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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시 복합산단 밀어붙이기

    전북 전주시가 행정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시는 팔복동 북부권 일대에 2015년까지 233만 9000㎡의 친환경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단지 29만㎡는 완공됐고, 3단지 181만 7000㎡는 전주시가 직접 개발하기 위해 나섰다. 시는 이 중 28만㎡는 430억원을 투입해 직접 개발하고 나머지는 민간사업자와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해 조성할 방침이다. 그런데 시는 직접 개발할 부지에 대해 산업단지 지정에 필요한 제반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절차에 따라 시가화(도시화) 예정구역을 조정해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또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에 의해 개발·실시계획을 동시에 심의, 처리하더라도 ▲농지전용 ▲환경성 검토 ▲재해영향성 검토 ▲문화재 지표조사 ▲교통영향평가 등에 미진한 부분이 많다. 농지전용의 경우 사전에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나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 환경성 검토는 전주지방환경관리청과 협의를 하기 위해 초안만 마련한 상태다. 재해영향성 검토와 교통영향평가는 시청내 관계 부서간 협의는 마쳤지만 산업단지계획심의회의 처리가 남아있다. 이처럼 미진한 부분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시는 지난달 20일 해당 사업에 편입되는 용지에 대해 보상계획을 먼저 공고하고 토지주들의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시가 행정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산단지정 절차를 모두 밟을 경우,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해당 토지의 보상지가도 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업들이 산업단지 조기 분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시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주된 이유다. 실제로 전주시는 이 공단에 입주할 ㈜효성으로부터 선수금 215억원을 오는 9월 말까지 받기로 했다. 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농지전용 협의도 완료하지 않고 산단조성에 착수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조급한 행정의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순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에 하나 관련 부처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토지 보상 협의는 무효가 되고 전주시의 산단조성 사업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지가 보상 금액을 낮추기 위해 행정절차를 조급하게 진행할 경우, 해당 토지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오히려 보상 절차가 늦어질 위험성도 크다. 이에 대해 김봉영 전주시 산단조성담당은 “산단 공급이 시급해 사업인가 전이라도 토지 보상이 가능토록 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공고를 했다.”면서 “산단 인허가에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오는 10월 이전에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교과부, 전략부재로 1조원 예산삭감 당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신청한 연구개발(R&D) 예산이 무려 1조원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위가 2일 배분·조정해 발표한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안’이 각 부처 신청분에서 모두 7000억원 정도를 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교과부의 삭감 규모는 최대다. 교과부가 관할하는 예산이 4분의1가량이 없어지면서 내년 R&D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된 요인은 신청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데다 부서 간 협의도 충분하지 않았던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과위 고위 관계자는 3일 “교과부는 부처별로 최대 5%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예산 상승률을 무려 25%가량 초과한 예산을 신청했다.”면서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9000억원 이상을 삭감하거나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각 부처 입장을 고려해 예산안의 부처별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교과부의 예산 신청은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 등 대규모 R&D 예산을 받는 다른 부처가 예산을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한 데 비해 부서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위의 한 관계자는 “증액이 가능한 전체 규모를 예상한 뒤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한 다른 부처들은 상대적으로 삭감폭이 적었다.”면서 “교과부는 각 부서별로 무리하게 증액을 요청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나 원자력 기술개발 등 대폭 증액이 불가피한 예산이 많았다.”면서 “부서별로 중요시하는 분야가 달라,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학벨트 예산은 국가의 핵심 정책이라 교과부 예산과는 별개로 당연히 받는 부분으로 생각한 점도 있다.”면서 “교과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국과위에 대거 포진하고 있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교과부는 다음 달 기획재정부의 정부예산안 종합 시점에 기재부를 상대로 일부 예산의 증액을 다시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국과위가 배분·조정한 R&D 예산에 대해서는 크게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무상급식 투표 여야 전면전으로

    무상급식 투표 여야 전면전으로

    소득 구분 없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서울시 주민투표가 여야의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27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주민투표를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민주당도 이미 당력을 총동원해 주민투표 불참 운동과 무효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최고위원 7명 가운데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은 주민투표를 지지했지만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날 당 지도부는 서울시 자료를 검토한 뒤 참석 의원들의 견해를 듣고 적극적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 최고위원은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더 이상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오세훈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이미 주민투표 실시라는 ‘주사위’가 던져진 마당에 더 이상의 자중지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칫 주민투표에서 서울시의 소득에 따른 단계적 실시안이 부결되면 그 역풍이 중앙당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 시장이 투표함 개봉 제한선인 투표율 33.3%를 넘기기 위해 시장직을 거는 등 승부수를 띄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다. 주민투표를 ‘불법 투표’로 규정한 민주당은 비판의 강도를 점점 키우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 혈세를 쏟아부으며 불법 투표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높아지면 서울시의 단계적 실시안에 찬성하는 표가 많을 것으로 보고, 투표 불참 쪽으로 당력을 모을 생각이다. 중앙당이 주민투표에 개입하더라도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언론기관 주최 토론회에서 주민투표를 놓고 토론하거나 기자회견, 보도자료,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의원이 직접 토론회를 개최할 수는 없다. 의원이 당원을 대상으로 주민투표안에 찬성 또는 반대하게 하거나 투표운동을 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과천청사 활용 어떻게] “힘없는 기관들만 희생” vs “입지조건 더 좋아져”

    [과천청사 활용 어떻게] “힘없는 기관들만 희생” vs “입지조건 더 좋아져”

