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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 새 2억… 누군 웃고, 누군 땅을 쳤다

    2주 새 2억… 누군 웃고, 누군 땅을 쳤다

    文정부 21번의 정책, 도박이 된 집 거래대출받아 집 산 실수요자 ‘집테크’ 희색 “더 오를 것” 호가 높이며 집값 폭등 견인정부 말 믿고 전세로 버틴 세입자는 울분“그때 샀어야” 후회 속 ‘양치기 정부’ 원망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41)씨는 2017년 북한산 더샵(2017년 12월 입주) 전용면적 59㎡의 분양권을 1억원의 웃돈을 얹어 5억 3000만원에 샀다. 당시만 해도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이 아파트는 9억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년 7개월여 만에 4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정씨는 “집을 팔아야 시세차익을 얻겠지만, 서울 안에서 집을 고르는 데 선택의 폭은 상당히 넓어졌다”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반대로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뛴 집값 때문에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집값이 수억원씩 치솟은 것도 억울한데 이젠 전셋값까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 지난해 결혼한 회사원 박모(34)씨는 신혼집을 전세로 마련할지, 매매를 할지 고민하다 집값 잡기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의 의지를 믿고, 가격이 잡히고 난 뒤에 사야겠단 생각으로 전세를 택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집값은 쉼 없이 올랐다. 당시 전셋값에 대출을 얹어 살 수 있었던 집도 이젠 여력이 안 돼 살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박씨는 “그때 샀으면 1년 사이 2억원은 벌었을 텐데…”라며 “문재인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과거 사회적 계급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집 있는 자와 집 없는 자’로 사회 계층이 나뉘고 있다. 최근 집값이 치솟으면서 집을 산 사람과 못 산 사람의 자산 규모 차이가 평생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21차례 내놓은 집값 잡기 부동산 대책이 ‘헛방’에 그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만든 도박판이 돼 버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약효 없는 규제와 집값 상승을 긍정적으로 반기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실거주 목적 등으로 발 빠르게 집을 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두 배가량 치솟은 것에 대해 겉으론 표정 관리를 하면서 속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집테크’를 해 줬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으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사이 자산 규모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물론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인식의 간극도 크게 벌어졌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를 이제 ‘양치기 소년’으로 보며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집값이 더 오르길 바라는 유주택자들은 본격적인 규제 시행 전 거래량이 늘어나자 마음껏 호가를 높이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아파트 집주인은 6·17 부동산 대책 이전 9억 3000만원에 내놨던 매매 계약을 철회한 뒤 최근 10억 4000만원으로 고쳐 올렸다. 거래는 금방 완료됐다. 성수동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부동산 정책이 효과 없다고 다들 욕하는데, 다 집 없는 사람들이 욕하지 집 있는 사람들은 집값 올려 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면서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한 것도 집값을 죄다 올려 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런 까닭에 부동산 거래도 도박하듯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5일 16억 2100만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96㎡는 6·17 대책에서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20일 18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2주 만에 2억 59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대책 발표 전에 이 집을 판 사람은 2억 5900만원의 차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고 산 사람은 2억 5900만원을 번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을 과거 시세로 되돌려 놓겠다는 정부의 목표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또 정부가 집값이 한참 오르고 난 뒤에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쏟아내는 이유가 문제 발생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특성 때문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경 35조원이 시장에 풀려 낙수 효과가 난다면 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연료를 공급하면서 뜨겁지 않길 바라선 안 된다”면서 “물가가 오르듯이 전 세계 집값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수정해야 하고 부동산 대책도 상승 폭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올 여름 몸과 마음 치유할 제주 웰니스 관광지를 아시나요?

    올 여름 몸과 마음 치유할 제주 웰니스 관광지를 아시나요?

    제주관광공사는 올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제주 웰니스 관광지 15곳을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웰니스란 ‘Well-being’과 ‘Happiness’,‘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뜻한다. 이번에 선정된 웰니스관광지는 ‘자연·숲 치유’,‘힐링·명상’,‘뷰티·스파’,‘만남·즐김’ 등 크게 4개 주제로 구성된 15곳의 관광지다. ‘자연·숲 치유’ 분야에서는 한남 머체왓 숲길,비체올린,파파빌레,붉은 오름자연휴양림,관음사야영장이,‘힐링·명상’ 분야에서는 제주힐링명상센터,물뫼힐링팜,취다선리조트,제주통나무휴양펜션 등이 선정됐다. ‘뷰티·스파’ 분야에서는 WE호텔 웰니스센터,환상숲곶자왈담앙족욕,씨에스호텔프라이빗스파,‘만남·즐김’ 분야에서는 가뫼물,수목원테마파크(수목원 야시장길 & LED 공원),옷귀 편백숲 승마 등이 뽑혔다. 공사는 주제별로 부합하는 관광자원 및 시설 등을 공개 모집한 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 공사 관계자는 “제주를 여행할 때에는 마스크 착용 등 배려하는 여행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메멘토 모리] 한국 조선의 기틀 다진 한종서 형 영전에-황성혁 대표

