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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2~87년 문제있는 판결 조사”

    “72~87년 문제있는 판결 조사”

    26일 취임한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논란이 된 판결들이 잘못임이 확인된다면 국민 앞에 사과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법부 그릇된 유산 청산” 이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는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는 “유신시대 판결을 살펴 보다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문제들을 발견했다.”며 과거 판결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법원장은 1958년 조봉암 당시 진보당 당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결과 지난 74년 인혁당 관련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결을 거론하며 “특히 지난 72년부터 87년까지 사법권 행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판결들을 조사한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사법부가 최종 판결을 내린 동백림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도 진상규명과 함께 합당한 조치가 뒤따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장급에 맡길 것” 그러나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됐던 재판에 참여한 인사들은 거의 법원을 떠났고 지난 판결들의 잘못을 들추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해친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법원장은 프랑스에서 음란물로 판정됐던 ‘북회귀선’이 재심을 통해 문학성을 인정받은 사례를 들며 “당사자들이 재심을 청구해 법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에게 중요한 것은 보수·진보 등 성향이 아니라, 법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판단력”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장은 외부활동이 많은 만큼 법원장 출신이 맡되 대법관이 겸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의 과거 대법 판결들 조봉암은 공산당 계열 독립운동가로 초대 농림부장관과 국회부의장를 지내고 대통령후보(무소속)로 나섰으나 자유당 정권 말기에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기득권세력이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인 그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의혹에도 대법원은 원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이라는 학생운동조직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이 대법원의 사형선고 후 20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고문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혔다. 재심이 진행중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이용훈 사법부에 바란다

    신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오늘 취임한다. 이 대법원장은 이달초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코드인사’ 부분을 집중 추궁하자 당혹스러워하며 “법원에 출두한 피의자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법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약자들이 주눅들지 않는 법원이야말로 ‘이용훈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라고 본다. 사법부 개혁과 변화도 그로부터 시작된다. 사법개혁의 전제는 사법부 독립이다.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인식을 분명히 줘야 개혁의 공감대가 넓어지고, 영속성을 갖는다. 정권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에 관계없이 사법부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보호하는 보루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대법원장이 먼저 할 일은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조만간 4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이념·성별과 경력 등을 감안,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할 인사들을 대법원에 포진시킬 필요가 있다. 최종영 전임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여론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법부가 인기영합으로 흐르거나 일시적 여론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치주의는 민주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바라는, 합리적 타당성을 가진 요구를 계속 외면하는 것은 독선이다. 지금 추진되는 사법개혁안은 판사들에게 많은 기득권을 양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법부내에 깨야 할 기득권이 아직도 상당함을 보여준다. 열린 사법부 인사, 약자를 배려하는 재판 절차, 시대 흐름에 맞는 판례의 조정 등 이 대법원장이 할 일은 너무 많다.
  • “여론 앞세워 재판도전 유감”

    “여론 앞세워 재판도전 유감”

