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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당신은 눔프족입니까/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당신은 눔프족입니까/안미현 논설위원

    얼마 전 ‘가슴 따뜻한 투캅스’ 사연이 화제가 됐다. 서울시립대 앞을 순찰하던 경찰 두 명은 70대 노점상 할머니가 뻥튀기 과자를 팔고 있는 것을 봤다. “찜통더위에 큰일 난다”며 얼른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경찰들이 뻥튀기를 몽땅 사주자 그제서야 할머니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이 사연에 유난히 눈길이 더 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찰들이 할머니가 쓰러지실까봐 남은 뻥튀기 7봉지를 전부 사들인 데 들어간 돈 때문이었다. 3500원. 땡볕 내리쬐는 오후 내내 3500원을 손에 쥐기 위해 할머니는 경찰의 귀가 권유를 거부했던 것이다. 뻥튀기 원가가 있을 테니 그나마 오롯이 3500원이 손에 떨어지는 것도 아닐 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기초연금 공약이 떠올랐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의 연금을 주겠다는 약속이다. 최상위 부자 몇 퍼센트는 예외로 한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연금은 반드시 줘야 함을 뻥튀기 할머니는 말하고 있다. 설사 한 네티즌의 독설대로 ‘젊은 날 나태함의 말로’라고 하더라도 국가는 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공공복지에 쓰는 돈은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9.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8.2%)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회원국 평균(22.1%)의 절반도 안 된다. 1위인 프랑스(32%)와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그런데 프랑스 국민들은 소득의 평균 26.3%를 세금으로 낸다. 우리나라는 20.2%다. 국제비교가 가능한 2010년 기준으로는 19.3%다. 스웨덴(34.4%), 영국(28.3%) 등 복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나흘 천하로 끝난 세제개편안이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 ‘원동거위’(세금을 거위의 털에 비유한 조원동 경제수석의 별칭) 등의 신조어만 남긴 것은 아니다. 복지에는 돈이 든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돈 1만원도 못 내겠다는데 증세를 수용하겠느냐며 복지공약 수정론부터 덜컥 들고 나오는 것도 성급하지만, 고객이 계산서를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복지는 좋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안 된다’(Not Out Of My Pocket)는 눔프족이 여론조사 때마다 절반 가까이 된다. 앞으로 공론화가 본격 진행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었거나 찍지는 않았어도 복지공약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주머니 열기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그때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얘기도, 구체적으로 얼마나 나간다는 말도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절감하는 진리 아닌가. 정부가 비과세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돈을 마련하겠다는데 왜 자꾸 증세 운운하느냐며 못마땅해할 수도 있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 및 선심성 공약 구조조정, 줄줄 새는 세금과 예산을 막는 것은 당연히 따라야 할 전제조건이다. 정부 말대로 이런 노력만으로 돈줄이 확보되면 오죽 좋겠는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을 탈탈 털어 걷은 돈이 1조 3600억여원이다.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이 눈에 불을 켜고 탈루 소득을 추적할 테니 이보다는 훨씬 더 걷히겠지만 그렇다고 정부 목표치인 27조원이 뚝딱 나오겠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국세청장은 사표를 써야 한다. 지금까지 엄청난 직무 태만을 한 것이니까. 아니할 말로 그렇게 만만하게 털리면 경제 앞에 ‘지하’라는 단어가 왜 붙었겠는가. 그러니 괜한 기대감 붙잡지 말고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국민도 언젠가 대통령이 들이밀 수정 계산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계산서와 현명한 계산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자면 지금부터라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눔프족인가, 아닌가. hyun@seoul.co.kr
  • 조명철 “광주 경찰이냐?” 뜬금 질문에 권은희 발끈…지역감정 조장 난무

    조명철 “광주 경찰이냐?” 뜬금 질문에 권은희 발끈…지역감정 조장 난무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19일 26명의 증인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댓글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사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물었다. 이에 권 증인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답하라”고 다그쳤다. 권 증인은 “경찰은 누구나 대한민국의 경찰”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 왜 권 증인을 두고 ‘광주의 딸’이라는 말이 붙냐. 참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이번 사건은 국정원에서 잘못된 전·현직 직원들이 사주해서 국정원을 상대로 정치공작한 게 민주당이고 그 결과를 다시 국정원에 죄를 뒤집어 씌우는 또 다른 범죄행각”이라고 몰아붙였다. 앞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도 전 국정원 직원이었다가 민주당 총선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던 김상욱 증인을 향해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물었다. 김 증인은 “광주”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후에도 “전남대 부속고등학교 출신 맞느냐”, “OOO가 고등학교 선배 맞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러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 정청래 민주당 간사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기업투자 걸림돌 더 이상 놔둬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는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살리기를 통해 저성장의 고리를 끊는 것이 향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부동산 취득세율 인하와 경제자유구역 규제 완화를 포함한 3단계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1.1%로 9분기 만에 0%대에서 탈출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하반기 성장률이 3%대 중반을 웃돌아 연간 2.7%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도 있듯 긍정적인 시각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낙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기업 투자다. 국내 주요 7개 기업들의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는 13조 4300억원으로 연간 계획의 38.5%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의 56%를 훨씬 밑도는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하반기 설비투자를 상반기에 비해 4.2% 줄일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불확실성이나 규제 때문에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 등으로 단기이익을 올리는 데 비중을 두는 기업은 없었으면 한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 전략이 시행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부채 문제가 부각될 위험이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가늠하기 힘들다. 하반기 기업들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켜야 하는 이유다. 기업 활동이 왕성해야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달 전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지역의 토지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조치로 1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들의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 대기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투자 걸림돌이 제거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바란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 상반기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반토막이 났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면서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보류한다는 분석도 있다. 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지분율 규제를 풀면 국내기업의 투자와 외국기업 유치로 고용 효과도 적잖을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 미셸 “미국은 女대통령 맞을 준비됐다”

