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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성규범 우선

    ‘간통죄 다음번엔?’ 헌법재판소가 30일 간통죄에 대해 네 번째로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 대다수가 성에 대한 부부간의 성실의무 등 전통규범에 동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선 세 차례 결정 때와는 달리 재판관 9명 가운데 합헌 4명, 위헌(헌법불합치 포함) 5명으로 치열하게 의견이 엇갈린 점을 고려할 때 시대변화와 과거 결정에서 나온 고민의 편린들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아가 사상 처음으로 위헌의견이 다수를 이룬 터라 또다시 위헌 소송이 제기된다면 헌재 판단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위헌 정족수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입법부 차원에서 간통죄 폐지 또는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990년 9월 헌재가 6대3의 의견으로 첫 합헌결정을 내렸을 때는 한병채·이시윤·김양균 재판관이 “징역형만 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무거운 처벌로 기본권에 대한 최소 침해 원칙 등에 어긋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에서의 김희옥·송두환 재판관 의견과 어느 정도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다. 심지어 합헌의견을 낸 민형기 재판관도 “반사회적인 성격이 미약한 사례까지 처벌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3년 3월 두 번째 결정에서는 앞선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지만 2001년 10월 8대1로 합헌결정이 났을 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하는 위헌의견이 처음 제시됐다. 권성 재판관이 “간통의 형사처벌은 애정과 신의가 깨진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적 자주성, 즉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해 성적인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며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당시 합헌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헌재는 입법부에 간통죄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권고하는 등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다.▲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에 있으며 ▲사생활 영역의 문제에 법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협박이나 위자료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선고와 비교하면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의 위헌의견과 연결되는 대목이 많다. 합헌결정을 놓고 여성단체들이 강하게 성토하는 것도 시대변화를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임혜경씨는 “실효성 문제는 물론 죄 입증과정의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한데 합헌결정이 나 아쉽다.”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형벌로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황주연씨도 “간통죄 규정이 가정을 보호해준다는 정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여성의 간통을 더 심각하게 여기는 사회적 터부가 작용해 남성 간통 기소율에 견줘 여성 간통 기소율은 매우 높은 편으로 여성에게 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홍지민 김정은기자 icarus@seoul.co.kr
  • 간통죄 1표차 ‘합헌’ 결정

    간통죄가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법 조항도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0일 연기자 옥소리씨 등이 제기한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4명, 위헌 4명, 헌법불합치 의견 1명으로 또다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1990년,1993년,2001년에도 간통죄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위헌 의견이 처음으로 다수를 이뤘지만, 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징역형만 규정한 법정형이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비춰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강국 소장을 비롯해 이공현·조대현·민형기 재판관이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간통죄를 처벌하는 것 자체는 입법재량”이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반면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개인의 은밀한 성 생활 영역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송두환 재판관은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게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김희옥 재판관은 “도덕적 비난에 그치거나 비난 가능성이 없고, 미미한 행위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로 봤다. 헌재는 또 시각장애인 안마사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국가 보호의무는 물론, 안마사 직역 외에 생계보장을 위한 대안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맹(非盲)제외 기준을 설정한 법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일반국민의 기본권이 충돌하고 있다며 입법자에게 시각장애인 복지정책을 선진화하는 등 공존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홍지민 오이석기자 icarus@seoul.co.kr
  • 헌재 “간통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또 합헌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중 절반이 넘는 5명이 간통죄에 대한 위헌 의견을 냈지만, 간통죄는 합헌이라는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정족수의 3분의2에 해당하는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30일 헌법재판소는 탤런트 옥소리 등이 제기한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헌재가 간통죄를 다룬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1990·1993·2001년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간통죄는 형법 제241조(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에 규정한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에 대해 “간통죄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해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징역형만 있는 법정형이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비춰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결정했다. 그러나 김종대·이동흡·목영준 등 재판관 3명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송두환 재판관은 “형사 처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징역형만 규정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옥희 재판관은 “간통 및 상간행위의 유형중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 또는 비난가능성이 없거나 근소한 행위에까지 형법을 부과해 국가형벌권을 과잉행사한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한편 ‘간통죄 합헌 결정’에 따라 간통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위헌심판 제청을 했던 탤런트 옥소리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캐릭터뷰] ‘별순검’ 진무영, 요즘 검·경에 ‘일침’

     대한제국시절 수사기관 ‘별순검’을 이끌었던 진무영이 이 시대의 검찰·경찰에 일침을 가했다.  지금의 수사기관들이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을 듣는 경우도 많다는 말에 진무영 경무관은 “백성들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쌀쌀한 바람이 제법 날을 세우던 가을날, 서슬 퍼런 눈빛의 진무영 경무관을 만났다. 진 경무관은 대한제국판 CSI인 ‘별순검’의 리더로서 수많은 강력 사건들을 해결한 공로로 후세까지 이름이 남겨진 인물이다.  그의 활약상이 최근 케이블TV MBC DRAMA에서 ‘별순검 시즌2’란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진 경무관 역할을 맡은 배우 이종혁을 만나 진무영의 전언을 들어봤다.  진무영은 현대의 수사기관이 ‘강자에 영합하고 약자를 배려하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는 말에 매우 안타까워하며 “수사기관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에도 외압은 존재했었다며 “압력에는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를 진행할 때 외부의 압력이 가해진다면 옷을 벗을 각오로 항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등 열강이 한반도 내에 세력을 확장시키며 정세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수사관이자 대한제국민으로서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진무영과의 일문일답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을 여럿 죽여 거꾸로 매달았던 사건을 잊을 수가 없소. (별순검 시즌2 - 1화에서 소개된 ‘그림자’ 편을 말한다.)  당시 용의자는 시체에 글자를 새겨 어떤 뜻을 전하려고 했소. 더구나 이 사건은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다루셨던 것과 비슷했지요.  또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진규가 자살 전 나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했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소이다.  ▶아버님 얘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자살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목을 맨 장면을 직접 봤지요. 아버님께서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풀어주셨던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 놈이 풀려난 뒤에 어떻게 했는지 아시오? 목격자들을 살해했소. 아버님께서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시고….  어찌 보면 내가 이 곳에 몸을 담은 연유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겠소.  ▶ 당신은 감정 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 사건에 영향을 받은 탓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 이후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이 꺼려지더이다. 하지만 사건을 냉정하게 보려고 나 자신을 채찍질한 결과일 수도 있지요.  ▶ 냉철한 성격 때문에 오해를 사거나, 오히려 다른 사람에 의해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을 닫고 사는 걸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거 아니겠소.  ▶그래도 사건 수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고 있는데요.  -그건 그렇죠. 자랑스럽고 든든한 사람들입니다. 때론 가족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부 나보다 훌륭한 인물이란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그런 말은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선우현이라는 대원도 해당이 되는 건가요.  -처음에는 나이도 어린 놈이 중간에 끼어들어와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것만 같았소.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녀석도 나름대로 생각이 깊더이다.  ▶아직 미혼인데, 주위 사람 중에 여자로 느껴지는 사람은 없나요.  -전혀 없소.  ▶혼자 사는 한다경의 집에 순찰들을 보낸 것은 무슨 뜻인가요.  -전에 (그의 양친이 안 계시다는 것을 몰랐을 때) ‘깨워줄 가족도 없느냐’고 막말을 했던 것이 미안했을 뿐이오. 아무리 한 순검이 무예가 뛰어나다 한들, 그도 나약한 여자가 아니겠소…. 또 그간 대원들의 사생활에 너무 무심했나 싶기도 해서 그런 것이오.  이 대화를 끝으로 진 경무관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지대한 순검이 다급하게 뛰어오며 ‘한 여인이 은당골 숲 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놓이게 된 또 다른 살인사건. 그의 말대로 객관성을 철저히 지키는 수사로 억울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남겨두고 진무영과 작별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캐릭터뷰] ‘별순검’ 진무영, 요즘 검·경에 ‘일침’