    최종영(66) 대법원장이 23일 퇴임식을 갖고 6년 동안의 임기를 마쳤다. 퇴임식에서 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 확립을 거듭 강조했다. ●“법관 시류 영합 안된다” 최 대법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여론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치주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법관은 자의적·주관적인 가치관, 사상을 맹종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때의 시류에 영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깐깐한 원칙주의자 끝내 눈물 최 대법원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까다로운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법원행정처장으로 있을 때 예산을 “1원이라도 더 깎으라.”며 담당자들을 독촉하기도 했다. 재직 기간 내내 점심식사를 혼자 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주변의 유혹을 멀리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1961년 고등고시 13회로 법관의 길에 들어선 뒤 44년 동안 정들었던 법원을 떠난 최 대법원장은 배웅하러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감정이 북받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 대법원장은 당분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신임대법원장의 취임식은 오는 26일 열린다. ●사법개혁 청사진 제시 최 대법원장은 제자리를 맴돌던 사법개혁을 본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2003년 10월 출범한 사법제도개혁위원회를 손꼽을 수 있다. 사개위가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고 로스쿨과 법조일원화, 군사법제도 등 광범위한 제도 개혁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도 최 대법원장의 추진력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재직기간 동안 불구속재판 원칙이 뿌리내렸고 국선변호인 제도도 더욱 개선됐다. 그는 또 법관 서열제를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를 실시했다. 반면 폐쇄적인 인사관행을 과감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 대법원장은 2003년 8월 대법관제청 과정에서 시민추천위원회 등의 의견을 배제하고 서열관행을 따르려다 판사 159명의 집단반발에 부딪혔다. 전효숙 헌법재판관, 김영란 대법관 등 ‘최초의 여성’ 카드로 반발을 피한 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도 설치했으나 이후 인사 때마다 보혁간의 갈등이 되풀이됐다. 최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전원합의체 판례 65건을 남겼다. 지난 7월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것과 지난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판례도 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본 것이나 보안관찰 통계자료를 북한의 대남공작에 이용될 국가기밀이라고 판단한 것은 보수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불구속 재판 확대 빈말 안돼야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이르면 2007년부터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재판출석 서약서나 제3자 보증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사안에 따라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전관예우’ 등 각종 법조비리의 온상처럼 지목돼온 구속사건에 대해 사개추위가 헌법이 규정한 ‘무죄추정’ 원칙과 인신 보호를 위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법제도를 손질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헌법의 규정과는 달리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신 구속을 징벌의 수단으로 당연시해 왔다. 인신 구속은 한 집안을 거덜낼 정도로 정신적, 금전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함에도 피의자보다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편의 위주로 남발됐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구속영장 발부율이 85%나 되고, 인구 1만명당 구속자 수가 일본의 3배, 독일의 10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피의자 가족들이 정상적인 수임료의 몇배에 이르는 ‘성공 보수’를 감수하면서도 판·검사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에게 매달리게 됐던 것이다. 이용훈 차기 대법원장뿐 아니라 과거의 사법부 수장들도 입만 열면 인신 구속에 신중해 달라고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그럼에도 구속 위주의 관행이 바뀌지 않은 것은 불구속을 특혜로 보는 사회 인식에도 책임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개추위가 불구속 재판을 확대토록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한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참심제 등 재판에 일반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구속 재판의 확대야말로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 “불필요한 영장 없애려 수화기 들죠”

    “불필요한 영장 없애려 수화기 들죠”

    “안녕하세요. 영장전담 판사입니다.” 서울중앙지법 김재협·김득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하루에 한두 차례씩 구속영장 실질심사 대상자 집에 전화를 건다. 피의자 가족들의 구속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발부 결정에 참고하려는 목적이다.1주일에 처리하는 구속영장이 40여건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성의와 시간이 필요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김득환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수사와 재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이 보호막이 돼 준다는 확신이 들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과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인신에 제한을 두는 구속·불구속 여부는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예기치 않게 전화로 가족을 찾아준 적도 있다. 대학 도서관을 돌며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서울의 한 국립대생 조모군은 체포될 당시 가출해 노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주거불명’으로 구속을 피할 수 없었던 조씨의 부모에게도 재판부는 전화를 걸었다. 한달음에 달려와 선처를 애원하는 부모를 보고 재판부는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김재협 부장판사는 “법정에 혼자 외롭게 서 있는 피의자를 보며 가족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가끔 피의자를 내보내고 방청 온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했다. 빌려준 돈을 못 받아 피의자를 고소한 피해자가 “며칠간 돈을 갚을 시간을 더 주고 싶다.”며 영장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영장에는 “앞으로 피해자와 합의할 가능성이 있어 보여 기각한다.”고 사유를 적었다. 실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성을 보고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이번 재판부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런 시도는 가능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하겠다는 사법부의 방침과도 통한다. 그렇더라도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과 경제인 등 유명인사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전화를 걸지 않는다.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청계천변 개발의혹 사건의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에게는 영장이 발부됐다. 재판부는 “고위직 비위사건의 경우에는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장발부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장 실질심사는 판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변명을 하는 자리”라면서 “실질심사를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판사는 “실질심사를 하면 전화도 더 많이 걸어야 되고 일도 늘어나겠지만, 영장전담부는 좀더 바빠도 된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양심선언’에 중형 선고한 법원

