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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브유 제품서 발암물질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널리 팔리는 올리브유 제품 다수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장기 어린이가 섭취하는 영유아식에서는 중금속이 검출돼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 유해물질 선행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판 중인 올리브유 제품 30개 중 9개에서 강력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국내 유명 식품회사인 A사의 올리브유에서는 1㎏당 3.17㎍의 벤조피렌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식약청은 이 제품을 현재 95%가량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젤리류 식품 60개 가운데 3개 제품에서 역시 발암 물질인 사이클라메이트가 23∼771이 검출돼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계란, 메추리알, 오리알 제품 10개에서는 인체의 내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검출되면 안 되는 항생 물질인 엔로플로삭신이 0.011∼0.1이나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유아식 19개 제품 중 6개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0.014∼0.05이 검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카드뮴에 대한 별도의 규제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올리브유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 퓨어, 포마세 등의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며 식약청 조사결과 벤조피렌이 검출된 올리브유는 포마세 등급”이라고 해명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 한권의 책] 격변의 역사뒤 엘니뇨가 있었다

    1912년 4월14일 새벽,2228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세계 최대의 여객선 타이태닉 호가 북대서양 해상에서 빙산과 충돌,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523명이 숨진 타이태닉 호의 비극이 일어난 이곳은 보통 때는 빙산이 거의 내려오지 않는 지역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남극점 첫 도달이라는 기록을 간발의 차로 아문센에게 빼앗긴 뒤 실의 속에 귀로에 오른 스콧 일행은 예기치 못한 악천후를 만나 탐험대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 두 사건은 얼핏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사건의 배후에는 하나의 비밀스러운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죽음의 사신’ 엘니뇨다. 엘니뇨는 그 해 전 세계의 기후를 뒤흔들며 재앙의 씨앗을 뿌렸다. 오늘날 엘니뇨라는 말은 초등학생조차 익히 들어 알 정도로 친숙한 단어가 됐다. 하지만 1912년 타이태닉 호가 처녀항해를 떠날 때만 해도 엘니뇨는 페루의 어부들 사이에서나 겨우 그 존재를 알았을 뿐, 엘니뇨라는 용어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엘니뇨가 빙산의 정상적인 이동경로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타이태닉 호의 스미스 선장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엘니뇨:역사와 기후의 충돌’(로스 쿠퍼-존스턴 지음, 김경렬 옮김, 새물결 펴냄)은 이처럼 엘니뇨가 인류 역사의 고빗사위마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를 실감나게 소개한다. 나아가 지금까지 거의 탐구되지 않은 기후의 역사를 통해 기존의 ‘불완전한’ 역사 해석을 비판하고 바로잡는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그의 저서 ‘지중해’에서 기후사를 내보인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날학파에 고유한 종합사의 일부였을 뿐, 이 책에서처럼 기후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살핀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혀 새로운 종류의 역사서라 할 만하다. 자연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20여년간 엘니뇨를 연구한 저자는 “기후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는 인류 역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엘니뇨’란 무엇인가. 페루 북부 연안에서는 보통 때는 차가운 훔볼트 해류가 남에서 북으로 흐르지만 몇 년에 한 번씩 따뜻한 해류가 북쪽에서 밀려와 훔볼트 해류를 밀어낸다. 엘니뇨란 원래 이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곳 어부들은 엘니뇨, 즉 아기 예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엘니뇨란 이런 해양상의 변화가 아니라 해양과 대기의 변동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 즉 엘니뇨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 영향은 페루 연안만이 아니라 전 지구에 미친다. 평소 매우 평온하던 지역이 열대성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되고, 사막에 갑자기 비가 퍼부어 꽃이 피고, 열대우림이 가뭄으로 시들어가는 이변이 모두 다 엘니뇨 탓이다. ‘꼬마 거인’ 엘니뇨는 종종 역사의 방향까지 틀어놓는다. 명나라는 1640∼1641년 엘니뇨에 의한 가뭄으로 대기근이 발생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청 말인 1877∼1878년에 일어난 강력한 엘니뇨는 청 제국을 거의 마비상태에 빠뜨렸다. 때아닌 혹독한 추위에 결정타를 입고 러시아에서 물러나야 했던 1812년의 나폴레옹군과 1941년 히틀러 군대. 그들의 패퇴 뒤에도 역시 엘니뇨가 자리잡고 있었다. 엘니뇨는 이처럼 거의 모든 대륙에서 전쟁과 혁명, 정복, 대이주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역사의 물길을 돌려놨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초 엘니뇨의 ‘누이동생’격인 라니냐의 징후가 보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발표한 보고서는 올 연말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면 ‘엘니뇨 앞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자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했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는 뜻이다. 요컨대 자연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엘니뇨의 역사가 일깨워주는 교훈이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1만 7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노대통령 자원외교 수행’ 정세균 산자부장관 인터뷰

