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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동주·이육사 원고 문화재 지정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저항시를 쓴 윤동주(1917∼1945)와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의 친필원고가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삼일절을 앞두고 ‘윤동주 친필원고’와 ‘이육사 친필원고 편복’을 포함해 기록물 형태의 항일독립 문화유산 5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윤동주 친필원고’는 윤동주가 남긴 유일한 원고로, 개작한 작품을 포함해 시 144편과 산문 4편이 담겼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시)’와 같은 개별 원고를 묶은 시집 3권과 산문집 1권, 낱장 원고 등으로 구성됐다. 윤동주 시인의 누이동생인 윤혜원씨와 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친구인 강처중·정병욱씨가 보관하고 있다가 2013년 연세대에 기증했다. 이육사 친필원고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이다. 1939∼1940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에는 일제의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으나 해방 후인 1956년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돼 일반에 알려졌다. ‘편복’의 육필 원고는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 기증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中 시진핑 권력에 힘 더할 ‘국가기율위‘

    中 시진핑 권력에 힘 더할 ‘국가기율위‘

    새달 양회서 헌법 개정 통해 설립 추진 ‘역사의 퇴보’란 비판 속에 주석직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기율위’라는 조직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으려 하고 있다.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광시좡족자치구의 충쭤시 다신현에 기율검사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중국의 모든 성과 시, 그리고 구·현에서 반푸패작업 제도화를 완료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뒤이어 다음달 양회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사법부, 행정부와 같은 반열로 국가기율위란 거대조직을 설립하게 된다.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행정부용 버전으로 새롭게 출범시키는 것이다. 국가기율위는 국무원의 감찰 조직 등을 통합해, 반부패 작업의 중앙 집중화를 수행해 나갈 전망이다. 국가기율위는 당 기율위가 공산당원에 한정됐던 반부패 활동을 공적 영역에 속한 비당원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집권과 함께 당 중앙기율위를 통한 반부패 작업을 통해 ‘호랑이’라 불린 고위 관료, ‘파리’라 이름 붙인 하위직 공무원을 제거하면서 권력을 다졌다. 문제는 인권 침해 논란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 하는 것이다. 당 중앙기율위는 쌍규(雙規)와 쌍개(雙開)를 통해 공산당원들을 처단했다. 쌍규는 기율위가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하기 전에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관행이다. 영장 심사나 조사 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의 쌍규 처분이 내려지면 가족들도 몰래 여관이나 군사시설 등 은폐된 장소로 끌려가 격리된다. 일년여의 쌍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일년 동안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쌍규 이후에는 공직과 당직을 모두 박탈당하는 쌍개 처분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가기율위 설립으로 기율위와 사법기관의 조사가 통합돼 훨씬 효율적인 감찰시스템이 수립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기율위는 최대 2년간 조사할 수 있는 쌍규 대신 조사기간을 3개월로 제한한 ‘유치’(留置)를 도입해 인권침해 논란을 막을 예정이지만, 여전히 변호인 접견권 등이 보장되지 않아 ‘종교재판’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공산당원이 아닌 공무원, 국영기업 간부,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공적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 대부분의 중국인이 당국의 엄격한 사정 가시권에 포함됐다. 중국 베이항대의 런젠밍 교수는 “어떤 나라도 감독기관을 행정부와 같은 반열로 승격시킨 사례는 없다”며 “과거 중국 정부는 국무원과 대법원·검찰원으로 구성된 일부양원 구조였다면 개헌 이후에는 국가기율위가 같은 급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에 개헌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공개편지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금껏 전인대가 공산당의 결정을 거부한 사례는 없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생채기 난 가리왕산 복원… ‘환경올림픽‘ 금빛 마무리를

