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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黨同伐異/이기동 논설위원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말 그대로 같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을 친다는 뜻이다. 후한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치고 당동벌이 아닌 역사가 있었을까마는 후한때는 좀 별났던 모양이다. 전한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은 환관이 망쳤다고 한다. 황실의 비호를 받은 후한의 환관들이 외척과 선비들을 탄압, 그 결과 관료집단인 선비들이 황실에 등을 돌려 후한의 멸망이 초래됐다. 교수신문이 시사칼럼을 쓰는 교수들을 상대로 2004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나타내는 대표 사자성어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당동벌이가 뽑혔다. 돌이켜보면 후한에 결코 뒤지지않는 당동벌이로 지새운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해 공격의 주도권을 쥔 쪽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친 친노(親盧)단체들이었다. 일방적 선거몰이에 야당은 어설픈 탄핵카드로 반격했지만, 총선 참패로 거세당한 환관꼴이 됐다. 후한 황실의 외척이 되거나, 아니면 이들을 치기 위해 황실이 내세운 환관편이 된 듯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학자, 일반시민들이 가세해 죽기살기로 싸워댔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친시장, 가진자와 못 가진 자, 친북반미…등등 녹슨 무기고에 쌓여있던 온갖 무기들이 다른 쪽을 치는, 벌이(伐異)에 동원됐다. 청와대까지 “세상을 바꾸자.”며 독전에 가담했고, 야당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응수했다. 역사는 어떤 당동벌이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600만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히틀러식 혈통 당동벌이의 말로가 그랬고, 그의 아류를 자처하며 코소보 인종청소를 감행했던 밀로셰비치의 말로 또한 그렇다. 홍위병들이 벌인 문화혁명의 당동벌이는 지금 중국인들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사가 됐다. 킬링필드로 1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산 크메르 루주의 말로는 또 어떠했나.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 폐지, 언론개혁 등을 놓고 벌이는 죽기살기식 싸움이 우리의 목숨을 떼로 앗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모전에 지금 우리의 경제발목이 꽉 잡혀있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도 ‘우왕좌왕’‘이합집산’처럼 부정적인 뜻의 사자성어들이 뽑혔다. 언제쯤이면 구동존이(求同存異)나 화이부동(和而不同)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자성어가 대표로 뽑힐 수 있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누드브리핑] 남을 배려하면 자신이 행복해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는 사자성어…. “남을 배려하라는 듯하지만 실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조남호(66) 서울 서초구청장은 말했다. 모든 일에 사랑을 쏟을 때 가능성이 열린다는 뜻에서다. 거짓말 같은 실화도 들려줬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산골에 눈먼 이가 살았다. 살아갈 뜻을 잃어버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던지려고 근처 가리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불구인 홀아버지를 혼자 두고 차마 일을 저지르지 못해 하산한다.“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만…”이라고 되뇌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는 또 운명적인 사건과 만난다. 죽겠다는 생각을 떨쳐내려고 나무로 통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벌들이 날아든다. 그는 “나하고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고 진짜 한 식구처럼 벌들을 대한다. 날갯짓으로 벌의 상태를 알아볼 정도로 의사소통까지 하게 되면서 어엿한 양봉가로 우뚝 일어선다. 드라마틱한 인간승리는 입소문으로 알려진다. 마침내 헌신적인 아내까지 맞아 딸 둘, 아들 하나를 두고 행복한 삶을 일군다. 조 구청장은 어느 날 제주도를 여행하다가 서귀포 중문단지 근처에 있는 한 광어 양식장에 들른다. 광어들을 구경하려고 다가서자 고기들이 흩어지기만 했다. 그런데 주인이 들어서자 반기며 한곳으로 몰려들더란다. “난 광어들과 얘기한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서야 조 구청장은 강원도 가리산 눈먼 양봉가의 실화를 떠올렸다.“벌이든 광어든 무엇이든 미물일지언정 마음을 주면 통한다….” 주인은 날마다 광어들에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상태를 살핀다고 귀띔했다. 처음엔 종업원을 고용했지만 광어는 죽어가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먹이를 남겼을 땐 왜 그럴까 생각하고 상태에 따라 덜 주기도 해야 하는데, 배를 채워주면 된다고 여긴 나머지 덮어놓고 먹이만 던져넣었다는 것이다. 조 구청장은 이 양식장에서 자라는 광어는 전량 수출될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고 일러줬다. 남과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배려해주면 결국 자신까지 행복해지고, 성공적인 삶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이 숨었다고도 했다. 프로듀서(PD), 공무원, 민선 단체장으로 변신을 거듭한 조 구청장은 ‘역지사지’라고 손수 쓴 접시와 함께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홍기 저·1992년 바오로딸 간)를 건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日 올해의 ‘사자성어’ 욘사마(樣樣樣樣)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팬들이 탤런트 배용준을 부르는 존칭인 ‘욘사마’가 올해 일본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스미토모(住友)생명은 10일 올해 세태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공모해 10편의 우수작과 40편의 입선작을 선정, 발표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욘사마(樣樣樣樣)’는 일본어 사마(樣)가 4개(일본어로 욘)라는 뜻으로 올해 일본 사회를 뒤흔든 ‘욘사마’ 열풍을 시각적으로 살린 기발한 착상이 높게 평가받았다. 일본에서 ‘사마(樣)’는 이름 뒤에 붙는 존칭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에게 잠깐 붙은 것 외에 외국인으로는 배용준이 거의 유일하다. 한편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10일 드라마 ‘겨울연가’(일본명 후유노소나타)가 양국에 갖다 준 경제적 효과가 2300억엔(약 2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천고마비/김경홍 논설위원

    얼마 전 TV를 보다가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연예인들이 말을 기르는 목장에서 진행하는 프로였는데 ‘말과 관련한 사자성어를 아는 대로 말해보라.’는 사회자의 요구가 있었다.그러자 질문을 받은 신세대 연예인이 ‘천고마비’라고 한다. 이 때,속으로 나는 몇개나 끄집어 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다.‘사마난추’ ‘마이동풍’ ‘주마간산’….몇개 떠올리고 나니 더이상 생각나는 게 없다.그래서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데 이 연예인이 갑자기 ‘말리장성’하더니,이어서 ‘애마부인’ 한다.만을 말로 착각한 말리장성 부분에서는 약간 걱정이 되다가,애마부인 대목에서는 순발력과 재치에 웃음이 나왔다. 한 TV프로에서는 답으로 ‘닭’을 쓰는 문제가 나왔다.한 출연자가 처음에 ‘닥’으로 썼다가 옆사람이 웃자 다시 ‘ ’으로 쓴다.웃을 수밖에…. 사자성어를 모른다고,한글단어 하나 틀렸다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하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천고마비의 계절은 책이라도 한권 더 읽으라는 계절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깔깔깔]

