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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일제 시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 신청(5월 1일)을 법원에 낸지 한 달 반 가량 지났다. 또한 일본 정부가 5월 2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2018년 10월 30일)과 관련해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기한(6월 18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6월28, 29일)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정치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일본 기업이 과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2015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일제 시기 강제동원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 참가했다. 제주 4·3 사건 군사재판 생존자 18명을 대리해 재심, 형사보상 청구,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매각신청->감정->매각명령->송달->집행에 3개월 이상 Q: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을 매각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한 달 이상 경과됐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실제 자산 매각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가. A: 5월 1일 보도자료를 냈을 때 ‘최소 3개월’이라고 했다. 법원이 매각 명령을 내리고, 일본 기업에 송달되어서 그 명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를 계산한 것이다. 실제 현금화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절차를 얘기하자면 먼저 압류한 자산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압류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의 자산은 비상장 주식인데, 액면가만 있을 뿐 시장 거래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감정을 통해 이 주식을 매각하면 집행 비용을 빼고서도 채권자(원고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판단한 이후, 매각명령결정을 일본 기업에 송달시킬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법원행정처가 매각명령결정서를 일본 외무성으로 보내고, 일본 외무성이 일본 기업에게 송달시키는 방식인데, 일본 외무성이 사인 간의 민사소송에서 이 송달절차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일본 기업들은 매각명령결정서를 송달받고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다툴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유효한 이의제기 사유가 없는 상황이기에 매각명령결정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본다. 이후 절차에서는 집행관의 재량권이 큰데, 집행관이 일본제철에게 자신의 주식을 사갈지 의사를 물어볼 수도 있고, 경매에 부칠 수도 있다. 법원, 일본제철에 의견서 기회 줘 기간 늘어날 듯 최근 법원으로부터 대리인 측에 통보가 온 게 있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매각명령 과정에 심문기일이 필수적이지만 채무자(일본 기업들)가 외국에 있는 경우라면 심문기일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포항지원에서 심문기일을 열지 않으나, 일본제철에게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를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주목을 많이 받는 사건이라 법원으로서도 방어권 행사를 꼼꼼하게 보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일본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 절차가 이루어지게 되면, 매각명령결정이 확정되기까지의 기간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Q: 그렇다면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이들 일본 기업 자산(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19만 4794주 9억 7400만원 상당, 후지코시 보유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 6500주 7억 6500만원 상당)이 실제로 매각되기 전까지 대리인단이 그간 시도해 온 일본 기업과의 협의를 통한 화해 가능성은 있는가.이춘식 할아버지, 연내 해결 희망 A: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대리인단, 지원단은 일관되게 일본 기업에게 합의를 요청해왔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고,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요청이었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면에서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기업들 본사에 수차례 방문하였지만 면담은커녕, 책임있는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법이 정한 집행 절차를 계속 늦출 수 없었다. 그동안 피해자분들에게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집행 절차를 미루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피해자분들 역시 일본 기업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 하셨기에 우리를 믿어주셨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사과는커녕 판결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고령의 피해자분들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께서는 연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신다고 명시적으로 말씀하셨다. 대리인으로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대리인들은 일본 기업과 화해를 위한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 A: 광주 근로정신대 소송대리인단과 미쓰비시중공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도쿄와 나고야에서 16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제철도 일본 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리인과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물론 이들 협상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에 나섰던 역사가 존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0년을 전후로 일본 사회가 그래도 유연성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월급조차 주지 않고 노동을 강요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 일본 기업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이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일본 기업 강경한 태도 배후에 일본 정부 있는 듯 Q: 일본 기업의 강경한 태도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고 보는가. A: 그럴 것으로 추측한다. 판결 전에도 16차례 협상을 했던 기업이 판결 이후에는 일절 만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2012년 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화해 통해, 사과와 배상 받는 게 최선의 길 Q: 지금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라고들 한다. 그 배경에는 강제동원 판결을 꼽는다. 한일관계 타개책으로서 1)피해자 구제를 위한 2+2(한국 정부·기업+일본 정부·기업) 혹은 2+1(한국 정부·기업+일본 기업) 등에 의한 기금 방식 2)국제사법재판소(ICJ)에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다는 일본 주장이 맞는지를 가려보자 3)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전면적인 외교전쟁을 선언하고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감수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이런 논의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 ICJ에서 가리자는 방안은 부적절 A: 2, 3번은 정치가 없는 방식이다. 2번은 제3자에게 사법적 판결을 하라는 것인데 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피해자의 권리구제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해 인정한 것은 드물지 않다. 일본 내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들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후지코시 사건의 경우 “면학 기회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고 근로정신대로 권유해서 참가시킨 행위는 충분한 판단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진학 기회가 제한돼 있던 어린 나이의 여성에 대해 이른바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더불어 10대 여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메이지헌법 하의 법제에서도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권유방법”이라고 판시했다. 식민지 조선사람들을 속여서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점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ICJ로 가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양국 사회의 합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닌, 사법적 판단에만 목을 매달게 할 것이다. 판단을 받기까지 시간과 비용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외교전쟁 불사 주장은 이해 안돼  3번 같은 외교적 전쟁 주장은 그 자체로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의 주장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나. 사실상 한국의 민주화 이후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직해가면서, 식민지 시기 과거사 문제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외교적 전쟁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공방 속에서 결국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은 또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싸울 필요가 있다면 싸워야겠지만,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야 하지 않겠나. 화해 통한 기금 조성, 초창기부터 논의된 방식  1번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강제동원 문제가 등장하였던 초창기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독일 정부와 독일 기업들이 2차 대전에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설립하여 보상한 사례가 존재하며, 일본 기업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중국 적십자 등을 통한 기금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도 있다. 2010년 12월 11일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공동선언을 내고 기금방식의 해결에 대한 선호를 천명한 적도 있다. 기금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의사표시를 하고, 배상금을 출연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기금에 다른 주체들의 참여는 탄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소송이 아닌 기금을 통한 해결이 더욱 적절한 이유는, 소송에 참여하기 어려운 많은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구제할 수 있으며,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사표시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연금기록 등 관련 자료가 대부분 일본에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사법적 입증 책임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피해자가 많지 않다. 또한 판결을 통해서는 손해배상금 지급만을 강제할 수 있을 뿐인데, 피해자들께서는 자신을 끌고 갔던 기업들의 사과를 원하신다. Q: 중국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이 개별 사안에서 화해를 했는데 왜 다른가. A: 남한과 일본, 중국와 일본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각 체결한 협정이 다르다.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중국은 일본의 교전국이라는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피해자 규모로 인하여 일본의 대응이 다른 것이 아닌가 의심도 있다. 한국은 피해자 숫자는 강제동원위원회에서 파악된 것만 17만명이고 범위를 넓히면 104만명까지 된다는 통계치가 있다. 화해 없으면 강제동원 소송 꾸준히 늘어날 것 Q: 현재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 관련 소송은 몇 건 정도이고,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A: 2018년 10월30일 판결 이전까지 제기됐던 것과 그 이후를 비교해보면, 판결 이전까지 소송 건수로는 16건이었다. 소송 1건에 피해자 숫자는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경우도 있으나 모든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판결 이후에는 피해자 기준으로 광주 대리인단이 54명, 서울 대리인단이 30여명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 협정 아닌 인권 시각으로 강제동원 봐야 Q: 대리인으로서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A: 1965년 협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라고 반복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 기업들에 의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청구권협정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양국 정부가 온전히 인식하고, 이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합의를 체결하지 못했다는 정황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는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시기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사법부 역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는 존재했고, 청구권협정을 통해서도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다만, 소송을 제기할 소권이 소멸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 더 큰 日기업 소송비용  그렇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1965년의 협정만을 주문처럼 되뇌일 것이 아니라, 1990년 이후 비로소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며 사회적으로 등장한 식민지 시기 여러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청구권에서 인권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청구권협정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해석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시기 피해자에게 온전한 배상과 사과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집행절차로 나아가면서 한일관계가 파탄나고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20년 가까이 소송에서 싸워 비로소 승소한 피해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침묵해왔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무너지는 양국관계라면, 그 관계는 문제다.  