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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이 모이는 동작 상도전통시장, 문화관광형 사업 선정

    청춘이 모이는 동작 상도전통시장, 문화관광형 사업 선정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전통시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6년 전통시장 육성사업(문화관광형)’에 선정됐다. 구는 12일 이번 공모 선정으로 2년간 최대 10억원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육성사업은 전통시장의 고유한 자산에 문화·관광·역사 등 지역 특색 요소를 접목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상도전통시장은 인근에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총신대학교 3개의 대학교가 입지 해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청춘 로데오 특화 거리 등 청춘 문화 거리 조성 ▲대학교와 연계한 플리마켓, 동아리 버스킹 공연 등 청년 상생사업 ▲서달산 둘레길 코스 조성 및 스탬프 투어 ▲현충원, 호국전시관 등 역사적 관광 자원 활용 ▲로컬 특화 먹거리 PB(자체브랜드) 상품 개발 ▲온·오프라인 홍보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 종합적인 시장 활성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2026년 시장경영지원사업에서 남성역 골목시장과 성대전통시장이 선정된 바 있다. 시장경영지원사업은 지역‧상권별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상인회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박일하 구청장은 “전통시장은 지역 주민의 삶이 녹아있는 역사적인 장소인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곳”이라며 “이번 문화관광형 사업을 계기로 전통시장이 단순히 장 보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즐기며 다시 찾고 싶은 지역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이란 시위, 단순 정권 비판 넘었다…美 포천이 본 ‘체제 위기’ [핫이슈]

    이란 시위, 단순 정권 비판 넘었다…美 포천이 본 ‘체제 위기’ [핫이슈]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가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11일(현지시간) 최근 이란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시위가 성공할 경우 중동 질서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나아가 세계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천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과거와 달리 규모와 지속성, 참여 계층 면에서 이란 정권에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시위는 리알화 폭락과 물가 급등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체제 전반을 향한 저항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주말 동안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당국의 경고와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섰다. 이 매체는 이란 정부가 내놓은 경제적 처방이 민심을 달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란 당국은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기존 수입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 국민 약 8000만 명에게 매월 100만 토만(약 1000만 리알·미화 약 7달러·약 1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60%를 넘고 통화 가치가 지난해 중반 이후 급락한 상황에서 이 같은 현금성 지원은 체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포천은 “월 7달러 수준의 지원은 상징적 조치에 그쳤다”며 시위가 상인과 학생, 노동계층, 중산층 전반으로 확산된 배경으로 구조적 경제 실패를 지목했다. ◆ ‘경제 불만’에서 ‘체제 위기’로 정권의 강경 대응은 오히려 사태의 중대성을 키운다. 인권단체들은 최근 2주 사이 수백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하며, 당국은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해 시위 확산을 막으려 한다. 포천은 이란이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통제 수단이 이번에는 분노를 억누르기보다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와 시장의 시선도 이란으로 쏠린다. 이 매체는 만약 이란 정권이 실제로 붕괴하거나 권력 구조가 크게 흔들릴 경우 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핵심 산유국으로, 불안정이 심화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시위가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5% 이상 오르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포천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직후 이란을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시위 유혈 진압이 계속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이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은 미국이 이란 사태를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전략적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주시한다. 다만 이 매체는 이란 체제 붕괴가 곧바로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에는 선을 그었다. 권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소수민족 지역의 분리 움직임이나 무력 충돌, 안보 공백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걸프 지역 국가들 역시 ‘알고 있는 정권’보다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포천은 “이란 사태의 향방은 한 국가의 내부 문제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중동 안보, 강대국 간 역학 관계까지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세계가 이란을 주시하는 이유는 시위의 결과가 국경을 넘어 확산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이재명 정부, 어디에도 브레이크가 없다[윤태곤의 판]

    이재명 정부, 어디에도 브레이크가 없다[윤태곤의 판]

