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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청장 “5년 한시 면세점 특허제도 보완 필요”

    관세청장 “5년 한시 면세점 특허제도 보완 필요”

    정부가 사업자 선정 방식 및 특허 기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면세점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특허권을 결정하는 김낙회 관세청장은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5년인 면세점 특허 기한과 관련해 “면세점 업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면세점 특허 기한 제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면세점 사업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운영 기간이 5년으로 한정돼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탈락한 기존 사업자의 경영 노하우 손실 및 고용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면세점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부처 관계자는 “TF에서 검토하는 사안은 면세점 특허 수수료 인상과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의 독과점 해소 방안”이라며 “특허 기간 연장이나 갱신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심사제 개선과 관련해 “특허 심사 때 기존 면세점 사업자에게 가점을 주거나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주 면세점 사업자 발표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특허 기간 연장’ 등은 검토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면세점 관련 부처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면세점 관련 정책이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된다. 현행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 기간 5년 및 경쟁입찰 방식은 2013년 시행됐다. 면세점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경쟁을 통해 우수한 사업자를 참여시킨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한 면세점 특허권을 취득하려는 기업들의 과도한 물량 경쟁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전까지 특허 기간은 10년이었으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서류 제출만으로 갱신됐다. 면세점을 운영한 기업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과다한 투자비와 긴 회수 기간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다”며 “지금은 5년 내에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데다 5년 후 사업을 계속한다는 보장도 없는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행 ‘시한부’ 방식으로는 면세점 사업자의 경쟁력 유지가 어렵고, 기존 업체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중견·중소기업 면세점에 적용한 ‘1회 갱신’ 같은 배려를 염두에 둔 접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청장은 신고제로 운영되는 사후면세점과 관련해 “품질 관리가 중요하고 납품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행시 초시 1년만에 재경직 수석 거머쥔 김다현양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행시 초시 1년만에 재경직 수석 거머쥔 김다현양

    올해 5급 공무원 행정직 공개경쟁채용시험 합격자 중에서 여풍이 거세게 불었다.인사혁신처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5년도 5급 공채 행정직 최종합격자 280명 중 여성 합격자는 135명으로 확인됐다. 전체 합격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8.2%의 여성 합격자가 배출된 것이다. 여기에 그친 게 아니다. 일반행정직과 재경직, 국제통상직 등 주요 5개직렬의 최고 득점자도 모두 여성이 싹쓸이했다. 특히 이중 초시로 모두 1, 2, 3차 관문을 수험기간 불과 1년만에 합격한 인재가 있다. 그것도 “행시의꽃”이라는 재경직 수석으로 합격한 서울대 경제학과4학년 김다현(24)양이 눈길을 끌었다.김양은 인천에서 2녀중 장녀로 태어나 경기 수원 영일초등학교, 영일중학교를 졸업했고 안산동산고교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4년 재학 중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부친은 대한성공회 사제로 재직중이다. 수석합격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양은 믿기지 않는다며, 제발 붙기만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수석이라는 영광까지 누려 운이 좋았다며 매우 겸손해했다. 행시 재경직 수석을 거머쥔 김다현양을 만나 짧은기간에 행시에 합격한 얘기를 들어봤다. ⇒ 행시준비 1년 만에 합격했다는데 고시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2013년 3학년 2학기때 영국 런던시립대학에 6개월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 졸업이후 뭘할지 친구들과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사회에 보람되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4학년 봄쯤 행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4학년1학기를 마친 후 휴학하고 작년 6월부터 한국사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 수험기간 중 평소 하루의 공부스케줄을 얘기한다면.평일 7시 기상해 아침을 먹고나서 오전 8~12시에 학원수업을 했다. 그러고나서 학교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학교도서관에서 밤11시까지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귀가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충분히 자야 몸컨디션이 좋아지더라. ⇒ 10개 직렬군 중 행시의 꽃이라는 재경직을 선택한 이유는.고등학교 때부터 경제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 때문에 경제학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또한 경제학부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전공공부가 재경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 고시준비 과정 중 일명 “양치기” 공부법으로 했다는데? 1차시험의 경우 최대한 문제를 많이 풀어보며 문제를 푸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일명 ‘양치기’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방법을 사용했다. 초반에는 기본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으며 기본기를 다졌다. 기출문제를 정답-도출과정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봤다. 특히 가장 어렵게 느꼈던 자료해석은 매일 계산 연습을 하고 시중에서 평이 좋은 학원강사의 모강 3년치를 모두 풀어봤다. 2차는 최대한 답안에서 논리구조를 완성시키고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문제에 대한 답만을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답까지의 도출 과정에서 완결된 논리구조가 나와야 좋은 답안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답안을 쓰도록 연습을 많이 했다. 경제학은 많이 접해봐서 별문제가 없었는데, 행정법이 처음 접한 과목이라 다소 생소했다. 그래서 행정법에 가장 많은 공부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 면접시험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면접준비는 8명이 함께하는 면접 스터디에 들어가 준비했다. 스터디를 통해서 어떤게 적절한 답변인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은 인상을 주는지에 관해 다른 친구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진정성을 담아 신중하게 답했다. 예를 들어 “재직중 외부에서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당황하지 않고 평소 소신대로 침착하게 또박또박 대답했다. ⇒ 고시공부하면서 스트레스도 있었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 방법은. 1차는 붙기만 하면 되니까 처음에 못붙을까봐 엄청 긴장했다. 1차를 합격하고 나서 책상앞에 다시는 1차를 재시험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써붙이며 다짐했다. 스트레스가 있긴 했으나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크게 힘들다는 생각없이 지낼 수 있었고 스터디하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주말엔 집에 내려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동네교회에 나가 피아노반주를 하며 기분을 달랬다. 평일 공부책상 자리를 떠나는거 자체가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공무원상이 되고 싶은가.포괄적인 사고와 폭넓은 시각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일처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정책으로서 제시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딱 결론을 미리 혼자 내지 말고 본질에 집중해서 좀더 다양성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럴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직현장에서 저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미미하지만 사회가 조금 더 밝아져 국민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후배 고시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혼자하기 힘들면 제 경험으로는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하는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 꾸준히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어려운 수험기간을 성공적으로 흘러가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며 밝고 건강한 생각으로 공부한다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조금이나마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생활이 있는지?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회를 좋아한다. 술은 조금 마실 정도다. 시간나면 어려서부터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용음악 작곡을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 수석합격도 했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텐데 남은시간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영국런던에 교환학생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유럽여행을 꼭 가고 싶다, 여행을 가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는데 최근 유럽정세가 심상찮아 예정대로 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얘기한다면 외국어를 4개정도 하고 싶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로 일본어, 그다음에 중국어와 프랑스어까지 가능하면 더 공부해보려고 한다. 또 마지막 대학4학년 2학기가 아직 남아 있어 내년에 복학해서 학부를 마치고 싶다. 끝으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특히 가족과 친척분들 너무나 고맙다. 같이 공부하며 응원해준 친구들, 특히 저와 고시공부를 함께 시작한 친구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정말 실력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민간 출신 교수진 다양화, 폭넓은 전략적 사고 교육…사관학교 통합 재추진을”