우스개소리를 하나 하자면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소송에 대응하면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지불했을 것인데, 이 돈이 실제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금보다 클 것이다. 일본 정부든, 일본 기업이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손해일 수 있다. ‘국제법 무시한 대법 판결 잘못’ 日 시각이 잘못 Q: 일본에서는 한일협정이란 국제법이 한국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데 한국 대법원이 그걸 무시한 판결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A: 비법률적인 주장이고, 사실 왜곡이기도 하다. 한국이나 일본은 국제법, 즉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하면, 그에 따른 별도의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원론적 법체계가 아니다. 협정을 맺고 국회 비준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일원론을 취하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1965년 청구권협정은 그 자체로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국제인권법의 경우 국내법보다 상위 효력을 지녀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청구권협정은 인권협정도 아니다.  청구권협정이 법률의 효력을 지닌다면, 법률에 대한 최종해석의 권한이 사법부에 있다는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청구권협정의 해석권한 역시 각 국가의 법원이 가진다. 즉 한국 내에서 청구권협정에 대한 배타적이고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한국 대법원이 가진다. 한국 대법원은 그 권한을 행사하여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해석권한을 가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13명 대법관 모두가 의견을 내며 치열하게 해석한 판결에 대해, 일본이 “한국 대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라는 부당한 비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대구, 광주 3개 지역에서 소송 진행돼 Q: 대리인단 구성은 어떻게 돼있나. A: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과 대구, 광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법무법인 해마루가 대리인으로,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가 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법무법인 삼일의 최봉태 변호사님이 이 소송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이 지원단체로, 이상갑, 김정희 변호사님들이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선고 이후 추가소송을 위해 대리인단 규모가 확대되었는데, 서울에서는 민변 공익변론센터, 광주에서는 광주 민변지부를 중심으로 대리인단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일본서 소송 이끈 일본인 지원에 감사 Q: 일본 측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A: 한국에서의 소송 이전, 1990년대 일본에서 강제동원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모두 패소하고 2000년대에 한국에서 소송이 제기되어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것이다. 일본 소송 당시 결합하였던 일본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한국 소송 과정에서도 많은 조력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 중이다. 특히 일본 측 활동가들은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 내에서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금요행동’이 대표적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앞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인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많이 알지만, 정작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금요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그 오랜 시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상상해보면 고개가 숙여진다.피해자 목소리 누군가 대변해야 Q: 대리인으로서 이번 소송에 임하는 자세라고 할까, 마음가짐은. A: 중압감이 크다. 같은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사건을 같이 대리하고 있는 김세은 변호사는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집행절차에 나가가는 과정이 특히 그러했다. 일본 정부의 맹공격과 거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도적인 침묵이 있다. 우리 대리인의 역할은 거대한 주체들이 서로 소리지르는 판 속에서 또 다시 배제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한일관계 파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여기 피해자의 고통도 좀 보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역할 말이다. 피해자분들이 정말 고령이시다. 판결에 이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죽기 전에 일본 기업에게 사과를 받고 배상을 받으시는 것, 누군가는 그걸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강제동원 소송 관련 일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 근로자 1인당 1억원 배상 판결  12월 31일: 피해자 대리인, 일본제철 한국 자산 강제집행 신청 -2019년-  1월 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일본제철 한국 자산 압류 신청 승인  1월 9일: 일본 정부,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 한국에 협의 요청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3월 15일: 울산지법, 후지코시 소유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3월 22일: 대전지법,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4월 4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서울중앙지법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코크스공업을 대상으로 추가 손해배상청구소송  5월 1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각 지방법원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국내 자산 매각 신청  5월 20일: 일본 정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 한국에 요청 6월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한일정상회담 불투명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미국 뉴욕의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우연히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려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 그 힘을 하나하나 깨달아 가던 피터는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친구를 한껏 혼내 주며 우쭐해진다. 중고차 살 돈을 마련하려고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이웃집 소녀에게 잘보이고 싶어서다. 무지막지한 챔피언을 상대로 3분만 버티면 3000달러를 준다는 대회인데, 피터는 챔피언을 손쉽게 거꾸러 뜨린다. 그러나 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손에 쥐어진 것은 단 100달러. 마침 대회 사무실에 무장 강도가 들이닥쳐 돈을 털어 가지만 강도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는 피터는 애써 외면한다. 터덜터덜 밖으로 나와 보니 자신을 마중 나왔던 벤 삼촌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복수심에 불타 범인을 뒤쫓은 피터. 범인을 잡고 보니 조금 전 자신이 방관했던 그 강도다. 피터는 벤 삼촌에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을 곱씹게 된다. “큰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영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다.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외면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도 목도할 수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10년 전, 6년 전 불거졌을 때, 검찰의 입버릇인 ‘거악 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편부당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갖가지 의혹의 진위가 상당수 규명됐을 게 분명하다. 적기를 놓쳐 증거가 흐려지고 공소시효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는 수사 의지가 하늘을 찔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벌인 이번 수사 또한 부실하다는 ‘예견된’ 비판을 받고 있다. 진상 규명은 공염불로 만들고 갈등과 불신은 부풀리는 등 만만치 않은 사회적인 비용까지 발생시킨 원죄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큰 문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년 6개월간 활동하며 검찰권 오남용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징계나 처벌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이 검찰뿐이랴. 사법부는 2년 넘도록 사법농단 사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임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해 십수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직권남용죄 법 조항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상황이 이러니 큰 책임을 스스로 알아서 다하겠거니 개개인의 선의에 맡겨 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법 왜곡죄 도입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을 처리하며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소시효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법 왜곡죄 적용 대상을 경찰 공무원까지 확대하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이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엊그제 발의하기도 했다. 사법정의 실현의 책무가 방기돼 사법정의가 지연되거나 어그러지는 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진다. 그러고 보니 법 왜곡죄와 관련해 개점휴업 수준이 아니라 폐업 상황인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뼈에 새겨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평균 연봉 1위 직업을 뽐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의 권한과 인원을 줄이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간단한 이치인데, 이를 내팽개치고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다. icarus@seoul.co.kr
  •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학부모들의 여망을 담아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반대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유치원 3법은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설립허가가 취소된 데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각하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7일 재신청하는 등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과연 올해 안에 빛을 볼 수 있을까.●국회 정상화 계속 지연 될 경우 6월 25일 교육위서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곧 법이 통과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을 대비해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에서 1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되어 60일을 거쳐 모두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교육위에 오는 24일까지 머문 뒤 다음날인 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어 9월 22일까지 법사위를 거친 뒤 9월 23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돼 11월 21일까지 60일을 거친 뒤 11월 2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고 그때 이후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은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 유치원 3법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및 자구를 심사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9일 “법사위 위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발의한 의원·학부모들 “체계적인 논의·수정 필요한데 국회 멈춰”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 형식으로 변경하고 보조금을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은 합의 처리가 어려웠다. 결국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으로 발의한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원금을 유지하되 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 박 의원의 3법보다 수위가 약하다. 또 유치원 3법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은 약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에서 처벌규정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까지 33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최소 2020년 11월 21일 이후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하루빨리 법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형사처벌 강화 여부는 앞서 합의해 임 의원 안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사용 등에 좀더 주의하는 등 예방적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은 법의 시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6개월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금 당장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공포 기간 축소 등 법안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다”며 “여야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지금 올라와 있는 3법은 앙금 없는 찐빵 수준”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교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사립유치원 감사를 해봤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법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한유총은 설립허가 취소로 표면적 행동력만 위축됐을 뿐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을 포함한 167명이 에듀파인의 위법 행정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한유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 취지는 한유총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지난 3월 에듀파인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이 소송을 낸 것은 유치원 3법에 대한 법적 갈등을 만들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해 국회에서 법 통과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치원 3법이 끝내 오는 24일까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법안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11월이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현재의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수정안을 내서 바꾸는 방법도 있다. 