    ‘노대통령 자원외교 수행’ 정세균 산자부장관 인터뷰

    최근 자원외교를 위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그리스 루마니아 핀란드를 방문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곽태헌 산업부장이 만났다. 정 장관은 17일 “우리나라처럼 많은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면서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서 “한·미 FTA와 관련해 균형있는 협상이 이뤄지면 두 나라 모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외교 성과는 어떻습니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랄해 가스전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탐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1년반을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카자흐스탄 잠빌광구도 굉장히 커요. 물론 해봐야 알겠지만 현지에서는 탐사성공률이 75%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아제르바이잔·나이지리아까지 포함해 노 대통령의 정상 자원외교 5대사업이 마무리된 셈입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지도자들은 자원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는데 우리나라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는데요. -참여정부 들어 확보한 유전은 60억배럴 정도 됩니다. 과거 20년간 했던 것보다 많이 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얼마나 나올지는 몰라요. 뭐든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상투를 잡으면 큰일 납니다. 조심스럽게 해야 돼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잖아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지요. -우리나라는 중국과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메이저 회사들과 관계를 잘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유확보에 문제가 없습니다. 또 우리의 석유 사용 증가량은 매년 1∼2%인데 중국은 10% 이상됩니다. 중국이 허겁지겁 덤비는 이유지요.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않은데요. -FTA는 대세입니다.FTA는 플러스 섬(plus sum) 게임입니다.(관세를 없애는 식으로)해당국간에 특별한 약속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FTA를 하는 당사국 모두 유리합니다. 반면 FTA를 하지 않는 나라는 (가격 등에서)경쟁이 떨어지겠지요. 미국은 세계최대의 시장이 아닙니까. 예컨대 시골에서 맛있는 빈대떡을 만들어 집 앞에서만 팔려고 하면 많이 팔리겠습니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에 가야 되잖아요. ▶FTA가 대세라면, 어떤 내용으로 이뤄지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국측에 주지 않고 받기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주고받고 하면서 균형있는 협상을 하는 게 중요하지요. 협상에서 균형이 안 잡히면 물론 안 하는 게 낫고요. 균형 있는 협상이 이뤄지면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될 것입니다.FTA에 따라 불리해지는 쪽에 대해서는 업종전환을 지원해주는 등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리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내용도 안 보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FTA에 따라 미국에 먹힌다면 타이완에도 먹힐 것입니다.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노 대통령의 일부 측근들도 반대하는데요. -곤혹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올해 수출은 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직도 잘 안되고요. -우리의 문제는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고 괜찮은 일자리가 적은 것입니다. 그래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개선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줘서 생산성을 더 높이도록 해야합니다. ▶민간쪽에서는 경기후퇴를 우려합니다. 정부쪽에서 경기전망을 다소 안이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요. -민간쪽이 너무 가혹하게 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실물경제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감을 갖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상당히 견고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조선·자동차·전자·철강·유화에서 경공업까지 거의 전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민간에서는 미리 대비를 하라는 경고 차원에서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 안 됩니다. 심리가 나빠지면 실물이 위축되는 것 아닙니까. 자꾸 안 좋다고만 하면 어쩝니까. 위기의식을 갖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기업들의 해외투자 때문에 국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국내에서 하면 좋겠지요. 기업들은 비용이 싼 곳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시장확보를 위한 현지화전략으로 해외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글로벌 경쟁시대입니다. 다른나라의 기업들은 세계화 전략을 펴는데 우리기업만 뒤떨어지면 안됩니다. 해외투자를 나무랄 일만은 아닙니다. ▶노사문제나 각종 규제가 국내 투자를 막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사문제나 규제 때문에 나갔으면 다 갔어야 하지요.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든,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든 필요한 해외진출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만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는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출총제를 없애는 대신 순환출자를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요. -만약 출총제를 폐지해 부작용이 있다면 (부작용을)해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는 출총제보다는 작은 것이어야 합니다. 또 최소한의 것이어야 합니다. 뭐 피했더니 (더 좋지않은)뭐가 나오면 안됩니다. ▶미래를 위한 먹을거리가 뭔가요. -차세대 반도체 등 소위 10대 신성장동력산업을 빨리 산업화해야 합니다. 사이클이 너무 빨라 차세대가 아니라 차차세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연말쯤 차차세대를 위한 먹을거리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발표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기존 것은 다 잊는 것 아닙니까. -전통산업의 고도화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통산업이 먹여살리고 있어요. 조선·선박·철강·섬유·석유화학 엄청나게 큽니다. 경시해선 안 되지요. 전통산업을 좀더 고도화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이 금방 황금알을 낳는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지만 과거 열정적으로 키워 오던 전통산업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이공대 살리기가 필요한데요. -의대·치대·법대로 (우수인력이)다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미래의 싸움은 연구개발(R&D), 기술 싸움입니다. 그동안 이 부분에 투자를 많이 해 왔던 게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온 것은 R&D 덕이 커요. 핀란드가 잘나가는 것은 교육과 R&D 때문이에요. ▶열린우리당에는 언제 복귀합니까. -임명권자가 보내면 가는 거지요.(웃으면서)산자부장관 잘하고 있지 않나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하시지요. -지난 30∼40년동안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우연히 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인력의 우수성 등이 가장 큰 동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맨파워를 활용한 경쟁력의 유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세계로 눈을 돌렸으면 합니다. 왜 국내문제에만 매몰돼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정리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정세균 장관은 누구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부드러운 인상에 할일은 다 챙기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현 국회의원중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쌍용그룹에서 근무해 실물감각도 있다. 국민회의 제3정책조정위원장,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을 거치면서 정책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재정경제위원회를 포함한 경제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면서 의정활동 우수의원에 자주 뽑혔다. 정 장관은 전문성과 성실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정 장관은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고 무리수를 두지도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 등의 경제관료들도 정 장관에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준다. 정치부 기자들이 매너 좋은 의원들에게 주는 ‘백봉신사상’의 단골 초대손님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도 적이 별로 없다. 경선없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게 정 장관의 스타일과 평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장관은 어릴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 그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선거벽보를 보면서 나중에 저 선거벽보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 정세균 장관 이력 ▲56세 ▲1969년 전주 신흥고 졸업 ▲1975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90년 미국 페퍼다인대학 경영학 석사(MBA) ▲2004년 경희대 경영학 박사 ▲1973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1978∼1995년 쌍용그룹 근무 ▲1996년 국회의원 당선(현 3선) ▲/ci00101999∼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제3정책조정위원장, 새천년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제특보, 노무현 후보 선대위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 ▲2003∼2004년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2005∼2006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당의장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장관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OUR STORY] 질·주·본·능 모터사이클