    생채기 난 가리왕산 복원… ‘환경올림픽‘ 금빛 마무리를

    강원도 산골마을 평창·강릉·정선을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역대 최대 규모로 흥행 최고, 문화·정보통신기술(ICT)의 새로운 지평, 남북 단일팀으로 평화올림픽 실현 등 성공 올림픽으로 박수를 받으며 지난 25일 폐막됐다. 다음달 9~18일 동계패럴림픽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대회 이후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 볼 때다. 특히 올림픽의 5대(문화, 환경, 경제, 평화, ICT) 목표 가운데 우선했던 환경올림픽의 사후 관리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탄소 제로(0)를 목표로 실행한 환경올림픽 정책들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선 가리왕산 자연자원의 훼손과 복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최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국민들은 훼손된 환경의 사후관리와 복원이 어떻게 이뤄질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의 복원과 관리는 올림픽 성공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찍이 환경을 스포츠, 문화와 함께 올림픽의 3대 정신으로 선언했다. 2000년부터는 아예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에 환경 관련 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1994년 노르웨이 동계릴레함메르대회 때부터 환경 올림픽이 적용되면서 환영받았고 2010년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버려진 폐목재로 지어 모범이 됐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동계올림픽 때 주택지역 가까이와 희귀 습지에 경기장을 지어 최악의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행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올림픽에서 환경이 주요 실천 덕목이 됐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25.4% 감축 27일 강원도와 평창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환경은 우선됐다. 평창조직위는 역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탄소 배출 제로를 실천했다고 자부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청정 강원도가 녹색성장을 선도할 산업인프라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자연환경 훼손이 아니라 지역의 자연환경을 더 친환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환경올림픽을 위해 저탄소 올림픽을 실천했다. 건설·교통·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159만t은 자체 노력으로 감축하거나 외부로부터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켜 제로화했다. 자체 감축은 경기장 건설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전체 배출량의 25.4%인 40만 5000t을 줄였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와 강릉 아이스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 신설된 6개의 경기장은 태양광과 지열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로 지어졌다. 경기장들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 전체 공정에서 자체 에너지 소모량의 12%를 감축하며 친환경 건축물 인증까지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거래가 가능한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키며 탄소 배출 제로화를 추진했다. 서울 상암 지역과 같이 1990년대까지 강릉 지역 비위생매립지로 사용되며 버려지다시피 한 터는 아이스아레나 등 주요 빙상경기장들이 들어선 올림픽파크로 변신했다. 환경올림픽의 취지에 꼭 맞아떨어지며 올림픽파크는 환경올림픽의 상징이 됐다. 가까이 경포호수와 경포대, 녹색도시체험 시설까지 있어 상징성은 배가됐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 환경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선 알파인스키장은 남녀 코스를 별도로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하나로 통합했고, 스타트 지점도 당초 중봉(해발 1420m)에서 하봉(1370m)으로 정하면서 산림 훼손을 33㏊에서 23㏊로 30%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훼손된 가리왕산 산림 55% 복원 계획 우수한 식생과 동식물 서식처가 최대한 보전될 수 있도록 주목 등 주요 식생 군락지 7곳을 우회하며 건설했다. 훼손된 산림 면적의 2배 이상을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대체 지정(584㏊)하고 백두대간 훼손지역 대체림 조성과 경기장 진입도로 주변에는 경관림(500㏊)도 조성했다. 대회 이후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산림의 55%는 다시 복원한다는 계획까지 약속했다. 서울~강릉 간 KTX 경강선과 평창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호텔은 환경성적표지인 탄소발자국 인증을 마쳐 환경올림픽에 일조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 및 서비스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는 제도다. KTX 경강선의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를 이용할 때보다 87%가 적고 알펜시아호텔도 일반 호텔보다 6%를 감축했다. KTX 경강선은 자가용 등 차량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6500t의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회 기간 한전에서 무상 지원받은 전기차 152대를 투입해 환경올림픽을 실천했다. 이를 위해 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 강릉, 정선 지역에는 27대의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됐고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급속 전기차 충전기가 다른 고속도로보다 우선해 마련됐다.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식수 전용 저수지(194만t)를 만들고 취수장과 정수장을 하루 4000t에서 1만t 용량으로 증설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 2개 빙상경기장에는 빗물 재활용 시설과 절수형 수도꼭지를 설치했다. 생태계 회복을 위해 2012년부터 멸종 위기 1급인 장수하늘소, 산양, 멸종 위기 2급인 열목어, 구렁이 등 동물 4종에 대한 증식, 복원에 나섰다. 황기협 조직위 환경기획팀장은 “교통, 건설, 숙박 등 모든 곳에서 환경올림픽이 실천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훼손된 산림 등의 복원에도 앞장서는 등 당초 환경올림픽 선언에 걸맞게 사후 관리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주목´ 등 수만 그루의 천연림 사라져 하지만 우려와 반론도 만만찮다. 천혜의 원시림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받던 가리왕산이 동계올림픽 6일간, 패럴림픽 2일간의 알파인스키 올림픽 경기를 위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에 축구장 66배에 달하는 넓이의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는 것이다. 알파인스키 경기가 펼쳐진 하봉부터 도착지점까지 폭 55m, 길이 2850m로 건설된 스키 슬로프는 2m 깊이로 흙의 맨살이 파이고 얼음으로 다져지며 만들어졌다.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수만 그루의 천연림이 사라졌다. 주목 자생지 훼손뿐 아니라 사스레나무와 거제수가 자연스레 교배된 아름드리 왕사스레나무가 베어지고, 자생종으로 희귀종에 속하는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의 남한 최대 군락지도 크게 훼손됐다. 그나마 현지에 자생하는 주목과 신갈나무, 사스레나무 등 200여 그루는 이식 대상 수목으로 정해 옮겨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고사해 복원을 약속한 정부의 생태 복원에 대한 의지에 회의를 갖게 한다. ●“가리왕산 복원 약속만이라도 지켜야” 스키장이 건설되기 전에 이미 구체적인 복원계획이 마련됐어야 하지만 올림픽 성공 개최에만 집중한 중앙정부와 강원도는 복원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고, 건설 비용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의 복원 예산에 대해서는 지금도 중앙정부와 강원도 모두 ‘나 몰라라’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급기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2018년 평창은 현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가장 반환경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가리왕산 복원 약속만이라도 지켜내야 한다”며 성명서까지 냈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대회를 열었던 일본은 대회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며 자연을 크게 훼손한 뒤 생태복원센터까지 만들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가리왕산 등 자연자원의 복원과 함께 정부와 강원도가 펼쳐 온 각종 환경올림픽 정책들이 일회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때”라고 말했다. 강릉·평창·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검찰은 27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 격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량을 밝히기에 앞서 의견 진술에 해당하는 ‘논고(論告)’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와 엄벌 필요성 등을 상세히 밝혔다.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며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02조(증거조사 후의 검사의 의견진술)에 따라 증거조사 등 심리가 끝나면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해 의견을 진술해야 한다. 통상 사건에서는 형량에 관한 의견만 간단히 밝히는 것이 관례이지만,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이나 중형을 구형하는 사건 등에서는 사건 전반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며 이 내용을 공판 조서에 첨부한다. 다음은 검찰의 논고 전문. 1. 서론 본격적인 논고에 앞서, 먼저 2017. 5. 2.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118회의 기일을 진행하면서 실체진실의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7. 청와대가 대기업들로부터 500억 원을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하였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고, 2016. 10. 24. 피고인에게 보고된 중요 청와대와 정부부처 문건들이 비선실세로 주목받던 최서원에게 유출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되면서 온 국민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라는 전례없이 충격적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2016. 10. 27.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가 조속히 규명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었고,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사초(史草)’로 회자되는 안종범 업무수첩, 피고인과 최서원의 육성이 저장된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기, 정치·경제·언론·학계의 유착 실상을 드러내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의 문자메시지 등 다수의 객관적 증거들을 확보하였으며, 2016. 11. 20. 현직 대통령이던 피고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인지하고 최서원, 안종범, 정호성을 구속기소하였고, 증거와 수사기록을 모두 특별검사에게 인계하였습니다. 2017. 3. 6. 90일 간의 특별검사 수사를 이어받은 이후에는 2017. 3. 10.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피고인의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하여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사실을 규명하고, 2017. 4. 17. 삼성·롯데·SK그룹의 총수가 연루된 독직(瀆職) 범행과 774억 원에 달하는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위헌·위법적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피고인을 구속기소하여 이 사건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14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과 130여 명에 이르는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였습니다. 2.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관계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안가(安家)라는 밀실에서 이루어진 비공개 단독면담을 통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총 59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범행은, 안종범, 김종, 장시호, 최태원, 정유라 등의 진술 및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과 각 그룹에서 작성한 단독면담 관련 말씀자료, 최서원의 독일 법인, 영재센터,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송금한 계좌거래내역, 2016. 2.부터 2016. 10.까지 9개월 동안에만 총 845회, 일일 평균 3회 이상 이루어진 피고인과 최서원 간의 차명폰 통화내역, 그리고 정부부처에서 작성된 그룹 현안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 피고인이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난 문형표 前 보건복지부 장관 판결문 등으로 넉넉히 인정됩니다. 둘째, 18개 대기업을 포함한 53개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한 범행은, 최서원의 일부 진술 및 안종범, 최상목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관계자, 이승철 前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 총수를 위시한 개별 기업 관계자, 정현식 前 사무총장을 비롯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의 진술과,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보고 문건, 전경련과 개별 기업, 재단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의 객관적인 물증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셋째,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민간 기업을 상대로 최서원 관련 법인과의 용역계약 체결, 후원금 지급 등을 강요하고, 최서원을 위해 민간 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한 범행은, 안종범, 조원동, 차은택, 이상화, 김종 및 개별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그에 부합하는 안종범 업무수첩,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 피고인에 대한 보고 문건 등의 객관적 물증으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넷째, 피고인이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최서원에게 공무상 기밀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한 범행은, 정호성, 최서원 진술 및 디지털 포렌식(Forensic) 절차를 통하여 과학적으로 최서원이 사용한 것으로 검증된 최서원의 태블릿PC 내에 저장된 청와대 문건 등에 의하여 충분하게 입증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지시에 불복하는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범행은, 피고인의 지시 및 피고인에게 이행 상황을 보고한 내용이 낱낱이 기재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 정무수석실, 문체부 작성 문건, 故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 및 청와대 교문수석비서관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 진술과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 진술에 의하여 다툼 없이 인정됩니다. 3. 피고인의 양형 관련 이어서 피고인에게 준엄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 헌법 가치 훼손 첫째,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비선실세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피고인은 헌법을 수호하여야 할 책무를 방기하였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하였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하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나. 정경유착(政經癒着) 둘째, 피고인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광범위하고 막강한 행정, 입법, 사법 권한을 보유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16년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6.7%에 달하는 102조 원의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 9.71%를 비롯하여,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 8.85%를 보유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동원하여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고인과 단독면담한 이재용, 최태원, 신동빈은 2016년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GDP의 37%를 차지하는 삼성, SK,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최고 경제권력자들입니다.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매년 안가라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최고 경제권력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자신과 최서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피고인 스스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자리였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모습입니다.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경유착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재벌 개혁과, 반칙과 특권을 철폐하여 고질적인 부패 행태의 청산을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을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손실을 나누어지게 된 국민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공분(公憤)을 안겨 주었습니다. 다. 민간 기업의 사유화 셋째, 피고인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자신과 최서원이 운영할 재단 설립자금으로 774억 원을 출연하게 하고, 최서원이 지명한 업체들에 일감과 후원금을 몰아주며, 최서원이 지명한 인물들을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채용하고 승진하게 함으로써, 민간 기업을 자신과 최서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시켜 헌법상 보장된 기업경영의 자유, 기업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기업과 사회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정작 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중소기업과 반드시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희생시켰고,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경제 한파와 고령화로 인한 청년 실업 문제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하여금 뼛속 깊이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우리 사회가 불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 돈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만이 성공하고 군림할 수 있는 사회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주고, 정부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렸습니다. 라. 문화·예술계 양극화 넷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문화융성’을 3대 국정 기조 중의 하나로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과 정부에 동조하는지를 기준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블랙(Black)과 화이트(White)로 편을 가름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자신의 불법적인 지시를 이행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고위공무원을 사직시키는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마. 피고인의 무책임한 자세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를 부인하였고, 오히려 그러한 의혹 제기를 실체가 없는 국기문란 행위,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면서 온 국민을 기만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이 문제로 대두하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음에도, 검찰과 특별검사의 대면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회피하였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일체 출석을 거부하였고,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에서 새롭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2016. 7.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로 약 20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었으며,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국민은 피고인이 이제라도 잘못을 통감하고 자신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여전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일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및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범죄사실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경시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 결론 결론으로 피고인에 대한 구형의견을 밝히겠습니다.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입니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해 본 적이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입니다. 국민은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을 끝까지 준수하면서 실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사상과 문화적 성향에까지 관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가운데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왔습니다.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간절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키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였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는 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취득한 이익이 수백 억대에 이르는 점, 범행을 부인하면서 허위 주장을 늘어놓고 실체진실의 발견을 방해한 것은 물론이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최서원과 측근들에게 전가한 점,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구형합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농단한 최종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뇌물에 해당하는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인 벌금 1,185억 원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합뉴스
  • 울산 장례IT기업, 공원묘원관리시스템 개발 관심

    울산의 장례전문IT업체가 전국의 장사시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원묘원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27일 (주)커넥트잇(CEO 최성훈)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서울 상조·장례문화박람회’에 공원묘원관리시스템 ‘하늘 길(Airway)’을 출품했다. 박람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전국에 14만여기가 넘게 산재한 분묘들을 체계적으로 파악·관리하기 위해 2005년부터 프로그램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하늘 길’은 기존에 수기장부나 엑셀로 처리했던 묘적부 관리를 멀티 플랫폼 기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장사 정보관리 시스템이다. 또 위치정보 서비스를 통해 묘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과 민원 결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눈꺼풀 처지는 ‘안검하수’ 수술 전 검사 먼저

