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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이다, 맡기자 情이다, 뭉치자…벌초의 두 얼굴

    짐이다, 맡기자 情이다, 뭉치자…벌초의 두 얼굴

    # 대구에 사는 이모(72)씨는 지난 1일 피붙이 4명과 함께 울산 울주군 대곡댐 수몰지 인근 조상 묘를 찾아 벌초했다. 이들은 벌초를 하기 위해 30여분간 배를 타야 했다. 이씨는 “댐 수몰지역 주민들의 향수는 남다르다”면서 “그나마 벌초를 할 때마다 수자원공사에서 배를 준비해 줘 성묘까지 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조모(51)씨는 언제 부모 묘를 벌초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긴 지 벌써 수년째다. 조씨는 “산소가 있는 충북 보은까지 가려면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10만원 가까이 들어가고, 형제들끼리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면서 “예초기를 구입해 직접 한다고 해도 그 돈이면 남에게 맡기는 게 훨씬 낫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짜증 나는 체증만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하는 벌초 길이 도시인에게 짐이 된 지 오래다. 벌초가 ‘전통 풍습을 지키는 미풍양속’과 ‘귀찮기만 한 고행’이란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상에 대한 공경심이 갈수록 옅어지는 시점에서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재산상속을 둘러싼 자식들 간 갈등으로 벌초가 대행되는 씁쓸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런 과정에서 집안 식구들이 모여 조상 묘를 깨끗이 정리하고 막걸리와 얘기꽃으로 정을 나누는 옛 모습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농협은 벌초대행 신청자가 해마다 20%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벌초를 의뢰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49·회사원)씨는 전남 외딴 섬이 고향이다. 10년 전만 해도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아 벌초를 했다. 벌초를 중단한 것은 고향에서 홀로 살던 어머니가 치매를 앓은 뒤다. 어머니를 청주로 모셔 온 뒤 벌초를 단념해야 했다. 그는 “어머니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하루 한 번뿐인 고향 배편도 불편해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겼다”면서 “TV에서 벌초 차량 행렬을 보면 아버지 산소가 생각난다”고 우울해했다. 대전 시민 박모(64)씨는 재산상속 다툼으로 벌초를 중단했다. 동생들과 우애가 깊었으나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사이가 멀어졌다. 장남인 박씨가 재산을 많이 물려받자 동생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동생들은 서서히 발길을 끊었고 집안일도 외면했다. 박씨 혼자 충북 청원에 있는 부모 산소를 벌초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자 대행업체에 맡기고 말았다. 박씨는 “동생들을 불러 벌초를 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면서 “대행업체가 벌초를 끝낸 뒤 찍어 보내주는 부모님 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청원에 사는 최모(75)씨는 벌초 얘기만 나오면 아들이 더욱 그립다. 함께 살면서 할아버지 묘를 벌초하던 아들이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도와줄 집안 사람이 없자 결국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겼다. 농협 충북본부 관계자는 “자식들이 모두 딸이거나 아들이 있어도 외국에 나가 있어 벌초를 의뢰하는 집안이 꽤 있다”면서 “조상묘가 산꼭대기에 있어 작업이 힘들다면서 벌초를 맡기는 자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행업체에는 벌초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충남 청양농협은 벌초 예약이 일찌감치 꽉 찼다. 1기에 6만원 정도 받고 있지만 이미 60여건이 들어와 현재 인력으로는 더 이상 작업이 곤란한 상태다. 충남 금산농협 금성청년부도 마찬가지다. 의뢰받은 벌초가 270건 안팎에 이른다. 이 단체는 1997년 농민 16명으로 구성됐다. 벌초 대행업의 ‘원조’ 격이다. 벌초해 주고 받은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자고 만들었다. 요즘도 연말이면 관내 불우이웃을 찾아 김장을 해 주고 쌀도 제공한다. 4개 조로 나눠 작업을 벌인다. 15분 정도면 묘 1기를 벌초할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 회장 이창근(53)씨는 “어떤 묘는 수풀이 너무 우거져 찾는 데 엄청 애를 먹는다. 멧돼지가 마구 훼손한 묘도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는데 새 회원을 받으려고 해도 농촌에 젊은이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벌초할 때 가장 무서운 게 땅벌”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벌과 달리 몸통이 작은 땅벌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다고 했다. 벌집을 건드려 땅벌이 떼로 달려들면 수십m쯤 도망가지만 별 수 없다. 벌이 옷 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옷을 벗어야 한다. 이 때문에 ‘첨병’ 한 사람이 갈퀴와 모기약을 들고 앞장서 조심스럽게 숲을 헤치면서 땅벌 확인작업을 벌인다. 청원군 오창농협 청년부장 김용회(57)씨도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 30여명과 팀을 짜 벌초 대행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벌초를 해 주고 이듬해 다시 묘를 찾아가면 풀만 수북하고 사람이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묘들이 상당수”라면서 “벌초만 맡기고 한 번도 조상 묘를 찾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벌초비를 떼먹는 이들도 종종 있다. 서울의 한 사업가는 자신의 회사가 망했다면서 오창농협에 밀린 벌초비 26만원을 수년간 내지 않고 있다. 모 변호사는 벌초비를 내면서 1만원만 깎아 달라고 마구 졸라 고성이 오간 적도 있다. 하지만 직접 벌초를 고집하는 집안은 아직 많다. 경북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매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원 10여명이 휴일도 없이 꼭두새벽부터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몰지역 벌초·성묘객을 배 여덟 척으로 댐 내 골짜기에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벌초 후 손짓만 하면 어디든지 달려가 뭍으로 옮겨준다. 인원 점검은 필수. 산속에 자칫 고립될 수 있어서다. 벌초객은 매년 3800여명에 달한다. 수운관리사무소 남영호(45)씨는 “직원들이 매년 추석 명절 때 수몰지 성묘객들을 모시느라 비상이 걸려 정작 자신들의 조상묘는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조상님들께 죄스럽고 친지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고 말했다. 전남 주암호 수몰민도 매한가지다. 이들의 벌초를 위해 군부대까지 동원된다. 배 타고 들어가야 할 주암호 주변 묘는 모두 611기다. 제주도의 벌초 문화는 유별나다. 추석 차례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벌초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이곳의 오랜 풍습이다. 제주 주민들은 벌초를 안 해 방치된 묘를 ‘골총’이라고 부르며 자손의 몰락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이 때문에 매년 음력 초하루가 되면 제주에 사는 토박이는 물론 출향인들도 어김없이 묘를 찾는다. 일본 교포들까지 벌초를 위해 고향 제주를 찾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항공사들이 벌초객을 위해 제주행 특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맘때면 제주섬 전체에서 벌초행사가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벌초 방식도 육지와 다르다. 8촌까지 모여 고조부 등 4대조 묘까지 깨끗이 손질하는 ‘가족 벌초’를 실시한 뒤 문중 대표들이 모이는 ‘모둠 벌초’로 제주에 처음 정착한 입도조의 묘까지 정리한다. ‘식께 안 헌건 놈이 모르고(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모르고), 소분 안 헌 건 놈이 안다(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제주 속담은 벌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장흥 마(馬)씨 강진파 제주 입도조의 묘는 한라산 정상(1950m) 턱밑인 해발 1600m 부근에 있지만 후손들은 해마다 왕복 7~8시간을 걷는 벌초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기상청도 해마다 이맘때면 긴장을 한다. 늦여름 태풍 예보 때문이 아니다. 벌초하는 날 예보가 어긋나면 주민들의 비난이 빗발쳐서다. 일부 학교에서는 효를 배우라는 뜻으로 ‘일일 벌초 방학’에 들어가기도 한다. 제주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제주에서는 벌초 행사로 가족이나 문중의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며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기인한 친·인척 중심의 ‘괸당(혈족을 일컫는 제주 사투리)문화’가 벌초 문화를 유별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부고] 대북 인도적 지원 앞장선 이윤구 前적십자사 총재

