던 기자 2명을 내보내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5명 정도의 외부 용역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당시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뒤 서명을 거부하는 기자들을 내보냈다. 이어 15층 편집국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편집국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3대와 비상계단도 폐쇄했다. 또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 시스템인 기사 집배신을 폐쇄하고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도 모두 삭제했다. 일부 기자들은 편집국에 들어가려 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실패했다. 건물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 1개 중대가 대기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공식 발표문에서 “편집국 출입 제한은 신문 정상 제작을 위한 적법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사주의 200억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따른 기자들의 반발로 비롯된 한국일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7일자 신문 제작이 파행을 빚으면서 신문 사설을 경제지 등 자매지의 사설 등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문 발행 부수를 17일자부터 3만부, 7월 1일부터 1만부 등 모두 4만부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던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편집국 봉쇄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칼럼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이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 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인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벼랑끝 저널리즘/문소영 논설위원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 1787년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의 자유를 옹호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려 할 때마다 금과옥조처럼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제퍼슨은 1800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입장을 바꿨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읽는 사람보다 진실에 가깝다”라는 발언으로 언론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고, 더 심한 말도 했다. “대통령에 관해 신문에 실린 내용은 아무것도 사실이 없다. 기자들 손 좀 봐야겠다.” 신문·잡지·TV·라디오 등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한 기사나 그에 대한 활동을 우리는 저널리즘(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저널리즘의 라틴어 어원인 지우르나(Jiurna)가 종이에 쓴 일기나 기록을 말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당초 저널리즘은 종이 기록에 국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뉴미디어가 나오면 모두 저널리즘 범주로 포괄됐다. 라디오, TV, 케이블 TV는 물론 1990년 후반에 등장한 인터넷신문도 ‘인터넷 저널리즘’으로 통한다. 최근엔 네이버·다음 등 포털들이 ‘포털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원조인 종이신문은 뉴미디어에 압도된 상황이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속도와 정도가 좀 심하다. 전통미디어임을 강조하지만 올드미디어(Old media)라는 이름처럼 늙은 종이호랑이가 된 게 아닌가 싶다. 2012년 기준으로 포털에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93%, 더 이상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59.1%나 된다. 신문 정기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12년 24.7%로 가파르게 추락했다. 열독률은 2002년 82.1%에서 2012년 40.9%로 반토막 났다. 인터넷 포털과 치열하게 경쟁해 활로를 찾아야 할 종이신문 입장에선 더 이상의 최악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악재가 또 터졌다. 최근 배임 혐의를 받는 모 신문사 사주가 기자들을 해고하고 편집국을 폐쇄했다.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정 회사의 노사 갈등이라고 치부하기엔 언론 전체가 입을 피해가 너무 커 보인다. 정론직필해야 할 기자들에게 회사의 꼭두각시가 되겠다는 서명을 요구했다하니, 언론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자본권력에도 성가신 존재인 모양이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는 불편한 존재가 빛을 발할 때 국민의 알 권리는 보장된다. 저널리스트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나라에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4부로서의 언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굶은 들개처럼 달려들어 방자고기를 물어뜯는 이빨이 뼛속까지 내리박힐 듯 지악스러웠다. 육고기 굽는 냄새가 오장육부를 뒤집어놓을 듯했지만, 고기를 굽던 당사자들은 꿀꺽꿀꺽 고기를 삼키는 산적들의 입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중에 한 놈이 난데없이 꺼억 하고 트림을 내쏟고 나서 물었다. “네놈들 보아하니, 끽해야 행랑것이나 약초꾼 주제가 분명한데…. 잡지 못하도록 금령이 내려진 방자고기는 어디서 난 것이냐?” “벼랑길로 몰리던 산양이 실족하여 일어나지 못하길래 고기나 먹자 하고 덮쳐 잡았소.” “산양이 실족을 해? 평생을 두고 된비알 타기로만 살아가는 산양이 실족을 해? 잔나비가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얘기 같은 난생처음 듣는 소리인걸…. 설마 고기에 비상을 넣진 않았겠지?” “비상을 넣고 싶어도 없어서 못 넣었다오.” “이놈 봐라, 쓸까스르는 품이 제법인걸…. 말대꾸가 기탄 없는 것은 굽던 육고기를 가로채이고 나서 쓸개가 뒤틀렸단 얘기겄다?” “억울하다뿐이겠소. 댁들에게 칼부림이라도 하고 싶소.” “칼 가졌으면 어디 한번 휘둘러봐.” “칼이 없는 게 여한이오.” “이놈이 시방 어디다 대고 악증이냐.” 대거리하던 놈이 갑자기 눈을 홉뜨고 행중을 노려보던 바로 그때였다. 화톳불 근처의 바위를 엄폐물 삼아 매복하고 있던 행중 넷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였더니, 순식간에 화톳불 가를 내리덮쳤다. 한 사람은 마주 일어서는 놈을 딴죽 걸어 넘어뜨리고 박이 터져라 몽둥이질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앞으로 엎어져서 신음하는 놈의 정수리를 절구질하듯 내리찍었다. 혹은 멱살을 날렵하게 뒤틀어 잡고 앙가슴 내질러 자빠뜨리고 난 뒤 발로 뱃구레를 눌러 꼼짝 못 하게 잡도리하였다. 화톳불 가에 앉았던 일행은 북새통이 일어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이글이글 타는 불당그래를 집어들어 놈들의 쇄골에 사정두지 않고 곤두박았다. 살점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육고기 타는 냄새와 어울려 계곡에 진동하였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놈을 제압하고 말았다. 혼비백산하여 불난 강변에 소 날뛰듯 하는 산적들을 한데 꿇리고 난 다음 모두 윗도리를 벗겨 뒷결박하였다. 기습해서 산적 여섯을 아갈잡이하거나 뒷결박까지 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산적들 역시 허리에 감춰둔 예도(銳刀)와 요도(腰刀) 따위들이 있었으나 전광석화 같았던 기습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당한 것이었다. 육고기 굽는 냄새에 현혹되어 사주경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산적 여섯의 신색은 동지섣달 얼어붙은 달빛같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게다가 윗도리의 배자하며 저고리까지 벗겨 육단(肉袒)까지 시켰으니 아래 윗니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릴 지경이었다. 산적들이 단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곱다시 당하고 만 것은 바로 그들 앞에 피워둔 화톳불 때문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불땀 좋게 피워둔 화톳불이 이글거렸고, 뒤로 튀자니 몽둥이와 이글거리는 불당그래와 칼이 내리꽂혔다.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부수(?囚) 신세가 된 산적들의 행색을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처음 마주쳤을 때와는 달리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 이란 “시리아 정부 지원군 4000명 긴급 파병”

