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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고시촌] “신림동 이사철…아직까진 방 넉넉”

    [생생 고시촌] “신림동 이사철…아직까진 방 넉넉”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1차 시험을 마친 2월은 신림동에서 가장 분주한 한달이다. 시험을 마치고 떠나는 학생과 시험을 준비하려 신림동으로 입성하는 학생들이 바통터치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3월 중순까지 이사시즌이 계속되는데 아직까지는 빈 방이 넉넉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다운타운’일수록 비싸 일반적으로 신림동 고시촌이라고 하면 신림 9동,2동,10동 넓게는 6동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같은 고시촌이라고 하더라도 지역과 시설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주요 학원과 독서실 등이 몰려 있는 신림 9동의 방값이 가장 비싼 편이다. 최근엔 베리타스 법학학원이 있는 신림2동도 주택가라 조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만원에 월 30만∼45만원, 고시원은 이보다 조금 싼 20만∼30만원 선이다. 고시원은 화장실, 샤워시설을 공동 사용해야 하는 점이 원룸과 다를 뿐 내부 시설은 비슷하다. 여기에 원룸은 가스·전기·수도세가 월 2만∼3만원 정도(봄·가을 기준) 나오고, 집주인이 쓰레기 분리수거비용으로 월 5000원을 더 받기도 한다. 신림 9동에서도 ‘다운타운’에서 멀어질수록 더 저렴한 값에 조용한 방을 구할 수 있다. 관악산 기슭 아래 부근은 월 15만원에 하루 3끼 식사를 제공하는 데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방이 남아돈다. 학원에서 10분 정도 걷는 걸 운동이라 생각하면 싸고 좋은 방을 구할 수 있다. 신림 10동은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허름하지만 월 10만∼15만원 정도로 방값이 매우 저렴하다. 주로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이 자취하는 경우가 많다. 신림 6동은 아파트가 많은데 고시생 부부, 결혼 후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살고 있다. 걸어서 15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한다. ●에어컨은 필수, 높은 층이 좋아 살 동네를 정했다면 수험생활을 위해 몇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 있다. 에어컨은 필수, 세탁기는 선택이다. 요즘엔 에어컨 없는 방은 없지만 실외기가 시끄럽지 않아야 한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세탁기도 각 층에 한 대가 있는 게 편하다. 3층 이상의 높은 층이 좋다. 낮은 층은 길거리 소음으로 방해받거나 하루만 창문을 열어놓으면 먼지가 쉽게 앉는다. 복도 끝방은 춥다. 겨울까지 신림동에서 날 생각이라면 끝방은 피하는 게 좋다. 계단쪽 방이라도 겨울엔 몸을 댈 수조차 없을 만큼 찬 기운이 올라온다. 외부인 차단시스템은 기본이고 거주자만 드나들 수 있게 카드인식기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차단시스템이 있는 편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신림동 이삿짐센터 사장 김현주씨 “한밤중에 이사… 별난 고시생 많아요” 신림동으로 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최고 대목을 맞는 것이 바로 이삿짐센터. 요즘엔 하루에 20∼30건씩 이사짐을 처리하기도 할 정도. 신림동에서만 6년째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김현주(31)사장은 “학기 초와 맞물리는 1월 중순∼3월 중순이 1년 중 가장 대목이다. 이때 한몫 잡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바쁜가? -3일째 점심도 거르고 일했다. 밤 9시가 넘어서 겨우 숨 고르고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정도다. 너무 바빠서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 고용했다. 이때는 용달차가 남아나질 않는다. ▶학생이사 비용은 얼마정도? -차만 이용하면 1만 5000원, 헬프비용이 짐의 양에 따라 5000원∼1만원이 든다.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높은 층에서 높은 층으로 이동하면 추가 비용이 더 붙는다. 포장이사의 경우 장롱, 냉장고, 세탁기, 책, 옷가지, 침대, 컴퓨터를 기준으로 20만원 정도. ▶신림동에서 이삿짐을 오랫동안 나르다보면 별난 학생들도 많이 봤을 텐데? -밤 10∼12시에 이사를 해달라는 학생이 많다. 이사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한테 알리기 꺼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방에 들어가보면 별의별 학생이 많다. 책으로 침대를 만들어 그 위에서 잠을 자질 않나, 방안에 쓰레기까지 그대로 옮겨달라는 학생도 있다. 남들이 쓰던 책상이나 침대는 싫다고 꼭 자기 걸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방이 맘에 안든다고 2∼3일 만에 몇번씩 방을 옮기는 사람도 봤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죽기전 좋은 일 해 행복해요”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하고 싶었어요. 너무 마음이 좋고 행복하네요.” 27일 자신의 전재산을 내놓고, 좁은 단칸방에 앉아 환한 웃음을 짓는 박영자(87·양천구 신정3동) 할머니의 얼굴은 봄 햇살보다 따뜻하다.박 할머니는 매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33만원에 노인수당 5만원을 받으며 소일거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집 근처 복지관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전기나 가스 등은 쓸 일도 별로 없다. 이렇게 생활한 박 할머니가 80평생 만든 돈은 1000만원이다. 박 할머니는 이 돈을 좋은 일에 써달라며 신정3동사무소에 선뜻 내놓았다.“얼마 전에 혼자 살던 노인 한 분이 죽었어. 장례 치르자마자 전세금 가지고 주변사람들끼리 다툼이 난 거야. 나도 이제는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차라리 좋은 일에 쓰자고 생각한 거지.” 가족이라고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조카뿐이라 혈혈단신이나 마찬가지인 박 할머니는 전재산을 현금으로 찾았다. 전세금 900만원은 장례를 치러줄 사람에게 주기 위해 남겨두고 손에 쥔 돈이 1000만원. 동사무소를 찾아 건넸다. 동사무소는 서울시 시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락했고, 할머니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경북 문경 출신인 박 할머니는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에 보통학교(초등학교)를 다니며 유복하게 살았다.6·25 전쟁이 터진 뒤 가세가 기울고, 스무살에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병에 걸려 죽자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경주로 건너가 15년 동안 남의 집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도와 주기도 했고, 서울로 올라와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해 왔다.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모금회 관계자는 박 할머니에게 “이 돈을 보태 더 좋은 집으로 가서 사시라.”고 권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이 집에서 10년 이상 살았고, 지금 주인과 잘 지내고 있어 가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사를 가면 아플 것 같다.”며 거절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새 ‘작계’ 2010년 완성