    [캐릭터뷰] ‘별순검’ 진무영, 요즘 검·경에 ‘일침’

     대한제국시절 수사기관 ‘별순검’을 이끌었던 진무영이 이 시대의 검찰·경찰에 일침을 가했다.  지금의 수사기관들이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을 듣는 경우도 많다는 말에 진무영 경무관은 “백성들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쌀쌀한 바람이 제법 날을 세우던 가을날, 서슬 퍼런 눈빛의 진무영 경무관을 만났다. 진 경무관은 대한제국판 CSI인 ‘별순검’의 리더로서 수많은 강력 사건들을 해결한 공로로 후세까지 이름이 남겨진 인물이다.  그의 활약상이 최근 케이블TV MBC DRAMA에서 ‘별순검 시즌2’란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진 경무관 역할을 맡은 배우 이종혁을 만나 진무영의 전언을 들어봤다.  진무영은 현대의 수사기관이 ‘강자에 영합하고 약자를 배려하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는 말에 매우 안타까워하며 “수사기관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에도 외압은 존재했었다며 “압력에는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를 진행할 때 외부의 압력이 가해진다면 옷을 벗을 각오로 항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등 열강이 한반도 내에 세력을 확장시키며 정세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수사관이자 대한제국민으로서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진무영과의 일문일답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을 여럿 죽여 거꾸로 매달았던 사건을 잊을 수가 없소. (별순검 시즌2 - 1화에서 소개된 ‘그림자’ 편을 말한다.)  당시 용의자는 시체에 글자를 새겨 어떤 뜻을 전하려고 했소. 더구나 이 사건은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다루셨던 것과 비슷했지요.  또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진규가 자살 전 나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했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소이다.  ▶아버님 얘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자살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목을 맨 장면을 직접 봤지요. 아버님께서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풀어주셨던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 놈이 풀려난 뒤에 어떻게 했는지 아시오? 목격자들을 살해했소. 아버님께서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시고….  어찌 보면 내가 이 곳에 몸을 담은 연유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겠소.  ▶ 당신은 감정 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 사건에 영향을 받은 탓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 이후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이 꺼려지더이다. 하지만 사건을 냉정하게 보려고 나 자신을 채찍질한 결과일 수도 있지요.  ▶ 냉철한 성격 때문에 오해를 사거나, 오히려 다른 사람에 의해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을 닫고 사는 걸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거 아니겠소.  ▶그래도 사건 수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고 있는데요.  -그건 그렇죠. 자랑스럽고 든든한 사람들입니다. 때론 가족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부 나보다 훌륭한 인물이란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그런 말은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선우현이라는 대원도 해당이 되는 건가요.  -처음에는 나이도 어린 놈이 중간에 끼어들어와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것만 같았소.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녀석도 나름대로 생각이 깊더이다.  ▶아직 미혼인데, 주위 사람 중에 여자로 느껴지는 사람은 없나요.  -전혀 없소.  ▶혼자 사는 한다경의 집에 순찰들을 보낸 것은 무슨 뜻인가요.  -전에 (그의 양친이 안 계시다는 것을 몰랐을 때) ‘깨워줄 가족도 없느냐’고 막말을 했던 것이 미안했을 뿐이오. 아무리 한 순검이 무예가 뛰어나다 한들, 그도 나약한 여자가 아니겠소…. 또 그간 대원들의 사생활에 너무 무심했나 싶기도 해서 그런 것이오.    이 대화를 끝으로 진 경무관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지대한 순검이 다급하게 뛰어오며 ‘한 여인이 은당골 숲 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놓이게 된 또 다른 살인사건. 그의 말대로 객관성을 철저히 지키는 수사로 억울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남겨두고 진무영과 작별했다. 글·사진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유진 “팜므파탈 연기도 도전하고 싶어요”