    이란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을 돕기 위해 병력 4000명을 긴급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정부군에 대공 미사일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내전이 무슬림 종파 간의 복잡한 갈등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란이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 전에 이미 4000명 규모의 이란 혁명군을 시리아에 보내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최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합류해 북부 알레포 등 반군의 주요 거점을 공격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맞서 같은 이슬람 수니파인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는 사우디는 반군에 유럽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과 이동식 방공시스템을 보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AFP 통신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지대공 미사일은 저공 비행기를 타격할 수 있으며 1980년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무자히딘’(이슬람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구 소련군에 맞서 사용했던 무기다. 지난 2년간 계속된 시리아 내전에서는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아파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의 대결로 9만여명이 희생됐다. 인디펜던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 불개입 원칙을 깨면서 미국은 이제 중동에서 가장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주의들의 편에 서서 내전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초유 사태 …비대위 “언론자유 훼손”반발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초유 사태 …비대위 “언론자유 훼손”반발

    한국일보의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주의 배임 의혹과 인사권 갈등으로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가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16일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측 인사 15명이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편집국에 진입해 일하던 기자 2명을 내보내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5명 정도의 외부 용역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당시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뒤 서명을 거부하는 기자들을 내보냈다. 이어 15층 편집국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편집국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3대와 비상계단도 폐쇄했다. 또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기사 집배신을 폐쇄하고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도 모두 삭제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공식 발표문에서 “편집국 출입 제한은 신문 정상 제작을 위한 적법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이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 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인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광장] 공직사회도 고통분담 동참해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직사회도 고통분담 동참해야/오승호 논설위원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지난 1998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홍보실에 인원 감축 지침이 내려왔다. 직원 64명을 절반인 32명으로 줄이라는 내용이었다. 홍보실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겼다. 홍보실 외에 구매부, 자재부 등 지원업무 부서들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당시 홍보실 출신의 한 지인은 “그때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1999년부터 2000년 벤처붐이 불었을 때, 이 회사 출신들이 벤처기업을 많이 창업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인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연말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 인력 유출을 막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기업들은 상여금 삭감, 중복사업 통폐합을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위기의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도 조직 혁신 등을 부단히 하지 않으면 단기간 내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공직 사회는 어떤가. 부실 덩어리 공기업들도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 임금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공무원들은 민간에 이래라저래라 간섭만 한다. 노사정 일자리 협약의 시행이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노사의 비용과 고통 분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 삭감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현재 민간 기업의 정년은 평균 57세이지만, 퇴사하는 나이는 평균 53세다.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떠나는 비율은 10% 정도다. 이런 관행이 이어지면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도 10명 중 9명은 56세에는 회사를 나가야 한다. 공무원들은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확실히 누릴 이들은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갑(甲)들이다. 공무원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여간해서는 봉급이 깎이지 않는다. 2011년에는 5.1%, 지난해에는 3.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올해엔 2.8% 인상됐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공무원 봉급은 3년 연속 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미국 공무원들은 연방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으로 무급 휴가를 가고 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S&P는 며칠 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시퀘스터로 정부 지출을 줄인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발생 1년 전인 1996년에는 경제 주체별로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벌였다. 일본 엔저(低) 현상의 장기화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가계의 절약운동, 정부 조직의 생산성 높이기 등을 추진했다. 비록 이듬해 외환위기가 발생했지만, 경제 주체들의 허리띠 졸라 매기는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 1998년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기도 했다. 청년층이나 중장년층의 일자리 만들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요직 장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비리도 공무원이나 공기업 출신들이 원전부품인증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원전 마피아’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2009년에는 공직사회가 고통 분담을 선도해 주목을 받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 나누기를 합의한 노·사·민·정 대타협을 한 뒤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급여의 일정 비율을 반납해 소외계층 지원과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섰다. 중앙 부처들도 동참했다. 일본도 동일본대지진 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 2011년 공무원 월급을 삭감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세비도 줄였다. 노사정 협약이 지난달 체결됐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노사정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대기업 사주나 노조의 양보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osh@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리포트(KBS1 밤 7시 30분) 우리나라 3대 육류 중,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돼지고기. 