    우리 사회가 맑고 투명해지려면 조직 내부비리 고발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조직의 배신자로 지목돼 ‘왕따’ 당하는 등 양심선언의 뒷감당은 고발자 홀로 짊어져야 한다. 부산지법이 최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400만원을 선고한 이근택 전 부산항운노조 상임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씨는 지난 3월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조합원을 채용하거나 승진시켜주는 조건으로 1인당 500만∼3000만원을 챙기고 있으며, 자신도 돈을 주고 노조에 가입해 간부가 된 뒤 검은 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항운노조를 대상으로 검찰수사가 시작돼 항운노조 간부 50여명이 구속되고 정부는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법원은 양심선언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형평성의 원칙을 들어 전 노조위원장 등 일부 간부를 제외하면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양형기준법 제정 방침에 반발해 사법부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던 ‘재량권’은 내부비리 고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비리 연루자는 현업에 모두 복귀한 반면 이씨는 힘겨운 소송절차를 거쳐 조합원 자격을 회복했다고 하니 누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양심의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국가 청렴위원회가 국회도서관 신축공사 비리를 고발한 감리자의 신원을 사무 부주의로 유출해 피고발인들에게 시달리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부비리 고발은 철저한 신분 보장과 더불어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사후 안전책이 담보되지 않으면 확산되기 어렵다. 내부비리 고발을 용기있는 결단으로 인정하는 풍토도 뒷받침돼야 한다. 숨겨주는 것을 인정으로 여기는 사회는 결국 비리에 함몰될 수밖에 없다.
  • [사설] 양형기준법 제정 바람직하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12일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장관급회의에서 양형기준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들쭉날쭉한 판결로 인한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법무부는 사개추위가 양형기준법 제정 추진 의지가 없다면 따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양형기준 법제화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법원과 재야법조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명분 면에서 양형기준법 제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형량을 정함에 있어 수없이 많은 고려 요소를 모두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법원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검찰과 법원이 그동안 내부 양형기준표를 마련하는 등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 기준표는 강제성이 없는 ‘참조’ 수준에 그침에 따라 ‘유전무죄 무전유죄’‘전관예우’ 등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뽑지 못했다. 법원은 재량권의 위축을 항변하기에 앞서 양형기준법 제정 필요성을 자초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말로는 잘못된 판결보다 오락가락하는 판결이 더 문제라고 하면서도 권력과 금력 앞에 법의 잣대가 휘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전횡하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적 감시와 통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요청이다. 양형기준법이 제정되면 ‘선처’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형량이 높아지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법원의 변명일 뿐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사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 다양한 범죄 수치화 가능할까

