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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음식 지도’ 들고 이색 식당 가 볼까

    ‘세계 음식 지도’ 들고 이색 식당 가 볼까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등 지역 300여개 음식점의 특징을 분류해 세계 음식 지도를 만들었다. 용산구에는 미국과 일본, 독일인 등 외국인의 거주가 늘면서 이태원과 경리단길 등 ‘핫플레이스’에 여러 나라 음식점이 늘고 있다. 용산구는 이태원, 한남동 일대에 있는 해외 음식점 300곳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세계 음식 지도’를 완성하고 용산 세계 음식 홈페이지(http://food.yongsan.go.kr)에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구는 지난 1월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 음식점 1069곳을 일일이 방문해 식품위생법에 따른 위생 점검 등을 실시하고 세계 음식 취급 음식점 300곳(28%)에 대한 대륙별, 국가별, 위치별 분포를 조사했다. 대륙별로는 유럽 음식 취급 업소가 120곳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 92곳, 아메리카 69곳, 오세아니아 3곳, 아프리카 1곳 순으로 분포돼 있다. 국가별로는 모두 34개국의 음식점이 다양한 형태로 영업 중이다. 이탈리아 음식점이 59곳으로 가장 많고 감자튀김과 햄버거, 치즈믹스 등을 파는 미국 음식점 50곳, 일본 음식점 37곳, 터키 음식점 17곳 순으로 나타났다. 구 관계자는 “글로벌 체인 형태나 현지인 주방장을 고용하는 등 각 나라의 고유 맛을 유지하려는 이색 식당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세계 음식 홈페이지에는 대륙별, 국가별 구분 외에도 식당 위치에 따라 이태원역 주변, 경리단길 주변, 이슬람사원 주변, 한강진역 주변 등으로 분류돼 있다. 또 식당마다 주소와 전화번호, 주요 취급 메뉴, 업소 추천 메뉴, 음식별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포함했다. 구는 올해 하반기 중 세계 음식 전문점에 대한 리플릿을 제작해 정부 부처 및 지자체, 여행사, 철도, 지하철 등 관련 기관에 배부할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용산에서 세계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공기업 사람들 한국마사회] “전 직원 드래프트제 첫 도입”… 공기업 개혁 이끄는 마사회

    [공기업 사람들 한국마사회] “전 직원 드래프트제 첫 도입”… 공기업 개혁 이끄는 마사회

    함께 일할 직원들 프로 선수처럼 지명 선택 못 받으면 별도 교육 뒤 재드래프트 공기관 성과연봉제도 전 직원 확대 적용 장외발매소 지정좌석제·문화 강좌 열어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데, 우리 마사회는 이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직원 드래프트(지명)제’를 도입해 일과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탈바꿈시켰습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17일 “마사회 조직은 승진과 급여 체계에서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를 최우선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마사회의 조직 혁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직원 드래프트 제도다. 공기업은 물론 웬만한 대기업에서도 도입된 적이 없다. 말 그대로 프로 선수처럼 지명을 통해 능력을 평가한다. 일 잘하는 직원과 못 하는 직원을 내부에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 회장이 임원들을 뽑으면 그 임원이 함께 일하고 싶은 실·처장을 지명한다. 실·처장은 본인들이 데리고 쓸 팀장을 뽑고, 팀장은 직접 함께 일할 직원들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여러 곳으로부터 선택받은 ‘에이스 직원’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팀에 우선 배정한다. 지난해는 간부급에만 적용했고,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현 회장은 “내가 모든 직원을 알 수 없고 유능한 직원인지 아닌지는 팀장들이 더 잘 안다”면서 “(지명을) 못 받은 사람은 별도로 교육시키고, 교육 결과에 따라 다시 드래프트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직원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노조 반대도 거셌다. 현 회장은 “당사자에게 충격적이고 노조 반발도 심했다”면서 “그래도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내가)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마사회의 경우 한층 강화된 내용을 도입했다. 마사회는 기존 1·2급 대상으로 했던 성과연봉제를 올해부터 모든 직원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1~2급은 등급(S~D급)에 따라 성과 연봉이 최대 3배까지 벌어진다. 3급 직원은 2배, 4급 1.4배, 5급은 1.3배다. 기재부는 지난달 공공기관에 사원급인 5급을 뺀 4급 이상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현 회장은 “직급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연간 연봉의 31%가량이 성과 연봉으로 차등 지급된다”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간부들은 같은 연차라도 등급에 따라 연봉이 최대 3분의1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2013년 12월 취임 이후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공기업의 생리와 문화를 꼽았다. 그는 “사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권한을 갖되 실적에 따라 책임을 지는 방식인데, 공기업은 규정도 많고 정부 지침도 많다”면서 “기업 혁신을 하려고 하면 규정에 걸리는 것이 참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직원들도 규정만 지키려고 하고, 일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자꾸 그렇게 움츠려들면 결국 도전과 변화가 없는 조직이 된다”고 우려했다. 물론 “공기업 평가를 통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마사회가 성장 정체를 돌파하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은 7조 7322억원, 순이익은 2439원을 기록했다. 2014년(매출 7조 6464억원, 순이익 2415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복권 매출이 3%대 성장하는 것과 달리 경마는 각종 규제에 묶여 1%대 성장에 그치고 있다. 그는 “국민들은 경마장에 오는 사람을 선량한 시민이 아닌 도박을 즐기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민이 기피하고 경원시하는 상품(경마)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느냐. 친근하고 다가서는 상품이어야 국민 곁에서 오래 간다”며 이미지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장외발매소(지금은 렛츠런문화공감센터)가 전국에 30여곳 있는데 모두 지정좌석제로 바꿨다”면서 “증권사의 객석처럼 꾸몄고 경마가 없는 월·화·수·목요일에는 문화 강좌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마사회 직원들에 대해서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경마가 독점 사업이다 보니 (직원들이) 고객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있는데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문화마당] 왜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왜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이 글을 볼지도 모를 가족과 친지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해 두고 싶은데 나는 딱 한번 설 연휴를 나라 밖에서 보낸 적이 있다. 작가와의 미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출장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빈둥빈둥 혼자 살 거냐”는 폭언의 연타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도망친 거였다. 그때 열두 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곳이 샌프란시스코다. 버클리대학에 다니는 지인이 사는 곳이라서 선택했지만 켕기는 게 있는 만큼 어떻게든 멀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어쨌거나 이왕 거기까지 갔으니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시티 라이츠 북’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비트 세대를 돕기 위해 시인 로런스 페링게티가 차린 이 서점에서 히피 문화가 싹텄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토록 유서 깊은 장소에서 내가 느낀 것은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이나 영혼을 달래 줄 해방감 같은 게 아니었다. 그것은 변의, 이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 봐도 식은땀이 줄줄 흐를 만큼 강력한 변의였다. 평소에도 그런 건지 서점 안은 혼잡했다. 게다가 좁은 통로에는 책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나는 백설공주가 먹다 버린 사과를 집어삼킨 심정으로 배를 부여잡고 가파른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린 끝에 겨우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난감한 상황과 맞닥뜨릴 뻔했다.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변기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뭘 먹었던가. 아메리카식 모닝 식사를 만끽한답시고 팬케이크를 잔뜩 먹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래서인 모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뒤로 나는 여간해선 팬케이크를 먹지 않는다. 어쩌면 팬케이크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심증을 가지게 된 건 인터넷에서 본 기사 덕분이다. 일본에선 한때 ‘왜 서점에 가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나?’라는 문제가 전국구적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 것’을 아오키 마리코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1985년 4월 발행된 ‘책의 잡지’(本の雑誌)에 실린 어느 독자의 엽서에서 유래했다. 내용은 “서점에 가면 왠지 변의를 느낍니다. 이유가 뭔가요?”(아오키 마리코·회사원)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전문가와 매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방을 벌인 끝에 (1)책을 인쇄할 때 사용하는 잉크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설 (2)대량의 책에 둘러싸여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이렇게 많은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라는 초조함 때문이라는 설 (3)과거에 한 번이라도 서점에서 화장실에 간 적이 있으면 서점에 들어선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가고 싶어진다는 설이 제시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1)+(2)+(3)에 더해 영어 활자로 뒤덮인 서점이라는 압박 때문에 더욱 강력한 그것을 느꼈던 게 아닐까. 며칠 전 위의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하며 격하게 공감을 표시해 주었다. 그중에는 “서가에서 책을 찾느라 쪼그려 앉기도 하는 자세가 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지”라는 유산균 캡슐과도 같은 영양가 만점의 댓글도 있었다. 그야말로 천지명찰적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팬케이크에 대한 불신을 조금쯤 떨쳐 낼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아울러 서가의 책들을 정리하느라 오늘도 묵묵히 쪼그려 앉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계실 서점(과 도서관)의 담당자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②그 여자의 일기,남쪽의 이야기를 들려줘-가오슝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②그 여자의 일기,남쪽의 이야기를 들려줘-가오슝

