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정부기관 감사·상임이사 임명권 주무부처 장관·기관장에 이양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의 감사와 상임이사의 임명권이 주무부처 장관과 해당 기관장으로 각각 이양된다. 임원추천위원회 대상 직위도 모든 임원에서 기관장 및 상임감사로 축소되고 이사회의 비상임이사 비율도 기존 과반수에서 3분의1 이상으로 줄어드는 등 기관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그러나 사외이사 비율 축소는 결국 기관장에 대한 경영견제 기능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도리어 준정부기관 경쟁력 약화의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6일 준정부기관 임원 인사제도 개선과 감사위원회 도입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를 거쳐 5월쯤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준정부기관은 직원 정원이 50명 이상으로,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의 2분의1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을 말한다. 국민연금공단, 수출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기금관리형’ 16개와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건강보험공단, 농어촌공사 등 ‘위탁집행형’ 64개 등 총 80개가 지정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의 감사 임명권을 현행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 상임이사 임명권을 주무부처 장관에서 해당 기관장으로 각각 넘기기로 했다. 주무 부처와 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는 직위를 모든 임원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상임감사로 대폭 줄였다. 비상임 이사·감사와 준정부기관의 상임감사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도 생략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가 심의하는 대상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기관장과 상임감사에 한정된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기관장 분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기존 시장형 공기업 6개에서 석유공사, 철도공사 등 자산 2조원 이상 준시장형 공기업 8개에도 적용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준정부기관은 대부분 자기 사업이 아니라 정부 위탁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만큼 기관장이 강해진 권한을 이용해 전횡을 저지를 여지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대목은 준정부기관 이사회의 비상임이사 비율을 현행 과반수에서 3분의1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 준정부기관은 현재 80개에 달해 시민사회 등의 견제와 감시가 미흡한 편이다. 경실련 김미영 정책부장은 “공공기관에서 비상임이사 제도를 도입한 본래 취지는 낙하산 기관장들의 전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이라면서 “비상임이사를 줄이는 것보다 비상임이사가 제대로 역할을 해서 부실 경영을 막는 게 오히려 공공기관 경쟁력 강화와 경영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