    미셸 “미국은 女대통령 맞을 준비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15일(현지시간)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미셸은 이날 발간된 잡지 ‘퍼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대통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나라는 그럴(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문제는 누가 가장 적절한 인물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출마 계획) 발표도 하지 않았다”면서 “본인보다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또 자신이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셸은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대해 “최근 몇년새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의 대통령은 흑인이라고 알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인종과 성적 취향, 성별에 따른 장애를 극복하고 기회를 넓혀주는 변화”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딸 바버라 부시는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사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인물”이라면서 대통령 부인을 지낸 클린턴 전 장관이 출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클린턴 전 장관을 존경한다는 게 선거에서 반드시 표를 던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삼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관영언론엔 ‘美농담’이 안 통해

    중국 대표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이 미국 매체의 농담을 정색하고 보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8일 ‘아마존 주인, 워싱턴 포스트 인수 사실 부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 닷컴의 최근 미 워싱턴포스트(WP) 인수는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의 풍자형 코미디 기사를 사실인 양 정색 보도했다고 BBC 중문판이 9일 보도했다. 해프닝은 미 시사주간지 ‘더 뉴요커’의 풍자 칼럼을 신화통신이 잘못 이해하면서 비롯됐다. 더 뉴요커는 최근 풍자 칼럼에서 베저스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그가 신용카드 청구서를 보고 나서야 WP 인수 사실을 알았으며 이는 온전히 클릭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고 묘사했다. 베저스는 가상 인터뷰에서 자신이 WP를 거의 읽지 않으며 전혀 구매할 의사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이 매체가 환영받지 못하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지만 신화통신은 이를 진짜로 믿고 사실로 보도한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이 미국 언론의 농담을 사실로 오인해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인민일보의 포털 인민망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은 미국 풍자 매체 ‘디 어니언’의 기사를 인용해 진지하게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인민망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2012년 살아 있는 최고의 섹시가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압도적으로 잘생기고 동그란 얼굴에 남자다운 매력, 강하고 튼튼한 체형을 갖춘 평양 출신의 이 남성은 모든 여성의 꿈”이라고 풍자한 디 어니언의 보도를 그대로 전해 웃음거리가 됐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아마존의 WP 인수/문소영 논설위원

    1990년대 나스닥에서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이 ‘떠오르는 별’이 돼 투자자들의 달러를 긁어 모으고 있을 때 ‘오마하의 현자’ 워런 버핏은 우직하게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등 이른바 ‘굴뚝산업’의 주식에만 투자했다. 나스닥지수가 2000년 4572로 고점을 찍고 추락을 거듭해 2002년에 1172로 4분의1토막이 났을 때 버핏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버핏이 투자한 굴뚝산업에는 워싱턴포스트(WP)도 있었다. 버핏은 1974년부터 WP의 이사로 일했다. 유대계 금융인이자 정치인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지낸 아버지 유진 마이어(1933년)에서 남편 필립 그레이엄(1947년)에 이어 1963년 발행인의 자리에 오른 캐서린 그레이엄과 이사회 멤버로 함께 일했다. 그때 둘이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버핏은 평전 ‘스노볼 1·2’에서 밝히기도 했다. 캐서린이 경영할 때 WP는 최고였다.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1972년 워터게이트 특종보도가 대표적이다. 캐서린은 1993년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줬지만, 버핏은 2011년까지 이사직을 유지했다. 버핏은 1973년부터 WP 주식을 사들였고,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 클래스 B(의결권 없음) 주식의 24%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지난 5일 WP를 인수한다는 깜짝 발표를 했을 때, 버핏을 떠올리며 버핏의 손익계산을 해봤던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다. WP의 주가는 2004년 983달러로 최고점에 올랐지만 2011년 32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부터 반등을 시도해 지난 5일 58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베저스의 WP 인수 발표에 대한 일반적 해석은 ‘오프라인에 대한 온라인의 승리’이다. 1994년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창립 20년 만에 ‘온라인 월마트’로 변신해 구글닷컴과 견줄 만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베저스는 아마존닷컴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 소유주의 사적 이익이 아닌 독자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사주의 편집권 개입으로 늘 진통을 겪는 한국의 언론에 베저스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 빅딜이 한국 언론에 주는 충격은 어떨까. 2010년 주간지인 ‘뉴스위크’를 1달러에 매각한 뉴욕타임스가 2005년에 실패한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2011년 재차 시도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뉴스 유료화라는 ‘핑크빛 전망’에 설레던 한국 언론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아닐까? 온라인의 강자 네이버와 진검승부 중에 나온 빅딜이라 더 큰 충격일 게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신문, 인터넷 통해서 성공할 것”