    [OUR STORY] 질·주·본·능 모터사이클

    여행은 간혹 누군가의 삶을 통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청년시절을 다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년 작)를 보면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스물세살의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체는 약 9개월 동안 모터사이클 한대로 라틴아메리카 대륙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점차 혁명가로 변모해 간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 여행의 이동수단으로 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모터사이클. 만약 체가 자동차로 여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도로여건 등의 제약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바람과 함께 호흡하며 대지의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아니었다면, 체가 느낀 세상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모터사이클은 스피드가 아니다. 바람을 가르고 질주해 본 사람이라면 모터사이클은 바로 자유란 걸 안다. 배가본드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모터사이클을 찾아 국제모터사이클쇼가 열린 대구를 다녀왔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국내 여성레이서 2호 전규정씨 “모터사이클요?제겐 심장과도 같은 존재죠.” 대구 국제모터사이클쇼 행사장앞. 늘씬하게 생긴 BMW의 F650GS한대가 멈춰섰다. 모터사이클에 앉은 라이더가 헬멧을 벗자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이 쏟아지듯 흘러내렸다. 당연히 남자였을 거라 짐작한 마초의 뒷머리가 띵하고 울리는 순간이었다.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그녀가 바로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여인, 전규정(37)씨였다. “2002년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 모인 400여대의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보는 순간, 타보고 싶다는 충동이 가슴속에서 불붙듯 일어났죠.”이후 모터사이클에 매달리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모터사이클연맹에서 지급한 레이서 자격증까지 소지하고 있다. 여성 레이서로는 국내 2호다.“모터사이클은 날 자유롭게 하고, 잡념에서 해방시켜주죠.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면 너무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내자신을 보게 돼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영화제목처럼요.” 그녀가 주로 찾는 곳은 강원도 양구와 구룡령 등의 굴곡진 도로들. 업-다운을 반복하며 리듬감있게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가 그리도 좋아하는 양구에서 하마터면 목숨마저 잃을 뻔한 대형사고를 겪게된다.“자동차밑으로 깔리면서 갈비뼈 7대가 부러졌어요. 갈빗대가 간을 찔러 적잖이 파열시키기도 했고요.”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얼른 체력을 회복해 다시 모터사이클을 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사고의 위험성때문에 모터사이클을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모터사이클을)포기하기에는 즐거움이 너무 커요.” 자신의 삶은 모터사이클 바퀴와 함께 굴러간다고도 했다. 생활의 중심이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모터사이클에 투자하기 위해서고, 밥먹는 것마저도 체력을 길러 오래오래 타기 위해서예요. 여느 여자들처럼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사는 데 시간과 돈을 쓰진 않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사회에 나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등, 평범한 여자로 살아가는 그녀의 어디에 이런 불꽃같은 정열이 숨겨져 있는 걸까.“‘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난 오늘도 달린다’가 제 좌우명이에요. 핸들에서 손을 놓는 날이 제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겠죠.”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타보고 싶은 기종이 뭐냐고 묻자 “MV 어그스타의 F4-1000”이라며 살포시 웃던 그녀는 다시 바람처럼 대구의 도로위를 질주해 갔다. ■ 이 가을 ‘명품’은 달리고 싶다 지난 6∼10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국제 모터사이클쇼’는 국내 유일의 모터사이클 축제답게 미국, 일본, 독일 등 7개국 200여개의 최신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수백만원대의 스쿠터에서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슈퍼 바이크까지, 전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제조기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가격이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국산 커스텀 바이크(창작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수제 모터사이클)는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국내 브랜드로는 토종 모터사이클의 자존심을 외치는 효성기계공업의 GT650과 GV650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최초의 국산 650㏄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자제어방식의 V형 수냉식 엔진이 장착됐다. 작년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80% 이상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T450(산악오토바이),MS3(스쿠터) 등의 신차들도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효성과 쌍벽을 이루는 대림자동차는 일체의 상용 이륜차를 전시하지 않고 다양한 튜닝이 가능한 T-50과 베스비 등 올해 출시한 스쿠터 제품들로만 홍보전을 펼쳤다. 다양하게 드레스업(dress-up)된 차량을 통해 수입브랜드와 한바탕 스쿠터 시장쟁탈전을 벌이겠다는 것. # 국내 단 두대 1억짜리 하이테크 머신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은 모터사이클의 대명사 할리 데이비슨은 1584㏄ 트윈캠 96엔진을 장착해 더욱 강력해진 파워를 자랑하는 2007년형 신모델들을 공개했다. 스트리트 바이크의 완성작으로 평가되는 ‘스포스터 50주년 기념모델’이 전시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2000대만 한정 판매된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400m 직선코스를 8.9초에 주파한다는 레이싱 전용 모터사이클인 디스트로이어. 국내에 단 2대밖에 없는 ‘하이테크 머신’이다. 가격은 대당 1억원 정도. BMW코리아가 전시한 바이크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공개된 네이키드 로드스터(엔진이 드러난 바이크로, 도심 주행에 적합하다)R1200R와 F800S,F800ST 등 3가지 모델이 집중조명을 받았다.R1200R는 1170㏄,2기통 박서 엔진을 장착해 109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85마력짜리 병렬 2기통엔진을 얹은 F800S와 F800ST는 각각 스포츠 성능과 투어링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이 세 모델은 모두 2007년초 국내에 판매될 예정이다. 최고급 스포츠 바이크의 상징인 이탈리아 두카티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영화 ‘매트릭스Ⅱ’에서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타고 질주했던 검은색 모터사이클이 바로 두카티의 바이크다. 레이싱 바이크를 기본으로 제작한 999R Xerox를 비롯해, 명품 사이클의 고전 몬스터와 한정생산판인 MH900E 등 총 6종류의 바이크를 선보였다. 특히 999R의 2기통 엔진에서 내뿜는 150마력의 폭발적인 힘은 마그네슘 재질을 사용해 깃털처럼 가벼운 999R를 마치 새처럼 날려보낸다. 일본의 야마하가 자랑하는 모델은 올해 데뷔한 YZF-R6. 연료분사를 1/1만 단위로 컨트롤하는 최첨단 장비덕에 배기량이 599㏄에 불과하지만 최대출력은 무려 133마력에 이른다. 흡사 레이싱 머신을 연상케 하는 뉴 R6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9초면 충분하다.8초가 지나면 속도는 시속 200㎞를 넘어선다.500㏄ 우유팩 크기에 불과한 조그마한 엔진이 내는 최고속도가 무려 시속 280㎞에 이른다. 이밖에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인기를 끈 스쿠터의 전설 베스파는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PX부터 현대적인 감각의 최신형 LX, 대형 투어링 스쿠터 모델인 GTS까지 베스파의 국내 수입 전 모델을 공개했다. 스즈키는 M1800 등 2007년식 모델을 전시했다. # 맞춤형 모터사이클, 커스텀 바이크 이제껏 국내에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커스텀 바이크도 20대가량 전시돼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을 즐겁게 했다. 미국의 대표적 브랜드인 커스텀 크롬의 국내 수입사인 이지라이더스와 국내 유일의 커스텀 바이크 생산업체 문차퍼스가 15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커스텀 바이크란 대량생산하는 일반 바이크에 비해, 구매자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 수제 바이크를 말한다. 구매자의 요구대로 만들어진 바이크와 판매자가 특이하고 개성있게 만들어 놓고 판매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이번에 전시된 커스텀 바이크 중에서는 문차퍼스에서 생산된 프로스트릿이 52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 “커스텀 바이크 이젠 수출할때” “커스텀 바이크는 일종의 금속공예품이죠. 그냥 오토바이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예술품이예요.”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을 배달하던 소년이 커스텀 바이크를 생산하는 어엿한 회사의 대표로 성장했다. 문차퍼스의 이현의(32)대표가 바로 그 사람. 이번 대구 국제모터사이클쇼에 처녀 참가해 출품한 작품(?)들 대부분을 그자리에서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모터사이클은 굉장히 감성적인 아이템이에요. 비록 집 한 채 없이 살아도 할리 데이비슨을 몰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죠. 커스텀 바이크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보였어요.”그래서 잘 다니던 자동차 부품회사도 그만두고 평소 알고지내던 엔지니어들을 규합해 문차퍼스를 설립했다. 그 첫 작품이 이번에 출품한 가마(gama)시리즈다. 여염집 색시가 일생을 통틀어 시집갈 때 단 한번 타는 가마에서 이름을 따왔다. 대부분 1000㏄가 넘는 대배기량 바이크들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차퍼시리즈는 평균 4000만원, 프로 스트릿은 5200만원을 상회한다.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은 물론, 부속품 대부분이 국내산이라는 것도 자랑거리. 벌써부터 해외 바이어들과의 상담건수도 늘고 있다.“커스텀 바이크를 만들 인재와 기술이 있는데 왜 수입관세 내고 비싼 바이크를 들여옵니까?오히려 이젠 수출을 해야 할 때죠.”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 대표의 눈은 어느새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 與 대선후보 조기확정론 ‘점화’

