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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의 변신… 한국적 멋 살린 공공건축물 ‘보고’

    종로의 변신… 한국적 멋 살린 공공건축물 ‘보고’

    2010년 건축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서울 종로구민들의 선택을 받은 3선의 김영종 종로구청장. 민선 5기부터 7기에 이르기까지 도시 건축 분야 전문가가 구청장으로 활약하면서 종로의 공공건축전략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김 구청장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공공건축에 종로의 정체성을 담아낸 까닭은 무엇일까. 김 구청장은 민선 5기 취임 이후 공공건축에 담아내야 할 종로의 정체성으로 한옥, 한복, 한식, 한글, 한지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꼽았다. 종로는 1394년 한양 천도 이후 623년 역사의 도심이자 서울의 주요 지정문화유산이 4분의1이나 소재해 있는 전통문화 전승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서울청사 등 나라를 대표하는 주요기관이 밀집된 대한민국 심장이고 국내외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머무는 지역이라는 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 구청장은 종로의 정체성을 살린 공공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한국적 멋을 가미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무계원·상촌재·청운문학도서관·혜화동 한옥청사·도담도담 한옥도서관 등 철거되는 한옥에서 수습한 부재를 관리하는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 은행 등을 차근차근 조성했다. 특히 경복궁 서측에 조성된 상촌재(자하문로17길 12-11)는 전통문화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와 함께 한국 문화 콘텐츠 활성화에 기여하는 거점공간이다. 장기간 방치된 한옥 폐가를 2013년 종로구에서 매입, 복원한 뒤 2017년 개관했다. 2014년 11월 문을 연 종로구 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자하문로36길 40)은 독서와 사색,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주민 쉼터이자 종로구의 인문학 중심이다. 건축·도시 분야 전문가가 행정 영역에 발을 내디딘 이후 많은 성과가 나왔다. 201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 수상, 2014~2019년 5년 연속 대한민국도시대상 수상, 2014~2016년과 2019년 대한민국국토대전 수상 등 다양하다. 종로는 구 안팎에서 지난 10여년간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공공건축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일반적인 건축 개념이 예술과 기술의 교집합이라면 공공건축은 예술과 기술, 행정의 만남이라 생각한다”며 “가장 한국적인 도시 종로의 구청장으로서 지역 사회 곳곳에 아름다운 공공건축물을 짓고자 하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종로를 상품 아닌 작품으로, 사람 향기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자연·역사·예술이 ‘하나로’… 글로벌 관광명소 안양예술공원

    자연·역사·예술이 ‘하나로’… 글로벌 관광명소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옛 안양유원지)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숲속 미술관이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일원에 조성된 예술공원은 1970년대 중반까지 국민 관광지였다. 1977년 대홍수로 황폐화된 쓰라린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안양시는 2005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통해 예술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2009년부터 공원 내 신라시대 사찰인 중초사지, ‘안양’ 지명의 유래가 된 안양사지를 발굴 복원했다. 여기에 안양박물관, 김중업건축박물관을 조성, 역사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산업 첨단기술까지 더해져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안양 8경 중 하나인 예술공원은 삼성산(해발 481m)을 중심으로 관악산(632m), 비봉산(295m)에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으로 쾌적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맑은 물이 굽어 흐르는 계곡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 예술을 품은 휴식과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비교적 완만한 천변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수려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등산로가 잘돼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통 사찰과 문화재가 풍부하다. 삼막사, 염불사, 망월암, 안양사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 곳곳에 있어 다양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창윤 안양시 문화관광과장은 “문화체험과 함께 식도락은 여행의 참맛 중 하나”라며 “등산로를 따라 발달한 오랜 맛집과 전망 좋은 카페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 말했다. ●환경훼손·대홍수 극복한 휴식·사색의 공간 공원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천연 수영장인 안양풀로 불렸다. 관악산 여러 골짜기 중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했다. 당시 교통도 편리해 가족 단위 피서지로 주목받았다. 1960년대 말까지 여름 휴가철이면 유원지 입구에 임시 간이역을 운영할 정도였다. 매시간 기차가 정차했으며 하루 평균 4만명이 몰렸다. 계곡에는 임간문고와 안양우체국 임시출장소를 설치, 운영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훼손에 자연재해까지 덮치면서 폐허화됐다. 이 과장은 “안양시의 오랜 노력 끝에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이젠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안양예술공원은 국내 하나뿐인 공공예술 중심 테마파크다. 2005년부터 트리엔날레 APAP를 개최해 다양한 신개념의 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공원의 가치와 품위를 높이고 있다. 공원 곳곳에는 APAP에 참여한 세계적인 국내외 작가들이 창조한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 즐비하다. 작가들은 안양을 살펴보고 지역 정체성을 담아 작품을 제작한다. 작품 범주도 거리조형물과 야외조각에 한정하지 않는다. 사운드,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공연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망라한다. 15년 동안 여섯 번 APAP가 열리는 동안 예술공원에는 60여점의 독특하고 거대한 작품들이 설치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숲속을 산책하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이 과장은 “오직 안양예술공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로의 여행”이라며 “안양의 정체성이 담긴 공공예술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주요 작품으로 모더니즘 건축의 20세기 마지막 거장인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해 산의 높이를 확장한 작품 ‘전망대’, 기독교 순례자의 길을 상징하는 미로와 불교의 백팔번뇌를 결합한 작품 ‘거울미로’ 등이 대표적이다.안양예술공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안양박물관이 자리한 공장 부지는 신라시대 사찰인 중초사가 있던 곳으로 당간지주와 삼층석탑이 현존한다. 당간지주 명문에 중초사였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확실한 조성 연대를 밝힌 당간지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2009년 중초사지를 발굴 조사하던 중 출토된 ‘안양사´ 명문이 새겨진 기왓조각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극락’을 의미하는 ‘안양’이란 지명의 어원은 바로 서기 900년 고려 태조 왕건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진 ‘안양사’에서 비롯됐다. 칠층전탑 흔적까지 발굴돼 그동안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실체가 드러났다. ●‘안양’ 지명 유래한 안양사 실체 오롯이 안양시는 중초사와 안양사 터를 발굴 보존하고 동시에 안양박물관을 조성했다. 이 과장은 “특히 안양이란 지명이 유래한 안양사지 경내에 있어 도시의 정체성까지 오롯이 담아냈다”고 했다.또 중초사지에서 삼성천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국내 하나뿐인 석수동 ‘마애종’을 만난다. 넓은 바위 면에 새긴 종은 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에 조성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조각 기법이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범종 연구에 중요 자료가 된다. 서충인 안양예술공원팀장은 “예술공원은 경기도 대표 관광지 20곳에 선정됐다”며 “이에 걸맞게 안양박물관을 비롯해 5곳에 QR 코드를 부착해 4개 국어로 작품 해설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 건축의 흐름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김중업건축박물관도 특별하다. 안양시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공장 부지에서 안양사 절터가 발굴되면서 공장 건물 2개 동을 철거하고 4개 동을 개조해 전시관으로 꾸몄다.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한 건축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근현대 건축 흐름 체험 ‘김중업 건축박물관’ 1950년대 말 산업화 과정 이전의 공장 건축물임에도 건물 곳곳에 조형미가 가미됐다. 당시로는 매우 독특한 형태로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김중업관’은 박물관의 대표적인 건물로, 5개의 기둥과 들보를 벽면 밖으로 돌출시켜 내력벽의 기능을 부여했다. 르코르뷔지에의 현대 건축 5원칙 중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을 구현한 김중업의 초기 대표작이다. 전시실에는 그의 대표적 건축물을 축소 제작한 모형과 설계도면, 자필 메모, 생전 영상 등 100여점의 자료가 있다. 안양시는 예술성이 강한 공공예술에 대중적인 예술 콘텐츠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 석수동 만안각 부지 1만 3202㎡를 매입, 공공예술센터와 창업 공간, 어린이 전시놀이 복합공간인 체험미술관(크레옹하우스)을 조성할 계획이다. 예술공원의 랜드마크로 전시와 교육, 지원 기능을 포함한 공원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관리 운영한다. 유소년을 대상으로 지역 작가, 미술학과 대학생이 함께하는 ‘아트파크데이’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순환형 도로 체계를 구축해 ‘차 없는 도로’를 운영, 세계적인 관광 명소에 걸맞은 도보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예술공원의 공공예술 작품 등 주요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을 완료하고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신개념의 공공예술과 역사 문화 콘텐츠로 새롭게 태어난 안양예술공원은 손색없는 세계적 관광 명소”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18만~33만 시간이 덤으로, ‘80%의 행복’과 ‘고독력’ 키우자

