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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상원화백 초대전

    [상트 페테르부르크=김재영기자] 국내 화단에서 외롭게 자기 길을 걸어온 이상원(63)화백이 세계적 명망의 러시아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국립러시아미술관은 지난달 26일 외국인 생존작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동양화가 이화백을 초대해 전시회를 개최했다.오는 21일까지 열리는 그의 초대전 개막식에는 600여명의 러시아 미술팬들이참가,국내 개인전 오프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발적인 열기를 뿜었다.이국립러시아미술관은 푸쉬킨,트레차코프,에르미타쥬와 함께 러시아 4대 미술관으로 꼽히며 러시아 미술품 37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장지에 수묵과 오일을 섞어 그린 그의 독특한 극사실주의 대작들이 5개 전시실을 가득 메웠다.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그려온 구멍이 뚫린 마대 자루,마늘 더미,굵은 밧줄 무더기,눈 위에 새겨진 무한궤도의 대형트럭 바퀴자국 등의 ‘시간과 공간’ 시리즈와 함께 최근 시작한 어촌 사람들의 생생한 얼굴표정을 옮긴 ‘동해인’ 연작들이 나란히 걸렸다.먹과 오일을 교묘하게 배합하고사진같은 섬세한 붓질로 이루어진 극사실풍 그림들은 리얼리즘의 본고장인 러시아 사람들에게 ‘즐거운 충격’을 주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작가는 극장 간판장이로 출발해 초상화 전공의 상업화가로 이름을 떨쳤으나 마흔이 넘어 순수 미술로 전환했다.인맥이 없어 국내화단으로부터 무시당했으나 97년 러시아 연해주 주립미술관,98년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올 여름 프랑스 파리 라 살페트리에르 개인전에서 하나같이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구세브 국립러시아미술관장은 “서구미술에 초점을 맞추었던 운영방식을 수정하면서 작가를 초대했다”고 밝히며 “작품에서 동양의 전통적 시선과 서양의 새로운 기술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아방가르드로만 치닫는러시아 현대작가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작가와는 초면인 이인호 주러시아 한국대사도 개막식에 참석,축하했다.
  • 고독한 지방작가의 화려한 上京잔치”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유망 작가들의 수작들이 패기있게 서울 미술가에 진군했다. ‘한국 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23일까지 열리고 있다.문진원은 지역의 우수 신진작가들을 발굴 조명하여 지역미술의 활성화 및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역작가 선정초대전을 펼쳐왔다.지난해에 ‘지역작가들의 제언전’으로 열렸던 이 연례 전시회는 주최측이 기대하고 있듯이 지역작가에 대한 문진원의 시혜성 단일 이벤트나 지역작가들만의 ‘고독한’ 집안잔치 행사 수준을 벗어나 서울 미술팬들의 호응을받고 있다.이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진정으로 ‘이동’되어 지역과중앙은 물론 학연과 지연, 조직 및 장 르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번 전시를 주도한 김혜경 문진원 큐레이터는 “모든 문화의 흐름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역작가들은 그동안 지역성,지역적 정체성만을 암암리에 강요받아온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정보사회의 발전과더불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지역 정체성과 더불어 국제적 보편성을 갖춘 작가들을 선정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전국을 중부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5명의 작가들을 선정,총 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작가 선정은 각 지역의 협력큐레이터(김혜경 박정구 조인호 이영준)가 추천해 전체회의에서 결정했으며회화,조각,설치,매체 등 30여점이 출품됐다. 수원 인근의 공장용 건물에서 작업하는 박근용은 ‘얼음은 녹는다’는 제하의 비디오 프로젝션을 선보이고 있다.문화간,종족간 반목과 증오의 종식을지향하는 이 작품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여성의 유방을 활용한다.원주에 거주하는 이명세는 들꽃이 만발한 들판의 이미지와 한국 근현대사의 이미지들을 병치시킨 평면 회화작업을 통해 자신이 현재 영위하는 삶과 역사적 인식사이의 틈을 극복하고자 한다. 충청권의 권종환은 주변의 사물을 솜으로 감아 제시함으써 전혀 뜻밖의 세계를 만들어 놓는다.신예작가인 박영선은 매우 표현적이고 거칠며 원색이 뚜렷한 화면을 통해 컬러티브이 세대가 가진 색채의 발랄함과 즉흥적인 감수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 호남권의 나명규는 전시공간 내에서 관람객이 직접 점토작업을 하여 작가와소통하는 즐거움을 갖도록 유도한다. 조병철은 모든 생의 뿌리인 자연 및 농촌의 삶 등 농촌을 소재로 한 사실주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영남권의 손승렬은 비명횡사한 사람과 동물의 자료를 전시하거나 자살한 예술가의 이력 등을 나열하는 독특한 개념 작업을 펼치고 있다.이진이의 작품은 스틸작품 같은 인상을 주면서 일상적인 주제를 차분히 소화한다. 이밖에 박용국 안상준 이소영 사은실 유동조 이승희 신창운 주홍 채우승 김은주 차웅규 허양구 등 출품.(02)760-4602. 김재영기자 kjykjy@
  • 연극계에도 거센‘性담론’바람

