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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국 강기갑의원이 전한 홍콩시위

    “홍콩에서 농민단체 지도부는 끝까지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 농민단체 시위에 참여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홍콩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한 17일 사실 촛불시위만 하려고 노력했는데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는 등 과잉대응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분노하기 시작했고 지도부도 비폭력 기조를 지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분명 홍콩의 시위문화와 우리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면서 “당시 농민들은 사생결단을 한다고 갔지만 경찰에게 발길질만 해도 소스라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의원은 홍콩에서의 폭력 시위와 관련,‘폭력적 시위문화의 개선 시급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시위대 책임론 쪽으로 기울어 소개된 면이 적지않다.”며 다소 우려감을 표시했다. 강 의원은 이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 생명인데 최근 시위에서 희생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더이상 이런 형태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위문화 개선 발언의 배경도 내비쳤다. 최근 시위 때마다 “밤샘 연좌시위를 할지라도 폭력 시위는 안된다.”고 되풀이해 주문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강 의원은 평화적 시위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노동자·농민단체 모두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정부 역시 그동안 조용히 얘기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이 지금처럼 공격적이어선 안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경찰이 시위 진압에 쓰던 최루탄을 용도 폐기한 일을 예로 들었다. 최루탄 사용 자제가 화염병을 없앤 것인지 그 반대인지 인과관계는 확실치 않지만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최루탄을 없애기 위해 무진 애를 썼고 결국 화염병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확실한 사실은 정부나 경찰도 함께 해나가야 시위문화가 개선된다.”고 밝힌 뒤 최근 농민시위에 참가했다 사망한 홍덕표씨 관련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김제로 떠났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스크린에서만큼은 철이 들지도, 나이를 먹을 것같지도 않은 배우. 류승범(26)을 보는 한 시선이다. 인기배우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언제나 신인 같고, 주류에 발들여놓길 거부하는 고집센 아웃사이더 같은 그가 이번엔 ‘자연인 류승범’을 통째로 스크린에 내놓았다. 27일 개봉하는 ‘야수와 미녀’(제작 시오필름)에서 그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는 소심남 역할이다. 꽃미남도, 그렇다고 근육질 마초도 아닌 수수한(?) 외모 그 자체가 영화의 최대 동력이 된 셈. 추남 분장을 따로 하지도 않았으니 영화를 위해 앞뒤 따지지 않고 온몸을 던져버린 것이다. 뜨락에 붉고 노란 낙엽들이 꿈결처럼 뒹굴고 있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악동같은 미소, 분방한 몸짓은 기실 ‘배우 류승범’의 영화적 장치일 뿐이다. 샛노란 티셔츠에 보라색 넥타이를 단정히 맨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실없이 웃음을 흘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스크린 밖에서 그는 ‘얼렁뚱땅’ 스타일과 거리가 한참 멀다는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발언을 하는 ‘단단한’ 배우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류승범 7문7답 1.지금까지의 출연작들과는 역할이 사뭇 다르다. 모처럼 편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이 영화는 가만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훨씬 더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2.한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이번 캐릭터에는 특유의 화끈한 유머감각이나 뚝심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개인기를 자랑하지 않았다. -옆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영화보다 편하게 찍었다.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휴식같은 작품이었다. 3.주특기인 애드리브를 애써 자제한 흔적도 역력하던데. -‘류승범이라면 저 대목쯤에서 이렇게 나오겠지.’식의 관객 예상치를 꺾어보고 싶었다. 뻔한 건 관객도 재미없겠지만, 나도 싫다. 그래서 많이 참았다. 아, 그리고 이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드리브 잘 치면 똑똑한 배우로 대접받는 분위기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잔가지일 뿐이다. 결코 뿌리가 되지 못하는. 4.배우로서 누구보다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행운아란 생각을 해보는지.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엄청나게 다작을 한 것 같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배우생활 6년동안 주연한 작품은 ‘품행제로’‘아라한 장풍대작전’‘주먹이 운다’, 이렇게 3편뿐이었다.(인터뷰에서 가장 들떠서 대답한 대목이다.)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품행제로’가 흥행실패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내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자문해본 것도 그때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는 게 인생이 아니구나, 인생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진실을 그때 깨달았다. 5.항상 아웃사이더 같은 이미지가 풍기는 게 ‘배우 류승범’의 매력이자 한계인 게 사실이다. -그게 참 어렵다(웃음). 내가 최근 내린 결론은 ‘언더는 없다, 아마추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어디에서 그렇게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지 점검 중이다. 6.몇년 전의 인터뷰에서는 평생 배우로 살 마음은 없다고 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직업배우로 살고 싶다. 단, 대중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내 이름이 들어있나 아니냐에 연연하며 볼품없이 인생을 살진 않겠다는 마음이다. 7.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사생결단’)에서는 다시 ‘쎈’ 캐릭터를 맡지 않았나.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마약판매상인데도 자신은 마약에 손조차 대지 않는 아주 차가우면서도 비열한 놈. 극장가에 나붙은 포스터를 먼저 봤다면 영화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털북숭이 야수 장갑을 낀 류승범이 아리따운 여자 옆에서 기죽어 있는 장면은 설렁설렁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 그러나 정작 영화는 그런 편견이 억울할 만큼 생각이 깊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주인공의 외모 콤플렉스가 중심소재가 된 영화도 없었다. 극중 역할은 시각장애를 앓는 여자친구 혜주(신민아)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시력을 회복하자 외모에 자신이 없어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하필이면 고교 친구 준하(김강우)를 자신인 것처럼 얼버무린 게 화근. 혜주와 준하의 만남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성형수술까지 하는 그의 노력에는 유쾌함과 안타까움의 감상이 반반씩 스며있다. 차가운 류승범이라…. 결빙의 순간에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감각기관을 주무를지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儒林(44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3)

    儒林(44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3)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3) 묵가에 있어서 하늘은 인격신으로 임금이나 제후보다 더 엄위하고 그 뜻에 따르지 않는데 따라서 상과 벌을 내리는 두려운 존재이며 따라서 하늘은 공경히 받들며 정성껏 제사지내야만 하는 신앙의 대상이었으므로 백성들은 묵자에게 모두 열광적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묵자의 사상은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 불온사상(不穩思想)으로 낙인 찍혀 강제적으로 소멸되고 그 후 다시는 중국에서 되살아나지 못하였는데, 맹자가 살았을 당시에는 어쨌든 맹자의 한탄처럼 묵적의 이론이 온 천하에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묵자는 근로(勤勞)하고, 절용(節用)한 생활을 스스로 실천하였었다. 자신이 말한 사상을 스스로 실행에 옮겼던 묵자의 실천주의자적 태도는 사마천이 ‘태사공 자서(太史公自序)’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을 정도였다. “그가 사는 집의 높이는 석자였고, 세 계단의 흙섬돌에다 지붕을 이은 풀도 가지런히 자르지 않았고, 굽은 서까래도 가지런히 자르지 않았다. 흙으로 만든 밥그릇, 국그릇에 거친 곡식의 밥과 명아주와 콩잎국을 먹었다. 여름에는 칡으로 만든 베옷과 겨울에는 사슴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장사를 지냄에 있어서는 세치 두께의 오동나무로 관을 만들었고 곡도 간략히 하였다.” 이로 인해 ‘여씨춘추’에 기록된 대로 공자와 묵자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제자들도 더욱 늘어나 온 천하에 가득차게 되었으며, 온 천하는 묵가와 유가로 양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묵자는 맹자에게 있어 제1의 주적(主敵)이었다. 맹자가 제자 공도자에게 답변하였던 것처럼 ‘묵적의 도가 없어지지 않으면 공자의 도가 드러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백성들을 속여 인의를 막아버리는 요사스러운 학설, 즉 묵자의 사설(邪說)’과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맹자가 싸울 적은 묵자뿐이 아니었다. 제2의 적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양주, 즉 양자였다. 묵자의 사상뿐 아니라 양주의 학설도 온 천하에 가득 차서 ‘천하의 언론은 양주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묵자에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맹자는 ‘요사스러운 양주와 묵적의 사설을 바로잡고 치우친 행동을 막고 방자한 말을 몰아내 돌아가신 성인들의 도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 천적(天敵)들과 사생결단의 전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제2의 천적 양주. 공교롭게도 묵자가 유가에서 파생되었다면 양주, 즉 양자는 노가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 묵자가 유가의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극대화시켰다면 양자는 노자의 사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극대화시켰다. 따라서 묵자와 양자는 심각한 양극단의 대립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양자는 우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묵자의 ‘겸애론’을 실현 불가능한 공리공론(空理空論)으로 보고 이를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양자는 실현될 수 없는 ‘겸애론’은 혹세무민의 미혹에 지나지 않는다고 냉소하고 있었다. 양자는 오히려 ‘털 하나를 뽑아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拔一毛而利 天下不爲)’라고 부르짖음으로써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부르짖었다.
  • [혁신 공기업 탐방] (24) 장동규 한국감정원장

