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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리진영 대해부] 외교·안보분야 보좌진

    [케리진영 대해부] 외교·안보분야 보좌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민주당 존 케리 대통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의 주변에는 각 분야의 정책 조언자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케리 후보의 선거캠프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난달에만 1000명 가까운 ‘브레인’이 추가로 합류해 내부 교통정리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현재 케리 캠프에는 ▲이라크전 ▲테러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군 전력 강화 ▲대체에너지 개발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별로 27개의 대외정책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케리 후보의 주요 외교·안보 분야 조언자들 가운데는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한반도 정책을 다뤘던 이른바 ‘지한파(知韓派)’ 인사들이 많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 조정관 등이 대표적이다.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클린턴 정부 말기에 북한의 핵 포기와 수교 등을 포괄적으로 타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인물이다.페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정부의 단계적 대북정책의 기틀을 잡은 ‘페리 보고서’의 작성자이다.셔먼 전 조정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케리 후보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이들은 미국이 6자회담과 함께 북한과의 양자회담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에 전술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과 함께 리처드 홀부르크 전 유엔대사,조지프 바이든·조지 미첼 상원의원,랜드 비어스 전 대 테러 조정관 등이 케리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고위직을 차지할 인사로 손꼽힌다. 홀부르크 전 대사는 케리의 신임이 컸던 새뮤얼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9·11과 관련한 문서를 절취했던 사건으로 물러남에 따라 유력한 국무부장관 후보로 거명된다.비어스 전 조정관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대 테러 조정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5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임한 뒤 케리 캠프에 합류,외교안보 분야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임스 루빈 전 국무부 대변인,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론 아스머스 전 유럽담당 차관보,애시턴 카터 전 국방 차관보,리 파인스타인 전 국무부 정책기획 부국장,그리고 클린턴 행정부 국가안보회의 관료 출신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현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과 아이보 달더 선임연구원 등이 케리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임무를 맡고 있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로서 현재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학장인 조지프 나이 박사도 이달 학장직에서 은퇴하면 케리 진영에 합류할 예정이다.나이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면서 ▲동아시아에 10만 병력 유지 ▲통일 이후의 한반도에도 미군 주둔 등을 골자로 하는 ‘나이 이니셔티브’를 작성했던 인물이다.그가 행정부에 다시 들어갈 경우 부시 정부가 추진해온 해외주둔 미군 재편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 안보 쪽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이 있고,지난해 봄 이라크 전쟁 문제로 국방부와 불화한 뒤 현직에서 사실상 쫓겨난 존 샬리카쉬빌리 장군도 캠프에 합류해 있다. 케리 캠프의 외교·안보팀은 국무부 인사 중심이어서 내년에 민주당 정부가 탄생할 경우 국방부보다 협상을 우선시하는 국무부 위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국제플러스] 하시모토 前총리 파벌회장 사임

    |도쿄 이춘규특파원|하시모토 류타로(67) 전 일본 총리가 일본치과의사연맹에서 받은 정치헌금 1억엔(약 10억원)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30일 파벌총회에서 파벌회장을 사임했다. 파벌에서도 탈퇴했다.또 차기 중의원선거에는 지역구 출마포기를 밝혔다.다만 “비례대표로 더 일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를 계속할 의지를 내비쳤다.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날 하시모토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도쿄지검에 고발,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 [사설] 軍, 신뢰회복이 과제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어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의 교신 보고누락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조 장관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이번 사건으로 해군작전사령관 등 관련자들이 경고를 받고 합참 정보본부장이 전역을 한 마당에 국방장관이 자리를 계속 유지하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어쨌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고 누락을 둘러싸고 빚어진 청와대 - 군 - 정치권 간 혼란은 조 장관의 사임으로 일단락돼야 한다.무엇보다 군 지휘계통을 정상화시키고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그런 점에서 모두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군은 보고 체계상 드러난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수술을 해야 한다.정확한 보고는 군의 생명이다.그래야만 작전을 펼 수 있고,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정보와 작전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군은 이번 일을 교훈삼아 완벽한 작전대비태세를 다져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도 이번 사건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사건 초기 그렇게 요란을 떨지 않았더라면 조용히 해결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대통령까지 두어차례 지시하면서 사태가 커진 게 사실이다.여기에 여야 정치권도 가세해 정쟁으로 치닫다 보니 군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성급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특히 안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우리 군 내부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 자체가 안보에 허점으로 작용한다.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새 장관은 군의 신뢰회복과 함께 기강확립에 나서야 한다.이번 보고누락 사건도 결국 기강이 해이해진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적이면서 포용력 있는 인물이 국방장관에 임명돼야 한다.개혁성이 뛰어나고,리더십이 있으면 굳이 군 출신이 아니더라도 좋다고 본다.물론 군 출신 가운데 이를 구비한 사람이 있으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 [하프타임] 클린스만, 독일대표팀 새사령탑에

    90년대를 풍미한 독일 축구스타 위르겐 클린스만(39)이 27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루디 푀일러 전 독일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6독일월드컵까지 ‘전차군단’을 이끌기로 독일축구협회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독일 축구 사상 최연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클린스만은 독일 간판스타 출신인 올리버 비어호프를 코치로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 대구시립무용단 떠나 독일로 무대 옮기는 안은미