    과천청사로 들어가게 된 특별행정기관들은 대부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을 놓고 각 행정기관과의 협의 또는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청사 이전 조각 맞추기’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힘 없는 기관들만 휘둘렸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특히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5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청사를 새로 지어 옮겼다. 또한 지난 22일에는 1년간 벌인 별관 공사를 완공하고 준공식까지 마쳤다. 그러나 꼼짝없이 현 청사를 팔고 과천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청사이전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손정환 서울식약청 고객지원과장은 “이전 소식을 언론보도로 알게 됐다. 총리실이나 본청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식약청은 물론 본청에서도 청사 이전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강봉한 운영지원과장은 “지방청이 이전하면 우리에게도 사전 통보나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 듣는 소식”이라면서 “서울식약청과 사전 협의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되물었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특별행정기관장은 협의대상이 아니어서 해당부처 차관들과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정동에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은 지 20년 이상 돼 노후 및 주차시설 부족 등으로 이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업무 특성상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 등과의 지역적 근접성을 고려해 강서구 마곡지구로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과천청사로 옮기는 기관에 포함된 것으로 발표되자 직원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도 마찬가지다. 김용 경영관리과 사무관은 “얼마 전 과천청사로 들어가면 불편한 것이 없겠느냐는 등 조사가 있긴 했지만 이전을 통보받지도 못했다.”면서 “대전청사에 있는 본청의 행사가 서울에서 많이 있고, 그때마다 주로 이곳에서 이뤄졌는데 과천으로 옮기면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고 당혹감을 토로했다. 만족스러워하는 기관도 있다. 과천의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 건물에 곁방살이를 하고 있는 서울지방중소기업청은 과천 이전을 반기고 있다. 정기환 창업성장지원과 사무관은 “그동안 나름대로 독립청사를 물색했지만 그럴 여건이 안 돼 임차해서 써 왔다.”면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다가 과천청사로 들어가게 됐으니 오히려 입지 조건이 좋아진 셈”이라고 환영했다. 또한 16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매머드급 청인 방위사업청도 흡족해했다. 손현영 대변인은 “현재 청사는 가건물 형식의 조립식 건물이어서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건물이 아니다.”라면서 “2개동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했고 방사청이 들어가야 과천청사도 정부종합청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충분한 사전논의가 있었음을 확인시켜 줬다. 정부과천청사 입주가 확정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세종시보다는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과천으로 가는 것이라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과천청사로 옮길 것이 유력했으나 정부중앙청사로 들어가게 된 여성가족부 또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부처종합·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남·북] “금강산 관광 29일 논의” ‘남북경색 단초’ 풀리나”

    [남·북] “금강산 관광 29일 논의” ‘남북경색 단초’ 풀리나”

    통일부는 26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29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통일부는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당면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했다. 앞서 북측은 지난 13일 금강산 사업권에 대한 논의를 29일 전에 가질 것을 우리 측에 제안한 바 있다. 회담은 남북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회담 성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북측이 제의를 수용할 경우 금강산 관광지구 내 사업권 문제와 함께 관광 재개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겠지만 이 과정에서 관광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았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남북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2008년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과 금강산 관광 중단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번 협의에서 양측이 유연성을 발휘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천주교가 신청한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밀가루 각각 300t, 100t에 대한 반출을 승인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밀가루 지원은 종래와 약간은 다른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번에 민간 단체들로부터 지원 대상, 인원, 분배량이 명시된 사전 분배 계획서를 제출받은 것도 향후 모니터링이 보장된다면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역시 꼭 필요한 곳에 가는지 전용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차별화하는 템플스테이

    차별화하는 템플스테이

    ‘숨 가쁘고 각박한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산사에서 찾아보는 몸·마음의 안정’, 사찰을 중심으로 한 불교 전통문화 체험인 템플스테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 대종을 이루던 단순한 불교 체험 차원에서 벗어나 건강 챙기기와 스트레스 해소, 방학을 이용한 초·중·고생의 학습과 전문적인 불교 수행·공부까지 천차만별이다. 특히 참여자가 불교 아닌 다른 종교의 신자로 널리 확산되면서 각 사찰이 차별화되는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템플스테이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찰은 모두 122곳.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한 첫해 33곳에 불과하던 것이 10년 새 3배 넘게 늘어났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연간 템플스테이 참여자는 평균 15만∼16만명으로 매년 20%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타 종교인이 30∼40%에 이른 것으로 집계돼 템플스테이가 이미 종교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역시 휴식·체험형 프로그램의 확대다. 불교 전통과 문화를 결합하거나 이웃 사찰과 연계한 통합형 템플스테이가 주종을 이룬다.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예불·공양 시간만 지킨 채 사찰 음식과 지역 문화 체험, 공연·답사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들이다. 김제 금산사가 처음 시도한 ‘나는 쉬고 싶다’는 벌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참선, 108배 체험 말고도 섬마을 여행가 강제윤씨,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를 패널로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며 콘서트와 퓨전 국악밴드의 공연도 곁들인다.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 클래식·명상 등 5개 주제의 음악과 함께 2박 3일을 보내는 ‘뮤직 샤워’도 이채롭다. 이 밖에 공주 영평사의 ‘연잎두부 만들기’며 전북 익산 숭림사의 ‘블루베리 템플스테이’, 김제 금산사의 ‘쌀로 만든 템플스테이’도 비슷한 유형이다. 사찰 연계 프로그램도 색다르게 분화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강원 인제 백담사가 백담사∼신흥사∼낙산사에서 진행하는 ‘참나를 찾아 떠나는 행복여행’을 비롯해 구례 화엄사가 화엄사∼천은사∼도림사를 돌아보는 ‘3사 3색 템플스테이’는 일반인들에게도 각광받는 체험 행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가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행과 불교 공부 프로그램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북 의성 고운사는 불교 초심자들을 위한 불교 입문서 ‘초발심자경문’을 익혀 하안거에 동참하는 선수련회를 마련했고 경남 고성 옥천사는 반야심경 탁본과 알아차림 명상·호흡법 배우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선보이는 초기 불교 특강과 불교 입문, 불교사상사의 토론식 수업인 ‘재가 불자 여름학림’도 불교 교리에 특화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가 종전의 대동소이한 단순 체험 형식에서 벗어나 맞춤형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만큼 참여자들이 산사에서 알찬 휴가를 보내려면 사전에 내용과 일정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은 일반인의 참여가 부쩍 느는 추세에서 템플스테이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자문·전문위원회 운영 및 운영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사찰별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늦어도 올해 말부터 시행키로 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권재진·한상대 인사청문 ‘정국의 핵’