    ●가오슝 명랑하지만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가졌다. 네모난 창고를 수십 가지의 변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힘, 그리고 매일 저녁 앞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즐길 줄 아는 감성. ▶버려진 부두 창고를 찾아가는 이유 보얼예술특구The Pier-2 Art Center 굳이 따지자면 보얼예술특구는 ‘가오슝’이란 이름 옆에 꼭 따라 붙는 짝꿍이다.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부두 창고를 허물지 않고 새 옷을 입혀 놓았다고 하니 눈이 번뜩 뜨인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가오슝 옆에 보얼예술특구를 적어 넣고 일정을 시작한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무려 세 블록 이상을 차지한 보얼예술특구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띄엄띄엄 놓여 있는 창고는 겉모양은 똑같건만 안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의 숍이 들어서 있다.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 편집숍, 공연장 등이 그것. 주기별로 지역 아티스트들이 입점해 각자의 실력을 뽐내기도 한단다. 창고 사이사이에는 여러 가지 설치작품이 자리하고 있고, 가끔씩 재치 넘치는 낙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가오슝의 노동자를 상징하는 남녀 조각상은 보얼예술특구의 마스코트. 공연장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수시로 공연과 전시가 진행되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라 하겠다. 덕분에 발에 땀이 나도록 걸었다. 숍 하나를 둘러보고 나오면 또 다른 숍이 눈길을 끌기 때문.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의 지친 표정은 마음만큼 몸이 빠르지 못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은 관광지를 둘러보듯 욕심을 내는 대신, 집 앞의 공원을 산책하듯 여유를 부려야 한다. 보얼예술특구를 관통하는 철길은 우리의 산책에 운치를 더해 줄 것이다. 실제로 이곳 주민들은 보얼예술특구에 자리한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게으름을 부리거나, 연을 날리며 시간을 보낸다. 때가 되면 예술특구 안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공연을 보는 식이다. 나우 & 댄NOW & THEN by nybc모던한 스타일의 브런치 레스토랑. 잡지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 세련미가 묻어난다. 때문에 보얼예술특구 내 여러 레스토랑 중에서도 사람이 많은 편에 속한다. 샐러드, 버거, 파스타 등의 요리와 커피를 제공한다. C9-19, Dayi St,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886 7 531 6999 오픈더박스Open the Box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아티스트인 박스Box의 레지던스. 보얼예술특구는 주기별로 아티스트의 개별 부스를 운영하는데, 박스 또한 그중 하나다.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엽서, 포스터 등의 크기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화폭을 가득 채운 세밀한 손길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타이완의 전통 양식과 결합돼 더욱 오묘한 맛을 가지고 있다. Dayi St,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theboxadventure@gmail.com 하오디Haody‘100% 타이완 메이드’를 표방하는 하오디는 도자기, 나무 등을 이용한 주방용품을 선보이는 곳이다.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묵직한 도마부터 간결함이 묻어나는 찻잔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수공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 제품의 가격은 기대를 뛰어넘는 편이지만, 하오디가 아니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결국 지갑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C8-15, Dayi St,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www.haody.tw 툴스 투 리브바이Tools to Liveby문구점에만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당신에게, 툴스 투 리브바이는 새로운 차원의 문구류를 소개하는 곳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한 최고급 문구류 편집숍으로 빈티지한 디자인을 입은 상품들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크기의 가위부터 시작해 만년필, 잉크, 클립까지 어느 것 하나 눈길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인기 품목은 쉽게 동나는 편이기도 해서 망설이는 것보다는 과감히 지르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베이에도 지점이 있다. C6-10, No.2, Dayi St.,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886 7 521 6823 www.toolstoliveby.com.tw ▶씽씽 섬 끝까지 달려라 치진섬Cijin Island 가오슝 항구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치진섬은 이곳 주민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나들이 장소다. 치진섬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에는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총집합해 줄이 선착장 너머까지 이어져 있다. 그나마 페리가 10분에 한 대씩 오가는 덕분에 긴 줄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결 다행스럽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치진풍경구’란 이름은 그냥 붙은 것이 아니다. 사찰, 등대, 해산물거리, 해변까지 즐길거리, 먹거리가 가득하다. 선착장에 내려 자전거를 빌리면 곳곳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해산물거리로 들어서면 치진섬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산물거리’란 이름은 이 골목의 많은 가게들이 싱싱한 해산물을 요리해 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인근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이 매대에 펼쳐져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바로 요리해 주는 방식이다. 팔뚝만한 생선 한 마리를 사는 데 40타이완달러(한화 약 1,400원)니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해산물만은 포기해선 안 된다. 배를 너무 많이 채웠다는 죄책감이 들면, 톈후궁을 갈 시간이다. 삼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톈후궁은 가오슝에서도 제일 오래 된 도교 사원이다. 번잡한 해산물거리에 바로 접해 있어 그 위엄이 조금 퇴색되어 보이지만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은 지극하다. 모서리가 둥글게 닳은 문턱을 넘으면 둥글고 평안한 삶을 위해 올리는 기도가 가득하다. 해산물거리에서의 식탐이 체중 증가로 되돌아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우선, 그리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평안을 기도한다. 도로를 따라 빼곡하게 맞닿은 노점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치친섬의 명물 해변을 만나게 된다. 검은색을 띠는 모래가 양쪽으로 펼쳐진 검은 모래 해변이다. 까칠할 것 같은 색깔에도 여느 해변 못지않게 보드랍고 포근한 감촉을 자랑하니, 역시 겉모습으로 속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날씨 좋은 주말, 해변을 찾은 주민들은 아이들과 모래 장난을 치거나 공원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공연에 동참해 여가를 즐긴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가오슝 전경 다거우 영국영사관The British Consulate 항구 인근을 따라 여정을 이어가다 보면 가오슝 해안가 왼편 끄트머리에서 영국영사관에 닿게 된다. 1865년에 지어진 영국영사관은 영사관 터를 물색하던 영국이 가오슝에서 가장 전경이 좋은 이곳 언덕을 발견해 만들어졌단다. 실제로 영국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영국영사관에 서면 사방으로 가오슝의 바다, 가오슝 내륙이 360도로 펼쳐진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시간에 특히 빛을 발하는데, 노을이 지는 가오슝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으면서 반대편으로는 불빛이 차츰차츰 더해지는 시내 풍경이 일품이다. 여기에 노란 조명을 받은 우아한 영국영사관의 자태가 운치를 더한다. 영국영사관은 옛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간단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변신했다. 이 분위기를 좀 더 깊게 느끼고 싶다면 카페에서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겠다. 영국영사관에서 가오슝 앞바다 방면으로는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치진섬도 보인다. 항구를 이용하는 크고 작은 배가 줄지어 지나가는 동안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낚시대를 바라보거나, 나란히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화려한 놀거리가 없어도 때로는 소박한 즐거움이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저녁이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차민경 기자, Travie writer 김봉수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000타이완관광청 www.taiwan.net.tw, 브이에어 www.flyv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①그 여자의 일기,남쪽의 이야기를 들려줘-타이베이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①그 여자의 일기,남쪽의 이야기를 들려줘-타이베이

    두 사람이 나섰다. 타이완 방방곡곡을 훑으며 각개전투를 펼치고 나니 크고 작은 것 모두 버릴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기록한다.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타이완의 얼굴을. 타이완은 어떤 곳일까 공식명칭은 ‘중화민국’이다. 우리나라 3분의 1 정도 크기의 섬나라다. 인구는 약 2,300만명, 수도 타이베이와 함께 가오슝, 타이중, 타이난이 4대 도시로 불린다. 16세기까지는 말레이계 원주민들이 타이완 전역에 분포해 살았으나, 1624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지금의 타이난에 거점을 두고 중국의 한족들을 모집해 토지개간을 시작하면서부터 한족들이 유입됐다. 네덜란드가 타이완을 관할하던 1644년, 만주족이 명나라를 침입하자 한족들이 전쟁을 피해 타이완으로 대거 들어왔다. 1661년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수세에 밀린 명나라가 2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타이완에 상륙해 네덜란드인을 몰아냈다. 이때부터 타이완은 중국인의 섬이 되었다. 1683년 타이완은 다시 청나라에 정복되어, 청나라의 22번째 성으로 편입되었다. 1895년부터 50년 동안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지배했다. 1945년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전하자 다시 중국국민당이 타이완을 관할하기 시작했다. 1949년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 패한 국민당의 장제스 총통이 그해 12월7일 타이완으로 ‘중화민국’의 정부를 이전함으로써 지금의 타이완이 됐다.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넘어올 당시 중국 자금성 뒤편의 고궁박물원에 안치되어 있던 수많은 국보급 유물들을 가져 왔는데, 중국의 역사를 아우르는 그 진귀한 유물들이 현재 중국이 아닌 타이완의 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타이완 인구의 84%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유입된 한족 ‘본성인’, 14%는 일제강점기 이후에 유입된 한족 ‘외성인’, 나머지 2%는 한족이 유입되기 이전인 16세기까지 섬에 살고 있었던 ‘말레이계 원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레이계 원주민은 아직도 타이완의 고산지역에서 고유의 언어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중국 본토의 중화요리는 모두 타이완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 전역의 요리사들이 다양한 경로로 타이완에 유입된 까닭이다.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덕에 타이완에 가면 다양한 중국 전통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그 여자의 일기 남쪽의 이야기를 들려줘 오롯한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다. 