많은 부위 중 삼겹살은 한국인의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중화된 음식인 만큼 궁금한 점도 많은 소비자들. 최근 가격이 부담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판매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 봤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10분) 결혼 전에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지극정성이었던 준호. 그러나 결혼 후에는 태도가 돌변해 전업주부 시은을 하녀처럼 부려 먹는다. 거기다 시댁식구들은 신혼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결국 시은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을 하고 만다. ■나 혼자 산다(MBC 밤 11시 25분 언뜻 혼자만을 위해 사는 것 같지만 늘 가족을 그리며 사는 ‘혼자남’들. 가족을 위한 그들의 색다른 노력이 펼쳐진다. 한편 드라마 ‘구가의서’ 종영에 맞춰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성재는 1년 만에 가족들과의 만남을 오매불망 기대한다. 그리고 ‘딸 바보’ 성재는 오랜만에 만날 딸들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5시 35분) 호시탐탐 집 나갈 궁리만 하는 4살 영남이는 집 밖으로 나갔다 하면, 온 동네를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당장 사야 직성이 풀리고, 안 사주면 떼쓰고 우는 건 기본이다. 그 뿐 아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영남이 때문에 잃어버릴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3억 5000만명에 달한다. 우울증과 함께 매년 늘어가는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 겪는 특별한 병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우울감과 불안감 정도로 생각하며 쉽게 지나치고 있는데…. ■홀리데이(OBS 밤 11시 5분) 1988년 10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끝마치고 세계 4위라는 감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그때.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지강혁과 죄수들이 호송차에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권총 1정과 실탄을 빼앗아 무장탈주에 성공한 강혁 일당은 서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 [사설] 통일시대 겨냥한 전작권 전환 이뤄지길

    한·미 군 당국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 이양과 관련해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같은 규모의 연합전구사령부로 대체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연합전구사령부의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유사시 한국 사령관이 미군을 지휘하는 작전지휘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한다. 연말까지 세부적인 보안을 거쳐 구체화할 이 방안은 그동안 전작권 이양에 따른 안보 공백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 줄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별도의 사령부를 둬 한국군이 전시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군사 운용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요구되는 전시 상황에서 한·미 연합전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림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초 합의했던 전환 시점을 2012년 12월에서 2015년 12월로 3년 늦춘 것이나, 아예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잠정 합의는 군사 주권의 회복이라는 명분과 대북 억지력 유지라는 실리가 조화를 이루는 대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합의가 2015년 현실화된다면 6·25전쟁 발발 20일 만인 1950년 7월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하면서 출발한 한·미 연합전력은 1978년 11월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 한미연합사 이양, 1994년 12월 한미연합사 평시작전통제권 한국 이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을 65년 만에 오롯이 되찾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사주권의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보 공백의 불용(不容)이며, 한반도 통일시대의 안보 틀을 갖춰나가는 일일 것이다. 당장 북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제압할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북통일 과정에서 빚어질 동북아 안보 혼란을 슬기롭게 헤쳐갈 역량을 갖춰야 하고, 이후 통일한국의 안보 기반을 튼튼히 닦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스스로 이기는 국방력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정부와 군 당국의 분발을 당부한다.
  •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가천대 길병원은 얼마 전 지역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들과 나란히 2013년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가천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교수진이 참여해 ‘식욕억제물질’을 처음 발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가천대 길병원·뇌융합과학원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24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중 세 명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네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1 정도였음에도 이길여 회장의 노력으로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형편이 넉넉지 못한 네 쌍둥이 부모에게서는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내 줄테니 연락을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네 쌍둥이 자매는 현재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의 여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일생을 상·하로 나눠 2주에 걸쳐 싣는다. 만약 당신이 자식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물려줄 수 있다면 무엇을 줄 것인가. ‘뜨거운 열정’을 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열정 온도는 몇도나 되는가. 잘 모르겠다면 이런 시 한편 감상해보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절망을 극복하고 닦아낸 새 희망의 길을 노래한, 시인 정호승의 ‘봄길’이다. 그 희망의 길은 어떻게 닦아야 할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흔들리지 않는 집념과 6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정열. 그렇게 그 길을 만들어냈다. 그랬다. 한 여자의 일생에서 ‘열정의 수은주’는 한번도 눈금이 변한 적이 없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나온 걸음걸음이 모두 범상치 않은 흔적으로 남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보증금 없는 병원, 최초 진료카드 시스템 도입, 여성의사 최초 의료법인 설립, 국내 최초 해외 교육원 개관 등 ‘최초’와 ‘최고’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들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건국 이후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라는 평가다. 2011년 경원대, 경원전문대, 가천의대 등을 ‘가천대’로 통합시킨도 것도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선정 ‘2012년 세계의 위대한 여성 150인’에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가천길재단을 진두지휘하는 이길여 회장이다. 가천길재단은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가천문화재단, 신명여자고등학교, 새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 미추홀 청소년 봉사단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장을 가리켜 어떤 사람이냐고 새삼 물어본다면 답으로 압축할 수 있는 키워드가 몇 있다. 첫번째가 결코 식지 않는 ‘열정’이고, 두번째는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이며, 세번째는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담긴 ‘숟가락’이다. 