    한·미 양국이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에서 한국군으로 이양키로 합의함에 따라 새 작전계획 수립과 유엔사령부 개편 등 후속조치 마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새 작전계획을 준비중이며 개략적 윤곽은 한·미 협의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선(先)방어 후(後)반격’ 개념의 현행 작전계획에 큰 틀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주도 새 작전계획 준비중 지난해 국방부가 2012년 작전권 환수를 가정하고 마련한 세부일정에 따르면 한·미간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7을 대체할 새 작전계획이 2010년까지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군 일각에선 새 작계가 전쟁발발 직전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물을 선제타격하고 신속히 증원전력을 전개해 북한을 ‘해방’한다는 기존의 ‘공세적’ 개념에서 벗어나 억제와 침공저지에 역점을 두는 ‘방어적’ 형태를 취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도발은 곧 자살행위”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보다 공세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부에 보도된 ‘거점 조기점령’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국방부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하면서도 “작계는 철저한 비밀사항”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핵심권한 유엔사 위임 가능성 지난해부터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 수뇌부가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유엔사령부 역할 변경 문제 역시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유엔사 개편의 핵심은 한·미연합사령관이 위임받아 행사하던 위기시 핵심권한이 연합사 해체로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최종일 국제협력차장의 25일 발언이 주목된다. 주한미군이 작전권 이양 뒤에도 효율적 위기관리를 명분으로 전작권의 ‘예외조항’을 요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최 차장도 “한·미가 새로운 ‘전략지시’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유엔사 역할을 둘러싼 양국간 협의에서 전작권의 핵심조항을 유엔사에 위임, 작전수행의 통일성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1994년 평시작전권 이양과정에서도 ▲작전계획수립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등 6개 핵심사항을 연합사의 권한으로 위임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무늬뿐인 전작권 환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력증강비 ‘151조+α’ 전작권 환수에 따른 전력공백에 대비, 국방부는 2010∼2012년 151조원을 들여 F-15K급 전투기,7000t급 이지스 구축함,1800t급 잠수함, 정밀유도폭탄(JDAM) 등 대북억지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해 진통이 예상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대한변협 회장 이진강씨

    대한변호사협회는 2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으로 이진강(64·사시5회) 변호사를 선출했다.서울변호사협회 추천으로 출마한 이 변호사는 대의원 206명 가운데 159명에게 표를 얻어 수원변호사협회 추천을 받은 강창웅(62·사시12회) 변호사를 제치고 당선됐다. 검찰 출신인 이 회장은 서울 휘문고와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1994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99년부터 2년 동안 서울변회 회장을 지냈다.
  • 위성 발사대 국내기술로 세운다

    위성 발사대 국내기술로 세운다

    우리나라에 건설되는 첫 인공위성 발사설비를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제작·설치한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전라남도 외나로도에 들어서는 우주센터에 ‘한국형 인공위성(KSLV-Ⅰ)’ 발사대 및 관련 설비를 구축하는 공사(조감도)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일괄도급(턴키베이스) 방식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국책사업으로 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해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사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로 위성발사시설을 보유한 국가, 세계 9번째로 위성 발사 능력을 갖춘 나라가 돼 우리나라 우주개발 분야의 위상이 세계 수준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영국 등 8개국이다. 발사대를 비롯해 지상기계설비, 추진체 공급설비, 발사 관제설비 등의 위성발사시설은 극저온·초고압 설비로 고난도의 설계와 제작기술을 요구한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핵심 설계자료 등을 분석한 뒤 독자 기술로 설비를 제작·설치할 예정이다. 발사대가 설치되면 우리나라 땅에서 쏘아올리는 첫 위성인 100㎏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내년 10월 발사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위성발사 시설은 우주개발사업의 핵심 설비로, 발사체 및 발사관제 등 우리나라가 아직 미진한 분야의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기술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측은 오래 전부터 우주개발사업을 준비해왔으며 플랜트 엔지니어링 부문과 용인 기계전기연구소에서 기술개발 및 국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기고] 참여정부 대북정책 남은1년의 과제/김근식 경남대 교수