욕심을 내서 타이베이는 물론 남부 도시 가오슝까지 들렀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구석구석 관심을 가져보고 꼼꼼히 소식을 경청했다. 타이완은 여전히 다정하고 속이 깊은 친구였다. 역시, 내가 눈썰미가 있다니까. ●타이베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결을 어루만지다 보면 지금까지 알아 왔던 타이베이 말고, 또 다른 타이베이가 보인다. 언제든지 이야기를 쏟아낼 준비가 돼 있다. 콕, 찌르기만 한다면. ▶옛 거리에 움트는 새싹들 디화지에DihuaStreet 아마도 사람들은 조금 덜 꾸미고, 덜 복잡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있나 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은 바로 그런 감성을 자극했던 것이 아닐까. 희한하게도 타이완에 발을 디디면 멀지 않은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우리의 과거 모습들이 타이완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일 테다. 세련되지 않아도 소박한 옷차림, 숨기는 것이 없는 날것의 표정. 타이완을 여행하며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번잡한 관광지 대신 도시의 외진 곳으로 숨어들었다. 유리로 마감한 신식 건물들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2~3층의 건물이 골목을 이루기 시작했다. 디화지에다. 1850년경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디화지에는 과거 타이완의 경제 중심지였다고. 각종 허브, 직물, 차 등을 파는 골목이었단다. 당시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은 덕에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황홀한 기분에 젖어들게 된다.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듯 아직도 디화지에 골목 곳곳에는 타이완의 각종 전통 먹거리, 직물을 파는 곳들이 남아 있다. 사람을 모으는 호객꾼의 소리는 낡은 건물 사이를 넘나들며 생기를 북돋는다. 가장 번성했던 19세기를 지나면서 디화지에의 화양연화는 지나갔다. 그러나 주름이 패었을지언정 여전히 생기로운 빛을 띠는 것은 왜일까? 정답은 낡은 땅에 찾아와 깃든 젊은이들에게 있다. 디화지에에는 빛 바랜 건물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멋진 카페와 갤러리, 편집숍들이 꽁꽁 숨어 있다. 바쁜 걸음으로 재촉한다면 절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화려한 간판을 내건 것도 아니요, 나만 잘났다고 뽐내는 모양도 아니다. 옛 거리에 살갑게 녹아들어 그저 ‘디화지에’ 같기 때문이다. 이곳에 새로 생긴 숍들만 모은 지도가 빽빽하다. 겨우 2년 남짓한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디화지에에 모이게 된 것은 다름 아니다. 옛 건물이 가득한데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 프로젝트처럼 하나의 업체가 주도해 여러 건물에 숍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개별적으로 카페나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한단다. 건물 중앙을 비워둔 ‘ㅁ’자 형 전통 가옥에는 그래서 각 모서리별로 각양각색의 숍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함정에 갇힌 것처럼 하나의 건물을 다 돌고 나오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만다. 물론 지갑이 홀쭉해지는 정도도 머문 시간에 정비례한다. 아트야드Art Yard세다이그룹Sedai Group이 디화지에가 속한 다다오청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복합공간.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트야드가 꾸며지기 시작해 지금 막 기반을 잡았다. 디화지에 거리 곳곳에 아트야드에 속한 총 5개 건물이 운영되고 있다. 소소한 잡화를 파는 숍과 강연장이 운영되는 시아오이청小藝埕 · Xiăo yì chéng, 타이완 전통 예술을 재해석하는 숍이 모인 민이청民藝埕 · Mín yì chéng, 아티스트의 개별 숍이 모여 있는 종이청眾藝埕 · Zhòng yì chéng, 전시회와 강의가 열리는 시에이청學藝埕 · Xué yì chéng, 예술가의 안뜰을 표방한 리안이청聯藝埕 · Lián yì chéng 등이 그것이다. 각각 서점, 갤러리, 카페 등 여러 개의 숍이 입주해 있다.www.artyard.tw 플라이시fleisch타이완에서 난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레스토랑. 공정한 방식으로 재료를 공수해 농민에게는 알찬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방을 개방해 어떻게 음식이 만들어지는지 공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방식에 공감하는 방문객들이 3층 건물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톤다운 된 내부 인테리어가 주는 편안함이 일품. 각종 미디어에 소개된 유명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No. 76,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www.fleisch.com.tw +886 2 2556 2526 프로그카페Frog Cafe나무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프로그숍Frog Shop이 카페의 형식을 빌렸다. 엽서나 달력, 작은 사무용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카페로 이뤄져 있는데, 디화지에 메인 거리의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항상 붐비는 편.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어 다음 여행을 위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 No. 13,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shop.frogfree.com +886 2 2555 2125 ▶그들이 사는 세상 다다오청DaDaoCheng 디화지에의 정겨움은 바로 인접한 다다오청 항구로 이어진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강공원에 오면 이런 기분일까. 타이베이의 메인 선착장인 다다오청에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한 가득이다. 앳된 얼굴을 한 연인들부터, 노모와 아이까지 나선 대가족도 있다. 타이베이 어딘가에서 밥을 짓고 사는 사람들, 진짜 그들의 생활 안에 녹아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땡땡’ 작은 종을 울리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사람도 있다. 쉴 새 없이 휙휙 지나가는 것은 자전거다. 어디서나 자전거를 즐긴다는 타이완 사람들의 생활이 그대로 느껴지는 전경이다. 다다오청 한쪽에는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소가 마련돼 있다. 교통카드만 있으면 자전거 빌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강 너머를 천천히 바라보며 즐기기에는 자전거만한 것도 없겠다. ▶홀로 남은 외딴 섬의 변신 보피리아오BoPiLiao MRT 룽산쓰역을 나서자 사방에서 울리는 번잡한 소음이 귓속으로 파고 든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보니 언제 와도 사람이 많다. 기도를 올리러 찾아온 주민들부터 사진을 찍기 바쁜 관광객까지, 어디에 시선을 둬도 위엄 있는 룽산쓰의 자태보다 사람이 먼저 들어온다. 룽산쓰를 한 바퀴 빙 돌고 발길을 틀었다. 진짜 목적은 보피리아오다. 룽산쓰 오른편으로 딱 한 블록만 걸으면 금세 보피리아오를 발견할 수 있다. 붉은 벽돌로 쌓은 2층 건물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 간판도 없고 표지판도 찾기 어렵지만 주변 상가 지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마치 보피리아오만 동떨어진 시간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보피리아오의 역사는 200년 전 후기 청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보피리아오 일대는 망카Mangka지구와 구팅Guting지구를 잇는 교통 중심지로 번성했었다고. 일제 식민지 시절을 거치며 인근의 옛 건물들은 모두 새로 개발되어 서양식으로 변모했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보피리아오만은 그대로 남게 됐단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 남아서인지 외딴 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희끗희끗한 벽돌색마저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겨우 한 블록 차이인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룽산쓰와는 달리 보피리아오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아치형 터널을 지나다 보니 한쪽에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보피리아오의 한 구역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연주에 맞춰 성악가의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보피리아오의 희끗희끗한 벽돌이 돋보이는 조용한 거리에는 근대 타이완의 역사를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육관, 공연 및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 등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행자에겐 훌륭한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군사 주거지, 따뜻한 남쪽이 되다 쓰쓰난춘SiSi Nan Cun 우연히 발견한 샘터는 그것이 크건 작건 반갑고 사랑스럽기 마련이다. 쓰쓰난춘이 그랬다. 기대보다 작은 규모에 과연 잘 찾아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지만, 고층 빌딩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뽐낸다. 우선 외형 때문이다. 타이베이101이 한 발짝 거리에서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서 있고, 그 주변에도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쓰쓰난춘은 1층 높이의 2층 건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낮고 작았다. 하지만 외형만으로 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경솔하다. 건물 곳곳에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은 쓰쓰난춘이 진짜 ‘따뜻’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한가한 평소의 모습과 달리 주말만 되면 북적이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주말 오후 1시부터 작은 액세서리부터 옷, 먹거리, 문구까지 다양한 숍이 쓰쓰난춘 중앙 광장에 빼곡하게 들어선다. 이곳은 지난 1949~1960년대 중국에서 넘어온 중화민국의 군인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살던 지역이었다. 100만명이 거주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시간이 가면서 거주하던 군인들이 은퇴하고 사회로 돌아가면서 점점 영향력이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지금은 단 몇동의 건물만 남아 이색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색 시멘트 벽 그대로 남은 건물은 빨강, 노랑, 초록 등 원색으로 문과 창틀에 포인트를 줬다. 낡고 바랜 느낌이지만 그런대로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좁은 벽과 벽 사이를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과거 이곳에서의 삶이 그려진다. 옛 흔적을 모아 둔 전시관에서는 그 상상이 좀 더 구체화될지도 모르겠다. 굿초스Good Cho’s타이완 ‘로컬 푸드’가 총집합했다. 장류, 조미료, 커피, 화장품까지 모두 모인 이곳은 쓰쓰난춘에 입점한 가장 큰 숍이다. 특히 주방에서 바로 만들어 내는 베이글의 인기가 뜨겁다고. 그 명성을 못 들어본 자라도 굿초스에 들어서자마자 풍겨 오는 고소한 빵냄새 때문에 베이글을 사게 될지 모른다. 종류도 수십가지에 달해서 고르는 재미도 쏠쏠한데, 다만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직감으로 고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 No. 54, Songqin St, Xinyi District, Taipei City +886 2 2758 2609 미도리Midori역시나 로컬 푸드를 이용하는 아이스크림 숍이다. 방부제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미도리의 특징. 그래서인지 아이스크림의 색이 연하고 부드럽다. 관찰 결과 굿초스에서 베이글을 먹고 미도리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쓰쓰난춘의 메인 코스가 분명하다. 콘이나 컵 중 선택할 수 있다. No. 50, Songqin St, Xinyi District, Taipei City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차민경 기자, Travie writer 김봉수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000타이완관광청 www.taiwan.net.tw, 브이에어 www.flyv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이재정 “단원고 기억교실 재학생에게 돌려줘야”

