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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없어도 타세요

    돈 없어도 타세요

    『돈 몇 십 만원 가지고 들어갈 땐 호기당당하죠. 그러나 새벽 5시께 겨우 잔돈 20원만 남아 서울 갈 차비도 없게 되는, 그게 바로「카지노」예요. 아마 20원짜리「치프(chip)」가 있었으면 그 돈 마저 다 날렸을 걸요』 이렇게 돈 잃은「노름꾼 신사」들을 책하면서도 그 노름꾼 신사들이 가엾어(?) 인천서 서울까지 공짜로 태워다 주는 아가씨「택시」운전사가 있다. 「경기 영 1-2013」「초콜리트」빛「코로나」의 운전사 이영자(李永子·28)양이 바로 그 사람. 마음씨가 곱대서 복실이, 새벽 4시부터 손님맞이 워낙 마음씨가 곱고 상냥하대서 李양은 동료 운전사들에겐「복실이」로 불린다. 이 복실이 아가씨의 일터는 인천「올림포스·호텔」. 정확히 말해서 매일 새벽 쏟아져 나오는「카지노」의 손님들을 서울까지 태워 나르는 것이 직업이다. 한 번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는데 1천 5백 원의 수입이 오른다. 李양의 일과는 밤 12시부터 시작. 차를 인계 받아「올림포스·호텔」앞마당에 세워둔 채「코로나」뒷좌석에서 새우잠을 잔다. 깨어나는 건 새벽 4시. 이때부터 李양은 열심히「카지노」의 출입구만을 지켜본다. 『걸어 나오는 걸음걸이만 보아도 돈을 땄는지 잃었는지 금방 알 수 있죠. 돈을 딴 사람들은 문을 나서며 금방 기지개를 켜거나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데 잃은 사람들은 아무 말없이 자꾸 뒤를 돌아보지요』 제일 안된 게「땡전 한푼 안 남기고 다 털려버린」신사님들. 자가용이나 있으면 그나마 덜 한심한데 자가용도 없는 사람은 오도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는 것. 그럴 때 복실이 아가씨는 그 신사에게 상냥히 다가간다. 『서울 가시죠?』하고 물으면 힘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면 李양은『손님 탈 때까지 기다리세요』해놓고 돈 내는 손님을 태운 뒤 그 손님의 양해를 구해 돈 없는 신사분을 동승시켜 준다. 이런 손님이 한 달 평균 20명 정도. 손님들은 언젠가 반드시 그 빚을 갚는다. 개중엔 돈 땄을 때 1, 2천원씩 두둑이「팁」을 주기도. 하지만 동승시키는 일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여기 노름하러 오는 분들, 서로 얼굴을 익히는 걸 아주 싫어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분은 편승시키자고 말하면「아가씨 마음씬 기특하지만 오늘 내 기분이 좋지 않으니 그냥 갑시다」하기도 해요. 그럴 때 내 처분만 바라고 있는 밖의 손님을 보면 어찌나 안됐는지…』 공금 잃은 이 표정 딱하고, 웃기기는 마담들의 싸움 李양의「백·미러」에 비친「갬블러」들의 모습은 한심하기만 하다. 『노름하러 오는 사람치고 따는 사람 별로 없더군요. 모두 잃는 사람뿐이지. 설사 땄다 해도 몇 십, 몇 백 만원씩 잃다가 겨우 그 10분의 1 정도 될까 말까예요. 게다가 땄다고「호텔」에 들어 기분(?)이나 좀 내다보면 그게 그거지요. 뭐 괜히 사람만 축나고…』 하면서 노름의 생리란 결국 돈 잃는 거 아니냐는 李양의 주장이다. 『제일 딱한 게 공금을 들고 와 노름하다 몽땅 털려버린 사람들이에요. 차를 타고 나면 서울 다 와도 자꾸 더 가자고만 그러죠. 노름 할 땐 몰랐는데 서울 돌아오고 나니까 밝은 날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되리라는 걸 생각하게 되는 거죠. 꼭 자살 일보 직전의 표정들이죠. 그런데 며칠 뒤 보면 또 나타나거든요. 노름이란 게 꼭 아편 같은 모양이죠? 서울 태워다 주고 나서도 그 분 자살했으면 어쩌나 싶게 제가 더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또 나타나는 걸 보면 용하긴 용해요』란다. 돈을 딴 사람은 다시「카지노」에 안 나타나는 일이 있어도 잃은 사람치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제일 웃기는 건 소위「유한 마담」들이죠. 돈 다 털리고 나선「이년아, 저년아」해가면서「네가 먼저 오자고 했지?」하며 삿대질하는 모습을 집에 계신 바깥 분들이 보았으면 - 』 이럴 땐 李양은 고소하면서도 얄미운 생각이 들어 차를 좀 험하게 몬단다. 그러면 그래도 겁은 나는지『운전 좀 똑똑히 하라』고 아우성. 차를 타고 나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줄곧 담배만 태우고 한숨짓는 한숨파, 「그 때 베팅 좀 높였더라면」하고 연방 중얼거리는 후회파, 차라리 아무 말이 없는 침묵파, 「여편네 하는 꼴이 어떻더니…」하는 재수파, 입에 거품을 물며 마구 닥치는 대로 욕하는 욕지거리파 등「갬블러」등의 표정은 천태만상이란다. 李양이「카지노」손님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 건 꼭 1년 2개월 째. 통산 운전경력은 만 3년. 『제일 속상하는 건 밤을 꼬박 세우고 나도 한 탕도 못 달릴 때죠. 정말 그럴 땐 눈물이 나와요』그러는 李양의 신상도 눈물이 날만큼 고달프다. 어린 두 동생 보살펴 키운 처녀가장 고향은 경기도 연천(漣川), 2남 1녀의 맏딸로 태어나 10세 때 6·25를 당해 부모를 잃었다. 어린 두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라나 인천 성광여중 야간부를 졸업. 16살 때 어느 상점에 점원으로 취직한 것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李양은 어린 두 동생을 거느리고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그래서「버스」차장으로 전업. 그러나「버스」차장의 수입으로 두 동생의 학비를 대기는 어려워 조그마한 빙과점을 차렸다. 빙수를 만들어 팔고「사이다」「콜라」를 팔았다. 제법 솔솔히 팔려 제법 목돈을 모았다. 李양이 첫 수난을 겪은 게 바로 이 때. 외래품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가 돈을 좀 대라기에 10만원을 꿔 주었더니 그대로 꿩 구워 먹은 소식. 알고 보니 이런 수법으로 여러 사람에게서 돈을 거두어 미국으로 날아버린 것. 李양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가게를 지키던 점원 아이가 잔뜩 외상만 깔아 놓고 현금은 빼돌려 가게도 도산 상태. 李양은 더 살아 무엇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어디 가서 남한테 폐 안 끼치고 다리 뻗고 죽을 데 없나』곰곰이 생각했다. 李양은「키니네」를 잔뜩 주머니에 넣은 뒤 인천 역으로 나갔다. 기차 속에서「키니네」를 먹고 기차가 달리는 도중 뛰어내릴 생각이었다고. 그러고 나서 차표를 사들고 생각하니 동생들이 불쌍했다. 이 때 李양은 이미「키니네」5, 6알을 먹었으나 더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의식을 잃어 버렸다. 李양은 다시 취직을 하려 했으나 한번 자살미수의 경력이 있다고 모두들 고용하기를 꺼렸다. 李양은 생각다 못해 운전을 배우기로 했다. 꼬박 4개월 배운 끝에 65년 4월 23일 드디어 운전면허를 얻었다. 처음엔 취직이 어려웠으나 한번 되고 나자 수입은 훨씬 좋아졌다. 제법 살림의 틀이 잡혀가려 할 때 李양의 앞에는 또다시 제2의 시련이 닥쳐왔다. 어쩌다 알게 된 어느 남성에게 다시 모아두었던 20만원의 돈을 떼어버린 것. 李양은 부산으로 내려갔다. 식모생활 3, 4개월 만에 운전사로 취직은 되었으나 교통사고로 또다시 실직. 李양은 서울 어느 공장의 직공으로 있는 동생의 권유로 약 반 년 동안 동생집에서 살림을 맡아 하며 몸조리를 했다. 그러다 인천서「코로나」운전사로 취직한 것이 만 1년 2개월 전 일. 하루에 서울왕복 세 차례, 노름하는 신랑감은 싫어 새벽 4~5시께「카지노」의 손님을 실어 나른 후 7~8시께엔「호텔」손님을, 그리고 11시께 한 번 더 서울을 다녀온 뒤, 하오 2시부턴 다른 운전사에게 차를 인계, 인천 시내에서 영업행위를 한다는 것. 그러니까 李양은 인천「올림포스·카지노」에서 서울까지 하루 3회 왕복하는 것이 그 일과의 전부다. 『제일 미운 손님이 돈 좀 땄다고 지분덕거리는 손님이죠. 곱게 집에 돌아가실 일이지…』 李양의 두 동생(26세, 23세)은 현재 모두 군복무 중. 그 중 웃동생은 운전면허를 갖고 있어 군대에서도 운전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결혼요? 군대에 있는 동생들이 제대해서 자리가 잡힐 때까진 생각도 않겠어요. 하지만 틀림없는 건 결혼하더라도 노름하는 남자는 안 얻어요』 [ 선데이서울 69년 5/4 제2권 18호 통권 제32호 ]
  • [사설] 사학법 처리 후유증 최소화해야

