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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법부

    엊그제 열린 두산그룹 비리사건 1심 공판에서 총수 일가를 비롯한 피고인 14명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물론 집행유예도 유죄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죄질로 미루어 볼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부가 “회사 돈 286억원을 횡령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하면서도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의 경우 수천만∼수억원만 횡령해도 대부분 실형을 살고 나온다. 당연히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겠는가. 재벌 감싸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재판부가 집행유예형을 내린 이유로 제시한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횡령금을 변제하고, 분식회계한 이유도 공사수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두둔했다. 회사 돈을 몰래 빼내 생활비 등으로 썼다가 갚기만 하면 된다는 얘긴가. 미국 법원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지른 엔론사 재무책임자에게 중형을 선고할 것이라는 보도다. 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행유예 판결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시중에는 “삼성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봐주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국민의 눈이 그만큼 매섭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앞서 검찰이 1명도 구속하지 않고 전원 불구속기소한 것 또한 ‘재벌 봐주기’의 전형이다. 불구속 수사를 확대해 가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법원과 검찰을 누가 신뢰할까.
  • 이-팔 이번엔 ‘묘지분쟁’

    예루살렘의 무슬림 공동묘지에 유대인 박물관을 짓는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최악의 경우 마호메트 만평 파문 같은 심각한 종교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슬림들은 이곳이 선지자 마호메트의 친구들이 묻혀 있는 성지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스라엘 정부와 예루살렘시 당국이 오래된 무슬림 묘지에 ‘관용의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사비만 1억 5000만달러(약 1500억원)다. 이 박물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사이먼 위젠탈 센터’에 기부된다. 위젠탈은 유대인 대학살을 고발하고 나치 전범 색출에 앞장섰던 강경 시온주의자다. 지난 2004년 열린 기공식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권한대행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현재 공동묘지에서는 유골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이스라엘 사법부 소속인 이슬람 법원에 의해 일시 사업중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발굴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소송을 주도하는 두레이엄 사이프 변호사는 “미국이나 영국이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관용’과 반대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슬람 율법학자 이크레마 사브리는 “묘지는 15세기 넘게 사용됐으며 선지자 마호메트의 친구들도 묻혀 있다.”면서 “박물관 건립은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묘지는 이스라엘의 ‘부재자 재산법’에 따라 1948년 1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부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1992년 예루살렘시에 매각됐다.묘지 발굴을 진행중인 이스라엘 문화재국 대변인은 “역사가 오래된 예루살렘에선 묘지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해볼 만하다

    ‘8·31 대책’이 발표된 지 5개월만에 정부가 또다시 대대적인 재건축 아파트 투기 원천봉쇄 대책을 마련중이다. 이달 말쯤 발표될 후속대책으로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도입을 비롯, 안전진단 강화와 내구연한 연장 등 재건축 승인요건 강화, 층고제한, 용적률 억제, 청약통장 가산점제 도입, 대형 임대주택 확대 등의 다양한 대책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8·31 대책’ 발표 당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했던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호언장담이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이번에는 제발 ‘물대책’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짓수만 많고 헛발질로 끝나는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일은 지금까지만으로도 족하다. 우리는 규제일변도의 대책 양산으로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겼다가 충격이 가시면 투기가 재연되는 것을 자주 경험해왔다.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되면 부동산 시장의 투기내성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짓수는 적더라도 맥을 짚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8·31 대책’때 누락된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추진해주기 바란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 있으나 부동산 투기는 국가경제를 망치는 망국병이다. 국가경제가 병들면 개인의 재산권도 그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투기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큰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의 부분적인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도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통해 다양한 개발사업의 이익을 사회가 공유하는 개발부담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으나 이번에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위헌시비가 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세부방안 마련 과정에서 대상 지역을 집값 급등 지역으로 제한하고, 적용 시기도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로 제한한다면 위헌시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차제에 사법부도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법 해석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클릭이슈] 심의통과 ‘성인동영상 유죄’ 파장

