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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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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무 차기 대한변협회장 후보로

    신영무 차기 대한변협회장 후보로

    신영무(왼쪽·67·사법시험 9회)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제46대 회장으로 사실상 선출됐다. 또 오욱환(오른쪽·51·24회)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제91대 회장으로 뽑혔다. 서울변호사회는 3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2011년도 정기총회에서 신 변호사를 대한변협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회장은 14개 지방변호사회가 각자 후보를 추천하면 대의원들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선출된다. 전체 대의원의 70%가 속한 서울변회로부터 추천받은 후보가 변협 회장직을 맡는 것이 관행이다. 회장 선출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실시된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인 신 변호사는 1975년 대전지법 판사를 지내다 법원을 떠났다. 미국 예일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법무법인 세종을 설립해 국내 5대 로펌으로 키워내는 등 다양한 법조 경력과 연륜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변호사 일자리 3000개 창출 ▲법무담당관제, 입법보좌관제, 법률연구관제 도입 추진 ▲청년공동사무소-비즈니스센터 설립 ▲법률시장개방 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5년차 이하 변호사를 재판연구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울변호사회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김현 회장의 후임으로 오 변호사를 선출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대법관 제청된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 제청된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27일 이상훈(54·사법연수원 10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이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하면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이가 중도에 낙마한 사례는 없다. 임명제청된 이 차장은 이 대법원장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 대법원장의 고교 후배여서 대법원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다. 실제로 이 대법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공판중심주의와 사법개혁에 이 후보자가 크게 측면 지원했다. 임기 만료를 8개월가량 남긴 이 대법원장은 ‘레임덕’을 막기 위해 최측근을 대법관으로 불러들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이 이 후보자를 제청한 것은 일단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5명은 충청 2명, 경기·영남·제주 각 1명으로 호남 출신이 없다. 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에서도 호남 출신은 3명으로 모두 올해 퇴임한다. 이 후보자는 재판실무와 사법행정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선이 굵고 강단이 있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이 후보자는 200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판사 시절 검찰과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법원이 유회원(61)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 영장을 12차례나 기각하자 당시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남의 장사(수사)에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검찰에 인분 냄새가 진동하겠네. 정말 인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자 가족은 ‘법조 패밀리’다. 아들 화송(29)씨는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 해군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동생 이광범(52)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과 함께 ‘형제 법관’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2005년 서울고법과 광주고법에서 각각 부장판사로 근무, 첫 ‘형제 고법부장’으로 화제가 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헌법·형법 판례는 완벽히 암기하자

    헌법·형법 판례는 완벽히 암기하자

    2011년도 제53회 사법시험 1차 시험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일대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에 대한 기대보다는 사시 1차 시험에 대한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5년째 사법시험에 도전 중인 최모(32)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시험을 위해 명절은 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베리타스 법학교육원과 함께 1차 시험 필수과목 마무리 전략을 알아봤다. 헌법은 판례를 묻는 문제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금동흠 헌법 강사는 “헌법은 판례와 부속 법률 학습만으로도 고득점이 가능한 과목”이라면서 “특히 단순 암기사항이 많은 통치구조부분과 부속 법률의 숫자 등은 시험 직전에 보지 않으면 시험장에서 생각나지 않을 수 있으니 마지막 2~3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을 수년간 준비해 온 수험생이라면 이제는 기본서와 최신 판례를 제외한 모든 자료는 책상에서 깨끗이 치우는 것이 좋다. 차강진 강사는 “시험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양한 문제를 많이 접하는 것보다는 기출문제를 풀면서 그 진도에 맞는 기본서의 내용을 확실하게 다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기본서와 최신 판례를 반복적으로 암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제는 모르거나 불명확한 부분을 접하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시험에서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차 시험 형법 문제에서는 판례가 51.6%, 판례를 사례로 만든 사례형 문제가 16.4%, 이론 문제가 32% 비율로 출제됐다. 판례는 형법에서도 70% 비율로 출제되는 만큼 판례만 완벽히 정리한다면 시험 문제의 70%는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이다. 정인수 형법 강사는 “시험 준비 막바지에는 문제집을 기본서처럼 보고, 기본서는 문제집을 풀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강사는 또 “사시 1차는 객관식 시험이라는 점에서 초·중·고 시험과 본질적으로 똑같다.”면서 “객관식 시험인 만큼 오답을 통해 정답을 추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같은 과목 이인규 강사는 판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최근 3년 동안의 판례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고, 기본서의 특성상 최근 1년 동안의 판례는 빠져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별도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강사는 형법에서 고배점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형법의 시간적 적용 범위 ▲주관적 정당화 요소 결여의 효과 ▲책임의 본질 및 근거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신용카드 판례조합 등을 꼽았다. 민법은 기본적인 문제는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익힌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야 한다. 박기현 민법 강사는 “민법은 쉬운 문제만 맞혀도 기본적으로 50점은 확보할 수 있는 과목”이라면서 “쉬운 문제를 틀린다면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과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강사는 또 “불안하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는 것은 불합격으로 가는 길”이라며 “단순 암기사항 등 평소 공부하면서 착각하기 쉬웠던 내용을 정리해 공부한 내용을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수험 전문가들은 시험 당일 체력 관리를 위해 지금부터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 등을 시험 당일 일정에 맞추고 특히 최근 맹추위 속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시험 당일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먹고, 문제를 풀 때는 어려운 문제는 과감히 넘기는 등 시간배분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우혁 헌법강사는 “마무리 정리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합격한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도움말 베리타스 법학교육원
  • 한국사능력 시험 어찌하오리까