    [메멘토 모리] 한국 조선의 기틀 다진 한종서 형 영전에-황성혁 대표

    한국 조선산업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한종서 씨가 지난 6일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8일 서울 소망교회에 영면했다. 고인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불모지나 다름없던 조선산업의 기틀을 단단히 세웠지만 그 흔한 부음 하나 일간지에 실리지 않았다. 근대화를 일군 중심 인물로서 고인의 영면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인과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함께 했고 50년을 사수(射手)로 대했던 황성혁(81) 황화상사 대표(현대중공업 전무 역임)가 12일 아시아엔에 올린 기사를 정리하고 황 대표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선박 판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사(造船史)를 기술한 자서전 ‘넘지 못할 벽은 없다’(이앤비플러스·2010년)를 펴내기도 했다. 1989년 선박 판매 담당 전무를 끝으로 현대중공업을 퇴사한 그는 이듬해 세운 황화상사의 대표가 돼 지금까지 선박 중개업을 하고 있다.한종서(韓鍾瑞) 형이 떠난다. 오랫동안 지닌 무겁고 고된 육신의 덫을 벗어 던지고 밝고 가벼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형의 떠남이 슬프지만은 않다. 따뜻하고 편안한 나라에 자리잡을 축복 받은 영혼을 생각하며 우리 마음은 도리어 가볍다. 1972년 가을 영국 런던지점에서 형과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새로 탄생한 조선소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이었다. 런던지점은 조선소의 심장이었다. 선박 영업과 기술 도입 업무를 형이 맡고 있었다. 그 뒤 50여년 난 형을 따라 다니는 조수였다. 일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형은 이끄는 사수였다. 일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던 시절, 잠자는 동안에도 일을 꿈꾸던 시절,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그나마 일의 결말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종서 형은 미숙한 조수를 끌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냈다. 조선소의 산적한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의 시발점으로 중심을 잡고 묵묵히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조선소의 첫 작품 ‘어틀랜틱 바론’을 시작할 때 선주의 기술 대표이자 천하의 고집쟁이 아나스타소폴루스를 입을 다물게 하는 잠재우는 사람은 종서 형뿐이었다. 아나스타소폴루스는 자신의 말을 주워 담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모든 펌프는 청동으로 만드는 거야.” “스페어가 없는 기계는 기계가 아니야.” “내 말을 그르다고 하는 자는 엔지니어가 아니야.”라고 내뱉으면 경전처럼 떠받들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종서 형이 그와 다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건너다보기만 했다. 그는 떠들다 제풀에 지쳐 종서 형이 제시한 타협안을 받아들이곤 했다. 다섯 차례나 수정해 나온 마지막 사양서(仕樣書)가 누더기가 되지 않고 조선 기술의 전범이 된 것은 형의 넉넉한 인품이 빚은 결과였다. 조선소가 고용한 외국인 기술자들도 다루기 힘든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비뚤어진 결기도 결국 종서 형의 넓은 마음과 따뜻한 손으로 다스려졌다. 모든 기술자, 모든 선주 감독관들이 제각각의 취향에 맞게 기관실의 열 평형(Heat Balance)를 맞추려고 했는데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었지만 결국 종서 형의 손길 아래 가지런하게 됐다. 내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종서 형의 조수가 됐다고 서울대 기계학과 동기인 최해복 형에게 말했더니 “종서가 거기 갔어? 그 회사가 복덩이를 잡았구먼. 그러면 현대조선은 되는 회사야. 그 친구는 무엇이든 제대로 되게 하는 재목이니까. 너도 큰 행운을 잡았어. 종서를 도와 열심히 해봐. 좋은 일을 이루게 될 거야”란 말을 들려줬다. 조선소 시작할 때 정주영 회장의 막막한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의논할 사람도 참고할 문헌도 없었다. 하지만 조용하고 느긋하며 영어에 통달하고 설득력 있는 종서 형이 있었다. 사리에 밝고 사심 없는 종서 형이 뒤를 지켜 정주영 회장의 마음을 안온하게 했다고 난 지금도 믿는다. 그런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정 회장이 1970년대 중반 종서 형이 허리 디스크로 얼마간 입원해야 한다고 하자 당황해 하던 모습을 지금도 난 생생하게 기억한다. 톱니바퀴마냥 일이 굴러가는 중에도 형은 가끔 느닷없는 일탈로 사소한 행복을 만들곤 했다. 일요일 아침 종서 형은 정 전 명예회장이 늘 걸치던 암청색 현대건설 점퍼를 걸치고 나와 함께 옥스퍼드 거리로 나섰다. 보슬비를 맞으며 거리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불타는 청춘을 비쳐 보며, 잘 생긴 경찰관과 일부러 걸음을 맞춰 걷기도 했다. 점심시간 짬을 내 옥스포드 거리가 끝나는 곳에서 하이드파크의 유명한 연설자의 광장에 들어서 청중 가운데 한 명이 돼 가끔 ‘옳소’를 외치기도 했다. 서펜타인 호수는 비 오는 날에도 아름다웠다. 백조 먹으라고 빵 몇 조각 던지면 오리 떼들이 덤벼 들어 먹어치우거나 참새떼들의 잔치가 됐다. 형은 늘 여유 넘치고 올곧았다. 70년대 후반 종서 형은 산업 플랜트 쪽으로 옮겨 가 현대중공업에 또하나 새로운 기틀을 만들었다. 혼자 남은 난 선박 영업에 부대낄 때마다 ‘종서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지침으로 삼았다. 1989년 말 내가 회사에 사표를 내자 종서 형은 탄식했다. “탐욕 때문에 재목이 찌꺼기가 되려는구나.” 그러나 난 옛날 사수를 잘 모신 덕에 지금도 찌꺼기는 면했다고 자신하고 앞으로도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내 고단한 육신마저 털어버리고 영혼이 맑고 가벼워졌을 때 형과 복사꽃 만발한 은하수 가에서 만날까? 하이드파크의 작은 연단 위에 올라가 우주론을 한바탕 늘어놓아 볼까? 무지개 걸리면 미끄럼 타듯 올라 앉아 성좌와 성운 사이를 넘나들어 볼까? 그때까지 편히 쉬세요. 종서 형.정리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삼국시대 국력이 가장 약했던 신라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세 가지 보물이 있었다. 황룡사 장육존상과 진평왕의 옥대 그리고 황룡사 9층탑이니, 두 가지나 가진 황룡사야말로 국보 중 국보였다. 경주의 황룡사는 진흥왕이 시작해 선덕여왕까지 90여년 동안 건설한 신라 최대의 국가적 사찰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세 나라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던 전란의 시대였다.●황룡사의 정치사 “553년 월성 동쪽에 새로운 궁궐을 짓게 했는데 그곳에 황룡이 나타났다. (진흥)왕이 기이하게 여겨 계획을 바꾸어 절로 만들고 황룡사라 했다.” 사실만을 다루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후일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세울 때도 용 9마리가 방해했다니 용은 과연 누구인가. 용의 출현을 기존 귀족들의 반발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귀족들의 연합체로 출발한 세 나라에서 왕권이 귀족권을 제압해 가는 과정이 바로 고대국가 형성 역사였다. 불교는 왕권 강화를 위한 강력한 문화적, 사상적 수단이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왕실은 4세기에 불교를 수입해 왕권 강화와 고대국가 성립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반면 신라는 150여년 늦은 527년 법흥왕 대에 불교를 공인했다. 여전히 귀족의 세력이 강했고 왕권 확립은 더뎠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24대 진흥왕(534~576·재위 540~576)은 신라의 기틀을 다졌다. 543년 한강 유역에 진출하고 이듬해 국가의 운명을 건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 성왕을 전사시키는 대승을 거두었다. 동시에 대내적 왕권 강화를 위해 새 왕궁을 건설하려다, 여전히 유력한 귀족들의 반발에 국찰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574년 철 5만 7000근으로 황룡사 장육존상을 주조하고 금 3만푼으로 도금했다. 800여년 전 인도의 아소카 대왕이 이 재료들을 배에 실어 보낸 것이라는 전설 같은 여론도 조성했다. 진흥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전륜성왕이 됐고 황룡사는 왕권에 신성함까지 더해주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26대 진평왕은 아예 “왕이 곧 부처”라는 신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은 석가의 부친이고 왕비는 생모인 마야부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부처가 될 왕자가 없어 덕만공주를 후계로 삼았으니, 최초의 여왕인 27대 선덕여왕(재위 632~647)이다. 재위 16년간은 불안과 위기의 시간이었다. 여왕은 칠숙의 난 직후에 즉위해 상대등 비담의 난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대야성 전투 때 백제에 패해 40여개 성을 잃었고 당나라 편을 들어 3만 대군을 고구려에 출병했으나 큰 손실로 민심을 잃었다. 당대 영웅인 고구려 연개소문이나 당 태종은 도움 요청을 “여자가 왕이라서…” 하며 국제적으로 무시했다. 흔들리는 왕권을 지켜준 것은 김춘추의 정치력과 김유신의 군사력, 그리고 자장율사의 종교적 힘이었다. 여왕과 사촌 간인 자장은 불사리를 봉안한 사탑 10여곳을 건설하고 승려 등록제를 시행해 교단을 장악했으며 중국식 관복을 도입해 관료 사회를 조직화했다. 643년 황룡사에 9층탑을 건설하면 주변국들이 여왕을 받들 것이라고 왕실을 설득했다. 그러나 후진국 신라에는 초고층 목조건축을 건설할 능력도 자원도 없었다. 적국인 백제에 비단과 보물을 싸들고 가 도움을 청했다. 그 직전 미륵사 목탑을 완공한 백제는 건축가 아비지와 200여명의 기술자를 파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 최고의 랜드마크인 황룡사 9층탑이 탄생했다. ●궁궐에서 사찰로, 폐허로 수십 년간 발굴 조사 결과 가람은 3단계에 걸쳐 발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건가람 때부터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나란히 세웠다. 3금당 사이에 남북 익랑을 설치해 3개의 마당을 구획했다. 장수왕이 건설한 고구려의 안학궁과 같이 확연한 궁궐 형식이었다. 거의 완공 단계였던 새 왕궁은 사찰로 용도를 바꾸면서 익랑을 철거해 큰 하나의 마당에 3개의 금당만이 나란하게 됐다. 선덕여왕이 9층 목탑을 세워 중건가람을 완성했다. 창건가람은 중금당에 봉안한 장육존상이 중심이었다면, 중건가람은 단연 거대한 9층탑이 중심이 됐다. 신라 말로 추정되는 최종가람은 경루와 종루를 설치하고 남행랑을 연장해 사역을 확대했다. 황룡사는 동서 288m, 남북 281m, 2만 5000여평의 거대한 대지 위에 자리했다. 외곽으로 담장을 두르고 중심 영역에는 회랑을 둘렀다. 남북 중심축 위에 남문, 중문, 9층탑, 중금당, 강당을 일렬로 세웠다.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두었고 동서금당 앞쪽엔 경루와 종루를 세웠다. 회랑 바깥과 외곽 담장 사이에는 승방과 부속 생활시설의 터들이 남아 있다. 황룡사는 1238년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이 불태워 폐허로 남았다. 그러나 폐허의 규모만 봐도 대단했던 그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중금당은 9×4칸의 몸채에 사방으로 한 칸씩 처마 공간을 덧붙인 특이한 건물이었다. 내부 면적 420평, 2층 내지는 3층의 초대형 건물이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장육존상을 봉안했던 큰 대좌석들이 남아 있다. 불상 키가 1장 6척이었다니 5m에 가까웠고 실내 높이는 그 두 배로 추정한다. 동금당은 9×6칸, 서금당은 7×4칸으로 크기가 서로 다르다. 다른 시기에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상 대좌가 없어 확실한 기능도 추정하기 어렵다. 경루와 종루는 각각 5×5칸의 정사각형 건물로, 신라 사찰 특유의 유형이다. 종루에는 754년 제작한 대종이 걸려 있었다. 현존하는 성덕대왕신종의 4배 크기였다고 한다. 몽골군이 이 종을 탈취해 토함산 너머로 운반하다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대종천이라는 하천에서 때때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9층탑, 정치적 상징에서 도시적 상징으로 황룡사 9층탑의 높이는 225자, 건립 당시의 고려 척으로 환산하면 80여m에 달한다. 보통 아파트 27층 높이다.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최고 높이의 목조 건물이었다. 현존하는 중국 잉셴의 불궁사 5층탑은 67m, 일본 최고인 토지 목탑도 55m, 한국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은 23m에 불과하다. 아무리 큰 황룡사라 하지만 사찰 안에 품기에는 높아도 너무 높았다.촌락 연합체였던 사로국이 고대국가 신라로 성장하면서 기존 경주의 도시구조도 재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른바 방리제의 시행이었다. ‘방’이란 바둑판같이 구획한 도시 블록이고 ‘리’란 방 외곽의 자연부락이다. 법흥왕은 흥륜사를 1방의 크기로 창건했고 이를 기준으로 방들을 확대해 나갔다. 진흥왕은 4개의 방을 합쳐 황룡사 터를 조성했고 그 남쪽 변에 50m 폭의 동서간선로를 개설했다. 단순한 국찰의 조성이 아니라 왕권 강화, 불교 진흥, 도시 정비 등 다목적 포석이었다. 선덕여왕은 여기에 더해 9층탑을 세웠다. 자장은 탑을 세우면 9개 나라가 복속할 것이라 유혹했다. 일본, 중국, 오월, 탐라, 백제, 말갈, 거란, 여진, 고구려 등 모든 주변국이었다. 물론 취약한 왕권을 보완할 내부 통합용이자 대외 과시용이었다.9층탑 건립 이후로 신라는 삼한 통일을 이루었고 경주는 유수한 국제도시로 발전했다. 전성기였던 8~9세기에 경주는 17만 8936호, 인구 90만명에 육박했다. 1360방과 55리의 행정구역을 가진 초거대 도시였다. 9층탑은 경주를 에워싸는 4개의 산인 소금강산, 명활산, 남산, 선도산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위치로나 높이로나 명실상부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정치적 상징물로 탄생했지만 도시적 상징, 국가적 상징으로 성장한 것이다.신라인들은 또 하나의 9층탑을 경주 남산 탑골 바위에 새겨 두었다. 가운데 높은 심주, 지붕 꼭대기 상륜부, 각층 처마 끝에 달린 풍경까지 목탑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현재의 경주인들도 사라진 이 탑을 여전히 도시의 상징으로 여긴다. 황룡사가 사라진 지 800여년이 지난 지금, 복원 논쟁이 뜨거운 이유다. 세계 최고의 목탑을 복원한다면 국제적인 명소가 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반대 의견도 강하다. 지상 구조를 유추할 물증이 없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며 제자리 복원은 그나마 남은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다. 아직 결론은 없고 연구만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유사 9층탑들이 세워졌다. 기업연수원인 황룡원에 세운 중도타워는 강철제 9층탑이다. 경주엑스포공원의 경주타워는 강철구조물 안에 9층탑 실루엣을 음각으로 파낸 모습이다. 황룡사 9층탑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이다.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집값 버금가는 전셋값으로 분양대금… ‘청약광풍’ 이유 있었네