    유진 “팜므파탈 연기도 도전하고 싶어요”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이다. 올가을 유일한 정통 멜로물 ‘그 남자의 책 198쪽‘의 주인공 유진(27)도 여전히 멜로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드라마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좋아요. 사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는 소재잖아요. 최근엔 ‘P.S I love you’라는 멜로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이번에 유진이 맡은 역할은 좌충우돌 요리사(‘진짜진짜 좋아해’)나 씩씩한 싱글맘(‘아빠셋 엄마하나’) 등 그동안 TV드라마에서 선보였던 ‘캔디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옛사랑 못 잊는 극중 은수, 나와 많이 닮았어요 “극중 은수는 옛사랑의 아픔을 안고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침체된 구석이 있어요. 하지만 전 은수와 닮은 점이 많아 감정이입이 쉬웠죠. 저도 헤어진 지 1년이 된 옛 연인에게 편지를 보내 본 적도 있고, 아픔을 겉으로 표현하기보단 속으로 삭히는 편이거든요.” ‘동감’, ‘바보’ 등 순정파 멜로물에서 일가견을 보여온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그 남자의 책 198쪽’은 음미할 수 있는 여운과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영화다. 첫사랑이 남긴 198쪽의 비밀을 찾기 위해 매일 도서관을 찾아 가는 준오(이동욱)와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도서관 사서 은수(유진)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 단편소설의 여주인공은 훨씬 더 냉소적이고 건조한 느낌의 사서이지만, 영화에선 좀 부드럽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감정선을 대놓고 드러내진 않더라도 뭔가 분명히 전달해야 하는 연기가 힘들었죠. 요즘은 워낙 자극적인 작품들이 많아 맛을 분간할 수 없지만, 이런 담백한 영화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천직… 아직 크게 실패한 작품 없어 다행 11년 전 여성 아이들 그룹 S.E.S로 데뷔한 유진은 ‘핑클’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인기를 누리다 2002년 드라마 ‘러빙유’의 주연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2006년 영화 데뷔작 ‘못말리는 결혼’도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댄서의 순정’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신고식도 치렀다. “아주 잘된 작품도 없지만, 크게 망한 작품도 없어 만족해요. 지금 생각하면 연기 경험이 전무한 저를 드라마 주연에 발탁한 감독님이 뭘 믿고 그러셨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이 길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 하지만 그녀도 최근 여자연예인들의 잇단 비극적인 소식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1월 유명을 달리한 여가수 유니의 경우도 “함께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무척 성격이 밝아 친근함을 느꼈지만 더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애인 생기더라도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아 어느덧 20대 후반에 들어선 유진은 친한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지만, 자신은 애인이 생기더라도 절대 밝히고 싶지 않단다. “연예인 동료들과의 술자리에 잘 어울리지 않아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도 적지만, 혹시 생기더라도 밝히고 싶지 않아요. 연예인들에게는 모든 사생활을 ‘쿨’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작 ‘쿨’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유진은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선균, 이민기 등과 함께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로 다시 한번 관객들 앞에 설 예정이다. “언젠간 ‘팜므파탈´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유진이 차세대 스크린 멜로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pado@seoul.co.kr
  • 투사 뒤에 숨은 ‘여성의 감성’

    “네. 나는 여자예요. 틀림없는 여자이지요. 그것이 내 비극입니다. 여성인 나와 결연한 혁명가인 나 사이에 깊은 심연이 가로놓여 있어서 나는 그리 행복하지 못합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1869~1940). 자유연애와 언론자유를 주창하고,8시간 노동을 위해 싸우는 등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모든 체제에 맞서 싸워온 그녀의 투사적 면모 뒤에는 이처럼 한 여성으로서 연약하고 감성적인 모습이 감춰져 있었다. ‘엠마 골드만’(캔데이스 포크 지음, 이혜선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평전이다. 저자는 엠마 골드만이 오랜 연인이었던 시카고의 사회운동가 벤 리트먼과 주고 받은 미공개 연애편지를 통해 그녀가 자서전에서도 공개하길 꺼렸던 사생활과 내면의 갈등을 역동적으로 조명한다. 캘리포니아대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저자가 우연히 발견한 엠마 골드만의 편지에는 결혼제도에 반대하고 자유연애를 신봉했던 그녀가 ‘바람둥이’ 벤 리트먼과 연애하면서 그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해 괴로워하고, 집착하는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모순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엠마는 사랑에 대한 열망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냄으로써 자신의 정치활동에 감정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으면서도 표출하지 못하고 있던 열망을 분명히 표명했다. 성적인 억압이 가해지던 시기에 엠마는 용감히도 남녀관계를 정치적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황홀한 연애경험을 일상생활의 극치라고 이야기했다.” 러시아의 작은 도시 코브노의 유대인 지구에서 가난한 상인의 딸로 태어난 엠마는 8살 때 가족을 떠나 할머니와 고모 손에서 자라며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여섯살에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했고,1887년 아나키스트들에 의해 일어난 시카고의 헤이마켓 폭탄테러사건에 자극받아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구속과 수감 생활을 반복하다 미국에서 강제 추방되고, 러시아와 스웨덴,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를 떠돌다 캐나다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 저서에 ‘저주받은 아나키즘‘‘러시아에 대한 나의 환멸‘, 자서전 ‘나의 생애‘ 등이 있다.2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故안재환 누나 경찰진술 “동영상·유서 없다”

    故안재환 누나 경찰진술 “동영상·유서 없다”

    “故 안재환 관련 동영상과 유서는 없습니다.” 故 안재환 사건 관련 생전 안재환이 잠적한 후 제작된 동영상과 유서의 존재 여부가 새로운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고인의 누나인 안미선 씨가 “사실무근” 이라며 일축했다. 안재환의 셋째 누나인 안미선씨는 24일 오전 10시께 서울 노원경찰서에 출석해 약 3시간 동안의 진술을 마친 후 “안재환 사망과 관련한 동영상과 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 노원경찰서 측은 서울신문NTN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미선씨가 오전에 경찰에 출석해 안재환씨와 관련된 동영상과 유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미선 씨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안미선 씨는 검찰에 정선희와 관련 채권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며 “안재환이 정선희와 함게 사채업자들에게 동반 납치됐고 5억 원을 준 정선희만 풀려났다.”고 주장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한 안재환의 지인이라고 밝힌 A씨가 한 매체를 통해 고인이 잠적한 후에 만났다고 주장하며 생전 동영상과 유서를 유족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해 수사는 또 한번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던 바 있다. 따라서 안미선 씨의 이번 2차 소환조사에 이목이 집중 됐으나 안미선 씨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1차 소환조사 때와 동일한 주장을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측은 “이외 수사 내용은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후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독자의 소리] 지하철 ‘두줄서기’ 실천을