    현대무용가 안은미(41)씨가 23일 대구시립무용단장직을 사임하고,26일 독일로 출국한다. ‘도발과 파격’의 무용가로 알려진 안씨가 대구시립무용단장직을 맡은 건 3년여전.임기는 12월까지이지만 안씨는 “이 정도면 묵직한 무게를 남겼다.”면서 “공직에 묶여 있기에는 아직 젊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며 사임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부터 독일을 오가며 작업을 해온 안씨는 피나 바우슈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VTS(Volkwang Tanz Studio)에서 ‘플리즈‘ 시리즈의 하나로 ‘플리즈 홀드 마이 핸드’를 안무한 바 있다.이번 출국과 함께 오는 10월 에센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피나 바우슈 페스티벌’의 공연을 시작으로 독일과 유럽 등지에서 본격적인 ‘안은미 무용단’으로 활동할 예정이다.10월22일부터는 서울공연예술제에서 신작 ‘레츠 고’도 선보인다. 독일을 주 활동지로 정한 데 대해서는 “통일 이후 독일에서 뭔가 해보려는 기운이 있어서 선택했다.”면서 “동양에 대한 기존의 환상을 깨부수고 우리만의 역동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장·차관님 처신-업무처리는 이렇게”

    ‘장·차관님 처신과 업무 처리는 이렇게 하세요.’ 정부가 민간인 출신 장·차관들이 취임 초기에 성공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올바른 처신을 하도록 돕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공직 경험이 없는 민간인 출신의 장·차관들이 이따금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낙마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 이런 불상사를 줄이고 초기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중앙인사위원회는 23일 “각 부처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장관과 차관 등 고위 공직자로 민간부문의 다양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임용 초기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민간인 출신 고위공직자의 성공적 공직 적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사위는 지난 5월 한국방송통신대 윤태범(행정학)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맡겼다.책자는 8월 초쯤 나온다.앞으로 신임 정무직 공무원의 연찬회 자료로 활용하고,민간인 출신 정무직 공무원에겐 ‘공직수행 지침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인사위 관계자는 “차관의 경우 공직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많지만,장관급의 경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면서 “공직생활을 처음 경험하는 분들에겐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에는 우선 장관으로서 수행해야할 기본적인 직무의 특색을 소개한다.부처의 주요 정책과제,조직과 인사관리,정치권과의 관계,언론 대응요령,청탁배제방법 등 직무수행 과정에 생길 수 있는 여러 현안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담는다. 신변과 일상생활 관리법도 알려줘 재직시 불필요한 구설수를 줄이도록 할 예정이다.장관들 가운데 성공·실패 케이스를 담아 거울로 삼게 하고,‘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과거 S씨는 해외출장 중 여행경비를 받은 게 문제가 돼 사임했고,Y씨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가 낙마하는 등 최근 몇년 사이에 처신문제로 공직을 떠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신임 장·차관들의 공직적응 지침서로 활용되겠지만,장기적으로는 장·차관 등으로 진입을 희망하는 분들의 수신(修身)용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이헌재·與386 갈등 봉합국면

    이헌재 부총리와 ‘386세력’이 다음달 11일 만난다.열린우리당 386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의정활동연구센터’의 창립대회에서,이 부총리가 30분간 강연을 맡기로 한 것.‘386세력의 이헌재 흔들기’설이 제기되면서 긴장이 고조됐던 양측의 관계는 이를 계기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다만 “앞으로도 386들에게 충고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던 이 부총리가 진심어린 쓴소리를 다시 뱉을지 주목된다. ●386 내민 손,이 부총리 잡아 이 부총리와 386간의 만남은 386 대표격인 이광재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이 의원측은 지난 22일 이 부총리에게 ‘의정활동연구센터 8·11 창립대회’ 강연을 요청했고,이 부총리가 수락했다.이 부총리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386의원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 강연 의사를 굳혔음을 밝혔다.이 의원측은 “하시고 싶은 얘기를 모두 하라.”며 강연주제를 백지위임했다.이 부총리가 새벽녘까지 뒤척이다가 찾아냈다는 ‘경제하는 마음(이코노믹 마인드),경제하는 법(마켓 프린시플)’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예의 격한 표현은 없을 듯싶다.이 부총리는 “30∼40대라고 했지,386이라고 지칭한 적 없다.”며 애써 대립각을 누그러뜨렸다. ●시장경제 사수론은 반어법 이 부총리는 ‘시장경제 사수론’ 발언과 관련해서도 “시장경제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강조하기 위해 반어법을 쓴 것인데 (시장경제 하기 힘들다는 식의)부정적 의미로 전달됐다.”고 해명했다.어찌됐든 사임설이 나올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던 최근의 갈등사태는 ‘언론 탓’이라는 결론 속에 봉합 절차를 밟고 있다.그렇더라도 ‘시장을 볼모로 신중치 못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 앞에,이 부총리가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를 의식했음인지 이 부총리는 경제현안들도 꼼꼼히 챙겼다.“좋지 않은 경기상황을 감안해 세무조사를 자제하겠다.”고 했다. 올해 1000억∼2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무행정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세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세율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확전? 봉합? 이헌재 부총리 입 ‘시선집중’

