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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구를 넘어 문화가 된 이케아 한국인 생활방식도 바꿀까

    1951년, 스웨덴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가구 디자이너가 차 트렁크에 탁자를 집어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아무리 해도 안 되자 그는 무심코 “다리를 잘라 상판 아래 붙이자.”고 내뱉는다. 이게 플랫팩(flat pack) 가구가 발명되는 단초가 됐다. 그 사내는 당시 신생 가구회사였던 이케아의 디자이너 일리스 룬드그렌이었다. 그는 ‘부품들을 납작한 상자에 포장해 운반하고 소비자가 직접 조립한다.’는 플랫팩 콘셉트를 가구 디자인에 도입했고, 단박에 이케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또 가구산업의 전 단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낭비되는 공간을 없애 보관과 운송 비용을 대폭 낮췄고, 조립 과정을 소비자에게 떠넘겨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 가격 우위뿐 아니라 소비자의 참여라는 독특한 부수효과도 낳았다.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엘렌 루이스 지음, 이기홍 옮김, 이마고 펴냄)은 아바(ABBA)와 볼보를 제치고 스웨덴 최고의 수출품 자리를 차지한 이케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케아의 전·현직 직원과 각계 전문가 인터뷰, 여러 공식·비공식 문건 등을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이케아의 이면을 들춰낸다. 다만 제목에서처럼 ‘거대한 무언가에 가려진’ 진실은 사실상 없고, 이케아가 성공에 이르게 된 지난했던 길을 훑고 있다고 보는 게 적확하겠다. 이케아는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연간 1억 9000만부 이상 발행되고, 매일 150만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 유럽인의 10%가 이케아 침대에서 ‘잉태’된다는 추정치도 있다. 땅값이 싼 도시 외곽의 매장까지 교통체증에 생고생하며 찾아간 뒤 축구장 8개 넓이의 매장(중국 베이징)을 꼼꼼하게 뒤져 물건을 사야 하는 ‘불편함을 제공하는 회사’가 일궈낸 성적이다. 그뿐인가. 길게 줄을 서 계산을 하고, 다시 차에 끙끙대며 싣고 돌아와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한다. 도대체 이토록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케아의 정말 뛰어난 점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니라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 보이게 만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극도로 슬림한 조직과 싸디싼 원자재 선택, 단 한 푼의 낭비 없는 운영비 관리 등 ‘이케아 방식’도 큰 몫을 했다. 책은 창업주이자 ‘이케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잉바르 캄프라드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싼 가구를 파는 회사이면서 정작 창업주는 유럽 제일의 부호(미국의 빌 게이츠보다 많다는 견해도 있다) 소리를 듣는 불편한 진실, 젊은 시절 나치주의자로 활동한 전력, 알코올 중독자와 경계가 모호할 정도의 애주가란 점 등 이면의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담았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스토리가 돈이다(심지훈 지음, 대양미디어 펴냄) 신문사 부설 스토리텔링연구원 기자인 저자가 성석제, 김주영 등 유명 작가들과 함께 지역사회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다 아예 이 길로 접어들었다.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지, 어떤 모델들이 있는지, 응용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었다. 1만 2000원. ●미하일 바쿠닌(EH 카 지음, 이태규 옮김, 이매진 펴냄) 역사상 최고의 평전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책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저자가 썼고, 그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이사야 벌린마저 훌륭한 책이라고 찬사를 보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나키스트였지만 사고뭉치 이미지가 더 강했던 바쿠닌의 면모를 고스란히 담았다. 3만원. ●고지도의 매력과 유혹(김혜정 지음, 태학사 펴냄)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동해, 독도, 간도 등에 관한 고지도를 열정적으로 수집해 온 저자가 그간 모아 온 것을 고스란히 공개하는 책이다. 2만 5000원. ●집짓기 바이블(조남호 등 지음, 마티 펴냄) 아파트를 벗어나 자기만의 단독주택을 가져 보는 것은 모든 도시인들의 꿈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진 않다.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의 얘기를 한데 모아놨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하나의 집을 짓는 과정을 고스란히 옮겨뒀다. 2만 5000원.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이인식 지음, 김영사 펴냄) 수천만,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생존한 생물에서 영감을 얻는 자연중심 기술의 근본 원리를 밝힌다. ‘38억년 자연의 지혜가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라는 부제처럼, 최첨단 과학기술을 누리며 사는 인간이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사회에 새 화두를 던진다. 1만 6000원.
  •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현영(9·가명)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소위 ‘명품’에 일찍 눈을 떴다. 디올의 베이비라인에서 나온 36만원짜리 청바지와 32만원가량 하는 돌체앤가바나 운동화를 특히 아낀다. 머리띠는 12만원 하는 프라다 제품이다. 지난겨울에는 부모를 졸라 버버리에서 신상품으로 출시한 100만원 정도 나가는 코트를 샀다. 현영이는 “명품 옷을 입은 나를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게 기분 좋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명품을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명품 브랜드도 술술 말했다. 현영이의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집도 서울 마포구에 있는 90㎡쯤 되는 아파트다. 어린이 명품 소비 행태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잘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에 ‘과소비 풍조’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과소비 중독 증상 및 풍조, 즉 ‘애플루엔자’(Affluenza) 현상이다. 현영이처럼 명품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자녀를 매개로 한 부모의 강박적인 과시적 소비, 애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결국 어린 자녀들에게 전염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어려서 보여 주기 위한 소비에 빠져들면 성장해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꼭 명품이 아니라도 중고생들이 노스페이스 점퍼에 특정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선망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도 “명품 옷을 입은 아이가 어른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옷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른들이 일상적으로 자녀들에게 과시적 소비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어린이 명품을 취급하는 키즈(Kids) 산업의 매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예컨대 아동복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봉브앙은 지난해 매출이 2010년보다 15% 이상 늘었고 아르마니 주니어는 무려 105.4%나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유아 및 아동복 매출 신장률은 6~7%인 데 비해 버버리 칠드런 등 해외 유명 아동의류의 매출 신장률은 15%에 달했다.”고 털어놨다. 현영이와 같이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소비뿐만 아니라 가정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소비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은주(7·가명)양은 새로운 머리띠만 보면 꼭 사야 한다. 이미 100개나 되는 머리띠를 가졌다. 부모가 사 주지 않으면 욕설을 하거나 떼를 쓰기 일쑤다. 은주양에 대한 소아정신과의 진단 결과는 소비중독증이었다. 은주양을 진료한 의사는 “학교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특정 물건을 사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것이 소비중독의 주된 행태”라면서 “아이들의 잘못된 소비인식도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애플루엔자(affluenza) 풍요를 뜻하는 애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질병이다. 소비중독 바이러스인 셈이다. 미국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오언과 듀크대 명예교수 토머스 네일러 등이 2001년 펴낸 같은 제목의 저서 ‘애플루엔자’에서 유래됐다.
  • 셔틀콕 낭자들 “2연패 찍자”