    휘발유, 경유 값이 치솟으면서 출퇴근 인구가 지하철로 몰리고 있다. 얼마 전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급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계단을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다 보니 올라오는 사람과 부딪치는 일은 기본이었다. 지하철에서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계단보다 좀더 편히 이용하기 위해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처럼 이용된 지 오래다. 주변에 ‘두줄서기 캠페인’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무용지물이고, 심지어 사람들은 두줄 뛰기 운동을 벌이는 듯하다. 한쪽 줄이 서 있으면 다른 한 공간은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 모두들 회사생활에 바쁘고 각자의 일이 급한 것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대중교통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직장인들에게는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토로하며 고민을 나눌 그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직장에선 이성 동료간 ‘이성적 감정’ 없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라고 불린다. 실제로 마음의 벗이 되는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2030 직장인들에게 그들의 사무실 배우자에 대해 들어봤다. ●사무실 내 나만의 구원투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양모(27·여)씨는 소설가 양귀자와 같은 훌륭한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2년간 계속된 백수생활은 그녀의 꿈을 앗아가버렸다. 취업으로 눈을 돌린 양씨. 기왕이면 글을 쓸 수 있는 홍보실이나 문화재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그 희망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양씨는 2년 전 가까스로 IT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문외한인 양씨의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매일 컴퓨터 언어, 코딩, 알고리즘 등 생소한 용어와 지식을 익혀야만 했다. 그런 그가 3년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선배이자 ‘오피스 허즈번드’인 김모(32)씨의 배려 덕분이다. 김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다 양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경력사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양씨가 계속 한직으로만 떠도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의 특별과외 교사를 자청하고 나섰다.6개월간의 과외로 양씨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IT업무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도 혼자 짤 수 있고, 일에 흥미도 갖게 됐다. 양씨는 “김씨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라면서 “사무실에서 만큼은 김씨가 남자친구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2년 4개월째 근무 중인 최모(31)씨는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한 ‘오피스 와이프’를 뒀다고 자부한다. 그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김모(24·여)씨. 최씨는 가끔 자신의 실제 부인보다 김씨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입사 초기 대졸 신입사원과 상고를 졸업한 계약직 경리사원으로 만났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뒤 서로 허물없이 고민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익숙지 않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두 사람은 어려운 부분들을 조금씩 도와주면서 우정을 키워 나갔다. 컴맹이었던 최씨는 외국 바이어 앞에서 진행할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책을 구입해 열심히 공부했다. 아무리 책을 봐도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최씨를 도와주지 않을 때 선뜻 구원의 손을 내밀어 준 게 김씨였다. 상고 출신의 김씨는 ‘컴퓨터 도사‘로 불릴 만큼 능숙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최씨는 김씨의 도움을 받아 만든 프레젠테이션으로 무사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김씨 또한 ‘오피스 허즈번드’인 최씨의 도움으로 매번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낸 김씨에게 부장이 외국 거래업체와 주고받는 서류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겼다. 영어사전과 한참을 씨름해도 짧은 영어 문장을 해석하기 힘든 김씨의 구원투수는 최씨였다. 영문과 출신의 그는 김씨가 하루종일 시간을 투자해도 불가능했던 영어 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해줬다. 김씨는 “오피스 허즈번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업무뿐 아니라 일상적인 고민, 갈등도 해결해주는 만능 카운슬러죠. 그가 없는 직장생활은 상상할 수 없어요.” ●꼴불견 상사 때문에 맺어진 오피스 스파우즈 부산의 한 은행에 근무 중인 성모(26·여)씨와 박모(27)씨는 둘 도 없는 직장 동료이자 ‘오피스 스파우즈’다. 올해 초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둘은 직장 선배들로부터 “서로 사귀는 사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친하다. 이들은 메신저와 전화로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 대화를 나눈다. 성씨는 “박씨와 이렇게 자주 연락한다는 것을 상사들이 알면 둘 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에 대한 불만과 상사들의 뒷담화가 둘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던 성씨에게 박씨가 “선배가 나무랄 땐 그냥 아무 대꾸하지 말고 ‘정말 내가 잘못했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표정만 지어주고 속으로는 ‘오늘 뭐 먹지?’ 이런 생각을 하라.”고 조언해줬다. 성씨는 이 방법을 터득한 후 신기하게도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됐다.“직장생활을 하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일을 누군가에게 믿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오피스 스파우즈는 그런 의미에서 2030 직장인들에겐 필수적인 존재랍니다.” 9급 공무원인 박모(27·여)씨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정모(29)씨다. 그들이 오피스 스파우즈의 인연을 맺은 데는 같은 부서의 괴팍한 성격의 50대 노총각 과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상사는 후배들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어왔고, 후배들에게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도 시시각각 급변해 최악의 직장 상사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사 밑에서 잦은 업무보고와 야근 등의 스트레스를 받던 박씨와 정씨는 동기라는 이유만으로도 뭉칠 수 있었다. 한 번은 과장이 별다른 이유없이 시비를 걸며 박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부렸다. 이날 박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단 둘이 술을 마시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동기가 한 없이 고마웠다. 정씨도 가끔 과장의 부당한 행동에 화가날 때마다 오피스 와이프인 박씨와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의 여자친구보다 과장의 부당함을 잘 아는 박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박씨가 없었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지 막막해요. 가끔은 여자친구보다 더 저를 잘 이해해준다니까요. 이러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연인으로 발전할까봐 걱정이에요.” ●내 배우자와 더 친밀한 오피스 스파우즈 회계사인 정모(35)씨는 자신의 오피스 와이프 때문에 아내로부터 바람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정씨의 부인은 남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직장 여성동료와 장시간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부인은 남편이 다른 직장 동료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유독 그 여성동료만 칭찬하는 걸 의심했다. 정씨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내의 의심은 드라마 ‘사랑과 전쟁’ 수준으로 극에 달했다. 의부증에 시달리던 정씨는 특단의 조치로 부인에게 오피스 와이프인 유모(32·여)씨를 소개시켜줬다. 몇번의 만남 이후에야 부인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성적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업무적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오피스 스파우즈 관계란 걸 이해했다. 이후 몇번의 만남을 가진 부인과 유씨는 서로 취미와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때론 정씨의 회사 생활을 오피스와이프인 유씨가 부인에게 일일이 보고하기도 해 정씨가 곤란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정씨는 아내와 오피스와이프의 절친한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다.“아내가 오피스 와이프와의 관계를 이해해줘서 다행이에요. 직장내에선 오피스와 이프가 제겐 둘도 없는 벗이고 인생에 있어선 아내만큼 훌륭한 친구가 없답니다.” 인천의 무역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정모(35)씨는 요즘 회사 생활이 ‘옥살이’ 같다. 오피스 와이프인 직장 후배 이모(32·여)씨가 회사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기 때문이다. 정씨와 이씨는 대학 시절 둘도 없는 같은 과 선후배였다. 졸업 후 1년간 백수생활을 한 이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게 됐다. 그 이후로 정씨와 이씨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 선후배 사이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특히 정씨는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아내와 동갑인 이씨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씨는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씨의 도움을 받으며 의지하게 됐다. 서로 잘 챙겨주다보니 정씨는 아내로부터 “유부남이 너무 여자 후배와 가깝게 지내는 거 아니냐.”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 이에 정씨는 이씨를 아내에게 소개시켜준 뒤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서로 동갑이라 편하게 지내더니 요즘은 나보다 더 가깝게 지내며 내 험담도 함께 늘어놓아요.”집에서는 아내 눈치, 회사에서는 오피스 와이프 눈치 보느라 행동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오피스 와이프가 아니라 정말 회사내에 와이프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가끔 갑갑하긴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와 후배가 있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요.” 황비웅 장형우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용어클릭 -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 직장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다. 미국에서 생겨난 용어로 하위개념으로 오피스 와이프(사무실 부인·Office wife)와 오피스 허즈번드(사무실 남편·Office husband)가 있다. 미국의 한 온라인 백과사전(www.urbandictionary.com )에선 오피스 와이프에 대해 ‘직장에서 자주 접하는 이성 동료이며, 당신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강남경찰서, 기업형 룸살롱에도 ‘性戰’ 칼날 주택금융公, 직원엔 펑펑 서민엔 찔끔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캐릭터뷰] 박철민이 말하는 ‘불광동 배용기’ 그리고 ‘배우 박철민’   기획재정부의 아고라 활동에 네티즌 ‘냉소’  
  • ‘칸 스캔들’은 미국의 음모?

