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사제
    2025-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부상
    2025-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사카
    2025-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양산
    2025-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성관계
    2025-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209
  •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서울 중구 한길사 ‘순화동천’에서 그를 만났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신작 ‘그해 봄날’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 책에는 한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섰던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가 담겼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 걸어온 책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김언호는 세상이 다 아는 우리나라 대표 출판인이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그 이듬해에 한길사를 창립한 이래 45년 동안 우리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중요한 책들을 최량의 품격으로 펴낸 출판인이자 스스로 중요한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그동안 ‘책의 공화국에서’,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잇는 ‘그해 봄날’은 그의 정신적 수원(水源)이 돼 준 당대 현인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현대 지성사라고 불릴 만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그해 봄날’의 현인들을 찾아 ‘그해 봄날’은 1980년 ‘서울의 봄’을 함축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봄이자 김언호 개인에게는 이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나게 된 봄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거인들을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시대는 암담해져 갔지만 이분들과 새로운 미래를 구상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감사하기만 하다. 코로나19와 함께 꼬박 1년여의 시간을 바친 이 책에서 그는 이분들에 대한 해설이나 논평을 가급적 삼가고 “해석을 앞세우지 않고 현인들 육성을 충실히 받아 적는 기록자”이고자 했다. 누군가의 치열한 생애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역사가 된다. 이 책에 기록된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는 김언호의 시선을 통해 한 시대의 증언과 사표와 지도가 됐다. 그해 봄날부터 이분들이 건넨 정신사의 울림과 떨림이 아직도 깊고 융융하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현대사의 인물지(誌)를 낱낱의 충실성과 정성스런 헌정으로 완성함으로써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됐다. 김 대표는 그분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공공재이고, 흘러간 옛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형임을 알려 준 것이다.“험난한 시절 저는 이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불굴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길을 배웠습니다. 이 땅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목록은 함석헌, 김대중, 송건호, 리영희, 윤이상, 강원용, 안병무, 신영복, 이우성, 김진균, 이이화, 최영준, 이오덕, 이광주, 박태순, 최명희 선생들이다. 정치인, 사상가, 예술가, 언론인, 학자가 망라됐다. 그 가운데 그는 함석헌을 맨 앞에 수록했다. “인생의 스승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함석헌 선생을 꼽는다”는 그는 “선생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며 “지금도 우리에게 탕진되지 않는 감동과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1980년대 지성사를 가로질렀던 함 선생은 걸출한 사상가이자 평화주의 종교인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특별히 내 기억에는 ‘수평선 너머’라는 시집을 남긴 시인으로 남아 있는 함 선생의 육성이 잠시 떠올랐다.●책과 함께하고 책을 확장해 간 삶 김 대표의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그는 거기서 농사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농사일과 책 만드는 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손이 조금이라도 더 가면 반듯해지고 풍부해지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책이 없었고 당연히 서점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책방을 통해 책의 세계를 발견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야말로 황홀한 책의 난장이자 유토피아였다. 그곳에서 ‘사상계’를 만났다. 서울에서 대학 시절 동대문에 줄지어 서 있던 헌책방을 열심히 찾아 민족사적 해석과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 인문, 사회, 역사, 철학이 한 몸이라는 걸 배웠다. 그가 창립한 출판사 ‘한길’은 우리말로 ‘큰길’, ‘하나의 길’ 혹은 ‘마당’이나 ‘광장’을 함의한다. 어쩌면 그 ‘한길’로 김 대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엄혹한 시절을 걸어갔을 것이다. “너무도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혹했던 시대가 더 치열한 사유와 고민과 전망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김 대표는 그러한 사유와 고민을 ‘책’이라는 전망으로 담아냈다. 책을 만드는 시간은 그에게 둘도 없이 귀한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시대정신이 사람들을 발견하게 했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성을 통찰하게 해 주었다. “1980년대를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때를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시대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길사가 1979년 출간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당대의 금기를 깨면서 한국사의 실증과 해석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움직인 책인데 어쩌면 시대가 그 책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술회한다. 김 대표는 책을 만드는 일을 넘어 여러 출판 관련 일에 나선다. 그는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고, 2005년부터는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출판인들과 동아시아출판인회를 조직해 출판운동에 나섰다. 1980년 후반엔 파주출판도시 건설, 1990년대 중반에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설계에 큰 역할을 하면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출판 관련 운동을 확장하면서 그는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지속적인 실천을 해 왔다. 이 점, 김 대표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축일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도, 예술인마을 헤이리도 모두 혼자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시대를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운동으로만 가능했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혼자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한 걸음 걷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책’이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이다. 원래 ‘冊’(책)이란 죽간을 끈으로 엮어 놓은 모양을 본뜬 일종의 상형문자가 아니었던가. 최근 책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문화가 발전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책향’(冊香)과 함께 살아가는 ‘책’의 사제다. “책은 세계에 눈뜨게 해 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그는 “책을 통해서만이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개인과 사회를 설계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한 믿음을 반세기 동안 책을 만들면서 굳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책’이라는 경이로운 발명품을 통해 인류는 진화해 왔고 한국 사회도 이만한 발전을 해온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디지털의 힘은 정보의 집적에 있고 종이책은 그야말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그의 움직일 수 없는 지론이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써온 그의 일생도 이러한 믿음 위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예술로서의 ‘한 권의 책’ 연전에 그는 출판인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을 통해 책에 바치는 헌사를 완성한 바 있다. 그는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우리는 서점에서 만났고 시간을 죽였으며 거기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옆구리에는 책을 끼고 가방에는 세계의 가능성을 담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렇게 한 시대의 빛으로 가득한 서점의 광휘를 아름답게 담은 결실이 ‘세계서점기행’이었다. 이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내고 써 갈까? 그는 “고전 문제작을 읽음으로써 사람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전을 강조했다. 특별히 감염병과 관련해 재난의 근원과 진단과 처방에 관련한 인문학적 비전을 담은 책들을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 만들기와 책 읽기 없이는 창조적이고 품격 있는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한 권의 책’이 한 시대의 생각과 말씀을 담아낸다는 정신으로 쉬지 않고 책을 펴낼 것이다. 그는 국가가 개입해 도서관을 풍요롭게 구축해 가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역설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야 합니다. 문화 선진국들은 도시 곳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요. 책이라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도서관 정책이 긴요합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책’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이 아름답듯이 그것을 담아내는 책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영국 아티스트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아름다운 책’을 배웠다는 그는 모리스가 말한 “인간의 예술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 건축이고 그다음이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을 거듭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운명입니다. 운명을 걸고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고민은 제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의의이기도 합니다.” 책 만드는 운명을 사랑하는 ‘작가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이 ‘그해 봄날’처럼 쏟아지는 늦가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실적 부진 ‘K뷰티 신화’… 젊은 CEO·조직 개편 승부수