    18만~33만 시간이 덤으로, ‘80%의 행복’과 ‘고독력’ 키우자

    공동 저자의 면면을 보자. 오영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수영 중앙노동위원회 사무처장,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신재욱 에프엠 어소시에이츠 대표 컨설턴트 등이다. 경제학과 경영학, 행정학을 전공한 이른바 ‘가방 끈 긴’ 이들이다. 공직이나 연구소 근무 경력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사사한 이도 있다. 저자들의 이력만 보면 재무 설계에 치우친 딱딱하고 무거운 책이란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런데 서문을 봐도 그렇고, 책 곳곳에 숨겨놓은 영화, 예를 들어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영화 안내 등 딱딱함을 벗어나려고 애를 쓴 흔적이 뚜렷하다. 고령사회에 어울리는 행복의 항해도라고 저자들이 표현한 ‘백세시대 생애설계’(박영사 발간)다. 생애설계에 필요한 것은 재무적 측면과 비재무적 측면의 균형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먼저 재무적 측면으로는 지속적인 일자리, 다층 연금체계 구축, 든든한 자산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비재무적 측면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려면 풍성한 대인관계,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야 하며, 노후 건강을 위해서는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행복감도 고루 갖춰야 한다. 이 책은 다양한 문헌과 통계, 사례를 활용해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한 구체적 실천전략을 7개 분야로 나눠 제시한다. 첫째 은퇴를 늦추고 가능한 한 오래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일은 재무적 측면에서 노후복지나 생활안정에 도움도 주지만 일 자체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고,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게 하며, 건강을 유지하게 하기 때문에 생애설계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했다.둘째 은퇴 후에도 오래도록 기본 생활을 유지하려면 공적 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중층적 소득보장 체계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제도가 선진국보다 뒤늦게 도입되고, 급여 수준도 낮으므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부부의 평생 월 평균 적정 생활비를 243만원으로 상정하고 평생 생활설계표를 스스로 짜보라고 방법을 제시한다. 셋째 은퇴 후 자산관리 또한 중요하다. 특히 노후에는 큰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각종 사기와 술수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고, 수익성과 과세 요건을 고려해야 하며,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유동성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정기보험, 실손의료보험, 치매보험 등을 통해 질병 리스크에 대응하고, 갑작스러운 사망 등에 대비해 증여와 상속 계획을 미리 세우라고 권한다. 넷째 충만한 행복감은 인생 2막의 요체다. 1970년 기대 평균 수명 62.1세가 2017년 82.7세로 늘어 20년 6개월, 약 18만 시간이 덤으로 주어졌다. 100세까지 산다면 33만 시간을 더 선물 받는다. 선택과 준비, 실천에 따라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도, 불행하게 보낼 수도 있다. 저자들은 노후의 충만한 행복을 위해서는 긍정적 마음을 갖고,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며, 80%의 행복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긍정적 관계를 만드는 삶을 살라고 권유한다.다섯 째 은퇴 후에도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절실하다. 은퇴하고 나면 직장을 중심으로 한 공적 관계망이 사라지고 친구 등 친밀 관계망과 가족 관계망만 남는데 부부끼리 존중과 배려, 사랑을 기반으로 소통을 잘해나가고, 친구나 지역사회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관계 형성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는 한편 꾸준한 독서와 사색, 산책 등을 통해 ‘고독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여섯 째로 다양한 여가활동으로 삶의 보람과 의미를 넓히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TV 시청이나 등산만으로 보내지 않고 취미활동, 예술문화활동, 자원봉사활동 등 경력을 쌓으며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망도 한껏 넓히라는 주문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노후와 웰다잉의 준비다.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 마음, 스트레스 관리, 적정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인 건강 검진 등을 반드시 해야 한다. 나아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을 받고, 연명의료 거부 의향서 및 자신의 장례와 유산 정리 등에 대한 엔딩노트를 미리 작성할 것을 권한다. ‘다 아는 얘기’다 싶다가도 한 번쯤 정독하며 스스로가 누락한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만들어졌다. 욕심을 더 낸다면 가벼운 영화 대신 인문학이나 정신건강학에서의 은퇴, 인생 2막, 죽음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을 톺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조금 더 독자가 손을 뻗을 수 있도록 표지 디자인이나 꾸밈새에 신경을 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용인시에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조성된다

    용인시에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조성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은이성지에서 안성시 미리내성지로 이어지는 순례길이 조성된다. 시는 순례길을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 용인시는 30일 천주교 수원교구청 대강당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명품 순례길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시와 수원교구청은 천주교 관련 역사적 명소인 은이성지와 손골·한덕골 성지, 고촌골 공소, 이윤일 요한 묘역 일대에 명품 순례길을 만들어 세계적인 순례 명소로 조성하기로 했다. 용인 양지면에 있는 은이성지는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15세 때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이다. 또 김대건 신부가 첫 사목 생활을 했던 곳으로 당시 조선 땅에서 처음으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고, 체포되고 순교하기 전 공식적으로 마지막 미사를 드렸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내성지는 김대건 신부와 병오박해 때 처형된 순교자 열두 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용인시는 은이성지~미리내성지 일대에 2.0∼12.5㎞에 이르는 5개 코스의 순례길을 조성해 시민들이 사색하며 힐링할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올해 4억원의 예산으로 은이성지 순례길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를 마치고 신덕고개·망덕고개·애덕고개에 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용인시는 명품 순례길을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스탬프투어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내·외 천주교 신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방문을 유도하기로 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은이성지~미리내성지 순례길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용인시의 큰 유산이자 자산이다”라며 “종교를 넘어서 모든 시민이 사색하며 쉴 수 있는 명소가 되도록 명품 순례길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수원교구장은 “우리나라 최초 김대건 신부의 자취가 깃든 이곳에 명품 순례길을 조성하게 돼 뜻깊고 기쁘다”며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운데 이 일대에 조성되는 천혜의 휴식공간이 치유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명품 순례길 5개 코스는 ▲은이성지길 A코스(9.8㎞: 은이성지~신덕고개~곱든고개~문수봉~애덕고개~미리내성지) ▲은이성지길 B코스(12.5㎞: 은이성지~신덕고개~와우정사~망덕고개~애덕고개~고초골 피정의집) ▲피정의길 A코스(3.6㎞: 애덕고개~문수산터널 관리소~고초골 피정의집) ▲피정의길 B코스(10.2km: 망덕고개~애덕고개~성모영보수녀원 피정의집) ▲골배마실길(2.0㎞: 골배마실 성지~칠봉산) 등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예술가와 마주하다 사랑의 의지가 솟았다