    영화 ‘거짓말’에서 탤런트 서갑숙의 성체험 에세이까지,올 한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성담론이 연극계로도 번지고 있다.20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공연되는 극단 미학의 ‘뽕’(차범석 극본,정일성 연출)과 12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오르는 우리극장의 ‘룰루’(프랑크 베데킨트 작,김종성연출)는,속칭 대학로 뒷골목의 ‘벗는 연극’과 달리 성을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두 작품은 각각 1920년대 한국 하층민(뽕)과 19세기말 독일 상류사회(룰루)를 배경으로 성을 통해 본 다양한 인간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뽕’은 극단 미학의 대표 겸 연출가인 정일성씨가 우리의 정서와 전통을되살리려는 의도로 만든 ‘스토리 시어터(이야기 극장)’의 첫 작품.사실주의 작가 나도향의 단편소설로,배우 이미숙이 주연한 영화 등 스크린으로는여러차례 옮겨졌지만 연극무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투전에 눈이 멀어 밖으로 나도는 무능한 남편을 둔 안협집은 빼어난 외모로뭇사내들을 유혹한다.몸주고 돈버는 일에 재미를 붙인 안협집은 남편이 돌아오면 노름밑천을 주어 내보내기까지 하는데….영화 ‘뽕’이 워낙 ‘야한 작품’으로 소문난 탓에 어떻게 무대위에 형상화될지가 관심거리다.정일성씨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을 생명력있게 묘사한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살릴 것”이라며 ‘품격있는 에로티시즘’을 자신했다. 동시통역사,영화배우,MC로 활약중인 지적인 외모의 배유정이 안협집으로 변신하고,연극배우 겸 탤런트 김명수가 남편역을 연기한다.무대장치는 가급적배제하고,배우의 연기에 집중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으로 꾸며진다.28일까지. (02)745-9884. 19세기말 독일 표현주의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룰루’는 몸파는 여인 룰루의 입을 빌어 ‘여성성’과 ‘성의 해방’을 주장한다.적나라한 성묘사로 발표되자마자 판금됐던 이 작품은 지난 89년에야 해금됐으며,이후 독일·프랑스 등에서 오페라·무용 등으로 재창작됐다.10년전 원작의 일부분을초연했던 우리극장은 이번에 전체 4시간분량의 극을 절반으로 압축해 무대에 올린다. 12세때 양아버지 쉬고르에 의해 ‘거리의 여인’이 된 룰루는 쉐엔 박사를만나 상류사회에 발을 디딘다.쉐엔 박사는 룰루를 나이많은 골박사에게 시집보내고,룰루는 여유로운 생활에 만족하지만 곧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슈바르츠와 사랑에 빠지는 등 통제되지 않은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극중 룰루가 만나는 남자들은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거나,명예·권력욕의 상징으로 여기는 등 이 시대 남성상을 대변한다. 연출자 김종성씨는 “인간의 욕망과 거짓된 도덕관 등을 보여줄 것”이라고말했다.등장인물들의 동물적 속성을 묘사하기 위해 프롤로그 20여분간 진행되는 동춘서커스의 묘기도 볼거리이다.20일까지.(02)2234-0586이순녀기자 coral@
  • 서양화가 홍성담 ‘1999 탈옥’전

    ‘오월(五月)화가’‘통일화가’‘인권화가’….서양화가 홍성담(45)에게는 늘 이런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그러나 그는 정작 80년대 민중미술계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활동가로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심정이랄까.요즘 그는 한 단계 성숙한 의식과 명상을 통한 자아의해방을 꿈꾼다.1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999 탈옥(脫獄)’전은 저항에서 명상으로 나아가려는 작가의 의식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980년 5월 광주는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의 요람이었다.이런 배경 아래서 모순된 현실에 저항하는 민중미술이 태동한 것은 당연한 시대적요구였다.홍성담은 변혁운동의 중심부에서 민중적 사실주의 미술운동을 펼쳤다.89년에는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사건으로 투옥돼 3년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그 감옥의 기억은 지금도 작가의 의식을 옥죄는 심리적 올무다.이번 전시에서는 일련의 ‘감옥’ 연작을 통해 감옥으로부터의 진정한 탈출을 시도한다.고문과 감옥이라는 소재를명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홍성담의 탈옥’은 무한한 상상의 지평을 얻는다.특히 그의 근작들은 민중미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 관심을 모은다. 전시 작품은 크게 옥중체험을 토대로 한 ‘식구통(食口通)’연작과 ‘밥’연작,물고문 명상시리즈,92년 출소 이후의 대표작들로 나눠 볼 수 있다.옥중장면 그림 가운데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정사각형 캔버스 화판에 흙으로 만든 안료로 그린 ‘밥’연작이다.‘밥’ 사상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수십개의 화판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또 저항과 명상이라는 주제를 차분히 소화해낸 ‘물속에서스무날’도 주목할만한 작품.작가의 물그림 시리즈는 유화 ‘욕조-어머니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여요’(1996)와 같은 직설적인 배설(排泄)의 작품에서부터 연꽃이 피어오르고 물고기 뱃속에서 사람이 잠을 자는 상생(相生)의 경지를 다룬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다.그 그림들은 선(禪)을 닦아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을 표현한 ‘십우도(十牛圖)’를 보는 것 같은느낌을 준다.나아가 작가가 대립과 갈등의 터널을 빠져나와 화해와 상생의밝은 세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내용뿐 아니라 양식적인 면에서도 특색이 있다.작가는 자신의사회적 이념과 내면세계를 도상학적인 형태로 보여준다.부적문양과 물결문양 등 민화나 전통회화의 도상양식이 등장한다.그의 작업은 캔버스에 종이찰흙으로 부조형태의 도상(圖像)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20여가지의 흙과 안료를 발라 색을 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감옥이나 고문 등 강한 주제를 부드러운 흙색으로 녹여내고 있어 색다른 기분이 들게 한다. ‘1999 탈옥’전은 작가가 서울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지난 20년동안 우리 역사의 현장을 뜨겁게 지켜온 ‘저항화가’로서 이른바 제도권 미술계에공식 데뷔하는 셈이다.그런 만큼 그의 각오는 새롭다.“멕시코 혁명기의 3총사 화가였던 시케이로스와 오로스코,리베라는 만만찮은 성과를 남겼음에도항상 제3세계 작가로 폄하되곤 합니다.저항성에 치중하다 보니 직관에 의한명상이 부족했던 것도 그 한 원인이죠.저항과 명상이 보다 높은 차원에서 통합되는 진정한 리얼리즘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김종면기자 jmkim@
  • 미로·조상현의 신비유주의·여백주의전

