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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원의 행복] 사색에 잠긴 모습이 그분 닮았구려

    [5만원의 행복] 사색에 잠긴 모습이 그분 닮았구려

    ‘대통령의 별장에서 산책을 즐기고, 향긋한 허브 꽃밥으로 럭셔리한 식사를 한다면….’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충북 청원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대통령의 휴식’을 체험할 수 있고, 상수허브랜드의 달콤하고 향긋한 허브 꽃밥으로 우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대청호 주변에 펼쳐진 ‘문의문화재단지’에 가면 잊혀진 옛사람들의 삶도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호사스러운 여행치고는 경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4인 가족이 5만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가족과 함께 이 특별한 곳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자. 글 사진 청원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청원길, 놓치면 아까운 상수 허브랜드 은은한 허브 향기에 머리가 상쾌해 진다. 경부고속도로 청원IC 인근에 있는 상수 허브랜드(www.herbland.co.kr)에 들어서자 상큼한 허브 향기가 코를 찌른다. 박하향 허브와 초콜릿 냄새가 나는 허브 등 각종 허브들이 온실에 가득하다.2만여평에 펼쳐진 농원에는 550여종의 허브들이 저마다 개성넘치는 강한 향을 뿜어낸다. 허브라 하면 로즈마리나 라벤더 정도만 생각했는데 외우기도 힘들 만큼 종류가 참 다양했다. 예쁜 꽃을 피운 허브들도 많았다. 설탕보다 300배나 당도가 높다는 스테비아는 입맛을 돋운다. 허브는 지구상에 자생하는 식물 가운데 식용, 미용, 약용, 방향제, 방충제 등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녹색식물을 총칭하는 말로 건강(Health), 식용(Eatable), 신선함(Refresh), 미용(Beauty)의 복합어로 이해하기도 한다. 온실에 들어서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로 외국인들로 붐볐다. 성수기에는 하루 수백명의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의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 필수코스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허브랜드의 압권은 허브 꽃밥.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예쁜 꽃으로 장식한 꽃밥상이 곱게 차려져 나왔다. 곳곳에서 “이렇게 예쁜 밥을 어떻게 먹어.”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안나로즈마리를 넣어 지은 구수한 밥과 허브의 왕으로 불리는 마리노 라벤더 향이 깃든 된장국, 스테비아가 들어간 민트 김칫국 등 상에는 각종 꽃들로 가득하다. 먼저 13가지 허브 싹순과 허브로 가득한 대접에서 꽃을 살짝 건져낸 뒤 밥을 넣고 허브 고추장과 허브 오일을 넣고 비빈 뒤 건져낸 꽃을 살짝 숟갈 위에 얻으면 상큼한 꽃밥이 된다. 여기에 허브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가격은 6000∼1만 2000원. 유치원생 딸아이와 함께 온 김윤주(38·서울 강동구 명일동)씨는 “지금까지 먹어본 밥상 중 가장 예쁜 밥상”이라면서 “아이가 먹지 말고 그냥 집에 가져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간신히 먹었다.”며 활짝 웃었다. 허브 향을 집에 가져 가고 싶으면 전시장 내 예쁜 화분에 담긴 허브꽃을 구입하면 된다. 화분당 1000원. 체험장에 가면 허브 향초 등을 직접 만들 수 있으며, 허브숍에 가면 향수와 차, 고추장, 목욕용품 등 다양한 웰빙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상식적인 주의 사항이지만 관람중 꽃을 만지거나 꺾어서는 안 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4세 이상 2000원.(043)277-6633. ■ 대통령 별장 청남대 산책 발길을 돌려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로 향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담은 대청호가 은은한 햇살에 반짝인다. 색바랜 플라타너스 잎과 노란 은행잎,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감나무가 늦가을의 정취를 뿜어낸다. 먼저 들른 곳은 청남대 가는 길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 야트막한 산성에 올라서자 대청호의 푸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몰된 문의지역의 문화유적과 선조의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신라 자비왕 17년에 축성된 산성이 있던 3만 3000여평의 공간에 양반가옥과 민가, 토담집 등 여러 채의 전통 가옥을 그대로 재현했다. 돌과 흙으로 만든 낮은 담장과 초가집이 예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입장료는 무료. 해질 무렵 서둘러 청남대(www.cheongnamdae.com)로 향했다. 청남대는 저녁 무렵이 운치를 더한다. 대청호에 깔리는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수원보호 지역이라 청남대에 들어가려면 문의면 소재지에 있는 파출소 앞 청남대매표소에서 청남대행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20분 걸린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버스 요금은 왕복 2000원이다.(043)220-5671. 청남대는 청정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청호반에 자리한 대통령 별장. 지난 1983년 12월 완공돼 20여년간 대통령의 별장으로 베일에 싸여 있다가 지난 2003년 4월에야 민간에게 개방됐다. 개방 초기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수시로 입장할 수 있다. 청남대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저곳(현 청남대 위치)에 별장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단한 말 한마디에 6개월만에 모든 시설을 갖췄다. 알고 보면 서슬퍼런 군사독재 시절의 산물이다. 들어가는 길은 진홍빛 플라타너스와 노란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터널을 만든다. 버스에 내려 청남대 산책을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국정운영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늑하고 조용한 가운데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휴가와 설휴가 등 88회에 걸쳐 400여일을 이곳에서 지냈다. 길가에는 다양한 조경수 100여종 5만 2000여그루와 야생화 130여종 20만포기가 잘 가꿔져 있어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내부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지난 20년간 사용한 본관건물과 정자, 골프장과 수영장, 인공호수 등이 있으며, 초가정과 오각정, 배나무밭 정자 등 어느 곳에서든 대청호반과 야트막한 산들이 연출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천천히 청남대를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해질녘에는 대청호반에 붉은 노을이 내려앉아 호수 주변의 하얀 억새를 빨갛게 물들이는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고향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이의행(65·경기 평택시)씨는 “대통령 별장을 걸으니 발이 호강하네…”라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여행정보 상수허브랜드는 경부고속도로 청원IC에서 나와 삼거리에서 오른쪽 청주·대전방향으로 150m가량 가다 보면 나온다. 이어 척산삼거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문의문화재단지와 청남대가 나온다. 이 길은 푸른 호반을 끼고 달리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인근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와 인쇄 역사 문화를 둘러볼 수 있으며,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 손병희 선생 생가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술관이 있다.
  •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란 그런 점에서 바로 우리의 삶덩어리 같은 것이다. 음다, 즉 마신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육지음’에서는 새는 날고 짐승은 달리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함께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당나라 유효작은 차 마시는 것이 마치 잘된 쌀밥을 먹는 것과 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유효작은 ‘진안왕으로부터 군량미등을 받고 사례를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조서를 전하는 이맹손이 교지를 선포하고 쌀 술 오이 죽순 김치 말린고기 식초 차 등 여덟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술의 향기가 신성의 것보다 향기롭고, 운송의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가에서 마디를 뽑은 죽순은 창포와 마름의 진미보다 뛰어납니다. 보내주신 차를 마시면 쌀밥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롭습니다.”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쌀밥처럼 중요한 것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는 비슷하다. 일본의 선승으로 불리는 센가이기본은 ‘다도극의’에서 “다도는 마음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며, 기술에 달리는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과 기술이 함께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일미(一味)가 드러난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화혁명의 거친 숙청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차문화가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차인들은 차의 ‘마음’보다는 ‘기술’을 강조했다. 찻물을 20등급으로 나눈 점(장우신의 전다수기), 차 중에 용원승설을 최고로 치는데 그 값이 무려 1만전이나 되는 것도 있다(조여려의 북원별록). 장사에서 생산되는 다구는 정교하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한 세트에 백금 200 내지 500성이 들었다(주밀의 계신잡식), 명나라 세종 가정 연간에 경덕진에서 생산된 성화투채배는 그가격이 무려 10만전에 달했다(제경경물략)고 적고 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에서 다법은 주로 기술과 외형의 완성에 치우진 형식주의가 대세를 이룬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차도는 종교적 영역과 결합하면 새로운 꽃을 피웠다. 물질적인 존재인 차가 종교라는 순수한 정신적인 영역과 교감하며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도 역시 ‘다선일미’다. 그런 점에서 선은 차의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의 본성이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윤회하는 차의 변화 자체가 바로 진정한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차문화가 하나의 차문화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오극근선사가 언급한 ‘다선일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선일미는 그후 차는 단순한 음료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마음과 문명을 담아내는 우주적인 그릇으로 확대재편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사유와 존재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생리적 필요에 의한 음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조주 스님의 유명한 공안인 ‘끽다거’는 그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의 선문에서 차의 발전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특수한 효능에서부터 시작해 손님 접대까지 하나의 완전하고 엄숙한 다례의식으로 발전했다. 선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관념의 일치성, 즉 차와 선의 본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것을 선과 결합시켜냈다는 점이다. 교연 스님은 “세 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거니 왜 하필 마음썩이며 번뇌를 깨닫는가.”라고 하고 있다. 교연 스님의 말은 조주 스님의 ‘끽다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조주 스님은 끽다를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깨달음으로 이끌어냈다.‘차선동일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는 곧 선이다. 선의 맛을 모르면 차의 맛도 모른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다선일미는 그런 점에서 바로 지혜의 경계다. 지혜가 없으면 일상에서, 수행에서 그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다선일미 곧 중국 차문화를 넘어 중국문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 선종 차문화의 물적 토대를 한 단계 격상시킨 스님은 바로 저 유명한 마조도일 선사다. 마조도일 선사는 8세기 중엽 중국 강서성 봉신현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제정했다. 백장청규의 핵심은 바로 노동과 함께 어우러진 선수행에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는 ‘농선병중’의 사상을 담고 있다. 농선병중사상에 입각한 선문의 생활방식은 자급자족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사원경제의 핵심은 바로 차 농사였다. 그때부터 스님들은 수행을 하며 직접 차를 재배해 사원경제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중국의 명차 대부분이 사원차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선문의 차문화도 미학적 승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불가에서 행하는 행다의식과 다구들이 독자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직책도 정해졌다. 그런 차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사들은 대대로 다사(茶事)와 다례(茶禮)에 정통했다. 불교의 선문에서는 사찰의 차예절이 하나의 다도로 정립돼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다도로 정립된 사찰의 다도는 순서와 안배가 매우 정밀하고 상세했다. 차 예절 전문 담당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등급과 절차를 두어 서로 다른 규모로 행해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수준 높은 차문화를 영위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선차록’의 기록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한다. ‘차는 곧 깨달음의 극치’라고 설파한 남종선 선승들의 청규였던 ‘근수백창청규’에는 “총림에서 능한 사람을 참두로 삼는다. 참두는 대중을 인솔하여 객사로 가서 위의를 갖추고 문의 오른편에 줄서서 잠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객은 즉시 안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참두가 말한다.‘오늘 선사들의 참 모습을 뵈오니 매우 복이 많습니다.’ 지객이 말하길 ‘이렇게 먼길 와주시니 저희 산문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면서 사찰의 내력을 묻는다. 이윽고 곧 일어나서 차대접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온다.”고 적고 있다. 선종에서 형성된 다례와 다연은 엄숙하면서도 담백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학적 의미와 예술적 정신적 경계를 지니면서 중국의 차문화를 이끌어냈다. 다례 다의 다연에서는 점차 투차 분차를 통해 미(美)의 형식을 보고 선의 정신을 깨닫고 결국에는 다선일미의 지혜까지 증득하는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다선일미’는 중국의 차문화가 지닌 정신적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즉 차가 선종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선의(禪意)를 깨닫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게 하여 차와 선이 진정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는 바로 평상심의 적용이며 체현이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그 어떠한 신비감도 없는 것이다. 차가 있음으로써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평화스러운 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대한민국 차품평회를 다녀와서 한국의 차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차 산업의 활성화로 여러 곳에서 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차의 종류는 얼추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차인 명차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구하고 음다(飮茶)할 수 있는 차에 대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품평회란 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차의 기준을 만드는 대회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의 색(色), 향(香), 미(味), 기미(氣味)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얼마전 차의 본향이랄 수 있는 경남 하동군에서 열렸다. 그 품평대회에는 한국차를 이끌고 있는 200여 생산농가와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한국명선차인회,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회 등이 참여했다. 그런점에서 대한민국차품평대회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차 품평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60년 전,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품평회가 시작됐다. 그같은 차 품평의 역사 때문에 그 나라들의 차의 수준은 급속히 안착돼 갔을 뿐만 아니라 일반차 명차 등 차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차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묻지마 차”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을 달자면 차산업이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어떤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품평대회는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품평대회에는 250여종의 차가 출품됐다. 그중 본심사에 올라온 것은 20여종이었다. 그중 최고의 차를 평가하는 데 그 편차가 최상위차와 0.3,0.4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의 차 제조 수준이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의 차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차를 지키고 생산해야 하는 지킴이로서의 품평대회는 그 역사와 연륜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품평대회는 차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좋은 차,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많은 양의 외국산 차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일부 차, 즉 보이차 같은 수입차의 위해성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증대, 웰빙 라이프의 추구 등 차 제품의 소비환경이 성숙되고 있음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차의 기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차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품평대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차 산업의 안정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한국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차를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차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차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11월 사색여행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11월 사색여행