    |파리 이종수특파원|“미국이 세계 경제의 지휘권을 프랑스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터뜨린 언론 플레이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 사건은 미국의 청교도적 제도의 흥분을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프랑스 정부와 정치권이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지위를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59)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엄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으로 지난해 9월 IMF 총재에 선출된 스트로스 칸은 사회당의 차기 대선후보 인기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만큼 국내에서는 인기있는 정치인이다. 프랑스 정치권이 이번 스캔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유는 스트로스 칸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엄격한 규제책 마련에 주력해 왔다는 데 있다. 정부와 IMF 등에 의한 강력한 규제는 여전히 자유시장경제를 최고의 가치로 삼으려는 미국의 희망사항이 아니다. 특히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스캔들을 맨 먼저 보도한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뤽 샤텔 정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스트로스 칸 총재는 금융위기 사태 속에서 줄곧 현안 대처에 앞장서 왔다.”면서 “2주 정도만 지나면 그가 권한을 남용했는지 그러지 않은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의 장 마리 르 귀앙 의원은 “그를 흔들기 위한 의도가 이번 사건에 관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개인적으로 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건에 불과한데도 이를 대단한 정치적 스캔들로 만들고 싶어한다. 뭔가 수상쩍은 데가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의 부인인 안 생클레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의 사생활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사악한 소문에는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밝혔다. 민영방송 TF1의 인기 앵커출신 방송인인 생클레어는 “남편을 용서했으며, 우리 두 사람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vielee@seoul.co.kr
  • ‘부적절한 관계’ 조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59)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위남용 여부를 놓고 조사를 받고 있다. AFP통신은 19일 스트로스칸 총재가 기혼의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가 조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조사는 IMF 집행이사회 멤버인 이집트 출신 샤쿠르 샬란의 지휘 아래 진행된다. 샬란은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 법률 사무소에 사건 조사의뢰를 마쳤다. 그러나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공개한 이메일 성명에서 “IMF 총재로서 권한을 남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IMF가 지난 1월 당시 본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스트로스칸이 IMF 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였던 헝가리 출신 피로스카 나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트로스칸이 올해 초 유럽 회의에서 나지를 만나 은밀한 이메일을 수차례 주고받았으며 IMF소속 경제학자인 그녀의 남편 마리오 블레헤르에게 발각됐다고 전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TV가 결혼했어요

    TV가 결혼했어요

    ‘TV가 결혼에 빠졌다.‘ 각 방송사가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결혼을 전면 배치했다. 첫 시위를 당긴 것은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여기에 SBS는 지난 12일부터 ‘일요일이 좋다’에 노처녀 연예인들의 맞선 프로젝트,‘골드미스가 간다’를 내보냈다. 케이블채널의 오락프로그램에도 결혼이 대세다. tvN은 홍서범·조갑경, 이세창·김지연 두 연예인 부부의 남편과 아내를 맞바꾸는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를 방송 중이다. 일반인 커플 대상 프로그램도 속속 방영된다. 스토리온은 지난달부터 예비 신혼부부들의 혼수장만 프로젝트인 ‘허니허니’를 선보였다.MBC에브리원은 내년부터 ‘퍼펙트 브라이드’를 방송할 예정이다.15명의 신부후보,10명의 신랑후보,10명의 시어머니가 10주간 합숙하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결혼리얼리티프로그램이다. ●결혼, 왜 뜨나 오락프로그램의 포맷이 짝짓기, 동거에서 결혼으로 옮겨온 이유는 뭘까. 우선 제작진들은 연애하고 상대의 마음을 엿보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포맷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다음 단계는 ‘그들이 결혼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것. 예능프로그램에서 결혼을 다룰 수 있게 된 우리 사회의 성숙한 분위기도 한몫했다.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의 안길호 PD는 “동거 프로그램이 한동안 붐을 이룬 뒤,‘우리 결혼했어요’가 공중파에서 결혼을 가볍게 건드려 성공하면서 리얼리티쇼에서도 결혼을 다루는 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덕현씨는 “일반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이다 보니 그걸 잡아낼 수 있는 결혼버라이어티쇼가 눈길을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캐릭터 ‘우리 결혼했어요’의 경우 ‘신상녀’‘알서방’등 개성 있는 캐릭터가 프로그램 성공의 견인차가 됐다. 전성호 PD는 “애초 기획단계에서 설정한 캐릭터보다 의외성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실제생활을 통해 성격도 복잡다단해지고 캐릭터의 생명도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골드미스가 간다’의 노처녀 6인방도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4차원’캐릭터로 알려진 예지원, 진재영 등을 영입해 주목받았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도회적인 역할만 주로 해오던 양정아는 여기서 ‘여자 이천희’라 불릴 정도로 엉뚱함을 내보인다.‘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의 경우는 단독주택, 부모님에 세 자녀를 둔 홍서범 부부와 아파트, 한 자녀를 둔 이세창 부부의 서로 다른 가족형태가 출연진의 성격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며 20,30대와 40대에 각각 공감을 얻은 사례. 연예인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일반인 예비부부가 출연하는 ‘허니허니’도 천상천하 유아독존, 미녀와 야수 등으로 인물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선…환상충족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리얼’한 결혼생활의 속내가 아닌 연애 판타지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정덕현 방송칼럼니스트는 “결혼이라고 포장했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향해 굴러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캐릭터와 남녀간의 게임으로 짜여진 형태라 공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의 자기 삶을 그대로 보는 건 인간에게 상당히 불편한 경험”이라면서도 “국내 리얼리티쇼는 타인의 삶을 보고 자기가 꿈꾸는 삶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고 확인시켜 주며 시청자를 끈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세바퀴’에 없는 3가지 ‘격려, 칭찬, 사생활 포장’