    다양한 범죄 수치화 가능할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와 법무부가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의 형량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양형기준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2일 열린 사개추위 장관급 본회의에서 “형사 재판의 형량이 일정하지 않아 사법 불신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형량 기준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개추위 관계자도 13일 “11월을 목표로 참고적 양형기준제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무줄 형량, 유전무죄 줄 듯 양형기준제도란 법관마다 다른 양형의 차이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각종 사건의 구형과 선고자료를 연구한 뒤 양형에 영향을 끼친 여러 요인들을 뽑아내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천 장관은 이날 국회 산하에 법조인, 교수 등 13명으로 구성된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양형기준법 초안을 제안했다. 검찰도 최근 사개추위에 양형 기준법 초안을 제출했다. 검찰은 범죄 수단과 동기 등을 참고한 범죄등급을 세로 축에, 전과 여부·범행시기 등을 종합해 수치로 만든 범죄경력지수를 가로 축에 놓은 양형 기준표를 만들었다. 피고인의 범죄가 속한 세로 축의 등급과 가로 축의 경력지수가 만나는 곳에서 형량이 결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타협·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을 떨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뜻은 공감하나…법조3륜 신경전 법원, 검찰, 변호사 모두 들쭉날쭉한 형량을 없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자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는 각각 다르다. 법무부는 사개추위의 논의가 부진하면 정부입법으로라도 양형기준법을 도입할 뜻을 비쳤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천 장관이 예정에 없던 발언을 하고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천 장관의 발언은 수사권 약화를 막기 위해 양형기준법 등을 대안으로 요구해온 검찰의 일관된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개혁을 하자는 법원측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동일한 사건인데도 법관마다 선고 형량이 차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법이 졸속적으로 만들어지거나 강제력을 갖게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참고한 미국 제도는 미국내에서도 60%가 넘는 주(州)가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다양한 범죄와 수많은 요인들을 수치로 표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도 “재판을 통해 개인적인 사정을 호소할 여지와 법원이 베풀 수 있는 관용의 폭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면서 “양형기준이 강제력을 갖게 되면 판사의 재량은 줄고 검사의 영향은 커진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윤리 더 엄격하게 사개추위는 법원·검찰·군법무관뿐 아니라 헌법재판소·경찰·감사원 등에서 근무하다 개업한 변호사는 2년 동안 모든 사건 수임자료를 중앙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토록 했다.‘과실범이 아니며 집행유예를 포함해 2차례 넘게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은 영원히 변호사를 할 수 없다. 또 사건 당사자도 직접 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이용훈식 사법개혁 ‘태풍의 눈’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끝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는 무난히 대법원장으로 취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그가 추진할 사법개혁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대법관구성원 다양화´ 수용범위 관심 다음달 10일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대법관 퇴임에 이어 11월에는 배기원 대법관이 퇴임한다. 원칙대로라면 3명을 먼저 제청하고 한 명을 다시 제청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동의절차나 대법관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4명을 한꺼번에 인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하게 하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가운데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후보들을 거론하는가 하면 서열파괴로 인한 변화를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취임 초기 서열파괴에 따른 잇따른 사퇴 등 혼란과 내부 불만을 줄이기 위해 법원 안팎의 인사들로 절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영란 대법관에 이은 새로운 여성 대법관도 기대된다.●법관 비공식 연구모임들 바짝 긴장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 연구회 등을 지목하며 “부장판사나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 젊은 법관들과 어울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모임에 대한 이 후보자의 부정적인 시각이 알려질 즈음 이 모임 소속 김종훈 변호사 이광범 광주고법 부장판사, 박범계 전 비서관 등이 탈퇴했다. 우리법 연구회 관계자는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사법부 개혁을 바라고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 후보자의 의견과는 별도로 모임의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법 연구회는 1988년 6월 대법원장 등 수뇌부 개편을 촉구한 2차 사법파동으로 탄생했으며 그동안 여러 차례 사법부 인선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법원내 주요 모임에는 이 후보자가 속한 민사판례연구회, 세법연구회 등이 있으며 같은 지도교수를 둔 법관끼리 모임이나 외부 전문가들과의 연구모임도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졌다.●`급행료´ 악습 뿌리뽑을지 주목 이 후보자는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 변호사는 “일반인이나 변호사 할 것 없이 재판과 각종 민원 서류를 보거나 복사하는 데도 오래 기다려야 하고 복잡한 처리과정을 혼자서 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법원 공무원들이 행정부서의 공무원들보다 덜 친절하다는 인식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법원 직원들에게 동사무소, 은행 등을 보고 배우게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는 ‘급행료’를 뿌리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결문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뀔 전망이다. 또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고 전문가들이 재판에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속속 드러나는 구속사건 전관예우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판사·변호사·업자로 구성된 사조직 ‘법구회’의 수임비리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사건도 서울중앙지법 출신 변호사들이 싹쓸이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후보자는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99%는 전관예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으나 국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법의 잣대가 굽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최근 중앙법조윤리협의회가 판·검사,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이 퇴직 후 2년간 수임한 사건의 재판기록을 검토한 뒤 불법수임이 의심되면 수사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처럼 모호한 규범으로는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판·검사들이 스스로 전관예우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겠지만 감찰기능을 강화하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과거의 사법부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과제였다면 지금은 금력과 인맥으로부터의 독립이 과제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대법관 퇴임 후 5년 동안 대법원 사건을 주로 수임하면서 60억원의 수임료 수입을 올리고도 전관예우가 아닌 전관박대를 받았다고 주장한 이 후보자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60억원의 수입이 박대라면 얼마를 벌어야 예우라고 본다는 말인가. 대법원의 다양화는 서열 파괴의 뜻도 있지만 국민과 눈높이를 같이하는 사법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 이틀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 이틀째

    9일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문제와 사법개혁 의지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코드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작용한 탓인지 12명의 의원들이 질문 시간을 연장하는 등 집중적인 공세를 폈지만 사상 첫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 걸맞은 ‘날 선’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사회 소수자들을 위한 과감한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한 뒤 “법원이 정권의 외압을 받았던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평판사들이 정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사법부 수장이 되면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원을 만들고 싶다.”고 답변한 뒤 “평검사들의 정년 보장 문제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탄핵 당시 노 대통령의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던 12명 가운데 7명이 고위 공직에 취임한 것을 보면 이 후보자 지명은 전형적인 코드인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같은 당 주성영 의원은 참여정부의 인사 유형을 ‘무임 승차’‘호가호위’‘초근목피’‘토사구팽’‘자승자박’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자가 탄핵심판 변호는 노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주 의원은 “정권 탄생에 공도 없으면서 요직을 받은 홍석현 전 주미 대사와 진대제 정통부장관처럼 전형적인 무임승차형”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통령의 위세를 마음껏 구가하는 ‘호가호위형’, 정대철·안희정씨는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토사구팽형”이라고 분석했다. 또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처럼 미관말직이지만 충성을 다하는 행동대원과 돈 안되는 386은 ‘초근목피형’, 신기남·김희선 의원처럼 온갖 폼을 잡아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은 자승자박형”이라고 분류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무뎌진 ‘칼날’… 국회인준 무난할 듯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의 국회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 대리인을 맡은 경력을 들어 사법부 중립성에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도 능력과 자질, 그리고 도덕성에서는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인준을 확신하고 있다. 임명동의안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8일 인사청문회 이틀째 분위기는 이런 기류를 감지하기에 충분했다.의혹을 제기하거나 문제점을 추궁하기보다는 취임 후 포부를 묻거나 사법부 운영 방향을 묻는 질문들이 많았다.또 행정서비스 향상이나 약자 권익 보호 등 당부의 말이 잇따랐다. 참고인 대부분도 적절한 인물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지명 당시 반대 입장을 밝힌 참여연대 차병직 집행위원장은 더욱 참신한 인물 발탁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결정적으로 흠 잡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공세가 약했다고 판단,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지시했지만 공세의 ‘칼날’은 더욱 무뎌진 듯했다.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임명동의안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의원 개인들의 소신대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한나라당도 국회 인준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 첫 청문회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 첫 청문회