박 의원은 “수정안으로 바꾸게 되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끝까지 유치원 3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 총선 전 처리해야 그나마 안심”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11월 21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는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지역구 내 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게 돼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힘겹게 올라온 유치원 3법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했고 또 공론화된 이후에도 법안 마련과 심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사립유치원 원장의 지역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20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실에서 교육청에 연락을 하기도 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패스트트랙 법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애초에 한국당 등의 반대가 컸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라며 “지난해 말 여론에 이끌려 찬성했던 것과 달리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올해 말 또 다른 주요 법안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문제 등을 감사한 내용을 발간한 최순영 전 대표시민감사관(현 경기도민관협치 부위원장) 역시 “현재의 유치원 3법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차선책이기에 통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 전 감사관은 “총선을 앞두고 실제 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이탈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성단체들과 대책 항의 집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생생 중계합니다. 속도를 붙잡고 당기기 시작한 검찰과 변호인의 샅바싸움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고 더뎠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세 번째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밀려있던 설전이 시작됐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검찰은 부쩍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이미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넉 달이 다 되어갔고, 세 사람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인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기간(6개월)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 증인들을 언제 법정에 부를지조차 정하지 못했으니 거듭 답답함이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눈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검찰은 “건강상태로 인한 공판 출석 어려움 그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일변경 과정이나 절차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되거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수술은 이미 예정돼 있었을 텐데 공판기일(5일) 바로 직전인 전날 오후 4시에야 기일변경 신청서를 접수해 그 과정에서 검찰은 어떠한 의견도 제출할 기회가 없었고,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또 “갑작스런 기일변경과 공전으로 사실상 오늘까지 마치기로 돼있던 서증조사를 제 때 마칠 수 없게 됐고 아직 증인 채택 및 신문 일정조차 결정되지 않아 증인신문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구속 피고인인 양 전 대법원장과 나머지 두 전 대법관의 재판을 분리해서 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피고인들 ‘재판 지연’ 비판… “양승태 분리 심리해 달라” ‘재판 지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이 시작되고부터 검찰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았다. 지난해 11월 이 사건으로 가장 먼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벌써 여러 선례를 남긴 이유에서다. 변호인 11명의 전원 사임으로 2명의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과정까지 거쳐 첫 공판이 3월 11일에야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서도 USB의 증거능력을 두고 다투느라 한참 입씨름을 벌였고 가까스로 증인신문이 시작됐지만 초반에 나오기로 했던 핵심 증인인 현직 법관들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그리고 지난 2일 오후 임 전 차장은 돌연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을 정해놓고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이번주로 예정됐던 재판은 물론 다음주 재판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석 달 가까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다뤄진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각종 재판개입 의혹 등으로 앞으로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지연된 정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재판마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계가 검찰에 깔려있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에게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일주일에 며칠씩 재판을 열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면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하루 중 몇시까지 재판을 할 것인지를 매번 다툰다.이날도 검찰이 “지난 5일 하지 못한 서증조사를 위해 당초 예정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재판 외에도 다른 날을 하루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변호인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공판 진행은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조건 욱여서 넣을 게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이 이렇게 번잡스럽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증거가 너무 많아서 그러다. 증거가 10개, 20개, 100개면 끝날 것을 20만 페이지가 넘는데 이걸 저희가 증거법칙대로 꼼꼼히 보려고 하니까 그렇게 된(늦어진) 것이지 서증조사를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 이런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두 번도 재판부 사정을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이 이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무리다. (피고인들이) 하루종일 뒤에 가만히 앉아있지만 스트레스와 신경쓰는 것을 보면 건강이 앞으로 버틸 수 있을지 많이 걱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건강상태를 봐달라”고도 덧붙였다. 정해진 증거조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이날 재판을 오후 7시 30분쯤 끝낼 계획이라고 재판장이 말하자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지난 재판에 이어 ‘식사시간’을 또 언급했다. “오후 5~7시 사이에만 식사 제공을 받을 수 있어 재판이 오후 7시 반이 넘어 끝나면 식사가 불가능해진다”며 재판을 너무 늦게까지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다음 기일을 온종일 꽉 채워 하더라도 저녁까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들은 식중독이나 음독 등의 위험성 때문에 외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단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다 보면 해는 금방 저물고, 그러면 구치소에서 마련한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하지 못하면 그날 끼니를 거르거나 다 식은 밥을 삼켜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매주 3회 재판을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재판부에 자주 식사시간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한 전직 국정원 간부의 가족은 법정 밖에서 “사람을 잡아 넣었으면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원망을 종종 쏟아냈다. 임 전 차장은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거의 저녁을 먹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작 피고인들은 “원칙대로, 천천히”…양승태 변호인 “저녁식사 거르지 않게 해달라” 누군가는 자주 거르는 것일 수도,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소하느라 몇 번쯤은 빠뜨리게 될 수도 있는 것도 저녁밥 한 끼이고 또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시간 속에서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챙겨야 하는 것도 저녁 한 끼일 수 있다. ‘밥은 먹게 해달라’는 요청에 재판장은 다시 확인을 했다. “(오후 7시반에 재판이 끝난다고 해서) 아예 못 드시는 건 아니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식사시간에 대해 답해줄 교도관을 다급하게 찾았다. “교도관들께서 확인을 해주실 텐데…”하며 눈을 돌리고는 “지금 여기에 안 계신가 봅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방청석 앞 쪽에 앉아있던 교도관 두 명이 각자 턱을 괴고 조느라 그 눈빛을 보지는 못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저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 싶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속도론에 힘을 더하면서도 “증인신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그 전에 증거조사를 통해 정리했으면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거와 관련한 새로운 의견도 내놨다. “검찰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압수한 문건은 위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또다른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공판까지, 그리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의 재판에서 잇따라 흘러나오는 돌림노래와 같은 ‘임종헌 USB’와 비슷한 맥락이면서 다른 이야기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검찰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할 때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과 관련된 문건에 대해 압수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라면서 “검찰이 김앤장으로부터 압수해 제출한 문건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비밀누설죄 처벌 가능성이 있어 김앤장 변호사 등 증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앤장은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이 됐고 압수대상에게 적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된 형사소송법을 지켰다”면서 “변호사 다수가 참여해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특히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의견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당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할지 말지는 증인의 권한이고 증언을 거부하는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인데 피고인 측이 증언을 거부할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형사처벌 운운하면서 증언을 거부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양승태 측, ‘김앤장 압수문건’ 문제삼아…유명환 전 장관 증인 채택 지난달 31일 재판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임종헌 USB에서 출력한 문건과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의 동일성을 문제삼으며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도 “임종헌 USB는 증거물로서만 동의하고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는 점은 계속 주장하겠다”고 말했다.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새로운 증거능력 문제가 제기된 만큼 해당되는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검찰이 의견서를 내고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면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의 작성자인 김앤장 소속 최모 변호사와 김앤장 고문을 지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피고 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와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포함해 13명의 증인을 더 채택했다.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유해용·김현석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심의관을 지낸 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대면하게 된다. 검찰은 당장 14일부터, 그게 어렵다면 19일부터 증인신문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오는 21일부터 이 법정에 증인들을 불러 신문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증인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그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가장 먼저 증인석에 앉았다. 정 부장판사에 이어 시진국·박상언·김민수 부장판사의 순서로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오전 재판은 이렇게 미뤄진 서증조사는 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양승태 재판, 박병대 ‘눈 수술’ 이유로 취소…7일 재판에는 출석