또한 남들보다 항상 앞서 나가는 ‘개척정신’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때마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장은 하얀 체육복 차림에 학생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달리기 신호를 보내는 등 여념이 없다. 젊은 학생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학생들도 그런 이 회장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화합을 다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잠시 후 이 대학 총장실에서 마주앉았다. 요새는 어떤 일로 바쁜지 먼저 물었다. “올해는 매력, 담력, 실력 등 세 가지를 키우려고 합니다. 가천대학과 길병원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학교통합에 따른 커리큘럼 정리와 구조조정,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을 향한 커리큘럼을 새로 짜는 일로 바쁘지요. 특히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꼭 55년째이다. 소감을 묻자 주저없이 자신만큼 많은 환자를 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죽어가는 사람도 많이 살렸다고 술회한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참된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위기를 겪게 마련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삶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위기 때마다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맞서 왔습니다. 모험과 도전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위기를 즐기며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것 같아요.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강할수록 힘차게 돌아가거든요. 길병원 로비에 큰 바람개비를 설치한 것도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린 시절 수수깡 속을 빼고 막대에 끼워 돌리는 바람개비 놀이를 많이 했다. 이때마다 그는 항상 1등을 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빨리 돌고 바람이 부는쪽으로 달리면 잘 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는 가만히 있으면 돌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앞으로 달려나가 바람을 일으켜야 돌아간다는 원리를 터득했던 것. 바람을 만들고 바람에 부딪히며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이 회장이 살아온 삶이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때면 항상 이 같은 바람개비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도 가천대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명문대로 키우기 위해 맞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북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한학에 밝았고 아버지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길여(吉女)는 딸만 둘을 낳아 시어머니 눈밖에 난 어머니를 위로하는 뜻에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 덕분인지 그에겐 늘 행운이 따랐고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로 만들 수 있었고 한눈팔지 않는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다. 그가 가는 곳은 길(Way)이 됐고 좋은(吉)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의사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주 행복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유승국 박사가 지어준 그의 호 가천(嘉泉) 또한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고 보면 그의 팔자 자체가 천생 행복한 의사가 아닐까 싶다. 또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밥과 반찬은 온데간데없고 놋숟가락만 가득 담긴 광주리에 대한 태몽 얘기를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한테 자주 구박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러한 각오로 급장이 됐고 이후 한 가지 목표를 세우면 기필코 그것을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근성이 생겨났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1등 성적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무렵이다. “우리 시골집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어요. 주인 없이 길에 돌아다니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눈이 다치거나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동물들이었죠. 이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또 포대기로 강아지를 업고 다닌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죽으면 뒷산에 묻고는 한동안 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의사놀이를 한 셈이다. 또 장티푸스에 감염된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는 모습을 보고 의사에게 필요한 두 가지 감정, 즉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죽음에 대한 철저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의사가 되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한 것은 1948년 35세의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리여고에 진학한 그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고 1951년 전쟁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도, 밤하늘의 뜬 달을 보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모든 가능성은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고 전북 군산으로 내려가 세계평화봉사단에서 의료봉사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거기서 영국인 의사 골든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골든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얼마 후 골든은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수련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소개해줘 군산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적십자병원에서의 과정을 마칠 무렵 인천에서 개원한 친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동인천역 앞 허름한 2층짜리 적산가옥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원안위, 원전 납품·용역 업체까지 직접 규제 추진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비리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용사인 한국수력원자력뿐 아니라 납품업체와 시험·검사 등 용역업체까지 모두 규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검사 주기 단축과 규제 인력 확대 등 감시체제도 대폭 강화된다. 원안위 관계자는 2일 “현재 한수원에 맡겨진 납품 업체 관리와 시험·검사 등을 원안위가 직접 관할할 수 있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은 원전 운영 및 각종 부품 검증, 성능 검사 등은 운용사인 한수원이 맡고 규제기관은 한수원 운영의 제반적인 상황만 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수원의 협력업체나 납품업체가 비리를 저지르거나 성능 검사를 부실하게 해도 정부가 이 업체들에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법적 조치를 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원안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시험성적서 조작 등 원전 부품 관련 비리의 경우, 한수원이 업무방해 등으로 관련자를 고발할 수는 있어도 업체를 처벌하는 등 정부가 직접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을 개정, 안전규제 대상 범위를 납품업체·시험기관·품질보증 기관 등 원자력 관련 업체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안전규제 대상이 법령을 위반할 경우 정부사업 참여 금지 등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전 검사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원자로 1기당 검사인력을 50명으로 확대하는 등 원전관리시스템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통신사업자는 조연으로 변신해야/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통신사업자는 조연으로 변신해야/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거리에 가면 이동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운영하는 플래그십 매장이 있다. 