    ‘셔틀콕’ 여자대표팀이 2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 정상에 도전한다. 남자는 4강에 올랐다. 여자대표팀은 2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24회 여자 팀 세계선수권대회(우버컵) 4강전에서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복병 일본을 3-0으로 완파했다. 2010년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여자는 이로써 격년제로 치러지는 이 대회 2연패를 노리게 됐다. 전날 난적 타이완을 3-2로 따돌리고 힘겹게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3단식·2복식의 첫 주자 성지현(한국체대)이 사토 사야카를 2-0으로 일축, 기선을 잡았다. 이어 승부처인 복식에서 간판 김민정(전북은행)-하정은(대교눈높이) 조가 맞수 후지 미주키-가키이와 레이카 조를 접전 끝에 2-1로 잡아 2-0으로 달아났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단식의 배연주(인삼공사)는 히로세 에리코의 막판 추격을 2-0으로 따돌렸다. 남자대표팀은 전날 밤 같은 곳에서 진행된 제27회 남자 팀 세계선수권대회(토마스컵) 8강전에서 독일을 3-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2010년 말레이시아대회에서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한국은 2008년 인도네시아대회 이후 4년 만에 4강 고지를 밟았다. 대표팀은 25일 덴마크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테팔 다리미 독과점 악용 2.3배 폭리

    지난해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음에도 수입 전기 다리미 수입·유통업자들이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평균 129.6%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 다리미의 대명사인 필립스, 테팔 제품은 평균 3만 6000원에 수입되지만 소비자는 2.3배 비싼 8만 4000원에 사야 한다. 유통단계가 단순한 대형마트나 전문점에서 사도 백화점보다 특별히 싸지도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21일 발표한 수입 다리미 41종의 유통수익률, 판매점별 소비자가격 등에 따르면 41개 모델의 수입 가격 대비 유통수익률(수입 가격 대비 유통수익)은 평균 129.6%였다. 대형마트와 전문점으로 이뤄진 2단계 유통구조에서는 수입업체가 40~50%, 소매업체가 50~60%의 이익을 차지했다. 3단계 유통구조에서는 수입업체가 25~30%, 중간 상인이 30~40%, 최종 소매업체가 30~40%의 수익을 남겼다. 그나마 올 4월부터 독과점 수입 구조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단속함에 따라 최근 들어 EU산 전기 다리미 수입 가격이 평균 15.1% 떨어졌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1주=38달러… 페북, 122조원 값할까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FB)의 공모가는 예상 최고가인 주당 38달러(약 4만 4500원)로 결정됐다. 페이스북은 17일(현지시간) 보통주 4억 2123만주를 주당 38달러에 기업공개(IPO)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IPO를 통해 적어도 160억 달러(18조 76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전체 주식을 공모가로 환산하면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1040억 달러(122조원)로 평가된다. 이는 아마존닷컴, 디즈니, 맥도널드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거품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18일 나스닥 첫 거래를 기념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본사에서 기념 타종을 한다. 초기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는 2900만주를, 전설적인 실리콘밸리 투자자 피터 티엘은 1700만주를 팔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160억 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미국 기업 IPO 사상 3번째 규모이자 정보기술(IT)업체 최고가 된다. 역대 최대 규모는 2008년 178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던 세계적인 신용카드업체 비자이고 에너지 회사 에넬이 두 번째, GM은 네 번째라고 르네상스 캐피털이 전했다. 페이스북과 곧잘 비교되는 구글의 2004년 8월 IPO 규모는 16억 7000만 달러였고 당시 기업 가치는 230억 달러였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구글의 기업 가치는 1992억 달러에 이른다고 AP가 보도했다. 구글의 지난해 매출은 380억 달러였던 반면 페이스북은 10분에1에 불과한 37억 달러였고 이익은 7억 달러였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 컨설팅회사인 시그마의 상무인 그레그 그레치는 “페이스북은 정말 좋은 회사지만 나의 가족들이 페이스북 주식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노’”라고 CNBC에서 말했다. 그린크레스트 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맥스 울프는 로이터에서 “페이스북의 기업공개는 정당한 게임의 법칙이 아니라 문화적·미디어 행사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PC 매거진의 존 드보락은 “페이스북의 IPO 유산은 당장이 아니라 4~5년쯤 뒤에 나타난다. 페이스북이 거품을 유발했다면 2017년쯤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개발했던 넷스케이프가 1995년 IPO를 한 뒤 돈이 닷컴기업으로 몰렸다가 1999년에 거품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지분 24%를 보유한 CEO 저커버그의 재산은 공모가 기준으로 191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에 3000만주를 매각해 11억 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쥔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땡처리 북적… 빌려서 쓰고… 중고품 사고