    전문가들은 사관학교 교육을 통해 21세기의 다변화된 전장과 사회에 맞는 정예 장교를 양성하려면 ‘개방’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넓힐 수 있도록 민간 출신 교수를 늘리고 교육의 질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각 군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22일 “대부분이 현역 군인이나 예비역 위주인 사관학교 교수진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생도들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야 전략적 시각을 가진 장교를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순수 민간인 출신들이 사관학교에 많이 포진해 다원화된 사회의 모습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미국에 비해 폐쇄적인 우리 사관학교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을 지적한 것이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외부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맡겨 우리의 사관학교 교육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목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장도 “미래의 군사 지휘관은 많은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고의 유연성, 학문의 깊이가 일반 대학생보다 더 요구된다”면서 “사관학교 교수의 50%는 학문적 성과가 우수한 순수 민간인 출신으로 임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관학교 교수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돼 있지 않아 생도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면서 “우선 연구하지 않는 교수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인사제도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사관생도 1명의 교육을 위해 2억~3억원가량의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의무복무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투철한 국가관을 갖춘 인재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 사관생도의 의무복무 기간도 7년 이상으로 늘려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중기 안동과학대 의무부사관과 교수는 “대학 1·2학년 때 통합 교육을 받고 3·4학년 때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각 군에 맞는 교육을 받게 하는 식으로 사관학교 통합을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육·해·공군 장교들이 모두 한 학교 동기가 돼 미래 전장에서 요구하는 합동성 발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韓 교회, 유·불·무속 세계관 섞인 ‘비빔밥’”

    “韓 교회, 유·불·무속 세계관 섞인 ‘비빔밥’”