이 매장 안에 들어가면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로고보다는 파트너 회사인 애플이나 디즈니의 로고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온다. 애플의 아이폰을 도입하여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했고 디즈니 모바일과 함께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전략이 매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사주인 손정의는 2006년에 경영난에 빠진 보다폰 재팬을 인수하여 소프트뱅크 모바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동통신사업자의 전통적인 위상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파트너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제휴전략을 추진한 결과, 규모로는 NTT 도코모와 KDDI에 이어 제3위이지만 가입자 순증에서는 5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내실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의 매장이나 대리점에 가면 오로지 통신사업자의 로고나 브랜드만 보이며 주요 파트너의 흔적은 없다. 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려고 통신사업자가 탈(脫) 통신을 외치고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도모한다는 뉴스는 보도되지만 정작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내수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통신사업자가 국외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통신사업의 특성상 통신사업자들이 갑자기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통신사업자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통신사업자가 위기에 빠지거나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은 쉽게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주인공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통신사업자들은 주연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조연의 역할을 수용해야 한다. 과거 통신산업의 가치사슬에서 통신사업자들은 가치의 흐름을 조절하는 관문 역할을 하면서 지배자로 군림했지만 이제부터는 생태계의 키스톤 기업들을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때로는 소프트뱅크 모바일처럼 제휴 파트너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통신사업자는 늘 ‘갑’이었으나 앞으로는 ‘을’, 경우에 따라서는 ‘병’이나 ‘정’도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통신이 융합하는 스마트카, 의료에 통신이 적용되는 원격 의료, 금융과 이동통신이 만나는 모바일 결제 등의 산업 간 융합도 통신사업자가 조연의 역할을 수용할 때 진도가 더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조연인 주제에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용납되기 어렵듯이, 통신사업자들은 자신의 방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존은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IPTV의 성과가 저조하자 IPTV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에 DVD 자동판매기를 운영하는 회사인 레드박스와 합작으로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의 비디오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즉, 과거에는 통신사업자가 폐쇄적인 정원(Walled garden)과 같은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였지만, 이제는 개방적으로 다른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 통신사업자들은 통신 네트워크 사용료를 징수하는 ‘파이프’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가입자가 지불하는 통신요금을 늘리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제휴 파트너들이 교육비나 문화비 등의 개념으로 수익을 늘리는 것을 돕고 그 수익을 일부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한다. 소프트뱅크는 최근에 미국의 제3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함으로써 가입자 규모 면에서 세계 3위의 통신사업자로 부상하였다. 조연 역할에 충실할 때 큰 배우로 성장할 기회가 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초과이익 그리고 시장의 주도권 행사라는 과거의 기억들을 깨끗이 지워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주연들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으로 재빨리 변신해야 한다. 과거의 주연배우는 죽지는 않겠지만, 무대의 중심에서 사라져 버릴 수는 있기 때문이다.
  • [김문이 만난 사람] 가출 소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꿈 전도사로 거듭난 32세 스타 강사 김수영

    [김문이 만난 사람] 가출 소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꿈 전도사로 거듭난 32세 스타 강사 김수영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그렇게 자랐나 보다. 어린 시절 무척 가난했다. 사람들은 철부지, 말썽쟁이라고 했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또 너무나 외로워 가출을 했다. 싸움도 하고 죽도록 매를 맞아 깊은 상처도 입었다. 우여곡절 끝에 암울했던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꿈 많은 소녀로 변신해 보란 듯이 당당하게 살아갔다. 인생의 먹구름을 스스로 걷어내고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적었다. 그러다 보니 83개가 됐다. 그중 48개는 이미 이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작가, 배우, 요가 강사, 블로거, 기업인, 꿈쟁이 등이다. 올해 나이 32살의 김수영씨. 스타 강사로도 소문나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200여 차례의 강연에서 10만명을 만났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으로 30만명의 독자들과 만났고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책으로 20만명을 만났다. 그의 블로거에 찾아온 손님은 무려 150만명이다. 가출소녀였지만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꿈 멘토’, ‘꿈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길지 않은 인생에, 남달랐던 그의 인생 이력을 간단히 짚어보자. 중학교를 중퇴한 가출 소녀였다. 집은 가난했다. 폭주족과 어울렸고, 싸움에 휘말려 칼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 ‘아직 우린 젊기에, 미래가 있기에’라는 서태지의 노래 ‘컴백홈’을 듣고 ‘나도 열심히 살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갔다. 검정고시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했다. 1999년 학교에서 진행된 ‘도전 골든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2000년 연세대에 합격했다.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8개월 만에 암세포가 발견돼 회사를 그만뒀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내려 갔다. 73개의 꿈 리스트. 첫 출발은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다. 2005년 무작정 영국으로 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런던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2007년 로열더치셸에 입사해 연 800만 달러의 매출을 책임지는 카테고리 매니저로 일했다. 2010년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냈다. 30만부가 팔렸다. ‘사람들에게 영감 주기’도 73개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 사이 암이 완치됐다.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휴가를 내고 유럽·아시아 여행길에 올랐다. 지구 반 바퀴를 돌며 365명의 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펴냈다. 20만부나 팔렸다. ‘드림 파노라마’라는 회사를 만들어 꿈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2월엔 꿈을 이루도록 돕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버키 노트’도 출시했다. 오는 9월 다시 지구의 나머지 반 바퀴를 돌기 위해 떠난다. 이번엔 335명을 만나 꿈에 관해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터뷰한 이들까지 합하면 700명이 된다. 70억 지구의 0.0000001%다. 