    與 대선후보 조기확정론 ‘점화’

    열린우리당이 내년 12월에 열리는 대선 후보자를 선출하는 시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겉으로 시큰둥한 반응도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도전장은 현재는 소수 의견인 ‘대선후보 조기 결정파’가 다수 의견인 ‘한나라당 후보결정 이후파’ 또는 ‘최대한 늦게파’에 던지며 논란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조기 선출만이 대선 승리 신기남 전 의장은 8일 늦어도 내년 3월 이전에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우리당의 후보가 먼저다’라는 제목의 소책자 500여권을 발행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배포한다. 부제인 ‘위기를 경영하여 승리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에서 드러나듯 현재 열린우리당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 지도력의 부재 등은 대선 후보를 조기에 선출함으로써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신 전 의장은 “2002년 국민경선을 시작으로 그해 4월27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했던 과정은 누가 뭐라 해도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라면서 “승리의 전략을 외면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그 2주 후인 5월9일에 이회창 대선 후보를 선출했었다. 그는 “전통적인 우리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그 후보를 중심으로 당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야만 정계개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조기 후보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낮은 정당 지지도 상황에서 후보를 조기 선출할 경우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견딜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한나라당보다 먼저 뽑아놓았기 때문에 지지층의 결집이 가능했고, 비록 부침이 있었지만 상승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 전 의장의 이런 주장에는 신진보연대 공동대표인 이원영 의원이 동조하고 있다. ●최대한 늦게 또는 한나라 결정 이후 열린우리당내 다수 의견은 한나라당이 대선 이전 6개월 전에 후보를 선정한다면, 그 이후에 여당에서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확실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보다 먼저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과 이인영 의원 등은 “야당 후보가 결정된 후 정치권이 ‘헤쳐모여’를 통해 새판을 짜야 한다.”면서 “최소한 야당이 후보를 결정한 뒤에 여당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측도 한나라당 후보 선정 이후를 선호한다. ‘최대한 늦게’후보를 내야 한다는 사람으로는 문희상 전 의장, 유인태·임종석·정청래 의원 등이다. 물론 뚜렷한 후보도 없고, 정치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점 때문에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늦게”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들도 “2002년에 여당이 국민경선을 먼저 해서 선점효과가 있었다.”면서 조기 선출에도 솔깃해하는 태도를 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시공 초월한 10편의 ‘사랑 서사시’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불가리아 소피아의 대성당. 불가리아 문학도 그처럼 고색창연할까. 요르단 스테파노프 욥코프의 단편집 ‘발칸의 전설’(1927년)을 보면 불가리아 문학엔 적어도 사라진 과거의 진실 같은 것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욥코프는 이반 바조프, 옐린 펠린과 함께 불가리아 3대 단편 고전작가로 꼽히는 거장.‘불가리아인의 성서’로 통하는 그의 대표작 ‘발칸의 전설’(신윤곤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이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소설의 배경은 500여년에 걸쳐 터키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불가리아다.‘불가리아의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스타라 플라니나(‘오래된 산’이라는 뜻), 즉 발칸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민담에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어져 10편의 사랑의 서사시가 탄생했다. 열 개의 작품이 한데 묶여 동일한 문체와 파토스를 추구하는 이른바 ‘사이클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욥코프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본격적으로 그림으로써 억압받는 민족의 투쟁을 그리는 데 머물던 불가리아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번역본은 불가리아 고유어들을 억지로 우리말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써 색다른 맛을 준다. 하이두틴(터키에 맞서는 불가리아 무장세력 혹은 산적의 무리), 보이보다(산적의 우두머리), 초르바지야(터키 치하의 부유층) 등이 그런 예다. ‘발칸의 전설’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불가리아의 역사와 문화,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고급 산문으로도 읽힌다. 책에 실린 ‘보주라’라는 작품에는 바실초라는 사내를 기다리는 여주인공 보주라에게 마을 아낙네들이 “뻐꾸기가 수염 나는 날”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두 연인이 사랑을 나누고 죽음을 맞는 곳 또한 ‘뻐꾸기 강’이다. 뻐꾸기가 불가리아 민속에 흔히 등장하는 새라는 사실은 이 작품만 봐도 금방 눈치챌 수 있다.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시중銀 ‘알토란 계좌’ 쟁탈전