    개신교 신학자가 한국교회를 ‘비빔밥’에 빗댄 쓴소리를 내 화제다. 주인공은 이승구 합신대 교수(조직신학). 이 교수는 지난 16일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세계관동역회 세미나’를 통해 “성경엔 없는 종교 형식이 샤머니즘, 불교, 유교와 섞여 있다”며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비빔밥 종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비신자들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큰일을 앞두고 지내는 고사를 기독교인들은 형식만 바꾼 예배로 대체해 드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담임목사가 바빠 부목사나 전도사가 예배를 인도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형식만 다를 뿐 비신자의 고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남편, 아내에게 다시 태어나도 자신과 결혼하겠느냐고 묻는 불교적 사고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하늘에서 기도하심으로 우리가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유교적 사고 등 비슷한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구약, 신약이 뒤섞인 신앙생활도 지적했다. 구약 의식과 제사는 신약시대엔 하면 안 되는 것인데도 예배를 제사와 동일시하는 등 성전 개념과 사제의식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목사들이 스스로 제사장적·선지자적 기능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신학교를 ‘선지 동산’이라며 신학교 졸업생들이 자신을 선지자로 생각하는 것이나 예배당 내 십자가며 촛대 형상들이 모두 성경적 유산이 아님에도 무분별하게 수용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성경에 따라 철저히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철저하다는 것은 성경에 철저하다는 것이고,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외쳤던 종교개혁적 정신에 철저하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기고] 체육계 선진화는 시대적인 요구/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기고] 체육계 선진화는 시대적인 요구/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내년 3월 출범할 통합 체육회의 설립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통합준비위원회(통준위)가 최근 대한체육회와 국회 추천 위원들이 참여하면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췄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적 연계, 체육계 선진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통준회가 내놓을 통합체육회의 구성·운영 방안이 그에 상응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그간 통준회에서 논의된 일부 방안에 대해 체육계 일부에서는 정부 개입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체육계의 자율성이란 말을 방패로 통합 이후에도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섬으로 남겠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상임감사제 도입 논란이 그렇다. 우리는 체육단체 임직원이 업무, 회계 등과 관련해 저지른 크고 작은 비리와 부정을 적잖게 봐 왔다.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체육단체 업무·회계에 관해 감사가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 아니 안 한 것 때문이 아닌가.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일 년에 사나흘의 감사가 고작인 비상임 감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임감사제의 운영은 그동안 체육계가 보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통합 체육회의 의지 표명이자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사무총장 선임의 정부 승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통합체육회의 사무총장은 임원은 아니지만 국가 보조금이 대부분인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현재 대한체육회 정관은 사무총장의 취임을 문체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정하고 있어 여기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의 위반 여부도 제기된다. 각국의 올림픽위원회(NOC)가 올림픽 헌장을 위반해 자격 정지나 인준 취소를 받으면 올림픽에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 헌장은 ‘해당 국가의 헌법, 법률 또는 기타 규정과 정부 및 기관의 행위로 인해 NOC의 활동이나 의사결정 및 표현이 저해될 경우 IOC 집행위원회는 해당 NOC에 자격정지 또는 인준철회 등 (중략)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상임감사를 두고 더 투명하게 조직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NOC의 활동을 저해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감사나 사무총장은 NOC의 멤버(위원)도 아니므로 IOC 헌장이 정한 NOC 활동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IOC의 제재 사례로 인도와 쿠웨이트의 예가 있지만 우리와는 좀 다르다. 인도는 부패 인사의 위원장 선출, 법에 의한 NOC 임원의 재임 기간과 연령 제한 규정 때문이고, 쿠웨이트 역시 정부가 NOC 위원을 직접 임명하는 것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자격 정지를 받았다. 올림픽 헌장 준수는 중요하지만 지레짐작으로 규정을 적용해 조직 운영에 꼭 필요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스포츠는 유아독존으로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존재한다. 통합 체육회가 이번 통합 과정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개혁적이고 투명한 대표 체육단체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 “삼성·LG 반값 TV 구매”… 직구족 불금 예약

    “삼성·LG 반값 TV 구매”… 직구족 불금 예약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가 오는 27일(현지시간) 시작하는 미국의 연말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에 반값 TV 등 파격적인 할인 제품을 내놓는다. 두 업체는 지난달 국내에서 실시된 한국판 블프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및 제조사는 벌써부터 정가보다 50~60% 싼 제품을 매장에 풀어놓으면서 세일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1조 6000억원어치를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사들인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인터넷 정보를 챙기며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북미 최대 가전판매장인 베스트바이는 18일 52쪽의 블프 판촉물을 공개했다. 첫 장 가장 상단에 삼성전자의 60인치 초고해상도(UHD) TV를 799.99달러(약 94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국내에서 사려면 최소 220만원은 내야 한다. 국내 가격의 반값도 안 되는 ‘핫딜’이다. 이 업체는 정가가 899.99달러인 LG전자의 49인치 LED 스마트 UHD TV를 블프 기간 499.99달러(약 59만원)에 판매한다. 삼성의 미국법인 공식 온라인몰도 블프 세일에 동참했다. 60인치 UHD 스마트 TV가 899.99달러(약 105만원)에 판매된다. 고급사양인 셰프컬렉션 4문형 냉장고도 4499달러(약 520만원)에 판매된다. 유사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750만원이다. 미국 대형마트인 월마트도 블프 판촉물을 통해 삼성전자의 55인치 스마트 HDTV를 498달러(약 58만원)에 판다고 광고했다. 미국 인테리어 및 가전 유통업체 홈디포는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을 50%가량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LG 전자의 얼음 정수기 디스펜서가 달린 4문형 냉장고(2899달러)를 41% 싼 1698달러(약 200만원)에 살 수 있다. 원조 블프 마케팅에 적극 나선 삼성과 LG는 지난달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자 정부가 기획한 한국판 블프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사가 “대형 가전제조사가 할인 물량을 풀어 구매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삼성과 LG는 외국인 대상의 면세품 판촉 행사와 특정 상품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수준의 마케팅에 그쳤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는 한국과 미국은 가전제품의 유통구조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마진율을 제조사가 관리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하다”면서 “또 관련법이 달라 삼성이 국내에서 TV 가격을 50%로 낮추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가전 시장은 한국의 20배에 달하고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직매입으로 제조사 물건을 사들이기 때문에 블프 기간에 싸게 판매할 재고도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랄프로렌 폴로, 카터스, 짐보리 등 일부 의류업체도 블프에 앞서 조기(얼리) 세일에 나섰다. 국내 가격의 반값 수준이어서 엄마 직구족의 손이 바빠졌다. 주부 최미선(32)씨는 “블프 중에 할인 폭이 80~90%에 가깝게 커지긴 하지만 사이즈가 다 빠져 못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 옷을 미리 구매했다고 말했다. 미국 폴로 온라인몰에서 60% 할인된 75달러(약 8만 8000원)에 팔리는 남아용 경량 퀼팅재킷은 국내 매장 가격이 17만 9000원에 이른다. 여아용 카디건은 국내 판매가(7만 9000원)의 약 3분의1 가격인 26.99달러에 판매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경기 살리고 싶다…대책 고민하는 정부·기업인] 오너라, 새만금