    안토니 미로의 신비유주의(新比喩主義)와 조상현의 여백주의(餘白主義).관훈동 단성갤러리에서는 동서양의 새로운 미술사조를 소개하는 2인 작가전이 열리고 있다.10일까지. 신비유주의란 추상회화의 발달과 그 전개에 맞서 새로운 구상적 형식을 주장하는 미술운동.스페인 작가 안토니 미로(56)는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비유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왔다.이번 전시에는 판화 ‘수집가-미국’‘황갈색 물감’‘투우’등 45점과 개인전 포스터 37종이 나와 있다. 여백주의는 전통 회화에서 드러나는 여백의 정신을 현대미술에 접목,서양미술로 오염된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운동.조상현(48)은 지난해 우리의 전통정신과 조형세계에 근거를 둔 여백주의를 발표했다.이번에 아크릴화 ‘삶의 반영’ 시리즈를 내놓았다.(02)735-5588김종면기자 jmkim@
  • 북한 ‘주체음악’ 실상 파헤친다

    KBS라디오(FM 97.3MHZ, AM 972KHZ) 사회교육방송이 방송사상 최초로 북한주체음악의 실상을 파헤친 ‘주체음악,허공에 떠있는 신기루’를 내보낸다.14일 새벽 2시5분. 이 프로는 우리 민요 ‘양산도’와 변형된 북한의 ‘양산도’를 비교하고,보리타작 때 부른 민요 ‘옹헤야’가 ‘풍년을 가져오는 주체농법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아울러 북한의 인기가요 ‘휘파람’과‘해당화’, 북한 정책가요‘도시처녀 시집와요’와 북한민요‘용강 기나리’등도 들려준다. ‘휘파람’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중가요.지난 48년 발표된 시를 80년대 중반 노래로 만들었으며 아직까지 북한주민 사이에 불려진다.이 노래는 ‘복순이네 집 앞을 지날 땐 이 가슴 설레어/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휘파람 불었네/휘-휘-휘-휘-휘파람’이라는 가사로 연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는‘진한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곡이 없는 북한에서 예외적이다. 이와 함께 북한귀순 가수인 신영희와 김혜영 등이 나와 ?김정일이 ‘사랑의 미로’를 잘 부르며 ?한국가요가 ‘연변가요’로 ‘둔갑’돼 북한에서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제작진은 북한에서 음악은 주체사상의 확립을 위한 한 수단으로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그럼에도 북한음악의 실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않다는 점에 착안.이 프로를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북한 음악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미학원리로 삼고 있으며,독특한 ‘민족성악발성법(민성발성)’에 따라 빠르고 경쾌하고 밝고 가녀린 목소리를 모든 성악에 공통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연출자인 이희옥PD는 “연변의 민요를 듣다보니 자연스레 북한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주체음악은 주민들에게 희망찬 미래에 대한 환상을심어주려는 북한 통치자들의 의도를 담고 있으나 통일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노래”라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극장 간판장이 출신 화가 이상원 佛미술계 입성

    극장 간판장이 출신의 화가가 프랑스 미술계에 입성한다. 한국화가 이상원(65)이 16∼29일 프랑스 파리 살페트리에르 전시장에서 한국화를 알리는 첫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살페트리에르는 1656년에 세워진 유서깊은 성당.그러나 지금은 파리시가 관리하는 미술전시 공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크리스티앙 볼탕스키를 비롯,아네트 메사지·마리오 메르츠·장 샬르 볼레·레베카 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이번 전시의 주제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시선’.쌍끌이 어선으로 상징되는 피폐한 어촌 사람들을 그린 인물화 ‘동해인(東海人)’ 등 30여점이 선보인다.모두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가로 5.5m에 이르는초대형 작품도 있다. 이상원은 젊은 시절 극장 간판장이와 초상화가로 삶을 경영했다.그 분야에서 만큼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다.안중근 의사의영정을 그린 것이 계기가 돼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 등 수많은 국내외 유명인물의 초상화를 그렸다.거만(巨萬)의 부도 모았다.그러나 이상원은 작고한노산 이은상 선생을 만나 순수미술의 길로 들어섰고 독학으로 화업을 일궈나갔다.74년 불혹의 나이에 국전에 입선했으나 곧 민전으로 돌아서 78년 제1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과 제1회 중앙미술대상전 특선을 차지하며 미술계의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이상원의 작품은 극사실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그는 진지하고 처절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 렌즈보다 더 박진감 있게 잡아낸다.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놓치지 않는다.그렇기에 그의 작품엔 흡인력이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을 현장작업으로 그리는 이상원은 “소재와 대상의 취재도중요하지만 만나는 인물들로부터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작업을 중시한다”고 말한다.그는 20여년동안 1,000여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그 그림들을 절대로 팔지 않는다.소중히 간직해 훗날 자신의 전용미술관에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김종면기자
  • 월북작가 함세덕 ‘무의도 기행’ 무대에