    지난 2002년 10월 부각된 2차 북핵위기는 참여정부 임기 내내 대화와 대결의 희비 쌍곡선을 걸었다. 북핵문제의 요동 속에서 남북관계 역시 진전과 답보, 중단과 재개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장대한 구상은 현실에서 북핵문제에 막혀 의지를 실현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대북정책 4년은 사실상 북핵정책 4년이었고, 이에 연동되어 남북관계가 진행되는 형국이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북핵문제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북핵정책 평가와 관련해 그런대로 위기관리에 성공했다는 긍정과, 결국 위기해결에 실패했다는 부정의 결과가 모두 가능하다. 우선 4년 동안에도 아직 북핵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 자체가 노무현 정부 북핵 정책의 한계로 간주될 수 있다. 남북관계 역시 북핵위기의 후폭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13 합의가 도출되면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첫 단계 진입이 시작되었지만 북한의 성실 이행 여부와 남은 쟁점의 해결 여부는 아직도 논란거리이다. 한국정부의 노력이 돋보였던 2005년 6·17 면담과 9·19 성명도 결국은 북·미 갈등의 재연을 막아낼 수 없었고, 북한의 핵실험을 방지할 수 없었다. 북핵문제가 악화되는 국면에서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대화중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대북정책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2004년과 2006년의 대화중단 사례는 사실상 북핵문제의 악화로 인한 남북관계의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북핵악화와 남북관계 경색은 사실 한국 정부의 힘으로 북·미관계를 온전히 규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북핵문제가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고 미국 주도의 핵비확산 규범과 북한이 주장하는 주권규범 사이의 충돌이라고 전제한다면 사실 핵문제 해결에서 한국 정부가 깔끔한 해결사 역할을 하기는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북핵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위기를 관리하고 긴장고조를 막아낸 점은 노무현 정부의 북핵정책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핵과는 별개로 남북관계를 유지·발전시킨다는 이른바 ‘병행론’ 기조 역시 북·미간 극적 위기상황이 파국으로 진행되는 것을 제어하는, 의미있는 안전판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해 핵실험과 대북제재가 충돌하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지켜내고 무리한 PSI 참여를 유보했던 점은 분명 남북관계 유지로 한반도 평화의 상징을 지켜낸 사례이다. 또한 북·미간 대결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양측의 대화를 성사시키고 유의미한 합의도출을 유도한 점 역시 노무현 정부의 성과로 인정할 만하다.4차 6자회담이 무기 연기되던 2005년 상반기에 6·17 면담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고 6·11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스터 김정일’ 발언을 얻어냄으로써 결국 그해 7월에 6자회담이 재개되었고 산고 끝에 9·19 공동성명이라는 모범답안이 도출되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북·미 양측의 대화와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다. 이제 남은 1년은 4년의 평가를 바탕으로 가능한 목표를 정해 마무리를 해야 한다. 최소한으로는 북핵이 초래할 한반도 위기를 막고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최대한으로는 2·13 합의 이행을 통해 북핵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고 남북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질적 발전에 나서야 한다. 북·미 갈등에 의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 주도력에 의한 한반도 정세 호전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보다 적극적인 대북기조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작통권 환수] 유사시 ‘군사협조본부’서 공동방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에 따라 60년 넘게 이어져온 한·미 양국의 군사동맹구조도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특히 1978년 창설 이후 한반도의 실질적인 군사지휘부 역할을 해온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이번 합의로 34년 만에 사라진다. 연합사의 해체는 양국의 군사동맹구조가 지금의 ‘연합방위체제’에서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합동군사령부와 주한미합동군사령부가 유사시 공동으로 작전을 벌이는 ‘수평적’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 2사단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한 뒤 한·미 양국은 작전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한국의 방위력을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연합사 창설을 본격 논의하게 된다. 이후 1978년 11월7일 용산기지 안에 연합사가 창설됐다. 이에 따라 유엔사령부가 맡아온 한국방위 임무를 연합사가 담당하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 책임만 맡게 됐다. 연합사 창설로 유엔사령관에게 위임됐던 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전환됨에 따라 양국은 ‘국가통수 및 지휘기구’(NCMA)로부터 작전지침 및 전략지시를 받아 한미군사위원회(MC)를 통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연합사는 육·해·공군을 포함한 60만명 이상의 양국 현역 정규군을 통제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350만 규모의 한국 예비군 병력과 미군 병력의 증편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따라 연합사는 2012년 4월17일 양국 군 장성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작전협의기구인 ‘한미 군사협조본부’(MCC)에 임무를 넘기게 됐다. 사실상 연합사를 대신해 구성되는 MCC는 앞으로 창설될 한국군 합동군사령부와 주한 미 통합군사령부(USJTF-K)간의 작전 및 업무협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MCC 아래 10여 개의 기능별 상설·비상설 기구를 설치하는 한편 양측 육·해·공군 작전사급 부대 사이에도 작전협조반을 둘 계획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전·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일지 ▲1950.7.14 이승만 대통령,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 이양 ▲1954.11.17 한·미합의의사록, 국군을 유엔군사령관 작전통제하에 둠 ▲1968.4.17 한·미 정상 공동성명, 대침투작전 한국군 단독 수행 ▲1978.11.7 한미 연합군사령부 창설 ▲1994.12.1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2003.7 한·미 미래동맹정책구상(FOTA) 3차회의, 지휘관계 연구 의제화 합의 ▲2005.9.28∼30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서 전작권 환수 협의 공식 제안 ▲2005.10.1 노무현 대통령 “전작권 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국군의 날) ▲2006.1.25 노무현 대통령 “올해 안에 전작권 환수 문제를 매듭짓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연두기자회견) ▲2006.10.20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2009년 10월15일 이후,2012년 3월15일 사이 이전”으로 전작권 전환시기 합의 ▲2007.2.7∼8 제11차 SPI회의서 미국 36개월(3년) 뒤, 한국 2012년 3월15일 전작권 전환 시기 제시 ▲2007.2.24 한·미 국방장관, 전작권 2012년 4월17일 이양과 동시에 한미연합사 해체 합의 ■ 中 ‘원칙적 환영’ 입장 전략적 유연성엔 민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언론들은 25일 한국과 미국이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보도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서였는지 논평이나 해석 없이 사실 관계만 소개했다. 중국 당국이나 관계자들도 한·미간 전작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이날 베이징의 한 군사 소식통은 “전시작전권 환수에는 중국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엄청나게 민감하다.”고 말했다.“만약의 사태를 놓고 상대할 때 중국으로서 미국은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인사는 “중국에는 전선 개념으로 볼 때 미군이 동북아에서 일본쪽으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연계될 때 중국은 이해관계가 대단히 복잡해진다. 이미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적도 있다. jj@seoul.co.kr ■ 정치권·대선후보 엇갈린 반응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오는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키로 합의한 것과 관련,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은 엇갈린 평가를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25일 “작통권 이양 시기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다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도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여하에 따라서 차기 정부는 필요시 이 문제를 미국측과 재협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로드맵과 연계해 환수 시기를 정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통합신당추진모임이 일제히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북핵문제 해결이 먼저”라며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전시 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을 전제로 한 환수여서 더 안정적이고 진일보한 안보시스템이 확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정치적 슬로건 때문에 역사상 가장 완벽한 동맹체제를 깨게 됐다.”고 비판했다. 나길회 김기용기자 kkirina@seoul.co.kr ■ 시민단체·네티즌 찬반 팽팽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은 각각 다른 시각에서 의구심과 불만을 내비쳤다. 정용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실장은 “전작권 이양은 원칙적으로 옳다.”면서도 “다만 기존의 한미연합사를 대신해 새로운 상설 협의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종속적인 군사관계를 만들어 낸다면 문제가 된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면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자주를 위해서 작전권을 환수한다는 논리인데 연합사라는 대단히 유리한 체계를 무너뜨려 자동적으로 제공되던 정보와 물적지원을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북핵반대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반대 1000만명 서명추진본부’의 송진섭 집행위원도 “대선 이후 차기 정권이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유보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gospels1004’라는 누리꾼은 “작전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는 한반도 주변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아직도 과거 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안주하려는 자들의 주장은 순억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parks113’라는 누리꾼은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다고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느냐.”면서 “반드시 정권을 바꾸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난을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계개편 세력 새이름 ‘고민중’

    정계개편 세력 새이름 ‘고민중’

    정계개편 주도권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범여권이 최근 이름을 두고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계를 제출해 여당이 사라지면 기존의 ‘여(與)’ 개념을 대체할 말이 없다는 게 첫번째 고민.‘여야관계’는 물론 정계개편 흐름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범여권’이라는 용어가 생명을 다하게 된다. 이에 ‘비(非)여권’에서 ‘범열(범 열린우리당)권’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우리당을 여당 대신 ‘열당’이라고 부르는 게 가장 싫었다.”면서 “차라리 지도부에서 자주 쓰는 ‘반(反)한나라당 세력’이 낫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직면한 골칫거리는 ‘탈당파’라는 꼬리표다. 통합신당모임이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집단탈당파’‘선도탈당파’로 자주 불리고 있다. 통합신당모임의 전병헌 의원은 언론에 “설문조사시 고유 명칭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 모임은 정식모임 명칭을 정착시키기 위해 CRU(Centrist Reformists United)라는 영문 명칭도 만들었다. 궁극적인 문제는 신당 이름이다. 그간 수많은 당이 만들어지고 분해돼 쓸 만한 이름이 바닥났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당 명칭에는 ‘통합민주당’처럼 ‘민주당’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신당모임의 강봉균 의원은 주변에 “당 이름을 지어주면 포상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대변인은 “이름이 없다 보니 어떤 지인은 ‘좋은당’은 어떠냐고까지 했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지지도 조사에는 확실히 유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HAPPY KOREA] 제주에 있는 마을공동목장 알암수과?