    땡처리 북적… 빌려서 쓰고… 중고품 사고

    개점 시간이 30분이나 더 남았는데 백화점 정문 앞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섰다. 정확히 오전 10시 30분, 육중한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우르르 한곳을 향해 달리기하듯 걸음을 재촉한다. 7층 구두 행사장에 들어서자 전투가 시작됐다. 선착순 30명 안에 들어야 3만 9000원짜리 여성화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는 ‘1+1 행사’ 때문이다. 할인점도 아닌 백화점에서 ‘덤’ 증정은 처음이다. 같은 것을 동시에 집은 고객들끼리 승강이가 벌어졌고, “2켤레를 살 테니 2켤레를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고객들을 만류하느라 직원들은 “1인 1켤레 한정”을 쉴 새 없이 외쳐야 했다.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구두 2켤레를 ‘득템’(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는 뜻의 은어)하는 데 성공한 조아람(26)씨는 “백화점에서 이 돈으로 2켤레를 사다니, 일찍 나와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흐뭇해했다. 잠실점은 얼마 전 본점에서 열렸던 사상 최대 규모의 구두·핸드백 특가전의 성공에 자극받아 15일까지 열리는 10억원 규모의 행사 2탄을 부랴부랴 기획했다. 지난 4~8일 소공동 본점에서 열린 특가전은 구두·핸드백 행사로는 최고 기록인 약 27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황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웬만한 할인행사로는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잠실점에서는 같은 기간 숩, 비지트인뉴욕 등을 거느린 패션업체 동광이 7년 만에 최대 70% 할인전을 연다. 20억원어치 물량 가운데 봄 신상품이 절반이다. 새달 1일 본점에서는 탠디·소다·미소페 등 여성화 ‘빅3’ 브랜드가 봄 상품도 아닌 여름 샌들 2만 켤레를 특가에 선보일 예정이다. 불황이 짙어지는 요즘, ‘짠소비’가 대세다. 반값을 넘어 ‘땡처리’ 수준의 행사 정도는 돼야 겨우 지갑이 열린다. 목돈 나가는 것을 꺼려 사는 대신 빌려 쓰거나 굳이 사야 한다면 한푼이라도 싼 중고를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GS샵은 인터넷쇼핑몰에 지난 9일 800여종의 대여 제품을 망라한 전문 렌털숍을 열었다. 아이패드까지 빌려줄 정도로 제품군을 대폭 늘렸다. 2007년 TV 홈쇼핑을 통해 처음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년 새 주문 전화 건수만 5배가 늘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섰다. GS샵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렌털은 유지·관리를 위한 목적이 많았으나 최근엔 지출이 많은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 상품 홍수 속에 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새것이나 다름없는 중고품의 출현에 중고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고 거래 전용관인 ‘중고 스트리트’를 개설한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 4월 중고품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240%나 늘었다고 밝혔다. 중고물품 판매자 수 또한 220%나 증가했다. 반품 또는 교환 제품을 새로 손봐 신제품보다 최대 30%가량 싸게 내놓는 ‘리퍼브’ 제품이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잡은 것도 거래량을 늘린 이유다. 중고 구매층 가운데 30~50대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특이점. 중고서적 매출의 판매량이 3년 새 230% 이상 신장한 인터파크의 주요 고객층은 30~40대가 52.1%였다. 2008년부터 중고장터를 개편해 운영 중인 옥션에서는 전체 중고품 거래 중 의류, 패션잡화 부문 비중(27%)이 점차 늘고 있는데 40~50대가 전체 고객의 49%를 차지한다. 옥션 관계자는 “40~50대는 가족 생계를 위한 소비지출은 많고 은퇴를 전후로 경기불황을 체감하고 있는 연령대로, 보다 알뜰한 소비를 위해 중고장터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신규분양 숨통… 기존주택 약발 미미”

    정부가 10일 내놓은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활성화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약효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신규 분양시장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는 성에 차진 않지만 거래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전면 완화나 지난해 말 종료된 취득세 감면 재부활 등의 내용이 빠졌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와 전매 제한 완화 등이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팔아야 하나, 사야 하나 매수·매도 모두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정 부동산 114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이번 대책으로 기존 주택 매물이 늘어나겠지만 가격 메리트는 거의 없다.”면서 “좀 더 기다리거나 신규 분양 물량 가운데 분양가가 낮은 곳을 노려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이미 시장의 힘이 약화된 데다 여름 비수기여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적다.”면서 “매도나 매수 모두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기존 주택시장은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그동안 매도 압박을 받아왔던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 종전 주택 처분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도 관망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기존 주택의 경우 아직 팔아야 할 시점이 아니다.”라면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값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은 신규 분양시장은 공공택지 주택 전매 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면서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음 달 동시분양을 앞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GS건설 등 5개사(4103가구)는 이번 대책의 수혜지역이라며 판촉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분양가가 3.3㎡당 1050만~11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100만원 가까이 싸 차익을 노린 수요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자에 대한 보금자리론도 대상을 3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금액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 점도 신규 분양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은 1대1 재건축 아파트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행 10%인 면적 증가 상한선을 20~30%선까지 확대하고 기존 주택 면적으로 축소해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가 수혜를 입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대책으로 중·대형 위주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도 1대1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와 홍실아파트,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등 13개 단지, 1만 2600여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권 시장은 분양권 시장은 공공택지 아파트 가운데 전매 제한이 풀린 단지들의 매물이 조금씩 나올 경우 매물 압박으로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자칫 신규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학권 세종코리아 대표는 “분양권 전매가 완화된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신규 분양시장에는 동전의 앞 뒷면처럼 모순적인 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신불산 케이블카’ 4년 표류 끝내나