    [부고] 대북 인도적 지원 앞장선 이윤구 前적십자사 총재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84세. 평양 태생의 이 전 총재는 오랜 기간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이며 남북 관계 해빙에 기여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대북지원 민간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2007년에는 북한결핵어린이돕기범국민운동본부 총재를 맡았다. 2003년 12월 임기 3년의 한적 총재로 선출됐으나 1년여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이 전 총재는 1957년 중앙신학교 사회사업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1981년 유엔아동기금(UNICEF) 이집트·인도·방글라데시 대표를 지냈고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차신애씨와 자녀 신일(54·변호사), 윤희(48·사회사업가)씨가 있다. 분향소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산이씨대종회 사무국에 3일까지 차려진다. 추모 예배는 오는 12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 열린다. 영결식은 하와이 현지에서 거행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애견 장례 치러주고 벌금 500만원 물게 된 사연

    애견 장례 치러주고 벌금 500만원 물게 된 사연

    죽은 애견의 장례식을 사람처럼 치러준 장례식장 주인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남자는 “자식처럼 아끼던 애견이 죽어 정성을 다해 장례식을 치러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국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며 처벌을 예고했다. 최근에 푸에르토리코에서 벌어진 사건이다.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에우세비오 카라스코는 평소 사랑하던 애견 브라우니가 죽자 자신의 사업장에서 장례식을 치러줬다.애견 장례식은 무사히 마쳤지만 문제는 나중에 발생했다. 장례식장에서 애견 장례식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한 푸에르토리코 보건부는 규정위반을 들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관계자는 “2008년 제정된 규정에 따라 장례식장에서는 동물의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면서 벌금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장례식장에서 동물의 장례를 치른 사람에겐 최고 5000달러(약 56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카라스코는 “사랑한 애견을 위해 한 일에 당국이 지나치게 중징계를 내리려 한다”고 불평을 털어놨지만 보건부는 조금도 봐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보건부 관계자는 “이번 건을 봐주면 앞으로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절대 징계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견의 사체를 장례식장에 들여놔 각종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 점도 보건부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보건부는 “대중시설에 동물 사체를 놓고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푸에르토리코에선 동물 사체의 화장이나 매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비용은 만만치 않다.화장의 경우 주인은 100-400달러(11만원에서 약 44만원)을 내야 한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보시라이 부부 막장 불륜史