    실적 부진 ‘K뷰티 신화’… 젊은 CEO·조직 개편 승부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젊은 CEO’와 ‘조직 개편’으로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김승환 인사조직실장(전무)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올해 51세로, 전임 배동현(65) 대표이사 사장보다 14살 어리다. 김 신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경영전략팀장, 전략기획디비전장, 전략유닛장 등을 거쳤다. 해외 법인 신규 설립과 설화수 론칭 등 중국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가 인사 전문가인 만큼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도 개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 브랜드 유닛을 신설했으며 브랜드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성장을 위해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사제도도 팀플레이보다 개인 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꾼다. 기존 6단계 직급 체계를 5단계로 축소하고, 실적이 뛰어난 팀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없애기로 했다. 대신 인사고과를 통해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1명만 기본급을 올려 주는 제도를 마련한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비대면 시대 온라인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사드 이후 부진한 중국 시장을 회복·대체할 글로벌 사업 확장도 필요하다. 한때 ‘K뷰티 신화’로 불렸던 아모레퍼시픽은 4년 연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올 들어 주요 판매 채널인 면세점과 백화점 등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로드숍 매출도 이커머스 업체에 밀려나 쇠락하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3분기 매출(1조 2086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 영업이익(610억원)은 49% 감소했다. 경영난으로 최근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젊은 CEO와 조직개편, 승부수 띄운 아모레 과제는

    젊은 CEO와 조직개편, 승부수 띄운 아모레 과제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젊은 CEO’와 ‘조직 개편’으로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김승환(사진) 인사조직실장(전무)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올해 51세로, 전임 배동현 대표이사 사장(65세)보다 14살 어리다. 김 신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경영전략팀장, 전략기획 디비전장, 전략 유닛장 등을 거쳤다. 해외법인 신규 설립과 설화수 론칭 등 중국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가 인사 전문가인만큼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도 개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 브랜드 유닛을 신설했으며 브랜드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성장을 위해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사제도도 팀플레이보다 개인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꾼다. 기존 6단계 직급 체계를 5단계로 축소하고, 실적이 뛰어난 팀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없애기로 했다. 대신 인사고과를 통해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1명만 기본급을 올려주는 제도를 마련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비대면 시대 온라인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사드 이후 부진한 중국 시장을 회복·대체할 글로벌 사업 확장도 필요하다. 한때 ‘K뷰티 신화’로 불렸던 아모레퍼시픽은 4년 연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주요 판매 채널인 면세점과 백화점 등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로드숍 매출도 이커머스 업체에게 밀려나 쇠락하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3분기 매출(1조 208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영업이익(610억원)은 49% 감소했다. 경영난으로 최근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3%룰 완화 논의에 이재명 “모처럼 찾아온 기회…국민 열망 훼손 않길”

    3%룰 완화 논의에 이재명 “모처럼 찾아온 기회…국민 열망 훼손 않길”

    대선 주자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의 공정경제 3법 완화 논의에 대해 “국민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타깝게도 ‘3%룰’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자 당초 최대 주주 ‘합산’에서 ‘개별’ 적용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라며 “개별 안이 되면 대주주 측은 각각의 3%씩을 인정받게 돼 특수관계인의 숫자만큼 권한이 늘어나 애초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집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국내 대주주가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역차별 우려가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3%룰과 관련해 현행처럼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전부 합산해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방안 대신 합산 없이 개별적으로 3%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지사는 “재계에서는 3%룰은 해외 유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해외 기업들이 저마다 강도 높은 감사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이라며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2019년 국가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감사순위는 조사대상국 63개국 중 61로 꼴찌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전체 141개국 중 13위로 높게 평가했으나, 오너리스크에 대한 태도(88위), 권한 위임 의지(85위) 등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선 낮게 산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이번 상법개정안은 처음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사항인 집중투표제 뿐 아니라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빠져있었으며, 오히려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에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해주는 등 지난 제안 법안들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처럼 만에 찾아온 기회입니다. 공정경제 3법 논의가 더 이상 정당 간의 거래와 재벌과의 동행으로, 총수일가 전횡 방지와 재벌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 취지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북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력한 교황 순방 후보국”

    “북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력한 교황 순방 후보국”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공개 석상에서 북한 방문 의사를 재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탈리아 언론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황의 유력한 해외 방문국으로 북한을 꼽았다. 일간 일 메사제로는 지난 12일자(현지시간) 관련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억제된 이후 교황의 해외 방문 후보 국가로 북한과 그리스, 키프로스, 남수단, 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이 자리잡고 있는 `아프리카 뿔’ 지역, 몬테네그로, 이라크, 시리아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지난달 23일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를 접견했을 때 방북 의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교황이 미래 순방지에 포함하고 싶어 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북한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다만 교황의 해외 순방이 언제쯤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공급이 최대 변수로 알려진다. 교황은 2018년 10월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서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갈 수 있다”며 사실상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 대사를 단독 접견한 자리에서 이 대사가 “당시 입장이 지금도 유효하시냐”고 물었고 교황은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교황은 또 “북한을 방문해 그곳 주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이 대사의 말에 “나도 가고 싶다”라고 호응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가교가 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중구형 초등돌봄 8개교로 확대 운영…초등돌봄교사 파업 막는 대안될 수 있나