    [HAPPY KOREA] 제주에 있는 마을공동목장 알암수과?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을 알암수과(아십니까)?” 제주도 한라산 서쪽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 우리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동 소유·관리·분배 개념을 갖고 있는 마을 공동목장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미친 유·무형적 영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 의미를 들춰봤다. ●공동목장 재발견 마을 공동목장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관리하고, 운영 수익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형태다. 현재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한다. 공동목장의 형성 시기를 살피려면 고려시대 몽골 침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별초 항쟁으로 대표되는 제주에도 몽골인들의 영향력이 미쳤다. 특히 기마병을 앞세웠던 몽골군은 제주 중산간 지역에 말 목장을 운영했다. 몽골군이 떠난 뒤 말 목장이 마을공동목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저지마을에는 5만평 가량의 마을공동목장이 남아 있다. 토지대장에는 마을 대표자 3명이 공동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땅이다.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와 말 등을 사육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방치되다시피 해 자연림으로 복원 과정에 있다. 마을공동목장의 원형과 취지가 훼손되기는 제주도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지역은 이미 경제수림이나 골프장 등으로 바뀐 상황이다.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마을공동목장은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분배 문화 형성과 공동체 의식 강화에 톡톡히 기여했다.”면서 “그러나 마을공동목장이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보존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마을 일을 내 일 같이 마을공동목장의 영향 관계를 면밀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저지마을 주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분배 문화와 공동체 의식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인구 감소로 지역내 저청초·중학교가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주민들은 3억원의 성금을 모아 급식비 지원 등을 통해 폐교 위기에서 건져냈다. 이 때 모인 성금은 지금도 장학사업에 쓰이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는 좌경진(45)씨는 “중학교 재학생 모두에게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어 지금까지 교육비 부담이 크지 않았다.”면서 “학교는 주민들에게도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복지센터 건립 당시에도 주민들의 힘은 발휘됐다. 복지센터 건립에는 10억원 정도가 필요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체 예산의 절반만 지원을 약속해 건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주민들은 물론, 출향 인사들까지 가세해 6개월 만에 4억 2000만원을 끌어모았다. 제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저지마을 어떻게 바뀌나 제주에서 유일한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인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일대는 풍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출발선’에 선 저지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풍부한 지역자원, 남아 있는 ‘옥에 티’ 저지마을의 대표적 자연자원은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용암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요철 지형을 이뤄 보온·보습효과가 뛰어나 열대·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특히 이 지역 곶자왈은 희귀한 천연 난대림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을과 채 10리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다양한 인문자원도 있다.3만평 부지에 조성된 문화예술인마을은 50가구가 분양돼 21가구가 입주를 마쳤다.1992년 개원한 분재예술원은 10만평으로, 세계 최대 규모 분재공원이다. 수목 100여종과 분재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2005년 개장한 야생화 전문 전시시설 ‘방림원’은 양치류 300여종과 수생식물 200여종, 야생화 2500여종 등을 확보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도 지난달 완공돼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저지리 일대는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역자원과 연계한 소득기반을 갖추지 못해 ‘관광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체 소득 중 농업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그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저지마을은 400가구 1070명이 거주하는 제법 큰 규모지만, 시내버스가 1시간에 1대꼴로 다니는 게 고작이다. 외지인들이 보유한 토지도 많아 난개발 가능성도 염려되고 있다. 고경화 이장은 “농지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토지이용에 제약이 많아 농업외소득을 늘려야 한다.”면서 “난개발이나 주민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자치규약도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증대와 환경 보전,‘두마리 토끼’ 쫓는다 저지마을은 생태형과 문화형을 혼합한 복합형으로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이 추진된다. 우선 소득 증대를 위해 사시사철 방문객들과 직거래가 가능한 유통센터 건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연환경 보전과 노후불량주택 정비 등 환경 개선도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국비 320억원, 지방비 109억원, 주민부담 및 민자유치 52억원 등 모두 481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제주시장은 “오는 2010년까지 농업소득 3500만원, 농업외소득 1500만원 등 5000만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면서 “주민들의 참여의지가 높은 만큼 분배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민 성공경험+전문가 참여=마을발전 원동력 농촌이 정체의 늪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성공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꼽힌다. 성공 경험은 ‘주민들의 참여의식 고취→마을 발전을 위한 추진력 강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농촌의 미래가 그다지 암울하지만은 않다. ●저지마을의 장점은 ‘성공 경험’ 조용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은 2004년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정보화마을 지정을 계기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정보화마을 지정 이전까지 2000만원을 밑돌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지난해 3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감귤과 한라봉, 키위 등 특산물 판매로 얻은 농업소득이 2700만원, 관광지원을 활용한 농업외소득이 300만원이다. 주민들의 성공 경험은 가시적인 성과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난달에는 환경부의 자연생태계우수마을로 각각 선정됐다. 마을 인근에는 문화예술인마을이 2004년부터 조성되고 있으며, 지난해 전원마을 대상지역으로도 뽑혀 올해부터 사업이 진행된다.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지마을은 발전할 수 있다는 성공 과정을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이를 통해 주민들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마을 발전에 대한 추진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경화 이장은 “특산물 생산이 겨울에 한정돼 있어 저온창고 설립을 추진 중”이라면서 “주변지역의 관광인프라와 저지마을의 산업인프라를 연계하면 파급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 참여모델의 ‘모범 답안’ 저지마을 주민들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마을 발전을 위해 측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은 공동발전협약을 체결, 체험프로그램 등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생태 숲을 가꾸기 위해 사단법인 ‘생명의 숲’과, 체험관광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제주도관광협회와 각각 후원협약도 맺었다. 자연환경 보전에는 지역시민단체인 환경참여연대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을 가꾸기에는 이명규 광주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약재·특산물 재배에는 박진우 동의과학대 약재관리과 교수, 마케팅에는 ㈜우리지역개발연구소 김경희 소장 등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지역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들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은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바꿔주는 게 몫”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大選염두 빅4중 3명 공안통