    권재진·한상대 인사청문 ‘정국의 핵’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18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구서를 이르면 19일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청문회 예열음’을 주시하고 있다. 온도차는 있지만 여야는 이번 청문회가 ‘국무위원 적격성 심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여야 원내 지도부의 리더십, 내년 총선에 끼칠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2년 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의 기억까지 겹쳐진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벌써부터 줄줄이 터져 나오는 의혹 앞에 섰다. 위장 전입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현역병 기피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후보자가 당초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사법시험 합격 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검을 신청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내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전 감지’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권 후보자도 저축은행 구명 로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개입, 2007년 대선 당시 BBK 수사 발표 지연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의 ‘창’과 한나라당의 ‘방패’는 벌써부터 날 선 대치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두 사람의 내정에 대해 ‘정치적 선택’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사정 라인’ ‘비리 은폐용 인사’라는 표현이 예사롭지 않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최측근을 사정 라인에 배치해서 정권 말기의 권력형 비리 게이트, 친·인척 비리를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몰아세웠다. 사정 정국을 위한 인사라는 주장도 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취약한 수도권에서 털어내기식 대야 공세를 펴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그래서 두 후보자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청문회 일정 조율을 요구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사를 한꺼번에 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제대로 하려면 청문회 간격을 일주일 이상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까지 열어 권 후보자 기용에 대해 찬성 당론을 확정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개입과 저축은행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치 공세”라고 하고, 측근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와대 수석 출신이 부처 장관을 맡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차단할 방침이다.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소 미묘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 이후 진행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위장 전입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장 전입뿐만 아니라 이념 편향 등 국가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를 끌어안기도 밀치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편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대학 1학년 시절 부실한 보호장비로 격한 운동을 하면서 디스크가 어긋나게 됐고, 이후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면서 “당시 이미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관으로 입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병역을 기피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1년 8월 5일 입원해 13일 디스크 수술을 받고, 26일에 퇴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의무기록 사본도 공개했다. 한 후보자와 경쟁했던 차동민 서울고검장은 주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차 고검장은 막판까지 한 후보자와 경합을 벌였던 점에서 신속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퇴임식은 오는 28일쯤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혜영·장세훈·강병철기자 koohy@seoul.co.kr
  • “생물자원전 관람후기 응모하세요”

    “생물자원전 관람후기 응모하세요”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학습으로 숙제도 하고 관람후기 응모에도 참여하세요.” 국립생물자원관 주홍봉 전시교육 과장은 여름방학을 맞아 환경연구단지 내 3개 기관이 연계한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먼저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생물자원을 조사·연구하고 그 표본과 유전자원 등을 소장하는 기관으로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물자원 전시관은 연간 관람객이 35만명에 이르고, 특히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많아 1일 평균 2000여명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전시관 관람객을 대상으로 ‘국립생물자원관(전시관)을 다녀와서’라는 주제로 공모전도 개최한다.”면서 “관람후기, 사진, 블로그 또는 UCC나 애니메이션 형태로 출품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16일까지 응모작을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우수작품 출품자에게 표창과 상금도 수여한다고 덧붙였다. 방학기간 중에는 특화된 체험위주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물자원학교’와 중·고생 대상 ‘생물자원 주니어 큐레이터’ 과정이 개설된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쉬리는 꼬치동자개를 만났을까’ 등 20가지 교육 과정도 운영된다. 교육 프로그램 참가신청은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www.nibr.go.kr)를 통해서만 받는다. 주 과장은 “방학동안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수도권 지역에서 추억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꼭 신청부터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법원 “MBC PD 지방발령 무효”