    중구형 초등돌봄 8개교로 확대 운영…초등돌봄교사 파업 막는 대안될 수 있나

    지난 6일 파업을 벌인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2차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 중구의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이 전국의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까 주목되고 있다.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이 전국으로 확산되기에는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99%가 만족하는 우수사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벤치마킹을 타진하는 등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서울 중구는 지난 10일 중구교육지원센터 ‘이로움’에서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 및 덕수·장충·충무초등학교와 ‘중구형 초등돌봄교실’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구의 구직영 초등돌봄교실 학교는 총 8개교로 늘었다. 돌봄공간 확보가 어려운 신당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중구의 모든 공립초등학교 돌봄교실을 구가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이다.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이 학부모들에게 호평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돌봄교실 운영시간이다.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이외에 1교실 2교사제로 돌봄의 질과 안전성도 강화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구 관계자는 “저녁시간의 돌봄 공백을 보강할 뿐 아니라 양질의 저녁식사까지 제공해 맞벌이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구가 직영하는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기존의 학교 내 초등돌봄전담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현재 2차 파업을 예고한 초등돌봄전담사들이 우려하는 민간위탁 우려를 없애고 구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구 관계자는 “구직영 초등돌봄교실 운영이전 돌봄전담사들은 원하는 분들은 100%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면서 “구 직영 운영 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 뽑은 시간제 돌봄선생님들은 현재 비정규직이지만 이분들도 정규직 전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은 현재 교육공무직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우려하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고 근무여건과 질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타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이 전국의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른다. 우선 예산 문제다.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53.5%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서초구(54.7%)에 이어 2위다. 또한 관내 초등학교는 총 9개에 학생수도 적은 편이다. 김선미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본부장은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서울은 재정자립도가 76% 정도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이라서 예산 문제가 따른다”고 전했다. 중구는 돌봄예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구의회에서도 돌봄예산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교육청은 학교가 운영하지 않는 돌봄교실에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매칭해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예산이 확보되면 민간 위탁을 방지하는 조항을 넣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 직영의 또다른 논란은 바로 학생들의 안전과 책임 문제다. 김 본부장은 “학교 안의 시설을 이용하다가 아이들이 다치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해도 학교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지자체에서 운영하더라도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소재가 명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1교실 2교사제 등을 확대하고 돌봄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학생들의 안전과 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유럽 외교관들 노리고…사우디 ‘비무슬림’ 묘지서 사제 폭탄 폭발(종합)

    유럽 외교관들 노리고…사우디 ‘비무슬림’ 묘지서 사제 폭탄 폭발(종합)

    비무슬림 묘지서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연례 행사 진행 중 사제 폭탄 공격프랑스 “비겁한 공격, 강력 규탄”용의자 신원 안 밝혀져… 2주 전에도 테러프랑스·오스트리아 이어 유럽 테러 비상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잇단 테러 공격으로 인해 유럽에서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한 비무슬림(비이슬람교도) 묘지에서 11일(현지시간) 폭발로 여러명이 다쳤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오늘 아침 제다의 비무슬림 묘지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기념한 연례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사제폭탄 공격이 있었다”며 당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외교관들이 참석 중이었다고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프랑스는 이 비겁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사우디 주재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했으며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의 외교관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우디 프랑스대사관,체류 자국민에 “신변안전 유의” 로이터는 그리스 정부의 한 관리를 인용해 제다에서 폭발로 4명이 가볍게 다쳤고 부상자 중 그리스인 1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우디 당국은 그리스대사관 직원 1명과 사우디인 경비원 1명 등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우디 경찰이 현장에서 폭탄을 던진 한 남성을 붙잡은 뒤 이번 사건을 테러로 추정하고 조사하고 있다. 주사우디 프랑스대사관은 사건이 발생한 뒤 사우디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용의자나 피해자들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다에서는 약 2주 만에 테러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2주 전 제다 프랑스영사관서경비원 흉기 찔려 ‘무함마드 풍자 만화’ 보여준프랑스 중학교 교사 참수 노트르담 대성당서 시민 3명 테러 사망오스트리아서 총격 테러 24명 사상 지난달 29일에는 제다의 프랑스영사관에서 경비원 한 명을 흉기로 찌른 사우디인 남성이 체포됐다. 또 이번 폭탄 폭발은 최근 프랑스와 이슬람 국가들의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앞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했던 한 프랑스 중학교 교사가 지난달 16일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 의해 살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옹호했지만, 이슬람 국가들은 신성모독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이들의 테러가 유럽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부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튀니지 국적의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시민 3명이 숨졌다. 이달 2일에는 오스트리아 빈 도심에서 총격 테러로 시민 4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 당일 경찰에 사살된 용의자 쿠즈팀 페즈줄라이(20)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여행을 가려다 적발됐으며, 테러 단체 가담 시 처벌하는 법률에 따라 2019년 4월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같은 해 12월 석방됐다. 오스트리아, 빈 총격 테러 이후급진 성향 이슬람 사원 두곳 폐쇄 오스트리아 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빈 총격 테러 사건 이후 급진적인 성향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두 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주잔네 라프 통합부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내무부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석방된 이후 모스크 두 곳을 반복해서 방문했다”면서 “국내정보부(BVT)가 테러 용의자가 이들 모스크를 방문하면서 더 급진화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폐쇄된 곳은 빈 서부에 자리한 모스크로, 하나는 오타크링에 있는 멜리트 이브라힘 사원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들링 지역의 타우히드 사원이다. 이 중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원은 한 곳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이슬람종교공동체도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두 곳 가운데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원 한 곳이 교리와 국가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폐쇄됐다고 밝혔다.佛·오스트리아 잇단 테러에영국, 테러위협 경보 상향조정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으로 의심되는 테러가 발생하자 영국이 테러 위협 경보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방송에 따르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합동테러분석센터(JTAC)가 영국의 테러 경보를 ‘상당’(substantial)에서 ‘심각’(severe)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심각’은 ‘위기’(critical)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 5단계로 이뤄진 테러 위협 경보는 ‘위기’-‘심각’-‘상당’-‘보통’(moderate)-‘낮음’(low) 등이다. 영국의 테러 위협 경보 수준은 국내정보국(MI5) 산하 독립기구인 합동테러분석센터의 권고를 토대로 결정된다. 파텔 장관은 “대중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활동은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번엔 사우디 ‘비무슬림’ 묘지서 폭탄 폭발…유럽 외교관들 참석