    ‘세바퀴’에 없는 3가지 ‘격려, 칭찬, 사생활 포장’

    이경실, 양희은, 이승신, 김지선, 임예진, 박미선 등 아줌마 출연 진들의 화려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MBC 인기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세바퀴’의 인기 비결은 바로 이 프로그램에는 없는 세 가지 때문이다. 16일 오후 1시 경기도 일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조형기는 “‘세바퀴’에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 데 그것이 바로 격려, 칭찬, 사생활 포장”이라고 털어놨다. 조형기는 “고정 출연진들의 강한 입담에 당해 낼 이가 없다.”며 “이들에게는 절대 내숭과 화려함이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형기는 “누군가 말을 할 때 조금이라도 포장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경실, 양희은 씨 등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며 “그러나 모두 이들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금방 풀리게 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처음엔 나도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박미선 역시 “녹화가 너무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 돼 이런 분위기가 가능한 것 같다.”며 “처음엔 어색해 했던 이들도 1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털어 놓는다.”고 전했다. 한편 ‘세바퀴’는 박미선, 김구라, 이휘재 MC 등과 양희은, 조형기, 이경실, 임예진, 이승신, 김지선, 한성주 등의 고정 패널과 함께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 솔직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국판 빅 브러더

    정부가 전화 통화, 이메일과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 등 국민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영국의 통신데이터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턴트는 15일 “당신이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는지를 정부가 감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영국은 ‘감시 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판 ‘빅 브러더’의 등장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총리가 발표한 통신데이터법의 주요 골자는 전 국민이 사용한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 등 정보를 취합하는 ‘싱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통신회사와 인터넷서비스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최소 12개월 이상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할 수 있다. 재키 스미스 내무부장관은 “영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면서 개인정보의 취합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반발은 커지고 있다. 반테러법안 평가 기구의 로드 칼리는 “끔찍한 발상”이라면서 “정부가 법원의 영장없이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열람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인 리버티의 샤미 차크라바티는 “시민들의 사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뿐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방대한 영국민의 개인정보들이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차단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은밀한 부분’까지 투시…전신스캐너 논란

    ‘은밀한 부분’까지 투시…전신스캐너 논란

    옷 속까지 꿰뚫어본다는 공항 검색 스캐너를 지나면 어떤 모습의 사진이 찍힐까? 호주 멜버른, 시드니 등의 공항이 전신 투시가 가능한 검색 스캐너를 설치하고 이달부터 운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 스캐너 사진이 최초로 공개됐다. 전신 투시 스캐너는 옷 속에 숨긴 비금속장치나 물체, 무기 등을 탐지하기 위한 고성능 장치로 사람의 내장이나 생식기 등 ‘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투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또한 비금속 물체 뿐 아니라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가슴 등이 모두 투시된 것이어서 사생활 보호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멜버른 공항 수송안전사무국 관계자는 “공항에 설치될 스캐너는 여행객들의 ‘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보여줄 것”이라며 “그러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여행객들의 얼굴은 흐리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식기 등 은밀한 부분도 흐리게 처리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며 “왜냐하면 세부적인 검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검사 요원들은 멀리 떨어져 스캐너를 지나가는 검사 대상자들의 엑스레이 사진만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얼굴은 자동으로 흐리게 처리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접한 한 시민은 “전신 투시 스캐너는 위험인물로 확인된 사람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모든 승객들에게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이 스캐너는)체형이나 얼굴의 윤곽 등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직장인 83% “회사생활로 화병 앓은 적 있다”

    직장인 5명 중 4명꼴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나 과다한 업무 등으로 화병을 앓아본 적이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13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직장인 1678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83.4%가 ‘있다.’고 응답했다. 화병의 이유로 이들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 때문에’(51.9%),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36.3%)라고 밝혔다.
  • [새영화] 내 친구의 사생활

    [새영화] 내 친구의 사생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멕 라이언과 지적인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 아네트 베닝의 만남.‘내 친구의 사생활’(원제 The Women)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팬들의 이목을 끌 만하다. 영화는 네 명의 여자 주인공이 우연히 친구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인생을 심도 있게 그린다. 하지만 네 명의 여자가 나온다고 ‘섹스 앤더 시티’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결혼한 뒤 남편의 외도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여주인공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속에는 인생의 연륜과 내공이 쌓여 있다. 코네티컷의 아름다운 집과 사랑스러운 딸,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경영자 남편을 둔 메리(멕 라이언)는 뉴욕 상류층 사이에서도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다. 하지만 어느날 그녀의 가장 절친한 친구 실비(아네트 베닝)는 손톱 손질을 받으러 백화점에 갔다가 관리사로부터 메리의 남편이 향수 코너 점원과 바람이 났다는 소문을 듣는다. 본래 본인만 빼고 세상사람 모두가 다 아는 것이 소문의 특성. 실비는 자존심 센 단짝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진다. 한편 뉴욕의 패션지 편집장으로서 겉으로는 자유로운 ‘골드미스’인 실비는 상사의 끊임없는 해고 위협에 시달린다. 어느날 월스트리트 상류층 부부들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을 쓰는 유명 칼럼니스트에게 잡지 기고를 부탁한 실비는 메리 부부에 대한 소문을 확인해 달라는 은밀한 제안을 받고 당황한다. 1930년대 연극을 영화화한 조지 쿠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질투와 우정, 위로와 폭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여자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살려냈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남성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된 흔적이 역력하다. 내연녀인 크리스탈(에바 멘데스)은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하는데도, 정작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메리의 남편 스티브의 얼굴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밤낮으로 실비를 괴롭히는 악질 상사도 수화기 너머에 존재할 뿐이다. 대신 메리의 친정 엄마와 메리, 메리의 딸 등 모녀 3대는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확인한다. 만일 이 영화의 주제를 ‘불륜’ 코드에만 맞춘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자극적인 한국의 아침 드라마보다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더없이 ‘쿨’할 것 같은 뉴욕의 아줌마들도 우리네와 비슷한 인생 고민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요정 멕 라이언과 ‘러브 어페어’‘벅시’ 등에서 우아한 매력을 뽑낸 아네트 베닝의 달라진 요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레즈비언 친구를 둔 소설가로 나오는, 윌 스미스의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거친 연기도 눈길을 끈다.15세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휘청대는 세계금융] 자금난에 우는 중소기업들