    이재정 “단원고 기억교실 재학생에게 돌려줘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문제와 관련해 “교실은 추모공간이 아니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추모공간은 별도 방안(4·16민주시민교육원)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교실은 재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장에게 있고 주변에서 이를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재학생 학부모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저지를 두고는 “학교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끌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을 마음으로 보듬는 ‘회복적 교육’을 추진하겠다”며 “법원,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장과 만나 학생 안전과 보호를 위한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빗자루 폭행’ 사건을 예로 들며 학생 사안 발생 때 처벌이나 사법조치 전에 교육청이나 교육전문가가 교육적 관점에서 개입해 일상 복귀를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90일간(교육부 14일, 감사원 76일) 재정감사를 받았다”며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침해하고 새 학기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정치적 중복감사”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부터 2주 일정으로 예비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어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받은 적이 없는데 정부와 여당대표가 사실과 다른 잘못된 주장을 한다. 전국 교육청이 빚더미에 앉았고 경기도는 그 중 가장 심각해 교육재정 파탄이 이미 시작됐다”며 국고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꽃구름의 남쪽 윈난雲南

    꽃구름의 남쪽 윈난雲南

    진작 왔어야 할 곳인데 많이 늦었구나. 리장麗江에서 샹그릴라香格裏拉로 가는 길 위에서 느낀 소회다. 겨우 3박 4일이란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 윈난雲南, 즉 구름 남쪽이란 이름은 ‘꽃구름의 남쪽彩云之南’이란 말에서 유래했다. 우리에게는 차마고도茶馬高道로 유명하지만 쿤밍昆明-다리大理-리장-샹그릴라로 이어지는 윈난 여행코스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낭만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구름의 남쪽에서 잠시 머물다 여정은 쿤밍에서 시작됐다. 쿤밍은 얼핏 중국의 여느 대도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해발고도 1,890m, 고원지대에 불쑥 솟아난 도시다. 쿤밍은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다. 사계절이 봄과 같은 사계여춘四季如春의 도시다. 중국의 피서 관광지 중 일등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쿤밍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년 한 해 쿤밍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6,000만명에 달한다. 한편, 쿤밍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중국인들에게 쿤밍은 동남아 여행의 허브 거점이다. 쿤밍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리해발 2,000m로 갔고, 다리에서 다시 리장해발 2,400m으로 달려 해발 5,596m의 ‘위룽설산玉龍雪山’과 차마고도의 주요 거점인 샤시沙溪 마을을 만났다. 위룽설산은 빙하가 서린 백옥 같은 산이다. 새파란 하늘 때문일까. 위룽설산의 만년설이 푸르게 빛났다. 리장을 떠나 다시 길을 나서 장족티베트족 자치주인 샹그릴라해발 3,500m로 갔다. 쿤밍에서 샹그릴라까지 총 650여 킬로미터. 여정은 거기까지였고 돌아서야 했지만 다시 오리라는 다짐은 계속 나아가는 중이다. ▶윈난성 윈난은 여행자의 천국이자 대자연의 보고다. 윈난의 고산지대는 전체 면적의 94%를 차지한다. 고원호수가 40여 개나 있고 호수면적은 1,100km2에 달한다. 아열대, 온대, 고원기후까지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보여 준다. 이를 반증하듯 3만여 종이 서식하는 ‘식물의 왕국’이자 ‘꽃의 왕국’이 바로 윈난이다. 윈난에 사는 소수민족 인구는 1,53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3%에 달한다. 중국의 25개 소수민족 중 15개 소수민족이 8개 자치주를 이루고 윈난성에서 살아간다. ‘땐’은 윈난성의 약칭이다. ●다리大理 바람, 꽃, 눈, 달 본격적인 여정은 윈난 서북부, 다리에서 시작된다. 다리는 리장과 더불어 윈난을 대표하는 고대도시다. 칭짱고원靑藏高原의 동남부 언저리에 위치한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다리의 풍광을 ‘풍화설월風花雪月’이라 표현했다. 바람과 꽃, 눈과 달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 다리라는 말이다. 다리는 해발 4,122m의 창산苍山을 뒤로하고, 앞으론 해발 1,972m의 고원호수인 얼하이洱海, 이해를 굽어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도시다. 창산과 얼하이라는 두 개의 보석이 다리를 만든 셈이다. 다리의 소수민족은 바이족白族, 백족이다. 이름대로 흰옷을 즐겨 입고, 흰벽으로 지은 집에서 산다. 다리는 바이족 자치주의 수도이고, 중국 정부가 지정한 24개 역사문화 도시 중 하나다. 다리의 주인이었던 바이족은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13세기 몽고의 침략을 받기 전까지 남조와 다리국으로 존재하며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한족의 당나라, 송나라의 맹렬한 기세에 굴하지 않고 독립국의 지위를 당당하게 지켜냈었다. 이름大理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좋은 돌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대리석이 유래한 곳도 바로 다리다. 다리에서는 제일 먼저 숭성사崇聖寺 삼탑을 찾았다. 중원의 권력과 맞섰던 다리국의 위엄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삼탑 중 가운데 탑의 높이는 60m, 16층 건물의 높이다. 시간이 없어 오르지 못했지만 중앙탑 맨 위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진 때문에 기울어졌다는 양편의 탑의 높이는 40m다. 삼탑 옆 취영지聚影池에서 연못에 비친 삼탑을 보는 것도 즐겁다. 당대에 지어진 삼탑은 다리고성에서 서북쪽으로 1km 떨어진 창산 잉러봉 기슭에 위치한다. 중국의 4대 명탑 중 하나이자 중국 남방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탑이라고 불린다. 삼탑 뒤 금빛 찬란한 숭성사는 중국에서 불교 사원 중 가장 큰 건축물로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나 1980년대를 전후해 새로 지은 건물이다. 숭성사에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창산에 올랐다. 3,500m가 넘는 봉우리를 열아홉 개나 갖고 있으니 산의 위용을 짐작할 만하다. 최고봉은 해발 4,122m의 마룽馬龍봉인데 산꼭대기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 아쉽게도 케이블카는 2,900m 지점에서 멈췄다. 바람이 너무 센 탓이다. 케이블이 흔들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2,900m 지점에서 정상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이미 운행을 멈춘 채 케이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열아홉 개의 산봉우리 아래 창산 계곡물은 다리고성을 거쳐 얼하이 호수로 흘러간다. 창산 아래 다리고성은 1,000년 역사를 가진 고성이라지만 새로 지은 게 많다. 몽골에 함락된 안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탓이다. 고성의 높이는 8m 정도, 성 안의 집들은 작고 예쁘고, 지붕을 잇대고 있다. 다리의 역사에 대한 다리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다리고성의 성문 현판에 쓰여 있듯 다리는 예로부터 ‘문헌명방文獻名邦’으로 불렸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헌명방을 느끼기엔 관광객이 너무 많다. 한 블록만 거리를 벗어나면 또 다른 다리를 만나겠지만 시간이 없다. 결국 다리에 갔지만 다리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룹 투어로 다리를 보자니 아쉬움이 진하다. 상하이에서 게임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하다 다리에 정착해 객잔(客棧, 중국의 여관)을 운영한다는 가이드 이설영씨 말대로 다리의 가장 상업적인 거리를 한두 시간 둘러보았을 뿐이다. 그곳에는 오랜 시간 그려 온 다리는 없었다. 다시 다리에 가야 할 이유다. 다음에 다리에 온다면 풍화설월의 다리를 떠올리며 얼하이 호수에서 보름달을 보고 싶다. ●샤시沙溪 차마고도 카라반이 쉬어 가던 곳 다리를 떠나 리장으로 가는 길, 차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좁은 산길로 접어든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윈난 산속의 마을, 샤시에 도착했다. 샤시는 깊은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을 쉬엄쉬엄 둘러보아도 한 시간이면 족할 듯싶다. 내게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윈난의 보석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 않고 샤시를 꼽겠다. 샤시는 고대 무역로인 차마고도茶馬高道를 오가던 상인들 행렬인 마방馬幇이 쉬어 가던 작은 마을이다. 높은 산을 쉴 새 없이 넘어가기에 차마고도를 ‘하늘에 난 길’이라 부른다면 마방은 ‘하늘 길을 걷는 사람’이다. 마방들은 푸얼차(普洱茶, 보이차)를 싣고 달그락달그락, 떨거덩떨거덩 말방울 소리를 울리며 다리와 리장을 지나 진샤강金沙江을 건너 라싸로 갔다.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싸에서 한숨을 돌린 마방들은 라싸를 떠나 시가체를 지나 시킴과 네팔, 인도로 향했다. 윈난에서 생산된 차와 티베트 초원에서 자란 말이 차마고도를 통해 교환되었다. 하지만 그 길을 오가기란 쉽지 않았다. 과거의 차마고도는 세상에서 제일 높은 길, 어쩌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 차마고도의 카라반隊商들은 산을 넘고 넘어 중국과 인도, 네팔, 서남아시아를 오갔다. 그 험한 길을 어찌 조랑말 하나에 의지해 넘었을까? 이제와 생각해 봐도 경이롭기 그지없다. 과거에 샤시는 차마고도의 요충지로 때로 큰 장이 섰지만 지금은 산간의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샤시 마을의 시간은 왠지 차마고도의 조랑말이 걷는 것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간혹 마주치는 마을 사람들의 꼬질꼬질한 모습마저 정겹다. 다리나 리장과 달리 다행히 이곳엔 관광객이 적다. 진입도로가 좁은 데다가 그마저 구불구불한 산길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 전역에 걸친 대대적인 개발 열풍에서 빗겨난 중국 서남부의 모래알 같은 샤시 마을은 개발이 더디기에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이곳을 잠시 스쳐 지나는 여행자의 감상일 뿐이지만 도로가 확장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마방 대신 여러 나라의 여행자들이 샤시를 찾고 차마고도 여관, 민트 카페 등 여행자를 위한 객잔,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카페에서는 피자도 팔고 스파게티도 판다. 깊은 산속 여행자의 천국이다. 샤시 마을은 2002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950년대 중국에서 티베트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렸다. 차마고도와 마방의 존재의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차마고도와 고속도로 구간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방은 진작부터 중국에서 티베트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리장에서 샤시를 가기 위해선 일단 젠촨剑川까지 가야 한다. 버스로 두 시간이 걸린다. 요금은 20위안. 새로 난 고속도로로 달리면 요금은 25위안이고, 한 시간이 걸린다. 젠촨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다시 45분 정도 달리면 샤시에 도착한다. 쿤밍에서는 버스로 대략 10시간 거리다. 샤시에도 게스트하우스는 있다. 오픈 예정인 어느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등풍, ‘바람을 기다리며’다. 샤시의 마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리장麗江 산과 눈의 도시 깊은 산속 마을 샤시를 떠나 리장으로 왔다. 종종 ‘산과 눈의 도시’라 불리는 리장은 샹그릴라香格裏拉의 입구이자 히말라야 산맥의 시작점인 위룽설산에 둘러싸였다. 리장의 이곳저곳을 오가며 눈을 돌릴 때마다 종종 위룽설산을 보았다. 리장 사람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산이다. 언제나 만년설의 풍광과 함께하는 도시, 이렇게 높은 산이 늘 옆에 있다면 살아가는 데 좀 더 겸손해질 것 같다. 혹자는 리장을 보고 ‘동양의 베니스’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다. 리장은 리장 그 자체일 뿐 유럽의 한 도시와 비할 바가 아니다. 외형만 봐도 리장과 베니스는 전혀 닮지 않았다. 다리가 바이족의 나라였다면 리장은 나시족納西族의 홈타운이다. 나시족의 홈타운이라곤 했지만 그렇다고 리장의 한족 인구가 적은 건 아니다. 리장에서 한족과 소수민족의 비율은 6:4 정도이고, 나시족은 전체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에 나시족 거주지이자 고원의 옛마을이었던 리장은 쓰촨四川성의 야안雅安과 더불어 차마고도의 근거지이자 무역 중심지였다. 리장에서 생산된 가죽 제품은 차와 말과 함께 티베트 라싸, 인도 등지로 팔려 나갔다. 리장고성은 남송 말기에 지어져 8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고성 안에선 100여 채의 전통가옥을 볼 수 있는데 다리고성과 다르게 성벽은 없다. 리장고성은 좁은 골목과 수로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명청 시대의 거리 모습도 잘 간직하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객만 아니라면 리장고성의 운치는 2015년이 아닌 몇 백 년 전의 거리 같다. 세계문화유산인 리장고성보다 더 강하게 나를 리장으로 이끈 건 한 친구의 사연이다. 그녀는 10년 전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호주 남자를 만났고, 그와 결혼했다. 당시 남자는 적지 않은 나이였고, 내 짐작에 그는 아마 결혼 같은 건 별반 생각해 보지 않은 여행자였다. 하지만 인생은 알 수 없다. 결국 두 사람은 운명처럼 리장에서 맺어졌고, 딸을 낳고,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살고 있다. 이런 사연 때문에 내게 리장은 아주 로맨틱한 여행지로 여겨졌지만 실제 마주한 리장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리장에는 수로와 함께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이 많다. 사실 관광객만 바글대지 않는다면 리장은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보인다. 가히 연인들의 여행지다. 한데 화장이 너무 진하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예쁜 얼굴에 과하게 화장을 한 것 같다. 좋건 싫건 밀려드는 관광객의 영향이다. 지난해 인구 100만의 도시, 리장에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매달 리장 전체 인구보다 거의 두 배 많은 관광객이 리장을 휘젓고 다닌 셈이다. 윈난을 여행하며 관광객이 북적이는 다리고성이나 리장고성보다 고산지대의 설산을 바라보며 달렸던 길 위의 시간이 더 좋았던 이유다. 한편, 1996년 리장에 규모 7.0의 지진이 있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304명이 숨지고, 1만6,000명이 다쳤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지진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시족의 거주지인 구시가지는 무사했다. 그때부터 나시족의 목조주택은 사람들의 관심을 새롭게 받기 시작했다. 1996년 지진이 아니더라도 윈난에는 지진이 잦다. 작년에도 지진이 발생했다. 윈난은 쓰촨성과 함께 칭짱고원 지진대에 자리 잡고 있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라시아판 대륙과 인도판 대륙이 충돌하는 지반 사이에 위치한 탓이다. 윈난을 여행하고자 할 때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리장고성에서 나와 잠시 황룡담 공원에 들렀다. 황룡담에서 단풍진 가을을 맞는다. 연못 넘어 위룽설산이 아름답다. ●위룽설산玉龍雪山 당신은 옥색의 용을 볼 수 있을까 리장고성의 북쪽, 위룽설산은 리장시 위룽현에 위치한다. 해발고도는 5,596m로 한라산보다 대략 세 배 높다. 거대한 백옥 같은 용의 형상옥룡을 하고 있다고 해 옥룡산이라 부른다. 위룽설산은 나시족이 믿는 씨족신 ‘싼둬’의 화신이라고 전해진다. 이곳 사람들은 위룽설산에 나시족의 ‘사랑의 신’이 산다고 믿는다. 버스와 케이블카를 타고 위룽설산의 4,500m 지점까지 올랐다. 여기까지는 쉽다. 하지만 아직 목적지에 다다른 게 아니다. 여기서부터 계단을 따라 두 발로 걸어 180m 더 높은 4,680m 지점까지 올라가야 한다. 지대만 낮다면 이 정도쯤 오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사람들은 손에 제각각 휴대용 산소통을 들고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거나, 몇 걸음을 떼지 않고 종종 걸음을 멈춘다. 나도 채 몇 걸음을 오르지도 않았는데 바로 숨이 벅차다. 가이드가 준 산소통이 배낭에 있었지만 아직은 쓰고 싶지 않다. 가능하다면 온전히 내 힘으로 올라 보고 싶다. 마음은 빨리 오르고 싶지만 몸은 느리다. 숨을 헉헉거리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하얀 빙하가 보인다. 위룽설산은 빙하가 서린 백옥 같은 산이다. 새파란 하늘 때문에 하얀 눈이 푸르게 빛난다. 30~40분쯤 올랐을까. 마침내 4,680m 지점에 올랐다. 어제 창산에서 강풍 때문에 2,900m 지점에서 멈춰 선 아쉬움을 여기 와서 말끔히 씻어 낸다. 위룽설산의 정상을 올려다본다. 이름 그대로 옥색의 용이 춤을 춘다. 위룽설산을 내려와 샹그릴라로 출발하기 전 장강長江의 상류지역인 호도협虎跳峽에 들렀다. 이름 그대로 호랑이가 건너뛴 협곡이란 말인데 위룽설산과 하바설산哈巴雪山 사이의 협곡이다. 중국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는 총길이 6,380km의 장강은 그 길이가 워낙 큰 탓에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윈난의 400km 구간에선 황금모래강이란 의미의 진샤강金沙江이라 불린다. 이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티베트의 만년설에 이를 것이다. 멀리서 호도협 물줄기를 보았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진샤강가로 점점 다가가자 물줄기가 포효하듯 거세다. 거대한 호랑이가 쩌렁쩌렁 산을 울리며 포효하는 것 같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도협이란 이름은 허명무실하지 않다. 지구의 지각운동이 만든 호도협의 길이는 30km에 달한다. ●인상리장印象麗江 설산 아래서 꾼 한낮의 꿈 “우리는 농민입니다. 우리는 빛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에 마음을 바쳤습니다.” 위룽설산을 뒤로하고 출연자들이 관객을 향해 외쳤다. 드디어 <인상리장印象麗江> 공연이 시작되었다. <인상리장>은 리장의 소수민족이 만든 공연으로 공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다. 열 개의 소수민족, 500여 명의 농부들이 공연을 펼친다. 출연자 수가 워낙 많은 탓에 때로는 관객보다 출연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인상리장>은 하늘과 땅, 아직 누구도 오르지 못한 해발 5,100m, 위룽설산의 영기를 느껴 보는 공연이자 설산의 영웅들 그리고 농부들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헌사다. 원형의 거대한 노천극장은 위룽설산의 12개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 아래 만들어졌다. 해발 3,100m의 <인상리장> 공연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연장이다. 공연은 360도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출연자들은 때때로 말을 타고 공연장의 이곳저곳을 달린다. 윈난의 말은 조랑말이라 크진 않다.