    방송사 PD에 대해 사전 협의 절차 없이 비제작 부서로 발령낸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부장 성지용)는 MBC 시사교양국 이우환·한학수 PD가 자신들의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발령은 프로그램 주제 선정 과정에서 신청인들과 시사교양국장 간의 갈등이 있은 뒤에 갑작스레 이뤄졌다.”며 “사전협의 등 절차 없이 발령 30분 전에 통보하고 곧바로 전보발령을 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지구촌 한국어 배우기 열풍 佛 등 10곳에 세종학당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프랑스 등에 세종학당이 개설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은 오는 9월부터 프랑스 등 주요 지역 10곳에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추가 개설한다고 11일 밝혔다. 문화부는 최근 18개국 42개 신청 기관을 대상으로 추가 설립 심사를 진행해 프랑스·중국·태국·러시아·베트남·네팔·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캄보디아 등 9개국에 세종학당 10곳을 개설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K팝 열풍으로 들썩였던 프랑스 지역 세종학당은 파리 근교의 마른라발레대학교 한불언어문화연구소에 문을 열게 된다. 프랑스 세종학당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류 관심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수강생의 접근성을 고려해 파리 시내와 마른라발레 두 지역에서 동시에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베트남, 네팔 등 5개 국가에서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 전 현지에서 미리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수형 세종학당이 시범 운영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문화 이해와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부와 고용노동부 간 사전 협의에 따른 것으로, 산업인력공단이 사업에 참여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한류 열풍에 이어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면서 “올해 프랑스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는 신청자가 200명 정원의 두 배를 넘었고, 영국 문화원은 미등록자 100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문화부는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오는 9월부터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교재를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세종학당은 6월 현재 세계 16개국 25개 지역의 28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공직사회 해부] 공무원 첫 오지 연수 2인의 이야기

    [공직사회 해부] 공무원 첫 오지 연수 2인의 이야기

    ■탄자니아 연수 정기순 중기청 주무관 “전력·수도망 열악… 태양광산업 진출 희망적” 중소기업청의 정기순(35) 주무관은 지난 달 초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에서도 생활환경이 열악하기로 이름난 탄자니아 지역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정 주무관은 “2년 전 TV를 통해 탄자니아에서 현지 한인회장이 말라리아 검사 장비를 보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프리카가 우리 중소기업의 주요 시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탄자니아 연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 주무관은 “빈곤 국가인 만큼 생활은 힘들었지만, 중기청 공무원으로서 소중하고 유익한 경험이었다.”며 연수 생활을 떠올렸다. 현지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와힐리어와 함께 탄자니아의 유통망과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 등을 연구했다. 낯선 언어의 장벽보다 더 힘든 것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물이 부족해 하루에 물이 공급되는 시간은 2시간 정도로 제한됐고, 5일 이상 수도 공급이 끊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 주무관은 “지금까지 공무원 연수로는 누구도 다녀가지 않은 곳을 처음으로 갔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얻을 곳도, 도움을 받을 곳도 없어 더욱 힘들었다.”면서 “전력과 수도망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서 국내 태양광 발전 업체 등 관련 기업들이 진출한다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연수 강기호 문화부 주무관 “정부·민간교류 통해 한국 이미지 개선 필요”문화체육관광부의 강기호(43) 주무관도 국외훈련 개척자 중 한 명이다. 강 주무관 역시 한국 공무원 중 누구도 연수 국가로 선택하지 않은 몽골을 선택, 2008년부터 2년간 몽골 국립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그가 국내에서도 가능한 언론학을 선택한 이유는 몽골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강 주무관은 “몽골은 수교 20년이 지났지만, 그간 본격적인 교류가 없었고, 한류(韓流) 확산을 위해서는 현지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중요해 이를 연구하기 위해 몽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간 몽골인의 국가별 우호도 등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해서는 부정적 이미지와 우호적인 이미지가 혼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정부와 민간 교류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몽골은 세계 7대 자원 부국인 만큼 국가 이미지 제고를 통한 자원외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강 주무관은 “저개발 국가라서 생활에 불편함이 컸지만, 국내 공무원 중 1호 몽골 전문가가 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연구했다.”면서 “저개발 국가일지라도 국외 연구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한국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노르웨이 인 어 넛셸’ 가보니