    [혁신 공기업 탐방] (24) 장동규 한국감정원장

    국내 대부분의 공기업은 설립 법률에 따라 해당 사업의 독과점이 인정된다. 철도가 그렇고 택지개발·전력사업 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일하게 민간 업체와 사업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공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감정원이다. 감정원 업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부동산 감정평가. 하지만 감정평가는 독점이 인정되지 않고 민간 업체와 똑같은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일감을 따내야 한다. 그래서 감정원은 겉치레가 아닌 조직의 존립 여부를 위해 혁신을 벌이고 있다. 장동규 한국감정원장은 “다른 공기업은 먹고살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뒷받침해 주고 있지만 감정원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꽃놀이패’가 아닌 조직의 존립 차원에서 ‘사생결단’의 혁신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감정원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세계 일류 부동산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수익 증대와 업무영역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평가 시장이 더욱 치열해지고 부동산 시장 개방도 확산하고 있는데 감정원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국내 감정평가 수수료 시장은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감정원은 28개 대형 민간 법인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일감을 따내고 수수료를 받아 조직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정부로부터 별도 예산 지원없이 100% 자체 수입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연간 수입이 고작해야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경영 혁신과 구조조정, 성과 중심의 책임 경영 노력 없이는 경영수지를 맞추지 못한다. 결국 경쟁이 치열하지만 감정원은 공신력과 경험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점에서 공신력이 있다는 것인지. -감정원은 감정평가 의뢰를 받으면 다단계 평가를 거친 뒤 최종 감정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내부적으로 덩치 큰 부동산의 담보 평가가 필요할 경우 감정원을 찾도록 규제하고 있다. 민간 평가업체에 비해 전문가를 많이 확보하고 평가사고가 없는 것이 강점이다. 그래서 추구하는 혁신 역시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도 보상평가 일감은 많이 따지 못하고 있다. 보상평가 시장에서 감정원이 수주하는 일감은 전체 물량의 6%에 불과할 따름이다. 평가사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감을 수주하지 못하는 것은 민간 평가업체에 비해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곧이 곧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보상평가는 사업 시행자가 추천하는 2개 업체와 땅주인이 추천한 1개의 감정평가사가 평가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 보니 땅주인이 감정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연간 수수료가 1000억원이라면 200조원의 부동산을 평가한다는 얘긴데, 평가 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감정평가사는 국민의 재산을 다루는 전문가다. 감정평가사가 의도적으로 부동산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가 이를 믿고 돈을 빌려준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보상평가였다면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로 낮게 평가한다면 국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는 서비스 경쟁보다는 의뢰자의 요구가격에 접근시키는 사태를 불러와 감정가격을 왜곡, 감정평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감정평가에 앞서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리헌장을 제정,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철저히 실행하고 청렴도 향상 대책반도 운영 중이다.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실시한 청렴도 측정에서 313개 기관 중 4등을 차지할 만큼 직원들의 윤리의식은 어느 기관보다 높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 수준의 윤리경영을 목표를 세웠다. 윤리경영·반부패경영 체제를 상시 가동해 청렴도 1위를 꾀하고 있으며, 고객으로부터 윤리경영 실태를 점검받는 등 모니터링을 통한 피드백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의 재산권을 다루는 직업이라서 투명·책임경영도 중요한데. -경영공시제도를 통해 모든 경영활동을 공개하고 있다. 누구든지 홈페이지에서 예·결산서와 운영계획서, 재무제표, 이사회 회의록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고객과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노사화합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책임 경영을 위해 2년 전부터 직급에 관계없이 직책을 부여하는 팀제를 실시하고 있다. 보수 지급과 인사 단행도 능력과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지원센터, 고객상담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해피 콜’ 제도도 있는데, 감정의뢰서를 받으면 사전에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민원이 끝나면 다시 불만 여부를 체크하는 등 민원인 입장에서 불편 사항을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조직과 직원들에 대한 혁신 추진 방향은. -혁신은 어렵거나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혁신이라고 본다. 더 좋은 제도가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전화받는 태도와 같은 하찮은 것,‘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바꾸고 실천하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 추진 방향은 ▲전 직원 동참 ▲노조 참여 ▲1인 1제안 제출이 원칙이다. 기관장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참여해야 한다. 기존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과 동료·회사를 바라보고 창의성과 호기심으로 시스템과 제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서로 존중하는 팀워크로 신나게 일하고 싶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직원에게 ‘1인 1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직원이 낸 제안은 대안으로 다듬고 실천 과제로 만들어 낸다.‘혁신 프런티어’를 중심으로 이를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조직의 혁신이 가능해진다. 직원들로부터 853건의 혁신 제안을 받아 실천 과제를 마련하는 중이다.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업무는. -공시지가 조사작업은 물론 주택거래 신고지역 실거래가격 신고를 검증하고 있다. 아파트 기준시가 조사도 감정원의 몫이다. 하지만 감정원이 제공하는 시세는 민간 정보업체와 달리 모니터가 보내준 조사 결과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전문 감정평가사들의 현장 검증을 거치고 있다. 오랫동안 땅값 조사, 집값 조사를 해온 풍부한 경험도 정확한 시세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이다. ▶재개발·재건축 컨설팅 의뢰도 늘고 있는데. -현재 20건이 넘는 재건축·재개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난 2003년 정비사업 전문관리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많은 조합에서 일감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과 시공사 등은 일하기에 녹록한 업체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영세한 컨설팅사와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조합원과 일반 아파트 청약자만 골탕 먹는다. 그렇다고 감정원이 로비하면서까지 일감 수주에 달려들 수는 없다. 감정원이 컨설팅을 맡으면 투명하고 조합이나 시공사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감정평가 위주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 부동산 정보 조사, 컨설팅, 도시 정비관리 등 관련 업무 비중을 20%에서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조직 어떻게 바꾸나 한국감정원에는 56명의 ‘혁신 전도사’가 활동하고 있다. 전국 각 지점과 부서별로 선발된 ‘혁신 프런티어’가 그들이다. 부서별로 1명씩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시행, 점검하는 일을 맡는다. 직원들에게 혁신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 이를 실천토록 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프런티어 임명은 전 직원이 혁신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혁신을 이끌어가는 추진 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혁신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혁신 프런티어 대상도 개최해 이들의 활동을 점검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감정원의 혁신 최종 단계는 체질화·시스템화. 체질화는 해야 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스스로 동참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화는 개인·부서가 아닌 모든 직원이 혁신에 참여하고 성과가 조직 시스템에 의해 자연적으로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이달 중 혁신 매뉴얼이 완성되면 체계적인 조직 혁신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장동규 원장은 장동규(57) 원장은 건설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1972년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7년 동안 군생활을 하다가 78년 건설부에서 새 길을 걸었다. 주로 토지·주택·도시국에서 일하면서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다. 수송심의관, 주택도시국장과 국토정책국장을 역임한 뒤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2004년 12월부터 감정원장을 맡고 있다. 주택 관련 세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만큼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맡은 일에 대해선 실무자와 맞서 대적할 정도로 업무를 훤히 꿰고 있다. 전문 지식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호탕하고 선이 굵다는 평을 받는다. 건교부 재직 시절, 고시 출신이 아닌데도 따르는 후배가 많았다. 감정원장에 임명된 뒤 업무영역 확대, 부동산 인프라 구축, 정책지원 강화에 중점을 두어 조직을 이끌고 있다. ▲경남 밀양생 ▲경남 밀양 세종고, 육군사관학교 졸업, 국방대학원 수료 ▲건설부 토지·주택·도시국 사무관 ▲대통령 비서실 근무 ▲건교부 입지계획·택지개발·주택정책·육상교통기획과장 ▲주택심의관·감사관·수송정책심의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건교부 주택도시국장·국토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
  • 儒林(431)-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7)

    儒林(431)-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7)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7) 그중에서 맹자에게 가장 무서운 맞수는 바로 묵자(墨子)였다. 맹자가 대적하였던 수많은 무림고수들은 나름대로 필살기(必殺技)의 무술을 지닌 강적들이었다. 그러나 그중 최고의 상수는 맹자가 묵적이라고 부르던 묵자, 그 사람이었다. 맹자가 이미 대적하였던 고자를 비롯하여 농가, 순우곤과 같은 세객, 장의와 같은 종횡가들은 묵적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상가라기보다는 세치의 혓바닥으로 천하를 농락하였던 떠돌이 궤변론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묵적은 달랐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 때에는 유가의 사상보다 묵적의 사상, 즉 ‘묵가’가 천하를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맹자가 ‘어찌하여 스승께서는 사람들과 논쟁하기를 좋아하십니까.’라는 제자 공도자의 질문에 ‘내가 어찌 논쟁하기를 좋아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다.…양주와 묵적의 언론이 세상에 가득 차서 천하의 언론은 양주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묵적에게 돌아간다.…양주와 묵적의 도가 없어지지 않으면 공자의 도는 드러내지 않으니 나는 이 때문에 두려워하여 돌아가신 성인(공자)의 도를 지키고, 양주와 묵적을 막으며, 방자한 말을 몰아내며, 사설을 내세우는 자가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란 대답을 하였던 맹자의 단호한 의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맹자의 이러한 비장한 각오는 그 무렵 천하를 휩쓸고 있는 묵적과 양주의 도에 대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여 유가로서의 순교자가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장면인 것이다. 이를 통해 맹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대상은 바로 묵적과 양주였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묵적, 즉 묵자의 사상은 맹자가 공자에게 사제지간으로서 보은을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꾸러뜨려야 했던 당대 제일의 검객이었던 것이다. 묵자. 그의 생몰연도는 정확치 않으나 대충 BC 479년에서 BC 381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공자의 탄생시기보다는 70여년 정도 늦고, 공자가 죽은 바로 그 무렵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묵자가 죽은 바로 그 무렵에 맹자가 태어났으니, 묵자는 공자와 맹자사이의 1.5세대에 해당하는 과도기적 인물인 것이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묵적은 송나라의 대부로서 성을 잘 지키고 비용을 절약하였다. 어떤 사람은 그를 공자와 동시대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공자 이후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이처럼 묵자의 생존시기는 사기의 기록처럼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춘추시대의 말엽에서부터 전국시대에 이르는 그 시대적 격변기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묵자가 태어난 것도 송나라 혹은 초나라라는 설도 있지만 대체로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청말의 계몽사상가이자 문학가였던 대학자 양계초(梁啓超:1873∼1929)가 묵자를 ‘작은 예수(小基督)’라고 하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사상면에서는 ‘큰 마르크스(大馬克思)’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 10·26재·보궐선거 2題

