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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투자 중국자본 문제 없나] 외국인 투자금 절반이 차이나머니… 부동산 투기화·난개발 막아야

    [제주 투자 중국자본 문제 없나] 외국인 투자금 절반이 차이나머니… 부동산 투기화·난개발 막아야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제주의 오름(기생화산) 하나가 통째로 중국 자본에 팔린다는 루머가 급속히 퍼지면서 제주도가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인터넷 등에서 ‘매각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소동은 요즘 제주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가 이어지면서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된다’는 식의 소문과 함께 ‘중국 자본은 곧 나쁜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에 대한 투자가 한창인 중국 자본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제주도 전체면적의 0.55%인 1028만 6000㎡로 국적별로는 미국, 일본, 중국 순이며 중국이 0.13%를 차지한다. 중국인 소유 토지는 9개 투자업체의 대규모 관광지 사업장 180만 9000㎡다. 제주에 투자키로 한 중국기업은 지난 8월 말 현재 모두 9개 업체로 전체 외국인 투자기업 14개 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 사업 규모는 모두 3조 349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투자사업비 5조 6782억원의 53.4% 규모다. 중국 자본의 제주도 땅 사재기와 부동산 투기 논란에 제주도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고태민 도 투자유치과장은 “중국 자본의 제주 토지 매입은 아주 미미한 수치에 불과한데도 마치 제주가 중국 땅이 되는 것처럼 잘못된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 자본의 투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투자한다며 국공유지를 비롯한 대규모 토지를 헐값에 매입, 관광 사업 인·허가를 받은 뒤 투자는 하지 않고 지가 상승 등을 기대하며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제주 K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제주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자본은 사업 초기여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등을 노린 사업장 매각 등 투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은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너무 서둘러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제주투자사업이 한라산 중산간 일대에 집중되면서 난개발과 환경 파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라산 중산간은 해발 200~600m 지역으로 해안가보다 땅값이 저렴해 중국 자본이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에서 중산간은 개발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져 왔던 곳이다. 중국 자본이 투자한 서귀포시 남원읍 B리조트는 해발 255~360m 중산간 지역 55만 6586㎡ 부지 위에 콘도미니엄과 호텔 등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대 해발 435~520m 89만 7000㎡ 부지에도 중국 H개발이 콘도·호텔을 포함한 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투자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 작업도 153만 9000㎡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 부지 등으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환경 단체들은 “제주섬의 환경·생태에서 한라산 중산간 지역은 매우 중요한 곳이라 개발보다는 체계적인 보존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한라산 중산간 곶자왈 지역은 지하수 함양 등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어서 마구잡이식 개발은 장기적으로 지하수 고갈 등 파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대규모 리조트 등 관광지 개발은 환경 파괴 논란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준수와 사후 관리 강화 등으로 환경 파괴 논란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는 정부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제주를 비롯해 인천, 여수, 강원 지역에 도입한 제도다. 관광단지 등 리조트 내 콘도나 별장 등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체류(거주)비자를 발급하고 5년 후 영주권을 준다. 제주에서는 그동안 중국인 351명 등 모두 362명이 부동산 투자로 거주비자를 발급받는 등 주로 중국 부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가 제주의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또 최근 중국의 범죄자들이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를 악용해 거주비자를 받아 제주 등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도피성 체류를 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제주에서 리조트를 짓는 중국 자본은 영주권 장사가 주목적이어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는 2018년까지 5년간으로 한정돼 있다”며 “지금은 부동산 투자이민으로 장기체류하는 부자 외국인의 소비를 이끌어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시키는 방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KTX 반값 열차표, 불법거래 탈선

    KTX 반값 열차표, 불법거래 탈선

    최근 KTX 기차표 사재기와 암표꾼들이 인터넷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발 한 달 전에 기차표를 예매하면 최대 5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노린 사재기꾼들이 수십장의 기차표를 싹쓸이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팔고 있다. 일반 고객들은 “코레일 측이 파격 할인이라고 하지만 정작 KTX를 자주 이용하는 출퇴근족이나 일반 여행객은 할인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구조”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6일 코레일과 기차 이용객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중고장터를 중심으로 KTX 열차표를 사고파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판매자들은 ‘양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판매를 목적으로 선점해둔 기차표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차표 거래 사이트에서는 같은 아이디를 쓰는 판매자가 하루 수십 건의 KTX표를 양도하겠다며 판매 글을 올리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지난해 10월 코레일 측이 KTX 기차표의 할인 방식을 큰 폭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4명이 마주 보고 함께 앉는 동반석을 예매하면 최대 37.5%, 노인과 청소년 탑승자에게는 30%를 할인하는 등 좌석 형태와 탑승자 특성에 맞춘 할인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앞서서 예매하면 최대 50%까지 할인하거나, 연 4만 6000원의 가족패스를 구매하면 4인 가족석을 4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통 큰 할인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할인제 개편 이후 혜택은 일부 암표상과 사재기꾼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일반 고객은 한 달이나 앞서서 정확한 행선지와 시간을 정해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학생 차원모(24)씨는 “해외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지방에 볼 일이 있거나 고향집을 방문하기 위해 내려갈 때 한 달 전부터 정확히 계획을 세워 기차표를 예매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사재기꾼들이 미리 싼 표를 선점하자 일반 이용객도 코레일 홈페이지보다 온라인 중고장터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암표상이 미리 50% 할인된 가격으로 사놓은 기차표에 5000원~1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구입해도 코레일에 제값을 주고 사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예컨대 7일 오후 3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기차표는 정가가 5만 7300원이지만 KTX 카풀 등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사이트에서는 3만 5000~3만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코레일 측도 일부 암표상의 사재기와 불법 거래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차표 거래가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는 데다 암표상들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돌려쓰고 있어 파악이 쉽지 않다. 코레일 관계자는 “단속에 앞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사이트를 상대로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벅스·엠넷 등 음원 사재기 대책…추천곡 자동 재생 기능 없애기로