    시중銀 ‘알토란 계좌’ 쟁탈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인수·합병(M&A)과 대출 자산 확대를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해왔던 시중은행들이 제2의 ‘은행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싸움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고객의 정보와 계좌를 뺏고 빼앗기는 ‘실속 게임’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국민은행은 더 이상의 외형 확장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2580만명에 이르는 고객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LG카드를 인수하는 신한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1000만명에 이르는 LG카드 고객의 정보와 계좌를 흡수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자체성장 전략에 따라 자산을 급격하게 늘려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교차판매(크로스셀링)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계좌 싸움’ 불 붙는다 계좌는 모든 금융거래의 기초로, 얼마나 많은 고객의 계좌를 확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이 좌우된다. 향후 계좌 쟁탈전의 백미는 단연 LG카드의 1000만 계좌가 어디로 가느냐이다. 카드사는 자체 계좌가 없기 때문에 LG카드 고객들은 저마다 거래 은행에 결제 계좌를 두고 있다. LG카드에 따르면 신한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를 하는 고객은 전체의 10%가량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이 50%, 우리은행이 10%, 기타 은행들이 1∼4%를 각각 차지한다. 만일 신한은행이 LG카드 고객의 계좌를 대거 유치한다면 막대한 고객정보와 엄청난 저원가성예금(핵심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LG카드 고객들이 기존 계좌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인수 시너지 효과는 그만큼 반감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LG카드 인수가 완전히 끝나면 신한은행은 맨 먼저 계좌 흡수 작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기업금융에서도 계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각 은행에 흩어져 있는 계좌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업 종합자금관리서비스(CMS)를 은행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어 기존의 주거래은행 개념까지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 통상 주거래은행을 정해 놓고 그 은행을 통해 금융거래를 처리해 왔지만, 기업의 모든 자금관리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CMS가 등장하면서 CMS를 제공하는 은행이 사실상 주거래은행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금을 한 곳으로 모으는 모(母) 계좌는 CMS를 제공한 은행으로만 설정할 수 있어 CMS 제휴가 된 은행으로 모든 자금이 모이게 된다. 은행들은 기업의 해외지사 자금관리까지 총괄해주는 글로벌 CMS도 내놓고 있다. ●고객정보 활용이 승부 가른다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한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도 은행간 경쟁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교차판매의 핵심 수단인 CRM은 고객의 수요에 맞는 금융상품을 즉석에서 소개해 주는 서비스로 방대한 거래 정보와 고객 개개인의 성향이 데이터로 축적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해부터 CRM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어 경쟁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CRM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 고객의 자산·부채·금융거래 실적 등 모든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나고, 이 고객에게 어떤 금융상품을 소개해야 하는지도 자동으로 뜬다. 국민은행은 교육, 결혼, 주택, 노후, 목돈 마련 등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동화기기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신한·하나 등 지주사 형태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은 은행·증권 등 각 계열사 고객의 정보를 모두 활용하는 CRM 마케팅으로 국민은행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CRM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수신만기 재예치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면서 “몹집 불리기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고객을 얼마나 지키고 빼앗아 오느냐에 따라 은행의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세번째:길 위에 서다

    길을 걷는다. 오늘도 길을 나서며, 길을 걸었고, 그 길을 걸어 직장으로 가거나 학교에 이르고, 길을 따라 원하는 행선지로 옮기며 길을 돌아 집으로 가거나 저녁 약속의 장소로 이동한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타인들과 접촉을 하고 눈 인사를 나누며 우연히 동료나 친구라도 만날라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끊임없이 이동하고 움직이는 사이, 우리는 길 위를 지나고 있다. 여기 길 위에서 삶과 사랑과 인생을 만난 사람들이 있다….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1991년)는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을 맺는다. 그 시작은 이미 달려왔던 길의 연장이며, 그 길의 끝은 다시 이어지는 여행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언제나 다시 재생산되며 볼 때마다의 감정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많은 이미지와 느낌표, 그리고 쉼표를 간직한 속내 깊은 이 영화에서 길은, 마음의 고향이며 그곳으로 향하는 희망의 표지이다. 마음의 고향, 빼앗긴 젊음, 고독한 열기의 종착역! 그 머나먼 길을 돌아 다시 길에 서게 된 주인공 마이크는 참 오래도록 우리를 닮아있다. 세상이 그를 부르기 전, 세상이 그를 알아주기 전, 그의 삶을 바꾼 여행.‘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2004년)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다’와 함께 4개월에 걸쳐 전 남미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나는 ‘푸세’라는 23살 청년으로부터 시작한다. 낡고 오래된 모터사이클 ‘포데로사’에 몸을 싣고,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해안을 따라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으로 뛰어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고 있는 푸세. 그래서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젊은 날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하늘보다 높다. 그들의 여행은 의지만큼 간단하거나 바람만큼 만만치 않다. 그 사이 점점 퇴색되는 페루의 잉카유적을 거쳐 정치적 이념의 차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일거리를 찾아 추키카마타 광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점점 마음속에서 희망과 도전의 의지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만약, 그가 23살 때에 자신이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땅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희망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투쟁의 역사를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훗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기억되는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다. 새벽. 작업을 잠시 멈추고 산책을 나섰다. 오가는 사람들과 차도 거의 없고 짙은 안개에 달마저도 사라진 길을, 혼자 걸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또는 문득문득 얼굴이 스치는 그 또는 그녀들. 그들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하지만 다시 웃을 용기도 그들에게서 온다는 생각에 이르자 길이란,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도의 공간이고 기도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바로 당신이 발 디디고 선 그 길 위에 있다. 시나리오 작가
  • [Zoom in서울] 폐타이어 보도블록 애물?