    법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성인용 동영상을 포털사이트에 제공한 콘텐츠 제작업자에게 처음으로 유죄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영등위 통과…2중 규제” vs “심의 통과가 ‘면죄부’ 안돼” 1일 김모씨 사건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성적인 장면만 반복돼 예술성을 논할 여지가 없으며, 포르노보다 경미하다 하더라도 ‘음란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논란은 이 영상물들이 영등위의 심사에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데서 비롯된다. 심의를 통과한 영상물에 대해 사법부가 음란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 업계는 “합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대형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2일 “성인인증 절차를 마련했고 심의를 받았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으며 ‘음란물’이라면 영등위에서 ‘불가’ 판정이 나왔어야 한다. 이중 제재로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성인인증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단호하다. 재판부는 “영등위가 ‘음란’ 문제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으며 최종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고 못박았다. ●심의기능 강화 등 법정비 필요 현행법상 온라인 동영상은 영등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비디오물은 심의를 거쳐 등급 분류를 해 주어야 하는 빈틈을 이용, 심의는 비디오로 받고 유포는 온라인 동영상으로 하는 식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업자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영등위는 “포털에 제공하는 동영상을 굳이 비디오물로 제작해 심사를 받는 것은 영등위의 이름을 일종의 보호막으로 삼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동영상 가운데도 심의는 70∼80분 분량의 비디오로 받고, 유통할 때는 성적 장면만 30분 정도로 편집한 경우가 많다. 지난 1일 판결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법 이병세 판사는 “영등위의 구성과 기능을 강화해 심의를 거치면 음란성을 다시 법으로 판단하지 않는 쪽으로 입법 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변호사 “판사6명 탄핵 추진”

    대구의 한 변호사가 대구고·지법 판사들의 재판진행과 선고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을 각계에 진정하고 해당판사들의 탄핵소추를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변호사회 소속 손모(36) 변호사는 최근 언론사 및 시민단체, 변호사회, 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올린 ‘판사들의 사법부정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직 판사 6명의 실명과 사건내용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이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손 변호사는 이들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상대 변호사와 사전 결탁해 피고의 불법행위를 사전 인지하면서도 원고에게 강압적인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고, 원고청구를 기각하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판사직권을 남용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사건 의뢰인들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판사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며 “국회에 법적판단권을 남용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제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진기 대구고법원장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이 강압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변호사와 사전 결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대법원과 협의해 변호사회에 징계를 요청하거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논술 길라잡이] 시사 키워드/대체복무제 논란

    [논술 길라잡이] 시사 키워드/대체복무제 논란

    지난 6일 안모(20)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해 12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정부와 국회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이후 나온 첫 형사처벌이었다. ●병역거부 실태 우리나라에서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한 최초의 사례는 1939년 여호와의 증인 신자 38명이 병역법위반으로 체포되면서 나왔다. 이런 젊은이들은 한해 평균 600∼700명이다. 대부분 특정종교의 신도들로 현행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로 인한 수감자는 1100여명이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앙골라, 싱가포르 등 7개국에 70여명이 같은 이유로 수감된 것에 비하면 많은 숫자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종교·양심상의 이유로 집총이 수반되는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징역대신 보충역인 사회복지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다. 근무기간은 현역병 근무기간의 1.5배인 36개월로 이 기간동안 현 공익근무요원들의 업무나 소방업무 등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양심”,“인권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등 인권위 권고에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사법부, 헌재판단은? 서울남부지법에서 2004년 5월21일 종교적 병역 거부자 3명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해 7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그해 8월27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양심의 자유냐, 병역의무냐? 대체복무제와 관련해서 알아야 할 것은 헌법과 병역법 관련 조항이다.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반면 병역법 제88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유엔인권위원회는 1997년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어떠한 정치·종교적 이유로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결의했다. 정부는 ‘병역의무 우선’이라는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국가인권위에서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안씨를 구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행 병역법말고도 무시할 수 없는 국민정서가 깔려 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외를 두면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를 진다는 개병주의 원칙이 무너지고 병력자원 확보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같은 논리를 반박한다. 양심의 자유는 법에 우선하는 최우선적인 인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개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을 국가가 안보논리를 내세우며 무조건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체복무제는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의 양심의 자유도 존중하고 국방의무도 지키는 절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와 관련,“올해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정책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한 뒤, 시행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혀 주목됐다. ●외국은? 현재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80여개국. 이 가운데 법적으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한 나라는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타이완 이스라엘 등 30여곳이다. 대체복무는 사회봉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찬반논란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국가입법이나 정책은 그 시대상황과 사회적 여건, 국민정서의 결집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병역제도도 마찬가지다. 병역법 개정안이 나온 것이나 국방부에서 감군방안을 발표한 것은 그러한 사례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등도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 권고안은 사법부의 판단과 별개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않다 할 수 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긍정적이라면 도입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부 사회지도층 자식들의 불법적인 병역면제나 비리사건으로 인해 군복무 판정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팽배한 현실에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불신만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과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표현 중 어느 것이 더 객관적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포인트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 진대제장관 주식 64억어치 매각