    KT지니, 올레뮤직, 벅스, 엠넷 등 4개 음원사이트가 그간 문제로 제기됐던 음원 추천 시스템을 지난 2일부터 개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들 음원사이트는 차트 전체 듣기를 실행할 때 추천곡을 자동으로 재생하는 기능을 삭제하고, 추천 음원의 개수를 하루 4~6개로 확대했다. 그동안 음원 추천제도는 음원 순위 목록의 맨 위에 특정 음원을 올려놓아 인기 음원 ‘무임승차’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은 “아직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전문]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전문]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원단 투쟁본부 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첨부된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전문. <녹취록에 대한 입장> 1. 저는 통합진보당의 대표로서, 국정원이 당원들이 내란을 모의하였다고 주장하고 녹취록을 그 근거로 삼는데 대해 책임있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녹취록의 근거가 되었다는 동영상 촬영 과정에서 영장주의를 잠탈한 불법성 문제가 크게 다투어질 것입니다. 증거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동영상과 녹취록에 대해, 법정에서는 그 내용 자체를 아예 볼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유출과 언론의 보도로 녹취록은 세상에 모두 알려졌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상황에서 관련자의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과 사실관계의 공정한 확인을 위한 조치로, 국정원에 왜곡 편집되지 않은 동영상 전체의 공개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작 녹취록의 원본인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여론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위법 수집 증거를 공개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 영역을 완전히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절차에서 사건 관계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극히 부당합니다. 오늘 제가 녹취록에 관하여 말씀드리는 것과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는 관련자 각자의 방어권이 완전하게 행사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오늘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께서 여론재판의 광풍에서 벗어나 사실을 파악하고 판단하시기를 요청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저희가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없는 일을 꾸며내거나 있는 사실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진실을 파악하고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2. 국정원은 녹취록을 근거로 130여명의 ‘RO’ 조직원들이 내란을 모의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이들이 지하조직의 구성원들도 아니고, 녹취록 가운데 참가자들의 분반토론과 발표 부분은 실제 참가자 다수의 발언내용 및 인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내란을 모의했다고 볼 상황은 없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올해 5월 10일과 12일, 경기도당 위원장이 임원들과 협의해 평소 경기도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본 당원들 130여명을 모아 한반도 정세 관련 강연과 토론 자리를 만든 것은 이미 본인이 밝힌 것과 같습니다. (1) 지하조직인가 참가자들에게 확인해보니, 5월 10일 모임 때는 열 명 이상이 갓난아이부터 예닐곱 살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5월 12일 모임에는 한 명이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에 매수된 촬영자도 아이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동영상에 이것이 제대로 촬영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데리고 무시무시한 지하조직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 데리고 내란모의를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만 보아도, 지하조직의 내란음모니 내란선동이니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당이 당원들의 모임을 여러 차원으로 마련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 아닙니다. 필요한 일인지 계속하는 것이 좋은지는 당 조직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금지된 일이 아닌 이상, 지하조직이라고 몰아붙일 근거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 130여명의 사람들이 ‘RO’라는 이른바 혁명조직에 가입했다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정원이 이 사람들이 ‘RO’라고 규정한 주장만 있을 뿐입니다. 근거 없이 고문으로 자백을 조작해냈던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는 지금, 근거 없는 여론재판으로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것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 내란모의가 있었나. 녹취된 분반토론은 7개 조 가운데 1개 조, 130여명 가운데 20여명 가량의 대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수된 자가 수원에 사는 사람으로 경기남부권역 분반토론에만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6개 분반, 110여명 가량이 한 말 하나하나가 무엇이었는지는 녹취록에 전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녹취록만 가지고는 130명의 참가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 모임에서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이른바 ‘내란모의’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분반에서 어떤 토론이 있었는지, 분반토론 발표시 발표자가 자기 분반의 토론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다른 6개 분반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였더니, 녹취된 1개 분반의 대화 내용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즉, 전쟁이 정말 일어나면 당장 생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 살아남기 위한 대처방법 모색, 국민들 속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인식을 더 넓혀야겠다는 의논이 이루어졌을 뿐, 총기를 탈취하거나 중요시설을 파괴하자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분반별 발표 시간에 대표로 토론내용을 말한 사람이, 토론 때는 아예 언급조차 나오지 않은 총 등의 용어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조에서 공통되게 대화를 나눈 심각한 우려의 배경에는, 핵공격까지 포함하는 현대전에서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수없이 살상된다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또한 전쟁에 눈앞에 다가온 것이 아닌지 우려하게 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분반토론 발표 내용 중 “양주의 장난감도서관에 다니는 미 군속 자녀가 3-4월 위기 시에 2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아예 미국으로 가려고 한다”는 말처럼, 실제 전쟁이 임박해서 미군속과 가족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할 만한 일들을 참가자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이 심각한 우려의 배경에는 한국전쟁 전후 예비검속과 보도연맹사건으로 20만명이 살해된 역사적 사실이 있었습니다. 당시 진보적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전쟁이 나자마자 예비 검속되어 집단 살해 되었습니다. 정전협정 백지화 이후 한반도 전쟁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상태에서 행해진 올 3월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훈련 중에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건물 옆 골목에 1개소대병력의 군인이 배치되고 사무실이 있는 6층까지 여러 명의 군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일이 있었다는 것이 이 토론 자리에서 알려졌다고 합니다. 군이 정당사무실에 배치된 것은 당연히 전쟁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 마땅히 모든 국민이 군과 경찰의 보호대상이 되어야 하건만, 진보적 인사들은 가장 먼저 군경에 의해 예비 검속되어 집단살해당한 것이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국 현대사였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당에게 가해진 종북 색깔론 공격과 백색테러 위협의 현실은, 진보당 당원들에게 전쟁의 상흔을 쉽게 잊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남부 토론 발표 가운데 “그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자기의 하나뿐인 목숨을 걸어야 되고” 부분의 취지는, 전쟁이 나면 내가 예비검속당하지 않을까 말하는 것 자체가 알려지면 위험한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것 아니냐고 지목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어진 대화는 전쟁에 대한 걱정과 우려였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느냐,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아줄 사람을 구해놓아야겠다, 전쟁이 나면 통신이 다 끊길텐데 어떻게 서로 연락해서 만날지 걱정이다, 대피계획이라도 필요하지 않느냐, 대피계획을 세워봐야 도로도 통신도 두절되면 어디로 갈 수도 없지 않냐, 결국 전쟁이 나면 목숨을 잃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걱정들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몇 개 조에서 그러면 총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냐 등의 말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웃음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기에 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분반토론 발표자들이 분반토론에서 나온 말을 요약해서 전하면서 분위기는 전달하지 않고 총기 등의 단어만 나열하다보니 녹취록에는 마치 분반토론에서 총기를 구하자는 등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처럼 읽히게 됩니다만, “무기습득, 기술습득 모두 뜬 구름이고 첨단기술이나 해킹기술로 레이더 기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분반토론 내용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이 웃었다는 부분이 실제의 분반토론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만 남부권역으로 분류된 한 개 분반에서 20여명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논하는 중에도, 한 두 사람이 총기탈취나 시설파괴 등을 말했지만, “개별적으로 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라고 받아들이거나, 이런 말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피계획을 세우자는 것이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태도였다는 것입니다. 녹취록에는 이 분반토론의 발표자가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고 발표하면서 총을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분반토론 때 이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을 모아보면, 130여명 가운데 한 두 명이 우연히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매수된 자와 같은 분반에 속해 토론하면서 총기탈취니 시설파괴 등을 말했을 뿐이고, 그 분반에서도 반대하는 뜻의 말이 나왔기에 무슨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다른 6개 분반 110여명은 총기탈취니 시설파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농담처럼 말하거나 누군가 말해도 웃어넘겼다는 것입니다. 130여명 가운데 일부분의 토론내용만 담긴 녹취록에 따라 한 두 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모의니 내란선동이니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석기 의원에게는 본인이 직접 입에 담지도 않은 총기 탈취와 시설파괴를 지시했다는 허위보도를 쏟아 붓고 130여명 참가자들 가운데 한 두 사람의 말의 책임을 이석기 의원에게 지워 이들 모두에게 내란음모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치적 경쟁자를 말 한 마디로 역모로 몰아 삼대를 멸하는 TV 사극의 익숙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실행하지 않는 이상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근대 형법의 대원칙입니다. 특별히 내란죄에 대해서는 음모도 처벌하지만, 내란음모죄가 되려면 그가 생각하고 타인과 합의한 것이 몇몇이 총을 사용하거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나라를 뒤엎을만한 쿠데타 수준에 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장난감 총 개조하는 정도에 머무른다면, 총기탈취 등의 말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내란음모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당시 모임에서 있었던 각 분반토론의 실상을 확인한 결과, 이석기 의원과 130여명 참가자들에게 내란음모 선동죄를 씌울 만한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3. 정당은 늘 매우 무거운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정당의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말도 신중하고 진지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국민들 앞에 완전히 공개된 자리가 아닐지라도, 당원들 사이에 농담과 웃음이 섞인 자리일지라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직위에 있는 사람의 공식 발언이 아닌 이상, 정당의 당직자나 당원들도 정당의 입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나눌 여지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토론을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정당은 대외적으로 국민들에게 책임져야하지만, 그 안에서도 토론은 될 수 있는 대로 넓게 허용되는 것이 옳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도 당내 토론에서도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당의 무거운 책임에 더욱 유념하겠습니다. 4. 이 모임에서 나온 말들에 대해 국민 각자가 다른 의견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왜 이 사람들이 전쟁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았는지, 왜 이 사람들은 전쟁이 터지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왜 이 사람들은 대피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더 상세히 또 더 가까이 설명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올 3월부터 시작된 전쟁위기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단숨에 치달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위기와 소강국면을 되풀이하며 결코 평화라고 할 수 없는 분단체제를 60여년이나 유지해오다가 급기야 전쟁직전까지 갔습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설마 전쟁이 나겠냐”고 하면서도 6.15 선언 이후 십 여 년 넘게 없었던 사재기를 했습니다. 분단체제의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고 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고통과 소모를 줄여 우리가 함께 번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당의 강령으로 해왔고 전쟁위기를 막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전쟁반대 평화실현운동을 벌인 진보당으로서는, 한반도 주변 상황이 어떠한지, 정말 전쟁위기가 있는 것인지 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문제된 모임도 당원들 사이에 이를 생각하고 토론하기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혹시나 불행하게도 전쟁이 벌어진다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까지 생각해보면, 더욱더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집니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과 남북관계를 말할 때는 늘 국가보안법과 색깔론의 벽이 쳐져 있습니다. 본 취지는 눈여겨보지 않고 지엽말단의 단어 하나, 말투 하나에 집착해 색깔론으로 공격해 매장하는 분단체제의 비이성적 대응이 한국 사회를 짓눌러 왔습니다.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1950년대의 매카시즘에 머무를 것입니까. 이 모임의 토론 내용도 매카시즘에서 벗어나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실제로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가도 함께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토론 뒤에 이어진 행동은 총기 탈취 준비도 통신시설 파괴 준비도 아닙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캠페인이 이어졌을 뿐입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 In&Out] 사재기 의혹 자음과모음 오명 씻고 새출발 하려면