    “신문, 인터넷 통해서 성공할 것”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밥 우드워드(70)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6일(현지시간) 신문이 인쇄 매체가 아닌 인터넷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136년 전통의 WP가 아마존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매각된 상황에서 WP에 43년째 몸담아 온 대기자의 지적이다. 우드워드는 이날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신문 산업의 전망에 대해 “종이 신문으로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라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며 “보도의 기본은 역시 정보의 질이며 언론이 사안을 설명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보도한다면 시장성이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저스에 대해 “대화를 해 보니 그가 독립적이고 공격적인 언론의 가치를 믿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언론 보도의 르네상스(부흥)가 필요하다”며 “베저스와 같은 사람이 이런 부흥에 동참하고 돈을 투자한다면 엄청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언론사는 전체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베저스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쇤네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녀자들은 아침에 바람 불고 저녁에 비가 내리는 속에 외로운 등불과 차디찬 벽을 마주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도감 어른께서도 평생을 두고 감당해야 할 등허리의 무거운 짐을 벗어날 길이 없겠으니, 그 또한 동병상련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아닙니다. 시생의 등을 짓누르는 무거운 등짐 때문에 세상살이가 홀홀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남의 고통도 알게 되었답니다. 시생의 등에 짐이 없었다면, 몸을 낮추고 사는 법을 몰랐을 것이오. 수레가 치받이길을 오를 때, 짐의 무게 때문에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고개치 하나를 넘을 때마다 시생을 꼿꼿하게 일으켜 세워준 것은 등에 진 무거운 짐이었지요.” 그제야 정한조는 크게 웃고 나서 향임이 건네는 술을 받아 마셨다. 자리가 길어지면서 좌석을 같이한 질청의 구실살이들은 거나하게 취해서 수다스러워졌다. 멀리 상석에 현령과 반수가 자리를 잡았고 분단장 곱게 한 기녀들까지 끼어 앉아 거북했던 상단은 주는 대로 받아 마셨지만, 정신들이 말똥말똥하였다. 반수는 그 자리에서 결옥된 두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를 받아냈다. 소금 상단이 적소를 섬멸한 공로가 있었기에 반수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일행이 구실살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관아를 나섰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반수는 객사로 들고 나머지는 관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염막을 찾았다. 말래까지 가자면 자정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밤은 송석호의 염막에서 기숙하기로 하였다. 그 역시 현령이 원상들을 위해 베푸는 소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송석호는 결옥된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였다. 종범인 염간들이 결옥되어 구초를 받게 되면 음흉하고 간사한 구실살이들이 송금을 어긴 것을 사주한 장본인을 밝혀내려 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송석호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반수가 아니었다면 감히 현령과 좌석을 같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반수와 도감에게 청탁을 넣은 것이었다. 자린고비로 소문난 송석호도 그때만은 염막에다 술동이를 들여놓고 두루거리 밥상 위에는 방자고기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중은 비로소 퍼질러 앉아 처음부터 연배순이고 뭐고 파탈(擺脫)하고 잔을 돌리기 시작하여 밤을 지새웠다. 소식이 돈절되었던 길세만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은 행중이 이튿날 도방에 당도한 뒤였다. 마방에 갔던 만기가 헐레벌떡 뛰어들며 지금은 큰 우환 거리가 된 길세만이가 샛재 숫막에 당도하였다고 억죽박죽 소리를 질러댔다. 행중이 한결같이 작취미성으로 게슴츠레하여 맑은 정신 가진 사람이 몇 되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만기가 무슨 흰소리를 저렇게 하나 해서 반신반의하였다. 그러나 샛재 숫막에서 행중이 마중하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수상하게 여긴 배고령이 만기의 소매를 잡고 강다짐을 받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어진혼 빠진 사람처럼 갈팡질팡하지 말고 차근차근 얘길 하게.” “미역 짐 지고 현동 저자로 갔던 행중이 회정길에 우연히 숫막에 들렸다가 길동무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적실한가?” “그 행중이 대낮에 허깨비를 보았겠습니까.” “길가놈이 어디로 가더란 말인가?” “접소로 오더랍니다.” “작반하는 일행은 없던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꿍심인지 일행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속시원하게 대답은 않고 접소에 당도하면 상단 사람들에게 통기만 해달라고 몸 닳게 사정하더랍니다.” “길가놈 두고두고 끌탕이로군…… 채비할 겨를이 없네. 어서 가세.” 배고령이 급히 정한조와 천봉삼에게 알렸다. 세 사람이 서둘러 샛재로 달려갔다. 소문은 듣던 대로였다. 길세만은 허위단심 샛재 숫막에 당도한 일행을 발견하는 순간 정한조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동안 손톱여물 써는 마음고생이 많았던 탓이었다. 길세만에게 붙잡힌 정한조가 그를 냉큼 뿌리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사이 다른 일행은 구월이가 거처하던 뒷방문을 열어제쳤다. 봉두난발이 된 한 사내가 아갈잡이에 뒷결박이 된 채 모잽이로 엎드려 있었다. 뒤늦게 뛰어든 정한조가 위인의 상투를 뒤틀어쥐고 면상을 천봉삼에게 들이댔다. 천봉삼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위인을 마당으로 끌어내어 육단을 시키고 무릿매를 내려 어육을 만든 다음, 그날로 말래 접소로 회정하였다. 적당의 두령이란 위인이 길세만을 곁꾼으로 수행시켜 당도한 곳은 그들의 소굴이 있던 산채였다. 쑥밭이 된 채로 버려진 산채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위인은 그곳에서 머뭇거리며 더 이상 움직일 낌새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눈여겨보며 뒤를 밟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사뭇 조마조마하였던 길세만이 채근하였다. “해 지기 전에 여길 뜹시다.” 위인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그를 힐끗 돌아다보며, 면박을 주었다. “뜨고 안 뜨고는 내가 작정한다. 네놈이 뭘 안다고 주책이냐?” “나는 뒤통수가 매식매식합니다.” “우리 일행을 수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야숙할 참이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수정암에 들어가 얼추 노루잠을 자고 떠나야 하겠다.”
  • 美 유력신문 줄줄이 매각… 종이매체 승부수는 결국 콘텐츠