    울긋불긋한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며 국토를 아름답게 수놓는 지금이야말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때다. 가족과 함께 낙엽을 밟으며, 국화꽃 향기를 맡으며 늦가을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11월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경남 함양과 전남 고흥을 비롯해 국화 축제가 한창인 전북 고창,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대전 등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 4곳을 소개한다.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1) 단풍 혹은 낙엽(경남 함양) 경남 함양은 산세가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산세가 좋으니 당연히 계곡도 아름다워 형형색색 단풍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 흩날리는 낙엽이 장관이다.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함양읍내의 천연기념물 상림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으로 갈참나무, 느릅나무 등 120여종의 수종이 자라고 있다.1100여년 전 신라의 문장가인 최치원이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인공 연못에는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살고 있다. 맨발건강지압로와 물레방아 연자방아 디딜방아 등도 갖춰져 있다. 상림 중간 도로변엔 역사인물공원도 꾸몄다. 지리산 능선에 이마를 얹고 사는 마천면에는 칠선계곡과 용추폭포, 용추자연휴양림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55. (2) 새콤한 유자향(전남 고흥) 남녘끝 고흥 반도는 11월이면 잘 익은 유자향이 가득하다. 고흥에서 나는 유자는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 가는 곳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노란 유자 열매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새콤한 향내가 코끝을 간질인다. 팔영산의 붉디붉은 단풍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팔연산 정상에 서면 다도해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저 멀리 서녘을 향해 기울어가는 해넘이는 한해를 마감하는 회한에 눈물짓게 한다. 여전히 오지로 남아 있는 용암∼남열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에서 만나는 일출과 고흥을 빠져 나올 때 만나는 중산리의 핏빛 낙조는 아무리 보아도 신비롭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224. (3) 국화꽃 향기(전북 고창 국화축제) ‘2005 고창국화축제’가 열리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일대 5만평, 대산면 칠거리 2만평이 노란 국화꽃으로 뒤덮였다. 축제에 가면 변산반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가을 꽃의 상징인 국화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국화축제는 이 고장 출신 미당 서정주 시인의 대표작인 ‘국화옆에서’를 주제로 만든 지역 축제로 지난 3일 개막돼 27일까지 열린다.12일 오후 3시에는 시문학관 특설무대에서 라디오 공개방송이 진행되며,13일에는 청소년 어울마당이 펼쳐진다. 선운리 일대에는 폐교를 개조한 미당시문학관과 미당생가, 미당묘 등이 들어서 있으며, 인근에 선운사와 미당시비, 고인돌유적지, 동학 기포지, 모양성, 동리 신재효 고택 등을 돌아볼 수 있다.www. 고창국화축제.com,(063)561-0151. (4) 가을하늘을 날아볼까(대전 열기구축제) ‘하늘로,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2005 대전 국제열기구축제’가 13일까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과 갑천 둔치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에는 일본과 미국, 헝가리 등 해외 13개국 30개팀을 포함, 국내외 79개팀 210여명이 참가해 화려한 공중쇼를 연출한다. 축제기간중 국제 열기구선수권대회, 국제 모터파라선수권대회, 전국 패러글라이딩 시범대회, 초경량 비행기 시범대회 등이 열린다. 또 항공·과학·전통 등 40여종의 체험행사, 각종 축하공연, 사이언스 매직쇼 등이 마련된다.www.dibf.or.kr,(042)866-5122.
  • 가볼 만한 아름다운 길 4곳