    지난 5월 황석영 작가의 ‘여울물 소리’ 등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으로 대표가 물러나면서 경영 공백 사태에 놓였던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3개월 만에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SBS ‘현장 21’의 책 사재기 의혹 보도 직후 강병철 대표가 사퇴하자 자음과모음은 문학평론가 황광수, 심진경 편집위원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태 파악과 해결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비상대책위원장에서 경영인이 된 황광수 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그간의 사정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새 대표의 일성은 항변에 가까웠다. 그는 먼저 “비대위가 지난 3개월간 자체 조사한 결과 사재기와 관련해 어떠한 잘못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조사를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검토 결과도 알려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SBS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청구했으며, 지난 6월 황석영씨가 자음과모음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법적 절차를 밟아 반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한 “황석영씨의 사재기 관련 기자회견 내용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절판 등으로 출판사가 입은 손해가 4억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사재기를 한 적이 없는데도 사재기 출판사로 몰린 이유에 대해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음과모음의 공격적인 세 확장에 경계심을 갖는 일부 출판인들과 황 작가의 명성에 해를 입히려는 세력이 모함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사재기 의혹 조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사 자료뿐 아니라 여러 경로로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어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진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혹만 있을 뿐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실추된 회사 이미지와 경제적 타격에 괴로워하는 출판사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혹의 당사자가 ‘난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사재기 의혹이 공식적으로 규명되기 전까지 자음과모음의 진정한 새 출발은 유보될 수밖에 없다. 우리 출판계의 슬픈 현실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크레용팝 “일베·표절·사재기 루머 사실은…” 공식입장 발표

    크레용팝 “일베·표절·사재기 루머 사실은…” 공식입장 발표

    최근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걸그룹 크레용팝의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크롬엔터테인먼트는 21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이용과 일본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 콘셉트 표절, 음원 사재기 등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소속사는 “계속되는 논란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적으로 불편함을 드리고, 오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글로 해명을 시작했다. 소속사는 ‘일베 논란’과 관련, “크레용팝 멤버의 ‘일베’ 활동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됐던 한 멤버의 ‘노무노무’ 발언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귀여운 말투로 사용했을 뿐”이라면서 “멤버들의 과거 팬 사이트와 트위터 활동을 살펴보면 ‘너뮹 너뮹’, ‘넘흐 넘흐’로 애교스런 표현을 써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해당 멤버가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해 사용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베 활동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적절치 못한 해명 글과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트위터 글은 이유 불문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황현창 대표의 일베 활동에 대해서는 “(일베를) 팬 분들이 홍보 글을 올려주신 사이트 중 하나로만 인지하고 있었을 뿐 지금의 논란처럼 특정 정치성향, 반사회적, 반인륜적 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사이트임을 인지하고 접속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설된 크레용팝의 개인 팬 사이트에 ‘홍보인증’ 게시판이 존재했고 팬들은 자발적 홍보 게시물에 대한 링크를 첨부해 글을 올렸다. 황 대표가 관련 글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해 링크를 클릭해 사이트를 접속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일베라는 주장이다. 또 “트위터로 ‘오늘도 디씨와 일베에 크레용팝을 전도하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멋지노..’라는 글을 올린 것 역시 단순히 팬 분들의 홍보 활동에 대한 감사의 멘션이었다”면서 “‘멋지노’라는 표현에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미처 몰랐던 상태에서 일베 내에서만 파생된, 재미를 위한 특정 표현일 것으로 생각하고 사용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어투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해 오해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 TV에서 한 멤버가 ‘쩔뚝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소속사는 “문제가 된 크레용팝 TV 촬영 시점은 일베 논란과 무관한 ‘댄싱퀸’ 활동 시점이었으며, 한 멤버가 다리를 쩔뚝거리는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쩔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발언을 통해 해당 멤버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매우 당황스러웠으나 한편으로 이 발언이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판단치 못한 것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원 사재기 루머에 대해서는 “단연코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소속사는 “현재 크레용팝의 ‘빠빠빠’까지의 모든 음원은 CJ E&M이 유통을 담당했으며, 항간에 도는 M유통사 사장 딸이 크레용팝 멤버라는 루머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의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트레이닝복 콘셉트는 ‘댄싱퀸’ 활동 당시에 선보였던 것으로 크레용팝의 롤 모델인 DJ DOC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발차기 등 활동적인 안무를 위해 적합하다 생각했으며 그동안 걸 그룹이 무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콘셉트라는 것 자체가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이후 트레이닝복에 교복을 덧입어 이른바 ‘교리닝’ 콘셉트를 선보였으며, 이 콘셉트는 지금의 ‘빠빠빠’ 의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슴의 이름표는 국내 모든 음악방송 드라이 리허설에 사용되는 신인가수 식별을 위한 이름표이며 당일 이것이 아이디어가 돼 생방송에도 부착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헬멧을 쓰고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서 “‘점핑’이라는 안무에 있어 머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멤버가 제안한 아이디어 소품이며 빠빠빠의 만화주제곡과 같은 느낌과도 매칭이 돼 결정된 콘셉트”라면서 “헬멧 콘셉트는 이미 45rpm, 다프트펑크와 같은 뮤지션들도 이미 선보였던 소품”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SNS 입소문 조작/문소영 논설위원