    전재수·김병기·강선우 등 논란 강타반년 사이 줄줄이 터진 사건들 심각그사이 통제 장치는 갈수록 무력화‘내란정당’ 멍에 야당 제 코가 석자‘재래식’ 딱지 붙은 언론도 무기력검·경·공수처 제 역할 못 하고 눈치견제·균형·감시수단까지 사라지면힘 있는 사람들 ‘두려움’도 사라져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대외 관계, 주식시장이 다 괜찮다. 야당은 맥을 못추고 여당 내에 유의미한 비주류 세력도 없다. 지방선거 전망도 밝다. 집권 반년을 넘어선 이재명 정부가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리스크가 스멀스멀 자라나는 조짐이 보인다. 숙환처럼 익숙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지방 소멸 등의 구조적 문제나 환율, 부동산 등 경제 문제 혹은 북핵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변덕 같은 대외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견제, 균형, 브레이크의 부재가 바로 이재명 정부의 위기 요인이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민주 진영’이 ‘내란세력’ 내지는 보수 진영과 치열히 싸워 제압할수록, 검찰과 법원을 ‘개혁’할수록, 언론을 ‘개혁’할수록, 공직 사회에서 내란 혹은 전 정부의 물을 빼면 뺄수록, 여당 내의 ‘수박’을 제거할수록 이런 위기는 점점 커지게 된다. ●李대통령, 계엄 해제 이후 ‘제일 센 사람’ 일반적으로 대통령들은 집권 2년 차에 가장 강하다. 대통령 직무가 익숙해지고 고위공직 인사가 마무리되고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도 강해지는 시점이다. 시간이 약인지라 선거 직후에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던 상대편과 그 지지자들도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고 순응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정부의 순항’을 바라는 쪽으로 형성된다. 이 대통령은 더 그렇다. 이 대통령은 작년 6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했지만 그보다 6개월 전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해제한 순간부터 대한민국에서 제일 센 사람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대선에서 석패한 이후에도 원내 다수 야당의 당권을 쥐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이없이 퇴장한 전임자에 비해 이 대통령은 행정은 물론 권력 행사와 ‘정치’에 훨씬 능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저효과는 정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 당선과 취임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시스템 정상화를 의미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각종 업무가 그와 더불어 정상화됐고 기업, 주식시장 등이 안정을 되찾았다. 외국 정부, 국제금융기관과 자본시장이 모두 정상적 대선과 정상적 대통령 취임을 반겼다. 취임 후 지난 6개월도 그렇다. 주식시장은 연일 활황이다. 성남시장 시절 등 ‘터프’한 모습을 보였던 이 대통령에 대해 미국, 일본의 의구심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 한미 관계, 한일 관계 다 괜찮은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매우 개성적인 인물인데도 이 대통령은 그들과 척지지 않고 있다. 중일 관계가 나쁘니 오히려 한중 관계의 공간은 넓어졌다. 뭐니 뭐니 해도 국내 정치가 이 대통령의 넓은 운동장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후에도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계엄·탄핵·특검을 겪은 보수 진영은 한껏 위축된 동시에 현실 인식을 못 하고 폭주하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민주당은 정청래·장동혁 투톱 체제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준비는커녕 국힘이 내란 정당이 아니라는 산 증거나 다름없는 한동훈을 축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이니 이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여당도, 한때는 정청래 대표와 ‘명청 갈등’ 같은 이야기가 좀 있긴 했지만 지금은 쑥 들어갔다. 강한 척했던 혹은 강한 걸로 착각하던 윤석열과 달리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는 이재명은 정말 강하다. ●정치판 일 터져서 권력투쟁 나올 수도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감과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지난 6개월 동안 드러난 현 정부의 문제는 상당히 크다. 조각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의원의 낙마 같은 문제는 여느 정권마다 초기에 벌어지는 혼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문제들은 심각하고 이례적이다. 지난해 8월 초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이춘석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봉욱 민정수석과 더불어 검찰·사법개혁의 균형추를 잡을 인물이었지만 이 일로 인해 당에서 제명됐다. 이 사태가 여권의 도덕성과 경각심을 다잡는 계기가 됐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 의원의 빈자리는 강경파 중의 강경파인 추미애 위원장이 채웠다. 10월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국감 기간 중 딸 혼사, 축의금 논란이 터졌고 11월에는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차세대 리더 그룹에 속하는 장경태 의원이 지난해 말 다른 당 여성 보좌진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혐의(준강제추행)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12월에는 줄줄이다. 이른바 ‘7인회’ 멤버로 원조 친명그룹에 속하는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의원이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중앙대 동문인 지인에 대한 민간단체 인사를 청탁하는 텔레그램 화면이 언론 카메라에 찍혔다. 그 내용도 내용인데, 김 전 비서관이 ‘현지 누나’ 운운하면서 청탁을 접수한 장면이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전재수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 역시 특검의 여권 봐주기 수사로 연결됐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의원의 봇물이 터졌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시작한 것이 쿠팡에 대한 부당 압력, 배우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은폐, 지방선거 공천 헌금 수수, 사적 목적을 위한 의정활동으로 확산됐다. 이 와중에 강 의원의 지방선거 공천 헌금 거액 수수와 묵인에 대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고 지난 총선 당시 김병기 의원 문제에 대한 탄원서가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전달됐는데 결국 김 의원 손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나왔다. 여기서도 김현지 현 대통령부속실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강 의원은 제명됐고 김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상황인데, 여기서 일이 그칠 것 같진 않다. 민주당 정 대표는 이 사태에 대해 “시스템 에러라기보다는 휴먼 에러에 가깝다”고 애써 축소하고 있지만 ▲여당 권력자의 문제 ▲단편적 의혹이 아니라 복수의 의원과 당시 당 지도부까지 등장하는 복잡한 의혹 ▲고발사건을 축소하는 데 경찰과 상대당 의원도 등장했다는 의혹 등을 감안하면 딱 특검감이고 정권이 휘청거릴 사안이다. 사실 정권교체 직후에는 야당, 전 정권 문제에 대한 폭로와 수사가 다반사다. 여권 비주류에 대한 압박도 적지 않다. 하나회 척결, 대북송금 특검이나 윤석열 정부 때 이준석 당시 대표에 대한 공세가 대표적 예다. 그런데 이처럼 정권 핵심 내지 주류의 문제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전 정권 세력이 여전히 요소요소에서 힘을 쓰는 탓도 아니고, 야당이나 언론의 힘이 세서 그런 것도 아니다. 개인의 흠결, 경각심 부족(이춘석, 장경태, 최민희)이거나 보좌진에 대한 갑질이 도화선(강선우, 김병기)이 되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의 유탄(전재수)도 있다. 여권 내 알력과 권력투쟁의 일환이라고 볼 근거도 별로 없는데, 정치판의 인과 관계는 거꾸로 갈 수도 있다. 권력투쟁의 결과로 일이 터지는 게 아니라 일이 터져서 권력투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잘못하면 걸린다’ 심리로 비리 막아야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야당은 제 코가 석 자다. 자기 문제가 불거지면 여당은 ‘내란 정당’ 프레임과 더불어 장동혁 대표의 부동산 문제 등을 꺼내 들어 역공한다. 효과가 크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기성 언론을 ‘재래식 언론’이라며 싸잡아 폄훼한 이후 이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그 문구를 활용하고 있다. 대신 여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유튜브에 단골로 출연한다. 진보냐 보수냐 논조를 떠나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이 상당히 약화됐다. 여권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강한 김어준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서도 진영의 방패 노릇을 하고 있다. 검찰은 시한부 조직이 됐고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은 최근 김 전 원내대표 사례에서 보듯이 권력과 각을 세우기엔 역부족이다. 검찰, 경찰, 공수처 모두 뒷북도 제대로 못 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부감시자 노릇을 해야 하는데, 검찰에서 잔뼈가 굵어 대검 차장까지 지낸 봉 수석은 존재감이 약하고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이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이다. 여권 인사들 입장에서는 눈치 보고 무서워할 곳이 없다. 도덕성과 자기 절제력이 강한 훌륭한 인물들만 모여 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그런 건 없다. 견제와 균형, 제도적·비제도적 감시장치가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잘못하면 걸린다’, ‘걸리면 간다’는 두려움을 심어 주고 그 두려움이 부패와 비리를 제어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고리가 다 끊어졌다.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 ‘헤세’ 영원한 베스트셀러