    美 유력신문 줄줄이 매각… 종이매체 승부수는 결국 콘텐츠

    “이번 매각은 수십년간 주류 신문으로서 미국의 정치와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가져온 워싱턴포스트로서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WP가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매각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사에서 이렇게 충격을 드러냈다. WP는 최근 수차례 정리해고, 편집국장 교체와 함께 워싱턴 시내 본사 사옥 매각 추진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주력사업인 종이신문의 판매 부수 급락과 광고 급감으로 고전했다. 지난달부터 뒤늦게 인터넷판 유료화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다. WP의 매각은 오프라인계의 전통적 강자가 온라인의 신흥세력에 잡아먹힌 격이라는 점에서 시대변화를 극명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전날에는 뉴욕타임스의 자매지 보스턴글로브가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에게 헐값에 매각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 3일엔 80년 역사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온라인 매체를 보유한 IBT미디어에 매각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최근 사흘 연속 유력 종이매체의 매각 소식이 나온 셈이다. 이 외에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 유력지를 보유한 트리뷴컴퍼니도 현재 매각 협상 중이다. 그러나 미국 최대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신문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NYT는 올해 2분기 201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8810만 달러를 만회했다. 특히 2분기까지의 구독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2억 4510만 달러를 기록한 게 고무적이다.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성공이 구독료 매출 증가의 일등공신이었다. NYT의 디지털 매출 목표가 연간 4억 달러라는 점에서 이미 종이신문 매출 2억 달러를 추월한 셈이다. NYT는 최고의 취재력과 문장력을 갖춘 기자들이 쏟아내는 양질의 기사로 WP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신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 기자들 중에는 미문(美文)으로 포장된 NYT 기사가 난해해 번역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결국 기사의 콘텐츠만 좋다면 온라인 시대에도 신문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NYT가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 편집장 헨리 블로짓은 최근 “NYT의 디지털 뉴스룸에서 850명의 탁월한 기자들이 일하고 있으니 신문의 미래를 믿어도 좋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횡령 혐의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구속

    횡령 혐의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구속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장재구(66) 한국일보 회장이 5일 구속 수감됐다. 2001년 8월 중앙일간지 사주 3명이 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적은 있지만 개인 비리로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장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범)는 한국일보와 계열사인 서울경제신문에 각 200억원, 1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고 서울경제신문 자금 약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장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일보 노조는 장 회장이 2006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발행한 어음이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신사옥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 회사에 200억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노조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중 횡령 등 추가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은 장 회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한 뒤 추가 고발 건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노조는 지난달 19일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하고, 자회사인 한남레저 박진열 대표이사도 함께 고발했다. 노조는 “장 회장이 유령 자회사인 한남레저가 저축은행에서 33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한국일보 부동산 등 9건을 담보로 제공했고 26억 5000만원의 지급보증을 섰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법원이 한국일보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함께 보전관리인을 선임함에 따라 지난 1일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잃은 상태다. 한국일보는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세계 최초 무선 충전 전기버스 6일 구미서 세계 첫 시범운행

    세계 최초 무선 충전 전기버스 6일 구미서 세계 첫 시범운행

    무선 충전 방식의 전기버스가 세계 최초로 경북 구미시에서 시범 운행된다. 구미시는 6일 오전 10시 30분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무선충전 전기버스 시범 운행 개통식을 갖는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연말까지 시범 운행을 거쳐 내년 1월 정식 운행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최근 한 달간의 버스 시험 운행에서 안정성을 검증했으며 남통동 시내버스 차고지 2곳 등 모두 6곳에 충전시설을 설치했다. 전기버스는 구미역~인동 간 왕복 24㎞에 이르는 간선 노선에 2대가 투입된다. 예비용으로 1대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 버스는 한번 충전으로 최장 20㎞, 최고 속도 1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충전소에 들러야만 충전할 수 있는 일반 전기자동차와 달리 주행하면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도로에 매설된 충전시설에 진입하면 무선으로 자기력을 공급받고 이를 전기로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 차량도 아무런 제약 없이 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인 만큼 공해 배출도 적다. 경유 대비 72%, 압축천연가스(CNG) 대비 53% 연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오염물질, 소음공해 등 도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으로 꼽힌다. 무선 충전 전기자동차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해 유치를 희망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전력 공급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행·재정 지원 의지가 높은 구미시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KAIST의 무선 충전 전기자동차는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 최고 50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일부 행사장 도로나 학교 내 도로에서 운행된 적은 있지만 일반 도로에서 운행되기는 구미가 세계에서 처음”이라면서 “전기버스 운행을 통해 친환경 공단도시, 친환경 녹색교통 세계 모델 도시로 만들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삶을 바꾸는 도구’… 신선한 경제학 통찰

    ‘굴뚝 높은 기계 설비의 도시였다. 절대로 똬리를 풀지 않는 뱀 같은 연기가 굴뚝에서 끝도 없이 뿜어져 나왔다. 운하는 검은색이고 흐르는 강물은 악취를 풍기는 자주색 염료로 물들어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의 창문은 온종일 덜컹거렸고, 증기기관과 피스톤의 단조로운 상하운동은 우울한 광기에 사로잡힌 코끼리 대가리 같았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고달픈 시절’에 나오는 도시 코크타운과 공장의 모습이다. 코크타운 주민들은 ‘똑같이 생긴 사람들,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드나드는 사람들’이었다. 공장 노동자들의 삶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라는 게 디킨스의 상상이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하는 공장 장면도 디킨스의 것과 비슷하다. 다만 디킨스와 달리 상세한 묘사가 전혀 없다. 마르크스가 공장 내부에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케임브리지 학파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마셜이 묘사한 공장의 장면과 생활은 두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그는 공장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제조기법과 급여수준 및 레이아웃을 기록하며, 사주에서부터 관리자와 현장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질문한다. 마셜이 마주친 문제(조립라인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디킨스와 마르크스의 것과 같지만 그가 내놓은 결론은 두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왜 그럴까? 디킨스와 마르크스가 보았을 때 회사란 노동자를 통제 내지 착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마셜의 눈에 회사는 생존하기 위해 진화하는 존재였다. 기업이 경쟁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자와 경영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세금을 내고 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을 만큼 수익을 창출해야 했다. 회사는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했다. 바꾸어 말해 장기적으로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은 경쟁의 부산물이었다. ‘뷰티풀 마인드’로 필명을 날린 저자의 책은 마셜같이 안목이 높은 경제학자 10여명에 대한 이야기로, 풍부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문학과 경제학 모두에 조예가 깊어 읽는 재미와 깊이가 더해졌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2)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살기