    예쁜 색깔과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끌던 ‘폐타이어 보도블록’이 장대비에 휩쓸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자치구에서는 많은 비도 문제지만 재생고무 블록 자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인 블록을 걷어내야 할지, 비올 때마다 천으로 덮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28일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지정 호우가 쏟아지자 종로5가에서 대학로까지 200m 인도에 깔려 있던 알록달록한 고무블록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블록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블록이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비가 잠시 그쳤을 때 구청 복구반이 고무블록의 아귀를 맞추었으나, 비가 다시 오자 블록은 빗물에 휩쓸려 차도를 막아 지나는 차량들이 곡예운전을 하는 상황마저 연출했다. 휩쓸린 고무블록이 다시 배수구를 막아버린 탓에 빗물이 인도로 넘치고, 이 때문에 고무블록 수십개가 우르르 차도로 쏟아지며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구는 흩어진 고무블록을 치우고 맨땅에 두꺼운 천을 깔았다. 재생고무 블록은 일반 콘크리트 블록보다 장점이 많고 주민들이 좋아해 자치구마다 앞을 다퉈 도로에 깔고 있다. 학교·공원놀이 시설에도 많이 쓰인디. 고무재질이라 색깔과 디자인이 예쁘고 블록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단점도 없다. 무게가 일반 블록의 3분의1 수준이어서 포장작업이 수월하고 빠르다. 가격이 4배 정도(1㎡당 3만원선) 비싸지만 폐타이어의 재활용이라는 명분이 있어서 호응을 받는다. 재생고무 블록은 못 쓰는 타이어를 특수분쇄기로 곱게 갈아 폴리우레탄과 혼합한 뒤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압축해 만든다. 밀착력이 좋아 다진 모래 위에 그대로 깔아도 평소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대비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강남·서초·마포 등 자치구는 재생고무 보도블록 구간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종로구는 이날 납품업체 ㈜부성리사이클링과 함께 사고 구간을 둘러보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뚜렷한 묘안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 위에 얹어놓은 블록을 시멘트로 밀착하는 방법도 많은 비가 내리면 소용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Zoom in서울] 폐타이어 보도블록 애물?

    예쁜 색깔과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끌던 ‘폐타이어 보도블록’이 장대비에 휩쓸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자치구에서는 많은 비도 문제지만 재생고무 블록 자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인 블록을 걷어내야 할지, 비올 때마다 천으로 덮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28일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지정 호우가 쏟아지자 종로5가에서 대학로까지 200m 인도에 깔려 있던 알록달록한 고무블록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블록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블록이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비가 잠시 그쳤을 때 구청 복구반이 고무블록의 아귀를 맞추었으나, 비가 다시 오자 블록은 빗물에 휩쓸려 차도를 막아 지나는 차량들이 곡예운전을 하는 상황마저 연출했다. 휩쓸린 고무블록이 다시 배수구를 막아버린 탓에 빗물이 인도로 넘치고, 이 때문에 고무블록 수십개가 우르르 차도로 쏟아지며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구는 흩어진 고무블록을 치우고 맨땅에 두꺼운 천을 깔았다. 재생고무 블록은 일반 콘크리트 블록보다 장점이 많고 주민들이 좋아해 자치구마다 앞을 다퉈 도로에 깔고 있다. 학교·공원놀이 시설에도 많이 쓰인디. 고무재질이라 색깔과 디자인이 예쁘고 블록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단점도 없다. 무게가 일반 블록의 3분의1 수준이어서 포장작업이 수월하고 빠르다. 가격이 4배 정도(1㎡당 3만원선) 비싸지만 폐타이어의 재활용이라는 명분이 있어서 호응을 받는다. 재생고무 블록은 못 쓰는 타이어를 특수분쇄기로 곱게 갈아 폴리우레탄과 혼합한 뒤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압축해 만든다. 밀착력이 좋아 다진 모래 위에 그대로 깔아도 평소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대비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강남·서초·마포 등 자치구는 재생고무 보도블록 구간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종로구는 이날 납품업체 ㈜부성리사이클링과 함께 사고 구간을 둘러보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뚜렷한 묘안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 위에 얹어놓은 블록을 시멘트로 밀착하는 방법도 많은 비가 내리면 소용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Book Review ] ‘신음하는 지구’ 희망은 없는가

    태평양의 아름다운 환초섬 투발루.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섬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해수면 상승률은 1년에 몇㎜ 정도였지만, 이제 가속이 붙어 섬의 생명을 앗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주민들을 ‘노아의 방주’에 태워 뉴질랜드로 대피시킬 계획까지 짜놨다.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서 위협받는 건 알래스카도 마찬가지. 일년 내내 얼어붙어 있어야 할 땅이 녹아버리면서 집과 도로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나 북극곰 등 오랜 친구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슬퍼하면서도 석유를 얻기 위해 북극 야생동물보호구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 ‘지속불가능한’ 개발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은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누비며 쓴 책이다. 피지 출신의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3년 동안 투발루의 어민, 알래스카 에스키모, 미국의 허리케인 헌터, 그리고 수많은 과학자들을 만났다. 책은 기후과학이 밝혀낸 다양한 재앙의 징후들을 보여준다. 페루의 웅장한 열대 산악빙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페루와 인근의 남미 국가들은 이로 인해 심각한 물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강수량이 적은 이 지역의 물순환과 생태계는 전적으로 안데스 산맥이라는 자연의 급수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빙하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나 톈산산맥의 빙하에 의존하는 중앙아시아 건조지역 국가들도 물부족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열대성 폭풍이나 태풍,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분류체계에 따르면 허리케인은 처음에 열대성 저기압으로 시작됐다가 세력이 강해지면 ‘열대성 폭풍’이 되고 풍속이 시속 120㎞에 이르면 비로소 ‘허리케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같은 폭풍이지만 태평양 서부에서는 ‘태풍’으로,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책은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의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은 기후에서는 폭풍의 강도가 5∼10%까지 더 세진다. 또한 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풍속이 높아짐에 따라 거듭제곱으로 늘어난다. 저자는 지구가 이전에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참화를 겪은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2억년 전 페름기 말 다양한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지구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 데 따른 재앙이었다. 이후 10만년 동안 하늘에서는 매일같이 검붉은 산성비가 내렸고 바다는 지독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저자는 이런 지옥의 묵시록 같은 암울한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2000년 헤이그 회담과 2001년의 본 회담을 중심으로 교토의정서가 거의 휴지조각으로 폐기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되살아난 과정을 다룬다. 미국과 ‘우산그룹’(호주·캐나다·일본 등 미국의 반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룹), 석유자본의 치열한 로비가 교토의정서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내력을 살피며 강자의 논리에 휘둘리는 국제 현실을 고발한다. 미국은 여전히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호주는 투발루인들보다 30배나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호주는 ‘환경난민’들이 자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용소를 지어달라는 몰상식한 요구까지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투발루는 전기를 일으키는 데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탄소중립적(carbon-neutral)’ 경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파손된 도로, 해수면 상승으로 밑동이 파헤쳐진 나무, 초목지대까지 집어삼키고 있는 중국의 사막화…. 이런 풍경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 책은 이같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추적 소개, 그것을 우리의 구체적인 고통과 슬픔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국제 모터사이클쇼 대구 개최