    ‘헤세’ 영원한 베스트셀러

    교양을 동경했던 1960년대 문학소녀,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는 ‘아미’, 불교를 ‘힙하게’ 즐기는 젊은 구도자. 이들의 책꽂이를 동시에 장식하는 단 한 명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1877~1962). 149년 전 태어난 독일계 스위스 작가의 책은 어쩌다 한국에서 끝없이 재해석되는 ‘불멸의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헤세의 ‘데미안’①과 ‘싯다르타’②는 11일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이 집계한 2026년 1월 첫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에서는 지난 4~10일 온라인 판매 기준 ‘싯다르타’(민음사)가 7위를 차지했다. ‘데미안’은 무려 출판사 두 곳에서 낸 책이 각각 15위(문학동네)와 19위(민음사)에 올랐다. 한국에서 헤세는 그저 꾸준히 잘 팔리는 정도가 아니다. 청소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관문’이자 나이가 들어서 다시 곱씹어야 할 웅장한 ‘고전’이다. 문장을 베껴 쓸 수 있도록 구성한 필사책, 초판본 디자인을 활용한 열쇠고리(키링)가 불티나게 팔린다. 새해 들어 출간된 헤세의 책만 해도 벌써 다섯 권이다.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세가 세계적 대문호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러시아어권에서는 ‘유리알 유희’, 미국에서는 ‘황야의 이리’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국인의 헤세 사랑은 다소 유별난 구석이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화사적 맥락이 있다. “소설 ‘데미안’이 표현하고 있는 인간상은 한 청춘의 고뇌의 상이다. 고독하게 모색하고 지치도록 갈망하고는 죽음에 의해서 자기의 운명을 성취하는 모습이다.”전혜린(③1934~1965)의 유고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에 있는 문장이다. 한국에서 ‘데미안 신화’는 이 글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문학자·수필가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전혜린과 그를 통해 문학을 접했던 1960년대 ‘문학소녀’들은 이후 헤세의 책을 ‘한국문학의 정전(正典)’으로 자리하게끔 한 원동력이 됐다. 전혜린이 1964년 번역한 ‘데미안’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혜린 타계 60주기를 맞아 새 옷을 입고 독자와 만나기도 했다. 헤세의 책은 한국의 대중문화, 종교와도 긴밀하게 맞물렸다. BTS의 명반 중 하나인 ‘WINGS’(④윙스·2016)는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젊은 세대가 불교를 유쾌한 방식으로 즐기는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 ‘힙불교’(⑤힙스터+불교)와 맞물려 헤세의 ‘싯다르타’가 재발견되기도 했다. 민음사는 헤세 관련 국내 번역본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민음사는 1990년대 후반 헤세 선집을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이후 세계문학전집에 헤세의 책들을 포함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황야의 이리’, ‘수레바퀴 아래서’, ‘유리알 유희’ 등 헤세의 주요 작품은 모두 민음사에서 소개돼 있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작가. 그럼에도 내면을 향한 탐구를 멈추지 않은 구도자. 여기서 비롯된 성찰이 오늘날 한국 독자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하지만 꼭 헤세만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민음사 원미선 세계문학팀장은 “헤세의 문체가 한국인의 정서와 맞닿아 있고 독문학 작가임에도 인도나 불교 등 동양적인 사유를 펼쳤다는 점이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다음은 하메네이? 트럼프 “사람 죽이기 시작하면 미국 개입할 것”

    다음은 하메네이? 트럼프 “사람 죽이기 시작하면 미국 개입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 목표물 타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석유·가스 기업인들과의 행사에서도 “이란 지도부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면 미국은 개입할 것”이라며 “이란이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직접 개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비군사시설을 포함해 여러 군사타격 선택지를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체제의 시위 억압에 대응해 타격을 승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대규모 공습이 선택지에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드나잇 해머’(한밤의 망치) 작전을 전개하고 이란 핵시설 3곳에 공습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이란이 핵시설 재건에 나선다면 추가 공습을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특히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에는 이란의 핵시설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전력 재건에 대해서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스라엘 입장을 옹호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은 용감한 이란 국민을 지지한다”며 사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부는 엑스에 베네수엘라 공격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게임을 하지 마라. 그는 하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실행한다”는 문구를 적었다. 이란 의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단행하면 미군이나 미 해운시설에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여당 지도부, 김병기 탈당 요구… 제명 가능성까지 꺼냈다