    ●왕비병 엄마 왕비병이 심각한 엄마가 저녁을 먹으려고 아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엄마 : 얘야, 엄마가 얼굴도 예쁜데 요리도 잘하는 경우를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지?(엄마가 기대한 대답은 ‘금상첨화’) 아들 : 자화자찬. 엄마 : 아니 그거 말고 다른 거. 아들 : 과대망상인가요? 엄마 : (올라오는 화를 꾹 참고)아니 ‘금’자로 시작하는 건데…. 아들 : 금시초문? ●유일한 칭찬 한 여자가 옷을 모두 벗은 상태로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내 몸매가 형편없어 보여요.온통 군살이고 주름까지….내게 칭찬할 만한 점은 없나요?” 남편이 한 번 쓱 보더니 말했다. “당연히 있지.” 여자가 기뻐서 뭐냐고 묻자 남편이 하는 말, “시력은 좋은 것 같은데.”
  • 짱짱한 아이들 ‘동방신기’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란 거창한 뜻을 그룹 이름에 담고 멤버들 이름도 사자성어처럼 네 자로 지은 아카펠라 댄스 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이들이 국내 가요계 최고 스타로 자리잡은 건 불과 몇 개월 사이의 일이다.지난 2월 싱글 ‘Hug’로 데뷔한 뒤 각종 차트를 평정했고,이젠 그들의 팬들이 무서워 어느 누구도 함부로 그들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렇다고 얼굴,춤으로 한 몫 챙기려는 스타라는 편견은 금물.아카펠라로 승부수를 띄운 것도 모두 노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영웅재중(英雄在中·18)이 메인보컬,시아준수(細亞俊秀·17)는 중고음,최강창민(最强昌珉·16)은 높은음,믹키유천(秘奇有天·18)은 중저음,유노윤호(瑜鹵允浩·18)는 베이스를 맡아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하지만 아무래도 10대에 치중한 인기를 의식해서일까.최근 발표한 두번째 싱글앨범 ‘The Way U Are’에서는 미소년의 티를 벗었다.실제로 모두 사슬이 주렁주렁 매달린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난 이들은 강렬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음악도 강해졌다.타이틀곡 ‘The Way‘는 라틴과 유로 팝 스타일의 댄스곡으로 강한 리듬을 살렸고,‘Whatever They Say’에서는 성숙한 R&B 창법으로 화음의 조화를 이뤘다.“지난 앨범이 귀여운 고등학생의 이미지였다면 이번엔 어른스러워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 그래도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이미지일뿐.이들에겐 아직 때묻지 않은 천진함이 남아 있었다.다른 가수의 사진이 실린 서울신문 주말섹션 WE를 보자 “우리도 저렇게 나와요?와,신난다.”라며 좋아하는 모습은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았다.또 재중은 “이런 자리가 떨린다.”며 수줍음을 탔다.첫 걸음마를 떼는 어린아이의 심정처럼 이들에겐 여전히 모든 것이 신기한 듯했다.톱스타도 남들의 얘기지 이들은 그저 “음악을 하는 5명”이란다.“라디오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면 신기해요.”(준수) “우리도 다른 연예인을 보면 ‘어,연예인이다.’라며 들뜨죠.”(윤호)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또래 청소년들다운 풋풋함은 이들의 각오에도 묻어났다.“우리는 죽을 때까지 같이 갈 거예요.”(윤호) “군대도 똑같이 갔다가 돌아올 거예요.”(재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뭔가 허전하다는 이들은,이제 서로가 운명의 고리로 연결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직업이 가수거나 연예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지만,함께 사는 서울 청담동의 아파트 근처는 새벽까지 늘 극성 팬들로 둘러싸여 있다.“반상회를 한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주민들이 항의할까 봐서요.” 팬들에겐 고맙지만 자제를 당부한단다. 정규앨범은 올해 늦가을쯤에 나올 예정이고,그 전까지는 2집 싱글앨범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2집 타이틀곡은 이전보다 댄스가 강해 안무도 두가지 버전을 준비했지만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승부하겠다.”며 ‘노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줬다.팝·댄스·솔·R&B 등 다양한 장르를 아카펠라로 시도해 보고 싶다는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친숙한 동요 ‘옹달샘’을 멋진 화음의 아카펠라로 들려준다.이 곡의 앞 뒤의 트랙에는 녹음을 하면서 나눈 솔직한 대화도 담겨 있다. 모두 작곡하는 것을 좋아해 언젠가는 작곡가로도 성공하고 싶다는 이들.미발표 작도 여럿 된단다.또 아시아로 뻗어 나가기 위해 중국어·일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잘 해요?”라고 묻자 거침없이 중국어로 자기 소개를 하는 팀의 리더 윤호.동방신기가 그들의 이름대로 아시아를 정복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짱한 아이들 재중은 공주,윤호는 광주,준수는 일산,창민은 서울,유천은 미국 출신.자란 곳은 제각각이지만 깎은 듯한 외모에 출중한 노래 실력까지 이들은 형제처럼 꼭 닮았다.이렇듯 잘 어울리는 한 팀을 구성하기까지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을까.갑자기 뜬 듯 보이지만,이들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노래와 춤 연습에 적게는 1년부터 길게는 6년까지의 시간을 투자했다. 아시아의 최고가 되고 싶어 ‘시아’라는 별칭을 지은 준수는 6년전인 중1때부터 준비에 들어갔다.지금도 목소리가 허스키인 그는 변성기를 거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울기도 하고 소리를 막 지르면서 연습했어요.그러다 보니 저만의 색깔이 나온 것 같아요.” 윤호는 4년전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댄스짱’에 선발된 뒤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유노’란 별칭은 중국어 표기발음으로는 ‘빛과 소금이 되다.’는 의미고,영어발음으로는 ‘당신을 알라.’는 의미.“팀의 리더로서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되잖아요.” 같은 대회에서 ‘외모짱’으로 뽑힌 재중은 3년전 기획사에 들어왔다.“중학생땐 음치였어요.계속 연습하다 보니 노래도 늘던데요.” ‘영웅’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오디션에 여러번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가요계 ‘최강’을 꿈꾸는 창민도 ‘노래짱’을 수상한 뒤 2년전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다.“원래는 학교와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유천의 별칭 ‘믹키’는 한자표기로 秘奇.가요계의 숨겨진 무기가 되라는 뜻이다.1년여전 미주 가요제 대상을 받은 그가 합류하면서 드디어 동방신기는 완성됐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짱짱한 아이들 ‘동방신기’