    ‘대한민국 국제 모터사이클 쇼’가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대구엑스코에서 열린다. 지난 2004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 모터사이클 쇼에는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 200여대의 최신 모터사이클을 선보이고 레이싱 걸 100여명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내 브랜드인 대림자동차와 효성기계공업을 비롯해 일본 야마하·스즈키·가와사키, 미국 할리데이비슨, 독일 BMW, 이탈리아 두카티 등의 최신형 모터사이클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첫 전시되는 미국의 커스텀 바이크(주문제작형 모터사이클) 10대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정부도 “경기 둔화 현실화 느낌”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주택경기 침체 영향으로 내년에 경기후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연구소 등은 ‘경기둔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정부부처도 하반기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등 다른 한쪽에서는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한다.한은은 민간연구소가 경기하강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5년 1·4분기 2.7%였던 경제성장률은 줄곧 상승해 4·4분기에는 5.3%를 기록했으며, 지난 1·4분기에는 6.1%까지 올랐다. 그러던 것이 2·4분기에는 5.3%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전분기 성장률도 0.8%에 그쳤다. 종전에는 전분기 성장률이 1∼2%가량 됐었다. 따라서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하락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해서 경기가 정점을 지나서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은은 2·4분기의 경제성장률 5.3%가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경기하강 리스크에 무게를 실을 정도로 성장률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큰 폭의 경기사이클 내에 작은 미니사이클이 급격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미니사이클의 흐름을 보고 큰 경기사이클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하반기들어 고유가, 원화절상, 고금리 등이 경제를 압박하고 부동산시장과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기둔화 속도는 좀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지표 등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을 가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기조 자체는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쪽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출산, 고령화 등 공급부문과 소비 등 수요부문에서 모두 성장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이미 경기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여지고, 내년까지 이같은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경제학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주택시장의 붕괴로 인해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내년에 경기 침체(recession)에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전미 부동산협회(NAR)가 7월 기존주택 판매가 4.1% 감소하고, 주택재고가 13년래 최고로 늘어났다고 발표한 직후 작성한 글에서 “주택경기 불황은 지난 40∼50년래 최악”이라고 분석하고 “주택 부문의 투자 감소는 2000∼2001년의 나스닥 붕괴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루비니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그 자체로 미국 경제 침체를 촉발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이같은 침체가 부동산 투자, 부와 소비, 고용에 미칠 영향은 2001년 닷컴 붕괴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석유화학 ‘불황의 끝’ 안보인다

    석유화학 ‘불황의 끝’ 안보인다

    석유화학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각 업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04년과 2005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운 사이클’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5∼6년은 지나야 수익성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하강은 생산설비가 신·증설되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석유화학 경기침체는 고유가와 공급 확대가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고유가를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마진이 줄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제품이 모자라야 가격을 올려서 파는데 수요와 공급이 거의 맞아 떨어져 제품가를 올릴 수 없다는 게 관련 기업들의 고민이다. 석유화학 업계 경기침체의 요인을 내수 부진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중국과 중동 쪽에서의 공급 확대라는 주장이 많다. 중국·중동의 증설 설비는 지난해 5월부터 가동됐다. 그해 4분기부터 물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에틸렌의 경우 올해 세계 생산능력은 전년보다 5.7% 늘어난 1억 2380만t에 이를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봤다. 반면 수요는 1억 1230만t으로 예상했다. 침체된 내수시장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일본·타이완 등 아시아 석유화학업체들이 3분기에 정기보수에 들어가 합성수지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4분기는 전형적인 계절적 비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다른 변수가 없기 때문에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반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위기 극복에 대해 정부나 업계는 비슷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지금처럼 물량으로 승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화석유화학 노창수 차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범용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특수용도 제품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핵심 첨단 고기능 소재 개발을 선점해야 한다.”면서 고부가가치 및 특화제품으로의 선택과 집중을 업계에 주문했다. 중국 중심의 수출 편중현상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수출지역 점유율은 중국(52%)이 압도적으로 높다. 타이완(6.5%), 일본(5.4%), 유럽(7.1%) 등의 순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인도·러시아·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왜 달리냐고요?마라톤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바로 티가 납니다.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이 돈을 믿고 맡기지 않겠어요?” 국민은행 여신관리센터의 이명열(46) 팀장은 폭염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지난 12일 과천에서 열린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뛰었다.1996년 첫 완주 이후 10년 동안 무려 115회나 42.195㎞를 뛰었다. 오는 9월부터 12월 초까지 이 팀장은 13주 연속 풀코스를 뛸 계획이다. 마라톤 중독에 걸린 것 아니냐고 묻자 “몸에 좋은 중독은 걸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은행권에는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은행 마라톤 동호회마다 수백명이 활동하고,1∼2차례의 완주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SC제일은행 서초중앙지점 김대윤(47) 지점장은 전세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에서 철인3종 경기(아이언맨 경기)를 완주한 ‘3대 철인’ 중 한 명이다. 철인3종 경기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내에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마쳐야 하는 인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스포츠다. 그는 2002년과 2004년 두차례 도전에서 모두 성공했다. 이달 말 제주도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한다. 은행 내에서 소문난 일벌레인 김 지점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맞춤형’ 점포를 열었다. 신한은행 기업여신관리부 황선용(43) 차장은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한민국 종단 537㎞(부산 태종대∼임진각)를 완주했다.2001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4㎞를 횡단했고, 이듬해에는 200㎞에 이르는 제주도를 일주했다.2003년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43㎞를 달렸다.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두 차례 종단, 한 차례 횡단,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울트라마라톤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셈이다. 외환은행 홍보팀의 김영아(32)씨는 ‘마라톤 천사’로 불리며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유명인사다. 마라톤 대회 홍보대사로 영입되기 일쑤고, 영화 ‘말아톤’에서는 지쳐 쓰러진 주인공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이 2시간 55분 4초로 프로급이다. 임원급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은 기업은행 현병택(52) 부행장이다.10년 전 늦깎이로 마라톤을 시작해 벌써 17번이나 완주했다. 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마라톤 통장’을 직접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 부행장은 “마라톤은 출발선이 같은 평등한 운동이지만 꾸준하지 못하면 완주할 수 없다.”면서 “은행원의 필수 덕목인 정직과 끈기를 배울 수 있어 직원들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경기확장 1년만에 끝 ‘냄비현상’ 심해졌다

