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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속에서 찾은 희망의 메시지

    “가느다란 댓가지들을 바구니 모양으로 그려 가노라면 시름과 절망이 하나씩 지워지고,댓살 마다에는 희망의 움이 틉니다” 지난 20여년을 한결같이바구니 그림을 그려온 ‘대바구니 작가’ 정란숙(44)이 또 하나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그의 개인전(10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서울 청담동 가산화랑에는 바구니 그림과 함께 3점의 가시 그림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12호짜리 유화 ‘님 쓰신 가시관’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대바구니 작품세계가 변한 것일까.작가가 가시 그림을 그리게 된 데는 아픈사연이 숨겨져 있다. 그는 지난해 조종사인 남편을 과로사로 잃었다.첫 산업재해로 인정돼 한줌의 위로는 받았지만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만 갔다. ‘님 쓰신 가시관’은 남편에게 바치는 눈물로 그린 사부곡(思夫曲)이다.이그림에서 가시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한다.그림 윗부분은 십자가를 경계로 평면분할했다.십자가에 못박힘을 상징하는 손,성령을 나타내는 비둘기,성혈,성체,성합,물고기,산 등이 그 안에 담겼다.약간은 추상화된 형태다.그러나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극사실주의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림을 잘 그릴 줄 모르니까 그대로 빼다박은 듯이 그리는 것이지요” 개인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단계 성숙한 작품세계를 보이고 있는 작가의 겸손이 유난히 돋보인다.(02)516-8888. 김종면기자
  • KBS1 인터뷰 전문프로 ‘피플! 세상속으로’

    뉴스를 보다가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복잡다단한 세상사를 담아내기에 1분30초 내외의 리포트가 한없이 가볍게만 여겨지기 때문이다.또 사건의 중심에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사람’이 뉴스에서 사라졌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KBS 1TV가 2일밤 10시 첫회를 내보내는 인터뷰 전문 생방송 프로그램 ‘피플! 세상속으로’(기획 이승원)는 사회적 관심사의 중심 인물에 대한 밀착취재를 통해 사회변화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기획됐다. 그 흐름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현장성있는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동원가능한 촬영장비를 쏟아부어 야외촬영을 했고 순발력과 기동성에 중점을 둔 것은 물론. MC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가를 안팎으로부터 받고 있는 송지헌이 맡았다. 2일 다뤄질 내용을 미리 보면 4·13총선연대 활약의 밑바탕이 되었던 시민의 힘을 만질 듯 들여다본다.하루 100여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던 자원봉사자, 찐빵을 가져와 격려했던 찐빵가게 아저씨,사이버 공간에서‘짜장면’이라는 필명으로 활약했던 40대 아저씨 등을 찾아 진솔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들어본다. 또 지난 89년 납북된 동진호 선장의 딸 최우영씨의 사부곡을 통해 해방이후끌려간 3,700여명의 납북자 가운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450여명의 가족들이 거는 정상회담에 대한 염원을 함께 한다. ‘이 남자의 즐거운 세금’에서는 무려 소득의 3분의 1인 1억 8,000만원을세금으로 납부한 의정부 관내 손광운 변호사의 사례를 통해 법조인들의 세금납부 관행을 들여다본다. 또 ‘직격 인터뷰’코너에선 집권여당의 정책 브레인역을 맡게된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중계차로 연결,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정책지향점을 찾게된다. 영화 ‘인터뷰’에서 인터뷰를 한 인연으로 결혼에까지 골인한 박용 박청아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장식된다.훈훈한 사람 소식을 프로그램 말미에 배치한 것도 나름대로 돋보이는 부분. 김영국 TV1국 차장은 “휴먼 프로그램의 단점인 영웅화와 왜곡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과 인터뷰 중심으로 담백한맛을 내겠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민중의 시인’ 김남주 추모 작업 다채