    1년 이상 힘겨루기를 거듭하던 사학법 개정안이 어제 정기국회 마지막날 파행 끝에 통과됐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반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멱살잡이,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후진적인 온갖 추태가 재연됐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정국이 경색돼 임시국회로 미뤄진 종합부동산세법, 비정규직보호법,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 현안 처리가 표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온 몸으로 저지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사학법이 이념적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인지 의문이다. 이미 지적했듯 사학법 개정은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사학의 설립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재단 이사진 중 4분의1 이상이 개방형 이사로 채워졌다고 자율권의 침해로 보는 것은 무리다. 부패·비리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강경 투쟁에 나서고, 사학법인들이 학교 폐쇄, 신입생 배정거부 등으로 맞서는 것은 잘못된 처사이다. 오히려 법인들은 사학법 개정에 맞춰 운영의 새 틀을 마련하는 데 경주하는 게 올바른 자세이다. 정치권은 사학법 강행 처리의 후유증을 하루속히 수습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처리로 내년 지자체 선거정국에서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식으로 야당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꼬투리 잡기 식의 투쟁 방식을 지양하고, 예산안과 보류된 각종 민생법안의 심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8·31 부동산투기 억제의 후속 입법과 비정규직법 등은 연내 꼭 처리돼야 한다. 17대 국회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새 국회상 정립’을 공언했다. 하지만 구태는 여전하다. 국민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제자리 걸음이다. 도리어 뒷걸음질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국민들이 내년의 줄지은 선거 정국을 걱정하는 이유다. 국회는 더이상 국민을 짜증나게 해선 안된다.
  • [서울광장]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이용원 논설위원

    며칠전 ‘군대 친구’들이 송년모임을 가졌다.1980년을 전후해 같은 중대에서 병영생활을 함께한 이들로, 나이 또한 쉰살 안팎으로 고만고만한 사이다. 화제는 여느 때처럼 복무 시절의 추억담으로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요즘 군대’ 이야기로 모아졌다. 친구들 중에는 아들이 현재 복무 중이거나 입대를 코 앞에 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도 약간의 격론을 거쳐 그 자리에서 내린 결론은 ‘요즘 군대 불안하다.’라는 것이었다. 그 근거는 이러하다. 군대란 어차피 전쟁에 대비한 존재로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특수집단이다. 따라서 엄정한 군기가 기본이고 이를 바탕으로 상하간 명령·복종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군대는 군기가 빠져 있다. 이래서야 군가의 한 대목처럼 ‘부모형제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등등이었다. 이밖에도 군 복무는 신성한 의무이니만큼 개인 희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의견, 군 복무는 일종의 성인식이며 남자는 제대해야 비로소 제몫을 하게 된다는 ‘남성우월적인’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는 국방부가 사병과 그 부모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올해는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지난 6월 모 사단의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장병 8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희대의 참사가 벌어졌다. 그에 앞서 연초에는 논산훈련소에서 한 중대장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군에서 암 진단을 제때 받지 못한 사병이 전역후 몇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사례도 잇달았다. 건군(建軍)후 누적된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병영문화 개선안을 비롯해 군 개혁방안을 다양하게 내놓았고 그 결과 구세대로서는 감히 상상 못한 일들이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병장이 이등병의 발을 닦아주는가 하면, 내무반을 공개해 사병의 부모가 자식과 함께 숙식 및 근무를 체험하기도 한다. 아울러 병사들의 공동 생활공간인 내무반을 생활관 개념으로 바꿔 개인공간을 최대한 보장하며, 출퇴근 개념을 도입해 업무시간 말고는 제가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하도록 해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다 좋은 일이다. 군인도 다같은 우리 자식이기에 그들이 편하게 잘 지낸다는 데 불평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인권 역시 민간인과 다름없이 보장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일반사회에서 그러하듯 병영에서 벌어지는 구타·성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이므로 뿌리 뽑아 마땅하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가 군의 목적과 존재이유를 충실히 지키면서 진행되는가 하는 점이다. 군대친구들과 송년회를 가진 다음날 신문은 ‘유격훈련 재미있어진다.’는 뉴스를 또 전했다. 유격훈련이면, 특수부대원을 제외한 육군 사병이 겪는 가장 엄격한 훈련이다. 그런데 이 유격훈련을 앞으로는 신세대가 좋아하는 ‘인공암벽 오르기’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군 복무 당시 유격훈련의 목적을 전투능력 향상과 군인정신 강화로 배웠다. 이번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유격훈련은 앞으로 전투능력 향상에는 도움될지 몰라도 군인정신 배양과는 무관하게 될 것이다. 일반기업체조차 신입사원 연수과정에 극기 훈련을 넣는 데가 적지 않은데 정작 군에서는 이를 버리는가. 군대는 어느 때라도 군대다워야 하는데…. 이십수년 전에 군을 제대한 구세대가 보기에 요즘 군대의 변화는 왠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판교 중대형아파트 턴키방식 건설 확정

    공영개발이 처음 도입되는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 최종 확정됐다.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는 6일 판교 신도시 턴키 입찰방법 심의회를 열고 시공능력 평가액 1조원 이상의 대형 업체간 공동도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 시평 기준 1조원을 넘는 업체는 21개사이다. 주공은 “턴키 입찰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 또는 대기업간 컨소시엄이 수주하기 때문에 중견 주택전문업체들에도 시공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공은 발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마치고 이달 중순 턴키 공모를 실시하고 내년 3월 말 실시설계 적격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턴키 물량은 아파트 5742가구, 연립주택 314가구 등 6056가구이다. 주공은 아파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실시설계 적격업체 선정시 설계점수의 비중을 높게 반영할 계획이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금천을 빛내는 어머니 합창단

    금천을 빛내는 어머니 합창단

    서울 금천구(구청장 한인수)에는 큰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서울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 대회에도 출전하기만 하면 상위권에 입상하는 금천구립합창단이다. 금천구립합창단은 금천구가 구로구에서 분구돼 개청된 지난 1995년 창단됐다. 지난 10년 동안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신생 자치구 금천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심지어 ‘금천구는 잘 몰라도 금천구립합창단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50여명의 단원들은 모두 금천구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엄마’들이다. 이미 손자까지 본 단원도 있는가 하면, 이제 갓 결혼한 초보 주부도 있다. 각자가 가진 느낌과 개성은 ‘50인 50색’이지만 함께 만들어 내는 목소리 만큼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금천의 엄마’들은 주 1∼2회 빠지지 않고, 금천문화체육센터에서 연습에 몰두한다. 금천구의 자랑을 넘어서 서울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다는 것이 단원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딱 딱 딱.” 지휘봉으로 악보 받침대를 때리는 소리가 연습장을 휘감는다. 그 순간 고운 소리를 내던 30여명의 아주머니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얼굴엔 작은 긴장감마저 보인다. 서울 금천구립합창단을 7년째 지휘하고 있는 지휘자 최홍민(50)씨는 단원들을 다루는 데 ‘도사’가 됐다. 곧 있을 공연을 위해 지금은 너무 윽박지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10년째 화음 모으는 區의 자랑거리 “지금처럼 하면 안 됩니다. 소리를 마무리 짓고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얼렁뚱땅 하고 있잖아요. 아시겠어요.” 지휘자의 지적에 어머니들은 이내 웃으며 병아리들처럼 “네∼에”라고 길게 대답한다. 단원들은 지휘자와 수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척보면 안다. 금천구립합창단은 이렇게 10년을 이어오며 금천구의 자랑으로 컸다. 금천구립합창단은 1995년 금천구청 개청과 더불어 창단됐다. 단장은 국윤호 부구청장이 맡고 있으며, 지휘자는 최홍민씨, 반주는 심선희(43)씨가 담당하고 있다. 단원은 50여명으로 모두 여성이며, 음악을 전공한 3명의 유급단원을 제외하면 모두 금천구에 사는 어머니들이다. 3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결원이 발생할 경우 1년에 1∼2차례 있는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게 된다. 올해도 지난 7월 6명의 단원을 새로 뽑았다. ●‘열혈 단원´ 50여명 區홍보 앞장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거의 모두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금천구만큼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다. 금천구는 구립합창단에 연간 8000만원가까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썩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금액이다. 이 안에는 지휘자와 반주자를 비롯, 음악을 전공한 유급단원들에 대한 보수와 일반단원들에게 지급되는 교통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단원들의 합창용 드레스나 한복 등도 모두 구청에서 지원한다. 금천구가 이처럼 구립합창단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신생 막내 자치구인 금천을 알리는데 합창단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좋은 실력을 가진 합창단 하나를 잘 육성하면 같은 비용으로 더 큰 홍보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천구립합창단의 10년차 ‘맞언니’인 소프라노 파트의 이상지(53)씨는 “금천구립합창단이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다.”면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우리가 사는 곳인 금천구를 알리고 있다는 생각이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구청장도 관심 높아 한인수 구청장의 합창단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한 구청장은 “합창단에 속해 있는 어머니들이 너무 훌륭하고 자랑스럽다.”면서 “금천을 알리는데 구청장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전국대회 최우수상 등 수상실적 화려 구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인지 구립합창단은 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7일 제10회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는 문화관광부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보다 앞선 서울시 어머니합창경연대회에서는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합창단 10년차 김연숙(50)씨는 “서울시대회에서 동상을 받았지만 사실 만족할 수 없었다.”면서 “절치부심으로 노력해서 며칠 뒤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합창단에서 알토 파트를 이끌고 있는 이미성(48)씨는 “엄마들의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스스로 연습량을 늘리는 등 단원들은 이미 합창단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금천구립합창단은 1997년 서울시합창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 대회 은상과 전국대회 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실력 업그레이드 위해 오늘도 분주 금천구립합창단의 명성은 이미 전국적으로도 자자하지만 합창단의 직면한 과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실력 향상’이다. ‘어머니 합창단’수준이 아니라 구립합창단 이라는 명함에 걸맞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원들 역시 수준 업그레이드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금천의 자랑거리인 금천구립합창단의 어머니들이 과연 어디까지 비상할지 이들의 다음 발걸음이 주목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연극사세요, 뮤지컬도 있어요”