    ‘노르웨이 인 어 넛셸’ 가보니

    ‘북방으로 가는 길’(Norway)로 접어듭니다. 빙하가 만든 거대한 협만, 피오르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노르웨이 지도를 펴면 대서양과 연한 등줄기에 실핏줄처럼 세밀한 선들이 가득합니다. 그게 피오르입니다. 피오르가 만든 해안선을 모두 연결하면 길이가 지구 반바퀴와 비슷하다지요. 피오르는 산정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며 폭포를 만들고, 수수한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는 이맘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베르겐 공항. 피오르로 가는 관문이다. 밤 10시 30분. 희뿌연 어둠이 내려 앉아 있다. 밝지도, 그렇다고 컴컴하지도 않다. 이른바 백야(white night)다. 여름이면 새벽 3시쯤 해가 떠서 밤 11시쯤 진다. 해가 져도 한 치 앞이 안 보일 만큼 어둡지는 않다. 갈 곳, 볼 것 많은 여행자에게 시간을 확장해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 2의 도시다. 지금은 수도의 지위를 오슬로에 내줬지만, 중세 때는 노르웨이의 수도였을 만큼 번성했다. 그 영화의 흔적이 브리겐이다. 중세시대 목조 건물들이 밀집된 곳으로, 베르겐의 대표 아이콘으로 통한다. 12세기 이후 유럽에선 상인들 간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 가운데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상인들을 한자(Hansa), 이들을 보호하는 도시 간 동맹을 한자동맹이라 불렀다. 베르겐도 한자동맹의 주요 도시였다. 독일의 상인들은 베르겐 항구에 자신들만 묵는 상관을 지었는데, 이게 브리겐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금도 카페와 술집, 액세서리상점 등으로 쓰인다. 브리겐 안에 들면 목조 건물 특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오래된 나무만 낼 수 있는 세월의 향기다. 특히 브리겐 박물관엔 예전 독일 상인들이 쓰던 의자와 침대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채로운 건 침대를 드나드는 여닫이 문마다 ‘풍만한’ 여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는 것. 현지 가이드는 “가족과 떨어져 이국에서 혈혈단신 생활하던 홀아비들과 독신 남성들이 그렸다.”며 씽긋 웃었다. 베르겐을 감싸고 있는 플뢰엔산(320m)에 오르면 예쁜 도시 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레일과 케이블로 움직이는 산악기차를 타면 7분 만에 전망대에 이른다. 시청 옆에 정거장이 있다. 베르겐 남쪽 바닷가의 그리그 박물관도 필수 방문 코스다. ‘솔베이지의 노래’ 등을 작곡한 그리그(1843~1907)가 성악가였던 부인 니나와 1885년부터 말년 22년 동안 머물렀던 집이다. 당시 가구와 편지, 피아노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바닷가 전망 좋은 언덕 절벽 묘지엔 그리그와, 그보다 23년 뒤에 세상을 뜬 니나가 함께 잠들어 있다. #180도 커브길 너머로 우람한 계곡 이제 ‘노르웨이 인 어 넛셸’(Norway in a Nutshell)을 맛볼 차례다. 베르겐~보스~구드방엔~플롬~뮈르달~오슬로에 걸쳐 있는 피오르의 정수를 기차·산악열차·유람선·버스를 이용해 살피는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기차다. 베르겐에서 보스까지 간다. 기차는 피오르의 바닷물과 거의 같은 높이로 달린다. 단선 철길인 탓에 마주오는 열차와 교행하기 위해 중간중간 간이역에 서곤 한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예쁜 시골 풍경과 만난다. 보스에서는 버스로 갈아탄다. 우리의 완행버스쯤 된다. 버스는 구드방엔까지 한 시간 남짓 달리는데, 장담컨대 차창에 풍경화를 매달고 달린다고 보면 틀림없다. 당신이 상상했던 북유럽의 풍경들, 이를테면 너른 초원과 뾰족한 지붕을 한 적갈색의 농가, 만년설을 이고 선 산자락, 그리고 마음을 비춰낼 것 같은 맑은 호수가 줄곧 따라온다. 절정은 ‘스탈하임스클라이바’(Stalheimskleiva)다. 180도에 가까운 커브길이 13번이나 이어지는 절벽길이다. 버스 승객들은 이 장면에서 전부 일어서서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럴밖에. 버스는 고꾸라질 듯 급경사를 아슬아슬하게 돌아가고, 옆에서는 거대한 폭포가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떨어져 내린다. 멀리 앞으로는 거인이 손으로 후벼판 듯, 깊고 우람한 계곡이 펼쳐져 있다. 그게 장엄한 ‘피오르 왕국’의 시작이었다. #억겁의 시간 켜켜이 쌓인 빙하 노르웨이의 해안선 길이는 2만여㎞에 달한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거리와 맞먹는다. 해안선이 들쑥날쑥 돌아나가며 여러 개의 피오르를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노르웨이 최장의 송네 피오르다. 길이 204㎞에 가장 깊은 곳은 1309m에 달한다. 길이가 워낙 길어 전부를 돌아보기는 어렵고, 구드방엔에서 유람선을 타고 송네 피오르의 지류 가운데 하나인 내뢰 피오르와 아울란 피오르를 둘러보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종착지인 플롬까지 2시간 20분 남짓 소요된다. 이맘때 피오르의 가장 큰 볼거리는 폭포다. 바닷물을 사이에 둔 U자형 곡벽(谷壁) 정상의 만년설이 녹아 여기저기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가까이서 보면 규모가 큰 폭포는 스키장의 슬로프에 견줄 만하다. 그 많은 폭포를 이루는 물은 대체 어디서 유입되는 걸까. 궁금증은 ‘스노 로드’(Snow Road)에 오르면 단박에 풀린다. 스노 로드는 해발 1300m의 피오르 정상을 따라 가는 고산도로다. 원래 피오르의 마을들을 잇던 간선도로였으나 산 아래쪽에 자동차 전용 터널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래르달터널(24.5㎞)이 생기면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스노 로드는 6월 1일부터 10월 중순까지만 개방된다. 워낙 눈이 많기 때문이다. 도로 주변엔 아직도 눈이 2m가량 쌓여 있다. 그 방대한 양의 눈이 폭포의 근원이다. 만년설이 조금씩 녹으며 곳곳에 에머랄드 빛 호수를 만들어 뒀다. 그 덕에 거칠고 장식되지 않은, 그러나 더없이 빼어난 풍경이 완성된다. 노르웨이 관광청 안내책자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자연에서 힘을 얻고(Powered by nature), 피오르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Inspired by fjords)’고 적고 있다. 만년설을 딛고 서면 그 문구가 여실히 가슴을 파고든다. 또 하나. 피오르를 여행하며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니가르츠브렌 빙하다. 송네 피오르의 북쪽 끝에 있다. 약 80㎞에 걸쳐 뻗어 있는 요스테달브렌빙하의 수많은 곡빙하 가운데 하나다. 빙하박물관에 인접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버스에서 내려 40분 정도 걷다 보면 억겁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빙하와 만난다. 빙하는 파란빛을 띠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겹쳐진 탓이다. 사전에 신청하면 빙하 트레킹도 가능하다. ‘피오르의 심장’이라 불리는 플롬에서 뮈르달까지는 산악열차 ‘플롬스바나’를 이용한다. 용수철처럼 산자락을 에둘러 오르는데, 약 20㎞를 가는 동안 인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뮈르달에서 오슬로까지는 날렵하게 빠진 열차를 타고 간다. 한데, 안락한 좌석에 기대 눈 감고 쉬진 마시길. 오슬로까지 다섯 시간 남짓, 놓치면 서운할 풍경들을 줄곧 달고 가기 때문이다. 글 사진 베르겐·플롬(노르웨이)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 노르웨이까지 직항편은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베르겐, 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오슬로행 비행기로 갈아탄다. 인천~암스테르담 약 11시간 30분, 암스테르담~베르겐 1시간 40분. #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서머타임 적용) 늦다. 통화는 노르웨이크로네. 1크로네는 210원 안팎이다. 여행 도중 필요한 경우가 많아 얼마간 환전해 가는 게 좋다. 전기는 220V. 대부분의 호텔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관광지 상점 가운데 면세점 표시가 붙은 곳에서 쇼핑을 하면 오슬로와 베르겐 공항 등의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해당 상점에서 주는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플롬의 기념품점이 종류도 다양하고, 값도 싸다. # 여행 성수기는 5~9월이다. 노르웨이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norway.com)를 이용해 자신만의 ‘노르웨이 인 어 넛셸’ 루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베르겐, 오슬로 등 도시 투어를 할 경우 패스를 사면 훨씬 싸게 여행할 수 있다. 피오르 정상에서 트레킹을 하려면 긴팔 옷을 가져가는 게 좋다.
  • ‘건강관리 바우처’ 시작부터 삐걱