    눈꺼풀 처지는 ‘안검하수’ 수술 전 검사 먼저

    눈을 뜨게 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 눈꺼풀이 처지는 질환을 ‘안검하수’라고 한다. 안검하수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2년 1만 6776명에서 2016년 2만 7253명으로 62% 늘었다. 50대 이상 환자가 70%를 차지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수가 늘어나는 추세다.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10~20대도 환자가 30%가량 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안검하수 치료를 받아 많이 알려졌다. 26일 장재우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부원장에게 안검하수 치료법과 주의할 점에 대해 들었다. Q. 안검하수는 어떤 병인가. A. 안검하수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눈을 뜨게 하는 근육인 눈꺼풀올림근의 힘이 약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증상이다. 보통 정면을 봤을 때 눈꺼풀이 눈동자를 3분의1 이상 가리면 안검하수를 의심해야 한다. 보통 나이가 들어 눈꺼풀의 피부가 늘어져서 생기는 눈꺼풀 피부 처짐은 ‘위눈꺼풀성형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안검하수는 위눈꺼풀성형술만 하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Q. 안검하수도 종류가 있나. A. 안검하수에는 선천안검하수와 후천안검하수가 있다. 선천안검하수는 어릴 때부터 눈꺼풀올림근의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또는 갑자기 눈꺼풀이 처지는 후천안검하수는 눈꺼풀올림근 이상이 주원인이지만 신경질환, 눈의 종양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후천안검하수는 반드시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Q. 안검하수를 치료하지 않으면. A. 안검하수가 있으면 눈꺼풀이 시야를 가려 답답하기도 하고 가려진 시야 때문에 턱을 들어서 봐야 하기 때문에 목 근육에 피로가 쌓이기도 한다. 또 이마근육을 사용해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 때문에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어린아이에게 생기는 선천안검하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력발달 장애로 약시(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정상적인 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안검하수는 대부분 수술로 교정해야 하고 수술 전 안과검사는 필수다. 시력검사, 안경검사, 안구운동장애검사, 동공반응검사, 안저검사 등 기본적인 안과 검사뿐 아니라 환자 병력을 확인해 다른 병이 함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공의 크기가 다르다면 호르너증후군, 아침에는 눈을 잘 뜨지만 오후가 되면 눈이 감기는 경우는 중증근육무력증을 의심해야 한다. 만약 상사시나 하사시가 있다면 안검하수 수술 전 사시 수술을 먼저 해야 한다. 사시 수술을 하면 눈꺼풀 위치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검하수 수술 방법은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결정한다. 주로 눈꺼풀올림근의 기능 정도, 눈꺼풀의 처진 정도, 안검하수의 원인을 점검한다. 눈꺼풀의 기능이 있으면 ‘눈꺼풀올림근절제술’, 눈꺼풀의 기능이 현저하게 감소된 경우는 ‘이마근걸기술’을 하게 된다. 눈꺼풀의 기능이 좋고 안검하수의 정도가 경미하면서 특수검사에 반응이 있으면 ‘결막뮐러근절제술’을 하게 되는데 눈꺼풀 절개 없이 눈 안쪽에 하기 때문에 눈꺼풀에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 Q. 수술 뒤 주의할 점은. A. 안검하수 수술 뒤에는 눈을 뜨고 자게 되는 ‘토끼눈’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안검하수가 심해서 많은 교정이 필요할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수술 뒤 반드시 안구 보호를 위해 눈물 안약과 눈물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검사도 받아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중환자실 간호사… 번아웃ㆍ태움 악순환

    중환자실 간호사… 번아웃ㆍ태움 악순환

    중환자실 근무 97% ‘소진’ 경험 1인당 환자 2.9명ㆍ15시간 근무 과도한 업무… 선배 ‘태움’ 연결 신입 부서이동 땐 부적응 낙인 인력 확충 등 환경 개선 절실해 과도한 업무와 환자가 사망하는 극한 상황, 부서 간 이동이 어려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대부분이 ‘소진’(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업무량은 교육을 빙자한 괴롭힘인 ‘태움’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간호사 A씨도 중환자실 근무자였다. 이에 따라 업무량이 많은 분야의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6일 병원간호사회 학술지 ‘임상간호연구’에 실린 ‘다차원적 요인이 중환자실 간호사의 소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아산병원과 을지대 간호대 연구팀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22명을 조사한 결과 216명(97.3%)이 중등도 이상의 소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 힘이 고갈돼 탈진한 상태를 뜻한다. 다른 연구에서 응급실 간호사의 73.5%, 암병동 종양간호사의 75.3%가 소진을 경험한 것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간호사 의견을 적극 반영해 부서 이동을 해 주고 근무환경을 계속 개선해 근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2016년 전국 51개 중환자실 의료인력을 조사한 결과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2.9명으로 조사됐다.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 숫자를 고려하면 간호사 1인당 3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간호사들은 중환자실 담당 환자 수를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을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 적자구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중환자실 외에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연구팀 분석에서 간호사들의 근무 중 식사 시간은 평균 11분으로 평상시 식사시간(32분)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이 짧은 신규 간호사의 업무 고층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하루 업무를 근무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8시간인 정규 근무시간이 15시간까지 늘어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신입 간호사 A씨는 “한 번 들어가면 밥 먹으러 나올 수도 없고 10시간을 일한다”며 “여기는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과도한 업무량은 선배의 ‘태움’으로 연결된다. 신입 간호사는 6개월간 기본 간호업무를 배우고 이후 9개월간 선임간호사와 병동 업무와 조직의 규칙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주로 괴롭힘을 경험한다. 신입 간호사 B씨는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했다고 생각해 보복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선임 간호사 C씨는 “일을 잘 모르는 신입과 내가 일을 하면 신입 일을 내가 다 커버해주면서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직된 인사 문화 문제도 있다. 신입 간호사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입사 후 몇 년간 부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암묵적 규칙 때문에 우선 참는 경우가 많다. 부서를 옮기면 태움을 경험한 간호사로 낙인 찍힐 수 있어 힘들게 적응하며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간호사 D씨는 “부서 이동을 하면 (태움) 꼬리표를 단다. ‘도대체 얼마나 일을 못하고 적응 못했길래 여기까지 오나’라는 인식이 있어서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 “중환자실 근무자 97% 번아웃” 간호사의 삶