    여당 지도부, 김병기 탈당 요구… 제명 가능성까지 꺼냈다

    박수현 “애당의 길, 깊이 고민하길”정청래와 의견 공유도 거듭 강조 당대표 ‘비상징계’ 가능성 열어놔김병기 부인 법카 사적 유용 의혹검찰, 2024년 11월에 내사에 착수 “작년 7월 사건 송치… 아직 조사중”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1일 공천 헌금 의혹 등으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제명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김 의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12일 당 윤리심판원 결정에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지도부가 김 의원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에 대한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당원과 의원들 요구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지도부를 향한 제명 요구 움직임까지 임박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당원과 의원들 요구가 애당심의 발로라는 걸 김 의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 의원도 본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왔던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길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제명을 당하더라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지도부가 당 윤리심판원 회의를 하루 앞두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이날은 차기 원내대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날로 김 의원의 잔여 임기인 4개월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끌어야 하는 후임 원내대표에게 김 의원 거취 관련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와 공유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유하지 않고 어떻게 말을 하느냐”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에게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길 요청한다는 말은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도 고려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똑같이 답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만약 당 윤리심판원 회의 결과가 다른 쪽(제명이 아닌)으로 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서 당대표의 ‘비상징계’ 요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입장은 내지 않았다. 김 의원은 12일 윤리심판원 회의에 직접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심판원에서 제명 결정을 하더라도 김 의원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는 지도부에 의한 비상징계, 윤리심판원을 통한 일반징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한편 김 의원의 부인 이모씨가 지난 2022년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2024년 11월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해당 의혹을 내사 후 혐의 없음 처리했는데, 이후 검찰이 별도로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과 조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사건이 검사실로 송치됐고, 아직 처분되지 않았다”면서 “검사실에서 필요한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 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998년까지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국제무대에서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중국 “군국주의 부활막아야”, 일본 추가 제재 하나

    중국 “군국주의 부활막아야”, 일본 추가 제재 하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의 수출 규제에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지만 중일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이 군수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 수출 규제에 이어 추가 제재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위위안탄티엔(玉渊谭天)은 10일 중일 갈등을 낳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일본 우익 세력의 헛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데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다”면서 일본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6일 중국 상무부는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이중 용도 품목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다음날에는 일본산 반도체 소재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위위안탄티엔은 중국의 이와 같은 조치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것으로 일본의 재무장화 시도를 막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이중 용도 품목 수출을 금지하면서 900개가 넘는 품목의 일본 수출이 금지됐으며,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기술, 장비 부품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한 대표적인 이중 용도 품목으로는 로켓의 고체추진제로 사용되는 탈수산화부타디엔(HTPB) 등이 있다. 텅스텐, 희토류 등도 이중 용도 품목으로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일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위위안탄티엔은 중국의 희토류 및 기타 중요 광물 수출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1.3~3.2% 감소할 것이란 예측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 일본의 핵심 방위 프로젝트는 방위성이 주도하고 방위 기술 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기업이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이중 용도 품목 수출통제에는 일본 방위성이나 자위대 외에도 F-15J 전투기를 일본에서 면허 생산한 미쓰비시 중공업 등 민간 기업들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5일 미국 외교 전문 잡지에 “일본 총리실 고위 관료는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뻔뻔스럽게 주장했다”면서 “역사적으로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 공격 전 미국에 외교 사절단을 파견하여 연막작전을 펼치기도 했다”면서 미국을 자극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11일 방영된 NHK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일본만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크게 다르다”며 중국의 조치에 반발했다.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 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 故 박진경 대령 서훈 논란에… 육지로 가는 ‘4·3버스’

    故 박진경 대령 서훈 논란에… 육지로 가는 ‘4·3버스’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지휘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4·3의 진실을 알리고 국가 폭력의 책임 문제를 되짚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제주를 넘어 육지로 향한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는 오는 14~15일 1박 2일 일정으로 ‘육지로 가는 4·3 버스’ 답사 행사를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제주4·3과 여순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국가폭력 현장을 직접 찾아 ‘가해자가 영웅으로 둔갑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행사는 역사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40여명이 참가한다. 답사단은 여순 10·19 역사관, 경남 남해 박진경 대령 동상,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지, 충남 천안 조병옥 생가터, 서울 국립현충원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들 장소는 국가 폭력의 가해자 평가와 기념 방식 등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져 온 곳이다. 특히 답사단은 4·3 당시 강경 진압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서훈 취소를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남해 지역 민족문제연구소, 촛불단체 등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주최 측은 “전쟁 공적이 아닌 4·3 진압 과정이 사실상 훈장 근거가 됐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라며 “잘못된 서훈을 바로잡는 것이 4·3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최근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과 관련 조속히 취소 기자회견을 했던 제주4·3범국민위원회의 백경진 이사장은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박진경 대령과 비슷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제주4·3관련 단체들과 의논한 끝에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해 문제들을 환기시키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에서 서훈은 당연히 취소될 거라 기대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문제를 마뜩잖아 여기는 사람들의 저항이 꽤 있을 거라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4·3 진압을 공적으로 해서 받은 서훈을 취소하는 것이야말로 과거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절차”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1948년 제주에 주둔한 9연대장으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하다 같은 해 6월 부하에 의해 피살됐다. 이후 1950년 전몰군경으로 분류돼 을지무공훈장을 추서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보훈부는 박 대령의 서훈 취소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보훈부는 관련 법령과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일 도는 4·3을 ‘공산 폭동’으로 규정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됐다. 도는 해당 현수막이 4·3특별법에 따른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청소년 보호·선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 “공중타격 시나리오까지?”…미국이 이란을 두고 검토한 선택지