    “내년부터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을 도입하기로 이미 관련 규정까지 변경했는데 갑자기 올해 시험에 당장 국사를 도입하라니 난처할 따름입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국사 과목을 각종 공무원 시험에 의무화할 것을 지시한 것과 관련, 입법고시(5급 국회사무관 선발)를 담당하고 있는 국회사무처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의 ‘국사 의무화’ 발언에 이어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18~19일 진행된 국회사무처 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당장 입법고시에 국사 과목을 포함시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이미 지난해 5월 2012년 시험부터 응시자격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으로 제한하기로 ‘국회공무원 임용시험 규정’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내년이면 변경되는 시험 제도를 올해 당장 바꾸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대통령의 한마디에 충분한 검토 없이 공무원 채용제도까지 변경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박 의장의 지시와 관련해 “내년부터 입법고시 응시자격을 한국사능력 2급 이상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국회의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인 만큼 실무자로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입법고시와 함께 국회 8, 9급 공채에도 국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입법고시는 통상 2월 초 시험계획을 공고해 3월에 시행하지만 국사를 추가하려면 또다시 임용시험규정을 고치고, 국사 문제 출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시험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 고등고시 전문 합격의법학원 이재권 실장은 “변경되는 제도가 변경되는 해에 바로 시행된다면 수험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시험과목 변경과 같은 제도 변경은 통상 2~3년 정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만큼 올해 시험부터 국사가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한 유명학원 관계자는 “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도입하는 것은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선발하는 국가직과 지방직 7, 9급은 이미 한국사를 시험과목으로 두고 있고 행정고시에도 내년부터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도입된다.”면서 “일부 언론이 거론한 사법시험은 공무원 선발 시험이 아닌 변호사 자격시험에 가까우며, 법조 실무능력과 한국사 지식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치인들이 성급하게 공무원 채용제도를 변경하려 한다.”며 “무엇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사무처 주관의 입법고시와 국회 8, 9급 공채 외에도 법원행정고시와 사법시험도 국사를 평가 과목으로 두지 않고 있다. 두 시험을 각각 주관하는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국사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어려운 사람들 말 많이 듣는 따뜻한 법관 될래요”

    “어려운 사람들 말 많이 듣는 따뜻한 법관 될래요”

    “어려운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는 가까운 법관, 따뜻한 법관이 되고 싶어요.” 12일 열린 제40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수석의 영예를 안은 강인혜(26·여·사법시험 50회)씨는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과분한 결과를 얻게 돼 감사하면서도 조심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씨의 연수원 성적은 4.3 만점에 4.26. 강씨는 내달 14일 신임 법관 연수를 시작한다. ●“행정전문 법관 되고 싶어” 강씨는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법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게 내가 더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며 법관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행정 쪽에 관심이 높아 계속 공부해서 행정전문 법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 한양외국어고에 입학했지만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판결을 내리는 법관에 매력을 느껴 2003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지난 2년간의 연수원 생활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도 “힘들었던 시간보다 즐거웠던 기억만이 남는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대부분의 연수원생이 가장 힘든 기억으로 꼽는 1년 차 2학기 시험도 “모두가 겪는 일이고 어떻게든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잘 흘렀다.”고 말했다. 임관까지 남은 한달여의 시간 동안에는 땅끝마을 등 국내 여행을 다니며 공부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견문도 넓힐 예정이라고 한다. 강씨는 “부모님이 늘 하시는 말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항상 처음 마음을 기억하겠다.”며 굳은 심지를 보였다. ●법조인 자녀 9명 함께 수료 한편 이재홍 서울행정법원장의 아들 일석씨와 김인욱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아들 상우씨, 이성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딸 예림씨, 박홍우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의 아들 영재씨 등 법조인 자녀 9명도 수료자에 포함됐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헌재 재판관 박한철씨 내정

    헌재 재판관 박한철씨 내정

    이명박 대통령은 5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박한철(58)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내정했다. 박 후보자는 인천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3회로 법조계에 입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안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거친 정통 법조인이다. 특수, 형사, 공안, 기획 분야를 두루 거쳤고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 특별수사 감찰본부장으로도 일했다. 청와대는 인선 배경에 대해 “지난 2009년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시절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위해 본인이 거주하고 있던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하는 등 나눔 문화를 몸소 실천해 왔으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변리사 수습교육 강화…집합교육 두달로 늘려