    ‘확전이냐,봉합이냐.’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3일 기자들을 상대로 정례 주간브리핑을 갖는다.당초 22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돌연 취소했다가 기자단의 거센 항의에 따라 다시 열기로 한 것이다.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어떤 형태로든 최근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장경제 사수론’ ‘386 역할론’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여권 386세대 등과의 갈등이 커질지,봉합될지 고비가 될 전망이다.당·정·청은 물론 재계가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이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민은행 자문료’ 파문이 불거진 이후 국무회의·경제장관간담회 등 공식행사 외에는 모든 외부일정을 취소한 채 ‘잠행’에 들어갔다.그러다 ‘사임설’이 불거지자 입을 열었다.서울 한남동 자택을 찾아온 일부 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여권의 주요 경제정책과 386세대 등을 겨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뱉어냈다.노골적으로 특정세력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자 일각에서는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노심’(盧心)을 확인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왔다.배경이야 어찌됐든 이 부총리의 노골적 공격에 여권은 여권대로 발끈했다. 그러나 더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여권이나 이 부총리 모두 이렇다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이 부총리의 ‘진의’를 확인하는 청와대쪽의 움직임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해외투자자들이 참여정부의 ‘좌향좌’ 성향을 의심하고 있는 마당에,이 부총리가 낙마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라면서 “서로가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어 갈등이 봉합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美민주당 전당대회 거물급 총출동

    |워싱턴 백문일특파원|26일부터 나흘간 보스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테마별 행사’로 진행된다.공화당은 보스턴 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치밀한 ‘맞불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8월 말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달구기 위한 ‘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그러나 미 유권자들의 3분의 2는 양측의 전당대회에 테러가 있을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자칫 스페인 선거에서처럼 미 대선정국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테마별 행사’ 로 케리 이미지 부각 대회를 기획한 TV 연출자 돈 미셔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역대 전당대회처럼 연설 중간에 밴드 공연이나 댄스가 펼쳐지고 연예인들의 쇼와 재미있는 영화가 선보일 예정이다.그러나 부시 진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역풍’을 감안,자제하기로 했다.대신 당원들의 단합을 고취하기 위해 매일 ‘테마’를 정해 단계적으로 케리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첫날인 26일은 ‘미국의 미래를 위한 케리-에드워즈의 플랜’으로 정했다.첫 연사는 케리 후보의 베트남 전우인 데이비드 앨스톤으로 했다.지미 카터·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상원의원,앨 고어 전 부통령이 뒤따른다.27일에는 ‘힘과 봉사의 여생’이란 주제로 후보들의 역정을 조명한다.톰 대슐 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딕 게파트 하원의원·캐롤 모슬리 브라운 상원의원 등 예비선거 당시의 경쟁자들이 나선다.‘깜짝 연사’로 로널드 레이건의 아들인 론 레이건이 출현한다. 사흘째인 28일은 ‘더 강력하고 안전한 미국’이라는 주제로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 부부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알 샤프턴 목사 등이 나온다.마지막날인 29일은 ‘국내에서는 더 강하고,국제사회에서는 존경을’로 주제를 정했다.케리의 주특기인 외교·안보 분야를 강조한다.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 등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케리 의원이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다. ●케리 바람 잠재우기에 나서는 공화당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집권 2기를 위한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지금까지 부시 진영은 대테러 전쟁에서 대통령의 지도력을 강조했으나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며 외교·안보·경제·의료 등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케리가 후보수락 연설을 할 29일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보스턴에 보낸다.줄리아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케리가 대테러전에 찬성하고도 870억달러의 전비지원에는 반대하는 등 상원 활동에 일관성이 없음을 상기시킬 계획이다.케리의 안보 보좌관을 맡았다 사임한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샌디 버거의 국가기밀 절취사건은 공화당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됐다.부시 진영은 버거가 취득한 국가기밀로 케리 진영이 어떤 이득을 봤는지 밝히라고 연일 공세를 퍼부었다. 한편 뉴욕 마리스트 대학의 여론연구소가 12∼15일 938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 결과 응답자의 65%와 66%가 민주·공화 양당의 각 전당대회에 테러의 가능성을 우려했다.25%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11월 대선 직전의 테러 가능성에도 3분의2가 수긍했다. mip@seoul.co.kr
  • 버거, 케리 보좌관직 사임

    샌디 버거 전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존 케리 상원의원의 고위 보좌관직을 20일 사임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버거의 사임은 그가 지난해 국가기록보관소에서 클린턴 정부 시절의 테러대책관련 문서를 보면서 일부 자료들을 절취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뒤 일어났다. 버거는 이 사실이 공개된 뒤 공화당 지도자들로부터 국가안보를 침해하고 비밀문서를 케리 진영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조사위원회의 보고서로부터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버거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고 공격하는 등 버거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버거는 지난 수개월간 케리 의원의 외교안보부문 비공식 보좌관으로 일해왔다. 그의 사임은 부시 행정부를 비판한 9·11위원회의 보고서 발표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케리 진영의 기대에 차질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연합
  • 현대·기아차 ‘국내영업 사령탑’ 전격 교체

