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실 점거농성 일주일째 몸살 앓는 ‘상아탑’
지성의 요람인 서울대의 총장실이 총학생회의 점거 농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학생들은 일주일째 총장실을 점거하고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농성이장기화하면서 학사 일정의 차질도 우려된다.
총학생회 소속 학생 300여명은 지난달 29일 새벽 1시55분쯤 대학본부 건물 4층 총장실과 부총장실·대학원장실 등에 들어갔다.총장실 출입문에는 ‘학생실’,부총장실과 대학원장실에는 ‘세미나실’이라는 푯말을 내걸었다.
현재 총장실 벽에는 거친 표현의 대자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본부 건물 앞 ‘총장 잔디’에는 천막을 쳐 놓고막걸리 등 먹거리를 팔고 있다.‘총장 잔디’는 80년대 한 총장이 학생들이 밟고 다니지 못하게 한 뒤 붙여진 이름이다.
총학생회는 “89년 농활 금지 조치에 반발해 총장실을 점거했다가 2명이 퇴학당했는데 이번에도 처벌을 각오하고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총장실의 개인 물품과 서류 등을 뒤지고,골프교본과 390만원짜리 전동 안마의자,전용 화장실 등을 사진으로 찍어 학생과 언론에 공개했다.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는 총장이 불법으로 사외이사를 겸직했고 거액의 판공비를 낭비했다는 게 이유다.또 등록금을 부당하게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학생들은 3일 기자회견을 자청,“총장 판공비는 지난 1년간 4억 5117만원이며 주로 식사비,정치권에 보낸 명절 선물비,개인물품 구입비,축의금,부의금 등으로 사용됐다.”며 총장실에 보관하고 있던 판공비 내역을 폭로했다.
총학생회는 “총장이 거액의 판공비를 사용한 것은 등록금 인상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학교측은 “서울대 총장은 장관급”이라면서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를 거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또 “대학본부가 모집단위 광역화와 등록금인상 등을 독단적으로 결정,대학의 민주화가 훼손됐으며국립대 총장이 현행법을 어기며 사외이사를 겸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등록금 인상이나 모집단위 광역화는 정상 절차를 밟아 결정된 사안이며,사외이사 겸직도 해석상의 오해가 있는 데다 이제는 사외이사를 그만뒀기 때문에 문제가없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25∼27일 투표를 실시,대학본부 불신임과 총장 사퇴요구안을 가결시켰다.전체 등록생 1만 8875명 가운데 53%인 1만 79명이 투표해 96.1%가 찬성했다.이들은 투표에 앞서 등록생 명부를 구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명부 파일이 들어있는 본부내 컴퓨터를 탈취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사태 해결을 위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다.이기준 총장은 학교 뒷문쪽 관사에서 업무를보고 있다.학장단과 학생처장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2일에도 학생 대표와 면담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기석 학생처장은 “계속 만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한 원로 교수는 “학생들의 비이성적인 행동과 학교의 무대책으로 진리와 학문의 상징인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창수기자 g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