    ‘이공계 사법시험’으로 불리는 변리사 합격자에 대한 수습교육이 깐깐해진다. 변리사 수습교육은 크게 집합교육과 자율적인 현장 실무수습으로 모두 1년간에 걸쳐 이뤄진다. 특허청은 이 가운데 현재 한달 과정인 집합교육을 2개월(258시간)로 늘리고 집합교육과 별도로 사이버교육(151회)도 신설한다. 4일부터 시작되는 집합교육 주관은 특허청에서 대한변리사회로 주관이 바뀐다. 이에 따라 명세서 작성과 선행기술 검색 및 심판·소송제도 등 실무교육 및 현행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던 해외 지식재산권 분야 교육이 일본과 유럽 등으로 확대된다. 또 기술가치평가와 저작권, 라이선싱 등 지재권 법률서비스 분야가 추가됐다. 화·목요일 야간에는 실무영어 교육을 실시해 수습변리사의 국제적 마인드를 제고키로 했다. 기업들의 특허전략이 양에서 질 위주로 전환되고 외국기업의 특허공세가 강화되면서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실무교육 강사로는 30여명의 각 분야 대표 변리사가 참여하고 변리사회가 교육비 일부를 지원한다. 교육생에 대한 평가도 강화돼 학습평가는 공통·전공 및 종합평가 등 3단계로 이뤄지고 분임별 보고서와 수습태도, 사이버 교육평가도 병행, 실시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행시 기술직 여성 22%

    행시 기술직 여성 22%

    사법시험, 외무고시 등에 이어 전통적으로 남성이 강세를 보여왔던 행정고시의 기술직 선발시험에서도 ‘여풍’(女風)이 불어닥쳤다. 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2010년도 행정고시(5급 공채) 기술직 최종합격자 68명의 22.1%인 15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 합격자 비율 14.3%(9명)보다 7.8%포인트나 올랐다. 농업직(75%), 화공직(50%), 환경직(50%) 등에서의 여성 강세가 뚜렷했다. 특히 전체 11개 직렬 가운데 전기, 화공, 기상직 등 3개 직렬에서는 여성이 최고득점을 차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여성 지원자가 50명 정도 많아 합격자 수도 늘어난 것 같다.”면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른 추가합격자는 없다.”고 밝혔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화공직 최고득점자인 한정선(23)씨는 “평소 화학분야에 관심이 많은 데다 연구보다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행시 기술직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이공계열이라고 해서 단순히 공식만 암기하는 것보다 어떤 과정을 통해 공식이 성립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익혔던 게 고득점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응시 상한 연령 폐지 2년째를 맞은 올해 33세 이상 합격자는 5명(7.4%)으로 지난해보다 4.2%포인트(3명) 늘었으며 일반 기계직에 응시한 노진상(38)씨가 최연장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소자는 화공직의 이경철(21)씨, 최고득점은 전산 개발직 2차시험에서 92.76점을 기록한 성열범(32)씨가 차지했다. 성씨는 “평소 점수가 잘 나오지 않던 ‘컴퓨터 네트워크’는 3권의 교재를 구입해 따로 한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등 기본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격 비법을 전했다. 합격자는 7~10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www.gosi.kr)에 채용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로스쿨 vs 변협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 정면충돌