    ‘연극 팔아요, 뮤지컬 사세요.’ 예술공연을 세일즈하는 이색 문화예술교육 판매장터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성남문화재단은 공연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사고파는 아트마켓(2006 문화예술교육박람회·2006 APM·Arts Education Program Market)을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행사는 올해로 예술단체가 출품한 프로그램을 전국의 문화회관과 문화의 집 등이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 판매 행사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성남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박람회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81개 단체 95개 프로그램이 선을 보인다. 연극(37개), 미술(25개), 음악(7개), 무용(5개), 미디어(15개), 문화일반(6개) 등 다양한 장르가 마련된다. 유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아동이나 장애인, 노인 등과 같은 소외계층 대상의 계층별 체험프로그램도 전시된다. 박람회에 초청된 각 지역의 문예회관과 문화의집 관계자들이 운영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된다. 특별 전시되는 ‘지역의 꿈’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다양한 성공사례를 통해 보여주게 된다. 이외에도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일환인 초·중·고등학교 영화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들을 상영하는 ‘1018영화제’가 열리고 세미나와 강연회, 워크숍 등이 이어진다. 박람회 마지막 날에는 문화관광부의 2006년 문화예술교육 분야 지원사업(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문의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031-783-8083,8089).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결승] 결승 같은 예선 대국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결승] 결승 같은 예선 대국

    제1보(1∼5) 예선 결승 두 번째로 소개할 바둑은 조한승 8단 대 강동윤 4단의 대국이다. 조한승 8단은 한국 랭킹 5위의 기사이다.1982년생으로 95년 입단하여 올해 1월에 8단으로 승단했다. 입단 10년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 규정에 따라 올해가 신인왕전 마지막 출전이다. 그의 입단 동기는 이세돌 9단. 아마 역대 최강의 입단 동기생이 아닌가 싶다. 입단 동기이므로 친하기도 하겠지만,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이세돌 9단이 32연승 가도를 달릴 때 그의 연승을 막은 사람이 바로 조한승 8단이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치열함이 적어서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부족한 2%만 채우면 최정상급으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최근 그 2%를 채우는 중인지 더욱더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한편 그의 상대인 강동윤 4단은 1989년생으로 2002년에 입단하여 얼마 전 9월에 4단으로 승단했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바둑대회를 완전히 평정하여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치열한 입단 대회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뚫었고, 프로무대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신예연승최강전과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에서 연속으로 우승하여 바둑계의 차세대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약 이번 비씨카드배에서도 우승한다면 신예기전 그랜드슬램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한국랭킹은 17위. 그러나 최근의 성적을 보면 12월에는 훨씬 더 높은 등수로 올라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처럼 강한 두 기사가 예선에서 만났다는 것은 대회의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불운한 대진이라고 하겠다. 대회 결승전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돌을 가려 조한승 8단의 흑번. 유연한 바둑으로 뛰어난 균형 감각을 갖고 있는 조 8단은 어딘지 백번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에 이세돌 9단보다도 더 치열한 바둑을 구사하는 강동윤 4단은 흑번이 더 어울리는 바둑이다. 과연 어느 쪽이 자신의 기풍을 잘 지켜내면서 바둑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이것도 이 바둑의 흥미로운 관전 요소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강릉단오제 ‘세계유산’에

    1000년의 전통을 지닌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가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 강릉시는 25일 강릉 단오제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 인증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은 무형유산의 인류 역사에서 차지하는 가치와 그 보존 필요성을 인식해 유네스코가 2001년 도입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1차)과 판소리(2차)에 이어 이번 강릉단오제가 3번째로 선정됐다. 강릉시는 강릉단오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강릉단오제의 안정적 전승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무형문화재 전승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동시에 정기적 해외공연 활동지원과 외국 민속공연팀의 초청공연을 통한 교류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칠사당과 대관령 산신각, 국사성황사, 대관령옛길, 학산서낭당 등 강릉단오 유적지를 돌아보고 학산오독떼기와 단오노래를 배우고 탈을 만드는 등 강릉단오 유적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강릉 단오제는 음력 3월20일 제사에 쓸 신주를 담그는 때로부터 시작해 5월6일의 소제까지 50일 정도 걸리는 대대적인 행사이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한길 가는 김수간·김민정 잉꼬부부

    한길 가는 김수간·김민정 잉꼬부부

    부부가 한 직장에서 일하면 좋은 점이 많을까, 나쁜 점이 많을까. 개인의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여기 한 쌍의 지하철 기관사 부부만큼은 좋은 점이 많은 듯 하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의 김수간(34)·김민정(30)씨는 유명한 부부 기관사다. 먼저 유명세를 탄 것은 아내. 동기 기관사 120여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기관사인 그는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여서 ‘미녀 기관사’로 통한다. 남편 김수간씨는 올해 처음 도전한 도시철도공사 최우수 기관사 시험에서 월등한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내에 대한 주변의 높은 관심 때문에 분발한 탓도 있다. 다음에는 아내가 최고에 도전한다. 김민정씨는 남편의 경험을 바탕으로 2년쯤 뒤에 최우수 기관사에 도전하려고 마음을 굳혔다. 학교 선후배이자 직장 동료·동기이고 인생을 함께 하는 부부이기도 한 김수간·김민정씨.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차’를 모는 자신들을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사진은 김수간씨 부부가 일을 마친뒤 7호선 온수역에서 다정스럽게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지하 세계’에서 사는 부부가 있다. 남편과 아내 모두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땅아래로만 달리고 있으니 ‘지하 세계에 산다.’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이 둘은 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지하철 기관사 부부이다. 남편 김수간(34)씨는 8호선을, 아내 김민정(30)씨는 7호선을 운전한다. ●부부간 대화도 지하철 이야기 김수간씨는 도시철도공사가 지난달 실시한 ‘2005 최우수 기관사 선발대회’에서 2위 그룹과 20점 차이를 보이는 우수한 성적(총점 428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최우수 기관사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 기관사 평가는 이론·기능·응급사항 대응능력 등 지하철 운행에 관한 전 분야에 걸쳐 치러졌다. 특히 올해는 자신이 운전하지 않는 다른 호선의 전동차 고장 조치와 같은 새로운 분야가 시험 과목에 포함되기도 했다.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5∼8호선은 지하철 재원과 특징이 각 호선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운행하지 않는 열차에 대해 숙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김수간씨는 이를 평가하는 필기 시험에서 2위와 10점 이상 차이를 내며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이같은 공(功)을 모두 아내에게 돌렸다. “아내가 지하철 기관사이다 보니 집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도 지하철에 관한 내용이 많아요. 부부간의 대화가 곧 공부가 되는 셈이죠.” ‘아내의 힘’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비단 이번 최우수 기관사 선발대회에서만은 아니다. 김수간씨가 기관사가 되기까지는 아내이기 이전 연인이었던 김민정씨의 힘이 많이 작용했다. 둘은 입사이전부터 사귀고 있던 안양과학대학 캠퍼스 커플이다. ●도시철도공사 입사 전엔 캠퍼스 커플 대학시절 연인인 김수간씨를 기관사의 길로 이끈 것은 김민정씨였다. 김수간씨는 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 채용 공고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기관사 시험을 보기로 결심한 김민정씨가 꼼꼼히 챙겨준 것이다. 김민정씨는 “처음 기관사 시험을 보도록 한 것은 저였지만 함께 공부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공부를 시작한 둘은 첫 시험에서 보란듯이 합격했다. 특히 김민정씨는 120여명의 동기생 기관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합격했다.‘홍일점’이자 미모를 겸비한 김민정씨에 대한 사내(社內)의 관심은 남달랐다. 덩달아 연인인 김수간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둘은 단번에 도시철도공사의 유명 인사가 됐다. 도시철도공사에 기관사 부부는 의외로 많다. 전체 여(女)기관사 17명가운데 5명이 부부기관사이다. 도시철도공사 박창규 홍보실장은 “근무시간도 불안정하고 거의 지하에서만 살다 보니 연애할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기관사들끼리 맺어지는 것은 근무 형태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대학시절보다 더욱 가까워진 김수간·김민정씨 부부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험은 같이 봤지만 남편보다 1년쯤 늦게 임용된 김민정씨는 남편의 생생한 경험을 전수받아 실수 없이 기관사 생활을 해 오고 있다. 남편이 먼저 거쳐간 기관사 연수원과 5호선 7호선 근무를 그대로 이어서 따라가고 있다. “남편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 줘요.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런 설명들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되죠.” 김수간씨 역시 “아내에게 직장에서의 전문적인 일들을 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면서 “아마 2년쯤 후에는 아내가 최우수 기관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지금까지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구 서울지하철공사)와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에서 여성 최우수 기관사는 단 1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사설] 문화재, 이렇게 함부로 취급해도 되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고궁이나 서원 등의 이용 상황을 보면 드라마나 영화 촬영의 소품 정도로 천대를 받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마저 든다. 하긴 고궁이 먹고 마시는 만찬장으로 허용된 적도 있으니 굳이 말이 필요없다. 문화재라고 해서 폐쇄적으로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는 깨끗이 관리·보전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그렇기에 문화재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쪽 모두가 소중히 여기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SBS의 드라마 촬영 때 일어난 덕수궁 돌담의 훼손은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다. 돌담은 1897∼1910년 대한제국 때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우리의 역사이다. 접착제로 붙인 800여장의 종이를 주의없이 떼어내면서 돌 사이에 바른 줄눈이 떨어지고 긁혔다. 더욱이 제작사측이 허가도 없이 돌담을 사용했다니 문화재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 갖췄는지 의심스럽다.KBS는 2000년 드라마를 찍으면서 창덕궁 인정전 마당에 LP가스통을 설치했다가,MBC는 1999년 병산서원의 누각에서 기생파티 장면을 연출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역사의 숨결이 사그라진다.2003년 이후 고궁에서 92건의 방송 촬영이 허용됐고, 이 와중에 크고 작은 손상이 있었다고 한다. 문화재 당국은 고궁 등의 사용 허가를 내줄 때 규정을 철저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허가한 뒤의 관리 및 감독도 마찬가지다. 문화재는 특정 기관이나 계층의 전유물이 분명 아니다. 국민 모두의 귀중한 역사적·문화적·예술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지금 창원에선] ‘환경도시 메카’… 지역경제 띄운다