    가볼 만한 아름다운 길 4곳

    파란 하늘 끝에 걸린 단풍과 낙엽은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하게 한다. 낙엽을 밟으며 사색을 즐겨도 좋고, 단풍을 감상하며 무작정 그 길을 달려도 좋다. 코끝을 간질이는 가을의 향기는 찌든 일상의 때를 벗겨 준다. 하늘을 향해 툭 터진 가을길.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훌쩍 떠나보자. 연인,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가볼 만한 아름다운 길 4곳을 소개한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경북 문경 - 영남대로 옛길 경북 문경의 영남대로 옛길은 과거로 향하는 시간여행이다. 낙엽이 쌓인 고운 흙길은 그 옛날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던 중심길이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떠나던 선비들의 짚신 자국이 나 있는 바위 등은 얼마나 많은 옛사람들이 이 길을 오갔는지 말해준다. 이 길은 진남교반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에서 고모산성으로 이어지는데 고모산성 정상에 오르면 영강과 진남교반의 아름다운 정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에서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점촌 방향으로 내려오다 진남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올라가면 된다. 인근에 있는 문경새재와 태조왕건 드라마세트장 등을 둘러본 뒤 문경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 충북 청주 -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빛바랜 진홍색 플라타너스(버즘나무) 잎이 하늘을 덮었다.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이 차창을 살포시 때린다. 마치 가을의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인터체인지(IC)를 빠져나오면 만나는 36번 국도는 운치있는 드라이브 코스. 청주 IC에서 가경천 죽전교까지 이어지는 6㎞의 도로에는 1520여그루의 플라타너스가 촘촘하게 서로 가지를 맞대고 있어 멋진 나뭇잎 동굴을 만든다. 가을임을 실감케 하는 멋진 세리머니다. 잎이 하늘을 가려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터널을 만드는 이 길은 전국의 도로중 가장 운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만추’와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운치있는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1948년 심은 플라타너스가 연출하는 가로수 길은 청주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도로로도 유명하다. 한때 편도 2차선인 도로를 확장하려다 “도로를 넓힐 경우 가로수 터널이 없어지게 된다.”며 시민 한명 한명이 플라타너스 한그루씩을 껴않고 확장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차로 달리기에는 너무 짧고, 걷기에는 인도가 좁아 위험한 게 흠이다. 그래서 청주시에서는 청주의 명물인 이 길을 영구 보존하고, 가로수 길 사이로 시민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새로운 도로를 2008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 경기 양평 - 남한강 물안개길 팔당대교에서 양평대교까지 이어지는 6번 국도는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감상하기 좋다. 강가에 핀 빨간 단풍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수대교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두물머리는 최고의 물안개 명소.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400년 이상된 느티나무 등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CF 등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사진 동호인들의 인기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로 한자로 쓰면 ‘양수리’(兩水里)다. 가는 길에는 다산유적지와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양평 카페촌에서 잠시 쉬어갈 있으며, 인근에 유명산과 용문산이 있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된 남양주종합촬영소와 음악회와 건축전, 미술전, 퍼포먼스 등 문화행사가 연중 열리는 두물워크샵이 있다. 돌아오는 길은 양평대교를 건너 88번 지방도로를 타고 퇴촌을 지나 45번 국도를 타고 팔당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좋다. ■ 전북 정읍 - 내장산 오색단풍길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내장산 오색단풍길은 절정의 가을 단풍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다.‘춘백양, 추내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가을 단풍이 환상적이다. 호남고속도로 내장산IC에서 나와 내장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내장저수지에서 49번 지방도로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내장사 지구를 거쳐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길이 아름답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내장산의 단풍 내음이 상큼하다. 단풍을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차에서 내려 40∼50년 수령의 단풍나무가 500m의 화려한 단풍터널을 만드는 백양사 단풍길을 걸으면 좋다. 돌아오는 길에서 주운 단풍잎 하나 엽서에 붙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면 더할 나위 없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안도현의 <가을 엽서> -
  • [이사람] 구약 8년만에 우리말로 완역 최의원 박사

    [이사람] 구약 8년만에 우리말로 완역 최의원 박사

    “어렵게만 느껴지는 성경책이 한글의 아름다움과 만나 종교를 초월해 쉽게 읽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성경. 그러나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성경을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어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표현에, 고어들도 많아 각주를 읽지 않고는 해석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히브리어가 원어인 구약성경은 학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 지난 8년간 구약성경을 원어에서 쉬운 순우리말로 혼자 완역한 사람이 있다. 국내 최고의 성경학자이자 14개 국어에 능통한 히브리어학자인 최의원(82·한국개혁신학회 고문) 박사가 주인공이다. 천안대 신학대학원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 사무실에서 시작한 구약성경 완역작업이 마침내 ‘새즈믄 우리말 구약정경’(신앙과 지성)이라는 제목의 13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으로 탄생했다. 정경(正經)이란 교회가 이를 받아들여 성경으로 바꾸기 전 상태를 의미한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 최근 출판기념회를 가진 최 박사를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그의 수제자인 유동표 목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성남시 국군체육부대내 상무백석교회에서 만났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미국·유럽 등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자국어로 완역한 성경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원어를 영어나 일본어·중국어 등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 박사가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지난 1963년 대한성서공회의 성경 공동번역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97년까지 수차례 번역작업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공동작업을 하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정확한 번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순우리말로 된 정확한 완역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은퇴와 동시에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타국에서 혼자 시작한 번역 작업은 쉽지 않았다. 매일 4시간씩 번역을 하고 나머지 시간도 사색과 산책을 하며 다음날 번역을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다리에 마비증세가 와 걸어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책상’까지 만들어 번역을 계속했다. 이렇게 몇 년간 번역작업에 몰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변의 무관심과 부인의 병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왜 어렵게 혼자 완역하려고 하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고, 말없이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부인은 결국 치매증세를 보였다.“많이 힘들었지만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껏 외국에서도 한 사람이 완역한 성경이 나온 적은 없기 때문이지요.” ●한글 번역으로 참뜻 찾아 최 박사의 ‘새즈믄 우리말 구약정경’에는 종교학뿐 아니라 언어학적으로도 놀라운 성과들이 담겨 있다. 창세기 2장23절 아담의 갈비뼈로 탄생한 하와를 표현하면서 최 박사는 원전에 있는 ‘이분은 기특하다.’라는 구절을 찾아냈다. 또 창세기 3장16절 ‘너는 남편을 사모하나.’라는 구절도 원본을 살려 ‘너는 남편에게 눈독을 들이나.’로 번역했다. 남자와 여자는 갈등과 종속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위치라는 사실이 구약 곳곳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또 구약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십자가’의 표현도 찾아냈다. 에스겔서 9장4절의 원어 ‘타호’자는 X자를 의미하며, 이것이 곧 십자가를 뜻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 최 박사는 “히브리어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표현의 뜻을 숙고 끝에 해독했다.”면서 “종교적인 지식과 언어적 지식이 만난 결과”라고 말했다. 구약정경 목차 제목들을 알기 쉽게 변경한 것도 흥미롭다.‘민수기’는 ‘민족방랑사’로,‘신명기’는 ‘신율법서’로,‘열왕기’는 ‘이스라엘 왕조역사’로,‘역대기’는 ‘구약세계사’로 새 이름을 얻었다. 이와 함께 처음에 풀지 못했던 부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답을 얻었다. 시편 23편의 ‘푸른 초장’은 문학적 표현을 살려 ‘방초동산’으로 새로 해석했다. 창세기 2장4절 ‘창조’를 ‘개벽’으로 바꾼 것도 참된 민족관에 의해서다. 순수 우리말로 번역한 최 박사의 노력은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 박사는 “외래어에 익숙한 번역문학의 수준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젊은 세대가 한글을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히브리어 표현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원뜻에 충실하면서도 우리 문화에 맞게 ‘기름진 낙토’로 고쳤다.‘버터’는 ‘쇠젖기름’,‘치즈’는 ‘쇠젖묵’이라는 순우리말을 찾았다. ●“한글·성경이해 높이길” 최 박사는 “구약의 한글 완역을 통해 성경의 이해뿐 아니라 나라와 한글 사랑의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학자는 물론 국어학자와 청소년 등이 연구하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최 박사의 소망이다. 그는 “교회보다는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 책이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성경의 감동을 되살렸다고 믿는 만큼 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찾는 책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가톨릭교회와 일부 학자들로부터 표현에 대한 이의제기도 있어, 내년 초까지 이를 반영한 수정판을 펴낼 계획이다. 누구나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판형 크기를 줄이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학자들의 권유로 해설서를 별도로 제작, 새롭게 펼친 해석을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책 판매를 통한 이익금 전액은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신약성경 번역에 대한 계획도 있는지 묻자 그는 “헬라어로 써있는 신약 번역도 가능하지만 내가 스스로 하기보다는 신약학자의 몫으로 남겨둘 것”이라며 구약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 최 박사는 “교회에서는 하나님 말씀이 생명·진리라고 하면서 이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올바른 성경을 갖는 것은 이같은 노력의 시작이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깨닫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걸어온 길 ▲1924년 평안북도 의주 출생 ▲1952년 총회신학교 본과 제1회 졸업(신학사) ▲1956년 미국 풀러신학교 졸업(석사) ▲1960년 미국 드랍시대학교 졸업(박사) ▲60∼76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구약학) ▲64∼70년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아랍어과 학과장) ▲1963년 대한성서공회 ‘새번역성경’ 예장합동측 대표 ▲1967년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성경’ 예장합동측 대표 ▲76∼81년 생명의 말씀사 ‘표준성경’구약부 기초위원 ▲93∼97년 대한성서공회 개역성경 개정위원 ▲83∼97년 천안대 신학대학원 원장 ▲96∼현재 한국개혁신학회 고문 (저서) ▲구약 히브리어문법 ▲구약논문집 ▲역대기하서 본문비평(히브리어 대 시리아 역본)에 관한 연구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세계 종교사상사 1,2,3/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신성한 불을 밝히고 그 앞에서 제의를 올리는 사제의 몸짓뿐만 아니라 한적한 산 길 한쪽에 오롯이 앉아 있는 돌 더미에도 성스러움이 내재한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이 투영되는 순간, 돌멩이, 목상, 불이라는 단순한 대상물은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 변화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냥에서의 풍요를 기원하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서도, 인도의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철학체계에서도, 세계의 종말에 대한 환영 속에서 들뜬 선언을 하는 예언자들에게서도 성스러움에 대한 사색과 경험과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인 행위이다.‘세계종교사상사1,2,3’(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용주 등 옮김, 이학사 펴냄)은 이처럼 종교가 고도의 신학적 이론 속에 갇혀 있는 낡은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살아 쉼쉬는 유기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고대학 종교학 교수를 지낸 저자의 50년에 걸친 학문의 여정이 집대성된 대표작이다. 각권 2만 8000∼3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茶예술 茶문화축제