    로스쿨 vs 변협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 정면충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변호사를 검증없이 뽑을 수는 없다.” “우리가 변호사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장에서 수요자인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을 놓고 로스쿨 재학생과 변호사 업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공청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합격자 비율을 로스쿨 정원의 50%로 하자고 제안<서울신문 12월2일자 23면>한 것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 자퇴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2년 전 로스쿨 도입 당시 있었던 케케묵은 분쟁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법무부가 7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합격자 결정방법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신문은 양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로부터 서로의 주장을 들어 봤다. ■김형주 로스쿨학생협의회장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으로 구성된 로스쿨학생협의회 김형주(41·제주대 로스쿨 1학년) 회장은 6일 “변협이 제안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은 ‘응시 인원’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정해야 하는데, 변협은 ‘로스쿨 정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변협이 변호사를 너무 많이 뽑으면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로스쿨 정원을 결정한 2007년 이미 마무리된 논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00명으로 정원을 정한 것은 매년 이 정도 인원이 공급돼야 변호사 시장이 적절히 돌아간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로스쿨에는 법학 공부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상당수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정원의 50%로 제한하면 학생들은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시험공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21세기 법률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죠.” 김 회장은 “법무부도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 형태로 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교육이 부실하게 진행돼 학생들이 전문적인 능력을 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배 법조인들이 먼저 나서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를 이유 삼아 후배들의 법조계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모양새가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한편 로스쿨학생협의회 회원 2500여명은 이날 법무부가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변호사시험제도 촉구 모임’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장진영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변호사는 헌법이 기능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성이 높은 자격사입니다. 엄격한 시험을 통해 적절한 ‘질’을 갖춘 사람을 걸러 내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대한변협 장진영(38) 대변인(법무법인 강호)은 로스쿨 정원의 50%를 합격률로 제시한 것이 결코 ‘엄격한’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로스쿨생 10%가량이 자퇴하는 등 중도 하차했고, ‘학업’에 무관심한 하위권 학생 10~20%를 제외하면 실제 경쟁률은 낮다는 것이다. 장 대변인은 “현재 로스쿨 교육을 보면 과거 법학대학 교수가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로스쿨 졸업생을 모두 변호사로 선발하면 법대 졸업생을 그대로 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이 사법연수원보다 질적으로 못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학교 측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제한이 ‘법조인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 사법연수원에 있는 예비 법조인들은 매우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만큼, 로스쿨 졸업생도 이들과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변호사 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12년에는 사법연수원생 1000명과 로스쿨 졸업생 2000명이 동시에 배출된다며, 이들이 다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변인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항상 50%로 고정하자는 게 아니며,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되면 단계적으로 합격률을 늘리자는 게 변협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목숨 걸고 한국문 두드렸는데 난민 인정받기 너무 어려웠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타국에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에 체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이유로 강제 이주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우리는 난민이라 부른다. 유엔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정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올 11월 현재 3000명가량의 난민이 들어와 있다. 탈북 난민에서 중국, 미얀마 같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이란, 이라크 등의 중동과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라이베리아 등의 아프리카 난민까지 전 세계에서 피난처를 찾아 한국으로 오고 있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은 미미하다.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창비 펴냄)는 1999년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를 설립한 이호택·조명숙 부부가 들려주는 한국의 난민에 관한 이야기다. 부부가 난민구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부터 평범하지 않다. 남편 이호택은 10년 넘게 사법시험에서 낙방하자 대학 시절 노동운동을 했던 서울 구로공단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한국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된 삶과 마주하고 노동자인권단체에서 법률상담 간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아내 조명숙은 대학 시절 집으로 잘못 걸려온 외국인 노동자의 전화를 받고,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에 뛰어들었다. 같은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부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보상금과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활동을 벌이다 우연히 중국에 있는 탈북 난민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후 본격적인 난민구호에 나선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난민들에게 한국의 문은 너무 높고, 견고하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건 고시합격만큼이나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난민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난민을 위한 생계지원이 없고, 취업까지 금하고 있어 불법 취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부부는 “난민 보호는 자세와 이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우리 부부가 만난 난민들은 고난을 견디며 희망과 꿈을 만들어내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난민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피난처는 설립 당시부터 자원활동가 단체였다. 지금도 100명 이상의 자원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부터 홍보대사로 참여하고 있는 영화배우 신현준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1만 3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대 30%대 복귀 ‘자존심 회복’

    서울대 30%대 복귀 ‘자존심 회복’

    올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의 출신대학교별 분석 결과 2006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대가 30% 이상의 합격자 비율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합격자 배출 순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 왔지만 2006년 전체 합격자 가운데 33.7%의 합격자를 배출한 이후 매년 그 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는 27.3%를 기록하며 20%대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24.7%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합격자 814명 가운데 247명의 합격자를 배출, 30.3%를 기록하며 다시 30%대 반열로 복귀했다. 올해 각 대학별 전년도 대비 상승폭 가운데 가장 큰 폭인 5.6%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근 서울대와의 격차를 좁혀왔던 고려대는 지난해 보다 1%포인트 오른 18%(146명)를 기록했지만 서울대의 높은 상승폭 탓에 격차는 더 벌어졌다. 세 번째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연세대는 전년도보다 0.8%포인트 증가한 12.5%(102명)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합격자 중 이들 세 대학교 출신은 모두 495명(60.8%)으로 전년도 532명(53.4%)에 비해 7.4%포인트 증가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합격자 배출 상위 5개 대학 가운데 성균관대 출신 합격자는 전년도 대비 1.5%포인트 증가하면서 상승폭으로는 서울대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합격자 69명으로 성균관대와 동률을 이뤘던 한양대는 올해 합격자 10명이 줄어들면서 합격자 배출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이화여대는 49명이 합격(6%), 지난해에 이어 6위를 유지했다. 부산대는 지방대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합격자(18명)를 배출하며 종합 7위, 지방대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 1명 이상 합격자를 배출한 대학은 35개 대학으로 지난해 47개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한동대(3명), 공군사관학교(1명), 인천대(1명), 서남대(1명) 등도 합격자 배출 대학 명단에 올렸고, 독학사 출신도 1명이 배출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사시 거센 女風… 여성 합격자 첫 40% 돌파

    올해 사법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무부는 26일 제52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8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중 여성은 338명(41.52%)으로, 지난해(355명)보다 합격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전체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의 35.61%에 비해 5.91%포인트나 증가했다. 올해 사법시험에는 모두 2만 3244명이 지원했으며, 최고득점의 영예는 장민하(23·여·서울대 법대4)씨가 차지했다. 또 최고령 합격자는 올해 43세인 손정윤(서울대 법대 졸업)씨였고, 최연소 합격자는 21살의 최규원(미국 콜럼비아대 재학)씨였다. 전체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27.88세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대학별로는 서울대 247명(30.34%), 고려대 146명(17.94%), 연세대 102명(12.53%) 순으로, 이들 3개 대학이 전체 합격자의 60.8%를 차지했다. 성균관대(69명)·한양대(59명)·이화여대(49명)·부산대(18명)·중앙대(15명)·서강대(12명)·경찰대(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법무부는 17~19일 일반면접 방식의 3차 시험을 실시했고, 이 중 32명을 추려 심층면접을 진행, 8명을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 불합격한 8명은 내년 3차 시험에 재응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3차에서 불합격한 22명은 올해 전원 최종합격했다. 내년 사법시험은 1월 4일 원서접수가 시작되며 2월 19일에 1차 시험이 예정돼 있다. 내년 사법시험 선발 예정인원은 700명 가량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국가직 7급’ 수험생 36% 한국사에 ‘발목’