    大選염두 빅4중 3명 공안통

    법무부는 23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안영욱 부산지검장, 대검 중수부장에 이귀남 대검 공안부장을 임명하는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3월5일자로 단행했다. 법무부 차관에 정진호 광주고검장, 대검 차장에는 정동기 법무차관이 각각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수부장과 함께 검찰내 ‘빅4’로 불리는 대검 공안부장에는 이준보 청주지검장이 임명됐고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문성우 국장이 유임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전문성 등을 감안하고 12월 대선에서 검찰이 중립을 지키고 공명정대한 선거 분위기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고검장급으로 법무연수원장에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에 홍경식 법무연수원장, 부산고검장에 박상길 대전고검장, 대전고검장에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 대구고검장에 권재진 대구지검장, 광주고검장에 명동성 광주지검장이 각각 승진 또는 전보 발령됐다. 아울러 법무부 법무실장에 한상대 광주고검 차장, 보호국장에 이상도 춘천지검장, 감찰관에 이복태 대검 형사부장, 정책홍보관리실장에 박영렬 서울고검 송무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조근호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각각 승진하거나 자리를 옮겼다. 대검 형사부장은 조승식 인천지검장, 마약·조직범죄부장은 강충식 서울북부지검장, 공판송무부장은 황희철 대구고검 차장, 감찰부장은 김종인 전주지검장이 맡았다. 이날 발표된 검사장급 이상의 검찰 인사는 공안 출신 검사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예정된 대선을 염두에 둔 수뇌부 진영 정비로 보인다. 검찰 내 핵심포스트인 ‘빅4’에 새로 임명된 3명이 모두 공안통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이번 인사의 포인트는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안영욱 검사장이다. 사시 19회 출신인 임채진 전임 지검장의 후배 기수가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동기인 안 지검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장에 이귀남 대검 공안부장을 이동시키고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이준보 청주지검장을 공안부장에 발탁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빅4’ 가운데 핵심 요직인 중수부장과 공안부장이 각각 전남 장흥, 전남 강진 출신이고 유임된 문성우 검찰국장 역시 광주 출신이다. 그래서 부산 출신인 안 지검장을 지역안배 차원에서라도 발탁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던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의 경우 DJ 정권 때 범호남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배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밖에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의 부탁을 받고 수사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태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을 차장급인 서울고검 검사로 강등시킨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현직 검사장이 강등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권 검사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사퇴 종용에 항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선우영 동부지청장과 문영호 수원지검장은 제이유 사건과 후배 용퇴 등을 이유로 사표를 냈다. 특히 이번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13기 출신 5명과 14기 9명 등 16명이 대거 검찰의 꽃인 검사장에 올라 검사장직으로 바뀐 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1차장에 배치됐다. 발탁 차원에서 15기 2명이 검사장 승진에 포함된 것도 향후 검찰 인사의 향방을 살피는 데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홍성규 홍희경기자 cool@seoul.co.kr ●정진호 법무부 차관 줄곧 형사분야 수사를 맡아 잡음없이 처리한 형사통. 체질상 술을 거의 못하지만 친화력과 통솔력이 있고 검찰 조직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1991년 부산지검 형사1부에서 100억원대의 수입쇠고기 한우 위장판매 사건을 무리없이 처리했다. 부인 황미진씨와 2남.▲53·익산·사시19회 ▲용산고 고려대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보호국장 ▲광주고검장 ●정동기 대검 차장 강직하고 적극적이며 정책 판단능력도 탁월하다는 평.2004년 대구지검장 때 기업경영 혁신 기법인 ‘6시그마’를 검찰에 최초로 도입했다. ‘사회봉사명령제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내는 등 보호관찰 분야 전문가다. 부인 김외숙씨와 1녀.▲54·서울·사시18회 ▲경동고 한양대 ▲대구지검장 ▲인천지검장 ▲대구고검장 ▲법무부 차관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공안2·3과장과 공안기획관, 서울지검 1차장을 거친 공안통.1992년 울산지청 선거사범전담반장으로 있으면서 현대 계열사 사전선거운동을 수사했다.2003년 울산지검장때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피해자 상담실’을 전국 검찰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부인 신숙정(52)씨와 1남1녀.▲52·밀양 사시19회 ▲부산고 서울대 ▲광주지검장 ▲부산지검 검사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특수·형사·공안 등 검찰 수사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야전 경험을 쌓았다. 1999년 서울지검 특수3부장 때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음대 입시부정 사건 등을 수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사정비서관을 맡기도 했다. 부인 서향화씨와 2남.▲56·장흥·사시 22회 ▲인창고 고려대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대검 공안부장
  • [어린이책꽂이]