    새만금 지역에서 10억원 이상 투자했거나 10명 이상을 상시 고용한 기업으로 외국인 투자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판매한 실적이 있으면 외투기업 협력기업으로서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외투기업과 기술 제공·도입 또는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거나 경영상 협력 관계가 있어도 특례가 인정된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만금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17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민간사업자가 공유수면을 메워 총사업비에 해당하는 토지를 취득하고 남은 매립지도 취득을 원하면 남은 매립지는 감정평가액의 75%(기존 100%)로 취득할 수 있게 했다. 또 새만금개발사업 시행자가 개발·실시계획을 바꿀 때 관계 기관 협의 등을 거쳐야 하는 중요 사항을 구체화했다. 중요 사항은 ▲10% 또는 100만㎡ 이상 면적 ▲10% 이상 재원조달계획 ▲용도별 면적의 10% 이상 ▲사업시행자 등을 변경하는 경우다. 개정안은 또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의 허가 대상자를 사전에 공모·심사해 선정하고 선정된 사람만 요건을 채워 신청하도록 한 사전심사제 시행을 위한 세부 절차도 마련됐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SNL코리아 권율, 신동엽 “현란한 혀놀림” 극찬… “자세히 보니?”

    SNL코리아 권율, 신동엽 “현란한 혀놀림” 극찬… “자세히 보니?”

    SNL코리아 권율, 신동엽 “현란한 혀놀림” 극찬… “자세히 보니?” SNL코리아 권율‘SNL코리아6’에 출연한 권율이 음란마귀에 쓰인 연기를 선보여 신동엽에게 칭찬을 받았다.지난 14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6’에서는 배우 권율이 호스트로 출연해 맹활약 했다.이날 방송 말미에서 MC 신동엽은 권율의 콩트 연기를 칭찬하며 “현란한 혀놀림이었다”고 말했다.앞서 권율은 한 코너에서 최근 개봉작 ‘검은사제들’을 패러디하며 음란마귀에 쓰인 연기를 펼쳤다.당시 권율은 빠른 혀놀림으로 막대 사탕을 빨고, 먼지떨이를 다리 사이에 끼고 희한한 댄스를 선보여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체육단체 통준위 상임감사제… IOC 승인 거부될 수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이 이제야 완결됐다.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 3명, 대한체육회장 추천 3명(사무총장 포함), 국민생활체육회장 추천 3명(사무총장 포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추천 2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될 계획이었지만 그동안 대한체육회장이 추천한 1명과 국회 교문위가 추천한 2명의 자격 논란이 불거져 8명만으로 7차 회의까지 운영돼 왔다. 그런데 지난 10일 대한체육회장이 추천한 위원 1명을 국민생활체육회가 수용하고 국회 교문위가 새로운 2명의 위원을 추천함에 따라 11명의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돼 오는 16일 8차 회의부터는 11명 전원이 참여하게 됐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뒤늦게나마 체육단체 통합의 틀을 마련하는 협상 테이블이 완벽하게 구성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요소들 때문에 협상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통합 명분들 뒤에 체육계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 체육단체의 정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상임감사의 권한 강화가 그 단초다. 정부는 한 해 수천억원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가 방만하게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현재 대한체육회의 비상임감사를 통합 단체에서는 상임감사로 두고 회장 궐위 때 일정 조건에서는 회장 대행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현재는 체육회장이 지명하고 정부가 승인하록 하고 있는 것을 새 정관에는 승인 취소까지 명시하자고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반발하지만 생활체육회는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아 밀리는 형국이란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통준위에서 마련하는 새 정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의 개입 의도가 불씨가 돼 승인이 거부될 수도 있다. 여태까지 관리 감독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문체부가 이제 버릇을 고치겠다며 회초리를 드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유니클로 히트텍-후리스 40% 할인... 4일간 깜짝세일