    양승태 재판, 박병대 ‘눈 수술’ 이유로 취소…7일 재판에는 출석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꼽혀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5일 재판이 취소됐다. 함께 재판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한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됐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차 공판의 기일을 변경했다. 전날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낸 기일변경신청서를 받아들여 이날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최근 눈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열린 2차 공판에서도 변호인은 서류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 재판 일정을 조율하던 중에 “4일에 수술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뒤부터 건강이 나빠졌고 특히 지난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시력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은 7일 오전 10시 다시 열린다. 이날은 박 전 대법관도 출석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열리는 재판에서도 검찰 측 서류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또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세 명의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장부터 증거설명서, 서류증거조사 방식 등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검찰에 건건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공판에서부터 검찰의 공소장을 두고 “모든 것이 근거 없고 일부는 소설의 픽션”이라며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 보다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쓴 한 편의 소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을 불허한 재판부도 함께 모욕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가 유죄의 예단을 갖고 심리를 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고 재판이 중단되는 등 검찰은 핵심 피고인들이 잇따라 재판을 지연시키는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한편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이 위헌인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해달라고 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연구관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는 유 전 연구관이 신청한 위헌심판 제청 신청 사건에 대해 전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미 한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진 조항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연구관 측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 피고인에 의해 부인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지난 1일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2005년 5대 4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강한 예단 갖고 부당 재판 진행”···임종헌, 재판부 기피 신청