    [지금 창원에선] ‘환경도시 메카’… 지역경제 띄운다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협약 당사국총회(COP)’ 제10차 회의가 오는 2008년 경남 창원시와 창녕군 일원에서 열린다.1993년 일본 쿠시로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이다. 람사총회를 경남도가 유치함으로써 한국이 선진 환경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람사총회는 147개 회원국과 국내외 환경단체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국제행사이다. 총회에서는 창녕 우포늪을 비롯한 창원 주남저수지, 인제 용늪, 비무장지대(DMZ) 습지 등 국내 및 도내의 습지를 소개하고, 습지의 보전 및 활용방안과 환경정책을 알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습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DMZ내 생태보전 방안 협의 지난 15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9차 람사총회 본회의에서 차기 개최지로 경남이 확정됐다. 이재용 환경부장관과 김태호 경남지사가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남도는 2008년 10월쯤 10일간 일정으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본행사 외에 NGO회의와 학술대회, 환경기술전, 습지사진전, 전통문화축제, 람사퍼레이드,NGO퍼레이드 등이 부대행사도 계획돼 있다. 특히 북한 대표단을 초청, 환경분야 남북교류 협력의 계기를 마련하고,DMZ내 생태조사 및 자연환경 보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3월까지 람사총회 추진기획단을 구성,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 회의진행과 숙박 및 수송대책 등 장·단기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환경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와 경남도, 창원시·창녕군 등을 참여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민간단체 및 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일본 람사센터 대표인 나카무라 레이코(여) 등 아시아지역 8개국 전문가 1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성공적인 총회개최를 위한 기반도 구축한다. 회의장과 통신 및 동시통역시설, 숙박시설 등을 확충하며 도시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행사비용 24억 5000만원은 정부와 공동으로 부담하고, 도 자체행사에 필요한 31억여원은 시·군과 함께 확보할 계획이다. ●엄청난 기대효과 람사총회 유치를 계기로 한국은 환경외교에서 목소리가 높아진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환경관련 협약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며, 국제적인 환경보전 네트워크의 주도자 역할도 가능하게 됐다. 창원시와 창녕군이 람사총회 개최도시라는 점을 살려 브랜드화할 경우 산업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습지보전과 습지복원사업이 산업화됐다. 이들은 준비과정에서 실질적인 습지관리정책을 시행하고, 보전·복원과정에서 새로운 환경기술을 습득해 산업화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문화관광상품을 개발, 지역주민의 생활규제 및 생태계 보전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2008년에만 35억∼5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우선 행사의 주도권을 둘러싼 주체들간 힘겨루기가 우려된다. 정부와 NGO간 이견이 예상되고, 환경부와 경남도, 환경단체간 다툼도 예상된다. 여기에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그룹의 훈수와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차기총회는 NGO가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차기총회의 주제는 ‘환경과 통일’로 잡아야 한다.” “모의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대 주기재 (49·생물학과)교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람사협약에 가입한 당사국 대표가 모여 습지의 보전과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NGO가 주도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그는 “NGO의 적극적인 참여는 바람직하지만 그들에 의한 주도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습지주변 주민들의 협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부와 도는 다양한 생태체험관광코스를 개발, 주민들의 소득과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자칫하면 도시자본가들에 의한 주도로 과실은 그들이 따고, 소외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와 행사를 망칠 우려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습지에 대한 교육부족. 일본 람사센터 대표인 나카무라 레이코는 “한·중·일 3국과 몽골·네팔이 참여하는 습지보존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해 가치없는 무논을 습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늪… 습지…경남은 ‘자연사 박물관’ 경남의 생태계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국내 최대의 물줄기인 낙동강을 끼고 풍부한 늪과 습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속에는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쉬고 있다. 국내 최대의 내륙습지인 ▲창녕 우포늪을 비롯 ▲창원 주남저수지 ▲양산 화음늪 ▲양산 신불산 고산습지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는 아직 생성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포늪 대표적인 습지로 이방면 등 4개 면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면적 258만평으로 1억 4000만년전의 원시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포늪과 목포·사지포·쪽지벌 등 4개 늪으로 이뤄져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포늪은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 꿈틀대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잎의 지름이 2m가 넘는 가시연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이름모를 곤충과 물풀이 보여주는 생존의 몸부림은 신비의 극치다. 겨울철 우포늪은 철새 천국으로 변한다.1997년 7월 정부의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다음해 3월 람사사이트에 등록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남저수지 국내 유수의 철새도래지. 창원시 동읍과 대산면 일대에 펼쳐져 있으며, 면적이 180만여평에 달한다. 금병산과 정병산, 구룡산, 백월산 등에 둘러싸인 탓에 빗물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환경부 특정야생식물인 통발과 자라풀, 가시연꽃 등 230여종의 식물과 170여종의 곤충,30여종의 어류 및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신불산 고산습지 자연생태를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지형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양산시 원동면 신불산 줄기 남쪽끝단 해발 750m에 형성된 습지로 면적은 91만여평. 지난해 2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2002년 양산 녹색연합에 의해 발견돼,19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보호야생종인 삵과 담비를 비롯,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자주땅귀개 등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화음늪 지율스님이 온몸을 던져 지켜낸 것으로 유명하다.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에 위치한 고산습지. 면적은 3만 8000여평에 불과하지만 2002년 2월 정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의해 죽은 식물이 썩지 않은 채 쌓여 이탄층을 형성하고 있어 습지환경변천의 귀중한 자료로 연구되고 있다. ●을숙도 철새도래지. 지난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될 정도로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간조시 조간대지역으로 철새먹이가 되는 어패류가 풍부하다. 매년 100여종 이상의 철새가 찾는다. 면적은 93만평으로 지난 99년 8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김태호 경남지사 “국제 환경네트워크 구축” “2008 람사총회에는 경남도민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멋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습니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9차 람사총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 차기총회를 유치하고 돌아온 김태호 경남지사는 “차기총회 개최지 결정 당시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면서 “총회장에서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터져나온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지사는 “이번 쾌거를 계기로 습지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분야 자문그룹을 만들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3년간 철저히 준비해 명실상부한 환경올림픽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우선 환경부와 경남도·창원시·창녕군, 환경단체 및 학계 등이 참여하는 추진기획단을 구성, 중·장기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회의장과 통신시설, 숙박 및 교통대책 등을 점검하고, 도시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또 행사지원 전문인력 확보 등 분야별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키로 했다. 경남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에코 투어’를 개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북한대표단을 초청할 계획이다. 그는 “남북간 환경분야 교류협력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면서 “정부측과 협의해 DMZ내의 우수한 자연환경 보전방안을 모색하고, 자연습지 탐방코스 등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총선 앞두고 공격수위 높아졌다”

    “총선 앞두고 공격수위 높아졌다”