    여야가 오는 10월26일 실시될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필승 카드’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지난 4·30 재·보선에서 참패했던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도 지면 집권 기반마저 휘청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사생결단’의 각오로 나설 태세다. 반면 한나라당은 ‘4·30 대첩’의 기세를 몰아 이번 재보선에서도 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을 앞둔 대구 동을의 경우,‘정권 실세’로 꼽히는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열린우리당 공천이 유력시됨에 따라 지난 4·30 재보선 때 ‘박빙의 승부처’였던 경북 영천에 이어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중량급 정치인 재기하나 각 당은 신인보다는 인지도 높은 중량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압승을 안겨다 줄 ‘보증수표’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이번주부터 공천심사위를 가동하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전직 지도부를 지낸 원외인사와 현역 비례대표 의원의 차출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뒤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8·15 때 특별사면된 이상수 전 의원이 부천 원미갑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마하고도 당 대표까지 지낸 이부영 전 의원의 경기 광주 출마설도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에선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남을 대신 취약지역이던 경기 고양 일산갑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홍사덕 전 의원이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최근 금배지를 잃은 박혁규 전 의원과 지역협의회원들의 호응 속에 경기 광주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K 목장의 결투’ 재연되나 오는 15일 대법원 판결에서 대구 동을이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될 경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에 이어 다시 한번 ‘한나라당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TK(대구·경북)에서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력 실세로 꼽히는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야당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열린우리당의 영남 교두보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는 상대인데다 지역 여론도 예전 같지 않아 섣불리 후보를 내세웠다가는 자칫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가 홍사덕 전 의원을 대구 동을에 내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조기현 전 대구부시장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황정민표’연기 완성… 운명같은 배역

    ‘황정민표’연기 완성… 운명같은 배역

    배우 전도연에게는 조금 섭섭한 소리로 들리겠지만,23일 개봉하는 박진표 감독의 영화 ‘너는 내 운명’(제작 영화사 봄)에서 스크린을 압도하는 것은 그의 열연이다. 전도연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더할 나위없이 뛰어난 그녀의 최고 연기에 시선을 고정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영화 내내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 능력이 10이라 치면, 전도연씨의 에너지로 인해 제 능력치가 12,13으로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라니까요.” 시사회를 함께한 뒤 “지금껏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하자 손사래부터 치며 쑥스러워하는 이 남자. 요즘 충무로에서 최고로 바쁜, 이른바 ‘잘 팔리는’ 배우 가운데 한 명. 배우 황정민(35)을 만났다.‘황정민의 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올 한해 그의 활동은 도드라진다. 이미 ‘달콤한 인생’,‘여자, 정혜’,‘천군’ 세 편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고,‘너는 내 운명’과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곧 ‘사생결단’의 촬영에도 들어간다. 이 가운데 ‘너는 내 운명’은 그에게 있어 보다 큰 의미로 다가갈 영화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확보한 독보적인 위치 만큼 영화배우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역대 최고의 역할 비중에,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배우 전도연과의 호흡이란 것이 진작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영화속 그의 실감 연기는 그런 추측에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지금껏 저는 언제나 작품속 주연이었어요. 기존의 여타 작품들에서 역할의 경중에 상관없이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죠.”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시골 노총각 석중. 다방 여종업원 출신에다 에이즈까지 걸린 여자 은하(전도연)를 주위의 편견에 맞서며 변함없이 지켜주며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남자다.‘어떤 옷을 걸쳐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로 평가 받으며 다양한 질감의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그가 다소 ‘밋밋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작품을 선택할 때 항상 두 가지를 생각해요. 캐릭터가 영화속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가?’라는 것이죠.” 이번에 석중 역할도 ‘진정성’이 느껴져 선택했단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영화에서도 영화속 인물로서 관객들에게 각인되고 싶다고 했다.“ ‘황정민´을 절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송강호, 설경구 등 선배들과는 다른 저만의 작업 방식인데, 캐릭터가 저의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흡수되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죠.” 그는 “촬영 내내 현장을 떠나서도 영화속 석중이로 살았다.”고 말했다. 촬영 전 몸무게를 15㎏ 불렸고, 중간에 다시 그만큼의 몸무게를 빼는 노력을 보여준 것도 실연의 아픔을 겪는 석중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촬영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묻자 이내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후반부에 몸무게를 엄청 뺐는데, 별로 티가 나지 않더라고요. 몸은 빠졌는데, 얼굴은 그대로인 거 있죠.(웃음)”하지만 무엇보다 후반부 석중이 떠나간 아내로 인해 고통받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상에는 1시간일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한달 반 동안이라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9단’인 그에게 “본인의 연기적 단점이 뭐냐.”고 묻자 잠시 침묵한다.“감정적으로 ‘시니컬’하지 못한 게 불만이에요. 언제나 성에 차지 않죠. 제가 숀팬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지요. 그가 보여주는 시니컬함이 부러워요.” 영화하겠다고 연극판을 나와 충무로를 기웃거리며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고, 모두 떨어져 좌절하던 서른살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그. 지금의 자신을 만든 8할은 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인터뷰를 맺었다.“저는 1순위가 집사람이에요. 연기요? 일은 그 다음이라니까요.(웃음)” 글 사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전도연·황정민 호연… 근래 보기 드문 수작 영화 ‘너는 내 운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02년 전남 여수에서 한 다방 여종업원이 농촌 총각과 결혼했다가 뒤늦게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통을 겪게 되는 실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목장경영이 꿈인 36세의 순박한 시골 노총각 석중(황정민)이 다방 여종업원 은하(전도연)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지만, 은하가 에이즈 보균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행복은 이내 불행으로 바뀐다. 하지만 석중은 주위의 모든 편견을 딛고 은하만 바라보며 사랑을 지켜낸다. 영화는 석중의 뚝심 있는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시종일관 자극한다. 단조로운 스토리의 지극히 통속적인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영화속으로 점점 빠져든다.‘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대담한 연출력과 전도연·황정민 두 스타의 호연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수작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 김&장 기업관련 소송 ‘특수’

    ‘기업이 탈나면 김&장이 돈을 번다?’ 최근 들어 기업관련 소송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악재로 울지만 재미는 김&장이 보고 있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의 법무법인 김&장이 기업과 관련한 굵직한 소송을 잇달아 맡는 등 법률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장은 올해 들어서만 기업 관련 소송을 300여건 수임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김&장은 최근 두산그룹 ‘형제의 난’의 한쪽 당사자인 박용성 회장측 변호인단으로 선임된 것을 비롯해 ‘SK 사태’와 한화 대선자금 수사 등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사건을 잇달아 수임했다. 형인 박용오 전 회장에게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진정당한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측은 김&장의 오세헌 변호사와 최찬묵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오 변호사와 최 변호사는 모두 검찰 출신으로 오 변호사는 서울지검 공안1부장을, 최 변호사는 서울지검 총무부장을 지냈다. 김&장은 지난 72년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무법인이다. 현재 국내 변호사만 220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이어서 기업 관련 대형 사건 수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막강한 인적자원과 노하우로 기업관련 소송에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어 굵직한 기업관련 소송을 자주 맡고 있다. 지난해도 대선자금 수사때 한화측 변호인단을 맡았으며 재작년과 작년 ‘SK사태’ 때도 SK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특히 SK사태 때는 SK측의 변호를 맡으면서 SK와 적대적 관계에 있던 소버린자산운용의 외국인 투자기업 신고대행까지 해줘 일부에서 도덕성 시비를 낳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장이 다른 법무법인에 비해 기업관련 소송에서 탁월한 승소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소송 당사자로서는 최대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김&장이 독주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몫/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몫/이목희 논설위원

