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항의 ‘상하이TV 북한다큐’ 뭘 담았기에
│베이징 박홍환특파원│북한이 지난 7월 중순 중국의 한 방송사가 방영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가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켰다며 중국 측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 측이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와 관련,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강력히 항의, 해당 방송사 경영진 등이 해임될 위기에 처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SMG의 다큐멘터리 채널인 ‘옌제(眼界)’를 통해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연속 방영됐다. 상하이 지역에서만 방영됐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광범위하게 관심을 끌었다. 북한 측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중국 당국이 차단한 듯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는 접속이 모두 끊긴 상태이다.
프로그램은 ‘직격조선(直擊朝鮮)’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5부작으로 돼 있다. ‘3·8선 기행’ ‘격정 아리랑’ ‘지도자의 포부’ ‘약진 천리마’ ‘김태양(김일성)의 수수께끼’ 등으로 소제목을 붙였다. 북한은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닷새 후인 지난 5월30일 이례적으로 중국 제작진의 방북을 허가했다. 제작진은 12일간 머물며 경제, 군사, 문화 등 각 방면의 북한 근황을 상세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북한 방송 당국의 협조를 받아 판문점과 개성, 노농적위대, 평양 교외의 326전선공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교인 평양1중학교, 청산농장, 가정집 등을 두루 촬영할 수 있었다. 노농적위대 여성포병연대가 외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가정과 공장 등에 빠짐없이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클로즈업한 화면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은 각종 구호로 가득 찬 북한 사회를 ‘구호 국가’로 규정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북한이 지난 4월20일부터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50일 전투’와 관련, 청산농장과 326전선공장의 의욕적인 운용 실태를 취재했으나 통역으로부터 “그것은 구호일 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제작진은 제작 후기에서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과 방송사 경영진은 프로그램 방영 후 베이징으로 불려와 제작경위 등과 관련한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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