    [휘청대는 세계금융] 자금난에 우는 중소기업들

    중소기업들이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면서 수지 타산을 맞추기 힘들다. 국내외 경기 불황에 따라 수출 물량은 물론 내수 역시 급감,‘경영 빙하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국제 금리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극심하다. 환율과 경기, 금리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중소업계는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 주문 물량 작년보다 30% 감소 서울에 본사를 두고 다이어리와 수첩 등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 중소기업 S사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폭탄’을 맞았다. 지난 7월부터 종이납품 업체들이 환율 상승에 따라 종이값을 조금씩 올리면서 상반기 3만 5000원이던 인쇄용 전지 500장 가격이 4만 5000원으로 뛰었다. 내수 경기 침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종 특성상 연말에 번 돈으로 일년을 나지만 올해는 주문 물량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었다.170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 역시 120억원 정도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이 바람에 4분기 필요 인원을 3분의1이나 줄였다. S사 김모 감사는 “지난해에는 7억원 정도 순익을 봤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수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난 금융위기 때는 금융만 어려웠지 실물은 나쁘지 않아 1998년도에 바로 회복됐다.”면서 “그러나 금융과 경기 둘다 문제가 발생한 요즘이 20여년 회사 생활 중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20년 회사생활 중 가장 어렵다” 독일 등 유럽 쪽에서 들여온 기업·대학 등에 연구개발(R&D)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S사 김모 대표는 사정이 더 안 좋다. 지난해와 대비해서 달러보다 유로화가 더 많이 뛰면서 요즘은 사실상 ‘마이너스 영업’ 상황에 빠졌다. 김씨는 “지난해 유로화 가치가 낮을 때 1유로당 1250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1750원으로 40%가 올랐다.”면서 “특히 3개월 전에 대기업에 1억원 정도의 장비를 납품하고 다시 유럽의 제조사에 이를 송금하려고 하니 1억 3000만원으로 불어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 맞춤복 의상실을 경영하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 이모씨는 환율 폭등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들여오는 옷감과 부자재 등의 비용이 지난해보다 2배가 올랐다. 올 가을 원단은 봄에 미리 해외에서 주문해놓고 대행사를 통해 6개월 뒤인 10월 쯤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폭등의 소나기를 그대로 맞았다. ●공포감 키우는 은행 여신 축소 중소기업들은 금리 폭탄에도 그대로 노출이 돼 있다. 연 매출액 8000만달러 규모로 미국 쪽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N사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 금리를 5%에서 9%대로 적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리보 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가 2.5%에서 4.5%로 치솟고, 은행 가산금리 역시 1.5%에서 4% 가까이 오른 탓이다. 외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한 N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외부에서 물건을 하청받는 업체들은 외국 바이어들도 주문을 꺼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여신이 줄어드는 일이다.N사 자금담당부 최모 차장은 “얼마 전 한 시중은행에서 20억원의 여신을 늘려주는 조건으로 월 6000만원짜리 적금을 들라고 제안이 왔지만 이는 대출 이자도 받고 적금도 담보로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황당한 조건”이라면서 “그러나 돈 꿀 데가 마땅찮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원화와 외화 대출 폭을 늘려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0&30]“간판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실력”

    [20&30]“간판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실력”