     제조유통일관화(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다양한 대표 상품들을 최대 40% 이상 할인 판매하는 ‘유니클로 감사제’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기능성 이너웨어 ‘히트텍’ 가운데 정상가 1만 9900원인 남성 및 여성용 히트텍 제품은 7000원 할인된 1만 2900원에 판매한다. 5장 구매 시 정상가 9만 9500원에서 약 44% 할인된 5만 4900원에 제공한다. 또 기존 히트텍보다 보온성이 1.5배 높은 ‘히트텍 엑스트라 웜’의 일부 제품은 8000원 할인된 1만 6900원에 판매된다. ‘후리스 풀짚 재킷’은 정상가 3만 4900원에서 1만 5000원 할인된 1만 9900원에 제공되고, ‘울트라 라이트 다운 재킷·파카’ 제품은 정상가에서 3만원 할인된다.  유니클로 감사제는 전국 유니클로 매장과 온라인스토어(www.uniqlo.kr)에서 진행되며 상품당 최대 구매 한도는 10장이다. 행사 기간 동안 7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크 무늬의 ‘2016 유니클로 다이어리’ 또는 휴대폰 보조 배터리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체내 줄기세포 모아 퇴행성 관절염 치료 효과 확인”

    “체내 줄기세포 모아 퇴행성 관절염 치료 효과 확인”

     인체의 자연치유능력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고, 새로운 연골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로운 퇴행성 관절염 치료 방법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상준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영미 박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P물질(SP·Substance-P)을 자가조립 펩타이드(SAP·Self-assembled peptides)에 화학적으로 응착시켜 투여한 뒤 변화를 관찰한 결과,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할 뿐 아니라 무릎연골의 조직재생 효과까지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P물질은 체내에서 통증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세포물질로, 신체에 손상이 발생하면 중간엽 줄기세포를 해당 부위로 끌어들여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P물질이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P물질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노화로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 조직 재생방법을 고안해 냈다. 상처가 아물 때 마치 새 살이 돋는 것처럼 조직을 재생시키는 가능성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인체 내에서 자연 생성되는 P물질의 양이 많지 않은 데다 외부에서 주입해도 금방 흩어져버린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또 과다 투여할 경우 통증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물질을 자가조립 펩타이드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인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복합물인 자가조립 펩타이드는 젤 타입으로 전환이 가능해 주사제 형태로 관절에 직접 투여할 수 있으며, 관절강 속에 오래 머물게 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 40마리를 P물질 투여군과 줄기세포 추가 투여군, 대조군 등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용 쥐에 골관절염을 유도하는 수술을 한 뒤 2주 후 관절강 내에 약물을 투여하고 6주동안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P물질 투여군은 대조군에 비해 개선효과가 뚜렷했으며, 효과 또한 줄기세포를 추가 투여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골세포가 노화로 죽는 비율(세포사멸)이 대조군의 경우 80%였으니 P물질 투여군은 절반인 40%로 나타났다.  또 손상 부위의 회복을 돕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끌어모으는 양의 경우 대조군에 비해 6배 가량이나 많았으며,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에 관여하는 염증성 인자인 ‘IL-1’의 발현율도 50%까지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P물질의 적정 투여 용량이 35μg(마이크로그램)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P물질이 통증을 전달하는 물질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적정량을 투여한 결과 통증이 심해지지 않았다. 김상준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늦추고 관절이 원활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목표”라며 “아직 동물실험 모델이기는 하지만 기존 치료와 달리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살려낸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는 삼성서울병원과 KIST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생체조직공학 분야의 국제학술지(Biomaterials)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신인 여우… 천생 배우