    보시라이 부부 막장 불륜史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공판이 지난 26일 마무리됐다. 재판을 통해 부부 간 얽히고 설킨 불륜과 반목이 확인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애증 스토리가 새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谷開來)의 만남은 불륜 관계로 시작됐다. 구카이라이는 자신의 책 ‘미국에서 승소하다’에서 보시라이를 1984년 처음 만났다고 적었다. 하지만 보시라이의 전처 리단위(李丹宇)는 보시라이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1981년 6월 이전부터 두 사람 간 불륜이 시작됐다고 4년을 끈 이혼 소송에서 폭로했다. 리단위의 오빠 리샤오쉐(李小雪)와 구카이라이의 언니가 부부 사이여서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는 사돈지간이었다. 1978년 함께 베이징대를 다니면서 사귀기 시작했다는 게 리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1986년 부부가 됐다. 가정을 깨고 선택한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보시라이는 지난 25일 재판 당시 구카이라이가 1999년 11월 보과과를 데리고 돌연 영국 유학을 떠난 것이 자신의 외도 탓이라며 처음으로 염문설을 시인했다. 보시라이는 1999년 당시 충칭 지역 방송사 아나운서 장웨이제(張偉傑)와 불륜설이 나돌았다. 지난해 9월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보시라이의 당적과 당직을 박탈하면서 ‘여러 명의 여성과 정당하지 못한 관계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보시라이는 가족의 스폰서 격인 쉬밍(徐明) 다롄스더유한공사 회장으로부터도 여성 100여명을 ‘성상납’ 받았는데 그 중에는 배우 장쯔이(章子怡)도 있다고 보쉰(博訊)이 보도한 바 있다. 장쯔이 측은 즉각 보쉰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다음 달 16일 미 로스앤젤레스 법정에서 재판이 열린다. 아내 구카이라이도 남편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타이완 타블로이드지 왕보는 이날 구카이라이가 2011년 남편의 부하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과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집사 장샤오쥔(張曉軍)과도 내연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보시라이 공판에서 구카이라이는 남편의 혐의를 지목한 주요 증인으로 나섰으며, 30여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악연도 종지부를 찍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필리핀서 한국인 또 피살… 올해만 5명째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또 피살됐다. 외교부는 한국인 사업가 임모(43)씨가 지난 24일 오전 2시쯤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시의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사건을 포함,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총격으로 숨진 한국인은 모두 5명으로 현지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8명으로, 해외에서 범죄와 관련돼 숨진 한국인 27명의 약 30%에 해당한다.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9㎜ 총탄과 탄피가 발견됐으며, 임씨가 갖고 있던 6000페소(약 15만원)의 현금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영사를 파견하고 현지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영화 프리뷰] ‘잡스’ 인간 잡스만 있고, 천재 잡스는 없네

    [영화 프리뷰] ‘잡스’ 인간 잡스만 있고, 천재 잡스는 없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국내 서점가에서도 그의 전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잡스 열풍이 불었다. 이번엔 영화다. 애플의 창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의 삶을 조명한 ‘잡스’(29일 개봉)를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최첨단을 달린 IT 천재의 이야기를 다뤘으나 화면이나 스토리텔링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스티브 잡스를 신화적인 인물이 아닌, 평범했지만 다름을 추구하며 도전과 좌절을 거듭했던 청년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가 대학을 자퇴하고 히피와 불교문화에 심취해 인도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 작은 차고에서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 탄생하게 된 계기, 때로는 독불장군 같지만 놀라운 사업수완을 발휘하는 예상외의 모습 등 영화는 20~40대의 잡스를 묘사함으로써 그가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장한 배경을 에둘러 웅변한다. 감정을 고양시키는 극적인 장치는 없지만 느린 화면과 배경 음악이 강조된 감각적인 영상으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전개가 탄력을 받는 것은 잡스가 자신이 영입한 인사들의 결정에 오히려 회사에서 쫓겨나는 과정부터다. 지나친 완벽주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결국 이사회에서 퇴사를 종용받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부각된다. 이후 11년 만에 애플에 복귀하는 대목 즈음에서 영화는 절정에 치닫는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잡스의 삶을 찬찬히 복기하려는 영화의 의도는 좋았다. 전화번호부의 맨 앞에 나온다는 이유로 회사 이름을 ‘애플’로 붙이게 된 일화나 보이지 않는 컴퓨터의 회로까지 철저하게 챙기는 모습, ‘어떤 기기든 사용자의 일부’라고 여긴 그의 경영철학까지 영화는 잡스의 삶과 철학을 성실하게 녹여낸다. 하지만 지나친 단순화를 지향했던 탓일까. 영화는 그가 아이팟을 내놓기 직전에 막을 내린다. 그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은 생략했다. 거창한 영웅담을 지양하고 세련되게 그리려는 의도였겠지만 요령부득이다. 청년 잡스에게 담담히 시선을 던지는 것으로 승부를 건 드라마는 아무래도 뒷심이 달린다. 지나치게 진지한데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강요된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년부터 중년까지 잡스를 재연한 할리우드 스타 애쉬튼 커처의 연기를 보는 맛은 쏠쏠하다.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과 청바지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모습까지 똑 닮았다. 1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뒤져가며 잡스를 연구했다는 주인공답게 심리 변화에 따라 눈동자가 흔들리는 섬세한 연기까지 흠결 없이 소화했다. 잡스의 절친이자 애플의 핵심 두뇌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해 초기 애플 시절의 실제 동료들 사진이 배우들의 얼굴과 오버랩되는 마지막 시퀀스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오래오래 곱씹을 여운을 길어올린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자동차 번호판이 무려 105억원…무슨 번호 길레?

    자동차 번호판이 무려 105억원…무슨 번호 길레?