    이라크에서 사흘 동안 7건의 크고 작은 자살폭탄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 15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다음달 15일 총선을 앞두고 새 헌법에 소외된 수니파의 저항이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20일 바그다드 북서부 하디타에서 미군과 이라크 방위군 합동순찰대를 겨냥해 길가에 매설한 폭탄이 터지고 이후 양측 교전이 일어나 이라크인 15명과 저항세력 8명, 미 해군 1명이 숨졌다. 전날에는 바그다드 북동부 바쿠바 근처 마을 아부사이다에서 지역 평의회장의 장례식장 천막을 향해 자살폭탄 차량이 돌진해 최소 3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고 BBC가 보도했다. 앞서 시아파 거주지인 바그다드 남부의 시장에서도 주차된 차량의 폭탄이 터져 13명이 숨졌다. 북부 베이지에선 미군 순찰대를 노린 도로 매설 폭탄이 터져 미 병사 5명이 숨졌다.18일에도 북부 도시 카나킨의 시아파 사원 2곳에 ‘쌍둥이’ 자폭 테러가, 바그다드 중심가 함라호텔 근처에 2건의 자폭 테러가 발생,80여명이 사망했다. 이라크에 파견된 BBC의 짐 무이르 기자는 “다음달 총선이 다가오면서 저항세력이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잇단 테러는 이라크의 모든 정파와 종파의 화합을 모색하는 사흘 일정의 국제회의 개막에 때맞춰 일어났다.19일 아랍연맹 주관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막된 회의는 그러나 참석자 자격 시비로 갈등을 빚고 있어 성과가 있을지 의문시된다. 시아파 최대 정당의 지도자인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이 불참한 가운데 시아파와 쿠르드족 대표들마저 후세인 정권의 바트당 간부 출신이 초청된 데 불만을 품고 회의 도중 자리를 뜨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박정경기자 외신종합 oliv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애경그룹-장영신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애경그룹-장영신 회장家