    현대차그룹은 21일 현대·기아차의 국내 영업라인 ‘사령탑’을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이는 자동차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고 동시에 조직의 ‘세대교체’를 꾀하는 ‘양수겸장’의 인사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이문수(56·판촉사업부장) 전무와 기아차 김만유(56·상용판촉실장)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영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는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 어려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영업본부장으로 승진된 이들 2명은 모두 판매부문에서의 ‘맹장’으로 서로 경쟁을 통해 내수시장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현대차는 또 백효흠 이사를 상무로,유병철 부장(RV판촉팀장),권수덕 부장(영업지원팀장)을 이사대우로 각각 승진시켰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내수부문의 ‘투 톱’체제로 영업수장을 맡았던 현대차 전현찬 부사장과 기아차 김중성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기아차의 김 전 부사장과 함께 국내영업본부내 유재범 영업지원실장과 승용부문 김한수 상무도 같이 사임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뒷다리 잡아서야 시장경제 되겠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대기업체 사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도대체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성토했다.이 사장은 “위기냐,아니냐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경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정치권은 무슨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임위로 만드네 마네로 싸우질 않나,경제부총리 사임설 소동이 벌어지지 않나,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마조마해서 볼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옆자리에 있던 전직 은행장도 “온 나라가 힘을 합쳐 추락하는 경제를 잡아끌어도 모자랄 판에 온갖 음모설이 횡행하는 등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당장 하반기 더블딥(짧은 회복뒤의 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도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임에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한때 사임설에 휩싸였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점차 회의가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 부총리,“일단 앞만 보고 가겠다” 20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과천청사 집무실로 돌아온 이 부총리는 은연중에 자신의 심기를 살피는 재경부 간부들에게 “앞만 보고 일하라.”고 힘주어 말했다.각종 현안들도 여느 때보다 더 의욕적이고 강도높게 챙겼다.“예상보다 경제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이런 때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기왕에 마련한 정책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던 이 부총리는 요즘 상황이 영 마뜩지 않은 표정이었다.사임설이 제기됐던 지난 19일밤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속내를 내보였다.이 부총리는 “요즘은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이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서야 시장경제가 되겠는가.”라고 한탄했다.이어진 그의 얘기.“3만달러짜리 보석을 프랑스 파리에서 사면 죽일 사람이 된다.그런데 같은 것을 4만달러에 서울에서 사면 더 죽일 사람이 된다.원석 값 6000달러만 나가고 나머지 3만 4000달러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남는데 이런 것을 거부하면 계속 가난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평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왔던 그는 “너무나 명료한 문제에 온 나라가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며 “해프닝”이라고 단언했다.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서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멀쩡한 사람들이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공직을 떠나야 한다.”며 미래 지향적 정책이 못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공직에서 물러나 20년 가까이)노는 동안 내공이 쌓였다.”던 그는 “이헌재는 ‘파이팅’이 강한 사람이다.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그만둘 때가 되면 그만둔다.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사임설을 재차 강하게 부인했다.“정책이나 현실을 보는 눈은 서로 다를 수 있다.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존중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도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얘기다. ●“386세대에 쓴소리는 분발하라는 뜻” 부총리 취임 초기부터 나돌았던 ‘386세대와의 경제철학(코드) 차이설’을 의식했음인지,이 부총리는 최근 집권여당 보좌관 출신의 ‘386’을 정책보좌관으로 영입키로 했다.관계 개선의 시도가 엿보인다.그러면서도 이 부총리는 386세대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인간은 30∼40대에 생산성이 급속도로 올라간다.얼마전 386세대가 경제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얘기한 것도 국가를 짊어질 주축세력이 분발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그 정도의 얘기도 솔직하게 못하는가.앞으로도 이런 점은 계속 지적할 생각이다.이라크 파병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는 돈을 벌어오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자원했다.그런데 지금은 이라크 파병이 (386세대에 의해)매도당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386세대에게 전할 메시지를 밤새도록 고심하다가 ‘경제하는 법,경제하는 마음’으로 정리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사임설의 단초를 제공했던 ‘국민은행 자문료 파문’과 관련,“정보를 흘린 주체가 금융감독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230개 골프장 조기 허가 추진 재경부는 안팎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정책을 일관성있게 밀고 나간다는 입장이다.다음달 16일께 임시국회가 열리면 각종 개정법안들을 신속히 상정해 시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지다.당장 골프장 인허가를 앞당겨 서비스업부터 활성화시킬 방침이다.이 부총리는 “골프장 하나를 인허가하는데 평균 5년이 걸린다.”면서 “현재 접수된 230건의 골프장 건설 신청건을 4개월 안에 동시에 심사해 허가해주는 방안을 국무조정실과 협의,추진중”이라고 밝혔다.이와 연계해 목포 남쪽에 수십개 골프코스가 들어서는 ‘리조트 경제특구’ 조성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경기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행정수도 이전 ‘政論’ 벗어나야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이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청와대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몇몇 언론이 여론몰이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언론책임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청와대의 국내언론비서관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내용 분석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들 신문의 보도내용은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으며,비일관적이고 특정 정파에 치우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청와대가 ‘왜’ 언론책임론을 제기했는지 그 정확한 배경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여기에는 ‘언론은 힘이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즉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신문들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집중 보도하고 있으며,국민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론의 변화가 신문의 부정적 보도 태도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왜냐하면 이러한 판단을 하려면 언론의 보도내용 분석 결과와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 그리고 정책에 대한 수용자의 평가에 관한 서베이 분석 결과를 종합해서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에 앞서 언론의 보도로 인해 여론이 변화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언론은 특정한 이슈를 강조함으로써 공중의 논제를 결정하며(의제설정 효과,agenda setting),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준이 되는 ‘용어나 개념의 집합’을 결정할 수 있다(점화 효과, priming). 예를 들어,행정수도 이전은 통일과 안보는 물론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적 중대사임에도 불구하고,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심을 노린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적으로 이루어진 입법이므로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한다고 가정하자.이 경우 국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인식하지만(의제설정 효과),정책 추진 주체가 내세우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 해소’와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는 언론이 제기하는 ‘국민의 참여 없는 일방적 추진’을 잣대로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점화 효과). 더구나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한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 3사가 차지하는 중앙일간지 시장점유율은 75.2%로서,응답자 4명 중 3명이 이들 3개지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신문들이 여론 형성 혹은 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다.하지만 이들 매체는 정치적 편파성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며,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청와대가 제기한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라는 문제제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정론’(政論)을 벗어나 ‘정론’(正論)을 지향한다면 언론책임론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것이다.
  • [열린세상] 지금도 늦지 않았다/김민숙 소설가