나름의 인류학적 보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짧은 인생에서 이러한 이력들이 정말 가능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 27일 저녁 서울 홍대 앞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이 회관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미친(me-親) 꿈에 도전하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강연 내용이 뭔지 먼저 물어봤다. “오늘날 청년들, 대학생들은 너무 따지다 보니 결론을 잘 못내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일을 엄마가 결정해 주다 보니 대학생이 되고 나면 멘토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멘토링 자체를 반대합니다. 멘토링 또한 그 연장선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강연할 때는 소크라테스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는 강연할 때 가끔 인도춤과 요가를 선보이기도 한다. 하여, 요가강사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여러 가지 수식어 중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즉각 ‘꿈쟁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것은 세월이 지나면 변하겠지만 꿈쟁이만큼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스타강사가 된 까닭을 물었다. “저는 연구를 많이 한 학자도 아닙니다. 더군다가 자기계발을 말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오로지 제가 걸어왔던 ‘실천’만을 얘기할 뿐이지요. 다른 분들은 강의할 때 훌륭한 사람들을 예로 들지만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얘기만 합니다. 거기에서 다들 진정성을 느끼는 것 같아요. 꿈에다 영감과 씨앗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차별성도 있고요.” 그가 꿈쟁이, 꿈 전도사로 나선 계기는 무엇일까. 2005년 입사를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암세포가 발견됐다. 평생 건강하게 살 것만 같았던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큰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정신적 후유증이 너무 컸다. 방황했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이젠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적어 보았더니 73가지(지금은 83개)였다. 중매쟁이 같은 엉뚱한 꿈도 있었지만 모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73가지 목표 중 중요도와 긴급한 정도를 점수로 매겼고 이 두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정렬을 했다. 목록의 첫 번째는 한국을 떠나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한번뿐인 인생,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아야만 할까. 인생의 3분의1 가까이를 한국에서 살았으니 다음 3분의1은 세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3분의1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꿈쟁이’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꿈에 관해 인터뷰를 했던 얘기는 그때부터 이어진다. “이스라엘에서 63세 할머니를 만났어요. 네 살 때부터 노래를 했는데 10년 전 후두암 판정을 받았대요. 그래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꿈이란 그런 것이구나 새삼 느꼈지요.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한 독립운동가는 ‘그동안 죽을 고비를 일곱 번이나 넘겼다. 독립이 되고 나면 반드시 의사의 꿈을 이룰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70여개국을 다녀 보니 우리나라처럼 꿈을 꾸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 좋은 나라는 별로 없었어요.” 그는 탈레반 사람들과도 꿈을 주제로 인터뷰했고 레바논에 가서는 TV에 출연해 아랍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꿈 리스트 가운데 48개를 이뤄냈다. 여자의 몸으로 혼자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기가 불안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사고가 나려면 우리 집 앞에서도 날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걸 탓하지 말고 해결하려고 생각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는 광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직업을 따라 여수에서 10세 때부터 지냈다. 초등학교 5학년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당시 TV에서 유행하던 ‘민지의 일기’를 패러디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 때 덩치 큰 학생한테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후 그는 ‘왕따’를 당했다. 학교생활이 싫어졌다. 때마침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마저 매일 술을 마시고 툭하면 신경질을 부렸다. 학교와 가정,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자살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외롭고 괴롭던 시절, 그나마 위안을 준 것은 바스콘셀레스가 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였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세상의 시선은 더욱 따가웠다. 소풍날 장기자랑 시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불렀지만 ‘까진 아이’라는 말만 들었다. 성질이 나서 담배도 피워 보고 술도 마시며 어설프게 호기를 부렸다. 선생님한테 찍혔다. 그래서 맞섰고, 돌아온 것은 매뿐이었다. 주먹으로, 발길질로, 몽둥이로 만신창이가 됐다. 학교 다니는 것이 점점 싫어졌다. 결국 가출을 하고 말았다. 친구집, 주유소 등을 전전했다. 패싸움을 하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도 넘겼다. 중학교를 자퇴한 지 1년 반 만에 검정고시를 거쳐 여수정보과학고에 진학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수능을 며칠 앞두고 ‘KBS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등학생 최초로 골든벨을 울리면서부터였다. 얼마 뒤 여수 진입 도로에 ‘여수정보과학고 골든벨 김수영, 연세대 인문계열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미운 오리새끼가 어느 날 갑자기 백조로 둔갑한 느낌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50여개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가 적어놓은 꿈 중에 부모에게 집을 사주고 해외여행을 시켜 준다는 약속도 지켰다. 가출 당시 함께 지냈던 친구들도 지금은 장사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단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고 싶냐고 물었다. “지금은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보람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뭔가 나눠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또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같은 소설도 쓰고 싶다며 웃는다. 앞으로 1년간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지로 떠나 또 다른 꿈의 여정을 펼칠 예정이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꿈쟁이’ 김수영은 광주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다. 여수정보과학고 3학년 때 KBS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골든벨을 울렸다. 연세대에 진학해 영어영문학과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5~2006년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교(SOAS) 중국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로열더치셸 카테고리 매니저,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 등을 거쳤다. 현재는 여행가, 작가, 사업가, 마케터, 강연가, 블로거, 번역가,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요가 강사, 인도 발리우드 영화배우, 예술가, 기획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꿈의 파노라마’ 대표 꿈쟁이다. 위촉사항으로는 여수시 명예홍보대사, 서울시 드림멘토, 한국장학재단&어린이재단 명예홍보대사 등이 있다. 저서로는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2010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2012년), ‘드림레시피’(2013년 6월 예정) 등이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 싱가포르, 네팔, 레바논, 중국, 타이완 등 25개국 해외 매체에서 그의 활약상이 보도됐다.