    ●출동! 시간구조대(류가미 지음, 삼성출판사 펴냄) 동아시아 문명 발상지인 황하에서 문명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이같은 가정에서 출발, 역사를 뒤바꾸려는 시간테러단과 이를 지키려는 시간구조대간의 대결 형식을 빌려 인류역사를 재현해낸 역사 판타지.1권은 황하의 홍수를 막아 하나라의 첫번째 왕이 된 우임금 이야기,2권은 크레타 왕궁에 있는 미로 속에서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테세우스 왕자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각권 9500원.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지음, 창비 펴냄) 십장생은 도교의 신선사상에 토대를 둔 것으로, 장수의 상징인 열가지 자연물을 가리킨다.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영지버섯),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때론 곧고 푸른 대나무와 신선의 땅에서 난다고 하는 복숭아가 포함되기도 한다. 십(十)은 상하좌우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함을 나타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십장생 이야기.1만원. ●맛있는 들풀(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진선아이 펴냄) 어린 잎을 따서 고명으로 쓰는 초피나무,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는 섬조릿대, 어린순을 무쳐 먹는 독활, 어린잎을 튀겨 먹는 호장근….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리는 들풀은 잡초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다.60여종의 들풀을 세밀화로 소개한 생태교육 도감.7500원. ●그림으로 보는 세계 생활사(앤 밀라드 등 지음, 홍순철 옮김, 창해 펴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빵 몇조각을 약간 구운 다음, 다시 물을 섞어 체로 걸러 맥주를 만들었다. 바이킹은 어떻게 살았을까. 선원이며 전사이자 탐험가였던 바이킹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약탈하는 해적이었지만 훗날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여러 지역에 정착했다.‘사가’라 불리는 서사시는 용감한 바이킹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인류의 첫 문명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세계사 그림책.2만 4000원. ●박쥐(팅 모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베틀북 펴냄) 박쥐의 종류는 950종 이상.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과 남극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산다. 보통 박쥐의 속도는 시속 10㎞. 그러나 박쥐 중에서 가장 빨리 나는 붉은박쥐는 시속 60㎞ 이상으로 날 수 있다. 박쥐는 종류마다 소리를 내는 곳이 다르다. 관박쥐는 코로, 갈색박쥐는 입으로 초음파를 낸다. 어린이 스스로 자연을 탐구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꾸민 그림책.8500원. ●임경업전(하상만 옮김, 청솔 펴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군담소설. 우리나라 고전은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본(異本)이 많다.‘임경업전’의 이본은 36가지나 된다. 임경업은 병자호란 당시 호국(청나라)이 가장 두려워한 조선의 장수. 볼모로 잡혀간 세자와 대군을 구하기 위해 몰래 호국에 들어간 임경업은 독보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조선으로 돌아온 임경업은 역적 김자점의 음모로 죽고 만다.8000원.
  •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야스쿠니 신사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합사시켰지. 빼달라고 했더니 유패에 ‘생존자’라고 붙여 놨더라고. 이번에 가면 차라리 ‘강제징용자’로 고쳐 달라고 할 거야.” 김희종(82) 할아버지는 최근 하루도 편안하게 잠을 못 이뤘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공동 피고로 한 ‘야스쿠니신사 합사철폐 재판’ 원고인단 가운데 생존자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25일 일본땅을 밟기 때문이다.23일 서울 신림2동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귀가 조금 어두웠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꼭꼭 눌러왔던 한(恨)을 풀어냈다.50년 넘게 함께 산 유희훈(74) 할머니에게도 3년 전에야 징용 사실을 털어놓았을 만큼 일부러 잊고 지낸 그의 과거사는 불행했던 우리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었다. ●일본에서 미국, 다시 한국으로, 힘 없는 민족의 설움 황해도 황주 출신인 그가 제국주의의 망령이 드리워진 야스쿠니 신사에 ‘긴 기시오(金喜種)’란 이름으로 전범들과 함께 합사된 것은 지난 1944년 일본 군속으로 징용당한 뒤 전사한 것으로 잘못 기록된 탓. 그는 “개 끌고 다니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끌려갔어. 배를 탔을 때에야 남양군도로 간다는 것을 알았지.”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요코하마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사이판으로 옮겨갔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일본군 기지를 구축하던 그는 44년 6월 미군의 포로가 됐고, 이후 캘리포니아 목화 농장에서 노예처럼 노역을 했다. 광복을 맞았지만 돌아올 길이 마땅치 않아 1년을 더 기다린 끝에 46년 고국 땅을 밟았다. 48년 순경 시험에 합격해 73년 정년 퇴직한 그는 퇴직금으로 조그마한 문방구를 열었지만 신통치 않았고 구슬 꿰기를 하는 등 힘겹게 2남1녀를 키웠다. 지금은 자식들이 마련해준 3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지난 세월 일본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가슴을 후벼내듯 아팠지만 일부러 잊고 지낸 악몽들이 새삼 떠오른 것은 지난해 2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뤄지면서였다. 등록을 하라는 연락을 받고 여러 가지 서류를 떼서 해당 관청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일본에서 사이판, 다시 미국까지 짐승처럼 끌려다녔어. 한 달에 50만원도 아닌 1년에 50만원이라니. 기도 안차. 죽은 사람에겐 2000만원이래. 쓴웃음만 나오더라고.” 지난해 5월에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는 것. 관련 단체의 도움으로 일본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자신을 합사자에서 빼달라고 말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 “잘못을 감춰 보려는 것 아니겠어. 당시에 조선 사람들이 일본에 충성했다고 선전하기 위해서겠지. 정신대 문제의 방패막이로도 이용할 수 있을 테고”라며 애써 분을 감췄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고작 1년에 50만원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그나마 정치인들끼리 치고받느라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대. 내가 100살까지 살 것도 아닌데 이젠 줘도 안 받을 거야. 언제 힘없는 백성들을 생각한 적이 있나.”라고 힐책했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폐 재판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14명의 A급 전범을 포함해 240여만명의 일본인 이외에도 약 2만 1000여명의 한국인이 강제 합사돼 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 합사자 가운데 13명은 현재까지 살아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국내 생존자와 유족들은 당사자나 유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민족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즉각 철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사 측은 ‘한번 합사된 이상 취하할 수 없고 당시 일본인으로 희생됐고, 죽으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진다는 것을 알고 참전했기 때문에 합사는 유족들의 의사와 관계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인 합사자만을 원고로 해 제기되는 소송이다. 오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정식으로 제소된다. 글 사진 임일영 김동현기자 argus@seoul.co.kr
  • 개통축제 앞두고 해직 ‘날벼락’

    개통축제 앞두고 해직 ‘날벼락’

    “3년 동안 주말까지 바쳐가며 겨우 1단계 공사를 마쳤는데 갑자기 일손을 놓으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김포공항∼인천공항간 공항철도 에이렉스(AREX) 개통을 한달 앞둔 22일 인천시 서구 검암동 검암역. 공사에 참여한 외국 업체에서 최근 해직된 근로자 34명이 시승객 100명을 태우고 역을 지나가는 에이렉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2003년 12월 공항철도㈜의 수주를 받아 컨소시엄으로 공사에 참여한 외국계기업 A사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노무계약을 맺고 공항철도 전차 선로와 스크린도어의 변전과 설계, 통신과 전기 공사 감독일을 해왔다. 하지만 회사측이 지난달 22일 갑자기 팀원 50명 중 34명에게 해직 통보를 했다.3년 동안 김포공항∼인천공항 간 40.3㎞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1단계 공사를 마친 지 딱 1주일 만이었다. 전차 선로 설계와 공사 감독을 맡아 오다 해직된 K(52)씨는 “땀과 열정이 담긴 열차가 개통됐다는데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다음달 대학 입학을 앞둔 아들의 등록금 420만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공사현장 공사시설물 품질관리일을 해온 S(38)씨는 입사 1년만에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한 제조업체에서 관리직 일을 하던 S씨는 지난해 1월 에이렉스의 2단계 공사인 김포공항∼서울역 구간 공사가 마무리되는 2009년 12월31일까지 일한다는 노무계약을 하고 회사를 옮겼다. 하지만 S씨는 사측으로부터 “당초 계획보다 공사 완공일이 2년 정도 늦춰지면서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어져 해고 대상자에 포함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고 대상 노동자들은 사측이 공항철도 2단계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해 예측되는 손실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안긴 명백한 ‘부당해고’ 사례라고 주장했다. J(48)씨는 현재 김포공항∼서울역 구간에 전기·기계공사가 진행중이고 지난달 건설교통부도 고시를 통해 ‘공사 진행에 변동사항이 없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K씨는 “기존 인력으로는 매년 7% 정도씩 늘어나는 임금을 감당하기 힘든데다 사측이 공항철도로부터 2년의 연장기간 공사에 대한 추가 대금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아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체인력을 채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2009년 12월말 끝나는 공사 일정에 변함이 없지만 2단계 김포∼서울역 구간은 아무래도 시내를 관통하는 구간이다 보니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A사측으로부터 공사가 늦어졌을 때의 대처에 대해 문의를 받은 적은 있지만 해고 문제는 해당기업의 고용 관계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계약이 끝났고 직원과 회사간 계약 관계일 뿐이다. 이 일에 대해 언론에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마포구 승진 ‘2배속’