    월북 극작가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이 22일까지 국립 중앙극장 소극장무대에 오른다.그의 작품은 88년 해금조치 이후 간혹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 것은 해방 이후 처음 공연된다.사실주의적 극본에 어울리게 ‘풍자 연극의 대가’ 김석만이 연출을 맡았다.91년 극단 연우무대 대표로 있을 때 ‘동승’을 연출한 바 있어 두번째 만남이다. “가급적 원작의 내용에 충실,토씨나 지문 하나도 그대로 살렸다”면서 “다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함세덕을 잠깐 등장시켜 그의 눈으로 작품을 해설하게 했다”고 말한다. 김석만은 함세덕의 작품에 ‘성장이 멈춘 어린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주목한다.군국주의의 억압에 신음하는 조국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중·일전쟁이 터져 일본의 군국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의 해주인근의 섬.주인공 천명(이상직)이 찢어질듯한 가난에 눌려 작가(원작엔 트럭기사)의 꿈을 피우지 못하고 고기잡으러 갔다가 죽는다는 애절한 내용이다. 아름다운 우리 말과 당시의 풍속도가 잘 그려져 있다.장민호·백성희 등 출연.가벼움과 광속으로 치닫는 세태에 잠시 쉬고 싶은 곳을 찾는 이들에게 괜찮은 무대가 될듯.(02)2274-1173
  • 야생의 싱싱함화폭에 가득…박상수 꽃그림전

    미술에 있어서 꽃은 예술적 영감과 상징의 보고다.붉은 장미는 ‘예수의 수난’을,중세의 필사본 삽화에서 마리아의 손에 쥐어진 카네이션은 동정녀의순결을 상징한다.또 해바라기는 아폴로를 향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처녀가죽어 피어난 꽃이란 신화적 의미를 지닌다.이처럼 인간 정신의 극치를 드러내는 강력한 상징으로 사용돼온 것이 바로 꽃이요 꽃그림이다.그러나 ‘꽃의 화가’ 박상수(54)는 꽃그림에 어떤 형이상학적 의미나 상징성을 부여하기를 거부한다.꽃을 자연 그대로의 꽃으로 보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고답적인 사실주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박씨가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갤러리에서 6년만에 두번째 꽃그림전을 연다.그의 작품 밑바닥에 흐르는 기본 정조(情調)는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이번 전시에서는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를느낄 수 있는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고향의 7월’‘파꽃’‘능소화’‘범부채꽃’‘산함박꽃’‘산초롱꽃’‘목백나무꽃’‘쑥부쟁이꽃’‘식물원 하모니’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철저한 현장 스케치를 통해 야생의 싱싱함을 화폭에 담았다.빛과 색의 감응을 중요시하는 그의 작품의 미덕은 무엇보다 시각적인 순수성에 있다.그것은 물론 늘 깨어있는 감성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화가의 정직한 작업태도에서 비롯된다. 김종면기자
  • 김흥수화백 청작화랑서 26일부터 ‘하모니즘 Ten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67)가 ‘매체의 혁명’으로 현대미술의 새 장을연 작가라면,원로 서양화가 김흥수 화백(80)은 새로운 형식미학을 창안해 현대미술을 풍요롭게 한 작가다.지난 77년 김씨가 미국에서 작업하던 시절 만들어낸 ‘조형주의(調型主義)가 바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동양의 음양사상을 토대로 한 조형주의는 하나의 작품 속에 구상과 추상을 결합,이질적 화면이 빚어내는 조화를 추구하는 작품경향을 말한다.구상과 비구상의 조화를 찾는 기법이란 뜻에서 ‘하모니즘(harmonism)’으로도 불린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청작화랑에서 26일부터 3월17일까지 열리는 ‘99 하모니즘 Ten’전은 김화백의 평생 화두인 조형주의 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있는 자리다.이 기획전에는 김화백은 물론,구자승·김병종·오용길·이두식·이숙자·이왈종·장순업·장혜용·황주리 등 동서양화단의 중진작가 9명이 참여해 관심을 끈다. 조형주의 회화이념이 새로운 미술사조로 공인된 것은 지난 90년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미술관 초대전에서다.김씨는 당시 뤽상부르미술관 초대전에 77년 조형주의 선언문 등 입증자료를 작품과 함께 제시,프랑스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로부터 “하모니즘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의 데이비드 살레보다 4년 앞선 동일경향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배타성이 강한 우리 화단에서 하모니즘에 대한 평가는 퍽 인색한 편이다.서구미술의 조류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영합면서 나름의 조형적타당성을 지닌 우리의 독창적 양식에 대해선 왜 그리 소홀할까.이번 전시는하모니즘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평가를 촉구하는 장이란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김흥수 화백의 작품구조를 보면 대개 왼편엔 추상화면,오른편엔 구상적 주제의 화면이 각각 별도의 틀에 담겨 있다.구상 즉 양(陽)의 주된 주제는 ‘여인’,그 중에서도 특히 나부(裸婦)다.반세기 넘게 계속돼온 그의 누드작업은 단순히 여체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88년 작품 ‘인간은 어디로 와 어디로 가는가?’처럼 사색의 향기를 풍기는 그림들도 적지않다.“여인은 평화의 주제이며 누드는진실과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게 그의 지론.이번 전시에서 그는 누드화 ‘기도하는 소녀’를 보여준다. 양이 밝음의 근원이라면 음은 어둠의 근원이다.추상은 음(陰)의 범주에 속한다.김화백은 구상쪽은 주로 부드러운 톤을,추상쪽은 상대적으로 짙은 색조를 택해화면의 생동감을 살린다. 이번 전시의 참여화가 중에는 구자승·오용길 화백 등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 있는가하면 정명한 추상언어를 생명으로 하는 작가도 있다.장르의 벽을 뛰어넘어 모두 하모니즘이란 주제 아래 모인 것이다.한국화단의 파벌 풍토를 감안할 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이번 작품전에서는 모두 30점이 선보인다.(02)549-3112
  • 24년만에 모교 강단에 선 임헌영씨