    [단독] “중환자실 근무자 97% 번아웃” 간호사의 삶

    근무 중 식사 시간 불과 ‘11분’ 낙인 두려워 부서 이동 의견 못 꺼내인력 확충·내부 문화 개선 등 필요 과도한 업무와 환자가 사망하는 극한 상황, 부서간 이동이 어려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대부분이 ‘소진’(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입 간호사들은 낯선 업무 때문에 수시로 초과근무를 하게 되고 태움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업무량이 많은 분야의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병원간호사회 학술지 ‘임상간호연구’에 실린 ‘다차원적 요인이 중환자실 간호사의 소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아산병원과 을지대 간호대 연구팀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22명을 조사한 결과 216명(97.3%)이 중등도 이상의 소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 힘이 고갈돼 탈진한 상태를 의미한다. 다른 연구에서 응급실 간호사의 73.5%, 암병동 종양간호사의 75.3%가 소진을 경험한 것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1인당 환자 수 2.9명…격무 시달려 중환자실 간호사 소진에 영향을 미치는 직무 요인은 현재 근무부서에 대한 만족 여부, 원하는 부서 근무 여부, 부서 이동 희망 여부, 간호사 근무경력 등이었다. 연구팀은 “간호인력을 관리할 때 간호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원하는 부서 배치와 이동을 해야 하고 병원은 간호사 근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근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은 위기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높다.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담당한 환자가 사망할 경우 의료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업무량은 매우 많은 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국 51개 중환자실 의료인력을 조사한 결과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2.9명으로 조사됐다.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의 숫자를 고려하면 간호사 1인당 3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담당 환자 수가 많으면 업무강도도 높아져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간호사들은 중환자실 담당 환자 수를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실 간호 인력을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심한 적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일선 병원들은 대대적인 인력 확충을 꺼리는 형편이다.중환자실 외에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연구팀 분석에서 간호사들의 근무 중 식사 시간은 평균 11분으로 평상시 식사시간(32분)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이 짧은 신규 간호사의 업무 고층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하루 업무를 근무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직업이다보니 수시로 질책을 당한다. 연세대·이화여대 연구팀과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가 공동연구한 ‘신규 간호사의 처음 1년간의 근무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12~18개월 경력의 간호사 9명을 조사한 결과 규정된 근무시간은 8시간이었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최대 15시간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 A씨는 “한번 들어가면 밥먹으러 나올 수도 없고 10시간을 일한다”며 “여기는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4시에 퇴근이면 6~7시까지 남아서 했으니까 앞뒤로 거의 2~3시간씩은 매일 일을 했다”며 “긴급상황이 없어도 항상 병원에 15시간을 상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량은 선후배 사이의 ‘태움’으로 연결된다. 태움은 교육을 빙자해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는 문화를 의미한다. 신입 간호사는 6개월 간 기본적인 간호업무를 배우고 이후 9개월간 선임간호사와 병동 업무와 조직의 규칙을 배우게 되는데 이 때 주로 괴롭힘을 경험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작성한 ‘간호사의 태움 체험에 관한 질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괴롭힘은 인수인계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간호사들은 인수인계 시간에 업무 확인을 하면서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업무 미비에 대한 지적과 지식 확인이 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프리셉터(사수) 등 선임 간호사들은 신입 간호사를 받으면서 본인의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선임 간호사 C씨는 “일을 잘 모르는 신입과 내가 일을 하면 신입 일을 내가 다 커버해주면서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선임 간호사 D씨는 “내가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줬는데 ‘왜 내 노력을 몰라주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신입 간호사 E씨는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했다고 생각해 보복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태움도 낙인…경직된 문화 개선해야 경직된 인사 문화 문제도 있었다. 신입 간호사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입사 후 몇 년간 부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우선 참는 경우가 많았다. 중환자실 등 고된 업무를 맡게 돼도 자의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서를 옮기면 태움을 경험한 간호사로 낙인 찍힐 수 있어 힘들게 적응하며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간호사 F씨는 “부서 이동을 하면 (태움) 꼬리표를 단다. ‘도대체 얼마나 일을 못 하고 적응 못 했길래 여기까지 오나’라는 인식이 있어서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설 연휴인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간호사 A씨 유가족은 병원 측에 간호사들의 고통을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내부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극단적 선택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가족 사이에서 별명이 ‘잘난 척 대마왕’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던 아이가 병원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조금씩 변했다”며 “‘내가 전화를 잘 못 한대’, ‘나는 손이 좀 느린 것 같아’, ‘우리 선생님은 잘 안 가르쳐 줘’라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의 죽음으로 지금도 병원 어디선가 힘들어 하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짧은 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남남갈등 경계하며 북·미 대화 문 열어둬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둘러싸고 가파른 대치가 시작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돼 온 그를 놓고 정부·여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방문 수용을 호소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은 ‘반역’ ‘이적’ 등의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김 부위원장 방남을 육탄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비단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으로까지 갈등 양상이 확산되는 상황이고 보면 지구촌의 박수 속에 마무리돼야 할 평창올림픽 폐회식이 대체 어떤 모양새로 귀결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불과 하루 새 나라를 둘로 쪼갠 ‘김영철’ 파동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북이 그를 대표단장으로 삼겠다고 해도 정부는 논란의 소지가 적은 인물의 파견을 요구하고 관철했어야 했다. 김영철 카드로 천안함 폭침 사건을 희석시키고 대북 제재를 녹록하게 만들려는 북의 의도와, 이에 따른 우리 사회의 고통스러운 갈등을 십분 헤아렸어야 했다.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과 김 부위원장 연관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하고, 국정원은 “천안함 폭침을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소관 정부 기관들조차 ‘모른다’와 ‘아니다’로 갈리는 모습도 보기 딱하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을 지낸 것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대남 도발을 진두지휘해 온 그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군색한 해명보다는 남북 관계 진전과 북핵 해결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고뇌 어린 결단임을 호소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김영철의 방남이 남북 관계 진전에 어떤 디딤돌이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으나 어떤 경우에도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갈라지고 한·미 안보동맹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영철 방남은 남북 대화의 지속 차원을 넘어 북·미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미래를 향한 그런 진전이라도 있어야 힘겹게라도 과거의 질곡이 낳은 아픔과 갈등을 헤쳐갈 수 있다. 때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폐막 행사 참석을 위해 어제 방한했다. 미국은 이방카 보좌관 일행이 올림픽 관련 행사에만 참석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했고 청와대도 북·미 대화를 중재할 뜻이 없다고 했으나 평창 이후 한반도의 위중함을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김영철과 이방카의 직접 대좌가 아니더라도 대표단 일원들, 앨리슨 후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실무급 차원에서라도 북·미 접촉이 이뤄져 북핵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펼쳐진 20일 남짓한 기간 두 차례에 걸쳐 미국과 북한의 핵심 실세들이 동시에 서울 땅을 밟는 절호의 기회를 북한과 미국 모두 놓쳐선 안 될 것이다.
  •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유엔을 말하다/장 지글러 지음/이현웅 옮김/갈라파고스/372쪽/1만 6800원‘유엔은 미국이 좌우한다.’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럴 것이라 추정은 해봤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이 같은 음모론적 상상에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책이 바로 ‘유엔을 말하다’이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등 평생을 유엔에 몸담아 온 저자가 유엔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와 미국의 공작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유엔을 움직이는 가장 큰 축으로 미국과 벌처펀드라 불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세력을 꼽는다. 한데 미국이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나라라고 본다면 사실상 둘은 뿌리가 같은 나무와 다름없다. 이들은 “유엔 곳곳에 침투해 유엔을 도구화하고, 제국주의적 목표에 따라 유엔을 이용”한다. 이 세계적인 조직을 도구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노골적으로 폭력에 의지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엔에도 전투병력이 있다. 평화유지활동국(DPKO)이 지휘하는 국제연합군이 그들이다. 국제연합군의 임무는 평화유지와 평화창설 두 가지다. 분쟁 종식 후 시행되는 평화유지 임무와 달리 평화를 만들어 내는 창설 임무에는 선전포고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한 유엔 최초의 전쟁이자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동족 간에 벌어진 이 참상의 현장에서 미군-아마도 유엔군 파병부대였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가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다. 어린 날의 위기를 딛고 훗날 유엔군을 통솔하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참 기막힌 인연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야박하다. 그가 사무총장에 오른 것부터 마뜩잖다는 눈치다. 요약하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을 총장 카드로 내민 중국, 가신 같은 공화국(한국) 출신의 국민이 보여줄 충성심에 기댄 미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묵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임이사회의 거부권 행사를 막는 개혁안을 성사시키고, 유엔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시민사회의 연대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공유 경제(마화텅·텐센트 연구원 지음, 양성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중국의 3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가 세계적인 경제 현상인 공유 경제의 의미부터 관련 기업의 발전 과정과 미래 가능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현황 등을 고루 살핀다. 448쪽. 2만 2000원.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정병규 지음, 보리 펴냄) 어린이서점 ‘동화나라’ 대표인 정병규 작가가 3년간 그림책 작가 37명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들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림책 70년 역사를 돌아본다. 304쪽. 1만 8000원. 미래 연표(가와이 마사시 지음, 최미숙 옮김, 한국경제신문 한경BP 펴냄) 저널리스트이자 인구·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2017년부터 앞으로 약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지방 소멸, 사회 파탄, 국가 소멸이라는 파국을 경고한다. 244쪽. 1만 5000원.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비영리 사단법인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이 다양한 책쓰기 지도 사례를 통해 ‘점수 따기용 글쓰기’가 아닌 학생 스스로 저자가 돼 자기만의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쓰는 교육의 놀라운 효과를 소개한다. 388쪽. 1만 5000원.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태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문학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문태준이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3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63편의 시에는 돌멩이, 달, 바람, 연꽃 등 자연에서 포착한 삶의 정수가 담겨 있다. 108쪽. 8000원. 혼자서 본 영화(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여성학자이자 영화광인 정희진이 ‘내 인생의 영화들’로 꼽은 28편의 영화를 특유의 전복적인 시각으로 읽고 해석했다. 236쪽. 1만 3000원.
  • 트럼프 “총 소지 교사에 보너스” 교사들 “학교, 군사요새 만드나”

    트럼프 “총 소지 교사에 보너스” 교사들 “학교, 군사요새 만드나”

    ‘3대 총기규제 강화’ 설득력 부족교내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 교사를 무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무장한 교사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후 ‘3대 총기 규제 강화책’을 제시했지만 총기 소유 규제를 원하는 민심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 주 당국자들과 학교 안전 간담회를 갖고 “총기 난사 가해자들은 겁쟁이이며 교사 20%가 총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교실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을 소지할) 교사의 비율은 10%일 수도 40%일 수도 있다”면서 “총을 소지하는 교사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자는 게 내 제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보너스는 일종의 안전 수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학내 무장론’은 그의 지지 기반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웨인 라피에르 회장이 같은 날 한 연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학교를 보호하려는 이들에게 무료 총기 훈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해 되레 총기 소지를 강조한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사 강화와 함께 이번 총격에 사용된 반자동소총의 구매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하는 방안, 반자동소총을 연속 사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장치(범퍼스톡)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3대 총기 규제 강화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강화책은 새로운 게 아니다. 신원조사 강화 조치에는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폐기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신질환자 총기구매 제한법을 복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소총 구매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은 다이앤 페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미 발의했고, 미국 연방법은 이미 권총의 경우 21세 이상만 구매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범프스톡 판매 금지 조치 역시 총을 쏠 때 일일이 방아쇠를 당기는 단발 사격만 허용하면 된다는 소극적 해결책이다. 범프스톡 규제는 공화당과 NRA도 찬성하는 조치라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지지층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는 고심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사 무장론’ 등 안이한 발상은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여론의 반발만 부르고 있다.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 대표는 “교사 무장은 군비 경쟁과 다름없으며 학교를 군사 요새로 만드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지난 14일 총기사건을 겪은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멜리사 팔코스키 교사는 CNN 인터뷰에서 “왜 학교를 군사시설 취급하고, 교사들이 경찰·군인처럼 훈련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야생마는 멸종됐다…몽고야생말, 가축말 후손으로 밝혀져

