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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졸지에 파시스트가 되다/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졸지에 나는 파시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자신을 납치한 인질범을 두둔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가 되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난도질 공격과 비난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같은 불만을 지닌 사람들의 집회에도 나갔는데, 어떤 분들의 분류에 따르면 파시스트나 스톡홀름 증후군에 휘말린 바보에 속하는 사람이 하는 짓이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파시스트로 모는 것이야말로 더 파시즘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말하는 것은, 황우석 교수가 흉포한 인질범이고 그를 옹호하는 이들이 인질이라는 것이니, 그가 퍽 많은 사람을 인질로 잡고 있는 셈이다. 인질의 규모만 해도 역사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인질 치고는 제발로 모여드는 인질이 너무 많다. 스톡홀름 증후군 표찰을 함부로 붙이는 것은 선량한 다수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다. 황우석 옹호자들을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라고 매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면서 뉘우쳐지는 것이 있는데 지난날 ‘관심’과 ‘아량’에 인색했다는 것이다. 남의 조그마한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고 매정하게 처리한 적이 있었다. 눈앞의 현상만 보고 그 뒤에 있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다. 또 남의 어려움에 관심을 두지 않아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한 적도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그 대상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는 회한이 남았다. ‘줄기세포 사건’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황우석 교수를 폭로하거나 조사하는 사람들이 좀더 ‘관심’과 ‘아량’을 지닐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서다. 그랬더라면, 보도나 조사 보고가 달랐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하고 엄동에 주말마다 촛불 집회를 여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과학적 검증에 ‘아량’이 들어갈 구석이 없다 해도, 살리자는 눈으로 보는 것과 죽이자는 눈으로 보는 것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국내 방송사의 고발과 대학교 자체 조사가 우리 자정(自淨)능력을 세계에 보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넘보기 어렵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선두 국가의 자멸(自滅)행위를 어이없어하며 반긴 것이 외국의 반응이다. 겉으로도 그랬는데, 속으로는 얼마나 비웃었을까? 나중에 우리가 땅을 치고 통곡하게 될 것이다. 황우석 그가 잘 생기고 언변이 능해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고, 그의 인간애와 조국애에 반한 사람도 많겠으나, 지지자가 모두 단순한 황우석 개인 숭배자인 것은 아니다. 한 과학자에게 과도하게 적대적인 풍토에 분개하고, 그의 연구 성과를 부정함으로써 올 수 있는 막대한 국익의 상실을 걱정한다. 황 교수가 묶여 있는 동안 미국의 섀튼 교수가 특허출원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것이다. 이번 줄기세포 사건에 대해, 서양문화권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무리 획기적인 과학적 결과물이라도 윤리성이 배제된 것이라면 결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는 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적으로 이해가 갈리면 이야기는 다르다. 섀튼 교수가 징계되거나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는 소식은 없다. 이 미국인 학자에게 씌워져야 할 윤리의 그물이 왜 그렇게 성긴가를 묻지 말라. 과거 영국의 신사도는 자국인끼리만 신사도였다. 일본의 무사도도 그랬다. 밖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도’는 없었다. 대량살상무기 제조시설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서둘렀고 그 후유증은 심하다. 예나 이제나 국가간의 윤리란 이렇듯 허무한 것이다. 국익끼리 부닥뜨리는 정글에는 여전히 ‘도’가 없다. 방송사의 “국익보다 진실이 먼저다.”라는 말은 적어도 국제 문제에서만은 자폭하자는 말과 같다. 내가 파시스트가 되기라도 해서 이런 생각 하나? 국제간의 가장 큰 진실은 국익이다. 강국이 아니라면 더욱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이 국익이다.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 [Book&Life] ‘삼국유사 특별전’ 고품격 상상 이벤트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하리라.”라고 공언한 바 있다.‘삼국사기’가 유교사관에 입각한 정통사서라면,‘삼국유사’는 불교사관에 따른 대안(代案)사서다. 무엇이 ‘삼국유사’를 그토록 특별한 책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 고대사 연구에 없어선 안될 귀중한 자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고조선·삼한·사군·부여·가야·발해·후삼국에 대한 기록은 물론 고대문학 연구의 값진 자료인 14수의 향가는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삼국유사’는 한국학 연구의 핵심 사료인 것이다. 독서시장에는 이미 여러 버전의 ‘삼국유사’가 나와 있다. 최근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서해문집)가 나온 데 이어 현암사에서는 ‘어린이 삼국유사’를 펴냈고 2002년 처음 선보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의 개정판도 내놓았다. 나아가 현암사는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특별전’(3월24일까지)까지 열어 출판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물론 올해가 ‘삼국유사’를 쓴 고려 선승 일연이 탄생한 지 800주년이 되는 해임을 감안한 행사다. 기존의 박물관 전시가 유물을 기본으로 한 것인데 비해 ‘…삼국유사 특별전’은 순전히 ‘상상’을 기반으로 한 ‘유물 없는’ 전시다. 알다시피 ‘삼국유사’에 관한 유물은 별로 없다. 그러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전시는 700여년 전에 씌어진 ‘삼국유사’가 어떻게 이처럼 오랜 세월 의미있는 역사책으로 남아 있는지, 한 권의 책이 어떻게 지난 100년간 한국학 전반에 걸쳐 집중 조명을 받아왔는지 등의 궁금증을 그래픽아트, 사진, 영상,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풀어본다. ‘…삼국유사 특별전’은 현암사가 창업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것. 경품 제공이나 저자 사인회 등 책 홍보 차원의 평면적인 행사는 많지만, 고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같은 문화횡단적 이벤트가 마련되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현암사의 형난옥 대표이사 전무는 “전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한 공간에서 종합적으로 ‘책’을 읽도록 유도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독자와 함께 하는 출판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사재기 파동의 여진이 여전한 가운데 마련된 이번 전시는 ‘고품격’ 출판마케팅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사재기도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강변하는 사이비 출판인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이 전시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출판이란 이윤을 창출하는 제조업인 동시에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다루는 ‘문화사업’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트루시니스/이목희 논설위원

    줄기세포 파문이 한국 국민들의 생명공학 평균지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 하나 끌어올린 것이 있다. 정신분석이다. 잘 나가던 황우석 교수가 왜 논문조작이라는 무리수를 두었을까. 성취 강박감이 먼저 거론된다. 성장기 콤플렉스, 소영웅주의, 자기도취, 자기맹신으로 황 교수의 정신상태를 풀이하면서 술자리 논란이 벌어졌다. 더 큰 탐구대상은 대중의 심리변화다. 줄기세포를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집단공황 현상은 박사학위 논문 여러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황 교수의 능수능란한 화술에 국민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아직도 여론조사를 하면 황 교수를 믿고 싶다는 의견이 상당히 나온다. 이를 단순한 애국심, 집단최면으로 치부하긴 힘들 것 같다. 그보다는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이 설득력있게 인용되고 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기에 앞서 합리화의 동물이란 설명이 인지부조화 이론의 핵심이다. 인류 멸망을 예언한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가 예고된 시한에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사기였군.’이라고 판단해야 이성적이다. 그러나 자기가 오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인간이란 것이다. 오히려 합리화를 위한 정신 메커니즘이 발동해 ‘열심히 간구해 멸망이 비켜갔다.’고 단정하고 더욱 광신도가 되는 과정을 페스팅거는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주식거래 등 경제적 선택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이를 확장해 국가권력이 상징조작, 대중조작에 활용하면 재앙이 발생한다. 히틀러의 나치독일까지 갈 것 없이 지금의 국제사회에서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에서 ‘2005년의 단어’로 ‘Truthiness(트루시니스)’가 선정되었다. 한 방송사의 코미디뉴스 프로에서 부시행정부의 이라크침공 합리화를 비꼬아 만든 조어(造語)다.‘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Truth)이라고 받아들이는 상황’을 일컫는다. 부시행정부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전쟁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강행 배경도 비슷하다. 우리로서는 북한 주민들이 인지부조화 혹은 트루시니스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정밀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임영숙칼럼] 황우석과 미래만들기