    ‘국가직 7급’ 수험생 36% 한국사에 ‘발목’

    올해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서 수험생의 발목을 잡은 과목은 한국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17일 ‘2010년도 7급 공채 필기시험 점수분포표’를 분석한 결과 일반행정 과목 가운데 한국사의 과락률(40점 미만 득점)이 35.7%로 가장 높았다. 한국사는 지난해 69.5%의 높은 과락률을 내며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는 비판을 받은 뒤 올해 비교적 쉽게 나왔다. 하지만 출제범위가 넓은 데다 암기사항이 많아 수험생들이 여전히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과목임이 입증됐다. 경제학은 29.7%의 과락률을 기록해 한국사의 뒤를 이었다. 국어(한문포함)는 3.5%로 가장 낮았다. 행정·기술·외무직을 아울러 평균 8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지난해 59명보다 무려 44배 이상 늘어난 26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명도 없었던 평균 95점 이상도 17명이나 됐다. 직렬별로는 일반행정 14명, 선관위 일반·검찰사무 각각 1명, 외무영사(일반) 1명이 95점 이상을 받았다. ●“한국사는 사건 맥락 연관지어 이해” 최고득점 영예는 일반행정직에서 97.28점을 올린 유인기(37)씨가 차지했다.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16일 유씨는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고 수석합격의 기쁨을 전했다. 유씨의 공직 합격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9급 공채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6년 만에 업무 수행 중 허리를 다쳐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크게 다친 허리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유씨는 그해 9월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그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외근이 상대적으로 적은 7급 일반행정직에 재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2월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우선 올해 3월까지를 기본서 정리 기간으로 정해 매일 낮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집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서 개념 정리에 몰두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할 것 같아 인터넷 동영상 강의는 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강의 내용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반복해 들었다. 유씨는 고득점의 비결은 기본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월부터 5월까지 모의고사 풀이에 집중했다.”면서 “틀린 문제는 해설서가 아닌 기본서 내용을 다시 찾아 따로 정리하던 습관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사는 문제풀이보다는 서로 다른 역사적 사건의 맥락을 연관지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늘 암기장 들고 다니면서 외워” “볼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제가 무슨 인터뷰까지 합니까.” 최고령 합격자인 석우찬(47)씨는 수줍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목소리에는 길고 힘들었던 수험생활이 녹아 있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석씨의 첫 수험생활은 21년 전인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사법시험에 도전했지만 1차 합격이 끝이었다. 한때는 심신이 지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는 등 다른 데 눈을 돌리기도 했다. 2002년 법조인의 꿈을 완전히 접고 공인중개사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중 2006년 지인의 소개로 교정직 9급 공무원 특채에 응시해 공직에 입문했다. 석씨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반복되는 야근으로 생활패턴이 불규칙한 속에서도 올해 1월부터 매일 시간을 쪼개 7급 교정직 공부를 시작했다. 젊은 수험생들과 경쟁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석씨는 ‘성실성’에서 찾았다. 그는 “나이가 들다 보니 영어 단어 암기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언제 어디를 가든 암기장을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외웠다.”고 말했다. 시험공부를 비교적 늦게 시작한 탓에 기본서 정리와 문제풀이는 병행했다. “그날 공부한 내용을 문제로 풀어 보면서 지문 내용, 보기 등을 다시 기본서로 정리하니 이해도 빨리 되고 암기하기도 쉬웠다.”고 귀띔했다. 필기시험 합격보다 더 큰 고민거리는 면접이었다. 석씨는 “오랫동안 사법시험 공부를 한 덕에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았다.”면서도 “면접은 다른 수험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탓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면접은 여느 수험생과 똑같았고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7급으로 새로운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는 “직위와 나이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면서 “나이를 내세우기보다 지혜와 연륜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연·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 檢, ‘그랜저 검사’ 재수사

    檢, ‘그랜저 검사’ 재수사

    후배 검사에게 지인의 사건을 청탁한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소된 일명 ‘그랜저 검사’인 정모 전 부장검사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한다. 대검찰청은 16일 강찬우(48) 대검 선임연구관을 특임검사로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추가로 수사한다고 밝혔다. 첫 특임검사가 된 강 선임연구관은 사법시험 28회로 2008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고,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 수사에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 08년 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정 전 부장검사는 옆 부서의 후배이자 수사검사인 도모 검사에게 “18년 지기인 김모씨가 아파트 사업권을 둘러싸고 투자자 등 4명을 고소했으니 사건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정 전 부장검사는 그 대가로 김씨에게서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고소됐으나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비등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18일 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감찰 결과를 검토한 뒤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검 감찰본부가 추가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김 총장에게 보고했고, 김 총장이 이를 수용해 특임검사 가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처음 운용되는 ‘특임검사제’는 김 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8월 13일 도입한 제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행정고시 기술직에도 女風 거셌다