    특정 번호의 자동차 번호판이 우리 돈으로 무려 100억원 호가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영국의 한 사업가가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 번호판을 600만 파운드(한화 약 105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자동차 번호판 번호는 바로 ‘F1’. 자동차 번호판 거래가 가능한 영국, 두바이, 중국 등에서는 좋은 번호를 가진 번호판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번호판의 소유자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인 아프잘 칸으로 놀랍게도 그는 지난 2008년 44만 파운드(약 7억 7000만원)를 주고 이 번호판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 역사상 최고가로 기록된 ‘F1’ 번호판 가격에 일반인들은 웃음을 금치 못했지만 불과 5년 만에 10배 넘게 가치가 폭등해 진짜 웃는 사람은 칸이 됐다.        칸은 “이 번호판은 ‘애마’ 부가티 베이론에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면서 “거액의 제의를 거절한 것은 영국에서 가장 비싼 번호판을 달고 있다는 타이틀을 보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번호판은 다른 어떤 투자와 달리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언론에 따르면 ‘F1’ 외에 가장 비싼 번호판은 약 1백만 파운드(17억 5000만원) 가치의 ‘X1’이며 러시아 출신의 ‘조만장자’이자 EPL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8만 5000파운드(약 5억원)를 주고 ‘VIP 1’ 번호판 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보시라이 범죄 부인이 밝힐까

    보시라이 범죄 부인이 밝힐까

    지난해 3월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에 대한 공판이 1년 5개월 만에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제5재판정에서 22일 열린다.이번 재판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증인으로 나서 남편의 혐의에 대해 지목할지 여부다. 보시라이의 형제들은 보시라이의 몰락이 “탐욕스러운 부인 탓”이라며 구카이라이를 원망하고 있어 보시라이와 부인 구카이라이가 함께 법정에 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중문망은 19일 “보시라이는 검찰로부터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3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인데 부인 구카이라이가 이 가운데 2개 죄목을 입증할 증인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구는 2011년 11월 친하게 지내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지난해 사형유예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보시라이는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실을 알고도 무마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보시라이가 구카이라이를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재판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반발해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보의 형량 문제다. 현재 유기징역을 받을 경우 최소 15~25년형이 점쳐진다. 무기징역이나 사형 혹은 사형유예 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보시라이가 법정에 출두해 검찰의 기소에 항변하거나 어떤 내용의 최후 진술을 할지도 관심 거리다. 형량 결과 등에 대해 당국과 보시라이의 타협은 이미 끝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돌발적인 최후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타이완 연합보(聯合報)는 보시라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각종 비리설이 끊이지 않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기고] 창조경제는 창의·모험적 기업가정신에서 시작/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

    [기고] 창조경제는 창의·모험적 기업가정신에서 시작/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