    국내 경기의 순환 주기(사이클)가 매우 짧아져 거시 경제 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고 내수를 더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일 발표한 ‘경기사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기의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면서 “경기 사이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냄비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는 경제 지표상 정점을 지나 현재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기 대비로 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2%,0.8%로 계속 낮아진 데다, 계절조정 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2분기에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또 재고-출하 순환지표에서도 재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확장이 마무리 단계임을 알리고 있다. 경기가 지난 1분기를 고점으로 2분기에 하강기에 들어섰다면, 지난해 1분기 저점에서 시작된 경기 확장(회복)기는 고작 1년 만에 끝난 셈이다. 정보기술(IT) 발달과 함께 경제 주체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와 소비를 결정하는 등 경기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 전 연구원의 지적이다.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의 단명 현상과 관련,“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확대로 본격 경기 위축에 앞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먼저 닫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경기 주기를 정상화하기 위해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특히 불안 심리 해소를 통한 소비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소비가 지난 200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일단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경제 안전판이 되고 경기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내수의 중심인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 이 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수출과 내수의 원활한 순환을 돕고 내수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D램 슈퍼호황 다시 온다”

    세계 D램시장의 수요 폭발로 내년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 3분기 이후 내년까지 공급 부족과 수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분기별 D램의 수요 대비 공급량이 올해 1분기 99.8%,2분기 99.1%에서 3분기 98.9%,4분기에는 97.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는 101.1%로 올라갔다가 2분기 99.9%,3분기 97.0%,4분기에는 96.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1995년 ‘D램 슈퍼 호황’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가트너는 최근 올해 D램시장 규모를 당초 248억 1700만달러에서 286억 8700만달러로 15.6%, 내년 시장규모는 기존 239억 200만달러에서 322억 1400만달러로 34.8% 각각 상향 조정했다. D램시장 규모는 1994년 232억 6000만달러에서 1995년에는 윈도95 등으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422억 3000만달러의 ‘수퍼 호황’을 기록했다. 씨티은행도 이에 앞서 지난 4월 올해 D램 매출 전망치를 291억달러로 당초보다 7.3% 높였다. 내년에는 375억달러나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1995년에 이어 ‘슈퍼 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내일 금통위 앞두고 ‘금리 버블’ 논쟁 재연

    내일 금통위 앞두고 ‘금리 버블’ 논쟁 재연

    “금리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금리 효과는 부분적일 뿐 버블(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1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해묵은 금리 효과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이른바 ‘금리 버블’ 논쟁이다. 일각에서는 콜금리를 현재(4.25%)보다 0.5%포인트는 더 올려야 금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무줄 금리’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 3.25%였던 콜금리를 4.25%로 1%포인트 올린 이후 금리 인상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투자·소비 등 실물 부문과 금융부문 간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금리가 한동안 저금리 기조로 ‘늘어진 고무줄’처럼 효과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금리 영향이 시장에 곧바로 흡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을 흡수한 점을 예로 든다.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수신 금융상품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의 단기수신 비중은 지난해 8월 52.6%였던 것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 6월 말 현재 51.5%로 낮아졌다. 한은 장병화 금융시장국장은 “시중부동자금의 규모 자체는 줄어들지 않지만, 단기부동자금 비중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서 “이는 부동산 쪽으로 몰리던 단기부동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위원은 “콜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및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가 ‘체감 수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올려야 정상 수준인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박사는 “금리 효과는 경기와 물가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은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고 말했다. ●‘금리버블 있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금리는 인상·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소비 등 실물 부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서 “자금 왜곡 현상을 바로잡는 데는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지만, 실물 경기에 대해서는 무반응”이라고 말했다. 투자 및 소비의 금리 탄력성이 아주 낮다는 얘기다. 특히 경기 사이클의 진폭이 작은 ‘미니 사이클’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조정으로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은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물가를 잡는 데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철 서울대 국제통상금융센터 소장은 “개방경제 아래에서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 등 변수가 적지 않아 통화신용정책은 물가를 잡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는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도 못 잡고, 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다만 물가상승 압력이 없다면 통화신용정책은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상수지 악화를 동반하는 경우 재정축소 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고, 경상수지가 악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과 경제 악화, 경상수지 불균형이 한꺼번에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재정정책을 써야 할지 딜레마가 생긴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오세훈시장 ‘조용한 체력관리’

    오세훈시장 ‘조용한 체력관리’

    ‘이제 조용히 운동하겠습니다.’ ‘스포츠 마니아’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시장공관에 ‘러닝머신’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중부권 수해 때 강남의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곤욕을 치렀던 오 시장이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조용히’(?) 즐기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6일 “오 시장이 최근 입주한 종로구 혜화동 시장공관에 ‘러닝머신’을 구입해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자신의 취미를 산악자전거(MTB)라고 말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로 등산과 골프, 수영, 사이클 등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장에 당선된 뒤 시민정서를 감안해 ‘재임 중에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한데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길 여유가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이 줄면서 취임 이래 몸무게가 8㎏이나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오 시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도 이처럼 조심스러운 것은 지난달 수해 헬스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10일 태풍주의보가 해제된 직후 강남의 한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구설수에 올랐다. 오 시장은 5·31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됐던 호텔 피트니스클럽의 평생회원권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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