    “공중타격 시나리오까지?”…미국이 이란을 두고 검토한 선택지

    미국이 이란의 시위 유혈 진압을 둘러싸고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 경고와 압박 메시지를 잇따라 내며 이란 지도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시위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먼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란 정권의 잔혹함은 좌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게시물을 공유하며 강경 대응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이란은 자유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적어 시위를 ‘자유를 향한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영국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전한 폭스뉴스 기사도 공유하며 이란 시위의 국제적 확산을 부각했다. 현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 CNN은 테헤란 시위 참가자와 의료진을 인용해 강경 진압 이후 병원에 부상자와 사망자가 몰리며 “시신이 쌓여 있는 모습까지 목격됐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보안 당국은 군용 소총과 산탄총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으며, 중상자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WSJ “공중타격 논의”…당국 “통상적 계획일 뿐” 미 정부 관계자들은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대규모 공중타격 시나리오를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예비 검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군사 계획 논의에 해당하며, 장비 이동이나 병력 배치 등 임박한 공격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의는 이란 전역에서 열흘 넘게 이어진 시위와 유혈 충돌 속에서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급증했다고 전했고, 현지 의료진도 중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란의 반발과 국제 파장 이란 최고지도부는 미국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이란인의 피로 더럽혀져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대를 외부 세력의 도구로 규정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 참여자를 “신에 대한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의 용감한 국민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여권 인사들도 연대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미 행정부는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해석을 경계하며, 이번 검토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를 낳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이란 공중타격 시나리오 검토…WSJ “임박 신호는 없다” [핫이슈]

    트럼프 행정부, 이란 공중타격 시나리오 검토…WSJ “임박 신호는 없다” [핫이슈]

    미국이 이란의 시위 유혈 진압을 둘러싸고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 경고와 압박 메시지를 잇따라 내며 이란 지도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시위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먼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란 정권의 잔혹함은 좌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게시물을 공유하며 강경 대응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이란은 자유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적어 시위를 ‘자유를 향한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영국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전한 폭스뉴스 기사도 공유하며 이란 시위의 국제적 확산을 부각했다. 현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 CNN은 테헤란 시위 참가자와 의료진을 인용해 강경 진압 이후 병원에 부상자와 사망자가 몰리며 “시신이 쌓여 있는 모습까지 목격됐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보안 당국은 군용 소총과 산탄총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으며, 중상자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WSJ “공중타격 논의”…당국 “통상적 계획일 뿐” 미 정부 관계자들은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대규모 공중타격 시나리오를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예비 검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군사 계획 논의에 해당하며, 장비 이동이나 병력 배치 등 임박한 공격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의는 이란 전역에서 열흘 넘게 이어진 시위와 유혈 충돌 속에서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급증했다고 전했고, 현지 의료진도 중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란의 반발과 국제 파장 이란 최고지도부는 미국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이란인의 피로 더럽혀져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대를 외부 세력의 도구로 규정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 참여자를 “신에 대한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의 용감한 국민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여권 인사들도 연대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미 행정부는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해석을 경계하며, 이번 검토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를 낳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박진경대령 추모비 앞 ‘4·3왜곡 현수막’ 철거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박진경대령 추모비 앞 ‘4·3왜곡 현수막’ 철거

    ‘제주4·3은 대한민국 건국 방해를 위한 남로당 제주도당 군사부장 김달삼의 공산폭동! 공산당 폭동 진압중 남로당 프락치에게 암살당한 박진경 대령님이 학살자??’ 제주도는 9일 오후 3시 30분쯤 제주시 어승생 한울누리공원 인근 박진경 대령 추모비에 설치돼 있던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또 현수막에는 ‘국가유공자 지정했다가 취소한다고? 이재명·오영훈 역사가 당신들 장난감인가? 역사왜곡 안내판 제거하라’ 등의 문구도 게시돼 있다. 앞서 제주도 옥외광고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심의에서 이 현수막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역사적 사실과 다른 주장이 담겨 있어 ‘옥외광고물법’상 청소년 보호·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금지광고물’로 결정했다. 도는 지난해 12월 금지광고물 판단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옥외광고심의위원회에 법률 전문가 3명을 추가 위촉했다. 정기 심의뿐 아니라 수시·비대면 심의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 논란이 되는 광고물에 대해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제주4·3사건을 왜곡하거나 희생자·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광고물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혐오와 비방을 조장하는 현수막 역시 신속한 심의를 거쳐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앞으로도 4·3 왜곡 논란이 있는 현수막과 게시물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행정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제주4·3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 노동부, ‘셀프 출강’ 전 중노위원장 과태료 통보

    노동부, ‘셀프 출강’ 전 중노위원장 과태료 통보

    김태기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재임 시절 대안적 분쟁해결모델(ADR) 사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논란에 관해 고용노동부가 과태료 부과를 통보했다. 노동부는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중노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과태료 부과를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과태료 처분 여부와 금액은 법원에서 결정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한 후 ADR 사업을 추진했다. ADR은 노동 사건을 심판이나 소송이 아닌 화해·조정·중재 등으로 당사자 간 자율적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다. 노동부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ADR 교육 사업을 한국고용노동교육원에 위탁했고, 스스로 강사로 출강해 39회에 걸쳐 1770만원을 받았다. 노동부는 이런 행위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전 위원장을 강사로 선정해 사례금을 지급한 노동교육원 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통보했다. 교육 사업 위탁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도 드러났다. ADR 교육 용역계약 과정에서 제안서 평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연구용역 8건 중 6건의 연구자를 김 전 위원장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중노위는 충분한 추진계획 없이 1000만원이 넘는 4건의 정책연구용역을 하고, 연구용역의 객관적인 추정가격을 산정하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노위가 2023∼2025년 매년 ADR 업무 활성화 등을 위해 미국·영국·호주 등 해외 출장을 나가는 과정에서 위원장과 직원 숙박비 등 186만원 예산이 과다 지출되기도 했다. 노동부는 중노위에 대해서는 ADR 관련 연구용역 과정에서 부적절한 업무수행을 했다며 ‘기관경고’ 조치했다. 또한 감사 결과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중노위에 시정 및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 세계유산 등재 효과… 울산암각화박물관 관람객 월평균 75% 증가

