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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시장 개방 대비 판·검사 ‘공부 바람’

    법률시장 개방 대비 판·검사 ‘공부 바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판·검사들이 바빠졌다. 최신 판례나 해외사례 수사를 연구하는 데 더 열심이다. 국경없는 FTA시대가 열리면서 각종 첨단범죄와 분쟁 등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법률 시장 개방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현직에서 떠나 로펌 등으로 갈 때는 분야별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이득도 있어 호응이 좋다. 내부의 각종 연구회가 이들의 활동 무대다. 여러 연구회에 중복 가입돼 있는 판·검사가 많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지만 판사는 980여명으로 전체 법관(2200여명)의 절반가량이다. 또 대법원 산하의 민사·형사·특별법·비교법 등 7개의 연구회는 대법관이 회장이다. 무늬만 회장이 아니고 한달에 한번 열리는 회의 때마다 참석한다. 검사들도 37개 정도의 각종 전문지식 동호회 등에서 절반이 넘는 숫자가 ‘열공(熱功)’ 중이다. ●법원·검찰 연구모임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법원, 검찰의 각종 연구회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곳이 인터넷 등 이른바 정보통신(IT) 분야다. 검찰의 ‘첨단범죄수사 아카데미’는 미국연방수사국의 ‘FBI국립아카데미’처럼 수사 요원들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첨단범죄는 물론 경제·금융·증권범죄 등의 수사실무 교육을 한다. 검사와 직원 등 회원만 1702명으로 검찰 내 최대 전문지식 동호회다. 서울중앙지법 신봉수 검사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등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최신 기술 등을 배운다.”면서 “전문가 강의는 물론 수사사례와 법리검토 발표도 실무에서 유용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법원의 경우 사법정보화연구회가 눈길을 끈다. 최신 정보통신 기술, 해외판례 등을 연구하는 동호회다. 지난해 한국정보법학회와 함께 ‘정보법판례 백선’이라는 판례집을 내기도 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을 갖지만 해마다 세미나와 함께 외부인사를 초청해 강의도 듣는다. 지난해 가을에는 SK텔레콤 윤송이 상무를 초청했다. 서울중앙지법 구회근 판사는 “정보법 관련 판례 등도 연구 차원이지만 회원들 대부분이 컴퓨터에 대한 박사들”이라면서 “사법부의 정보화를 담당하는 역대 정보화심의관은 모두 사법정보화 연구회 회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법원 내 ‘컴도사’로 통하는 장윤기 법원행정처장도 회원으로 활동한다.‘부동산집행·채권집행 등을 배우는 민사집행법 연구회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판사들과 사법보좌관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회원만 337명으로 법원 내 가장 큰 연구모임이다. ●경제·첨단 수사기법 연구회 인기 검찰연구회는 경제관련 연구회들이 많다. 단순히 경제전반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분야별 전문검사를 통해 경제수사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2005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 전·현직 검사들이 만든 금융증권법 연구회는 150명의 검사와 검찰직원이 회원이다. 주로 금융증권법 관련 연구논문과 수사사례 등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회계법인 전문가와 금융감독원, 경제학과 교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한다. 서울중앙지검 이주형 검사는 “얼마 전에도 선물거래소 심리팀을 초청해 심리분석 시뮬레이션 기법 강연을 들었다.”면서 “강연 등과 별도로 2주에 한번씩 비공식 스터디 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계좌추적·해외자금 도피사범 등의 추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금융거래추적 연구회에는 검찰 안에서 ‘계좌추적의 대가’로 인정받는 이광호 대검 사무관이 간사다. 기업회계 및 조세실무 동호회나 지적재산권 연구회도 있다. 인천지검의 경우 항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관세사건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외사연구회를 운영한다. 한 대검 검사는 “각종 분쟁과 범죄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어 검사도 전문지식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각종 연구회를 만드는 데 대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학교는 어떤 곳일까/김정란 시인 상지대 교수

    [열린세상] 학교는 어떤 곳일까/김정란 시인 상지대 교수

    ‘학교’라는 말은 아주 흥미롭다.‘학교’는 교육 행위만을 지칭하고 있다. 학교라는 말 뒤에는 건물이나 제도를 지칭하는 말이 붙어 있지 않다. 학교는 ‘배우고 가르침’이라는 행위만으로 명명된다. 그것은 교육 행위 자체로 그 개념이 충족되는 단어이다. 그것은 건물도 제도도 아니다. 그것은 유형의 자산이 아니다.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립학교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학교를 건물과 그 건물이 지어진 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유재산일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관이 아니다. 학교가 학교인 이유는 학교 건물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가,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그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이 있기 때문에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학교 건물과 그것을 지은 땅이 있는 것이다. 상지대학은 오랫동안 재단의 비리에 시달렸던 가장 대표적인 사학이었다. 거액의 건축비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은 물론, 노골적으로 부정입학을 저질렀다. 입학 시험지에 감독 교수가 도장을 찍고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못하게 했다. 학교의 보직은 모두 이사장의 친인척들 차지였다.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서 “가자! 북으로”라는 글이 쓰여진 문서를 만들어 뿌리고는 학생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짓까지 했다.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이 이사장의 개인 재산으로 둔갑했다.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싸우기 시작했고, 이사장은 비리혐의가 입증되어 실형이 언도되었다. 그는 재단이사장직을 떠나야 했고, 상지대학에는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그 이후 상지대학은 성공적인 민주화모델로 자리잡아가게 되었고, 임시이사 체제는 정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학교 구성원들은 모든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봉급의 일정 부분을 떼어 학교 발전기금을 만들고, 오랜 세월 동안 비리재단에 뜯어먹혀 초토가 된 학교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이사 체제로 바뀐 뒤, 상지대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중부권의 명실상부한 대표적 사학으로 거듭났다. 전재단이사장은 재단반환소송을 내었고, 상지대학은 1,2,3심 모두 승소했다. 그 과정에서 전 재단이사장은 상지대학의 설립자가 아니며, 상지대학의 전신인 원주대학을 인수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자 전 재단이사장은 이번에는 정이사 체제를 문제삼아 다시 소를 제기했다.1심에서는 상지대학이 승소했지만,2심에서는 패소했다. 이 재판은 4월 최종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일 정이사 체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상지대학은 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발전의 기조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모든 사학들에도 큰 타격이 갈 것이다. 상지대학 문제는 상지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단의 비리를 극복하고 민주화 과정에 있는 모든 사학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만에 하나 정이사 체제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상지대학의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전 재단이사장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만일 그에게 학교가 돌아간다면, 상지대학은 학교가 아니라 학관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에게 학교는 부동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지대학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투자되어, 그는 지금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부자가 되어 있다. 그런 인사가 학교를 운영할 자격을 가지고 있을까?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김정란 시인 상지대 교수
  • [한·미 FTA 시대] 투자자 국가제소제 ‘위헌’ 논란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자-국가간 국제중재 회부’(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가 포함돼 있어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정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하지만 ‘우리 헌법이 규정하지 않은 개념도 포함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ISD, 투자자가 국가를 국제 중재에 회부 우리 정부는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국 정부의 공공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다.’는 ISD 제도를 도입했다.제소 대상은 국회 입법 사항과 행정 처분, 사법부의 판결까지 국가 삼권 전반이 총망라된다. 투자자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모든 정부의 조치를 국가의 강제소유권 획득(수용)으로 본다는 ‘간접 수용’까지 담아 정부의 보상 책임을 밝히고 있다. 통상법 전문가들은 ‘우리 헌법에 없는 간접 수용까지 포함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법권이 아닌 국제 중재에 바로 맡기는 것도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간접수용 개념은 우리 헌법에 없는 것으로 이를 채용한 한·미 FTA는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제 중재에 회부되면 3명의 중재 위원이 우리 헌법과 법률을 배제하고 협정문과 국제법만을 놓고 심사하게 된다.”면서 “우리 법률과 사법시스템이 배제된 채 국제 중재로 넘어가 버려 법적 안정성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정부,“국제신인도 제고를 통한 투자유치”강조 정부는 ISD도입이 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심 의원 측은 “ISD에서 가장 중점이 될 사안이 부동산 정책인데 정부가 간접수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는 부분은 부동산 정책 전반이 아니라 담보대출 규제 등 가격안정화 정책 부분에만 한정하고 있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고 말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검사 서명 없어 공소기각 했다니