    뉴스에서 이라크 소식이 빠지는 날이 없다.또 차량 자살 폭탄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 10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단다.그런 와중에 잠시 화면에 나타난 필리핀 외무장관의 조기 철군 발표에 시선이 쏠렸다.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 중이다….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군 51명 중 현재 43명만이 남아 있다.” 바로 며칠 전까지도 조기 철군할 수 없다고 버티던 필리핀이 자국민을 납치한 무장세력의 요구를 수용하고 미국의 철군철회 압력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인질로 잡힌 트럭운전사의 생사는 아직 알 수 없다지만 그는 아마 살아있을 것이다.그렇게 믿고 싶다.물론 필리핀이 단 한명의 인질을 위해 그랬다고 보지는 않는다.이라크에서 일하는 4100명 필리핀 민간인들의 안전을 고려했을 것이다.안경을 낀 델리아 알버트 외무장관의 굳은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우리와 나란히 꼽히는 필리핀이 미국을 외면하고 돌아서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 미국 상임 정보위원회가 과장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결론을 내리고,CIA국장이 사임했다.그런데 곧 영국의 버틀러 위원회 보고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이라크는 전쟁 이전에 배치 가능한 화학 생물 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으며 이를 사용할 계획도 없었다는 것이다.블레어가 주장한 “심각하고 현존하는 위협”은 어디에도 없었고,동네 깡패처럼 거품 물며 부르짖던 부시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사라진 건 테러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뿐이었다. 이 침공의 들러리였던 블레어는 정보를 잘못 사용한 것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지만,부시는 아직도 ‘결과적으로 잘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전쟁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미국경제 때문인지,석유자원을 확보해서 잘한 전쟁인지는 몰라도 이쯤 되면 내가 미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 우리 국민들 중에는 싫어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우방을 내세우고 혈맹을 내세운다.좀더 냉정하게 판단한다며 국익을 내세운다.물론 6·25 때 진 빚이 있다.그 실속이 어떻든 빚은 빚이다.그 시절 유솜(USOM·미 대외원조처)의 악수하는 마크가 그려진 밀가루 포대와 옥수수 떡을 기억한다.미국이 정말 인심 좋은 키다리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가면서 그 인심이 때로 야속하기도 했고,혼자서 배신감에 젖기도 했다.그래도 미국이 지금처럼 품위를 잃고 막무가내로 군 적은 없었다.미국의 대통령 하나가 잘못 뽑히니 세상이 온통 아수라다. 우리가 미국에 빚이 있다면 부시가 아니라 미국민에게 갚아야 한다.미국민의 절반도 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더구나 부시는 이제 곧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골목대장에 불과하다. 스페인이 이미 빠져나갔고,필리핀이 빠져나갔다.터키도 마찬가지다.이제 우리 차례다.김선일씨의 주검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도 시작부터 잘못된 이 전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익 같은 건 이럴 때 챙길 것이 아니다.무슨 이익을 얼마나 얻는지 모르지만 사람 생명을 죽이면서 얻는 이익을 어디다 쓰겠는가.경제가 어려워도 그 정도로 배곯지는 않는다. 우리의 파병이 순전히 이라크의 재건을 돕는 거라고는 우리도 저들도 믿지 않는다.받는 당사자가 싫다는데 왜 굳이 목숨까지 위협 받으며 주겠다는 건가.파병은 전쟁광 부시의 체면 세우기에 도움을 줄 뿐이다.이제 전쟁을 멈추는 일에 우리가 나서자.아직도 늦지 않았다. 김민숙 소설가˝
  • ‘캐스팅보트’ 쥔 공명당 공산·사민당 존립위기