    “강한 예단 갖고 부당 재판 진행”···임종헌, 재판부 기피 신청

    2일 윤종섭 부장판사 기피 내용의 신청서 서울중앙지법 제출소송 지연 목적 판단 안되면 다른 재판부서 기피 가부 결정檢 “다른 재판보다 더 배려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불가”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해 소송 진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측은 담당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를 기피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에 냈다.임 전 차장 측은 윤 부장판사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서, 어떻게든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 내지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극히 부당하게 재판 진행을 해왔다”고 신청서에 적었다. 자세한 기피 사유는 추가 서면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법관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주 3회 재판 강행으로 인해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 방어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월 임 전 차장은 주 4회 재판 방침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첫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변호인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3일 재판부가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기한 6개월 만료 직전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하자 임 전 차장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같은달 20일 속행 공판기일에서 “부당한 장기 구속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 법원은 기피신청이 소송 지연 목적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판단하면 기피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재판 진행이 정지되고, 기피신청 자체에 대한 재판을 따로 열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측의 노골적인 지연 전략으로 구속 후 4개월 만에 첫 공판이 열렸고, 피고인은 재판 내내 ‘공소장은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된 신기루’라는 등 비(非)법률적인 발언까지 다 하고 있지 않느냐”며 “변호인 일괄 사퇴 같이 다른 재판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피고인을 더 많이 배려하며 진행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기피신청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제가 예를 들게요. 살인사건이면 칼을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거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말씀대로 하면 ‘이건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거죠, 입증을 뭘 합니까?”(검사)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 다음에 증인이나 칼을 주운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이게 피의자가 피해자를 찌른 칼’이라고 말도 못하는 거면 서증조사는 왜 합니까?”(검사)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 측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던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회 공판은 그야말로 ‘종이와의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증거서류, 증거물인 서면, 보고서, 설명서, 의견서, 원본, 사본, 출력물…. 검찰이 세 사람의 방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증거도 수만쪽. 변호인들은 종이 자체의 완벽성을 요구하기도 했고 종이에 담긴 내용, 종이 속 내용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까지. 검찰의 서증조사 방식을 건건이 문제삼았다. 29일 1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311호 중법정에서 열려 법정 규모가 확 줄었다. 그 안에 14명의 검사와 12명의 변호인이 법정 앞을 가득 채운 데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고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뜨거운 공방이 더해졌다. ●이틀째 서류증거 조사…변호인들 “원본과 완벽하게 같은 서류증거만 동의” 보통 형사재판에서 서증조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비롯해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 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검찰 진술조서, 사건과 관련된 문서, 이메일, 언론기사 등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법정에서 실물화상기에 띄워 다같이 지켜보며 어떤 내용인지 확인한다. 변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문건을 작성한 사람을 법정으로 불러 실제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맞는지, 문건 속 내용이 맞는지 등을 증인신문을 거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준비절차에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들이 200명이 훨씬 넘는다. 그 가운데 재판부는 우선 28명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29일 첫 공판부터 다음 공판기일가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증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아닌 서증을 둘러싼 공방이 먼저 시작됐다. 서류증거의 많은 부분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겨있던 것들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비롯된 수많은 서류증거들의 ‘무결성’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차례에 걸친 재판준비절차에서도 거듭 나왔던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발견된 문건들과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의로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원본과의 동일성’을 요구했다. 적법하지 않게 수집이 됐고(임 전 차장의 USB), 증거능력이 없는 ‘사본’이거나 누가 작성했는지 또는 누가 제출했는지 알 수 없는 ‘출력물’(USB 속 문건들과 임의 제출 문건들)이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증거물(증거물인 서면)로는 동의하지만 내용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증거(증거서류)라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수고스럽더라도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물어 문서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압수수색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증거물로서 동의하겠다면서 증거의 압수 이전 출처까지 입증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증거 내용이 문제라면 작성자를 찾으면 된다”고 맞섰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해소됐어야 하는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문제삼는 부분을 특정해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몇 차례 더 신경전을 거친 뒤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곧 다른 다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워낙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 양이 많다 보니 검찰에서 어떤 문서로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적은 증거설명서를 내서 재판의 효율성을 좀 더 높이기로 했다. 준비절차에서 예정된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이 증거설명서를 문제삼았다.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내용까지 증거설명서에 곁들였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문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은 B문건과 내용을 합해보면 이러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는 식으로 설명서를 썼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주장과 의견,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본안 심리에서 의견서로 내면 되는데 서증조사 절차에서 일일이 주장을 내놓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읽힌다.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적용 법조만 담아야 하고 증거 내용이나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배경 설명을 지나치게 자세히 담으면 법관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과 예단(미리 결론을 단정짓게 하는 것)을 줄 수 있어 금지돼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다. 수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이 돼버린 전·현직 법관들은 재판부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과 예단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꼽힌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의 민감함은 강도가 더 세졌다. 서증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검찰의 증거설명서에조차 동의하지 않은 조금의 내용도 허락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검찰이 정리한 증거설명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내용도 포함” 재판부 반환 검찰이 “법원 실무에서는 쟁점과의 관련성과 입증취지를 진술한 뒤에 증거조사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봤지만 변호인은 “검사의 주장이 기재된 부분을 제가 접어놓은 것만 해도 166쪽, 174쪽, 175쪽, 176쪽….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출된 증거설명서를 증거조사에 활용하지 않고 반환하겠다”며 재판부가 먼저 증거설명서를 검찰에 다시 돌려줬다. 검찰이 문제될 게 없다고 거듭 주장하자 재판장은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고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계속 증거조사하는 건 부적절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채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고 검찰은 굳은 표정으로 예정된 증거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 측 서증조사는 얼마 안 가 다시 멈춰졌다. 검찰은 우선 사법행정권 의혹이 제기된 뒤 2017년 대법원에서 진행된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어 이탄희 전 판사의 사직서가 증거로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판사의 사직서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며 실물화상기에 사직서를 띄웠다. 그리고는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명단이다. 이 사직서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이 판사가 발령을 받게 되자...” 이 대목에 이르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과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동시에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변호인단은 “사직했다는 사실 외에 왜 추가로 설명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직서로는 사직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관계만 확인시켜줘야 할 뿐,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 설명을 설명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이 전 판사가 사직을 하게 된 경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필요한 설명이다. 사직서를 두고 사직했다는 것만 읽으라는 것은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받아쳤다. 다만 재판부는 “쟁점 관련성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진술을 금지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번에도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검찰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반감을 드러냈다. 오후 12시 5분 오전 재판이 마무리되고 휴정이 선언됐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나가자 양 전 대법원장, 박·고 전 대법관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사석 옆을 지나치면서 몇몇 검사의 낯이 익은 듯 웃으며 목례를 했다. 검사 3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에 답했다.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재판이 다시 열렸다. 검찰은 “오전에 2시간 분량의 서증조사를 준비했지만 20분 밖에 하지 못했다”며 변호인들이 건건이 서증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바람에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치열하고 더 센 강도의 설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서증조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2016년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구속영장 청구서 하나를 증거로 내놨다. 이 청구서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지 결과가 써있지 않았는데,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특정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장 사본을 입수하려 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다시 검사의 말을 막았다. “이 문서에는 언제, 어떻게 입수됐는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 그런 말(입수 경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증거 내용상으로는 없는 내용이니 진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사방식을 두고 번번이 가로막혔던 검찰이 드디어 폭발했다. “단순히 (구속영장 청구서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하는 게 입증 취지인데, 왜 이걸 말씀드릴 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증거 둘러싼 배경설명 하지 말라”…검찰, 재판부에 정식 이의신청 이 때 ‘칼’이 등장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거물이 만약 살인사건에 쓰인 칼이라면, ‘이 칼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4명의 검사들이 동시에 반응했다. 웃음을 보이거나 앉은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검사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동료 검사와 상의를 하는 등 변호인의 주장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심리되기 전인, 또 증인들이 법정에 나와 많은 서류증거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기 전에는 서류증거에 적힌 내용만 딱 설명해야 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었다.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말은 그렇게 나왔다. 반면 검찰은 입증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경위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변호인 측 주장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7시 16분쯤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 달라”며 재판부에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예정된 증거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날 바로 정식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혼란스러운 게 있다. 증거조사 방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셨고 수긍할 수 없지만 불복절차가 없고 다투려면 상급심에 주장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판)조서에 남겨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수사권조정안, 민주적 원칙 부합”… 문무일 정면 반박한 민갑룡

    “수사권조정안, 민주적 원칙 부합”… 문무일 정면 반박한 민갑룡

    기자간담회서 文총장 주장 조목조목 비판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과정서 쟁점도 없어여야 간 의견 수렴… 입법 거의 마무리 수준”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민 청장이 문 총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처음이다. 민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은 민주적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 들어서 (수사권 조정) 논의를 시작해서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리까지 나서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합의문을 만들었다”며 “정부 합의안에 기초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렸고, 많은 의견 수렴과 토론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쟁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검찰 패싱’(검찰 의견 묵살하기)은 없었다는 의미다. 수사권 조정 법안 내용이 민주적 원리에 어긋난다는 문 총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 청장은 “민주주의의 실체인 견제, 균형, 권한 배분의 관점에서 논의를 해서 다듬어진 안”이라며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서 민주적 형식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간 의견이 거의 수렴된 상황이고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입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외부 요소에 의해서 지연되면 안 되고 신속하게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날 당정청 협의에서 논의된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서는 통제 방안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 16일 박근혜 정부 시절 총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했다. 민 청장은 “(검찰의 정보경찰에 대한) 수사는 수사로 봐야 한다”며 “수사 결과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경찰 활동 범위와 역할을 규정하는 것에 공감한다”며 “정보활동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임종헌 재판 증인 출석 윤병세 前장관 “강제징용 관련 보고 구체적 기억 안 나”