    [新 대한민국 24시] (2)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살기

    기자라면 화르륵 불타오르는 현장에 대한 로망이 조금이나마 있게 마련. 그런데 김샜다. 오전 9시 20분 동주민센터를 나설 때 뭔가 화끈한(?) 거리가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물었다. 네 마음을 안다는 듯 빙긋 웃더니, 얼굴 표정만큼이나 생글거리는 답을 내놨다. “저흰 다른 곳에서 상당히 부러워하는 동주민센터예요. 인원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데다 큰 대학들이 있고 상권이 발달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덜한 편이거든요. 다른 동에서 오고 싶어하기도 해요.” 하기야 동주민센터에 걸린 관내지도를 봐도 구역 면적의 절반이 연세대, 이화여대다. 그래도 늘어난 복지 업무 때문에 코피를 쏟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민원인을 만나 곤욕을 치르는 풍경은 없을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일일이 찾아다니는 가정방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동주민센터나 구청 사무실에서만 만나면 생떼를 쓰거나 욕을 하거나 곤란하게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자주 직접 찾아가서 설명을 드리면 그다음부터는 이해하시게 돼요. 아주 거친 분들의 경우엔 여전히 냉담한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경우에도 최소한 욕설이나 협박문자 같은 건 절대 안 하시게 되죠.” 자꾸 얼굴 들이미는데 당할 재간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우리끼리 ‘기본 1시간’이라 부르는 ‘블랙 리스트’가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런 분들에겐 얼굴보고 말 들어주는 게 최고의 대응법이에요. 몇 번 겪다 보면 욕설이나 터무니없는 요구 같은 것들이 가라앉게 되거든요.” 김효정(39)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남가좌동, 홍제동, 구청, 북가좌동 등을 거쳐 신촌동으로 온 지 3년 정도 됐다. 지난 23일 10년차 베테랑 사회복지 공무원인 김씨를 따라다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의 하루를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현장 우선 원칙에 따라 출근하자마자 오전 3명, 오후 3명의 방문자들에 관한 정보를 챙기더니 이내 짐을 싸서 길을 나섰다. 신촌동 주민 1만 8000여명 가운데 복지 대상자는 900명 정도다. 기초생활수급자 318명, 홀몸노인 70명, 장애인 545명 등이다. 이 가운데 동주민센터에서 방문대상으로 추려낸 이들은 400명 정도. 동주민센터 직원은 15명이고 이 가운데 복지업무는 7명이 담당한다. 팀장 빼고 6명이 2명씩 조를 짜서 현장방문을 다닌다. 원래 사회복지 공무원은 김 주무관 딱 혼자였다. 동주민센터를 생활복지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서대문구에서 추진한 동복지허브화 사업의 바람을 타고 사회복지직이 1명 더 배치됐고, 행정직 5명이 사회복지 업무를 맡게 됐다. “예전에도 가정방문 같은 게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때도 상담하고 방문하고 그런 활동을 다 했는데, 복지 업무는 늘어나는데 인원은 부족하고 안에서 할 서류작업들이 많다 보니까 자주 나올 엄두를 못 냈지요. 그런데 동복지허브화 사업을 하면서 그 부분이 해결된 거죠.” 사회복지직을 소수의 곁다리 직군으로 취급해온 관행을 깨야 현장복지가 성공할 수 있다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지론이 효과를 본 셈이다. ■김효정 신촌동주민센터 주무관이 현장에서 하는 일은 무더위에 장마까지 며칠 오락가락하다 보니 하늘엔 간간이 구름이, 길에는 습기가 가득하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내달리듯 걸어간다. 창천교회 맞은 편 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허름한 무허가집들이 보인다. 기차길 옆 언덕을 따라 지어졌다. 언덕 경사를 이용하다 보니 집도 계단처럼 만들어지는 바람에 집안 구조가 특이하다. 할머니 예쁜 손녀는요… 문화바우처로 책 사주세요 첫 방문지는 A(81) 할머니 댁. 부엌 하나 딸린 방이라지만 거의 한 몸 눕히는 고시원 수준이다. “이래 거지처럼 삽니다.” 방안에 자리 잡고 앉자 A 할머니는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런저런 넋두리들을 늘어놓는다. 김 주무관은 할머니의 기나긴 넋두리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식사, 빨래, 치아 건강 등 확인할 것을 다 확인한다. 할머니들의 18번 레퍼토리, 손자 자랑이 이어지자 김 주무관은 동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문화바우처카드’를 권했다. 예쁜 손자에게 책이라도 사다주라는 뜻이다. 상담을 마치고 나서는데 A 할머니가 “이래 자주자주 보니까 남 같지 않고 허물없어서 좋아요”라며 씩 웃는다. 김 주무관도 “복지대상자분들은 대개 주변과 단절된 분들이 많은데 저분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해서 마음이 놓이는 분”이라 했다. 할아버지 치매는요… 요양보호사 제도 써보세요 두 번째 방문은 B(75) 할아버지와 C(72) 할머니 부부. 화가였다더니 다세대주택 지하방에는 그림이 잔뜩 있다. 그런데 그림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창문도 없고, 볕도 들지 않는다. 눈에 띄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B 할아버지는 중풍에다 치매증세까지 겹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C 할머니는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병 때문에 괴팍해진 B 할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 하소연과 눈물을 쏟아낸다. 김 주무관은 장기요양보험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요양보호사를 불러 할아버지를 맡기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잠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슬쩍 밖으로 나와 황도원 주무관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황 주무관은 마침 혼쭐이 난 참이다. A 할머니 댁에 방충망을, B 할아버지 댁에는 형광등을 갈아주기 위해 동행했다. B 할아버지가 형광등을 갈아주는 방법까지 참견해 잔소리를 한 탓이다. “아우, 저 정도는 양반이세요. 그때 그때 감정조절해서 대응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어쨌든 도와드리는 게 목표니까 최대한 잘 대응을 해야죠” 황 주무관은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틈틈이 익힌 색소폰 솜씨를 뽐낸다. 솜씨? 전국적으로 공개된 적 있다. MBC TV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와 색소폰을 분 것. 황 주무관의 아들은 연예인 광희다. 곰팡이 벽지는요… 자원봉사자 연결시킬게요 가족관계가 모두 단절된 72살 할머니, 92세로 관할 지역 내에서 최고령인 할머니를 만난 뒤 오후 들어서는 D(80) 할아버지와 E(70)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이때는 오경찬 신촌동장도 동행했다. 큰 비가 내린 뒤라곤 하지만 집안에 습기가 한가득이다. 벽지가 누렇게 다 변했다. E 할머니는 그래도 요즘 폐지 값이 올라서 그럭저럭 사정이 괜찮다고는 했지만, 도배장판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했다. 김 주무관은 도배장판을 서비스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오 동장이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거라 비전문적이니까 너무 잘못 발랐다고 타박하지 마세요”라고 농담을 툭 던지자 E 할머니는 연신 “아이고 매번 너무 미안해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이 복잡한 서류는요… 전세금 도와준단 얘기네요 마지막으로 F(80) 할아버지 댁을 들렀다. F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김 주무관을 방으로 데려간다. “구청에서도 나오고 복지관에서도 나오는데 난 우리 효정이가 제일 좋아.” 그러고선 막 웃더니 서류 하나를 꺼내든다. LH공사에서 보낸 전세임대 통지서다. 김 주무관이 오길 기다렸다가 설명을 들으려 했던 참이라 했다. “할아버지, 이건 전세계약 때 전세금의 95%를 LH공사에서 내주고 매달 임대료 명목으로 0.2% 정도 되는 돈을 이자로 받아가는 제도에요. 임대주택은 너무 대기자들이 많으니까 이게 더 나을 수 있어요.” 김 주무관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전 오후에 걸친 가정방문을 마치고 김 주무관은 동주민센터로 복귀했다. 그러고는 ‘사통망’, 그러니까 사회복지공무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트린다는 그 사회복지통합전산망 앞에 앉아 오늘 상담 내역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친우관계, 건강, 복지, 주거, 환경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꼼꼼하게 기록해 나가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담일지도 쓰고, 개개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기록하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도움을 구할 만한 사항이나 동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나눔게시판에 올릴 얘기들도 구분해 정리했다. “복지 관련 법이나 제도로 규정된 것은 저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돼요. 정말 눈여겨볼 부분은 사각지대죠. 혹시 도움이 필요한 데도 못 받는 사람은 없는지, 국가의 공적 부조가 안 된다면 민간단체와 어떻게 연결시킬 방법은 없는지를 늘 고민하고 삽니다.” 또 내일 만날 어르신들에 대한 기존 상담 정보를 확인하고 전화로 약속을 잡는 등 상담 준비에 들어갔다. 사통망과 욕설 공포는요… 결국 현장에 답이 있는 거죠 사회복지 현장에서 뛰는 공무원들의 바람은 뭘까.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사건이 났을 때 서울시에서 한 번 의견을 모아서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모두 말했던 게 수당 인상이나 처우 개선 같은 게 아니라 행정직 공무원들이 사회복지 업무를 맡으면 인사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행정직 분들이 사회복지 업무를 안 하려는 이유가 사통망 같은 전산시스템 문제와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기 힘들다는 두 가지 이유에서거든요. 사통망은 쓰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민원인은 자꾸 만나다 보면 친숙해져요. 현장에서 복지를 강화한다면 그런 방향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김 주무관은 요즘 무척이나 긍정적이라 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 주는 때”이니까 말이다. 글 사진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옥션에 자신을 출품한 25세男 “나를 사주세요”