    |도쿄 이춘규특파원|지난해 11월 중의원선거에서 시작된 일본 정계의 자민·민주당 ‘양당 구도’가 11일 치러진 참의원선거에서는 더욱 공고해졌다.이에 따라 공명·공산·사민당 등 군소정당들이 급격히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그나마 공명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위치를 강화하는 반면,공산·사민당의 추락은 끝이 없다. ●자민당, 공명당 의존도 높아져 일본 언론들은 12일 공명당의 존재의미에 대해 “자민당·공명당 의존 심화”라는 표현으로 강조했다.선거에서 패한 자민당이 공명당에 의존하지 않고는 정권유지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명당은 800만가구가 신도인 것으로 알려진 창가학회의 절대적인 지지속에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도 의석을 늘렸다.모두 24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242석)의 10분의1이다. 공명당은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눠 정치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창가학회 회원들이 지인들을 상대로 열렬한 득표활동을 펴도록 했다. 비례대표와 지역구 후보 11명을 당선시키는 견고한 조직력을 과시했다.자민당이 그나마 49석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막판 공명당과 창가학회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자민당의 공명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민주당이 다음 선거까지 국민지지를 높여가면 공명당이 자민당을 등진 뒤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세울 수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간 자키 공명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민당과의 협력의지를 확인하면서도 “국민연금·이라크파병을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자민당에 점잖게 충고했다. ●공산·사민당 당선자 없어 반면 진보적인 공산당과 사민당은 추락이 끝이 없어 보인다.일본 사회의 급격한 보수우경화 바람을 견뎌내지 못하고 선거구에서 두 당이 단 1명의 후보도 당선시키지 못한 채 존립 자체가 의심받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우선 공산당이 지역선거구의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한 것은 1959년 이래 처음이다.비례대표에서 4석을 간신히 건졌지만 교체 대상 의석 15석에서 4석으로 대폭 줄었다.야당 공동추천후보인 오키나와 선거구를 제외하는 전 선거구에서 후보자를 냈지만 전멸한 것이다.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11일 양대 정당화 흐름을 바꿀 수 없었다고 탄식하며 “새 흐름을 만드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위원장직 유지의사를 밝혔다. 사민당은 더욱 초라하다.1989년 선거때 개선 의석에서 제1당을 차지했던 것은 옛 추억이 됐다.후쿠시마 당수를 포함,비례대표만 2석을 확보했지만,당간부의 표정은 비통했다.앞사 작년 중의원선거 참패로 도이 다카코 당수가 사임하는 진통을 겪었었다. taein@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만들어진 전통/에릭 홉스봄 등 지음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격자무늬 천으로 짠 킬트는 사실은 1707년 잉글랜드에 스코틀랜드가 통합된 뒤 잉글랜드인이 발명한 것이다.이집트 태생의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오랜 전통’의 허구성을 지적하며,그것은 대체로 최근에 ‘만들어진’ 것임을 밝힌다.현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과거의 흔적들이라는 것이다.베네딕트 앤더슨이 ‘상상의 공동체’란 개념을 유행시켰듯이 이 책은 ‘만들어진 전통(The Invention of Tradition)’이란 말을 유행시키며 전통에 대한 연구의 촉매 구실을 했다.2만 5000원. ●굿바이 바그다드/하영식 지음 독일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차라투스트라는 기원전 6세기,지금의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태어난 예지디교 예언자였다.또 티그리스 강을 가로지르는 하산키프의 다리와 유적은 고대 쿠르드의 영화를 말해준다.4500만명의 인구를 지닌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인 쿠르드족.그들은 지금 나라 잃은 민족이 돼 터키 정부의 폭압에 시달리고 있다.터키 헌법은 쿠르드어와 문화를 불허함은 물론 쿠르드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중동지역의 분쟁 현장을 취재해온 저자는 쿠르드족의 아픈 역사와 처절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9800원. ●존 콜트레인-재즈,인종차별,그리고 저항/마틴 스미스 지음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곧 음악 속에서 태어난 것을 의미한다.”위대한 트럼펫 연주자 돈 체리가 지적했듯이 흑인 가정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햄릿 출신인 재즈 음악가 존 콜트레인 역시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존 콜트레인은 재즈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테너 색소폰으로 재즈 뮤지션 활동을 시작,소프라노 색소폰을 대중화시키는 등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재즈 음악을 살찌웠다.1950∼60년대 재즈계를 풍미한 존 콜트레인의 마흔한 살의 짧은 삶과 음악세계를 다뤘다.7500원. ●창과 십자가/백인호 지음 프랑스혁명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정치·경제적 접근,사회·문화적 접근,역사적 접근 등.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종교적 접근이다.19세기 프랑스 역사가 미슐레는 “종교혁명을 제외하면 프랑스 혁명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까지 했다.책은 프랑스혁명 직전까지 프랑스 사회를 지배하던 종교가 혁명을 거치면서 왜 그리고 어떻게 갈등을 빚었으며 또 화해에 이르게 됐는가를 살핀다.프랑스혁명 기간,흥분한 민중은 종종 귀족들의 머리를 창에 꽂아 행진하곤 했을 정도였다.프랑스 혁명기 종교사에 관한 본격 연구서.1만 8000원. ●조선의 여성들/박무영 등 지음 자신이 죽어도 다시 장가들지 말라고 남편에게 당당히 요구했던 천부적인 화가 신사임당,술에 취해 방안에 드러누워 사해가 넓음을 시로 읊고 남편에게 거침없이 “나는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으니 당신도 사위의 도리를 다하시오.”라고 일침을 놓은 시인 송덕봉,남편의 멘토로 존경받았던 문인 강정일당….책은 충·효·열이라는 도덕률이 지배한 사회였지만 도도한 영혼을 잃지않고 살아간 조선 여인 14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책은 타자의 시선으로 덧칠된 현모양처의 신화를 말끔히 벗겨낸다.우리가 닮고 싶은 역사 속의 역할모델을 찾을 수 있다.1만 1000원.˝
  • 印尼 메가와티 재선 어려울듯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대통령 직접선거가 5일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1998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임 이후 6년간 3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를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현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정치·치안담당장관,위란토 전 국방장관,아미엔 라이스 전 국민협의회(국회) 의장 등 5명의 후보 가운데 누구도 당선에 필요한 50%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 확실시돼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9월20일 결선투표까지 10주간은 더 계속될 게 불가피할 것으로 추측된다.이번 대선의 관심거리는 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유도요노와 결선에서 겨룰 것인가다. 대통령을 뽑는 사상 첫 직접선거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듯 투표율은 비공식집계지만 90% 가깝게 나오는 등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불안한 치안 확보 및 부정부패 퇴치.인도네시아의 국부로 불리는 아버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메가와티는 국민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를 해소하는데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여기에다 잇단 폭탄테러 등 치안 불안에다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등 경제 사정마저 좋지 못해 국민들의 불만을 샀고 변화에의 열망을 키웠다. 이에 따라 그녀의 재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당의 유도요노가 43.5%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메가와티와 위란토,라이스가 15%에도 못미치는 지지율로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1.3% 가량 진행된 개표결과에서도 유도요노가 33%로 선두를 달리고 메가와티가 28%,위란토가 22%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靑 “서영석씨 오前차관에 인사청탁했다”