    임종헌 재판 증인 출석 윤병세 前장관 “강제징용 관련 보고 구체적 기억 안 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14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 전 장관은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대법원에 재판 지연이나 배상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한 데 대해 “구체적인 기억은 안 난다”면서도 “저에게 보고는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실무 절차나 내용상 보고를 받긴 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자 이후 이듬해부터 대법원에 계류된 재상고심의 판결을 뒤집기 위해 소송을 지연해 달라거나 정부 의견 개진 기회를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특히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삼청동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1차 소인수회의’에 윤 전 장관이 참석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과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또 윤 전 장관은 전범기업 측 변론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을 수시로 만났다며 당시 윤 전 장관의 일정표도 제시했다. 윤 전 장관도 2009년부터 2013년 초까지 김앤장에서 고문을 맡았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재판부에 미리 신청한 증인지원절차에 따라 취재진들을 피해 법원 직원들과 동행해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이 사건이 국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국익적 문제, 특히 외교 관계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기밀 사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신문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노출되거나 할 때 국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히 고려했다”며 비공개 심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익에 영향을 줄 만한 기밀사항은 없을 것으로 보고 공개 재판을 진행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박근혜, 강제징용 판결 개망신 안 당하게 하라 지시”

    “박근혜, 강제징용 판결 개망신 안 당하게 하라 지시”

    “정부 입장 맞게 판결해야 한다 이해” 임종헌 눈물 호소에도 구속기간 연장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과 관련해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13일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15년 12월 26일자 자신의 업무일지에 ‘강제징용 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라’, ‘개망신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등의 문구가 적힌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앞두고 지침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관련 언급을 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고 종결되도록 하라고 박 전 대통령이 말씀하셨다”면서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고 말씀하시고는 표현이 좀 그랬는지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하라’고 설명하셨다”고 말했다. 검찰이 ‘개망신’, ‘국격 손상’ 등의 뜻을 묻자 김 전 수석은 “외교부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기존 정부 입장과 상충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그로 인해 일본과 외교문제가 계속돼 왔으니 판결 내용이 정부 입장에 맞게 돼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2012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아느냐”는 우배석 판사의 질문에 “모른다”며 판결을 읽어본 적도, 누군가 판결 의미를 말해준 적도 없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일본 사법부는 1965년에 한일 청구권협정이 체결돼 개인에게는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2012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일본 전범기업을 향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박근혜 정부는 재상고심을 통해 이 판결을 뒤집으려고 재판 지연을 시도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로 1심 구속기간이 끝난 임 전 차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시 6개월 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임 전 차장은 휴정 시간에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법정 경위에게 “영장이 발부됐다는 보도가 맞나요?”라고 물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檢, 피의자 주민등록 받도록 도운 검사 1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 선정

    檢, 피의자 주민등록 받도록 도운 검사 1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 선정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가 적발된 50대 남성에 대해 검사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지연(사법연수원 40기) 광주지검 검사는 지난 1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주민등록법 위반,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가 50대 피의자가 가정사로 인해 출생신고를 못 해 주민번호가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이 악화된 이 남성은 지인의 주민번호로 병원 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품을 구매했다가 적발됐다. 문 검사는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또 피의자가 주민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절차를 알아본 뒤 안내했다. 이 사례는 12일 대검찰청이 올 1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를 선정하면서 공개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처벌은 하지만...주민등록 없는 피의자에 손 내민 검사

    처벌은 하지만...주민등록 없는 피의자에 손 내민 검사

    50대 남성, 타인 주민번호로 병원 치료딱한 사정 접한 검사, 검찰시민위 소집주민등록 부여 절차 알아본 뒤 안내대검 인권부, 인권보호 우수사례 선정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가 적발된 50대 남성에 대해 검사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월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이병대)에서 근무했던 문지연(36·사법연수원 40기) 검사는 주민등록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경찰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을 배당받았다. 문 검사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50대 후반 피의자가 가정사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가족관계 미등록 상태로 평생을 살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건강이 악화된 이 남성은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우연히 알고 있던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병원 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품을 구매했다. 타인의 개인정보, 특히 주민등록번호를 무단으로 사용했을 때는 엄한 처벌을 받는다. 주민등록법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병원 치료 목적 외 다른 용도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부정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 검사는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다”며 신고한 지인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피의자가 직접 용서를 구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또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절차에 회부했다. 심의 과정에서 이 남성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주민등록법 위반 등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문 검사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피의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관련 기관에 접촉해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절차를 알아본 뒤 피의자에게 안내했다. 관할 주민센터에도 원만한 절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의뢰했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도 주민센터에 이 같은 사정을 전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는 12일 대검찰청 인권부가 올 1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를 선정하면서 공개됐다. 문 검사 외에 정주미(47기) 의정부지검 형사1부 검사, 박은혜(39기·현 대구서부지청) 부산지검 형사3부 검사와 정구승(변호사시험 7회) 인천지검 공익법무관도 인권보호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정성을 다한 수사·재판 사례나 제도를 개선한 사례 등을 분기별로 4~5개 선정해 격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안 살고 싶어” KTX서 투신 30대女…수천만원 배상 날벼락

    “안 살고 싶어” KTX서 투신 30대女…수천만원 배상 날벼락

    달리는 KTX 열차에서 뛰어내린 30대 여성이 투신 직전 승무원에게 상반신만 내민 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열차가 역내 진입을 위해 속도를 줄인 덕분에 기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아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코레일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잇단 열차 지연으로 승객에게 지급해야 할 수천만원의 배상금과 열차 유리창을 깬 비용 등을 향후 여성에게 청구할 계획이어서 여성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10일 코레일과 철도사법경찰대에 따르면 열차에서 뛰어내린 여성 A(32)씨는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여성이 목숨을 구한 것은 ‘천운’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A씨는 9일 오후 8시 45분쯤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를 달리던 KTX 열차에서 탈출용 비상 망치로 출입문 유리창을 깬 뒤 뛰어내렸다. 검표를 위해 열차를 순회하던 여승무원이 발견했을 때 A씨는 이미 창문을 깨고 상반신을 밖으로 내민 상태였다. 여승무원은 A씨가 “더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외치며 순식간에 열차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A씨가 KTX에서 뛰어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시 열차는 시속 170㎞로 달리고 있었다. 오송역을 지난 뒤 시속 300㎞ 가까이 속도를 올렸던 KTX 열차가 공주역 부근에 다다르면서 속도를 줄여 운행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속운행이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19 구조대로부터 구조 당시 A씨는 선로 밖에서 발견됐다. 통상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면 열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A씨는 선로 밖에서 구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속열차가 운행할 때 발생하는 강한 바람이 A씨를 선로 밖으로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호남선 KTX 열차 12대가 최대 1시간 24분가량 지연됐다. 코레일은 열차 지연에 따른 보상 규정에 따라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 6대에 탑승한 승객 1108명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2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레일은 열차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승객에게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뒤 A씨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A씨가 열차 유리창을 깨 것에 대해서도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철도사법경찰대는 A씨 치료상황을 지켜보며 정확한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 연장될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 연장될까