    일본 옥션에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판매한 남성이 등장해 화제다. 일본의 인터넷 옥션에 25세 노숙자 남성이 자기 자신을 출품했다. 이 남성은 현재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친구의 집이나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친구나 연인이 필요한 사람, 집안일을 잘하는 남자친구를 구하는 여성 등을 위한 상품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키 173cm, 몸무게 57kg 등 자세한 신상 정보를 기재하고 있으며, 낙찰받은 구매자는 자신의 집에 이 남성을 데리고 가 함께 살 수 있다. 놀랍게도 약 600명이 이 경매에 참여했다. 가격은 6만 5,000엔(약 73만 원)까지 올라갔다. 옥션 측은 현재 이 경매 페이지를 삭제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 남성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가지고 있어 계속 응모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신매매인가”, “SNS를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사진이 있는 것으로 봐서 진짜 노숙자는 아닐 것이다”와 같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래서 하는 얘긴데… 단돈 몇 푼이라도 노잣돈을 구처할 수 없겠는가?” 그때서야 모꺾어 앉아 있던 계집은 고개만 돌리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길세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요? 나더러 노잣돈 내놓으란 것이요?” “몇 푼이나마 있으면 발굽이라도 뗄 수 있지 않겠나.” “진서 글도 잘하시고 대국 일도 잘 아시는 분이 좆 같은 소리 그만하시오. 지금까지 공다지로 먹은 식대부터 내놓고 노잣돈 타령하시오. 갖은 갈롱을 떨어가며 잔허리가 부러져라 하고 삭숭이를 받쳐준 해우채는 언제 건네줄 텨?” 처음 만날 때부터, 계집의 얼굴이 동글납작하고 콧등 주위에 깨알 같은 점들이 오종종하게 박히고 입술도 얇아 심지가 깊지 못하고 수다스러울 것 같았으나, 며칠 데리고 놀 계집에게 별 주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이 이런 행티를 부리게 된 것이었다. “허어… 이 사람 보게.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소리라더니 천생 그 짝일세. 임자 그 시답잖은 불두덩 아랫구멍으로 들어간 돈이 얼만데 지금 와서 염치없게 해우채 타령인가. 올곧은 정신 가진 계집이라면 내 앞에서 그런 악증 부리는 게 아닐세. 하긴 내가 자기 단속이 부족하고 대가 물러서 못 쓰겠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일세. 그로써 갈보한테 노잣돈 구걸하는 하찮은 신세가 되었지만, 자네가 지금까지 끽소리 한마디 없이 밑엣품을 팔아온 날 업신여기고 되반들거리는 낯짝을 쳐들고 방색하는 꼴을 보자 하니 지금 당장 칼을 물고 엎어지고 싶구먼. 달포 가까이 서로 격의 없이 나누었던 정분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때였다. 계집이 발딱 몸을 일으키더니, 부엌으로 내달았다. 그리고 금방 봉노로 돌아왔는데 손에는 어느새 식칼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길세만의 턱밑에 바싹 들이대고 들까불면서 쏘아붙였다. “어디 칼 물고 엎어지는 꼴을 구경 한번 해봅시다.” 계집의 태도가 부글거리던 가슴속에 불을 댕기고 말았다. 눈에 불꽃이 튀는 듯했던 길세만은 더이상 입씨름을 참지 못하고 계집의 귀쌈을 찢어져라 후려치고 말았고, 그 사품에 계집은 칼질을 당한 갈대처럼 풀썩 꺾이어 주저앉고 말았다. 따귀 한 대에 기절을 해버렸는지 한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부들자리 위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계집편성에 또 무슨 소동을 벌일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슬히 바라보는데, 어느덧 계집의 어깨가 겨울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폐부를 파고들었다. 중놈의 바랑 속에 들어 있는 빗처럼 쓸모없는 목숨, 티끌 같은 목숨을 부지하자고 이토록 팍팍한 세상을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신세는 계집이나 길세만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새우는 대대로 곱사등이더라고, 알고 보면 세상으로부터 업신여김 당하면서 살아가긴 매한가지가 아닌가. 못된 소행머리로 기광을 부렸다 하지만, 손찌검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가슴을 쳤다. 행렬 잃고 땅에 떨어진 기러기도 매한가지, 성깔이 어긋나서 식칼을 들고 들어와 턱밑에 들이댄 것도 모두가 이처럼 각박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려 했으니 얻어진 악증이 아니던가. 마음이 흔들비쭉하여 죽이라고 악지를 부리며 지다위하고 대들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투전판에서 전대를 털린 것도 모두가 미련했던 자신의 탓이었지, 정분을 나누었던 계집이 사주해서 얻은 횡액은 아니었지 않은가. 잠깐 부린 소행머리가 괘씸하다 해서 손찌검을 한 것은 백번 돌이켜보아도 잘못된 일이었다. 길세만은 계집의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요사이 이르러 기운도 탈진하고 형세가 기울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네. 이제 진정하고 일어나 앉게. 두 번 다시는 데데하게 노잣돈 구처해 달라는 얘기는 않겠네.” “기운이 남았거든 더 때리세요. 투전판에서 돈 잃고 뜨내기 계집에게 노잣돈 구걸하는 사내가 부끄럽지도 않소?” “어허… 겸연쩍게 왜 또 그러나. 내 그럴 의향이 없다니까 그러네.” “그동안 거웃이 쓰리고 아파도 군소리 한마디 없이 육공양을 암팡지게 대접해온 터에 이런 괄시가 없소. 그동안 건네준 해우채가 분수에 넘치도록 과람했다 하나 내가 생트집으로 주머니를 발긴 적은 없지 않소.” “잘 알고 있네. 얼혼이 빠진 내가 형장 맞을 짓을 하였네.” “해우채로 건네준 돈은 벌써 똥 된 지 오래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뒷간에 오래도록 앉아 살펴보지 않았소. 뒷간에서 뭘 찾느라고 그토록 오래 앉아 있었소?” “이제 그만하게. 뒷간에 똥밖에 더 있었겠나.” 길세만이 몇 번이나 다짐을 두고 사죄한 덕분인지 계집은 더이상 모질게 파고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은 오줄없는 계집처럼 육공양을 해서 길세만을 아주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다. 침통하고 소슬하여 심신이 지친 터라, 평소와는 달리 일합을 치른 후에는 녹아떨어져 코까지 골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가슴을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거북함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섬뜩하여 눈을 떠보니 어섯눈에도 시꺼멓게 보이는 한 장정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게 어인 도깨비인가 싶어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는데, 가슴을 타고 앉은 자가 반사적으로 목덜미를 누르고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 잡도리하였는지 아갈잡이까지 되어 있었다. 적당을 모두 소탕하였다는데,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산적이며 무뢰배인가 싶었다. 수시로 드나들었던 투전판의 타짜꾼들은 아닐 것이었다.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는 냄새로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뱃구레를 깔고 앉은 위인은 길세만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인데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그때 문득 뒤통수를 치는 상념이 있었다.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아이들이 직접 뽑은 스토리 좋은 동화책