    국회는 8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용훈 후보자의 직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후보자의 사법개혁 의지를 검증하는 데 질의시간을 할애했고, 한나라당은 ‘코드인사’를 거론하며 추궁했지만, 그는 정공법으로 도리어 청문위원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여야 의원의 매서운 추궁 한나라당은 이 후보자가 지난해 탄핵심판 때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활약했던 점을 부각시켰다. 주성영 의원은 “행정부 수장인 노 대통령의 변호인인 후보자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견제능력이 없다.”고 꼬집었고, 주호영 의원은 “벌써부터 새 대법원장이 ‘코드인사’를 할 가능성이 많다는 풍문이 들리는데 후보자도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코드인사를 할 것이냐.”고 따졌다. 열린우리당은 ‘코드인사론’을 희석시키려는 듯 후보자의 사법개혁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정성호 의원은 “대법원장의 인사독점은 사법개혁의 가장 큰 장벽의 하나인데 법관 인사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문병호 의원은 “사법부의 자정노력을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상돈 의원은 “(5년 전)대법관을 그만둘 때 11억 3500만원이었던 재산이 현재는 35억 7000만원”이라며 재산 형성과정을 추궁하기도 했다.“유신 정권하에서 법관으로 임명받은 게 부끄럽지 않았나.”라는 질문도 나왔다. ●창과 방패의 한판승부 거친 질문이 쏟아지자 이 후보자는 독특한 화법으로 응수에 나섰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독설’과 맞붙어 녹록지 않은 입심을 과시했다. 주 의원이 “최근 5년 동안 정치자금 2900만원을 기부한 대상을 밝히라.”고 추궁하자 “친구에게 준 것이고, 몇푼 준 게 아니다.”며 목청을 높인 것이다. 이 후보자는 “1년에 정치자금 600만원이라면 엄청난 액수”라는 주 의원의 지적에 “(내가) 변호사해서 돈 많이 벌지 않았나.”라며 미소까지 지었다. 법조계의 병폐로 꼽히는 ‘전관예우’에 대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판·검사 킬러’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 등이 “(법관)퇴임 후 수임료 기준으로 60억원을 벌어들였고, 수임 사건의 70%가 대법원 사건인데 전형적인 전관예우의 사례가 아니냐.”고 캐묻자, 그는 “5년 동안 변호사를 했는데 오히려 ‘전관박대’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잘 안 되더라.”고 맞불을 놓았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죠.”라고 반문한 뒤 “평당 2000만원에 분양받았는데 값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아들이 강북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왜 강남에 또 전세를 얻었냐.”고 묻자,“맞다. 애들을 한 번도 강남에서 교육시키지 못해 손자들은 강남에서 키우려고 그랬다.”고 ‘화끈하게’ 답했다. 정계·법조계의 현안인 ‘X파일 테이프’ 공개 여부는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면 판결을 통해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압을 포함한 사법부의 과거사 처리는 취임 이후 적절한 생각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법관이 모든 사회 문제에 달통할 수 없으니 일반 전문가가 재판에 관여해 전문지식을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재야 법조인이나 대학교수 등이 법원행정처에 들어오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전광삼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美 보수파 거두 렌퀴스트 대법원장 타계