    “엄마, 걱정마. 이 앞에서 학생들 상대로 뽑기장사하면 되잖아!”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자기도 잘 먹던 뽑기장사해서 먹고 살면 되니 엄마보고 걱정 말란 것이다. 너무나 대견하고 안쓰러워 큰아들을 끌어안고 그때 처음 울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울지 않는 엄마, 강한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자식들로 키울 것을 결심했다. 아이들이 클 때까지 아버지의 유업을 잘 지키고 있다가 성년이 되면 물려주리라. 이렇게 생각을 발전시켜 애경을 내가 맡아 아이들과 똑같이 건실하게 성장시키기로 다짐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장영신(69) 회장이 자서전 ‘밀알심는 마음으로’에서 남편이 죽고 회사를 떠맡게 된 이야기를 이렇듯 생생하게 되짚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강한 모성, 남편의 유업을 버려둘 수 없다는 아내로서의 의리, 애경 종업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경영참여 이유라고 덧붙였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장 회장은 1970년 막내 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남편 고 채몽인 사장을 심장마비로 잃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3남1녀의 어머니로 살림만 하며 지내던 12년차 주부가 국내 대표 생활용품 브랜드의 수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애경 창립 17년 만의 일이다. 장 회장은 1971년 남편 타계 1주기가 끝나자마자 경리학원에서 복식과 부기를 배웠고 이듬해인 1972년 8월1일부터 출근했다.1954년 6월 남편 고 채몽인씨가 5000만환으로 세운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가 현재 LG그룹의 모태인 비누제조사 락희화학과 경쟁을 벌이며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다. 장 회장이 경영참여를 선언하자 시댁과 친정 가족은 물론 회사 임원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부터 “그만두겠다.”고 협박하는 임원들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애경이 얼마 가지 않아 망하겠다.”는 말도 했다. 남편이 죽은 뒤 사장 자리를 맡고 있던 둘째 오빠 고 장성돈씨는 장 회장이 취임하자 회사를 나가버리기도 했다. 당시의 심경에 대해 장 회장은 “잠자리에 들면서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매일 일감을 집으로 가져와 밤늦도록 공부했고, 관청에선 담당공무원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는 이유로 동행했던 회사 임원으로부터 책상 밑으로 구둣발에 차이기도 했다. 경제인 모임에서는 홀로 여자라는 자격지심에 기둥 뒤에 숨어 몇시간이나 서 있다 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잘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겁없이 뛰어들었지만 기업환경도 나쁜 것뿐이었다. 경영에 참여한 1972년 말부터 오일쇼크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그러나 장 회장은 더욱 힘을 냈다. ‘불황에 투자하라.’를 모토로 공장을 지방으로 확대 이전하는 한편 남편이 계획만 했던 석유화학 원료제조 분야를 애경의 미래 지표로 삼아 애경유화·애경화학·애경PNC(전 애경공업)·애경정밀화학·코스파 등 관련 회사를 속속 설립했다. 비누 산업에는 한계가 있지만 본격적인 화학공업은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도 애경에서 매출 비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군이다. 남편이 설립한 비누회사도 소홀하지 않았다. 제품을 고도화시키는 데 집중했던 만큼 히트 상품도 꾸준히 내놓았다.1975년에는 분말 합성세제인 ‘크린업’을, 이듬해에는 액체세제 ‘써니’를,1980년 들어서는 세제 ‘스파크’를,90년 들어서는 클렌징 화장품인 ‘포인트’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트리오도 이름은 같지만 세척력을 높이고 공해도를 낮춰 지금까지도 1등 주방 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줍은 소녀…‘터프우먼 마담 장(張)’으로 장 회장은 어머니 고 문금조씨와 아버지 고 장회근씨의 4남4녀중 막내딸이다.1936년 7월22일 서울에서 태어나 종로구 명륜동 1가 등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당시 일본 와세다대에서 영문과를 졸업한 대지주의 아들. 어머니 문 여사도 당시 일본 귀족학교인 쓰다여대 영문과를 나온 재원이다. 장 회장은 혜화동성당 유치원을 나온 뒤 혜화국민학교를 다녔다. 노래를 잘해 전국 콩쿠르에서 상도 자주 받았다.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 반장을 도맡기도 했다. 부모님의 학구열이 강한 덕에 형제들 모두 공부를 잘했다. 큰오빠 고 장윤옥씨는 일본대 전문부 상과를 졸업한 뒤 감사원에 들어가 5국장(부이사관)까지 지냈고, 미국으로 이민간 큰언니 장영옥(81)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둘째 오빠 고 장성돈씨는 애경유지 사장을 지낸 바 있고, 서울대 정외과 출신의 셋째 오빠 고 장위돈씨는 서울대 정외과 교수,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치담당특별보좌관, 이집트 총영사, 에콰도르 대사를 지내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애경유지 이사를 지낸 넷째 오빠 장기돈(75)씨는 성균관대 상대 출신이다. 장 회장의 집안은 일제시대 유학을 갔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광복 후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가세가 기울었고 6·25가 터지자 집안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경기여중을 졸업하고 경기여고에 재학중이던 그는 돈 안들이고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어 재능을 인정받아 교장선생님이 일찌감치 유학을 준비시켰다.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1955년 미국 필라델피아 체스넛 힐 대학 화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시절에도 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당시 교내에서 오페라 하우스와 협연한 나비부인의 프리마돈나를 맡기도 했다. 애경이 쉘, 유니레버 등 다국적기업과의 합작을 무리없이 진행했던 배경에는 유학 생활로 다져진 영어실력과 당시 익혔던 외국 풍습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피란시절 여고생 신분으로 부산에서 사과장사를 한 적도 있다. 좌판을 벌여놓고 사과를 예쁘게 쌓아놓았지만 막상 손님이 와서 얼마냐고 물어보면 먼산 바라보기 일쑤였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탓에 장사꾼이 아닌 척한 것이다. 그러나 애경을 경영하면서 그에게는 ‘호랑이’‘터프우먼’‘마담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80년대 들어 새로운 돌파구로 외국계와 합작에 집중했을 당시 그쪽에서 공동대표를 요구하면 그는 “여기는 한국 회사다. 너희가 한국에 대해 뭘 아느냐. 한국 문화를 이해할 때까지 너희들은 뒤에서 지켜봐라.”고 충고했다. 합작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달지 말라고 요구받으면 애국가 봉창,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순서대로 진행했다. 당시 외국인들은 이런 장 회장을 놓고 ‘마담장 터프우먼’이라고 외쳤다. 사내에서는 ‘호랑이’로 통했다. 화가 나면 직설적으로 퍼붓는 성격과 한번 결정하면 매몰차게 추진해 나가는 돌파력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론 풀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너그러우면서도 불같다.’는 평을 받는다. ●남편과는 어릴적 이웃사촌 장 회장과 남편 채몽인씨는 이웃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고 채씨는 장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부터 애정 공세를 퍼붓다 미국까지 따라가 무려 3년11개월 동안 구애 공세를 펼쳤다. 공개청혼으로 남편의 존재는 대학내에도 다 알려져 수녀 교수들로부터 “왜 저 좋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느냐, 이해를 못하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졸업후 약속대로 서울로 돌아와 23세이던 1959년 6월 신당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식들(3남1녀)의 혼사는 장 회장보다 더 빠르다. 대부분이 대학시절에 결혼을 모두 끝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연애 결혼이다. 큰아들인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45)은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재학 당시 학교에서 만난 홍미경(43)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친구로부터 소개받아 교제 1년 만에 결혼했다. 당시 부인은 1학년에 재학중인 생활미술학과 새내기. 채 부회장은 1983년 졸업후 미국 보스턴대에 MBA를 받은 뒤 1985년 애경산업 생산부 마케팅부 등을 섭렵했다. 부인 홍씨도 함께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홍씨는 전공을 살려 현재 종로에서 갤러리 ‘사간’을 운영 중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미모가 인상적이다. 장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평소 “우리 큰애(큰며느리)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정말 착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한다. 인천교대 음대 교수를 지낸 장인 고 홍종수옹은 서울시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 등에서도 활약한 음악가다. 장 회장의 맞손녀이자 큰아들인 채 부회장의 딸 문선(19)양은 할머니의 성악 실력과 외할아버지의 음악 재능을 모두 물려받아 현재 미국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유통부문을 맡고 있는 둘째 아들 채동석(41) 애경백화점 사장은 성균관대 철학과 3학년 때 미팅으로 만난 동갑내기 이정은(41)씨와 결혼해 졸업하기 전 1년 동안 학생 부부로 지내기도 했다. 채 사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국제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91년 애경에 합류했다. 현재 애경백화점,AK면세점, 수원애경역사, 평택역사 등 애경의 유통부문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프랜치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의 아버지 이병문(75)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예편한 4성 해병대 사령관 출신으로 아세아시멘트 회장을 지냈다. 큰딸 채은정(42)씨는 외숙모가 같은 아파트에서 살던 안용찬(46) 애경 사장을 소개해줘 결혼한 경우다. 안 사장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 재학 당시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채씨 외숙모의 권유로 은정씨를 만났다. 은정씨도 대학 3학년때 결혼했다. 은정씨는 이화여대 조소학과를 나와 미국 애크리하트대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뒤 1998년 애경산업에 들어왔다. 애경 마케팅지원부문 상무를 맡고 있다. 채 부회장과 연세대 경영학과 77학번 출신인 안 사장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채 부회장은 “안 사장이 나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친구 사이여서 이미 대학시절부터 안 사장을 알고 지냈다.”면서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었고 유학을 끝낸 뒤 애경으로 꼭 와줄 것을 내가 청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하기 이전 유학을 마치고 미국 폰즈사에서도 마케팅 담당 업무를 맡았다. 통역 장교 1기 출신인 안 사장의 아버지 안상호(76)씨는 육군 참모총장 수석 보좌관,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 플로 코리아의 한국 대표 등을 지냈다. 막내 아들 채승석(35) 애경개발 부사장은 50만평 18홀 규모의 경기도 광주시 중부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애경개발을 맡고 있다. 애경개발은 1987년 출발 당시부터 애경의 계열사중 유일하게 주력인 세제·화학과 동떨어진 업종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한때 SBS아나운서로도 활동했던 한성주(31)씨와 99년 6월 결혼,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단국대 사학과 89학번인 채 부사장은 형제들 중 유일하게 어머니를 닮아 노래를 잘한다. 당초 친정에서 장 회장의 경영참여를 반대했지만 앙금은 남아 있지 않다. 조카들도 여럿 애경에 몸담고 있다. 둘째 오빠인 고 장성돈 전 애경유지 사장의 큰아들인 장인규(53)씨는 과거 애경PNT(전 경신산업) 사장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갔고, 둘째 아들 장인원(49)씨는 계열사인 코스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 회장의 셋째 오빠인 고 장위돈씨가 낳은 3형제 중 큰아들인 우영(37)씨는 애경 화장품사업부장으로 있다. ●애경백화점에 남다른 애착 장 회장은 회사를 맡은 이후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큰아들 채 부회장이 1993년 9월10일 애경백화점 개점식 인사말에서 “이 백화점을 돌아가신 아버님께 바칩니다.”라고 말한 순간 ‘마음이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됐다.’고 회고했다. 애경백화점 본점인 서울 구로구점은 창업자인 남편 고 채몽인씨가 타계하는 순간까지 비누를 만들었던 창업 터전이다.1958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 비누인 ‘미향’을 만든 곳으로 70년대까지 ‘트리오’ 등 세제를 만들다 공장이 대전으로 옮겨가면서 계속 창고로 써왔다.“아버지가 물려준 땅이니 잘 연구해서 활용해보라.”고 맡긴 지 3년 만에 1만평 부지가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장 회장은 애경백화점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지금도 두 아들이 사이좋게 이 백화점 5층에서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장 회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백화점을 다녀갈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유다. 장 회장은 즐기는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 채 부회장은 장 회장에 대해 “희생하는 삶만 사신 분”이라면서 “항상 어머니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고 남들이 취미를 물으면 ‘빨래’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직도 집안 일을 혼자 한다. 말년에 잠시 정치에 참여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크게 어긋나는 길은 아니란 평이다.1997년 고사해 오던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여성들이 기업하기 불편한 환경을 고쳐야 한다고 마음먹었다.1999년 민주당 신당창당 준비위원 공동대표로 영입된 뒤 백화점이 있는 구로를 텃밭삼아 16대 국회의원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왜 정치를 하느냐. 이미지 버린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여성경제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선배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더이상 정치에 참여할 뜻은 없다. ●가족간 우애는 애경의 힘 장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애경 창사 5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4년 구로동 본사 회장실을 비웠고 결재도 큰아들에게 모두 맡기고 보고도 받지 않는다. 애경복지재단 일에 관여하며 무역협회 부회장직만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취미삼아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순환기계통이 안 좋은 탓에 홍콩에 침을 맞으러 다니고 있다.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는 “아이들이 잘 자라주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간 볼썽사나운 재산 분쟁이 많은 재계에서 애경가문 형제들은 함께 회사를 키워가며 우애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채 부회장과 동생 채동석 사장은 10년 넘게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채 부회장은 “인맥이랄 만한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고 술을 먹거나 함께 어울리는 대상이 모두 형제들이다.”면서 “네 남자가 모여 술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며느리들도 친하다. 큰동서와 작은 동서도 단짝 친구 같다. 형제들이 화목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채 부회장은 1985년 입사한 뒤 점차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1993년 애경백화점 구로점을 열며 유통업계에 뛰어든 뒤 AK면세점(2001년) 애경 2호점인 수원애경역사(2003년)로 확대했고 3호점 평택역사는 2009년 완공된다. 제주도와 함께 설립한 ㈜제주항공을 통해 2006년 6월부터 민간항공 사업도 벌인다. 채 부회장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동생 채동석 사장은 유통부문을, 처남인 안용찬 사장이 생활용품 부문을 키우고 있다.2세대에 와서 생활용품과 기초화학의 양축을 키워가는 한편 유통과 항공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채 부회장은 고혈압이 있어 거의 매주 등산을 즐기고 있다. 유아세례를 받고 결혼식도 명동성당에서 올린 천주교 신자이지만 산을 자주 찾는 탓에 항상 절을 찾아 기도를 드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산사를 찾을 때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에 항상 감사드린다는 내용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면서 “애경의 힘은 형제간의 우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jhj@seoul.co.kr ■ 장회장 ‘유별난 시간개념’ 애경가(家)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유별나다. 장영신 회장은 약속 시간보다 최소한 10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나는 사업상으로나 개인적으로 약속을 하면 꼭 10분 전에 나가 상대방을 기다린다. 약속 시간보다 단 5분이라도 늦는 사람은 첫 대면부터 뭔가 부족한 사람이란 평가를 하게 된다. 나는 부하 직원들을 평가할 때도 시간관념을 하나의 척도로 삼는다. 시간 하나 제대로 못지키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시간은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첫 관문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작은 사실 하나가 그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대변한다.”(자서전 ‘밀알심는 마음으로’에서) 그가 경영일선에 있을 때는 ‘나인 투 파이브’ 원칙을 지켰다.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게 아니라 늦어도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5시면 기상하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조간 신문을 읽고 그날의 주요 업무를 점검하고 계획했다. 새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아침 시간을 이용한다. 회의도 결재도 오전에 처리한다. 관청과 은행이 문을 여는 아침 9시 이전에는 하루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을 놓은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은 그대로다. 그래서 애경에는 오전 8시만 되면 결재를 받기 위한 줄이 이어지고, 오전 9시면 그날 결재받는 것은 포기해야 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철저한 시간관념은 애경가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배어 있다. 아들 딸은 물론 며느리 사위 모두 새벽형 인간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한술 더 떠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침밥을 꼭 챙겨먹고 출근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구들끼리 밥을 먹기로 하거나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모일 때는 아예 30분 먼저 나갈 정도다. 채 부회장은 “식사 시간을 통해 가족 모임이 주로 이뤄지는데 식당 문을 여는 시간이 바로 우리 가족이 만나는 시간”이라면서 “예컨대 6시에 모이기로 해도 식당이 문을 여는 오후 5시 30분이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여 있다.”고 전했다. 급한 성격 탓에 식사를 시작하면 1시간내에 모두 끝내고 일어선다. 한 번은 막내인 채승석 부사장이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약속한 정시에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미 식구들이 모두 제사를 지낸 뒤 산에서 내려오고 있더라는 일화도 있다. jhj@seoul.co.kr ■ 장영신 회장과 제주와의 인연 장영신 회장의 ‘제주 사랑’은 남다르다. 그의 제주 인연은 1970년 창업주인 남편 고 채몽인 사장이 타계하면서 더 각별해졌다. 장 회장은 남편의 조의금 전액을 제주도 재경장학회에 기증했다. 장학회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매년 30명, 모두 1300여명의 제주 출신 대학생을 후원했다. 제주도는 고 채 사장의 고향이다. 큰아들 채형석 부회장도 최소한 1년에 세차례 이상 제주도에 간다. 선산이 모두 중문 색달동에 있다. 꼭 성묘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가끔 간다. 채 부회장은 “제주는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저도 국민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 제주도에 요양을 가셨을 때 동행했기 때문에 한동안 지낸 기억이 있어 친근하다.”면서 “할아버지가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현감을 지내기도 했다는데 증조 할아버지까지만 기록이 있어 뿌리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 회장도 제주에서 지낸 시절이 있다. 경기여고 재학시절 6·25때 제주로 피란가 1년간 지냈다. 장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제주도 여성들을 보면서 여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달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애경은 제주도와 손잡고 내년 6월부터 도민의 숙원인 저가항공 시대 대열에 동참한다. 애경은 제주도와 합작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만들었다.㈜제주항공의 왕복 비용은 기존 항공비용의 70% 수준인 11만원선.㈜제주항공의 애경 지분은 75%다. 채 부회장은 “이윤이 크게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영역이라고 보고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하지만 주변에서는 “장 회장의 제주 사랑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뿡님네 e-키친 e-쉐프] 생과일 파르페