    이번엔 사우디 ‘비무슬림’ 묘지서 폭탄 폭발…유럽 외교관들 참석

    4명 부상… 프랑스 “비겁한 공격, 강력 규탄”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잇단 테러 공격으로 인해 유럽에서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한 비무슬림(비이슬람교도) 묘지에서 11일(현지시간) 폭발로 여러명이 다쳤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오늘 아침 제다의 비무슬림 묘지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기념한 연례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사제폭탄 공격이 있었다”며 당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외교관들이 참석 중이었다고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프랑스는 이 비겁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그리스 정부의 한 관리를 인용해 제다에서 폭발로 4명이 가볍게 다쳤고 부상자 중 그리스인 1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토피와 닮은 듯 다른 ‘건선’… 샤워하면 더 가려워요

    아토피와 닮은 듯 다른 ‘건선’… 샤워하면 더 가려워요

    면역세포 지나치게 활성화되며 발생국내 환자 16만명… 남성이 1.5배 많아암·고혈압·고지혈 등 전신질환 위험도식습관 조절·운동으로 체중 유지하고하루 2~3번 보습제 바르고 자극 금물●피부에 은백색 비늘·붉은 발진 나타나 지난 7일은 24절기 중 겨울의 길목이라는 입동(立冬)이었다. 겨울철은 피부 질환 환자들에게 특히나 가혹한 시기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피부질환이 건선이다. 건선 자체의 염증만으로 피부가 건조해진 상황에서 차고 건조한 날씨까지 더해지며 증세가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일조시간이 짧다 보니 환자들이 건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외선에 피부를 노출하기 위해 햇빛을 쬘 시간은 줄어든다.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 비늘(인설)로 덮인 붉은 발진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만성 재발성 피부 질환이다. 전 인구의 2~4%에서 발병하고, 아시아인보다 서구인에서 발생 빈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 이내라고 한다. 모든 신체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T세포(피부 각질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라고 불리는 특정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서 건선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관련해서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김태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유전적 인자도 건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모가 모두 건선인 경우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은 41% 정도이며 부모 중 한 명이 건선이라면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은 14%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밖에도 계절, 피부 자극, 스트레스, 목감기, 흡연과 음주, 비만, 약물 등으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분석해 발표한 ‘2014∼2018년 건선 진료환자’ 통계에 따르면 건선 환자는 16만 3531명으로 남성 9만 7134명, 여성 6만 6387명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1.5배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최근 5년간 환자 수가 80대 이상은 연평균 8.8% 증가했고, 60대 3.9%, 70대 1.7% 순으로 증가했다. 60대 이상부터 환자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이다. 조남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이 처음 나타나는 연령은 평균적으로는 남자 35.7세, 여자 36.3세”라면서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28.1%로 가장 많고 30대 17.4%, 10대 14.4% 순인데 완치가 어렵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선은 보통 붉은색 발진과 은백색의 비늘이 특징인 ‘판상건선’을 말한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판상건선이 전체 건선의 80∼90%를 차지한다. 이는 전신의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팔꿈치, 무릎, 두피, 엉덩이에 잘 나타난다. 판상건선 이외에도 젊은층에서 흔히 발병하는 물방울 모양 건선과 겨드랑이·엉덩이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각질 없이 붉게 나타나는 간찰부위 건선 등 건선의 형태는 다양하다. ●심근경색 발생률 2~3배 높아져 주의해야 건선은 다양한 전신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흔한 동반되는 질환으로는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 심장질환, 관절질환, 염증성장질환, 정신질환 등이 있다. 건선질환의 중증도가 높아 전신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심근경색 발생률도 일반적인 위험도를 훨씬 웃돌았다. 건선 중증도가 높은 남성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2.09배 높았고, 여성환자군은 3.23배나 더 높게 나타났다. 암 발생률도 정상인에 비교해서 높다. 이민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병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다양한 암 발생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위암의 발생률이 1,3배 정도 높았다”면서 “예전에는 건선은 단순히 피부에만 국한된 피부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반 질환 여부를 잘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선은 오랜 기간 증상이 나타나고 재발이 잦다 보니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 필요하다. 크게 국소 치료(바르는 약)와 전신 치료, 광선 치료로 나뉘는데,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타민 D 유도체 등 연고를 바르는 국소치료를 하고 이것만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자외선을 사용하는 광선치료를 주 2~3회 한다. 광선치료는 어린이나 임산부도 사용이 가능한 안전한 치료법이다. 치료되지 않는 심한 건선인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주사제가 있다. 다만 약값이 비싸다. 심한 건선 환자들만 보험 적용이 된다. ●잦은 샤워·긴 시간 목욕, 피부가 싫어해 건선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스트레스나 과로를 피해야 한다. 식습관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건선은 앞서 말한 대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고 심혈관 질환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활 습관 교정과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적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피부 건조를 막는 것이 증상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병변을 막는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샤워를 자주 하거나 장시간 목욕을 하는 것은 피부를 건조하게 할 수 있다. 되도록 가볍게 샤워하는 것을 권장한다. 건선의 각질을 손이나 목욕 수건으로 억지로 벗겨 내는 등 과도하게 피부를 자극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또한 하루에도 2~3번 이상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바르면 좋다. 마지막으로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선 아토피 피부염은 대부분 유·소아기에 발병해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나아지는데 건선은 2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증상도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접히는 부분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고 건선은 피부 병변이 전신에 걸쳐 분포할 수 있음에도 가려움증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에 일어난 변화를 보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붉은색 수포가 진물 등과 함께 관찰되고, 건선의 경우 처음에는 선홍색의 작은 발진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부위가 커지고 은백색 비늘을 동반한 경계가 분명해진다”면서 “두 가지는 치료 및 관리법도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황 프란치스코 신부 선종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황 프란치스코 신부 선종

    천주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황 프란치스코 신부가 지난 9일 새벽 제주 골롬반하우스에서 선종했다. 89세. 호주 출신으로 사제서품 이듬해인 1956년 한국에 파견되어 강원도와 제주도에서 본당사목을 했다. 첫 주임으로 파견된 정선에서 성당을 건립했고 전쟁 후 가난하게 살던 한국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다. 청년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속초 동명동 본당에 청년 JOC팀을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 초 호주로 파견돼 4년여간 시드니에서 한인 사목을 했으며 1985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서울 신림동 ‘사랑의 집’에서 노동사목을 시작했다. 2009년 제주 남원 본당을 끝으로 은퇴한 뒤엔 제주 골롬반하우스 매니저로 제주 후원회원 지원 활동과 필리핀 이주민사목을 이어왔다. 빈소는 제주 중앙 주교좌성당에 마련됐으며 장례미사는 11일 오전 10시 봉헌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오만가지’ 초등돌봄이 공짜… ‘상상 그 이상’ 아이 좋은 중구