    집값 버금가는 전셋값으로 분양대금… ‘청약광풍’ 이유 있었네

    “대출 규제에도 전세금 활용해 자금 조달”전셋값이 서울 새 아파트 분양대금의 86%까지 오르면서 분양받는 사람들의 주요 대금 지불 수단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말해 일단 청약만 당첨되면 추후 높은 전셋값을 받아 새 아파트를 산다는 얘기다. 최근 유례없이 청약광풍이 이는 배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직방이 올해 기준 입주 1년 미만의 신축 아파트를 상대로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조사했더니 전국 76.6%, 서울 86.3%, 인천·경기 76.4%, 지방 73.3%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인 2018년보다 전국 7.1% 포인트, 서울 1.7% 포인트, 인천·경기 5.8% 포인트, 지방 6.8% 포인트 각각 상승한 수치다. 특히 서울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 안팎인 기존 아파트보다 29.6% 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래된 주택을 사려면 절반은 자기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청약시장에서는 전세금으로 대부분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청약 시장의 호황은 분양 이후 발생하는 시세 차익과 신축 아파트 선호뿐 아니라 전세를 활용한 자금 조달의 수월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아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이라 거주 의무기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역사는 참 신기한 현상이다. 역사는 학문의 영역이고, 때로는 수많은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의 기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는 역사를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교리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교훈을 얻으려고 역사에 접근하고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쓴다. 역사는 인류의 제일 큰 사회적 실험실이다. 그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를 감정이나 정체성, 신념에서 벗어나 분석하면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이렇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다. 한국 TV에 자주 출연한 한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단군신화’에서 멈추게 됐다. 그 외국인 친구가 단군신화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친구는 모른다고 시인했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고, 한국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어떻게 단군신화를 모를 수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어학당 다닐 때도 안 배웠어? 나는 단군신화를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운 거 아니야. 난 어학당에서 배웠어. 4급 때는 가르치던데? 넌 6급 졸업한 거 아니었어?” “응, 4급이나 5급 때 그런 거 배운 적이 없어. 우리 교과서가 다른가 봐.” 이 친구가 진짜로 단군신화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바로 설명했다. 일단은 단군신화를 요약했다. 환인과 환웅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서 단군의 탄생을 서술하고, 아사달에서 건국됐다고 하는 고조선의 배경을 알려 줬다. 물론 그 친구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어디에 쓰여 있어?” “단군에 대한 언급은 ‘삼국유사’, ‘제왕운기’, ‘세종실록’ 그리고 ‘동국통감 외기’ 같은 문서에 있는데, 단군신화가 제일 이쁘게 나온 대표적인 문서는 일연 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야.” 그다음 대화는 왜 일연 스님이 갑자기 삼국유사를 집필했는지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외국인 관점에서는 당시에 유력한 종교의 스님이 불교적 교리와 어긋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보니까 대화의 주제가 몽골 제국의 한반도 침략 및 고려시대가 돼 버렸다. 몽골 지배하에서 지식인들이 종교보다는 민족적인 감정이 강해져서 삼국유사 같은 책이 나오게 됐다. 신기한 것은 삼국유사가 몽골 침략이 끝나고 나서 살짝 잊혀졌다가 조선시대 말에 다시 한번 크게 관심받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시대 말에는 주권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그 당시에 탄생한 신흥 종교 대종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홍익대학교, 단국대학교 그리고 경희대학교의 성립 배경을 이야기했다. 다음에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된 역사적 흐름을 말해 주니까 그 친구의 눈이 좀 커졌다. 단군신화 하나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물론 나는 단군신화에 속 이야기를 믿지는 않는다. 무슨 곰이 4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참았다고 여성으로 변신해서 한국 여성의 조상이 됐겠는가.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 동굴에서 여성으로 변신한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군신화가 성경이나 불경 같은 신성한 종교적인 문서는 아니지만, 한국의 공동체를 하나의 국민으로 묶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론은 한국에서 살려고 결심한 외국인은 한국어만큼 한국인을 구성하는 정신적인 요소인 역사나 신화 등을 알아야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의 어학당이나 한국어 교육을 하는 장소들에서 언어 교육 속에 한국의 신화와 역사를 녹여서 교육해야 한다.
  • [금융상품] 메리츠증권 ‘메리츠펀드마스터 랩’

    [금융상품] 메리츠증권 ‘메리츠펀드마스터 랩’

    메리츠증권은 국내·외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메리츠펀드마스터 랩(Wrap)’을 선보였다. 메리츠펀드마스터 랩은 펀드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펀드를 언제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전문가들이 직접 펀드를 고르고 운용하는 랩어카운트다. 이 랩 서비스는 메리츠증권의 리서치센터와 상품부서가 협업해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서치센터는 글로벌 경기와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 유망한 자산과 국가 등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한다. 그리고 펀드 전문가들이 운용성과와 철학이 우수한 펀드를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후 시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최소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이며 적립식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계약기간은 1년이나 중도해지가 가능하고, 해지 시 별도수수료가 없다. 또한 매 분기 운용보고서를 통해 현재 운용상태와 향후 운용 전략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입과 문의는 메리츠증권 영업점 또는 고객지원센터(1588-3400)를 통해 가능하며 가입 후 홈페이지, HTS, MTS에서도 계좌 조회가 가능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日연예인들 “아베, 나라 망치지 말라” 말했다가 비난·협박 시달려

    日연예인들 “아베, 나라 망치지 말라” 말했다가 비난·협박 시달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자신의 측근을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꼼수를 쓰고 있는 데 대해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인터넷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에 대한 우익인사들의 비방과 협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정권의 무리한 검찰청법 개정 추진에 반발하는 국민들의 저항운동이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검사장의 정년을 기존의 만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이번 법률 개정은 아베 총리가 자신과 가까운 올해 63세의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앉히려는 흑막에서 비롯된 것이다.이에 지난 9일부터 트위터에서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는 내용의 해시태그 동조 캠페인이 확산돼 그동안 5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특히 배우 이우라 아라타, 아사노 다다노부, 시로타 유, 아키모토 사야카를 비롯해 가수 미즈노 요시키, 연출가 미야모토 아몬, 개그맨 간다 신이치로, 만화가 우미노 지카 등 대중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우라는 ‘이제 더 이상 자기 보신을 위해 법률도 정치도 멋대로 왜곡하지 마세요. 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마세요’라고 아베 총리를 맹비난했다. 시로타는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한 뒤에 순서에 따라 시간을 두고 결정하지 않으시렵니까.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와 같은 찬사가 잇따르는 반면 우익성향의 인사들로부터 격렬한 비방이나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이우라에 대해서는 ‘나쁜 말 하지 마세요. 일거리 사라집니다’, 가수 겸 배우 고이즈미 교코에게는 ‘음울하네. 노래도 별로 못하면서 입 좀 다물고 있으면 좋겠는데’ 등 비방이 쏟아졌다. 만화가 오와라 스미토에 대해서는 ‘다음은 오와라를 박살내자’라는 댓글이 붙었다. 이에 오와라는 ‘지금 나를 지명해서 박살낸다고 했는데, 이거 협박인 거죠?’라고 받아쳤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임학정 PB의 생활 속 재테크] 비대면 확산… 코스닥 인덱스펀드 비중 높여 볼만