    영남알프스 관광개발사업의 핵심인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가 민간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공’ 또는 ‘민관합동’(민자+공공)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9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주군 삼남면 가천저수지에서 신불산 정상(해발 1209m) 3.62㎞ 구간을 연결하는 신불산 케이블카는 3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간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4년째 표류하고 있다. 민간 사업예정자가 부지만 사들인 채 32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는 이달 준공한 하늘억새길 등 영남알프스 10대 선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핵심사업인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최근 민자 추진과 공공 추진, 민관합동 추진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시는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추진 방안을 연내 결정할 예정이다. 케이블카 설치는 공사비 320억원 규모에 부지 매입비와 주변 공원화 비용 등을 고려하면 500억~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공 추진도 쉽지만은 않다. 사업 부지를 시가 다시 사야 하고 여기에 500억~600억원대의 재정 투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민관합동 추진안이 유력할 것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필리핀에 2억 달러 지원

    필리핀의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억 800만 달러가 지원된다. 1987년 설치된 EDCF 지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재정부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세사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과 EDCF 차관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연리 1.5%로 40년간 지원되는 이 자금은 필리핀의 주요 쌀 생산지인 서부 비사야스 지역에 댐 건설과 관개 시설 확충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된다. 필리핀 정부는 이 수자원을 이용해 수력발전 및 상수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 해당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차총회에서 박 장관은 기조 연설을 통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신청한 한국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각국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비전으로 ‘3S(Stable, Solid, Sustainable) 경제’를 제시하고 운송·통신·금융 인프라 투자 확대,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내수기반 확충 및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통한 역내 무역·투자 촉진을 바탕으로 ‘하나의 아시아’ 비전을 실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가격 통제 노스페이스’… 사상 최대 52억 과징금 부과

    ‘가격 통제 노스페이스’… 사상 최대 52억 과징금 부과

    높은 가격에도 중고등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지난 14년간 일선 전문판매점의 할인 판매와 인터넷 판매를 금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전문점 간 경쟁에 따른 할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노스페이스가 정한 가격으로만 제품을 사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공정위 “가격할인 차단 담합효과… 他제품값 동반상승”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노스페이스의 국내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는 ‘골드윈코리아’가 1997년부터 최근까지 일선 전문점의 판매 가격을 미리 정하고, 이 가격 이하로는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사실(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을 적발, 과징금 52억 4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골드윈코리아는 국내에서 노스페이스 제품을 독점 판매하고 있다. 공정위가 골드윈코리아에 부과한 과징금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한 제재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지난해 오뚜기가 부과받았던 역대 최고액 6억 6000만원보다 8배 가까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드윈코리아가 14년에 걸친 장기간 위법행위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 만큼, 이례적으로 높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드윈코리아는 1997년 11월 7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독립사업자인 전국 151개 전문점과 판매특약점 계약을 맺으면서 소비자 판매가격을 미리 정하고, 위반 시 출고 중단 및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특히 골드윈코리아는 ‘미스터리 쇼퍼’(소비자로 위장한 본사 모니터링 요원)를 고용해 전문점의 판매 가격 인하 여부를 감시했다. 가격 할인을 한 전문점은 출고 정지와 계약해지는 물론 보상금으로 사용하겠다며 공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전문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가격 인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노스페이스 “할인 막은 적 없다… 법리 검토” 반발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골드윈코리아의 행위로 인해 각 전문점이 서로 가격할인을 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2~3위 업체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가중됐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에서 점유율 31.5~35.%의 1위 업체다. 특히 중고등학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노스페이스 점퍼는 학교 폭력 시 갈취 대상이 되어 왔다. 일부 학생들은 입은 점퍼 가격에 따라 ‘대장’ ‘찌질이’ 등의 ‘계급’을 부여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편 노스페이스는 할인판매를 막지 않았고 지금도 활발하게 할인이 진행 중이라며 법리적 검토를 하겠다고 반발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논산일기’ 페북 연재·영화 ‘은교’의 동명 원작 소설가 박범신