    진대제장관 주식 64억어치 매각

    주식백지신탁제 시행에 따라 행정부 고위공직자 36명이 보유주식 매각신고를 했다. 이중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 64억 9581만원어치의 주식을 처분, 최고 신고액수를 기록했다. 행정자치부는 행정부 소속 주식매각신고 공개대상자 36명의 주식처분 금액이 1인당 평균 2억 8369만 9000원, 총 102억 1317만 1000원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진 장관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삼성전자 9194주와 삼성전기 2000주, 호텔신라 1479주, 제일모직 1139주, 금호전기 1134주와 배우자 명의로 된 금호전기 1134주, 삼성전자 700주,POSCO(포스코) 200주를 팔았다. 진 장관에 이어 ▲박준영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5억 4861만원 ▲이한선 중앙경찰학교장 5억 4011만 4000원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3억 2814만 7000원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2억 4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주식백지신탁제는 고위 공직자가 직무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 주식을 신탁기관에 맡기는 제도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 5855명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의 4급 이상 공직자 37명을 포함, 모두 5892명 가운데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596명이 대상자다. 이중 485명은 직무 관련성 심사를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청구하고,109명은 주식을 처분했다. 단 2명만 백지신탁을 했다. 이번에 공개된 36명은 행정부 소속이다. 입법부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매각신고 공개는 국회와 법원, 지자체별로 공보나 관보를 통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권 가이드라인’ NAP 확정] “인권신장 기여” “사회혼란 부추겨”

    국가인권기본계획(인권NAP) 권고안에 대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예상대로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전반적 인권신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오 국장은 “이번 권고안 외에 빈부격차 등 사회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환영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간 쟁의과정에서 재계가 노동자를 압박해온 직장폐쇄·대체근로·직권중재의 폐지 및 긴급조정권 발동의 제한 등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라면서 “무엇보다도 향후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 서보학 교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국보법을 형법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학자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정용해 대변인도 “공무원의 정치참여를 국민기본권으로 본 이번 권고안을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권고는 단지 정권의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인권위 권고안은 사회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며 정면으로 비난했다. 자유시민연대는 “일부라는 제한을 두긴 했지만 교사의 정치참여는 교사의 인권을 위해 학생인권과 학습권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보법 폐지에 대해서도 “사법부나 정치권 및 많은 국민들이 국보법 존속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결정은 발상부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인권위는 스스로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국가경제 등 좀더 넓은 지평에서 인권문제를 조망해야 한다.”면서 “특히 노동 관련 일련의 발표는 오히려 자율적인 노사문제 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학과 제성호 교수도 “인권위가 한쪽 주장에만 쏠려 국가기관으로서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유영규 윤설영기자 whoami@seoul.co.kr
  • 사법부 불신 떨치고 공정재판 노력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전관예우 시비에서 벗어나고 형사재판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불구속 재판 확대가 범죄 단속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영장 줄어들지만, 관행적 구속 계속돼 2001년 16.86%였던 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지난해 12.76%로 줄었다. 하지만 영장 청구건수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인원은 같은 기간에 절반 가까이 준 셈이다. 영장 발부를 접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형 선고가 확실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최근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구속·불구속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인 구속은 여전히 남았다. 피해자가 많다는 이유로 부도를 낸 사업가를 구속해 빚을 갚을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런 사례들을 놓고 법관들이 논의를 한 끝에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또 최근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나 구속영장 청구를 줄이기로 한 검찰의 변화도 법원의 이번 발표에 영향을 줬다. 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마약·윤락 사범까지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구속기간 제약 없어져…형사재판 길어질 듯 법원이 영장발부를 최대한 억제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재판을 천명함으로써 형사재판의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구속기간에 재판을 끝내기 위해 서두르던 모습은 사라지고, 피고인이 내세우는 증거와 증인을 충분히 심리하는 식으로 재판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구속 기준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형사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법원이나 판사별로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자신의 혐의에 따른 구속·불구속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구속 안되면 공범 놓칠 수도 수사기관들은 일부 혐의에 대해 구속을 줄이겠다는 법원의 뜻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법규정 자체에 큰 변동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범죄 단속의 실효성이 없어지고, 수사권이 무력화되며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실무적으로 마약·흉기 폭력사범을 불구속하면 공범을 검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범검거 등 필요에 따라 실형이 예상되지 않을 때도 구속할 수 있지만,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불구속이라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불가피한 경우에 구속하는 것과 구속 원칙 아래에서 경우에 따라 불구속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법원의 생각이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 수용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것은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여겨진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 안에 있으며, 양심의 자유는 국가 비상사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이라고 규정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일과 타이완 등 외국도 안보위협이 있는 시기에 대체복무를 도입했고, 병력감축 등이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안보환경이 대체복무제 도입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아직 철책선에서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인 데다 젊은이들의 병역 기피 풍조 심화 등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부도 양심의 자유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한 판결을 내려왔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어디에도 양보할 수 없는 보편적 권리이자 기본권이다. 각종 병역 특례 등 대체복무의 형태가 존재하면서도 유독 종교 등 양심적 이유에 의한 병역 거부자는 전과자가 돼야만 하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러기에 헌재도 병역법 합헌 결정을 하면서도 대체복무제 입법을 권고하지 않았는가. 이제 인권위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국회와 국방부에 권고한 만큼 해당 기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만 ‘양심’의 기준 수립이 쉽지 않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으므로 병역의무를 대신할 대체복무제는 최대한 무거울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이미 많은 대안들이 제시됐다.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 “살려만 놨어도…”유족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헌화