    세계유산 등재 효과… 울산암각화박물관 관람객 월평균 75% 증가

    울산암각화박물관이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울산시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난해 7월 이후 울산암각화박물관 관람객 수가 전년 대비 월평균 75%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월 방문객이 1만명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증가세에 힘입어 2008년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 수가 156만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관람객 수도 전년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물관은 관람객 증가에 발맞춰 오는 2월 28일까지 특별기획전 ‘세계유산: 우리가 사랑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개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지닌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려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 [사설] 접수 기록마저 증발 ‘김병기 탄원서’… 與 특검 자청할 일

    [사설] 접수 기록마저 증발 ‘김병기 탄원서’… 與 특검 자청할 일

    더불어민주당이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의혹 탄원서와 관련해 “접수 및 처리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 11일 자로 작성된 탄원서에는 김 의원의 부인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3000만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과 부인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 담겨 있었다. 탄원서가 이재명 당시 당대표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통해 사무처에 전달됐지만,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당사자인 김 의원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도 당으로 접수된 김 의원 탄원서 관련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 의원은 공관위 간사를 맡았고 공관위에 1차 심사 결과를 보고하는 검증위원장도 겸임했다. 탄원서를 당에 전달한 이수진 전 의원은 탄원서가 윤리감찰단으로 갔다가 김 의원 손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번 사안을 ‘휴먼 에러’로 규정하며 개인의 일탈에 따른 돌출 사건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연일 제기되는 탄원서 미스터리를 보면 공천 과정 전반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우려되는 건 경찰의 수사 의지다. 경찰은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의 공천 뒷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시의원이 지난달 31일 출국할 때까지 출금조차 하지 않았다. 김 의원 부인이 2022년 7~9월 동작구의회 조모 부의장의 업무추진용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며 수백만원을 썼다는 혐의도 무혐의로 내사 종결했다. 김 의원이 경찰의 내사 자료를 건네받았다거나, 경찰 출신 의원에게 부탁해 경찰서장에게 사건 무마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사기관이 권력 눈치를 볼 가능성이 있을 때 필요한 게 특별검사 제도다. 민주당은 특검을 자청해 선거와 정치자금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산업 정책과 반도체 입지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산업 정책과 반도체 입지

    아주 오래전 현대에서 일하던 시절, 경기 이천에 있던 현대전자의 수처리 공정이 내 담당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후 직장을 한 번 옮겼고, 정부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주요 작업장의 에너지맵을 만드는 일도 했었다. 그때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울산으로 이전하기 전이라서 용인에 있었다. 용인 출퇴근을 위해서 결국 부천에서 서울 잠실 쪽으로 이사를 갔다. 내가 만약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자라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해봤다. 정치적 고려를 다 배제하고 나면 직원들의 입장과 경영진의 입장이 갈릴 것 같다. 직원들이 출퇴근하기에 강남이나 과천 같은 데는 최고다. SK하이닉스가 처음 입지를 정할 때 용인이 남쪽 한계선이라고 했던 것은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 불패와 반도체 불패가 만나면 딱 용인이 나온다. 한국은 단일 그리드이면서 고립 그리드다. 그리드는 전기망을 의미하는데 예전에는 강남, 지금은 전남 나주에서 모든 전원계통을 관리한다. 이걸 지역별 분산형으로 만들자는 논의는 오랫동안 있었는데, 그 정도로 에너지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정권은 없었다. 그렇지만 북한으로 전기선이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고립망이다. 고립된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주파수가 다른 두 개의 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비상시에 동서가 서로 도울 수 있지만, 우리는 완벽한 고립이다. 중국이 반도체 강국이 될 조건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다. 미국도 전기 생산이 유리한 지역이 있어 반도체 U턴을 꿈꾸고 있다. 수도권은 사정이 다르다. 당장 석탄으로 돌아간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정부 대안은 아니다. 전남의 재생에너지나 경상도의 원전에 기댄다면 결국은 장거리 송신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은 이런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한때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보기가 어렵다. 충전소를 설치할 데가 없어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수소 차량을 밀었지만, 턱도 없었다. 마찬가지다. 수소 충전소 놓을 데가 거의 없다. 에너지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교류가 아닌 직류 고압 송전, 그것도 해상 설치를 검토하지만 최종적으로 전기를 받는 곳에 변환소 놓을 데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와 업무 추진 능력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도 못 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부터 원전을 대량으로 건설하면? 사회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최소 10년 후의 일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에너지 관점에서 보자면 처음부터 지방의 에너지 희생을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서해의 석탄발전이 기술적 대안에서 빠진 지금 불가능한 입지가 됐다. 공장만 만들면 뭐하나? 그 공사 기간에 마땅한 전력 대안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불안한 선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정도가 가능한데, 비싸다. 그렇다면 새만금은? 여긴 처음부터 공업 용수 문제가 있는 곳이다. 애초에 농업 용지로 부지가 결정된 이유 중 하나가 깨끗한 물 공급이 그렇게 원활한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좀 어렵다. 데이터센터와 달리 반도체 공정은 전기만이 아니라 물도 필요하다. 새만금은 어렵다고 본다. 새만금 담수호? 수질 관리상, 턱도 없다. 결국 남는 건 전남이나 경남인데 물리적 조건은 만족스럽지만 직원들이 원치 않는다. 어차피 국가산단이라서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입지에서 다양한 세제 혜택까지, 아마도 정부에서 충분히 제공할 것이다. 그래도 직원들이 원치 않는 선택을 결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용인에 있으면 1년에 몇 번씩 공장 정지를 걱정해야 하는 항시적 전원 위기에 놓이게 된다. 내려가자니 직원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대통령의 행정력을 믿고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기대할 것인가?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불행히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은 에너지나 전기를 잘 모른다. 10년 후 지금의 정치인들은 많이 사라졌을 것이고 경제적 여건도 변하지만 전기와 에너지, 물 같은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1~2년 먼저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석훈 경제학자
  • 달리자, 말의 기운 깃들지니

