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자살방조죄 성립 논란/대필 밝혀지면 어떻게 되나
◎「수구제공」등 구체행위 없어 성립 안돼/법원/돕겠다는 의지 확인… 「간접방조」로 봐야/검찰
분신자살한 「전민련」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우서를 다른 사람이 대필해 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법적으로 자살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검찰 수사는 현재 김씨의 유서를 대필해준 사람으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를 지목,김씨의 유서와 강씨의 필적 등을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하는 등 수사를 집중하면서 강씨가 출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강씨는 유서의 필적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김씨의 유서를 강씨가 대필해 주었다는 확증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강씨의 신병만 확보된다면 유서대필 사실을 밝혀내기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번 사건 수사에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해준 사실을 밝혀냈다고 했을 때 그것만으로 자살방조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법조계에서조차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물론 강씨가 단순히 유서를 대필해 줬을 뿐 아니라 나아가 자살을 하도록 부추긴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김씨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럴 경우 강씨가 김씨에게 자살하도록 권유했거나 자살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자살교사 또는 방조죄를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서를 대필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데는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형법 제2백52조(촉탁,승낙에 의한 살인 등) 2항은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이 조항과 관련된 판례가 극히 드문 실정이며 더욱이 자살하는 사람의 유서를 대필해 준 사건이 발생한 적은 거의 없어 법정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은 유서대필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형법규정을 적용,유죄판결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방조범 처벌의 일반규정인 형법 제 32조에 관한 우리 판례는 방조행위를 「범행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그 방법은 물질적,정신적,직접적,간접적이든 가리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에도 구체적인 방조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자살방조죄의 경우에는 자살하려는 사람이 죽을 수 있도록 자살의 도구를 구해주거나 자살자체를 도와주는 행위가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행위의 예는 ▲분신자살하는 사람에게 휘발유나 시너를 갖다주거나 몸에 불을 붙여 주는 행위 ▲목을 매 자살하는 사람에게 끈을 제공하거나 목을 매기 쉽도록 도와주는 행위 ▲흉기나 극약을 구해 주는 행위 등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자살을 말리지 않았거나 유서를 대신써준 행위 등은 자살방조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사검사들은 『김씨가 자살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이를 말리지 않고 유서까지 대신 써준 행위는 분명히 자살을 도와준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자살방조죄가 충분히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유서를 대필해 준 행위가 직접적으로 자살을 도아준 행위는 되지 못할지라도 유서가 자살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이라면 대필행위는 간접 방조라는 의견이다.
검찰은 아직 강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김씨가 죽기 전 강씨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살과 관련한 어떤 논의를 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나 유서대 필외의 자살방조 또는 교사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강씨가 유서를 대필해준 사살이 분명하다면 김씨의 자살 자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고 다만 유서만을 대신 써 주었다는 것은 그 동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가 자살하도록 권유하거나 자살을 도와준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남의 유서를 대신 써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검찰은 「전민련」측에서 김씨의 것이라고 내놓은 수첩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수첩의 조작 여부를 밝혀내는 것 또한 이번 수사에서 자살방조 여부를 가리는데 있어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