    신인 여우… 천생 배우

    “지난 주말 무대 인사 일정이 빡빡했어요. 선배님들이 그러시더라구요. 관객 반응이 좋을 때 무대 인사 다니는 게 배우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 톱3에 들 거라고. 제가 정말 행운아라는 것을 또 느꼈죠.” 상업영화 첫 주연작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성적이 아쉬웠지만, 이후부터는 승승장구다. 유아인에게 ‘찜’당한 어린 여배우 역으로 나왔던 ‘베테랑’이 관객 1300만명을, 송강호의 마음을 사로잡은 내인 역을 맡았던 ‘사도’는 600만명을 넘겼다. 두 번째 주연작 ‘검은 사제들’은 10일 현재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까까머리 제 모습, 친구들도 무섭대요” 박소담(24)이 달리고 있다.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기엔 ‘베테랑’과 ‘사도’에서의 몫이 작았다면 ‘검은 사제들’은 다르다. 한국판 엑소시스트인 이 작품에서 그는 악령이 깃든 여고생을 처절하게 연기했다. 악령을 퇴치하는 두 신부(김윤석·강동원)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다. 박소담이 관객을 얼마나 납득시키느냐에 영화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삭발을 한 채 광기 어린 눈빛을 발산하며 거친 언사를 쏟아낸다. 그것도 독일어, 중국어, 라틴어 등 네 가지 언어로. 언어를 달리할 때마다 캐릭터 성격도 바뀌어 마치 1인 5역의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는 듯하다. 아버지, 어머니가 영화를 보고 놀라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는다. “김윤석 선생님이 딸 가진 아빠 입장이라며 부모님에게 (영화를) 절대 보여드리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혹시나 나중에 보고 놀랄까 봐 분장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 보내드리곤 했죠. 주변 친구들은 제 눈이나 입을 쳐다보는 것도 무섭다고 하던걸요. 하하하.” ●“단편영화 찍던 시절 후회는 없죠” 얼굴이 앳되어 실제보다 어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단편을 처음 찍기 시작했을 때는 98%가 고등학생 역할이었다고. 외모 때문에 역할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을까. “하이힐도 신고, 화장도 진하게 하고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외모가 연기 폭을 넓히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 얼굴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자체가 좋은 거죠. 또 10대 캐릭터라도 인물들이 너무 다르거든요.” 그저 평범했던 중고교 시절, 풀었을 때 답이 똑 떨어지는 과목이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꿈이 움직인 것은 고1 때 뮤지컬 ‘그리스’를 단체관람하고부터. 배우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자신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3 때 하루도 울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하신다고. 동갑내기 여배우 김고은 이야기를 물었다. 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기다. 반이 다르고 같이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다고. 김고은은 2012년 ‘은교’로 단박에 주연을 꿰차며 화려하게 데뷔, 일찌감치 차세대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박소담은 지난해 2월 연극원 졸업을 전후로 상업영화에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무쌍(무쌍꺼풀)에 연기력까지 닮은꼴이라 처음엔 ‘제2의 김고은’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다. 조바심은 없었을까. “마음가짐이건 연기 실력이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부딪히기가 겁이 났어요. 전 아직 용기가 필요한 데 일찍 나가 당차게 연기하는 동기들을 보면 너무 멋있었죠.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학교생활이 정말 즐거웠어요. 열악하고, 또 치열했던 단편 영화 현장에서도 느꼈던 게 많아요.” ●“배우는 한 인간을 연구해 표현하는 직업” 최근 케이블 TV 드라마 ‘처음이라서’를 통해 밝고 평범한 역할을 처음 해봤다는 박소담은,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역부터 멋진 역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뽐내는 선배 문소리를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한 인간을 연구해서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또 관객들이 계속 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동작, 연공서열 파괴 실험…성과 따라 보직 부여