    취약계층을 비롯한 노약자들의 건강을 돌보겠다며 보건복지부가 정책사업으로 도입한 건강관리서비스 바우처사업이 출발부터 겉돌고 있다. 약속한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예산만 축낸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74)씨 부부는 지난 2월 25일 구청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신청했다. 원래는 3월부터 서비스를 받기로 돼 있었지만 4월이 되어서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대행업체 측에서 신청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혈압계 등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해 의뢰인의 건강 체크가 그만큼 늦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매월 두 차례 건강·영양상담사가 전화로 상담을 해준다고 했지만 쉬운 전화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기를 이용한 혈압 등의 측정치에 대한 분석 결과를 수시로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고 했지만 이 또한 ‘먹통’이었다. 박씨는 당초 3~5월에 서비스를 받겠다고 계약을 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받은 기간은 4~5월뿐이었다. 그러나 서비스료는 3월부터 꼬박꼬박 빼내갔다. 이런 사실을 들어 박씨가 항의하자 대행사는 5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무마하고 나섰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가 난 박씨는 결국 지난 2일 계약을 해지했았다. 계약 해지 후 혈압계 등 기기를 회수하러 온 대행업체 직원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박씨는 “수많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사전준비나 점검도 없이 이렇게 주먹구구로 하는 사업이 어딨느냐. 이게 우리나라의 복지 실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름만 번드르르한 건강관리서비스 바우처사업의 실태는 대행업체 직원의 해명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직원은 부실 서비스를 인정한 뒤 “너무 많은 수를 관리하다보니 인력과 기기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 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문자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도 사전에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사전 설명이 부족해 기기를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리는 노인들이 많아 곤란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문제가 된 ‘건강관리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가 건강관리가 필요한 저소득층 주민에게 월 6만 3000원가량의 바우처(이용권)를 제공하면 개인은 월 7000원만 부담하고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서울 강동구 등 전국 6개 지자체에서 227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예산만 해도 지난해 기준으로 국비 4억 4300여만원, 지방비 2억 5300여만원이 투입됐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 공개

    사전 유출 논란을 일으켰던 의사 국가시험 기출문제가 전면 공개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76회 의사 국가시험부터 기출문제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출문제는 공개되지만 기존의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500개 출제문항의 25배수인 문제은행 보유문항을 약 30배수로 늘리고, 단순 지식 암기 수준의 문제보다 수기, 임상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시험문제 출제기간 연장, 이의신청 및 검토기간 신설, 시험문제 검토위원 확충 등 시험관리를 전향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영등포, 보고·듣고·느끼는 건강교실

    “복부지방이 쌓이면 몸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영등포구가 24일부터 주민 교육장 ‘건강플러스 체험관’을 당산동 보건소 3층에 문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127.5㎡ 규모다. 어린이·청소년·성인 등 세대별 눈높이에 맞춘 건강체험과 플래시·3D 등 생생한 동영상 교육을 함께 실시해 차별화된 과정을 마련했다. 성인의 경우 고혈압·당뇨·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을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금연·절주·치매예방 등에 대한 체험교육이 진행된다. 폐 샘플에 정상 호흡할 때와 흡연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오랜 음주로 장기(臟器)가 변화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척추가 바르게 서 있는지도 정밀기계로 진단할 수 있다. 심폐소생을 위한 전기충격기 사용법도 가르쳐준다. 신청하면 5주 코스로 개인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준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영양·비만·운동·바른 자세·집중력 향상·손씻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마련한다. 사전 예약해야 이용 가능하다. 매주 화·금요일 오전·오후 1회씩 영양사와 운동처방사 등 전문인력이 진행한다. 1회 수강 인원은 20~25명으로 제한한다. 조길형 구청장은 “각 보건소에 유아·아동·노인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성인 위주의 체험관은 처음”이라면서 “이 같은 기회로 건강도시 구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부산저축 부당인출 85억 환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직전 ‘특혜 인출’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신청서 제출을 요구받은 그룹 임원들이 VIP 고객에게 예금 인출을 종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영업정지 소식을 사전에 전해듣고 예금을 인출한 이들에게서 총 85억원을 환수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1일 부산저축은행그룹 특혜 인출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액 예금자에게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려줘 예금을 인출토록 한 김양(59) 그룹 부회장과 안아순(59) 전무이사, 김태오(60) 대전저축은행 대표 등 3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관계 고위층의 특혜인출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임원은 VIP에, 직원은 친척에 “돈 빼라”