    [임영숙칼럼] 황우석과 미래만들기

    우리는 황우석 교수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만들고자 했다. 그가 만든 황금알을 낳는 거위, 즉 배아줄기세포 기술로 오는 2015년까지 연간 최대 33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황 교수가 만들었다는 11개의 줄기세포는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그가 주장한 ‘원천기술’도 의미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반박하고 ‘무균돼지 줄기세포 수립’ ‘특수동물 복제 성공’을 주장하며 여전히 그가 장밋빛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이제 그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서울대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는 황 교수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있던 날 이렇게 말했다.“황 교수는 조사 당시 방금 전에 한 말을 금방 번복하곤 했다. 도를 넘는 정도였다. 연구 진행 과정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실험실이 아니라 마치 남의 실험실에 들어온 사람 같았다. 조사위원 중 누군가 실험실을 보고 ‘가난한 집 냉장고 같다’고 했는데 정말 전체적으로 너무 빈약하고 취약했다. 결국 황 교수가 ‘나는 CEO였다. 아무것도 몰랐다.’ 이렇게 하려는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세계가 놀랐던 과학자와 그 실험실의 실체가 그 정도일 줄은 조사위원들도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논문 조작만으로도 학자로서의 생명이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황 교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그를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 비유하는 풀이도 있지만 그런 극단적인 경우보다 미래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황우석 박사님, 당신은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생명공학입니다.”라는 광고문구에 담겼던 국민적 자부심과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황우석 교수의 추락을 자기 자신의 추락, 민족의 추락, 미래의 몰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영웅이 사라졌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거짓으로 만들수는 없다. 거짓에 기초한 꿈은 미망이다. 미망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온갖 치부를 뼈를 깎는 마음으로 고쳐 나가야 진정 살 만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앞으로 강화하기로 한 정직·신뢰 교육은 한때의 구호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바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삶의 근본가치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생명과 인권을 무시한 기술발전, 경제발전을 추구할 것인가. 인간의 복제 가능성이나 그 도구화를 용인할 것인가.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을 것은 진정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이 줄기세포는 자동차나 반도체가 아니다. 생명과학 연구를 단순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처럼 세계경쟁이 붙은 첨단분야의 기술개발 차원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뉴욕타임스는 “황 교수의 몰락을 통해 한국은 생명과학이 산업정책의 야심에 휘둘려서는 안될 문제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고 썼지만 그 깨달음이 과연 널리 공유되고 있을까. 기술에 종속되면 인간성은 사라진다. 우리와 우리의 자녀와 손자가 가능한 최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한나라 “홀가분하게 계속 투쟁”

    한나라 “홀가분하게 계속 투쟁”

    ‘대세에 지장 없다? 악재?’ 사학법 장외투쟁을 힘겹게 벌여온 한나라당이 사학법인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입장 철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기류다. 사학의 입장 선회가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투쟁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나라당은 9일 최고위원회의와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정부·여당의 ‘사학 탄압’을 맹비난하고 장외투쟁을 강도 높게 이어간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규택 투쟁본부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권이 사립학교에 대해 무슨 정쟁을 선포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듯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며 “청와대·교육부·검찰·경찰 등 전 공권력을 동원해 사학비리 특별감사를 하겠다는 이런 작태야말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교육자들의 양식·소명과 비전을 존중하지 않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짓밟는 것은 ‘사이비 진보를 내세운 새로운 독재’”라면서 “사학의 조그만 비리를 이유로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현 정권에 맞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오 의원조차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여권이 이렇게 압박 일변도로 나오면 야당으로선 총체적 투쟁이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장외투쟁에 회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키웠다. 이런 강경 기조의 배경에는 사학의 신입생 배정 거부 선언이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짐’이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 단체들이 ‘학생 볼모’라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자 한나라당은 내심 곤혹스러워했다. 당이 내건 명분이 국가정체성과 헌법, 시장경제 수호 차원이었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사학의 입장 철회로 ‘홀가분한 투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 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투쟁본부회의에서 사학의 방침 변화가 기세가 누그러진 것처럼 비쳐져 전체 전선에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장외투쟁을 둘러싼 최근의 내홍 조짐이 재연되면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재경부 영화감상… 외교부 ‘개콘파티’

    재경부 영화감상… 외교부 ‘개콘파티’

    정부 각 부처의 송년회 풍속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1차,2차,3차를 전전하는 ‘술판 망년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추세. 공직사회에서는 최근 장관의 취향이나 부처의 특성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송년회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각 부처의 송년회 풍경을 한 데 모았다. 재정경제부의 송년모임은 문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지난 28일 출입기자들과 과천청사 지하강당에서 한국영화 ‘왕의 남자’를 관람하고 만찬을 나누었다. 박병원 제1차관은 당초 실내악 연주를 듣자고 제안했으나 영화에 관심이 많은 한 부총리가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이날 ‘왕의 남자’ 관람에는 이준익 감독이 직접 나와 영화를 만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화질과 음향이 극장의 수준에 못미쳐 이 감독은 “내 영화를 다 망쳤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대부분 크게 만족해 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간부 및 출입기자들과 이른바 ‘개콘(개그콘서트)식 망년회’를 가졌다. 지난해에 이어 기자들이 선정한 외교부 10대 뉴스, 홍보관리관실에서 준비한 앙케트 조사 결과 등이 발표되면서 폭소가 이어졌다.6자회담 수석대표로, 자타공인 ‘은유’의 달인인 송민순 차관보는 ‘사이비 교주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1위로 꼽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7일 실·국장급 이상 간부 20여명과 부부동반으로 ‘마술쇼 송년회’를 가졌다.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씨의 마술쇼를 단체 관람한 것. 정 장관 등은 이날 공연장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뒤 마술쇼를 관람한 데 이어 카페를 찾아 티타임을 갖는 총 ‘3부작’의 송년회를 즐겼다. 티타임에서는 부부가 차례로 일어나 관람 소감을 나누고 건배를 제의하는 등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환경부는 해마다 송년회를 간소하게 치러왔다. 과일·떡을 차려놓고 직원들이 모여 담소하면서 한해를 정리하곤했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 메뉴’가 추가됐다. 이재용 장관이 “마침 제철을 맞은 과메기를 마련해 나눠먹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것. 환경부는 포항 현지에 130명분 가량의 과메기를 주문했고,30일 오전 택배로 건네받는다. 오전 11시 종무식이 끝나는 대로 과천청사 1층 회의실에서 ‘과메기 파티’를 갖는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간부들과 송년회를 갖지 않지 않는 대신 하위직을 중심으로 직급별 대표들과 송년 오찬을 나누었다. 지난 15일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서 행자부직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송년회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행자부 정책홍보관리본부 직원 100여명은 29일 서울 시내 극장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김명식 정책홍보관리관 등 몇몇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불우시설을 방문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문화부는 28일 저녁 정동채 장관과 국·실장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사 뒤편의 한정식집에서 ‘전통적인’ 폭탄주 송년회를 가졌다. 정 장관은 노래를 절대로 안하는 것으로 유명한데도 이날은 자진해서 ‘비 내리는 고모령´ 등 3곡이나 부르며 흥을 돋웠다. 특히 지난 10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출장가는 길에 독일 선술집에서 이날을 위해 가져왔다는 위스키잔 3배 크기의 술잔으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는 ‘애정’을 과시했다. 반면 ‘황우석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과학기술부는 송년모임을 대부분 취소한 채 우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부총리가 연례적으로 국장급 이상 간부들과 갖는 송년회조차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출입기자단과 갖기로 했던 송년회도 무기 연기됐다. 부처종합
  • ‘술자리 폭언’은 정치공작?