    의미가 모호하다고 하지만 창조경제는 의외로 간단한 원리다. 현재 잘하고 있는 분야 또는 취약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新제품, 新산업, 新직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창조경제가 아니다. 김치냉장고, 전기압력밥솥, 워킹화와 같이 기존 제품에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해외에는 있으나 국내에 없는 산업·직업을 발굴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는 단순히 기술이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업화함으로써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는 창의와 모험정신에 바탕을 두고 사업을 여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본질적인 면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가정신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모험정신의 산물이다. 기업가정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2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 기업들은 도전과 성장이 정체돼 있다. 2012년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의 87%가 기업가정신이 위축됐다고 응답했다. 우리 대표업종은 10년 넘게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280만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9개에 불과하며,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단 3개밖에 없다. 기업환경이 열악하다. 필요한 창업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창업지식도 부족하고 제도도 복잡하다. 우리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청년들이 도전, 모험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우려된다. 핀란드 등 스타트업이 성공한 나라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반면 한국에서는 2001년 청소년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권이었던 사업가(4위), 컴퓨터 프로그래머(6위), 인테리어 디자이너(8위) 등 창조경제와 관련된 직업들이 2012년 조사에서는 2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초등학교 교사, 의사, 공무원, 중·고교 교사 등 안정적 직업이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고취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을 쇠퇴시키는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정하고 있는 것만을 허용하고, 그 외에는 금지하는 원칙금지 방식이다. 창조상품을 개발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것이 아니면 지원은 물론 인증을 받기도 힘들다. 자동차와 지게차가 융합된 트럭지게차, 휴대전화를 통해 당뇨를 측정할 수 있는 당뇨폰 등이 모두 인증을 받지 못해 시장 출시가 늦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법에서는 안 되는 것만 정하고 그 외 모든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창조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대학생들에게 창업펀드를 지원하여 실제 창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대출의 어려움, 경영의 어려움 등을 체험해 보고 성공과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과감하게 사업에 도전하여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는 시장에서 판가름 난다. 그러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가와 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
  • [시론] 한·일이 상생하는 길/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시론] 한·일이 상생하는 길/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이번 8월 15일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한국은 광복절에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한·일 관계 진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바랐다. 일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협력 메시지를 보내주기를 기대했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파워 전환기에 동북아 질서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또 양국의 경제협력은 동북아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화 교류의 활성화는 한류가 세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고, 한·일 양국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 양국이 정치적 이유로 서로의 잘못을 탓하면서 감정적인 충돌이 빈번한 관계가 됐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는 매우 취약하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한·일 정부는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양국 간 갈등이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한류 붐의 상징이었던 일본의 신오쿠보는 혐한론자들의 데모 거리가 됐고, 재일동포와 사업가는 한·일 갈등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제 갈등을 풀자는 움직임이 나올 때도 됐지만 한·일 정부 당국의 기싸움은 여전하다. 한·일 관계가 기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 이유는 양국 모두 상대방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잘못한 이상 먼저 타협하는 것은 굴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한국인은 일본이 스스로 잘못한 것을 한국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갈등의 시점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경화가 강화됐고, 그로 인한 망언의 속출이 갈등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작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언급에서 한·일 갈등의 원인을 찾고 있으며, 한국이 일본을 자극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화조차 잘 진행되지 못하는 현실은 한·일 관계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 한·일의원연맹은 서로 만나기조차 꺼리고 있으며, 정기 축구시합까지 중지했다. 한·일교류위원회, 한·일친선협회 등 전통적인 교류 채널도 양국 정부를 설득하기보다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간 대화는 외무장관과 차관이 만나는 것으로 물꼬를 트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상대방에 신경을 쓰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베 총리가 끝까지 식민지 침략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언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과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만나기만 하면 역사에 대한 지적만 들으니 대화하기를 꺼린다. 물론 한국은 일본의 이러한 태도와 잘못된 인식에 더욱 화가 치밀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양국은 서로가 윈윈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일본은 한국이 갖고 있는 아베 총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침략’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뭇매를 맞자 마지못해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무라야마 담화에서 인정한 침략을 확정한 적은 없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일본이 침략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정함으로써 더 이상 역사 인식에서 후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도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결하려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이 한국에 갖고 있는 ‘친중 편향’, ‘일본 무시’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한국은 양국이 ‘전략적인 동반자’라는 것을 재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최초의 영화를 만들고 대중적으로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예술가라기보다 사업가에 더 가까웠다. 그들의 사업체를 비롯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1분 남짓한 영화에 기록하면서도 그들은 예술로서 영화의 미래를 믿지 않았다. 그들이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의 첫 시사회에 조르주 멜리에스가 참가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영화에 다른 영혼을 불어넣었다. 별다른 화면 구성도 없고 대사도 없는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원형이라면, 상상력과 장면 구성과 기발한 이야기가 부여된 멜리에스의 것은 허구로서의 영화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뤼미에르적인 것과 멜리에스적인 것으로 불릴 만한 두 축이 이끌어 가는 작품이다. 4명의 마술사로 구성된 포 호스맨은 시각적인 요소를 동원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거대한 마술 쇼를 벌이는데, 쇼에 맞춰 의문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그들의 뒤를 쫓는 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은 당연히 뤼미에르적인 인물이다. 보이는 것만 믿으며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그는 포 호스맨을 만나면서부터 미궁에 빠진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통에 그는 무엇을 추적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 동일시하게 되는 사람은 아무래도 딜런이다. 마술사들은 딜런을 비웃듯이 사건을 저지른 뒤 날렵하게 사라지고, 마술에 관한 전문가가 등장해 그의 무지함을 지적하며 끊임없이 잘난 척한다. 문제는 포 호스맨이 옛날 멜리에스처럼 아날로그 마술사가 아니란 점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그들의 마술을 설명하거나 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디지털로 채색된 영화가 눈속임을 더욱 강화한다. 이중의 눈속임. 장점으로 보이는 이것은 기실 영화의 단점이다. 포 호스맨은 “가까이할수록 더 조금 보인다”고 말한다. 글쎄, 마술사의 소매 아래보다 마음속이 더 궁금할 필요까지 있을까. 너무 앞서 가면 누군가는 따라가거나 믿기를 포기하기 마련이다. 포 호스맨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4명의 기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들 각자가 상징하는 바는 영화 내에서 직접적인 의미가 없다. 진짜 흥미로운 존재는 영화 내내 숨겨진 다섯 번째 기사의 정체다. ‘나우 유 씨 미’라는 제목이 지시하듯 숨겨진 존재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독 루이스 리터리어는 체코 영화의 고전 ‘다섯 번째 기사는 불안’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으로 인해 불안의 정점에 오를 즈음에야 ‘나우 유 씨 미’는 다섯 번째 기사를 소개한다. 영리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극 중 포 호스맨의 신출귀몰한 마술만큼은 아니다. 뤼미에르적인 것과 멜리에스적인 것의 억지스러운 결합 대신, 단순히 보는 행위에 대해 도전적인 시도를 펼쳤더라면 좀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자기 마술에 도취된 마술사는 정작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광대인지 모르는 법이다. 115분.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 “금 1만 kg 묻혀 있다” 보물 찾던 사람들 쇠고랑?

    “금 1만 kg 묻혀 있다” 보물 찾던 사람들 쇠고랑?