    중동의 민주화 바람인 ‘아랍의 봄’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부터 시작됐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과일 노점상으로 일하던 26살의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경찰의 노점상 탄압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그 소식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 29일간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튀니지의 인구 4만 소도시에서 자살한 한 청년의 좌절은 튀니지의 독재자를 23년 만에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재스민 혁명’으로 보상받았다. 자유·평등·박애 등 프랑스 혁명 정신이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정복전쟁을 통해 전 유럽에 퍼졌다면, 21세기에 시민 민주주의의 확산은 스마트폰과 SNS가 그 역할을 평화적으로 떠맡은 것 같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미디어가 사회 안정의 도구로 기능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SNS는 잠재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책을 홍보하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해야 할 정부나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은 SNS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SNS의 현장성 강한 게시물과 실시간 댓글은 빠르게 공감을 일으키고 행동을 광범위하게 조직화했다. 일대일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이 겹쳐져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 입소문은 빠르게 전파됐다. 즉, 맛집을 소개하거나 좋은 영화나 책, 특정 상품을 추천하면 네트워크를 타고 가면서 대박 맛집으로 부상시키거나 소비를 촉진했다. 지난해부터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 주거나, 리트위트를 활성화해 ‘띄워주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이 시작됐다. 그 대상은 명성이 필요한 개인도 있지만, 음식점이나 의원 등 자영업자나 쇼핑몰, 유튜브의 게시물 등 다양했다. 클릭 수로 성패가 결정나는 세상인 만큼 이를 조작해 주는 ‘클릭 농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십시일반식 홍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클릭 농장을 활용하는 정도의 일탈이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든다면, 이것은 SNS를 통한 여론의 조작에 뛰어드는 것이다. 올 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형출판사의 책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도덕한 행위다. 지난해에는 파워블로거들이 기업으로부터 광고협찬이나 금품을 받고 제품 후기를 올려준 일이 발각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기도 했다. SNS는 도구이고, 도구는 쓰기 나름이다. SNS가 가진 혁신성과 개방성, 신뢰성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도구의 사용자가 노력해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신흥종교 본거지에서 국방 중추도시로 탈바꿈한 계룡산. 정상 천황봉(해발 845m)에서 남쪽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다 수용추와 암용추를 지나면 계룡대(鷄龍臺)가 모습을 드러낸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한국 군의 심장부다.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곡사포로도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곳이다. 작대기 하나부터 별 넷까지 군의 모든 계급이 빠짐없이 뒤섞여 있다. 명령에 죽고 사는 철두철미한 계급사회이지만 냇가(두계천) 하나를 건너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으로 들어서면 계급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주소는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주민은 전부 군인 가족이다. 용남초 4년 김모(10)양은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아도 아빠 계급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웃었다. 여기마저 계급화되면 얼마나 피곤할까. 이 마을에서 계급에 관한 질문은 ‘절대 엄금’이다. 그저 정을 나누는 이웃일 뿐이다. 9일 찾은 신도안면 최대 만남의 장소 계룡대쇼핑몰은 비교적 한가했다. 불볕더위 탓도 있지만 바로 앞 1500가구 규모의 군인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은 1345가구 4735명으로 2066가구 7266명이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분의1이 사라진 셈이다. 쇼핑몰 옆에 수영장과 중부상가가 있고, 주변은 아파트와 학교로 둘러싸였다. 관사는 100% 아파트, 이마저 면소재지에 몰려 있다. 이곳과 계룡대 영내 군인이 면 주민의 전부이지만 사병 등은 주소가 여기에 없다. 계룡대 안에 장군 관사가 있고, 이곳에는 영관급에서 부사관까지 거주한다. 대령이라고 해 봐야 대략 쉰살 전후이니 마을이 젊다. 주민 평균 연령이 28세, 전국 면(面) 가운데 최연소다. 학력도 무척 높다. 사관학교,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이 부지기수다. 부사관도 군 복무 중 대학을 많이 가 고졸 군인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장은 모두 부인들이 맡는다. 남편이 군생활로 바쁘기 때문이다. 계급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속셈도 있다. 김세겸 신도안면장은 “이장이 전부 여자인 곳은 전국에서 여기뿐”이라며 “여성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감성적이고, 친절해 대민서비스가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관사 아파트단지 하나가 헐리면서 16명이던 이장이 절반인 8명으로 줄었다. 군인이 미인을 좋아해서인지, 미인이 군인을 좋아해서인지 이장뿐 아니라 신도안면에는 미남미녀가 많다. 섹시 가수 아이비가 이곳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가 해군 군악대 출신이다. 다행히 이장이 할 일은 다른 곳보다 많지 않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명도 없다. 비슷한 월급에 생활 수준이 고만고만하다. 집단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자기 땅에 집을 지어 민원이 있을 수 없다. 학원은 인근 엄사면 금암동에 있다. 군인들은 그저 3.3㎡(평)당 6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관리비를 내면서 살면 된다. 이장의 역할은 국·시정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알리고, 주민 불편사항을 면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범죄도 없다. 군인 집단촌에 들어가 도둑질하고 흉기를 휘두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용남중 3년 정모(14)군은 “밤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고 귀띔했다. 육해공군과 영관·부사관이 따로따로 있던 관사촌이 2009년 통합된 뒤 이질감이나 위화감이 사라지면서 주민 화합이 더 견고해진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곳은 예부터 명당으로 꼽혀 왔다. 1983년 이른바 ‘6·20’ 사업이 있기 전까지 국내 최대 신흥종교촌이었다. ‘정감록’을 믿는 이들은 “신도안이 언젠가 천년왕국의 새 도읍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24년 동학계인 시천교(侍天敎) 3대 교주 김연국이 교인 1000여명을 데리고 이곳에 터를 잡은 뒤 104개 신흥 종교단체가 몰렸다. 동학, 단군신앙, 풍수도참 등 다양했다. 6·25 전쟁 때는 피란처로 유명했다. 철거될 즈음에도 교주와 농민 등 1000여 가구에 5600여명이 살았다. 지금도 계룡시 하면 몰라도 ‘신도안’ 하면 대번에 알아듣는 외지인이 많다. 요즘의 사이비종교 같은 행태는 없었다고 하지만 정권마다 ‘나쁜 사상을 유포시킨다’고 눈을 흘겼다. 계룡대가 조성되자 1989년 3월부터 육군본부부터 이전을 시작했다. 당시 군무원이었던 최선국(67)씨는 “초기에는 편의시설이 없어 대전, 논산까지 가서 장을 봐왔다”면서 “술 먹을 곳도 없어 대전 유성까지 나갔는데 교통사고가 잦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백발백중 들이받았고, 공군은 차가 붕 날아올라 도로변 논밭에 처박혔다. 군 기질에 따라 사고도 다르게 나더라”며 웃었다. 최씨는 또 “옛날에는 논산이 깡패로 유명했는데 연산면 술집에 가면 어깨를 툭 치면서 ‘어이, 군바리’ 하고 시비를 거는 거야. 숱하게 싸웠지. 계룡대 헌병들이 출동하고…”라면서 “지금은 그때 그 친구들하고 얼마나 친한지 몰라. 도움도 많이 주고”라고 보탰다. 지금은 쇼핑몰이 잘 갖춰져 있고 인근 농민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파는 ‘금요장터’도 열린다. 계룡대쇼핑몰은 시중보다 20~30% 싼 물건이 많아 대전, 논산, 공주 등에서도 찾아온다. 수영장 이용료도 저렴하다. 기이한 것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영업이 중단되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곳과 달리 사재기가 없어서다. 신도안면 이장협의회장 강부자씨는 “가장이 전쟁터에 나갈 판에 나만 살겠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군인들은 영내에 대기하고, 회식 등은 전면 금지된다. 강씨는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석 달 넘게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그럴 때는 관사촌도 서로 말조심하는 분위기라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동일 직업촌락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다. 부부싸움을 하면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소원수리’가 들어가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들도 있다. 밀집된 아파트에 동료 군인들이 모여 살다 보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김덕회 군인아파트관리소장은 “동질감 때문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입소문이 쏜살같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별의별 직업이 다 섞여 있는 딴 곳과 달리 세상 사는 얘기들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외부와의 연결 통로는 열악하다. 대전에서 버스 2편이 들어오지만 대전역까지 1시간 20분 걸린다. 대전으로 나가야 큰 병원이 있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고, 부인들은 대부분 운전을 할 줄 안다. 문모(38·여)씨는 “대전으로 조조영화를 보려 가려고 아침 8시부터 버스정류장에 나와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전했다. 계룡대가 1주일에 한 번 영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 마을에 버스를 보낼 때도 학생과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곳에는 영화 선택권도, 팝콘도 없지만 문화에 목 마른 그들에게 그런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문씨는 “PC방 등 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른용 나이트클럽 등이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사도 잦다. 2년쯤 살다가 전방 부대 등으로 발령이 난다. 고3 자녀 등 조건이 안 되면 더 머물 수 없다. 매년 가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 3분의1 정도가 이동한다. 정군은 “친구와 친해질 때쯤 헤어진다”고 아쉬워했다. 네 번째로 이곳에서 산다는 문씨는 “지금 고교 2학년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즈음 남편이 국방부로 발령 나 서울로 이사를 가려는데 ‘여기에서 그냥 살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가 가장 난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용남초·중·고 동창회와 주민 친목단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잦은 이동 탓이다. 주민들의 바람도 학교 문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등 인근 명문고로 빠져나간다. 강씨는 “(학교 문제로 가족이 서울에 있어) 주말에 계룡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가 일요일 다시 내려오는 군인이 많다”면서 “관사촌 거주 조건을 완화하고 이곳에 군인자녀 전문 고교를 설립해 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계룡시도 전체 인구 4만 1000여명의 절반이 군인 출신 가정이다. 전역 후 계룡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봉학 시 문화체육과장은 “고향에 가봐야 친구도 없고, 동료 군인들이 많고, 싼 값에 골프(계룡대·구룡대CC)를 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로 전역 후에도 계룡시를 못 떠난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그는 “골프는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이다. ‘계룡시에는 골프채가 파리채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군의 핵심 도시인데도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한국미술’은 어디 가고… 화랑가 ‘일본열풍’