    8개월간 재판하던 사건이, 공소장에 검사 서명이 빠졌다는 이유로 뒤늦게 공소기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백억원을 대출해주고 1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모 전 H저축은행 대표의 수재사건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가 공소장에 검사 서명 날인이 빠진 것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바람에 처벌하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검사 서명이 빠진 공소장을 제출한 검찰이나, 첫 공판에서 검사 서명을 보완했음에도 뒤늦게 이를 문제 삼은 법원의 행태 모두 어이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소기각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지 못한 채 일부 혐의에 면죄부를 주게 된 책임은 물론 검찰이 져야 한다. 그러나 전임 재판부가 시정해 정상적으로 진행해 온 재판을 새로 맡은 재판부가 새삼 문제 삼은, 앞뒤 안 맞는 사법부 행태 또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 민 부장판사는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해 ‘법·검 갈등’의 최전방에 섰던 인물이다. 이번 기각결정이 법·검 갈등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민 부장판사는 공소를 기각하면서 피고인 인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수에 의한 서명 누락을 피고인 인권과 직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검찰의 과잉 대립으로 경제사법 정의가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측 모두 겸허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 고위공직자 58% 재산1억이상 증가

    고위공직자 58% 재산1억이상 증가

    지난해 입법·사법·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10명 가운데 9명 가까이 재산이 늘어났다. 올해부터 재산등록 방식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할 것 같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버블세븐’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 급등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각각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재산을 불린 공직자는 전체 대상자 1052명의 86.8%인 913명이다. 반면 재산이 줄어든 공직자는 136명으로 12.9%에 그쳤다. 특히 전체의 절반을 넘는 58.1%(611명)가 1억원 이상 재산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증가한 것은 올해부터 부동산, 증권 등 주요 재산의 실질적 거래가 없더라도 가액이 변동되면 그에 맞춰 변동된 가액을 기준으로 신고하도록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남 유학비용 등으로 인해 가액변동분 없이 전년보다 866만 1000원이 줄어든 8억 2066만 9000원으로 신고했다. 국회 재산공개 대상자 293명(정덕구 전 의원 제외)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전체의 84.9%인 249명이다. 반면 줄어든 의원은 42명(14.3%)이었다. 이 중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173명(59.0%),1억원 이상 줄어든 의원은 13명(4.43%)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의 재산가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차지했다. 정 의원의 재산은 현대중공업 주식가치 변동상황이 반영되면서 무려 7325억원이나 증가, 전체 재산총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9974억원에 달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6억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93명(31.7%)인 것으로 집계됐고, 종부세 1위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68명은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인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7개 지역에 주택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본인 또는 배우자가 2가구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의원도 41명에 달했다. 행정부의 경우 재산이 늘어난 공무원은 전체 대상자 625명의 90.4%인 565명에 달했다. 이 중 64.8%인 405명의 재산이 1억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33.1%가 직계 존비속 등에 대해 고지거부를 해 실제 재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법부는 고위 법관 134명 가운데 91명(67.9%)의 재산총액이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덕현 이종락기자 hyoun@seoul.co.kr
  • [서울광장] 노무현 승계론과 한명숙/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무현 승계론과 한명숙/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소신 가운데 마음에 드는 대목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 대선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민주정치의 기본인 정당정치가 살아난다. 노 대통령에게 민주당을 깨부순 원죄가 있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을 할 권리마저 봉쇄할 수는 없다. 헌정사를 돌아보면 정당이 이처럼 능멸당한 때를 찾기 힘들다. 범여권에서 우후죽순 솟아난 예비후보들은 시민사회단체나 지식인 사회 등 외곽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판을 뒤집겠다는 의도를 내비친다. 여야가 아니고, 진보·보수도 아닌 제3지대에서 기회를 엿보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역시 빨리 간판을 내리지 못해 안달이다. 노 대통령 인기가 바닥을 치면서 빚어낸 부작용이라고 본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 회복되길 바란다.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정당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길 원해서다. 탈당을 했지만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여전히 한 몸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오르면 열린우리당이 현 모습을 유지하건, 리모델링을 하건 대선후보 창출의 중심에 서는 반전이 이뤄질 수 있다. 참여정부 5년 집권을 평가받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나와 한나라당 후보와 일전을 겨루는 게 바람직한 대선구도라고 본다. 엊그제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25%로 올랐다. 청와대 자체조사로는 30%선을 회복했다고 한다. 임기말 주변 비리가 아직 없는데다 한반도 정세가 좋아졌다. 한·미 FTA 등 정책과제를 주도하면서 정국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막판 상황이 나쁘지 않다. 개헌 등 되지 않을 일에 눈돌리지 말고, 민생경제와 외교안보에 힘쓰면 지지도가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 지지도가 40%선에 도달하면 ‘승계론’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노무현 승계’ 선언만으로 20% 안팎의 견고한 지지를 얻을 기회를 범여권 후보들이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시기를 8월쯤으로 예상했다. 이런 희망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은 뺄셈식으로 거부 후보를 정리해 가고 있다. 첫 희생양은 고건 전 총리. 이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당했다. 열린우리당을 떠난 천정배 의원은 아깝지만 지지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호시탐탐 당을 깨거나 떠나려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전 의장, 열린우리당을 멀리 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역시 지지대상 명단에서 지워가고 있다. 남은 이는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이다. 이 가운데 한 전 총리가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의 심중에 가장 가까이 가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차별화하지 않겠으며, 극복·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극복·발전론은 승계론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이해된다. 누가 되건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대선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브라질에서는 거대 연립정부 출범을 틈타 이리저리 당적을 옮기는 의원들이 많아지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철새들이 원 소속당으로 강제복귀해야 하는 머쓱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눈앞의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범여권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우리 정당정치를 더이상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집권결과를 책임지는 정당정치 원칙을 지킬 때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생기고, 이번에 안 되더라도 다음 살 길이 보일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법조계] 3명중 2명꼴 10억이상…1위 60억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법조계] 3명중 2명꼴 10억이상…1위 60억원