    ‘오만가지’ 초등돌봄이 공짜… ‘상상 그 이상’ 아이 좋은 중구

    “아이가 학교 입학하기 전 미리 여러 곳의 학교를 탐방했었어요. 엄마들 사이에 돌봄교실이 잘돼 있다는 소문에 이곳을 둘러보고 입학시키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앞으로 일반교실도 돌봄교실처럼 시설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돌봄센터에서 서양호 중구청장과 학부모의 대화가 열렸다. 1학년 자녀가 돌봄교실을 이용한다는 학부모 김모(41·여)씨는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내고 나니 제 선택이 옳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학부모 강모(47)씨도 “큰아이가 이 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때보다 돌봄교실이 몰라보게 나아졌다”면서 “둘째아이도 돌봄을 이용하는데 아이가 가장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는 학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서 구청장은 이날 지난 9월 말 리모델링을 마친 돌봄교실을 둘러보고 실제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과 초등돌봄 운영에 관한 솔직한 얘기를 듣기 위해 특별한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열대여섯명쯤 되는 돌봄교실 아이들이 외부강사와 함께 제철 맞은 소국과 미니장미를 다듬고 편백나무향을 맡으며 플로리스트 체험이 한창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아이들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중구형 초등돌봄교실의 우수성은 이미 정평이 난 지 오래다. 대통령상, 교육부장관상을 휩쓴 것은 물론 돌봄교실 운영 초기부터 지금까지 타 기관의 벤치마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돌봄교실 운영시간은 오후 8시까지, 방학 때도 물론 같다. 방학 때도 친환경 급간식 제공은 물론 야간돌봄보안관 근무, 입·퇴실 시 문자전송 서비스, 1교실 2교사제로 아이의 건강과 안전도 확실히 보장한다. 로봇코딩, 3D펜 활용, 성장요가, 꽃꽂이, 웹툰 그리기, 우쿨렐레 등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수준이 높다. 중구형 돌봄교실에서는 이 모든 게 무료다. 이는 부모들이 맘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서 구청장의 다짐과 맥을 같이한다. 중구 초등돌봄교실의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 못지않다. 청구초는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 아이들을 위해 천장 높이를 2.3m에서 2.6m로 키우는 작업을 병행하고, 총 3개의 돌봄교실과 놀이동산에 버금가는 돌봄교실 전용 화장실을 탄생시켰다. 남산초는 3개의 전용 돌봄교실을 4개로 늘려 새 단장을 하고, 돌봄 아이들을 위한 비상구를 따로 설치했다. 서 구청장은 “보육과 교육이 오롯이 부모의 몫으론 감당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면서 “최선을 다해 아이 키우기 좋은 중구, 아이 키우러 찾아오는 중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현삼 경기도의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행감에서 감사 인력보충 및 업무 확대 촉구

    김현삼 경기도의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행감에서 감사 인력보충 및 업무 확대 촉구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김현삼(더불어민주당·안산7) 의원은 9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하 경상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부 감사 및 노동이사 개선과 정책적 대응을 요구했다. 김현삼 의원은 “경상원 감사는 1인으로 내부 직원인 팀장이 겸임하는 형태로서, 현재 감사 업무를 내부 직원의 민원처리와 재산상황, 회계처리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는 기관의 전반적 업무를 관리·감시·감독해야 하는 자리이므로 경상원의 규모와 사업량에 걸맞은 감사 업무가 요구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노동이사제 미추진하는 사유에 대해 질의하며, 원장이 지켜온 노동에 대한 가치 등을 고려할 때 경상원이 선제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여 노동이사와 노동조합이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건전한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경상원의 정책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소상공인 문제는 국가 전체적인 사안으로, 현장을 넘어 법제도 개선 등 정책적인 대응을 적극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상원 이홍우 원장은 “향후 감사업무를 진행하면서 의원님의 고견을 반영해 전반적 업무처리를 담당하게 하겠다”며 “조례로 직원 100명 이상의 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두는 권고규정을 미처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는데,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따져 빠른 시일내에 해당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시장상권 매거진 등을 통해 정책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옥분 경기도의원, 협소한 수원교육지원청사 시설확충 적극적 추진 당부

    박옥분 경기도의원, 협소한 수원교육지원청사 시설확충 적극적 추진 당부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박옥분 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2)은 9일 수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경기도수원·평택·안성·여주교육지원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교육지원청별 현안사안 질의를 통해 협소한 수원교육지원청이 130만 특례시 교육행정 담당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박옥분 의원은 수원시의 특례시 승격에 대비하고 기관을 방문하는 교육공동체의 편의를 도모하는 시설로 재정비가 조속히 요구된다고 강조하며, 도 교육청이 신청사로 입주하고 난 후에 도 교육청 부지로의 이전이나 새 부지 확보, 신축이전을 추진할 TF팀을 구성하여 수원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인 교육청 시설확충을 통한 양질의 교육행정 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어 교내 초등돌봄전담인력을 지자체로 이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하여 집단파업에 돌입한 학교의 돌봄공백이 우려된다며 이로 인해 맞벌이 가정이라든지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이 피해 보는 사례가 없도록 돌봄전담인력의 파업참여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세심한 관심과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최근 밝혀진 평택교육지원청 관할 사립고등학교 채용비리와 관련해 양미자 평택교육장 대상 질의에서 박 의원은 교사의 갑작스런 부재로 인해 특히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면밀히 살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향후 이런 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가 재단을 책임지는 ‘임시 이사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판석 교수, 한국인 첫 유엔 국제공무원위원 선출

    김판석 교수, 한국인 첫 유엔 국제공무원위원 선출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김판석(64)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공무원위원회 위원 선거에서 위원으로 선출됐다. 국제공무원위원회는 개인 자격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유엔총회 산하 기관이다. 급여 조정, 일비 지급과 직위 구분 관련 의사 결정, 보상·인사 사안 관련 유엔총회 권고 등 유엔 직원의 근무 조건 등을 규율·조정하는 유엔 인사·행정 분야의 주요 위원회다. 국내 인사가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진출한 것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처음이다. 임기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을 지냈고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뒤 한국인사행정학회 회장, 유엔 행정전문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인사행정 전문가다. 외교부는 “인사·행정 분야에 있어서 김 교수의 전문성과 역량이 국제사회의 충분한 인정을 받은 결과로 평가된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전문성을 갖춘 우리나라 인사의 유엔 예산·행정 분야 제반 위원회 진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펀드 돌려막기’‘작정한 사기극’… 권력형 게이트로 번졌다