    청와대는 5일 문화관광부 장·차관의 인사청탁 개입 의혹을 조사한 결과,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이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와 부인 김효씨의 청탁을 받고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했다고 발표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서 대표와 김씨는 정동채 장관과 친분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 대표가 정 장관과 친한 사이인 것처럼 심 원장을 통해 오 전 차관에게 전달하면서 인사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오 전 차관은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에게 인사청탁을 하면서 정 장관을 거명해도 되는지 승낙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서 대표는 실제로는 거명 승낙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승낙을 받았다고 심 원장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청와대는 심 원장이 인사청탁에 개입한 사실을 문화부에 통보,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 장관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거보다는 개입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나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자료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재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인사청탁 파문으로 불거진 민원처리 시스템 오작동 논란과 관련,이첩된 민원이 즉시 확인 안된 것은 시스템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기보다 업무 부주의에 기인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비서관실 민원관리자를 행정관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해 업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부터 5일간 당사자 6명과 기타 관련자 몇명에 대해 면담 조사와 함께 휴대폰,사무실,집 전화 17대의 통화내역을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내놓았다고 밝혔다.그러나 처음 문제를 제기한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와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는 조사결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서 대표는 서프라이즈를 통해 인사청탁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대표직을 사임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학생사랑 40년 구로고 정규원 교장

    학생사랑 40년 구로고 정규원 교장

    ‘환갑이 넘어도 학생들과 축구하는 교장’,‘학원폭력을 근절시킨 선생님’,‘배고픈 아이들의 아버지’.서울 구로5동 구로고등학교 학생들이 ‘구로동 터줏대감’ 정규원(61) 교장을 부르는 말이다.그는 지난달 30일 점심시간 3명의 학생이 교장실로 달려와 ‘골키퍼를 해달라.’고 조르자 “골 들어가면 또 나 때문에 졌다고 타박하려는구나.”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가 2002년 구로고 교장으로 부임해서 먼저 한 일은 학원폭력 근절이었다.그 해 9월 구로경찰서와 구로고가 연계해 경·학협의회가 발족됐다. ●지난해 학교 폭력·범죄율 제로 학생들에게 폭력의 심각성을 교육하고 ‘폭력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했다.그 결과 지난해 구로고는 학교폭력·범죄율 제로를 기록,교육청 장학평가위원회 인성교육관련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정 교장은 결식아동들과 함께 점심 먹는 일도 5년째 해오고 있다.2000년 4월 당시 구로5동 영림중 교장 재직시절,아침밥도 못 먹고 등교해 방황하던 여학생을 보고 시작한 일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 학교 근처 식당으로 40명의 결식학생들을 불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동생을 데리고 나와도,다른 학교 학생이 와도 마다하지 않았다.지금은 8명이 매주 정 교장과 점심을 함께하고 있다. ●결식아동들과 점심먹기 5년째 정 교장은 “무일푼의 제천 촌놈에게 40년간의 교직생활은 꿈같은 행복”이라고 말한다.청주교대 1회 졸업생인 그는 1964년 3월 구로남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서울에 연고가 없어 교원연수기간 10일 동안 회현동 ‘은혜의 집’에서 거지들에게 DDT 뿌려주는 일을 하며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은 운명적 그는 서울신문과의 운명적인 인연도 기억한다.중3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까스로 충북제천고를 졸업한 뒤 영월 탄광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중 잔칫집에서 보내온 시루떡 한 접시에 정 교장의 인생이 바뀌었다.그는 떡을 덮은 신문지를 떼어내다가 ‘사범학교가 폐지되고 2년제 교육대학이 생긴다.’는 당시 서울신문 기사를 보았다. 그는 미련없이 제천으로 내려와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교육대학에 원서를 냈다.60년 겨울 청주교대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대학 다닐 일이 막막했다.첫 학기 등록금은 지인에게 빚을 졌지만 후에는 청주교대부속초등생 과외를 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했다. ●정년 1년… 학생들 눈에 밟혀 정 교장에게 첫 발령지인 구로는 남달랐다.당시 구로동에는 청계천 복개공사로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천막촌을 이루어 살았고 정 교장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67명 학생들은 모두 그들의 아들·딸이었다.그는 방과 후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같이 공놀이도 하고 숙제도 해주었다. 도림천에서 미꾸라지와 방게를 잡는 현장학습도 거르지 않았다.정 교장은 71년 중등교사임용시험에 합격,미아리 숭덕중에서 근무하다 76년 다시 구로3동 영서중학교로 돌아왔다.89년부터 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했지만 구로를 잊을 수 없어 99년 다시 영림중 교장으로 복귀,2002년부터 구로고에 재직 중이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구로에는 공단이 들어섰고 지하철 2호선이 생겼으며 ‘도림천 방게’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정 교장의 구로 사랑은 한결같다.“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하늘이 날 구로로 보냈다고 믿습니다.앞으로도 무엇이든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하고 싶습니다.” 정년을 1년 남긴 그는 “학생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교단을 떠날지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학생사랑 40년 구로고 정규원 교장