    지난 20년 가까이 미국의 법과 사회 질서를 보수주의로 수렴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윌리엄 헙스 렌퀴스트 미 대법원장이 3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케시 오버그 대법원 대변인은 “지난해 10월부터 갑상선암을 앓아온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지난 며칠동안 급속히 악화돼 이날 저녁 버지니아 교외 알링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때 자신의 당선을 확정하는 판결을 주도한 렌퀴스트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임종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로라 여사와 함께 “깊은 슬픔에 잠겨 묵상과 기도를 올렸다.”고 지니 메이모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1924년 완고한 공화당지역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어린 시절 “세상을 바꾸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대로 52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뒤 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때 배석판사로 대법원에 들어갔다. 82년 1월 대법관에 임명된 그는 4년 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직에 오른 뒤 20년 가까이 미 사법부의 수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관장하는 상징적 존재에 국한됐던 대법원장의 역할을 벗어나 낙태와 동성애, 총기 소유, 소수인종 우대, 사형제도 등에서 보수적 판결을 주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모니카 르윈스키 성추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두차례나 임명하고 자신이 직접 탄핵재판을 주도했다. 2000년 대통령 선거 판결때도 플로리다 재검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부시의 백악관 입성을 결정적으로 도왔다. 렌퀴스트의 타계로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4개월안에 자신의 두번째 임기를 함께 할 사법부를 재편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새 대법원장 임명을 둘러싼 보수·진보간의 논쟁은 6일 시작되는 존 로버츠 대법관 인준 청문회보다 부시 대통령에게 훨씬 더 큰 정치적 시험이 될 것으로 AP통신은 전망했다. 안토닌 스칼리아, 클래런스 토머스처럼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현 대법관 중 한 명, 아니면 알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 에디스 클레먼트 전 연방항소법원 판사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국제기구 통해 ‘日 법적책임’ 제기