    짱짱한 아이들 ‘동방신기’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란 거창한 뜻을 그룹 이름에 담고 멤버들 이름도 사자성어처럼 네 자로 지은 아카펠라 댄스 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이들이 국내 가요계 최고 스타로 자리잡은 건 불과 몇 개월 사이의 일이다.지난 2월 싱글 ‘Hug’로 데뷔한 뒤 각종 차트를 평정했고,이젠 그들의 팬들이 무서워 어느 누구도 함부로 그들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렇다고 얼굴,춤으로 한 몫 챙기려는 스타라는 편견은 금물.아카펠라로 승부수를 띄운 것도 모두 노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영웅재중(英雄在中·18)이 메인보컬,시아준수(細亞俊秀·17)는 중고음,최강창민(最强昌珉·16)은 높은음,믹키유천(秘奇有天·18)은 중저음,유노윤호(瑜鹵允浩·18)는 베이스를 맡아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하지만 아무래도 10대에 치중한 인기를 의식해서일까.최근 발표한 두번째 싱글앨범 ‘The Way U Are’에서는 미소년의 티를 벗었다.실제로 모두 사슬이 주렁주렁 매달린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난 이들은 강렬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음악도 강해졌다.타이틀곡 ‘The Way‘는 라틴과 유로 팝 스타일의 댄스곡으로 강한 리듬을 살렸고,‘Whatever They Say’에서는 성숙한 R&B 창법으로 화음의 조화를 이뤘다.“지난 앨범이 귀여운 고등학생의 이미지였다면 이번엔 어른스러워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 그래도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이미지일뿐.이들에겐 아직 때묻지 않은 천진함이 남아 있었다.다른 가수의 사진이 실린 서울신문 주말섹션 WE를 보자 “우리도 저렇게 나와요?와,신난다.”라며 좋아하는 모습은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았다.또 재중은 “이런 자리가 떨린다.”며 수줍음을 탔다.첫 걸음마를 떼는 어린아이의 심정처럼 이들에겐 여전히 모든 것이 신기한 듯했다.톱스타도 남들의 얘기지 이들은 그저 “음악을 하는 5명”이란다.“라디오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면 신기해요.”(준수) “우리도 다른 연예인을 보면 ‘어,연예인이다.’라며 들뜨죠.”(윤호)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또래 청소년들다운 풋풋함은 이들의 각오에도 묻어났다.“우리는 죽을 때까지 같이 갈 거예요.”(윤호) “군대도 똑같이 갔다가 돌아올 거예요.”(재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뭔가 허전하다는 이들은,이제 서로가 운명의 고리로 연결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직업이 가수거나 연예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지만,함께 사는 서울 청담동의 아파트 근처는 새벽까지 늘 극성 팬들로 둘러싸여 있다.“반상회를 한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주민들이 항의할까 봐서요.” 팬들에겐 고맙지만 자제를 당부한단다. 정규앨범은 올해 늦가을쯤에 나올 예정이고,그 전까지는 2집 싱글앨범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2집 타이틀곡은 이전보다 댄스가 강해 안무도 두가지 버전을 준비했지만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승부하겠다.”며 ‘노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줬다.팝·댄스·솔·R&B 등 다양한 장르를 아카펠라로 시도해 보고 싶다는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친숙한 동요 ‘옹달샘’을 멋진 화음의 아카펠라로 들려준다.이 곡의 앞 뒤의 트랙에는 녹음을 하면서 나눈 솔직한 대화도 담겨 있다. 모두 작곡하는 것을 좋아해 언젠가는 작곡가로도 성공하고 싶다는 이들.미발표 작도 여럿 된단다.또 아시아로 뻗어 나가기 위해 중국어·일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잘 해요?”라고 묻자 거침없이 중국어로 자기 소개를 하는 팀의 리더 윤호.동방신기가 그들의 이름대로 아시아를 정복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짱한 아이들 재중은 공주,윤호는 광주,준수는 일산,창민은 서울,유천은 미국 출신.자란 곳은 제각각이지만 깎은 듯한 외모에 출중한 노래 실력까지 이들은 형제처럼 꼭 닮았다.이렇듯 잘 어울리는 한 팀을 구성하기까지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을까.갑자기 뜬 듯 보이지만,이들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노래와 춤 연습에 적게는 1년부터 길게는 6년까지의 시간을 투자했다. 아시아의 최고가 되고 싶어 ‘시아’라는 별칭을 지은 준수는 6년전인 중1때부터 준비에 들어갔다.지금도 목소리가 허스키인 그는 변성기를 거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울기도 하고 소리를 막 지르면서 연습했어요.그러다 보니 저만의 색깔이 나온 것 같아요.” 윤호는 4년전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댄스짱’에 선발된 뒤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유노’란 별칭은 중국어 표기발음으로는 ‘빛과 소금이 되다.’는 의미고,영어발음으로는 ‘당신을 알라.’는 의미.“팀의 리더로서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되잖아요.” 같은 대회에서 ‘외모짱’으로 뽑힌 재중은 3년전 기획사에 들어왔다.“중학생땐 음치였어요.계속 연습하다 보니 노래도 늘던데요.” ‘영웅’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오디션에 여러번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가요계 ‘최강’을 꿈꾸는 창민도 ‘노래짱’을 수상한 뒤 2년전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다.“원래는 학교와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유천의 별칭 ‘믹키’는 한자표기로 秘奇.가요계의 숨겨진 무기가 되라는 뜻이다.1년여전 미주 가요제 대상을 받은 그가 합류하면서 드디어 동방신기는 완성됐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서울대 출신 45년 양복匠人 이순신씨