    ‘펀드 돌려막기’‘작정한 사기극’… 권력형 게이트로 번졌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을 담당하는 각 언론사 법조팀 소속 기자들은 오전에 업무를 시작하기 전 먼저 3가지를 확인하곤 한다. 언론사들이 밤과 새벽 사이에 쏟아 낸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관련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살펴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폭탄’이 터질 수 있는 일정 여부를 체크한다. 그리고 검찰 내부 게시망인 ‘이프로스’에 새로 올라온 검사의 글은 없는지 수소문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 발제’ 마감 시간이 다가와 머리가 아득해진다. 이런 아침 풍경은 라임자산운용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을 출입처로 삼은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권, 재계 등에서도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맥락이나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만큼 중간 점검 삼아 사건의 시작과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 등을 살펴본다.●피해 규모 각각 1조 6000억·1조 2000억 8일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흔히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통칭되는 두 사건은 사모펀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뒤 각각 내부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돌려막기’ 수법으로 자금을 굴리다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외형상 비슷하다. 피해 규모는 라임 1조 6000억원, 옵티머스 1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두 사건을 뜯어보면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 라임은 2017년 11월 첫 펀드를 출시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목적과 용도에 맞게 투자했지만 투자사 상장폐지와 투자 사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다른 펀드에 투자된 돈을 부실펀드로 돌려 막는 ‘폰지 사기’(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 사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라임은 정상적 금융투자업으로 출발했지만 투자 손실 은폐와 무리한 투자 유치의 반복 끝에 금융 범죄로 전락한 사업에 가깝다. 반면 라임에 이어 터진 옵티머스 사태는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사업의 목적 자체가 ‘한탕’을 노린 금융 사기로 확인된다. 2017년 6월 주주총회에서 이혁진(53·미국 도피 중) 전 대표를 밀어내고 김재현(50·구속 기소) 대표 체제를 구축한 옵티머스는 이후 안전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은행 이자보다 높은 연 2.8%의 수익을 약속하며 공격적으로 펀드를 발행했다. 옵티머스가 지난해 7월 이후 판매해 환매 중단된 46개 펀드상품에 모인 투자금은 모두 5227억원.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던 약속과는 달리 이 자금을 모두 산하 6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사모사채로 돌렸다. 각 법인은 아트리파라다이스, CPNS,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라피크, 블루웨일, 충주호유람선 등으로 모두 옵티머스의 지배구조에 놓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와 대부업체 등으로 구성됐다. 옵티머스는 6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1차 돈세탁을 한 후 다시 유령회사인 트러스트올과 셉틸리언 등으로 돈을 분산시킨 뒤 600곳이 넘는 투자처로 자금을 퍼트린 것으로 파악됐다. 옵티머스 설립 초기의 한 임원은 “크게 ‘한탕’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며 옵티머스 관계사 지분 양도 등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범죄 수사에서 정치인 수사로 확대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모두 천문학적 피해 규모로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책임자 처벌과 피해 회복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일부 정치인의 이름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일순간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 증폭됐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두 사건 모두 정부·여당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정치적 반격의 호기를 맞은 국민의힘 등은 당장 검찰 출신 의원 등이 포함된 ‘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 게이트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정권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라임 수사와 관련해 지난 2월 “라임을 살릴 회장님이 어마어마한 로비를 한다”, “청와대까지 로비를 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라임을 살릴 회장님’은 구속 기소된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 실제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청와대 행정관이 김 전 회장에게 37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김 전 회장과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58·구속 기소) 스타모빌리티 대표 조사 과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호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측의 로비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강 전 수석은 이 대표를 통해 김 전 회장이 건넨 5000만원을 받았고,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맞춤형 양복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는 지난달 옵티머스의 배후에 정부·여당 인사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내용이 알려지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김 대표가 지난 5월 금감원 현장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이혁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하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되다 보니 정상화 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옵티머스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셉틸리언의 최대주주가 이미 구속된 윤석호(43·변호사)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인 이진아(36·변호사)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확인되면서 권력형 게이트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재직 당시에는 옵티머스 지분 9.8%를 차명 보유하고, 해당 지분 역시 김 대표로부터 받은 돈으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옥중 폭로’ 라임 vs ‘자중지란’ 옵티머스 정부·여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던 두 사태는 최근 들어 조금씩 전세가 뒤바뀌는 모양새다. 라임 수사는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로, 옵티머스 수사는 옵티머스 핵심 피고인 4인방이 각각 구속 수감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에 보낸 자필 입장문을 통해 “야당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다.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회유했다”며 “검찰에 야당 인사에 대한 금품 로비도 진술했으나 여당 인사에 대한 수사만 진행됐다”는 폭로도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19일과 22일 각각 서울고검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나왔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청 국정감사는 라임·옵티머스 수사와 관련한 야당의 집중포화가 전망됐지만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계기로 여당인 민주당의 역공이 쏟아졌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폭로 당일 관련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검찰총장이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해당 수사 지휘·보고 라인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추미애 vs 윤석열 갈등 구도까지 겹쳐 옵티머스 수사는 정부·여당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윤 총장이 특별수사단급으로 수사팀 확대를 지시하면서 수사검사가 19명으로 늘었지만 현재까지는 전 금감원 간부들과 이 전 행정관 정도가 수사 선상에 올랐을 뿐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가족이 5억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1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두 사람 모두 “거래하던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따른 단순 투자”라고 해명했다. 옵티머스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 대표는 “정관계 로비 의혹은 책임을 모두 나에게 떠넘기기 위한 윤 이사의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문건에 쓴 ‘정부·여당 인사’와 관련해 “이 전 행정관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며 “윤 이사가 ‘로비 리스트’라고 검찰에 제공한 자료는 평소 사업을 위해 수집해 둔 전화번호부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법조계를 넘어 정치적 사안으로 확장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추 장관 등 여권과 윤 총장 등의 갈등 구도까지 겹쳐졌다. 검찰 수사로 온전히 규명될 수 있을지 그리고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등의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야권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특별검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장일 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사 상생 경영 강조