    임원은 VIP에, 직원은 친척에 “돈 빼라”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원들은 영업정지가 예상되자 거액을 예금한 ‘VIP’ 고객 40명을 추려 예금 인출을 종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사람 모두가 ‘고객’이었지만, 임원들이 ‘고객’으로 여긴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5000만원 이상을 예금했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이 격분할 만하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소된 박연호(61)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과 김양(59) 부회장, 강성우(60) 감사는 지난 2월 15일 오후 8시 30분쯤 금융위원회로부터 계열 5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신청서 제출을 요구받으면서, 자신들의 은행이 조만간 영업정지에 들어갈 것을 감지했다. 일단 부산·대전저축은행 2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부회장은 다음 날 오후 5시쯤 부산저축은행 안아순(59) 전무이사에게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렸고, 안 이사는 거액을 맡긴 ‘VIP’ 고객 7명에게 “예금을 인출하라.”고 권했다. VIP 고객 7명이 찾아간 예금은 총 28억 8500여만원. 이를 본 부산저축은행 창구 직원들이 동요했다. 일제히 전화기를 들어 은행에 돈을 맡긴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에게 “돈을 빼라.”고 했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가지고 있던 개인 정보를 참조해 자신들이 직접 인출했다. 은행 영업이 이미 끝났음에도 총 312건, 28억 600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대전저축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은행 김태오(60) 대표는 2월 15일 오후 5시쯤 파견감독관에게서 금융위가 영업정지 신청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고, 다음 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총무과장에게 VIP의 예금 인출 지시를 내렸다. 총무과장은 5000만원 이상 예금자 33명에게 인출을 권유했고, 29명이 22억여원을 찾아갔다. 영업 마감 시간 즈음에는 창구 직원들까지 나섰고, 71건 5억 5500만원이 추가로 인출됐다. 부산·대전저축은행은 ‘특혜 인출’ 러시 다음 날인 2월 17일 영업정지됐고, 19일에는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 등 다른 계열사도 모두 영업정지됐다. 검찰이 파악한 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 의혹의 전모다. 검찰은 김 부회장과 안 전무, 김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예금 인출을 종용한 창구 직원 85명은 불입건하는 대신 금융감독원에 징계처분을 요청했다. 징계를 받으면 앞으로 5년간 상호저축은행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다. 검찰은 영업정지 소식을 사전에 전해 듣고 예금을 인출한 사람에 대해서도 예금보험공사 등과 함께 환수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총 85억여원에 달한다. 민법상 부인권(否認權·파산자가 파산 선고를 받기 전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이 행위 효력을 상실토록 하는 권리)을 적용하면 환수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우병우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친인척 및 지인들 명의로 분산한 경우가 다수 드러났다.”며 “실예금주 기준으로 합산한 금액에 대해서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이 사건은 금융당국이나 정관계 고위층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방침을 사전에 누설했다는 의혹이 많았다. 우 기획관은 그러나 “예금 인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들의 통화내역 20만건을 분석했지만, 금융당국이나 정·관계 고위층이 연루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 영업정지 신청서 제출을 요청한 행위도 선례가 있는 행정절차로 보이고, 공무상비밀누설죄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영업정지 직전 예금자에게 돈을 찾아가게 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며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지방직처럼 서울시도 문제·정답 공개하라”

    지난 11일 서울시 7, 9급 공채 필기시험이 끝나면서 서울시의 시험 운영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수험생의 주된 요구는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국가직 공채와 서울시를 제외한 15개 시·도 지방직 시험을 수탁 출제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수험생들이 답안지만 제출하고 문제지는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시험 당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kr)에 문제와 정답가안을 공개한 뒤 5일간 정답가안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문제지를 답안지와 함께 회수하며,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일까지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해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특히 올해는 일부 행정학 문제에 대한 객관성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문제와 정답 공개 요구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험생 최모(26)씨는 “행안부 수탁 지방직 시험과 서울시 시험은 같은 지방 공무원을 뽑는 시험인데 왜 서울시만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무원 선발 시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행정학 시험의 객관성 문제를 지적한 신용한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는 “서울시가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출제 의도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문제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행정력 소요의 문제도 있겠지만, 출제의 책임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하루빨리 문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시험 운영 시스템으로는 문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주관 시험은 매년 출제위원들이 과천에 마련된 국가고시센터에서 합숙하며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지만, 서울시는 합숙 출제 센터 마련 및 출제위원 합숙 진행이 어려워 사전 의뢰를 통해 문제를 받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시험이 끝나면 문제 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은행 방식에서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문제 출제 범위가 줄어들고 시험의 변별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안부는 1년 내내 시험 출제 일정이 빡빡해 고시센터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자치단체 단위에서 별도의 고시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제 공개 여부를 떠나 다른 시·도처럼 행안부 수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 시험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저축銀 이어 창투사 대대적 수사