    가업(家業).사전적 의미는 대대로 물려받은 직업이란 뜻이다.세업(世業)이라고도 한다.선대의 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후대 입장에선 도박일 수 있다.후대의 적성과 가업의 계승이 어긋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할아버지,아버지의 거대한 그늘에 눌려 평생 자리를 찾지 못하고 ‘짝퉁’으로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청출어람(靑出於藍).’그렇게 호락호락한 사자성어가 아니다. 장인을 천하게 취급하는 분위기도 가업을 쉬 포기하게 하는 요소가 돼왔다.이런 탓에 유럽이나 일본처럼 수백년 전통의 장인 명가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했다.더군다나 장인이 추구하는 옛것이 성장의 가파름과 무관할 때 장인 명가의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를 물려 고집스럽게 양복을 지어온 명문대 출신 재단사가 있다.서울 소공동 해창양복점 사장 이순신(68)씨.대학생이 귀했던 1950년대 명문 서울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그가 40여년 동안 한 길만 걸어온 사연은 무엇일까. ●75년의 궤적을 쌓은 해창양복점 “저쪽 길 건너 해창양복점이오.” 양복점이 운집한 소공동에서 가장 오래된 양복점을 물으면 재단사들은 입을 모아 해창을 가리킨다.경쟁자들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월의 누적이 해창을 믿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해창은 롯데호텔 본점 지하아케이드인 롯데 일번가에서 소공동 양복점거리로 되돌아왔다.롯데백화점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자 다시 옛 둥지를 찾은 셈이다.1929년 부산에서 문을 처음 연 해창양복점은 우리나라 수제 양복의 산실이다.해창은 30년대는 서울 을지로4가에서,해방 전후에는 소공동,79년에는 롯데일번가로 자리를 바꿨지만 해창 특유의 브리티시 스타일 양복에는 변함이 없다. 해창의 창업자인 이씨의 아버지 이용수씨는 보통학교를 마친 뒤 일제시대 당시 면서기로 근무를 하다 작은아버지가 있는 일본 고베로 향한다. 항구도시인 고베의 한 양복점에서 이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군복과 예복 등을 지으며 양복기술을 습득한다.그리고 23세에 귀국해 자신의 가게를 시작한다. ●은행 취직 대신 가업을 잇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이씨는 주저없이 아버지의 양복점을 첫 직장으로 택했다.살림집과 붙어 있던 양복점에서 살다시피 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재단사로 진로를 정했다.주위의 시선을 고려하면 쉽지 않았을텐데,이씨는 “은행에 다니는 것보다 옷을 만드는 것이 훨씬 재미있어서”라며 선택이유를 평범하게 밝혔다.의외로 아버지도 아들을 이해하고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이씨는 이미 고교 2학년때 수를 놓아 교복의 명찰을 만드는 방식을 처음 고안해낼 정도로 감각을 타고 났다. 당시 상과대학 학장이던 은사는 “상대생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면서 그의 장래를 걱정했지만 1년 뒤 제자를 다시 만났을 때는 잘 선택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동창들 가운데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친구들은 많아요.하지만 그들만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죠.나도 내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성공한 셈입니다.” 적성을 찾은 이씨는 지난 1959년부터 고객의 몸치수를 재고 직접 재단을 했다.1970년에는 노동부 주관의 양복재단 1급 기능사 자격증도 거머쥐었다.옷을 짓는 일뿐만 아니라 국내외 양복관련 단체에서도 맹활약했다.70∼80년대에는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 등 전세계 20여개국 양복제작자들의 단체인 세계주문복업자연맹에서 회장으로 활동했다. ●꼼꼼한 이병철,소탈한 정주영 해창의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해창을 거쳐간 단골 명사들도 적지 않다.웬만큼 멋을 찾는 사람들은 옷의 맛을 찾아 해창의 문턱을 넘는다. “제일모직에서 복지를 새로 만들면 인근 양복점에서 고 이병철씨의 옷을 시범으로 만들었습니다.지금은 고급 복지로 평가받지만 초창기에는 물에 적시면 사용한 실의 수축정도가 달라서 복지가 울었어요.” 옷이 사람의 성격을 반영하듯 단골인 이병철씨와 정주영씨의 취향도 제각각이었다.이병철씨는 권위적인 느낌의 옷을 좋아하며 옷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폈으며 정주영씨는 소탈하고 서민적인 양복을 즐겨 입었다.해창의 단골손님으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이었던 이기붕씨,화신백화점의 박흥식씨,한국일보의 장기영씨 등이 있다. “젊은 시절 음식점 국일관에서 일했던 이기붕씨는 정치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적으로는 무척 세심한 사람이었어요.옷을 가지고 가면 옷상자까지 되돌려주고 상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옷값은 즉시 지불했죠.” 풍채가 좋았던 한국일보 창업자인 장기영씨는 검정색 계통의 옷을 즐겨 입었다.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시절 숯다리미는 불의 강도 조절이 어려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옷에 흠을 냈던 일화도 있었다. ●“사람의 개성과 옷이 조화를 이뤄야” 40여년 동안 쌓은 이씨의 옷 철학은 비싼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란다.옷은 입는 사람의 개성과 품위,지위와 함께 조화를 이뤄야 제값을 한다고 말한다. “옷은 사람에게 제2의 피부로 감정표현이 가능합니다.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품격에 맞는 옷을 입어야 인상이 좋게 보이고 호감도 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점차 사양길에 접어든 맞춤 양복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해창은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1제품 생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도 양복 한벌을 짓는데 1주일여가 소요된다.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된 옷이 나오기 때문이다. “양산을 많이 하면 품질을 조정하기 힘들죠.수량이 많아지면 사람의 개성이나 취향을 제대로 맞출 수가 없어요.” 옷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은 역시 후학 양성으로 귀결된다.이씨의 아들도 불투명한 맞춤복의 미래 탓에 기성복 수출 쪽에서 일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대학에 양복재단 관련 학과를 세우려고 하는데 이를 하겠다는 학교재단이 거의 없어요.요즘 젊은 사람들은 10년이나 소요되는 재단사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관련 학과라도 만들어야 맞춤양복의 명맥을 잇지 않을까요.” ■프로필 ▲1936년 1월 8일 서울 출생 ▲1955년 2월 서울고등학교 졸업 ▲1959년 2월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1959년∼현재 해창양복점 경영 ▲1966년∼현재 세계주문복업자연맹 한국대표 ▲1976∼1986년 한국복장기술경영협회 회장 ▲1984년 9월 제19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양복심사장 ▲1984년∼현재 서울대 총동창회 이사 ▲1991∼1999년 세계주문복업자연맹 부회장 ▲1997∼2003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1999∼2003년 세계주문복업자연맹 회장 ▲2003∼현재 세계주문복업자연맹 명예회장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 서울대 신입생 ‘漢字 낙제점’