    서울 동작구가 무보직 6급에 대해 업무 난이도와 성과에 따라 팀장 보직을 부여키로 했다. 구청장의 인사권을 축소하고 일선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인사정책이라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구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간 인사제도개선추진단을 운영한 끝에 전보심사 검증위원회 운영을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안’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7월 인사 때부터 적용된다. 직원들의 불만은 크게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와 편한 일만 하면서 승진에 무임승차하는 경우였다. 구는 승진·전보 기준심사위원회, 전보심사 검증위원회, 사전 승진심사위원회 등을 운영키로 했다. 인사의 모든 과정에 직원을 참여시켜 인사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토록 한다. 특히 승진·전보 기준심사위원회는 15명의 직원이 승진 시점마다 승진 기준을 만든다. 연공서열보다 능력별 승진, 성별 균형 등이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직이 없는 6급(평주사)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단순히 연공서열로 팀장 보직을 받는 경우를 없애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산과의 예산총괄업무, 가로정비팀의 거리가게 특화사업 등 판단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46개 적합직무를 정하고 이에 종사하는 이에게 인사상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20개 정도의 직무를 추가 발굴할 예정이다. 어렵고 힘든 업무는 꺼리는 현상을 없애고자 격무팀 및 동주민센터 근무기간 충족제도 도입한다. 온라인 다면평가, 희망근무이력관리제, 실무주사 전환제(보직해임제) 등도 관심을 끈다. 실무주사 전환제는 보직팀장이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형사사건 기소 탓에 보직해임을 당한 경우, 다시 복직될 때 원직위로 복직시키지 않고 보직 없는 실무자로 발령을 내는 제도다. 구 관계자는 “이창우 구청장이 인사권을 내려놓을 테니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인사제도 혁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인사]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홍남표 ■보건복지부 △창조행정담당관 류양지△국제협력담당관 오진희△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이민원△질병관리본부 생물자원은행과장 박혜경△OECD대한민국정책센터 파견 정은영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남광희△대변인 박천규△상하수도정책관 오종극△자원순환국장 신진수△한강유역환경청장 홍정기 ■해양수산부 △수출가공진흥과장 공두표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검사제도 이성도△식품기준 윤혜정△영양안전정책 정진이△축산물위생안전 최순곤△의약품관리총괄 김춘래△의약품허가특허관리 이남희△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 김기만△화장품정책 권오상△의료기기정책 신준수△의료기기안전평가 이호동◇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설립T/F팀장 나안희◇의료기기기준·심사체계 개편추진단T/F△기준규격팀장 장정윤△허가심사팀장 유희상◇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오염물질과장 김동술△소화계약품과장 김정미△첨단의료기기과장 조양하△정형재활기기과장 홍충만△구강소화기기과장 박인숙△의약품연구과장 신원△화장품연구팀장 김영림△의료기기연구과장 박창원◇서울지방청△의료기기안전관리과장 김혁주◇경인지방청△식품안전관리과장 최승덕△의료제품안전과장 이승훈◇대구지방청△운영지원과장 홍영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부산보훈병원장 김동헌△광주보훈병원장 정광익(재임명) ■한국은행 △부산본부장 조희근△금융검사실장 서영만 ■MBC △시사제작국장 박용찬◇보도국△편집2센터장 김상진△문화레저부장 박상후△국제부장 도인태△뉴스데스크편집부장 이진희△뉴스데스크편집부/앵커 이상현◇뉴미디어뉴스국△뉴미디어뉴스제작부장 주원극◇선거방송기획단△선거방송기획부장 김경태
  • “사제들부터 성경 실천, 교회 쇄신 할 것”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들이 교회 쇄신 노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사제들이 후속 실천사항을 자발적으로 논의해 내린 첫 결정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5일 천주교계에 따르면 청주교구 사제들은 최근 교구 사제 전체회의를 통해 신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등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후속 실천사항’들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십일조를 통해 이웃들을 돕고, 먼저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나눠 신자들이 복음의 기쁨을 보다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청주교구 사제들이 이번에 결의한 실천사항들은 아래에서부터 의견을 모으고 열린 토의를 거쳐 내놓았다는 점에서 종전 사제들의 쇄신 운동과는 차별화된다. 청주교구 사제들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교구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교구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서 교구민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서의 참모습을 원하며 신앙성숙을 위해 성경 공부와 친교·화해·일치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구 사제들은 신자들의 뜻을 수렴해 지난 4월 ▲사제들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살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실천에 나서고 ▲신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제가 될 뜻을 밝혔었다. 지난 7월 지구별 회합을 통해 사제 개개인의 의견을 모은 뒤 이번 사제 회의에서 전체 논의를 통해 각 본당에서 사제들이 직접 성경공부반이나 성경통독반을 운영하고, 본당 복지예산을 규정대로 전액 집행할 것에 합의했다. 한편 청주교구 사제들은 2016년 1월 1일 신년교례회를 통해 스스로 다짐한 실천사항들을 담은 ‘사제선언문’(가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270도 펼쳐진 스크린 ‘검은 사제들’만 보인다

    270도 펼쳐진 스크린 ‘검은 사제들’만 보인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박소담에게 깃든 악령을 내쫓기 위한 의식을 시작하자 사방에서 바퀴벌레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바퀴벌레는 관객 앞에 걸린 스크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관객석 옆에 있는 벽에서도 수도 없이 기어나온다. 다면(多面)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첫 영화 ‘검은 사제들’이 5일 개봉했다. 다면 상영이 3D나 4D처럼 새로운 영화 관람 방식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한국판 엑소시스트’다. 이전 한국 영화가 귀신 또는 악령을 쫓는 의식 대부분을 무속 신앙에 기댔다면 이 작품은 로마 가톨릭 구마(驅魔)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 후반부 40분을 서울 명동 한쪽의 다락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구마 의식을 재현하기 위해 쏟아붓는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자주 보아 왔지만, 한국에선 새로운 소재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전우치’(2009) 이후 6년 만에 재회한 김윤석과 강동원이 능글맞게 주고받는 ‘합’이 돋보인다. 이들은 구마 의식에 나서는 신부 역할로 열연한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뒤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구마 의식을 받게 되는 소녀 역할은 신예 박소담이 맡아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오컬트 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엑소시스트’(1973)에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충격을 줬던 린다 블레어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하이라이트인 구마 의식 장면 대부분이 3면 상영으로 구현돼 영화 팬들에게 3D와는 또 다른 입체감을 선물한다. 3면 상영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지운 감독의 단편 ‘더 엑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지난 4월 개봉한 ‘차이나타운’도 시험적으로 3면 상영이 이뤄졌다. ‘차이나타운’이 후반 작업을 통해 3면 상영 버전을 만들었다면 이번 ‘검은 사제들’은 3면 상영을 염두에 두고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면 상영 버전은 스크린X 상영관에서 접할 수 있다. 스크린X는 CJ CGV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해 상용화한 3면 상영 시스템이다. 정면뿐만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3면 270도를 스크린으로 활용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검은 사제들’의 스크린X 버전은 전국 26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연말 개봉 예정인 기대작 ‘히말라야’도 스크린X 버전이 제작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짝퉁 전투복 사 입는 현역 군인들