    ‘환갑이 넘어도 학생들과 축구하는 교장’,‘학원폭력을 근절시킨 선생님’,‘배고픈 아이들의 아버지’.서울 구로5동 구로고등학교 학생들이 ‘구로동 터줏대감’ 정규원(61) 교장을 부르는 말이다.그는 지난달 30일 점심시간 3명의 학생이 교장실로 달려와 ‘골키퍼를 해달라.’고 조르자 “골 들어가면 또 나 때문에 졌다고 타박하려는구나.”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가 2002년 구로고 교장으로 부임해서 먼저 한 일은 학원폭력 근절이었다.그 해 9월 구로경찰서와 구로고가 연계해 경·학협의회가 발족됐다. ●지난해 학교 폭력·범죄율 제로 학생들에게 폭력의 심각성을 교육하고 ‘폭력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했다.그 결과 지난해 구로고는 학교폭력·범죄율 제로를 기록,교육청 장학평가위원회 인성교육관련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정 교장은 결식아동들과 함께 점심 먹는 일도 5년째 해오고 있다.2000년 4월 당시 구로5동 영림중 교장 재직시절,아침밥도 못 먹고 등교해 방황하던 여학생을 보고 시작한 일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 학교 근처 식당으로 40명의 결식학생들을 불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동생을 데리고 나와도,다른 학교 학생이 와도 마다하지 않았다.지금은 8명이 매주 정 교장과 점심을 함께하고 있다. ●결식아동들과 점심먹기 5년째 정 교장은 “무일푼의 제천 촌놈에게 40년간의 교직생활은 꿈같은 행복”이라고 말한다.청주교대 1회 졸업생인 그는 1964년 3월 구로남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서울에 연고가 없어 교원연수기간 10일 동안 회현동 ‘은혜의 집’에서 거지들에게 DDT 뿌려주는 일을 하며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은 운명적 그는 서울신문과의 운명적인 인연도 기억한다.중3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까스로 충북제천고를 졸업한 뒤 영월 탄광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중 잔칫집에서 보내온 시루떡 한 접시에 정 교장의 인생이 바뀌었다.그는 떡을 덮은 신문지를 떼어내다가 ‘사범학교가 폐지되고 2년제 교육대학이 생긴다.’는 당시 서울신문 기사를 보았다. 그는 미련없이 제천으로 내려와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교육대학에 원서를 냈다.60년 겨울 청주교대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대학 다닐 일이 막막했다.첫 학기 등록금은 지인에게 빚을 졌지만 후에는 청주교대부속초등생 과외를 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했다. ●정년 1년… 학생들 눈에 밟혀 정 교장에게 첫 발령지인 구로는 남달랐다.당시 구로동에는 청계천 복개공사로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천막촌을 이루어 살았고 정 교장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67명 학생들은 모두 그들의 아들·딸이었다.그는 방과 후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같이 공놀이도 하고 숙제도 해주었다. 도림천에서 미꾸라지와 방게를 잡는 현장학습도 거르지 않았다.정 교장은 71년 중등교사임용시험에 합격,미아리 숭덕중에서 근무하다 76년 다시 구로3동 영서중학교로 돌아왔다.89년부터 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했지만 구로를 잊을 수 없어 99년 다시 영림중 교장으로 복귀,2002년부터 구로고에 재직 중이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구로에는 공단이 들어섰고 지하철 2호선이 생겼으며 ‘도림천 방게’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정 교장의 구로 사랑은 한결같다.“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하늘이 날 구로로 보냈다고 믿습니다.앞으로도 무엇이든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하고 싶습니다.” 정년을 1년 남긴 그는 “학생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교단을 떠날지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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