    茶예술 茶문화축제

    따스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는 계절, 맑은 샘물 떠다 설록 한잎 똑 떨어뜨려, 아니면 지난해 말려 뒀던 국화 꽃잎 한 가닥 살짝 띄워 은은한 향기를 맡고 싶다. 다향에 빠져 사색을 즐기는 호젓한 여유가 더욱 그립다. 깊어가는 가을, 제주도다도협회(회장 이군칠)와 국제차문화축제위원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4회 국제차문화축제를 연다. 중국·일본·타이완 등 3개국 다인들을 초청, 각국의 독특한 차문화 체험을 통해 서로간의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해 마련한 자리. 특히 이번 축제는 국제관광도시 제주를 세계에 소개,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일본 전통다례는 이바라키현 가시마시 다도연맹이, 타이완 전통다례는 타이완 남투현 죽산다회가, 중국 전통다례는 강서성 남창여자전문대학이 각각 맡아 선보인다. 국내에선 부산전통문화전래원, 오성다례원 아인 박종환선생, 종정다례원 이정애 선생, 통도사 성보박물관 범하스님 등이 각국 다도인 대표들과 함께 전통다례와 전통예절 공연을 펼친다. 축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귀한 손님에게 예를 갖춰 차와 다식을 대접하는 법을 재현(도내 15개, 도외 5개팀등 20개팀 참가)한다. 한국 다도문화 발전에 공헌한 추사선생을 추모하는 헌다례, 우리 전통혼례의 재현(성균관대학교 성래원), 다기, 도자기, 한지공예 전시회 등이 볼거리다. 국내에서 팔리는 먹는 샘물 가운데 차맛이 가장 잘 우러나는 것을 뽑아보는 ‘먹는 샘물 품평회’도 눈길을 끌 만하다. 제주다도협회 이정주 이사장은 “제주차문화축제는 감귤산업의 사양화에 따른 대체산업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 최대 녹차 생산지인 동북아 4개국을 차문화벨트(tea belt line)로 조성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축제가 한국의 차문화를 알리고 그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음과 몸이 한가로울 때/독서와 시 읊기에 지쳤을 때/마음이 어수선할 때/가곡을 들을 때/노래가 파하고 가락이 끝났을 때/문을 닫고 바깥일을 피할 때/북 치고 거문고를 타며 그림을 볼 때/깊은 밤 이야기를 나눌 때/밝은 창가 깨끗한 책상을 마주할 때/그윽한 방이나 아름다운 누각에 있을 때/앉아서 손님이 찾아왔을 때”(허차서의 ‘다소(茶疏)’) 지금이 바로 그때라면 푸른 섬 제주에서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 삼다도(三多島)를 넘어 삼다도(渗茶道) 제주에서 차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싶다. 문의 제주도다도협회 064-711-3777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차가운 돌·철재에 생명을 입힌다

    차가운 돌·철재에 생명을 입힌다

    높아지는 가을 하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각전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국내 원로 조각가와 신인 작가는 물론 해외 조각가까지 가세해 저마다 감각적인 작품으로 조형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 홍익대 미술대 김영원 교수의 조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골똘이 생각케 한다. 인체의 앞면과 상반신은 평면인데, 뒷면과 하반신은 입체다. 한 작품 안에서 평면과 입체가 교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슨 의미일까’하는 상상력이 꿈틀댄다. 특히 인간의 눈, 코 등이 없는 무표정의 얼굴에서 관람객들은 수많은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인체가 갖는 공간성과 시간성을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작가는 오히려 조각에 역동성과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한줄로 나란히 선 84개의 인간 군상을 조각한 작품 ‘바라보기’는 인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서로 마주보는 한 인간이 둘로 쪼개져 한없이 작아져가는 변화의 모습을 표현했다.“때에 따라 한없이 존재감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인간은 야망과 욕심을 모두 내려 놓으면 자유롭게 됩니다.” 인체의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 결국 어느 것이 진짜 그림자인지, 인체인지를 고민케 하는 작품 ‘그림자의 그림자’는 그림자마저 둘로 나눌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가져다 준다.“그림자에는 실체가 없지요. 삶도 그림자가 없지요. 결국 그림자란 삶입니다.” 30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7650. ●이경재와 신일수의 ‘사랑’이경재의 작품은 돌에서 깎아내리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볼륨보다는 선을 많이 이용해 좀처럼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교 없이 절제된 표현이건만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노란빛이 감도는 사암으로 만든 ‘행복한 외출’처럼 그가 돌조각에 담고자 한 것은 모성애, 인자함, 포용, 향수, 다정함 같은 한국적인 감성이다.20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 장애를 딛고 예술의 세계에 뛰어든 신인작가 신일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화랑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두손을 포개어 무릎꿇고 앉아 있는 여인상 ‘기다림’에는 애틋하게 그를 뒷바라지해 온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진다.18일까지 청작화랑(02)549-3112. ●나이젤 홀의 ‘자연’영국 조각가 홀의 조각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이다. 광택을 입힌 나무나 철재로 작업을 하는 그는 항상 공간과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둔다. 재료가 지니는 중량감, 기하학적인 선들간의 조화를 이뤄내는 그의 작품에는 빛과 어두움, 채워짐과 비워짐이 묘한 조율을 이뤄낸다. 이번 전시회에는 조각품외에 드로잉 작품도 선보인다.18일까지 박여숙화랑(02)549-757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젊은이들의 해방구’쯤으로 여겨져온 홍대 앞 거리가 올 가을엔 책물결로 넘쳐날 것 같다. 인디밴드와 라이브카페로 상징되는 이곳에서 모처럼 의미 있는 책 축제가 열리는 것.30일부터 10월3일까지 홍대 주변 거리 곳곳에서 제1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www.seoulbookfestival.com)이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진행된다. 책 관련 행사라고 해야 각종 도서전 정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는 꽤 흥미를 줄 듯싶다.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그동안 젊은이들의 소비문화에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 일대 출판인들이 의기투합해 눈에 띄는 행사들을 다채롭게 마련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파주 출판단지와 다른 지역의 출판사들도 힘을 보탰다. 문학과 지성사, 열림원, 창비, 해냄출판사, 실천문학, 돌베개, 위즈덤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김영사, 이가서, 길벗어린이, 생각의나무, 사계절출판사, 파랑새어린이, 새물결, 문학세계사, 현암사 등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행사는 크게 ‘거리로 나온 책’,‘함께 읽는 책’,‘우리가 쓰는 책’ 등 3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영하의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작품중 ‘이사’라는 단편이 연극무대에 올려지며, 작가 이외수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공연을 벌인다. 백창우와 함께하는 시·노래 콘서트도 열린다. 최근 신간 ‘외출’을 출간한 김형경과 소설 ‘유림’을 낸 최인호,‘칼의 노래’의 김훈, 신작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윤대녕 등 유명작가들이 독자와의 대화 자리를 갖는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는 강연을 준비 중이다. 기존 홍대 지역의 프리마켓과 연계해 책 벼룩시장, 책 교환장터도 선다. 또 책 보물찾기, 보드 북카페, 돌발 퀴즈,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책 만드는 버스 등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색적인 책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주최측은 행사기간 중 누구나 와서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도록,5000여권의 책과 간단한 음료를 비치한 야외 휴식 공간 ‘책 놀이터’를 조성, 독자와의 거리를 좁힐 계획이다.(02)323-4505.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30일부터 10월9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05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가보자. 주니어김영사, 파랑새 등 유명 어린이 출판사들이 책마을 집들이행사를 통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놀라운 팝업북의 세계’(주니어김영사),‘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청솔),‘작가와 함께하는 만들기’(돌베개어린이),‘만화작가 사인회’(파랑새) 등이 준비된다. 이밖에 출판도시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림책들을 선보이는 ‘그림책의 새벽’전,‘아랍의 어린이책’전, 그림책 역사를 통해서 보는 ‘신데렐라 캐릭터 변천사’전 등 어린이책 테마 전시회가 열린다.(031)955-0065.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금천한내 주민시설 ‘새단장’