    ‘한국미술’은 어디 가고… 화랑가 ‘일본열풍’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미술계에 때아닌 ‘일본 바람’이 불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에서 화랑가의 시선이 온통 일본 스타 작가에 쏠려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대표 미술관들만 일별해도 쉽게 감이 잡힌다. 웬만한 미술관들은 일본 근현대 미술에 ‘점령’되다시피 했다. 당장 일본에서 가장 비싸다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 원더랜드전’이 숭례문 인근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오는 12월까지 장장 5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이웃집 토토로’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의 ‘레이아웃전’이 다음 달까지 열린다. 또 대구미술관에선 ‘구사마 야요이 특별전’이 11월까지 펼쳐진다. 앞서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일본 동시대 미술 70년 리퀘스트전’(3~4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된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전’(5~7월) 등까지 감안하면 올해 국내 화단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일본 미술’이었다. 이들 전시는 주말이면 수천명의 구름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일본미술 전시가 러시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전시 기획자들은 불황을 맞은 국내 미술계가 이웃 일본의 현대 미술에 깔린 저력을 재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무라카미나 구사마 등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이들의 대중성과 작품성을 깊이 들여다보자는 뜻이라는 얘기다. 한 대형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통상 전시기획이 2~3년 전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미술 러시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유럽인의 눈으로 미술작품을 소화하던 국내 관람객에게 세계적 팝아트의 흐름을 아시아적으로 변주한 무라카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세계를 펼친 구사마 등 거장의 작품들이 색다른 감흥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반일 감정으로 접근이 제한됐던 일본 미술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대중의 욕구 변화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다룬 야나기 무네요시전이 그랬다. 그를 다루지 않고는 한국의 공예를 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화랑가의 중론이다. 중국 미술에 쏠렸던 관심이 자연스럽게 일본 쪽으로 넘어간 결과라는 해설도 설득력이 있다. 국내 미술시장이 호황이던 2000년대 초반 중국 미술품과 골동품 사재기는 ‘묻지마’ 투자로 불렸다. 수많은 국공립 미술관과 대형 갤러리들이 이 대열에 합류해 미술계가 중국미술 열풍에 휩싸였었다. 무려 10년간 국내 미술계를 융단폭격했던 중국 현대미술은 지금 한국시장을 떠났다. 화랑가에서는 “중국 미술 붐에 편승해 베이징과 상하이에 진출했던 국내 갤러리들은 대부분 철수했고, 창고에는 낡은 중국 미술품만 쌓여 있다”고 말한다. 당시와 지금의 공통점은 장기불황의 끝자락 혹은 불황의 심화로 미술시장에서 잠자던 투자 심리가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러시를 끌어낸 데는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같은 ‘일본 돈줄’의 위력이 작용했다는 현실적 이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일본은 각국의 전시 기획자들에게 연수나 투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자국 미술에 호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우리만큼 일본에서도 한국 미술을 조명하고 또 소비하고 있는지 한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적인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들여오지만 미학·철학적 고찰은 부족해 이름값에 기댄 ‘스타마케팅’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음원 사재기’하면 저작권료 박탈한다