    ◎“비제도권문학 적극 수용/기성문학 보수화 막아야” “비제도권문학을 제도화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절실한 문학적 과제입니다.재야문학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기성문학’ 자체가 보수화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24년만에 복권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57)는 요즘 모교인 중앙대의 겸임교수로 새로운 문학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임씨는 74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소설가 이호철씨 등과 함께 구속됐다. 그 뒤 집행유예로 잠시 풀려났던 그는 79년 남민전 사건에 또다시 연루,5년형을 받고 83년까지 수감생활을 했다.이후 줄곧 미복권 상태로 있다가 이번에 복권돼 중앙대 대학원과 학부에서 ‘문학연구 방법론 실습’‘현대 문제작 탐구’ 등의 강좌를 각각 맡게 된 것이다. 임씨는 67년 ‘현대문학’에 ‘니힐과 반항’등이 추천돼 평론가로 등단한 이래 평론집 ‘창조와 변혁’‘분단시대의 문학’등 20여권의 저서를 냈다. 그가 걸어온 문학의 길은 참여문학­민족문학­사실주의문학­민중문학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통일문학입니다.남북문화의 이질화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어요.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국민운동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대학의 문학교수로서 임씨는 새삼 아카데미즘에 빠져 무력증을 앓고 있는 우리 비평계를 안타까워한다.“창작의 홍수 속에 비평의 둑이 무너졌다고 할까요.적절한 비평적 통제가 없다면 우리문학은 무정부상태로 나아갈지도 몰라요.2,000년대를 향한 새로운 미학적 제방을 쌓는 일이 필요합니다” 비평전문계간지 ‘한국문학평론’ 주간도 맡고 있는 그는 현재 ‘근·현대 소설 사회사’‘문학운동사’(가제) 등의 책을 준비중이다.
  • 중진 이상원씨 베이징 中國미술관 초대전

    ◎삶에 지친,그 무상함이란… 중진화가 이상원씨가 중국 북경에 있는 중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8월2일까지).‘한국저명화가 이상원 작품전’이 그것. 이씨는 이 전시에서 대형 회화작품 30점을 선보인다. 올해를 ‘중국 국제미술의 해’로 정한 중국 정부가 개방 이후 국가차원에서 국제간 미술교류를 위해 기획한 세계 각국의 유수 미술작품전시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독특한 극사실주의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이씨는 한국화단에서는 예외적인 인물.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했고 직업초상화가로 명성을 쌓은 뒤 순수회화로 전환한 특이한 경력 때문이다. 그의 대상은 주로 폐선,폐타이어,공사장의 잔해물,각종 어구,자동차 바퀴자국,마대 등 쓸모없이 버려진 것,또는 새로 싹이 트는 감자나 고목 등이었다. 이를 통해 삶의 무상함,즉 생성과 소멸이라는 실존의 한계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 주요전시작인 ‘동해인(東海人)’ 시리즈에서도 그의 철학은 일관성을 보여준다. 고기잡이를 천직으로 여겨온 어부들의 지친 표정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법칙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 15인의 거장들/양혜숙 엮음(화제의 책)