    “1심에서 사형 판결이 나오자 질리는 저에게 남편이 ‘괜찮다.’며 웃어보였습니다.2심에서 또 사형이 선고되자 남편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대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니 둘다 얼이 빠졌습니다. 대법관 13명이 나가고 한참 뒤까지 분을 못참고 손에 든 양산을 부서져라 앞의 의자에 내리쳤습니다.‘당신들은 살인자’라고 소리치다가 끌려 나왔습니다.”<고 우홍선씨의 아내 강순희씨> 인혁당 사건에 대해 30년 만의 재심결정이 내려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방청석의 맨 앞줄을 차지하고 앉아있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내들은 결정문 낭독이 끝나자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쳤다. 울다웃다를 반복하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남편과 동생이 사형당한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이들은 사형장 교수대 입구에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공산주의자의 아내로 낙인찍히며 살아온 삶도 억울했지만,30년 동안 유족의 목소리를 외면한 사법부가 더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결정문을 읽기에 앞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 자리에 피고인들이 없다는 것, 그것도 재심 대상 판결로 사형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사정들은 이 재판의 역사적 위치와 함께 재심을 통한 피고인들의 권리 구제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해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재심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석은 비워둔 채 공판을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美보수화 지탱 ‘사법대통령’

    19년간 미국 사법부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 대법원장도 올해 세상을 등졌다. 지병인 갑상선암이 악화돼 지난 9월3일 80세로 마감했다. 렌퀴스트가 떠난 미국 사회는 한층 보수주의로 다져져 있었다.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앉혀 그는 33년간 보수 성향의 판결로 대법원을 이끌었다. 이민자 우대, 총기 규제, 낙태, 동성애 등을 줄곧 반대해 소수 인종과 진보 진영에는 숱한 좌절감을 안겼다. 때로는 9명의 대법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내놔 별명이 ‘외로운 순찰대원’이었다. 렌퀴스트의 판결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힘을 발했다.1999년 ‘특별검사법’ 제정을 지지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조사하게 했고,2000년 플로리다주 대선투표 재검표 논란에선 5대4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사법부 “과거사반성 자료가 부족해…”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법원의 시국·공안사건 판결문 분석작업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모두 넘겨받는 새해초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관계자는 27일 “최근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판결문 약 1만부를 받았고 나머지는 새해 1월 말까지 전달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올해 9월부터 지난 1972∼1989년의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화염병처벌법 등과 관련한 판결문 6000여부를 전국 법원에서 수집,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서 판결문을 넘겨받아도 자료가 부족하다는 사법부의 고민은 여전하다.91년 이전에는 판결문 보존기한이 5년이어서 일부 판결문이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이 모두 보존돼 있어도 판결문만으로는 사법부가 수사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 등 위법한 사실이 있었는지 밝혀낼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따라 내란·외환죄,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기록은 영구 보존하도록 돼있다.검찰은 대법원이 시국·공안사건과 관련한 재판·사건기록을 요청할 경우 검토 과정을 거쳐 협조할 뜻을 비쳤다.하지만 대법원이 요청하는 재판·사건기록이 검찰에 충분히 남아 있지 않다면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이 판결 경향과 흐름만 쫓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과거사정리 늦었지만 결단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가 끝난 뒤 피고인들의 유가족이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것이 2002년 12월의 일이다. 법원은 3년 만인 27일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시일이 길어진 것은 기록이 방대해 검토, 판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재심 청구는 30년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 바로 그것”이라며 그동안의 번민을 털어놓았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심 사유는 ‘원판결의 서류 또는 증거물이 위조 또는 변조된 사실이 확정 판결로 증명될 때,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때’이다. 이런 사유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의문사위 조사부터 지난 7일 발표된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까지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피고인들을 고문해 허위자백을 이끌어냈거나 수사·공판기록을 직접 조작한 사람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문사위 조사에 대한 신뢰를 비치며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이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판단했다. 의문사위가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현직 검사가 파견돼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공신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 관할권 문제를 판단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긴급조치 4호에 따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항소심까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군법회의의 후신인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긴급조치의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관할권 역시 무효라고 봤다. 정권이 만든 ‘비정통적인’ 사법의 만행을 정통성을 지닌 사법부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지만, 변호인단에게는 더 이상의 증거를 낼 여력이 없다. 사건의 목격자와 연루자들의 진술로 재심 개시 결정을 이뤄냈듯이 재심에서도 진술을 거의 유일한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피고인들의 건강 상태·투약 기록 등 간접적이고 정황상의 증거 뿐이다. 재심 개시 자체를 인혁당 사건에 대해 재판이 부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피고인들의 범죄가 사형을 당할 만큼 극악한 죄가 아니라는 차원의 명예회복은 재심 개시 결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법부판결 뒤집어… 난관 산적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밤 고심 끝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사법부의 판결도 뒤집은 결과여서 대체복무제 도입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구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국방부와 관계 당국이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지 결과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두 차례에 걸쳐 전원위원회를 열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26일 밤 9시가 넘어서야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전원위원 11명 만장일치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양심을 전제로 한 병역거부를 국가기관이 인정한 첫 사례를 남기게 된 이번 권고는 지난 2001년 불교신자인 오태양(30)씨의 병역거부를 시작으로 공론화됐다. 오씨는 입영을 거부해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지난달 30일 가석방됐다. 오씨와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수감된 인원은 꾸준히 늘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 등 특정 종교에 의한 병역 거부자는 물론 비종교 거부자도 늘어 그 인원이 1996년에는 355명,2001년 804명까지 늘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과 후원인들의 모임 ‘전쟁없는 세상’에 따르면 올해 9월15일 현재 병역거부 수감자 수는 118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제르바이잔, 앙골라, 아르메니아, 싱가포르, 터키 등 7개국에 총 72명이 수감돼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전세계에 수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4%가 한국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하면 지킨다는 것이 군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허용은 문명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원론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제도의 확립이나 실시 시기는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사설] 아쉬움 남긴 새만금 항소심 판결