    ‘술자리 폭언’ 파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대구 동을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거와 관련된 ‘정치 공작’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폭언의 주인공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아닌 대구지검 정선태 1차장검사로 밝혀지자 주 의원과 한나라당이 ‘정치공작론’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음달 26일 치러질 대구 동을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술자리 폭언’ 날조 사건에는 대구지역 재선거와 관련 있는 특정인의 주변 인물들이 다수 개입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잡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어 주 의원과 당시 술집에 있었던 목격자 이모씨, 술집 사장 현모씨가 통화한 내역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증거로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이씨는 재선거 출마 예정인 여당인사의 보좌역이라는 이모(녹취록에는 실명)씨가 술집에 찾아가 “(술집이 세든 호텔) 오락실 사장한테 ‘형님, 이렇게 ○○형님 배신합니까. 이걸 왜 사건화 안 만듭니까. 오락실 문 닫게 만듭니다.’하고 공갈치고 갔어요.”라고 말했다. 또 현모씨도 주 의원과의 통화 녹취록에서 주 의원이 “이 보좌관이 와서 이거 왜 사건화 안 하냐고…”라고 묻자 현씨는 “서모(오락실 사장으로 녹취록에는 실명임)씨를 협박했다.”고 대답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보좌역은 “사건 다음날 호텔 바에서 현모 사장이 ‘주 의원이 2시간 동안 욕을 하고 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음모론은 말도 안 되고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회의원이 국감기간에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담당 부대표도 “한나라당 사무총장까지 나서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개탄스럽다.”며 “주 의원 스스로 인정했듯 그 자리에서 폭언을 한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일인데 정치적 공작이라고 뒤집어 씌우는 것은 비겁하고 파렴치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주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를 ‘배수의 진’으로 치면서 “누군가가 이 사건 관련자들을 협박해서 사건을 조작하고 특정인에게 뒤집어 씌움으로써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번 파문의 세가지 본질적 핵심으로 “사이비 황색언론 오마이뉴스의 조작과 정치권력에 기생한 위장 시민단체의 진실 왜곡, 대구 동을 선거와 관련한 추악한 정치공작”을 꼽았다. 특히 주 의원이 “누군가가 세 종류의 일들을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힌 것은 녹취록 등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의 반영으로 읽혀진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오마이뉴스 등 관련 매체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민·형사 소송은 물론 언론중재위 제소를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주 의원도 “오마이뉴스가 자의적 의도에 따라 계속 개인의 인격을 비방하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며 “고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한 사실이 명백하기에 추가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오마이뉴스측은 “당사자의 증언을 들어 보도한 내용에 대해 공작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오늘의 눈] 오버하는 시민단체/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의 강원도 홍천군 일대 노선이 시민단체의 압력으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천성산·사패산 터널공사 등에 지엽적인 논리를 내세워 반대함으로써 국가적 이익을 그르친 사례가 적지 않다. 요즘 행정기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우선 고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민단체의 반응이라고 한다.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도 해당단체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으면 과감히(?) 입안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바야흐로 시민단체 전성시대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만 1000여개의 시민단체가 있다. 시민단체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너도나도 시민단체 명패를 건 결과다. 마치 광복 직후의 정당 난립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중에는 조직과 활동이 거의 없는 유령단체도 있고, 브로커와 구분이 안 되는 집단도 있다. 1990년대부터 본격 등장한 시민단체는 그동안 법전에서만 존재했던 시민들의 권리를 실현시켜 민주적 가치를 신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와 기득권층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최고의 권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일부 단체는 스스로의 힘에 겨워 초기의 순수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직업화·권력화되고 있다. 이들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알리기 위해 끝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본래 의도와는 달리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비싼 비용을 치르게 한다. 과거 시민단체 활동이 시민피해를 막기 위한 수세적 측면이 강했던 데 비해, 요즘은 ‘의도된 이익’을 추구하는 공세적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전개해 나가는 양상이 자못 ‘전투적’이다. 자연히 무리가 따르고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일제때 일본 형사들보다 더 무서웠던 존재는 독립운동을 빙자해 유지들에게 돈을 뜯어가는 사이비 독립운동가였다는 말이 있다. 시민단체는 도덕성이 생명이자 존립 이유다. 이를 망각한 채 기성 정치집단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시민단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imhj@seoul.co.kr
  • 사이버대생 “우리 대학생 맞아?”

    사이버 대학교 재학생은 사이비 대학생?전문대학원이나 기업 등에 따라 사이버 대학생을 일반 대학생으로 인정,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아 혼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의 평생교육을 위해 사이버 대학교 설립을 권장해온 정부는 정작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논란이 잦은 경우는 교통 시설을 이용할 때다. 항공권을 살 때, 대한항공 국제선을 이용하면 만 25세 미만(온라인 예매시 만 30세 미만)은 사이버대를 포함해 ‘정부에서 인가한 교육기관’의 학생의 경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에서는 혜택이 없다.지하철 정액권을 살 때도 사이버대학생은 일반권을 사야 한다. 각종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이용할 때도 곳에 따라 일반인 취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도 차별을 받고 있다.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은 아예 사이버대학 출신은 지원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경희대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생물실험을 이수해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 실험실습이 없는 사이버대 출신에게는 사실상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의 하갑래 평생학습국장은 “사이버대는 평생학습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로 일반적인 대학과는 달리 봐야 한다.”면서 “할인혜택이나 대학원 입학 등의 문제는 해당 기업이나 대학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버대학생들은 정부에서 사이버대 제도를 도입한 만큼 도입 이후 생기는 이같은 문제점 해결에 정부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儒林(415)-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0)

    儒林(415)-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0)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0) 그뿐인가. 순우곤은 다음과 같이 조롱한다. “(현명한 사람이) 있다면 제가 반드시 알 것입니다.(有則 必識之)” 이 말은 맹자에게 날린 필살의 일격이었다. 그대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인 척 해도 사이비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그대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내가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대는 한갓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유자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평소에 사기에 기록된 대로 ‘안영의 인격을 흠모하고 안영을 본받았던’ 순우곤이었으므로 공자를 중용하려는 경공에게 “공자의 학문은 대를 이어도 다 배울 수 없고, 당대에는 그 예를 다 터득할 수가 없습니다. 임금께서 공자를 써서 제나라의 풍속을 개량하려 하시나 이는 백성을 위하는 길이 못되는 것입니다.”라고 간언하였던 안영의 말을 빌려 맹자 역시 공자처럼 현명한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한꺼번에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맹자는 재빠르게 순우곤의 속셈을 간파하였다. 자신은 물론 스승 공자까지 한껏 조롱하고 있는 순우곤을 향하여 맹자는 마침내 제2의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일찍이 공자께서 노나라의 사구가 되셨는데, 그 생각이 쓰여지지 않았다. 이어서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 고기가 이르지 않자 면류관을 벗지도 않으시고 떠나시니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은 고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지혜있는 자들은 예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공자께서는 하찮은 죄로서 구실을 삼아 떠나고자 한 것이고, 구차하게 떠나려고 하지 않으신 것이다.” 맹자가 인용한 공자의 고사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자에 의해서 노나라가 잘 다스려지자 이를 두려워한 제나라에서는 춤추는 무희들과 좋은 말을 노나라에 보내어 곡부성 밖에서 일반에게 공개토록 하였다. 놀이를 좋아하는 노나라의 경공과 실권자인 계환자와 공자의 사이를 이간질시키려는 교묘한 계략이었다. 과연 제나라의 계책대로 계환자는 평복을 입고 여러 번 가서 구경을 한 다음 경공에게 이야기하니, 두 사람은 함께 샛길로 몰래가서 하루 종일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정사를 돌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성미 급한 자로가 “이제 그만 노나라를 떠나셔야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자 그래도 공자는 신중하게 대답한다. “곧 노나라에서는 교제(郊祭)를 지내게 되어 있다. 만약 그 제사를 지내고 제육(祭肉)을 대부들에게 나누어준다면 나는 그래도 노나라에 머물도록 하겠다.” 교제는 하늘에 지내는 제사. 그러나 경공과 계환자는 마침내 무희들과 말을 받아들이고 사흘 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교제를 지내고도 제육을 대부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공자는 노나라의 도성을 떠나 남쪽 둔(屯)으로 간다. 이때 한사람이 “왜 죄도 없는 선생님이 떠나십니까.”하고 물으니 공자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여인들의 입은 사람들을 쫓아낼 수도 있고 여인들의 고자질은 사람들을 패망시키고 죽일 수도 있네. 그러니 한가히 노닐면서 여생을 마쳐야지.”
  • 儒林(394)-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0)