    예술가와 마주하다 사랑의 의지가 솟았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헤더 로즈 지음/황가한 옮김/한겨레출판/412쪽/1만 4800원‘쿨’이 넘쳐서인지 사랑 얘기가 귀하다. 황인찬 시인은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중)고 했는데. 너무 귀해서 감히 엄두를 못 내는 것인지 너무 흔해서 하찮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추천사 장인’ 김현 시인이 쓴 “이 소설은 감히 당신을 ‘모든 형태의 사랑을 해내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다. 소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헤더 로즈가 세게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 2010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예술가와 마주하다’에서다. 관객들이 줄을 서서 마리나와 마주 앉는 것이 전부인 이 공연을 3주간 관람하고 4번 의자에 앉았던 작가는 애초에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려던 계획을 틀어 실제 마리나를 등장시킨다. 소설에는 공연에서 마리나와 마주했거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얘기가 각 장마다 펼쳐진다. 영화 음악 작곡가 아키 레빈, 전직 미술 교사 제인 밀러, 레빈의 지인이자 미술 비평가인 힐라야스, 암스테르담에서 온 입양아 출신의 박사과정생 브리티카 등이다. 레빈은 투병 중인 아내 리디아의 뜻에 따라 의료 대리인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아내와 딸과 함께했던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진다. 아내의 칫솔 없이는 자기 칫솔도 구분하지 못하는 레빈이건만, 아내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나를 돌보면서 당신까지 돌볼 순 없어.”(105쪽) 아픈 몸으로 레빈과, 레빈의 예술 작업을 돌볼 수는 없다는 선언이었다.소설 속 여성인 리디아도, 마리나도 지극히 극기하는 삶을 산다는 점에서 소설은 페미니즘적 서사를 지닌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마리나는 밀로셰비치 치하의 조국이 종교적 피바다로 변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내용의 고행에 가까운 작품으로 승화해 선보인다. 한편 리디아에게서 마냥 돌봄을 받던 인물인 레빈이 선보이는 다음 행보에서는 ‘페미니즘 그 너머’를 시사하기도 한다. 마리나에 대한 짧은 전기이자 그의 작품을 겪은 관람객들의 방대한 리뷰이기도 한 소설은 끊임없이 오늘날 예술과 사랑의 역할을 묻는다. ‘예술가와 마주하다’ 같은 작품이 주는 역할은 비평가 힐라야스의 말을 빌면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예술가의 역할은 우리를 자극하고 색깔이나 질감이나 내용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략) MoMA의 아브라모비치는 미래의 예술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방안이다. 어쩌면 예술은 우리에게 사색, 심지어는 정지의 힘을 일깨우는 뭔가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201~202쪽) 한편 사랑의 역할은 이렇다. ‘사랑은 많은 것의 원인이 된다. 일련의 생물학적, 화학적 상호작용. 엄습하는 책임감. 낭만화되고 표면화되어 있던 정상성의 보이지 않는 압박. 생식에 필수적인 특정 형태의 결합. 고독을 방지하고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77쪽) 예술이라는 것의 효용은 결국 ‘고양’에 있는 듯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이나 그 밖의 다른 것을 깨닫거나 움직이게 하는 고양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여지없이 사랑이 예술을 지탱하거나, 예술이 사랑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게 ‘예술가와 마주하다’가 쏘아 올린 고양감으로 헤더 로즈는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을 썼고, 한국에서는 김금희 작가가 ‘너무 한낮의 연애’를 썼다. 소설 주인공 양희가 벌이는 관객과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 연극 퍼포먼스는, ‘예술가와 마주하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죽음의 최전방에 선 20대 장의사의 사색

    죽음의 최전방에 선 20대 장의사의 사색

    임신부에게 아기를 받는 산파가 있듯, 죽은 사람에게도 옷을 입혀주는 이가 있다. 장의사, 요즘 말로 장례지도사라고 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새 책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일하는 20대 여성이 6년여의 장례식장 경험을 바탕으로 쓴 죽음 이후의 이야기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공부했고, 졸업 후엔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장 업체에서 하루에 수십 구씩 사체를 태워가며 죽음의 최전방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유튜버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현재도 유명 유튜버이자 장의사다. 생명력의 화신이라 해도 좋을 젊은 여성이 죽음과 시신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한 책을 쓴 이유는 뭘까. 저자는 머릿말을 통해 “우리가 가진 모든 창의적, 파괴적 충동의 원동력이 되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장례식장의 강철문 뒤에 죽음을 숨겨 놓지 말고 꼿꼿하게 대면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언젠가 대면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책은 화장장에 취직한 저자가 출근 첫날 맡았던 시체 면도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어제 죽은 시신부터 부패한 시신까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체 박스를 확인하고, 화장로에서 삐져나온 재를 들이마시고, 인간의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을 뒤집어쓰는 등 시체 처리와 관련된 온갖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저자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시종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유쾌하지만 경박하지 않다. 저자는 오늘날의 장례 문화에도 날 선 비판을 보낸다. 시신에 울긋불긋 메이크업을 하고, 1급 발암물질로 시신을 방부 처리하며, 고가의 관을 권하는 등 상업주의에 물든 장의업계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다. 저자는 종교가 약화되고 무신론자가 늘어난 지금이 죽음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기에 적기라고 본다. 그는 삶이 “우주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몸을 이루는 원자들을 부여”받은 것이라 보고, 이 원자를 돌려주는 과정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신이 땅으로 돌아가기 쉽도록 ‘자연 매장’하기로 결심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30 세대] 다시 두 남자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다시 두 남자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와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 익숙지 않은 이 두 남자는 영국의 수상을 지낸 인물들이다. 오랜 앙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글래드스턴은 옥스퍼드 출신의 진지하고 지적인 사내였다. 디즈레일리는 유대인, 곧 이방인이었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고 소설가를 꿈꾸던 남자였다. 일화 하나.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 제니 제롬이 어느 날 이 두 남자와 저녁을 함께 했다. “글래드스턴씨 옆에 앉으니, 그가 영국에서 가장 지적인 남자라 생각되더군요. 잠시 후 디즈레일리씨 옆에 앉으니, 내가 영국에서 가장 지적인 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두 남자의 차이를 이보다 더 명확히 꼬집긴 어려워 보인다. 1852년 천둥 번개가 치던 밤, 재무장관이었던 디즈레일리는 야심 찬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하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재치 있는 연설로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가 제자리를 찾을 즈음 글래드스턴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더 현란한 웅변가였다. 예산안은 산산조각 났다. 디즈레일리는 재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자로 글래드스턴이 지명됐다. 두 남자의 싸움이 공개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다소 유치할 때도 있었다. 1859년 디즈레일리는 지인을 통해 글래드스턴이 코르푸섬의 고등판무관 직책을 맡도록 유혹했다. 글래드스턴의 지중해에 대한 로망을 노린 것이다. 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되는 즉시 의석을 잃는다는 것을 글래드스턴은 뒤늦게 깨달아야 했다.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이 둘의 다툼에 따라 영국의 정세가 들썩이고 바뀌었다. 1866년 글래드스턴은 선거권을 넓힐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한다. 디즈레일리는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1867년 보수당이었던 디즈레일리는 자유당의 글래드스턴보다 더 진보적이고 영리한 선거 개정법안을 내고 이를 통과시킨다. 디즈레일리는 노동자와 서민의 영웅으로 올라섰다.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은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황금기를 주도한 인물들로 영국에서 최고의 총리들로 기억된다(디즈레일리는 두 번, 글래드스턴은 네 번 수상을 지냈다). 다툼이라 하기엔 수준이 높았다. 산업혁명 와중 빈곤에 시달리던 영국인들을 위한 개혁으로 대영제국의 국제적인 지위를 확고히 한 위인들이다. 서로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민심에 귀 기울인 점이 같았고, 철저히 국익을 보호한다는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독일 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룬 성공의 원인을 경쟁(희랍어로는 아곤·agon) 문화로 봤다. 몇몇 역사학자들도 유럽의 발전 이유를 바로 이웃한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꼽는다. 글래드스턴의 멋진 서재는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그가 많은 시간을 머물고 사색했을 그 은밀한 공간에 글래드스턴을 내려다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평생의 경쟁자이자 적이었던 디즈레일리의 흉상이다.
  • 정 담은 뜨끈한 한입… 입 안에서 터지는 겨울 진미