    프라모델을 사주지 않는 엄마에게 심통이 난 문양이. 소심쟁이인 그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2반 마술사의 카드 마술 내기에 홀려 3만원을 걸었다가 몽땅 다 잃은 것이다. “이제 망했다”며 발버둥치는 문양이에게 친구 명규가 묘안을 낸다. “스무고개 탐정한테 도와 달라고 하는 거야.” 스무 개의 질문만으로 어떤 사건이라도 해결한다는 탐정이 전학을 왔다는 것이다. ‘멋쟁이 어른처럼 주름 하나 없는 바지 밑으로 뾰족구두까지 갖춰 신은 저 아이가 나랑 동갑내기라니! 게다가 탐정이라니!’ 외모만으로 또래를 압도하는 탐정은 질문을 하나씩 던지며 마술사의 비밀을 캐낸다. 하지만 진짜 사건은 마술사가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마술사가 사건 현장에 떨어뜨린 조커 카드가 실마리가 되는데….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제1회 스토리킹(민음사 주최) 수상작이 된 ‘스무고개 탐정과 마법사’ 얘기다. 작가는 “탐정을 어른이 아닌 초등학생으로 설정해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탐정이 된 듯한 흥미진진함을 안겨준 것이 점수를 딴 것 같다”고 했다. 작가의 짐작대로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가며 사건을 풀어내는 어린이 주인공들의 흡인력이 강하다. 각 장마다 굵은 글씨로 새겨진 질문들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과정은 호기심을 잔뜩 부풀어 오르게 한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연필 스케치는 이야기를 부드럽게 감싼다. 때론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처럼 신비롭고 기괴한 분위기마저 뿜어낸다. 초등 3학년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강도 4건·강제추행 6건·절도 158건·성폭력 2건… 범죄 보이는 대로 多 잡는다