    儒林(394)-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0)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0) 얼마 후 광장은 과연 대승을 거두고 돌아왔으며, 제나라의 왕은 그의 어머니 묘를 이장해주었다. 이로써 광장의 효성은 밝혀졌을 뿐 아니라 맹자의 말처럼 사람들도 더 이상 광장을 불효자라 부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제나라와 진나라가 ‘전국책’의 기록대로 전쟁을 한 시기는 대략 위왕 23년(BC 335년)이다. 맹자가 광장과 교유할 때에는 제나라 사람들이 광장을 불효자라고 부르던 시기였으므로 진나라와 전쟁을 하기 이전이 된다. 따라서 맹자는 38세 이전에 제나라에 갔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맹자는 제나라에 두 번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시기는 위왕 때였고, 두 번째 시기는 선왕 때였다. 그러나 위왕 때의 기록은 별로 나오지 않고 위왕의 아들이었던 선왕 때의 기록만 실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무렵 맹자와 제나라왕의 세가였던 순우곤과의 설전은 유명한 일화이다. 순우곤(淳于). 그는 천한 신분 출신이었고, 몸도 작고, 학문도 잡학에 지나지 않았으나 기지가 넘치는 변설로 제후를 섬겨 사명을 다하고 군주를 풍간(諷諫)하였던, 전국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변설가였다. 순우곤은 군주와의 토론에서도 한번도 지지 않은 뛰어난 말솜씨를 지녔던 해학가였다. 순우곤은 이 뛰어난 익살로 제나라의 임금 위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우곤은 맹자와의 설전에서 보기 좋게 패배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맹자가 주유열국을 단행하였던 것은 공자처럼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인정해줄 군주를 찾아 헤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또한 전국시대 때에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던 제자백가의 사상가들과 순우곤을 비롯한 세객들과 직접 설전을 벌임으로써 맹자의 눈으로 보면 ‘부모도 모르는 짐승의 논리’를 펴고 있는 사이비사상가들을 유가의 맹장으로 격파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의 주유천하는 공자와 달리 두 가지 이상의 목적을 갖고 떠난 다목적용 출사(出師)였다. 순우곤과 맹자의 그 유명한 설전은 다른 백가들과는 달리 순우곤이 잡학가일 뿐 추종자를 거느린 사상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순우곤은 그 무렵 제나라의 위왕에게 최고의 명신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한갓 세객에 지나지 않은 순우곤이 위왕에게 총애를 받게 된 것은 오직 순우곤의 뛰어난 혓바닥 때문이었다. 제나라의 위왕8년에 강대국 초나라가 대군을 끌고 위나라를 침략해왔다. 이에 다급해진 위왕은 순우곤에게 황금 100금과 수레 10대, 말 40필을 예물로 주면서 조(趙)나라에 가서 도와줄 원군을 요청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예물을 본 순우곤이 하늘을 바라보고 크게 웃었다. 위왕이 그 이유를 묻자 순우곤은 대답하였다. “대왕 때문에 웃은 것은 아닙니다. 신이 동쪽에서 오다 보니 길가에서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농부를 보았습니다. 제물을 보니 돼지다리 한쪽과 술 한 바가지에 지나지 않았는데, 축문을 읽어서 하는 말이 ‘과일도 풍성하게 해주시고, 땔감도 풍족하게 해주시고, 오곡도 풍년이 들게 해주십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연정 불씨 ‘가물 가물’

    열린우리당의 연정(聯政) 논의는 12일 별다른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이날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발제자로 나선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가 “연정이 지역구도 극복에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해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한나라당은 논의를 원천 거부한 채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발제자 손혁재 교수 “정치력 부족이 문제” 손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지역구도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며 “2인 동반 당선제를 실시했던 유신과 5공화국 시절에 지역구도가 더욱 악화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정당히 행사해야 한다.”며 “선거구제 변화가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논의하고 여론을 수렴해야지,‘어떻게 하면 뭘 주겠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해 “여소야대는 상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족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손 교수는 “노 대통령은 취임 당시에도 여소야대였고,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는 독자적인 입법 발의도 힘든 소수정당이었으므로 원내 과반에서 몇석 부족한 지금의 국회 구성에 대해 대통령이 크게 불편해할 상황도 아니고, 위기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한나라 `오로지 민생´ 김빼기 전략 한나라당은 연정 불씨를 살리기 위한 여권의 제안을 일축하며 민생·경제 챙기기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각종 미디어를 통한 연정 관련 토론회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연정 김빼기’ 전략을 세웠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수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손학규 경기지사를 만나는 등 경제해법 마련에 분주했고, 한나라당은 연정 논란에 대해 더 이상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전날 금리 인상 추진 검토를 주장했고, 이에 대해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반응’이 나오면서 여권이 던진 연정 이슈를 희석시키는 데 부분적으로나마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형 건설업체가 부도 직전의 회사와 누가 상대를 하겠으며, 중소형 업체도 공사대금을 다 써버린 사이비 업체와 손잡을 리 없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한나라당은 전날 전국 성인 남녀 30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소야대로 국정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연정하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반대 46.4%, 찬성 33% 등으로 나타났다.또 ‘내각제 수준의 권한 이양’ 언급에 대해서도 49.2%가 정략적 의도라고 답했으며, 선거구제가 개편되면 지역주의 정치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6.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전광삼 이지운기자 hisam@seoul.co.kr
  • 디카폰 품질평가 논란

    카메라폰의 ‘품질 문제’에 대한 소비자 조사결과를 놓고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소비자 조사기관의 ‘갈등’이 삼성측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적대응’ 운운하며 감정이 격화됐던 삼성전자와 조사기관이 갑자기 ‘화해무드’로 돌아서면서 카메라폰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게 됐다.●“삼성 애니콜 문제 적다”발표 소비자조사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는 23일 최근 6개월 간 카메라폰을 구입한 소비자 1만 8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애니콜 ‘SCH-E560(일명 CEO폰)’이 525 PPH(PPH·100대당 문제점)로 문제점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마케팅인사이트측은 또 자사가 시행하고 있는 ‘체험중심 품질평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능이나 가격대에 따라 나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체험으로 품질을 평가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적은 저가 단순 모델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최첨단·고성능 휴대전화는 오히려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회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정면으로 뒤집는 데다 자사의 조사방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지난 20일 소비자들이 ‘최악’의 카메라폰으로 삼성 애니콜을 선정했고 가장 문제가 적은 제품은 LG전자 싸이언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애니콜이 가장 문제가 많다는 결과는 일견 의외로 보이지만 애니콜 등 첨단·고기능 휴대전화가 상품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제품·통화품질은 중저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KTF 카메라폰이 가장 문제가 많았는데 이는 애니콜 때문이라며 ‘KTF­애니콜’은 최악의 조합임이 분명하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이 회사의 ‘고객사’에 경쟁사인 LG전자가 포함돼 있는 등 ‘의혹’이 적지 않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배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LG전자측은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내용을 참고자료로 각 언론사에 배포하는 등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였다.●“품질·통화질은 최악” 공개 여진남아 이에 마케팅인사이트측은 삼성전자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여의치 않으면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끈했지만 3일 만에 “카메라폰 브랜드별 초기품질 점수와 관계된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회사 김진국 대표는 “삼성전자와의 갈등은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관계자는 “‘사이비’라는 표현을 쓴 것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인사이트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지만 조사결과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테크니칼·버진, 일금부부, 에세이 인격