    금괴 대박을 꿈꾸며 마구 땅을 파헤친 사람들이 빈손으로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파라과이 검찰이 금괴를 찾는다면서 도시에서 땅을 판 일단의 사람들을 환경훼손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들이 금이 땅에 묻혀 있다면서 땅을 파기 시작한 건 지난 2일이다. 파라과이 중부 카피아타의 한 도로 근처로 포크래인 등 장비와 인부들을 데려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까지 몰려가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아무리 깊게 파들어가도 기대했던 금은 나오지 않았다. 15m까지 땅을 팠지만 금이 나오지 않자 금이 대량 묻혀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허위로 판명났다. 하지만 금을 찾던 사람들은 아직 꿈(?)을 접지 않고 있다. 금괴찾기에 참여한 한 사업가는 “첨단장치로 확인한 결과 분명 이곳 주변에 막대한 금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50-100kg짜리 골드바가 묻혀 있는 게 분명하다” 면서 “숨겨진 금은 대략 1만 kg로 시가 4억 23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라과이에는 지난 180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연합군이 자국을 공격했을 때 당시 독재자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가 막대한 금과 은을 땅에 숨겼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있다. 이번에 금을 찾다가 조사를 받게 된 이들이 찾던 금이 바로 100년 이상 숨겨져 있다는 이 금이다. 사진=ABC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신사참배 자제해야” 中 ‘괴짜’ 억만장자 NYT에 광고 게재

    “신사참배 자제해야” 中 ‘괴짜’ 억만장자 NYT에 광고 게재

    중국의 ‘괴짜’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인 천광뱌오(陳光標) 장쑤황푸 자원재활용유한공사 회장이 오는 15일 일본 패전일을 앞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일본 지도부의 신사 참배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12일 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천 회장은 11일자(현지시간) NYT 17면에 반 개 면을 할애해 실은 광고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솔선수범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우익 분자들의 참배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어와 중국어로 된 이 광고에서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데 일본의 주요 정치인들이 신사 참배를 고집하면서 중국, 한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 국가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국군주의 부활을 노리는 우익 세력과 관련이 있다며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중국을 침공할 때 사용했던 기함의 이름을 딴 준항모를 진수한 것은 전쟁을 미화하는 일본 우익 분자들이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아베 총리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 우익 분자들의 도발을 저지할 의무가 있다”면서 “중·일 관계를 추가 악화시키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6일 준항모급의 헬기 호위함인 ‘이즈모’호를 진수시켰으며 중국은 이에 무장 해경선(해양경찰선)을 동원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연일 순찰 활동에 나서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해 국유화 조치를 취했을 때도 NYT에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란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그의 광고를 두고 엇갈린 평이 나온다. 빈민촌에 가서 현금 다발을 뿌리는 등 기괴한 자선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광고에서는 2011년 3월 일본 쓰나미 피해 당시 자신이 일본에 가서 구호활동을 벌인 사실을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檢 “이성복 비리는 인지수사”… 청탁금 종착지 규명 주력

    이성복 전 근혜봉사단 중앙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제주도 관광선 사업과 관련해 청탁 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와 금품의 최종 종착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실제 정치권 로비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서울신문 8월 12일자 1, 9면>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이 고소·고발이 아닌 인지수사(認知搜査·검찰이 범죄 단서를 적극 찾아 수사)라고 밝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 어느 정도 범죄 혐의를 특정하고 수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12일 “근혜봉사단의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고소·고발이 아닌 인지수사 사건”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현재로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지수사는 검찰이 첩보를 통해 비리 혐의를 포착해 나서는 수사로, 그동안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구속한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금품 수수 등 상당수 사건이 권력 비리로 확대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제주도 관광선 사업과 관련해 지난 1~5월 D사 이모 부회장이 지인인 사업가 B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받은 1억 5000만원의 출처와 종착지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B씨는 제주도 관광선 사업권을 딸 수 있도록 이 전 회장에게 부탁해 달라며 이 부회장에게 돈을 건넸고 이 돈이 이 전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사업과 관련해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인 A씨에게 청탁 전화는 했지만 금품은 수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로비 자금이 이 전 회장에게 건네졌는지, 이 전 회장에게서 친박계 인사 등 다른 이들에게 건너갔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A씨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고 한 만큼 이 전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추적을 통해 이 전 회장이 전화를 주고받은 이들을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A씨가 실제 통화를 했고 A씨가 청탁을 들어주려 했다면 A씨도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증거가 명백하다면 정권의 눈치는 보지 않고 수사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고]