    행정고시 기술직에도 女風 거셌다

    공직 사회 내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러나 조직 문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성을 배려, 야근이나 업무 부담이 적은 곳으로 배치하는 것에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야근이나 업무 부담이 많은 곳은 해당 조직의 핵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승진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한다. 양육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성 입장에서는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일과 가정의 양립, 보직 관리 필요성 등이 맞물려 일과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10일 공개한 행시 기술직 2차 합격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합격자 86명 가운데 여성은 17명(19.8%)이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합격한 1명을 포함해 10명이 합격한 지난해보다 7.6% 포인트 올랐다. 일반기계, 전기, 화공계열 등 전통적으로 남성 합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술직은 2000년까지만 해도 여성 합격자 비율이 6.4%에 불과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술직에 도전하는 여성 응시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최종 여성 합격자는 모두 9명이었지만 올해는 필기시험 성적만으로 17명이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표된 사법시험 2차에서는 여성 합격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2차 합격자 800명 중 42.1%인 337명이 여성이다. 같은 달 발표된 행시 행정직 2차 시험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이 1.9% 포인트 오른 44.7%를 기록했다. 외시는 여풍이 더욱 강하다. 올해 선발된 35명 중 여성이 21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60%다. 여성 합격자 비율이 6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공직의 여성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성의 공직 진출은 1996년 여성채용목표제가 실시되면서 활발해졌다. 당시 여성 합격률은 10% 미만이었지만 응시 자체도 적었다. 이 제도는 2003년 남성이나 여성이 합격자의 30% 미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교직처럼 여성으로 쏠리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남녀의 선호도가 비슷하다.”며 “남성이나 여성이 5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여성들의 공직 진입을 반기고 있지만, 아직은 조직 운영이 낯설다. 우선 여성 입장에서는 역할 모델이 없다. 올해 6월 기준 고위공무원단 1342명 중 여성은 2.6%인 36명이다. 공무원으로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차관직에 여성은 거의 없다. 한 여성 사무관은 “과거보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 강화됐고 근무 환경도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때로는 여성을 배려한 인사가 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인사담당자로서는 여성이라는 측면에 적잖이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여풍은 대세다. 중앙 부처의 한 인사담당자는 “여성 합격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몇년이 지나면 고위직에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지원관실 팀원 수첩엔 감찰대상 이름 등 정보 빽빽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팀원들의 수첩에는 당시 이들의 활동영역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여기에는 앞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로 ‘B.H(Blue House,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문구 등 자신들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활동을 전개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여럿 포함돼 있다. 기소된 원모 조사관의 수첩에는 ‘불법폭력시위’ 배후에 대한 메모도 등장한다. 수첩에 등장한 이모씨의 이름 뒤에 ‘비자금 조성부분 / 자금이 불법폭력시위의 / 배후지원자금화 첩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당시 지원관실이 김종익(56) 전 NS한마음 대표를 사찰하면서 촛불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씨 역시 촛불시위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수첩 곳곳에는 사찰 대상이었던 김씨와 그 주변 관계자들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기도 하다. 수첩에는 사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입을 맞추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던 흔적도 나온다. 권모 조사관의 수첩에는 ‘과장님 수기 문서를 제가 타이핑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등 검찰 조사에서 했던 멘트들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또 오정돈 부장검사를 비롯해 민간인 사찰 특별수사팀에 속해 있던 검사들의 인적사항도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사법시험·연수원 기수, 소속은 물론 일부는 배우자의 인적사항까지 기록하는 등 꼼꼼함이 드러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남이 안하는 것을 해보세요”

    “남이 안하는 것을 해보세요”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이민법 변호사이자 인권 변호사로도 유명한 전종준(52)씨가 1일(현지시간) 자서전 ‘2등 해서 서러운 사람들, 남이 안 하는 거 해봐’(쿰란출판사)를 펴냈다. “대학시절 사법시험에 응시했다가 영어 과목에서 낙제해 떨어진 뒤 미국으로 유학을 와 영어로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전 변호사는 평범하게 2등만 하던, 실패의 연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대 초반에 자서전을 내는 게 이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의 꿈, 희망, 행복을 위한 메시지라기보다 남의 꿈과 희망, 행복을 위해 남이 안 하는 것을 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 이민법을 집대성한 이민법 전문변호사로 시작해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뒤 미국 정부의 부당한 비자발급 거부에 맞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미 연방하원에 혼혈인에 대해 자동 시민권 부여법안이 제출되도록 했으며, 탈북자들의 미 영주권 획득을 위해 무료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정치인의 무덤’ 서울 북부지검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정치인의 무덤’ 서울 북부지검