    ‘논산일기’ 페북 연재·영화 ‘은교’의 동명 원작 소설가 박범신

    그가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27일이었다. 39년 만의 귀향이었다. 젊은 논산 시장과 우연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붙임성 좋은 그가 대뜸 “형님, 고향으로 오시지요.”라고 했다는데, 그 ‘형님’이라고 불러주는 말이 따뜻해서 홀렸다고 했다. 소설가 박범신(66)은 그래서 당초 번잡한 서울을 떠나 40번째 장편소설을 써야겠다는 각오로 가족을 두고 홀홀 논산으로 떠났다는데, 낙향 다섯 달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연재한 에세이성 일기 ‘논산 일기-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를 들고 나타났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은교’ 덕분에 원작소설 ‘은교’는 종합판매 순위 5위, 문학판매 1위를 달리고 있어 박범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소설 ‘은교’ 덕분에 은교 같은 20대 여성팬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박범신은 소년처럼 좋아라 했다. ‘은교’에 나오는 시인 이적요는 사실 박범신을 꼭 닮았다. 60대 후반의 나이대도 그렇고, 시인인 점도 그렇고, 문학을 향한 청년 같은 꼿꼿함도 그렇다. 그런 때문인지 영화에서 시인 이적요 역할을 맡은 박해일도 박범신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범신과 말을 섞어본 사람은 말투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근에는 강은교 시인에게 “박범신과 어떤 사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는 전화도 받았다. ‘은교’ 바람 탓이다. “이적요는 박범신의 오욕칠정을 담고 있지. 이적요의 제자인 서지우도 역시 나에게 분리된 또 다른 박범신이야. 나는 어떤 때는 이적요 같은 천재 끼가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무기재료학과 공대생인 서지우같이 답답한 부분이 있어.” 박범신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영화시사회를 보고 왔다고 했다. 말을 아꼈지만,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내 소설이 영화화된 게 10여 편, 드라마화된 게 10여 편쯤 돼. 그중에서 원작의 주제를 이만큼 알뜰하게 재해석한 경우는 많지 않았어. 감독과 출연진에게 고맙지.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다는 것은 아니야. 원작자로서 불만을 이야기하자면 밤새워 이야기해야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서 보아야 옳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는 ‘불행한 관객’이었지.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나 같을 수 있어.” 영화에서 재해석된 부분이라는 것은 이런 대목이다. “영화 마지막에 은교가 서지우와 섹스하면서 ‘여고생이 왜 공부는 안 하고 섹스하는 줄 아느냐, 외로워서 그렇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 원작에는 없는 대사야. 에로티시즘은 죽음이고, 슬픔인데, 한국 영화에서 그런 슬픔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핑돌더라고. 두 번째는 스승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서지우가 죽는 대목인데, 죽어가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면서 서지우의 슬픔을 나타냈어. 두 대목은 건졌으니 (원작자로서) 본전은 건졌지.” ‘논산 일기’로 돌아와서, 일기의 3분의2는 취중에 쓴 거다. 원래 소주 3~4잔을 못 넘기는 주량인데, 논산에서 살면서 외롭고 해서 소주 한 병으로 늘었다. 취중인 그의 눈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계백 장군 휘하의 백제 병사들도 보이고, 조선시대 윤휴도 보이고 했단다. “늙는다는 것은 스스로 귀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식탁에 놓인 음식의 조화를 보듯이. 제 스스로 귀신이 돼 가면서 친구랑 장난치며 노는 것이다. ”고 했다. 취기가 오른 중에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뽁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의 자판을 눌러가며 일기를 쓰다 보면, 시간도 적잖이 걸리는데, 재미난 ‘블록깨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후에 쓰는 일기는 문학생활의 마지막을 기록한다는 기분으로 1년에 한 권 정도씩 묶어내면 어떨까 생각한단다. 소설을 쓰지 않으면 손이 발굽으로 변하는 느낌이라는 박범신에게 새 소설이 언제쯤 나올 예정이냐는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송시열과 윤휴를 주인공으로 하는 조선 중후기의 역사소설을 구상하면서 가슴이 빠르게 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새우젓 장사를 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애소설을 써볼까 한다고. 그가 중학교를 나온 강경은 새우젓으로 유명한 곳이다. “언제 놀러와!”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지고 박범신은 논산으로 돌아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택매매 ‘빙하기’… 3월 거래량 1년새 30%↓

    주택매매 ‘빙하기’… 3월 거래량 1년새 30%↓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직장인 김현우(43)씨는 언제쯤 집을 사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집값이 저점에 근접했다는 얘기가 돌지만 거래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집값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까이 줄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뒤 3월 거래량으로는 최저치다.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모두 6만 754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만 5958건, 지방은 4만 1583건이 거래돼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34%, 27% 줄었다. 3월은 본격적인 이사철로 주택매매 거래량이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올해에는 전월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예년에 비해선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거래시장이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시·도별로는 대전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4% 감소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부산(39.4%), 서울(38.2%), 전북(37.5%) 등도 하락폭이 컸다. 이 같은 주택시장 분위기에 따라 올해 시장 회복은 더뎌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 시장 침체가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이 오히려 심화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정부가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세제혜택과 금융규제 완화를 담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탈색된 기억들 그리고 시각적 혼란

    탈색된 기억들 그리고 시각적 혼란

    정교하다. 사건사고 현장을 찾아 사진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건물들을 다시 한번 손으로 일일이 복원한 뒤 사진으로 찍었다. 정자세를 하고 반듯하게 앉은 건물을 복원해도 힘들 터인데, 건물들은 하나같이 찢기고 무너지고 부서져 있다. ‘수원 영화동 목재상 화재’나 ‘아이티 대지진’처럼 일간지에서 볼 수 있는 사건사고 현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일일이 복원하려면 꽤나 힘들었겠다 싶다. 그나마 유일하게 멀쩡하게 서 있는 건물도 있다. 제목을 보니 ‘구제역’이다. 하기사 구제역이라서 축사가 무너질 일은 없지 싶으면서도 휑한 공간감이 제법 쓸쓸하다. ●하얀색으로 가득찬 사건·사고 현장 하태범 작가가 이렇게 사건사고 현장을 복원하는 것은 매체, 즉 미디어(Media)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사진기자의 사진이란 현실을 재현하는 하나의 매체다. 신문은 늘 사실만 얘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사실이란 것도 결국은 일정한 맥락에 따라 주제에 맞춰 재구성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사야 편향적인 취재원에다가 편향적인 멘트 따기로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찍는 것 아니던가. 그렇지 않다. 사건사고 그 자체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주면서, 독자들이 보기에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암묵적 합의가 사진의 시점과 구도를 결정한다. 작가의 작업은 이 작업을 한번 더 반복하는 것이다. 사건사고 현장의 재현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그렇게 하되 약간 변형을 줬다. 색을 모두 빼버린 것. 해서 그의 작품으로 부활한 사건 사고현장은 오직 하얀 색만 가득하다.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매체를 통해 받아들인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 아무리 엄청난 사건이라도 하나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각인되고 나면 모든 것이 탈색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지독하게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의 정체에 대한 질문도 남긴다. 혹시, 그 사건사고가 나를 비껴갔다는 묘한 안도감? ●5개월간 공들여 만든 작품 10분만에 파괴 사진작품들 옆에는 꼭 한번 봐둘 만한 영상작품 ‘댄스 온 더 시티’(Dance on the City)가 있다. 여자 무용수가 종이로 만든 가상도시 위에서 춤을 춘다. 잔잔한 음악 사이로 쓸쓸하게 다리를 놀리는데, 그 춤에 따라 도시의 건물들은 파괴된다. 5개월 동안 작업한 걸 10분 정도의 퍼포먼스로 싹 다 망가뜨리는 과정을 담은 셈인데, 어쩐지 그 춤에는 기억을 하얗게 탈색해버리는 망각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듯하다. 5월 17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SeMA 청년 2012 - 열두개의 방을 위한 열두개의 이벤트’전은 하태범 작가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젊은 작가들 작품이 모여 있다. 12개의 방이란 점에서 드러나듯, 단체전임에도 12명 작가의 개별적인 개인전 같은 느낌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전시를 한번씩 거친 작품들이어서 새로운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가운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뽑아 한자리에 모아 놨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 만하다. 시각적 착각을 이용하는 한경우와 김용관 작가의 작품도 이채롭다. 한 작가의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전시장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고, 평행선이 난무하는 김 작가의 전시실은 묘한 시각적 혼란을 준다. 정신을 차려 보면 인간의 시각적 혼란을 이용한 묘한 작품이란 점에서 헛웃음이 난다. 본다는 것은 하나의 착각이 아니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각이 아니냐는 얘기다. ●자기장 따라 움직이는 기괴한 설치작품 맨 마지막 노진아 작가의 설치작품도 인상적이다. 벽면 화면에는 철가루들이 자기장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영상물을 투사한다. 잇닿은 바닥에는 기괴한 얼굴들 한 떼가 몸부림을 친다. 작가는 여기다 ‘미(未)생물’이란 이름을 붙여 줬다. 미(微)생물이라는 것들은 어쩌면 미(未)생물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이다. 우주 저편 어디선가에서 보면, 지구상의 인간이란 것들도 자기장에 따라 움직이는 철가루들 같은 존재 아니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문형민·진기종·파트타임 스위트·김기라·김상돈·김영섭·변웅필·이진준 작가가 참여했다. (02)2124-8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자신의 심장에 10cm 못박아 죽을 뻔한 남자