    서울 금천구(구청장 한인수)는 23일 시흥역∼기아대교 1.8km 구간의 ‘금천한내 주민휴식공간 조성공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22억원을 투입해 천변에 폭 5m 자전거도로와 조깅로를 조성하고, 발지압장 2곳과 농구장·게이트볼장 2곳씩을 만들었다. 구는 올해말까지 총 40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마련해 시흥역에서 광명대교 4㎞구간에 인라인스케이트 전용장과 X게임장을 설치할 예정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오솔길을 조성할 방침이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발언대] 친환경 디자인으로 농촌 르네상스를/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근대사상을 싹틔운 르네상스의 본래 뜻은 ‘복원’이다. 이 말속에는 잃어버린 옛 문화를 오늘에 되살린다는 속뜻이 숨어 있다. 전통문화의 복원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을 재발견하게 된 사건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때맞춰 농촌사랑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도시생활로 인해 빈사상태에 있는 자연과 인간 기능을 다시 복원해보자는 뜻에서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과거에 농촌은 도시의 가치를 지향하며, 생활환경을 개선해왔지만, 그 환경이 산업사회의 먹이사슬 속에 농촌을 감금해 버렸다. 그리하여 도시는 자연과 인간의 기능을 거칠게 다룸으로써 성장해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로 들어와서 도시그룹은 농촌그룹에 대해 각양각색의 처방상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농촌은 스스로 처방약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처방약인가. 바로 농촌 디자인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친환경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2005울진 세계친환경 농업엑스포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농업문화 전시와 함께 공연, 체험, 학술, 테마 상품개발 등 각종 행사가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유사 이래 ‘친환경 디자인’이 도시의 확대와 농촌의 회복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앞으로 친환경 디자인은 농촌의 희망이자 얼굴이다. 농촌의 생명자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업인 스스로 희소성의 가치를 살린 농촌의 매력에 대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과 식물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친환경 디자인의 설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설계가 끝나는 날 목청껏 외쳐보자.“우리농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더할 수 없이 위대한 낙원이다. 이곳은 한국의 농업인들의 위대한 지혜와 창의력, 강인한 의지가 만든 놀라운 곳이다. 이곳은 열정과 감성, 오감의 연결 장이다.”라고. 그리하여 도시민들이 세상의 시끄러운 풍파에서 벗어나, 맑고 밝은 꿈이 피어나는 고요와 사색의 농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 열고 기다리자. 그리고 그들을 위해 자연의 짝꿍들이 모인 농촌을 ‘자원의 곳간’으로 활용해보자. 농촌은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의 생존을 위한 담보물이다. 또한 농촌은 농업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공적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 디자인은 바로 농촌르네상스의 구축작업이다. 당장 농어촌에 버려진 갯벌, 버려진 황토 땅, 버려진 섬들, 버려진 원두막들을 모두 상품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보자.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신화학1:날 것과 익힌 것/레비-스트로스 지음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기념비적 저서로 꼽히는 ‘신화학’(한길사 펴냄) 제1권(날 것과 익힌 것)이 번역돼 나왔다. 앞으로 ‘꿀에서 재로’(2권),‘식사예절의 기원’(3권),‘벌거벗은 인간’(4권) 등 나머지 책들이 매년 한 권씩 출판될 예정. 레비-스트로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친족과 신화에 대한 방대한 분석을 통해 구조인류학을 탄생시킨 인류학자다.‘신화학’ 시리즈는 레비-스트로스 사상의 본령에 해당하는 저작으로,1950년에 신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자료수집과 사색을 거쳐 20년 만인 1970년에 집필을 끝낸 대작이다. 남아메리카 저지대에서 북아메리카 북서해안까지 813개에 달하는 남북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를 소개하고 구조적인 분석을 가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시리즈는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수많은 외래어와 토착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고전 프랑스어까지 섞여 있어 번역가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다. 역자는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임봉길 교수로, 프랑스 유학 중이던 1976년 처음 이 책을 접하고 30여 년 가까이 번역의 꿈을 키워오던 중 결실을 보게 됐다.3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여름엔 자녀들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지치는 등 더위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아이의 몸을 만드는 우리 음식 이야기‘를 주제로 해 한의사 김종덕씨와 함께 우리 음식의 재료가 되는 곡물, 채소, 과일과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보양식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열린 ‘2005 아인슈타인 특별전’에서는 놀이, 공연, 게임 등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던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이론과 누구나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아인슈타인 추모 및 기념이벤트로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는 2006년 2월까지 계속된다. ●변호사들(MBC 오후 9시55분) 송현에 온 이령은 주희에게 전화해 서재에서 자료를 찾아 팩스로 보내달라고 한다. 팩스로 자료를 보내던 주희는 이령의 책상 위에서 서류봉투를 발견, 그 내용을 읽게 된다. 부모님 사고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주희는 자기를 위해 혼자 애쓰는 정호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남녀 1만 7000명이 이런 장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사랑을 확인하려고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할 때, 친구들과 여행 가서 자는 사람 얼굴에 낙서했을 때, 군대 간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술을 얻어 먹었을 때 등 다양한 의견이 모아졌다.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서울 상계동 뇌성마비복지회관.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이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가야금연주자 이동희의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가야금을 통해 사람들과 가슴 따뜻한 공감을 나누는 등 음악 연주자로서 음악을 매개로 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를 만난다. ●위험한 사랑(KBS2 오전 9시) 정현은 한강변에 가 사색에 잠겨 있다가 문제의 열쇠고리를 강에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뷰티숍에 가서 반갑게 수완을 만난다. 강제는 자신의 서재에서 수완과 헤어질 때 미처 주지 못한 편지를 꺼내본 뒤 봉투에 다시 집어넣어 책꽂이 사이에 살짝 끼워 놓는다. 세진이 볼 수 있도록….
  • [논술이 술술] 게으름에 대한 찬양/글쓴이 : 버트런드 러셀

    ‘시간은 돈’임을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제목은 무척 도발적이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전면으로 맞서는 불온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도발과 불온함은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 가치를 되짚어보면서,‘독단에 언제든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가짐과 모든 다양한 관점들에 공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맛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현대 수학의 중요한 경향 중의 하나인 논리주의의 구상을 체계화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며, 현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동시에 노벨문학상(1950년)을 수상한 문학가이기도 하며, 평생 반전·평화운동을 일관되게 펼친 사회사상가이자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몇 차례의 투옥을 감수하면서 교육과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참여해 왔다. 특히 1955년에 아인슈타인과 함께 발표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은 핵전쟁의 위험을 감시하고 경고하며,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모색하는 ‘퍼그워시회의’가 창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한 러셀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철학적 수필집이다.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적 독단에 반대하는 그의 정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있고, 문화에 대한 비판적 단상을 서술하고 있는 글도 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현대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글들이다. 그는 이 글들을 통해 실용적 지식과 가치만을 강조하며, 인간을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현대 문명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선한 본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온다. 하루 네 시간 정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은 스스로 알아서 적절한 곳에 사용할 때 문명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 기술 문명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지만,‘근로가 미덕’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과잉 생산을 거듭하며,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게으름에 대해 느끼는 원초적인 가책을 용감하게 떨쳐버려야 사회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용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색하면서 ‘무용한’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무용한’ 지식이야말로 인생을 진지하게 만들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람은 게으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창조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으므로,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게으를 권리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셀의 이러한 지적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눈부신 생산력의 발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노동의 종말’이라고 할 만큼의 심각한 실업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과로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도록 노동 강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러셀의 말처럼 과연 우리는 제 정신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집단적 광기에 휩쓸려 파멸을 향해 경쟁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우리의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도록 이끌고 있다는 데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모모(미카엘 엔데), 느림(밀란 쿤데라), 월든(소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상소), 무소유(법정) -기출논제:연세대 2003학년도 자연계 정시 논술,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2학기 논술 ■ 생각해보기-실용적 지식만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가 지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인문학이 지니는 의의와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기술의 발달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써보자. -기술 발달의 혜택이 사회에 골고루 분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보리밭’ 작사 박화목 시인 별세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로 시작하는 국민 가곡 ‘보리밭’과 동요 ‘과수원길’을 작사한 아동문학가이자 원로시인 박화목씨가 9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83세. 1922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 신학교와 만주 봉천 동북신학교, 한신대 선교신학대학원을 나왔다.1941년 어린이 잡지 ‘아이생활’에 동시 ‘피라미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이후 기독교 신앙에서 나온 구원과 동심을 주제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서정성 짙은 시와 동시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구원의 정신을 바탕으로 동심의 세계를 따뜻하게 묘사해 온 고인은 근래 들어 현실의식과 과학, 운명, 인생의 사색과 그 의미 등의 탐구에도 힘썼다. 기독교방송 교양부장과 편성국장, 한국일보 문화부장, 한국방송회관 상무이사 등 언론계에서도 활동했다. 또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아동문학회 회장, 크리스천문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열린문학회장 등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한국아동문학협회 상임고문을 지냈다. 시집 ‘초롱불’‘시인(詩人)과 산양(山羊)’‘그대 내마음의 창가에 서서’‘주(主)의 곁에서’‘꽃 이파리가 된 나비’‘천사(天使)와의 씨름’‘이 사람을 보라’‘순례자의 기도’ 등 16권과 수필집으로 ‘보리밭’과 ‘그 추억의 길목에서’ 등 5권이 있다. 기독교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한국전쟁 문학상, 옥관문화훈장, 황희문화예술상, 한국아동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숙희씨와 아들 성혁(목사)씨 등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14호. 발인은 12일 오전 9시.(02)392-3499.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7) 노벨상의 산실 교토대