    정부가 ‘음원 사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중 음악계를 바로잡기 위해 음원 사재기를 금지하는 법 개정과 저작권료 박탈이란 강수를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과태료 등의 제재 조항을 추가하도록 관련법을 바꾸고, 부당한 저작권사용료의 수익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는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음원 사재기에 대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현실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을 위해 서적 사재기를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또 문체부-권리자-온라인서비스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사재기에 해당하면 저작권사용료 정산 대상에서 제외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차트 왜곡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온 차트 내 추천을 통한 ‘끼워 팔기’도 금지된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 기준을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이용 횟수, 산술적으로 가능한 최대 이용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 등을 고용해 음원 사이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해 음원 사용 횟수를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방법으로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인기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과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던 음반 판매량이 음원 판매량으로 대체되면서 나온 현상이다. 앞서 지난 7일 SM·YG·JYP·스타제국 등 국내 4개 대형 기획사들은 음성적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를 근절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관련 업계 종사자가 이런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연예기획사들 ‘음원 사재기’ 檢수사 요청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4개 대형 연예기획사가 이른바 ‘음원 사재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 기획사는 7일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음원 사재기’로 불리는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은 연예기획사가 소속 가수의 음원을 조직적으로 반복 스트리밍해 음원을 차트 상위권에 진입시키는 행위다. 실제로 음원사이트들의 자체 모니터링 결과 특정 아이디나 IP 계정에서 특정 곡에 대해 비정상적인 재생이 반복되고, 스트리밍 재생 시간이 1분 이상이면 차트 순위에 반영된다는 점을 이용해 특정 음원을 1분 내외로 반복 재생하는 등의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음원은 손쉽게 ‘인기곡’으로 둔갑한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음원 출시와 유통 활동을 하는 기획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디지털 음악사이트 차트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마당] 순위 조작시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순위 조작시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순위가 조작되는 시대다. 출판계에 이어 가요계도 ‘음원 사재기’라는 오명과 비난 앞에 서 있다. 영화계도 인터넷 평점 순위가 조작으로 점철되어 있다. 오랫동안 곪아 있던 상처가 터진 것이다. 문화계는 요즘 전 방위적인 순위 조작에 진정성을 잃고 있다. 최근 한 기자가 필자에게 물었다. 요즘 가요를 제작하는 기획사들의 화두는 무엇이냐고. 나는 서슴지 않고 ‘음악차트 순위 10위’라고 답했다. 앨범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가요시장에 음원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이 탓에 모든 가요제작자들이 음원을 발표하고 난 뒤 숨을 죽인 채 줄곧 한 곳만 바라보게 됐다. 바로 음악 사이트의 차트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가 매겨지는 메인 차트. 이곳에 자사의 음원이 머무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음원의 차트 10위 진입은 여러모로 얻는 것이 많다. 우선 음악팬들과 미디어의 집중 조명이다. 10위 안에 들어야 음악 대접을 받는 분위기다. 10위권 밖은 패잔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음악적 완성도나 음악성에 대한 집중적인 평가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몇 개 차트 석권으로 음악이 평가받는 시대다. 이쯤 되면 돌파구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라며 마지막 꼼수도 등장한다. 많게는 수억원을 들여 음악차트에서 원하는 순위권을 유지하는 ‘음원 사재기’가 만연해 있다. 아직 수사를 통해 드러나진 않았지만 가요계는 유명가수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으로 흉흉하다. 결국 대중이 열광하지 않은 노래가 1위를 차지하면서 눈길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음악적 진정성이 음악차트에 가려지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인지도가 없는 신인 뮤지션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적인 차트 진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재기를 통한 음악적 왜곡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음악이 수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 방송사에서 폭로한 내용을 통해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 영화 배급사가 영화 홍보 대행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에 홍보 대행사가 평점 작업을 조작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홍보 대행사가 영화에 호의적인 평점을 개봉 전 200개, 개봉 후 1100개를 포털사이트에 올려주는 조건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했고 그 거래가 성사되었다. 예고 동영상 조회 수를 수십만 건까지 올려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음원 사재기의 징후는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사무국장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4분짜리 노래 한 곡을 들었을 때 24시간 기준 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횟수는 몇 백 회 정도다. 그런데 많게는 1만회까지 나왔다는 것은 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들었다고 볼 수 없는 이용 횟수라는 것이다. 콘텐츠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극단의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대중의 평가 속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편법을 동원해 이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한순간의 영화에 불과하다.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 더구나 편법이 새 인재 등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된다면 우리 문화의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등만 인정받는 사회는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인정을 못 받는 사회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 [주말 인사이드] “자본·소수권력에 휘둘리는 예술 싫어…함께 잘 살자” 문화계 개미들 뭉치다

    [주말 인사이드] “자본·소수권력에 휘둘리는 예술 싫어…함께 잘 살자” 문화계 개미들 뭉치다

    “그동안 극소수의 젊은 작가들만이 문화예술지원금에 의존해 활동해 왔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이 궤도에 오르면 더 많은 작가들이 혜택을 받고 예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수아 이웃문화협동조합 사무국장) 경기 수원시 지동의 문화예술 공동체인 이웃문화협동조합은 지난 4월 창립총회를 갖고 출자금 2000만원으로 출범했다. ‘문화와 예술로 이웃과 함께 잘 놀고 잘 살자’는 취지에 공감한 예술가와 문화기획자, 문화소비자들이 모였다. 도예가·목공예 작가·대학 교수 등 20~50대 조합원 50여명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구도심 동네인 지동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 운동을 펼쳐왔고, 문화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상품 판매, 임대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를 모아 자립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에도 협동조합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가 촉매가 됐다. 자본주의 논리와 소수 권력에 휘둘리는 기성 문화·예술계에 반발해 자신들만의 건강한 문화·예술활동을 펼쳐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5명 이상만 모이면 상조·공제 등 금융 관련 업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 설립이 가능한 협동조합은 문화·예술인들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6일 ‘제1회 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문화·예술계의 협동조합 현황과 의미 등을 살펴봤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7개월여 만에 새롭게 인가받은 협동조합은 전국에 1461개에 이른다. 매달 200개가 넘는 조합이 새롭게 인가받은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405개의 일반협동조합 가운데 예술·스포츠 관련 조합은 84건(6%)이다. 아직은 도·소매업(402건)이나 교육·서비스업(158건)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협동조합이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의사결정하는 영리·비영리 사업체를 일컫는다. 법에서는 경제·사회·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함께 구매·생산·판매·제공함으로써 조합원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8개의 특별법에 따라 농협, 수협, 신협 등 대형 협동조합만 설립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계에선 현재 출판 쪽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 5월 첫 1인 출판협동조합이 법인 설립을 마쳤고, 출판·잡지사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1인 출판협동조합은 생존이 어려운 1인 출판사들이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초기 출자금은 310만원에 불과했지만, 법인 설립 한 달여 만에 협동조합에 참여 의사를 밝힌 데가 50곳이 넘는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의 출판 유통체제에서 작은 출판사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서모임에서 출발한 전자책 출판협동조합인 ‘롤링다이스’도 최근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09년 한 출판사가 주최한 철학 세미나에 참가한 멤버들이 의기투합했다. 조합 측은 “전자책 출판은 각자의 본업을 유지하면서 병행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종이책을 내려면 권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전자책은 상대적으로 자본의 압박에서 훨씬 자유롭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35년 전 설립된 전설의 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1978년 부산에서 출범해 전국으로 확산된 ‘양서(良書)협동조합’과 비슷한 성격의 ‘땡땡책 협동조합’은 지난 4월부터 준비모임을 꾸려 이달 정관 마련에 착수했다. 양서의 유통을 목적으로 조합원 교육, 소모임, 공개 강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양서협동조합이 군사정부에 의해 1년 6개월여 만에 문을 닫은 것과 달리 이들은 출판사와의 직거래 등 유통구조 개혁을 꿈꾼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휘둘린 ‘수동적 독서’와 ‘사재기’가 남발되는 구태 청산이 목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난립하는 협동조합이 성공적 대안경제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부터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도 있다. 통상 1계좌당 수만~수십만원의 출자금(가입비)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한 뒤 매달 일정 회비를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 정부는 향후 중소기업이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위한 기존 지원정책을 협동조합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작가 황석영은 지난달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재기 관련법의 개정과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작가는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구입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사재기’는 주가 조작과 같은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 1년 도서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학 1년 도서구입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까지 적시한 작가는 “출판사들의 ‘서점을 통한 도서 기증 행태’와 ‘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할인 판매’, ‘다른 도서 끼워 팔기’와 ‘과도한 경품 증정’ 행위 등도 공개적인 사재기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의 선(先)인세가 국내 최고액인 16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책을 펴내는 외국 출판사마저 직접 간택한다는 하루키가 꼭 최고액을 쓴 출판사를 낙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의 선인세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 공통점은 없을까? 있다. 우리 책 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팔리는 책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출판시장은 기본 10만부를 넘긴다는, 한 손가락으로 꼽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1월 작가 박완서가 타계한 이후에는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등 ‘빅4’에 모든 것을 거는 행태를 보여 왔지만 이들마저 최근에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7년의 밤’의 정유정이나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 등 차세대를 이끌 주자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평단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한국문학을 주도하는 문학계간지들이 ‘소수의 문학’이나 ‘사상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의외였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이 상업주의 문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사재기’나 ‘선인세’ 파동에서 보듯 한국문학 전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문학의 영역을 축소시켜 유폐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15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커다란 위기를 5년 주기로 겪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위기가 찾아와 위기 극복에 힘만 쏟다가 주저앉곤 했다. 신자유주의가 승자독식사회 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사이에 대중의 심성은 ‘열정’에서 ‘냉정’으로, 다시 ‘냉소’로, 급기야 최근에는 ‘멘붕’의 정서로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우리 문학시장의 기획자들은 정신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개인이 어떤 이야기에서 위안을 받을까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팔리는 작가나 작품에만 붙어서 목숨 줄이나마 이어가 보려는 얄팍한 행태를 보여줬다. 한편 정보기술(IT) 혁명은 ‘고용 없는 성장’을 낳고 있다. 일상에서 한순간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글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라. 이들 신기술은 저작권마저 무용지물로 만들며 지식노동자들을 처절하게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세계 시민은 이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로맨스 판타지’에 깊게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주부들이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실력과 점수 앞에 평등한 카카오톡의 각종 게임 같은 가상현실에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이들이 ‘늑대소년’이나 ‘7번방의 선물’ 같은 로맨스 판타지 영화에 웃고 울었다. 드라마 또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면 발을 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제 문학 기획자들도 우리 문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부터 깊게 궁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 아! 이럴 수가… ‘가요무대’에도 밀리는 가요순위 프로