  • “접으려던 동네서점, 다시 활짝 열자”

    “접으려던 동네서점, 다시 활짝 열자”

    서울 성동구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 전자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채 골목상권 보호에서 소외된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활성화 추진 계획’을 수립, 지원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성동구에도 10년 전인 2003년에는 28곳의 서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9곳만 남았다. 올해도 1곳이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구는 앞으로 2~3년 내에 모든 동네서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많은 자치단체가 ‘책 읽기’ 정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서점의 존폐 위기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또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골목상권에서도 ‘동네서점’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조중대 성동구 문화체육과장은 “지역 상점과 빵집 등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작은 서점들은 아무런 사회적 관심과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활성화 추진 계획과 구청 직원 책 한 권 사주기 운동 등으로 동네서점의 매출 증대뿐 아니라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순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성동구는 과거 ‘지역의 사랑방’이었던 동네서점이 오늘날에는 단순히 책만 파는 곳으로 인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독서문화 활성화 계획’의 12개 단위 사업에 동네서점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또 이들 서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도서구매비로 편성된 예산 6000여만원을 투입해 공립 작은도서관과 구 직원 대상 도서 구매 시 동네서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립 작은도서관과 문고 등 관련 단체에서도 동네서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홍보물을 제작, 배부하는 등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서점 운영자 경영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문가에게 매출 증대와 고객 관리 방안 등을 무료로 컨설팅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 컨설팅도 지원한다. 또 공동판매·공동운영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하는 ‘자영업협업화 지원 사업’을 동네서점에도 접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 독서왕 골든벨’, ‘구민독서경진대회’ 등 구가 추진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에 동네서점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독서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재득 구청장은 “동네서점은 수익 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지역 문화자산’”이라면서 “이번 활성화 계획이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독서 진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금감원도 CJ 주가조작 혐의 조사

    검찰이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가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CJ그룹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 등이 오너의 신분을 이용해 계열사 기술 개발 등 정보를 미리 입수, 비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시세 차익을 얻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 회장 일가가 외국에 개설된 차명계좌 비자금을 동원해 국내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되팔아 막대한 부당이득을 남긴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들어갔다. 1차적으로 CJ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흐름과 외국인 지분율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회장 등이 계열사의 계약이나 이전, 기술개발 등에 관한 호재성 정보를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던 만큼 비자금으로 주식을 사놓은 뒤 시세 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사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룹주 규모가 큰 만큼 시세 조종보다는 미공개 정보 이용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포괄적인 불공정거래 혐의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살필 방침이다. 해외 비자금으로 주식을 샀다면 외국인으로 위장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 추종 성향이 강한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상 외국인이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할 경우 주가가 쉽게 오른다는 점을 노려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띄운 뒤 되팔았을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CJ㈜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2007년 초 18.97%로 시작해 그해 말 22.24%가 됐다. 2007년은 CJ㈜가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시작한 시기다. ‘패스트 트랙’ 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CJ그룹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패스트 트랙은 주가 조작 수사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검찰이 금감원 조사 단계 없이 증권선물위원장의 통보를 받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CJ 비자금·금고지기’ 부사장 입 열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가신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이 회장의 전직 재산관리인이었던 재무2팀장 이모씨에 이어 홍콩에 거점을 둔 CJ차이나·CJ글로벌홀딩스(CJ제일제당 사료지주회사) 신모 대표(부사장)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이 홍콩 등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비자금·금고지기’로 통하는 신 부사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신 부사장은 정모 전 CJ㈜ 대표, 성모 재무팀장, 이모 전 재무2팀장, 서모 CJ제일제당 재무전략담당 등 피의자로 특정된 10명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일가가 축적한 비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밝힐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의미다. 검찰은 지난 21일 CJ그룹 사무실 등과 함께 신 부사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홍콩에서 주로 근무하는 신 부사장은 검찰 내사 상황을 모른 채 최근 연휴 기간 귀국했다 발목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신 부사장의 입국 사실을 파악하고 즉시 출국금지 조치를 했는데, 신 부사장이 이 사실을 모른 채 홍콩으로 돌아가려다 인천공항에서 제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홍콩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2004∼2007년 그룹 재무팀에서 일하며 임원으로 승진했고, 이후 CJ제일제당 계열사인 CJ글로벌홀딩스, CJ차이나로 옮겨 근무해 오고 있다. 신 부사장은 CJ그룹이 홍콩에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대부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J그룹이 2008년쯤 이들 중 한 법인 명의로 그룹 자사주를 매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신 부사장의 입을 열 자료를 모으고 있는 만큼 신 부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심경 변화를 일으켜 비자금 실체를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이공계 인재 육성/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이공계 인재 육성/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창조경제에 대한 비전 선포 행사가 조만간 있게 될 모양이다. 지난 50년간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역사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한국의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된다. 박근혜 정부의 싱크 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의 성공 요건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성, 창조적 인력의 확보, 지식재산권의 보호, 융합·통섭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및 인프라 구축, 창업금융의 원활한 작동, 대·중소기업의 상생구조 정착, 창의력을 저해하는 규제 철폐 등 일곱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위에서 열거한 사항 모두 중요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창조적 이공계 인력의 양성이다. 