    신형 디지털무늬 원단을 불법으로 납품받은 군장업자가 ‘사제’ 전투복을 만들어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런데 군에 보급되는 전투복 물량이 부족해 현역 군인들이 정품의 2~3배 가격으로 사제 전투복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신형 전투복 원단 4억 6300여만원어치를 미승인 업체에 납품한 혐의로 관급원단 제조업체 A사 법인과 설모(51) 대표, 의류 제조사 대표 최모(58)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원가가 4만여원인 전투복을 한 벌에 10만원씩 받았다. 약 4만 7000원짜리 방한복 상의 외피(방상외피)는 16만원에 팔았다. 정상 납품가의 2~3배 가격이다. 그럼에도 2012년부터 최근까지 사제 전투복은 5986벌, 방상외피는 1707벌이나 팔렸다. 8억 7172만원어치다. 구매자 대부분은 현역 군인들로 2배가 넘는 가격을 치르고 사제 전투복을 샀다. 훈련 중 손상되거나 낡아서 교체해야 하는 보급 물량이 부족한 탓이었다. 경찰은 최씨가 만들어 판 방상외피가 군에 보급되는 ‘고어텍스’급 정상 원단이 아닌 방·투습이 되지 않는 원단에 비닐코팅 처리를 한 ‘짝퉁’ 원단이어서 품질이 조악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군인들은 피복비를 쿠폰 형태로 지급받아 부대 내의 군장점에서 전투복을 구매해야 하는데 물량이 부족해 사제 전투복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신형 전투복의 초도 물량은 완전히 보급됐지만 추가분에 대해서는 현황을 파악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성범죄 군간부 배제 강화, 치안관리자 장기재직 유도

     교원, 경찰, 소방 등 특정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사혁신안이 나왔다. 지방경찰청 수사·형사·정보과장 등 치안현장 관리자는 1년에서 2년으로 장기재직을 유도해 치안서비스를 높이고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질이 부족한 군 간부를 배제하기 위한 기준을 강화한다.  인사혁신처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직공무원 인사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인사처는 지난 6월 특정직인사혁신협의체를 통해 6개 직종 특정직공무원의 인사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날 발표한 인사혁신계획은 채용과 인재양성, 인사관리, 여성인재 확대·육성 등 6개 분야 17개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인사혁신계획은 먼저 교원에 대해서는 교원자율연수 휴직제를 도입하고 과도한 교무행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훈련과 군복무를 연계하는 맞춤특기병을 대폭 확대하고, 여군 비율 확대 목표를 기존 2020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경찰대 졸업생과 간부후보생이 파출소 등 일선기관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간도 현행 2년에서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 고위직 역량평가제를 도입하고 특수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기로 했다.  최재용 인사혁신국장은 “특정직 공무원은 대부분 국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인사혁신을 통해 공직혁신과 행정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시행이 가능한 것부터 내년부터 시행하고 법률 개정 등 절차가 필요한 과제는 2017년까지 실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영화 ‘돌연변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약회사의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후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돼 가는 한 청년이 겪는 사건을 통해 이 사회의 병폐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감독의 착상이 기발하다. 풍부한 상상력에는 점수를 줄 만하지만, 플롯을 지탱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과 제약회사를 둘러싼 음모의 디테일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영화에 삽입된 듯하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니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동이 반감된다. 신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말에 제약회사의 주사제 생동성시험에 참여한 박구(이광수)는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다. 그러나 주사제는 생동성시험을 하지 않는다. 생동성시험에서는 약물의 흡수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주사제는 흡수 과정 없이 바로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실이 틀렸다. 사실관계의 오류는 또 있다. 영화 속 뉴스 캐스터는 “신약의 부작용을 실험하는 회사의 한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한 젊은이”로 생선 인간을 묘사한다. 하지만 신약의 부작용 실험과 생동성시험은 번지수가 전혀 다르다. 생동성시험은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신약이 아니라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신약 성분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데, 생동성시험을 통과해 동등성을 인정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동성시험을 마치 제약회사의 후미진 실험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다. 영화에 보면 실험기구를 세척하거나 오물을 버리는 개수대 옆에 생선 인간이 누워 있는 침상이 나온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생동성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지정받은 병원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다. 영화 속 제약회사처럼 비위생적인 실험실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게 된 데에는 흔히 ‘생동성 알바’, 즉 마치 제약회사가 생동성시험에 참가하는 자원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처럼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한몫했다. 영화적 상상과 달리 생동성시험 참가자에 대한 금전 보상은 결코 장기 매매와 같은 종류일 수 없다. 생동성시험 참가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함과 시간 사용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참가자의 예비 명단을 사전에 일일이 검토해 아르바이트처럼 참가하는 사람들을 추려 낸다. 그뿐만 아니라 생동성시험이 시행되는 병원 현장에 나와 매 단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해 윤리적이고 안전한 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보다 저렴하다. 양질의 제네릭 의약품이 뒷받침돼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화 ‘돌연변이’를 재미있게 보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생동성시험에 마치 무슨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면 곤란하다. 목욕물 버린다면서 아이를 함께 버릴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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