    정 담은 뜨끈한 한입… 입 안에서 터지는 겨울 진미

    지역색이 강한 음식에는 주민들의 오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마련이다. 투박한 메밀국수 한 그릇, 막 지져 낸 수수부꾸미를 먹는다는 건 만든 이의 인생을 맛보는 것과 같다. 한국관광공사가 ‘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을 테마로 2월에 가볼 만한 곳들을 추천했다. 식재료에 담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다.겨울 시장의 맛… 강원 영월·정선 재래시장 강원도의 재래시장을 찾으면 지역 고유의 먹거리가 많아 여행이 한층 행복해진다. 정선아리랑시장이나 영월서부시장이 대표적이다. 정선아리랑시장이 오늘처럼 유명해진 데는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 여행자의 별미가 됐다.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등 음식에 숨은 이야기도 재밌다. 콧등치기는 장국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다. 막국수와 달리 면이 굵고 투박하다.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이 콧등을 친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녹말을 묽게 반죽해서 구멍 뚫린 바가지에 내려 만든다. 찰기가 적으니 반죽이 툭툭 끊어져 내렸고, 이 모양이 꼭 올챙이처럼 생겼다. 콧등치기나 올챙이국수는 술술 넘어간다. 시장 골목 안쪽에 ‘청아랑몰’이 있다. 3층짜리 컨테이너 건물로 각종 분식을 비롯해 마카롱, 과실주, 수제 맥주까지 맛볼 수 있다. 1959년 문을 연 영월 서부시장은 여행자에게 ‘메밀전병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오픈 키친’에서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며 먹는 맛이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아리힐스-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칼칼한 추억 한 그릇… 충남 예산 어죽 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이 농사짓는 틈틈이 모여서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들었다. 불린 쌀에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이른바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은 어죽만이 아니다. 제법 큰 붕어나 메기는 무와 시래기 잔뜩 넣어 찜으로, 동자개나 잡어는 칼칼한 매운탕으로, 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는 튀김으로 먹었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곳이 있다.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 보시길. 지난해 국내 최장 길이(402m)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가 완공되고, 5.2㎞에 이르는 ‘느린호수길’도 개통했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는 대웅전(국보 49호), 삼층석탑과 부도전 등 볼거리가 많다. 우리 고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둘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사르르 녹는 생선… 경남 거제 대구·통영 물메기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야 한다.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섰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대구 요리는 2월 중순까지가 제철이다. 생대구로 만든 음식은 말린 대구로 끓인 탕이나 찜과는 또 다른 품격이 있다.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남해안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물메기 어획량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으며,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하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물드는언덕’의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곳이 옹기종기 들어선 곳으로, 사색을 겸한 겨울 산책에 좋다.겨울 바다의 선물…전남 벌교 꼬막·장흥 매생이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보성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탕수육 등으로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조성됐다.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하다.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 보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도의 월별 ‘블루 이코노미 명품숲’ 은 어디?

    전라남도가 남도의 숲을 휴식과 힐링, 여행 명소로 알리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2020년에 가봐야 할 블루 이코노미 명품숲’ 12개소를 선정했다. 선정된 명품숲은 전남도가 ‘숲 속의 전남’ 만들기 사업 과정에서 ‘원석’으로 발굴한 장소다. 섬, 바다, 바람 등 남도의 블루자원과 어울리는 보물숲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담양 만성리 대숲’은 죽녹원 뒤편에 위치, 사철 아름답지만 설경이 아름다워 1월에 방문해야 제격이다. 맹종죽 2.4㏊가 쭉쭉 뻗어 있는 대숲은 보는 이의 감탄을 연발케 한다.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4호로 지정받았다. 담양군이 죽녹원에 버금가는 새 명소로 키우기 위해 보존?관리하고 있다. 우수상에 선정된 ‘신안 송공산 애기동백숲’은 신안 압해읍 송공리 일원 3.6㏊의 완만한 동산이다. 20년생 애기동백 1만여 그루가 있어 꽃이 만개하는 12월이 방문 적기다. 지역 축제가 열려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인근에 분재공원도 있다. 계절별 가장 아름다운 명품숲으로 겨울에는 12월 ‘신안 송공산 애기동백숲’, 1월 ‘담양 만성리 대숲’, 2월 ‘보성 웅치 용반 전통마을숲’이 있다. 봄에는 3월 ‘강진 백련사 동백숲’, 4월 ‘화순 세량제’, 5월 ‘보성 일림산 산철쭉 평원’이 있다. 여름에는 6월 ‘고흥 팔영산 편백숲’, 7월 ‘진도 관매도 해송숲’, 8월 ‘여수 봉화산 힐링숲’, 가을에는 9월 ‘구례 마산 사색의 숲’, 10월 ‘강진 초당림’, 11월 ‘화순 동복 연둔리 숲정이’가 있다. 봉진문 도 산림보전과장은 “선정된 명품숲은 남도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으로 남도의 빛깔에 물든 아름다운 숲을 만끽할 수 있다”며 “남도의 명품숲을 계속 발굴, 조성해 ‘숲속의 대한민국’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선정된 명품 숲은 홍보 달력과 포스터로 제작해 주요 관광지, 중앙 부처, 다른 시·도 등에 홍보할 계획이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제주에서 생 마감한 광해군 국장 재연해 문화 콘텐츠로”

    “제주에서 생 마감한 광해군 국장 재연해 문화 콘텐츠로”