    서울고법 특별4부가 전북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환경영향평가나 농지의 필요성, 경제적 타당성 등 사업 목적에 일부 하자가 있다고 하나 사업을 취소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결함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특히 환경과 개발은 보완적 관계여서 어느 한쪽만 희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어 1심 재판부가 인용했던 환경 파괴 가능성, 담수호 수질문제 등을 모두 배척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려움을 토로했듯이 정부 처분의 적법성을 뛰어넘어 정책 방향까지 결정하는 것이 사법부의 권한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환경단체의 ‘3보1배’와 전북도의 ‘삭발농성’이 첨예하게 맞선 사상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측 주장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14년여에 걸쳐 1조 9000억원이 투입되고 공정이 92%나 진행됐지만 수질개선에만 1조 5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산술적인 근거까지 제시하며 용도 불분명과 경제성 부족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항소심 재판부는 불분명한 환경가치보다 미래식량 위기나 남북통일 등 현실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었다. 환경문제는 단계적 개발과 환경기술 발전속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개발보다 환경이 우선이라는 시대 흐름과는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선진국들이 보존가치의 중요성을 들어 ‘지속가능한 개발’로 선회한 이유도 환경은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할 뜻을 밝힌 이상 최종 결판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겠지만 법원 판결에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개발주체인 정부와 환경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환경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만금 사업이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결론나선 안 된다.
  • ‘대검 칼날’ 중수부 초라한 성적

    ‘대검 칼날’ 중수부 초라한 성적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가 올해 들어 시작한 수사에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최고의 사정기관’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법무부 국감자료 등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올해 말까지 인지수사결과 30여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31명,2003년 104명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내용면에서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다. 검찰은 검찰조서 증거능력이 약화되고 뇌물사건 수사 등에서 관련자들의 진술보다 확실한 물증을 요구하는 사법부의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중수부는 21일 공사 수주와 관련해 4000만원의 현금과 700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며 청렴위가 고발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검찰이 현 중수부 체제로 들어서면서 이전 중수부와 부패방지위원회, 감사원 등에서 남겨놓은 일들을 뒤치다꺼리만 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수사를 시작한 지 오래되다 보니 증거·진술은 희미해지고 피의자들의 방어도 탄탄해졌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해외로 도피한 지 5년8개월만에 돌아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혐의만 인정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 등 악재 탓으로 출국배경 등 의혹들을 들추지 못했다. 로또 비리도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정·관계 로비설은 손도 못댔다. 중수부 관계자는 “변호인의 수사과정 입회 등 피의자의 인권이 강조되는 만큼 유죄협상제도나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등 보완이 없다면 앞으로 인지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중수부의 한 검사는 “올 초부터 형사소송법 개정, 수사지휘권 파문,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 안팎이 어수선했던 것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포 비리와 관련해 정찬용 전 청와대인사수석의 부적절한 처신을 처벌할 법률을 찾지 못했다. 김 전 회장 수사 당시 핵심참고인이던 전직 계열사 임원들이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앞두고 출국했거나 수사하는 도중에 출국해 차질을 빚었다. 검찰은 지난 11월 오포 비리와 관련해 1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구속기소한 뒤 ‘사돈에 팔촌’까지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혐의 가운데 4억원은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처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종결한 삼성채권수사에서도 허점이 있었다. 