    국제기구 통해 ‘日 법적책임’ 제기

    “궁극적으로 일본의 군 또는 국가기관이 개입해 저지른 반(反) 인륜적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도록 강도높은 압력을 넣겠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 일본측의 반인도적 행위의 불법성을 유엔 인권위 등 국제기구를 통해 강력하게 제기해 나갈 방침임을 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반성없는 비양심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압력을 계속 가해 나갈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할 경우에 대해선 가능한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9월 유엔 총회 이후 10월 중순 속개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부터 강도 높은 대일 공세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 26일 한일외교 문서 공개 이후 군대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피해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재확인한 이후 드러낸 후속 외교 조치의 기본 방향이다. 정부는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로 동원된 ‘종군위안부’문제에 법적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말 대 말’차원의 직접적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일본 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한 점을 고려해 이들이 미국 등 제3국 사법기관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 입장을 해당 사법부에 적극 개진하는 방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사할린동포 문제와 관련, 정부는 현재와 같이 1세대만을 귀국시킬 경우 또다른 ‘이산가족’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최근 두 차례의 현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9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보상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김수정 강혜승기자 crystal@seoul.co.kr
  • [기고] 정치권은 ‘X파일’서 손 떼야/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 사건 처리가 반 법치국가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1997년 불법도청 테이프’에 이어 드러난 몇 백개의 소위 X파일은 그 자체가 판도라 상자다. 우리 법은 이 상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정하고 있다. 때문에 당연히 법치주의의 헌법원칙에 따르면 되리라 생각했다. 법은 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인간이 결국은 판도라 뚜껑을 열었듯이, 정치권 역시 특별법이니 특검법이니 하여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테이프를 벗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경·언·검 등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음습한 결탁을 파헤쳐야 한다는 시민의 바람을 앞에 내걸고는 있지만, 정말 뭘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4일 97년 대선후보에 대한 수사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나온 대통령 발언의 좋고 나쁨은 따지지 않겠다. 우선 이는 “국가가 갖는 제도를 명백한 사유 없이 무력화시켜버리는 발상은 지금 당장은 국민들 기분에 영합할지 모르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한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 배치된다. 도청 파일에 대한 사법부의 법치주의적 관여가 사실상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있게 할 가능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만일 검찰이 제대로 (X파일)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용의도 있다.”는 전날의 의지를 바꾸어,“범죄요건이 안 되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도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말 바꿈은 검찰권 역시 준사법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법치주의가 보장하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에 순응하는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어떻게 말하든,X파일 문제와 대선자금 문제 등은 이미 규범체계상 정해져 있는 실정법 질서에 따르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측은 추가 해명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에 한 얘기가 아니고 시민단체와 사회에 대해 한 얘기”라고 했다. 이미 노 대통령의 입장은 일관되게 “제도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테이프 내용을 전면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일선 검사들은 법무부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 수사팀에 가해지는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법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도 법에 따랐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자칫 노 대통령이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갖게 하는 것이다. 어이하여 정해져 있는 법은 멀리하고 정치만 가까이 하는가. 그럴까봐 우리 헌법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신법(神法)을 세속적으로 적응한 법치주의 내지 권력분립주의의 원칙에 따라서 법의 문제는 사법부에, 정치의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에 맡긴 것이다. 이제 도청문제를 전·현 정권 간의 정치적 흥정거리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오로지 법에 따라서 DJ정권이건, 그 이전의 정권이건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도청이라는 국가범죄 행위의 실재 등을 가리도록 하여야 한다.X파일의 내용 역시 법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도록 그 이해당사자일 수 있는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단체도 사법기관을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문제는 검찰이다. 검찰의 수사가 법이 아닌 정치에 끌려다닌다면 스스로 특검이나 민간 조사위원회를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검찰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 포인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역사, 장단점과 연정(연립내각)의 사례를 살펴보고 찬반 논리를 정리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연정 정치협상을 공식 제의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연정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사실상 실현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반대하는 쪽에서는 특히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중심제이기는 하지만 내각제적인 요소가 많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예로 프랑스의 동거정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자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 형태와 내각제 개헌논란 민주국가의 양대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이다.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주로 나타난다. 의원내각제는 집행부가 대통령 또는 군주와, 의회에 의해서 구성되고 의회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내각의 두 기구로 구성되는 이원적 구조다. 내각불신임권과 의회해산권은 상호 견제수단이 되고 입법부와 집행부는 협조관계를 형성한다. 의원내각제는 17세기부터 영국에서 생성, 발전한 것으로 19세기 말에 제도적으로 확립됐다. 영국의 내각제는 총리가 권력의 핵심에 있고 교체 가능한 양당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내각은 다수당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내각체는 내각이 국회에 연대책임을 지므로 책임정치를 할 수 있고 의회와 내각이 대립할 때 불신임결의와 의회해산으로 정치적 대립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군소정당이 난립하거나 연립정권의 수립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 질 수 있다. 대통령제는 집행부가 입법부 및 사법부와 엄격하게 분리된 일원적 구조로 권력 균형이 유지되고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이 안정되게 집정할 수 있다. 대통령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이 입법부에서 독립됨으로써 독재정치가 발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내각제 도입 문제가 심심찮게 정가의 이슈로 등장한다. 우리는 제2공화국 때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의원내각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방안임은 맞지만 그 또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독재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없고 반대로 절대다수당이 없으면 정국이 불안해진다. ●연정이란 무엇인가 연정이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둘 이상의 세력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의원내각제뿐만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시행한 적이 있다.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동거정부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때의 DJP연합을 연정으로 볼 수 있겠다. 서로 정당이 다르면서 DJ는 대통령을,JP는 국무총리를 맡았었다. 의원내각제하의 연립내각은 다당제에서 어느 정당도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때 몇 개 정당이 서로 협력하여 내각을 조직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불안한 다수당이 제2,3,4, 정당과 함께 연합하는 것이다. 다수당에 의한 내각보다 연립내각이 국민들의 이익을 더 잘 대표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다른 소수당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총리직과 장관직을 포함해 의석수대로 나누자는 뜻이다. 연정을 하면 여야가 따로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여야가 협력하여 정책 결정과 처리를 장애물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연정을 하면 정당간의 견제와 비판이 사라지게 된다. 개혁당과 보수당이 연정을 했을 때는 정당과 정치의 색깔이 희석돼 정책적 일관성이 사라지며 개혁당이 추진하던 개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 논란 연정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다. 선거구는 소선거구, 중선거구, 대선거구로 나눌 수 있다. 소선거구는 선거구를 작게 나누어 한 선거구에서 한명만 당선시키는 제도다. 따라서 지역색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영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또는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1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위의 표는 1위와 표차가 적게 나도 사표(死票)가 된다. 그러나 선거구를 넓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를 채택하면 지역구도를 줄이고 전국적으로 명망있는 인사가 당선될 수 있다. 경북의 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2위를 해도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수 정당의 후보도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중선거구는 2∼5명을, 대선거구는 10명 이상을 뽑는 선거구 제도이다.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합쳐 넓은 의미의 대선거구제라고도 한다. 여당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하려 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여기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 같다.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 쉽게 하는 제도의 하나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도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미리 발표해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청와대나 여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연정을 함으로써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여당내에서도 연정을 반대한다. 특히 소장·개혁적인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개혁·진보적인 성향의 정당과 보수 정당이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한다. 당의 정체성 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한나라당에 대해 아무리 연정(戀情)을 품으려 해도 연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어떤 의원은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면서 “예를 들어 대연정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을 교육부장관을 시켰는데, 참여정부의 3불정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려는 목적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또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흑막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한다. 국민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쪽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는 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이 뽑아준 권력을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이양하는 것은 신 3당합당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여 ‘광주찬가’…싸늘한 민심