    강도 4건·강제추행 6건·절도 158건·성폭력 2건… 범죄 보이는 대로 多 잡는다

    지난 12일 오전 7시 10분. 서울 성북구청 4층에 위치한 U-성북 도시통합관제센터에 긴급 무전이 날아들었다. 출근길 여성을 성추행하고 달아난 노란색 상의의 남성을 추적해 달라는 종암경찰서 장위지구대 김성식 경사의 요청이었다. 센터에 상주하는 성북경찰서 김현성 경위와 모니터링 요원들은 즉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곧 해당 인상 착의의 남성이 장위동 주택가 골목 쪽으로 도주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같은 사실은 인근 순찰차에 즉시 전달돼 용의자는 검거됐다. 무전 접수 5분 30초 만이었다. 올 1월 문을 연 U-성북 도시통합관제센터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도 4건, 강제추행 6건, 절도 158건, 성폭력 2건 등 각종 사건 사고 해결에 큰 몫을 하며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난 4월에는 하굣길 초등학생 자매에게 공책을 사주겠다고 꾀어 유괴하려다 주민 제지로 실패하고 도망간 범인도 센터 덕택에 신속하게 체포할 수 있었다. 안암동에서 싸움을 벌이던 청소년들을 발견하고는 즉각 경찰에 알려 자칫 집단난투극으로 확대될 뻔했던 사건을 막기도 했다. 정릉 주택가에서 여성을 폭행하던 한 남성도 관제센터 직원 눈에 띄어 즉시 검거되기도 했다. 모니터링 요원은 모두 17명. 방범 분야 4개조 3교대, 학교 분야 3개조 2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스쿨존과 어린이 보호구역, 재난·재해 시설용 CCTV는 24시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요원이 위험한 상황을 포착하자마자 센터 근무 경찰관에게 알리고 경찰관은 무전을 통해 해당 정보를 상황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스마트폰 신고 시스템을 갖춘 게 특징이다. 어린이 안전과 관련해서는 초등학교 29곳 교내 및 반경 500m이내 모든 CCTV를 통합해 시간대별로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관제센터 덕택에 지역 주민의 안전 체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또 동별 자율방범대, 자율방재단, 녹색어머니회, 새마을단체,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안전 관련 단체 20여 곳이 더욱 섬세한 안전망을 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獨, 美 NSA 정보수집 프로그램 사용”

    독일 정보기관들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디지털 정보수집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이 22일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NSA의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슈피겔은 독일 연방정보국(BND) 고위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 팀이 지난 4월 말 NSA를 방문했다고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공개한 문서를 근거로 보도했다. 당시 게르하르트 쉰들러 BND 국장이 NSA와의 더욱 긴밀한 협력에 대한 ‘열망’을 피력했고, BND 관계자들은 NSA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NSA는 BND 파트너들의 교육에 속도를 높이려고 ‘전략적 기획 회의’를 마련했고, 오후에는 특별 정보 소스 운용(SSO) 부서의 고위 관계자들이 정보 수집 방법에 대한 설명회도 열었다. 이 매체는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독일의 국내 담당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과 연방정보보안청(BSI)도 NSA와 정보교환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해 왔다며 NSA는 이들 독일 정보기관을 ‘핵심 파트너들’로 부른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상장사 비오너 출신 임원중 주식 갑부는 차석용 부회장

    상장사 비오너 출신 임원중 주식 갑부는 차석용 부회장

    국내 100대 기업에서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고의 주식 부자는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대 상장사의 비오너 출신 임원 3409명의 주식 평가액(7월 15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차 부회장이 1년 6개월여 사이에 75억 5000만원의 주식 자산을 불리면서 현재 251억 90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과 함께 LG생활건강 주가 상승 혜택으로 지난해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 254억 6000만원으로 1위였던 신세계 구학서 회장은 57억 9000만원 감소한 196억 7000만원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작년과 올해 주식 보유 현황은 동일했지만 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 3위는 107억 2000만원어치의 주식자산을 보유한 현대자동차 설영흥 부회장이었다. 이 밖에 50억∼100억원의 주식자산을 가진 임원은 모두 9명으로, 두산 이재경 부회장(79억원) 외에는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84억원)을 필두로 8명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한애리 성형, 기획사 요구 따른 것” 충격 발언

    “한애리 성형, 기획사 요구 따른 것” 충격 발언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겼던 베이비복스 리브 출신 ‘한애리’의 최근 근황이 공개된 가운데 그의 수술 이유가 소속사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 오전 방송된 tvN ‘eNews’의 ‘기자 vs 기자-특종의 재구성’에서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한애리의 근황을 전했다. 2007년 턱 교정 수술을 받던 중동맥이 터지는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한애리는 출혈이 멈추지 않아 엄청난 양의 수혈을 받고서야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현재 모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한애리는 이름도 바꾸고 연극배우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에서 대학 후배들은 “되게 밝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사주고 술도 잘 사주고 분위기 메이커다”고 말했다. 한 후배는 ”성형한 이유는 기획사에서 그렇게 요구한다고 들었다. 그걸 받아 들이는 사람은 남는 거고 싫은 사람은 떠나는 거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냐”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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