    “‘學科(학과)’를 ‘학교’로 읽고,‘漢字語(한자어)’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서울대 신입생의 한자 실력이 낙제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가 이번 학기에 개설한 대학국어 79개 강좌 수강생 1264명을 대상으로 한자어 기초실력을 평가한 결과 61.3%인 775명이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기지 못했다.전체 평균도 44.6점에 그쳤다.‘學科’의 음을 ‘학교’라고 적고,‘漢字語로 옮기시오’라는 문제 자체를 읽지 못해 우리말로 답을 쓴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80점 이상 받은 학생은 15.6%인 197명에 불과했다. 단대별로는 법대가 평균 75.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인문·사회대는 55∼56점의 분포를 보였다.학생들은 대부분 실생활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를 읽지 못했다. 학교측은 지난 2월 초 합격자 발표와 함께 신입생들에게 한자연습 교재를 미리 지급하고 시험 유형을 예고한 뒤 3월 개강 후 평가를 실시했다.시험은 한자어와 사자성어,음 쓰기,문장 속에 알맞은 한자어 넣기 등의 유형으로 100문항이며 문항당 배점은 1점이다. 서울대측은 90점을 받지 못한 학생에게 앞으로 4차례 추가평가를 실시,전체 평균점수가 50점이 되지 않는 학생에게는 대학국어 과목에 낙제점인 F를 줄 방침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신세대 감각 톡톡 튀는 급훈 인기

    새학기를 맞은 초·중·고 학생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급훈(級訓) 정하기다.과거에는 담임교사가 교육관 등을 바탕으로 적절한 내용을 급훈으로 정하는 방식이 주류였지만,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학급회의 등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이 늘고 있다.까닭에 신세대의 의식이 반영된 톡톡 튀는 급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급훈으로는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한 ‘패러디형’을 들 수 있다.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힌트를 얻은 ‘합격증 휘날리며’나 TV에서 방영됐던 ‘올인’,‘여인천하’ 등이 그것이다.광고 등에서 등장하는 카피를 활용한 ‘열심히 공부한 당신 더해라’,‘세상을 다 가져라’,‘꿈★은 이뤄진다’ 등도 이같은 유형에 포함된다. 희망사항을 재치있게 표현한 ‘목표제시형’ 급훈도 학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3 교실의 경우 재수(再修)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재수없는 반’,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에 진학하자는 뜻으로 ‘2호선을 타자’,‘빡세게!’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다소 위협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옆사람 깨워라’,‘쉿!’,‘엄마가 보고 있다.’,‘밥값은 하자’ 등의 ‘협박형’ 급훈도 인기다.이밖에 ‘노력의 열차를 타면 희망의 역에 도착한다’,‘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인생은 언어가 아니다’ 등과 같은 시적인 표현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예전에 급훈으로 자주 사용되던 정직·성실·근면·인내·정숙·충효 등의 단어나 ‘4당5락’(四當五落),‘고진감래’(苦盡甘來),‘초지일관’(初志一貫) 등의 교훈적인 사자성어와는 사뭇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송모(16·서울 관악구 신림동)군은 “모든 학생들에게 막연히 모범생이 되기를 강조하는 급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급훈으로는 훈계조의 내용보다 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S여고 이모(25·여) 교사도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급훈에 대해 다소 천박하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하지만,관념적·추상적 단어를 사용한 박제화된 급훈보다는 오히려 낫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한 급훈인 만큼 학생들의 실천을 이끌어내는데도 유리하다.”며 지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서울탱고] 동물원의 ‘혜화동’