    이번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고위 법관·검사들 가운데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 부동산·골프회원권 등을 실거래가와 공시가액 기준으로 신고하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른 지역에 아파트나 주택을 소유한 법조인들의 재산 자산가치 변동분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른바 ‘강남·부동산 불패’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특히 검찰 고위 공직자 9명이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것으로 파악돼 정부 부처나 기관 중 가장 많았다. 청와대 비서실 40명과 국방부 35명 중 골프장 회원권 보유자가 한명도 없는 것과 대비된다. ●공시가격 변동으로 법조인 3명 중 2명이 10억 이상 재산신고 법조인 중 재산총액과 재산증가액 1위를 차지한 김종백 서울고법 부장은 60억 1747만원으로 신고했다. 이 중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점포 3곳과 강남구 개포동 우성아파트 등 부동산자산만 41억원에 달했다. 김 부장판사는 예금 등 실 재산증가분은 1억 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들 부동산 평가증가액이 24억원이었다. 이공헌 헌법재판관의 경우 지난해 10억 6400만원이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를 올해 21억 82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평당 가격이 5800여만원이다. 또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논현동에 2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김희옥 헌법재판관도 지난해 아파트를 13억 43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올해는 23억 1200만원이었다. 반면 12억 2625만원으로 신고한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분양가 6억원이었던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3억 9000만원으로 2억 1000만원이 줄었다. 또 박용석 청주지검장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연립주택 가격이 1억여원 하락했다. ●평균 재산액은 헌재가 24억 4179만원으로 1위 사법부의 경우 전남 무안군의 토지를 외조부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이종오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재산증가액만 18억 2984만원으로 신고해 재산증가액이 두번째로 많았다. 재산증가 3위인 김수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 송파구의 건물을 13억원으로 신고했다가 이번에 28억원이 돼 재산총액이 42억 4037만원으로 늘었다. 법무부·검찰에는 법조인 중 2위를 차지한 박상길 부산고검장의 재산이 가장 많았다. 오양수산 김성수 회장의 맏사위이기도 한 박 고검장은 53억 3565만원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10억 3500만원으로 신고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가격이 3억 4100만원 늘어나는 등 부동산과 골프회원권의 변동가액이 4억 8950만원이었다. 박 고검장의 경우 14억원의 본인예금 등 배우자와 자식 등의 예금자산만 48억원으로, 부동산이 많은 법조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산총액 변동액이 적었다. 박 고검장에 이어 올해 퇴직한 정기용 전 안산지청장이 40억 7000만원, 권태호 서울고검 검사가 39억 7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재산증가액으로는 권 검사가 경기도 분당의 땅과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16억 1000만원 늘어 1위를 기록했다. 조승식 대검 형사부장은 11억 9000만원이 증가해 2위였다. 재산변동을 신고한 179명(이강국 헌재소장은 신규등록으로 제외)중 재산총액이 50억원을 넘는 사람은 4명,40억원대가 5명,30억원대 16명,20억원대 29명,10억원대 73명 등 127명(71%)이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기관별로는 12명이 신고한 헌법재판소는 1인당 평균 24억 4179만원이었다. 검사장급 이상 46명이 공개 대상인 법무부·검찰의 경우 평균 17억 2092만원이었고 대법원을 포함, 고등법원 부장 판사 이상 122명이 신고한 법원은 16억 5810만원이었다. ●대법원장 40억, 헌재소장 34억, 법무장관 23억 신고 40억 6542만원으로 신고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우 서울 서초구 아파트, 서대문구 연립주택 등 부동산 자산만 20억 3767만원이었다. 또 본인과 가족의 현금과 예금자산은 18억 725만원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에 비해 2억 6010만원이 증가했지만 이 중 1억 8500만원은 부동산 가액 상승분이었고, 봉급저축분 등 실재산증가분은 7436만원이었다. 지난 2월 임명된 이강국 헌재소장의 경우 9억 2500만원으로 신고한 서울 강남구 우성아파트를 비롯해 34억 2246만원의 재산을 신규로 신고했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부인 소유의 오피스텔은 23억 5000만원으로 신고됐다. 김성호 법부무 장관은 7억 6919만원이 증가한 23억 2737만원이었다. 김 장관의 경우 지난해 2400만원이었던 관악리베라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올해는 기준시가대로 7100만원으로 신고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17억 8743만원이었다.4억 4000만원으로 신고했던 정 총장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는 올해는 9억 9700만원이었다. 또 지난해 4000만원이었던 한성 골프장 회원권도 1억 3400만원으로 뛰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법조 간부 5명중1명 골프장 회원권 보유 30일 공개된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법원·검찰 간부 5명 중 1명은 골프장이나 헬스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훈 대법원장 등 법원 고위 간부 122명 중 본인과 배우자 한 명이라도 골프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밝힌 인사는 모두 14명이었다. 양승태 대법관과 김용덕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본인과 배우자 모두 회원권을 갖고 있고 이인재 인천지법원장은 본인 명의로만 회원권 2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본인과 배우자 중 헬스회원권을 1장이라도 갖고 있는 법원 간부는 모두 12명이었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회원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진권 대전지법원장과 이동명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2명이었다. 법무·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 46명 중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는 인사는 9명이다. 헬스 클럽 등 스포츠시설 회원권을 갖고 있는 간부도 12명이었다. 특히 천성관 서울남부지검장은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아들·딸 등 한 가족 4명이 모두 한 곳의 헬스 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상명 검찰총장 등 고위 간부 3명은 골프장과 헬스클럽 회원권을 모두 갖고 있었다. 한편 올 해부터 회원권의 신고 기준이 구입 당시 가격이 아닌 기준 시가로 바뀌자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는 고위 간부들의 재산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성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회원권 가액을 1억 3450만원이나 올려 신고했고, 이인재 인천지법원장은 1억 2850만원, 유원규 서울서부지법원장은 8050만원, 이용훈 대법원장은 6750만원을 각각 높여 신고했다. 홍성규 김효섭기자 cool@seoul.co.kr ■ 법조계 재산신고 면면 살펴보니 매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법원·검찰 고위 간부들 중 매년 꼴찌 대열에 들었던 법조인들은 올해도 탈출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메웠다. 안대희 대법관은 검사장 시절부터 검찰 고위 간부들의 평균 재산액을 깎아 내렸던 원죄(?)를 대법원으로 옮긴 이후에도 씻지 못했다. 전체 보유 재산을 3억 4100만원이라고 신고한 안 대법관은 차관급 이상 법원 고위직 인사 중 ‘꼴찌에서 8번째’를 기록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 가액이 2000만원 쯤 올랐고, 급여를 모은 늘어난 예금 금액이 3800만원이다. 안 대법관의 후임으로 검찰 내 재산 총액 꼴찌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사는 신상규 광주지검장이다. 지난해 1억 926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했다고 밝힌 신 지검장은 그나마 전북 군산의 단독 주택 평가액이 떨어져 올해는 1억 8500만원으로 신고했다. 대법원의 고위 법관 및 일반직 간부 122명의 재산공개에서는 2억 3905만원으로 신고한 방극성 광주고법 부장판사가 꼴찌였다. 방 부장은 전북 전주에 7800만원 짜리 아파트 한 채와 군산의 1억원대 땅, 예금 2500만원 등을 총 재산이라고 밝혔다. 문 전 부장판사는 ‘재테크도 못한 무능한 판사’라는 눈총을 받을까봐 재산신고 부서에 공시지가가 아닌 실제 구입가격(7억원)으로 기재해 달라고 떼(?)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퇴직해 변호사로 탈바꿈한 그는 “교사였던 부인과 300만원씩 대출받아 전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집도 샀다. 너무 무능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홍보처, 밥그릇 키우려 법제화 추진?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정홍보처가 업무와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명시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특히 법안은 정부 부처의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과 인사 등에도 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홍보처가 참여정부 말 ‘밥그릇 키우기’를 위해 무리하게 법제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내부 규율을 굳이 법으로? 국정홍보처가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국정홍보업무 운영 규정’에는 그동안 해오던 일과 몇가지 권한이 추가됐다. 홍보처의 업무는 ‘국정홍보업무의 강화에 관한 규정’으로 99년 제정돼 훈령으로 다뤄졌다. 문제는 훈령으로 다뤄지던 업무와 권한을 굳이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훈령은 행정기관 내부 규율이지만 대통령령은 법령이므로 행정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 사법부에까지 효력을 미친다. 따라서 훈령에서 일반 법령으로 ‘격상’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름은 한글자 차이지만 효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용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법안 제8조에는 각 부처가 주요 정책에 대한 광고를 시행할 때에 내용, 시기, 예산 및 매체운용 계획을 미리 국정홍보처장과 협의하도록 했다. 제15조에는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홍보 계획 및 발표 내용, 시기에 관해 홍보처장과 사전 협의토록 명시했다. 또 민간 홍보전문가를 채용할 때는 홍보처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외신대변인을 두거나 교체할 경우 해외홍보원장(1급 상당)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차관보급이다. 법안은 또 정책홍보관실장과 뉴미디어 담당관에 대해 홍보처장이 수시로 회의에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말이 안 먹히니 명문화하나” 일부 부처에서는 지난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심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차관급인 국정홍보처장이 장관의 고유 권한인 인사와 예산 운용까지 손대려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면서 “지금도 홍보처가 하는 말이 잘 먹히지 않으니 명문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홍보관계자도 “법안의 내용처럼 순수한 협의 수준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홍보처가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부처 입장에서는 자율성, 창의성, 시의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유재천 교수도 “광고 매체 운용계획에 개입하려는 것은 특정 매체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지적했다.유 교수는 “홍보처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곳이지 인사나 예산 권한에 개입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각 부처마다 추진 계획이 있는데 중앙에서 조종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말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99년에 만든 국정홍보 업무의 강화에 관한 규정은 변한 홍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대통령령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법안은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장세훈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법해석 고무줄… 大法·국회 갈등