    ‘정치인의 무덤’. 서울 북부지검(검사장 이창세)은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이런 별칭으로 불린다. 국회의원 33명 이상이 포함됐다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 등 잇단 정치인 수사로 여의도를 긴장 상태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정치인 사정을 이끌며 ‘정치인 저승사자’로 떠오른 지휘관이 이창세(48·사법시험 25회) 지검장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시절부터 기업 비리, 비자금 수사 등을 맡은 ‘특수통’이다. 1994년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비자금 수사부터 지난해 SLS그룹 비자금 사건까지 시끌벅적했던 수사를 자주 맡았다. 여기에 지난 7월 합세한 조은석(45·사시 29회) 차장검사도 평검사 시절부터 특수부에서 경력을 쌓아온 특별수사 전문가다. 조 차장은 탄탄한 내사와 정보 축적 과정을 통해 ‘핵심을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특수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청목회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김태철(48·사시 34회) 형사6부장 검사도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등 현장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인적 구성으로 볼 때 청목회 수사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 수사가 정당한 정치활동마저 범죄로 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북부지검은 별다른 반응 없이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국가상황에 맞는 공직관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을

    행정고시 3차 면접시험일(11월 12~13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2차 시험까지 통과한 수험생 320명은 합격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면접시험 ‘올인’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해엔 2차 합격자 292명 중 16.4%인 48명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올해는 그보다 더 늘어난 62명(19.3%)이 ‘2차 합격자’에서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거나 행시를 포기해야 한다. 한때 행시는 ‘2차 합격이 곧 최종합격’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면접시험의 영향력이 낮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면접 비중을 강화하는 추세다. 게다가 행시는 면접에서 낙방하면 사법시험과는 달리 다음해 1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에게는 남은 기간이 ‘일생일대’의 3주가 될 전망이다. 행시 전문가들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공무원으로서 공직관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시사문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주관을 표현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송영상 합격의법학원 강사는 “행시 면접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고위공무원을 선발하는 자리”라면서 “면접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빈틈없이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면접(일반행정) 개인발표는 ‘공무원 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따라 국민 정치참여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문제를 통해 수험생의 공직관과 문제 해결능력을 평가했다. 송 강사는 올해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질문을 통해 공직관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통일과 분단의 심화라는 갈림길에 서 있으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느냐를 결정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예비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기 베리타스법학원 부원장은 시사상식 정리와 함께 실전 같은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원장은 “공무원으로서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하는 기술이 떨어진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면서 “스터디그룹을 통해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키워야 강화되는 면접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또 자신감 넘치는 면접을 위해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역량, 포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떠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떠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너무나 행복했던 인생 2막이었습니다. 이제 3막을 열어야죠.” 세계 4대 영화제라는 칸(프랑스), 베니스(이탈리아), 베를린(독일), 모스크바(러시아) 영화제도 해마다 10월이면 부산을 주목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영화제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은 단연 ‘미스터 킴’이다. 해외 영화인들 사이에 애칭이 되다시피한 ‘미스터 킴’ 김동호(73). 그가 올해를 끝으로 15년간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함을 내려놓는다. 20일 서울 남산동 영화제사무국에서 이삿짐을 꾸리고 있는 ‘늦깎이 영화인’을 만났다. →지난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칸의 여왕’ 쥘리에트 비노슈와 막춤을 춰 화제가 됐는데. -원래 파티 때 해외 손님들과 막춤을 추곤 했다. 그런데 5년 전 술을 끊고 나니 (맨정신에) 잘 안 춰지게 되더라. 올해는 마지막이니까 내심 춤 생각이 있었는데 쥘리에트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미스터 킴과 춤 추러 (부산에) 왔다.”고 하는 바람에 냅다 췄다. 하하. →(영화제가 끝나) 시원섭섭하시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그만뒀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 지금도 섭섭하다기 보다 굉장히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물러나는 일도 드물지 않은가. →15년을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항상 돈이 문제였다. 정부 예산과 스폰서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재단법인을 만들고 기금 출연도 하는 등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해 놓고 떠나야 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내년 문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두레라움’ 예산 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영화제 초기에는 ‘이름값’이 없어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다던데. -나보다는 프로그래머들이 고생했다. 영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대부분 거절하거나 특별 상영료를 요구했다. 첫회 때는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작)가 거의 없었다. 3~4회로 접어들면서 자발적인 출품이 밀려들었다. 올해는 출품작 306편 가운데 153편이 해외에서 첫 상영을 하는 작품이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1996년 1회 개최 때 대형 스크린이 야외상영장 무대에 올라가는데 정말 뭉클했다. 영화제가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는데….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2001년 6회 때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신임 위원장이 부산을 찾았을 때도 행복했다. 우리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다. 