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가파른 산길은 잘 다닌다. 덩치는 작아도 좁고 험한 오솔길을 쉽게 오른다. 차마고도의 마방은 조랑말 없이 일할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 이곳 사람들이 말을 숭배하는 이유다. 둥근 객석을 휘몰아치는 말발굽 소리에 붉은 색의 대형무대는 더욱 뜨거워진다. <인상리장>은 총 6개의 무대로 나뉜다.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장은 ‘고도마방’. 차마고도는 하늘 위를 걸어 다니는 길이다. 100여 명의 마방이 길을 나서는 모습과 홀로 남은 나시족 여인들 모습을 통해 고생을 견디고 원망하지 않는 아내와 모성의 감정을 표현한다. 2장은 ‘술잔을 들고 설산을 향한다’. 윈난의 소수민족 사람들은, 친구가 오면 술을 마시고, 친구가 가면 또 술을 마신다고 할 만큼 친구를 아끼고, 가무를 즐긴다. 3장은 ‘천상인간’. 여기는 연인들의 극락세계인 위룽설산이다. 순정의 산, 위룽설산은 윈난의 연인들이 숭배하는 산이며 위룽설산에서 청춘은 영원히 지속되고 세상의 고통은 사라진다. 4장은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북을 치듯 두드리는 건 리장 사람들의 오락이다. 사람들은 둥글게 서서 손을 잡고 즐겁게 춤을 춘다. 나시족 사람들은 ‘아리리’, ‘다로리’라는 춤을 추기 좋아하고, 청춘남녀는 춤과 노래로 감정을 교류한다. 5장은 ‘북을 치며 춤추며 하늘에 제사를’. 하늘에 대한 나시인들의 경배를 보여 준다. 나시족은 하늘의 아들, 자연의 형제라고 선언한다. 6장은 ‘기도의식’. <인상리장>의 대미는 출연자와 관람객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위룽설산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장면이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숙연해진다. “위대한 위룽설산 앞에 선 우리들은 하늘에서 보내 주는 염원을 경건하게 받아들여 우리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연자들의 의상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윈난 여유국의 슬로건인 ‘컬러풀 윈난’은 공연한 말이 아니다. <인상리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장예모 감독, 왕차오거, 판웨 세 사람이 만들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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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B하나은행은 첫 월급통장을 만들게 될 새내기 직장인을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주거래 우대 패키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급여이체통장, 적금, 신용카드, 신용대출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은 신입 사원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행복 노하우(knowhow) 주거래 우대통장’을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결제 계좌로 설정하면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와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 준다. 목돈 마련용 적금인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을 들면 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연 0.8%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기본 금리는 연 1.9%다. ‘행복 노하우 주거래 우대 통장’ 보유 시 0.1% 포인트, 급여 50만원 이상 이체하고 6개월 이상 이체하면 0.2% 포인트, 카드대금 결제나 아파트관리비·공과금 등 2건 이체 시 0.2% 포인트, 하나금융그룹 멤버십 회원이면 최고 0.3%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중복 적용받을 수 있다. ‘하나멤버스 1Q 신용카드’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게 카드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리빙형·쇼핑형은 월 최대 5만원까지, 데일리형은 적립 한도 없이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 금액의 0.5%를 ‘하나머니’(사이버 머니)로 적립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새내기 직장인 주거래 우대론’은 입사 후 1년 이하의 신입 사원이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저렴한 금리로 빌려준다. 급여 이체나 아파트 관리비 이체 등 주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1.5% 포인트 금리 인하 혜택이 있다. 하나금융그룹 내 6개 금융사(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생명·하나캐피탈·하나저축은행)의 멤버십을 통합한 하나멤버스는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하나머니’를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또 OK캐시백포인트·신세계포인트·CJ원포인트 등 대형 멤버십과의 제휴 포인트도 합산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4월 말까지 주거래 우대 패키지 네 가지 상품에 모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미니(태블릿PC), 갤럭시S기어(스마트폰), 하나멤버스 1만 하나머니를 주는 등 경품 행사도 벌인다.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할리우드로 간 노마 제인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공장들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만드는 군수산업 시설로 바뀌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남자들은 전선으로 징집되었고 그 빈자리는 여자들이 채웠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했다. 정부는 비행기 공장에서 리벳 작업을 하던 로지를 모델로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는 근육질 여성의 포스터를 만들어 인력 동원 캠페인을 벌였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어느 날, 할리우드 지역의 군사 홍보를 담당하던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전속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코노버를 무인 비행기 제작 회사인 ‘라디오플레인’으로 보냈다. 신문에 내보낼 또 다른 리벳공 로지를 찾던 코노버에게 노마 제인이라는 19세 여공이 눈에 띄었다. 제인의 남편은 해군에 입대해 태평양 전장으로 나갔다. 그녀는 일주일에 20달러를 받으며 하루에 10시간씩 공장 일을 하는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코노보는 허리에 사원증을 차고 프로펠러를 조립하는 제인을 모델로 촬영하였고 그 몇 장의 사진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얼마 후 그녀는 공장을 그만두고 할리우드로 떠났다. 훗날 노마 제인은 세기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로 다시 태어났고,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인연이 있었다. 그녀가 조립했던 비행기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드론인 ‘OQ-2 라디오플레인’으로 2차 대전 당시 1만 5000대를 생산해 훈련용으로 공급하였다.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 항공기는 베트남전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 작전에 사용되었다. 당시 라이언사가 제작한 ‘파이어비’는 3400회나 출격하여 실전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였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 수색과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프레데터’는 미 공군의 대표적인 무인기로 한 대 가격이 5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최고 성능의 무인기로는 노스롭그루먼사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꼽는다. 한번 뜨면 35시간을 비행하며 지상 20km 상공에서 땅 위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작전 반경이 3000km에 이르는 이 드론의 가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미국의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드론의 전체 시장 규모가 2013년 6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두 배 수준인 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금은 군사용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지만, 민간 부문의 상업용과 개인용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2015년 5억 달러 수준의 민간용 드론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여 2024년에는 3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드론의 저력 민간용 드론의 시장이 커지자 인텔, 구글,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 기업과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사용 업체까지 가세하였다. 2014년 11월, 독일의 함부르크 인근 공항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깔리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 LED로 단장한 100대의 드론이 날아올라 밤하늘을 수놓으며 군무를 펼쳤다. 인텔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동시 비행 최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16년 국제가전박람회 CES에서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 영상을 공개하며 드론 사업 진출을 재천명했다. 이 공연에 사용된 드론은 CES 개막 전날 인텔이 인수 발표를 한 독일의 ‘어센딩 테크놀러지스’사의 제품이었다. 인텔은 작년 8월에도 중국의 드론 회사인 유닉(Yuneec)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2016년 CES 최고의 드론으로 선정된 유닉의 ‘타이푼’에는 인텔의 ‘아톰’ 칩과 3D 카메라인 ‘리얼센스’가 탑재되었다. 스마트폰에서 기회를 놓친 PC의 제왕 인텔이 세상 모든 드론에 자신들의 칩을 장착하는 ‘인텔 인사이드’를 다시 한번 꿈꾸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띄워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2014년 4월 구글은 직원 20명의 신생 벤처 기업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였다.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드론은 날개 길이가 50m에 이르는데 그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붙어 있어 5년 동안 태양 에너지만으로 비행할 수 있다. 구글과 치열한 인수전을 벌여온 페이스북은 6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선수를 쳤지만 한 달 뒤 인수 조건은 알려지지 않은 채 타이탄은 구글로 넘어갔다. 구글은 대기권 위성으로 불리는 이 회사의 드론 ‘솔라라’로 차세대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스카이벤더’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초고주파인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스카이벤더는 현재의 4G LTE보다 40배나 빠른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수전에서 쓴잔을 마신 페이스북은 타이탄의 경쟁사인 영국의 ‘어센타’를 인수하고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인력들을 모아 커넥티비티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어센타는 태양광만으로 최장 드론 운행을 기록한 벤처 기업이다. 이곳에서 개발하던 태양광 드론 ‘아퀼라’는 보잉 737보다 긴 날개를 가졌지만 소형 자동차보다 가볍다. 2015년 3월 27일,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퀼라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아퀼라는 1만 8000m 상공에서 수개월 동안 비행하며 레이저 통신 기술로 하늘의 기지국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프로젝트의 목적이 아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저개발국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인터넷 오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통신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공중 기지국 드론에는 미래 통신 산업을 뒤흔들 잠재력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드론의 미래 드론은 마치 새가 되어 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관점을 제공한다. ‘하늘 위의 영상 혁명’으로 불리는 드론은 이미 영화 촬영이나 예능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 되었다.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담아내는 드론은 뉴스 취재의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에 이어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레저용 드론은 스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탈 때도 공중에서 나를 따라오며 멋진 셀프 동영상을 찍어준다. 재난 구조, 산불 예방, 적조 모니터링과 같은 공공 부문에서도 드론은 위력을 발휘한다. 드론은 시각 기능의 확장뿐만 아니라 탁월한 공간 이동의 도구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전쟁에 대비해 드론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을 넘어 ‘30분 배송’을 공언하며 드론을 이용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도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구글판 드론 택배인 ‘프로젝트 윙’을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중국의 IT 삼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독일의 글로벌 운송회사 DHL 등도 드론을 활용하는 물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드론이 ‘날개 달린 스마트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외신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미국에서만 70만 대의 드론이 판매되었고 2025년까지 하루 백만 대가 비행할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드론으로 하늘이 뒤덮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우려가 되는 사생활 침해, 안전사고, 해킹 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은 비단 드론 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인공지능과 같이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미래의 기술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제도와 인식과 기술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슈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막 싹이 트는 드론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음 회에는 드론의 마지막 승부처가 어딘지 파헤쳐 보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3)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3)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비효율 초래… 원안 끝까지 못막은 게 두고두고 후회 론스타 투자회수 지연시킨 건 문제 “공무원이 그렇게 센지 밖에 나와서 체감했습니다. 기업들이 정부 말 안 들으면 엄청나게 손해 본다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죠.”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67)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에서 일하다 보니 규제를 더 풀지 못하고 나온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수도권 규제 등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2009년 부처 간 업무 영역을 조정할 때 더 세게 밀어붙여 중복 규제 등은 없앴어야 했다”면서 “정부 규제로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탓에 유출되는 일자리가 약 150만개”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했다며 세종시 원안을 끝까지 막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정부 부처 이전 대신 대기업 유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책임졌으며,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총리실장 직에서 물러났다. 2009년 정운찬 당시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나왔을 때 여당을 상대로 원안 폐기를 설득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수도 이전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만큼 헌법(72조)에 따라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미국 헤지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취한 태도도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론스타의 투자 회수를 막는 게 현명했느냐는 것이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 매각 절차 지연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제기했으며, 오는 6월 최종 심리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재경부 차관 시절 감사원이 론스타를 감사하는 식으로 론스타의 투자 회수를 지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를 3~4년 더 한국에 붙잡아 두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한국은 국제 관례, 정상적인 규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 줬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스크린쿼터(국산 영화 연중 146일 이상 의무상영) 제도와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06년 한 라디오방송에서 영화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스크린쿼터의 ‘점진적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당시 영화인들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100일 동안 삭발 시위를 했다”고 회고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부흥했지만 이와 별개로 직설적인 화법이 공직 생활에 결코 득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돌직구’를 날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집사람마저 왜 자꾸 말을 겁 없이 해서 적을 만드느냐고 꾸중을 하더라고요.(웃음)”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비즈니스 캐주얼 ‘전성시대’… 넥타이로 완성하라