    자신의 심장에 실수로 약 10cm의 못을 박아 죽을 뻔한 황당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에 사는 데니시 헤니스(52)는 아들(28)과 함께 이웃집 지붕을 고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못을 박기 위해 헤니스가 ‘네일건’(nail gun)을 사용할 때 였다. 헤니스는 실수로 30cm 거리에서 자신의 심장에 일직선으로 못을 쐈고 이 대못은 그대로 오른쪽 심실을 찌르고 들어갔다. 아들은 즉시 구급차를 불러 응급조치에 들어갔으나 헤니스는 심장이 정지되는 죽음 직전까지 갔고 우여곡절 끝에 헬기를 타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학병원에 도착한 헤니스는 대기중이던 의료팀의 신속한 외과수술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헤니스는 “처음 못에 맞았을 때 내 가슴에 무엇인가가 콕 찌르는 느낌을 받았다.” 면서 “손자가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생사를 넘나들었다.” 고 밝혔다. 이어 “담당의사가 복권을 사야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이미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인터넷뉴스팀  
  • 취업 미끼 다단계 투자사기 백태

    #사례1. 유명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부동산 투자회사 사무보조원 구인 광고를 보고 면접을 간 A씨. 회사는 축구선수, 연예인 등의 이름을 대면서 부동산 투자를 권유했다. 돈이 없다고 하자 이자 비용을 대준다고 해 제2금융권을 통해 18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했다. 회사 측의 이자 대납은 이뤄지지 않았고 원금 반환을 요구하자 다른 투자자를 끌어오면 수당을 주겠다고 했다. #사례2.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을 통해 어학원 일자리를 알게 된 B씨. 조교 자리라고 해서 갔으나 학원 측은 수강생 모집 업무를 하면 고수익이 보장되고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수강생 모집을 담당하는 영업직을 제의했다. 직급 상향을 위한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250만원을 내고 수강생 모집업무를 했으나 한달 동안 4~5명밖에 모집할 수 없었고 수당은 8만원에 불과했다.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환불을 요청하자 학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 #사례3. 제4이동통신사업자가 선정되면 고소득이 보장되는 휴대전화 판매사업권을 준다는 광고를 본 C씨. 13만 4000원 상당의 물품을 사고 판매원이 되면 쿠폰을 주고, 사업이 시작되면 이 쿠폰을 휴대전화와 교환하기로 했다. 이후 판매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4만원 이상의 물품을 사야 했다. ●공정위, 소비자 피해 주의보 발령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취업을 미끼로 구직자에게 거액을 뜯어내는 다단계 방식의 투자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도 알선하고 있어 금전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구직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구인광고한 업무와 관련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처럼 유도하지만 이는 사기 은폐 수단에 불과하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특히 다른 투자자 모집은 불법 투자사기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원 직급 상향, 자격 유지 등을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불법 다단계업체들이 사용하는 전형적 수법과 유사하다. 방문판매법은 판매원 가입 또는 자격유지 조건으로 연간 5만원 이상의 부담을 지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녹취·메모 등 기록 남겨라” 특히 화려한 사업계획을 제시하며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사도록 할 경우는 방문판매법상 다단계에 해당하지 않아 청약철회, 공제조합 등을 통한 법적 보호가 어렵다. 미등록 다단계업체로 의심되면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http://www.mlmunion.or.kr/)에서 조합 명단을 즉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대출알선 및 투자 유도 과정이 구두로 이뤄지므로 사진, 녹취, 메모 등의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했다. 신고시 증거자료로 제출, 투자사기 적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학, 군대, 고용센터 등 청년 구직자가 많은 기관에 제공된 피해예방 홍보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女탁구 日에 대역전 8년만에 4강 진출