    대학가의 이 알쏭달쏭한 풍속도를 아십니까? <테크니컬·버진> “마지막 교두보는 지키자” 한국적「즐기는」신안특허(新案特許) 요즘 여대생 사회에서는 TV란 은어가 은밀하게 번져가고 있다. 이 경우 TV란「텔레비전」의 TV가 아니라「테크니칼·버진」(Technical Virgin)의 TV. 직역하면「기술적인 처녀」정도의 뜻이 되겠다. 「기술적인 처녀」라면 뭘까. 여대「캠퍼스」에서는 이「테크니칼·버진」의 포괄적인 의미가 아직은「포퓰러」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여대생 사회에 있어서의 성개방은 이제 신화 속의 얘기만은 아닌「현실」로 부각되어 가고 있다. 새 가치관으로서의 성윤리의 몰락은「쾌락의 추구」와 직결된다.「테크니칼·버진」은 이 쾌락의 추구로서의「섹스」관. 적당한 수단과 방법으로「섹스」를 즐기되「버지니티」만은 고수한다는, 말하자면「코리어나이즈」된 성개방의 물결이다. 「퍼미시브」한 현대 사회구조에서 성에 대한「타부」의 동요 현상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 단지 바다 건너의 새「섹스」관이 여성의 처녀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 반해「테크니칼·버진」은 최후의 교두보로서「버지니티」를 사수(?)한다는데 보다 한국적인 일면이 있다. S여대 학생회장인 김국경(金菊卿)양은『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여대생은 거의 전부가 가짜』라고 흥분한다. 학업에 몰두해야 하고 부덕(婦德)을 쌓아야 하는 여대생 사회에서 성의 개방이니 쾌락의 추구니 하는 어마어마한 죄악(?)은 있을 수도 있지도 않다는 것. 그러나 김양의 도덕적인 발언과는 달리 요즘 여대생 사회에서는 무언가 형체가 분명치 않은 새로운「섹스」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호텔」을 출입한다, 학자금이나 용돈의 마련을 위해 술집의「호스테스」가 된다, 가정부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저명한 사학가「막스·러너」는 언젠가 현대를 고대「바빌론」에 비유해 개탄한 적이 있다.「바빌론」의「처녀성(處女城)」에도「테크니칼·버진」이란 게 있었을까. <일금일부(一金夫婦)> 중년, 여대생을「양육(養育)」한다 학자(學資)·용돈은「출장남편」이 「F·사강」의『어떤 미소』가 몇 년 전 상영된 적이 있다. 돈 있는 중년 신사와 여대생이 엮는「어떤 정사」가 줄거리. 그리고 분명 여기에서 영향받은 듯한 한 가지 중대한 현상이 명동 거리와 이름있는 어느「레스토랑」, 극장가에서 나타났다. 싱싱한 여대생과 말끔한 중년신사의「데이트」현장이 눈에 띌 만큼 자주 목격된 것이다. 요즘엔「일금부부」란 게 생겼다. 돈 있는 중년이나 사장족(族)이 일정액의 현금투자를 하곤 여대생을 양육한다. 방을 얻어주고 매달 생활비와 학자금을 대준다. 그리곤 1주일 에 한두 번씩 현지출장을 나가 어떤 형태의「부부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경우「부(婦)」쪽은 대부분 서울에 집이 없는 지방출신 아가씨. 일금 ○○○○○원정의 현금투자자로 맺어지는 이「일금부부」는 서울에만도 상당수가 있다는 얘기다. S대 J교수에 의하면 우리 여대생들에겐『시집가기 전에 멋있게 놀아보자』는 강렬한 욕구가 있다. 그「엔조이」의식에 여대생 특유의「매머니즘」과 물질적 허영심이 교차될 때「일금부부」같은 편리한 변칙(?)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추론. 굳이 여대생의 경우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의「출분」은 그 99%가 경제문제에 귀착되고 있다. 작년 E대의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대생의「고민 제1위」는 경제 문제. 다음이 이성 및 성 문제, 가정 문제, 신체 문제, 사회가치 문제의 순서로 되어 있다. 힘 안들이고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일금부부」는 지극히 제한된 계층의 생활풍습(?)이긴 하지만 따라서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것. 미국에서는 미혼인 남녀 대학생이 공공연히 동거생활을 하고 있음이 밝혀져 얼마 전「뉴요크·타임즈」지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자유의 천국 미국에서는『처녀들이 교의(校醫)에게 피임약 처방을 요구할 자유』까지 보장되어 있다지만 우리 여대생들은 아내있는 남자와「일금」의 관계를 맺는다. 그것도 경제적 사유 때문에. 좀 슬픈 생각이 든다. <에세이 인격> 원전(原典) 외면하는 독서경향 척척 인용구로「유식」행세 『저 친구 얘기 한번 해보니까「에세이 인격」이더군』하는 소리가「캠퍼스」안에서 자주 들린다.「에세이 인격」이란 한 마디로 요새 번창 일로에 있는 유사(類似)「에세이」류만을 탐독, 교양이나 지식, 사고의 한계가 그 안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 그러니까 요즘 유행하는 안모, 이모, 김모, 전모 등의「에세이」류나 읽고 대학생인 체하려는 사이비 대학생들을 꼬집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세이」류의 특징을 들자면 ①다분히「페단틱」하다는 것 ②주로 여대생들을 상대로 쓰여진다는 것 ③상식적「테마」보단 추상적「테마」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에세이」류를 읽음으로써 대학생들은 원전을 읽지 않고서도 언제나 풍부한 인용구를 소유할 수 있으며「유식한」냄새를 타인에게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을 보지 못한 인용어구는 하나의 사상누각(沙上樓閣) - 결코「유식」할 수 없다.「깊이」는 가고「재기」만 남은 셈이랄까? 「에세이」류가 결코 상아탑의「텍스트」일 수는 없다는 논리의 동일 연장선 위에 요즈음 대학생들의 학점 중시경향을 놓을 수 있겠다. 5·16 전만 해도 출석은「사인」으로, 학점은 졸업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던 것이 이제 꼬박꼬박 교수가 출석을 부르고 평균 B를 위해 고등학교 시절 학원에 나가던 기개로「노트」를 외어야 한다.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애인까지「카드」정리에 동원해야 했던 어제에 비하면 취직시험을 위해 애인의 아버지를 동원하는 오늘의 대학생이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하기도 하다. 시험을「보이코트」했을 때 시험을 친 학생에겐 무조건 C를, 시험을「보이코트」한 학생들에겐 모두 B학점을 주던 교수도, 학생도 이젠 없다.『전체의 의사를 배반했기 때문에 C학점을 준』그런 일은 신화가 되어버렸을 뿐이다. 학점만이 학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잡다한「에세이」류가 인생의 폭을 넓혀주는 건 결코 아니다. 대학의 젊음을 보다 건강히 연소시킬 수 있는, 학점도「에세이」도 아닌 곳에 오히려「로마」로 가는 길은 뚫려 있지 않을까?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정감록’ 때문에 민중이 울었다. 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감록을 이용해 자기 한 몸의 안락과 치부(致富)를 꾀하는 못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감록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지배층의 평가는 늘 부정적이었다.‘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잣대로 삼은 것이었다.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상당수 민중이 정감록 때문에 재산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백백교(白白敎)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일제시대 백백교 사건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대표적인 사례다.1937년 백백교 간부 150여명이 집단살인사건으로 검거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사 결과 핵심 간부 18명이 최소한 신도 314명을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경득은 61회에 걸쳐 166명을 살해했고, 문봉조도 129명이나 되는 교인을 죽여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백백교는 교단 이름부터 ‘정감록’을 빌렸다. 정감록에 보면 말세에 사람이 다 죽은 뒤 “사람의 종자를 양백(兩白)에서 구한다.”고 했다.‘양백’은 곧 백백(白白)으로 풀이된다. 백백교에서는 이 구절을 끌어다 구원을 받을 사람들은 오직 백백교도뿐이라고 내세웠다. 또 한 가지. 정감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라도운봉두류산(全羅道雲峰頭流山) 성인출어함양림중(聖人出於咸陽林中)”이란 대목이 있다. 글자 그대로는 “전라도 운봉에 두류산 즉, 지리산이요, 성인은 함양 땅 수풀 속에서 나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백백교에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앞부분은 “전(全)씨가 도(道)를 열(라)고 운(運)을 만(逢)난다.”고 보았다. 뒷부분은 성인이 출현하기로 예정된 ‘함양림’이란 장소를 백백교가 창시된 함(咸)경도 운림(林)면 마양(陽)리로 풀이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정말 기발한 해석이었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억지 춘향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많은 한국 사람들은 백백교 식의 정감록 해석을 환영했다. 그들은 도리어 기상천외한 해석에서 비결의 힘과 매력을 발견했다. 그만큼 순리대로 살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백백’이란 “한 가지 흰 것으로 천하를 희게 만들자(一之白將欲白之於 天下地).”는 구호를 요약한 것이기도 했다.‘흰 것’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계룡산 바위가 희어진다.”는 구절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흰 바위란 전통적으로 미륵을 상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가지 흰 것”은 정씨 진인이 출현할 시기이자 미륵부처나 다름없는 백백교의 교주를 가리켰다. 요컨대, 새 종교 백백교와 더불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는 선동적 믿음이 구호에 담겨 있었다. 백백교의 남자 신도들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이라는 주문을 줄곧 외워댔다.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말세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들은 말세에 서양은 불로 망하고, 동양은 물로 망한다고 했다. 불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와 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의 본고장 서양은 불로 망한다고 보았다. 동쪽은 서쪽의 반대라 물에 약하다고 풀이했다. 중요한 점은 백백교를 믿는 사람만이 무사히 살아 남는다는 주장이었다. 교단 측은 신도들에게 일단 한국의 53개 성지에 들어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 말세의 심판이 닥치면 곧바로 금강산으로 들어가라 했다. 금강산엔 ‘피수궁’(물의 재난을 피하는 궁궐)이 있고 거기서 잠시 기다리면 백백교의 교주 대원님이 하강해 신도들을 이상향으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백백교의 이상향은 동해의 섬이었다. 동해 바다 한 가운데 3000리나 되는 영주란 섬이 있다고 했다. 그 섬엔 봉황과 기린이 살고 불로초도 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백백교 신도는 누구나 그리로 인도된다. 그러나 만일 부귀영화를 한껏 누려보고 싶은 이라면 계룡산으로 안내된다. 백백교의 수장인 대원님이 새 세상의 왕이 되어 교단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신도들에게 관직을 준다고 했다. 교단에 재산을 많이 헌납한 사람은 당연히 큰 벼슬을 받게 된다. 이런 감언이설로 백백교 지도층은 세상 삶에 지친 민중을 유혹했다. 백백교를 세운 이는 가난한 농부 전정운(全廷雲)이었다. 본래 동학교도였던 그는 1900년 평안남도 영변군 근산면 화현동에서 백도교(白道敎)란 간판을 걸었다. 얼마 뒤 그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교명을 백백교로 바꿨다. 그는 1904년 6월 사상 초유의 대홍수가 한국을 휩쓸어 말세가 된다면서 이상향에서 살고 싶으면 무조건 백백교에 입교하라고 선동했다. 물론 전정운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럼에도,1905년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지는 등 세상은 무척 어수선해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백백교의 거짓 예언을 뿌리치지 못했다. 교주 전정운이 늙어 죽자 아들 전해룡이 뒤를 이었다. 전해룡은 1923년 경기도 가평에 궁궐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교당을 지었다. 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높이려는 술책이었다. 