    아! 이럴 수가… ‘가요무대’에도 밀리는 가요순위 프로

    방송 3사의 TV가요 프로그램들이 순위제 부활 등 눈물겨운 노력에도 여전히 바닥권 시청률을 헤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타들을 동원하는 방송 3사의 가요프로그램 시청률을 다 합해도 KBS ‘가요무대’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팬덤 경쟁만 부추겨 아이돌끼리 격돌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높이고 가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취지에서 지난 3~4월 앞서거니 뒤서거니 TV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해 방송사들은 ‘죽을 맛’이다. 순위제 시행 전 3%대이던 시청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은 아이돌 가수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도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SBS 인기가요’와 MBC ‘쇼! 음악중심’이 순위제를 부활시킨 것은 각각 지난 3월과 4월. 2008년부터 K차트라는 순위제를 운영해 온 KBS ‘뮤직뱅크’도 경쟁 프로그램의 새 단장과 함께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5월 마지막주 금·토·일요일에 방송된 KBS ´뮤직뱅크´의 시청률은 2.5%, MBC ‘쇼 음악중심’ 3.4%, SBS ‘인기가요’ 3.1%에 그쳤다. 세 프로그램을 다 합쳐도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는 수준. 이는 중장년층 시청자를 대상으로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KBS ‘가요무대’의 시청률(지난 3일 9.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 방송관계자는 “매 주 초마다 매니저들이 가요프로그램에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기 위해 방송사에 일렬로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라고 꼬집었다. 아이돌 그룹(가수)들만 득을 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순위제 부활 이후 1위를 차지한 가수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절반 이상이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하거나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은 아이돌 그룹(가수)이었다. 최근 실제 가요시장에서는 아이돌이 급락세를 타는 것과 정반대의 아이러니다. ‘비아이돌’로 정상에 등극한 얼굴은 조용필과 싸이 정도다. ‘인기가요’의 경우 3월 셋째주부터 6월 첫째주까지의 총 11회 중 남성 아이돌 그룹이 3회(샤이니 1회, 인피니트 2회), 여성 아이돌 그룹이 2회(포미닛), 여성 솔로가수가 3회(이하이 2회, 이효리 1회), 남성 솔로가수가 3회(싸이) 각각 1위에 올랐다. 대형 기획사 소속 또는 아이돌 가수가 점령하다시피 하는 실정. ‘쇼! 음악중심’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4월 셋째주부터 6월 첫째주까지 총 7회 중 남성 아이돌 그룹이 4회(인피니트 1회, B1A4 1회, 신화 2회)나 정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순위제의 판세가 아이돌 그룹 위주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청자 투표 때문이다. ‘인기가요’의 사전투표와 실시간 투표, ‘쇼! 음악중심’과 ‘엠카운트다운’의 문자투표 점수는 팬덤을 거느린 남성 아이돌 그룹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B1A4의 ‘이게 무슨 일이야’가 문자투표에서 2000점을 얻고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음원, 음반, 투표, SNS 등 순위제의 기준에 따라 대형기획사와 군소기획사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기획사가 음원과 음반을 사재기한다는 의혹이 여전한 데다 동영상 조회수는 유튜브와 제휴한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SNS 점수 역시 자체 SNS팀을 운영하거나 바이럴 마케팅 회사와 결합할 수 있는 대형 기획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순위제를 운영하는 방송사들이 공정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송사별로 기준이 달라 1위도 제각각이지만 객관성이 떨어지는 기준은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뮤직뱅크’가 반영하는 방송횟수는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인기가요’는 자사가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의 참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금대로라면 가요프로그램의 순위제는 앞으로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 가요계 인사는 “팬클럽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대형 기획사, 스타 섭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방송사들 사이에서 힘없는 군소 기획사와 가수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순위제가 꼭 필요하다면 아이돌 대 비아이돌 가수의 순위를 따로 매기는 등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도 “순위제는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가요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장치이지만 음원, 음반, 방송횟수 등의 산정 방식과 반영 비율 등을 과학적으로 재조정해야 공신력 있는 차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출판업계에 ‘별종’이 등장했다. 새움출판사 대표, 직원, 작가 등 6명이 돌아가며 직접 쓴 소설 ‘출판 24시’다. 심장을 졸게 하는 반전과 긴장감? 그런 건 없다. 대신 책 한 권을 내놓기까지 겪는 출판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날 것 그대로 발라내 보여준다. “좋은 책을 내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 ‘장이’들의 진심에는 사재기 논란에서 비롯된 독자들의 불신을 사그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출판사들의 왜곡된 출혈 경쟁, 대형·온라인 서점과의 관계 맺기, 작가와의 밀고 당기기 등 책 한 권에 출판계의 ‘갑을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 편집장 해윤은 편집자 3년차 때 일을 때려치울 뻔했다. 편집자를 개인 비서처럼 부리면서도 모욕을 주는 유명 저자, A 교수 때문이다. 해윤의 실제 주인공인 김화영 기획편집1팀장은 “경험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유명 작가가 ‘갑질’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단다. 인세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대형작가는 통상 12~15%인 반면 신인작가는 5~7%. 인세를 아예 떼이기도 한다. 그러니 신인작가로서는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쓰인 갑(작가)·을(출판사) 분류에 반기를 들 법하다. 새움출판사로 데뷔한 장현도 작가가 정리에 나섰다. “갑을 관계로 정의되는 관계는 아니에요. 신인으로선 누구라도 나를 받아주기만 하면 고마운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계약서의 갑, 을이 거꾸로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물론 제가 대형작가가 되면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겠죠. 인세도 15% 요구하고요(일동 웃음).” # 온라인 서점 비브리온의 문학 MD 성미옥 대리는 악명이 높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녀의 눈 밖에 나면 신간 노출은 꿈도 꿀 수 없다. 마케터 윤식이 담배를 달고 사는 이유다. “막상 쓰고 나니 제가 찌질해 보여서 고치고 싶었는데…(웃음). 온라인 서점에는 광고비를 내도 노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홍보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해야 하고, 안 나와도 뭐라고는 못하죠.” 윤식의 실제 인물인 윤여민 마케팅부 대리의 멋쩍은 웃음에서 고충이 읽힌다. 대형서점 직원에게도 잘 보여야 산다. 좁다란 매대 안에도 ‘명당’과 ‘흉당’이 있기 때문. 출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안 팔리는 책은 매대에서 빠져 서가로 가고, 거기서도 밀리면 반품 신세가 된다. 최근 출판계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의 선인세가 16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떠들썩했다. 이처럼 해외 작품의 판권을 쥐고 있는 외국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휘두르는 힘도 막강하다. “젊은 시절 에이전시의 (부당한) 행태를 많이 겪어서 외서는 더욱 하고 싶지 않아요. 출판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게 된 이번 하루키 ‘사태’는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줬죠. 무리하게 판권을 사도 책이 안 팔려 사세가 기우는 출판사도 많아요. 앞으로는 외서 비중이 줄어들 거라 봅니다(이 대표).” 판을 벌여 봤자 번번이 밑지기 일쑤인 ‘갑을 게임’ 속에서도, 유사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현실에서도 이들이 출판인으로 밥 벌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요즘 세상이 떠들어대는 갑을 논쟁도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이들의 결론은 간단하다. “좋은 책을 내는 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최근 문화예술계에 큰 사건이 잇따라 터져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는 황석영 작가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사재기 베스트셀러’ 폭풍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 칸에서 날아든 서른살 문병곤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낭보다. 전자가 문단의 거장이 관련된 출판계 고질의 새삼스러운 부각이라면, 후자는 국내에선 소외된 신예 감독이 이룬 국제적 쾌거다. 얼핏 보면 별개의 두 사건. 하지만 왠지 우리 문화예술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희비의 쌍곡선으로 비쳐져 씁쓸하다. 황석영이 ‘내 문학인생에 대한 모독’이라며 절판을 선언한 작품 ‘여울물소리’(자음과모음 펴냄)가 어떤 작품인가. 지난해 칠순과 등단 50년을 기념한 야심작 아닌가. 그 기대만발의 작품을 출판사 측이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은밀한 사재기를 해 망신을 줬으니 작가가 분신과도 같은 작품의 절판 선언과 함께 사재기 조사를 검찰에 의뢰하는 극단 대응이 당연해 보인다. 단편영화 ‘세이프’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신예 문 감독의 처지는 황 작가와는 사뭇 다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아 턱시도도 살까 말까 망설였다’는 수상 후 전언이 예사롭지 않다. 본인은 물론 국내 영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장·단편을 막론하고 우리 영화가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예측불허의 쾌거가 더욱 신선한 건 바로 지원과 관심에서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우리 단편영화의 실력을 국내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 때문이다. 찬찬히 따져보면 황석영 기자회견이 부른 ‘사재기 베스트셀러’ 후폭풍이나 칸영화제 쾌거에 쏟아지는 찬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창작과 소비의 뒤틀리고 왜곡된 구조의 동시적 고발이라고나 할까. 출판사들이 온갖 편법의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부도덕과 횡포야 알 만한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황석영 작가가 나섰으니 그나마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비아냥이 괜한 것일까. 고생해서 만들어봐야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도 못한 채 사장되는 단편·독립영화의 제작자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한탄이 새삼스러운 걸까. 황 작가가 극단적인 행보로 ‘사재기 베스트셀러’에 정면대응한다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황 작가의 충격 회견 후 출판계가 재발 방지와 자정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영화계가 바로 얼굴을 바꿔 홀대받는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크게 대우하지는 않을 게 뻔하다.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사재기 베스트셀러’ 관행이며 단편·독립영화 홀대의 왜곡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처벌 강화와 단호한 예방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왜곡된 구조는 책 읽는 독자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먼저 끝내야 한다. ‘베스트셀러 지상주의’와 ‘천만관객 시대’의 허상에 언제까지 끌려다닐 텐가. 이제 그 ‘광대놀음’의 들러리를 마무리하자. kimus@seoul.co.kr
  • 에누리 없는 책값, 동참해 주세요