    ◎독일어권 현대 극작가들 삶과 작품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 15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고찰한 연구서. 한국공연예술원 원장인 양혜숙 전 이화여대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고 이병애(이화여대).이원양(한양대).윤시향(원광대)교수 등 드라마를 전공한 독문학자 15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서사극 이론의 창시자로 현대 희곡문학과 연극에 새로운 지평을 연 베르톨트 브레히트.그는 독일어권 연극을 정치극 일변도로 몰고가며 서사극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켰다.그와 대비를 이루는 작가가 신사실주의의 기수로 불리는 외된 폰 호르바트다. 이 책은 브레히트 정치극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호르바트 계열의 작가들이 어떻게 독일 연극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가를 분석한다.호르바트의 후계자로는 ‘낙인 찍힌’ 국외자들을 주로 다룬 민중극 작가 크뢰츠와 ‘추(醜)의 미학’으로 세계 영화계의 거장이 된 독일극계의 이단아 파스빈 더를 빼놓을 수 없다. 기록극의 대가이자 독일 시극(詩劇)의 거장인 페터 바이스,동독작가로 공산주의의 한계와맹점을 통렬히 비판한 하이너 뮐러,구변극(口辯劇)이라는 새로운 드라마 장르를 개척한 페터 한트케,60년대와 70년대 브레히트와 바이스의 정치극·기록극이 휩쓸고 있는 독일 연극풍토에 반기를 든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보토 슈트라우스 등에 관한 글도 주목되는 논문.여성작가로는 전통 보수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판한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게를린드 라인스하겐을 다룬다.문학동네 2만원.
  • ‘혈맥’·‘오구’/새로운 연출 색다른 재미/리바이벌 연극 2편

    ‘하늘아래 새것 없다’ 좋은 창작희곡이 가물에 콩나듯 하는 연극판 실정에 더욱 실감스런 말.‘더 재미 있어진’ 리바이벌 연극 두편이 그래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끈다.국립극단 ‘혈맥’(12∼21일·서울 국립극장 소극장)과 연희단거리패 ‘오구’(17∼7월30일·서울 정동극장). ‘혈맥’은 사실주의 극작가 김영수의 48년작.산비탈 방공호에 깃들어 사는 거복이네,땜질쟁이네,지식청년 원칠네 등을 통해 가난,무질서하고 절망적이던 해방공간을 희비극으로 그린 사실주의 희곡 고전.그간 무수히 공연됐지만 이번엔 국립극단이 해마다 한편씩 마련할 ‘한국연극재발견’시리즈 첫주자다.임영웅의 선굵은 연출과 조련된 국립극단 연기자들의 만남도 기대해봄직.정상철·백성희·김재건·권복순등 출연.평일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4시.274­1151. 한편 89년 첫선보인 ‘오구’는 죽은자를 진혼하는 ‘산오구굿’에서 골격을 따온 작품.특히 지난해 정동극장 한달 공연서 크게 히트한뒤 올해부터 정동극장 상설 레퍼토리가 된다. 해마다 6월이면 다시 만져져정동극장에 오르는 것.이참에 정동극장이 기존에 운영중인 ‘외국인 대상 문화관광상품’ 목록에도 올라 영어·일어 자막해설 등이 따라붙는 등 대접받는다.이윤택 극·연출.강부자 주역.평일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3시·6시30분(화·금·7월22·23일 쉼).773­8960.
  • 중남미 포스트모더니즘 선구자/보르헤스가 쓴 불교이해

    예리한 직관으로 형이상학적 문제를 포착,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사람들은 흔히 그를 ‘20세기의 창조자’‘환상문학의 창시자’‘사상의 디자이너’‘중남미의 호머’‘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바벨탑 같은 작가’‘작가를 위한 작가’등으로 부른다.그의 이름은 이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적 상징의 하나가 됐다.그런 그가 불교에 깊은 애착을 가졌으며 이해 또한 정통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최근 출간된 ‘보르헤스의 불교강의’(김홍근 옮김,여시아문)는 보르헤스가 불교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으며 얼마나 깊은 정신적 경지에 도달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의미있는 연구서다. 보르헤스는 “불교는 내게 구원이었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20세기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들에는 불교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그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불교와 힌두교,우파니샤드 철학을 접했다.그런 영향으로 보르헤스는 밖으로 드러난 외부의 세계는 거대한 환영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진정으로 세계를 현실감 있게 파악하려면 겉만 묘사하는 사실주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적 사실주의’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에게 ‘환상’이란 숨은 이면을 직시할 수 있는 상상력을 의미한다.가시적인 세계가 환영이라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수록 작품은 더욱 환상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것이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다.이것은 또한 불교의 핵심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곳곳에서는 보르헤스만이 경험한 깨달음의 편린들을 만날 수 있다.한 예로 그의 독특한 사고와 발상법에서 싹이 튼 포스트모더니즘의 단초들도 사실은 그의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이 책은 붓다가 언급한 ‘화살의 비유’를 예로 든다.우리의 몸에 박혀 있는 화살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에고(ego)라고 밝힌 보르헤스의 견해는 ‘근대적 자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간은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이며 관객이기도 하다.보르헤스가 작품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는 내 안의 여러모습 가운데 진짜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정체성의 문제다.보르헤스는 자신의 이러한 의문점들을 붓다의 가르침 핵심인 사성제와 윤회,무아,진정한 소멸인 열반의 의미로 풀어나간다.보르헤스는 단순한 작가의 위치를 넘어 20세기 후반의 지적 조류를 이끌어가는 프랑스와 미국의 주요 사상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그의 기본적인 발상들이 불교사상에서 연원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 안톤 체홉 축제무대