그는 평소 단식을 잘했다.20일 동안 단식한 뒤에도 평소와 같은 기력을 과시해 신도들 사이에 신비감을 조장했다. 이 역시 28수라는 그의 허다한 고등 사기수법의 하나였다. 전해룡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그뿐 아니었다. 만일 신도들의 자녀 가운데 아직 미혼인 여성이 있으면 성적 노예로 삼아 착취했다. 유부녀라 해도 용모가 아름다우면 마음껏 유린했다. 전해룡은 변태성욕자가 분명해 자기의 정사(情事) 장면을 숱한 여신도들이 지켜보게 했다. 그는 이를 신(神)의 행사라고 불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신도가 있으면 이상향에 보낸다며 산으로 끌고 가 남몰래 살해했다. 살인을 담당한 간부들은 벽력사(霹靂使)라는 명칭으로 부를 만큼 백백교 지도층은 집단광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살인극은 무려 14년간 지속됐다. 만일 교주 전해룡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교단을 배신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경우는 물론 간부나 첩이라도 태도가 변한 기색이 보이면 즉시 살해되었다. 또한 신도들은 재산을 전액 헌금하게 돼 있었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생매장 당했다. 엄청난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백백교는 무사했다. 교단 간부들이 해마다 거액을 상납했기 때문에 일제 경찰은 눈을 감아준 것이었다. 그러다 1937년 우연한 일로 백백교의 비리가 세상에 폭로된다. 백백교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컸다. 소설가 박태원은 ‘금은탑(金銀塔)’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소설화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기 한국의 민중은 정치에 실의하고 생활에 궁핍했다. 근대 한국 민중의 불안한 사회심리를 이용해 우후죽순 격으로 뻗어난 것이 바로 백백교 따위의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단체였다.1930년 6월 현재 정체불명의 그런 사이비 단체가 55개, 신도 수는 10여만명을 헤아렸다(동아일보 1930년 6월16일자 사설). 백백교 같은 사이비 종교단체는 암울한 시대배경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이었다. ●정감록을 이용한 재물 뺏기 ‘정감록’을 이용한 사기행각은 식민지 시기 사회 전반에 꽤 널리 퍼진 병리현상이었다.1930년께 김창하라는 사람은 ‘천병만마’(千兵萬馬·무수한 군대)를 격퇴할 해인(海印)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가짜 약을 판매하다가 검거됐다. 비슷한 무렵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면에 살던 경호창과 최성기는 태백산 기슭의 벽촌을 돌아다니면서 곧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보천교도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입교하라고 강요했다. 물론 입교 시에는 소정의 돈을 납입하게 돼 있었다. 경호창 등은 유언비어를 살포한 죄로 20일의 구류처분을 받았다(중앙일보 1932년 3월16일자). 이런 일은 식민지 사회에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사건은 조선 후기에도 많았다.1826년(순조 26) 충청도 청주에서 정상채라는 사람이 붙들려 처벌을 받았다. 그는 여러 고장을 들락거리며 나이와 이름을 멋대로 속였다고 했다. 도술을 부린다고 거짓을 늘어놓고 ‘환묘문(幻妙門)’과 같은 도술 책을 친구에게 주어 타인의 물건을 빼앗게 했다. 마침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자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진짜 난리는 얼마 뒤에 일어난다며 민심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정상채는 진인이 이미 섬에 와 있다고 황당한 말을 꾸미는 한편 진인의 당에 가입하려면 이름을 직접 서명하라고 사람들을 졸라댔다. 뿐만 아니라 섬에 있는 진인의 군대에 군복을 지어 입힌다며 군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그가 착복했음은 물론이다. 정상채의 동료 박형서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받았다. 주된 죄목은 남의 재물을 속여서 빼앗고 ‘흉언(凶言)’ 즉 거짓 소문과 예언을 지어내 인심을 소란케 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전쟁이 박두했다는 둥, 해도(海島)에 진인이 있다는 둥 거짓 예언을 퍼뜨리며 자기가 살길을 아노라 했다(실록·순조 26년 10월27일 을해). 비슷한 예는 정말 많았다. 박형서나 정상채 같은 사람들을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은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해 군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변호인들은 왕조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면서 ‘범인들’이야말로 실은 ‘혁명아’였다고 강변하겠지만, 과연 그랬을까?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군자금을 생활비와 용돈으로 소비한 사람들이 과연 혁명아일지 의문이다. 그들이 말한 진인은 결국 환상적인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금품을 건네준 사람들의 기대는 처음부터 어긋났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기꾼이었다. ●홍경래의 난 그런데 어떤 경우엔 도무지 이것이 ‘혹세무민’인지, 사기행각인지 또는 진정한 의미로 민중의 투쟁이었는지를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결코 백백교와 동렬에 놓일 성질은 아니지만 경계 짓기의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홍경래의 난을 예로 들어 보겠다. 결코 홍경래 난을 매도하려는 뜻은 아니란 점을 다시 강조한다. 홍경래 난은 1811년(순조 11) 12월18일 시작됐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을 장악했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관군의 반격을 받고 곧 정주성에 갇혀 버렸다. 정주성 싸움은 이듬해 4월19일까지 제법 오래 계속됐지만, 결국 관군의 승리로 끝났다. 장기간 싸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반란군 측은 여러 차례 격문을 내걸었다. 격문엔 정감록이 예언한 정진인(鄭眞人)도 언급됐다. 서북 사람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라, 세도정권의 가렴주구는 악행이라는 등 그 시대 서북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정감록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지금 나이 어린 국왕과 주위의 간악한 무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상을 건질 성인이 청북 선천 검산 일월봉 아래 군왕포 위 가야동 홍의도에서 탄생하셨다. 성인은 나서부터 비범하신데 평안도 지역은 성인의 고향이라 직접 손을 대지 못하시고 우리들에게 명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셨다.” 정감록이 예언한 새 왕조의 창건자가 이미 홍경래의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로써 반란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격문을 짓게 한 홍경래 자신은 각종 병서(兵書)와 술서(術書), 특히 ‘정감록’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풍수지리에도 능통해 전국을 유람했다고도 전한다. 홍경래 일당은 정감록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런 까닭이겠지만 난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에도 사람들은 정감록과 해도 진인에 대해 더욱더 이야기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홍경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홍경래 난은 무려 10년 동안 사전에 준비됐다고 했다. 조직적인 반란이었던 셈이다. 풍수 전문가 홍경래를 비롯해 우군칙, 김사용, 김창시 등 유랑지식인 또는 몰락 양반들이 반란군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벼락부자가 된 이희저의 가산 다복동의 사저를 거점으로 삼아 평안도 각지의 부자들과 연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산에 광산을 열어 빈농과 유이민 등을 모아 훗날 군사로 동원했다. 이 당시는 청나라와 국경무역이 활발했을 때라 평안도 출신 가운데는 이희저의 경우처럼 대상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요에 맞춰 평안도엔 유기(鍮器) 등 수공업이 발달했으며 광산 개발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었다. 홍경래 일파는 이런 시대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 기회에 서북지역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서울로 진격해 일거에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홍경래를 지지한 계층은 민중이라기보다는 평안도 각지의 부호들이었다. 좌수와 별감을 비롯한 향임(鄕任·행정보조집단)과 별장(別將)과 천총 등 무임(武任·군사 및 치안담당자) 가운데 재산이 넉넉한 사람들이 홍경래를 후원했다. 민중의 지지는 정주성을 지킬 때 엿보이는 정도였다고 한다. 본래 유랑지식인이었던 홍경래나 자칭 제갈공명이라 불렀던 우군칙은 반란을 모의하는 과정에서부터 갖은 방법으로 부자인 이희저를 포섭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희저는 반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책임지게 됐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던 평안도 유지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홍경래 난은 일부 유랑지식인과 상층부 인사들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홍경래 등은 서북지방의 숙원이던 지역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했고, 그 점에 있어 해당지역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일반 민중과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평안도의 부호들이 반군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점으로 보아 실상은 평안도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는 반란이었다. 실제로도 격문을 분석해 보면 소농과 빈농 등 하층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1894년의 동학농민운동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만일 이 점을 확대 해석한다면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지배층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홍경래 등이 자주 거론한 ‘정진인의 출현’은 민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중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조선왕조의 입장에서 보면, 홍경래 난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혹세무민’이었다. 왕조의 입장은 그렇다 해도 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한때 홍경래 일파를 적극 지지했던 평안도의 부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한마디로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사물은 하나지만 해석은 구구하다.’라 했던 어느 역사가의 주장이 문득 뇌리에 떠오른다. 홍경래의 난은 복잡했다 해두자. 어쨌거나 틀림없는 한 가지 사실은 때로 정감록은 민중에게 고난과 아픔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이 점을 인식한 듯 근세의 종교지도자 소태산은 이렇게 말했다.“근래의 인심을 보면 사술(邪術)로 대도를 조롱하는 무리와 모략으로 정의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세상에 가득하여, 각기 제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듯이 야단을 치고 다니나니, 이것이 이른바 낮도깨비니라. 그러나 시대가 더욱 밝아짐을 따라 이러한 무리는 발 붙일 곳을 얻지 못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사이토 다마키 지음