    ●김희찬(전 국무총리실 행정개혁위원회 행정조정실장)씨 별세 암(서울아산병원 교수)면(성균관대 교수)강(사업가)정(전 국회의원)설(바이올리니스트)씨 부친상 곽영훈(환경그룹 회장)남상원(한양대 교수)씨 장인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0 ●오석규(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석문(자영업)석정(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씨 모친상 조원오(자영업)박영노(자영업)씨 장모상 10일 충남 홍성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7시 (041)631-6351 ●김수연(충북 청원교육장)씨 모친상 11일 청주의료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43)279-0150 ●유병진(파세코 회장)병률(전 아시아나항공 부사장)병성(전 고광전자 사장)씨 모친상 황호도(자영업)정동옥(자영업)신상옥(자영업)문제명(자영업)씨 장모상 유일준(법무부 감찰담당관)정준(서울대 정형외과 교수)상준(SK텔링크 과장)일한(파세코 대표이사)정한(HNC 대표이사)일현(아시아신탁 대리)정현(신한카드 대리)씨 조모상 10일 서울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2)2072-2091 ●안창한(경북일보 경제부장)씨 부친상 11일 포항성모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 (054)260-8048 ●김동억(카길퓨리나코리아 부사장)씨 모친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2 ●김병룡(한국기술서비스 대표이사)씨 부인상 인성(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문성(연합뉴스 홍보기획부 부장대우)두성(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씨 모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65 ●주종옥(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시험인증연구소장)씨 부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5시 (02)3010-2292
  • 中 고위직 성추문, 이번엔 판사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이후 반부패 사정 바람이 거센 가운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 고등인민법원 자오밍화(趙明華) 판사 등 재판관 5명이 최근 상하이시 푸둥(浦東)신구 헝산(衡山)호텔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뒤 술집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성 1명씩을 대동하고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 동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상하이시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경화시보가 5일 보도했다. 동영상은 호텔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녹화된 것으로, 자오 판사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한 인테리어 업자가 1년여간 그의 뒤를 밟은 끝에 입수됐다. 업자는 자오 판사가 이 호텔 룸살롱에 자주 가는 것을 알고 물건을 잃어버린 손님으로 가장해 룸살롱 폐쇄회로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자오 판사가 출현하는 부분을 몰래 복사했다. 이 사건은 고위 공직자들이 고급 유흥업소에 들락거리다 덜미가 잡힌 것으로 시 주석 출범 이후 근검절약을 중심으로 한 8조(八條)가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충칭시와 허난성 상추시의 고위 공직자의 불륜이 적발되는 등 인터넷을 통한 고위공직자 부패 폭로전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편 전직 중국 언론인 출신인 리젠쥔이 5일 고위층이 연루된 중국 국영기업의 부패혐의를 고발하기 위해 홍콩 독립 부패 감사기구인 염정공서(ICAC)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해 중국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행위가 속속 밝혀질 예정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요람 ‘요즈마 펀드’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요람 ‘요즈마 펀드’

    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된 지난달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시립도서관.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다양한 나이대의 이용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벤처기업을 만들려는 이들을 돕기 위한 창업지원센터(BI·Business Incubator) 역할을 함께하는 곳이었다. 창업자가 아이디어 심사만 통과하면 무료로 창업 공간을 쓸 수 있고 벤처 투자 알선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입을 꾹 다문 채 수험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우리 학생들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이 직접 만든 모바일 현미경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연계해 간단히 신체 내 암 세포를 찾아내는 키트를 개발한 데이비드 레비츠(35)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모바일OCT’를 성공시키기 위해 텔아비브를 찾았다. 실리콘밸리 같은 좋은 창업 환경을 마다하고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묻자 “자가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텔아비브는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반나절 안에 기술연구소와 투자사, 관공서, 변리사·변호사 등을 모두 만나고 돌아올 수 있어 세계에서 창업 생태계가 가장 좋은 도시”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와 동행하던 이스라엘 출신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에게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의 벤처 환경을 부러워했어요. 당시 벤처 붐을 타고 한국에서 1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지금 이스라엘을 배우려 하는 한국으로선 정말 격세지감이 들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부러워하던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생태계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에 본격적인 벤처 창업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1991년 옛 소련 해체를 전후해 그 지역에 흩어져 살던 75만여명의 유대인들이 돈과 자유를 찾아 이스라엘로 넘어왔다. 당시 인구가 700만명도 되지 않던 나라에 100만명 가까운 이민자들이 순식간에 유입되면서 이스라엘은 실업률 급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당장 이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들에게 창업을 권장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스라엘 최초로 BI를 세우고 벤처 투자 관련법도 정비해 나갔다. 투자자에게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실패한 사업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이스라엘 특유의 창업 시스템도 이때 완성됐다. 이스라엘 창조경제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1993년 설립된 ‘요즈마 펀드’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40%)와 민간(60%)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이스라엘 산업통상자원부 수석과학관을 지냈던 이갈 에를리히(현 요즈마그룹 회장)가 직접 설계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개별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경험 많은 민간 투자회사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뒤 서로 경쟁시켜 최대한 많은 벤처기업에 자금이 수혈되도록 배후에서 움직였다는 데 있다. 요즈마 그룹은 각각의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해 개별 펀드 운용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개별 펀드사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신생기업을 발굴해 투자했고, 해당 기업이 성공해 큰 수익을 거두면 이를 더 많은 신생 기업들에 재투자해 선순환되게 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생태계 플랫폼’ 역할을 한 것이다. 개별 펀드사들이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면 요즈마 지분을 정리해 정부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지분을 미끼로 펀드사들에게 끊임없이 배당금을 받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스스로 해체를 선택했다. 마중물로서의 역할이 요즈마 펀드의 책임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 같았으면 ‘신이 내린 공기업’으로 계속 남겨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요즈마 펀드가 시도한 ‘매칭 펀드’ 방식도 큰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전쟁 지역인 이곳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해외 펀드사는 많지 않았다. 그때 요즈마는 외국의 벤처 펀드가 투자한 금액만큼 자신도 같은 액수를 투자해 실패 위험을 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해외 펀드 자금에 세금을 면제해 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유대계 자금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서서히 이곳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 1억 달러(약 1123억원)를 갖고 시작한 요즈마 펀드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요즈마 펀드가 초기 80만 달러(약 9억원)씩 투자했던 10곳의 펀드사는 현재 40억 달러(약 4조 4920억원)를 굴리며 수백개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가 직접 투자했던 15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9곳이 상장되거나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며 성공했다. 1991년만 해도 단 두 곳에 불과했던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은 요즈마 펀드 출범 이후 70여곳으로 늘었다. 해외에 사무실을 둔 펀드들까지 합치면 300곳이 넘는다. 이를 통해 해마다 20억 달러(약 2조 2460억원) 안팎의 자금이 벤처기업에 투자된다. 1991년만 해도 5800만 달러(약 651억원)에 불과했던 벤처캐피털 규모도 10년 뒤인 2000년엔 33억 달러(약 3조 7059억원)로 60배 가까이 커졌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의 IT 관련 매출도 16억 달러(약 1조 7968억원)에서 125억 달러(약 14조 375억원)로 급증했다. 10년의 뚝심있는 정책이 이스라엘을 ‘진흙 속의 연꽃’으로 바꿔놓았다. 주이스라엘 대사관 김영태 산업관은 “우리나라도 미라벨리스(1997년 거액에 인수합병된 이스라엘 벤처기업)처럼 대기업과 벤처 간 ‘상생의 M&A’ 사례를 만들어 내 창업 생태계 구축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835억 들인 ‘이부진 프로젝트’