지난해 5월 대선자금수사를 마친 뒤 증권예탁원에 삼성채권이 입고되면 검찰에 통보토록 하는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미흡함을 드러냈고, 지난해 9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채권을 돈으로 바꿔 준 대학후배를 조사하고도 12월이 되어서야 이 의원을 소환조사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사법처리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조작 가능성 제기한 유서대필 사건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가 1991년 5월에 발생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당시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발생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에 대해 사건발생 당일부터 ‘유서대필’로 결론을 내린 뒤 이에 맞춰 무죄 증거를 배척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검사와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 사이에 “어떤 감정결과를 원하느냐.”는 통화를 했던 사실 등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신빙성 있는 결론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법정 공방을 통해 유죄를 확정한 사법부에 대한 ‘도리’까지도 들먹였다. 경찰청 과거사위가 검찰 수사의 조작 가능성을 적시했으니 수사권 문제로 경찰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검찰로서는 당연히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작 가능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필적 원본조차 내주지 않아 부실조사를 초래했음에도 과거사위의 조사결과를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검찰 조사에 자신이 있다면 필적 원본과 관련자료를 모두 제시하면서 소명하는 것이 옳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과거 의혹사건 진상규명이 검·경 갈등으로 가려져선 안 된다. 권력기관 중 유일하게 과거사진상규명위 구성을 기피하고 있는 검찰은 하루속히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과거 검찰 수사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 “대필아닌 본인 필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재조사한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6일 유서는 대필이 아닌 고(故)김기설씨의 필체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록 유서 원본에 대한 필적감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나온 발표이지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당시 검찰조사 등의 조작의혹을 제기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중간발표를 통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아니었고, 검찰도 미리 유서대필 쪽으로 무리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경찰은 유서가 자필로 쓰인 것이라는 방증자료로 위원회가 입수한 김기설씨의 ‘전대협 노트’를 제시했다. 위원회는 “최근 발견된 김씨의 노트 속 글씨체가 사건 당시 국과수가 유서와 비교하며 강기훈씨 필체라고 판정한 글씨체와 육안으로 봐도 너무 유사하다.”면서 “결국 유서는 김씨의 필적 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정확한 감정을 위해 검찰에 유서원본 등의 공개를 2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국과수와 대검 문서분석실,FBI 등에서는 복사본만으로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당시 감정을 의뢰했던 검사와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과수 직원이 ‘어떤 감정 결과를 원하느냐.’는 등의 전화통화를 했고 검사와 검찰 직원이 직접 국과수를 방문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이는 필적감정에서 요구되는 중립성, 객관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91년 5월8일 김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강씨를 유서 대필 등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한 사건이다. 재야단체는 그동안 검·경의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대법원에서 강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3년2개월만인 94년 만기 출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진상규명위가 수사기록이나 재판기록도 열람하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믿을 만한 결과발표도 아닐 뿐더러 사실도 아니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에 대해 임의로 조작의혹이 있는 것처럼 잠정결론을 내고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성과 권위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데스크시각]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볼까/김성호 문화부장