    우리 헌법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두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쉽게 바꾸지 말며, 개정하더라도 현 집권자를 위한 개편은 안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이 이를 망각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국가에너지 낭비가 심각해진다. 헌법 130조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에 이어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헌법개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두 거대정당이 합의해야 개헌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또 128조에서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뒤 내각제로 포장을 바꿔 128조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거듭됐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전두환은 집권 말기 한때 내각제개헌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2인자 노태우측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랬던 노태우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3당합당이라는 극약처방을 써가며 내각제를 도입하려 했다. 역시 2인자였던 김영삼(YS)은 이를 뒤엎고 직선대통령을 쟁취했다.YS에 당한 김종필(JP)은 ‘2년짜리 대통령’을 조건으로 내걸어 김대중(DJ)의 집권을 도왔다. 하지만 DJ도 JP와의 내각제 약속을 저버렸다. 반복되는 개헌 논란의 후유증은 엄청났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역사에 책임질 일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현행 헌법체계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시범운용한 뒤 집권 말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온갖 기발한 제안을 내놓으면서도 개헌공론화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개헌을 앞세우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교훈을 과거 사례에서 배웠을 수 있다. 개헌론을 빼고 연정과 국회의원선거구제 개편을 연결시키다 보니 여권의 논리가 어지러워졌다. 선거구제에 정권을 걸겠다는 식의 언급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특히 노 대통령의 임기는 2008년 2월 끝난다.17대 의원 임기는 같은 해 5월까지다. 여권의 제안대로 선거구제에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실행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간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지역구도가 깨질 제도가 마련될 경우 당장 총리직을 야당에 넘겨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연정과 선거구제 논의의 다음 단계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현행 헌법 아래서 연정이나 거국내각을 하겠다면 말리기 힘들다. 여소야대로는 국정운영이 도저히 안 되므로 무리해서라도 남은 임기 잘해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야당의 선택은 다음 문제다. 그러나 개헌을 염두에 둔 연정, 정치판 뒤엎기라면 참는 게 낫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헌문제만큼은 차기 주자군에게 맡겨야 한다. 권력구조 변경은 사생결단식의 싸움이 된다. 여권내에서도 그렇고, 여야간에도 그렇다. 차기주자군을 무시한 집권자의 개헌 추진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잠재후보군의 선호는 대통령중임제 개헌에 쏠려 있다. 여권은 이제라도 연정, 선거구제, 개헌 문제를 차분히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사안별 공조에서 조금더 나가는 정책 연정은 지속적으로 모색해도 괜찮을 듯싶다. 선거구제는 국회 특별기구를 만들어 인내심을 갖고 논의를 이끌면 된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내년말쯤 개헌논의 기구를 만들되 노 대통령은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개헌 소신은 소신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새 권력구조는 새로 나라를 이끌려는 사람들이 짜도록 해야 한다. 헌법개정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청와대는 경제·영토·통일·지방분권 등 권력구조와 관계없는 부분에서 헌법이 새 모양을 갖추도록 조언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열린세상] 조건부 체제보장으로 북핵 해결을/홍현익 美 듀크대 초빙교수·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이 대북 강경 태도를 완화했지만 북한이 핵 보유 및 6자회담 참가 조건 미비를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안보정세에 새로운 난기류가 조성되었다. 북핵문제의 직접 피해자로서 한국은 북한 및 미국과 각각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미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어떠한 정세 판단 하에 어떤 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 먼저 북한의 지도부는 1인 독재체제를 고수해 왔고 국민을 기아상태에 내몰 정도로 국가운영에 실패해 왔다는 점에서 체제 유지 명분을 제대로 주장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기보다 100배 이상 강한 초강대국과 정면 대결을 서슴지 않겠다며 역사에 전례없는 무모함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 무장이 협상용 발언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정당방위 수단을 갖게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토록 수호해야 한다고 주창해 온 한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우리와 약속하였고 우리가 지키고 있는 한반도비핵화 약속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이렇게 북한의 책임은 크다. 이 시대 유일 초강대국이자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의 부시 행정부 역시 오류를 범했고 이를 지속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그간 한국·중국·러시아 정부의 요청이나 국제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양자 대화나 협상보다는 대북 압박과 강경책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북한의 핵 보유를 초래하고도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에 대해서도 증거를 밝히지 않고 의혹만 제기하면서 6자회담의 진전을 막아 왔다. 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의 죄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피고에게 자백하라고 압박하는 격이다. 더구나 검사 미국은 적법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 피고 이라크에 중형을 직접 집행했으나 아직도 이라크의 죄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이다. 더구나 부시행정부는 악화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일본의 핵 무장을 유발하여 미·일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고 한국 역시 핵 개발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며 미국은 이를 막을 명분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동북아 정세 악화는 물론이고 북한이 이를 테러집단에 수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이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인할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초강대국의 책임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미국이 대응책으로 강구중인 대북 경제제재는 북한 정권보다는 주민에게 더 피해를 입힐 것이다. 만일 무력제재가 실현되어 북한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저항할 경우도, 북한이 붕괴하는 동시에 한국·일본·중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미국 역시 막대한 전략적 손실을 볼 것이다. 이처럼 대북 무력제재는 사실상 시행할 수 없는 대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북한이 회담에 돌아와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대북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자신의 생존과 직결시키고 있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굴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미국이 관용을 베풀어 방법과 절차에서는 양보하되 내용에서는 핵 폐기를 얻어내는 형태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서구가 1975년 헬싱키협정으로 소련이 갈구하던 유럽의 국경선 현상 유지를 인정해 주면서 인권조항을 삽입시켜 중장기적으로 소련의 해체를 유도했던 교훈을 되새길 시점이다. 즉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약속하는 양보를 먼저 행하되 이를 북한의 핵 폐기와 긴밀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북한이 그 과정에서 위반할 경우 한국·중국·러시아·일본의 지지 하에 북한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형태로 북핵문제는 6자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의 우방 미국은 존경받는 초강대국의 명성을, 그리고 한반도는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홍현익 美 듀크대 초빙교수·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이동통신 고객뺏기 ‘2차대전’

    이동통신 고객뺏기 ‘2차대전’

    ‘LG텔레콤-지키기 사생결단.’ ‘SK텔레콤-일단 느긋, 기선은 잡아놔야.’ ‘KTF-때를 기다린다.’ 지난 1일 이동통신 3사간의 번호이동이 완전 개방돼 신년 벽두부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LG텔레콤 가입자도 SK텔레콤,KTF로 업체를 옮기게 됐다.SK텔레콤은 지난해 1월부터,KTF는 7월부터 개방됐었다.LG텔레콤은 1년간의 이점을 활용, 지난해 120만명의 순증을 기록해 6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다. 개방 6일 만에 3만5000여명의 LG텔레콤 가입자가 두 회사로 옮겨 초반 시장은 뜨거운 편이다. ●초반 시장 ‘기선 잡기’ SK텔레콤,KTF의 ‘공격’과 LG텔레콤 ‘수성’ 구도다. 시장을 개방한 LG텔레콤이 1차로 타깃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까지의 가입자 순수 증가는 SK텔레콤이 2만5000여명,KTF는 1만명 가까이 늘었고,LG텔레콤은 3만5000여명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는 때맞춰 가입자를 끌기 위한 요금 상품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밤에 커플간에 음성전화, 문자메시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요금상품을 내놨다. KTF는 한달에 1000분 이상 음성통화를 하면 한달에 평일 20시간, 휴일 40시간의 무료통화 혜택을 주는 요금제와 한달에 350분을 통화하면 자동으로 발신이 정지되는 요금상품을 출시했다.3월말까지 ‘핌(Fimm) 240 요금제’에 가입하면 6월 30일까지 무선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고 월정액 2만 4000원을 한달간 면제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LG텔레콤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확대 물밑싸움 치열 3사는 통신위원회의 감시가 강해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해 불법 마케팅으로 과징금 등 강한 제재를 받아서인지 시장싸움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물밑 행보는 무척 빨라지고 있다. 시장 특징은 LG텔레콤과 SK텔레콤간의 이동이 70%를 차지, 두 회사간의 다툼 양상이다.KTF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SK텔레콤과 일전을 벌여 다소 사정권에서 멀어져 있다. SK텔레콤은 겉으론 여유롭다. 그동안 오고 싶어도 못왔던 LG텔레콤 가입자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52.3%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혀 초반시장 분위기만 가져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은 보다 싼 요금과 최근 들어 비슷해진 통화 품질, 그동안 열세였던 단말기도 다양화해 뒤질 게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단말기도 MP3, 뱅크온 등의 이슈 상품으로 지난해부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120만 순증의 상당수가 ‘충성스러운’ 가입자”라고도 말했다. LG텔레콤은 또한 지난 5일 “SK텔레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통신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 시장 잠재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가장 다양한 요금제를 운용 중인 KTF는 맞춤형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출시, 고객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DMB,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위피, 원폰 등 유무선 복합서비스에 주력해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며 이것이 하반기 시장 전략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사설] 與, 지도부에 국보법 맡겨라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4인이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과 ‘한국형 뉴딜 관련법’에 대한 절충을 계속하고 있다. 앞서 여야 지도부가 쟁점법안에 대해 합의처리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그동안 극한대치로 허송세월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다행한 일이다. 연말까지 국회일정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는 점과, 제발 새해부터는 상생정치를 해달라는 민심으로 볼 때도 이번 협상은 중요하다. 쟁점법안들이 아무리 첨예하다고 할지라도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합의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가보안법의 경우는 열린우리당 다수의견이 폐지를 고수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대체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가 합의처리를 약속했다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합의는 아닐 터이다. 서로 양보를 얻어내고 미진하다면 추후 보완하는 타협안도 협상의 고려대상에 포함되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싸우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바에는 그나마 타협하는 것이 상생이다. 그런데 여야 대표들이 휴일도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는데 열린우리당 내부의 지도부 발목잡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당원들이 한 때 국회 원내대표실을 점거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보법 폐지 다짐대회까지 열었다. 외곽단체인 ‘국민의 힘’은 국회의장 공관에서 시위까지 했다. 국보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은 일리없지 않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렇듯 사생결단으로 나서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과 다름없다. 당의 지도부는 대표성을 가지고 당론과 협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여권 내부의 과격행동은 당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화의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도 아니다. 정히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의원총회나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의 힘을 뺏거나 불신임하면 되는 것이다. 일단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협상을 맡겼으면 결과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협상 자체를 가로막는 일은 삼가야 한다.
  • [뒷골목 맛세상] 신촌 대학가 골목