    ‘법을 둘러싼 대법원과 국회의 갈등?’ 법 해석은 법원의 고유권한이지만 때로는 폭넓은 해석을 내려 처벌규정에서 벗어난 경우를 처벌하기도 하고 때로는 법에 정해진 처벌대상도 좁게 해석해 국회의 입법권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학원버스 운전기사에게 성폭행 미수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문제는 13살 미만 미성년자 성폭행 처벌과 관련된 형법 305조에는 “297조(강간),298조(강제추행),301조(강간 등 상해 치상)의 예에 의한다.”고 돼 있을 뿐 미수범 처벌에 관한 300조를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는 “명문화된 규정이 따로 없지만 미수에 대해서도 처벌해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법을 좁게 해석해 무죄를 선고한 경우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고석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게 청탁, 건설공사를 따주겠다며 건설업체로부터 71억원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회장에게 기존 판례를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13명의 대법관이 7대 6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 수자원공사 사장 등 공기업 임직원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만큼,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을 경우 적용되는 변호사법 위반이 이 사건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었다.이는 국회가 2000년 변호사법을 개정, 공무원의 신분에 ‘법령에 의해 공무원으로 보는 자’를 포함해 사실상 공기업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본다는 취지의 입법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 6일 다시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개정 변호사법에는 ‘형법 129조 내지 132조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보는 자’라는 조항을 신설, 공기업의 임직원은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을 지낸 변정수 변호사는 “법은 확대해석하거나 유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죄형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엄격히 해석하고 원칙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윤 변호사는 “성폭행 엄벌 논란과는 별개로 원칙적으로 처벌조항이 없다면 처벌을 하면 안 된다.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면 법을 개정하고 그 뒤에 처벌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분식회계 한국법원 온정적”