    야생마는 멸종됐다…몽고야생말, 가축말 후손으로 밝혀져

    세상의 모든 야생말은 이미 멸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2일자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구에 현존하는 최후의 야생마로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프셰발스키(Przewalski)말은 실제로 가축 말의 후손으로 밝혀졌다. 프셰발스키말은 이전까지 몽고 야생말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미국 캔자스대학 생물다양성연구소의 샌드라 올슨 박사는 “이는 충격이었다”며 “이번 결과는 살아있는 야생말이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카자흐스탄 북부에 있는 보타이와 크라스니 야르라는 두 곳에서 진행된 고고학 조사에 근거한다. 연구팀은 이들 유적에서 지금부터 5000년 이상 앞선 가장 오래된 말의 가축화 증거를 발견했다. 그 뿌리를 더욱 깊게 빠헤치기 위해 연구팀은 유적에서 발굴된 치아와 뼈에 근거한 보타이 말 20마리와 유라시아 대륙 전역의 말 22마리의 게놈(모든 유전정보)을 분석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이번에 분석한 고대 말의 게놈과 이미 공개된 고매 말 18마리, 그리고 현생 말 28마리의 게놈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프셰발스키말은 약 5500년 전 카자흐스탄 북부 보타이인들이 기르던 말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가축 말의 후손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야생종으로 여겨졌던 프셰발스키말이 사실 야생화 되어진 말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가축화에서 벗어난 것이지, 처음부터 야생말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프셰발스키말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된다. 이 말은 복부가 둥글고 다리가 짧으며 모색이 적갈색 또는 베이지색인 게 특징이다. 선사시대에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국 등에 널리 서식했다. 1960년대 한 차례 야생 개체가 멸종했다고 판단했지만, 번식과 자연방사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개체 수 회복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번 연구는 오늘날 가축 말의 진정한 기원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탐구를 촉구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루도빅 올랜도 연구원은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가축화된 모든 말이 현재의 카자흐스탄 북부 보타이에서 길들여진 말의 자손임을 시사하지만, 이번 게놈 분석은 예상외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보타이 말이 현생 가축 말의 조상이 아님을 보여준다”면서 “현생 가축 말의 기원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GM 구체적 정상화안 미지수… 정부 압박 명분만 더 줄 수도

    GM 구체적 정상화안 미지수… 정부 압박 명분만 더 줄 수도

    김동연 “원칙 따라 차분히 대응” 엥글 부사장, 기재ㆍ산업차관 면담 증자ㆍ세 감면 협상 진통 불가피 경영 실사 이르면 이달말 시작 2~3개월 소요… 장기화 우려 커‘한국GM 사태’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가 제시한 산업은행 재무 실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 제출도 약속했다. 정부의 ‘선(先) 실사, 후(後) 지원’ 원칙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GM이 실사에 제대로 협조하고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한국GM 구조 조정 및 지원에 대한 3대 원칙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GM 본사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증자는 쉽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 부총리가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전제돼야 하며 실사 없이 결정 내리는 것 자체가 근거가 약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한국 정부와 GM 간 협상은 험난할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증자 및 대출, 세금 감면 등 지원 방식을 놓고 서로 간 시각 차가 커 진통은 불가피하다. 이날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난 고형권 기재부 1차관도 이와 같은 정부 원칙을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서 ‘이달 말까지 자금 지원을 결정하지 않으면 한국 시장 철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GM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차관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GM이 밝힌 출자 전환 및 신규 투자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아직 정부의 출자 전환 및 투자 참여 여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GM은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 상당의 대출금을 출자 전환하고 시설 투자 등 약 28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전달했다. 특히 정부에 산은이 한국GM 지분 비율만큼 출자 전환과 신규 투자에 돈을 태우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GM과 한국GM에 대한 빠른 실사에 합의했고 향후 GM이 내놓을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차분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GM 측에 정부를 더 압박할 명분만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M 측이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정부가 재정 지원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등 협상에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할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산은의 실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던 GM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꿀지, 기존에 내놓은 출자 전환과 신규 투자 계획 외에 새로운 대책을 들고 올지도 의문이다. 한국GM이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부평공장을 담보로 설정해 달라며 재차 요구할 수도 있다. 산은은 공장을 담보로 제공하면 유사시 공장 처분에 대한 결정권이 GM으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해 왔다.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실사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 시작될 예정이다. 전날 산은과 한국GM은 실사 담당 외부 기관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지만 실사 범위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사는 2~3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어서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로스쿨 가야만 변호사시험 응시’ 또 합헌

    ‘로스쿨 가야만 변호사시험 응시’ 또 합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으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는 22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으로 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하도록 한 변호사시험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지난 2012년 3월과 4월에도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던 터다. 법대 재학생, 졸업생, 비법학 전공자로서 독학사 법학학점을 취득한 청구인들은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시험법 제5조 제1항은 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해야한다고 규정했다. 헌재는 “특별전형제도, 장학금제도 등을 통해 경제적 자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2018년부터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는 사정도 앞선 헌재의 선례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해남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해남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물가의 외로운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 배 매어라 배 매어라 / 머흔 구름 한치 마라 세상을 가리운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중략) ” <고산 윤선도, 어부사시사 중 일부> 한 겨울 갓 지나왔지만, 아직은 눈을 이고 있는 고산 윤선도 종택 뒤 비자 숲의 풍광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봄 아지랑이 같은 늦겨울 골안개가 수런거리면서 올라오는 모양은 고산의 시조 그대로의 모습이다. 뜻하지 않게 등장한 녹우당(綠雨堂: 윤선도의 종택) 주변 경치는 여행의 진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조선시대 양반의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4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귀에 익은 시조인 ‘어부사시사’의 작가,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의 삶은 한 마디로 파란만장하였다. 우리에게는 단지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조선의 대표 시조 시인으로만 알려진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시인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표적인 동인 가계였으며, 그 중 윤선도는 동인 내에서 다시 갈라졌던 북인과 남인 중 남인을 대표하는 문신이었다. 그러다보니 서인으로 있던 송시열(宋時烈, 1607~ 1689)과는 예송논쟁을 비롯하여 각종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는 없었다. 이런 연유로 서인이 집권한 시기에는 그는 항상 함경도 경원(慶源)이나 경상도 기장(機張) 등지에서 유배 생활을 해야만 했다. 효종의 스승이었지만, 서인이 득세한 세상에서는 윤선도의 정치적인 야망은 항상 좌절될 수밖에는 없었다. 이런 마음은 오우가(五友歌)나 어부사시사를 통해 잘 드러난다. 단순한 강호한정(江湖閑情)을 넘어선 정치적 낙향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의 작품에는 잘 드러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고산 윤선도의 삶의 모양과 궤적을 잘 보존한 곳이 바로 전라남도 해남에 자리잡은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이다. 이곳에는 호남의 대표적인 명문 종가이자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해남 윤씨 가문의 고택, 녹우당을 비롯하여 4600여점에 달하는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소장 전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 고산의 대표적인 작품인 산중신곡(山中新曲), 어부사시사 등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인 공재 윤두서의 국보급 작품들, 해남 윤씨 가문 내에서 전통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생활 물품 등도 접할 수 있다. 또한 효종이 고산에게 하사한 수원의 집을, 고산이 82세 되던 1669년에 뱃길로 옮겨와 다시 이 곳 해남에서 복원하여 지은 녹우당(綠雨堂)의 이야기는 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고산 윤선도의 시조를 안다면, 조선 중기 사림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2. 누구와 함께? -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길 130 / 530-5548(061) 4. 감탄하는 점은? - 녹우당 뒤 덕음산의 산세, 윤두서의 자화상과 해남 윤씨 가문의 유품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명성에 비해 내실이 튼튼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녹우당, 고산사당, 고산의 여러 작품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떡갈비 ‘천일식당’, 김치찌개 ‘소망식당’, 토종닭 ‘원조장수통닭’, 한정식 ‘거빈’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gosan.haenam.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두륜산 대흥사, 다산초당, 해남우항리공룡화석지, 땅끝마을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고산 윤선도는 대표적인 남인 계열의 문인으로, 호남 양반가의 적통을 잇고 있다. 조선 중기 역사적인 지식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뜻깊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윤선도는 다산 정약용의 외5대 조부이기도 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그윽한 돛치미 고옥한 청잣빛…그렇게 닿는다 발길도 마음도