    비즈니스 캐주얼 ‘전성시대’… 넥타이로 완성하라

    평범한 실크는 가라… 면 섞여 거친 세련미 ‘터프 가이’ 얌전한 도트는 가라… 불규칙 패턴의 개성 ‘센스 가이’ 여름엔 ‘쿨비즈’가,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세를 이룬 탓이다. ‘넥타이’의 입지는 좁아지고, ‘노타이’가 젊고 멋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위아래 한 벌 정장 대신 재킷을 입고, 드레스셔츠보다 남방을 출근 복장으로 선호하고, 날씨가 더워질 때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2도 내려간다’며 정부가 나서 노타이 캠페인을 펼친다. 이런 일상 속에서 많은 남성이 과거에 비해 넥타이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캐주얼=노타이’라는 상식은 오류. 비즈니스 캐주얼 전성시대에도 넥타이의 다양한 역할은 유효하다. 미적 감각을 드러내는 역할부터 직업이나 정치적 성향을 표출하는 기능까지, 상반신 몸의 앞쪽에 길게 늘어지는 넥타이는 꽤 많은 것을 웅변한다. 보통 145㎝에 달하는 긴 끈을 목에 맬 일이 드문 여성들은 아무래도 넥타이의 디자인 변화에 둔감하다. 작은 패턴이 반복되는 디자인만 흘깃 보는 여성의 안목으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유행하던 ‘히딩크 넥타이’나 지금의 넥타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실상 15년 동안 남성 패션이 변화한 속도보다 빠르게 넥타이의 유행에 부침이 있었는데 말이다. 최근 각광받는 넥타이는 ‘히딩크 넥타이’와 모든 측면에서 다르다. 폭은 아래쪽 가장 긴 부분을 기준으로 8.5㎝에서 7.0~7.5㎝로 줄었고, 소재는 실크 일색에서 다양한 질감을 섞은 소재인 멜란지 소재나 리넨과 같은 이색 소재가 대세를 이룬다. 스트라이프나 체크, 반복 패턴과 같은 디자인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 일사불란한 패턴이 선호됐다면 지금은 좀더 고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패턴이 인기다. 남성들의 옷차림 변화를 감안하면 넥타이의 변화는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슬림핏 셔츠와 재킷이 유행하며 넥타이의 폭이 함께 줄었다. 정장 일색이던 복장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뀌며 넥타이의 소재 역시 의류 소재처럼 다양해졌다. 즉 ‘홀쭉하면 밝은색, 뚱뚱하면 어두운색’이라거나 ‘적극성을 드러내려면 붉은색, 안정감을 보여주려면 푸른색’과 같은 넥타이 공식은 더이상 통하기 어렵고, 그날 선택한 의상에 어울리는 넥타이가 새로운 선별 공식이 됐다. 롯데닷컴 백화점잡화팀의 안유선 MD는 14일 “과거 비즈니스 스타일의 넥타이가 많이 판매됐다면, 최근에는 캐주얼한 넥타이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면서 “예전에는 선물용으로 넥타이를 사는 여성 주부들이 주고객층이었다면, 최근에는 옷에 관심이 많은 20~30대가 직접 자신이 쓸 넥타이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넥타이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지극한 관심은 5~6년 전 ‘큐빅 넥타이’가 선풍적으로 유행할 때 표출됐다. 다니엘 에스떼, 크리스찬 라끄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예진상사의 장혜경 디자인총괄 상무는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바이어들이 한국의 큐빅 넥타이 유행을 매우 이색적으로 바라봤다”면서 “파티가 아닌 일상에서 화려한 큐빅 넥타이를 매는 것을 보고 한국 남성 패션의 과감함을 재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상무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큐빅 넥타이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기”라면서 “최근에는 도드라지게 큐빅을 배치한 넥타이보다 은근히 큐빅이 보이는 넥타이가 많다”고 귀띔했다. 과거 밝은색의 큰 무늬 바탕에 큐빅을 수놓은 형태에서, 어두운 색의 단조로운 디자인에 넥타이색과 비슷한 큐빅을 은근히 배치한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넥타이를 포인트 패션으로 활용하기에 능숙하지 않은 젊은 층은 의상과의 조화를 고려해 넥타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젊은층의 의상 디자인과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넥타이 전체 소재에 변화가 가해지는 파격적 변화가 이뤄지곤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일모의 이시연 수석은 “겨울에는 따뜻한 울을 섞은 울믹스 넥타이가, 여름에는 가벼운 셔츠 소재에 맞춘 리넨 넥타이가 의상과 조화를 이룬다”면서 “넥타이 소재로는 실크가 기본이 되겠지만, 다양한 소재가 함께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이어 “체크, 스트라이프, 도트, 잔무늬 등이 넥타이에 주로 쓰이는 패턴이지만 넥타이 소재에 따라 패턴이 전달하는 느낌이 달라진다”면서 “실크 소재라면 패턴이 매끄럽게 표현되겠지만,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패턴이 다소 오톨도톨하거나 거칠게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올봄에 넥타이에 본격 입문할 신입사원이라면 어떤 넥타이가 좋을까. 이시연 수석은 “베이직한 네이비 블루 바탕색에 오렌지색이나 노란색 포인트로 경쾌함을 살린 디자인”을, 장혜경 상무는 “멜란지 소재의 부드럽고 온화한 푸른색 계열”을 사회 초년병이 갖출 기본 아이템으로 추천했다. 안유선 MD는 “넥타이 유행 추세가 어두운색에서 밝은색으로 많이 바뀔 것”이라면서 “페이즐리 패턴으로 포인트를 주는 넥타이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외제차 ‘무법 경주’… 사고 뒤엔 보험사기

    외제차 ‘무법 경주’… 사고 뒤엔 보험사기

    터널서 사고나자 서로 모르는 척… 단순사고로 7800만원 보험 타내 블랙박스 제출 거부하다 ‘덜미’ 지난해 8월 14일 오후 11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경기 남양주 톨게이트 앞에 외제차 6대가 자동차 경주를 위해 모여들었다. 토익 강사 강모(32·여)씨의 인피니티 g37c, 회사원 이모(33)씨의 BMW 320d, 자영업자 김모(30)씨의 벤츠 C클래스 AMG, 회사원 문모(35)씨의 폭스바겐 골프, 웨딩업체 대표 이모(34)씨의 미니쿠퍼 컨트리맨, 학원 강사 박모(34)씨의 BMW X3 등이었다. 6명은 수입 자동차 운전자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로 스마트폰 ‘단톡방’(집단 채팅방)을 이용한 경주 참가자 모집을 통해 만났다. 6명은 제한 속도가 시속 100㎞인 도로를 시속 200㎞ 이상으로 내달렸다. 지그재그 운행과 ‘칼치기’(급차선 변경)를 반복하며 주변 운전자들을 위협했다. 가평 송산터널 2~3㎞ 앞에서 6대의 차량에 추월당한 김모(40)씨는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보며 레이싱을 하는 것 같아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그러다 관계없는 차들까지 공연히 피해를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목격한 지 1분쯤 지난 오후 11시 55분쯤 김씨는 송산터널을 지나다 6대의 차량 중 3대가 사고로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회사원 이씨의 BMW가 앞서가던 자영업자 김씨의 벤츠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벤츠가 토익 강사 강씨의 인피니티에 부딪혔다.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고는 터널 안이 정체 상태였던 것을 모르고 달리던 이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일어났다. 당시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처리했다. 사고 운전자 3명이 서로 모르는 사이로, 우연하게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씨 등은 보험사에도 단순 사고로 신고해 수리비 명목으로 7800여만원을 받아냈다. 자동자보험 약관상 경주를 하다 일어난 사고는 보험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사실대로 말했다면 보험금은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블랙박스 제출을 거부하는 운전자들을 의심했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6명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고가 난 후 보험을 거짓으로 신고한 3명에게 사기 혐의를 추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과속은 인정했지만 경주를 한 것은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레이싱이 주로 열리던 자유로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단속이 강화되자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경기도 양주 회암사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경기도 양주 회암사