    제프리 존스(55)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 사법부의 ‘온정적 판결’에 대해 “인간적”이라는 표현을 섞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존스는 지난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법원 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한국에서 분식회계를 한 기업인들이 미국의 기업인들에 비해 약한 형을 받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사법부는 매우 우수하다.”면서 “내가 재판을 받는다면,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받고 싶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미국 ‘엔론 분식회계’ 사건을 예로 들며, 한국의 재판이 “아주 인간적”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분식회계가 드러나 파산한 에너지 대기업 엔론사의 전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에게 징역 24년4월이 선고됐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재기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기획-대법관 24시] 사건서류와 전쟁… 퇴근 후가 더 바빠

    [기획-대법관 24시] 사건서류와 전쟁… 퇴근 후가 더 바빠

    “6년 동안 새벽 1시 반 이전에 잠을 자본 적이 없습니다. 자정에 자면 다음 주가 너무 쫓깁니다. 요새는 주5일제로 이틀을 쉬지만 그 중 하루만 쉬거나 반나절만 쉬어야지 다 쉬면 다음 주에 일이 너무 몰립니다.”대법관을 지낸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소장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엔 “대법관이 뭐가 힘들어. 연구관도 있는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사법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법관의 24시’의 실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봐도 봐도 끝없는 기록들 대법관들의 공식 출퇴근 시간은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나와 6시에 나간다. 재판이 있는 날은 한 시간가량 빨리 나온다. 문제는 퇴근 이후다. 퇴근 이후가 정말 바쁘다. 대부분 퇴근하면서 한 무더기의 짐을 싸서 간다. 자신이 맡은 사건기록들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더러는 집무실에서 늦게까지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오후 10시를 넘기지 않는다. 대법관이 늦게까지 근무하면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이나 법원직원들도 모두 남기 때문이다. 한 전직 대법관은 “신임 대법관 때 평소대로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했는데 집무실에서 나오니까 재판연구관은 물론 비서관 등 직원들도 모두 집에 못가고 있었다.”면서 “그 뒤로는 직원들에게 미안해 기록을 집에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C대법관의 경우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난 뒤 한강 고수부지를 걷는 간단한 운동을 한다. 그런 뒤 오후 9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사건기록을 꼼꼼히 검토한다. 지난해 퇴임한 한 대법관은 매일 서류보따리를 집에 들고 가야 하는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기자들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공휴일이라고 해서 대법관들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바쁘다. 설 연휴인 지난달 19일에도 6명의 대법관이 출근해 사건기록을 검토했다. 주말이라도 집무실에 출근하는 대법관이 적지 않다. 매 주말 출근하고 있는 C대법관은 약속이 있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한번은 집무실에 나오고 있다. 주말에 출근하지 않는 대법관도 집무실에만 나오지 않을 뿐이다. D대법관은 “오전에 등산이나 운동을 한 뒤 오후에는 다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휴일·주말에도 집무실로 출근 이 같은 노동 강도는 업무량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사건 수는 2만 2900건.2005년도의 2만 2126건에 비해 3.6% 늘었다. 이 가운데 대법원에서 처리한 사건은 2만 1042건으로 2005년의 1만 8648건에 비해 12.8% 늘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사건처리가 늦어지는 것이 국민이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사건처리 속도를 높인 점도 무관치 않다. 대법관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법관 한 명당 처리하는 사건 수도 늘어나고 있다.2005년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처리한 1인당 평균 판결 건수는 평균 1554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753.5건으로 늘어났다. 대법관 한명이 하루에 4.5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량이 워낙 많다 보니 건강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시력 장애가 가장 먼저 온다. 장시간 서류와 컴퓨터 모니터를 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대법관이 되면 거의 1년 이내에 이명현상이 많아지고 혈압이 높아지거나 이가 썩는 등 병이 생긴다.”면서 “그 정도로 바쁘지만 쉬쉬하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육체적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스트레스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다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사건은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기존의 법리를 깨거나 비판이라도 해야 할 때 대법관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영란 대법관이 임명됐을 때 고참 대법관들이 건넨 첫 마디는 “대법관은 임명된 날만 좋다.”는 말이었다. 이 대법관도 “하루를 쉬면 사건이 그만큼 밀리기 때문에 쉴 틈도 없다.”면서 “사무실과 집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무리 업무가 힘들어도 대법관은 여전히 2000여명의 전체 법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최고 법원에서 최종심의 판결을 내리며 법률지식은 물론 경륜, 재판 경험 등 전체 법관을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존심으로 고통을 이겨낸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계류중인 형소법 개정안 내용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 사건으로 전면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는 지난 2월 형소법 개정안 대부분에 대해 합의를 한 바 있다. 재정신청 확대 방안은 사법제도개선추진위원회가 주도했으며, 현재 공무원의 직권남용·불법감금·가혹행위 등 공무원 관련 범죄로 한정되어 있는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 사건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법원에 재정신청 사건이 폭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신청 전에 반드시 항고를 하도록 했다. 또 재정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법원은 재정신청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청인이 부담하게 하거나 결정 전에 재판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을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재정신청이 확대되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신청을 통해 검찰이 기소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극단적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아 검찰의 무력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사법부의 지나친 비대화는 물론 ‘법원의 수사기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신청이란?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 법원에 직접 재판을 요청하는 것이다. 현재는 공무원의 직권남용·불법감금·가혹행위 등 3개 공무원 범죄로 한정돼 있다. 나머지 범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을 통해서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감사원 ‘외환銀 매각’ 적절조치 요구

    감사원은 12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인정은 불법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하자 있는 행정에서 비롯된 만큼 금감위에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날 ‘외환은행 매각추진 실태’ 감사결과에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 매각된 것과 관련,“론스타는 사모펀드로서 은행법상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자격인데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금감위가 은행법에 위법한 승인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바로 직권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금감위가 일단 하자 있는 행정 조치를 한 만큼 직권 취소 등 다양한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게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했다. 매각 과정에서 이 당시 은행장과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은 론스타 딜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외환은행 부실을 과장하고, 매각협상 기준가격을 부당하게 낮게 산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 전 행장 등을 상대로 헐값 매각에 대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향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의 주당 가치를 임의로 낮게 산정하는 등 외환은행에 대한 매각자문 업무를 부당하게 수행한 모건 스탠리 및 관련 직원들에 대해 증권거래법 등 규정에 따라 적절한 제재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잠재 부실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자기자본비율(BIS) 전망치를 낮게 산정하는 등 과장·왜곡된 실사에 의해, 외환은행 매각이 추진됐다는 것이 감사원측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특히 “이 전 행장은 매각협조 후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는 대가로 15억 8000만여원을 부당 수수하는 등 비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이후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강제성 없고 국가신인도 타격 매각취소 가능성 낮아