    오는 26일 열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는 물론 사법당국과 군, 일반인들까지 인권위의 판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내리는 첫 결정이란 점이 예사롭지 않고 지난해의 사법부 판결 뒤집기 파장, 그리고 현실적인 적용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우선 양심을 전제로 한 병역거부를 국가기관이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인지의 여부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지난 2001년 불교신자 오태양군의 병역거부를 시작으로 공론화됐지만 사실상 1939년 여호와의 증인 신자 38명이 병역거부를 이유로 체포된 것이 그 시초로,66년에 걸쳐 지속돼왔다. 개신교 특정 교단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각 종교에서 속출했고 비종교 거부자도 해마다 늘고있는 추세다. 그간 누적 인원이 1만명에 이르렀고 지난 9월15일 현재 수감된 병역거부자만도 1186명에 달한다. 아제르바이잔, 앙골라, 아르메니아, 싱가포르, 터키 등 7개국에 총 72명이 수감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전세계에 수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4%가 한국에 있는 셈이다. 이런 수치를 떠나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병역거부를 더이상 범죄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향적인 측면에 있다. 소수자의 인권을 포함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소수자를 인정한다는 열린생각의 수용차원이다. 두번째는 사법부의 판결 뒤집기와 관련한 실정법 충돌 논란이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상충되는 인권위 결정이 몰고올 파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은 사실상 상징적 변화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인권위의 결정내용은 대부분 권고형태로, 구속력을 갖고있지 않다. 물론 관계기관이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를 갖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 수위도 일반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더 긴 기간의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정책권고’쯤이 될 것이고 보면 세상이 뒤집힐 만큼의 큰 사안으로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지난해 사법부 판결의 이면에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때에는 양심의 자유가 좀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병역거부 인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할지의 어려움이다. 양심적 거부의 범위 판단과, 고의적 병역기피를 구분할 방법의 문제인데 이 부분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병역기간을 현재의 공익근무기간보다 늘리고 근무의 강도도 강화하면서 합숙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체복무자 수의 제한도 한 방법이다. 철저한 양심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라면 이같은 조건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우리의 실정법상 고의의 병역기피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병역의 의미를 총을 들고 싸우는 의무에 국한할 게 아니라 좀더 넓은 의미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계와 국가인권위 주변 인사들의 관측을 종합해볼 때 26일 인권위에선 일단 ‘인정’쪽으로 결론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종교계와 인권단체는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대신 남북대치란 특수한 상황에서 유지돼왔던 ‘병역기피=범죄 형성’이란 도식적인 인식 탈피가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처럼 이 도식이 존재하는 한 감옥행을 선택하는 행렬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될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럽의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촉구해왔으며,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25개국에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다. OECD가맹국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오명을 떠나, 다양성의 사회를 향한 또 한 걸음의 차원에서 인권위의 ‘열린 결정’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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