    “영월 단종문화제 관광객 모으듯 고증 잘하면 세계문화유산도 가능”“조선의 임금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운명의 주인공으로 유배지인 제주에서 혼자 생을 마감한 광해군의 국장 행사를 재연하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할 것입니다.” 유배문화 연구가인 양진건(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장) 제주대 교수는 “제주의 유배문화는 세계에서도 제주만이 특화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한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문화상품으로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사색의 길 등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인 제주에서 거닐던 길을 스토리텔링해 추사유배길을 개설하기도 했다. 조선 15대 왕인 광해군은 제주에 왔던 400여명의 유배인 가운데 유일한 임금이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폐위돼 유배 길에 올라 강화, 태안, 교동도 등을 거쳐 43일 만에 제주에 유배됐다. 1641년 음력 7월 1일 제주에서 혼자 생을 마감했다. 양 교수는 “광해군이 제주에서 유배생활 끝에 숨졌다는 사실을 일반인은 잘 모른다”면서 “강화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아들을 내세워 탈출을 모의했고 유배지를 제주로 옮겼지만 탈출과 복위에 대한 인조의 두려움은 계속돼 광해군 본인도 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끝내 목숨을 부지한 덕에 조선 임금 가운데 네 번째 장수인 67세까지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등극과 폐위, 유배 등 광해군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처럼 성공과 실패, 살해와 욕망, 배신과 사랑 등 스토리텔링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스토리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 영월에서는 비운의 왕이였던 단종을 테마로 단종문화제를 열어 해마다 국내외 20여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면서 “제주에서 광해문화제 등을 열어 광해군의 한을 달래는 ‘광해군 국장’ 등을 재연하면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 국장의 완벽한 고증과 제주도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면 광해군 국장 재연 행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제주 유배인들의 삶, 사랑, 학문 등을 소개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정, 제주 유배인 이야기‘(11월 26일~2020년 3월 1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 1608년 2월부터 1623년 3월까지 광해군 재위 15년 2개월간 국정 전반에 관한 사실을 기록한 ‘광해군일기’(국보 제151-4호)도 선보여 군주로서 광해군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2030 세대] 두 교황/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두 교황/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영화 ‘두 교황’을 보았다. 상영관이 많지 않아 어렵게 찾아 아침 일찍 보고 왔다. 베네딕토 16세와 현재 교황인 프란치스코 두 교황 얘기다. 두 사람의 다름을 다룬 영화다. 두 지성인의 진지한 대화를 듣고 나오니 웬만한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신학 교수였던 베네딕토는 정통을 지키고 싶어 하는 보수의 상징으로, 프란치스코는 수수하고 서민적인 진보의 상징으로 나온다. 호화로운 예복을 갖춰 입고 로마 외곽에 있는 아름다운 여름 별장과 바티칸 사이를 헬리콥터로 오가는 베네딕토를 보고 조용히 미소 짓는 프란치스코에게 카메라의 앵글이 맞춰진다. 감독의 시선은 프란치스코 편에서 베네딕토를 바라보는 것으로 고정돼 있다. 이런 게 순방향일까. 프란치스코의 맑고 진지한 모습에 베네딕토가 점차 동화돼 간다는 건 사실 좀 뻔한 영화 구도다. 같이 탱고도 추고 피자도 시켜 먹고 축구도 본다. 이러한 소박한 모습에 우리는 흡족해진다. 이 기분은 무얼까. 너나 모두 별다를 게 없다는, 같은 인간이라는 공감? 영화에서 프란치스코는 낙태와 동성애 같은 이슈에 진보적인 의견을 보인다. 베네딕토의 답은 묻힌다. 신학 교수로 20년을 지내고 긴 시간 신과 인간에 대해 사색한 ‘실제 베네딕토’는 무어라고 답했을지 알고 싶다. 프란치스코는 말한다. 인류는 거대한 하나다.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도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의 물결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 중 누가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을지 궁금하다. 12월 치러진 영국의 총선에서 패배한 야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패배 후 말했다, “우리가 논쟁은 이겼다”고. 영어에 ‘에코 체임버’, 즉 ‘메아리방’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동조하는 주장과 생각에만 귀를 기울이고, 그럼으로써 편견이 더 깊어지는 상황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다음 학기에 그리스 비극 강의가 있다. 그리스 비극은 어떤 관점도 의도해 이끌지 않는다. 이를테면 반역자인 가족 편을 들지, 조국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아들이 처형하는 게 옳은지, 존속살해는 잘못인지 묻는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 비극이 민주주의를 막 설립한 아테네 국민들에게 ‘자유 의견’을 훈련할 목적이 있었다는 설도 있다. ‘두 교황’은 따뜻한 영화다.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두 남자와 두 시간 함께하면 잃었던 초심을 바로잡게 된다. 다만 누가 누군가를 흡수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진정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 서로 상충하는 충정 사이의 고난을 보고 싶다. 뱀발 같지만, 그 전날 본 영화 ‘아이리시맨’을 차라리 추천하고 싶다. 노란 불빛이 아름다운 연회장의 왈츠 사이에서 오가며 번민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이 두 교황의 번민보다 설득력이 있었다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환타를 마시며 혼자 식사하던 베네딕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 [2019 하반기 히트상품] 변화를 위해서 생각·태도 바꿔야

    [2019 하반기 히트상품] 변화를 위해서 생각·태도 바꿔야

    ‘기적을 만드는 습관의 비밀’은 공감설득 기법을 세일즈에 적용한 공감소통 전문가 문충태 박사가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요즘 같은 경기 불황의 시대에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습관을 소개한다. 저자가 겪었던 100여 가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5가지 성공 습관을 정리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색하는 습관, 인생 로드맵을 만드는 습관, 콘텐츠를 만드는 습관, 도전을 즐기는 습관, 자기최면을 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액션 노트를 첨부했다. 저자는 “변화를 위해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경쟁력이 생기고 평범함 대신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새달 설계 작업

    인권 유린과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가칭)으로 탈바꿈한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예산 50억원을 확보해 1월부터 설계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실제 공사는 내년 말에 시작한다. 건축가 김수근 설계로 내부무 치안본부 산하에 설립된 남영동 대공분실은 30여년간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는 곳으로 악명을 떨쳤다. 박종철 열사와 김근태 전 국회의원 등 이곳에서 고초를 겪은 피해자가 파악된 인원만 391명에 달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을 시민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 내에 약 6660㎡ 규모로 조성되며, 총사업비 258억원을 투입해 2022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된 디아건축사 사무소의 설계안에 따라 전시시설을 지하에 조성하게 된다.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기존 건축물과 부지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치유의길, 자유광장, 참여전시실, 아카이브실 등 방문객이 체험하고 사색하며 민주와 인권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필구야, 겨울방학에도 야구만 하는겨? 아줌마, 초딩도 체험·힐링 필요하거든요