    여 ‘광주찬가’…싸늘한 민심

    “광주가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도 없었다. 공동 운명체다.”(문희상 의장),“노 대통령이 갑자기 연정을 말했는데, 상당히 거부감이 있다.”(광주 시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를 찾아 ‘광주찬가’를 불렀지만, 도리어 쓴소리를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 화두였다. 국정원의 ‘양심 고백’ 이후 김 전 대통령이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험악해진 민심도 한몫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노무현 정권이 어떻게 ‘80년 광주’를 딛고 일어선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얘기할 수 있느냐.”면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민의를 챙기기보다는 너무 청와대만 쳐다본다.”고 덧붙였다.50대인 한 당원은 “내년 지방선거에는 민주당과 싸워야 하는데, 왜 자꾸 ‘한 뿌리’하면서 민주당과 어울리느냐.”면서 “그럴 거면 아예 오지도 말라.”고 핀잔을 줬다. 연정론에 대해서 김재균 광주시당위원장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연정 발언 이후 지역에서 (당)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어 고민”이라면서 “국민의 정부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모태가 됐던 광주의 정신과 시민 뜻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연이은 선거에서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광주 도심이 극도로 피폐화·공동화된 것에 대해 현 정권 책임론도 맞물려 불안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문 의장은 “광주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고향”,“정치개혁과 남북관계 발전은 모두 김대중 대통령 덕에 가능했다.”는 식으로 광주를 잔뜩 치켜세웠다. 문 의장은 특히 연정론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뿌리가 다르고 우여곡절이 있는데 어떻게 곧바로 연정할 수 있겠느냐.”고 연정에 애착을 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과는 ‘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민주당·민주노동당과의 연대이며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또 “입법부와 사법부 수장은 물론이고 국정원장, 감사원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싸그리 호남몫인데 호남이 괄시받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고 열불만 난다.”고 말했다. 광주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법조수장 지역색 분류 동의못해”

    이용훈 지명자는 청와대 발표 직후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고 이번 인선을 둘러싼 뒷말들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 지명자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사법부 수장까지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대법원장은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대법원장감이 아니라는 지적은 감수할 수 있지만 지역색으로 분류하는 시각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시 호남 출신인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과 한묶음으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는 “윤 헌재소장은 김대중 정부때 임명된 분으로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나와 짝을 맞추려면 차기 헌재 소장과 맞춰야지 윤 헌재소장과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탄핵심판 당시 노무현 대통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전력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일면식이 없고, 당시에는 탄핵사건이라는 것을 법률가로서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친하다면 오히려 법원생활을 같이 오래 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더 친하다.”며 ‘보은인사’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성향에 대해서는 ‘중도’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지명자는 최근 노 대통령이 국가범죄에 대한 시효 배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반인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자신이 소수의견을 냈던 12·12,5·18사건과 삼청교육대 재판을 예로 들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또 탄핵대리인 챙기기” 한나라 반발

    대법원장 후보로 대법관 출신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지명되자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시민단체 등이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사법개혁을 이끌 인물”이라면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적합한 인물’이라면서 오랜만에 여권과 한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은 이 지명자가 지난해 대통령 탄핵재판 대리인 출신인 점을 들어 “3권 분립을 훼손한 인사”라며 강력 비난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탄핵대리인은 대통령의 변호인인데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지명한 것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국민통합을 생각한다면 매우 신중하게 인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명자에 대해서도 결단을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명예로운 법률가로서 자신의 위치를 마무리하려면 고사를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나라당은 ‘정실인사’ ‘사법부의 정권 예속화’ 등으로 거세게 비난해 왔다. 당내에서는 지난달 임명된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탄핵 대리인 출신으로 채우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단 중 하경철 변호사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장에, 한승헌 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외에도 양삼승 대통령 자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김덕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도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이다. 대법관 출신이 아닌 참신한 인물 발탁을 주장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탄핵 대리인 출신인 점에 대해서는 차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청렴, 강직 그리고 온화하고 소탈한 품성의 소유자로서 소외받는 자, 억울한 자를 위한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역할을 해주시리라 믿는다.”면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오랜 법조 경륜과 신뢰는 사법부의 위상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법부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박준석 박경호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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