    ‘책은 제값 주고 사면 안 된다는 편견은 버립시다!’ 최근 사재기 파문으로 독자들의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다음 달 1~2일 대학로에서 특별한 도서전이 열린다. 돌베개, 후마니타스 등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 소속 34개 출판사가 ‘지식+공감 도서문화제’를 기획했다. 이번 도서문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도서를 할인 없이 완전 정가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신간은 물론 구간도 모두 정가에 판다. 주최 측은 “사재기 사건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고, 도서정가제가 사재기 근절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금, 책으로부터 돌아선 독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처음으로 할인 판매 없는 도서전을 기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어 “그동안 도서전은 ‘대형 출판사가 중심이 되어 도서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로 치부되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도서전은 일반적으로 퍼져 있던 도서전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하고, 도서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된 도서의 정가 10%는 기부금으로 적립된다. 기부금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저자들의 릴레이 강연 등 행사도 다채롭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세화 전 진보신당 상임대표, 욤비 토나, IT 평론가 김국현, 임경선 작가, 사기 전문가 김영수, 야스다 고이치 작가, 김진호 목사 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에디터 등이 결성한 ‘마감중에 모인 출판장이 밴드-얼토당토’의 공연도 펼쳐진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檢 “출판계 사재기 수사 못해”

    소설가 황석영씨가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를 근절해 달라고 촉구한 데 대해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과 관련한 사항이라 현재로서는 수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언론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법리 검토를 한 결과 적용 법조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라며 “현행법상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는 공정위가 전속 고발권을 갖고 있어 공정위가 정식으로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1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재기는 보통 물가 쪽으로 접근했던 문제”라면서 “출판계의 책 사재기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로 볼지, 표시광고법상 기만적 표시·광고행위로 볼지, 아니면 형법상 사기죄로 볼지, 사실 관계를 먼저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가) 공정위에 신고한다면 고발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황석영 ‘여울물 소리’ 파문후 첫 공식 석상서 각성 촉구

    황석영 ‘여울물 소리’ 파문후 첫 공식 석상서 각성 촉구

    “초등학교 때도 재수가 없어서 화장실 청소 당번에 잘 걸렸어요. 이번에도 오물이 튀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청소 깨끗이 하고, 텃밭 일궈서 씨앗 뿌리겠습니다.” 소설가 황석영(70)이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의 사재기 파문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심경을 밝혔다. 그는 2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연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문학 인생 50년을 기념하고, 만년문학을 열겠다는 의미가 담긴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다”면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터넷 포털에서 저의 이름을 검색하면 치욕스러운 ‘사재기’라는 말이 동시에 뜰 정도로 제 책이 출판시장을 어지럽힌 도서로 전 국민에게 각인되었다”며 침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1998년 사면·석방으로) 감옥에서 나와 작품을 다시 쓸 때 나를 일으켜 세워 준 것은 독자들이었다”면서 “출판사의 사재기가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놔눠도 팔렸을 것을…왜 그렇게 급하게 실적을 내려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한 방송에서 ‘여울물 소리’의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 절판을 선언한 황석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가 전업 작가로서 개인의 불명예로 그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출판계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습인 사재기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사회문화운동 차원에서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우선 출판계 사재기 행태 근절을 위해 검찰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일종의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행위이자 사회악임을 자각하고 출판계와 서점은 자정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며 출판계 내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에도 지난 5년간의 베스트셀러 도서판매자료를 출판물불법유통 신고센터에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황석영은 “사재기 기사가 보도된 뒤 ‘여울물 소리’의 판매 자료를 살펴보니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집계되는 직전 요일인 화요일과 수요일에 집중적으로 사재기가 벌어졌더라”면서 “이런 구조로는 신인 작가들이나 군소 출판사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기 어렵다. 순위 집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사재기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불과한 현재의 법령을 보다 확실하게 강화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젊은 작가들과 함께 법률 개정을 위한 입법 청원운동을 앞장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사재기를 처벌하는 규정이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적용 법조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동석한 김형태 변호사는 “독자들이 집단적으로 사재기를 없앤다는 취지를 내걸고 고소를 하면 검찰이라는 국가권력이 강제수사로 사기죄 성립 여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재기는 주가조작에 못지않은 큰 범죄로 형사처벌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출판사 자음과모음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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