    경찰이 제일창업투자주식회사(제일창투) 등 중대형 창투사의 분식회계와 공금 유용 정황을 포착하고 전방위 수사에 나선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에 이은 경찰의 금융회사 수사가 공기업 비리 수사와 맞물려 대형 사정태풍을 예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 압수수색 등 공기업 비리 수사에 이어 분식회계 등을 통해 허위로 경제성이 높은 것처럼 공시, 개미 투자자들에게 위해를 끼친 대형 금융회사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과 같이 소규모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수사의 성격을 설명한 뒤 “뻥튀기를 해서 투자를 받은 뒤 알맹이(서민 돈)를 빼먹고 폐기해 버리는 코스닥 상장회사가 타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회사돈 128억원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제일창투 회장 허모(58)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씨는 2002년 초부터 자신의 개인 토건회사가 94억원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일창투의 투자자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편법을 사용했다가 2004년 1월 회계감사에서 적발되자 이를 해결하고자 제일창투가 운영하는 투자조합의 돈을 끌어다 어음을 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의 교통안전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정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박관천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창투사와 별개로 공기업 등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는 계속 예정돼 있다.”며 “공직사회 비리와 기강 해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교통안전공단에 대한 압수수색 하루 만인 14일에는 대구, 충남 논산 등지에 수사관 27명을 급파해 군 납품업체 5곳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방위사업청 공무원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창투사 등 대형 금융기관과 공기업 비리에 대한 광범위한 사정과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공기업 비리를 잡지 못하면 부정부패 척결을 실현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화두로 공기업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검·경의 잇단 수사 방침은 공공기관 선진화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공무원 시험은 국가직·지방직 가릴 것 없이 여풍(女風)이 거세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근무 행태나 공직문화는 아직 남성 일방으로 흐를 때가 많다. 반면 여성들이 분발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공무원 주자 3명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녀들은 누구 김경희(56) 경기도 비전기획관(부이사관)은 1973년 경기도 광주군 5급 을(현재 9급 공채)에서 시작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 신설된 비전기획관은 경기도 내에서도 핵심 요직. 도의 미래 비전과 종합기획 등을 관장하며 100여명의 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다. 신영숙(43) 행안부 연금복지과장이 1994년 행시 37회로 임용될 당시 300여명 동기 중 여성은 그를 포함해 8명에 불과했다. 현재 행안부 내 2명의 여성 과장 중 한 사람이다. 나주희(31) 행안부 주무관(7급)은 5년차 신세대 공무원. 그가 일하는 인사기획관실은 부처 내 ‘꽃보직’으로 꼽히는데 15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거쳐온 길과 승진 김 기획관은 1987년 내무부 최초의 여성 공무원이다. 당시만 해도 타자수 같은 기능직은 있어도 일반직 여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주민등록 사전’이었다. 당시 국가행정전산망 사업 중 핵심이었던 ‘주민등록 양식 전산화’가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여성 동료도 없었다. “일에선 가장 전문가인데도 민원전화만 받으면 ‘남자 직원 바꾸라’는 소릴 듣던 때였죠.” 이런 분위기는 신 과장 세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조직에 순화하기 위해 여성성이 부정돼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상대하는 직원·민원은 40대 이상 ‘아저씨’였기 때문. 사회적 직위와 개인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도 겪었다. 신 과장은 “(여 선배가 없어) 전략적 학습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사무관 때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만큼 노력했고 이제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나 주무관은 “아직 젊다 보니 조직 안에서 나이·경력에 밀릴 때가 있다.”면서 “가장 필요한 건 업무적 논리다.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근거법령 등을 정확히 알고 일하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질게 일해도 발탁 승진 따윈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김 기획관은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못 박았다. “제가 동기들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이 국장급이다. 일 잘하는 여성이라고 발탁됐으면 오히려 주위에 얼굴도 안 서고 동기들에게도 미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해 달라 1999년 출산한 신 과장은 임신 7개월 때까지도 주변에서 모를 정도였다. 그는 “제가 유난스러웠던 게 아니고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칠까 봐 그랬다.”면서 “당시만 해도 청사 안에 배가 불러 다니는 여성도 없었다. 사무실 흡연으로 피해도 많이 봤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축복받아야 할 임신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출산휴가가 당시 두 달이었는데 40여일 만에 출근했고 육아휴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신청하면 경력을 아예 포기하는 걸로 간주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정책·균형인사에 박차가 가해지고 실제로 여성 공무원도 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나 주무관은 “저희 연차는 남자라도 결혼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 끝나고 ‘직퇴’(바로 퇴근)가 철칙이다.”고 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아내·엄마의 일을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국가에서 대신 떠맡아 줘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제는 리더십 함양 ‘여성리더’가 아닌 ‘리더’로 거듭나려면 조직관리 능력은 필수다. 신 과장은 “무조건 카리스마가 능사가 아니고 여성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냥 휘어잡는 것보다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여성은 공사구분이 확실한 것도 큰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훈련도 필요하다. 김 기획관은 “아직 학연·지연으로 얽힌 공직문화에서 비공식적 네트워크 확장도 중요하다.”면서 “기관장의 정치철학, 비전을 꿰뚫어보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히는 노력을 후배들이 계속 해 달라.”고 주문했다. 남성 친화적인 사고도 중요하다. 김 기획관은 “우리(여성)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신세대는 성별 관계없이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나는 공(公)이 앞선다고 본다. 그래야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갈수록 여성 간부는 한 기관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여성가족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밀려드는 일에 쫓기다 보니 후배들을 지원해 줄 겨를이 솔직히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주무관 역시 “배우고 싶은 선배들은 많은데 조직적인 멘토링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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