    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시인 김남주.오는 13일은 그가 4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김남주 시인의 사망 5주기를맞아 다채로운 추모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김씨의 서간집 ‘편지’(이룸)와 미망인 박광숙씨의 수상집 ‘빈 들에 나무를 심다’(푸른숲)가 나온 데 이어 문학동네에서는 김씨의 서정시집 ‘낮달’을 12일에 펴낸다.또 시비(詩碑) 건립이 추진중이며 그를 기리는 문학기행도 예정돼 있다. ‘시인’이라기 보다는 ‘전사’를 자처한 광야의 선지자,비인간적인 이데올로기에 혁명의 순결성으로 맞선 민족주의자,분단시대의 철조망을 걷어차던 선봉대장…. 그에게 시는 단순한 문자놀음이 아니다.그것은 민족현실을 타개하는 변혁의 무기요,시대정신의 광맥을 더듬는 유용한 연장이다.그런 만큼 그에게는 과격한 투사의 이미지가 따라다녔다.그러나 그의 서정 시편들을읽다보면 그가 왜 ‘한국의 하이네’로 불리는가를 대번에 알 수 있다.그는때로 사랑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민중 앞에 선다. “내가 손을 내밀면/내손에와서 고와지는 햇살/내가 볼을 내밀면/내볼에와서 다스워지는 햇살/깊어가는 가을과 함께/자꾸자꾸 자라나/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내 볼에 와서 감기면/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내 입술에와서 닿으면/그녀와 주고 받고는 했던/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창살에 햇살이’ 전문) 시의 행간에는 소월이 어른거리고 영랑이 얼비친다. 시집 ‘낮달’에는 ‘창살에 햇살이’‘물 따라 나도 가면서’‘고뇌의 무덤’‘황소 뒷다리에 붙은 진드기 같은 세상’‘솔연(率然)’등 60여편의 작품이 실렸다. ‘편지’는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을 선고받은 김씨가 투옥생활중 아내에게 보낸 100여통의 편지를 묶은 것.시시각각 옥죄 오는 삶의 벼랑에서도희망을 갈무리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겼다. ‘빈 들에 나무를 심다’는 암으로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낸 미망인 박씨가사부곡(思夫曲)삼아 쓴 산문집이다.강화도에서 외아들 토일군과 함께 살아온 5년간의 삶을 들려준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02-313-1486)는 오는 20,21일 김남주 문학기행을 떠난다.문학기행은 서울을 출발해 전남 해남의 김남주 생가를 방문한 뒤 광주망월동 묘역에 안장된 김씨 묘지를 참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5월엔 그의 묘지 곁에 시비를 세울 예정이다.金鍾冕 jmkim@
  • 思夫曲/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 여성기업인 브랜더 바네스 펩시콜라 북미지역 사장은 2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면서 ‘일보다 가정이 더 소중하다’고 사임이유를 밝혔다. 펩시콜라회사는 황금알을 낳는 기업에다 그의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경영인이었으나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더 늦기전에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가정은 이처럼 소중하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인생에서의 최상의 목표인 부와 명예를 추구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의 우리 가정은 어떤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인한 생활고로 가정내 폭력과 불화가 예사롭게 목격되는 요즘이다. 자식을 서로 맡지 않겠다는 부모들,나몰라라며 무작정 가출하는 실직 가장들,또 그런 남편을 상대로 이혼하자는 부인 등 사회복지 시설에는 고아아닌 고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성특별위원회가 조사한 ‘실직자 및 가족의 생활실태’에 따르면 남성실직자 5명 가운데 1명이 이혼·별거중이거나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초등학교 어린이가 ‘고아가 되기 싫어서’ 엄마의 시신옆에서 열흘 이상 지낸 이야기는 우리 가정의 정체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예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린 자식을 옆에 두고 죽어버리는 엄마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선지 조선중기의 한 여인이 남편이 요절하자 ‘가시는 길에 읽어보시라’며 관속에 넣었다는 ‘사부곡(思夫曲)’이 공개되어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병으로 죽게된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를 엮어서 짚신을 삼아 천지신명께 빌고 ‘검은 머리가 희어지도록 함께 살지 못한 것’을 여인은 끝내 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가정은 전에는 남편이 병들면 아내가 남의 집 파출부로 일하면서 자식을 공부시키고 남편의 약값을 대고 시부모를 공양해왔다. 더구나 우리의 정서는 사회생활에서는 남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버림받는 일이 있어도 가족만은 굳건하게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자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들곁에 있어 주는 것이 부모이고 머리가 희어지도록 함께 가정을 이끌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부부다.인간의 삶의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400년전의 사부곡으로 가족의 결속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다짐해보자.
  •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삼풍참사 PC통신 사연들

    ◎“가장잃은 아픔 딛고 꿋꿋이” 격려도/“그렇게 예쁜 민경이가… 살아만다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아픔에 하이텔,천리안 등 PC통신망도 통곡하고 있다. 졸지에 가족과 친구를 잃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과 얼굴은 몰라도 안타깝게 숨져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들이 연일 쇄도,많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로 아버지 변동희(50)씨를 여읜 아들 성재(20·연세대 전기공학 1년)군은 찢어지는 고통을 하이텔에 「사부곡」으로 남겼다. 『저는 오늘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저는 이제 겨우 대학 신입생이고 동생들은 수험생들입니다.…벌써 지쳤습니다.그러나 힘을 내야겠지요…』 이 글을 본 주부 윤설희씨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된 참담한 심경이겠지만 부디 힘을 잃지 말고 꿋꿋이 살아나가라』고 변군을 격려하는 서신을 띄웠다. 실종된 「민경」양의 5년 전 과외교사라고 밝힌 정인규씨도 『돈을 벌어 보겠다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데….언젠가 스승의 날 네가 사준 손수건이 생각난다.그렇게 예뻤던 우리 민경이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제발 어딘가에서 살아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슬픔을 토로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71시간의 사투끝에 구조됐다가 끝내 숨을 거둔 이은영(22)양을 추모하는 글들은 모두의 가슴을 적셨다. 이상목씨는 『다리를 짓누르던 콘크리트 더미보다 무겁고 아파했을 당신을 외면해 버렸던 구조의 손길들.차라리 찾지나 못했으면 이보다 울분은 덜할텐데,그 엄청난 고통의 무게에 지친 그대를 죽은 사람으로 판단해버렸던 그 순간 상황이 우리 마음을 괴롭고 무겁게 합니다』라고 했다.최지환씨도 『한번도 뵙지 못한 분이었지만 방송을 보면서 가슴 조렸고,구출됐을 땐 나의 일처럼 기뻤었는데 끝내 돌아가시다니 그 오랜 시간을 버티시고서 왜 가셔야만 했는지…』라고 못내 아쉬워 했다.
  • 그대 홀로 가는 배/박기원 지음(화제의 책)