    법원, 임 전 차장 구속 연장 관련 심문 기일 열어검찰 “혐의 중대하고 피고인 측이 재판 고의 지연” 임 전 차장 측 “증거인멸 우려 없어 방어권 보장해야”오는 13일 구속기간이 끝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기간 연장을 놓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8일 오후 임 전 차장의 구속연장에 관한 심문 절차를 가졌다. 핵심 쟁점은 아직 증거조사도 하지 않은 증거자료들을 구속심사에 활용할 수 있느냐였다.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4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오는 13일 자정에 최장 6개월인 1심 구속기간이 끝난다. 검찰은 올해 1월과 2월 임 전 차장을 두 차례 추가 기소한 만큼 관련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지난 2일 재판부에 요청했다. 혐의가 중대하고 임 전 차장 측에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비춰볼 때 추가 범죄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는지는 피고인의 구속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면 (재판과 구속심사를) 동시에 심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하지도 않은 증거를 토대로 구속심사를 하게 되면 재판부가 예단을 갖고 판결을 선고하게 될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추가 공소사실에 대해 다수의 관련자들의 진술이 모두 확보됐고, 관련자들이 주로 국회의원이나 문책성 인사조치의 당사자(법관) 같은 분들인데 피고인이 이들의 진술을 조작하거나 번복시킬 수 없다”며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두 시간 남짓 동안 자신의 추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인 관련 사건에 대한 ‘민원’을 받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사건을 살펴봐 달라는 민원을 받고 관련 사건의 진행상황 및 전망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것과 일부 사건은 해당 법원장이나 재판부에 문건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항상 선제적인 업무수행을 강조했기 때문에 대(對) 국회 활동에 참고할 자료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면서 “(재판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전제부터 틀렸다”고 거듭 반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경기도, 연 이자율 7145%의 살인적인 고금리 대부업 일당 23명 적발

    경기도, 연 이자율 7145%의 살인적인 고금리 대부업 일당 23명 적발

    인터넷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불법 대부 영업을 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와 이들의 활동을 묵인한 카페관리자가 경기도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무등록 대부업과 불법 대부 광고, 법정 최고금리 연 24% 초과 수수 등의 불법 대부행위에 대한 집중수사를 벌여 불법 대부업자 22명과 카페관리자 1명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적발된 이들의 대출 규모는 27억 6948만원, 피해자는 1447명에 달했다. 특사경은 적발한 23명 가운데 13명을 입건하고 10명은 내사 중이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모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온라인상에서 대부, 자산관리, 경매, 대출상담을 해주는 A카페의 경우 관리자가 카페 내에서 활동하는 무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매월 20만원의 수수료를 받다가 적발됐다. 이 카페관리자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불법 대부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카페에서 활동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관리자는 36명의 대부업자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54회에 걸쳐 1063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사경은 A 카페에서 불법 대부행위를 한 6명도 입건했다. 이들은 1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을 하면서 최고 연 이자율 3650%에 달하는 고금리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A 카페에서 50만원을 대출받은 한 회원은 5일 후 75만원(연 이자율 3650%)을 갚아야 했다. 이렇게 6명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들은 모두 1358명이었으며 불법 대부액은 16억5000여만원에 달했다. 특히 이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지인 연락처, 신분증, 차용증 등을 받은 후 돈을 제때 못 갚으면 문자나 전화로 지인 등에게 연락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외에도 대학생, 저신용 서민,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7145%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불법대부 영업을 한 10명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 가운데 B 불법 대부업자는 390만원을 대출해 주고 51일 만에 3248만원을 돌려받았지만, 이자율 335.5%에 해당하는 1200만원을 더 내놓으라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B씨는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면 피해자 자녀의 학교로 찾아간다는 협박, 가정주부에게는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불법 추심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사경은 이들 10명의 대부업자가 89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불법 대부액이 11억160만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특사경은 수원, 부천, 김포 등 경기도 전역에 무차별 불법 광고 전단을 살포한 배포자 6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현행 제도는 미등록 대부업자가 불법 대부업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등록업자가 법정 이자율 등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 특별사법경찰단장은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금융위원회 또는 금감원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대부업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달 19일 경기도와 이동통신 3사와 불법 광고전화번호 이용중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불법 대부업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법농단’ 임종헌, 구속기간 연장 여부 두고 오늘 공방

    ‘사법농단’ 임종헌, 구속기간 연장 여부 두고 오늘 공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오늘(8일) 오후 임 전 차장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심문 기일을 연다. 지난해 11월 14일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 기한은 오는 13일이면 끝난다. 다만 재판부가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는 검찰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지난 2월 추가로 기소된 범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할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애초 주장해온 입장을 뒤집거나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증인들을 일일이 법정으로 불러 신문하도록 유도했다. 또 공판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9일에는 변호인들이 일괄 사임하는 등 재판 진행을 더디게 만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일 “피고인 측의 증거 동의 번복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재판 기일 자체가 늦게 시작됐기 때문에 구속기간 연장은 꼭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 심문에서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구속 필요성을 뒷받침할 법리적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추가 기소된 혐의의 중대성과 더불어 임 전 차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는지 따져본다. 또 혐의 중 일부가 기존에 기소된 혐의와 중복돼 이중 구속이 될 수 있어 이 역시 고려한다. 재판부가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오는 13일 자정 전에 구속영장을 발부할 전망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위자료? 매트리스 교환?… 소비자원 비웃는 라돈침대 회사