    [임학정 PB의 생활 속 재테크] 비대면 확산… 코스닥 인덱스펀드 비중 높여 볼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은 극도의 공포심에 짓눌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으로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은 연일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반등에 성공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더 강세를 보여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상승 요인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몰고 온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내놓은 유동성 확대 정책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까지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유동성 확대 정책의 효과는 달콤했고, 상승 장세에 들뜬 시장 참여자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부정적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 경기지표의 추락과 기업들의 이익 둔화는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세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낙관론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둔화와 취업자 감소를 비롯해 코로나19로 꺾인 경제 지표가 반등하기까지 최소 1~2년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기본에 충실한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면서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중장기적 투자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 유동성에 기반한 상승장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이 긴축 정책으로 선회해 자금을 거둬들이는 시점이 오면 옥석 가리기로 우량 기업만 살아남고 그러지 못한 종목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자상거래와 핀테크(금융+기술),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관련 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직접 투자를 선호한다면 관련 수혜주를 사는 걸 추천한다. 투자 상품으로는 인덱스펀드가 유망하다. 그중에서도 바이오 관련 주와 기술주에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 인덱스펀드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좋다.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면서도 증시 상승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분할 매매나 목표전환형 상품 투자도 고려할 만하 다. 해외 투자는 안정적인 배당 능력을 보유한 대형주 위주로 사야 한다. 직접 투자도 좋지만 이런 운용 전략을 갖고 있는 펀드를 골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순천지점 영업팀장
  •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멀찌감치 떨어져 티어가르텐을 품다… 호수 위 나뭇잎 소리에 취해 노를 젓다… 신선한 공기 한 줌·따스한 햇살에 감사할 줄이야… 새로운 일상과 삶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일까요. 요즘 외지에서 살아 보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서울신문은 뒤늦게 만난 ‘뜻밖의’ 연인을 따라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간 이동미 여행작가와 함께 ‘베를리너로 살기’를 연재합니다. 베를린은 살아 보기 좋은 도시입니다. 물가가 싸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넘어온 젊은이들이 베를린에 모여 사는 이유일 겁니다. 흔히 뉴욕이 미국이 아니듯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라고들 하지요. 이 작가는 앞으로 3주에 한 번씩 베를린에서 이웃 도시와 이웃 나라를 오가며 새로운 일상과 영감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베를리너들의 유별난 사랑을 받는 공원으로 가 봤다. 모두가 그곳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제재) 두 달째. 독일 베를린은 3월 초 한 유명 클럽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국이 신천지가 문제였다면, 베를린은 테크노 문화의 성지답게 클럽이 진원지가 됐다. 가장 먼저 폐쇄 조치를 당한 곳도 바와 클럽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생필품을 사야 하는 슈퍼마켓과 약국만 갈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는 외출을 하려면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조깅도 한 시간 내로 제한한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베를린은 유럽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조깅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고 한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1.5m 간격을 유지하면 지인 한 명과 함께 걷거나 공원 벤치에 앉을 수 있다(3인 이상은 금지). 이런 방침도 초반엔 혼선이 많았다. 공원 벤치에 앉는 건 괜찮지만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건 안 되고, 공원을 걷는 건 괜찮지만 잔디밭에 앉을 수는 없었다. 일주일쯤 뒤엔 방침이 또 바뀌었다. 잔디에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 앉는 게 가능해졌다. 단 사람들과의 거리를 5m 간격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각자의 방법으로 이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렇게라도 밖에 나갈 수 있고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쬘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은 큰 불만 없이 시의 방침을 잘 따랐다. 최근 메르켈 총리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따라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의료시설의 부족난을 겪지 않고 낮은 곡선 만들기에 성공한 독일은 최근 록다운 체제에서 조금씩 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작은 숍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완전히 영업을 중단했던 레스토랑도 지금은 배달과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이 규제화됐다. 그래도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고 되도록이면 집에 있어야 하는 건 똑같다. 이런 와중에 날씨는 눈치도 없이 왜 이렇게 좋은지. 4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화창한 날씨가 한 달 내내 계속됐다. 날이 좋아서 공원으로 매일 출근 중이다. 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베를리너들의 극진한 공원 사랑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공원뿐 아니라 강, 호수, 숲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갈 데라곤 공원밖에 없는 것처럼 항상 나와 앉아 있다. 맥주 한 병 들고 혹은 와인을 나눠 마시며 기나긴 오후를 베를리너답게 보낸다. 며칠 전 박물관 섬 근처의 대형 아시아 마켓에 한국 식재료를 사러 갔다가 잠시 주변을 산책했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번화가는 문 닫은 빌딩들로 삭막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더 그랬다. 하지만 베를리너 돔 앞으로 걸어가니 넓은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명소가 건너다보이는 몽비주 공원에도 사람이 많았다. 한국의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의 베를린 편에 버스킹 장소로 나왔던 곳이다. 여름에는 모래사장이 깔린 비치 바가 들어서고, 웃통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늘 관광객이 많아서 공원이라기보단 내겐 한강 잔디밭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숲을 방불케 하는 큰 나무와 자연으로 둘러싸인 베를린의 진짜 공원을 만나면 그 매력에 곧 빠져들게 된다.●베를린의 녹색 심장, 티어가르텐 베를린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2500개 있다. 베를린을 처음 오는 여행자라면 도시 중심부에 있는 티어가르텐을 가장 먼저 들르게 될 것이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듯이 베를린에는 티어가르텐 공원이 있다.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됐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공원 크기만 63만여평에 달한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전승기념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거대한 브로콜리처럼 뻗어 있는 티어가르텐의 방대한 숲을 볼 수 있다. 도시는 그 평평한 숲 너머에서 경계를 이룬다. 이 전승기념탑을 중심으로 동쪽 끝으로 가면 브란덴부르크 문이, 서쪽 끝으로 가면 샤를로텐부르크궁이 나온다. 북쪽에는 대통령 관저인 벨뷔궁전이 있고 남쪽으로 가면 동물원과 포츠다머 플라츠로 갈라진다. 베를린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모두 티어가르텐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한번 걷기 시작하면 2시간은 거뜬히 걸린다. 많은 조각상과 작은 연못들, 잘 정돈된 잔디가 펼쳐지는가 하면 거대한 나무기둥이 도열한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공원 안에서 유난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도 있다. 배를 탈 수 있는 호수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비어가든, ‘카페 노이암제’이다. 여름이면 이 비어가든에는 거의 빈자리가 없다. 호수에서는 배도 빌려 탈 수 있다. 베를린에 사는 한 친구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마다 무조건 이곳으로 데려와 노를 젓게 한다. 베를린 초보 여행자들은 처음엔 어디로 배를 몰아야 할지 갈팡질팡하지만 양팔 뻐근하게 노를 젓다 보면 티어가르텐 호수의 매력에 끌려들어 간다. “베를린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 물으면 의외로 친구들은 이 호수에서 나뭇잎 소리를 듣고 노 젓던 시간을 고백한다. 바쁜 일상을 잊고 초록에 둘러싸여 있던, 그 평화로운 시간에 모두가 위로받고 갔다. 몇 해 전 취재차 베를린에 왔을 땐 티어가르텐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최고급 빈티지 가구와 디자인으로 꾸며진 다스 스투에 호텔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티크 호텔로 꼽히는 그곳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방은 동물원이 보이는 방이다. 내 방에선 기린이 보였다. 사람들은 동물이 보이는 전망을 갖기 위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한다. 그러곤 깨닫겠지. 막상 발코니에 앉으면 동물원에서 풍겨 나오는 똥 냄새 때문에 10분도 앉아 있기 힘들다는 걸. 하지만 피곤한 불평 대신 모두가 웃어넘길 수 있다. 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일어나자마자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들어가 걸었던 이른 아침이다. 고요하고 신비로운 아침 햇살에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티어가르텐에 산다는 야생 여우를 만날 것 같은, 그런 아침이었다. “알렉산더 플라츠에 여우가 나타났대.”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읽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도로에 차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집에 갇히자 베를린에선 야생 여우들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실 베를린의 공원에는 여우와 멧돼지, 토끼 등 꽤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한밤중에 클러버들이 동네 거리에서 여우를 마주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크로이츠베르크에 사는 한 남자는 동네 이웃처럼 종종 마주치는 여우가 있는데, 전에는 멀리 피해서 돌아가던 그 여우가 요즘은 그냥 자기 앞을 가로질러 간다는 내용으로 신문 인터뷰를 했다. 코로나 시대에 인간들이 사라지자 텅 빈 도시를 되찾은 건 야생 동물이었다.●무너진 베를린 장벽 아래 생긴 마우어파크 티어가르텐과 함께 베를린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공원은 마우어파크다. 여행자에게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도 크지만 단순하게 중고 물건만 사고파는 게 아니라 많은 거리 공연과 버스킹이 펼쳐지고 다양한 먹거리 포장마차가 생겨 즐겁다. ‘가라오케 쇼’라고 부르는 노래공연 대회도 유명하다. 원형의 야외무대에서 저마다 노래자랑을 하는 건데, 베를린 특유의 자유로움과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일요일의 축제장 같은 이 벼룩시장도 지금은 두 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마우어 장벽에 새로운 그래피티를 그리는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열심이다. 빠른 주기로 작가들이 그림을 지우고 덧그리기 때문에 이곳의 그래피티는 유독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화장지를 들고 있는 골룸 그림만은 코로나 시간과 함께 아직 남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 벽에 무엇을 제일 먼저 그리게 될까. 28년 동안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었고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한동안 버려져 있던 이곳은 1994년에 시민들의 공원으로 완성됐다. 남아 있는 장벽 아래의 넓은 언덕 기슭에는 이제 사람들이 앉아 해를 쬔다. 젊은 가족이 많이 사는 프란즐러베르크 동네의 친근한 공원답게 작은 동물 농장과 놀이터,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인공 암벽 등도 있다.●버려진 폐공항을 그대로, 템펠호프 공원 “어라? 이곳이 공원이라고?” 별다른 정보 없이 템펠호프 공원에 도착한다면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될 것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공원 같지 않은 공원, 어쩌면 가장 아름답지 않은 공원에 꼽힐 이곳은 그러나 베를린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지켜낸, 가장 베를린스러운 공원이기도 하다. 템펠호프는 2008년까지 군용 공항으로 쓰이다가 2010년 시민들의 공원으로 개방됐다. 베를린시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시민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초기 정책과 달리 실제 계획안에는 적정 주택이 터무니없이 적었고, 책정된 임대료도 평균보다 높았다. 시민들은 적극적인 투표로 정부 개발을 무산시키고 공원으로 지켰다. 공원이 됐다고 해서 새로 만들거나 고친 것도 없었다. 활주로도 기존 공항의 것 그대로이고 관제탑 같은 건물도 그대로 남았다. 360도로 탁 트인 사방으로는 높은 건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 더 낯설고 광활하다. 시민들은 이 활주로에서 자전거도 타고, 카이트서핑도 하고, 풀숲에 들어가 명상도 한다. 이 못생긴 공원이 매력적인 건 특별한 건축 시도나 디자인 없이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다하고 있다는 것. 개발하지 않고 남겨둔 곳, 템펠호프는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공원이 됐다.●노이쾰른의 숨어 있는 귀족 정원, 쾨너파크 베를린의 홍대 같은 동네인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노이쾰른이 나온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집값 싼 동네를 찾아 처음 미테에서 크로이츠베르크로,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밀려난 곳이 노이쾰른이다. 베를린 중심지보다 치안이 안 좋다고는 해도, 노이쾰른만큼 요즘 베를린을 잘 보여주는 핫한 동네도 없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체 못 하는 끼를 발산하고, 숨은 클럽과 바가 모여 있으며, 온갖 그래피티와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이런 거침없는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노이쾰른 땅 7m 아래에는 시간을 초월한 궁전식 공원이 숨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공원이라 불리는, 쾨너파크다. 노이쾰른에 살지 않는 이상 현지인도 잘 모르는 이 땅 밑 공원에는 프랑스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분수대, 잘 가꾼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공원이 되기 오래전 이 지하는 커다란 자갈 구덩이 밭이었다. 당시 땅의 주인이었던 프란츠 쾨너가 자신의 성을 후대 공원 이름에 넣는 것을 조건으로 시에 넘겨주었고, 당대의 유명 건축가가 네오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이곳을 완성했다. 공원으로 내려가면 삼면이 거대한 옹벽으로 돼 있어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베르사유궁의 미니 정원을 걷는 듯한 우아함도 느낄 수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은 샤를로텐부르크성 앞에 있지만, 노이쾰른의 이 느닷없는 지하 정원에서 훨씬 더 신화적이고 은밀한 시간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오늘도 가까운 공원에 나와 앉아 있다. 베를린의 공원에서만큼은 코로나19로 닫혀버린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dongmi01@gmail.com
  • 수도권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 3~5년 거주 의무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해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에 3∼5년 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5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기존엔 공공분양 주택에 거주 의무가 부여된 곳은 수도권 주택지구 중 전체 개발 면적의 5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조성된 택지이거나 전체 면적이 30만㎡ 이상인 대형 택지였다. 개정법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모든 공공분양 아파트로 의무 거주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의무 거주 기간은 분양가가 인근 지역 주택가격의 80% 미만이면 5년, 80∼100%면 3년이다. 공공분양 주택 청약자가 거주 의무를 위반하거나 전매제한 기간에 생업 등 불가피한 사유로 전매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공급자가 되산다. 현행법은 거주 의무를 어긴 공공분양주택 입주자의 환매 요청은 의무화하면서도 사업시행자에게 이를 되사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은 입주자가 적발돼도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팔아 불이익을 피하는 사례가 있었다. 집을 환매하면 입주자는 입주금과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산한 금액만 받아 시세 차익을 포기해야 한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30살 국회의원 ‘세계 최초 금뱃지 언박싱 방송’에 세금낭비 비난