    경기 양주 회암사는 1997년부터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발굴 현장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262칸에 이르렀다는 전성기 절터의 규모에 놀라고, 석축이 만들어 놓은 절터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최근에는 회암사터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천보산 아래 회암사지박물관이 세워졌다. ●회암사 전성기 건물 262칸… 1997년부터 발굴 절터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회암사 새절이 나타나는데, 그 오른쪽 능선에 지공과 나옹, 무학의 부도가 있다. 풍수에 식견이 없어도 명당 자리라는 느낌이 든다. 계단을 올라서면 지공(持空·1300∼1363)의 부도와 부도탑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그는 고려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 불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도의 고승이다. 지공의 부도를 중심으로 위쪽이 나옹, 아래쪽이 무학의 부도와 부도탑이 자리잡고 있다. 지공의 본명은 디야나바드라이다. 중국에서 제납박타(提納薄陀)로 음역(音譯)이 이루어졌다. 지공의 고향은 갠지스강 유역에 자리잡은 마가다국(摩竭提國)이다. 나라 이름이 귀에 익는 것은 석가모니가 왕자로 태어난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공 역시 마가다 국왕의 아들이니 석가 왕실의 후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부도비에 새겨진 이색(1328~1396)의 ‘서천 제납박타존자부도명 병서’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티베트·운남·중국 거쳐 1326년 고려에 들어와 지공은 8살 무렵 날란다사원으로 율현 스님에게 출가했다. 날란다사원은 5세기에 출범한 세계 최초의 불교대학으로 유명하다. 12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고 알려졌지만, 14세기 초까지는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공은 율현의 권유에 따라 스리랑카로 보명을 찾아가는데, 이 시절 동방 교화의 필요성이 각인된 듯 하다. 지공은 처음엔 바닷길로 중국으로 가고자 했다. 말레이반도 초입까지 진출했다가 돌아선다. 다시 내륙으로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티베트와 운남, 연경을 거쳐 충숙왕 13년(1326) 고려에 들어온다. ●수제자 나옹에게 “회암사 중창 땐 불법 크게 중흥” 티베트에서는 주술사가 독약을 타 놓은 차를 마셨고, 이교도들로부터 얻어맞아 이가 부러졌다. 양자강 상류의 대독하(大毒河)에서는 도적을 만나 알몸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당나라 현장의 ‘대당서역기’나 신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동방에서 인도를 찾아가는 기록이라면, 지공의 이야기는 반대로 인도에서 동방을 여행한 기록이다. 지공이 3년 남짓 고려에 머무르는 동안 나옹과 무학 등이 다투어 제자가 된다. 지공은 회암사의 지세가 날란다사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수제자 나옹에게 “회암사를 중창하면 불법(佛法)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는 가르침을 내린다. 쇠락해 가는 날란다사의 법통(法統)을 회암사에서 이어가고 싶다는 뜻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유생이 지공·나옹·무학의 부도·비 훼손하기도 나옹은 고려 우왕(재위 1374~1388) 시대 회암사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킨다. 지금 드러난 회암사 터에는 날란다사를 재현하겠다는 지공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회암사지만 지공의 부도와 부도탑은 숭유억불 시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순조 21년(1821) 경기 광주 유생 이응준이 지공, 나옹, 무학의 부도와 비를 무너뜨리고 자기 아버지의 산소를 쓴 것이다. 조정에서도 큰 사건으로 다루어지는데, 특히 무학의 부도비에 새겨진 글이 태종의 분부로 지어 올린 것이어서 더욱 문제가 됐다고 한다. 순조의 명에 따라 세 고승의 부도와 부도비는 1828년 다시 세워졌다. 지금도 지공의 부도비 옆에 비석의 기단 하나가 더 남아 있는 것은 이응준이 부순 옛 부도비의 흔적이다. 글 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국세 준용하던 ‘지방세 징수법’ 독립 제정한다

    지방세는 지난해 전국을 통틀어 71조원이나 걷혔다. 부과액은 집계 중이다. 2014년 기준으로 66조원을 부과해 61조 7000억원을 징수했다. 지방자치는 지방세 정책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세 징수에 관한 법령은 따로 없다. 2010년 제정된 지방세기본법 안에 징수 절차, 체납 처분, 간접강제징수 등에 관한 사항이 여러 곳에 흩어져 규정됐다. 엄연히 현실이 다른데도 기본법 98조에 따라 국세 징수법을 준용하는 체계다. 따라서 조세이론에 맞게 지방세 징수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세와 관련된 법은 기본법을 포함해 징수법, 조세범처벌법, 조세범처벌절차법으로 세분화됐지만 지방세의 경우 기본법과 지방세법, 특례제한법이 전부다. 더구나 기본법에는 징수와 체납 처분, 처벌 등의 조항을 한꺼번에 넣어 체계적이지 않다. 현행대로는 조세 소송에서 정당한 과세마저 패소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조사원의 실수로 패소하기도 하지만 절차법상 절차와 권한이 불분명한 탓에 발생한 무효행정으로 인한 패소가 늘고 있다. 지방세 징수 목적의 원활한 자료 확보를 위한 과세 정보 요구 근거가 미비하고 금융 거래 정보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 과세 주체는 국세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분산돼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체납 관리에도 애를 먹는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11일 “지방세도 엄연한 세금인 만큼 법제적으로 정당한 집행 절차에 대한 명시적 조문을 갖춰야 제대로 된 징수 행정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지난해 징수, 체납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끝낸 바 있어 시행 추이를 봐 가며 국회에 제출한 2016 법안 제출 계획에 따라 독립된 징수법 제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동·네·빵·네… 서울 골목 베이커리에 줄 서는 이유

    서울에 살면서 빵 좋아하는 ‘동네 빵순이’들은 대기업 가맹점이 아닌 동네빵집을 선호한다. 빵이 나오는 예약 시간에 한 시간씩 기다리는 긴 줄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빵집의 매력은 다양한 맛과 건강한 맛이다. 특히 인기 있는 동네빵집은 천연 효모를 사용한 저온 숙성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골목마다 숨어 있는 명물 동네빵집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오월의 종’ 빵에선 ‘빵맛’이 난다. 처음 먹는 사람은 무슨 맛으로 먹지 싶을 수도 있다. 달콤하지도, 버터와 우유 향이 짙지도 않다. 모양새마저 투박하다. 그러나 한번 먹어 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기본에 충실한 담백함의 힘이다. 정웅(48) 셰프가 만든 빵이다. 시멘트 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제빵 공부를 시작해 12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첫 가게를 냈다. 선생은 대형 서점에 나와 있는 제빵 책이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호밀빵을 주력 제품으로 만들었다. 설탕이나 버터, 계란은 물론 우유도 넣지 않았다. 달콤한 빵맛에 사로잡혔던 대중적 입맛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9년 전 본점을 일산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이전한 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빵을 밥처럼 먹는 외국인들이 정씨가 만든 빵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오월의 종 관계자는 “초기에는 외국인 손님과 국내 손님 비율이 7대3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내국인 고객이 70% 정도다. 이 빵집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 빵인 바게트와 독일 빵인 호밀빵이다. 붉은 크랜베리의 달콤함과 빵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크랜베리 바게트는 3000원, 무화과가 듬뿍 들어간 무화과 호밀빵도 3000원이다. 8년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최근 재료비 인상으로 값을 조금 높였다. 그래도 ‘착한 가격’이다. 현재 한남동에 1·2호점이 있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3호점이 있다. 한남동 일대 양식 레스토랑에 식전 빵을 납품한다.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에는 ‘피터팬1978’과 ‘독일빵집’ 등 전통적으로 강세지만 파리지앵 느낌을 물씬 풍기는 멋쟁이 빵집부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빵집까지 다양한 베이커리가 있다. 먼저 파리 뒷골목에서 만날 법한 멋쟁이 빵집으로는 크루아상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루엘드파리’가 있다. 크루아상 1개 가격이 3200원이니 절대 싸지 않다. 하지만 크루아상의 맛을 좌우하는 버터를 듬뿍 넣고 저온에서 숙성시켜 겹겹이 쌓인 층이 많아 제대로 된 맛을 낸다. 통밀캄파뉴와 치아바타 등 밥으로 먹는 빵도 튼실하다. 호두단팥빵과 파운드 케이크 등 달콤한 빵도 빼어난 맛이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유기농 밀가루를 섞어 쓰기 때문에 빵값은 비싼 편이다. ‘쿠헨브로트’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빵집이다. 케이크와 과자류 등 제품 구성도 풍성하다. 위치는 연희동의 랜드마크인 사러가쇼핑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이다. 시금치나 치즈를 넣은 빵이 연희동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등포구 문래동 ‘쉐프조’는 착한 가격에 품질은 강남의 빵집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빵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케이크가 강점이다. 특히 당근 케이크와 단호박 케이크는 젊은층은 물론 어른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성동구 성수동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당당히 맞서는 작은 빵집이 있다. 오로지 맛으로만 동네를 평정한 ‘보난자 베이커리’다. 2014년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수지맞을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에서 ‘보난자’(Bonanza)라고 이름 붙였다. 보난자 베이커리는 ‘4무’(無)가 원칙이다. 버터, 우유, 계란, 설탕을 안 넣는다. 천연 발효를 시키는 프랑스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유기농 밀가루와 소금, 물만을 사용해 천연 발효종을 넣고 장시간 저온 숙성시킨다. 덕분에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건강한 빵이지만 맛은 전혀 밋밋하지 않다. 그래서 ‘마법의 빵’으로도 불린다. 하루에 만드는 빵은 100~120개. 당일 판매만을 원칙으로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6시에 각각 빵을 구워 낸다. 인기 메뉴는 치즈볼과 나초코, 크랜베리 호두 등이다. 이정세(39) 사장은 빵을 구워 낸 직후 즉석에서 먹어 보길 권유한다. 맛도 맛이지만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든든하다. 점심때면 젊은 주부들이 아기를 안고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20대 아가씨부터 중년 주부까지 찾는 손님이 더 다양해졌다. 보난자 베이커리에선 남는 빵을 인근의 성수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경기 성남시에 2호점을 열었다. 성북구 성북동에서는 선잠단지 부근에서 가족들이 직접 배양한 천연 효모종으로 빵을 만드는 유기농 수제 베이커리 카페 ‘오보록’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성북구에는 45개의 대사관저가 있고 1만여명의 외국인이 사는데 이들이 오보록의 입소문을 내는 주인공이다. 오보록은 ‘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많이 모여 다복하다’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오보록의 특색 있는 빵으로 선잠단지의 특징을 살려 뽕잎을 첨가해 만든 선잠빵이 있다. 오보록 바로 근처에 있는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왕비들이 누에를 길러 명주를 생산하고자 잠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왕명주(42) 사장은 “대기업 빵집은 한 달이 지나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데 냉장 유통된 호주산 밀가루로 만든 우리 빵은 3일만 지나도 초록색 곰팡이로 뒤덮인다”며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먼저 건강한 빵맛을 알아봤고 지금은 한국인 손님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새 감사위원에 김상규 조달청장 제청

    새 감사위원에 김상규 조달청장 제청

    감사원은 오는 14일 퇴임 예정인 진영곤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김상규(55) 조달청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청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재정업무관리관 등을 거쳤다.
  • “바뀌는 토익 어쩌나” 항공·해운사 직원들 한숨