    감사원이 2003년 9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12일 발표, 외환은행 매각의 원천 무효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 보유를 승인한 것은 론스타측의 로비를 받아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하는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금감위의 직권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이 ‘직권 취소 등의 필요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하라.’는 식이 아니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식의 누그러진 표현을 써 원천 무효화가 즉각 이뤄질 것 같지 않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이날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이후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바로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금감위가 직권 취소할 수 있나 금감위가 직권 취소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10%만 남긴 채 나머지 54.62%를 6개월 안에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법에 위법한 승인은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고, 론스타측의 로비와 관련해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금감위가 당장 직권 취소할 가능성은 낮다. 금감위가 직권취소할 경우, 국가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감사원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금감위가 재판 진행 상황, 직권 취소 때의 실익과 그 파급 효과, 취소 이외의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BIS 비율이 조작됐고 이를 근거로 금감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잘못 판단해 승인한 만큼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재매각은 가능한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은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올해 6∼7월로 예상되는 법원의 1심 판결에서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지 않으면 외환은행 재매각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금감위가 대법원 결정까지 지켜본 뒤 액션을 취할 예정인 만큼 재매각은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한편 감사원은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가 외환은행의 자산·부채 실사 및 주당 가치 평가 결과를 왜곡하고, 외환은행의 매각협상 기준가격을 고의로 낮게 산정해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쳤다고 결론 내리고 감독규정에 따라 이들을 제재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는 또 다른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역사왜곡 日·바로잡기 소홀 韓 모두 반성을”

    “역사를 왜곡한 일본이나 바로잡기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일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한·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본 시민단체인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지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65) 대표는 단호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3·1절을 즈음해 식민 지배와 관련된 사료(史料)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지만 정작 선고를 앞둔 근로정신대 재판은 관심 밖인 현실을 답답해했다. 나고야 아쓰다 현립고 세계사 교사로 36년간 재직한 뒤 2003년 퇴직한 그는 지난 20년 동안 여자근로정신대 문제에 천착해 왔다. 오는 5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일본에서는 관례적으로 선고공판 두 달 전인 이달 말 재판부가 판결 내용을 최종 조율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한·일 양국에서 벌인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 최대한 압박한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하지만 국내 서명인은 고작 300여명뿐이다.●“법정에서 오열하던 피해자 잊지 못해” 1943년부터 미쓰비시중공업 등 군수업체들이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조선의 10대 소녀들을 꾀어 데려갔던 ‘여자근로정신대’의 진실을 접한 것은 지난 86년. 덧칠된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나고야가 전투기 생산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일본에서 일하면서 학교도 보내주고 급료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과 협박에 끌려온 소녀들의 피눈물이 뿌려진 것도 밝혀냈다. 이 재판은 99년 3월1일, 생존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을 댕겼다.2005년 2월 나고야지방재판소는 “65년 한·일협정에 따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원고단은 2005년 3월 나고야고등재판소에 항소했다. 힘겨웠던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지원모임은 시민 1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쓰비시와 내각, 의원회관을 항의 방문해 재판부를 압박하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원고들이 수십 차례 법정을 오갈 수 있었던 것도 지원모임에서 교통편과 숙박비를 마련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일본에 미래는 없다” “법정에서 오열하던 할머니들을 잊지 못한다.”는 다카하시 대표는 “항소심 재판도 어려울지 모르지만 원고들만 원한다면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은 이제 여든 살에 가깝다. 살아서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냐.”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재판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사법부의 역사 의식 부재에 그는 분노했다.“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우경화는 용서할 수 없다. 반성이 앞서야 하고 교과서에 기술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일본에 미래는 없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근로정신대나 군 위안부, 히로시마 피폭자 문제 등에 한국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때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고 받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도 관심을 호소했다.“서울신문을 시작으로 보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2월20일부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www.truelaw.net)’에서 시작된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하면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임일영 김동현기자 argus@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치 낭인’ 박찬종 前의원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치 낭인’ 박찬종 前의원