    30살 국회의원 ‘세계 최초 금뱃지 언박싱 방송’에 세금낭비 비난

    지난 1월 19일 1987년생 신지혜씨, 1990년생 용혜인씨, 1994년생 신민주씨 등 평균나이 28세인 세 여성이 창당한 기본소득당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용씨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전 노동당 대표인 용씨는 2019년 노동당에서 탈당했으며,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았다. 기본소득당은 당 이름대로 국민 기본 소득 월 60만원을 지원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창당 목표다. 당원은 약 1만 8000여명이 모였고 80% 이상이 10대와 20대였다. 용씨는 “국회의원 등록을 하고 금뱃지를 받았다”며 유튜브를 통해 당선증과 금뱃지를 소개했다. 이어 ‘세계 최초 금뱃지 언박싱 방송’이라고 강조하며 자석으로 옷에 다는 방식인 금뱃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언박싱이란 유튜버들이 명품이나 고가의 전자제품, 장난감 등의 포장을 뜯어 자세히 소개하는 방송을 가리킨다. 용씨는 금뱃지를 잃어버리면 3만 8000원을 내고 다시 사야한다며, 중고나라에서 10만원에 팔라는 한 댓글에 대해 “신박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용씨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탈퇴해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할 예정이다. 그는 “기본소득당이 주장하는 바를 지역구에 후보를 배출한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에 잘 전달하는 것이 선거 목표였다”며 “앞으로 기본소득당에 복당해 세 명이 함께 어떤 성과들을 만들어 나갈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금뱃지 언박싱’ 유튜브 방송에 대해 국회의원 뱃지는 악세사리나 상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격도 없는 인간이 어부지리로 국회의원되더니 이딴 방송이나 찍는다”며 세금낭비란 부정적 댓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라이드온] 색상부터 엔진까지 수백 가지 G80… ‘나만의 프리미엄’을 타다

    [라이드온] 색상부터 엔진까지 수백 가지 G80… ‘나만의 프리미엄’을 타다

    서브웨이서 샌드위치 주문하듯 조합 16가지 외장색부터 다양한 선택 가능 ‘깡통차’ 5247만원~ ‘풀옵션’ 8200만원 수입차 경쟁 모델보다 가격 더 저렴 “외부 디자인도 더 좋다” 호평 이어져‘사장님차’ 제네시스 G80이 7년 만에 ‘디 올 뉴 G80’이란 이름의 3세대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E세그먼트(준대형급) 프리미엄 세단인 신형 G80은 국내 수입차 시장 최강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7’ 등과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국산 모델이다. 신형 G80이 성능과 디자인, 가성비 등 모든 면에서 동급 수입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산차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성능: ‘125㎏ 다이어트’로 경쾌한 주행 성능 신형 G80은 ‘2.5 가솔린 터보’, ‘3.5 가솔린 터보’, ‘2.2 디젤’ 등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이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6기통 3.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자동 8단 변속기와 어우러져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의 힘을 낸다. 복합연비는 8.4㎞/ℓ다. 신형 G80은 스펙이 비슷한 다른 주요 수입차보다 수치상 성능이 더 뛰어났다. 똑같은 6기통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367마력에 51.0㎏·m, BMW 540i M 스포츠패키지 플러스는 340마력에 45.9㎏·m로 G80보단 한 수 아래였다. 지난달 31일 신형 G80을 타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경기 용인의 한 카페까지 왕복 75.2㎞ 거리를 시승하며 주행 성능을 확인했다. 시승차는 3.5 가솔린 터보 풀옵션 모델이었다. 최고급 세단인 만큼 방음과 정숙성은 다른 가솔린 차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했다. 이전 모델보다 공차 중량이 125㎏ 가벼워져서인지 고속뿐만 아니라 저속에서도 경쾌한 주행 능력을 보여 줬다. 가속력도 시원시원했다. 다만 벤츠·BMW 모델과 비교했을 때 G80이 수치상 성능은 앞섰지만 실제 가속감이 크게 앞선다는 느낌은 조금 부족했다. 운전대는 묵직하면서 탄탄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들리는 다이내믹한 액티브 사운드는 운전하는 재미를 더욱 살려 줬다. ●디자인: GV80 세단 버전… 16가지 외장 색상 ‘나만의 차’ 신형 G80은 GV80의 세단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차량 내외부 디자인 요소와 마감의 수준이 대부분 같다. 그럼에도 G80은 GV80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G80이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이끌 주력 모델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외장 색상은 무려 16가지나 된다. 실내 시트와 도어 트림 색상도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그 경우의 수만 수백 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구매 고객은 ‘나만의 차’를 소유할 수 있다. G80의 외부 디자인은 수입 경쟁 차종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줄 모양의 쿼드(4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전면 크레스트 그릴은 과하지 않으면서 대중적인 선호도에 딱 들어맞도록 디자인됐다.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여백의 미를 살렸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7개 공기주머니가 달린 에르고 모션 시트는 몸에 맞게 부위별로 각기 여러 각도로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이 뒤로 젖혀져 편안하고 공간도 넉넉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입체적인 3D로 구현됐다. 14.5인치 디스플레이는 현대차그룹 차량 가운데 최대 크기다. 운전자가 손을 뻗었을 때 쉽게 닿지 않지만, 변속기 옆에 있는 컨트롤러의 작동이 익숙해지면 사용하기가 편해진다. 변속기는 다이얼 방식을 채택했다. 오디오 시스템은 18개 스피커의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가 장착됐다.●가격: 7000~8000만원대… 독일차 브랜드 가치 넘어선 상품성 기대 신형 G80은 별도의 트림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고객이 직접 기본 모델에 엔진을 비롯해 각종 품목을 하나하나 선택해 얹어야 한다. 마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빵부터 속 재료를 하나하나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기본 모델의 가격은 개별소비세율 1.5% 기준으로 5247만원이다. 그야말로 ‘깡통차’ 값이다. 2.2 디젤 엔진을 선택하면 250만원이, 3.5 가솔린 터보 엔진을 선택하면 660만원이 추가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280만원, 무광 색상은 70만원을 더 내야 한다. 3.5 가솔린 터보 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8200만원에 육박한다. 기본 모델의 가격은 5000만원대이지만, 최소 7000만원대는 돼야 제대로 된 G80이라 할 만한 차가 완성된다. 최고급으로 조합된 G80의 성능은 1억원대 초중반의 벤츠 E 450 4MATIC, 9000만원대 후반의 BMW 540i와 비슷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G80의 성능 대비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낮추면 벤츠·BMW 모델도 7000만~8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보니 G80의 가격이 국산 세단치고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차만의 브랜드 가치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G80은 상품성이 꽤 뛰어날 뿐만 아니라 구매 후 각종 서비스를 받기가 한결 수월한 국산차라는 점에서 사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日정치인 “쇼핑은 남자 혼자 해야...여자는 오래 걸려” 발언 논란

    日정치인 “쇼핑은 남자 혼자 해야...여자는 오래 걸려” 발언 논란

    일본 오사카 시장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기간 동안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홀로 장을 보는 것이 올바르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마쓰이 이치로(56) 오사카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여성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것을 사야할지, 저것을 사야할지 고민하고 망설이기 때문에 장을 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남성들은 물건을 잡고 계산한 후에는 바로 현장을 떠난다. 때문에 남성들이 혼자 나와 식료품 등을 쇼핑하는 것이 상호 접촉을 피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특히 결혼한 부부라면 절대 함께 쇼핑을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마쓰이 이치로 시장의 이러한 발언이 공개되자 구시대적 성차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일본은 대도시의 시장 입에서 이런 말이 아무렇게나 나오는 나라다. 개탄스럽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문제가 된 발언은 정치인들이 육아와 가사노동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을 전한 영국 가디언은 “일본은 고학력의 여성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영역에서는 격차가 심해 세계경제포럼(WEF) 2020 성불평등지수에서 153개국 중 121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사회는 여전히 여성이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중도에 그만두고, 육아와 가정에 우선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쓰이 이치로 시장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4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1만 3575명, 사망자는 358명으로 집계됐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춘 듯, 신록에 물들다