    명절이면 실향민들은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린다.못 견디게 가고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런 식으로나마 달랜다.하지만 이들보다 사정이 더 딱한 사람들도 있다.아예 고향이 사라져 망향 대상조차 없어진 불쌍한 도시인들이 그들이다.이들은 집값이나 교육여건에 따라 유목민들처럼 도시 여기저기를 떠돈다.재개발 물결로 유년시절의 놀이터는 온데간데 없다.고향이란 단어가 등장하면 ‘심정적인 고아’가 된다. 그러나 간혹 이들이 고향의 흔적을 느낄 때도 있다.놀이터에서 구슬치기와 딱지 따먹기를 함께 하며 뒹굴던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다.뿔뿔이 흩어져 제각각 살다가 오랜만에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을 때다.모처럼 깊은 얘기를 털어놓고 지난 시절을 추억한다.그러다 누군가가 유학을 간다며 한마디 툭 던지면 회자정리(會者定離)란 사자성어가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언젠가 돌아오는 날 활짝 웃으며 만나자 하네.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초등학교 동창들의 어렴풋한 기억 ‘투잡스’의 전형인 동물원(www.ezoo.or.kr)은 정신과 의사 김창기씨를 비롯,5명이 멤버다.평소에는 서로 다른 본업에 열중하다 틈을 내서 음반을 한 장씩 낸다.‘주경야음’(晝耕夜音)하는 이들은 1987년 ‘거리에서’로 첫선을 보인 뒤 9집까지 낸 장수그룹이다.고(故) 김광석씨도 동물원 출신이다. “87년인가,친구 하나가 갑자기 유학을 떠난다고 하더군요.가장 순수했을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라 그때의 감정을 섞어 아쉬운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죠.” ‘혜화동’을 직접 쓰고 부른 김창기씨는 혜화초등학교를 졸업했다.아버지 직장을 따라 호주로 떠나기 전인 초등학교 6학년까지 혜화동에서 살았다.눈이 내리면 혜화동 언덕에서 썰매를 타거나 형제들과 함께 언덕 위에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곤 했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인터넷 덕분에 40줄 가까이 돼서야 만났어요.세월 탓인지 다들 많이 변했더라고요.치맛바람을 타고 공부깨나 하던 애들은 별볼일 없어지고,오히려 가난했던 친구들은 근사하게 바뀌고….” 그는 혜화동에서 나온 뒤 연극이나 술 마시려고 동숭동에는 가봤지만 웬일인지 혜화동 쪽으로는 발길이 닿지 않았다.지하철4호선 혜화역 덕에 일반인들은 동숭동까지 포함,혜화동의 범위를 실제보다 넓게 보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 시절의 혜화동이 동숭동과는 구별된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찾으면 크게 느껴졌던 운동장이 별로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변한 혜화동을 찾으면 마음의 고향이 깨질 것 같아서요….” ●세 빛깔 어우러진 혜화동 지하철4호선 덕분에 동숭동 일부를 포함해서 생각되는 혜화동에는 세 가지가 엉켜있다.성직자와 수사들의 궤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톨릭대 성심교정과 1958년 근대 교회건물을 처음 드러낸 혜화동성당.이제는 의대만 남았지만 방송통신대에 일부 존재하는 서울대 문리대의 발자국.런던의 웨스트 엔드처럼 연극을 골라 즐길 수 있는 소극장들의 천국도 문화동네 혜화동을 상징한다.굳이 파리의 몽마르트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동사거리에 이르는 1.1㎞의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해방구다.주말에는 차량통행을 막아 ‘차 없는 거리’에서 젊은이들의 공연이 넘쳐난다.마로니에공원 한 가운데는 1929년 4월5일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당시 심은 마로니에나무가 서있다.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가기 전까지 경성제대 터는 상아탑의 낭만이 서려 있었다. 이태수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60년대 문리대생이 음악을 들으며 토론하던 ‘학림다방’과 중국음식점 ‘진아춘’을 모르면 간첩”이라면서 “진아춘의 주인이 지금은 교수나 장관이 된 학생들이 음식값 대신 맡긴 시계를 전시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로에는 소극장 50여곳과 카페 500여곳이 밀집돼 있다.낭만적 분위기보다는 다소 상업적인 모습을 갖춘 지 오래다.서점 자리를 단란주점이 꿰차는 등 지성인의 거리라는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하지만 마로니에공원과 동숭아트센터 앞에선 지금도 주말마다 각종 공연과 뮤지컬,마임,코미디 등이 펼쳐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배우 박시윤(30)씨는 “80년대 젊은이들의 풍류마당과 막걸리 문화로 상징되던 대학로에 90년대에는 폭주족의 굉음과 힙합댄스 열풍이 불기도 했다.”면서 “이제 대학로는 여러 문화가 뒤엉킨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학로 뒤편 산등성이로 올라가면 젊은 신학도들의 요람인 가톨릭대와 혜화동성당이 눈에 들어온다.성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라 도시의 번잡스러움을 잠시 잊고 산책하기에 일품이다.중세 수도사들의 옷을 입은 젊은 수사들도 더러 눈에 띈다.김수환 추기경은 여기서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린다.민속자료로 지정된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고택과 하비에르 국제학교도 자리하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
  • [서울광장]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

    요사이 정치인들은 죽을 맛일 거다.겉으로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바늘방석 같을 것이고,안으로는 도대체 물러나야 할지 말지 몰라 답답할 노릇일 거다.왜 그런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최근 시민들 대다수가 “정치인들을 싹 갈아치웠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지금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정말 답답한 것일까.차떼기로 뭉칫돈을 나르고,깨끗한 이미지로 당선됐다는 대통령의 측근들이 온통 감옥에 갔는데도 그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가는 족족 영어의 몸으로 전락한다.경제는 엉망진창이고,살아있는 기업 총수는 물론 죽었다던 기업 총수까지 불법 비자금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국민들이 믿고 기대야 할 곳은 나라살림을 이끌어 가는 정치와 경제,그 지도층일 것이다.그런데 이들 지도층이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면 답답한 노릇이다.희망이 없다.그래서 모두 싹 갈아치웠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교수들이 한 해의 사회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꼽았다.다음 순으로는 ‘점입가경’ ‘이전투구’ ‘지리멸렬’ ‘아수라장’이었다.교수라는 지식인 그룹조차 우리 정치와 사회상을 더 이상 비유할 단어가 없을 정도의 웃음거리로 생각하는지 섬뜩할 뿐이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을 것이다.다소 희망도 보이는 것 같다.한나라당의 오세훈 의원 등 20명이 넘는 의원들이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열린우리당의 설송웅 의원과 민주당의 장태완 의원도 가세했다.떠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른다는 데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설송웅 의원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쉼없이 굴러가는데도 아직도 팔을 벌려 앞을 막아서는 사마귀를 보는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기도 했다.남은 사람들은 적어도 시대의 흐름도 모르는 사마귀이거나,사마귀 비슷한 부류로 전락할 것 같지 않은가.스스로 사마귀라고 느끼든,아니라고 느끼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다만 사마귀라고 느낀다면 물러날 것이고,사마귀가 아니라면 앞으로 사마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게 변화이고,그나마 정치권을 바라보는 희망일 것이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고사성어를 하나 제시했다.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직원들에게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예로 들며 분발을 촉구했다고 한다.우공이산이란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90세에 가까운 우공이란 사람이 산이 가로막혀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로 했다.흙을 운반하는 데 한 번 왕복에 1년이나 걸렸다.이것을 본 친구가 웃으며 만류하자 우공이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재신임이니,10분의1이니 하는 충격 발언으로 분란만 부추기던 대통령이 모처럼 듬직한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거의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써 ‘우공이산’과 ‘당랑거철’의 교훈을 실천하는 것이다.우공이 망태기로 흙을 나르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그래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격세지감(隔世之感)’ ‘고진감래(苦盡甘來)’ ‘전화위복(轉禍爲福)’과 같은 사자성어들이 불쑥 솟아났으면 좋겠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이경형 칼럼] ‘盧마임’ 보고 싶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무언극은 일반 연극과는 다른 감흥을 준다.지난주 서울 홍익대 앞 소극장에서 열린 ‘한국 마임 2003’시리즈 가운데 일부 공연을 관람하면서 새삼 느꼈다. 마이미스트들은 페로몬이라는 냄새와 더듬이로 서로 소통하는 개미 세계를 관객들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었고,추위와 더위에 반응하는 두 사람의 일상적인 몸짓으로 “가는 정이 고와야 오는 정이 곱다.”라는 인간관계를 익살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뒤풀이에서 만난 출연자는 마임 연기가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몸짓은 사람마다 정의(定義)가 다를 수 있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원초적인 표현을 하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을 더 살 수 있다.”고 부연했다.문득 말보다 더 진실한 것이 몸짓이고,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해인사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전격 방문해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 터널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불교계의 협조를 얻어냈다.작년 대선 때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을 되물리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이긴 하지만,오랜만에 접하는 행동하는 노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구차한 변명 없이 잘못된 공약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애로를 터놓고 얘기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세모에 되돌아보는 대통령의 그동안 국정 수행 행태는 너무 말이 많았고,그것도 모호한 말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오죽했으면 전국 대학교수 등 칼럼니스트들이 올해 한국의 정치·사회·경제를 가장 잘 정리할 수 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꼽았겠는가. 최근 노 대통령의 ‘10분의1’발언만 해도 대통령 자신의 화법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잘 보여주었다.“대선 때 우리가 쓴 불법 자금의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1만 되어도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해 ‘독립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이어 며칠 뒤 “합법 불법 다 털어도 350억∼400억원 미만”이라고 말함으로써 ‘10분의1’논란을 다시 증폭시켰고 청와대는 정당활동비를 포함한 숫자라며 불끄기에 바빴다.대통령의 ‘10분의1’발언도 4당 대표 회동 당시 대화의 전후 흐름을 보면,야당의 불법자금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강조 화법에서 나온 듯하다.꼭 10%라는 숫자적 한계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다짐해 ‘실언’이 ‘대국민 선언’처럼 돼버렸다. ‘대통령 자리’는 강조 화법에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다.5000만 민생을 좌우하고,수십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엄청난 무게의 단어다.자칫 헌정의 중단까지 불러올 수 있는 특별한 단어다. 그렇다면 온 나라가 10% 숫자에 매달려 마음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이럴 때 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여 줄 해법은 ‘사패산 터널공사 재개’ 방식이라고 본다.검찰 수사에 개의치 말고 ‘10분의1’이라는 표현은 야당의 불법자금 규모에 비해 노 캠프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는 의미,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해명하면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고 한 적이 있다.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 사건이 드러난 후에는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마임 붐이 일고 있는 것은 말 없이도 관객과 깊이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대통령직 사퇴’와 같은 예측불허의 엽기적인 ‘노(盧) 화법’은 금년으로 마감해야 한다.새해에는 노 대통령이 과묵하지만 행동으로 ‘관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정치 마이미스트가 됐으면 한다. 편집제작 이사 khlee@
  • 올해의 사자성어 右往左往