    그윽한 돛치미 고옥한 청잣빛…그렇게 닿는다 발길도 마음도

    나라 안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 보길도 역시 섬 산행의 명소다. 섬 산행만을 위해 보길도를 찾는 이도 적지 않다. 한데 멀고 먼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반나절 넘게 소요되는 산행에 나서는 건 버거운 일일 수 있다.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며 너른 바다 풍경까지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바람에 답하는 곳이 ‘돛치미’다. 보길도 남녘에서 난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해안 절벽이다. 돛치미 트레킹은 짧고 쉽다. 왕복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게다가 적당한 고도감에 풍경까지 놓치지 않는다. 섬 산행의 묘미는 두루 갖춘 셈이다.돛치미는 ‘도끼날’을 일컫는 사투리다. 보길도 남쪽의 중리마을에 서면 왼쪽으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절벽이 보인다. 도끼로 자른 듯한 절벽, 혹은 서슬 퍼런 도끼날 같은 수직단애가 바로 돛치미다. 얼핏 짧아 보이지만 실제 길이는 2㎞에 이른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겨울 편에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라고 읊조린 대목이 나온다. 모양새로 보건대 여기가 바로 돛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날선 도끼 같은 절벽… 정작 산행은 가벼워 돛치미 트레킹은 쉬운 편이다. 한데 들머리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이정표는 있다. 중리와 백도마을에 각각 하나씩 세워져 있다. 한데 정작 산행 기점에는 표지판이 없다. 그러니 ‘촉’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중리와 백도마을을 잇는 야트막한 고개가 산행 기점이다. 고갯마루까지는 낡은 도로가 놓여 있다. 편도 1차선의 옛길이지만, 새로 도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중리와 백도를 잇는 어엿한 ‘간선도로’였다. 중리마을에서 옛길을 따라 조붓한 고샅길을 200m 남짓 오르면 고갯마루다. 여기서 오른쪽 산자락이 돛치미로 가는 길이다. 희미하나마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남아 있다. 산행 초입부터 200m 남짓 된비알이 이어진다. 구간을 통틀어 거의 유일한 난코스다. 급경사의 산길을 오르고 나면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소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산행은 즐겁다. 줄곧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동행하기 때문이다. 왼쪽은 백도리, 오른쪽은 보길도 본섬이다. 보길도의 등뼈를 이루는 격자봉이 얼마나 우람한지, 바다 빛깔은 또 얼마나 고운지 돛치미 능선에 오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벗이 된 바다… 360도 전망대 평마바위 돛치미에서 최고의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은 평마바위다. 돛치미 끝자락에 봉긋 솟은 바위다. 표지석은 없지만 숲 가운데 도드라지게 솟은 덕에 누구나 단박에 알 수 있다. 돛치미 끝까지 갈 수도 있지만, 전망은 평마바위가 훨씬 낫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벼랑 끝까지 갈 필요는 없을 듯하다. 평마바위는 360도 풍경 전망대다. 사방의 풍경이 죄다 눈에 담긴다. 발아래 청잣빛 바다가 특히 인상적이다. 바다 위엔 전복 등의 양식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어민들에겐 이 바다가 논이요, 밭일 터다. 멀리로는 당사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당사도의 옛이름은 XX도다.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단어와 정확히 같다. 일제강점기엔 ‘항구의 문’이란 뜻의 항문도라 불렸다. 한데 이마저 어감이 이상하다 해서 1980년쯤 현 이름인 당사도로 바꿨다고 한다. 보길도의 섬산행 명소는 격자봉(425m)이다. 현재 공식 명칭은 적자봉이다. 예부터 격자봉이라 이라 불렸는데, 어느 결엔가 이름이 바뀌었다. 현지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격자봉이라 부른다. 격자봉은 보길도의 주봉인 만큼 산행 시간이 적잖이 소요된다. 보죽산(195m)까지 돌아보는 종주 산행의 경우 6~7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짧은 구간은 예송리 마을에서 오르는 코스다. 하지만 이 역시 원점 회귀하더라도 3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예송리에서 보옥리까지 트레킹 길이 조성되고 있다. 격자봉 아래를 우회해 가는 길이다. 아직 완공되지 않아 중간에서 되돌아와야 한다. 보죽산만 오르는 이도 있다. 보죽산은 공룡알 해변 옆에 뾰족하게 솟은 산이다. 산의 형태가 삼각자를 닮아 ‘뾰족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격자봉에서 하산한 뒤 다시 올라야 해 정상까지는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주연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섭한 ‘전복 섬’ 노화도 이제 노화도를 말할 차례다. 노화도는 예나 지금이나 주인공이 아니다. 이웃한 보길도, 소안도 등이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주말 드라마’라면 노화도는 이른바 ‘C급 시간대’에 편성되는 프로그램과 같다. 보길도에 들고 나기 위해 거쳐 가는 중간 기착지일 뿐 외지인의 발걸음이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이런 추세는 ‘태극기의 섬’ 소안도와 연도교로 연결되는 시점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외려 두 섬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로서 번잡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넉넉한 들녁ㆍ너른 충도리 갯벌… 백조들의 천국 노화도는 해안선 길이 41㎞의 섬이다. 1990년대 초반 전복 양식에 성공하면서 ‘전복 섬’이자 ‘부자 섬’이 됐다. 이 덕에 섬 인구가 한때 2만명에 이를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인구가 적잖이 줄어든 지금도 이목항 일대 시가지 길이는 1.2㎞가 넘는다. 이는 섬에 있는 전국의 읍·면 소재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이목항 앞에는 값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양식장 작업용 어선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른바 ‘섬 벤츠’들이다. 이 풍경만 봐도 갯살림이 얼마나 요족할지 짐작이 간다. 노화도는 들녘이 너른 섬이다. 경작지보다 산악 지역이 더 많은 보길도와 확연히 다르다. 갯벌도 넓다. 그중 하나가 충도리 갯벌이다.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들이 충도리 갯벌을 찾는다. ‘겨울 진객’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의 우아한 자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녘의 외딴섬에서 백조들의 비행 장면을 엿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글 사진 완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겨울, 맑은 이별… 봄, 붉은 마중