이공계 위기를 겪는 나라의 국가경쟁력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10~20대 남성 상당수가 이공계 진학을 꺼린다는 결과가 나오자 1992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다. ‘이공계 기피’라는 단어가 출현한 이후 공교롭게도 20년간 세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1순위로 ‘엔지니어’가 지목되고 이공계대학의 선호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사실 지난 10여년간 국가 전체의 연구 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그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생긴 것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시장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직업의 안정성도 문제이지만 같은 노력을 들여도 여타 직종보다 대우가 미흡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 엔지니어로 평생 남고 싶다는 사람이 3%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나왔다. 공기업을 신의 직장으로 여기는 나라는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기는 어렵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모험적인 도전을 하지 않으면 누가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창조적인 이공계 인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재기를 위한 자산이 된다면, 사회 전체의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음이 자명하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창업대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장면1. 2000년 2월 경제부처의 중견 사무관인 A는 대기업 중역으로 있는 부친으로부터 자녀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잘못 해준 점에 대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입시 때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아들에게 자신처럼 이공계 대학을 지원하지 말고 상경계 대학을 지원하고 행정고시에 도전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처지보다는 고시를 통한 입신양명이 더 좋다고 판단했지만 당시에 불어 닥친 벤처 붐과 많은 성공 사례를 보면서 아들의 진로 조언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 부친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장면2. 2012년 10월 유수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개발실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차장 B는 세칭 일류 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자기를 닮아서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 자기와 유사한 삶을 사는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 보니 너무나 답답할 것 같아 차라리 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학습도구나 교재 등을 사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비이공계로 진학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보다 더 좋은 조건의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부모들의 경험에 따르면 이공계 졸업생의 경우 대부분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일었을 때만은 예외였다. 이공계에 많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과거에 실패한 벤처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학생이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으로 작동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 집 아이가 대학 재학 중 창업을 한다고 할 때 ‘걱정 없이 도전해 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그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체제에 진입한 것이다.
  • 檢, CJ㈜·제일제당 ‘비자금 저수지’ 지목

    檢, CJ㈜·제일제당 ‘비자금 저수지’ 지목

    CJ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와 CJ제일제당을 비자금 조성의 거점인 ‘비자금 저수지’로 보고, 탈세와 주식 거래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CJ건설, CJ GLS, CJ E&M,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등 CJ그룹 법인 6~7곳을 비자금 조성을 도운 ‘지류’로 파악, 이 기업들의 국내외 법인이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방법,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원천, 지류를 파악한 만큼 용처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 등이 청와대, 정·관계 등의 권력 실세를 접대하거나 로비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정·관계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검찰의 대기업 수사 상당수가 탈세를 거쳐 결국 종착지는 뇌물 공여나 정·관계 로비 등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일단 CJ㈜와 CJ제일제당이 1차 주 타깃”이라며 “자금 흐름 추적도 이 기업들의 전·현직 임원에게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회장,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CJ㈜의 정모·김모 전 대표, 성모 재무팀장(부사장 대우)과 CJ제일제당의 서모 재무전략담당, CJ제일제당 사료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CJ차이나 신모 대표(부사장)를 비롯해 이 회장 전직 재산관리인 이모 전 재무2팀장, 문모·배모·홍모씨 등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20여명은 대부분 CJ㈜와 CJ제일제당 소속이다. 검찰은 이들을 이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분류해 이들이 50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이 회장 일가의 4000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이들의 입을 열 실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해 CJ㈜와 CJ제일제당의 2004년, 2007년, 2008년 등 3년치 주식 거래 자료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CJ그룹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미공개 정보를 이용, 자사주를 매매해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 자산운용사인 T사 등을 통해 외국계 투자를 가장해 비자금으로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실현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원당(설탕의 원료), 밀, 콩 등 식품 원료를 수출입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외에서 식품 원료를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오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음성적인 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비자금 지류 기업의 역할 규명에도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CJ건설, CJ GLS 등 해외 법인과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본사 및 계열사와 정상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CJ그룹의 국내 법인은 80여개 정도지만 해외 법인은 이보다 더 많은 140여개에 이른다. 검찰은 이 가운데 홍콩의 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주목하고 있다. 홍콩에는 CJ글로벌홀딩스와 CGI 홀딩스, CMI 홀딩스, UVD 엔터프라이즈 등 페이퍼컴퍼니와 CJ CGV, CJ GLS 등이 있다. 검찰은 2000년 초반 100억원대였던 시드머니(Seed Money·종잣돈)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CJ 주식을 매매하면서 1000억원대로 증가한 점도 주시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檢, CJ비자금 관련 한국거래소 압수수색

    CJ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4일 한국거래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임의 제출 형식으로 CJ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주식거래 내역을 제출받았다. 넘겨받은 자료에는 ㈜CJ와 CJ제일제당의 거래 내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재현 회장 일가가 자사주를 거래하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해외 계좌를 통한 주가부양 의혹, 주식 거래에 의한 양도소득세 탈루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쫓고 있는 자금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증권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국내외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 CJ그룹의 해외 계좌 거래 내역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검찰은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CJ㈜, CJ GLS, CJ건설 등 국내 법인 8개와 홍콩 등 이들 법인의 해외 계열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등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국내로 유입해 사용하고, 이를 다시 국외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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