    위자료? 매트리스 교환?… 소비자원 비웃는 라돈침대 회사

    “대진침대는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쓴 소비자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주고 매트리스를 교환하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돈 침대’ 사건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해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사 결과 대진침대 매트리스 29종에서 법정 기준인 1밀리시버트(mSv)를 넘는 라돈이 나왔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1급 발암물질로 정한 폐암의 주요 원인이다. 총 6387명의 소비자가 매트리스 환불 및 라돈 때문에 생긴 질병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7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6개월이 지나도록 소비자원의 조정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대진침대 측에서 집단분쟁조정 사건과 별개로 소비자들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데 소송 결과에 따라 일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정 결정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 및 보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원의 결정은 법원 판결과 같은 강제력이 없어서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업자가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소비자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소송을 진행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더 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소비자원의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소비자가 소비자원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이다.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소비자원이 사실 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법률과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수준을 정해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합의를 권고한다. 강제력이 없어서 사업자는 권고에 따를 의무가 없다. 이 단계에서 사업자와 합의를 보지 못한 소비자는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추가 조사 등을 거쳐 사건을 심의·의결한다. 분쟁조정 결정을 양측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사업자가 소비자원의 결정을 수락한 뒤 손해배상 등 조정 결정을 지키지 않으면 소비자가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매년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는 3만건, 분쟁조정은 3000건 이상 접수된다. 피해구제 합의율은 2014년 47.2%에서 지난해 55.3%, 올해 1분기(1~3월) 61.3%로 높아지는 추세다. 피해구제에서 합의가 안 된 사건들이 모이는 분쟁조정의 경우 소비자와 사업자가 소비자원의 결정을 수락한 비율(성립률)이 오히려 더 높다. 분쟁조정 성립률은 2014년 75.2%에서 2017년 66.3%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68.1%로 반등한 뒤 올 1분기 82.0%로 급등했다. 소비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10건 중 7건가량은 해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분쟁조정 결정도 사업자가 수락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비자원의 결정에 힘을 더 실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분쟁조정을 들여다보면 피해 규모가 소액인 사건이 많고 소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사업자가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걸지 않고 그냥 포기하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라면서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면 대기업을 비롯한 사업자들이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 피해 예방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단 법원 판결이 아닌 소비자원의 결정에 강제력을 부과하면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더 큰 이유는 당초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은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다.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민사소송에 가지 않고 쉽고 빠르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래서 판결과 같은 강제력을 주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은 소비자와 사업자가 서로의 사정을 배려하고 양보해 해결책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서 “법률에 따라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민사소송보다 유연하게 분쟁을 처리할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강제력을 부여하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들도 반대한다. 소비자 보호 정책이 점점 강화돼 지금도 관련 업무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데 소비자원에 더 많은 권한을 주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에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해 과도한 손해배상금을 받으려는 ‘블랙컨슈머’들로 인한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들은 소비자 분쟁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자칫하면 피해 보상만으로도 회사가 망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원은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을 더 대변할 수밖에 없다. 분쟁조정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판단할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중립성을 담보할 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의 소비자원인 ‘분쟁해결위원회’는 주요 소비자 분쟁에 화해를 중개하거나 중재한다. 화해 중개는 우리나라 소비자원의 피해구제와 유사하고 강제력이 없다. 분쟁조정과 비슷한 중재의 경우 소비자와 사업자가 모두 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 중재 전에 소비자와 사업자 양측이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뒤 절차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일본식 중재 제도를 본보기로 삼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한 심각한 소비자 피해 사건을 다루는 집단분쟁조정에는 소비자원의 결정에 강제력을 주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모든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집단분쟁조정만큼은 강제력을 부여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원도 같은 입장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 사건은 소비자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일본과 같은 중재 제도를 도입해 강제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기본법 개정 권한을 가진 정치권은 반대하지는 않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소비자와 사업자, 소비자원 등 관계자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되 다양한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피해보상금 대불 제도’ 도입으로 발의한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을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수락했는데 사업자가 돈이 없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줄 수 없는 경우 정부가 보상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회사는 나중에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 이 돈을 정부에 갚으면 된다. 소비자는 피해를 빨리 보상받고 회사는 손해배상금 때문에 문을 닫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나랏돈으로 손해배상을 하고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라돈 침대나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많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사건으로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전 의원은 “최근 제품 하자 등으로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신체에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려고 소비자원에 분쟁조정 제도를 뒀지만 소비자가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 보상금 대불 제도를 도입해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전재수 의원은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분쟁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실을 공표해 사업자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비자원도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 소비자들을 돕고 있다. 민사소송을 하는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소비자 소송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소비자의 승소 가능성과 지원 필요성 등을 따져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 뒤 소비자원에서 소장을 대신 작성해 주거나 별도 변호인단을 꾸려 소송을 대리하고 소송비도 낸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임종헌 13일 구속기간 만료… 檢 “연장 필요” 재판부 요청

    검찰이 오는 13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 연장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일 “피고인 측의 증거동의 번복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구속기한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4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구속기한은 6개월로 오는 13일 구속기간이 끝난다. 그러나 재판부가 검찰의 구속 연장 의견을 받아들이면 지난 2월 추가로 기소된 범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할 수 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은 매주 2~3차례 집중심리 방식으로 열리고 있지만 수사기록도 방대한 데다 임 전 차장 측에서 검찰 증거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 전·현직 법관 등 증인들을 불러 일일이 신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임 전 차장은 핵심 증거인 자신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압수과정부터 검찰이 제시하는 각종 증거서류들의 작성자와 작성경위 등을 매우 꼼꼼하게 재판에서 따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기일 자체가 늦게 (시작)됐기 때문에 구속기간 연장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검찰, 임종헌 구속 연장 신청…“의도적으로 재판 지연시켜”

    검찰, 임종헌 구속 연장 신청…“의도적으로 재판 지연시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기간이 연장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기한이 오는 13일이면 끝난다. 재판부가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는 검찰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올해 2월 추가로 기소된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한 주에 두세 번씩 집중심리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일정이 빠듯해 구속 기한 만료 전에 1심 선고를 내리기는 어려울 듯 하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애초 주장해온 입장을 뒤집거나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증인들을 일일이 법정으로 불러 신문하도록 유도했다. 또 공판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9일에는 변호인들이 일괄 사임하는 등 재판 진행을 더디게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기소된 날로부터 4개월 가까이 지난 3월 11일에야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증인신문은 지난달 2일 처음 진행됐다. 지난달 4일 출석하기로 예정됐었던 박상언 전 기획조정심의관(현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오늘에서야 증인 신문을 받았다. 박 전 심의관은 법원행정처 근무 당시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상고법원 관련 청와대 대응 전략과 강제징용 사건 판결 예상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사법 농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심의관은 지난해 7월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임 전 차장이 전화해 “자신이 지시한 내용에 대한 진술을 신중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며칠 후 임 전 차장이 다시 전화해서 “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전 심의관은 2015년 3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보고서 작성에도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종 수정은 시진국 전 심의관이 했지만, 언론보도 검색 등 기초자료 정리는 내가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한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서 조심스럽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법원에도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탄 뒤에도 최장 330일… 기간 단축 관건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탄 뒤에도 최장 330일… 기간 단축 관건

    국회 본회의 회부 60일 뒤 자동 상정·표결 한국당 반발로 기간 꽉 채울 가능성 커 선거법, 내년 4월 총선 임박해 처리 땐 지역구 막판 재조정 ‘깜깜이 선거’ 우려선거제도 개편·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국회가 25일 진통을 겪었다.앞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22일 선거법·공수처 설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순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90일간 안건의 체계·자구를 심사한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 안건이 자동으로 회부되며 6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결국 패스트트랙이 되면 최장 330일 뒤 무조건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심사 기간 한국당 등의 반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을 꽉 채울 가능성이 크다.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대비해 패스트트랙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최장 330일이 걸리기 때문에 ‘패스트’(신속)가 아닌 ‘슬로(느린)트랙’이라는 지적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 법안은 단 1건으로 2017년 11월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었다. 이 특별법은 330일을 꽉 채워 처리됐다. 현재 처리가 가장 시급한 법안은 선거법이다. 지난 2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현행 253석인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렸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을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최장 330일을 거친다면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처리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지역구를 재조정하는 등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수 있다.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법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되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 7000여명 중 5100명이 해당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는 여야 두 명씩 위원을 배정하고 공수처장은 위원 5분의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지정한 1인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공수처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여야가 한 후보씩 지워가며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히기로 했다.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하되 법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경찰 작성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하지만 검찰 신문조서는 당사자가 부인해도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이 이뤄졌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고 해서 330일 뒤 열리는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관련 법안만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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