    올 한 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이 뽑혔다. 교수신문은 신문에 자주 칼럼을 쓰는 교수 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6%가 ‘우왕좌왕’을 꼽았다고 19일 밝혔다. 이어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도 오히려 정쟁만 일삼고,경제는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점입가경(漸入佳境),이전투구(泥田鬪狗),지리멸렬(支離滅裂),아수라장(阿修羅場) 등이 2∼5위에 올랐다. 이유종기자 bell@
  • [길섶에서] 목마른 사랑

    ‘격화소양’(隔靴搔痒)-신을 신은 위로 가려운 데를 긁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온 몸이 뒤틀리도록 가려운데 그냥 가죽 위를 문지르니 얼마나 답답할까.이는 어떤 일을 애써 하기는 하는데 성에 차지 않거나,또는 정곡을 찌르지 않고 에두르는 비겁한 행태를 비웃을 때 쓰인다.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검은 예복의 신랑과 흰 드레스를 길게 늘어뜨린 신부가 사스방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맞춤을 하는 사진이 얼마전 신문에 일제히 실렸다.‘격면구접문’(隔面口接吻)이라고 할까.신혼의 사랑과 열정도 사스의 공포와 충격 앞에 그만 고개를 숙인 셈이다.마스크와 마스크의 입맞춤에서 묘한 애처로움과 안쓰러움이 느껴졌다.나아가 사스로 인해 중국인들이 겪고 있을 공포와 불편이 짐작됐다. 봄날 수만가지의 걸림돌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해 애태우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사랑이란 본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라고.구두를 신고 가려운 데를 긁듯,마스크를 쓴 채 키스를 하듯 늘 무엇인가 모자라는 게 바로 사랑인가 싶다. 김인철논설위원
  • [씨줄날줄] ‘도로 민주당’

    한자어 徒勞(도로)는 웬만한 사람에게는 생경한 단어다.여기에서 徒는 ‘무리’가 아닌 ‘헛되다’라는 뜻이다.따라서 徒勞의 의미는 ‘헛되이 수고함’이다. 사자성어 徒勞無益(도로무익·헛되이 수고만 하고 보람은 없다)의 유래가 재미있다.옛날 젊은 중이 아리따운 처녀를 보고 가슴앓이를 하던 끝에 청혼을 했다.처녀는 10년동안 한방에서 동거하되 손도 잡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면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중은 수도하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다.드디어 내일이면 10년이 되는 날 밤,마음이 들뜬 중은 부지불식간에 처녀의 손을 잡았다.깜짝 놀란 처녀는 갑자기 파랑새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10년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여기에서 徒勞無益과 더불어 ‘10년 공부 徒勞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생겨 났다고 한다. 徒勞는 따라서 우리말의 부사어 ‘도로’와 뉘앙스는 비슷하다.국어사전에는 부사어 ‘도로’를 ‘먼저대로’‘되돌아서서’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바다생선 도루묵은 본래 ‘도로묵’이었다고 한다.임진왜란 때 선조대왕이 “도로(먼저대로) 묵으로 부르도록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도로묵’이 되었다는 속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신당을 추진 중인 민주당 신주류의 한 의원이 “도로 민주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나돌기 시작했다.‘무늬만 신당’이라는 소리는 안 듣겠다는 뜻일 것이다.이를 위해 ‘DJ당’의 색채를 걷어낸다는 것이 신주류의 생각이다. 하지만 반격이 만만치 않다.방미 중인 한화갑 전 대표는 신주류의 신당창당 구상이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신당추진이 “패거리 정치이자 당권싸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한 전 대표의 당내 위상으로 미루어 그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신당창당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평가받고 있다.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신당이 정치 구매자이고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기호와 기대에 맞추기만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신당이 자중지란 속에 도루묵의 처지로전락한다면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김명서 논설위원
  • [씨줄날줄]안하무인