    김장일 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사 상생 경영 강조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김장일(더불어민주당, 비례) 부위원장은 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노사 상생협력 경영을 강조했다. 김장일 부위원장은 이날 “경과원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등을 정규직화 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규직 정원을 초과하는 많은 인원을 전환하는 만큼 많은 사전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노사가 어떻게 경과원을 이끌어 갈 지에 대해 고민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며 제언했다. 경과원 김기준 원장은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특히 유기계약직에 대한 급여가 이원화되었고, 시설운영직은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급여 등 문제가 있었다”며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장일 부위원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성원 경과원 노조위원장에게도 “노동자로서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해소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고 질의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일부 임직원의 직원 홀대, 관리 제도 미비, 무기직과 정규직간 차별 발생 등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며 공공기관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김장일 부위원장은 경과원에 노조와 기관간 긴밀한 협력을 통한 상생경영을 주문하는 한편, 향후 2주간 예정된 경제실·노동국 등 4개 실·국과 경기신용보증재단·킨텍스 등 8개 공공기관 행정사무감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노동이사제 실시 현황 등 경기도 노동현안에 대한 집중 질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추승우 서울시의원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 재검증 필요”

    추승우 서울시의원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 재검증 필요”

    서울특별시의회 추승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초4)은 2020년도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의 예산책정, 투자심사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업추진에 앞서 사업시행의 타당성 확보 등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추 의원이 지적한 것은 크게 네 가지로 첫 번째는 당초 139억 원이던 사업비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산출근거도 없이 고무줄처럼 402억 원으로 증액된 것이다. 또한 각 대상지점마다의 정류소 1개소당 소요비용은 다 제각각으로 일관성이 없었으며, 특히 사당역의 경우 서울교통공사에서 “사당역 복합환승센터”를 추진하고 있어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고 추 의원은 지적했다. 두 번째로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의 근거없는 사업비 산출 및 편익 추정을 통해 경제성(B/C)을 과도하게 부풀려 졸속한 투자심사의 시행한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40억원이 넘는 사업에 대해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업의 경제성을 심사하는 투자심사제도를 운용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당산역, 강변역, 사당역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 투자심사의 경우 공사비와 편익 등에 대한 세부 산출근거가 없고, 3개 지점이 지리적 위치, 운행버스노선, 이용자수가 다 다름에도 서울시는 공사비, 설계비, 경제적 편익을 모두 동일하게 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 결과 비용편익비(B/C)는 3지점 다 1.67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등 부실한 투자심사 시행하였다. 또한, 2020년 5월에 실시한 당산역, 강변역, 사당역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의 1단계 투자심사결과 ‘기본설계 후 실시설계 전에 추가로 2단계 심사를 시행’하도록 하였으나, 서울시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10월 중순부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용역을 함께 발주하는 등 졸속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로 광역버스 안전운행 회차 및 환승시설 개선을 위해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이 당초 사용목적에 불일치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국고편성 목적은 크게 ① 버스 정차공간 및 이용자 대기공간 확충, ② 대규모 아케이드형 쉘터설치(편의시설 및 정보시설 포함)관한 것이나 서울시에서는 대부분 ‘스마트쉘터’ 조성에 주요 초점을 맞추고 있고 광역버스 정차공간 마련, 안전운행 및 회차, 이용자 대기공간 확충 등 환승체계 구축에 대한 부분이 미진하고 세부계획이 없어 국고보조금의 사용목적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의 사업비 분담이 아직까지도 불명확하고, 관련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환승센터 등의 비용 일부를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거쳐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관련법규가 최근에 신설되었고, 이 또한 임의 규정으로 시행일도 2021년 4월 이후여서 협의 지연 시 사업비를 고스란히 서울시가 떠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서울시에서는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 사업비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산출내역을 밝혀 사업타당성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한편 “이렇게 허술하게 투자심사 자료를 작성·의뢰하여도 국비확보와 연계되어 있다는 이유로 「조건부 추진」으로 투자심사를 통과되었다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고, 향후 광역버스환승정류소 개선사업 예산편성 시 면밀히 살펴 예산누수를 막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뇌물수수 송성환 전 전북도의장 징계 수위는?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송성환(50) 전 전북도의회 의장에 대한 징계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윤리특위에서 송 전 의장에 대한 징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4월 송 전 의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윤리특위에 회부했으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1심 선고까지 징계를 보류했다. 그러나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무거운 형이 선고되자 징계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징계수위는 경고, 공개사과, 출석정지, 제명 중에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전례에 따르면 송 전 의장은 출석정지나 제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송 전 의장은 1심에서 ‘직위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제1단독 이의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송 의원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775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 직을 잃는다. 뇌물 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여행사 대표 조모(69) 씨에게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고교 선후배인 피고인들이 평소 금전적 거래를 할 정도의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있을 도의원 국외연수 여행사 선정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씨가 송성환 피고인에게 금전을 교부할 이유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송 의원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2016년 9월 동유럽 연수를 주관한 여행사 대표 조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775만원(현금 650만원·1000 유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까딱 잘못하면 눈으로만 읽게 된다.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수차례 반복해도 문장의 뜻을 알까 말까다. 알베르 카뮈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에세이 ‘섬’. 1980년 처음 초역 출간됐던 책이 40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번역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30대 젊은 교수는 이제 70대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인도 어렵다는 책을 다시 내놓고 싱글싱글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모든 문장을 다 100% 이해하며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리라고 짐작하는 거지.” ‘섬’을 읽으며 헤맸을 법한 독자에겐 ‘안심되는’ 고백이다. 그는 “전엔 살짝살짝 고쳐서 독자한테 친절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글이 가지고 있는 맛은 변질된다”며 ‘떠먹여 주는 번역’은 지양하고, 그르니에 특유의 금욕적이고 비밀스러운 문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40년 세월 동안 독자도 더 현명해졌으리라고 가정하는 거죠.”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카뮈가 ‘아무런 회한도 없이,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15쪽)는 책, 젊은 김 교수를 매혹시켰던 그르니에의 문장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사이의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듯” 이야기하는 게 그의 글이다. “말이 섬 같아요. 한 문장이 섬이고 그 사이에 바다가 있어요. 말하는 것을 통해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말하는, 그런 책이에요.” 가령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29쪽, ‘공의 매혹’)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그르니에를 두고 김 교수는 ‘견고한 통나무나 대리석을 더이상 깎을 수 없을 때까지 깎아 내어 진면목을 찾아내는 조각가’(176~177쪽)라고 평했다.그르니에가 한국에 소개되기까지는, 그르니에와 카뮈 같던 평생의 사제 관계 덕이 컸다. “출판사 다섯 군데에서 퇴짜를 놨는데, 때마침 고등학교(경기고) 때 은사였던 이어령 선생님이 나한테 ‘문학사상’ 편집위원을 하래요. 그때 그르니에의 ‘공의 매혹’, 바슐라르의 ‘수련’을 번역해 잡지에 소개했는데 독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보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가지고 왔던 그 원고가 ‘문학사상’에 실은 그 사람 글이오? 빨리 가져와요.”(180쪽) 파트리크 모디아노, 크리스토프 바타유 등 수많은 프랑스 문호들의 책 120여권을 번역했지만 김 교수는 ‘프로 번역가’라는 말 대신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길 원한다. 번역으로 벌어먹지 않고,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책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평생 해 왔던 강의와 연구, 번역과 시작(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 무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까.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웃음) 그냥 바깥을 내다보고 있을 때, 세상이 내 속으로 흘러드는 것 같을 때…. 그러다 그 생각이 원고지로 옮겨질 때가 좋고, 너무 심심하면 번역도 좋아요.” 그는 그날도 모디아노의 소설 ‘잠자는 추억’의 원고를 막 출판사에 넘기고 나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불문학 120권 번역한 김화영 교수 “아무 것도 안할 때가 제일 행복”