    필구야, 겨울방학에도 야구만 하는겨? 아줌마, 초딩도 체험·힐링 필요하거든요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가정마다 온 가족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게 마련이다.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갖춰졌고, 힐링까지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겨울 시즌 ‘숨은 관광지’를 소개했다. 전국 1576곳의 추천 명소 가운데 총 6곳이 선정됐다. 모두 개장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따끈한 ‘신상 관광지’다. 글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1. 금단의 땅으로 내딛는 첫걸음…서울 용산공원갤러리 지난해 11월 개관한 용산공원갤러리는 용산기지와 한강대로를 사이에 둔 캠프킴 부지에 있다. 미군위문협회(USO)가 사용하던 건물을 전시와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일본군이 조선육군창고로 쓰던 단층 건물에 1978년 미군이 증축한 2층 건물을 연결해 ‘ㄱ 자’ 형태를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용산기지의 변화를 보여 주는 다양한 지도다. 용산기지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물류의 중심이자 전략 요충지였다. 임오군란을 빌미로 우리 땅에 들어온 일본군은 이곳에 자신들의 야욕을 실현할 병참기지를 건설했다. 용산의 외국군 주둔은 그렇게 시작됐다. 용산기지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미군에게 넘어갔고, 이후 66년이 흘렀다. 용산기지 반환에 앞서 일반에 개방한 용산공원갤러리는 약 11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금단의 땅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는 없다. 일·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2. 붉은 파빌리온과 목성…강원 영월 젊은달와이파크 젊은달와이파크는 올 6월 주천면에 개관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를 만든 최옥영 작가가 옛 술샘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공간은 11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붉은파빌리온, 바람의길 등 거대한 조형물이 공간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최 작가의 ‘붉은 대나무’가 맞이하는 진입로가 대표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붉은색 금속 파이프는 젊은달와이파크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통로이자 작품인 거대한 나무 돔 ‘목성’(木星), 화려한 색채의 경험을 선사하는 붉은파빌리온과 바람의길 등 어디나 포토 존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입장료는 어른·청소년 1만 5000원, 어린이(36개월~12세) 1만원이다. 특별관 관람권(5000원)을 추가로 구입하면 붉은파빌리온Ⅱ의 ‘스파이더 웹 플레이 스페이스’를 놀이시설처럼 즐길 수 있다.3. 카멜레온 매력의 문화 공간…충남 서천 장항도시탐험역 장항도시탐험역은 장항역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보는 각도와 빛의 양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이는 외관 덕분에 올 5월 개관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장항역은 1930년대 초에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2008년 여객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2017년까지 화물역으로만 운영됐다. 장항도시탐험역에서 먼저 돌아볼 곳은 ‘장항이야기뮤지엄’이다. 장항역과 장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장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탐험전망대’가 기다린다. 2층의 ‘도시탐험카페’는 주민과 여행자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층에는 놀이와 체험이 가능한 ‘어린이시공간’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자가 적지 않다.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도 잊지 말자.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돌다 보면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항의 매력에 푹 빠진다.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토요일 오후 9시, 월요일 휴무), 입장과 주차는 무료다.4. 예술·자연 깃든 힐링 공간… 전북 남원 김병종미술관과 아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아담원은 ‘춘향의 고장’ 남원에 예술, 전원 풍경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김병종미술관은 남원 출신 김병종 작가의 대표작을 기증받아 지난해 3월 개관했다.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입구에 북카페 ‘화첩기행’이 있고, 3개 갤러리를 갖췄다. 남원 지역 미술 작가전 ‘남원 미술, 요즘’이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과 주차는 무료다. 아담원은 정원과 카페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카페 통유리 너머로 잔디 정원과 지리산이 펼쳐진다. 산책로 ‘아담길’이 죽연지까지 이어지며, 사색을 돕는 야외 테이블이 마련됐다. 겨울철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이고, 월·화요일은 쉰다. 입장료(음료 한 잔 포함)는 어른 8000원, 청소년 5000원, 미취학 어린이는 무료다.5. 금강소나무 향기 품은 안식처…경북 울진 금강송에코리움 지난 7월에 문을 연 금강송에코리움은 금강소나무를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 휴양시설이다. 금강송테마전시관과 금강송치유센터, 찜질방, 유르트(유목민이 사용하는 천막), 숙박이 가능한 수련동 등을 갖췄다. 금강송테마전시관에는 금강소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각종 전시물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너는 가상현실 체험기. 헬기를 타고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을 게임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숙박시설인 수련동의 방에 들어서면 알싸한 솔향이 콧속으로 스며든다. 솔향비누 만들기, 뱅쇼 만들기, 해설사와 함께 금강송숲체험길 걷기 등 숲 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찜질방과 스파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도 된다. ‘리;버스(Re;Birth) 스테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평일 8만원, 주말(금·토요일) 10만원에 금강송에코리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숙박과 식사 포함).6. 자연 보러 갔다가 재밌는 미술과의 만남…부산현대미술관 1300리 길고 긴 여정을 마치는 낙동강 끝자락에 ‘새가 많고 물이 맑은 섬’ 을숙도가 있다. 생태계의 보고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미술 작품을 만나러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자들이 찾는 곳은 부산현대미술관이다. 생태계의 보고에 세워진 만큼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전시를 주요하게 다룬다. 개관 당시 ‘수직 정원의 거장’ 패트릭 블랑의 작품으로 조성한 건물 외관이 큰 이목을 끌었다. 현재 전시 중인 설치 작품 ‘레인 룸’도 입소문을 타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레인 룸’은 젖지 않고 빗속을 걸어 보는 관객 체험형 작품으로, 미술 작품을 보는 데서 즐기는 것으로 바꿔 준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1월 1일 휴관)이며, 금·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한다. 관람료는 무료(기획전 등 일부는 유료).
  • [길섶에서] 숲속의 도서관/오일만 논설위원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됐다. 휴일이면 가끔 찾는 구립 도서관이 골치였다. 멀지 않지만 차편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거리다. 중간에 야산을 끼고 있어 빙 돌아가는 수고가 별 재미가 없다. 지난 무더운 여름날, 고갯길 발품을 팔았던 아픈 기억(?)이 새롭다. 두 달 전쯤인가, 아파트 인근 공원 숲속을 산책하면서 못 보던 이정표를 발견했다. ‘은평도서관 생각 숲길’이란 초록색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갈래 산책로에 ‘시인의 길’, ‘사색의 길’, ‘철학자의 길’이란 제법 운치 있는 이름도 붙여 놨다. 길 초입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로 시작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도 보인다. 곳곳에 유명 시인들의 간략한 인생도 소개해 놓았다. 산책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인의 길’을 따라 야트막한 정상으로 올라갔다. 숨을 고르며 멀리 북한산 쪽두리봉을 바라보는 순간, ‘은평구립도서관’이란 이정표가 눈길을 잡았다. ‘언제 생겼지, 숲속을 통해서도 도서관에 갈 수 있나’ 하는 반가움이 앞섰다. 150m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도서관 정문이 보였다. 이용자를 생각하는 도서관의 배려가 마음에 닿는다. 산책을 하면서 원 없이 책까지 빌릴 수 있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oilman@seoul.co.kr
  • “은퇴할 뻔” 김규리, 다시 마음 잡은 이유는? [종합]

    “은퇴할 뻔” 김규리, 다시 마음 잡은 이유는? [종합]

    배우 김규리가 은퇴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2일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배우 김규리가 게스트로 출연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날 김규리는 과거 광우병 관련 발언 이후 쏟아지는 악플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더러워서 연예인 안한다 싶었다. 댓글의 98%가 악플이었다. 은퇴까지 고민했다”며 “오래 힘들었다. 모두가 날 탓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날 미워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디오 진행을 하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김규리는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보며 “그 시간 동안 배운 게 많다. 취미도 많다.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 하거나 운동하기도 하는데 늘 하는 건 사색”이라며 “사색을 하고 나면 복잡해질 때도 많다. 건강을 해칠 만큼 사색을 한다. 그때 필요한 게 일기장”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규리는 심경을 전하면서 가족과 반려견 그리고 연기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김규리는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는데 내가 그 모습이 되면 대중이 나를 사랑해줄 줄 알았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나 사이의 괴리가 있으면 힘든 것 같다”면서 “그냥 내 모습으로, 김규리로 있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김규리는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거셌던 시기,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가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젠 놓아줄까 봐, 시린 바람이 찾아왔거든…같이 올라볼까 봐, 지친 마음도 내려놓거든