    [뿡님네 e-키친 e-쉐프] 생과일 파르페

    이번 주부터 네이버 최고의 블로거 ‘뿡’님에게 요리를 한수 배워봅시다.(blog.naver.com/ssuki80) 뿡님은 ‘생과일 파르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주말에 아이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보세요. 달콤새콤한 맛이 그만입니다. ●준비물 : 각종 과일(집에 있는 과일을 종류에 상관없이 기호에 따라 준비하세요^^)체리가루나 레몬가루, 장식용재료들(통조림체리, 초콜릿, 색색의 스프링클 등등)아이스크림(자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하세요∼ 여러가지 색깔이면 더 좋겠죠.)또 시리얼, 쿠키(좋아하는 과자를 선택하면 더욱 좋아요∼), 생크림, 사이다, 시럽(초코, 딸기 등등) 1. 과일을 깨끗이 닦아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주세요. 더욱 예쁘게 하고프면 모양틀로 찍어주셔도 좋습니다^^* 길쭉한 컵에 체리가루 2큰술과 사이다 적당량을 잘 섞어 체리주스를 만들어 주세요.(사이다 대신에 아주 약간의 뜨거운 물로 가루를 녹여 나머지 양은 찬물로 다시 넣어 섞어줘도 돼요. 하지만 사이다가 더 맛있어요^ ^* 사이다와 체리가루의 양은 기호에 따라 적게, 혹은 많게 넣어주시면 됩니다.) 2. 스쿠프로 아이스크림 한덩이를 크게 떠 체리주스 위에 올려 체리주스가 못 나오게 막아주세요.(스크프가 없으면 비닐장갑을 끼고 동그랗게 뭉쳐주어도 돼요^ ^*)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도 원하는 만큼 양껏 올려주세요. 3. 손질한 과일을 생크림 위에 차곡차곡, 원하는 만큼 올리세요. 과일위에 시리얼도 올려요. 4. 시리얼 위에 아이스크림을 또 올려주세요. 이제 거의 완성 다 되었어요^ ^ 쿠키와 각종 장식 재료들로 예쁘게 올려주면 완성!!!! ■ 파르페는 본래는 프랑스의 파르페글라스에서 나온 거래요. 파르페글라스란 달걀의 노른자와 설탕을 거품이 일게 하여 냉각시키고, 거품이 인 생크림을 섞은 후 틀에 넣어 냉각시켜 굳힌 아이스크림이래요. 지금의 우리들이 아는 파르페는요 긴 글라스에 아이스크림과 거품을 낸 생크림과 잘게 썬 과일, 초콜릿크림 등을 번갈아 넣고 윗부분을 장식하여 스푼으로 섞어가면 먹는 빙과이죠^ ^ 뭐 꼭 제가 만든 것처럼 만들 필요는 없어요. 원하시는 대로.. 기호대로 층층히 쌓으면 되거든요∼ 층 중간에 부드러운 빵이나, 크림치즈+생크림+설탕을 섞어준 달콤한 치즈크림을 올려도 무지 맛날 것 같아요^ ^ 그리고, 마지막에 장식하기전 찐한 에소프레소 반컵을 부어주면 커피 파르페가 만들어 진답니다.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파르페에 과일통조림을 넣어주는데 저는 그거 별로 안 좋아해요. 싱싱한 과일이 아닌 느낌을 주는 듯해서요^ ^; 하지만 좋아하시면 과일통조림도 좋아요. 파르페에 재료만 달리 해주면 수십가지, 수만가지의 파르페가 탄생되지 않을까요^ ^* 비타민이 가득한 생과일에, 사르르 녹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맛있는 쿠키들~ 디저트로 생과일 파르페 어떠세요?? 추운 날씨, 따뜻한 실내에서 아이스크림은 더 맛있는 것, 아시죠?? ■ 뿡님은 1980년에 태어나,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입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블로그가 지난 11월 10일, 방문객이 56만명에 육박하는 인기 블로거입니다.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결승] 동족상잔의 비극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결승] 동족상잔의 비극

    제1보(1∼20) 이번 비씨카드배에는 모두 75명의 기사가 참가했다. 그 중 3명은 전년도 성적으로 시드를 배정받아 본선에 진출해 있고, 예선을 통해 21명을 선발한 뒤에 총 24명이 본선에서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본선을 소개해야 하므로 예선대국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그 중 주목받은 대국 2판을 소개하겠다. 먼저 소개할 바둑은 안달훈 6단 대 원성진 6단의 대결. 안달훈 6단은 80년생으로 96년에 입단했다. 호방한 중앙지향형 바둑을 두는 천재형 기사이다.‘반상의 송승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미남형 기사. 실제로 송승헌처럼 매력적인 짙은 눈썹을 갖고 있다. 한편 원성진 6단은 85년생으로 98년에 입단했다. 한때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과 함께 ‘송아지 삼총사’로 불렸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었는데, 두 기사에 비해 요즘은 상대적으로 주춤한 느낌이다. 그래도 현재 기사 랭킹 9위의 실력파 기사이다. 두 기사는 올해 한국바둑리그에서 파크랜드팀의 3장과 2장으로 활약했다. 파크랜드는 2004년 시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두 기사는 그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며, 동족상잔의 대결을 펼쳐야 한다. 이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적인 대결이라 하겠다. 흑 5의 걸침에 백 6의 걸침으로 대응하는 수법은 많이 쓰이는 수. 흑 7, 백 8은 상호 기세인데 흑 9의 협공이 묘하다. 흑 9로는 한때 (참고도)와 같이 두는 수가 유행했었다. 당시에는 좌상귀 흑의 실리가 좋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지금은 A,B 등으로 활용하는 수가 남아서 백이 좋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흑 9로 바꿔서 둔 것. 이 수에 대한 자세한 변화는 내일 이어서 설명하겠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 이영구 4단의 명국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예선] 이영구 4단의 명국

    총보(1∼148) 종국 시점의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우변 백 진영이 모두 백집으로 굳어지면 흑은 무조건 진다. 그래서 흑 123,127 등으로 수를 내려 한 것이고 이에 백 128로 반격하여 결국 우변 백집과 중앙 상중앙 흑 일단의 바꿔치기로 결론이 났다. 돌 수로 따지면 중앙이 훨씬 크지만 우변은 백집이 될 곳에 흑집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의 바꿔치기가 전부라면 역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은 144의 선수에 이은 146으로 침투하는 수가 있었고,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고 만 것이다. (참고도) 흑 1,3으로 끊으면 그만일 것 같지만 백 4의 단수가 듣기 때문에 오히려 흑 두점이 잡힌다. 백 146을 본 옥득진 3단은 아쉬움에 흑 147로 한번 더 밀어봤지만, 백이 148로 후퇴하는 것을 보고는 싹싹하게 돌을 거뒀다. 좌변 흑 두점이 잡혀서는 우변에서 흑이 아무리 이득을 봐도 계가가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옥 3단은 ‘평범류’로 2005년 상반기 한국 바둑계에 돌풍을 일으킨 기사이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는 그 평범류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흑번으로 평범한 포석을 구사한 까닭에 포석이 끝나기도 전에 6집반이라는 큰 덤이 부담이 되는 바둑이 되고 만 것이다. 상변 대마의 타개 장면에서 옥 3단은 흑 89로 응수타진을 했는데, 이것이 독이 되고 말았다. 백90으로 손해를 본 것 때문에 흑 91,93으로 변화를 구했고, 이때 백 94의 강수가 터져 끝내 흑의 활용수단이 모두 쓸모가 없어졌다. 이후는 흑의 독무대, 이영구 4단의 파워가 돋보이는 일국이라고 하겠다.(141=129,142=124) 148수 끝, 백 불계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 [사설] 홍석현씨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라