    [뒷골목 맛세상] 신촌 대학가 골목

    ■ 싼 값이 미덕 ‘껍데기’ 신촌 로터리에서 연대 앞 굴다리, 그리고 국철 신촌역을 거쳐 이대 앞에 이르는 여러 골목들을 일컫는 소위 ‘신촌 대학가’에는 밤낮없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아무리 나라에 불황이 깊어지고 고학력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어도, 이곳만은 예외인 듯 젊은 인파가 화려하게 골목골목을 흘러 다닌다. 어디 젊은이들만 화려한가. 어쩌다 잘못 들어선 나 같은 중년마저 오늘만큼은 삶의 남루(襤褸)를 벗어던진 채, 기꺼이 젊은 인파에 휩쓸리며 함께 화려하다. 신촌 대학가의 먹자골목은 넘치는 젊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느낌이다. 먹자골목 어디를 둘러보아도 간판이며 상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젊은 감각이며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싱싱한 생명감으로 통통 튀어난다. 트라이앵글, 소금인형, 연필 두 타스. 헝그리, 고래발, 모비딕, 아이디, 클릭, 불량식품, 딱지치기, 신계초전문라면, 고기창고, 신촌스토리, 서피동파, 짱아, 찜닭웰…. 그러나 다시 한번 둘러보면 젊음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향기 속에서도 불황의 그림자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불황이 깊을수록 매운 음식도 많아진다고 한다. 소위 요식업계의 ‘매운 불패 신화’, 불황에는 매운 음식만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신화이다. 홍초불닭,辛불닭, 오마이핫, 신닭발불곱창, 매운불갈비, 화풀이신촌주점, 화도풀고속도풀고…. 먹자골목 곳곳에 불황을 대변하는 매운 음식들이 소문 없이 빼곡히 껴들어 있다. ●골목 어디서나 맛있는 집 쉽게 발견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서 음은 우주에 있는 삼라만상의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한다. 밝은 태양의 반대편에 있는 어두운 밤,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여자, 하늘의 반대편에 있는 땅, 지아비의 반대편에 있는 지어미…, 그렇듯 양의 길사(吉事) 반대편에서 음은 흉사(凶事)를 상징한다. 그런 식이라면 희망의 반대편에 있는 절망이며 호황의 반대편에 있는 불황 또한 당연히 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나라에 불황이 깊어져서 대학가에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음의 시절이다. 그러고 보니 절기 또한 언뜻 동지 무렵을 지나는 엄동설한이 아닌가. 24절기에서 동지란 음이 가장 왕성한 때이다. 주역으로 본다면 동지란 양은 하나도 없이 애오라지 음으로만 가득 찬 강음의 절기인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 한 해 대지를 누비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싱싱한 약동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죽음의 잿빛 풍경만이 사방을 뒤덮고 있다. 아직까지 생명이 남은 것들도 한겨울의 모진 추위를 피해 죽은 듯이 한껏 몸을 움츠리거나 추위가 미치지 않는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을 터이다. 얼핏 우리 인생살이 식으로 생각하면, 강음의 동지란 흉사만 가득한 절망과 죽음의 순간처럼 여겨진다. 정말 그런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하필이면 동짓날을 골라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먹으며 집안의 흉사를 모두 쫓아내는 벽사를 벌였다. 조상들은 다름 아닌, 음만 가득한 절망과 죽음의 순간이야말로 이미 그 안에 희망과 생명의 씨앗을 처음으로 잉태하는 더없이 상서로운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주식용어로 소위 ‘바닥을 친다’는 말이 있다. 주식이 한 없이 추락하다 보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에 닿고, 거기서부터는 드디어 위로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는 반환점이 바닥인 것이다. 주식의 ‘주’자도, 투자의 ‘투’자도 모르던 아득한 옛날부터 조상들은 슬기롭게도 동짓날이 바로 그렇게 음의 바닥을 치는 반환점임을 알았다. 그렇다. 동지를 시작으로 해서 더 이상 음은 남아있지 않고, 앞으로 올 것은 애오라지 양뿐이다. 그런 동지가 어찌 상서롭지 않으랴. ●저마다 ‘원조’ 내세우며 경쟁 만일 그대가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되어 영혼마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신촌 대학가의 먹자골목으로 오라. 그리고 스스럼없이 저 향기롭고 아름다운 인파 속에 끼어들어라. 그대 또한 아직은 향기롭고 아름다운 젊은이가 아니랴. 그렇게 젊은 인파에 끼어들어, 흡사 조상들이 팥으로 팥죽을 쑤어먹으며 집안의 삿된 잡귀들을 물리치는 벽사를 하듯이, 그대도 먹자골목 어디에나 널려있는 싸고 맛있는 집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그대 영혼의 잡귀인 추위와 굶주림을 물리쳐라. 그 순간 그대는 반드시 바닥을 치고 일어나 위로 치솟아 오르리라. 흔히 겨울이 가야 봄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듯이, 젊은 그대는 절망이 사라져야 희망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 않으랴. 그리하여 그대는 저절로 절망이 사라지고 희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랴. 아니다. 그대의 희망은 바로 절망에서 온다. 그대가 더 이상 일어설 힘도 없이 삶의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절망이 드리운 죽음의 잿빛 풍경뿐일 때, 바로 절망의 깊은 구렁텅이에서, 그대 자신도 미처 몰랐던 한 가닥 희망이 이미 싹트고 있을 터이다. 절망의 터널을 거치지 않는 희망이란, 마치 겨울을 건너 뛴 봄처럼 전혀 무의미하다. ■ 4시간 마시고 3000원 신촌 로터리에서 연대 쪽으로 가다보면 독수리약국이 있다. 바로 그 골목에 소위 ‘싸고 맛있는’ 껍데기집들이 몰려 있다. 저마다 원조임을 내세우지만, 눈 밝은 이들은 이중에서 ‘연대껍데기’(1호점 02-313-0436,2호점 02-334-5511,3호점 02-392-4759)가 정통임을 알고 있을 터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양도 푸짐 주인 되는 김형자씨는 일찍이 스무 살 무렵에 전라도 바닷가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길거리에서 뻔데기장사부터 시작하여 안 해본 장사가 없이 고생한 끝에 흑석동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이제 겨우 살 만하다 싶게 한숨을 돌리는 순간에, 웬걸, 그놈의 IMF로 쫄딱 망하고, 독수리약국 뒷골목의 다 쓰러져가는 집을 겨우 세 얻어 연대껍데기를 열었다. 그러자 우선 대학생들이 싼 맛에 하나둘 모여들고, 입소문이 더해져 얼마 후 곧장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손님이 미어터지는 바람에 차례로 2호점,3호점을 먹자골목의 고만고만한 거리에 열어, 외사촌동생 최창권과 며느리 이은섭에게 각각 넘겨주었다. 연대껍데기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싼 값에 있다. 얼핏 계산해도 만 원짜리 한 장이면 둘이서 먹고 마실 수가 있고, 만 원짜리 두 장이면 셋이서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손바닥만한 돼지목살, 장어 1마리, 왕새우 1마리가 각각 2000원이고, 껍데기가 3장에 2500원이다. 삼겹살, 돼지갈비, 닭갈비, 닭똥집, 오징어불고기, 샤워오징어가 각각 3000원, 이밖에 해물파전이며 김치전이 4000원이다. 비록 2000원,3000원짜리 안주들이지만, 무엇을 시켜도 싼 가격에 비해 얼핏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만일 그대가 가까스로 수중에 2만원 정도 마련하였다 해도, 그대는 친구 두세 명과 함께 얼마든지 호기롭게 연대껍데기를 찾을 수가 있다. 우선 껍데기라는 상호에 어울리게 껍데기를 시키고 거기다 목살과 장어 한 마리를 추가하거나 아니면 통째로 양념을 한 오징어불고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에 곁들여 3000원짜리 소주를 3병쯤 마셔도 아직 2만원이 넘지 않는다. 