    女탁구 日에 대역전 8년만에 4강 진출

    탁구는 박자의 경기다.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제 박자를 잃으면 경기도 잃는다. 수비형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스매싱을 함부로 맞받아 치지 않고 서서히 상대가 실수를 물기만을 기다리는 것. 박자와 지루한 기다림. 탁구는 마치 낚시와도 같다. 30일 자정(이하 한국시간)을 조금 못 남겨둔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경기장. 일본과의 2012년 세계팀선수권대회 8강전에첫 번째 경기,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경아(35·대한항공)는 경기를 끝내고 “마치 지옥과 천당을 한꺼번에 보고 온 것 같다.”며 채 가라앉지 못한 흥분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서른 중반을 막 넘긴 대표팀의 맏언니다. “런던올림픽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은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욕심장이기도 하다. 복식없이 5단식으로만 진행되는 단체전에서 김경아는 1단식과 마지막 5단식을 맡았다. 첫 번째 단식. 상대는 ‘아이짱’으로 불리며 일본여자탁구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세계 11위의 후쿠하라 아이. 이제까지 한 번도 후쿠하라에 진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출발은 느긋하고도 힘찼다. 그러나 여유는 점차 불안으로 바뀌었다. ‘깎신’이라 불릴 정도로 커트에 일가견이 있는 그다. 네트를 살짝 넘나드는 예리함이 주무기다. 그런데 자꾸 탁구공이 붕붕 떠다녔다. 불안은 조급함으로 이어졌다. 후쿠하라의 특기인 전진속공이 테이블을 파고 들었다. 풀세트를 벌였지만 김경아는 2-3으로 졌다. 두 번째 경기에 나선 귀화선수 석하정(25)도 유난히 강세를 보이던 세계 6위 이시카와 카즈미에 2-3으로 패했다. 그 역시 “늘 자신있던 상대였는데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못 이겼다.”고 했다. 패색이 짙었다. 2년 전 모스크바대회 당시 일본에 져 8강에서 탈락한 아픈 기억이 반복되는 듯 했다. 관람석 꼭대기에서 “니폰~.”을 외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그런데 세 번째 주자 당예서(31)가 나오면서 차츰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43위가 13위의 히라노 사야카를 3-1로 제쳤다. 고향인 중국에서 딸을 낳고 돌아온 지 3개월 남짓이다. 지난 21일이 딸의 돌이었는데, 그는 돌잔치를 해 주러 집에 갈 수가 없었다. “히라노의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대결을 준비했다.”고 했다. 4번 주자로 다시 코트에 나선 석하정은 아예 후쿠하라를 3-0으로 셧아웃했다. 2-2 동점. 역전의 희망이 솟았다. 몸을 풀고 있던 김경아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김경아는 경기를 모두 끝낸 뒤 “첫 경기에서 진 내가 단초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후배들이 잘 해 줬다. 마무리는 당연히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추스렸다.”고 말했다. 상황은 그렇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니 커트가 말을 잘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풀세트 접전. 그런데, 마지막 세트 듀스까지 갈 줄은 몰랐다. 10-10에서 시작한 듀스는 네 차례나 이어졌다. 실수를 하는 쪽이 끝이었다. 13-12, 매치포인트. 옆 코트에서남자부 4강전을 펼치는 독일을 응원하는 홈관중들의 고함소리가 귀에서 웅웅거렸다. 김경아는 상대의 서비스를 가볍고도 길게 깎아 넘겼다. 던진 미끼를 덥석 문 이시카와는 힘껏 스매싱을 휘둘렀지만 깊게 깎인 공은 공중으로 붕 뜬 뜬 뒤 코트 울타리 밖으로 날아갔다. 시작과 끝에서 지옥과 천당을 함께 경험한 김경아는 마침내 승리를 확인한 듯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한국 여자탁구가 숙적 일본을 3-2로 꺾고 지난 2004년 도하대회 이후 8년 만에 팀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다. 2년 전 모스크바대회 8강전에서 일본에 패해 탈락한 기억도 깨끗이 씻었다. 한국은 31일 새벽 1시 40분 현재 또 다른 8강전을 벌이고 있는 독일-싱가포르전 승자와 오후 8시 4강전에 나선다. 1973년 사라예보, 1991년 지바대회 우승 이후 걷게 될 통산 세 번째 결승 길목이다. 도르트문트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Weekend inside] 美대법 판결 앞둔 오바마 야심작 ‘건강보험 개혁’…좌초냐 회생이냐

    [Weekend inside] 美대법 판결 앞둔 오바마 야심작 ‘건강보험 개혁’…좌초냐 회생이냐

    “미국민 개개인이 건강보험을 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은 법률은 연방정부와 국민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런 법률을 제정할 연방정부의 권한이 어떻게 헌법에 합치되는지 설명해보세요.” 앤서니 케네디 미국 대법관이 도널드 베릴리 미 법무차관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방청객의 시선은 케네디에게 집중됐다. 합법적 시장에서 국민이 무엇을 사건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질문의 요체다. 건강보험개혁법(ACA)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연방대법원의 공개 변론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도 공개 변론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뜨겁게 반응했다. 그는 ACA의 좌초냐 회생이냐를 판가름할 키를 쥔 대법관이다. 대법관 9명 중 ACA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4명인 반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은 5명이다. 그렇다고 6월로 예상되는 결정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바로 케네디 때문이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그동안 사안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었다. ‘캐스팅 보터’인 케네디는 정치 명가 케네디가(家)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다소 ‘얼떨결’에 대법관이 됐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은 퇴임하는 루이스 포웰 대법관 후임으로 로버트 보크를 지명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고 이어 지명된 더글러스 긴즈버그는 대학 시절의 ‘마리화나 한 모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이들의 대안으로 케네디가 대법관이 됐다. 공화당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지만 그의 법 철학은 다소 진보적이다.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동성애 권리는 옹호했다. 총기 소지에는 보수적 입장이나 2008년 6월에는 관타나모 군기지에 수용된 포로들에게도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1989년 성조기를 불태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국가는 국기를 불태운 사람도 가슴 아프지만 보호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지켰다. ACA는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와 관련해 대법원이 결정한 ‘부시 대 고어’ 사건 이후 보수와 진보가 첨여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통상 하루만 하는 공개 변론을 이례적으로 26일(현지시간)부터 28일까지 3일간 열었다. 대법원 결정은 이르면 6월쯤 나온다. ACA를 대법원에 세운 것은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문제의 조항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26개 주와 자영업자 등이 소송을 냈다. 앞서 2010년 3월 ACA는 의회를 통과했다. 2014년부터 발효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 대한 벌금은 2015년부터 전년도 소득세를 환급할 때 부과된다. 벌금은 최대 연소득의 2%다. 건강보험이 없는 3000만명을 비롯한 미국민 전부가 사실상 법 적용 대상이다. 공개 변론에서 보수파 대법관 새뮤얼 얼리토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 건강보험을 사도록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죽기에 정부가 장례보험도 의무화해야 할까.”라고 물었고 다른 대법관은 “건강보험이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라면 화재나 응급구조를 위해 국민 모두에게 휴대전화를 사줘야 하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건강보험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의무 가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답변에 나선 베릴리 차관은 “건강보험 시장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다.”며 미납자 벌금 부과는 세금 징수와 같다는 논리를 폈다. 또 건강보험의 개인 의무화와 관련, “건강보험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건강할 때 자신이 아플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대법관들은 해당 조항이 위헌일 경우 2700쪽에 달하는 법 전체를 무효화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핵심인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가 삭제되면 ACA는 누더기 법안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ACA의 합헌 여부에 따라 미국 보험산업이 재편되고 대선 구도까지 요동칠 수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핑퐁 예선, 男 역전승·女 2연승