    835억 들인 ‘이부진 프로젝트’

    신라호텔이 7개월 동안 835억원을 들여 재단장을 마치고 1일 다시 문을 연다. 호화로운 야외수영장을 새로 짓고, 가장 작은 객실을 없애는 대신 귀빈층 휴식공간을 대폭 늘리는 등 도심 속 초호화 호텔을 표방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에도 고급 비즈니스 고객과 도심 휴양을 즐기는 국내 상류층 등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태영 서울 신라호텔 총지배인은 31일 “한국은 럭셔리 호텔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가 됐듯이 토종 브랜드인 신라호텔도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로 외국 호텔과 경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재단장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호텔 내부를 싹 고친 전면 개·보수는 1979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재개관 하루 전날 언론에 공개된 호텔에는 상류층 고객을 겨냥한 시설들이 눈에 띄었다. ‘어번 아일랜드’로 이름 붙인 야외수영장은 도심 특급호텔로는 처음으로 사계절 온수풀로 운영된다. 3개층의 입체적인 구조로 설계됐으며, 고급 그늘막인 ‘카바나’가 15개 마련됐다. 크기와 위치에 따라 이용료가 30만~60만원 선인 카바나는 이미 8월치 예약이 끝났다. 객실은 세계적인 호텔 디자이너인 피터 리미디오스가 손봤다. 가장 작은 평수인 수페리어룸(26.45㎡·8평)을 없애고 딜럭스룸(36㎡·11평)과 그랜드 딜럭스룸(53㎡·16평) 사이에 비즈니스 딜럭스룸(43㎡·13평)을 새로 만드는 등 전반적으로 객실 규모를 키웠다. 딜럭스룸 요금은 수페리어룸(45만원)보다 비싼 1박당 60만원(세금·봉사료 별도)에 책정됐다. 전망이 가장 좋은 23층에 마련된 귀빈층 휴식공간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총 면적만 843㎡(243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피트니스 클럽은 잭 웰치, 조지 소로스 등 유명 사업가가 이용하는 미국 뉴욕의 ‘시타라스 피트니스’와 제휴한 운동관리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로열티만 80만 달러(약 9억원) 이상 지불됐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한식당 ‘라연’이 프랑스 식당 ‘콘티넨탈’과 함께 23층에 새롭게 자리잡았다. 총 40석으로 점심 코스메뉴는 10만원부터, 저녁 코스는 15만원부터 제공된다. 서비스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 호텔 현관부터 객실까지 직원이 수행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에스코트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공항 리무진 서비스용 세단 차량도 모두 벤츠 S500 시리즈로 교체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40대 사업가 ‘사랑의 열매’ 1억 쾌척

    40대 사업가 ‘사랑의 열매’ 1억 쾌척

    40대 사업가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내놓아 아너소사이어티 광주 최연소 회원에 올랐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31일 양관운(가운데·40) 오토팜 대표가 기부를 약정해 기존 47세 최연소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시내 9번째(전국 323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오토팜은 광주 상무지구의 건물에 페라리, 포르쉐 등 고급 명차를 전시한 갤러리로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졌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원래 평상시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양 대표에게 유공자 표창장을 전달하면서 광주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적다는 말을 꺼냈다”며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흔쾌히 1억원을 추가로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2009년부터 꾸준히 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 아동·학생 학비로 5700여만원을 지원해 왔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파키스탄 제12대 대통령에 사업가 출신의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제12대 대통령에 사업가 출신의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의 제12대 대통령에 사업가 출신의 맘눈 후세인(73)이 당선됐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의 후보로 출마한 후세인은 이날 상·하원 의원들과 주의회 대표가 참여한 투표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파키스탄에서 대통령은 실권자라기보다 상징적 존재다. 후세인은 부패 추문에 시달리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9월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5년이다. PML을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최측근인 후세인은 투표 전부터 당선이 유력시됐다.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조용한 스타일로 알려진 후세인은 대통령 취임 후에도 샤리프 총리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내조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지난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샤리프 총재가 이끄는 PML이 승리를 거두면서 건국 이래 최초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자르다리 대통령과 아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공동 총재로 있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부패와 실정 탓에 총선에서 대패했다. 앞서 투표가 시작되기 수시간 전에는 무장단체인 파키스탄탈레반(TTP) 대원들이 북서부의 데라 이스마일 칸에 있는 ‘센트럴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250여명을 풀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관리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탈레반이 교도소에 갇힌 동료를 구하고자 벌인 것으로 보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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