여기에서 1000원짜리 공깃밥을 3공기 시키면 수에 맞게 된장찌개가 뒤따라 나온다. 이 무렵이면 그대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에 콜라나 사이다가 공짜로 그대의 탁자에 올라있을 것이다. 그래도 먹고 마신 가격은 아직 2만원이 넘지 않을 터이다. 어디 보자, 껍데기 2500원, 목살 2000원, 장어 2000원, 소주 3병 9000원, 공깃밥 3공기 3000원, 어떤가. 아직 2만원이 안 넘어섰다. 아아, 이쯤에서 친구 중의 한 명이 과감하게 일어서서 2차를 가자고 외친다면, 벽사를 위한 그대의 오늘밤이 얼마나 화려하랴. 독수리약국에서 큰길을 건너면 얼마 걷지 않아 ‘포석정’(02-332-5538)이 나온다. 포석정은 다른 음식점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몇 가지 희한한 안내문들이 있다. 우선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의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어서 오십시오. 새로운 경험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고전과 현대의 절묘한 만남, 옛 왕과 귀족들이 풍류를 즐기던 포석정이 밀레니엄 시대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계단을 내려가 마침내 실내에 들어서면 홀 중앙에 과연 포석정을 본뜬 타원형의 작은 고랑이 있고, 그 고랑을 따라 막걸리가 흐르고 있다. 물론 두꺼운 통유리로 덮인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져 있어, 그 구멍에서 작은 조롱박으로 막걸리를 길어 올려 마시게 되어 있다. ●고랑 따라 막걸리 흐르는 포석정 포석정을 둘러보다 보면 무심코 다른 안내문에 눈길이 간다.‘막걸리 값은 1인당 3000원씩입니다’4시간 동안 마음껏 드십시오’‘막걸리 주문 후 4시간이 지나면 막걸리값은 다시 계산합니다’세상에,4시간 동안 3000원을 내면 포석정에 흐르는 막걸리를 무한정으로 퍼마실 수가 있다니!놀라서 다시 한 번 살피면 무슨 경고문처럼 또 다른 안내문이 붙어있다.‘외부 음식물 반입금지!’ 이를테면 술값 3000원으로 하루저녁을 즐기기 위해 주인 몰래 순대며 떡볶이 등을 사들고 와서 야금야금 안줏감으로 먹는 얌체들도 있는 모양이다. 40대 초반의 포석정 주인 정지순씨는 마음씨 좋은 옆집 아주머니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상식을 벗어난 싼 막걸리 값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막걸리 값이야 어차피 손해 보죠. 허지만 우리 포석정을 홍보하는 홍보비라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니지요. 고작 안주를 팔아서 수익을 맞추는데, 그것마저 아까워서 밖에서 안주를 사오는 손님들도 없지 않아요.” 포석정을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는데, 갑자기 작년부터 신문이며 잡지, 방송 같은 매스컴에서 관심을 갖는다면서, 주인은 그게 다 경제 불황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포석정에서는 막걸리만 파는 것이 아니고 소주며 백세주, 맥주 등 여타 술도 파는데 가격은 다른 술집과 비슷하다. 안주는 해물파전, 불고기파전, 참치파전, 두부김치가 각각 1만원이고, 김치전이 9000원인데, 주인의 넉넉한 품성처럼 양이 풍성하다. ■ 매운맛 보려면 찾으세요 독수리약국에서 신촌역으로 빠지는 어름에서 민들레영토를 지나 신선설농탕 골목으로 접어들어 다시 왼쪽으로 꺾으면 ‘완차이’(02-392-0302)라는 조그만 중국요리집이 숨어있다. 총복자(叢福滋)라는 흔치않은 이름을 가진 화교가 주인인데, 탁자 6개의 완차이는 저녁 무렵만 되면 골목길에까지 손님들이 줄을 선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주인이 10여년 전부터 개발해낸 매운 요리들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명세를 탄 것은 ‘아주매운홍콩홍합’이라는 요리인데, 요리를 먹다 보면 어떻게 중국요리가 이렇게까지 매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모르기는 해도 맵기로만 따진다면 홍초불닭이니 매운 갈비니 하는 소위 ‘매운 불패’의 신화도 ‘아주매운홍콩홍합’에는 비교될 수가 없을 터이다. 껍질째로인 홍합에 고춧가루가 무슨 딱지처럼 범벅으로 붙어있는데, 이 고춧가루가 또한 청양고추로 만든 것이다.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운 맛에 놀라 잠시 먹기를 중단한 채 몇몇 탁자를 곁눈질하면 대부분이 ‘아주매운홍콩홍합’의 매운 맛과 씨름하느라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숫제 정신이 없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사생결단하듯 매운 맛과 싸우면서도 결코 누구 하나 요리를 남기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매운 맛이 홍합의 향기로운 맛과 어우러지면서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여운을 남겨, 입안을 중독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차이의 요리는 이렇듯 대부분이 매운 맛을 내는 것이 특색인데, 완차이쌀국수볶음, 완차이굴짬뽕, 매운해물볶음밥, 매운삼슬수초면 등이 있다.
  • [사설] 청와대회동 정치현안도 논의를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의 25일 청와대 만찬회동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대결정국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과 국회 상황을 돌아보라.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4대 입법을 둘러싼 대치는 그렇다고 치자. 공정거래법, 기금관리기본법, 국민연금법 등 민생·경제 입법을 놓고도 여야는 사생결단식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정기국회가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큰 전환을 이뤄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청와대측이 외국순방 결과 설명이라는 의례적 모임을 마련했는데도 한나라당은 흔쾌히 참석을 결정했다. 평가해줄 만하다.3부요인 및 다른 정당 대표가 함께 모이는 것이긴 하지만, 지난 3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취임 이후 노 대통령과 박 대표가 처음으로 갖는 공식회동이다. 서로 눈살만 찌푸리고 헤어지지 않도록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한·미 정상회담과 APEC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로 상정하고 있다. 북한핵 문제를 다룬 한·미 정상회담 내용과 그에 앞선 노 대통령의 LA발언에 대해 여야간 시각차가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오해가 있다면 털고 초당적 지원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회동에서는 정국 현안을 해결하는 틀이 잡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먼저 의제의 제한을 풀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야당의 목소리를 듣고 노 대통령이 여권의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현안을 거론하기에 회동시간이 촉박하므로 실무선의 사전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노 대통령과 박 대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따로 회동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상생정치의 큰 방향을 잡고, 각론을 실무회담에 넘기는 방법을 강구해보라.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어제 민생·경제 법안 및 새해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여당이 제안한 ‘여·야·정 원탁회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고무적이다.
  • [뒷골목 맛세상] 이천 신둔·사기막골