    달리자, 말의 기운 깃들지니

    병오년, 말띠 해에 강렬한 말의 기운을 받으면 한 해가 술술 풀릴 것만 같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는데, 기왕이면 말의 기운을 듬뿍 받을 여행지를 가고 싶다. 그래서 찾아봤다. 말띠 해에 어울릴 곳들이다. 전북 진안 마이산말의 귀 닮은 마이산 비경 첫손 꼽을 곳은 ① 전북 진안군 마이산(馬耳山)이다. 조선의 3대 왕 태종이 이 일대를 지나다 말(馬)의 귀(耳)를 닮았다며 마이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태종의 아버지이자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에 얽힌 전설도 있다. 고려 말 남원 운봉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친 이성계가 꿈에서 국가를 잘 경영하라는 계시와 함께 금척(금으로 된 잣대)을 받는데, 그 꿈을 꾼 곳이 바로 마이산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잔치 때마다 추던 몽금척(夢金尺)이란 춤도 이성계가 마이산에서 금척을 받은 내용이 소재다. 마이봉 아래 600년 넘은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또한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진안 사람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 1만원권 지폐 밑그림인 일월오봉도가 마이산과 주변 산군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와 해, 달이 그려진 일월오봉도는 왕이 앉던 어좌 뒤 병풍 그림으로 쓰이는 등 조선 왕조의 표상으로 통했다. 조선을 세운 이와 그의 후손이 마이산과 얽힌 인연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산을 제대로 느끼려면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주변에 견줘 독특한 산세가 한결 도드라져서다. 부귀산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산 중턱까지 승용차로 간 뒤, 10분 남짓 산을 오르면 된다. 진안군청 옆 성산정, 익산~포항간 고속도로 진안휴게소 전망대 등도 마이산 전망 포인트다. 전북 순창 인계면 마흘리천마가 날아오르는 ‘명당’ 마이산처럼 높은 산만 찾을 일이 아니다. 나라 안에서 가장 소문난 명당 터는 외려 낮은 산에 있다. 가장 유명한 ‘말 명당’은 전북 순창군 인계면 마흘리(馬屹里)다. 특히 ② 김극뉴(1436~1496)의 묘가 포인트다. 풍수를 공부하는 이들 사이에서 천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마등공’(天馬登空)의 명당이라 불린다. 안내판이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마을 이름인 마흘리는 ‘말 같이 우뚝 솟았다’는 뜻이다. 마을 뒷산은 두 개의 봉우리가 연달아 이뤄진 모양이다. 작은 봉우리 이름이 용마산(龍馬山)이다. 말 모양의 지형에서 명당 자리는 콧구멍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한다. 김극뉴의 묘가 바로 이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높고 낮은 봉우리 2개가 연달아 이어진 곳을 마체(馬體)라 부른다. 말안장처럼 생긴 봉우리란 뜻이다. 옛사람들은 말안장에 오르는 것을 벼슬을 한다는 의미로 여겼다. 공교롭게도 마체 앞의 콧구멍 자리에 묘를 쓰고 난 뒤 광산 김씨 집안에서 벼슬을 하는 이가 줄줄이 나왔다고 한다. 견강부회의 느낌도 있지만, 광산 김씨가 이후 국반(國班 ·전국구 양반)의 반열에 올라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북 장수 승마레저파크승마 체험으로 말 기운 듬뿍 전북 장수는 오래전 가야 무사들이 활동했던 이른바 ‘전북 가야’의 고도다. 장수에는 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곳곳에 존재한다. 가야 고분군이 발견된 곳이 마봉산(馬峰山), 발굴된 최초의 가야 유물이 말 편자다. 여기에 말 테마파크인 ③ 장수승마레저파크도 있다. 승마 체험 등 레저와 말 박물관 등의 문화 시설, 숙박 시설 등을 갖췄다. 깡통 열차와 카트 투어, 말 먹이 주기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 형태의 펜션도 있다. 서울 중랑구 용마산도심 속에서 즐기는 일출 서울 중랑구에도 ④ 용마산이 있다. 용마(龍馬)란 용의 비늘이 온몸에 덮인 말을 가리킨다. 경북 경주시 천마총에서 발굴된 ‘천마도’(天馬圖)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용마산 아래 면목동(面牧洞)은 조선시대 궁중의 말을 키우던 목마장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용마(龍馬) 한 마리 내려주십사하고 하늘에 빌던 곳이 용마산이다. 도심과 가까운 데도 산양과 마주칠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수월하다. 지난해 새로 개장한 ‘용마산 스카이워크’에서 맞는 수도 서울의 일출도 장관이다. 대구 달성 마비정 벽화마을말의 슬픈 전설이 머문 곳 말의 전설이 전하는 곳도 많다. ⑤ 대구 달성군 마비정(馬飛亭) 벽화마을은 거의 사람에 견줄 만큼 의인화한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이 마을 대나무 숲에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숫말 ‘비무’와 몸에서 빛과 향기가 퍼져 나오는 암말 ‘백희’가 살았다. 어느 날, 천리마를 구하기 위해 이 마을에 온 마고담이라는 장수가 백희를 비무로 착각하고는 ‘화살을 건너편 산으로 날리는데 화살보다 늦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백희가 화살을 따라잡지 못하자 마고담은 단숨에 목을 벴고, 백희의 주검을 마주한 비무는 구슬피 울며 종적을 감췄다. 훗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마고담이 정자를 지어 둘을 기렸다. 그 정자가 마비정이다. 마을을 감싼 토담을 따라 그려진 다양한 벽화가 인상적이다. 마비정 아래 인흥마을에도 볼거리가 많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남평 문씨 세거지다. 날아갈 듯한 처마의 한옥들과 돌담길, 오래된 나무들이 단박에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기 고양 원당 종마목장말 따라 걷는 산책길 산책하기 좋은 곳 하나 덧붙이자. ⑥ 경기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이다. 드라마 촬영지, 인증샷 명소로 알려진 곳인데, 원래는 경주마와 기수를 양성하는 한국마사회 경마교육원이다. 1997년부터 목장 일부를 산책로와 피크닉 공간으로 개방했다. 지하철 3호선 원흥역을 기준으로 차로 약 6분, 도보로 3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목장 옆은 서삼릉(사적)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잠든 능과 말이 노니는 목장이 낮은 울타리 사이로 공존하는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다.
  •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한국 공급망 ‘불똥’ 튀나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한국 공급망 ‘불똥’ 튀나