    ‘은둔형 외톨이’란 말이 있다. 사회적 관계망에서 단절된 채 직업 없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다.‘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이란 뜻의 일본말 ‘히키코모리’에서 왔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새벽 5∼6시쯤 잠든다. 오후 3∼4시쯤 일어나 빈둥대다가 밤이 되면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밥도 혼자 먹고, 가족간 대화도 없으며, 말을 걸면 화부터 내고, 욕설이나 폭행을 행사하기도 한다. 홀로 살기가 현대인들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병적인 틀어박히기는 최첨단 과학문명 이면에 도사린 아픈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의 경우 100만명, 우리나라는 12만여명에 달한다. ‘히키코모리’ 개념을 최초로 사회에 알린 일본 정신의학자 사이토 다마키 박사의 책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김영진 옮김, 황금가지 펴냄)은 인터넷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요즘 의미심장하게 읽힐 만한 책이다. ●보통은 청소년기 등교거부로 시작 저자는 책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의 특질을 진단하고, 다양한 유사 현상들까지 세밀하게 살펴본다. 은둔형 외톨이의 시작은 보통 청소년기 등교거부에서 시작한다. 사소한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를 한두번 빠지기 시작하다가 아예 등교를 거부한다. 집에선 충고를 듣거나 의논하는 게 싫어서 부모를 피하기 시작하고, 결국 방에 갇혀 두문불출하면서 밤과 낮을 바꿔 생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실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이같은 현상을 겪은 성인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은둔’이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취미성과 연관된다는 임상적 사실을 통해 ‘오타쿠’에도 주목한다.‘오타쿠’는 ‘당신’이란 뜻을 지닌 2인칭 대명사로, 원래 상대편을 높여 부르는 말.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 존중해 ‘오타쿠’라고 부르던 것이 마니아를 넘어 집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오타쿠를 이해하는 코드로 ‘성(性)’을 내세운다. 오타쿠 창작물의 대부분은 기존 상업 작품을 포르노화한 패러디물인데, 특히 여성 오타쿠(同人女)들의 패러디는 남자끼리의 연애와 섹스를 주제로 한 ‘야오이물’이 압도적이다. 어린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로리콤’, 몸의 일부가 짐승인 소녀 등 오타쿠의 성적 환상은 기괴하고 변태적이기에 사회에선 ‘오타쿠=변태’ 또는 ‘오타쿠=잠재적인 엽기 범죄자’란 편견이 지배한다. ●‘오타쿠=잠재적인 엽기 범죄자’는 편견 그러나 저자는 오타쿠들은 변태도, 정신 이상도 아니며, 단지 허구를 즐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용어인 ‘폐인(嬖人)’과 비슷하다. 폐인은 무언가 심하게 몰두한 나머지 사회적 관계 등을 소홀히 하고 일반적 생활패턴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타쿠나 폐인은 일상을 아예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오타쿠 분석에 이어 저자는 컬트와 해리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정신병리적 현상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컬트 집단의 특징은 종교적 현상과 매우 비슷해 사람들에게 매우 혼란을 주기 쉽다.‘도를 아십니까.’‘자아를 버리면 평안해진다.’ 등의 가르침을 통해 인간이 결코 버릴 수 없는 개별성을 버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 하지만 결국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무감각한 인간을 만들어낼 뿐이다. 컬트 집단의 특징은 사이비 종교뿐만 아니라 기존 종교나 각종 집단에까지 스며들어 있음을 경고한다. ●컬트집단 기존종교에까지 스며들어 저자는 또 아이들이 자신의 분신으로서 대리 몬스터로 하여금 싸우게 하는 포켓몬스터 게임을 통해 해리의 문제를 짚는다. 기존의 대표적 정신병리적 현상인 ‘분열장애’는 후퇴하고,‘다중 인격’으로 대표되는 ‘해리장애’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백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진료한 경험을 가진 지은이의 결론은 이렇다.‘방안에 틀어박혀 은둔하는 쪽이나, 게임이나 만화에 몰입하는 쪽이나 생각만큼 심각한 병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면, 결국 심각한 병리로 발전한다. 이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사회와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1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공연포커스]여자는 북어패듯?