    [일본을 다시본다] (7) 노벨상의 산실 교토대

    |교토 특별취재팀|2003년 10월 스웨덴 한림원이 각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일본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냈고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년 연속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록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잃어버린 10년’의 경기 침체가 노벨상 수상을 가로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3년 동안 입증된 다음이었다. 지금까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2명. 문학상과 평화상을 받은 3명을 제외한 자연과학계열 수상자 9명을 배출한 일본 학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연과학계열 9명의 수상자 가운데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 교수를 비롯,5명을 배출한 교토대를 찾았다. ●방치에 가까운 연구풍토… 사회공헌 의식도 한몫 일본 최고 명문대 교토대와 도쿄대는 곧잘 비교되지만 규모 면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5월 현재 교토대의 학생 수는 학부와 석·박사 과정 통틀어 2만 2103명이지만, 도쿄대는 2만 8350명이다. 석·박사 과정만 놓고 보면 교토대 학생 수는 8828명으로 1만 2676명인 도쿄대보다 3326명이 적다. 졸업생 숫자로 보면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자연과학계열 노벨상 수상자에 관한 한 교토대는 도쿄대를 5대 2로 한참 앞질러 가고 있다. “수도인 도쿄에서 떨어져 있어 국가 분위기와 상관없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다는 점과, 자유를 중시하는 학풍이 노벨상의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는 것이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사사키 미사오(우주물리학) 교수의 말이다. 오이케 가즈오 교토대 총장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이케 총장은 “자유로운 학풍과 산책하기 좋은 지형, 학문의 사회적 공헌을 중시하는 전통”을 ‘노벨상의 비결’로 꼽았다. 박사과정(우주물리학)의 히키다 와타루는 “어찌 보면 방치라는 느낌이 들 만큼 학생 개인의 자유에 맡겨두지만 책임은 철저하게 묻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지도교수가 논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자유와 학문의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이같은 정신은 유카와 교수의 일본인 최초 노벨상 수상을 기념,1952년 교토대에 설립된 기초물리학연구소(유카와연구소)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초대 연구소장을 지낸 유카와 교수는 연구자들이 경제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본 물리학의 중심, 유카와연구소 유카와연구소의 특징은 교토대 외부의 연구자들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현재 연구소의 박사후과정(PostDoc) 23명의 과반수가 교토대 졸업생이 아니며 그 중 6명은 외국대학 출신 이방인이다.3∼4개월가량 머무는 방문연구원은 현재 16명으로 그 중 2명만이 일본 학자들이다. 이렇게 일본 각지와 외국에서 모인 물리학자들은 분야별로 우주, 소립자, 물성(物性), 원자핵 등 4개로 나뉘어 연구한다. 연구소측은 서로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같은 연구실에 배정, 분야간 교류가 쉽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 한 연구실 배정 교류 유도 오사카대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후과정으로 유카와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다카하시 도루는 “서로 다른 전공의 학자 4명과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서 “유카와연구소는 교토대 내에서도 특별한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유카와연구소에는 일본의 물리학자들이 수시로 모여든다. 물리학계의 사랑방인 셈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인근 나고야대와 오사카대 등에서 온 학자들이 연구소에서 동료 학자들과 전공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 오사카대 박사후과정(우주물리학)에 있는 사고 노리치카는 “세미나와 같은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전국에서 관련 분야 학자들이 찾아와 1주일씩 머물며 논의하다 가기도 한다.”며 연구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손꼽히는 물리학자 2명도 외부에서 유카와연구소를 찾아왔던 학자들이다. 교토산업대 이학부 마스카와 도시에 교수와 쓰쿠바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 고바야시 마코토 교수는 1960년대 유카와연구소에서 만나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두 학자는 이어 73년 2월 연구소에서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이라는 소립자물리학 이론을 학계에 발표했고 노벨상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노벨상 발표일에도 두 사람의 연구실과 집 앞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국비지원 중단… ‘기초학문 중시´ 풍토 흔들 하지만 현재 교토대와 유카와연구소는 법인화 후폭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선언하고 국비지원을 중단하자 학문의 사회 공헌을 강조하며 기초학문을 중시하는 전통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이케 총장은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교수는 ‘대학마저 기초학문을 등한시하면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런 교토대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든 경제적 지원을 하려고 한다.”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사키 교수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하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은 존재할 수 없었다.”며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surono@seoul.co.kr ■ 오이케 총장이 말하는 ‘유연한 학풍’ |교토 특별취재팀| “자네 아직도 교토대에 있나? 그러니까 노벨상을 못 받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연구는 찾아다니면서 해야지.” 허연 수염에 백발이 인상적인 오이케 가즈오 교토대 총장. 올해 예순다섯인 그는 교토대가 노벨상의 산실이 된 비결을 묻자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대학 친구이자 현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59년 교토대에 입학한 오이케 총장과 도네가와 교수는 1학년 때 같은 학부 같은 반이었다. “(1학년을 마친 뒤) 저는 지구물리학으로 전공을 결정했고 그 사람은 화학과로 갔습니다. 그런데 화학과로 간 사람이 생물학 연구에 푹 빠져 4학년이 됐는데도 졸업 논문도 안 쓰고 이학부에 가서 바이러스 연구를 했지 뭡니까. 논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었지만 학교에서는 그의 학구열을 높이 평가해 졸업을 시켜줬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그 친구가 미국과 스위스로 가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건 교토대의 자유롭고 유연한 학풍 덕분이기도 했지요.”지난해 벳푸에서 열린 동창회에서 만난 도네가와 교수는 그에게 “자넨 교토대에만 있으니까 노벨상을 못 받는 거야.”라며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오이케 총장은 교토대 출신으로 지난 8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후쿠이 겐이치 교수가 밝힌 ‘노벨상을 받게 해준 두가지 습관’도 소개했다. 후쿠이 교수가 소개한 습관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나 산책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메모하라.’는 것과 ‘사색하기 좋은, 경사가 약간 있는 곳을 걸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오이케 총장은 후쿠이 교수가 걸었다는 ‘철학의 길’이란 이름의 교토대 산책로를 언급하면서 “교토가 지형적으로 동쪽이 조금 높아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노벨상 수상에 기여했다.”며 지구물리학자다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72년 교토대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교수와 부총장 등을 거쳐 2년 전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초학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노벨상 수상은 사람들에게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토대가 올해부터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상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기초학문에 대한 중·고교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는 9월부터 실시할 계획인 ‘주니어캠퍼스프로그램’은 일요일마다 교토대 교수들이 중학생들에게 기초학문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오사카대와 도쿄공대 등 5개 대학과 함께 공동으로 올해 내에 시작할 계획인 ‘오픈코스웨어(OCW·강의정보공개)’는 고등학생 대상 웹사이트 무료 공개강의다. 이 역시 기초학문 중심이다. 오이케 총장은 “노벨상의 비결이라고 한다면 자유와 여유를 강조하는 교토대의 연구 풍토와 사회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학풍이 아닐까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surono@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 [논술이 술술] 장자/글쓴이: 장자

    ‘철학’과 ‘사상’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는 직접 관련 없이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이다. 중국의 고전 사상이라면 더 그렇다. 뭔가 모르게 엄숙한 교훈들로 가득차 있거나,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들과 심오한 내용들로 되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후대의 인물들이 덧붙여 놓은 온갖 해석과 주석들을 제외하고 순전히 원래의 내용만을 살펴보면 ‘논어’나 ‘맹자’,‘장자’와 같은 책들은 결코 읽기 어렵지 않다. 공자나 맹자, 장자와 같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은 어떤 개념들의 논리적 전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 삶 속에서 나타난 예화들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애당초 철학과 사상이 인간의 삶과 독립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의 현실과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갈 것인가 하는 실천적인 고민들의 산물임을 알려 준다. 또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한 ‘설득의 사상’의 성격이 유독 강하다. 특히 ‘장자’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서 장자는 ‘포정’과 같은 백정이나 매미 잡는 사람, 호랑이 사육사, 활 잘 쏘는 사람 등을 등장시키며 그들이 삶에서 얻은 지혜들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곤(鯤)과 붕(鵬)이나 혼돈(混沌)과 같은 허황된 이야기들을 예로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장자는 당대의 인간들을 지배했던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상식의 세계와 세속적인 가치에 맞서서 또 다른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비판은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근본적으로 초월하는 광대함과 통쾌함을 지니며, 그것들에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의 무한한 자유를 지향한다. 오늘날 사회의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조직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인간들은 더욱 무력해지고, 그들이 삶에서 지닐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의 폭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통일된 삶의 방식과 규범,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어느덧 인간들은 무의식과 욕구마저도 사회의 통제를 받는 자동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자본과 과학기술의 융합과 부추킴에 의해 생기는 여러 가지 환상과 욕망들에 얽매여 그것을 따라가기에만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간 인식의 유한함과 만물의 평등성,‘쓸모없음의 쓸모’를 강조한 장자의 사상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입 논술고사의 제시문으로도 가장 많이 출제되고 있는 책이 ‘장자’이기도 하다. ‘장자’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을 근원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지혜를 회복시킨다. 장자의 사상은 우리 자신의 상식과 가치를 근원적으로 뒤집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번역자인 안동림씨의 말처럼 “상식의 척도에서 보면 그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기 때문에 위대한 사상가일지도 모른다.‘장자’ 가운데는 ‘논어’나 ‘맹자’에 보이는 경건 독실한 인생의 지혜도 착실한 이상주의의 설교도 찾아보기 어렵다.‘논어’나 ‘맹자’가 그대로 도덕 교과서라면 ‘장자’는 그렇지 않다는 데 그 특유의 가치가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도덕, 국사, 윤리와 사상, 전통윤리 -함께 읽어 볼 책:맹자(맹자), 논어(공자),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외), 동양철학은 물질문명의 대안인가(〃) -기출논제:서강대 2001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 서울교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고려대 2005학년도 정시 논술, 경희대 2000학년도 모의논술, 서강대 2000학년도모의논술, 서강대 2003학년도모의논술. ■생각해보기-장자가 말한 ‘제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자가 말한 ‘지인’은 어떠한 존재인가. -‘사람들은 모두 쓸모있는 것의 쓸모(유용지용)는 알아도 쓸모 없는 것의 쓸모(무용지용)를 모른다.’는 장자의 말이 오늘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장자가 말한 ‘다스리지 않음의 다스림’은 어떤 뜻인가. -장자가 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른 통치’와 ‘신자유주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 [서울이야기] 공중화장실