    ‘정치 낭인’ 박찬종(68) 전 의원이 눈 앞에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 ‘후광 김대중 선생께 드리는 글’부터 시작해서 전두환 전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에게 차례로 공개서한을 날렸다.2월 말에는 서울 구치소에 18시간 감금됐다 풀려나는 일로 신문에 나기도 했다. 정치의 계절이 돼서일까. 그러나 정작 본인은 ‘구체적인 야심은 뚜껑 덮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가 후보가 되는지, 대통령이 될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무당파, 자유인으로서 오직 나라를 위해 ‘360도 돌려차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의 ‘발차기’는 한 곳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당원에 의한 대선후보 경선을 ‘야바위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서는 차분했던 노신사의 모습도 간 데 없었다. 서울 세종로의 한 카페에서 이 로맨티시스트 정치인을 만났다. ▶한동안 안 나오다가 활동을 재개한 이유가 뭔가요. “97년 후보 경선 포기를 하고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 상황이 빌미가 돼 지난 10년을 내 스스로 자책하고 국민으로부터 매도 맞고 지내 왔어요. 그러나 아무것도 안한 게 아닙니다.98년 11월부터 1년 반 동안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한국경제를 연구했어요. 그 성과물로 책을 두 권 썼고, 귀국한 후에는 주로 경제특강을 다녔습니다. 내가 정치를 해서 그렇지 원래 전공이 경제학이에요. 그러다 어느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포에 가서 말씀을 하시는데 맘에 안들더라고요. 아는 이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요즘은 인터넷에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으니 쓰라고 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어지고 그게 종이신문에 난 거지요. 나는 구체적 야심은 뚜껑 덮은 사람이라 걸릴 게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에게도 다음 총선과 대선 경선 불출마 선언하라, 그러면 길이 생긴다고 쓴소리 했지요. 앞으로 한나라당 소장파들에게 쓸 편지 초도 잡아 놨어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우리당과 비슷한 강도의 글이라며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할 것이라 했다. 특히 그의 지론인 천심론을 거론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는 개혁없이는 천심을 못 얻는데 한나라당이 변한 것 뭐 있냐고 반문했다. 예로 5·31 지방선거 때 전국적인 돈공천을 하고도 공천개혁을 요구하는 정풍 주창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며 특히 소장파라는 게 젊은피가 끓고 먼지가 덜 묻고, 박력이 있다고 붙여준 이름인데, 이게 더 노회해져서 말로만 비전과 개혁을 들먹이고 앙증맞기 짝이 없다고 혀를 찼다. ▶구치소에서 풀려나면서 사법개혁 말씀을 하셨던데요. “그동안 공인으로서 뭘 잘못해 왔던가, 반성하며 하룻밤을 지냈어요. 내가 작년에 법관들에게 억강부약(抑强扶弱)하는 사법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관후해 다소 억울한 판결을 내릴지라도 국민이 승복하는 사법부가 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잖아요. 그 생각을 하며 석궁사건 김명호 교수를 떠올렸어요.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면회를 갔는데 과연 억울한 사연이 있더군요. 그를 위해 법정에 설 것입니다.” ▶야심을 접었다는 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원하는 등의 역할은 안하겠다는 말씀이신지요. “현재는 고려 안하고 있어요. 그보다는 경선틀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거예요. 한나라당이 1997년,2002년 두번이나 실패한 경선방식을 갖고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것은 반국민적 행태예요. 당원 경선을 한다는데 우리나라 정당에 당원이 어디 있습니까. 그게 다 의원 패거리지. 압도적으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경선이 돼야 합니다. 당원 뜻은 많아야 5% 반영할까. 그리고 6월 경선은 너무 빨라요. 미국도 선거 두달 반 전에 선출합니다.” ▶선거연초 국민지지율 1위가 당선된 적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97년 대선 때 박 전의원 이름이 거론됩니다. 이 명박씨는 1위를 지킬까요. “디지털 시대에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올지는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내 얘기 나올 때마다 ‘박찬종의 볼멘 소리’란 제목으로 글이라도 쓰고 싶었어요.97년 당시, 말이 1만 3000명 대의원 경선이지, 야바위사기극이었어요. 지구당위원장 줄세우기였는데 게다가 이회창씨는 대표까지 됐잖아요. 지금처럼,50당심·50민심 구조만 됐더라도 얘기는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한나라당 후보검증 공방에 대해서는. “검증은 국민 이름으로, 무제한으로 해야죠. 하자, 말자, 몇사람만 모여서 하자, 분당 염려되니 우리끼리는 하지 말자, 이건 성숙하지 못한 자셉니다. 검증 기준도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대통령은 그레이드를 달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여비서 익사사건 때문에 대선 출마를 못했습니다. 그 경력으로 상원의원은 해도 좋지만 대통령은 안되겠다, 그렇게 기준이 다른 겁니다.” ▶‘꼬마민주당’ 때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노 대통령 4년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노 대통령이나 나나 돈키호테 형이라 실패를 했지요. 가장 큰 실패는 국가원수로서 국민통합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87개헌때 국가원수란 표현이 헌법에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어요. 하지만 오랜 역경의 역사에서 국가의 통합의 실천자로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두었던 것인데 노 대통령은 국민을 소득, 지역, 학연, 친미·반미 등으로 분열시켰어요. 둘째가 경제 실패인데 앞으로 2년 안에 큰 위기로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연임제 개헌 발의는 어떻게 보십니까. “87개헌으로 탄생한 단임제 대통령 4명이 모두 실패를 하고 보니 미국식 연임제가 만병통치약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연임제를 하면 단임제 폐해라는 레임덕, 정책일관성, 책임정치 문제가 모두 해결됩니까.‘5년 무책임제’가 ‘8년 무책임제’로 바뀔 뿐이에요.87개헌의 실수 하나는 부통령제와 결선투표제를 도입 안한 것입니다. 도입됐다면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은 안 나왔겠지요. 개헌을 한다면 단임제 강화로 나가야겠지만, 지금 개헌이 급한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결단해 정치개혁을 해야지요. 국회법, 정당법을 고쳐 국회를 정당대표자 회의가 아니라 국민대표자 회의로 돌려놔야 합니다.” ▶정치 역정이 잘 안풀렸는데 무엇이 잘못됐습니까. “97년 외톨이가 돼서 게이오 대학에 갔을 때는 죽을까해서 1주일간 독한 양주를 퍼마시기도 했어요. 그러나 나는 깨끗한 정치, 국민 대의를 찾아 혼자 결단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양지를 찾아 왔다갔다 한 일이 없습니다.YS때 신한국당에 들어갔지만 전국구도, 장관직도 마다했어요. 관용차를 한번도 탄 일 없습니다. 온가족이 사후시신기증 서약을 해서 어머님이 1호기증자가 됐습니다. 지금 걱정은 내 시신이 의과대 해부대에 올라갔을 때 썩은 냄새가 나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깨끗한 이름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그게 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런데 감방에 다녀왔으니 어떡하지?”라며 웃는 모습에 쓸쓸함이 묻어 나왔다. ■ 박찬종 그는… 1939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만 68세).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고등고시 사법과와 행정과, 공인회계사 시험에 모두 합격. 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활동을 하다 1979년 10대 때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5선의원 경력. 지적인 외모와 유창한 언변, 깨끗한 정치 이미지로 ‘대쪽’‘무균질’ 정치가로 불렸다. 그러나 스스로도 인정하는 돈키호테형 언행으로 독자노선을 추구, 외톨이가 되곤 했다. 공화당 정풍운동(1980), 야권분열반대 삭발단식(1987),3당 합당(1990) 반대 단식이 그가 벌인 일들.1997년에는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불공정 게임을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특별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고교 때 존 에프 케네디 당시 상원의원의 퓰리처상 수상 저작 ‘용감한 의원의 투쟁사’를 읽고 감명을 받은 게 용감무쌍한 인생 역정의 단초가 됐다. yshin@seoul.co.kr
  • [시론] ‘性맹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시론] ‘性맹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폭력적인 성 범죄자’,‘상습 성범죄자’ 그리고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 범죄심리학과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성 맹수(Sexual Predator)’라고 칭하는 부류다. 사자나 표범 등 맹수가 약한 초식동물을 노리고 몰래 다가가 공격해서 죽이듯 이들은 약한 대상에게 접근해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하고 공격을 반복한다. 미국 여러 주에서 시행하는 ‘성맹수법’은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1997년 미 연방대법원은 이 법이 이중처벌이나 적법절차 위반 등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지극히 위험하고 재범가능성이 높은 이들로부터 잠재적 피해자와 사회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는 이유다. 스위스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아동대상 성범죄자와 폭력적 범죄자를 종신형에 처하자는 아동성폭행 피해자 어머니의 입법청원이 국민투표에서 54%의 지지로 확정되었다. 영국에서도 딸을 여섯 둔 아버지가 모든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라고 요구하며 단식 농성한 끝에 시범적으로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기 시작했다. 2005년 미 플로리다주에서는 제시카 런스포드라는 9세 여아가 아동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된 뒤 성폭행 당하고 피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제시카법’을 만들어 어린이를 성폭행하면 최저 25년의 무거운 형벌과 가석방 금지, 만기출소 이후에도 재범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의학적 진단이 있을 때까지 전자팔찌를 차고 ‘화학적 거세’라고 부르는 성욕감퇴제 투약 등 강제치료를 받도록 했다. 성범죄자를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중죄(felony)’로 처벌하는 불고지죄도 신설했다. 외국의 수많은 연구결과는 스스로 문제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성도착자, 특히 아동을 성도구로 삼는 ‘소아성기호증’은 감금 등 강제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치료 자체가 어려우며, 치료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복합적인 요법이나 투약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조절 혹은 통제할 수는 있으나 ‘완치’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우리나라에서 한 해 신고되는 성폭력은 약 5000건이며 그 피해자의 3분의1은 13세 미만 어린이다. 성범죄 신고율이 3∼6%에 불과하고 어린이 피해자의 경우 신고율이 더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하다. 한국의 아동성폭행범들은 사법부의 온정과 동정을 끌어내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받곤 다시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나와 어슬렁거린다. 2001년 5월 4세 윤지양이 아동성폭행 전과자 최인구에게 납치, 성폭행 당하고 피살되었어도 우리 사회는 재발을 방지할 ‘윤지법’을 만들어주지 않아 이후로도 많은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1년 전, 서울 용산에서 또다시 아동성폭행 전과자가 초등생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 사회에도, 연약한 어린이를 노리는 ‘성맹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이들을 우리에 가두고 치료하고, 사회에 나오면 주거와 이동, 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고 감시하자. 이미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 소중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자. 그것만이 이유도 모른 채, 고삐 풀린 성 맹수들에게 유린당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길이다.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 “대학재량만으로 교수 해고할 수 없어”