    ◎떼아뜨르 노리 기획… 5,6월 매주 월요일 공연/3개 극단 참여… 관람·출연·대관료 무료 ‘화제’ 근대 사실주의 희곡의 거장 안톤 체홉의 국내 미발표 작품과 대표작만을 올리는 체홉 축제무대가 5월과 6월 두달간 매주 월요일에 펼쳐진다. 지난해 월요 무료연극 ‘결혼전야’를 기획하여 주목을 받았던 극단 떼아뜨르 노리가 98년판으로 준비한 같은 형식의 연극무대.이번에도 관객의 관람료는 물론이고 배우들도 출연료 없이 무대에 선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극장측도 연극저변 확산의 취지에 동참,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해 화제다. 페스티벌에는 떼아뜨르 노리와 미추·수레무대 등 3개 극단이 참여,체홉의 6개 작품을 매주 월요일 서울 대학로 5개 극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인다.작품은 체홉의 4대 장막중 하나인 ‘갈매기’(전훈 연출)를 비롯해 ‘6호실’(이항나) ‘결혼피로연’(정호봉) ‘청혼’(김태용) ‘곰’(차태호) ‘백조의 노래’(여무영) 등. 축제형식의 개방무대를 통해 지루하게만 보아온 체홉 연극의 재미를 발견하고 사실주의 연기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게 기획의 취지다. 6월14일부터는 서울 북촌창우극장에서 6개의 작품을 한데 모아 공연한다.문의 3446­4840.
  • 비교문학 연구서 ‘한국문학 속의 세계문학’

    ◎우리 문학에 녹아 든 외국문학/유미주의자 와스카 와일드의 수용 양상 해부/50년대 실존주의·러 사실주의 영향 등 고찰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는 괴테의 피카레스크적 방랑구조와 교양소설적 구조가 주인공 이형식과 박영채를 통해 드러나 있다.반면 염상섭은 소설 ‘E선생’을 통해 괴테의 범신론적 세계관을 암시하고 있으며,‘제야’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모티브를 수용하고 있다.이는 이 작가들이 괴테 문학을 창작면에서 주체적으로 변용하고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외국의 문예사조 또는 작가의 작품이 한국문학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핀 연구서 ‘한국문학 속의 세계문학’(이보영 등 지음,규장각)이 나왔다.이 책은 한국문학에 관한 비교문학적 연구가 변변찮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한층 커다란 의미를 지니다. 외국문학의 영향은 1920년대 들어 하나의 전기를 맞는다.데카당스 문학인 퇴폐적·악마적 유미주의 사조가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이와 관련,춘원 이광수는 ‘문사와 수양’(1921)이란 글을 통해 “발아기에 있는 우리 문단에 ‘데카당스’의 망국정조가 풍미해 마치 아편 모양으로 청년 문사와 독자들의 정신을 미혹하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춘원은 이러한 데카당스 문학의 유행을 “불건전한 일본 문단의 전염을 받은 결과”로 규정했다.그러나 데카당스 문학을 오로지 일본의 데카당스 문학의 ‘전염’으로만 본 것은 잘못이라는 게 이 책의 입장이다.그 당시 일본에서는 아카키고헤이(적목연평)의 ‘유탕 문학의 박멸’(1916)같은 평론이 나올 만큼 데카당스 문학이 유행했다.그 영향을 조선작가들이 일정 부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1920년대 데카당스 문학이 유행하게 된 진짜 이유는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허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특히 유미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였던 영국의 괴재 오스카 와일드 문학의 수용양상을 꼼꼼히 살핀다.와일드는 ‘옥중서간’에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반율법주의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악마적 유미주의와 퓨리터니즘의 갈등을 겪은 것은 주위의 기독교적 전통과 옥스포드대학 재학시절의 은사인 러스킨과 페이터의 도덕적 유미주의의 영향 탓이다.그러나 와일드의 유미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동인의 경우는 그같은 종교적 전통과 스승의 영향이 없었다.김동인의 작품 ‘광염소나타’의 백성수나 ‘광화사’의 솔거의 유미주의가 단지 악마적이거나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이에 비해 염상섭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와일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유일한 작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염상섭 역시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데카당스 풍조에 깊은 관심과 공감을 보였다.이는 소설 ‘암야’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사이비 데카당스의 수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나,‘표본실이 청개구리’에 나오는 다눈치오의 ‘죽음의 승리’에 대한 언급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그러나 염상섭이 진정으로 와일드에 공명하고 그로부터 배운 것은 바로 휴머니즘 정신이다.염상섭에 끼친 ‘휴머니스트’ 와일드의 영향은 염상섭의 작품 ‘진주는 죽었으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그 구체적인 예로 이 작품에는 ‘사특한 계집아!’라는 대목이 나온다.이것은 와일드의 ‘살로메’에서 세례 요한이 음욕을 품고 자기를 바라보는 살로메를 꾸짖을 때 ‘바빌론의 딸’‘소돔의 딸’ 혹은 ‘간음의 딸’이라고 그녀를 부른 것을 모방한 것이다.이 경우에도 염상섭은 ‘와일드’를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살로메’는 퇴폐적이고 탐미주의적인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염상섭은 살로메의 타락한 정신을 준엄하게 꾸짖는 세례 요한의 도덕의식만을 그의 작품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이밖에 한국에서의 독일 표현주의 수용사,1950년대 한국 문학작품에 나타난 실존주의의 양상,톨스토이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수용과 그 한국적 변용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 체홉 희곡 색다른 해석/30대 연출가들 실험무대/굿모닝? 체홉