    ◎작곡가 고이진섭씨의 아내가 쓴 「사부곡」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하는 노래「세월이 가면」에 곡을 붙인 고이진섭선생은 작곡가이자 희곡·시나리오 작가,칼럼니스트였다. 극작가 한운사씨가「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라 불렀던 그가 간지 11년,아내인 소설가 박지원씨가 그와의 사랑을 회고하는「사부곡」을 내놓았다. 지난 49년 봄 서울신문사 선후배 기자로서의 첫만남에서 부터 피란지 부산에서의 조우,그리고 30년동안의 결혼생활에서 주고받은 사랑의 모습들이 때로는 담담하게,때로는 격렬한 필체로 그려져 있다. 또 이진섭선생의 예술가적 기질과 그에 따른 기행등 진면목도 소개했다.지순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청산 5천4백원.
  • 6·25때 순직 아버지 그리는 40대부부

    ◎“호국영령 추모” 휴전선 횡단행군/「보훈의 날」 155마일 장도에 오르는 서울 유대지·이순필씨/「사모곡」 부르며 9박10일 주먹밥 끼니/철의삼각지선 산화한 선열 명복빌고/16일 강원도 고성군서 출발… 서해 백령도까지 「동부전선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서 서부전선 끝간데인 경기도 옹진군 백령도까지­」보훈의 달을 맞아 한 부부가 구비구비 이어진 1백55마일 휴전선 남방한계선을 따라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9박10일간의 도보횡단에 나선다. 유대지(45·서울 강남구 개포2동 512)·이순필씨(46)부부는 오는 16일 새벽4시 명호리를 출발,인제·양구·화천·철원등 휴전선에 인접한 10개군을 걸어서 통과한뒤 25일 새벽4시,44년전 포성이 울린 바로 그 시각에 서부전선 옹진군 백령도에 도착한다. 올해로서 44주년이 되는 6·25가 전후세대들의 기억속에서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건만 유씨부부에게는 6월이 되면 눈자위를 적시는 마음의 생채기로 저며온다. 유씨는 이번 도보행진을 결심한데 대해 『조국산하를 지키다 전사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사무쳐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호국영령들의 뜻을 기리고자 이번 행사를 계획하게 됐다』며 취지를 밝혔다. 아버지가 순직한 뒤 8개월후 유복자로 태어난 유씨로서는 사진 한장 남기지 않은 아버지를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그런만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유씨의 아버지 유귀용경사(당시 27세)는 6·25가 발발하기 직전인 49년 3월 경북 경주경찰서 안강지서장으로 근무하던중 무장공비의 습격을 받고 교전끝에 순직,지금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충혼탑에 안장돼 있다. 도보행진 내내 주먹밥으로만 끼니를 이어가며 「사부곡」을 원없이 부를 것이라는 유씨부부는 행진도중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철의 삼각지에서는 이곳서 산화한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추모제도 가질 계획이다. 또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떠온 바다물은 행진을 마치는 25일 동작동 국립묘지 충혼탑앞에 모셔 아버지의 제수로 쓰겠다고 말한다. 유씨는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끝에 고교를 졸업,85년 원호대상자로 수원에 있는 국가보훈관리공단에 근무하며 딸만 넷을 둔 단란한 가장이 됐다. 처가 역시 큰처남이 6·25 상이용사인 국가유공자 가정이어서 부인도 이번 도보행진에 선뜻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1년여전부터 체력다지기와 정신력배양에 막바지 힘을 쏟았다는 유씨부부는 그동안 국방부·내무부·경찰청등 각계 요로에 행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유씨는 『처음에는 휴전선에서 가장 근접한 남방군사한계선을 따라 도보행진을 하려 했지만 국방부에서 녹음이 우거져가는 계절이라 곤란하다는 공식통보를 받아 남방한계선에 가장 가까운 지방도로로 코스를 수정했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반드시 이번 도보행진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아버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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