    [뒷골목 맛세상] 이천 신둔·사기막골

    고향을 잃은 이들은 ‘이천쌀밥’과 ‘산야초 시절음식’을. 올해도 한가위가 되자 고향을 찾아 조상을 뵙는 1000만 명에 가까운 귀성객과 역귀성객들로 인하여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까지도 어김없이 몸살을 앓았다.그렇듯 해마다 무슨 연례행사처럼 고향을 찾는 전국민적인 귀소본능에는 어쩐지 눈물겨운 데가 없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고 덩달아 경쟁사회 체제에 들어가면서,너나없이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변화와 혁신의 급물살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그리고 급물살의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속도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뒤로 쳐지거나 튕겨져 나온 이들은 자칫 낙오자라는 관형어를 이름 앞에 붙여야 했다.그런 경쟁사회의 급물살 속에서 얼핏 눈을 돌려보면,직장이나 길거리 심지어 가정에서마저도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휴식을 취할 만큼 여유로운 공간이 단 한군데라도 있던가.어쩌면 조금치의 여유도 허용되지 않는 저마다의 일상생활이 한가위가 되면 무슨 사생결단의 중대사처럼 저마다 고향을 찾아 나서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리하여 끝내는 전국의 고속도로며 국도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인지도. 어렵사리 고향을 찾는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편인지도 모른다.벌써 오래 전부터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들,그리고 고향이라고 해봤자 누구 하나 반겨줄 연고자 하나 없이 차라리 타향보다 더 낯선 곳이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한가위의 유난히 커다랗고 샛노란 보름달이 무슨 비수처럼 눈에 아프게 박혀 오리라.여우도 늙으면 제가 태어난 곳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고 하지 않던가. ●20여가지 반찬 추석상 부럽잖아 그대가 만일 한가위의 커다란 달이 눈에 박혀 오래 아팠다면,비단 그대만이 아니라 가까운 이 또한 한가위의 달 때문에 오래 눈이 아팠다면,그대는 추석 뒤끝의 가을볕이 좋은 날 가까운 이와 함께 훌쩍 3번 국도를 따라 이천으로 길을 나서고 볼 일이다.그리하여 광주를 지나고 곤지암을 지나,마침내 도예촌으로 유명한 신둔과 사기막골 어름에서 걸음을 멈출 일이다. 그대는 이미 곤지암을 지나 넋고개라고 불리는 야트막한 고갯길을 지나면서부터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하는 ‘이천쌀밥’이라는 똑같은 이름의 입간판들을 여러 번 보게 되리라.얼핏 헤아려보아도 신둔 도예촌 일대의 ‘이천쌀밥’이라는 입간판은 20여개가 넘는다.그대는 딱히 어디랄 것이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입간판들 중의 한 곳을 골라도 무방하다.어느 이천쌀밥집을 들어가도 그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이천쌀밥과 함께 20여 가지의 반찬들이 가득한 상차림과 마주 앉게 되리라.이만한 상차림이라면 여느 추석상 부럽지 않게 한껏 넉넉하다. 그대가 다소 입맛이 까다로운 이거나 그만큼 맛의 미묘한 차이에 민감한 이라면,그대는 우선 넋고개 마루턱에 있는 고미정(031-634-4811)을 찾기 바란다.고미정의 주인은 이름이 고미정(高美貞)인데,이 이가 바로 3번 국도변에 이천쌀밥집이 있게 한 원조다.같은 업종의 음식골목에는 대체로 서로 원조임을 내세우는 원조경쟁이 심한 법인데,이천쌀밥의 경우 고미정이 원조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원래는 신둔면 소재지가 있는 신둔 도예촌에서 1991년에 도예가인 남편 천세영씨가 하는 성원요(星源窯‘)의 전시장 옆에 ‘이천쌀밥’이라는 옥호를 걸고 30평 남짓한 한식당을 열었다가 그 후에 넋고개로 자리를 옮겨 ‘이천쌀밥’을 차렸는데,그후 이 ‘이천쌀밥’은 오빠인 고제원에게 넘겨주고 바로 옆에 새로 집을 지어 고미정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옥호로 내건 것이다. ●이천의 대명사… 자신 이름을 옥호로 고미정을 열면서 주인 고미정은 벌써 자신의 고유한 옥호가 아니라 이미 이천을 대표하는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이천쌀밥이라는 상차림을 포기하고 한정식 상차림으로 바꾸었다.이 고미정 한정식은 1만원과 2만원,3만원의 상차림이 있다.1만원 상차림은 구절판,홍어무침,삼색전,잡채,편육보쌈,야채 샐러드,조기구이,계란찜 등에다가 각종 밑반찬과 함께 된장찌개를 내고,2만원 상차림은 1만원짜리에 닭찜,불고기,더덕구이,도토리묵을 더하고,3만원 상차림은 거기에다가 홍어삼합,갈치조림,황태구이,소갈비찜을 덧붙이는데,이를 테면 이천쌀밥을 고미정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고급화한 셈이다. 이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시인 양용직은 3번국도 도예촌 주변의 숱한 이천쌀집들 중에서 청목(031-634-5414)을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맛이 뛰어난 집으로 꼽았다.그의 말로는 음식에 대한 정성이 다른 집과는 남다르다는 것이었다.실제로 1인분 9000원짜리 영양쌀밥 상차림은 적게 남기고 많이 판다는 주인 강춘모의 주장이 아니더라도,값에 비해 넘치다시피 풍족해보였는데,일일이 반찬그릇을 헤아려보니 24가지나 되었다. 간장게장,비지찌개,조기조림,꽁치구이,우거지찌개,겉절이,장조림,편육보쌈,부침개,호박잎쌈,상추와 치커리 등속의 야채쌈,잡채,김,고추졸임,젓갈 이외에도 취나물,비름나물,고무마순 등을 위시한 각종 나물들….이런 상차림 앞에서 주인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 한껏 자랑스러운 기색을 띈 채,야채들 대부분 직영 농장에서 손수 기른 것들임을 내세웠다. ●산야초 1백여가지 어우른 ‘음식예술’ 만일에 그대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흔한 이천쌀밥에 우선 눈부터 질려서 좀더 색다른 별미를 찾는다면,그리고 그만큼 그대가 미식에 눈이며 코,혀 같은 감각이 익숙해졌다면,아니,그보다도 그대가 누군가 정말로 소중한 이와 함께 떠나와서 다소 값이 무리하더라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면,나는 그대에게 일말의 주저도 없이 ‘산야초 시절음식’(031-633-9494)을 권하겠다.고속도로 서이천 IC를 빠져나와 3번국도로 접어들어 이제막 사기막골 도예촌을 지나는 어름에 있는 ‘산야초 시절음식’은 ‘옹화산방(甕話山房)이라는 멋진 옥호로도 불린다. ‘산야초 시절음식’이란 이름 그대로 산과 들에 자생하는 풀들이며 꽃들을 따 모아 그것들을 재료로 하여 시절에 따라 달리 빚어내는 음식이다.아니 음식의 재료뿐만이 아니라 모든 조미료 또한 산야초를 발효시켜 만든 효소와 식초만을 사용하고 있다.실제로 이 집의 정원 한 켠에는 산야초 1백여 가지를 뜯어다가 나름대로의 비법으로 발효시키는 중인 20여 개의 커다란 장독들을 구경할 수가 있다. ‘산야초 시절음식’에서는 한정식 코스 요리로 상차림을 내는데,종류에 따라 앵초와 우슬초,구절초로 나눈다.앵초 1만 5000원,우슬초 2만 5000원,구절초 3만 5000원이다.앵초는 호박죽,시절무침,방김치편육,산야초부침이,호박범벅이 코스로 나온 다음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된장찌개와 갖가지 반찬,쌀밥 등이 뒤따른다.후식으로는 송화다식과 백초식초가 곁들여진다.나는 그대에게 세 가지 코스 중에서 역시 무리할지 모르지만 우슬초를 권하고 싶다.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슬초에 나오는 근채쌈이라는 거의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요리를 잊을 수가 없어서이다. 근채쌈은 기다란 두 개의 접시에 나오는데,각각 꽃잎쌈과 알뿌리쌈으로 나누어진다.꽃잎쌈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봄에는 초롱꽃잎,여름에는 하수오,가을에는 산마잎이나 곰취,겨울에는 달맞이꽃 이파리를 쓴다.내가 먹은 꽃잎쌈은 밑에 하수오 잎을 깔고 그 위에 죽순과 배,토마토,오징어를 순서로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보랏빛 도라지꽃잎을 얹고 고명으로 자줏빛 오디를 올렸다. 알뿌리쌈은 소리쟁이,곰취,우엉,대추 등을 각각 잘게 채썰어서 볶은 다음에 한움큼씩 가지런히 놓고,백짓장처럼 얇게 썰어서 맨드라미 식초에 절인 생감자에 한 입씩 싸먹게 되어 있다. ●값은 부담되지만 색다른 맛 아아,우선 눈으로만 보아도 가슴부터 설레는 그 황홀한 색감이라니! 방짜 유기의 젓가락을 든 내 손가락은 어쩔 수 없이 떨려나서 차마 요리에 손을 대지 못한 채 한동안 쩔쩔 매었다.그러나 나를 황홀하게 하는 것이 어디 근채쌈 뿐이랴.시절무침이란 이름 그대로 시절에 따라 나오는 갖가지 산야초들을 넣고 거기에 닭다리 고기를 백초라고 불리는 효소와 식초로 양념하여 구운 다음에 잘게 썰어서 역시 효소와 식초로 산야초들을 버무리고 왕새우와 해파리를 곁들여 샐러드 식으로 무친 요리다. 그 풍성한 시절무침에 들어가는 산야초는 달개비,제비꽃잎,쇠별나물,망초,싱아,쇠비름,소래쟁이,민들레,방가지잎,논주름잎 등으로 미처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그야말로 산과 들에 가득한 산야초들이다, ‘산야초 시절음식’의 모든 요리에는 산야초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산야초부침이는 달맞이뿌리와 매운냉이뿌리,황새냉이뿌리 등을 캐서 말렸다가 가루를 내어 메밀과 섞여서 부쳐낸다. 장김치편육은 산야초 효소와 간장, 그리고 고추씨를 넣어 담근 배추김치를 3년 이상 숙성시켰다가 낸 장김치에 민들레,방가지,소래쟁이 잎사귀와 함께 돼지고기 편육을 싸서 먹는다.진달래꽃고추장홍어무침은 진달래꽃잎을 넣어 담근 고추장으로 홍어를 무쳐내는데,진달래향의 그 황홀한 색감이 홍어에서 아직도 어른거린다. 어떤가.그대는 소중한 이와 함께 이쯤에서 ‘산야초 시절음식‘의 맛이나 멋뿐이 아니라 그 색감이며 향기 때문에 벌써부터 아뜩하게 취해 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렇듯 황홀하게 취한 그대에게 까짓 고향이야 없으면 어떠랴.속절없는 노래 가사 그대로 정들면 고향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구태어 잃어버린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슬퍼하지 말자. ■ 도예촌 방문은 필수 이천의 3번국도변에 있는 설봉공원에서는 해마다 10월 무렵에는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다.국제공모전,세계현대도자전,도자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데,특히 체험관에 들러 스스로 도공이 되어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비단 축제 때 뿐만이 아니라도 설봉공원에는 이천세계도자기센터와 전통가마,토야흙놀이공원 등이 상설되어 있어 자녀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 코스로는 더할 나위없다. 그리고 가까운 신둔도자촌이나 사기막골 도자촌에 들리면 값비싼 명품뿐만이 아니라 뜻밖에도 반찬그릇이며 주발 밥공기 등 생활도자들이 1000원에서부터 비싸야 50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파는 곳도 눈에 띈다.이왕 이천 나들이에 나선 김에 몇 가지 생활도자들을 사면 어떨까.그리하여 가까운 이웃들에게 선물을 한다면 어떨까.받는 이는 물론 주는 이까지도 이 가을이 느닷없이 포근하고 정겹게 여겨지지는 않을까.
  • [사설] 정치권, 추석 민심 제대로 살펴라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다른 때보다 긴 연휴지만 즐거운 표정을 짓는 시민들은 드물다.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불우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손길도 줄어들었다고 한다.이처럼 추석 민심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장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다.이런 우울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전부 정치권에 돌릴 수는 없지만 말로는 민생정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은 뒷전인 정치권에 상당부분 그 책임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재래시장과 철도역 등을 방문하면서 민심을 살피고 있다.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정치인들의 민생현장 방문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여당의 원내대표는 24일 남대문 시장을 찾아 얼굴알리기에 나섰으나 과거와 달리 상인들은 냉담했다고 한다.“장사도 안 되는데 뭐 하러 왔느냐.” “힘들어 죽겠으니 국회에서 제발 싸우지 말고 우리를 살려달라.”는 상인들의 말은 바로 민심의 현주소다.정치인들이 그저 듣고 넘겨버릴 말들이 아니다. 제17대 국회가 출범한지 넉달 가까이 됐지만 민생정치라고 내세울 것은 거의 없다.일부 시장을 방문한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육성법 제정을 홍보할 작정이었다고 하는데,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내놓고 자랑할 만한 일도 못된다.지금까지 정치권은 산적한 민생현안은 내버려두고 과거사니,수도이전이니,국가보안법이니 하면서 사생결단식 논쟁만 벌였다. 최근에는 국회 의정활동비를 인상하고,정치자금법을 고쳐 돈줄을 늘리자는 움직임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한다면 돈이 더 필요할 이유도 없다.국회에 출근해 일만 한다면 세비로도 충분할 것이다.정치권은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국민들의 삶의 현장을 둘러보고,쓴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국민들이 얼마나 민생을 발목잡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 몸소 느끼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 박근혜, 한국노총 지도부 면담등 ‘민생투어’ 시동