    한국 남녀 탁구가 팀세계선수권대회 첫 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1차 목표인 본선 8강을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남자탁구는 26일 독일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할렌 체육관에서 열린 조별예선 1라운드에서 타이완에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 2단식에서 오상은과 주세혁이 내리 져 일격을 맞은 한국은 세 번째 단식에 나선 유승민이 치앙헝치를 3-0으로 제치면서 흐름을 잡고 4단식에 다시 나선 오상은이 추앙치위안을 3-2로 꺾어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마지막 5단식에서 주세혁이 첸치엔안을 풀세트 끝에 3-2로 돌려세우고 첫 승을 따냈다. 여자는 1라운드에서 크로아티아를 3-0으로 꺾은 데 이어 러시아에 3-1 역전승을 거두고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이번 대회는 런던올림픽을 앞둔 전초전. 상위권 후보들의 전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다. 대표팀의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남녀 모두 우승이지만 조심스럽다. 만리장성 중국은 50회째인 2010년 모스크바대회까지 남녀 각각 17, 18차례나 우승했다. 올해도 출전 엔트리 남녀 각 5명은 모조리 세계랭킹 ‘톱10’에 들어 있다. 이들의 연습상대로 함께 도르트문트에 함께 날아온 남자부 천치(세계 12위), 여자부 우양(11위)을 비롯한 8명은 다른 나라에선 에이스급이다. 한국이 2위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는 독일. 2년 전 모스크바 대회에서 한국은 4강전에서 티모 볼(세계 6위)이 이끄는 독일에 1-3으로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이번에도 독일과 결승 진출을 다툴 가능성이 높다. 여자의 경우 일본이 난제다. 2년전에도 ‘아이짱’ 후쿠하라 아이(세계 11위), 히라노 사야카(13위)에게 져 5~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던 터. 랭킹에선 달리지만 당예서(43위)·석하정(24위) 등 공격형 귀화파들의 동시 출격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르트문트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SKT-KT ‘LTE폰 할인 전쟁’

    SKT-KT ‘LTE폰 할인 전쟁’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의 누적가입자가 3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SK텔레콤(SKT)과 KT가 구형 3G 스마트폰 사용자의 LTE폰 교체 때 10만원을 내주는 ‘할인 전략’을 펴고 있다. 2010년에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구입, 2년 약정이 끝나는 가입자를 붙잡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는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의 가입자를 빼앗으려는 속셈이어서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준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와 KT는 자사 가입자가 LTE폰으로 기기를 변경하면 10만원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후발 LG유플러스의 야무진 공세에 맞서 자사 가입자를 방어하는 게 선발로서는 최상의 공격이라는 전략이다. SKT는 ‘LTE 스페셜 보상 이벤트’를 5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2월 말까지 SKT의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사용자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HTC(타이완) 등 4개 제조사 11종의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다만 보조금 10만원을 받으려면 기존에 쓰던 제품과 같은 제조사의 LTE폰을 선택해야 한다. 또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는 ‘갤럭시노트’, LG전자 사용자는 ‘옵티머스LTE’, 팬택 사용자는 ‘베가LTE’, HTC 사용자는 ‘레이더4G’를 사야 한다. KT는 ‘올레 LTE 워크 기변 대축제’를 4월 30일까지 진행한다. 2010년 말에 스마트폰을 개통했다면 제조사와 관계없이 ▲갤럭시노트 ▲옵티머스LTE태그 ▲베가LTEM 가운데 1개를 사면 된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시장에서 LG유플러스는 SKT와 KT로부터 3만 1314명의 가입자를 빼앗았다. 경쟁업체보다 앞서 LTE 전국망을 설치한 데다 지난달 LTE 데이터 용량을 경쟁업체 대비 2배까지 늘린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반면 KT는 3만 2241명이 줄었고, SKT도 927명이 늘어나는 데 그쳐 ‘제자리걸음’을 했다. 덕분에 LG유플러스의 4G LTE 가입자 수는 136만명(19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의 153만명(20일 기준)을 위협할 정도로 근접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SKT와 KT의 할인 전략에 대해 ‘꼼수’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1대당 보조금은 최대 27만원으로, 대부분 통신사들이 상한액을 모두 채우고 있다. 따라서 10만원을 할인해 주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듯’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다른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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