    [서울이야기] 공중화장실

    ●‘해우소’에서 편안한 화장실로 변모 예전 사람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자연친화적인 ‘해우소(전통 화장실)’를 생리적 현상을 충족시키는 공간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한 멀고 후미진 곳에 화장실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제는 도시화 등으로 인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도 화장실을 가까운 거실 공간에 위치시켜서 세면장·샤워장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깨끗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깨끗한 가정의 화장실은 누구나 하루에 한번 이상 들어가 몸을 씻고, 사색하거나 휴식하고, 건강도 체크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백화점, 음식점, 위생업소 등도 시민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나아가 화장실에서 음악까지 들을 수 있도록 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공원, 놀이터, 가로변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에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의 공중화장실(public toilet)도 놀랍게 개선되고 있다. ●‘확 달라진’ 서울의 공중화장실 “서울 화장실, 확 달라졌다.”는 말은 서울 시민들은 물론 서울을 다시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화장실 문화가 크게 향상된 것은 2002년 월드컵이 계기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수준의 향상과 함께 화장실에 대한 시민의 의식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불결한 화장실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반응이 커진 반면, 깨끗한 화장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 공중화장실은 고정식으로 502곳이 설치돼 있는데, 대부분 청소관리인에 의해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울 화장실이 확 달라졌다는 말을 듣기까지에는 이들의 노력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우수화장실을 선정, 황동판 주물에 무궁화 표시를 해 구분하고 있다. 대상은 무궁화 5개, 금상은 4개, 은상은 3개, 동상은 2개로 표시해 이를 화장실 입구에 부착하고 있다. 2004년도 서울시 우수화장실 선정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역 화장실은 시설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이용객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결상태 등 관리 상태가 우수하다. 또한 어린이 전용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개방화장실(공공기관 및 개인 소유 빌딩에 설치돼 시민에게 개방하는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부족한 지역에 주로 마련됐는데, 월드컵대회기간 이후 서울지역에 총 1만 300곳이 개방되고 있다. 많은 개방화장실은 화장지나 비누 등 지원이 미미한 데도 건물주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개방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은 최근 이용 시민이 급증하고 있는 하천공원이다. 현재 한강둔치에 설치된 화장실은 146곳으로, 이 가운데 수세식이 72곳, 수거식이 74곳이다. 과거 이동·수거식 화장실은 여름철에는 온도가 약 40도에 달했으며 냄새 때문에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용변 후에 손을 씻을 수 없는 구조였으나,2005년 말까지 현대식 건물에 양변기를 갖춘 수세식 화장실로 전부 교체될 예정이다. 특히 차량형, 건물 고정형, 부상식형, 팔각정형으로 설치돼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외국의 공중화장실 변화 추세 싱가포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계기로 공중위생을 강화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에 호텔처럼 등급을 매기는 ‘행복한 화장실 건강한 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화장실협회 등에서 마련한 등급제도에 따라 구조와 분위기, 청결도, 어린이용 소변기 유무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일본은 1985년경 일본화장실협회를 발족시키고, 공중화장실과 업소화장실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복지형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애인과 고령자(노인)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도록 조례를 제정하였다. 또한 쿠라요시시(市)의 경우에는 화장실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화장실만을 순회하는 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 대도시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공중화장실이 크게 개선되었다. 최근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하여 공중화장실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하고 있다. 앉으면 가슴 윗부분이 보이는 개방형의 좌변기와 소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던 과거의 낙후된 모습에서 크게 탈피하고 있다. ●화장실 문화를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 공중화장실 문화를 향상시키는 데에는 시민들의 의식 개혁과 참여가 중요하다. 이러한 참여와 의식 개혁의 중심에 ‘화장실문화시민연대’와 ‘문화시민운동협의회’가 있다. 이들은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서울시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화장지 비치 운동, 화장실 119봉사대 운동 등 서울시내 공중화장실을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 제안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슬로건은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에 부착되어 공중화장실이 시민에게 다가가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중화장실을 생활속의 소중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한 고급스러운 자재를 사용하고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설치 공중화장실은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첫 걸음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눈에 잘 띄는 장소, 즉 지역의 중앙이나 가로변에 설치하고, 독특한 외관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시민들이 항상 편리하고 청결하게 이용하도록 한다. 또한 신축 화장실의 경우 가능한 고급스러운 시설로 설치한다. 화장실은 몇 년 사용하면 노후화되는 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많은 시민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급자재를 사용하여 시민에게 다가가도록 한다. 기존 공중화장실이 시설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지만, 가능한 한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여 깨끗한 화장실로 유지한다. 이들 시설을 고급으로 건설할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유지관리를 청결히 하여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데 불편해 하거나 불쾌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청소관리인은 일상 점검표에 의해 점검을 실시하고, 바닥청소나 변기류 청소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 ●소수 및 약자 배려하는 화장실 노인, 유아, 장애우를 위한 선진 복지형 화장실을 도입하여야 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우와 유아를 동반한 부녀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를 고려한 어린이용 변기나 소변기 설치가 필요하고, 유아침대를 남자화장실에도 설치하여야 한다. 공원이나 극장 등의 공중화장실 앞에서 여성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기다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여성화장실 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중화장실의 남녀 변기 수는 남자용이 여자용보다 1.8배 많다. 또한 화장실을 1회 사용하는 데 걸리는 평균시간은 여성이 2.5∼3분, 남성이 1.5분으로 분석됐다. 여성화장실은 여성의 생리현상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남자화장실 수에 비해 대략 4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4년 10월에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공중화장실의 설치기준)에는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의 합 이상이 되게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었다. 과거 30년 동안 설치기준을 규정해 온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의 남자용변기 8개(대변기 3개, 소변기 5개), 여성용은 대변기 5개라는 기준이 폐지된 것이다.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제도적으로나마 여성화장실을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신설 공중화장실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기존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여성화장실과 남성화장실의 비율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대책과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요청되고 있다. ●공중화장실의 에티켓 일반적으로 공중화장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장실 내 쓰레기통이 휴지로 넘쳐서 불결한 느낌을 준다. 둘째, 세면대 주위와 바닥에 물기가 많아 지저분한 인상을 준다. 셋째, 화장실 청소도구가 화장실 내에 지저분하게 놓여 있거나 화장실 1개 실에 넣어두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공중화장실에 휴지나 비누가 없는 점이 시민들이 지적하는 불편사항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들 용품이 상시 구비되어 있어 이에 대한 지적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시민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장실을 사용 전의 상태처럼 깨끗하게 사용한다. 둘째, 사용한 화장지는 휴지통이나 변기에 넣는다. 화장실이 불결하고 냄새가 나는 원인 중의 하나인 화장지를 뚜껑이 있는 휴지통이나 변기에 넣어 깨끗이 없앤다. 셋째, 화장실 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왜냐하면, 비흡연자가 담배연기를 맡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넷째, 소변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볼일을 본다. 소변을 볼 경우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서 소변을 보면 바닥을 더럽히지도 않고, 냄새도 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화장실 한줄 서기 운동에 동참한다. 화장실 밖에서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공평하기 때문이다. 조용모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 ‘신세대 대표작가’ 배수아·김경욱 신작 발표