    겨울, 맑은 이별… 봄, 붉은 마중

    남도의 한 시인에게 물었습니다. 이맘때 가볼 만한 섬이 어디냐고. 그는 전남 완도의 보길도를 찾으라 했습니다. 섬 전체를 에두른 동백들이 이제 막 붉은 꽃술을 열었을 것이고, 도끼날 같은 해안절벽에 올라 목을 빼면 바다 너머 꿈틀대는 봄의 기운도 볼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어부사시사’를 남긴 윤선도의 부용동 유적이야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보길도의 보석이지요. 무엇보다 난대림의 섬이란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올겨울 시베리아‘급’의 맹추위에 시달리다 보니 초록빛을 마주하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될 듯했습니다.보길도는 난대림의 바다다. 어디라 할 것 없이 사방이 난대림이다. 섬 곳곳의 난대림 가운데 주변 풍경과 가장 잘 어우러진 곳을 꼽으라면 단연 예송리 해변이다. 예송리는 보길도 남쪽의 갯마을이다. 활처럼 휘어진 바닷가를 따라 상록수 방풍림이 1㎞ 가까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바로 천연기념물(40호)로 지정된 ‘예송리상록수림’이다. 한창 꽃이 피고 지기 시작한 동백을 비롯해 곰솔과 녹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에 들면 동박새가 요란스레 운다. 동백꽃 꿀을 빨다 외지인의 방문에 화들짝 놀란 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들리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도 정겹다. 예송리 마을엔 250년 묵은 감탕나무도 있다. 상록수림과 별개로 천연기념물(338호)로 지정돼 있다. 상록수림 앞은 몽돌해변이다. 검은빛의 자갈들이 방풍림과 비슷한 크기로 펼쳐져 있다. 안내판은 이 해변을 ‘흑명석자갈해변’이라 적고 있다. 이름을 풀자면 ‘파도가 칠 때마다 차르륵~ 소리를 내는 검은빛의 몽돌 해변’ 정도 되겠다. 해변의 모습은 안내판에 적힌 대로다. 몽돌의 빛은 거무튀튀하고, 파도가 들고 날 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낸다. 몽돌해변의 아름다운 자태는 이른 아침에 더욱 도드라진다. 단언컨대 이 장면 놓치면 보길도 여정은 ‘말짱 꽝’이다. 해뜰 무렵 햇살이 길게 붉은빛을 드리우면 몽돌도 붉게 물든다. 자갈 하나하나가 추위 속을 내달린 어린아이의 홍조 띤 볼을 닮았다. 오래된 돌담과 만나는 즐거움도 짜릿하다. 펜션과 구멍가게들이 가득한 해변에선 이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노란 유자와 탱자가 돌담 안에서 어울려 자라고, 고샅길 돌담 위엔 동백꽃이 봉오리째 떨어졌다. 돌담 앞엔 허름한 정자가 팽나무를 타고 앉았다. 외형이야 옛 선비들이 지어 올린 고풍스러운 정자에 견줄 수 없지만, 넉넉한 분위기로는 전혀 뒤질 게 없다.●고산 윤선도 말년 은둔지 ‘부용동 유적’ 뭐니 뭐니 해도 보길도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고산(孤山) 윤선도다.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말년의 삶이 보길도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따라다닌다. 병자호란으로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외면하고 섬에 들어가 혼자만 유유자적했다거나,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했다는 것 등이 비판의 요지다. 한데 그가 보길도에 남긴 유적들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이를 뭉뚱그려 부용동 유적, 혹은 윤선도 원림(명승 34호)이라 부른다. ‘부용’(芙蓉)은 연꽃이다. 격자봉 등 사방을 둘러친 산자락들이 내려와 맺힌 자리다. 고산은 이곳을 ‘선계’(仙界)라 이르고 말년의 은둔지로 삼았다. 부용동으로 드는 들머리는 청별항이다. 보길대교를 사이로 노화도 이목항과 마주하고 있는 포구다. 이름이 곱다. ‘맑은(淸) 이별(別)’이란다. 윤선도가 손님을 배웅하던 곳이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청별항에서 부용동까지는 지척이다.부용동에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세연정이다. 부용동 유적 가운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정자다. 세연(洗然)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계류를 돌둑(판석보)으로 막아 연못(세연지)을 조성하고, 그 물을 끌어들여 사각형의 인공 연못(회수담)을 만든 뒤, 두 연못 사이에 세연정을 세웠다. 세연정의 문은 모두 위로 들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그 덕에 바람과 풍경, 사람과 시간이 정자 문지방을 무시로 넘나든다. 막힘 없이 흐르는 것이 자연의 본질이라면 세연정은 말 그대로 자연과 하나가 된 정자라 부를 수 있겠다. 고산은 이 아름다운 정자에 앉아 어부사시사 등의 시를 짓고 읊조렸을 것이다. 정자는 뒤편 산자락과 판석보로 연결됐다. 판석보는 ‘굴뚝다리’라고 불리는 물막이다. 건기에는 돌다리, 우기에는 폭포의 역할까지 했다. 판석보를 건너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옥소암이 나온다. 세연정 전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세연정에서 도로를 따라 좀더 위로 거슬러 오르면 낙서재, 곡수당 등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만난다. 낙서재는 고산이 세상을 뜰 때까지 생활했던 곳이다. 낙서재에서 멀리 맞은편 산자락에는 동천석실이 있다. 고산이 은거하며 책을 읽었다는 곳이다. 고산은 이처럼 하나하나 발품 팔아 땅을 정하고, 방위를 정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건물을 쌓아올려 자신의 은거지를 완성해 나갔다.●서정적 해넘이 풍경 간직한 망끝전망대 보길도에서 잊지 말고 찾아야 할 명소 몇 곳만 덧붙이자. 섬 서남쪽의 망끝전망대는 저물녘 풍경이 곱다고 소문난 곳이다. 망끝전망대 아래쪽에 있는 선창리 마을의 해넘이 풍경도 퍽 서정적이다. 격자봉의 완만한 능선과 청잣빛 바다가 기막히게 어우러져 있다. 망끝전망대 옆은 공룡알 해변이다. 진짜 공룡알만 한 둥근 바위들이 해변에 가득하다. 공룡알 해변 주위에도 난대림이 있다. 난대림 초입의 동백꽃이 붉은 꽃술을 활짝 열어 객을 맞고 있다. 백도마을 바닷가엔 ‘송시열 글씐바위’가 있다. 제주도로 유배를 가던 우암이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머무는 동안 임금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을 시로 적어 바위에 새긴 것이다. 글씨체도 아름답고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글씐바위는 목재 데크 끝부분의 벽에 있다.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글 사진 완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 : 보길도로 곧장 가는 배는 없다. 먼저 노화도까지 간 뒤 보길대교를 타고 보길도로 들어가야 한다.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섬 여기저기를 둘러보려면 차를 싣고 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노화도까지는 전남 완도의 화흥포항과 해남 땅끝마을에서 각각 카페리호가 운항한다. 두 곳 모두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운항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화흥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노화도 동천항, 땅끝마을은 산양진항을 각각 잇는다. 들고 나는 항구를 달리해서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천항 인근에 구도, 충도리 갯벌 등 볼거리가 있다. 거리는 화흥포~동천항 구간이 다소 멀지만 소요시간은 두 곳 모두 4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요즘 이 일대가 겨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제한급수 등으로 다소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화흥포항 매표소 555-1010. 땅끝마을 매표소 535-4268. ▶잘 곳 : 이른 아침에 해맞이를 하겠다면 예송리 해변 쪽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달밤에 파도소리 들으며 몽돌 해변을 걷는 맛도 각별하다. 낙원펜션(554-9624), 원룸형 펜션인 풀하우스(010-4065-7455), 황토한옥펜션(553-6370) 등이 있다. 골목 안쪽에 있는 별장펜션(553-2747)은 약간의 ‘네고’가 가능하다. 면사무소가 있는 청별항 일대의 음식점들도 대부분 민박을 겸하고 있다. 노화도 이목항 쪽에도 크로바모텔(555-5656), 갈꽃섬모텔(553-8888)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맛집 : 청별항 쪽에 식당들이 몰려 있다. 거의 대부분 횟집들이다. 혼자 여행하는 이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극히 제한적이다. 민박집에서 숙박객의 주문을 받아 아침 식사를 차려내기도 한다. 자연밥상뷔페(552-4077)는 전복죽, 전복구이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노화도에서 보길대교 건너기 전에 있다.
  • ‘무인책장 72곳’ 책 읽는 송파… “책이 날 바꿨듯 도시 품격 UP”

    ‘무인책장 72곳’ 책 읽는 송파… “책이 날 바꿨듯 도시 품격 UP”