    불문학 120권 번역한 김화영 교수 “아무 것도 안할 때가 제일 행복”

    까딱 잘못 하면 눈으로만 읽게 된다.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수 차례 반복해도 문장의 뜻을 알까 말까다. 알베르 카뮈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에세이 ‘섬’. 1980년 첫 초역 출간돼 10만 부(추정) 이상 팔린 책이 40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번역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 다니던 30대 젊은 교수는 이제 70대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인도 어렵다는 책을 다시 내놓고 싱글싱글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모든 문장을 다 100% 이해하며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리라고 짐작하는 거지.” ‘섬’을 읽으며 헤맸을 법한 독자에겐 ‘안심되는’ 고백이다. 그는 “전엔 살짝살짝 고쳐서 독자한테 친절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글이 가지고 있는 맛은 변질된다”면서 ‘떠먹여주는 번역’은 지양하고, 그르니에 특유의 금욕적이고 비밀스러운 문장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 “40년 세월 동안 독자도 더 현명해졌으리라고 가정하는 거죠.” 그르니에게 한국에 소개되기까지는, 그르니에와 까뮈 같던 평생의 사제 관계 덕이 컸다. “출판사 다섯 군데서 퇴짜를 놨는데, 그 때 마침 고등학교(경기고) 은사셨던 이어령 선생님이 나한테 ‘문학사상’ 편집위원을 하래요. 그 때, 그르니에의 ‘공의 매혹’, 바슐라르의 ‘수련’을 번역해 잡지에 소개했는데 독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보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가지고 왔던 그 원고가 ‘문학사상’에 실은 그 사람 글이오? 빨리 가져와요.”(180쪽)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카뮈가 ‘아무런 회한도 없이,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15쪽)는 책, 젊은 김 교수를 매혹시켰던 그르니에의 문장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사이의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가듯” 이야기하는 게 그의 글이다. “말이 섬 같아요. 한 문장이 섬이고 그 사이 바다가 있어요. 말하는 것을 통해서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말하는, 그런 책이에요.” 가령 ‘말 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29쪽, ‘공의 매혹’)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그르니에를 두고 김 교수는 ‘견고한 통나무나 대리석을 더 이상 깎을 수 없을 때까지 깎아 내어 진면목을 찾아내는 조각가’(176~177쪽)라고 평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책을 ‘덜 친절하게’ 번역한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어차피 안 읽을 사람은 안 읽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에게서 달라진 세태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모두가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되면서,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래를 위해서 대학에 가요. 대학에서는 진리가 아니라 공평함을 배우죠. 쟤보다 내가 몇 점 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니까, 사지선다형 밖에 안해요.” 그의 말에 따르면 객관식으로 평가 받는 세대는 짧은 요약본 위주의 정보 외에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학은 요즘 세태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텍스트 양식이다. “스토리뿐 아니라 글 쓰는 방식, 전체 구조, 동원된 문장의 배열 방식이 곧 문학이에요. 아닌게 아니라 대입 시험 때문에 모든 걸 요약해놨는데, 요약본을 봤다고 해서 ‘마담 보바리’를 읽은 게 아니잖아요.” 스토리를 꿰고 나면 끝나는 문학이 아닌, 4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새로운 책이 그가 말하는 진정한 문학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등 수많은 프랑스 문호들의 책 120여권을 번역했지만, 김 교수는 ‘프로 번역가’ 라는 말 대신 ‘책을 선택하는 사람’ 이길 원한다. 번역으로 밥 벌어 먹지 않고,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책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평생 해왔던 강의와 연구, 번역과 시작(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 무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웃음) 그냥 바깥을 내다 보고 있을 때, 세상이 내 속으로 흘러 드는 것 같을 때…. 그러다 그 생각이 원고지로 옮겨질 때가 좋고, 너무 심심하면 번역도 해요.” 그가 생각하는 번역 일의 좋은 점은 딴 짓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번역 일은 내 생각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생각을 해둔 거예요. 그런 건 다른 일 하다가 다시 봐도 돼요. 내 글은 매달려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죠.” ‘굉장히 기분파’인 교수는 번역을 하다가도 따분하면 놔두고 다른 글도 쓰고 시도 쓴단다. “계획은 없어요. 그 때 그 때 기분 좋은 것만 하는 거죠. 내가 나를 아니까 가만 놀지는 않을 거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겠지…” 그런 그는 그날도 모디아노의 소설 ‘잠자는 추억’의 원고를 막 출판사에 넘기고 나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