    박근혜, 한국노총 지도부 면담등 ‘민생투어’ 시동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일 한국노총을 찾았다.노총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민생투어’의 일환이다.전날 용공과 친북활동도 과거사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여권에 역공을 취한 뒤 이날은 정치 공방에서 한 발짝 뺐다. 박 대표는 이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20개 산별위원장 등을 만났다.정기국회를 앞두고 비정규직 보호,국민연금법 개정 등 노동계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 대표가 언론에서 뵐 때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다.”고 덕담을 건넸고,박대표도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박 대표는 “민생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야당 대표로서 고심하고 있는데 근로자 등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가능하다.”면서 “한국노총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박 대표가 전날의 대여(對與) 강공을 뒤로 한 데 대해 진영 대표비서실장은 “어제 할 말을 다해서 여권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다.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과거사 공방은 당 서열 2위인 김덕룡 원내대표가 맡고,김형오 사무총장이 지원사격에 나섰다.김덕룡 원내대표는 여권의 국회 과거사특위 구성 제의에 대해 “노무현 정권이 하고 있는 것은 사생결단식 과거들추기”라고 규정했다.이어 “열린우리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노 대통령의 지침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회 내 특위를 설치하자고 속보이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여권의 과거사 공세를 “21세기 현대문명국가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했다.그는 “독립적으로 과거사 규명이 이뤄지려면 한나라당이 제안한 원칙을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또 “대선자금 수사 때 노 대통령이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靑 “조선·동아일보는 저주의 굿판 걷어라”

    “조선·동아일보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청와대가 조선·동아일보의 행정수도 이전 관련 보도가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며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9일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언론비서관실의 자체분석 결과 두 언론사의 행정수도 이전 관련 보도는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비판 일변도로만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브리핑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두 언론사의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조선일보 113건과 동아일보 130건 가운데 부정적·비판적인 내용이 가치중립적인 것보다 4배 가량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난 1977년부터 조선·동아일보의 보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해왔다고 꼬집었다.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 명의의 브리핑은 “지난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구상을 밝히자 두 신문은 ‘박 대통령의 일대 영단’,‘서울의 난제 해결 기대’ 등으로 표현하며 적극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청와대측은 두 신문이 이후에도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과밀문제의 심각성을 줄곧 지적하다가 지난 대선 이후 ‘수도권 집중’과 ‘서울 과밀’ 등을 다룬 기사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덧붙였다.또 “두 신문은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침묵하다가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사생결단으로 반대했다.”며 이를 한나라당의 구령에 맞춘 ‘청기 올려,백기 올려’식의 태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양정철 비서관은 “두 신문의 보도태도가 다른 신문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균형을 상실하고 악의적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한 국가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종잡을 수 없는 논조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긴 점을 뉘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경형칼럼] 相爭의 말들

    새벽녘 이웃집에 신문을 돌리고는,이따금 운동 삼아 서울 올림픽 공원까지 속보로 간다.야외 조각 공원 초입의 공중 해우소(解憂所) 옆에 ‘네 마음의 자물통,내 마음의 열쇠’(박불똥,1998)라는 제목의 대형 철구조물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의 옆 모습을 형상화한 녹슨 철판을 중심으로 큰 자물통 2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다.얼굴의 뺨 부분엔 ‘YOU LOVE ME’가 글자 윤곽을 따라 뚫려 있고,입은 뭔가를 외치는 모습이다.머리통 가장자리엔 자물통 달린 여러 개의 쇠사슬이 칭칭 감겨져 있다. 이 작품은 내 마음은 열지 않은 채,남더러 나를 사랑하라고 외치는 사람을 풍자한 듯하다.어느 때고 한바탕 싸움을 벌이겠다는,상쟁(相爭)의 말을 내뱉는 모습 같기도 하다. 얼마전 여당의 한 중진은 아파트 원가 공개 문제를 싸고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했다.검찰의 총수는 대검 중수부 폐지설에 대해 “중수부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먼저 저의 목을 치겠다.”고 했다.‘계급장’‘내 목’이 사용된 말의 행간에는 사생결단의 전의(戰意)가 넘쳐난다. 요즘 수도 이전 문제로 온 나라안이 시끌뻑적하다.행정 수도 이전이냐,천도냐에서부터 국민투표를 부치네,마네 하면서 야단법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수도권의 과밀화를 막고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 수도의 건설이 불가피하며,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마당에 이를 재론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들먹이며 “언론 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이른바 ‘보수 언론’이 유별나게 행정 수도 이전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더라도,이런 말은 공연한 사족(蛇足)이다.대통령이 뭔가 피해의식에 젖어 수도 이전 문제를 감정적이고 2분법적인 피아개념으로 대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밀레종 소리 복원으로 유명한 배명진 숭실대 교수는 최근 노 대통령의 음성 파형과 성문 스펙트럼을 탄핵 기각·총선 승리를 기준 시점으로 조사하여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총선 승리 후의 대통령 음성은 그 전보다 훨씬 격앙된 어조를 띠고 있다고 한다.여유와 인자함은 줄어들고,대신 근엄함과 스트레스·하소연(억눌림) 측정치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재계 일부가 개혁을 회피하기 위해 경제 위기를 부추긴다.”“보수는 약육강식이고,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에서도 어떤 억눌림에 의한 사시(斜視)가 묻어난다. 여권의 주요 인사들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관계를 두고,‘젖을 주고,떼는 관계’ 운운하면서 말싸움을 한다.의원들끼리도 “공부 좀 해라.”“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다.”라는 등 독설과 헐뜯기로 말다툼을 한다. 말이 사람 사이에 서로 소통하는 도구가 아니라,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비수로 전락하고 있다.입만 열면 상생(相生)을 외고 있지만,실상은 상쟁을 촉발하고 있다. 엊그제,박불똥씨에게 전화를 걸어 작품명을 ‘내 마음의 자물통,네 마음의 열쇠’로 바꿔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자신을 성찰할 것 아니냐고 물어 보았다.늘 사회 비판에 풍자적 언어를 구사해온 민중 작가 박씨는 “여기서 ‘네’나 ‘나’는 구태여 구분이 필요 없는 동일한 의미”라고 가볍게 대답했다.지금 우리는 너,나 가릴 것 없이 상쟁의 흙탕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 [행정수도 이전 공방] 野 “사생결단식으로 처리 할 일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천도를 강행했다가 쫓겨났던 궁예의 전례를 생각해보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한나라당 김덕룡(DR)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염창동 새 당사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문제삼으며 이같이 일갈했다.평소 ‘독설(毒舌)’과는 거리가 멀었던 DR이다.DR에 앞서 김형오 사무총장은 “국론을 모으고 국민들의 의견을 얻는 노력은 고사하고,국운을 걸고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지,(대통령이) 사생결단식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몰아세웠다. 전여옥 대변인은 “천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부의 명운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 편안함”이라며 “엄청난 자주국방 비용과 엄연한 경제위기를 생각한다면 국민적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대통령 스스로 대선공약을 거둬 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한구 당 수도이전문제특위 위원장은 “이제라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재원조달방안,이전대상기관 등 구체적인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도 이날 장전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가적 중대사는 국민적 합의 속에 진행돼야 하며 특정 정치집단이 좌지우지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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