    버스정류장, 놀이터, 공원 등 서울 송파구 어느 곳이든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이른바 ‘무인책장’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민선 5기부터 지난 7년여 동안 ‘책 읽는 문화 도시’ 송파를 표방해 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도서목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박 구청장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도 ‘책의 힘’을 깊이 알고 있다. 책이 나를 바꿨듯, 송파의 품격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젊은 시절 홍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던 박 구청장은 사법고시 도전 10년 끝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의 장이 됐다.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도전은 진행 중이다. 박 구청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읽고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일상이 내가 꿈꾸는 송파의 미래” 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해 각오와 구정 운영 방향은. -민선 6기에 벌인 사업과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두려고 한다. 무술년인 만큼 무슨 일이든 술술 잘 풀리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15만㎡(약 4만 5375평)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2000여곳이 입주하는 ‘미래형 업무단지’, ‘문정컬처밸리’ 등 상반기에 조성이 완료되는 사업이 산적하다. 시범 운영 중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다음달 개관한다. 책박물관, 청소년문화의집 준공 시기도 올해다. 코엑스부터 잠실운동장 일대에 대형 마이스(MICE) 단지를 만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도 시작했다. 개발이 많다 보니 쏟아지는 주민 민원에도 잘 대응해 진행 중인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민선 5·6기 대표적인 성과를 뽑는다면. -민선 5기 공약으로 2014년 2월 문을 연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의 구립 산후조리원이 전국적으로 롤모델이 됐다. 아동과 여성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공공에서 앞장서 선보였단 평가를 받아 뿌듯하다. 2주에 190만원으로 저렴한 비용이지만, 각종 감염에 대비해 의사가 상주한다. 진료실, 초음파실, 채혈실 등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시설도 갖췄다. 일본, 중국, 베트남, 이라크 등 여러 국가 관계자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다. 센터는 임신에서 출산, 육아까지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 읽는 송파 사업은 어느 정도 정착됐나. -놀이터, 공원, 버스정류장 등 72곳에 무인책장이 있다. 책만 놨기 때문에 몇 명이 책장을 이용했는지 추산은 안 되지만, 구립도서관 이용 인원은 지난해 249만 8000여명으로 사업 시작 전보다 2배 정도 늘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올림픽공원 안에 작은도서관인 ‘지샘터’를 개관했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805㎡(약 243.5평) 규모의 식문화 특화 도서관인 ‘가락몰 도서관’을 유치해 문을 열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위례동복합청사에 구립공공도서관도 개관했다. 구립도서관은 12개가 됐다.▶올해 유난히 수상 실적이 많은데. -민선 6기 구정을 수행하면서 뜻깊은 열매를 많이 맺었다. 국내외 통틀어 279개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는데, 특히 지난 한 해에만 90개의 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스티브 어워드 중 하나인 ‘2017 세계 여성 기업인 대상’에서 여성혁신가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받아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구민과 함께 열정을 갖고 한성백제문화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축제협회로부터 6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칭찬을 많이 받을수록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한 마음으로 구정을 살피고 주민을 섬겨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구정을 수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얼마 전 주민으로부터 친필로 쓴 편지를 받았다. 지난달 초부터 진행 중인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다가 목격한 일을 보며 감동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어느 동의 한 주민이 “인기 강좌를 신청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일용직 근로자처럼 처량하다. 개선해 달라”고 성토한 적이 있다. 자꾸만 ‘일용직 근로자’라는 비유를 사용하시기에 두 번, 세 번 “그 말을 빼고 말씀해 달라”고 전했다. 편지를 써 주신 주민은 그날 제 모습을 보면서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꼈다고 하더라. 7년 반 동안 진심으로 주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하며 대해 왔는데, 그게 통한 것 같아 기뻤다.▶민선 6기 가장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는. -방이동 개발제한구역이 이번 정부 들어 공공주택지구 임대아파트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구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와 바로 인접한 부지는 46만㎡(약 13만 9150평)에 이른다. 한예종에서 통합형 캠퍼스로 요구하는 12만㎡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송파구는 지난해 2월부터 캠퍼스 유치팀을 신설해 전문가 자문도 구하고, 토지주 설명회도 열어 지지를 이끈 상태다. 또 학교가 들어설 경우 지역 문화시설과 연계·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공단,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 롯데문화재단 등 기관과 업무협약 체결도 마쳤다. 반드시 유치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제언이 있다면. -개헌 논의는 애초에 부작용이 여러 가지로 나타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를 바로잡자는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 본말이 전도된 양상이다. 지방분권 개헌만 강조되고, 통치·권력 구조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때도 보면 국회 개헌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기본권·지방분권만 손보는 방식의 원포인트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통치·권력 구조가 국회에서 골고루 논의돼야 한다. 공청회 등을 통해 통치·권력 구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이뤄진 뒤 지방분권 개헌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 변화에 맞춰 2008년 기초노령연금, 2012년 영·유아 무상보육, 학교무상급식 등이 도입됐다. 재정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지자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 구는 취약 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는 물론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복지 수요가 높다. 일반회계 중 사회복지 비용이 절반에 이른다.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사회가 정말 필요한 복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서울시나 정부에서 새로운 복지시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복지 시책에 따라 수요는 계속 느는데,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복지 서비스가 절실한 구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사회복지 인력 충원이나 시설 종사자 처우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민들께서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셔서 일하고 있다. 모든 게 빨리 변화하고, 그만큼 사회도 지나치게 양분화되는 양상이다. 주민 간 갈등도 자주 표출된다. 특정 연령, 계층에 집중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 같이 잘 사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구정을 수행하겠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송파구는 어떤 곳 493년간 백제의 수도… ‘마이스 단지 추진’ 국제관광도시로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고 해서 송파(松坡)라 불렸다. 백제 온조왕부터 21대 개로왕까지 약 493년간 백제의 수도 한성이 자리했던 지역이다. 경기 광주군에서 서울 성동구, 강남구, 강동구로 편입됐다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같은 해 1월 1일 송파구가 신설됐다. 지하철 5개 노선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로 123층 높이 555m인 롯데월드타워가 개관한 데 이어 삼성동 코엑스부터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마이스(MICE) 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제관광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박춘희 구청장은 누구 10년 도전 끝에 2002년 44회 사법시험에 최고령인 49세로 합격했다. 사시 공부를 하기 전에는 홍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변호사가 된 후로는 무료법률상담과 국선변호를 주로 맡았다. 2010년 지방선거 한나라당 클린공천감시단 위원을 거쳐 여성 전략 공천 지역인 송파구에서 민선 5기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2014년 민선 6기 재선에 성공해 송파를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구정을 이끌고 있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이란, 美 극비 스텔스 정찰기 복제 성공했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이란, 美 극비 스텔스 정찰기 복제 성공했나?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면서 커다란 금속 파편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노려보며 “이것을 알아보겠느냐? 당신들 것이니 당연히 알아볼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돌아가서 테헤란의 독재자들에게 이스라엘의 결의를 시험하지 말라고 전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손에 든 것은 지난 10일 이스라엘 공군이 국경 지역에서 격추시킨 이란 무인정찰기의 잔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영공을 침범한 이 무인정찰기의 잔해를 국제 회의장에 가지고 나와 이란 외무장관에게 보여주며 이와 같은 도발이 다시 있을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브리핑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뮌헨안보회의에 들고 나왔던 잔해는 지난 2011년 이란에 추락한 미군 스텔스 무인정찰기 RQ-170의 복제품인 ‘썬더볼트(Thunderbolt)’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이란의 스텔스 무인정찰기 실체가 국제 회의장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란의 스텔스 무인정찰기는 지난 2011년 이란 영공에 추락한미군 RQ-170의 복제품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정찰하기 위해 수시로 무인정찰기를 이란 영공에 침투시켰는데, 이란은 고장으로 불시착한 RQ-170 1대를 거의 손상 없이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이란은 “이란 영공을 불법 침입한 미군 RQ-170을 포획하였으며, 포획은 혁명수비대의 전자 매복(Electronic ambush) 작전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즉각 “단순 기기 고장으로 인한 추락이며, 기체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기체의 비밀 유지를 위해 특수부대를 보내 추락한 기체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회수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준비했으나, 이것이 전쟁으로 비화될 우려가 컸기 때문에 결국 기체를 포기해야만 했다. RQ-170 포획은 이란으로써는 엄청난 횡재였다. 이 정찰기는 포획 당시 미군에 실전배치가 시작된 지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은 최신예 기종이었고, 대부분의 능력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미군의 극비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RQ-170은 공식적으로는 미 공군 제30정찰비행대대에서 운용하지만, 실제 운용 주체는 중앙정보국(CIA)이며, 한때는 U-2 정찰기를 대체할 전략정찰기 후보군으로도 거론된 바 있었다. 그만큼 우수한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항속 성능, 강력한 정찰 능력 등을 바탕으로 이란은 물론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적성국의 영공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찰기는 본토의 네바다 주 사막 한복판의 크리치 공군기지(Creech Air Force Base)의 통제센터에서 위성 중계를 통해 조종된다. 영상/열상/레이더 정찰은 물론 장거리 통신 중계와 제한적인 전자전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빈 라덴 사살 작전인 넵튠 스피어 작전(Operation Neptune Spear)에도 동원되어 빈 라덴의 소재를 추적하고, 작전 영상을 위성을 통해 백악관에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엄청난 무기를 이란이 손에 넣자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달려들었다. 미국과 대립하는 이들에게 있어 RQ-170은 미국의 스텔스 기술과 항공전자 기술을 통째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귀중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란에게 최신형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 제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중국 역시 지대지 탄도 미사일 부품과 기술을 비롯한 반대급부를 제시하며 이란의 RQ-170 해체/분석 작업에 자국 기술자들을 참가시켰다. 이란과 중국, 러시아까지 달려든 2년여 간의 해체/분석 및 역설계 작업 끝에 이란은 2014년 5월, “RQ-170의 비밀을 완전히 풀었다”고 선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Ayatollah)인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앞에서 ‘짝퉁 RQ-170’인 ‘썬더볼트’ 공개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하메네이는 미군 정찰기 포획과 썬더볼트 개발 과정을 치하하며 “이것이 이란의 정보전 능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란의 짝퉁 RQ-170은 외형상 미군의 RQ-170과 거의 똑같다. RQ-170의 정확한 제원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이것을 그대로 모방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RQ-170의 기술을 고스란히 손에 넣었다면 이 기술을 응용해 고성능 스텔스 무인정찰기는 물론 무인공격기까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무인기는 기존에 이란이 선보였던 조잡한 드론과는 차원이 다른 스텔스 성능과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란이 이를 토대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스텔스 무인공격기를 만들어낸다면, 이스라엘과 같이 다단계 중첩 방공망을 구축한 ‘요새 국가’가 아닌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란의 이러한 무인정찰기 개발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텔스 무인기는커녕 민간용 소형 드론을 조악하게 개조한 북한 무인기에도 주요 군사거점은 물론 청와대 상공까지 뚫렸던 이력이 있는 나라다. 그런데 만약 이란이 북한에게 스텔스 무인기를 수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전수할 경우 북한은 유사시 한국의 방공망을 유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란은 북한과 재래식 무기에서부터 대량살상무기에 이르기까지 군사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감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제 총기와 탄약, 미사일이 이란군에게서 발견되고, 이란제 함포와 미사일이 북한군에서 식별되는 등 양국 간 군사 교류와 협력 수준은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UN 안보리 제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이란의 무인기 기술이 북한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이번 무인기 격추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스텔스 무인기와 같은 새로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공망 구축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쏟아야 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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