    이젠 놓아줄까 봐, 시린 바람이 찾아왔거든…같이 올라볼까 봐, 지친 마음도 내려놓거든

    언덕 마을 꼭대기에서 본 노을의 잔상을 뒤로하고 기차를 탑니다. 아른거리던 따뜻한 빛이 시린 손끝으로 전해져 대전을 선연(鮮姸)한 도시로 기억합니다. 대전은 하루 여행만으로도 마음을 유연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전은 물과 산, 그 사이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자연과 도심 풍경 모두 품고 있는 여행지이기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한밭’이라는 옛 이름처럼 드넓은 땅에 중간중간 솟아오른 산들이 대전을 더욱더 아늑하게 만듭니다. 대청호(大淸湖), 이름처럼 크고 맑은 호수는 금강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입니다. 대전시와 충북도에 드넓게 걸쳐 구불구불 이어져 있습니다. 부드러운 물길을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는 마음을 탁 트이게 합니다. 삼국시대에 지어진 계족산성에 올라 둥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초겨울을 실감합니다. 가을의 끝자락, 자연휴양림에선 숲과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도심 속 옹송그리듯 자리한 언덕 동네를 올라 일몰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하루 천천히 걸었던 대전에서 차가운 겨울을 보낼 유연한 힘을 얻습니다.부드러운 호수가 머무는 도시, 크고 넓은 밭을 이르는 한밭이라 불리는 대전(大田)은 경부와 호남 철도, 도로가 만나는 우리나라 교통의 중심지다. 약 40년 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충청도와 전라도를 흐르는 금강은 대청호라는 드넓은 호수에 머무른다. 대청호는 충주호와 청풍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드넓은 호수다. 이 호반을 중심으로 오백리길이 이어져 있다. 대청오백리길은 대전과 충북을 거쳐 21구간으로 조성된 길이다. 대전에는 1~5, 21구간 등 총 6구간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산과 숲이 펼쳐져 있어 드라이브나 산책길로 유명하다. 걷기 좋은 길은 고운 모래사장과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 싱그러운 숲 등 수려한 자연이 곁에 있다.●대청호 청아함 따라 흐르는 ‘계절의 연가’ 대청댐 바로 아래 금강을 따라 마련된 데크를 걸으면 백로가 먹이를 찾는 유유자적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 ‘슬픈연가’를 촬영했던 S자 갈대밭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대청호오백리길 위엔 옛 풍경을 간직한 작은 마을도 여전히 자리한다. 4구간 호반낭만길 위 주산동 전망대에선 반짝이는 물빛이 청아하다. 물 위로 동동 떠다니는 오리 떼에 마음을 뺏긴다. 차를 세워 두고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잠시 빠져 보자. 추동습지 부근은 근사한 뷰포인트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데크 곁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억색, 갈대밭이 감성적인 운치를 자아낸다. 이정표에도 ‘전망 좋은 곳’이라 쓰여 있다. 21구간 대청로하스길에는 대청공원과 대청댐물문화관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어 사색하며 혹은 이야기 나누며 머물기 좋다. 특히 숨어 있는 왕버들 군락지가 볼만한데 저녁 무렵 물안개와 노을이 내려앉으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 ‘피톤치드 맛집’ 최대 메타세쿼이아 숲길 ‘가을의 산책은 늘 마지막 같아서/ 한 발자국에도 후드득’ 성동혁 시인의 구절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잎들이 가득한 숨겨진 단풍 명소 장태산자연휴양림이다. 1970년 초 국내 최초의 독림가(篤林家) 고 임창봉 선생이 가꾸기 시작한 휴양림은 그 정성을 거대한 나무들이 정직하게 보여 준다. 입구에 들어서자 숲의 냄새가 진하다. 숲의 냄새를 만들어 내는 ‘테르펜’이란 성분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 주고 건강을 회복하게 해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찾게 해 준다. 이곳은 ‘피톤치드 맛집’임이 분명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하이라이트는 키다리 메타세쿼이아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늘길이라 부르는 ‘스카이웨이’를 걸으면 나무의 허리쯤에서 눈높이를 같이하게 되는데, 나무와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스카이웨이를 걷다 보면 스카이타워가 등장한다.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림이 느껴지는 달팽이관 같은 스카이타워를 올라가면 숲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높이 27m에 이르는 스카이타워에 서면 숲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14.5㎞ 산성 황톳길, 땅의 기운 오롯이 계족산(鷄足山)은 닭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429m에 이르는 나지막한 산을 즐기는 방법은 14.5㎞로 이어져 있는 황톳길을 자분자분 걷는 것. 황토가 말랑해지는 봄, 가을엔 맨발로 자연의 속살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06년 충청권에서 소주를 만들고 있는 맥키스컴퍼니에서 매년 2000여t의 황토를 깔고 관리하고 있다. 조웅래 회장이 우연히 황톳길을 걸어 보고 편안한 숙면과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 후 모두가 함께 즐기자는 의미에서 만든 길이다. 겨울 무렵엔 황톳길이 아니어도, 계족산성에 오를 만하다. 단풍이 떨어진 사이사이로 스미는 따사로운 볕 아래 가뿐한 산행을 즐기기 좋다. 해발 420m에 있는 계족산성(사적 제355호)은 삼국시대 때 신라의 침입을 방어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중심 산성이다. 정동삼림욕장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오르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황톳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길을 걷다 보면 산성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대전은 산성의 도시다. 서구 월평동 구릉에 위치한 월평산성, 성치산 정상부를 빙 두른 성치산성 등 크고 작은 30여개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 대전은 교통의 요지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전장의 요충지였다. 이들 중 가장 가볼 만한 곳은 계족산성이다. 그 규모는 물론 복원을 마쳐 산성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좋다.산행의 끝은 계족산성에서 가장 높은 산등성이에 있는 서문터다. 서문은 필요할 때 문을 내려 통행할 수 있는 현문(懸門)으로 만들어졌다. 서문터 바깥벽은 2.5m 높이로 덧대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쌓았다. 동벽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벽은 외벽은 돌로 쌓고, 성 안쪽은 흙을 정교하게 다져서 쌓는 내탁공법(內托工法)으로 지었다. 서문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꽃무늬 수막새기와, 돗자리 무늬가 새겨진 평기와 조각 등이 출토돼 삼국시대에 쌓은 성임을 알 수 있었다. 산성 성벽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만들어 유연하게 굽어 있다. 계족산 산봉우리에 머리띠를 두르듯 돌로 차곡차곡 쌓은 산성의 둘레는 1037m에 이른다. 성벽은 대부분 무너졌는데, 1992년부터 복원해 문터와 건물터, 봉수대, 우물터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산성의 중간 지점에서 볼 수 있는 집수지가 독특하다. 국내에서 확인된 집수지 중에서 가장 크다고 전해진다. 산성 안의 군사들이 마실 물과 화재 때 불을 끌 물로 사용하고, 홍수 때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속도를 줄여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계족산성에서는 9개 건물터가 확인됐다. 고려 시대 청자 조각과 토기 조각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 그 시대에도 성의 역할을 굳건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갈대와 들꽃, 구불구불한 대청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숨겨진 뷰포인트도 빼놓을 수 없다.●127m 언덕마을, 로맨틱한 대전의 밤과낮 한눈에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대동하늘공원은 동구 대동에 자리한 마을 꼭대기에 있다. 대동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인 마을로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다정하고도 따스하다. 2007년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조금씩 변신을 거쳐 온 마을은 느리게 산책하기 좋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알록달록한 벽화에서 걸을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약 127m 높이에 위치한 대동하늘공원에 오르면 대전 도심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쌍둥이처럼 서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 건물이 가장 눈에 띈다. 맑은 날엔 보문산과 도솔산, 계룡산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또르르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다. 밤이면 은은하게 빛나는 풍차와 주변 조명 덕분에 더욱 로맨틱해진다. 동네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소소한 가게들이 자리한다. ‘머물다 가게’는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소품을 위주로 꾸며 놓은 곳으로 여행기념품을 살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등장해 더욱 반가운 복합문화공간 ‘대동단결’도 핫플레이스. 오래된 동네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글 사진 박산하 여행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2) →대전과 충북 대청호 물길을 따라 21구간으로 조성된 대청호오백리길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ww.dc500.org)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겨울 수변에 펼쳐진 억새와 갈대를 만날 수 있는 4구간 호반낭만길을 추천한다. 대동하늘공원이 있는 대동벽화마을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다.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다녀야 한다. 마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거나 지도를 구하고 싶다면 ‘머물다 가게’(070-8098-6634)에 들러 보자. 운영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미리 연락할 것. 아기자기한 여행기념품을 득템하기도 좋다. →보통 두루치기 식재료로 돼지고기를 많이 쓰지만 대전에서는 두부를 자박하게 끓여낸 두루치기가 유명하다. 부드러운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육수에 넣고 고춧가루와 간장, 마늘, 참기름 등 매운 양념을 더한다. 오징어를 넣기도 하는데 두부가 식감이 보들보들하고 고소하면서도 매콤해 중독성이 강하다. 자작하게 졸인 국물에 면 사리를 비벼 먹으면 매콤함이 한결 순해진다. 광천식당(226-4751)과 진로집(226-0914) 등이 맛집으로 꼽힌다. 대전은 칼국수의 도시로 봄이면 칼국수 축제를 연다. 한국전쟁 이후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곳이라 구호물자가 모였는데, 그중 밀가루가 많았다. 대전에는 칼국수집이 많이 있는데 그중 신도칼국수(253-6799)는 사골 육수에 보드라운 면발을 맛볼 수 있다.
  • 가천대 교양강좌 ‘지성학’ 300회 돌파…각계 명사 릴레이 강의