    일각선 “토익으로 평가 부적절” 국내 항공사의 만년 차장 김씨는 오는 5월 토익(TOEIC) 시험이 ‘신(新)토익’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장이 되려면 일정 점수를 넘겨야 하는데 시험이 어려워지면 점수 따기가 더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다. 토익 점수가 낮아 번번이 승진 대상에서 밀렸다는 김씨는 “설 연휴에도 토익 공부에 매달렸다”면서 “5월 전에 목표 점수를 따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11일 운송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내 1~2위 항공·해운사는 진급 심사 때 토익 점수를 반영한다. 업무 특성상 영어 쓸 일이 많다 보니 공익어학시험인 토익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차·부장 진급 대상자에게 730점 이상을 요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직급마다 최소 630점을 받아야 승진시킨다. 영어 말하기 시험인 토익스피킹 점수도 필요하다. 기준 점수를 못 넘으면 진급에서 누락된다. 한진해운은 사원에서 대리 진급 때만 토익 650점, 토익스피킹 120점을 요구하고, 과장 승진부터는 가점을 주는 형태로 운영한다. 현대상선은 사원 때는 매년, 대리부터는 직급마다 한 번은 반드시 800점을 넘겨야 한다. 이런 이유로 현대상선 등 일부 회사는 사내 토익 강좌를 연다. 일각에서는 토익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후진적 인사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토익 점수와 영어 실력 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입사원 채용 때도 토익 요건을 없애는 분위기인데 실무자 평가를 토익으로 대체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다. 항공사 직원 A씨는 “창의형 인재를 육성한다고 하면서 인사평가는 구습을 못 벗어난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 회사는 “토익 점수는 최소한의 요건”이라면서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관리부서 직원도 영업 일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구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4·13 총선 기획] 오세훈·박진, 돌밥회 한솥밥 ‘운명의 장난’

    [4·13 총선 기획] 오세훈·박진, 돌밥회 한솥밥 ‘운명의 장난’

    김문수·김부겸 고교·대학 선후배… 류성걸·정종섭도 경북고 동기 선거는 친구나 동료를 경쟁자나 정치적 적으로 만드는 비정함을 갖는다. 당사자에게는 기구한 ‘운명의 장난’일 수 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또 다른 ‘선거의 묘미’를 선사한다. 경남 진주에서 벌어지는 동문 간의 얄궂은 혈투가 흥미롭다. 진주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과 최구식 전 의원은 각각 진주고 49·48회로 1년차 선후배 사이다. 각각 서울신문과 조선일보의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경남 진주을에서 맞붙은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도 진주고 50회 동기동창생이다. 대구 수성갑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197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민주화 투쟁 동지’라는 각별한 인연도 있다.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북고 57회 동기다. 서울 양천갑의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과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1998년 각각 중앙일보와 SBS 소속으로 미국 워싱턴 특파원을 함께 지낸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전북 전주 덕진 출마가 유력한 정동영 전 의원은 이 지역 현역인 더민주 김성주 의원과 서울대 국사학과 동문이다. 경기 수원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더민주 백혜련 변호사는 고려대 동문에 똑같은 검사 출신이라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제주 제주갑에서는 현경대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더민주 강창일 의원과 새누리당 양창윤 도당 부위원장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양 부위원장은 또 다른 예비후보인 양치석 전 신공항건설 준비기획단장과 ‘제주 양씨’ 종친이기도 하다. 인천 연수에서도 같은 ‘여흥 민씨’인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맞붙었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은 17대 국회 당시 소장파 의원 모임인 ‘돌밥회’(돌아가며 밥 사는 모임) 멤버다. 한때 돈독했던 두 사람은 지금은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한 날 선 신경전을 펼치는 사이가 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4·13 총선 기획] 대구 “진박 뽑자” vs “일할 사람” - 광주 “黨 헷갈려” vs “인물 우선”

    [4·13 총선 기획] 대구 “진박 뽑자” vs “일할 사람” - 광주 “黨 헷갈려” vs “인물 우선”

    ■ 대구 “진박 뽑자” vs “일할 사람”새누리 텃밭 대구 표심 요동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려면 진박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특정 후보를 무조건 찍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할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발 ‘현역의원 물갈이론’으로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혈전에다 여야 거물 정치인들이 일전을 예고한 덕분이다. 특히 장관에 청와대 수석, 은행장 등 거물급 인사 6명이 ‘진박 연대’를 형성해 현역 물갈이론으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을 기대했으나 미풍에도 못 미치고, 오히려 ‘진박 연대’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10일 대구 수성유원지에서 만난 김종석(37·수성구 범어동)씨는 “그동안 대구를 외면하다시피 하던 사람들이 진박 후보라고 나온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 오죽 자신이 없으면 대통령의 힘을 빌려 금배지를 달려고 하겠느냐”고 진박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진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권현동(62·수성구 황금동)씨는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유 의원을 따르는 대구 현역의원들도 문제가 많다. 대통령을 도울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대구에서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윤두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 곽상도 청와대 전 민정수석,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6명이 ‘진박’ 후보임을 내세우며 뛰고 있다. 이 중 이종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추 전 실장의 달성군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고전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맞붙은 동구을에서는 이재만 전 청장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는 접전이었으나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실시한 SBS와 YTN 등의 조사에서 유 의원이 이 전 청장을 20% 포인트 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장관을 투입한 동갑도 비슷한 양상이다. 정종섭 전 장관의 출마설이 흘러나왔던 지난해 11월 말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정 전 장관은 류성걸 의원보다 7.0% 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올 1월 중순 지역지의 여론조사 결과에는 류 의원이 42% 지지로 앞서고 정 전 장관은 28.6%에 그쳐 13.4% 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서구의 윤두현 전 홍보수석 등 나머지 진박 후보들도 현역 의원 등에게 밀리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진박’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섣부른 ‘진박’ 마케팅이 독이 되었다는 평가다. 급조한 ‘진박’ 후보 회동과 출마지역 변경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박 후보들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질 것으로 보는 예상도 만만찮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층이 진박 후보들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최경환 의원의 노골적인 ‘진박 마케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박’ 후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매치도 전국적인 관심사다. 최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김 전의원은 52.2% 지지로 여당인 김 전 지사의 30.8% 지지를 20% 포인트 앞서고 있다. 대구발 이변 가능성이 관심이다. 김 전 의원의 ‘동서 화합’을 촉구하는 희생적인 이미지와 2014년 시장 출마 실패 등으로 민심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이고, 막상 투표가 시작되면 김 전 지사가 현재의 열세를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화제가 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대구 출마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다. 대구 성광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조 전 비서관은 ‘도구로 써 달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출마 지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구 출마설도 있다. 대구의 일부 시민은 “만약 조 전 비서관이 대구에 출마한다면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반드시 ‘지켜야’ 대한민국이 변할 수 있다”며 강력한 지지를 호소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광주 “黨 헷갈려” vs “인물 우선”갈피 못 잡는 호남 심장부 광주 “어느 당에 표를 줘야 할지 헷갈립니다.”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최우선 고려해야지요.”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둔 10일 광주 대인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아직 맘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이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리돼 나온 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속에 2004년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으며 투표했다. 12년 만에 한 뿌리에서 분리한 두 정당이 경쟁해 비슷한 상황이다. 유권자들의 ‘물갈이’ 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성규(53· 자영업·광주 서구)씨는 “지역구 의원들이 19대 국회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참신한 인물을 내세운 정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정치의 심장부인 광주의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총선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호남은 광주 8석과 전남 10석, 전북 10석 등 모두 28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전 의석을 가져간다고 해도 제1야당이 되는 데에 큰 의미가 없다. 호남 민심이 중요한 이유는 국회 의석의 60%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민심이 설연휴를 계기로 동조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귀향한 자식에게 수도권의 정치적 흐름을 듣고 영향을 받을 것이고, 광주 등 호남의 민심을 듣고 귀경하는 자식들도 부모에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양당이 설연휴 기간 역과 터미널 등지에서 귀성·귀경객을 상대로 뜨거운 홍보전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귀경하는 이석만(48·회사원·서울 금천구)씨는 “연휴 기간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 총선 얘기가 자주 오갔으나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2017년 수권정당이 될 가능성이 큰 야당에 표를 던져 제1야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가 ‘광주·전남’ 민심 잡기에 ‘올인’하는 까닭이 이처럼 수도권과 연결된 정치적 구도 때문이다. 두 당의 각축은 이번 설 민심의 움직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신문과 방송 등이 최근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약간 우위를 보이다가 현재는 주춤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더민주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더민주 광주시당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당 창당 컨벤션 효과가 나타났으나 결국 민심은 우리 당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장담하듯이 말했다. 사실상 이번 총선은 1987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두 야당을 놓고 선택하는 초유의 선거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광주 부동층이 10~20%에 달한다. ‘쏠림 현상’ 등 유동성이 강한 이 지역 투표 경향을 감안할 때 양당의 앞으로 캠페인 결과에 따라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책·이념·노선·이슈 등에서 별 차이가 없다. 결국 2월 말~3월 초 이뤄질 공천에서 ‘새로운 인물 제시’가 최대 변수다. 광주는 8개 지역구 의원 가운데 6명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서구갑 박혜자 의원과 북구갑 강기정 의원만이 더민주에 잔류했다. 최근 SBS 여론조사에서 광산을은 더민주에 복당한 이용섭 전 의원(46.0%)이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28.1%)에게 크게 앞섰다. 나머지 지역구는 국민의당 후보가 약간 유리하게 나온다. 국민의당은 현역 의원이 공천을 요구하면 신진 정치세력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 패권’과 다선 국회의원들의 ‘무능’에 식상한 광주 유권자들이 ‘그때 그 사람’이 후보가 되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사무처 관계자는 “이런 여론을 고려해 후보 경선 때 새 인물에 가산점을 주거나 경선 과정에서 조직적인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숙의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 정치 분석가는 “호남 유권자들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 왔다”면서 “‘호남의 자민련’으로 남게 될 정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금융권·일반 기업 상반기 공채 시동

    금융권을 비롯해 일반 기업들의 상반기 공채도 시동을 걸었다. 8일 취업포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금융권 중 처음으로 140여명의 정규직 신입 행원을 채용한다. 채용 부문은 주로 영업점에서 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이다. 학력, 전공, 연령 제한이 없다. 원서는 오는 16일 오후 5시까지 우리은행 홈페이지에서만 받는다. 수출입은행은 인턴사원을 뽑는다. 일반 업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고졸 세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만 34세 이하만 지원할 수 있다. 원서 마감은 오는 11일 오후 3시다. IBK기업은행은 경영컨설턴트를 모집한다. 경영 부문은 컨설팅 경력 3년 이상, 노무 부문은 노무사 경력 3년 이상이어야 한다. 두 부문 모두 중소기업 컨설팅이 가능해야 한다. 전문계약직으로 1년 단위로 연봉을 갱신한다. 오는 13일 자정까지 이메일로 지원서를 내면 된다. 애경그룹은 오는 21일까지 상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했거나 올해 8월 졸업예정자만 지원 가능하다. 학과 성적 3.0점(4.5점 만점) 이상이거나 외국어·컴퓨터 활용능력 우수자, 직무별 관련 전공자는 우대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신입 및 경력사원(정규직·계약직)을 뽑는다. 지원서 제출은 10일 자정까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연구개발(R&D) 부문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고 있다. 영어로 업무 수행이 가능해야 한다. 오는 14일 자정까지 홈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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