    만약 조직에서 한 사람이 남이야 어찌 되든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한마디로 ‘왕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이 때문에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선인(先人)들은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방자한 태도를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로 경계했다. 제갈공명이 조조를 가벼이 본 것은 조조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허황된 공명심과 탐욕을 간파했기 때문이다.로마 공화정 말기의 최고 관직인 콘솔(집정관)에 오른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가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다가 공화정 옹호파인 브루투스와 롱기누스에게 살해된 것은 1인 지배에 따른 오만과 오해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근자에 와서도 정치 깡패를 등에 업고 ‘부부통령’으로 호가호위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경호책임자 곽영주 역시 월권과 독선을 일삼다가 4·19 혁명 때 ‘발포 책임자’로 지목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그는 대법원 판결에서징역 3년을 언도받았으나 훗날 제정된 소급입법의 적용을 받아 다시 사형이선고됐다.안하무인이었던 그의 태도가 재심의 빌미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또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을 불러온 10·26사건도 차지철 경호실장의 ‘방약무인’(傍若無人)했던 태도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이런 탓에 인력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면접시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로 안하무인을 꼽는다.면접관들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준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국제 사회를 가장 잘 묘사한 사자성어로 ‘안하무인’을 선정했다고 한다.‘텍사스 카우보이’ 부시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일방주의식 외교 행태를 빗댄 말로 볼 수 있다.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 이후 전국적으로확산되고 있는 촛불 시위에서도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이같은 정서가깔려 있다.지난해 뉴욕을 강타한 9·11테러도 따지고 보면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차’‘포’를 휘두르며 독주하다가 ‘졸’에게 외통수를 당했다는 인식이 아랍권에서 광범위한 동의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니즘’의 기본 철학인 ‘잘된 것은내 탓’,‘잘못된 것은 네 탓’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미국의 안하무인이 언제쯤 타협과 공존으로 바뀌게 될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北대표단 누구/ 김령성단장 ‘떠오르는 남한통’

    12일부터 2박3일 동안 열리는 제 7차 남북장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은 김령성 단장,조성발·최성익·김춘근·김만길 대표로 꾸려졌다.김춘근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북 대화채널을 통해 낯익은 인사들이다. 지난해 9월 제 5차 회담때부터 단장을 맡은 김령성 내각책임참사는 이미 2000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때 ‘천리 먼 곳도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의 북한 사자성어 ‘천리비린(千里比隣)’으로 남북대화를 강조해 유명해졌다.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당국 및 민간교류에 자취를 남긴 ‘떠오르는 남북 대화통’이다. 특히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 김 단장은 서로 잘알고 있는 사이인데다 논리적이면서도 유연한 사고와 달변 등 공통점이 많다.이런 친분과 공통점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성익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2000년 7월 남북 장관급회담이시작된 뒤 한번도 빠짐없이 대표로 나섰다.지난 89년부터 대남 협상 전면에 나선 최부장은 99년 중국 베이징(北京) 차관급 회담과 2000년 4월 정상회담 준비접촉 때 북측 대표로 나선 바 있다. 조성발 내각 사무국 참사와 김만길 문화성 국장은 지난 5차 회담 때부터 대표로 나섰다.모두 남측 학자들과의 학술교류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남북회담에 얼굴을 내민 김춘근 대표는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전담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서기장으로 5,6차 회담 대표인 허수림민경련 총사장 겸 무역성 처장을 대신해 경추위 개최 일정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박록삼기자
  • 9·11테러 참사 ‘萬國胸痛’

    [도쿄 연합] 일본 스미토모(住友)생명보험이 일반인들을대상으로 올 한해를 상징할 수 있는 창작 사자성어를 공모,그 결과를 14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은 ‘모든 나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는 뜻의 ‘만국흉통(萬國胸痛)’이라는 사자성어에 담겼다. 또 테러참사 이후 잇따라 발생한 탄저균 공포는 ‘근심스런 우편 가루’라는 의미의 ‘우편분포(憂便粉包)’로 표현됐다. 마사코(雅子) 황태자비의 공주출산은 ‘황실에 기쁨이 도래했다’는 의미의 ‘황희도래(皇喜到來)’라는 조어로 탄생했으나,장기불황의 한파는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에서퇴출당했다’는 뜻의 ‘심침퇴사(心沈退社)’라는 성어에반영됐다.
  • 北단장 김령성 내각책임참사

    오는 15일 열리는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나설 남북 대표단 명단이 13일 교환됐다.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 판문점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 명단과 신변안전보장각서 등부속서류를 주고 받았다. 북측 대표단 단장은 지난 1∼4차 장관급회담 단장인 전금진(全琴鎭) 내각책임참사 대신 김령성 내각책임참사가 맡았다.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의 북측 단장이었던김령성은 당시 수려한 외모와 사자성어를 섞어가며 빼어난말솜씨를 과시해 ‘남측 대표가 아니냐'는 말을 들었을 만큼 유연한 성품에다 실무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다. 99년 베이징 남북 해외학자 학술회의 북측대표를 맡았던조성발과 최성익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부장, 허수림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총사장, 김만길 조평통 참사등도 북측 회담대표로 서울에 온다. 이중 최성익 부장은 1차 회담부터,허수림 총사장은 3차 회담부터 참여했다.조성발은 김일성종합대 철학과 교수로,주체사상에 밝은 이론가로 알려졌다.김만길 참사는 92년 남북화해공동위 위원을지냈으며,4차 회담 대표인 량태현 내각사무국 과장보다 고위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은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차관, 윤형규(尹逈奎) 문화관광부차관,이봉조(李鳳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서영교(徐永敎)통일부 국장이 참여한다. 1차 회담부터 참여해온 서 국장을 제외하곤 모두가 처음으로 회담 대표로 나선다. 진경호기자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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