    가천대 교양강좌 ‘지성학’ 300회 돌파…각계 명사 릴레이 강의

    가천대학교 대표 교양강좌인 ‘지성학’ 강좌가 300회를 맞았다. 이 강좌는 2007년 3월 15일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강의를 시작으로 ‘명품교양강좌’로 자리 매김하며 21일 이화여대 정끝별 교수의 강의로 300번째 강연을 했다. 13년 동안 300명의 명사가 강단에 섰으며 그동안 수강한 학생만 1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그동안 사회,문화,경제,교육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사들로 강사진을 구성해 학기별로 12명의 명사가 매주 릴레이 강연을 해서 인기를 끌었다. 김훈 소설가, 서정진 셀트리온회장, 승효상 건축가, 오명 前 과학기술 부총리 , 정운찬 前 서울대 총장, 시인 정호승,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승헌 前 감사원장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과 명사들이 지성학 강사로 나섰다. 이길여 총장도 직접 강단에 서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를 주제로 특강을 했고 배우인 이순재 가천대 석좌교수도 연기 인생을 바탕으로 특강을 했다. 개설당시 300명 정도가 수강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학생들이 몰려 수강 인원을 600명으로 늘리고, 강의 장소도 일반 강의실에서 강당으로 바꿔 현재 매학기 500여 명이 수강하는 대형 강좌로 운영되고 있다. 학과와 학년 구분 없이 수강하고 있으며 수강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좌다. 교양선택 2학점으로 매주 목요일 3시부터 2시간씩 강의와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강의 주제도 글로벌시대 국제 정세와 인재상을 비롯해 한국경제에 대한 이해, 역사 인식,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취업난 등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격려까지 다양하다. 지성학 강의를 수강하는 공준혁(도시계획학과 3학년)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명사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어 매주 새로운 강의가 기다려진다.”며 “각계 인사들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성학 강의는 강의로 끝나지 않고 책으로도 엮어졌다. 지성학 강의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강의 내용을 묶어 ‘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라’, ‘글로벌 시대 자신만의 스펙을 디자인 하라’ 등 네권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들은 명사들의 성공적이고 체험적인 삶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들려주고 인공지능이 리드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고, 미래는 또 어떻게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을 전해 화제가 됐다. 최미리 부총장은 “각 분야 명사들의 살아있는 강연으로 학생들의 호응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더 깊은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주고 급속한 변화와 혁신의 시대,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바로잡아 주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푸르스름 사색하다

    푸르스름 사색하다

    한국 문단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평론가의 에세이가 나왔다. 권성우(56)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의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소명출판)이다. 권 교수는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30년 이상 비평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책에는 그가 쓴 기행문, 편지, 칼럼, 페이스북 등에 올린 단상, 추모사, 축사, 문학적 성장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이 수록됐다. 책 제목의 ‘비정성시’는 저자에게 청춘의 아련한 첫사랑이자 역사·정치와 예술의 드문 성공적 결합을 상징하는 영화다. ‘푸르스름’은 우리말의 풍부함과 아름다운 어감이 스며든, 저자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비판적인 리뷰를 쓰는 데 거침없었던 저자는 특정 출판사나 문예지로부터 연관되지 않고 독립적인 비평가로 살고 있다. 책에선 2015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 당시 출판사 창비와 함께 문예계간지 ‘문학동네’의 책임을 언급한 칼럼도 보인다. 그는“칭찬하는 일이 지닌 위험성은 비평가가 자신의 신용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모든 칭찬은 전략적으로 볼 때 백지수표다”라는 발터 베냐민의 말을 들어 칭찬 일변도의 주례사 비평이 한국 문학의 초라한 모습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먼저 간 선배 문인이자 스승인 김윤식 문학평론가를 기리는 대목에서는 성실한 비평에 대한 결기가 느껴진다. “누구는 바보라서 현장 속에 뛰어들어 먼지와 똥오줌을 뒤집어쓰고 있는 줄 아십니까. (중략) 현장의 먼지 바닥 속을 헤매지 않고는 진짜 ‘실감’을 얻어 낼 수 없습니다.” 가는 날까지 정열적으로 소설 월평에 참여했던 스승이었다. 그 스승과의 만남으로 문학평론가가 된 제자는 그 마음을 기꺼이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기덕 서울시의원 “성산자동차학원부지 공원조성추진 서울시가 앞장서야“

    김기덕 서울시의원 “성산자동차학원부지 공원조성추진 서울시가 앞장서야“

    김기덕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이 “성산자동차학원 폐업에 따른 행복(청년)주택이 아닌 경의선 선형의 숲 3단계 구간 공원화 조성사업에 서울시가 적극 앞장서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은 11월 6일 진행된 서울시 푸른도시국 소관 2019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마포구 지역 최대현안이고 의정목표인 ‘경의선 선형의 숲’ 완성을 위한 3단계 구간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 서울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산자동차학원에서 상암동MBC 철도부지구간은 지난 2014년 2월 당시 지역구 의원이었던 정청래 전 국회의원과 김기덕 시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마포구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1단계(상암동MBC~DMC역)와 2단계(DMC역~성산자동차학원)사업이 진행돼 공원이 일부 조성되었으나, 3단계 구간은 성산자동차운전학원과 택시조합이 사용하던 구간으로 토지사용관련 협의 지연으로 공원조성에 차질을 빚어왔다. 그간 사업추진에 걸림돌이었던 성산자동차운전학원은 금년 9월6일 자진폐업 후 시설을 철거했고, 한국택시협동조합도 금년 12월31일자로 사용기간이 만료되면 토지주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더 이상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남은 3단계 구간 공원화 사업 추진의 여건이 마련됐다. 김 의원은 “경의선 선형의 숲 조성은 기존 경의선 숲길 공원(6.3km)과 연계하여 녹지축을 완성하고, 수색역세권 개발 계획과 함께 상암DMC와 수색 배후지역의 녹지공간 확보와 주민들의 휴식과 사색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라며 “3단계 사업을 완수해 경의선 선형의 숲을 주민 품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인접한 바로 옆에 이미 5년전 건설된 가좌지구 행복주택이 있는만큼, 지역 여건과 주민요구를 적극 수용해 공원화 조성에 적극 협조하여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6월 국토교통부의 행복(청년)주택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와 마포구에 확인한 결과, 행복(청년)주택 검토는 현재 중지된 상태이므로 “서울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경의선 선형의 숲과 연결된 공원화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시에서는 국유지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으면 공원화 사업을 적극 검토할 것이며, 서울시는 마포구와 함께 토지사용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경의선 숲길 공원과 연계한 선형의 숲 조성을 위해 △1단계 구간(11,220㎡) 11억2800만원(국비 10억6600만원, 민간모금 6200만원) △2단계 구간(13,171㎡) 35억8400만원(국비 20억8400만원, 시비 15억원)을 투입했으며, △3단계 구간(24,860㎡)은 65억원(국비 41억5천만원, 시비 23억5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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