    “공급망 연결된 국내 산업에 영향시나리오별 긴급 대응 방안 검토”日 의존 높은 배터리 업계 ‘비상’ 중국이 ‘희토류’ 등의 일본 수출을 통제한 것이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원 소재를 수입하지 못하면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2차 가공 소재를 수입하지 못하는 ‘공급망 연쇄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긴급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창현 산업자원안보실장 직무대리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의 대일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 등 업종별 협·단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센터(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산업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일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업종별 단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봤다. 현재 공급망 구조는 ‘중국(원 소재)→일본(가공 소재)→한국(완제품)’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원 소재 부족으로 일본 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가공 소재를 수입하는 것도 막힐 수 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장은 “한중일 공급망이 서로 연결돼 있어 특정국이 받는 충격이 3국 간에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산 전해액·음극재·분리막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업계의 우려가 가장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 소재 업체의 생산에 제동이 걸리면 국내 기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중국의 전 세계 생산점유율이 높은 중희토류(디스프로슘·이트륨 등) 등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는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가동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우리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국민이 낸 기부금 8%만 사병에게 돌리고… 나머지는 장교 격려금·해외여행으로 펑펑

    국민이 낸 기부금 8%만 사병에게 돌리고… 나머지는 장교 격려금·해외여행으로 펑펑

    546억원 중 사병 사용 44억 불과 군 입점업체엔 후원금 설립 강요 관용차로 골프 등 사적 이용 적발 군이 가급적 병사 등에게 쓰도록 돼 있는 기부금을 장성급 장교의 개인 격려금, 해외여행 경비 지원 등에 사용하는 등 부실 집행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산하기관 입점업체에 후원회 설립 참여를 요구하거나 휴일에 관용차를 타고 골프장을 찾는 등 비위 행위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국방분야 공직기강 특별점검’ 주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2020~2024년 각 군에 접수된 기부금(588억원)이 장교 등 일부 계층에 편중돼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 집행액 546억원 중 ‘의무 복무자’(단기복무 장교·부사관·병 등)를 대상으로 사용된 금액은 44억원(8%)에 그쳤다. 군 40개 기관을 표본 점검한 결과, 기부금 157억원 중 26억원(16.6%)이 장교 등의 개인 격려금, 해외여행 경비 지원 등에 쓰였다. 한 부대는 기부금 1052만원으로 명절 선물을 사서 장군 16명에게는 한우 세트를, 병사 80명에겐 평균 1만원 상당의 피자·햄버거를 배급했다. 호텔 숙박권 등을 구매해 직업군인들 체육대회 부상으로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한 군병원에서는 기부금 891만원으로 산 한라봉 세트 165개 중 입원한 장병에게 돌아간 건 3개 뿐이었다. 155개는 장군, 6개는 부사관, 1개는 군무원에 돌아갔다. 산하기관 입점업체에 금전을 요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 관계자 A씨는 2023년 사업회 건물 입점업체 대표에게 “사업회를 지원하는 후원회 설립에 참여하라”고 요구했고, 업체 대표는 후원회 설립에 필요한 5000만원 전액을 무상으로 출연했다. A씨는 휴일에 관용차를 직접 운전해 골프장을 방문하는 등 약 1년 반 동안 25차례에 걸쳐 업무 외 용도로 전용차량을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개인적으로 해외여행 할 때도 운전원에게 공항까지 출·귀국 운전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보안사고 위반자는 2020년 492명에서 2024년 1744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육·해·공군본부 등에서 일과 시간 이후 군사비밀 자료를 이중 잠금장치에 보관하지 않고 책상에 방치하거나 암호 장비를 컴퓨터에 꽂아둔 사례, 군사비밀 보관함을 잠그지 않은 채 퇴근한 사례 등도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국방부장관에 “기부금 사용이 특정 계층에 편중되지 않도록 의무복무자 등에 대한 집행 비율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A씨의 내규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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