    ▶경쟁률 108대 1을 뚫고 기초자치단체에 근무하게 된 9급 공무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하기까지 기간은?-평균 28년 9개월(행정자치부 조사). 그러나 마포구가 도입한 혁신적인 인사정책이라면 이 기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 21일 마포구에 따르면 파격 승진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우수자 우선승진제’를 비롯해 ▲일하는 공무원을 우대하는 ‘성과 공정보상제’ ▲전문성을 높이는 ‘전문분야별 보직경로제’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직원 희망부서 전보제’와 ‘부서장 추천 매칭제’ 등을 올해 새롭게 도입했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두는 제도는 ‘성과우수자 우선승진제’와 ‘희망부서 전보제’. 우선승진제는 파격적인 승진 기회를 제공해 안주하는 공직문화를 경쟁하는 문화로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한 제도다. 업무 개선, 예산 절감, 인센티브 실적, 조직 기여도 등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승진기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승진연한을 채운 직원이 대상이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 직원에게 업적포인트를 주는 ‘성과 공정 보상제’를 4월부터 병행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 관심을 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희망부서 전보제를 도입했다. 개인별 전문분야를 지정해 전보·승진 등의 인사관리를 하는 보직경로제와 부서장(국장급)이 공정한 근무기회를 주도록 한 부서장 추천제를 함께 적용했다. 직원의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사·인사·공보·문화 분야의 팀장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직위공모제’를 시범 실시했다. 신청에서부터 심의위원회, 임용까지 과정을 모두 공개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냄에 따라 올해는 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신영섭 구청장은 “철저하게 실적과 능력에 의한, 일한 만큼 보상받는 인사시스템을 운영해야 조직에 활력과 창의력이 넘친다.”고 전제한 뒤 “투명한 인사기준과 공정한 보상 체계로 신뢰성을 갖추고, 외부 전문인사의 강연이나 현장 체험 등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직무교육을 통해 전문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8지선다·4점짜리’가 당락 좌우…사시 1차 분석

    2005년 86점→2006년 79점→2007년 73점. 올 사시 1차는 새로운 유형의 등장으로 체감 난이도가 급격하게 오른 만큼 합격선이 대폭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학원 관계자는 사시 1차의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6점 정도 하락한 73점 부근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수험생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8지선다’였다. 우려했던 ‘있는 대로 고르시오.’라는 식의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지만 수험생의 골치를 가장 아프게 한 문제였다. 답안이 8개로 늘어난 만큼 보기의 조합이 늘어 보기를 하나라도 모르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았다. 이런 식의 8지선다가 4점 배점을 갖는 경우가 많아 ‘8지선다’와 ‘4점 배점’ 문제에 얼마나 적응을 했는지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수험생은 “좀 어렵다 싶거나 처음 보는 문제는 대부분 4점짜리였다.”면서 4점짜리 문제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과목별로 보면 헌법의 경우 40문제 중 22문제가 8지선다였고 4점짜리도 3문제가 나왔다.3점짜리는 14문제였다. 형법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기는 했지만 지문 하나에 2문제가 출제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례와 이론을 접목한 형태와 신판례보다는 구판례 위주로 출제됐다.8지선다가 8문제,6지선다가 6문제 출제됐다. 가장 어려웠다고 하는 민법의 경우 8지선다가 26문제나 출제돼 수험생의 애를 먹였다.30번대를 넘어가면서 4점짜리 문제가 몰려 있어 시간 조절에 실패한 수험생들이 점수 획득에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과목 중에서는 경제법이 여타 국제법·노동법에 비해 현저하게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 사이에서 ‘선택과목 형평성’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새로 임명된 법관·예비판사 교사출신·부부·자매법관 등 각양각색

    새로 임명된 법관·예비판사 교사출신·부부·자매법관 등 각양각색

    판사도 전문화시대다. 판사는 법대 출신이란 등식이 깨진 지 오래됐다.21일 새로 임명된 법관과 예비판사들 가운데도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박영수(38) 청주지법 예비판사는 고등학교 교사에서 판사가 된 케이스.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서울 동일여고에서 사회과 교사로 생활해 왔다. 그는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자신은 변하지 않고 전문성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판사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예비판사는 2000년 교사를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남편인 곽경평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의 영향이 컸다. 그는 “남편에게 교사 그만두고 사법고시를 치를 것이라고 했더니 남편이 놀랐다.”면서 “이후 남편이 각오는 돼 있느냐고 물어봐 ‘돼 있다.’고 했더니 두말없이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박 예비판사는 “교사로서 다양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했던 경험을 살려 판사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을 받은 김원목(36) 판사도 박 예비판사와 같은 부부판사다. 김 판사의 부인인 이정민(33) 판사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판사는 “인천지법에서 예비판사로 있을 때 아내를 만났다.”면서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라고 칭찬해 아내에게 ‘만나면 후회하진 않을 거다.’며 법원 내부전산망을 통해 구애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부 판사여서 서로의 월급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 비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좋지 않은 점”이라면서도 “같은 일을 하니까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아직 한번도 서로 싸워본 일은 없지만 만약 싸운다면 “싸우기 전에 조정을 하고 그래도 싸우게 되면 판결문처럼 싸우게 된 이유를 써서 맞제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발령받은 송인경(31) 판사는 한살 터울의 송현경(32) 부산지법 판사와 함께 자매판사가 됐다.99년 행정고시에 합격, 법제처 행정심판위원회에서 근무하기도 한 송 판사는 “법원에서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이었고 판사인 언니의 모습도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1년 만에 법제처 사무관을 그만두고 사시준비에 들어갔다. 송 판사는 “고시공부나 사법연수원에서의 시험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만 하면 됐지만 판사는 대법원장의 축사처럼 판사들에겐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당사자들에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항상 긴장된다.”고 겸손해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행시 이어 사시 1차도 어렵게 출제… 고시촌 술렁