    1990년대 등단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군’의 대표 주자 배수아(40)·김경욱(34)이 나란히 신작을 냈다.93년 같은해 문단에 나온 두사람은 독특한 주제의식과 개성적인 글쓰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들. 독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중인 배수아는 전통적 서사구조를 벗어난 탈장르적 장편소설 ‘당나귀들’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김경욱은 인터넷·영화·TV 등 대중문화적 요소에 천착해온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는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발표했다. ■ 배수아 ‘당나귀들’ 지난해 펴낸 ‘에세이스트의 책상’‘독학자’에서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선 ‘낯설고, 불편한’ 글쓰기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도 일관된 줄거리없이 작중 작가인 ‘나’의 사색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독특한 구조를 고집한다. 제목 ‘당나귀들’을 “굶주리고 소심하게 살다가 천박한 권리를 얻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작가는 “그 말에는 나를 포함해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이성의 시대’인 르네상스에서 유럽의 ‘계몽시대’를 거치지 못하고 곧장 ‘천박의 시대’에 들어선 사람들에 대한 신랄함이 담겨 있다. 책은 ‘존 쿳시의 (동물의 생)으로 시작되는 리스트’(1장)‘무거움의 기법을 연주함-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함께, 혹은 그 책의 독후감’(7장) 등 예사롭지 않은 제목을 단 8개의 독립된 장으로 구성돼 있다.1장에서 작가인 ‘나’는 주인공의 강연과 질의응답만으로 구성된 존 쿳시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며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독일에 체류하며 제3세계 언어로 문학을 하는 작가의 고민은 2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색된다.‘부코우스키와 알테 뮤직, 쿠프랭과 프랑스령 콩고, 그리고 콘래드가 놓인 저녁식탁의 쇼팽과 잠들기 전 여유가 있다면 슈바이처의 ‘를 마저 읽을 것’이라는 긴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모국과 모국어의 문제, 작가 스스로 ‘나의 최대의 연인’이라고 부른 음악에 관한 생각들을 적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 친구의 내면적 독백을 다룬 ‘야니네의 교회’, 채식주의자에 관한 기록인 ‘내 출처는 어디인가’, 우울증에 걸린 화자의 시선으로 옛사랑을 회고하는 ‘내 어깨위의 검은 개’ 등은 문학, 음악, 언어, 사랑에 관한 작가의 지적인 분석과 사색, 관념의 밀도를 엿보게 한다.9700원. ■ 김경욱 ‘장국영이 죽었다고?’ 2003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자살한 홍콩 스타 장국영. 그는 1970년대생 영상세대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문화아이콘이다.71년에 태어난 작가는 “영화 ‘아비정전’ 등에서 소외와 침묵을 보여준 장국영은 우리 세대와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어떤 의미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 세대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을 매개로 풀어낸 단편이다. 신용불량자이며 이혼남인 남자는 인터넷 채팅에서 한 이혼녀를 만난다. 두 남녀는 같은 날 장국영의 영화를 봤고, 같은 날 결혼을 했고, 같은 장소로 신혼여행을 갔다. 현실에서 극도로 타인과의 접촉을 경계하는 남자는 인터넷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아비정전’의 대사를 주고받으며 은밀한 소통을 즐긴다. 하지만 이 소통은 현실에 나오는 순간 맥없이 길을 잃는다.“싸이월드와 채팅은 소통 단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소통의 환상을 유포하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소설 결말 부분 장국영 추모 플래시몹에 참여한 사람들간의 소통 부재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소통에의 절박한 소망은 ‘당신의 수상한 근황’에도 담겨 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거꾸로 매달린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계속 통화를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양’에서도 주인공은 운전연수를 가르치는 남자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부담스러워한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타인의 취향’등 총 9편이 실려 있다.“세상은 끊임없이 읽고 풀어내야 하는 거대한 텍스트이고, 대중문화는 이를 해석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작가의 문학적 근원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최흥미 개인전 6월 12일까지 송파구 풍납동 아산갤러리 . 파리에서 활동중인 작가의 ‘생명의 리듬’시리즈 작품들로 꾸며진 전시회. 꽃, 풍경, 동물, 인간 등을 소재로 생명의 상징인 붉은색과 대비되는 검정색을 주로 사용해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준다. 먹물과 동양화물감, 소금으로 작업하는 그의 작품을 보면 마치 활화산이 분출하는 듯한 느낌으로 강한 생명력을 전달한다.(02)3010-6869 ■ 한애규 개인전 13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 테라코타 작업으로 여성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온 작가의 신작전. 자연스럽고 친근한 재료인 흙으로 원만하고 부드러운 형상의 생명체들을 표현, 지친 현대인들이 기대고 싶고 휴식하고 싶은 포용력을 가진 대자연으로 형상화한다. 인간존재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사색을 만나볼 수 있다. ■ TEN by EIGHT(10X8) 4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북스갤러리.(02)737-3283 A4용지의 작은 크기의 그림과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셉 레이. 첸 리 등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하는 외국 미술인들이 한국 미술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재밌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점점발전소 Power Station 오는 7월10일까지. 동숭동 마로니에미술관 (02)7604-724 마로니에미술관이 리노베이션하면서 처음으로 갖는 기획전. 김나영, 김수범, 김수연, 김신일, 박지은, 송재호, 안규철, 이주영, 윤사비, 오세환 등의 작가가 참여, 공간에 대한 독자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뮤지컬 ■더 씽 어바웃 맨 4일부터 무기한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한진섭 연출, 성기윤 이정열 김경선 출연.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작가 조 디피트로와 지미 로버츠 콤비의 야심작. 전형적인 샐러리맨과 자유분방한 예술가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자에 관한 모든 것.1544-1555. ■ 카르멘 19일까지 리틀엔젤스예술회관(02)545-7302. 고선웅 작·연출, 나현희 김영민 문수 출연. 불꽃같은 여인 카르멘의 사랑과 열정을 그린 창작뮤지컬. ■ 지하철1호선 무기한 학전블루소극장(02)763-8233. 김민기 번안·연출, 김현국 주현종 서오순 출연. 옌볜 처녀의 눈에 비친 서울 사람들의 풍경.11년째 장기운행중이다. ■ 그리스 8월7일까지 충무아트홀(02)556-8556. 이지나 연출, 로큰롤 선율에 실린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 아이 러브 유 26일까지 연강홀(02)501-7888.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 이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리틀 샵 오브 호러스 7월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02)556-8556. 이항나 연출, 김학준 양소민 박지일 출연. 식인식물을 내세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풍자하는 코믹호러극. 연극 ■인형의 집 8∼10일 LG아트센터. 유럽 연극의 미래로 일컬어지는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화제작. 역대 ‘인형의 집’중 가장 충격적인 결말로 관객을 전율케 한다. 노라역의 안네 티스머는 최근 ‘리퀘스트 콘서트’내한공연에 출연했던 배우.(02)2005-0114. ■ 셜리 발렌타인 7월17일까지 산울림소극장(02)334-5915. 윌리 러셀 작·글렌 월포드 연출, 손숙 출연. 홀로서기를 꿈꾸는 40대 중년여성의 유쾌한 일탈. ■ 짬뽕 7월3일까지 인아소극장(02)2266-0867. 윤정환 작·연출, 윤영걸 공상아 출연.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한 연극. ■ 위트 7월10일까지 정미소(02)3672-3001. 마거릿 에든슨 작.‘죽음조차 나를 죽일 수 없다’는 배우 윤석화의 모노드라마. ■ 산불 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80-4115. 차범석 작·임영웅 연출, 강부자 이승옥 출연. 한국전 당시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극사실주의 연극. 어린이 ■ 하륵이야기 3일∼7월14일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02)977-4856. 인형, 가면, 소품 등 다양한 오브제와 재활용품 악기를 활용한 극단 뛰다의 가족극. ■ 돌아온 리틀 드래곤 7월3일까지 라트어린이극장(02)560-0999. 어린이 영어연극으로 처음 선보였던 ‘리틀 드래곤’의 업그레이드 버전. ■ 잠자는 숲속의 공주 12일까지 두레홀(02)741-5970. 고전 동화를 각색한 가족뮤지컬. 라이브 음악이 흥을 돋운다. ■ 노노 이야기 19일까지 상상나눔시어터(02)741-2323.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뮤지컬. 무용 ■ 컴플렉션스 댄스 컴퍼니 내한공연 2·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02)796-0117. ■ 양혜진 전통춤판 3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02)6406-3306. ■ 수잔 버지 ‘달 그림자 속의 테라스’ & 안성수 ‘전야’ 7·8일 오후 8시 포스트극장(02)337-5961. ■ 안은미 ‘레츠 고’ 4·5일 오후 5시 서강대 메리홀(02)738-3931. 콘서트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개교 50주년 기념 강동석 초청 음악회 2일 오후 7시30분 8세에 첫 연주회를 가져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린 강동석은 현재 영국의 ‘세계 음악 인명사전’, 프랑스의 ‘연주가사전’에 이름이 수록될 정도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빈틈없는 기교, 완벽한 활놀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02)761-1587 ■ 안데르센 콘서트 3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02)541-6234. ■ 다니엘 리 첼로 리사이틀 5일 오후 7시,6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02)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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