그해 12월 1일 베를린에서 9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모여 영화제 정상회담을 열었는데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를 통틀어 우리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영화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 9개국(G9)이다. →부산영화제가 인생 2막이라면 1막은 공직일 듯싶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시절, 영화법 개정(1984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영화에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영진공·현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을 맡으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불붙게 됐다. →영진공 사장으로 취임하자 영화계가 노골적으로 냉대했다고 들었다. -‘낙하산’이라며 영화감독협회가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개의치 않고 두세달 동안 영화인을 만나고 또 만났다. 친 정부 인사든, 비판적인 인사든 가리지 않았다. 영화인들 경조사라면 원근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고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차츰 가까워졌고 영화인들의 숙원이었던 종합촬영소도 (경기 남양주에) 세웠다. 영진공을 그만 둘 때는 떠나지 말라고 반대하더라. 올 때도 반대, 떠날 때도 반대였다. 허허허. →언제부터 ‘아! 내가 영화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부산영화제가 제 궤도에 들어서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때다. 1998년 쯤이었다. 그때 비로소 내가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인데 문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게 다소 의외다. -대학 3학년 때 군 입대를 했다.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을 치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제대하고 바로 취직을 해야 했다. 1961년 5·16 직후였는데 제일 먼저 공고가 나온 게 문공부였다. 시험 보고 합격한 게 그만 평생 직장이 됐다. →요즘 국내 영화계가 이념 논란으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는데. -무의미한 논쟁이다. 영화에서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사회나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왼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갈등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본다. →외국과 비교할 때 임권택 감독을 제외하고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노장 감독이 없는 것 같다. -맞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 영화계는 너무 조로했다. 포르투갈 거장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은 103세인데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우리 영화인들은 50대가 지나면 연출 활동을 대부분 접는다. 투자자나 제작자들이 흥행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나이 많은 원로 감독들에게 작품 위촉을 안 하고 원로 감독들은 제작 기회가 없으니 새로운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재용 감독의 ‘정사’에 처음 출연했다. 한국계 중국 감독인 장률 감독이 이리역 열차 폭파 사고를 다룬 ‘이리’에서도 옛날 애인을 만나러 가는 노신사로 잠깐 나왔다. 가장 최근엔 임권택 감독의 요청으로 ‘달빛 길어올리기’에 출연했다. 제지업을 하다 쫄딱 망해 산속에 은둔해 사는 사람 역할이다. 이번엔 대사도 많았다. 허허허. NG(실수)도 많이 냈다. →막강 인맥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거 클럽은 어떻게 결성됐나. -해마다 평균 10~20개 영화제를 다니다 보니 인맥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더라. 가장 절친한 사람들이 타이거 클럽이다. 내 이름의 ‘범 호’(虎)자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 호랑이 엠블럼에서 이름을 땄다. 허우샤오시엔 타이완 감독, 사이먼 필드 전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 네덜란드 영화저널리스트 피터 반 뷰어렌,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회원이다. 영화제 끝나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다 만든 모임이다. 세계 영화계의 ‘주당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하하. 기타노 다케시 일본 감독, 왕자웨이 중국 감독 등과도 친하다. →술 끊었을 때 타이거 클럽 회원들이 많이 섭섭해했겠다. -내가 보스라 괜찮다. 하하. 피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들은 소주를, 나는 백색 라벨의 특제 소주(맹물)를 마신다. 영진공 사장 때 남양주 종합촬영소 건립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을회관에서 주민 100여명과 일일이 한잔씩 주고받은 적도 있다. (기자가 놀라자) 요즘 젊은 친구들도 1인당 소주 5병 정도는 마시지 않나? 알코올 도수도 낮아졌는데…. 우리 나이로 70세 되던 해인 2006년 1월 1일부터 술을 끊었다. 계속 마시다간 명대로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정신 좀 차리자는 생각도 했고…. →지금까지 만나본 여배우 가운데 최고를 꼽자면. -허허,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닌데…. 제일 처음 만난 배우는 강수연씨다.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 같이 갔다. 그때부터 친하게 지낸다. 미모로 보나, 활달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으로 보나, 술 실력으로 보나 (강수연씨가) 최고인 것 같다. →외람된 얘기지만 부산을 포함해 국내 영화제를 둘러싼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영화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뚜렷한 색깔과 정체성을 확보하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정권이나 단체장이 바뀔 때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지만 예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때 영화제가 오래 존속할 수 있다. →갖고 계신 인맥이 너무 아깝다는 얘기들이 많다. -영화제는 떠났지만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 잭 발렌티 미국영화협회장이라는 양반이 있었다. 변호사 출신인데 40년 가까이 회장을 하며 미국 영화 세력을 확장시키는 데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미국 영화에 지배당하는 나라에서는 악명이 높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영화 행정가를 키워야 한다. →인생 3막 계획은. -최근 책(‘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을 냈는데 시간과 지면 제약으로 수록하지 못한 중요 영화제가 많다. 틈틈이 보완해 내년에 새 책이나 증보판을 낼 계획이다. 부산영화제도 정사와 야사를 아우르는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그러고도 시간이 나면 무비 카메라를 배워 기록영화 하나쯤 시도해 볼까 한다. 생각해둔 게 해외 거장 인터뷰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란)은 흔쾌히 응해줄 것 같다. 하하 →농반진반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관계는 전혀 관심없다. 지금 이 나이에 말도 안 된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1937년 강원 홍천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1961년 문화공보부 주사보로 공직 입문 ▲1988~92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년 예술의전당 사장 1992~93년 문화부 차관, 1993~95년 공연윤리심의위원장 ▲1996~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2005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2010년 칸 등 각종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기사장(2000년),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오피시에(2007년) 수훈, 정부 황조근정훈장(1993년), 은관 문화훈장(2005년) 등 수훈 ▲홍명자씨와의 사이에 1남 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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