    [공연포커스]여자는 북어패듯?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은 여성마당극이다. 국립극장과 민족예술단 우금치가 함께 만드는 ‘일곱 빛깔 마당극 축제’시리즈 중의 하나로 무대에 올려지는 이 공연은 여성문제를 다룬 극이다.“여자랑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손봐 줘야 한다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닥다리 남성 사회속에 사는 여성들 삶의 이야기다. 가부장제와 남성본위의 사회에서 어려움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여성 3명. 아들을 낳기 위해 사이비 교주를 찾아 나서는 황말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인내하고 살아가는 이름도 없이 슈퍼댁이라고 불리는 한 여인, 직장과 집안일을 동시에 챙기느라 정신없는 이미경. 이들의 이야기를 통쾌한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 여성 문제를 다룬 만큼 여성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볼 만하다. 특히 아직도 자신들의 부친이 향유하던 권위와 위엄을 동경하고 있는 40대 이상의 남성들은 꼭 봐야 하는 이야기다. 물론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고루한 젊은 남성도 환영이다.24,2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02)2280-411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수도권 5일장] 용인 백암장

    [수도권 5일장] 용인 백암장

    경기도 용인의 백암 5일장은 ‘순대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풍부한 돼지 내장을 이용해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섞어 넣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순대가 ‘얼굴 마담’인 까닭이다. 지난 6일 낮 12시쯤 백암장터 부근에 자리잡은 ‘옛날백암순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탓인지 장날의 왁자지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이곳에만 순대를 먹으러 온 20여명의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며칠 휴가를 내 고향을 찾았다는 택시 운전사 김태식(39·인천시 동구 송림동)씨는 “대창(막창)순대와 소창순대, 머리고기, 오소리감투(돼지 위), 염통 등을 모아 놓은 모둠순대는 가히 ‘걸작품’”이라며 “새우젓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살∼살 녹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돼지 10만마리 사육 전국 1위… 부산물 풍성 백암장의 순대 가게는 장터를 주변으로 ‘원조’와 ‘사이비’가 뒤섞여 10곳 정도가 성업중이다. 원조격인 ‘옛날백암순대’ 등 5곳은 아들·딸 등이 분가해 문을 열어 한 집안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순대집은 양배추·숙주나물·부추·양파·호박 등의 야채를 다듬고 돼지 머리고기와 후지(뒷다리), 선지, 불린 찹쌀을 갈아서 양념을 한 뒤 내장 속에 넣고 살짝 삶아 놨다가 손님들이 주문하면 40분 정도 찜통에 쪄낸다. 이 덕분에 일반 순대처럼 돼지 냄새가 나지 않아 깔끔할 뿐 아니라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유혹한다. 특히 가스 불에 전골 냄비를 놓고 그 위에다 대나무 채반에 순대를 담아 얹은 뒤 증기를 뿜어 올리면 순대 맛은 ‘백암장 최고 상품’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래성 백암농협 조합장은 “백암면은 10만마리(전국 면단위 기준 1위)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고, 고급 돈육 브랜드인 ‘성삼한방포크’를 개발하는 등 돼지고기의 품질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백암순대는 인조 순대가 아닌 순수 돼지 내장에다 온갖 야채를 넣어 만들어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유명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백암장(1일,6일)은 초창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소시장이 들어서면서 경향 각지에서 의류·생선·막걸리·과일 장수들이 몰려들어 크게 번창했다. 하지만 산업화 바람으로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1000여평에 뻥튀기·소껍데기·막걸리를 파는 먹을거리 가게와 의류, 만물상 등 100여개의 가게와 노점들이 들어서 있어 다른 5일장과 별반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산업화에 밀려 100여개 가게·노점 명맥 유지 정상우 백암장 관리소장은 “백암장의 경우 초기에는 순대보다 돼지와 소, 쌀의 시장으로 유명했다.”며 “산업화와 경제논리에 밀려 소시장과 도살장이 없어지는 바람에 이제는 순대만이 전통 백암장의 명성을 유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백암장의 두번째 브랜드는 각종 야채류 ‘모종’이다. 이날 내린 비 덕분에 모종이 싱싱하고 푸르러 모종가게·노점만이 크게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정용일(54·용인시 백암면)씨는 “오이와 토마토 모종을 사러 왔다.”며 “비가 와서 그런지 모종이 파릇파릇 건강하게 보여 잘 키우면 올해도 채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되는 모종은 고추·토마토·수박·참외·오이·유채·옥수수·가지·고구마·호박·상추·박 등 야채류는 없는 것이 없다. 지난달 말부터 선보인 모종은 오는 30일까지 대략 한달 동안 성수기를 맞는다. 가격은 고추 모종(포기당)이 15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수박은 500원으로 가장 비싼 편이다. 고구마싹은 40원, 참외와 토마토는 200원이며, 보통 10∼100포기가 한 묶음으로 판매된다.20년째 모종상을 하는 강민정(60·여)씨는 “오늘 비가 온 덕분에 장사를 잘 했다.”며 “하루 동안 판 수입이 70만∼80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쌀시장의 명성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시장보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주로 거래되는 바람에 유통량이 크게 줄었지만,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100% 추청(아키바리)쌀로만 수매해 브랜드화한 ‘백옥쌀’이 인기를 끌어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백옥쌀’은 ‘쌀겨농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쌀겨를 뿌리면 지방성분이 많아 기름막을 형성함으로써 제초 효과가 있어 농약을 쓰지 않는 대표적인 무농약쌀이다. 백암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곤달걀’이다. 백암농협 뒤편 시장 어귀에 들어서면 먹을거리 노점들은 대부분 ‘곤달걀’을 큰 대야에 가득 담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곤달걀’은 양계장에서 제대로 부화되지 못하고 죽은 불량품 달걀을 말하는데,‘정력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용인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8~29일 순대만들기 대회-100m 길이 순대 기네스북에 “백암순대를 한번 맛보실래요?” 용인예총은 이달 하순 제3회 용인예술제 기간 동안 ‘용인특산 체험하기-‘백암순대’ 맛보셨나요?’ 행사를 진행한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백암순대를 직접 만들어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오는 28∼29일 에술제 행사장에서 열린다. 참여방법은 가족단위 신청자가 우선으로 하며,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장에서 순대가공 전문업체가 미리 준비해온 20cm 크기의 내장에 순대 속을 직접 채워넣고 가족의 표찰을 붙여 찜솥에 쪄 만들어보고 직접 맛도 볼 수 있다. 참가비는 재료비(20cm 기준) 1000원을 부담하면 된다. 백암순대는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열린 ‘세계 최장 순대만들기’ 기네스북에 도전, 성공했다.200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각각 50cm 크기의 돼지 내장에 순대 속을 직접 채워 넣어 연결한 뒤, 삶아내 100m 길이의 순대를 만들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순대 가공 전문업체들은 돼지 반마리(또는 1마리) 분량의 순대(6∼12m)를 제조하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용인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들어 마성터널을 통과해 용인교차로를 지나고 나면 양지교차로에 다다른다. 양지요금소를 벗어나 17번 국도 진천·죽산 방향으로 5분 정도 직진해 가다가 우회전하면 백암농협 등이 나오며 백암장터가 시작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울∼백암간 시외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서울 남부버스터미널과 백암 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시외직행버스는 시간당 3차례 운행된다. 시간은 1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28일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기획하고,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28일 개봉)은 변신술의 귀재 너구리를 주인공삼아 무차별적인 환경파괴에 경종을 울리는 ‘친환경 애니메이션’이다. 1960년대 일본 도쿄 외곽. 뉴타운개발 계획으로 하루아침에 산과 들이 깎여나가자 오랜 세월 이곳에 터잡고 살던 너구리들은 서둘러 자구책을 마련한다. 회의 끝에 이들이 내놓은 대응방안은 ‘인간연구 5개년 계획’과 ‘변신술 부흥’. 이와 함께 지방에 살고 있는 전설의 장로에게 지원을 요청하러 특사를 보낸다. 너구리들은 외부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며 변신술을 이용한 게릴라 작전으로 공사를 방해하지만 인간들의 개발계획을 저지하는데는 역부족. 마침내 지방에서 올라온 세 장로는 너구리 변신학을 집대성한 ‘요괴대작전’을 실행할 것을 선언한다. 인간의 자연파괴에 맞서는 너구리들의 분투기는 나름대로 절박하면서도 대단히 유쾌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를테면 인간 연구를 목적으로 너구리들이 단체로 사람으로 변신해 도시탐험에 나서는 대목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피곤할 때 눈밑에 생기는 다크서클의 유래를 인간 변신 효력이 떨어지기 직전 너구리의 상태로 응용한 장면은 절묘하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너구리의 외모도 시선을 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인 너구리의 모습, 두 발로 걷는 일상의 모습, 그리고 기분 좋을 때와 패배했을 때 등 세심하게 신경 쓴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이 눈을 즐겁게 한다. 너구리 사회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정치비리와 연예계 스캔들에 묻혀 환경문제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되는 현실을 풍자하는 동시에 강경파와 평화주의자, 사이비종교에 매달리는 현실도피자 등 외부 탄압에 맞서는 너구리 사회의 내부 분열상을 통해 인간사회를 비꼬는 대목은 유쾌하면서도 씁쓸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너구리들의 전통놀이. 공놀이, 줄넘기 등을 할 때 너구리들이 부르는 노래가 우리가 어릴 적 부르던 그것과 똑같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한·일 관계가 경색된 탓일까, 사소한 일본 문화의 잔재에도 새삼 마음이 쓰인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늘의 눈] ‘출산드라’와 종교 대중화/ 김미경 문화부 기자

    “날씬한 자들은 가라, 뚱뚱한 자들의 세상이 오리니…” 한 공중파TV의 인기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뚱뚱교’교주 ‘출산드라’가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살찐 사람을 ‘선택받은 자’로 묘사하고, 육류요리를 예찬하는 ‘말씀’을 전하는 그녀는 살빼기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그러나 교주로 분장한 패러디 형태를 띠면서 일부 종교단체들이 특정 종교를 폄하하는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종교적인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출산드라’의 출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한국교회언론회. 최근 낸 논평을 통해 “‘출산드라’의 내용이 기독교적 소재를 배경으로 하면서 종교적 경건성을 폄하, 무시해 단지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종말적 오락성’을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출산드라’의 말과 행동이 기독교를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같은 기독교단체와 네티즌들의 반응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개그 마니아들은 “시대적인 풍자와 웃음을 위해 사이비교주 형식을 빌려왔을 뿐 특정 종교와는 상관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출산드라’의 주인공인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기독교전문 인터넷매체를 통해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출산드라’를 찬찬히 보면 기독교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를 풍자소재로 삼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시도 자체는 의미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종교는 아직도 성역에 갇혀있는 듯하다. 물론 종교를 너무 쉽게 희화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이 종교를 편하게 말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종교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출산드라’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 교류를 통해 종교가 단지 믿는 자들만을 위한 전유물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열고 한걸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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