    연극도 위기의 시대.하지만 젊은 연출가들의 실험의욕은 오히려 뜨겁다. 최용훈·이성열·손정우·김광보·박근형.얼마전 동인극장 ‘연극실험실혜화동1번지’ 2기 동인으로 뭉친 이들 30대 연출가 5명이 그 실험의 전위로 나섰다.올 한해동안 동인작업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 극단 백수광부가 21일 서울 혜화동1번지 무대에 올린 ‘굿모닝? 체홉’은 이같은 동인작업의 첫출발이다.“왜 체홉의 작품들은 사실주의 양식으로만 무대화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과 불만에서 출발한 작품.백수광부는 이와함께 올해의 주제를 ‘안톤 체홉’으로 삼아 체홉의 희곡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계속 무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굿모닝? 체홉’은 체홉의 4대 장막극인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을 하나로 응축시킨 무대다.각각의 작품을 해체,그속에 담긴 공통의 주제나 담론들을 총 9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따라서 주제나 형식,내용상에 있어 일관된 통일성이 없이 각 장면마다 다른 표현양식과 무대언어가 동원된다.체홉이되 체홉이 아닌 백수광부같은 체홉의 연극을 실험하는 것이다. 선적인 이야기구조를 다층적인 구조로 변형시키는데 능한 백수광부의 대표 이성열이 연출을 맡고 김대통·임진순·정은경 등이 출연한다.2월8일까지.화∼목 하오 7시30분,금·토·일·공 4시30분·7시30분.763­6238.
  • 현대미술 작가들 한자리에/네덜란드 스테델릭미술관 소장품 60점

    ◎몬드리안 말레비치 칸딘스키작품 전시 20세기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20세기의 미술전’이 지난 17일부터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측이 2년전부터 추진해와 성사된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51명의 작가를 추려 모두 60여점을 보여주고 있어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스테델릭미술관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곳으로 특히 초기 추상의 거장 말레비치 작품소장으로 유명한 곳. 지난해 일본 전시와 같은 내용의 이번 전시는 반 고흐의 영향을 받은 독일표현주의,추상미술의 원조 세잔과 그 후예인 입체주의,그리고 몬드리안·말레비치류의 기하추상,네덜란드 지역작가들로 구성된 마술적 사실주의,2차대전후 등장한 아르브뤼·코브라그룹·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다.여기에 팝아트나 미니멀리즘,개념미술 작품들이 가세하고 있고 80년대초 독일·뉴욕·이탈리아에서 거의 동시에 보여졌던 신표현주의와 80년대 이후 미술 등그야말로 20세기를 모두 훑는다. 이번 전시의 큰 줄기는 추상미술.주지주의적 기하추상을 시작한 세잔과 그의 영향을 받은 몬드리안과 말레비치,그리고 그후의 색면추상·미니멀리즘의 맥을 더듬어볼 수 있다.또 한쪽은 주정주의적 성격의 반 고흐류로 반 고흐와 칸딘스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여기에 입체주의의 브라크·로랑·피카소,미래주의의 세베리니,추상표현주의의 폴록·드 쿠닝·뉴만,미니멀리즘의 스텔라·라이만 등도 들어있다.무엇보다도 스테델릭미술관의 자랑거리인 말레비치의 작품 5점을 비롯해 몬드리안의 작품 3점을 한 공간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3월15일까지.
  • 영화와 문학에 대하여/요아힘 패히 지음(화제의 책)

    ◎표현매체의 상호 영향성 해부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핀 이론서.문학적인 소재가 처음부터 영상에 옮겨졌던 것은 아니다.초기 형태의 영화는 쇼 무대나 서커스의 장면을 화면에 담아,대목 시장같은 곳에서 반복 상영되곤 했다.이런 형편에서는 서사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최초의 영화인‘공장문을 나서는 사람들’은 상영시간이 고작 1분이었다.그러나 1908~1910년경 영화적 수단으로 영화의 문학화가 가능해지면서 영화는 예술과 문학으로의 접근이 쉬워졌고 영화의 독자적인 서술능력은 향상됐다. 초기 영화의 서사구조가 비문학적인 대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19세기 사실주의 소설의 문학적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다.에이젠슈테인 역시 문학적 몽타주의 형식을 디킨스,푸시킨,플로베르,졸라 등에서 찾았다.이런 점에서 디킨스가 소설을 쓰듯이 영화를 서술하고 싶다는 그리피스의 생각과,카메라가 영화를 찍듯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톨스토이의 생각은 상충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 두 생각은 자신들의 시대와 변화하는 사회상을 각각의 지각방식에 따라 표현해낸 문학과 영화의 상호 보충적인 관계를 대변할 뿐이기 때문이다.이 책은 매체의 상호교환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예를 든다.파스빈더 감독의 작품으로 먼저 영화화된 뒤 게르하르트 츠베렌츠가 소설로 쓴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은 감독이 여주인공의 죽음을 새로 만들어낼 정도로 시나리오를 많이 바꿨을 뿐 아니라 ‘영상을 말로 표현한’ 작품이란 점에서 영화의 문학적 독서에 합당한 사례다.이러한 츠베렌츠의 작업은 영화의 문학화라고 하기 보다는 영화에 의해 서술된 ‘이야기’를 다시 소설로 서술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임정택 옮김 민음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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