    최근 ‘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란 말을 들었다. 봄날의 경치로는 전남 나주 불회사의 신록이 으뜸이고, 가을 풍경은 전북 정읍의 내장사 단풍이 최고라는 거다. 내장산 단풍이야 귀에 익다. 한데 과문한 탓에 불회사는 도무지 생경하다. 신록이 전하는 풍경이 어떻길래 내장산 단풍과 견줄 만하다는 걸까. ‘4대강 사업’으로 빼어난 봄 풍경의 동섬이 사라지고 코로나19 탓에 문 닫은 곳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나주의 봄은 화사했다. 드들강의 소박한 풍경이 여전하고, 영산강이 휘돌며 만든 ‘느러지’며, 하루가 다르게 신록의 이파리들을 내놓는 들녘의 나무들도 정겨웠다. 산자락을 타고 신록이 쏟아져 내리는 불회사야 더 말할 게 없다. 이웃한 화순에도 세량제 등 봄의 명소들이 많다.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아직은 ‘지면 속 풍경’으로만 즐기시길.산자락의 신록들이 절집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불회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불회사를 감싸 안은 덕룡산은 활엽수 관목이 많다. 나무들은 가지 끝에 채도가 제각각인 연둣빛 이파리를 매달고 있다. 이 덕에 무리지은 활엽수 관목들을 멀리서 보면 꼭 ‘무도장’의 미러볼이 여럿 뭉쳐 있는 듯하다. 혹은 연둣빛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듯한, 딱 그런 느낌이다. 여기에 진초록으로 추임새를 넣는 나무들이 있다. 늙은 비자나무와 동백 숲, 그리고 우뚝 솟은 삼나무들이다. 늙었으되 여전히 성성한 나무와 여리되 싱싱한 나무들이 어우러지며 봄날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물론 이를 내장산 단풍에 견주는 것엔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미적 감각은 저마다 다르니 말이다. 한데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풍경이란 것엔 다들 동의하지 싶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드는 길. 어딘가 느낌이 다르다. 소나무가 아닌 삼나무가 도열해 있다. 여느 절집 진입로와 달리 상점도 없다. 불국으로 가는 돌길 위의 연꽃 문양만 조용히 이방인을 맞고 있다. 이런 길은 걸어 줘야 제맛이다. 연꽃을 즈려밟을 때마다 머리가 말개지는 듯하다.진입로에 세워진 벅수(돌장승·중요민속자료 11호)도 인상적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절집으로 부정한 기운이 드는 것을 막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는 것이 정설로 보인다. 벅수는 남녀 한 쌍이다. 남장승은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을, 여장승은 주장군(周將軍)을 각각 가슴에 새겼다. 당(唐)나라건, 주(周)나라건 모두 중국이다. 그럼 절집에도 사대주의가 있었다는 얘기? 그렇지는 않다. 불회사 벅수가 만들어진 건 300여년 전인 1719년이다. 이웃한 운흥사 돌장승(중요민속자료 12호)에 새겨진 조각 연대로 추정한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무서운 역질은 천연두였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천연두를 중국에서 들어온 잡귀로 여겼다. 중국 잡귀가 우리 말을 알아듣지는 못할 터. 무시무시한 주 장군, 당 장군을 동원한 것은 이런 이유다. 어딘가 300여년 뒤 발생할 코로나19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운흥사 입구에도 한 쌍의 돌장승이 서 있다. 돌장승 뒤엔 ‘강희 58년’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각 연대가 명문으로 새겨진 건 드문 경우다. 불회사와 덕룡산을 나눠 쓰는 운흥사는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출가한 절집이다. 초의선사가 차에 심취했던 것도, 이 일대 지명이 다도면(茶道面)인 것도 덕룡산 일대의 야생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운흥사 역시 독특하다. 무엇보다 여느 절집과 달리 가람 배치가 ‘제멋대로’다. 담장은 아예 없고 경내엔 잡초들이 무성하다. 대웅전 밑의 웅덩이-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에선 도롱뇽 알이 부화를 앞두고 있다. 좋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쁘게 보면 전혀 관리가 안 된 것이다. 그간 여러 절집을 다녔어도 운흥사처럼 자유분방한 곳은 여태 보지 못했다. 불회사 일대의 신록이 다채로운 색감의 파스텔화라면 드들강의 신록은 수묵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림의 소재는 단색의 나무와 강물이 고작이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아랫입술로만 부는 하모니카처럼 어딘가 애잔하면서도 말간 느낌을 준다. 드들강의 공식 명칭은 지석강이다. ‘4대강 삽질’에 사라진 동섬의 몫까지 더해 나주 사람들의 쉼터 노릇을 하는 곳이다. 현지인들은 드들강이라 즐겨 부른다. 경기 여주를 지나는 한강을 여강, 충남 부여 앞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드들강 건너 전남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그 한 발짝 옆에 있는 전통마을 도래마을, 풍류 넘치는 벽류정, 바위 하나에 일곱 석불을 새긴 철천리 칠불석상 등도 사정상 길게 설명하지 못할 뿐, 봄 풍경이 빼어난 곳들이다. 나주 시내에선 완사천을 찾아야 한다. 목마른 남정네에게 버들잎 동동 띄운 물을 건넨 지혜로운 처자의 전설이 담긴 곳이다. 버들잎 고사는 지역별로 몇몇 버전이 전해지는데, ‘나주 버전’의 주인공은 고려 태조 왕건과 나주 호족 오다린의 딸이다. 둘은 현 나주시청 앞 완사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바로 그날 함께 밤을 보낸 뒤 고려 2대왕 혜종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금성(나주)은 후백제의 도시였지만 왕건의 편에 선 덕에 이후 1000여년간 전라도의 핵심 도시로 번성할 수 있었다. 전라도의 ‘라’ 자가 나주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만 봐도 ‘라떼’ 시절 나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영산강 끝자락, 무안과 인접한 곳에 느러지 전망대가 있다. ‘느러지’는 물살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강물이 이 일대에서 ‘U’ 자 모양으로 휘어지며 물돌이동을 만들었는데, 그게 ‘느러지’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조롱박 모양이라면 영산강변의 느러지는 한반도를 닮았다. 느러지를 지난 영산강은 무안에서 ‘꿈여울’ 몽탄(夢灘)으로 이름을 바꾼 뒤 바다로 흘러간다. 글 사진 나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나주의 먹거리로 첫손 꼽히는 것은 영산포 홍어회다. 특히 초봄에 보리 싹과 홍어 내장을 넣고 끓인 ‘보리애국’의 칼칼한 맛은 놓칠 수 없는 제철 별미다. ‘홍어의 거리’ 어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다. 나주목사 내아 앞에는 곰탕집들이 즐비하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소뼈로 육수를 내는 일반적인 곰탕과 달리 양지나 사태 등 살코기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나주곰탕 거리에 ‘하얀집’, ‘남평’, ‘노안’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왕곡가든’은 생고기비빔밥이 맛있는 집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식사 때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 화순에선 지리산 아래 ‘우리들목장’, ‘너와나목장’ 등이 흑염소 요리로 알려졌다. -숙소를 겸하는 나주 목사내아, 신록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아름다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동복호의 화순적벽 등은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가기 전에 미리 해제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 -화순 별산풍력발전단지는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다. 주소창에 ‘화순군 동면 청궁리 438’을 쳐야 한다. 도로 옆으로 ‘화순풍력발전소’ 이정표가 있다. 표지판에서 3㎞ 정도 올라야 한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다. 험하지는 않지만 승용차는 조심해서 운행해야 한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음식 풍미를 돋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버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음식 풍미를 돋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버터

    맛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일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바탕이 되는 식재료가 필요하다. 식재료가 앞에 있다면 해야 할 일은 선택이다. 삶거나 굽거나 혹은 튀기며 열을 가할 것인가, 아니면 소금이나 식초 같은 조미료를 넣어 절이거나 발효를 시킬 것인가. 가장 간편하면서 쉽게 맛을 내는 방법은 기름을 이용해 재료를 간단히 익히는 것이다.식재료와 기름, 그리고 소금만 있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볶음, 프라잉, 소테잉 등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웬만해선 실패가 어렵다. 재료의 맛과 향이 녹아든 지방이 입안에서 기분 좋은 감촉을 준다. 어떤 기름을 쓰느냐에 따라 맛의 표정은 달라진다. 꼭 필요한 기름이 뭐냐고 묻는다면 올리브유와 버터를 고르고 싶다. 올리브유가 요리에 산뜻하고 경쾌함을 선사한다면 버터는 중후하고 묵직한 풍미를 준다. 어느 하나 포기하기 어려운 주방의 필수품이다. 버터를 연상했을 때 군침보다 느끼함, 무언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이 든다면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 버터는 죄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음식을 너무 맛 좋게 만들어 줘서 인간이 그것을 마음껏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비만 교사죄’일까. 아니 애초에 버터를 넣어 음식을 만든 요리사에게 죄를 물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의 화신 등의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지만 적당히 사용하고 섭취하면 무한한 기쁨을 선사해 주는 재료가 바로 버터다. 버터는 우리에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재료다. 본래 유목을 하던 지역에서 남는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가공해 만든 것이 버터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이 들고 다니던 가죽통 안에서 흔들리던 우유에서 지방과 단백질이 서로 뭉치면서 버터가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우유는 액체지만 유당과 단백질, 지방 등이 고루 퍼져 있는 일종의 혼합물이다. 지금이야 원심분리기를 통해 손쉽게 액체와 고체를 분리하지만 예전엔 수작업을 통한 고된 노동을 거쳐야 버터를 만들 수 있었다.오늘날 버터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원유(지방 함유량 3.5%)를 저온 살균하면 일반 우유가 되고 여기서 지방을 일정량 분리하면 저지방 우유(1.5%), 분리된 지방이 모여 크림(10~48%)이 된다. 저지방 우유에서 지방을 더 제거하면 무지방 우유(0.1%), 크림에서 수분을 더 없애면 버터가 만들어진다. 버터는 약 80%의 지방뿐만 아니라 물 12%, 그리고 유당과 단백질 등 우유에 포함된 고형물로 구성된다. 버터 1㎏을 만들기 위해선 대략 20ℓ의 우유가 필요하다. 버터가 비싼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스칸디나비아, 네덜란드 등 북부 유럽과 스페인, 프랑스, 북이탈리아 등 서유럽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버터를 만들어 왔다. 1870년 덴마크의 기계식 크림 분리기가 도입되기 전까지 버터는 지역마다 개성이 강한 수제품이었다. 다른 품종의 소를 키우고, 그 소가 뜯어먹는 풀의 종류도 달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갖고 있었다. 19세기 후반 규모의 경제 논리로 인해 버터 산업도 효율과 경제성에 맞춰졌다.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다소 저렴해졌지만 한동안 과거와 같은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 유럽의 전통 식재료들, 치즈와 빵, 육가공품처럼 버터도 다시 전통방식으로 만들자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선택의 폭은 수년 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버터는 크게 소금의 첨가 유무에 따라 무염, 저염, 가염 버터로 나뉜다. 소금을 첨가한 건 과거 버터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보존보다는 맛과 용도에 따라 구분한다. 약 2%의 소금을 더한 가염 버터는 무염 버터보다 훨씬 풍미가 강하다. 더 고소하고 맛이 좋다는 의미다. 빵에 펴 발라 먹는 용도라면 가염 버터를, 요리나 베이커리에 사용할 거라면 무염 버터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최근엔 버터 제조과정에서 발효를 거쳐 산뜻한 산미와 미묘한 풍미를 첨가한 발효버터도 찾아볼 수 있다. 버터를 이용해 간단한 볶음 요리를 할 땐 딱 하나만 주의하면 된다. 너무 센 불에서 요리하지 않을 것. 버터 안에 있던 우유 고형물들이 타면서 쓴맛이나 탄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 버터를 만들면 탈 걱정 없이 요리에 은은한 버터향을 줄 수 있다. 버터를 뭉근하게 녹인 후 침전물을 가라앉혀 맑은 기름만 따로 모으면 완성이다. 어떤 버터를 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취향에 달렸다고 하겠다. 요즘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때 다양한 버터를 사다 놓고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있겠다.
  • 웹캠 꼭 안 사도 원격수업 가능… ‘학교강의’ 학원서 듣는 건 불가