    신림동 고시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10일 치러진 행정고시 1차 PSAT시험의 충격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사법시험 1차 시험의 충격이 신림동을 강타했다. 시험을 불과 2주일 앞두고 법무부가 발표한 ‘8지선다형’과 ‘차별 배점’이라는 새 유형에 수험생들은 크게 당황했다.“시간 배분에 실패했다.”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법무부에 대한 원성도 높았다. ●지문 다 모르면 틀리는 문제 많아 처음 보는 8지선다형 문제와 예년보다 길어진 지문 탓에 수험생 대부분이 시간부족을 호소했다. 서울대 법대생인 한모(25)씨는 “보기가 8개로 늘어나면서 답을 고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늘었는데 시험시간은 그대로라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30대 수험생인 하모씨도 “작년의 경우 가장 어려웠던 형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찍는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시간이 모자라 과목별로 5∼6문제씩은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8지선다는 보기의 내용 중 하나라도 모르면 풀 수 없는 문제”라면서 “예전처럼 찍어서 맞힌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풀기는 했는데 지문을 다 알지 못하면 틀리는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5지선다형에 익숙한 수험생들은 답안지 표기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답을 5번이라고 생각했는데 답안지에 8번을 마킹해 답안지를 교체했다.”고도 말했다. 시간 지연으로 답안지를 채 작성하지 못해 수험생과 감독관이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법무부 졸속 행정” 비난 봇물 수험생들의 불만은 법무부의 졸속행정에 대한 원성으로 이어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한 수험생은 “촉박한 시간에 긴 지문을 읽고 답을 내라는 것은 순발력을 요하는 것 아니냐.”면서 “수능 세대의 젊은 수험생들에게 유리했다.”고 말했다. A학원 관계자는 “변별력을 높이자는 법무부의 의도는 십분 동의하지만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면서 “찍어서 푼 학생들이 많은데 과연 법무부 의도대로 훌륭한 학생을 선발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B학원의 관계자도 “시험을 2주 앞두고 발표한 것은 법무부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신림동 학원가도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학원 관계자는 “행시와 사시가 연이어 어렵게 출제돼 수험가는 2월 들어 거의 초상집 분위기”라면서 “2차 시험 준비 여부에 대한 문의가 예년보다 늘었고, 포기하는 학생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원에서 개최한 2차시험 설명회에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00여명의 수험생만이 참석, 썰렁한 분위기를 보여 주었다. 한 수험생은 “지난주 행시 1차를 마친 후 좌절한 친구가 공무원 7급시험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한나라 “사법연수원 폐지 추진”

    한나라당 법조인양성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의 김기현 위원장은 21일 “사법연수원을 폐지하고, 경력 3년 이상의 변호사 가운데 판·검사를 뽑아 각각 법원교육원과 대검찰청에서 연수과정을 거치도록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사법시험법을 개정해 사시 응시 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현재 1000명인 사시 합격자 수를 수요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는 한편 전문변호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억울한 사람 없게 하겠다는 다짐 지켰을 뿐”

    “적어도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지킨 것뿐인데 아프다고 유명세를 타는 것 같네요.” 뇌종양이 생긴 것도 모른 채 조선족 동포를 돕기 위해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싸움 끝에 진실을 밝힌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진혜원(32·여·사시44회) 검사는 20일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잇단 부정과 비리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법조계의 현주소에 견줘 뒤늦게 밝혀진 그의 사연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항소심까지 끌고 가 진실 밝혀 지난해 공판부에서 일하던 진 검사는 조선족 허모(49)씨가 김모(33)씨를 상대로 낸 형사소송을 맡았다. 중국 선양에 살던 허씨는 김씨에게 목도리 5400개(시가 3500만원어치)를 수출한 뒤 대금을 요구했지만 김씨가 ‘돈 받아놓고 딴 소리냐.’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허씨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확신했고, 재판에 최선을 다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수사 부서로 발령났지만 항소심까지 공판검사를 맡겠다고 고집했고, 검찰 수뇌부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는 방대한 양의 통관서류를 뒤져 추가 증거를 찾는 한편 허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국인을 증인으로 세워 김씨 주장이 거짓말임을 입증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병로)는 지난달 26일 김씨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국서 정의 입증” 중국동포 감사편지허씨는 이달 초 판결 소식을 전해듣고 북부지검 강충식 검사장과 하윤홍 형사2부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허씨는 편지에서 “진 검사는 제 사건을 마치 자신이 피해를 본 것처럼 열정을 갖고 파헤쳤다. 정의는 살아 있다는 신념과 강한 의지는 저뿐 아니라 사건 내막을 아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또 “‘진실만이 세상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신념이 제 핏줄의 근원인 한국에서 입증됐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검사는 최근에서야 하 부장검사가 복사해 건네준 편지를 받았다. 선고공판 직후인 지난달 31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요양과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단순한 빈혈인 줄 알고 참고 지낸 그는 공판을 앞둔 지난달 16일에야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오른쪽 귀 윗부분에 4∼7㎝ 크기의 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종양의 90%를 떼내는 수술을 받았다.1주일 뒤 퇴원을 했고, 현재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친정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직 일선 복귀의 기약은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일단 새달 15일까지 병가를 다 쓴 뒤 휴직계를 낼 계획이다. 병마와의 싸움으로 몸은 지쳤지만 변함없는 열정은 씩씩한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는 “잠시 재충전하라는 뜻으로 알고 마음을 비웠어요. 열심히 치료받고 빨리 복직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용산 초등생 허모(당시 8세)양이 성추행을 당하고 살해된 지 22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사건 직후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 정치권에서는 아동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며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성범죄 대상은 청소년에서 13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남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아동 성범죄 실태와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 # 1 초등학생 은희(12·가명)는 가출한 뒤 지낼 곳이 없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친구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다. 아저씨는 여관에서 재워주는 대신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에 응한 은희는 3만원을 받았다. # 2 중학생 선희(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아저씨에게 끌려가 야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10살때는 이 아저씨와 여관에서 성관계를 맺고,‘용돈’ 2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 선생님도 선희를 불러 성 관계를 맺고 용돈 1만원을 줬다.3년동안 무려 4명의 성인과 이런 관계를 맺고 용돈을 받았다. 사리판단 능력도 없고 철도 들지 않은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일방적인 성매수 형식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조교제의 대상이 초등학생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원조교제 대상 초등생까지 확산 20일 청소년위원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성매수했다고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는 2004년 7명에서 2005년 18명,2006년 21명으로 3년만에 세 배 늘었다. 성매수를 포함한 성추행·폭행은 2004년 577명→2005년 698명→2006년 77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해 아동과 부모가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성매수, 성폭행·추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성매매 지원 쉼터에서 생활한 A(15)양은 “인터넷 채팅을 하다 보면 더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나오라는 아저씨들이 많다.”면서 “초등학생들은 게임머니나 갖고 싶은 물건, 몇만원만 쥐어줘도 쉽게 ‘조건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 성인들은 9∼12살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남을 갖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남성들이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조건만남을 성사시키고 나면 시들해진다.”면서 “그럴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결국 초등학생에게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13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성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성관계에 합의하겠느냐.”면서 “겉으로는 성매매지만, 엄연히 강간에 해당된다.”며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청소년기 이후 후유증 심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과장은 “마치 동네 가게에서 먹고 싶은 것을 슬쩍하는 것처럼 원하는 걸 갖고 싶어하는 단순한 어린이의 심리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발적으로 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나면 그만큼 더 후회하고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적 충격을 겪은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대한 혐오감, 정체성이나 존재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지적이다. 나중에 엄청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동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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