    서울대 졸업, 토익 900점 이상, 학점 3.5점 이상, 어학연수 및 인턴 경험…. 이른바 최상의 ‘스펙’이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스펙을 분석해 주는 업체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펙에 목을 맨다. 하지만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 공평하지 않은 출발 때문에, 혹은 젊은 날의 방황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스펙’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내일을 향해 오늘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2030들의 좌절과 도전기를 들어 보자.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의 위력 올해 2월 이른바 국내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박모(26·회사원)씨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투쟁’을 벌이며 학벌이 가진 힘과 그 힘의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놀기 좋아하고 공부보다는 다른 활동을 중점적으로 해왔던 박씨는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학점도 영어실력도 형편없었던 박씨는 학벌 외에는 믿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반기 입사원서를 넣은 박씨는 학벌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숱하게 서류전형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박씨는 원서를 넣은 10개 기업에서 모두 서류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학벌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서류전형은 통과했지만 필기시험은 준비가 부족한 박씨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어쩌다 필기를 통과하면 면접에서 막혔다.“결국 한 기업에 입사는 했죠.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니 모두 엄청난 기대를 걸었지만 제 실력이 못 따라주니 저도 답답해요. 동료나 선배들은 저한테 기대를 건 게 아니라 제 학벌에 기대를 걸었던 것 같아요.” 직장인 임모(25·여)씨는 요즘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의 상사를 보며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임씨도 이른바 ‘SKY’ 출신이지만 ‘S’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사에게 찬밥 취급을 당해 왔다. 처음 입사를 하고 나서 부서 환영회부터 상사는 같이 입사한 동기 중 S대 출신만을 유독 챙겼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임씨는 회사생활을 위해 그의 편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S대 라인’만 챙기는 상사였지만, 그 상사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였고 임씨가 보기에도 뛰어난 리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임씨는 회사 선배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S대 출신이라고만 믿었던 상사가 사실은 그냥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었기 때문이다.“그 사실을 알았을 땐 참 혼란스러웠죠. 대체 학벌이 뭐기에 그 상사는 그렇게까지 S대 출신들을 챙긴 걸까?정작 자신은 SKY가 아니면서도 그렇게 인정을 받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도 그 상사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대체 학벌이 뭘까 하는 고민에 머리가 복잡해요.” 대학졸업과 함께 은행에 입사한 나모(24·여)씨는 빈틈없는 ‘스펙’의 소유자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토익점수,10개 남짓 보유한 자격증은 물론이고, 영어·중국어에도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다만 딱 한 가지 모자란 스펙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학벌’. 그러나 이 또한 문제될 건 없었다. 지방대를 졸업한 나씨였지만,‘간판보다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쟁력을 키운 덕에 서울의 유명대학을 나온 사람들보다 나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은행 입사연수에서 나씨의 활약은 대단했다. 자기소개를 통해 동기들에게 리더십을 드러낸 나씨는 기수 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다. 당선의 기쁨에 들떠 있던 나씨. 그런데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연수 강사로 왔던 선배들이 한 곳에 모여 수군대더니 얼마 뒤 겸연쩍은 표정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기수 대표는 나양보다 투표에서 2등을 한 이군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씨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건 동기들끼리 뒤에서 주고받는 말이었다.“명문 Y대 선배들이 학교 후배인 김씨를 밀어줬다.”는 것이었다. 나씨는 한동안 씁쓸한 마음을 털어내지 못했다.“어쩌겠어요. 더 열심히 해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 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죠.” ●스펙, 뛰어넘을 수 있다 지방대 출신으로 당당히 수도권 대학의 교수가 된 김모(35)씨. 이학계에서는 그를 두고 ‘개천에서 용났다.’고 한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지방대 교수직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이 바닥에서 김씨는 보기 드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비결은 끈기와 성실함이다. 김씨는 서울의 모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는 7년 동안 논문을 10편 넘게 썼고, 그중 4개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됐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공부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연구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연구 열정은 후배들에겐 이미 ‘전설’이 되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실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분석기계에서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과제가 있었는데, 사용 예약이 2개월이나 밀려 있었다. 김씨는 어느날 오후 실험을 마치고,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고 포항에 내려갔다. 사용 예약이 비어 있는 새벽 1∼5시에 기계를 쓰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다음날 오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울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동료들은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아요. 스펙도 노력의 결과지만 본질은 아니죠.” 영상 잡지사 기자인 김모(28·여)씨는 요즘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주로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데 두 나라의 언어가 가능한 사람은 회사에서 김씨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 때조차 멀리 했던 도서관에서 붙박이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도 명문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웬만한 기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요구한다는 토익 성적표도 없었다. 다만 그녀는 대학생활 내내 일본드라마와 미국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매일 드라마를 즐기며 외국어를 접할 수 있었고 결국 연수 경험 한 번 없는 김씨가 일어와 영어를 어려움 없이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아직도 영어 문법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토익 900점 이상의 동료들도 못 가는 미국 출장을 밥 먹듯 다녀오는 김씨에게 토익성적은 무의미하다.“진정한 실력은 실전이죠. 실전에서 써먹지 못하는 스펙 때문에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자기보다 두 기수 위인 윤모(30) 선배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이씨는 입사할 때 스스로를 토익점수,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경험 등 이른바 ‘취업 5종세트’를 모두 갖춘 인재 중의 인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종세트는커녕 외모마저 별로인 윤 선배를 보면 세상엔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윤 선배는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열 번 참가해 그중 두 번은 금상과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광고뿐만 아니라 네이밍 공모전, 각종 마케팅 전략 공모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선배가 ‘공모전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분석력 덕분이다. 선배는 주제 하나를 잡으면 끝까지 파고들어 진실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낸다. 그렇게 종일 생각을 하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구상만 한다. 그런 진통 끝에 한 줄의 카피, 한 컷의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선배는 곧바로 이씨의 롤모델이 되고 말았다.“취업에 스펙이란 거 필요하긴 하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느냐가 아닐까요. 윤 선배를 통해 취업 5종세트 중 하나만 제대로 어필할 줄 알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스펙보단 실전능력을 IT업체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서모(30)씨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입사 동기들에 비해 자신만 유독 승진이 느리기 때문이다. 서씨는 자신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진은 대학 인맥 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팀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일의 70% 이상을 맡아 고생은 혼자 다하지만 결과물은 동기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서씨는 지방대 출신이라 회사에서 자신을 끌어 줄 선배가 없는 게 한계라고 생각한다. 승진한 동기들은 서울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교 출신이다. 같은 학교 선배들이 그들을 끌어줘 자신은 항상 능력 밖의 영역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괴롭다.“IT업계라는 곳이 그 어느 곳보다 실력 위주로 경쟁이 돼야 하는데 이런 회사에서는 비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곳을 찾고 싶은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화장품회사 무역팀 사원 최모(28·여)씨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교수 추천을 통해 입사했다. 겉으로 보기에 최씨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교수인 아버지,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성격도 사근사근해서 상사들에게 평가가 좋다. 하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180도 돌변한다. 전문대 출신 직원들을 면전에서 박대하고, 동료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처럼 포장해서 상사에 보고하는 데 타고난 능력을 발휘한다. 며칠 전 끝난 국제피부과학회에서 신제품을 홍보할 때 후배 구모(26·여)씨가 만든 홍보 라벨이 마음에 들었던 최씨는 후배에게 라벨 파일을 받아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 수정했다. 그리고 그 라벨을 생수병에 붙여서 자신이 만든 척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씨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이다. 영어 이메일 작성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에서 바이어가 와도 말 한마디 제대로 걸지 못한다. 영어 구사능력이 필수인 무역팀에서 최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복사작업과 간단한 전화응대 정도다. 그런데도 최씨는 동문인 사장과의 막강한 친분을 바탕으로 동료에 비해 1.5배나 많은 성과급을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있다. 이런 최씨의 행태를 보다 못한 구씨 등 회사 동료들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실력도 성격도 형편없는 사람이 학벌 좋고 줄만 잘 서면 성공할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군요.” 장형우 김정은 황비웅기자 zangzak@seoul.co.kr ●용어클릭 스펙 ‘상세한 명세서’를 뜻하는 영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준비생들의 출신대학·전공·학력·연수경력·자격증·학점·토익점수 등 개인평가 항목을 모두 합친 신조어. 개인 이력, 기록 명세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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