    웹캠 꼭 안 사도 원격수업 가능… ‘학교강의’ 학원서 듣는 건 불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나라 교육계가 공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교실이 아닌 화상회의와 메신저 대화방에서 만나고 모둠활동과 토론을 댓글로 진행하는 등 매일 낯선 경험과 마주하고 있다. EBS 사이트의 접속 장애와 온라인 수업의 집중도 저하 등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갖가지 불편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인 만큼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울신문은 교육부의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과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온라인 개학에 따른 원격수업 Q&A’, 일선 학교 및 교사들의 설명을 종합해 지난 9일 단계적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궁금증들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학생들이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교사의 초상권 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색하게 하는 학원 이용 등 유의할 사항도 소개한다.-원격수업을 하려면 웹캠과 헤드셋, 마이크를 구입해야 하나. 과제물 출력을 위해 프린터를 사야 할까. “개별 학교 및 과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스마트폰 공기계, 태블릿PC, 마이크 기능이 있는 이어폰 등을 활용해도 원격수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웹캠과 마이크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매할 필요가 없다. 과제나 학습지 등을 출력할 프린터가 없을 경우에 대비해 교육부는 철저한 방역 관리하에 학교 컴퓨터실에서 출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 학교 및 교육청의 안내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BS 강의를 보고 과제를 하라고 한다. 원격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닌가. “교사와 학생들이 화상회의처럼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 보는 것만이 원격수업은 아니다. 교사가 촬영한 수업 영상이나 EBS 강의 등을 보고 토론 등을 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하는 ‘과제 수행형’도 교육부가 규정한 원격수업의 유형이다. 수업 유형은 학습목표 및 성취기준과 맞물린다. 교사와 학생 간 즉각적인 소통이 중요한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지만 밀도 있는 지식 전달이 중요한 수업은 콘텐츠 활용형, 형성평가나 기출문제 풀이 등을 한 뒤 교사와 함께 문제풀이를 하는 단원에서는 과제 수행형을 하는 식이다. 2시간 수업을 묶은 블록수업에서는 여러 유형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교육당국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마냥 독려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고3의 경우 짧아진 수업일수 동안 방대한 학습량을 소화해야 하는 탓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여유가 없다. 일선 학교에서 ‘인강’ 수준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어려운 만큼 EBS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대신 학생들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강화하는 데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다만 EBS 등 기존 콘텐츠만 제시하고 충분한 피드백을 하지 않는 학교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어 원격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가입했는데 담임선생님이 네이버 ‘밴드’에도 가입하라고 한다. 이것저것 다 설치하기 귀찮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EBS 온라인 클래스’나 ‘e학습터’ 등의 플랫폼에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하고 출석을 확인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몰리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학교는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을 활용한다. 개별 수업의 특성에 따라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e학습터 등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구글 클래스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민간 정보기술(IT) 기업의 플랫폼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번거롭더라도 학교가 안내하는 플랫폼에 가입해야 출석 체크와 동영상 수업 시청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다.” -집에서는 집중이 어렵다. 학원 자습실에서 수업을 들어도 괜찮을까. “온라인 개학과 맞물려 일부 학원들은 ‘학교 수업을 집중해 들을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학원 자습실을 개방하는가 하면 강사가 학생들의 학교수업 출석과 수강, 과제까지 관리해 주기도 한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하는 온라인 개학을 학원에서 듣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학원을 ‘운영제한 업종’에 포함함에 따라 학원은 운영 중단이 권고된다. 학생 간 간격 띄우기와 발열체크, 손소독 등 방역지침을 지켜야 하며 가급적 오프라인 수업이 아닌 원격수업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는 학교 온라인 수업을 관리해 준다는 학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구가 선생님의 수업 영상을 캡처해 ‘짤방’으로 만들어 ‘단톡방’에 올렸다. 문제없나. “교사의 수업 영상을 캡처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교사의 얼굴 사진을 공유하며 이른바 ‘얼평’(얼굴 평가)을 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해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의 사진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은 교사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이 수업 영상 속 교사의 얼굴을 위·변조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교원지위법에 따라 최대 퇴학까지 가능하다. 학생들이 수업 영상 속 친구들의 얼굴을 온라인상에서 악용할 경우에도 학교폭력으로 간주된다. 학부모가 교사의 영상 속 사진을 캡처해 단톡방이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공유하는 행위도 교권침해로 볼 수 있다. 교원지위법은 학부모의 과도한 교권침해 행위에 학교가 엄정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등교가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다. 교육부는 확진자의 증가 추세는 물론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 전반적인 학사일정, 시도교육청 의견, 국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면 등교 개학이 아닌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만 전면 개학하는 등 지역별로 달리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달 24일로 예정된 고3 대상 서울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역시 등교해 치를지 여부는 미정이다. 교육부는 5월 말 치르는 중간고사는 등교해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학교의 등교 개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된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등교 개학 시기는 최대한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1학기 내내 원격수업을 해야 할 수도 있을 텐데. 1학기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실습 등은 어떻게 하나. “원격수업 기간 동안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법은 제한돼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수행한 과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경우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원격수업 기간 동안 꾸준히 내실 있게 진행할 수 있는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선 학교들의 중론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수행평가 등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각종 평가들을 교육부가 등교 개학 시기로 관측한 5월 이후로 미뤄 둔 상태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돼 5월 이후에도 등교 개학이 어려워질 경우의 대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 평가 방안에 대해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직업계고의 경우 원격수업 기간 동안 이론수업을 진행하고 등교 개학 이후 ‘집중이수제’를 통해 실습 수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등교 개학이 미뤄질수록 실습 수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액자 속 가족 같은, 동네 친구 같은… 혼자 살지만 서로를 잇다