    안기부 X파일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엊그제 귀국했다. 대사직을 사임한 지 1개월 20일만이다. 홍씨는 그동안 귀국 비행기편을 두차례나 예약했다 취소하는가 하면 검찰의 소환에도 두차례나 불응함에 따라 수사 전반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다. 분명 언론사 사주에다 대사까지 지낸 지도층 인사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이다. 더욱이 불법 대선자금의 전달 창구 역할로 지목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홍씨의 어정쩡한 태도에 국민들의 눈초리는 매섭기만 하다. 홍씨는 이제 X파일의 당사자로서 제기된 의혹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 귀국하면서 밝힌 것처럼 우리 사회가 과거를 딛고 밝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선 1997년 대선 당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을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의 역할 부분이다. 창구 노릇을 했다면 전달한 액수 및 경로 등을 숨김없이 진술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매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로 검찰 간부들에게 건넸다는 추석 ‘떡값’도 마찬가지다. 또 대선자금의 ‘배달사고’로 알려진 30억원의 행방도 사실대로 털어놓아야 한다. 적극적인 수사 협조만이 해외체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석연찮은 갖가지 ‘의혹’을 씻는 길이다. 검찰은 홍씨의 소환을 늦춰서는 안 된다. 미룰 명분도 없다. 진상 규명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정치와 재벌, 언론 등의 유착 고리를 파헤쳐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검찰 스스로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의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모두가 검찰을 주목하고 있다.
  • [부산 ‘戀街’/대학가] 즐기소 생동감 넘치는 젊음의 거리

    [부산 ‘戀街’/대학가] 즐기소 생동감 넘치는 젊음의 거리

    대학가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외향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해양 기질을 가진 부산에는 더욱 그렇다. 대학가 주변은 젊음의 거리다. 부산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부산대학교 앞과 경성대·부경대 주변의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담아봤다. ##부산대 앞## 부산대학교 앞은 언제나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싸고 맛있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우선 음식값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2000∼3000원이면 넉넉히 한끼를 때우고 4000원 이상이면 고급 메뉴에 속한다. 골목골목 유명 브랜드의 의류·패션 할인매장이 있는 ‘로데오 거리’가 있어 저렴한 쇼핑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청하서림·북스리브로 등 대형 서점이 있어 지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준다. 두개의 비올라 88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80년대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추억을 되새기게 할 명소.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DJ가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던 뮤직박스가 아직도 남아 있다. 저녁시간마다 중앙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이 벌어지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통나무 원목으로 꾸민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은 찾은 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비올라 정식 8000원, 햄버거스테이크 6500원, 김치치즈라이스 4500원.(051)514-0042. 효원 낙불 부산대 정문에서 부산대 전철역 방향으로 두 번째 골목에 있는 낙지·불고기 전문점.1984년부터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이 집의 간판에 ‘국립’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이 재밌다. 부산대를 정식으로 후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학생들의 신입생 환영파티나 개강·동아리 모임 등 대형 모임이 많아 일년 내내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엿보는 것도 즐겁다. 매콤한 낙지볶음과 낙지와 불고기를 함께 맛보는 낙불볶음이 2500원.(051)516-8987. 대가호 부산대 앞에서는 자장면이 단돈 1000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빠지는 재료없고 맛은 일품이다.20년 가까이 한결같이 부산대생들에게 맛난 중화요리를 선보이는 대가호는 부산대 옛 정문 앞에 있다. 바삭하게 구운 탕수육은 1만원, 입안 가득 신선한 바다냄새를 전해주는 팔보채는 2만원이다.1,3주 일요일은 쉰다.(051)512-9044. 유가네 닭갈비 금정등기소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닭갈비집. 닭갈비는 부산지방 고유 음식이 아닌 닭갈비를 부산 사람의 입맛에 맞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인지 부산대 앞 본점을 시작으로 퍼진 체인점이 전국 각지에 있다. 매콤한 소스에 구워진 닭갈비는 기름기가 없고 담백해 먹기에 부담이 없다. 뼈없는 닭갈비가 4500원, 닭야채철판볶음밥이 2500원에 불과하며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051)581-2850. 108 강의실 부산대학생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술집. 예전에는 강의실 대신 이곳으로 등교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2층인 가게로 오르는 계단 앞에 강의실 앞에서나 볼 수 있는 간판이 재밌다. 주인인 ‘욕쟁이 할머니’가 술을 적게 먹어도 욕하고 많이 먹어도 욕한다. 게다가 시끄럽게 얘기해도 욕하고 안 시끄러워도 욕한다나. 계란말이·고갈비 등 안주가 4000원 안팎. 가격에 비해 양은 엄청난 편이다. 국밥골목 중간에 있다.(051)514-1421. 국밥골목 부산대 앞 맥도널드 골목에는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진주비봉식당(051-518-1146)과 금정골 돼지국밥(051-581-4510)이 있다. 두 군데 모두 돼지국밥 특유의 냄새를 없애 설렁탕과 비슷한 국물맛을 낸다. 인심도 하나가득이어서 음식량이 넉넉한 것도 좋다. 돼지국밥이 3500원 내외. ##경성·부경대 앞## 경성대학교와 부경대학교(옛 국립수산대) 앞은 부산대 주변과 쌍벽을 이루는 대학가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은 것은 부산대 앞과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두 대학교 학생들이 젊음을 분출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부러울 정도다. 부경대 정문 건너편 ‘백경골목(주황색 간판의 백경편의점)’ 모퉁이를 돌면 ‘먹자 골목’이 펼쳐진다. 귀공자 양분식(051-621-9623)은 가장 비싼 메뉴가 3500원짜리 햄버거스테이크이다. 푸짐한 고기와 소스가 맛있다. 대부분의 메뉴는 2000원 안팎이다. 산내 으뜸갈비(051-627-7906)와 닭치고 삼겸살(051-627-7906)에서는 모두 삼겹살 1인분(100g)을 2000원에 내놓는다. 서너시간 소주를 기울이며 술을 마셔도 1만원 넘기가 힘들다.이모네(051-611-3068)의 감자탕 특선 메뉴는 감자탕, 공기밥 2개, 음료수까지 제공된다.1만원. 경성대 앞 놀부부대찌개 골목에도 대학생의 호주머니 사정에 걸맞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가마메(051-627-8563)는 일본 사누키우동을 우리의 입맛에 맞게 개발했으며 밀가루를 충분하게 숙성시키고 수타식으로 면을 만들어 쫄깃한 맛이 난다. 우동 2500원·닭고기 우동 4000원. 참밀면(051-611-4720)의 비빔밀면은 3500원으로 맛은 쫄면과 비슷하지만 밀가루로 만들어 적당히 쫄깃한 느낌이다. 부산 김유영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産銀총재 인선 막바지 혼전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된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김광림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압축되는 듯했으나 최근 새로운 후보군들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7일에도 김 전 차관과 양 부위원장이 최상의 적임자라고 각각 말했지만 관료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김 전 차관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양 부위원장의 경우 유지창 총재와 전주 북중 동기라는 점에서 ‘지역편중’ 논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3의 민간 은행장 출신이 강력히 추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은 노조도 앞서 “참여정부는 낙하산 인사의 악순환을 끊고 인사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은 업무의 특성상 정부의 움직임을 잘 아는 관료 출신이 더 낫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김 전 차관과 양 부위원장 이외에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까지 거론된다. 김 전 차관과 김 차관은 동서사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김용덕 차관은 건교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차관으로 온 지 6개월도 안 돼 산은 총재로 갈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차관이 국제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간 은행장 출신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안 될 것은 없지만 민간인이 더 낫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면서 “관료 출신이면 능력이 있어도 낙하산이고, 민간인이면 능력이 없어도 괜찮다는 환상은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관료 출신을 선정해도 민간인 후보까지 함께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후임 인선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당초 7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산은 총재 인선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매파’ 롤리스 백악관 입성하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물망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한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공직을 떠난 시기에는 한국 기업과 사업을 벌이기도 했던 ‘지한파’ 인사다. 특히 그는 한국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요리’하려 한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받고 있다.롤리스 부차관보는 지난 6월1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미대사관으로 홍석현 대사를 찾아가 “동북아 균형자론과 한·미동맹은 양립할 수 없다.”며 동맹 단절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정도로 한국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롤리스 부차관보의 인선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미 정부내 강경파의 핵심 인물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의 측근이기 때문이다.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럼즈펠드 장관이 수시로 롤리스 부차관보를 호출하며, 출입기자들과 환담 도중에도 롤리스 부차관보를 부를 정도로 총애하고 있다고 전했다.따라서 롤리스 부차관보가 NSC로 들어가는 것은 대북 정책에서 강경파가 힘을 얻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로런스 윌커슨 예비역 대령은 지난 3일 한·미동맹 토론회에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 강경파와 온건파간 의견충돌이 부시 대통령의 집권 1기 이후 줄어들었으나 그 망령은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NSC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한국과 중국·일본 업무를 총괄한다. 롤리스와 함께 이 자리에 거론되는 인물은 CIA의 중국 전문가인 데니스 윌더와 국무부의 조지프 디트라니 6자회담 담당 특사이다.마이클 그린 현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올해 말 백악관을 떠나 조지타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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