    “‘판사 석궁테러’가 아닙니다. 그냥 ‘판사 석궁사건’입니다. 공격행위만 볼 게 아니라 원인도 봐야 억울한 사람이 줄어듭니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민사소송 상고심 변론을 맡기로 한 이기욱(52) 변호사는 25일 “다음 주쯤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민·형사 사건을 맡고 있는 이 변호사는 요즘 김씨를 자주 접견한다고 했다. 접견을 통해 판사뿐 아니라 법조인 모두에게 불신을 갖고 ‘나홀로 소송’을 택했던 김씨를 다독이고 있는 중이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출신인 이 변호사는 앞서 해직 교수들의 복직 소송 몇 건을 수임한 바 있다. 김씨의 복직 소송이 대법원에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창조’의 이덕우·김학웅·이원구 변호사도 김씨 변호에 동참하기로 했다. “법원은 김씨가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등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재임용을 받지 못한 게 당연한 처분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학교 논리만 받아들인 결과죠.” 이 변호사는 “사장이 직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듯이 교수지위도 학교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박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연구 능력과 학문 지식을 갖춘 교수에 대한 채용과 재임용 문제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야 하고,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는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재임용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뜻이다. 그는 “학문연구나 강의실적 기준을 충족했는데 교육자적 자질이라는 주관적인 요소를 판단해 학교가 교수를 해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학교측과 법원이 김씨에 대해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본 판단의 근거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수업 중에 학생에게 폭언을 했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96년 3월 김씨에 대해 재임용 탈락 처분을 하기 전인 95년 성균관대는 “수업 중에 욕설과 다른 교수에 대한 비방을 했다.”며 김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 교원징계 재심위원회는 김씨에 대한 의혹 대부분을 사실무근으로 판단, 징계수위를 낮추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이 왜곡된 부분과 관련, 당시 학생들의 증언 협조를 얻어낼 계획이다. 증언을 듣고 사실관계를 재규정하는 것은 법률문제만 따지는 대법원 심리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씨 사건이 파기, 서울고법으로 환송돼야 가능해진다. 10년이 넘게 억울하다고 느끼며 재임용 처분 취소를 위해 싸워온 김씨는 사법부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에 불신을 갖고 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요즘 김씨는 많이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재임용 탈락 처분을 받자마자 법원에 소송을 낸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교수 임용은 학교재량’이라는 87년 판례가 그대로 적용돼 김씨는 패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변호사도 못 믿게 된 것 같습니다.” 2003년 옛 사립학교법의 재임용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이듬해 서울대 김민수 교수가 재임용 소송에서 승소하자 김씨는 자신의 승소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이전 재판과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판사를 공격하게 된 듯하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오늘의 눈] 판사들의 ‘거침없는 하이킥’/김효섭 사회부 기자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이란 시트콤이 인기다. 배우들의 코믹연기는 물론 내용도 괜찮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제목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살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제목에서라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서초동 법원의 분위기를 시트콤 제목으로 바꾼다면 ‘판사, 거침없이 하이킥’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사법 불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미 두차례에 걸쳐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사실상 퇴진할 것을 거론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22일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세번째 글을 올려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사법부의 수장을 향해 현직 부장 판사가 말 그대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치 않다. 오히려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과연 누구를 위해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해당 부장판사가 처음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하고 대법원장에게도 사법불신의 책임이 있다는 충정어린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충정마저 느낄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물러난다고 사법부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오히려 판사 한 명, 한 명이 법정에서 국민들의 목소리와 사연들을 이해해 줄 때 사법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물론 불이익이나 비난이 있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명분이나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되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지금 상황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원인에 대해 하이킥을 날리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김효섭 사회부 기자 newworld@seoul.co.kr
  • “인혁당 무죄 선고로 사법부 새벽 돌려줘”

    한명숙 총리는 22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무죄 선고는 32년 전 사법살인의 오명을 쓰고 ‘사법사상 암흑의 날’의 피고였던 우리 사법부에 ‘새벽´을 되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인혁당재건위 관련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진실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어 “한 순간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지에 대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오찬에는 고 이수병씨 미망인 이정숙씨 등 인혁당 재건위사건 희생자 유족 및 진상규명대책위 관계자 등 24명이 참석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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