    액자 속 가족 같은, 동네 친구 같은… 혼자 살지만 서로를 잇다

    서울에서 여자 혼자 산다는 건 꽤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집을 구할 때 주변에 유흥업소나 숙박업체는 없는지, CCTV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지, 출입문은 안전한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웃에 사는 낯선 남성의 시선과 남성 수리 기사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하는 탓에 불안은 시시각각 찾아든다. 그뿐이랴. 집값이 오르면 어렵사리 구한 거처를 또다시 옮겨야 한다. 한곳에 정착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처럼 늘 공중에 뜬 채 부유하는 것 같다. 이럴 때 가까운 곳에 나의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터다.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여성들이 모여 ‘은평시스터즈’라는 모임을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싼 집값 때문에 당산에서 밀려나고 마포에서 밀려나 지척에 있는 은평에 다다른 이들은 ‘미지의 세계’였던 이 동네에서 그렇게 귀중한 인연을 만났다. ‘여성 1인 가구’라는 공통점 아래 모인 이들은 때때로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나눌 수 없는 도시생활의 외로움과 나홀로 가구의 고충을 서로 털어놓곤 했다. 혼자 살지만 곳곳에 있는 동네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덕분에 비로소 내가 사는 동네임을 실감한다. 은평시스터즈는 2018년 말 은평문화재단이 마련한 여성 1인 가구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이 꾸린 모임이다. 공론장이 끝난 후 ‘우리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당시 20~40대 여성 20여명으로 출발했던 모임의 회원은 현재 50명으로 늘었다. 꾸준히 회원 가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탓에 잠정적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볕 좋은 날 불광천에 모여 담소를 나눌 날을 고대하고 있는 은평시스터즈의 운영진 김예진, 김은평(활동명), 김지혜씨를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느슨한 관계이면서도 서로에겐 둘도 없는 버팀목인 ‘자매들’의 끈끈한 우정에 대해 들어 봤다. -각자에게 ‘은평시스터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정의를 해 보자면요. 김예진 저한테는 말 그대로 ‘동네 친구들’이에요. 반상회 같은 거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내가 좀더 깊숙이 자리잡게 하는 기반 같은 존재죠. 제가 은평구로 오기 전 (영등포구) 당산에서 2년간 살았는데 그땐 제가 살고 있는 공간 자체를 별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놀고 싶으면 홍대처럼 다른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집 앞에만 나가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고 내가 말을 건넬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죠. 김은평 은평시스터즈는 ‘내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해 주는 토양’이에요. 저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어쩐지 고향이 없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항상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곳에 온 뒤 저를 보신 아빠가 저한테 ‘은평에 완전 정착했구나’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동네 친구가 있다는 건 사실 그런 의미인 거죠.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같이 슬퍼해 주고 걱정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김지혜 전 부산 사람인데 처음 은평에 왔을 때 서울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서울에 왔을 때 종종 갔던 홍대에서 느낀 차가운 이미지가 아니었고 동네 사람들이 살갑더라고요. 또 은평시스터즈를 만나면서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니 든든하더라고요. 저에게 은평시스터즈는 ‘평소엔 느슨해 보여도 힘들 때 힘을 발휘하는 잘 키워 둔 코어 근육 같은 존재’예요. -은평시스터즈에 합류한 이후 혼자 살 때 느꼈던 고충을 해결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지혜 혼자 사기엔 양이나 가격이 애매한 식자재나 생필품을 함께 구매해서 저렴하게 필요한 만큼만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그 전에는 과일이나 야채, 그 외의 식료품을 살 때 대량으로 사야만 싸게 살 수 있는 것들은 아예 구매를 포기하거나 사더라도 다 못 쓰고 버리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또 집을 수리할 때 필요한 공구를 주민센터에서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장인 특성상 주말 아니면 갈 수가 없어서 제겐 있으나마나한 서비스였어요. 은평시스터즈 회원이 되고 나서는 근처에 사는 시스터분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선뜻 빌려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서로 나누면서 의지할 동지가 있어 물질적으로 많이 갖고 있지 않아도 이상할 정도로 든든한 느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은평시스터즈가 모여서 하는 일이 거창한 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다양한 주제로 정기 모임을 열고 때때로 일부 회원들끼리 즉석 만남인 ‘번개’를 하기도 한다. 혼자라서 할 수 없는 일들 혹은 혼자 해도 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더 좋은 활동을 두루 하고 있다. 예컨대 수박처럼 혼자 사면 다 먹기엔 부담스러운 과일을 나누거나 비건 요리도 함께 해 먹는다. 불광천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북한산에 오르고, 럭비와 클라이밍처럼 평소 접하기 힘든 운동도 함께 시도한다.-그동안 함께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김은평 저는 단체 운동을 배워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학교 때 족구, 배구, 농구 이런 종목을 배우긴 했지만 자세만 배우고 경기를 하진 않잖아요. 지난번에 럭비를 같이 배우면서 직접 미니 게임도 해 봤는데 어지러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좋았어요. ‘남자들이 이래서 다들 축구를 하는구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김지혜 은평시스터즈들이랑 동네 탐방을 했었는데 진관사랑 은평한옥마을, 사비나미술관을 함께 구경했었어요. 불광천 따라 자전거를 타다가 김밥 먹고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즐겁더라고요. 김예진 저는 이런 활동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다른 모임을 또다시 여는 게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클라이밍 모임은 그 뒤에 뜨개질 모임으로 이어지고 그분들끼리 술 모임도 하고 계속 연결되더라고요. 은평구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게 좋죠. 은평시스터즈의 활동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회원들은 종종 청년 관련 정책 토론회나 좌담회 등에 참석하곤 한다. 몇몇 자리에서 마주했던 1인 가구에 대한 기성 세대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할 때가 많다. 한 공론장에서 마주한 남자 교수는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은평시스터즈 회원들을 바라보며 “솔직히 여성 1인 가구에 중요한 건 예쁜 카페랑 케이크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1인 가구의 삶을 보기 좋게 폄훼하는 발언이었다. 또 1인 가구는 결혼 전에 잠시 스쳐 지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3~4인 가족을 한 가구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현재 1인 가구 정책 중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지혜 사람들은 저희를 1인 가구 청년이라고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잠재적으로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하죠. 어떤 사람들은 ‘쟤 비혼한다고 저러지만 나이 들고 아쉬우면 남자 찾아서 결혼할 거야’ 이런 이야기들도 쉽게 하잖아요. 김은평 국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4평, 5평짜리 임대주택이 계속 나오는 거겠죠. 김지혜 최근에 서교동에 행복주택 공고가 떴었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방 두 개짜리는 대부분 신혼부부용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건 셰어하우스뿐이더라고요. 혼자 사는 청년은 방을 여러 개 가질 권리도 없는 건가요. 1인 가구도 얼마든지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싶은데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아요. 김은평 1인 가구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각자 1인 가구가 된 이유도 성별 따라 다르고 세대별로도 다르거든요. 청년은 청년만의 이유가 있고, 중년과 노년의 이유 역시 다르고요. 그래서 하나의 1인 가구 정책만으로는 애매한데 현재 주거 정책이나 복지 정책은 가족의 생애 주기에 맞춰져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에 대한 기존의 생각부터 해체해야 된다고 봐요. -지역 사회나 정부에 여성 1인 가구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예진 사실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저희의 존재를 계속 말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너희는 언젠가 결혼할 거니까’, ‘너희는 지금 불안정하고, 결혼하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시선을 버리고 4인 가족 기준으로 지정되어 있는 정책들이 좀더 포괄적으로 개인들을 포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지혜 회원 전체의 의견을 모아서 대외적인 의견을 표출한 적은 아직 없어요. 개인적으로 항상 믿고 뽑았던 정치인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만 봐 와서 믿음이 거의 없는 상태라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혼자서는 회의적일지 몰라도 시스터 여럿과 뭉쳐서 계속 작은 목소리라도 내다 보면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습니다.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은평시스터즈의 활동도 중단된 상태다. 운영진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를 대비해 어떻게 하면 동네에서 그동안 못 해 본 일들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며 궁리하는 중이다.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며 네트워크를 단단히 하는 것 말고 외부와의 접점도 넓힐 계획이다. -향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김예진 올해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기업과 많은 대화를 해 보는 거예요. 모 기업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요리 강좌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것처럼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서 동네 달리기 같은 러닝클럽을 한 번 열어 보고 싶어요. 여성 기업과 함께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1인 가구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저희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식자재가 주로 4인 가구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많이 버리게 되거든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1인 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 기업들에 제안 이메일을 많이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기업 쪽에 저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기업 쪽에서도 1인 여성 가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모임을 잘 유지해서 이번 해에도 시스터들과 둥글둥글 이 지역에서 잘살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혁신 없는 ‘SUV 명가’ 쌍용차에 등 돌립니다

    혁신 없는 ‘SUV 명가’ 쌍용차에 등 돌립니다

    정부 자금지원은 연명장치에 불과 파격 뛰어넘는 신차 개발만이 해법“팰리세이드나 모하비 사면 되지 G4 렉스턴을 왜 사.” 지인에게 쌍용자동차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을 추천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격이나 크기를 고려하면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낫고, ‘프레임 보디’의 튼튼함을 고려하면 기아차 모하비가 더 낫다는 나름 전문적인 근거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쌍용차 모델을 사야 할 이유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동정심 말고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최근 쌍용차에 2300억원의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3개월간 4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700억원의 산업은행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7월까지 딱 버틸 수 있는 자금입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놔버린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도 쌍용차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금 지원은 연명 장치를 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쌍용차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현대·기아차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신차를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돈이 있어야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이 현실화된 사례는 가까이에도 많습니다. 르노삼성차는 지금도 경영 사정이 썩 좋진 않지만 지난달 신차 ‘XM3’로 내수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83.7% 급증하며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한국지엠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동안 쌍용차가 ‘SUV 명가’라는 타이틀에 매달려 혁신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친환경차 시장이 활짝 열렸는데도 쌍용차는 여전히 ‘디젤 SUV’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코란도 전기차 모델 개발은 경쟁사보다 이미 3~4년 늦었습니다. 친환경차는 출시된 지 1년만 지나도 구형이 돼 버릴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따라서 내년쯤 우여곡절 끝에 코란도 전기차가 출시되더라도 고객 사이에서는 “현대·기아차 전기차 사지 쌍용차 전기차 왜 사”라는 말이 나올 게 뻔합니다. 내 차를 살 땐 누구나 냉정해집니다. 또 좋은 차는 누구나 알아봅니다. 쌍용차를 ‘사고 싶은 차’가 되게 하려면 파격을 뛰어넘는 혁신만이 유일한 해법일 것입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인구 5% 검사한 아이슬란드 “감염자 절반이 무증상”

    인구 5% 검사한 아이슬란드 “감염자 절반이 무증상”

    인구의 약 5%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아이슬란드에서 감염자의 절반이 무증상 감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슬란드 당국이 미국 제약사 암젠의 자회사 디코드 지네틱스와 함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50%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미국 CNN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1만 79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했다. 아이슬란드의 전체 인구 대비 검사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검사 중 절반은 국립대학병원이 고위험군이나 유증상자 등을 대상으로 검사했으며, 디코드 지네틱스는 일반 대중을 중심으로 나머지 9000건의 검사를 시행했다. 일반 대중 검사에서 코로나19 감염 비율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디코드 지네틱스를 설립한 카우리 스테파운손 박사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감염자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는 수치는 무증상자나 경증상자가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여러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 연구진 보고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은 25%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에서 접촉자나 의심환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무작위에 가까운 대량 검사를 시행한 결과 감염자 2명 중 1명꼴로 무증상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검사 프로젝트는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기에 모집단 구성에 편향(bias)이 있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CNN은 아이슬란드가 대량 검사와 추적, 조기 격리 전략으로 주변 여러 나라와 달리 이동제한 조처 없이도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의 대량 검사와 조기 격리는 한국의 방역 대책과 비슷하다. 아이슬란드 당국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에도 적극적이다. 스테파운손 박사는 유전자 분석으로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파악했다고 설명하고,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 등에서 온 바이러스에서 “구체적이고 미묘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디코드 지네틱스는 앞으로도 무작위 코로나19 검사를 이어가 아이슬란드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최소 5만명을 검사할 계획이다. 아이슬란드는 2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 122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2명뿐이다. 아이슬란드는 아직까지 국경을 봉쇄하거나 이동제한령을 내리는 등의 강력한 차단 정책은 펴지 않고 있다. 다만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 개최를 금지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휴업령을 내렸으며, 적극적으로 자가격리 정책을 시행하고 확진자 동선 파악에 힘쓰고 있다. CNN은 “포괄적인 검사야말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은 CNN에 “우리가 잘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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